한국불교전서

가산고(伽山藁) / 伽山藁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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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고 제2권(伽山藁 卷之二)
칠언율시(七1)言律) 56편
일천 허형 공께서 시를 남겼는데, 근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도록 도우려는 뜻이었다. 그저 인정이 넘쳐 이러는 것이겠지 했지만, 그 논의의 거슬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때 양산지사 추산 김유헌2) 공께서 즉석에서 거듭 화운하시기에, 이 모두를 원고에 덧붙여 기록한다(一川許公【珩】遺韵。 奬悟以返本意。 只爲欵欵。 而不可離他論牴牾。 時秋山金公【裕憲】知梁山。 即上仍和來。 並玆陪錄藁中。)
春燈寂莫剪宵雲     적막한 봄날의 등불이 밤 구름을 잘라
夢裏尋常見許君     꿈속에서 심상하게 허군을 뵙습니다
只麽欲成焉欲罷     그저 이루려고만 하니 언제 그만두려 하실까
此心如惔又如焚     이 마음 불이 붙고 또 활활 타오르는구려
已知香社無公滿     향산사3)에 여만공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豈意廬陵下惠勤     여릉의 하혜4)가 부지런 떨 줄 어찌 알았으랴
論道不關儒與釋     도를 논하자면 유교 불교를 상관할 것 없건만
經綸今夕大乖云     경론으로 오늘 저녁 크게 어긋난 말씀 하시네
일천 공의 원운을 첨부한다(付原一川公)
山外有山雲外雲     산 너머 산이 있고 구름 너머에 또 구름
夢中何處却尋君     꿈속 어느 곳에서 그대 찾는 일 멈출까
宿桑千里情猿走     뽕밭에서 자며5) 천 리 길로 다정한 원숭이 달아나니
彈指三生刼火焚     순식간에 삼생의 겁화가 타오르는구려
無地寄身憐寂莫     몸을 기탁할 사람이 없어 적막함을 사랑하고
出家將毋感辛勤     어머니 모시고 출가해 갖은 신고로 애를 쓰네
聰明可惜淪虛▼(馬+務)       총명한 분 애석하게도 헛된 곳에 빠져 질주하니
夕死朝聞古聖云     저녁에 죽더라도 아침에 도를 들어야 한다고 옛 성인께서 말씀하셨지6)
추산 공의 차운을 첨부한다(附次秋山公)
瓶裏空花脚底雲     정병 속에는 허공 꽃이요 발아래엔 구름
棲棲行止㝡憐君     허둥지둥 가다 말다 너무도 가련한 그대
桑門亦覺人倫重     상문7)에서도 역시나 인륜의 소중함을 깨달아
香炷常將毋病焚     향을 항상 지니면서 병든 어머니 위해 사르시네
海國名山佳句徧     바닷가 명산에 아름다운 구절이 가득하고
雪樓孤月遠聲勤     설루의 외로운 달 멀리까지 소문 자자해
近來玄度聞相憶     근래에 현도8)도 듣고 서로 그리워했지요
此意淵明政欲云     도연명이 진정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런 뜻
표충사 시권의 말미에 삼가 차운하여 쓰다(伏次韵書表忠祠詩卷尾)
[1]
海接天根路淼茫     바다가 하늘 뿌리에 닿아 가야 할 길 망망한데
紅輪瑞霱泛慈航     붉은 태양 상서로운 구름에 자비의 배를 띄우셨네
眇身廓洗蠻氛惡     작은 몸으로 남만 오랑캐 악한 기운을 말끔히 씻고
大義能扶社稷長     큰 의로움으로 종묘사직을 길이 부지하셨도다

010_0768_a_02L伽山藁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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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768_a_04L1)七言律 [3]

010_0768_a_05L一川許公珩遺韵奬悟以返本意
010_0768_a_06L只爲欵欵而不可離他論牴牾
010_0768_a_07L秋山金公裕憲知梁山即上仍和
010_0768_a_08L並玆陪錄藁中

010_0768_a_09L
春燈寂莫剪宵雲夢裏尋常見許君

010_0768_a_10L只麽欲成焉欲罷此心如惔又如焚

010_0768_a_11L已知香社無公滿豈意廬陵下惠勤

010_0768_a_12L論道不關儒與釋經綸今夕大乖云

010_0768_a_13L付原一川公

010_0768_a_14L
山外有山雲外雲夢中何處却尋君

010_0768_a_15L宿桑千里情猿走彈指三生刼火焚

010_0768_a_16L無地寄身憐寂莫出家將毋 [8] 感辛勤

010_0768_a_17L聰明可惜淪虛𩥎夕死朝聞古聖云

010_0768_a_18L附次秋山公

010_0768_a_19L
瓶裏空花脚底雲棲棲行止㝡憐君

010_0768_a_20L桑門亦覺人倫重香炷常將毋 [9] 病焚

010_0768_a_21L海國名山佳句徧雪樓孤月遠聲勤

010_0768_a_22L近來玄度聞相憶此意淵明政欲云

010_0768_a_23L伏次韵書表忠祠詩卷尾

010_0768_a_24L
海接天根路淼茫紅輪瑞霱泛慈航

010_0768_a_25L眇身廓洗蠻氛惡大義能扶社稷長

010_0768_b_01L聖祖異恩酬腏曲     성조께서 각별한 은총으로 제사와 음악을 모시고
小臣冒畏拜祠堂     소신도 두려움 무릅쓰며 사당에 절을 올렸습니다
風軒坐閱羣篇盡     바람 드는 대청에 앉아 여러 편의 글을 다 열람하고는
翠竹蒼松和卒章     시퍼런 대와 푸른 솔의 마음으로 마지막 장에 화운합니다

[2]
欽㦲亂後刷俘年     공경하라, 난리 후 포로들을 교환하던 해9)
龍護薩洲大化舡     용이 보호하사 살주에서 크게 교화를 펼쳤던 배
舜禹復生能許佛     순임금 우임금 다시 난대도 부처라고 인정하리니
松雲一節亦撑天     송운10) 한 사람의 절개가 역시 하늘을 지탱했네
萬民齊頌歸誰力     만백성 일제히 칭송하자 누구의 힘으로 돌렸는가
列聖覃恩答老禪     열성조께서 베푸신 은혜라고 대답하신 노선사
多少沙門諸釋子     여러 사문들과 모든 불제자들이여
誦經餘暇起前緣     경을 독송하는 여가에 옛날 인연 상기하라
청심루11)淸心樓
眼窮坤軸與乾端     아득한 지축과 하늘 끝에 닿는 눈길
十域虛无但翠顔     시방에 아무것도 없고 푸른 얼굴만
鑑受天裁千釜澤     거울이 하늘의 작품을 담은 듯한 천 개의 못
螺叅春畫萬區山     소라가 봄 풍경화를 더럽힌 듯한 만 개의 산
心懸北闕三生報     임금님 항상 그리는 마음은 삼생의 과보요
羽化南柯一夢間     우화등선12)도 남쪽 가지 아래 한바탕 꿈13)
司藝當年噓醉筆     사예께서 그해에 울며 취해서 쓰신 글씨14)
老僧何倖給餘閒     노승이 넉넉히 급여로 챙겨 어찌나 다행인지
동산으로 유람 오신 병마사께 올립니다(上兵馬使遊東山)
澗出徒杠一曲流     개울에 다리가 나타나 한 곡조 흐드러지니
藍輿落日下遲留     지는 해에 남여15)가 내려가다 말고 머뭇머뭇
雙旂石逕光交發     두 개의 깃발이 돌길에서 광채를 교대로 발하고
高管楓林響振收     높은 피리소리 단풍나무 숲에 메아리가 진동한다
舞袖聯揮初月涌     손잡고 춤추며 소맷자락 휘젓자 초승달이 솟고
歌聲遙遏淡烟浮     노랫소리 멀리 잦아드는 곳에 옅은 안개 떠도네
海東孤寺淸秋夜     동쪽 바닷가 외로운 절에서 맑은 가을밤에
鍊藥微溫渴氣休     미지근한 단약 한잔 걸치니 갈증이 쉬는구나
삼가 ≺진남루 중수≻의 운을 따라(謹次鎭南樓重修韵)
蕞爾孤城十里區     자그마한 외로운 성은 10리가 그 구역
鎭南樓改映花樓     진남루를 개축하여 영화루라 하였네
山擎伽瑟摩天立     산은 절집을 받들어 하늘을 쓸며 서 있고
水闖盤渦放海流     강은 소용돌이를 엿보다 바다로 달아나네
荒堞凉颸鳴古木     황폐한 성가퀴에는 서늘한 바람에 우는 고목
晩汀落日下沙鷗     저녁 물가엔 지는 햇살 따라 내려앉는 갈매기
侯之經始民歡樂     공후가 처음 계획하시자 백성들 기뻐하였고
不日成功曜後秋     하루도 못 돼 완성되어 찬란히 빛나는 가을16)
또 삼가 목감 이의철 공의 운을 따라(又謹次牧監李公【懿喆】韵)
李公可謂暢情幽     이 공은 가히 펼치는 정이 그윽하다 하겠네
一任孤官興亦悠     외롭던 관리에게 맡겨 두고 흥취 역시 유유해라
東竺小樓呑大海     동축사 작은 누각에서 큰 바다를 마셔 버리고
楓臬老筆伴淸秋     단풍진 언덕 노숙한 필체로 맑은 가을 벗하네
松臺石面題名氏     솔밭의 누대 석면에다 이름과 성씨를 쓰자
劫塔金輪降道流     오래된 탑 황금 바퀴에서 내려오는 도사들

010_0768_b_01L聖祖異恩酬腏曲小臣冒畏拜祠堂

010_0768_b_02L風軒坐閱羣篇盡翠竹蒼松和卒章(一)

010_0768_b_03L欽㢤亂後刷俘年龍護薩洲大化舡 [10]

010_0768_b_04L舜䑙復生能許佛松雲一節亦撑天

010_0768_b_05L萬民齊頌歸誰力列聖覃恩答老禪

010_0768_b_06L多少沙門諸釋子誦經餘暇起前緣(二)

010_0768_b_07L淸心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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眼窮坤軸與乾端十域虛无但翠顔

010_0768_b_09L鑑受天裁千釜澤螺叅春畫萬區山

010_0768_b_10L心懸北闕三生報羽化南柯一夢間

010_0768_b_11L司藝當年噓醉筆老僧何倖給餘閒

010_0768_b_12L上兵馬使遊東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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澗出徒杠一曲流藍輿落日下遲留

010_0768_b_14L雙旂石逕光交發高管楓林響振收

010_0768_b_15L舞袖聯揮初月涌歌聲遙遏淡烟浮

010_0768_b_16L海東孤寺淸秋夜鍊藥微溫渴氣休

010_0768_b_17L謹次鎭南樓重修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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蕞爾孤城十里區鎭南樓改映花樓

010_0768_b_19L山擎伽瑟摩天立水闖盤渦放海流

010_0768_b_20L荒堞凉颸鳴古木晩汀落日下沙鷗

010_0768_b_21L侯之經始民歡樂不日成功曜後秋

010_0768_b_22L又謹次牧監李公懿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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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公可謂暢情幽一任孤官興亦悠

010_0768_b_24L東竺小樓呑大海楓臬 [11] 老筆伴淸秋

010_0768_b_25L松臺石面題名氏劫塔金輪降道流

010_0768_c_01L太僕分人今有得     태복17)의 직분 맡을 사람 이제 얻으셨으니
坰場騋牝數千頭     교외 목장에 우람한 말 수천 마리 되겠지요
무장사18)에서 이 사문을 만나 밤새 이야기 나누다(鍪藏寺逢李斯文夜話)
人皆云我不知方     사람들 모두 나더러 세상을 모른다고 하네
斷髮非難更續長     자른 머리카락 다시 기르는 것 어렵지 않다고
䓶堇由來含毒氣     애기풀 제비꽃은 원래부터 독기를 머금고 있고
芝蘭所在發淸香     지초 난초가 있는 곳에선 맑은 향기가 풍기지요
烏游白水持前質     까마귀는 맑은 물에 노닐어도 본바탕이 그대로고
鷺浴黃河出本光     백로는 황하에 목욕해도 본래의 광채를 내뿜나니
其職在天無奈已     그 직분이란 하늘에 있어 어찌할 수 없는 것
況乎瓶鉢繼禪堂     하물며 정병과 발우로 선당을 계승하는 것일까
만폭동萬瀑洞
萬瀑區區强得名     만폭도 구구하게 억지로 붙인 이름이지
十方來水一方淸     시방에서 모여든 물로 한 지역이 맑아라
茁香藥艸生瑤岸     향기를 뿜는 약초가 옥빛 언덕에서 자라고
徧彩鸞鳳喚赤城     찬란한 색채의 난새 봉황이 적성19)을 부른다
下首僧魂如借夢     고개를 숙인 스님의 혼은 꿈속이라도 노니는 듯
挺身麕策頓忘情     앞장서며 일행을 독촉하자 단박에 정을 잊는구나
塵踪忽入靈閽瑣     세속의 자취 문득 들어오자 신령한 궁궐 박살나니
誰我誰人不敢生     누가 나고 누가 너인가 감히 살았다고도 못 하겠네
술병을 차고 동산을 유람하다(携酒遊東山)
山歧盤索復回多     빙빙 꼬인 산의 갈림길 다시 도는 곳도 많고
好鳥琪枝百舌歌     어여쁜 새들 옥 가지에서 떼 지어 노래하네
繙帙追蹤子長史     열심히 책장을 넘기면서 자취를 좇는 자장20)
圍碁決賭謝安家     바둑판 에워싼 채 눈도 끔뻑이지 않는 사안21)
數飛錫杖妨看樹     여러 번 석장을 날려도 보이길 꺼려하는 나무
謹擧編鞋吝踏花     열심히 걸음을 옮겨도 답사에 인색한 꽃
顧盡天根兼地軸     하늘의 뿌리와 땅의 축을 모조리 돌아보고는
浮浮碧海去星槎     두둥실 푸른 바다로 떠나가는 별들의 뗏목
반구대盤龜臺
怪㦲巖石勢之奇     괴이하구나, 암석의 기이한 형세여
迆似行龍伏似龜     기어가는 용처럼 구불구불, 또 거북이 엎드린 듯
化鶴翩裳雲入壁     변화한 학22)이 치마를 펄럭이자 구름이 벽으로 들고
仙人拍手客收碁     신선이 손뼉을 치자 나그네들 바둑판으로 몰려든다
花如避世猶嫌落     꽃은 세상을 피한 듯하면서 오히려 떨어지길 싫어하고
水欲能天不捨時     강은 하늘에 미치려고 하는지 쉬지를 않는구나
潜察神機亡象立     신묘한 천기 잠잠히 관찰하며 만상을 잊은 채
一篇詩趣送春遲     한 편의 시의 흥취로 봄을 더디 보낸다
학성 김재철에게 화운하여(和鶴城金生【在哲】)
韶顏白髮欲偸春     고운 얼굴 백발로 봄을 훔치고 싶어
半日壺觴作故人     한나절 술자리로 옛사람이 되었더니

010_0768_c_01L太僕分人今有得坰場驗牝數千頭

010_0768_c_02L鍪藏寺逢李斯文夜話

010_0768_c_03L
人皆云我不知方斷髮非難更續長

010_0768_c_04L䓶堇由來含毒氣芝蘭所在發淸香

010_0768_c_05L烏游白水持前質鷺浴黃河出本光

010_0768_c_06L其職在天無奈已況乎瓶鉢繼禪堂

010_0768_c_07L萬瀑洞

010_0768_c_08L
萬瀑區區强得名十方來水一方淸

010_0768_c_09L茁香藥艸生瑤岸徧彩鸞鳳喚赤城

010_0768_c_10L下首僧魂如借夢挺身麕策頓忘情

010_0768_c_11L塵踪忽入靈閽瑣誰我誰人不敢生

010_0768_c_12L携酒遊東山

010_0768_c_13L
山歧盤索復回多好鳥琪枝百舌歌

010_0768_c_14L繙帙追蹤子長史圍碁決賭謝安家

010_0768_c_15L數飛錫杖妨看樹謹擧編鞋吝踏花

010_0768_c_16L顧盡天根兼地軸浮浮碧海去星槎

010_0768_c_17L盤龜臺

010_0768_c_18L
怪烖巖石勢之奇迆似行龍伏似龜

010_0768_c_19L化鶴翩裳雲入壁仙人拍手客收碁

010_0768_c_20L花如避世猶嫌落水欲能天不捨時

010_0768_c_21L潜察神機亡象立一篇詩趣送春遲

010_0768_c_22L和鶴城金生在哲

010_0768_c_23L
韶顏白髮欲偸春半日壺觴作故人

010_0768_c_24L此上有「詩」一字編者除之

010_0769_a_01L流水桃花閒世界     흐르는 물에 복사꽃이 한가로운 세계요
淡烟素月又天眞     담박한 안개 하얀 달님이 또 천진이로다
忽逢新麓衣冠客     홀연히 새 언덕에서 의관을 갖춘 객을 만나
更續前年帋面親     지난해 종이 위 친구들을 다시 이었더니
珎重留詩孤竹院     진중하게 남기는 고죽원이란 제목의 시
晩唐元氣一淸神     만당의 원기로 한결 정신이 맑아지네
도와 최 상사공23)과 나 계오는 서로 높이 사는 바가 있었는데, 불행히도 먼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러고 5년이 지나 장천사24)에 일이 있어 수옥정25)에 올랐다가 비창함을 이기지 못해 예전의 운26)으로 심정을 서술하였다(陶窩崔上舍公。 與悟有所取。 不倖卒 後五年。 有事障川寺。 登漱玉亭。 不勝悲愴。 拈前韵叙懷。)
客坐虛亭鶴不回     나그네 앉은 빈 정자에 학은 돌아오지 않고
溪雲閒鎻奮岩臺     계곡 구름이 옛 바위의 누대를 감춰 버리네
陶翁前日餘齡在     도옹이여, 그날 살날이 한참이라 하지 않았소
惠遠今朝一笑開     혜원은 오늘 아침 한바탕 헛웃음만 터지는구려
秋雨初晴新月色     가을비가 이제 막 개어 달빛도 저리 새로운데
暮山連紫故人懷     저녁 산에 이어진 노을은 옛사람의 마음일까요
獨吟遺響心惆悵     남기신 노래 홀로 읊자니 마음만 더욱 서글퍼
掩淚斜陽下寺催     눈물 감추고 석양빛에 내려갈 길 재촉합니다
서울에서 유람 온 나그네의 시를 차운하여(次京華遊客)
昨日靑天今雨雪     어제는 파랗던 하늘에 오늘 진눈깨비 날리니
心憐賓客有鄕愁     마음씨 고운 우리 손님 고향 생각이 나시나 봐
回瞻宇宙皆安土     돌이켜 보면 온 우주가 모두 안락한 국토이니
休曰浮屠素異流     불도는 근본부터 다른 부류라는 말 그만하소
無父無君嗟我道     부모도 없고 임금도 없는 게 한심스런 나의 길
求忠求孝爲公謀     충성을 찾고 효도를 찾는 게 공이 도모할 길
歸時京口秋山見     돌아갈 때 서울 어귀에서 가을 산이 보이거든
爲語男兒淚白頭     한 사내가 백발로 울더라는 말이나 전해 주소

【‘가을 산(秋山)’은 곧 양산지사 김 공27)의 재호齋號이다. 공이 일찍이 양산에 부임하셨을 때 춘설루에서 자주 뵙고 주고받은 시가 있으며, 또한 편지도 상자에 담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시를 지어 주면서 그를 언급한 것이다.(秋山即金梁山齋號。 公甞涖梁山時。 數見春雪樓有句語。 亦尺書藏巾衍中。 故示句及之。)】
농암 최기 어른의 ≺관해≻를 차운하여(次聾庵崔丈【機】觀海)
色界眼根無極中     무극 가운데 펼쳐진 색계와 안근
人非博識孰能窮     박식한 사람 아니라면 누가 능히 궁구할까
雲烟簇簇懸層窟     구름과 안개 뭉게뭉게 암벽 굴에 매달리고
舟楫憧憧揷遠空     사공의 삿대 왔다 갔다 먼 허공에 꽂는구나
軸轄連延僵地姥     굴대의 비녀장 길게 잇자 쓰러지는 대지의 노파
牖窓開闔噱天翁     수없이 열고 닫는 창문에 헐떡이는 하늘의 영감
子長遊後君今有     자장28)이 노닌 후로 그대가 지금 여기 있으니
瞽者丹靑不敢同     봉사들의 단청 구경과는 감히 같을 수 없겠지요
원운을 첨부한다(附原)
蒼然成質起無中     창연하게 이루어진 바탕 무에서 일어나고
坤軸乾端氣所窮     땅의 축과 하늘 끝은 기운이 다하는 곳
堅亥步餘雲縹緲     답파한 땅끝 그 너머엔 구름만 아스라이
徐生去後路虛空     서생29)이 떠난 후 그 길 허공이 되었구나

010_0769_a_01L流水桃花閒世界淡烟素月又天眞

010_0769_a_02L忽逢新麓衣冠客更續前年帋面親

010_0769_a_03L珍重留詩孤竹院晩唐元氣一淸神

010_0769_a_04L陶窩崔上舍公與悟有所取不倖
010_0769_a_05L卒後五年有事障川寺登漱玉亭
010_0769_a_06L不勝悲愴拈前韵叙懷

010_0769_a_07L
客坐虛亭鶴不回溪雲閒鎻奮 [12] 岩臺

010_0769_a_08L陶翁前日餘齡在惠遠今朝一笑開

010_0769_a_09L秋雨初晴新月色暮山連紫故人懷

010_0769_a_10L獨吟遺響心惆悵掩淚斜陽下寺催

010_0769_a_11L次京華遊客

010_0769_a_12L
昨日靑天今雨雪心憐賓客有鄕愁

010_0769_a_13L回瞻宇宙皆安土休曰浮屠素異流

010_0769_a_14L無父無君嗟我道求忠求孝爲公謀

010_0769_a_15L歸時京口秋山見爲語男兒淚白頭秋山
即金

010_0769_a_16L梁山齋號公甞涖梁山時數見春雪樓
有句語亦尺書藏巾衍中故示句及之

010_0769_a_17L次聾庵崔丈機觀海

010_0769_a_18L
色界眼根無極中人非愽識孰能窮

010_0769_a_19L雲烟簇簇懸層窟舟楫憧憧揷遠空

010_0769_a_20L軸轄連延僵地姥牑窓開闔𠽁天翁

010_0769_a_21L子長遊後君今有瞽者丹靑不敢同

010_0769_a_22L附原

010_0769_a_23L
蒼然成質起無中坤軸乾端氣所窮

010_0769_a_24L堅亥 [13] 步餘雲縹緲徐生去後路虛空

010_0769_b_01L望洋何術逍遙客     바다를 바라보며 방법을 연구하는 소요객
開物難凭造化翁     만물을 창조했다지만 믿기 어려운 조화옹
穴以尾閭終不洩     미려30)라는 구멍을 뚫었지만 끝내 새지 않아
江神河伯會朝同     강신과 하백이 조정에 모여 한 바다가 되도다
강선루降仙樓
風掃浪花疊雪濤     바람이 물결을 쓸자 쌓였던 눈이 출렁이고
江浮澒洞望涯遙     강이 짙은 안개 띄우자 건너 물가 아득해라
九霄雲斾忽然下     높은 하늘에서 구름이 생겨 홀연히 내려오고
百里烟帆任自高     백 리를 뒤덮은 안개의 돛은 제멋대로 높아진다
縹緲蒼螺屏障遠     아스라한 푸른 소라들 병풍 너머로 멀어지고
數三粉黛畫眉勞     두서넛 어여쁜 기생 눈썹을 그리느라 바쁜데
半窓鳧舃不知向     작은 창가의 부석31)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午夜皜裳簾外翛     한밤중에 하얀 치마로 주렴 밖에서 나래 치네
이생의 시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李生)
古匣塵莓垢寶刀     옛 상자의 보검에 먼지와 이끼가 끼도록
校書四十九年勞     책을 교정하면서 49년을 애쓰셨네
揚雄奇字徒爲法     양웅32)의 기이한 글자로 그저 법을 삼고
韓愈原人但務高     한유의 ≺원인≻33)으로 높아지려고만 하셨네
加減元來無大海     더하고 덜함이 원래 없는 것이 큰 바다지요
是非都在啓秋毫     옳고 그름은 모두 추호34)에서 시작된 것
物情倘或專齊矣     세상 물정이 혹시라도 고르기만 했다면
莊列何心侮俊髦     장자 열자가 무슨 마음으로 준걸을 비웃었겠습니까
영지사靈芝寺
夏樹陰濃踞石頭     여름 숲에 그늘이 짙어 바위에 걸터앉았더니
小僧來拜立淸流     젊은 스님이 다가와 절하고 맑은 개울에 서네
五莖瑤草靈芝寺     다섯 줄기 기이한 요초인가, 영지사입니다
一點蒼螺山映樓     한 점의 푸른 소라인가, 산영루입니다
風拂厖眉人北去     바람이 기다란 눈썹을 털자 그 사람 북쪽으로 가고
奩開凝黛月東浮     화장대가 눈썹먹을 내놓자 달님이 동쪽에 뜨는구나
寥寥仙磬雲衢出     쓸쓸한 신선의 경쇠 소리에 구름의 거리가 나타나
客步于于境自幽     어슬렁어슬렁 나그네 걸어 보니 경치 절로 그윽해라
계미년(1823) 봄에 마침 갈 일이 있어 운부암35)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때 화사한 달이 뜨자 선사이신 징월 대사澄月大師36)께서 얼마 전 한양의 서강에서 박옹泊翁37)·연천淵泉38) 등 제현의 시에 덧붙인 시운39)이라며 계오에게 보여 주면서 화운해 보라 하셨다. 이에 삼가 차운하였다(癸未春。 適有行。 到雲浮庵。 時華月出。 其先師澄月大師。 頃於漢陽西江上。 陪泊翁淵泉諸賢賦詩韵。 示悟求和。 敬次。)
纜解中流蕩漾舟     닻줄을 풀고 강 한가운데서 출렁거리는 배
古叢蘭竹列空洲     오래된 숲의 난초와 대가 허공에 늘어선 섬
遠飛柳絮江侵石     멀리서 버들개지 흩날리자 강물이 돌을 범하고
近發桃花客上樓     가까이에 복사꽃 피자 나그네가 누각에 오른다
海外孤雲來雪衲     바다 밖 외로운 구름처럼 찾아오신 새하얀 납의
渡頭落日坐沙鷗     나루터 지는 햇살처럼 모래밭에 앉은 갈매기들

010_0769_b_01L望洋何術逍遙客開物難凭造化翁

010_0769_b_02L穴以尾閭終不洩江神河伯會朝同

010_0769_b_03L降仙樓

010_0769_b_04L
風掃浪花疊雪濤江浮澒洞望涯遙

010_0769_b_05L九霄雲斾忽然下百里烟帆任自高

010_0769_b_06L縹緲蒼螺屏障遠數三粉黛畫眉勞

010_0769_b_07L半窓鳧舃不知向午夜皜裳簾外翛

010_0769_b_08L追次李生

010_0769_b_09L
古匣塵莓垢寶刀校書四十九年勞

010_0769_b_10L揚雄奇字徒爲法韓愈原人但務高

010_0769_b_11L加減元來無大海是非都在啓秋毫

010_0769_b_12L物情倘或專齊矣莊列何心侮俊髦

010_0769_b_13L靈芝寺

010_0769_b_14L
夏樹陰濃踞石頭小僧來拜立淸流

010_0769_b_15L五莖搖草靈芝寺一點蒼螺山映樓

010_0769_b_16L風拂厖眉人北去奩開凝黛月東浮

010_0769_b_17L寥寥仙磬雲衢出客步于于境自幽

010_0769_b_18L癸未春適有行到雲浮庵時華月
010_0769_b_19L其先師澄月大師頃於漢陽西
010_0769_b_20L江上陪泊翁淵泉諸賢賦詩韵
010_0769_b_21L悟求和敬次

010_0769_b_22L
纜解中流蕩漾舟古叢蘭竹列空洲

010_0769_b_23L遠飛柳絮江侵石近發桃花客上樓

010_0769_b_24L海外孤雲來雪衲渡頭落日坐沙鷗

010_0769_c_01L也應山雨添幽爽     산비로 그윽한 상쾌함 더해야 마땅하겠지만
咏嘯新篇此夜留     새로운 시나 한 수 읊고 하룻밤 묵습니다
그 옛날의 정의에 잠시라도 깃들려면 이것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시 한 수를 지어서 말미에 붙였다(以此不可以寓奮誼。 㪅得一詩以尾之。)
文酒論心今與誰     문장과 술에 마음 토론을 이제는 뉘와 함께
隔窓寒枕夢依依     창 너머 차가운 베개가 꿈에도 그리워라
西湖一別黿鼉泣     서호에서 한번 이별할 때 자라와 악어 울었고
古寺重來月露悲     옛 절로 다시 오자 달과 이슬도 슬퍼하였지
世上惟云生死大     세상 사람들 오로지 생사가 큰일이라는 말만 하니
樽前忽感髩毛衰     술통 앞에서 홀연히 귀밑머리 쇠한 걸 느끼겠네
遠人懷抱深如許     먼 곳의 그대가 품은 마음은 어느 정도 깊을까
寂莫荒臺老檜知     적막하고 황폐한 누대의 늙은 전나무나 알겠지
9일에 이생께 삼가 화운하다(九日奉和李生)
詩笻倦陟劔門西     시인의 지팡이 검문의 서쪽을 쉬엄쉬엄 오르니
秋入湖山野色淒     가을이 깃든 호수와 산에 들판 풍경 처량해라
强把彤毫酬亦葉     억지로 붉은 붓40)을 잡아 붉은 잎에 보답하고
又呼沽酒坐淸溪     술 가져오너라 또 불러서 맑은 계곡에 앉는다
簷低彷彿黃巾窟     처마 안은 황건41)의 소굴을 방불케 하고
烟細俙微白足栖     고운 안개 희미한 곳 백족42)이 깃들 만하네
莫境幽懷消盡處     저녁 경치도 그윽한 심정도 시들한 곳에서
夕陽多少醉中題     얼마 남은 석양빛에 술에 취하여 지어 본다
금령역 앞에서 입으로 읊은 시(金嶺驛前口號)
驛前平楚有淸溪     역 앞의 평지 숲에 맑은 개울이 흐르는구나
短策行裝久不齊     짧아진 지팡이의 행장을 오래 다듬지 못했지
百姓草家烟又翠     백성들의 초가에는 연기가 또 파랗고
九陽秋日嶺如低     구양의 가을 햇살에 산마루가 낮아진 듯
流添江漢終歸海     불어난 강물은 결국 바다로 돌아가는데
人似落花空帖泥     이 사람 떨어진 꽃이요 공첩의 진흙 같네
萬里漂萍無泊處     만 리를 떠도는 부평초라 정박할 곳 없는데
可憐山鳥莫尋栖     가련한 산새 저녁이라 깃들 곳을 찾는구나
밤비(夜雨)
秋雨蕭蕭半夜鳴     가을비가 후드득후드득 한밤중에 울어대고
金槐錦槲感人情     노란 홰나무 비단 떡갈나무 사람의 마음 흔드네
光流淨几添詩料     흐르는 세월 깨끗한 탁자에서 시 소재를 보태다가
夢罷寒牕足水聲     꿈을 깨니 싸늘한 창가로 걸어가는 물소리
澹澹虛樓深谷裏     담담한 빈 누각이 깊은 골짜기 속에 있고
叢叢甘菊古庭橫     빽빽한 단 국화가 옛 뜰에 누웠으니
可憐前日陶彭澤     가련하여라 지난날 도팽택43)이여
不識東林遠老生     동림사 혜원 노사를 알지 못했구려
암자 누각에서 우연히 지은 한 수(庵樓偶得一韵)
劔北世稀車馬賓     검문 북쪽 세상에는 거마를 탄 손님이 드물어
溪巒千古自淸眞     계곡과 산마루가 천고에 스스로 맑고 참되어라

010_0769_c_01L也應山雨添幽爽咏嘯新篇此夜留

010_0769_c_02L以此不可以寓奮 [14] 㪅得一詩以
010_0769_c_03L尾之

010_0769_c_04L
文酒論心今與誰隔窓寒枕夢依依

010_0769_c_05L西湖一別黿鼉泣古寺重來月露悲

010_0769_c_06L世上惟云生死大楢前忽感髩毛衰

010_0769_c_07L遠人懷抱深如許寂莫荒臺老檜知

010_0769_c_08L九日奉和西李生

010_0769_c_09L
詩笻倦陟劒門西秋入湖山野色淒

010_0769_c_10L强把彤毫酬亦 [15] 又呼沽酒坐淸溪

010_0769_c_11L簷低彷彿黃巾窟烟細俙微白足栖

010_0769_c_12L莫境幽懷消盡處夕陽多少醉中題

010_0769_c_13L金嶺驛前口號

010_0769_c_14L
驛前平楚有淸溪短策行裝久不齊

010_0769_c_15L百姓草家烟又翠九陽秋日嶺如低

010_0769_c_16L流添江漢終歸海人似落花空帖泥

010_0769_c_17L萬里漂萍無泊處可憐山鳥莫尋栖

010_0769_c_18L夜雨

010_0769_c_19L
秋雨蕭蕭半夜鳴金槐錦槲感人情

010_0769_c_20L光流淨几添詩料夢罷寒牕足水聲

010_0769_c_21L澹澹虛樓深谷裏叢叢甘菊古庭橫

010_0769_c_22L可憐前日陶彭澤不識東林遠老生

010_0769_c_23L庵樓偶得一韵

010_0769_c_24L
劒北世稀車馬賓溪巒千古自淸眞

010_0770_a_01L落花殘曉啼黃鳥     떨어진 꽃 시드는 새벽빛에 울고 있는 꾀꼬리
古木蒼陰嘯鬼神     오래된 나무 푸른 그늘에서 휘파람 부는 귀신
浩刼風寒人不舊     광활한 세월 바람과 추위에 사람은 오래 못 가지
若邪溪淺石添新     약야계 개울물 얕아지자 새로운 돌이 늘었구나
招提半出東林外     동쪽 숲 너머로 반쯤 드러난 초제44)
記得西河老輩隣     서하의 이웃 노인들을 기억하시겠지
삼가 초남 사문 박유행의 시를 차운하여(謹次楚南斯文朴【維行】)
騎牛子到雲門寺     소를 타신 분 운문의 절집에 도착하여
花下停笻病客尋     꽃 아래 정자 지팡이로 병든 나그네를 찾네
强戴山巾延討舊     억지로 산건 쓰고 늘어지게 옛일을 토론하다
㪅前竹簟蹔論今     다시 대자리 앞에서 잠시 지금의 일을 논한다
淸風助我詩添興     맑은 바람은 나를 도와 시에 흥취를 더하는데
明月憐誰老感心     밝은 달님 누굴 가여워하나 늙음이 마음을 흔드네
秉燭寒牀消惱熱     촛불을 켜고 서늘한 침상에서 번뇌의 열기 식히자
佛燈三點夜深深     불단에 깜빡이는 세 점의 등불 밤은 깊고 깊어라
원제原題
伽智東臨滄海上     가지산 동쪽에서 창창한 바다 굽어보고는
此峯高處㪅無尋     이 봉우리 높은 곳을 다시 찾지 못했지요
星霜一別曾南北     지난해 남쪽 북쪽으로 한번 이별했다가
天地重來已古今     그 천지에 다시 오니 이미 옛날과 지금
石腹收藏眞佛骨     석불 배 속에 감춘 것은 부처님의 진신사리
水聲流去老禪心     흘러가는 물소리는 늙으신 선사의 마음
自家面目知何在     자신의 면목 어디에 있나 알고 계신가요
下馬彷徨秋草深     말에서 내려 방황하자니 가을 풀이 깊어라
삼가 해려【이학규의 자호】께서 보내온 ≺남호≻의 운을 따라(謹次海廬【李學逵自號】所送南湖韵)
[1]
巨艦如毛也自風     거대한 함선 깃털 같은 건 저 바람 덕분
布帆一向接晴空     베로 짠 돛 한결같이 맑은 허공에 닿는구나
湖心蕩漾魚龍見     호수의 중심 출렁이자 물고기와 용이 나타나고
雲影叅差海島通     구름의 그림자 들쭉날쭉 먼 바다 섬으로 통하네
淸濁昭昭菱鏡裏     맑고 탁함이 분명하구나, 능경 속에서
歡憂冉冉棹歌中     기쁨과 근심이 뭉클뭉클, 사공의 뱃노래 속에서
平郊日下收漁事     너른 들판에 해 떨어지자 고기잡이를 거두고
舟入汀蘭十里叢     10리에 난초 우거진 물가로 배가 들어온다

[2]
金陵彼此有時看     금릉 땅 이곳저곳을 때때로 구경하지만
懷抱秋天落日寒     그 회포가 가을이면 지는 해에 싸늘해라
白髮江湖魂夢舊     백발이 된 강호에 꿈속의 혼만 여전하고
綠萍身世酒杯寛     초록빛 부평초 신세에 술잔만 넓어졌네
萬家春色皆如是     그래, 누구에게나 봄날은 다 그렇지
一點花心自欲團     한 점의 꽃봉오리가 절로 뭉실뭉실
窮達由來前定事     곤궁과 영달은 이미 정해져 있던 일
鵩邊虛付半生懽     반평생의 기쁨을 올빼미에게 맡긴다
원제原題

[1]
張帆恰恰受和風     펼쳐진 돛 넉넉하게 온화한 바람을 받자
日色波光漫碧空     햇빛과 파도의 광채가 푸른 허공에 넘치네
遣弄漁舟爭滅沒     멋대로 노니는 고깃배들 앞다퉈 사라지고
捲開雲幔望遐通     구름 휘장이 활짝 걷혀 눈앞이 탁 트인다

010_0770_a_01L落花殘曉啼黃鳥古木蒼陰嘯鬼神

010_0770_a_02L浩刼風寒人不舊若邪 [16] 溪淺石添新

010_0770_a_03L招提半出東林外記得西河老輩隣

010_0770_a_04L謹次楚南斯文朴維行

010_0770_a_05L
騎牛子到雲門寺花下停笻病客尋

010_0770_a_06L强戴山巾延討舊㪅前竹簟蹔論今

010_0770_a_07L淸風助我詩添興明月憐誰老感心

010_0770_a_08L秉燭寒牀消惱熱佛燈三點夜深深

010_0770_a_09L原題

010_0770_a_10L
伽智東臨滄海上此峯高處㪅無尋

010_0770_a_11L星霜一別曾南北天地重來已古今

010_0770_a_12L石腹收藏眞佛骨水聲流去老禪心

010_0770_a_13L自家面目知何在下馬彷徨秋草深

010_0770_a_14L謹次海廬李學逵
自號
所送南湖韵

010_0770_a_15L
巨艦如毛也自風布帆一向接晴空

010_0770_a_16L湖心蕩▼(艹/漾)魚龍見雲影叅差海島通

010_0770_a_17L淸濁昭昭菱鏡裏歡憂冉冉棹歌中

010_0770_a_18L平効日下收漁事舟入汀蘭十里叢(一)

010_0770_a_19L金陵彼此有時看懷抱秋天落日寒

010_0770_a_20L白髮江湖魂夢舊綠萍身世酒杯寛

010_0770_a_21L萬家春色皆如是一點花心自欲團

010_0770_a_22L窮達由來前定事鵩邊虛付半生懽(二)

010_0770_a_23L原題

010_0770_a_24L
張帆恰恰受和風日色波光漫碧空

010_0770_a_25L遣弄漁舟爭滅沒捲開雲幔望遐通

010_0770_b_01L群山縹緲疑無外     아득한 저 산들 너머엔 아무것도 없겠지
極浦冲瀜宛在中     깊고 넓은 한가운데 그 포구 여전해라
記得去年蘆岸立     작년 저 갈대 언덕에 서 있던 일 기억나네
浪花深處綠叢叢     부서지는 물결 깊은 곳에 초록빛이 총총했지

[2]
勝地何妨百度看     명승지 구경이야 백 번인들 사양할까
重來非復暮天寒     다시 오니 예전처럼 쌀쌀한 저녁은 아니네
臺因近海風常惡     바다 가까운 누대라 바람이 항상 사납고
湖爲無山水㪅寛     산이 없는 호수라서 물이 더욱 드넓구나
力困滄波雙鴨小     고단한 창파에는 두 마리 오리 자그마하고
氣蒸春岸遠花團     아지랑이 봄 언덕에 멀리서 온 꽃들 모였네
烹蓴鱠鯽渾餘事     순채를 삶건 붕어회를 뜨건 몽땅 관심 밖의 일
且罄壺觴盡日懽     또다시 술잔이나 비우고 온종일 기뻐하노라
월선정45)月先亭
小亭近水月來先     작은 정자가 강에 가까워 달이 먼저 오니
萬象虗心似翠烟     만상에 허허로운 마음 푸른 안개 같아라
移席逡巡無下土     자리를 옮겨 서성이려 해도 디딜 땅이 없고
擡頭只尺半靑天     머리를 들면 지척에 푸른 하늘의 허리가
柳梳風陌藍凝綠     버들이 바람의 두렁길 빗질해 쪽에 초록빛 엉기고
花擘春漪膩細妍     꽃잎이 갈라 논 봄 물결은 반들반들 곱고 어여뻐라
中有淸談黃老士     그 가운데 청담을 즐기는 황로46)의 선비 있으니
身如枯木骨如仙     몸은 메마른 나무와 같고 골격은 신선과 같구나
관수루觀水樓
環樓琪樹翠交柯     누각을 에워싼 옥 나무의 비췻빛 가지들
俯瞰官河湧碧波     큰 강에 용솟음치는 푸른 파도를 굽어본다
萬里虛襟蒼狗立     만 리에 헛헛한 마음으로 늙은 개47)가 서 있고
孤▼(巾+乏)去處夕陽多       외로운 돛단배 가는 곳에는 석양빛도 많아라
灝光慘淡紅匳劈     청명한 빛 참담해져 붉은 노을 깨트리고
霜翮差池白鷺過     하얀 깃털 이리저리로 백로가 지나가네
蚤向巖阿湖海晩     서둘러 산기슭 향하자 호수와 바다 저무니
爾魚鳥矣若人何     너희 물고기 새들아 이 사람을 어이할거나
김 처사의 숲속 거처에 제하다(題金處士林居)
玄圃風烟有仲長     현포48)의 바람과 안개에 중장49)이 있어
山家制度適暄凉     산속 집의 제도가 추위와 더위에 알맞네
膏腴閑土禾麻蔽     기름진 묵정밭엔 벼와 삼이 우거지고
只尺荒園艸麝香     지척의 거친 동산엔 풀과 사향의 향기
白酒三杯心太古     막걸리 석 잔 걸치고 나면 태고의 마음
玄琴一度韵羲皇     거문고 한 곡조 연주하자 복희씨의 노래
醉鄕幽事無知者     취객의 마을 그윽한 재미를 알아주는 이 없어
曾瑟顔瓢獨感傷     증자의 거문고 안자의 표주박으로 홀로 아파하노라
이성50) 객관의 운을 따라(次利城客舘韵)
바다(海)

古島杳然極翠來     옛 섬 아득한 곳에서 짙푸른 빛 다가와
如浮如沒侍中臺     떠오르듯 가라앉듯 출렁이는 시중대51)
平生鷺鳥形骸共     평생 백로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다가
今日烟湖眼睫開     오늘 안개 낀 호수에 눈이 번쩍 뜨였네

010_0770_b_01L群山縹緲疑無外極浦冲瀜宛在中

010_0770_b_02L記得去年蓭岸立浪花深處綠叢叢

010_0770_b_03L勝地何妨百度看重來非復暮天寒

010_0770_b_04L臺因近海風常惡湖爲無山水㪅寛

010_0770_b_05L力困滄波雙鴨小氣蒸春岸遠花團

010_0770_b_06L烹蓴鱠鯽渾餘事且罄壺觴盡日懽

010_0770_b_07L月先亭

010_0770_b_08L
小亭近水月來先萬象虗心似翠烟

010_0770_b_09L移席逡巡無下土擡頭只尺半靑天

010_0770_b_10L柳梳風陌藍凝綠花擘春漪膩細妍

010_0770_b_11L中有淸談黃老士身如枯木骨如仙

010_0770_b_12L觀水樓

010_0770_b_13L
環樓琪樹翠交柯俯瞰官河湧碧波

010_0770_b_14L萬里虛襟蒼狗立孤▼(巾+乏)去處夕陽多

010_0770_b_15L灝光慘淡紅匳劈霜翮差池白鷺過

010_0770_b_16L蚤向巖阿湖海晩爾魚鳥矣若人何

010_0770_b_17L題金處士林居

010_0770_b_18L
玄圃風烟有仲長山家制度適暄凉

010_0770_b_19L膏腴閑土禾麻蔽只尺荒園艸麝香

010_0770_b_20L白酒三杯心太古玄琴一度韵羲皇

010_0770_b_21L醉鄕幽事無知者曾瑟顔瓢獨感傷

010_0770_b_22L次利城客舘韵

010_0770_b_23L
古島杳然極翠來如浮如沒侍中臺

010_0770_b_24L平生鷺鳥形骸共今日烟湖眼睫開

010_0770_c_01L山出削嶔能疊雪     깎아지르게 산이 솟아 눈 쌓이기 충분이고
風生歕薄忽犇䨓     가볍게 바람만 불어도 홀연히 몰아치는 천둥
凭欄遊矚無延袤     난간에 기대 둘러보니 좌우도 위아래도 없어
地軸天根一眴廻     지축과 천근이 한순간에 빙글빙글 도는구나

소나무(松)

扶疎影入半天蒼     무성한 그림자 스며들어 하늘 중턱이 푸르고
水勢山威壯且長     물의 기세 산의 위엄이 웅장하고 또 장대해라
繁葉燾來隣橘樹     우거진 잎이 근처의 귤나무를 뒤덮어 오고
亂柯鳴去戰風霜     어지러운 가지 서릿바람에 전율하며 울고 가니
蛟螭顚倒江潭伏     교룡은 거꾸러져 강과 못에 엎드리고
兕虎啫訇草藪藏     무소 호랑이 소리치며 풀숲에 숨는구나
巨榦皴皮非▼(止+屋)▼(止+足)       거대한 줄기 주름진 껍질이 비루하지 않아
阿房今日願浮樑     아방궁에서 오늘 대들보가 되길 바란다네
삼가 백련서사 생원 최남복의 운을 따라(謹次白蓮書社生員崔【南復】韵)
東隅未啓永河傾     동쪽 하늘 열리기 전에 은하수가 기울고
讀易山窓夜氣明     역서를 읽는 산창에는 밤기운이 환하네
尋數燭微精有變     숫자를 찾아 미묘함 밝히니 정기에 변화가 생기고
誠心格物學要淸     성심으로 사물의 이치 밝히니 학문이란 맑음을 요하지
璿璣常道推來徃     선기52)는 항상 그 길로만 왔다 갔다 옮겨 가고
太極無形任重輕     태극은 형체 없어도 무거워지고 또 가벼워지네
靜處求身査滓絕     고요한 곳에서 자신을 찾아 마음의 찌꺼기 사라졌건만
耳邊猶入弄丸聲     귓가에 여전히 들어오는 구슬 희롱하는 소리53)
원제原題
睡起虛堂月欲傾     자다 일어난 텅 빈 방에는 달이 기울려 하고
庭花千朵戴霜明     뜰에 핀 천 송이 꽃들 서리를 이고도 환하네
未分太極心機靜     분화하기 전의 태극이라 마음자리 고요하고
不鑿眞源道氣淸     참된 근원 천착하지 않으니 도의 기운이 맑구나
天地收藏皆造化     하늘과 땅이 거두고 보관한 것들 모두 조화인데
吾人動息豈躁輕     나란 사람 움직임과 호흡을 어찌 가볍게 서두르랴
焚香盥手看羲易     향 사르고 손을 씻고 복희씨의 역을 읽노라니
雞報寒簷昨日聲     서늘한 처마에서 닭이 알리는 어제 그 소리
삼가 신야 사문 최림께 올립니다(謹呈莘野斯文崔【琳】)
深夜閒翻柱下書     깊은 밤 기둥 아래 책을 한가하게 뒤적이는
古人寒膽齒牙踈     옛사람의 서늘한 간담에 이빨이 성그신 분
有莘昔日要亨割     유신에서 지난날 요리사가 되길 바랐고54)
燕市當年見狗屠     연나라 시장에서 그해 개백정을 만났지55)
被褐何多王猛蝨     걸친 옷엔 왕맹56)의 이가 어찌나 많은지
渭川不盡呂望魚     위천에는 바닥나지 않는 여망57)의 물고기
伽山蘭若烟霞冷     가산의 아란야에는 안개와 노을만 차가워
淸夢三分去艸廬     맑은 꿈 세 토막 초가집으로 달려갑니다
최림의 차운(次韵)
十年心緖見三書     10년의 심사를 세 통의 편지에서 보니
不覺眞容日漸踈     참된 분 나날이 멀어지신 걸 몰랐구려

010_0770_c_01L山出削嶔能疊雪風生歕薄忽犇䨓

010_0770_c_02L凭欄遊矚無延袤地軸天根一眴廻

010_0770_c_03L
右海

010_0770_c_04L
扶疎影入半天蒼水勢山威壯且長

010_0770_c_05L繁葉燾來隣橘樹亂柯鳴去戰風霜

010_0770_c_06L蛟螭顚倒江潭伏兕虎啫訇草藪藏

010_0770_c_07L巨榦皴皮非▼(止+屋)▼(止+足)阿房今日願浮樑

010_0770_c_08L
右松

010_0770_c_09L謹次白蓮書社生員崔南復

010_0770_c_10L
東隅未啓永河傾讀易山窓夜氣明

010_0770_c_11L尋數燭微精有變誠心格物學要淸

010_0770_c_12L璿璣常道推來徃太極無形任重輕

010_0770_c_13L靜處求身査滓絕耳邊猶入弄丸聲

010_0770_c_14L原題

010_0770_c_15L
睡起虛堂月欲傾庭花千朵戴霜明

010_0770_c_16L未分太極心機靜不鑿眞源道氣淸

010_0770_c_17L天地收藏皆造化吾人動息豈躁輕

010_0770_c_18L焚香盥手看羲易雞報寒簷笮日聲

010_0770_c_19L謹呈莘野斯文崔

010_0770_c_20L
深夜閒翻柱下書古人寒膽齒牙踈

010_0770_c_21L有莘昔日要亨 [17] 燕市當年見狗屠

010_0770_c_22L被褐何多王猛蝨渭川不盡呂望魚

010_0770_c_23L伽山蘭若烟霞冷淸夢三分去艸廬

010_0770_c_24L次韵

010_0770_c_25L
十年心緖見三書不覺眞容日漸踈

010_0771_a_01L世事如今淪苦海     세상사 지금처럼 고해에 빠졌기에
英才從古隱浮屠     영재들 옛날부터 불가에 은둔했지요
龍岡不猒看梅鶴     용강의 매화와 학 구경도 싫지 않은데
鷲嶺何妨伴木魚     취령의 목어와 어울림을 어찌 꺼리겠소
一點靈襟君識否     한 점의 신령한 마음을 그대는 아시는가
葛巾終夕面匡廬     갈건 쓰고 저녁 내내 광려를 마주하리라58)
영남루59)嶺南樓
吳山楚水一分天     오나라 산과 초나라 강도 하늘의 한 부분
峻宇飛甍縹緲前     높은 집 나는 용마루가 아득한 듯 바로 앞에
隱映人來春樹裏     숨어 살고 빛나는 사람들 봄 숲속으로 오고
閒忙鷺立夕陽邊     한가하고 바쁜 백로들 석양 가에 서는구나
太湖十里多漁火     10리에 펼친 큰 호수엔 고기잡이 불빛 많고
古壘千年靖戍烟     천년을 보낸 옛 성채엔 국경의 연기 고요해
刺史厭機公退暇     술수에 싫증난 자사께서 공무 마친 여가에
貯藏歌舞落花筵     춤과 노래와 떨어진 꽃잎을 쌓아 두신 자리
능파각60)凌波閣
一室披香臥聽流     향기로운 방에 누워 강물 소리에 귀 기울이니
江篁自老露精浮     강의 피리 시들시들 이슬의 정기 피어오르네
花殘洛浦凌波襪     꽃잎 시든 낙포에는 파도를 밟는 버선61)
霧罷巫山暮雨遵     안개 걷힌 무산에 저녁 비가 다가온다
人影有無明月夜     사람 그림자 어디에도 없고 달만 밝은 밤
鳥音斷續綠烟洲     새소리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푸른 안개의 섬
晩春懷抱南湖寫     늦봄의 가슴속 답답함일랑 남호에 쏟읍시다
已遣吾儕不遇愁     이미 떨쳐 버린 우리네 다시는 근심하지 맙시다
조양각62)朝陽閣
騁懷覺爽頴陽樓     마음이 풀어져 상쾌해지는 영천 북쪽의 누각
浩浩滄浪抱閣流     호호탕탕 푸른 물결이 누각을 누르며 흐르네
海達雞林天遣雨     바다로 통하는 계림의 하늘에서 비를 보내고
雲深公嶽木生秋     구름 깊은 팔공산 나무에 가을이 시작되는구나
凉蟬鳴歇臣脩禱     처량한 매미 울음을 쉬고 신하로서 기도 올리고
宿鷺翔挑宋玉愁     잠자던 백로 송옥의 시름63)으로 불쑥 날아오르네
古今氣槩同如此     고금의 현인들 기상과 절개가 모두 이와 같았건만
獨坐危欄恨白頭     가파른 난간에 홀로 앉아 흰머리만 한하노라
『인악유고』64)를 열람하다가 오월당에게 보낸 편지의 운65)을 얻게 되었다【공경히 서권의 말미에 차운하였다.】(閱仁岳遺稿。 得與梧月堂書韵。【敬次書卷尾。】)
當年岳老寺龍淵     그해 인악 노사께서 용연사에 머무시자
梧月堂書亟拜延     오월당이 편지를 보내 삼가 인사 올렸네
惠遠風流今徃跡     혜원의 풍류 지금은 자취가 사라졌지만
退之衣服古來傳     퇴지의 의복66)은 옛날부터 전해졌구나
文章天下同歸土     문장도 천하도 함께 땅으로 돌아가지요
火食人間麽有仙     화식하는 인간계에 어찌 신선이 있으랴
披券忽然驚病客     병든 나그네 책을 읽다 화들짝 놀라는데
所吟花鳥愛窓前     읊으셨던 꽃과 새가 창 앞에 어여쁘군요

010_0771_a_01L世事如今淪苦海英才從古隱浮屠

010_0771_a_02L龍岡不猒看梅鶴鷲嶺何妨伴木魚

010_0771_a_03L一點靈襟君識否葛巾終夕面匡廬

010_0771_a_04L嶺南樓

010_0771_a_05L
吳山楚水一分天峻宇飛甍縹緲前

010_0771_a_06L隱映人來春樹裏閒忙鷺立夕陽邊

010_0771_a_07L太湖十里多漁火古壘千年靖戍烟

010_0771_a_08L刺史厭機公退暇貯藏歌舞落花筵

010_0771_a_09L凌波閣

010_0771_a_10L
一室披香臥聽流江篁自老露精浮

010_0771_a_11L花殘洛浦凌波襪霧罷巫山暮雨遵

010_0771_a_12L人影有無明月夜鳥音斷續綠烟洲

010_0771_a_13L晩春懷抱南湖寫已遣吾儕不遇愁

010_0771_a_14L朝陽閣

010_0771_a_15L
騁懷覺爽頴陽樓浩浩滄浪抑閣流

010_0771_a_16L海達雞林天遣雨雲深公嶽木生秋

010_0771_a_17L凉蟬鳴歇臣脩禱宿鷺翔挑宋玉愁

010_0771_a_18L古今氣槩同如此獨坐危欄恨白頭

010_0771_a_19L閱仁岳遺稿得與梧月堂書韵
010_0771_a_20L次書卷尾

010_0771_a_21L
當年岳老寺龍淵梧月堂書亟拜延

010_0771_a_22L惠遠風流今徃跡退之衣服古來傳

010_0771_a_23L文章天下同歸土火食人間麽有仙

010_0771_a_24L披券忽然驚病客所吟花鳥愛窓前

010_0771_b_01L
고운사67) 운수암(孤雲寺雲水菴)
孤雲事業孤雲如     고운사의 사업이 외로운 구름과 같았는데
大士今朝作淨居     대사68)께서 오늘 아침 청정한 거처 만드셨네
汗漫烟花三界夢     맘껏 즐긴 안개 속 꽃도 삼계의 꿈이요
招搖溪月一床書     초요69)도 개울 속 달님도 한 책상의 글
房芝軟綠金屏暖     방의 지초는 연두색, 금병풍이 따듯하고
貝葉淸陰古壁餘     패엽의 맑은 그늘이 옛 벽에 남아 있네
倘是游人有前債     혹시나 나그네에게 전생 빚이 있었던 걸까
春桑再宿果非虛     봄날 뽕밭에 다시 묵으니 과연 헛말 아니구나
보경사70)寶鏡寺
水出靈源洞裏深     신령한 근원에서 솟은 물이 골 안에 깊어
老龍有宅鶴巢林     늙은 용이 집을 짓고 학이 둥지를 튼 숲
峻峯立北天無後     우뚝한 봉우리 북쪽에 서니 그 뒤엔 하늘이 없는 듯
積雨彌東海洩襟     쌓인 빗물 동쪽에 그득하니 바다가 옷깃을 푸는구나
望際分明人鍊道     바라보면 끝이 분명해 사람들 도를 단련하고
風便寂莫夜舂砧     내 님 소식 적막하니 한밤에 다듬이질 소리
滿庭皓月寒鍾信     뜰 가득 환한 달빛에 차가운 종소리 들리자
多少秋虫露草吟     갖가지 가을벌레 이슬 맺힌 풀잎에서 우노라
팔공산 운부암에 회은재가 있는데, 영파 장로71)께서 새로 지은 정사이다. 서울의 사대부들께서 현판에 운을 많이 남기셨기에 이에 차운한다(八公山。 雲浮庵。 有晦隱齋。 影波長老之新構精舍也。 京華士大夫多遺板韻。 仍次。)
波翁晩得此山佳     영파 노인 만년에 이 산의 아름다움을 얻고
然後有名晦隱齋     그런 다음에 회은재가 유명해졌네
上界銀塘初夏雨     상계의 은빛 연못에는 초여름 비
今宵明月古人懷     오늘 밤 밝은 달은 고인의 마음
一窓貝卷心無妄     창 하나에 패엽경 있어 마음에 망령됨 없고
萬歲招提法不差     만세의 초제사로서 법에 어긋나지도 않지
粉字崢嶸周四壁     쟁쟁한 분들의 현판이 사방 벽에 가득한
廟堂川澤道場偕     천택의 묘당이자 도량을 겸하는 곳
촉석루72)矗石樓
臺松岸竹抱江流     누대의 솔 언덕의 대가 강을 안고 흐르고
白鷺無心去夕洲     백로는 무심하게 저녁 모래섬으로 떠나가네
天下人同歌壯士     천하 사람들 한목소리로 장사73)를 노래하니
嶺南誰不感斯樓     영남의 어느 누가 이 누각에 감격하지 않으랴
箭刀仰膽甞孤墳     칼과 활로 충정을 우러르며 외로운 무덤 살피고
斗酒招魂解斛愁     한 말의 술로 혼을 불러 한 섬의 근심을 푸노라
矗石昇平烽火靜     촉석루에 태평세월이 오고 봉화도 조용하니
虎賁公暇飽淸遊     호분74)들 공무 여가에 맘껏 맑게 노닐리라
청암75) 명진당靑巖明眞堂
晦翁遺躅藹千春     회암 노인76) 남기신 자취 천년에 무성하여
苗裔相承毖護眞     후예들 계승하며 삼가 그 진영을 보호하네

010_0771_b_01L孤雲寺雲水菴

010_0771_b_02L
孤雲事業孤雲如大士今朝作淨居

010_0771_b_03L汗漫烟花三界夢招搖溪月一床書

010_0771_b_04L房芝軟綠金屏暖貝葉淸陰古壁餘

010_0771_b_05L倘是游人有前債春桑再宿果非虛

010_0771_b_06L寶鏡寺

010_0771_b_07L
水出靈源洞裏深老龍有宅鶴巢林

010_0771_b_08L峻峯立北天無後積雨彌東海洩襟

010_0771_b_09L望際分明人鍊道風便寂莫夜舂砧

010_0771_b_10L滿庭皓月寒鍾信多少秋虫露草吟

010_0771_b_11L八公山雲浮庵有晦隱齋影波長
010_0771_b_12L老之新構精舍也京華士大夫多
010_0771_b_13L遺板韻仍次

010_0771_b_14L
波翁晩得此山佳然後有名晦隱齋

010_0771_b_15L上界銀塘初夏雨今宵明月古人懷

010_0771_b_16L一窓貝卷心無妄萬歲招提法不差

010_0771_b_17L粉字崢嶸周四壁廟堂川澤道場偕

010_0771_b_18L矗石樓

010_0771_b_19L
臺松岸竹抱江流白鷺無心去夕洲

010_0771_b_20L天下人同歌壯士嶺南誰不感斯樓

010_0771_b_21L箭刀仰膽甞孤墳斗酒招魂解斛愁

010_0771_b_22L矗石昇平烽火靜虎賁公暇飽淸遊

010_0771_b_23L靑巖明眞堂

010_0771_b_24L
晦翁遺躅藹千春苗裔相承毖護眞

010_0771_c_01L一丈孤碑銘白業     한 길의 외로운 비석엔 청정한 업을 새기고
兩楹祠宇配金神     두 기둥 세운 사당에서 금신을 배향하도다
鶯花時節佳烟景     꽃피고 새 우는 시절에 아름다운 안개의 풍경
鍾皷樓臺瑞日氤     종 치고 북 치는 누대에는 상서로운 해의 기운
七十風埃頻夢想     70년 풍진 세월에 자주 꿈에서 그리워하다
洗塵巖畔洗塵新     바위 가 먼지를 씻으니 씻을수록 새롭구나
홍제당77)弘濟堂
弘濟老人百世師     홍제당 노인 사명 대사는 백세의 스승이시라
運籌無忝子房帷     계책의 운용이 자방의 장막에 욕되지 않았지78)
壬辰年出時何早     어찌 그리 서둘러서 험한 임진년 시절에 나셨을까
猉獜閣圖功不遲     늦지 않게 공로를 세워 초상을 기린각79)에 거셨네
主和島上舌三寸     세 치의 혓바닥으로 섬나라에서 화친을 주도하고
退臥嶠南笻一枝     지팡이 한 자루로 영남으로 물러나 누우셨으니
萬品沾濡春雨澤     만물을 고루 촉촉이 적시는 봄비의 은택이라
孤忠炳義後天期     오롯한 충정 빛나는 의기 후천에서 만나 뵈리
『징월유고』를 열람하다가 “주장자 끝엔 만물로 드러난 태평성대의 나날, 풀무 바닥엔 끝이 없는 조화옹의 봄날”80)이라 하신 말씀이 있었다. 이 구절 가운데 현묘한 뜻이 있어 이에 화운을 덧붙였다(閱澄月遺稿。 有云錫端有衆昇平日。 橐底無窮造化春。 此句中有玄解。 仍拚和。)
婆娑月檜擺黃塵     너울거리는 달빛 전나무가 누런 먼지를 털면
畫佛金綃面目新     황금 비단에 그려진 부처님 면목이 새롭나니
黍播雲中三品土     기장은 구름 속 세 종류 땅에다 뿌려야 하고
學求言外一層人     배우려면 언어를 한층 벗어난 사람 찾아야지
我嫌白髮治丹藥     내 백발이 되는 게 싫어 단약을 달였었는데
老却今秊迫翌春     늙어 버린 올해에는 내년 봄이 어서 왔으면
對越空王仍假寐     하늘의 공왕 우러르며 설핏설핏 잠이 들다
低扛淸拂向心神     일어나 졸음을 털고 참된 마음으로 향한다
백운산白雲山
茅庵寄在白雲間     흰 구름 사이에 붙어 있는 초가 암자
平挹東湖幾曲灣     평평히 뜬 동쪽 호수는 몇 구비던가
烟鷺尋常歸夕浦     안개와 백로 늘 그렇듯 저녁 포구로 돌아오고
雜花多少媚春山     온갖 꽃들 여기저기 봄 산에 어여뻐라
蘆灘七里漁竿徧     7리에 뻗은 갈대 여울엔 낚싯대 빼곡한데
竹逕三區杖屨閑     세 구역 대밭 오솔길은 찾는 사람 드물어라
獨抱瑤徽橫月色     홀로 거문고81)를 안고 달빛에 누웠더니
天門寥廓立庭闌     텅 빈 하늘의 문이 마당 문턱에 서 있네
양산군 저자에서 밤에 공부의 운을 잡고(梁山郡邸。 夜拈工部韻。)
旅舘寒燈沽酒淸     여관의 차가운 등불에 대접하는 술이 맑고
又同踈雨臥江聲     또 함께 성근 비에 강 소리 들으며 누웠네
微波魚躍三㪅近     잔잔한 파도에 고기가 뛰니 삼경이 가깝고
脩竹天凉六月生     뻗은 장대에 하늘 서늘해 유월이 시작된다
曉角忽俱眠鷺起     효각82)에 잠자던 백로와 함께 홀연히 일어나
客心轉與渚雲晴     나그네 마음이 강가 구름과 함께 차츰 개네

010_0771_c_01L一丈孤碑銘白業兩楹祠宇配金神

010_0771_c_02L鶯花時節佳烟景鍾皷樓臺瑞日氤

010_0771_c_03L七十風埃頻夢想洗塵巖畔洗塵新

010_0771_c_04L弘濟堂

010_0771_c_05L
弘濟老人百世師運籌無忝子房帷

010_0771_c_06L壬辰年出時何早猉獜閣圖功不遲

010_0771_c_07L主和島上舌三寸退臥嶠南笻一枝

010_0771_c_08L萬品沾濡春雨澤孤忠炳義後天期

010_0771_c_09L閱澄月遺稿有云錫端有衆昇平
010_0771_c_10L橐底無窮造化春此句中有玄
010_0771_c_11L仍拚和

010_0771_c_12L
婆娑月檜擺黃塵畫佛金綃面目新

010_0771_c_13L黎播雲中三品土學求言外一層人

010_0771_c_14L我嫌白髮治丹藥老却今秊迫翌春

010_0771_c_15L對越空王仍假寐低扛淸拂向心神

010_0771_c_16L白雲山

010_0771_c_17L
茅庵寄在白雲間平挹東湖幾曲灣

010_0771_c_18L烟鷺尋常歸夕浦雜花多少媚春山

010_0771_c_19L蘆灘七里漁竿徧竹逕三區杖屨閑

010_0771_c_20L獨抱瑤徽橫月色天門寥廓立庭闌

010_0771_c_21L梁山郡邸夜拈工部韻

010_0771_c_22L
旅舘寒燈沽酒淸又同踈雨臥江聲

010_0771_c_23L微波魚躍三㪅近脩竹天凉六月生

010_0771_c_24L曉角忽俱眠鷺起客心轉與渚雲晴

010_0772_a_01L官招以動禪餘事     관리의 초대로 움직이는 것은 참선 여가의 일
自愧澹臺不用名     담대83)에게 부끄러워 이름을 쓰지 못하겠네
작은 암자(小庵)
自恠三千大千界     삼천대천세계에 스스로 부끄러워
藐然中處卜居幽     아득한 곳 한복판에 거처를 정했더니
靑山有約當牕立     청산은 약속한 듯 창 앞에 서 있고
綠水無心出壑流     녹수는 무심하게 골짜기를 나선다
四面烟霞支遁室     사방이 안개와 노을인 지둔84)의 방
半間花木庾公樓     반 칸은 꽃과 나무인 유공의 누각85)
誠非猒濁逃塵世     정말 혼탁한 세상이 싫어 도망칠 게 아니면
莫若無才臥石頭     아무런 재주가 없어 바위에 눕는 것만 못하지
삼락당三樂堂
瓶錫何來學士筵     정병과 석장86)이 학사들의 자리에 왜 왔을까
曲肱假寐夢仙緣     팔베개하고 선잠 들어 신선 인연 꿈꾸자니
庭前細草傾秋露     뜰 앞의 보드라운 풀이 가을 이슬에 기울고
天外高岑帶夕烟     하늘 밖 높은 봉우리가 저녁 안개를 두른다
三尺素琴明月裏     3척의 소박한 거문고가 밝은 달빛 속에
一江流水白鷗邊     한 줄기 흐르는 강물은 하얀 갈매기 곁에
晨燈以結叅玄契     모임에 동참하기로 새벽 등불에 약속했으니
走馬賁臨石室禪     말을 달려 석실 선방으로 쏜살같이 오시겠지
옛 기록의 ≺자과≻라는 시의 운을 잡아(拈古錄自過)
多秊妄計費蒸沙     여러 해 망상 떨며 모래를 찌느라 허비하다
萬事無成髩髮華     만사에 이룬 것 없이 귀밑머리만 희끗희끗
曠野亡容一錐土     드넓은 들판에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는데
靑山有直百金家     백금의 가치가 있는 집이 푸른 산에 있었네
飢渴寒松兼冷水     배고프면 차가운 솔잎 목마르면 시원한 물
奚奴名鳥又仙花     어찌 이름난 새와 신선의 꽃 노예가 되랴
不持本色緣何累     본색조차 지키지 않는데 무슨 허물에 얽히랴
故犯平生五戒科     일부러 한평생을 다섯 가지 계율 범했다네
연등사 작은 모임에서 도주의 여러 대아87)들께 화운하다(和道州諸大雅燃燈社小集韻)
行徧殊方撤鉢來     여러 지방을 행각하다가 발우 걷고 돌아와
偶今詞調錦綉開     요즘의 곡조를 만나니 비단에 수를 놓은 듯
雪山藥艸多滋味     설산의 약초에는 기름진 맛이 넘쳐 나고
石室孤花愛小梅     석실의 외로운 꽃에 작은 매화 어여뻐라
逸興湖山如有約     멋진 흥취의 호수와 산이 약속이라도 한 듯
餘閒天地又同盃     여유롭고 한가한 천지라 또 함께 잔을 드네
燃燈小集今多倖     연등사의 작은 모임이 지금이라 다행이구나
不復平生嘯八哀     평생에 다시는 팔애88)를 부르지 못하겠지
또又
面面伽山春去後     가산의 이런저런 모습 봄날이 가 버린 후라
千紅萬紫夕陽斜     붉은빛 자줏빛 흐드러지고 석양마저 기우는데
行裝匹馬▼(雨/于)風士       필마의 행장으로 무우의 바람을 쐬러 온 선비89)
呼噏三章問月歌     세 편의 시를 읊조리며 달님의 노래를 묻는다

010_0772_a_01L官招以動禪餘事自愧澹臺不用名

010_0772_a_02L小庵

010_0772_a_03L
自恠三千大千界藐然中處卜居幽

010_0772_a_04L靑山有約當牕立綠水無心出壑流

010_0772_a_05L四面烟霞支遁室半間花木庾公樓

010_0772_a_06L誠非猒濁逃塵世莫若無才臥石頭

010_0772_a_07L三樂堂

010_0772_a_08L
瓶錫何來學士筵曲肱假寐夢仙緣

010_0772_a_09L庭前細草傾秋露天外高岑帶夕烟

010_0772_a_10L三尺素琴明月裏一江流水白鷗邊

010_0772_a_11L晨燈以結叅玄契走馬賁臨石室禪

010_0772_a_12L拈古錄自過

010_0772_a_13L
多秊妄計費蒸沙萬事無成髩髮華

010_0772_a_14L曠野亡容一錐土靑山有直百金家

010_0772_a_15L飢渴寒松兼冷水奚奴名鳥又仙花

010_0772_a_16L不持本色緣何累故犯平生五戒科

010_0772_a_17L和道州諸大雅燃燈社小集韻

010_0772_a_18L
行徧殊方徹鉢來偶今詞調錦綉開

010_0772_a_19L雪山藥艸多滋味石室孤花愛小梅

010_0772_a_20L逸興湖山如有約餘閒天地又同盃

010_0772_a_21L燃燈小集今多倖不復平生嘯八哀

010_0772_a_22L

010_0772_a_23L
面面伽山春去後千紅萬紫夕陽斜

010_0772_a_24L行裝匹馬𩁹風士呼噏三章問月歌

010_0772_b_01L僧閉中心眠白晝     속마음을 닫은 승려는 대낮부터 잠을 자고
鳥分太古語靑柯     푸른 가지에서 새가 태고의 마음 일러 주네
這邊得句皆圓活     거기서 얻은 시구 모두 원만하고 활발한데
日暮鐘聲透碧霞     저물녘 종소리가 푸른 노을을 꿰뚫는다
또又
簡編日暮前程遠     책 읽다 보니 해는 저물고 가야 할 길 아득한데
鵜鴂先鳴白雁侵     두견새 먼저 울고90) 흰기러기 날아왔네91)
秘演平生期晦跡     비연92)은 평생 자취를 숨기려고 결심했는데
曼卿何事托孤心     만경93)이 무슨 일로 외로운 마음을 내보일까
若干杞榟踰連抱     아름드리가 넘는 훌륭한 목재 그것도 여러 개를
八九公輸棄邃林     여덟아홉 명이서 들고 와 깊은 숲에다 버리네
窮達吾人非所擅     곤궁과 영달은 이 사람도 어쩌지 못하는 것
忽然册上悔尤深     홀연히 글을 읽다가 후회만 더 깊어진다
늙은 모습(老象)
纔免孩提諱藥醫     돌배기 겨우 면하고부터 약과 의사 무서웠고
旣冠立後漸爲衰     관례 치르고 서른 후부터 점점 늙기 시작했지
於焉宇宙花開日     이제 온 우주에 꽃이 피는 날인가 했더니
倏爾江山葉謝時     어느새 문득 강과 산에 낙엽이 지는 계절
跟未升階靴已脫     계단을 다 오르기도 전에 신발은 벌써 도망갔고
巵微及輔酒先▼(虛+兮)       작은 술잔 다 채우기도 전에 질질 흘리는 술
病躁神昏物相似     병 심해지고 정신까지 혼미해 이놈이 그놈 같아
眺望東西南北疑     동쪽 서쪽을 바라보면서 남쪽인가, 북쪽인가?
염사철 사문의 차운을 첨부한다(附次韻廉斯文思哲)
難將康濟一身醫     일신의 병 구제해 줄 의사 거느리기 어려워
好事男兒若許衰     일내기 좋아하는 남아께서 이렇게 쇠하셨네
書劔功名秊少日     책과 검술로 공명 닦느라 한 해가 짧다더니
溪山晩景客來時     나그네 와 보니 개울과 산엔 온통 저무는 풍경
古龕畫佛頭胡秃     옛 감실에 그려진 부처님은 오랑캐처럼 민머리
同榻詩禪興共▼(虛+兮)       걸상에 같이 앉은 시승은 흥도 함께 줄었네
晝靜憑虛樓上立     조용한 낮 허공에 기댄 누각 위에 서시니
皤皤顔髮半仙疑     하얀 얼굴 하얀 머리카락, 반은 신선인가?
계림에서 옛일을 회상하다(雞林懷古)
朴昔金三姓始林     박씨 석씨 김씨, 세 성씨가 시작된 숲
始林烟月古如今     시림94)의 안개와 달은 예나 지금이나
五陵春艸年年綠     오릉95)의 봄풀은 해마다 푸르러라
二殿龜碑字字吟     두 궁궐의 거북비석 한 자 한 자 읊어 본다
玉笛音開雲萬里     옥피리96)의 음률 흐르자 구름이 만 리
星臺影仄地千尋     땅에 기운 첨성대97) 그 그림자 천 길
芬篁佛國凡多寺     분황사에다 불국사 절들도 많고
奉德鐘哀起後心     봉덕사 종98) 구슬퍼 여운을 일으키네
무계산 나루에서(武溪山津)
紅蓼碧苔細雨秋     붉은 여뀌 푸른 이끼에 가랑비 내리는 가을
兩三鳧鶩割烟浮     두세 마리 오리가 안개를 가르며 떠도네

010_0772_b_01L僧閉中心眠白晝鳥分太古語靑柯

010_0772_b_02L這邊得句皆圓活日暮鐘聲透碧霞

010_0772_b_03L

010_0772_b_04L
簡編日暮前程遠鵜鴂先鳴白雁侵

010_0772_b_05L秘演平生期晦跡曼卿何事托孤心

010_0772_b_06L若干杞榟踰連抱八九公輸棄邃林

010_0772_b_07L窮達吾人非所擅忽然册上悔尤深

010_0772_b_08L老象

010_0772_b_09L
纔免孩提諱藥醫旣冠立後漸爲衰

010_0772_b_10L於焉宇宙花開日倏爾江山葉謝時

010_0772_b_11L跟未升階靴已脫巵微及輔酒先▼(虛+兮)

010_0772_b_12L病躁神昏物相似眺望東西南北疑

010_0772_b_13L附次韻兼斯文思哲

010_0772_b_14L
難將康濟一身醫好事男兒若許衰

010_0772_b_15L書劒功名秊少日溪山晩景客來時

010_0772_b_16L古龕畫佛頭胡秃同榻詩禪興共▼(虛+兮)

010_0772_b_17L晝靜憑虛樓上立皤皤顔髮半仙疑

010_0772_b_18L雞林懷古

010_0772_b_19L
朴昔金三姓始林始林烟月古如今

010_0772_b_20L五陵春艸年年綠二殿龜碑字字吟

010_0772_b_21L玉笛音開雲萬里星臺影仄地千尋

010_0772_b_22L芬篁佛國凡多寺奉德鐘哀起後心

010_0772_b_23L武溪山津

010_0772_b_24L
紅蓼碧苔細雨秋兩三鳧鶩割烟浮

010_0772_c_01L靑山無恥雲遮面     푸른 산 부끄럼 없건만 구름이 얼굴을 가리고
白石何累水洗頭     하얀 바위 무슨 허물 있다고 물이 씻을까
牢籠百態眇胸臆     온갖 형태 새장에 가둬 아득하기만 한 속내
散撲九州多洫溝     구주에 흩뿌려 놓은 봇도랑도 많아라
江湖眼盡孤帆外     외로운 돛단배 타고 강호를 다 보았으니
取次天涯海寺樓     다음은 하늘가로 바닷가 절 누각으로
장수 승99)이 훈 장로100)에게 준 ≺수도사에 노닐다≻를 뒤쫓아 차운하다(追次長水丞與訓老遊修道)
見性爻象謹搜微     성품을 볼 효상이라 삼가 미묘함 찾았더니
筠綠桃紅鳥倦飛     대는 푸르고 복사꽃 붉고 새가 게으르게 나네
强半草料公取路     굳이 초료101)를 반으로 쪼개 공무로 나선 길
一分糟粕味全稀     한 덩어리의 술지게미 그 맛이 완전 희유하구나
金山曾鎭坡仙帶     금산에선 동파의 선대를 빼앗은 적이 있고102)
潮海空留刺史衣     바닷가 조주에선 공연히 자사의 옷 남겼으니103)
澄老詞章擅南嶠     징월 장로의 문장은 영남에서도 으뜸이라
李丞修道憮然歸     이 승104)이 수도사에서 머쓱해져 돌아갔네
청도 옛 친구에게 보냅니다(寄淸道故人)
崇朝懶掃小樓塵     오전 내내 작은 누각의 먼지 슬슬 쓸다가
日暮雲僧納尺珍     저녁나절 구름 승려 한 척의 보배 거두니
華嶽衛仙碑石畫     화악을 호위하는 신선이 돌에 새긴 그림이요
輞川王老畫屏眞     망천의 왕 노인105)이 병풍에 그린 진경
寂莫禪牀皆滅沒     적막한 선방 침상에는 이제 아무도 없고
徘徊溪月更精神     달빛 시냇가 배회하자니 더욱 또렷해지는 혼
不負吾君山律願     우리 임 산승의 간절한 소원을 저버리지 마소
寒灰枯木有何嚬     식은 재 마른 나무가 웃을 일이 뭐가 있겠소
차운하여(次韻)
著書今廢謝詩朋     글쓰기 이젠 그만두고 시 벗도 사양한 채
林下七尺袈裟僧     숲속에서 일곱 척 가사를 걸친 승려
百曲虎溪歸惠遠     백 구비 호계로 돌아온 혜원이요
一間草屋臥盧能     한 칸 초가집에 누운 노씨 혜능106)
寥寥山晝輪千念     쓸쓸한 산속 대낮에는 천 번 만 번 염주 돌리고
永永殘更伴小燈     꺼지는 심지 이어 가며 작은 등불이나 짝하다
遙向天門稽瘦頟     멀리 하늘 문을 향하여 수척한 이마 조아리면
毘耶城闕闢層層     비야리성 대궐이 층층이 열리지요
석면 노인石眠老人
挾策沙彌比入門     책을 낀 사미들 나란히 문에 들어와
鳳雛獜眷同作羣     봉의 새끼 기린 권속과 한 무리 되었네
孤眠白晝鳥相喚     대낮에 홀로 잠들면 새들이나 서로 부르고
耽讀黃庭人不喧     『황정경』107)을 탐독하면 사람들 보채지 않지
手捩松花擎半鉢     손으로 긁은 송홧가루 발우에 반쯤 담아 올리고
口翻貝葉費多聞     입으로 패엽경을 뒤집으며 많은 지혜 배웠나니
上來八九言詮力     이제껏 쌓아 왔던 말과 설명의 힘 8,9할을
回向今朝滌袪煩     오늘 아침 회향하여 번뇌를 말끔히 씻노라
희겸의 화운을 첨부한다(附和 喜謙)

010_0772_c_01L靑山無恥雲遮面白石何累水洗頭

010_0772_c_02L牢籠百態眇胸臆散撲九州多洫溝

010_0772_c_03L江湖眼盡孤帆外取次天涯海寺樓

010_0772_c_04L追次長水丞與訓老遊修道

010_0772_c_05L
見性爻象謹搜微筠綠桃紅鳥倦飛

010_0772_c_06L强半草料公取路一分糟粕味全稀

010_0772_c_07L金山曾鎭坡仙帶潮海空留刺史衣

010_0772_c_08L澄老詞章擅南嶠李丞修道憮然歸

010_0772_c_09L寄淸道故人

010_0772_c_10L
崇朝懶掃小樓塵日暮雲僧納尺珍

010_0772_c_11L華嶽衛仙碑石畫輞川王老畫屏眞

010_0772_c_12L寂莫禪牀皆滅沒徘徊溪月更精神

010_0772_c_13L不負吾君山律願寒灰枯木有何嚬

010_0772_c_14L次韻

010_0772_c_15L
著書今廢謝詩朋林下七尺袈裟僧

010_0772_c_16L百曲虎溪歸惠遠一間草屋臥盧能

010_0772_c_17L寥寥山晝輪千念永永殘更伴小燈

010_0772_c_18L遙向天門稽瘦頟毘耶城闕闢層層

010_0772_c_19L石眠老人

010_0772_c_20L
挾策沙彌比入門鳳雛獜眷同作羣

010_0772_c_21L孤眠白晝鳥相喚耽讀黃庭人不喧

010_0772_c_22L手捩松花擎半鉢口翻貝葉費多聞

010_0772_c_23L上來八九言詮力回向今朝滌袪煩

010_0772_c_24L附和喜謙

010_0773_a_01L
老人能備六根門     노인께서는 능히 육근의 문을 방비하기에
獨坐蘿窓不聚羣     넝쿨 창가에 홀로 앉아 무리를 짓지 않네
入定心頭何所執     선정에 든 마음인데 집착할 게 뭐 있으랴
忘機境上更無喧     심기를 잊은 경계에 다시는 소란스러움 없네
巖扄月到星文錯     바위 문에 달님 도착하면 별들의 문양 어지럽고
螺頂天臨帝詔聞     소라 꼭대기에 하늘 임하면 상제의 조칙 들리네
每就禪床求一味     매일 선상에 나아가 한결같은 맛을 찾으시고
枕前溪水㵼塵煩     베갯머리 개울물로 속진의 번뇌 씻어 내신다
천성산 내원동을 나서며【본명은 원적산이고, 신라 시대 원효 법사께서 당나라 승려 천명과 『화엄경』을 강론하셨다. 따라서 산꼭대기에 화엄평이 있고, 또 천성산이라 한다.】(出千聖山內院洞【本名圓寂山。 而羅朝元曉法師。 與唐僧千人講論華嚴。 故山上有華嚴坪。 而千聖山云。】)
積雨多風春暮者     궂은비에 거센 바람은 봄이 저무는 것
斷霞孤鳥杜花間     노을을 끊는 외로운 새는 철쭉 사이에
狂湍怒激雷公局     사나운 여울 거센 물결은 뇌공108)의 구역
古木交陰菩薩巒     메마른 나무 우거진 곳은 보살의 산마루
凾谷關中同日月     함곡관109) 가운덴가, 똑같은 해와 달
桃源洞裏別容顏     도원동110) 속인가, 특별한 생김새들
喜謙詩勝老夫否     희겸의 시가 이 늙은이보다 훌륭한가
七十丁齡牽廢閑     나이가 70이라 신경도 쓰이지 않네
희겸의 원운을 첨부한다(附元手 喜謙)
弊槖芒鞋兼竹杖     해진 전대 거친 짚신에 대지팡이 짚고
三春洞府落花間     3월 봄날에 동부111)의 떨어진 꽃 사이로
須知圓寂華嚴麓     원적산 화엄평을 반드시 알아야 하리라
不後金剛法起巒     금강산 법기봉112)에 뒤처지지 않는 곳
泩事雲邊歸鳥跡     지난 일은 구름 가로 돌아오는 새의 자취
來期潭底暮山顏     미래의 기약은 못에 비친 저녁 산의 얼굴
千人得道餘消息     천 명은 도를 얻은 뒤 어떻게 되셨을까?
惟有淸風明月閒     맑은 바람 밝은 달님만 남아 한가롭구나
또 혜민의 운을 첨부한다(又 惠旻)
磨天蜀嶺重重鎻     하늘을 가는 촉령이 겹겹이 닫혀
宇宙都如在此間     온 우주가 몽땅 이곳에 있는 듯
餘露沾來加細雨     남은 이슬 적셔 오는데 가랑비까지 내리고
熟林看過忽生巒     익숙한 숲이라 지나치는데 갑자기 나타난 산마루
烟邊宮闢三千境     안개 가에 궁궐 열리니 삼천대천세계113)
山外人多百二顏     산 밖에 사람도 많으니 백이114)의 얼굴이라
困鳥愁眠花欲暮     고단한 새 시름겨워 잠들고 꽃도 저물려 하는데
探春笻屐蹔無閒     봄 찾는 지팡이와 나막신 잠시도 쉴 틈 없구나
첨부한 시(附詩)
월하의 문인 희겸이 선사의 유고를 소매에 담고 찾아왔다. 아울러 율시 두 수를 올렸는데 맑고 놀라우며 외울 만하였고, 법사의 풍모가 서려 있었다. 이에 그의 운을 따라 써서 드린다【노하옹 권직】(月荷門人喜謙。 袖其先師遺稿而來。 仍呈二律詩。 淸警可諷。 有法師之風。 步其韻以贈。【老荷翁權溭】)

010_0773_a_01L
老人能備六根門獨坐蘿窓不聚羣

010_0773_a_02L入定心頭何所執忘機境上更無喧

010_0773_a_03L巖扄月到星文錯螺頂天臨帝詔聞

010_0773_a_04L每就禪床求一味枕前溪水㵼塵煩

010_0773_a_05L出千聖山內院洞本名圓寂山而羅朝元
曉法師與唐僧千人
010_0773_a_06L講論華嚴故山上有
華嚴坪而千聖山云

010_0773_a_07L
積雨多風春暮者繼霞孤鳥杜花間

010_0773_a_08L狂湍怒激雷公局古木交陰菩薩巒

010_0773_a_09L凾谷關中同日月桃源洞裏別容顏

010_0773_a_10L喜謙詩勝老夫否七十丁齡牽廢閑

010_0773_a_11L附元手喜謙

010_0773_a_12L
弊槖芒鞋兼竹杖三春洞府落花間

010_0773_a_13L須知圓寂華嚴麓不後金剛法起巒

010_0773_a_14L [18] 事雲邊歸鳥跡來期潭底暮山顏

010_0773_a_15L千人得道餘消息惟有淸風明月閒

010_0773_a_16L惠旻

010_0773_a_17L
磨天蜀嶺重重鎻宇宙都如在此間

010_0773_a_18L餘露沾來加細雨熟林看過忽生巒

010_0773_a_19L烟邊宮闢三千境山外人多百二顏

010_0773_a_20L困鳥愁眠花欲暮探春笻屐蹔無閒

010_0773_a_21L

010_0773_a_22L1)附詩 [4]

010_0773_a_23L月荷門人喜謙袖其先師遺稿而
010_0773_a_24L仍呈二律詩淸警可諷有法
010_0773_a_25L師之風步其韻以贈老荷翁
權溭

010_0773_b_01L
山人飛錫碧山隈     산사람 푸른 산모퉁이에서 석장을 날려
一笑琴堂好抱開     거문고 당에서 한번 웃고 좋은 회포 펴시네
坐久烟霞生白衲     오래 좌선해 안개와 노을에서 생긴 하얀 납의
醉來魂夢繞丹崖     취하자 꿈속의 혼이 붉은 산기슭을 맴도시네
瓊琚滿袖仙何在     소매에 경거가 가득한 신선은 어디에 계실까
花鳥留人君莫催     꽃과 새들이 사람을 붙드니 그대 재촉지 마오
把酒辛勤爲傳語     술잔을 잡고 끙끙대다 몇 마디 말을 전하자
暮春相伴琠禪廻     늦은 봄날 벗 삼았던 귀한 선승 돌아가시네
삼가 동경 윤 노하옹께 올립니다(謹呈東京尹老荷翁)
芒鞋踏徧白雲隈     거친 짚신으로 흰 구름 모퉁이나 두루 밟다가
來拜玳筵袖軸開     대모 자리에 절 올리고 소매 속 시축 보이나니
朱墨聲高騰法界     주묵115)의 높은 명성 온 법계에 자자하기에
丹田鋤罷下山崖     단전 김매기만 끝내고 산기슭을 내려왔습니다
有如江水流無盡     저 강물도 끝없이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惟冀吾師道莫催     오직 바라니 우리 스님 길을 재촉지 마오
今借立言君子序     이제 입언군자의 훌륭한 서문을 빌리고자
緇衣城邸久徘廻     검은 승복 입고 성 안을 한참 배회했답니다
【문인 희겸 지음(門人喜謙)】
월하 상인 시집에 제하다(題月荷上人詩集)
明月天台昔降君     그 옛날 천태산 밝은 달님이 강림하신 그대
釋門儒敎逈迢羣     석문과 유교에서 무리를 아득히 벗어나셨지
仙蹤已去龍藏鉢     신선의 자취 이미 떠나자 용이 발우를 거두고
詩響空餘鶴戞雲     시의 메아리 텅 빈 자리에 학이 구름을 찾아왔군요
每向靑蓮勞夢寐     매번 푸른 연꽃 향하느라 꿈자리가 고단하였고
更酬黃菊感慇懃     다시 황국으로 화답할 때는 감회가 은근했지요
吾家拙戒終難破     하지만 우리 집안 졸렬한 계를 끝내 깨트릴 수 없어
辜負錢塘序惠勤     죄송하지만 전당 혜근의 시집 서문116)을 거절합니다
【한운성117) 대아 지음(韓大雅運聖)】

其詩高出惠錢塘     전당의 혜근보다 높이 솟은 그의 시
今世而無繪雪堂     눈을 그리신 분 이제 세상에 없으시네
宇宙觀空多歲月     온 우주를 공으로 관한 수많은 세월
風雷如律作文章     천둥바람 같은 곡조로 문장을 지으셨지
人間未信輪廻說     인간 세상 아직도 윤회설 믿지 않지만
石上猶傳幻化光     돌 위에 여전히 전하는 허깨비 불빛
寄語斯門謙上足     이 문중의 희겸 상좌께 한 말씀 드리오니
百年盟佛護眞藏     한 백 년 부처님께 맹세하고 참된 장경 보호하소서
【남기항 상사 지음(南上舍基)】
소疏
국재 수륙대회 각단별소(國齋水陸大會各壇別䟽)118)
영산단에 낮에 올린 별소(靈山晝別)

010_0773_b_01L
山人飛錫碧山隈一笑琴堂好抱開

010_0773_b_02L坐久烟霞生白衲醉來魂夢繞丹崖

010_0773_b_03L瓊琚滿袖仙何在花鳥留人君莫催

010_0773_b_04L把酒辛勤爲傳語暮春相伴琠禪廻

010_0773_b_05L謹呈東京尹老荷翁

010_0773_b_06L
芒鞋踏徧白雲隈來拜玳筵袖軸開

010_0773_b_07L朱墨聲高騰法界丹田鋤罷下山崖

010_0773_b_08L有如江水流無盡惟冀吾師道莫催

010_0773_b_09L今借立言君子序緇衣城邸久徘廻

010_0773_b_10L
右門人喜謙

010_0773_b_11L題月荷上人詩集

010_0773_b_12L
明月天台昔降君釋門儒敎逈迢羣

010_0773_b_13L仙蹤已去龍藏鉢詩響空餘鶴戞雲

010_0773_b_14L每向靑蓮勞夢寐更酬黃菊感慇懃

010_0773_b_15L吾家拙戒終難破辜負錢塘序惠勤

010_0773_b_16L
右韓大雅運聖

010_0773_b_17L
其詩高出惠錢塘今世而無繪雪堂

010_0773_b_18L宇宙觀空多歲月風雷如律作文章

010_0773_b_19L人間未信輪廻說石上猶傳幻化光

010_0773_b_20L寄語斯門謙上足百年盟佛護眞藏

010_0773_b_21L
右南上舍基𪫮

010_0773_b_22L

010_0773_b_23L2)

010_0773_b_24L國齋水陸大會各壇別䟽

010_0773_b_25L靈山晝別

010_0773_c_01L
우러러 생각건대, 범부의 모습을 보이셨지만 법신에 얽히신 분을 석가모니불이라 하고, 삼승을 하나로 모아 진실을 유통한 것을 『묘법연화경』이라 칭하나니, 자비심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는 그 원력은 소멸함이 없습니다.
삼가 원하옵니다.
우리 순종119)대왕 이씨 선가시여, 극락세계 보배로운 구름의 광명 속에서 보살로서 닦은 인행因行의 꽃으로 등각等覺, 묘각妙覺의 열매를 맺으소서.
선대 왕 선대 왕후 열위의 선가시여, 관음보살의 한량없는 위덕에 의지하고 보현보살의 원만한 수행문에 오르소서.
주상 전하시여, 천 리에 뻗은 유위의 땅 굽어보며 만세에 걸쳐 끝없는 수명 누리소서.
대왕대비 전하시여, 기린의 발120)이 절도를 소중히 여기기에 저희들 몸 바쳐 충성하오니, 메뚜기 떼 몰려들어121) 높은 하늘 세계의 명을 떨치소서.
빈궁과 종실이시여, 많은 복록 누리며 편안하소서.
만백성이 튼튼한 요새122)가 되고, 하늘과 땅이 옥처럼 윤택하고 촛불처럼 밝아123) 재를 지내는 시주 모두가 경사를 누리면서 혼연일체로 태평성대를 떠받치게 하소서.
옥호124)를 우러르며 은미하신 뜻을 간절히 바랍니다.
밤에 상단에 올린 별소(夜上別)
우러러 생각건대, 백억의 몸으로 화현하는 박가범125)께서는 중생의 부모이시고, 패엽경의 길고 짧은 게송들은 일승의 자량이니, 자비의 배에 의지하면 고통의 바다를 쉽게 건널 수 있습니다.
삼가 원하옵니다.
우리 순종대왕 이씨 선가시여, 속히 청정하고 오묘한 과위인 여래를 증득하사 어둠의 나루터에 빠진 중생들 널리 구제하소서.
선대 왕·선대 왕후 열위의 선가시여, 아미타불의 보처보살인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 몸이 되어 등각 묘각의 계위를 물려받고, 오지와 십신126)이 딱 맞아떨어져 그들과 임무를 교대하소서.127)
주상 전하시여, 해와 달의 밝음으로 그 교화가 요임금·순임금에 합하고, 용과 봉황의 언덕에서 산처럼 구릉처럼128) 장수를 누리소서.
대왕대비 전하시여, 주렴 속에서는 덕으로 교화해 종묘와 사직의 무게가 태산보다 무겁게 하시고,

010_0773_c_01L
仰惟眎凡夫綢纒法身曰釋迦文佛
010_0773_c_02L三乘流通眞典稱妙蓮華經悲心度
010_0773_c_03L願力靡滅奉爲願我純宗大王
010_0773_c_04L氏仙駕極樂世界寶雲光明菩薩因
010_0773_c_05L等妙果子先王先后列位仙駕
010_0773_c_06L觀音無量威德躋普賢圓滿行門
010_0773_c_07L上殿下臨千里有爲之邦享萬歲无壃
010_0773_c_08L之壽大王大妣殿下獜之趾重節
010_0773_c_09L我匪躬螽斯羽甡賁昊天界命嬪宮宗
010_0773_c_10L福祿烝康品庶金湯乾坤玉燭
010_0773_c_11L齋施主咸受吉慶混扛太平仰瞻玉
010_0773_c_12L懇竭微旨

010_0773_c_13L夜上別

010_0773_c_14L
仰惟薄伽梵百億化身是衆生父母
010_0773_c_15L葉經長短偈唱廼一乘資糧肆仗慈航
010_0773_c_16L利涉苦海奉爲願我純宗大王李氏仙
010_0773_c_17L速證如來淸淨妙果普濟衆生汨沒
010_0773_c_18L昏津先王先后列位仙駕補處彌陁
010_0773_c_19L觀音大勢比肩一體傳階等妙五智
010_0773_c_20L十身合契交龜主上殿下日月之明
010_0773_c_21L化洽堯舜龍鳳之峙壽享岡陵大王
010_0773_c_22L大妑殿下簾中德化宗社之重重於泰
010_0773_c_23L「附詩」二字編者補入「文」一字編者補
010_0773_c_24L

010_0774_a_01L문지방 너머에서는 다스림을 받들어 조정과 재야의 안정됨이 반석보다 탄탄하게 하소서.
빈궁과 저하시여, 높은 나무 꼭대기 봉황이 되고, 가장 존귀한 용의 종족이 되소서.
온유하고 아름다운 종실이여, 높고 충만하신 복록으로 널리 법의 비를 뿌려 괴롭고 메마른 자들을 두루 적셔 주소서.
밤에 중단에 올린 별소(夜中別)
생각건대, 보살129)께서 서원하시길 “내가 부처가 되고 안 되고는 지옥이 있고 없음에 달렸다.”라고 하셨으니, 위대하도다! 그 서원이여. 열왕130)의 판결문은 하늘과 땅처럼 공정하고 해와 달처럼 총명하며, 그 판결을 내리심에 형벌과 상이 분명하여 털끝만큼도 감추기 어렵습니다.
우리 순종대왕께서는 사람의 왕으로 화현한 보살로서 신과 백성들의 귀의처가 되셨고, 천자의 울타리와 병풍131으로서 어진 성인의 굳센 영웅들을 부리셨습니다. 131)
대상大祥132)을 맞아 깨끗이 재계하는 날에 (임금께서) 마음 아파하시며 통도사에 명하셨습니다. 그래서 축원하는 향과 폐백과 종이돈을 올렸으니 이는 내궁에서 하사하신 것이고, 주문과 범패와 경전의 문장을 올렸으니 이는 곧 법다운 행사로 가지加持133)한 것입니다.
명부의 사령들께 엎드려 빕니다. 얼른 도량에 임하시어 함께 청정한 공양을 받으소서. 종묘사직이 만년에 이어지고 사해가 편안케 하시며, 자비의 비로 두루 적셔 헤매던 중생들이 널리 쉬게 하소서.
축문祝文
신중단 축문神衆壇祝文
생각건대, 너그럽게 용서하고 용맹함을 떨치면서 불법을 보호하고 계율을 보호하는 분들이 도량을 빙빙 돌고 계시며, 거짓 없이 정성을 다해 천신天神이 되고 지기地祇가 되신 분들이 온 세계에 빼곡히 늘어서 계십니다. 그래서 선을 쌓으면 경사가 넘치고, 악을 행하면 재앙을 받습니다.
돌아보건대, 영남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 불법의 종가요 나라의 대가람인 통도사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라의 만년대계를 축원하고, 사시사철 청명하고 길한 날에 성상께 절을 올리면서 힘을 합하고 있으니, 옛날과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바람과 비가 순조로울 것입니다.
깨달아 옥처럼 빛나는 선가의 대상大祥을 맞아 어느 지역의 고찰에서 승천을 추모해야 할까? 경우궁景祐宮134)께서는 초도超度135)에 대해 많이도 생각하셨습니다. 경기 지역에도 이름난 곳이 많지만 특별히 부처님의 진신을 모신 곳이라야 영가를 봉안하기에 알맞다 하시고, 경우궁께서는 온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삼가 빕니다. 밝은 하늘의 군주들과 허공계의 제후인 신령들께서는 각기 구역을 나눠 담당하면서

010_0774_a_01L閫外戴治朝野之安安於磐石
010_0774_a_02L宮邸下鳳于高標龍種上尊宗室柔
010_0774_a_03L福祿崇滿普灑法雨勻滋苦枯

010_0774_a_04L夜中別

010_0774_a_05L
切以菩薩誓曰我佛爲不地牢有無
010_0774_a_06L㢤誓也列王判辭公正天地聰明日
010_0774_a_07L顯其判之刊賞分明毫𨤲難掩
010_0774_a_08L我純宗大王人王菩薩作神民之依歸
010_0774_a_09L天子藩屏馭仁聖之英毅第當大祥
010_0774_a_10L之淸齋軫命通度寺而奉祝香幣楮錢
010_0774_a_11L之內宮賜賚呪唄經章則法事加持
010_0774_a_12L伏乞冥司賁臨道場同受淨供萬年
010_0774_a_13L宗祊四海晏靖勻霑慈雨普休迷淪

010_0774_a_14L[祝文]

010_0774_a_15L神衆壇祝文

010_0774_a_16L
切以弛寛張猛護佛法護戒律而繞匝
010_0774_a_17L道場無僞有誠作天神作地祗 [19] 而森
010_0774_a_18L列世界積善餘慶行惡受災顧玆嶺
010_0774_a_19L末一處法宗家國大伽藍通度寺晨曛
010_0774_a_20L每日祝國萬年明吉四時拜聖一力
010_0774_a_21L古今來則風雨匪愆第控覺瓊仙大祥
010_0774_a_22L追昇鄕何古寺景祐宮腆念超度畿多
010_0774_a_23L名區特以佛身妥靈哿合宮修精懇
010_0774_a_24L伏乞明天后主空界宰靈區畫分張

010_0774_b_01L재앙과 복을 마음대로 빚어 내십니다. 초재醮齋136)를 차려 베풀기만 해도 품에 안아 보호하고 굳게 지켜 주시며, 그들이 경영하는 모든 일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들어 주십니다. 하물며 이렇게 특별한 음식을 올리고 고요한 마음으로 거역하지 않음이겠습니까? 괴이한 역병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햇살을 따뜻하게 바람을 순조롭게 하시며, 하루 낮밤 사이에 만사가 뜻대로 이루어져 만백성이 널리 기뻐하게 하소서.
우러러 위엄을 무릅쓰며 다 함께 정성을 다해 공경합니다.
향사 축문享祀祝文
저는 삼가 들었습니다. 경에서 말씀하시길, 초지初地·이지二地 보살이 인간세계에 강생하면 공후公侯의 작위에 나아가거나 장상將相의 작위에 나아간다 하였습니다. 어리석은 제가 생각건대, 신과 백성들의 주인이신 상감께서는 온 국토를 넓은 집으로 삼고서 사람을 능히 귀하게도 천하게도 하고, 사람을 능히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분이십니다. 그런 임금으로 조선에 임하셨기에 억조창생이 신하가 되고 처첩이 되었던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이 통도사는 영남 끝자락의 명찰이고, 경우궁은 대궐 안에서도 깊은 규방입니다. 큰 바다의 남쪽 모퉁이에서 서울까지는 거리가 1천 리이고, 부처님의 태양이 동쪽에서 아침 조회를 여신 것은 1만 8천 년입니다. 그 옛날 신라 시대에 자장慈藏137)이라는 스님이 계시어 보배로운 유골을 현절顯節138)에 수습하셨고, 어떤 모양일지 궁금한 신비한 비둘기가 깊은 연못에 그윽한 집터를 점지하였습니다.139) 기이한 자취가 대대로 이어져 왔기에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은 한 몸이지만, 불법의 운이 기울지 않았기에 아침저녁으로 그 모습은 달라졌습니다. 하늘의 제도는 순환하기에 사찰이 혹 당대에 융성할까 싶었는데, 궁실의 재齋가 아울러 내려와 부처님께서 이미 정시140)에 제도하셨습니다.
다만 흉년이 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시절이라 쌀이 계옥桂玉141)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크게 또 간소하게 제단을 차릴 때에 지극한 마음의 정성만 여기 담아야 했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갖가지 반찬에다 이포새伊蒲塞142)도 많이 모였고, 제기143)에 제수가 수북하고 화려한 빈바蘋婆144)도 있습니다. 단나檀那145)의 애끓는 정성을 굽어 살펴 보잘것없고 식은 음식들이나마 흠향하소서.
표충서원146) 신주 이운 축문表忠書院神主移運祝文
산과 강의 즐거움은 어진 자와 지혜로운 자의 즐거움이니, 영취산靈鷲山147)은 기우뚱하고 움푹하며 재약산載藥山은 그윽하고 오묘합니다.

010_0774_b_01L禍福擅釀醮齋設施擁護堅持凡他
010_0774_b_02L事營有求必遂況此異擧冥心弗違
010_0774_b_03L滌袪妖疹溫順風日一晝夜開達
010_0774_b_04L百姓熈雍仰冒嚴威荓竭虔恪

010_0774_b_05L

010_0774_b_06L享祀祝文

010_0774_b_07L
竊伏聞經云初二地菩薩降生人間
010_0774_b_08L進公侯爵進將相爵愚念神民主上監
010_0774_b_09L廣居域內能貴賤人能生殺人君臨
010_0774_b_10L朝鮮臣妾億兆顧玆通度寺嶺表名刹
010_0774_b_11L景祐宮禁中深閨瀛海南隅距京師一
010_0774_b_12L千里佛日東昉統元會萬八春曩時
010_0774_b_13L羅朝有僧慈藏拾寶骨於顯節何狀
010_0774_b_14L神鴿卜幽宅於窮淵異跡升臨今如
010_0774_b_15L古而一軆法運否蹇朝不夕而殊形
010_0774_b_16L天度有還寺或賁於當處宮齋仍降
010_0774_b_17L佛旣濟於丁時但歲饑歉凶米踊桂玉
010_0774_b_18L廣略之設開時志心之虔在此水陸品
010_0774_b_19L伊蒲塞其祈祈籩豆粢盛有蘋婆之
010_0774_b_20L采采俯鑑檀那之激切歆格菲冷之庶
010_0774_b_21L

010_0774_b_22L

010_0774_b_23L表忠書院神主移運祝文

010_0774_b_24L
山水之樂仁知者樂靈鷲歪坳載藥

010_0774_c_01L선생의 풍도에 그곳과 이곳 중 어디가 좋을까, 서원 사람들이 처음 의론하는 자리에서 모두 한 지역을 흔쾌히 여겼습니다. 먼저 삼키고 나중에 씹자니 관청의 꾸지람을 감당치 못하였고, 추위를 무릅쓰고 거사를 집행하자니 일이 매우 시끄럽고 소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신령의 그윽한 공력을 의지하고 그런 다음에 본받을 것을 갖추었으며, 길일을 택해 받들어 행차하면서도 베푸신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온 정성을 다해 마련하고 이렇게 갖가지 음식을 올립니다.
신주 봉안 축문(奉安祝文)
옛집은 낮고 비좁으며 평범한 산에다 평범한 강이었습니다. 게다가 가뭄에는 마르고 홍수에는 잠겨 모래가 언덕을 이루고 우물에 앙금이 쌓였으며, 나무꾼이 멋대로 벌목하고 목동이 방목하며 눈을 흘기는 탓에 마음속 수치를 밑바닥에서 긁어내야만 했습니다. 밀양부 동쪽 명산에 있는 영정靈井이라는 절은 승려들에게 부과된 부역이 너무나 혹독해 근래에 폐사된 비밀스러운 땅이니, 신라 시대에 창건한 절148)이지만 눈으로 보면 가슴만 아파해야 했습니다.
이 지역의 선비와 서민이 다들 “시운이 돌아왔다.”라고들 하였지만 거듭되는 재앙으로 곡식마저 귀해 일을 수행하자니 어지럽고 막막했으며, 계절 또한 폐색한 겨울이라 추위를 무릅쓰고 서둘러 끝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때가 되었다고 관청에서 줄줄이 조서가 내려와 전각을 미처 완성하지도 못한 채 다른 장소에 신위를 봉안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처럼 평등한 마음을 우러르며 구구하고 미미한 뜻을 고하오니, 이곳에 그윽이 임하시어 후손들이 이익을 흠뻑 누리게 하소서.

010_0774_c_01L幽妙先生之風彼此何好院人初諉
010_0774_c_02L一境同恔先飽後齩不堪官誚觸寒
010_0774_c_03L擧執事甚哮閙靠神冥勲而後僝效
010_0774_c_04L涓吉奉行隨順蒙斆用修精虔遂薦
010_0774_c_05L品饍

010_0774_c_06L

010_0774_c_07L奉安祝文

010_0774_c_08L
舊宅湫隘凡山凡水旱枯水沈沙堆
010_0774_c_09L井滓卑渫奧辱樵孼牧眦府東名山
010_0774_c_10L靈井之寺僧役浩煩頃失秘地羅代
010_0774_c_11L經營目之怜惴一境士庶皆曰運至
010_0774_c_12L荐灾穀貴惛瞀濟事時且閉塞冒寒
010_0774_c_13L佽治抑亦時乎官勑累累殿宇未畢
010_0774_c_14L別所安位仰告齊情區區微志冥臨
010_0774_c_15L于此俾奓后利

010_0774_c_16L
伽山藁卷之二

010_0775_a_01L
  1. 1)허형許珩(1773~?) : 조선 후기 문신, 자字 행옥行玉. 정조正祖 19년(1795) 춘당대시春塘臺試 병과에 합격.
  2. 2)김유헌金裕憲(1781~?) : 조선 후기 문신, 자字는 치간穉間. 순조純祖 4년(1804) 식년시式年試 병과에 합격.
  3. 3)향산사(香社) : 향사香社는 당나라 때 승려 여만如滿, 배도裵度, 백거이白居易 등이 함께했던 향산사香山社를 지칭한다.
  4. 4)하혜下惠 : 춘추시대 노魯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획獲, 자는 계季이다. 유하柳下에 살면서 사사士師 벼슬을 하였고 사시私諡가 혜惠이므로, 유하혜柳下惠라 칭한다. 유하혜는 작은 벼슬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자기 도리를 다하였다고 한다.
  5. 5)뽕밭에서 자며(宿桑) : ‘숙상宿桑’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승려의 삶을 뜻한다. 『後漢書』 권30 「襄楷列傳」에 “불법佛法을 닦는 승려가 뽕나무 아래에서 사흘 밤을 계속 묵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애착이 생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 이는 그야말로 정진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浮屠不三宿桑下。 不欲久生恩愛。 精之至。)”라는 말이 나온다.
  6. 6)저녁에 죽더라도~성인께서 말씀하셨지 :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일찍 유가의 도를 배우지 못해 삶이 어긋난 것이라고 월하 대사를 비판하였다. 『論語』 「里仁」에서 공자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朝聞道夕死可矣)”라고 하였다.
  7. 7)상문桑門 : samana의 음역 중 하나로 사문沙門과 같은 뜻이다. 출가수행자인 승려, 또는 불문을 뜻한다.
  8. 8)현도玄度 : 허형許珩을 동진東晉의 명사 허순許詢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현도는 허순의 자字. 현도는 승려 지도림支道林과 교유하면서 청담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지도림과 『維摩經』에 대해 깊이 토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9. 9)난리 후~교환하던 해 : 사명당 유정 대사는 1604년 2월에 선조로부터 일본과의 강화를 위한 사신으로 임명받았고, 8월 일본으로 출발해 9월초 대마도에 도착하였다. 3개월간 대마도에 머물다가 다시 교토의 후시미성으로 가서 일본의 새로운 통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2∼1616)를 만났고, 그로부터 전쟁 재발 방지와 포로 교환을 약속받았다. 1605년 4월에 3천여 명의 동포를 데리고 귀국하였다.
  10. 10)송운松雲 :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의 호.
  11. 11)청심루淸心樓 : 여주 객관客館 북쪽 여강驪江 가에 있던 누각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고려의 주열朱悅·이곡李穀·이색李穡·한수韓脩·정몽주鄭夢周·이숭인李崇仁 등과 조선의 서거정徐居正·최숙정崔淑精·김종직金宗直·신용개申用漑·송시열宋時烈 등이 시를 남긴 명소였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12. 12)우화등선(羽化) : 신선이 되는 것을 말한다.
  13. 13)남쪽 가지~한바탕 꿈(南柯一夢間) :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느티나무 남쪽 가지 아래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괴안국槐安國 남가군南柯郡의 태수가 되어 20년 동안 온갖 부귀를 누리다가 깨어 보니 꿈이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4. 14)사예께서 그해에~쓰신 글씨(司藝當年噓醉筆) : ‘사예司藝’는 성균관 정4품 벼슬인데, 여기서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을 지칭한다. 송시열은 여주에 들를 때마다 청심루에 머물면서 효종의 영릉寧陵을 바라보며 비통해 하였고, ‘청심루淸心樓’ 현판을 직접 새로 써서 걸었다.
  15. 15)남여藍輿 : 대를 엮어서 만든 가마.
  16. 16)공후가 처음~빛나는 가을 : 목민관의 덕화로 백성들이 협조하여 공사가 쉽게 진행되었음을 찬탄하는 말이다. 주周 문왕文王의 덕화를 칭송하는 『詩經』 「大雅」 ≺靈臺≻에서 “영대를 세우려고 계획하여 설계하고 시공하니 백성들이 달려들어 하루도 못 되어 완성했네.(經始靈臺。 經之營之。 庶民攻之。 不日成之。)”라고 하였다.
  17. 17)태복太僕 : 마구간·말·수레 따위의 일을 맡아 보는 벼슬 이름.
  18. 18)무장사鍪藏寺 : 경상북도 경주시 암곡동에 있었던 절.
  19. 19)적성赤城 : 신선이 산다는 산. 땅은 붉은색이고 형태는 구름과 놀이 일어 성첩城堞과 같다고 한다.
  20. 20)자장子長 : 『史記』를 저술한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의 자.
  21. 21)사안謝安 : 동진東晉의 명사로 나이 40에 출사出仕하여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다. 전진前秦의 왕 부견苻堅이 백만 대군을 이끌고 회비淮肥까지 진군하여 서울이 온통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정토대도독征討大都督에 임명된 사안은 조카인 사현謝玄을 보내 적을 격파하게 하고 자신은 손님을 맞아 담소하며 태연히 바둑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晉書』 권79 「謝安列傳」.
  22. 22)변화한 학(化鶴) : 한漢나라 때 정령위丁令威가 죽은 뒤 학으로 변해 고향으로 날아와 성문城門의 화표華表에 앉았다는 고사가 있다.
  23. 23)도와 최 상사공陶窩崔上舍公 : 조선 후기 유학자 최남복崔南復(1759~1814)을 지칭한다. 정조 16년(1792)에 식년시에 급제하였고, 울주군 두서면 백련서사白蓮書舍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다. 『陶窩文集』이 전한다. 상사上舍는 조선 시대 생원시生員試나 진사시進仕試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옛날 태학에서 생원과 진사는 상사上舍 즉 위채에 거처하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24. 24)장천사障川寺 :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에 있었던 사찰이나 폐사되었고, 현재 대곡댐 공사로 수몰되었다.
  25. 25)수옥정漱玉亭 : 최남복이 말년에 백련사 폐사지에 지은 백련서사의 부속 정자이다. 일대가 수몰되어 백련서사는 인근의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로 이건하였고, 수옥정은 한 유력자가 부산으로 이건했다고 한다.
  26. 26)예전의 운(前韵) : 최남복이 지은 ≺漱玉亭落成≻의 운자를 말한다. 『陶窩文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九曲深深一逕回。 煙霞多處是亭臺。 雲屛細雨眞容出。 水鏡涵天正面開。 晩托瓌奇思晦跡。 初如淡泊愜幽懷。 優遊恐負藏修志。 獨抱瑤徽感世催。”
  27. 27)양산지사 김 공 : 김유헌金裕憲(1781~?)을 지칭한다.
  28. 28)자장子長 : 사마천司馬遷의 자字.
  29. 29)서생徐生 : 진시황 때의 방사方士 서복徐福, 일명 서불徐巿을 가리킨다. 진시황의 후원으로 동해東海의 삼신산三神山에 있는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童男童女 수천 명을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간 후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30. 30)미려尾閭 : 바닷물이 새어 빠지는 곳인데 바다의 동쪽에 있다고 한다. 『莊子』 「秋水」에 “천하의 물은 바다보다 큰 것이 없으니, 모든 물이 끊임없이 모여도 찰 줄 모르고, 미려尾閭로 끊임없이 새어 나가도 마를 줄을 모른다.”라고 하였다.
  31. 31)부석鳧舃 : 지방 수령을 지칭한다. 후한 때 섭령葉令인 왕교王喬가 신선처럼 오리를 타고 경사京師를 오가곤 했는데, 그 오리를 잡고 보니 신발 한 짝이었다고 한다. 『後漢書』 「方術傳」 ‘王喬’.
  32. 32)양웅揚雄 : 한漢나라 성도成都 사람으로 자는 자운子雲. 박학다식하여 문장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周易』을 본따 『太玄經』을 짓고 『論語』를 본따 『法言』을 지었다.
  33. 33)≺원인原人≻ : 『韓昌黎集』 권11에 수록되어 있다.
  34. 34)추호秋毫 : 가을철에 털갈이를 하여 새로 돋아나는 짐승의 가는 털. 아주 미세한 차이를 뜻한다.
  35. 35)운부암雲浮庵 :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에 소재한 은해사 말사의 암자.
  36. 36)징월 대사澄月大師(1751~1823) : 조선 후기 승려로 법명은 정훈正訓, 자字는 경호敬昊, 호는 징월澄月이다. 경상북도 의성에서 출생하였으며, 가선 총공嘉善聰公에게 득도하였고, 관월冠月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31세에 개당開堂하였고, 1823년(순조 23) 운부사雲浮寺에서 세수 72세로 입적하였다. 시승으로 이름이 알려져 당시 높은 벼슬아치나 명사들과 많이 교류하였다. 『澄月大師詩集』이 전한다.
  37. 37)박옹泊翁(?∼1836) : 조선 후기 문신 이명오李明五의 호. 자는 사위士緯이다.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나 아버지 봉환鳳煥이 경인옥사에 옥사당하자 원통히 생각하여 관직에 뜻을 두지 않았다. 순조 때에 아버지가 신원伸寃되자 음관蔭官으로 세상에 나가 종사관從事官이 되어 일본에 내왕하였고, 벼슬은 3품에 이르렀다. 시문집 『泊翁詩鈔』 9권이 전한다.
  38. 38)연천淵泉(1755∼1845) : 조선 후기의 문신 김이양金履陽의 호. 자는 명여命汝이다. 1795년(정조 19) 생원으로 정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으며, 1812년(순조 12) 함경도관찰사로 있으면서 그 지방의 기강 확립에 힘쓰는 한편 주민들의 민생고 해결에 노력하였다. 예조판서, 이조판서, 호조판서, 홍문관제학弘文館提學, 판의금부사, 좌참찬을 역임하였다. 평양감사 시절에 50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생 김부용金芙蓉(1805~1854)과 사랑에 빠져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39. 39)제현의 시에 덧붙인 시운 : 『韓國佛敎全書』에 수록된 『澄月大師詩集』 ≺西江詩軸≻에 기재되어 있다. “君子經綸濟世舟。 澤流枯草綠盈洲。 故園松菊湖西宅。 明月詩樽江上樓。 聚散浮雲逢老釋。 升沈流水付沙鷗。 此行轉向金剛路。 爲乞璚章盡日留。”
  40. 40)붉은 붓(彤毫) : 동호彤毫는 붉은색 자루의 붓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붓을 뜻한다.
  41. 41)황건黃巾 : 후한後漢 말기에 장각張角을 수령으로 일어난 난당亂黨. 황건黃巾을 썼으므로 황건적黃巾賊이라 불렀다.
  42. 42)백족白足 : 고승高僧의 별칭. 진晉나라 고승 담시曇始의 발이 얼굴보다 하얗고, 진흙탕 길을 걸어도 더럽혀지지 않아 백족 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렀다는 일화가 전한다. 『高僧傳』 권10 「釋曇始」.
  43. 43)도팽택陶彭澤 : 도연명陶淵明이 팽택 영彭澤令을 지냈기에 도팽택이라 칭한다.
  44. 44)초제招提 : cāturdiśa의 음역 척투제사拓鬪提奢의 준말인 척제拓提에서 ‘척拓’이 ‘초招’로 와전된 말이다. 의역하면 사방四方이고, 곧 모든 승려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거처인 사찰 즉 사방승방四方僧坊을 뜻한다. 낙양의 백마사白馬寺가 본래는 초제사招提寺였다고 한다.
  45. 45)월선정月先亭 : 탄은灘隱 이정李霆이 공주公州 탄천灘川 가에 지은 정자. 『廢逐錄』에 이정귀李廷龜가 지은 「月先亭記」와 ≺月先亭十詠≻이 전한다.
  46. 46)황로黃老 :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병칭으로 도가道家를 지칭한다.
  47. 47)늙은 개(蒼狗) : 구름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 말 가운데 하나. 두보杜甫의 시에 “하늘 위의 뜬구름 하얀 옷 같더니, 어느새 늙은 개로 바뀌었구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한때, 인생 만사 이와 같지 않은 적이 없구나.(天上浮雲似白衣。 斯須改變如蒼狗。 古往今來共一時。 人生萬事無不有。)”라는 표현이 있다. 『杜少陵詩集』 권21 ≺可歎≻.
  48. 48)현포玄圃 :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다는 신선들의 거처.
  49. 49)중장仲長 : 후한後漢 때 사람으로 자字는 공리公理. 공명에 뜻을 두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한가히 노닐며 「樂志論」을 지었다.
  50. 50)이성利城 : 함경도 이원利原의 옛 이름이다.
  51. 51)시중대侍中臺 : 시중은 고려의 명장 윤관尹瓘을 지칭한다. 그가 1107년(예종 2) 여진 정벌군의 원수元帥가 되어 17만 대군을 이끌고 함주咸州, 진양眞陽 등지에 성을 쌓아 침범하는 여진을 평정하고 나서 지은 누대라 한다.
  52. 52)선기璿璣 : 선기옥형璿璣玉衡의 준말로 순舜임금이 만든 천체 관측기이다. 이를 통해 칠정七政, 즉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오성五星과 해, 달의 운행을 살펴 백성들이 농사일에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였다고 한다. 『書經』 「舜典」.
  53. 53)구슬 희롱하는 소리(弄丸聲) : 농환弄丸은 태극太極을 구슬처럼 가지고 논다는 말로, 역리易理를 탐구한다는 뜻이다. 소강절邵康節의 『擊壤集』 권12 「自作眞贊」 말미에 “구슬을 가지고 노는 여가에,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하였네.(弄丸餘暇。 閑往閑來。)”라는 말이 나오는데, 자주自註에 “환丸은 태극이다.”라고 하였다.
  54. 54)유신에서 지난날~되길 바랐고 : 상商나라 탕왕湯王을 도와 왕도정치를 펼쳤던 이윤의 고사이다. 이윤이 처음에 탕왕을 만날 길이 없자 탕왕의 처인 유신씨有莘氏 집의 요리사가 된 뒤에 탕왕을 만나 음식으로써 천하의 도리를 비유해 설명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권3 「殷本紀」.
  55. 55)연나라 시장에서~개백정을 만났지 : 진시황을 암살하려 했던 협객 형가荊軻의 고사이다. 『史記』 「荊軻傳」에 “형가가 매일 개백정 및 고점리 등과 연나라 시장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술에 취한 고점리가 축筑을 연주하자 형가가 이에 화답해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즐거워하였다. 연주가 끝나자 두 사람이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붙들고 울었다.”라고 하였다.
  56. 56)왕맹王猛(325~375) : 자는 경략景略, 북해北海 사람이다.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 시대 전진前秦의 승상을 지낸 인물이다. 젊은 시절 관중關中에 병사를 이끌고 와 있던 동진東晉의 대장 환온桓溫을 만난 자리에서 태연하게 이를 잡으며 천하의 일을 논했다고 한다. 『晉書』 권114 「王猛列傳」.
  57. 57)여망呂望 : 강태공을 지칭한다. 본성이 강씨姜氏이나 그 선조를 여呂 땅에 봉함으로 인해 여씨呂氏가 되었다. 그는 이름이 상尙이고, 위수渭水 가에 숨어 살며 낚시질로 소일했는데, 주나라 문왕文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만나 크게 기뻐하면서 “우리 태공太公이 그대 만나기를 바란 지 오래이다.”라고 했으므로 태공망太公望이라 칭하였다. 태공은 문왕의 조부 고공단보古公亶父를 뜻한다. 후에 무왕武王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그 공적으로 제齊나라에 봉해졌다.
  58. 58)갈건 쓰고~광려를 마주하리라 : 자신을 항상 갈건葛巾을 썼던 도연명에, 월하 대사를 여산에 머물렀던 혜원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광려匡廬는 여산廬山의 별칭이다.
  59. 59)영남루嶺南樓 :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內一洞에 소재한 누각. 조선 시대 밀양군 객사客舍였던 밀양관密陽館의 부속 건물로, 밀양 강가의 절벽에 위치한다.
  60. 60)능파각凌波閣 : 경상남도 밀양 영남루 동쪽에 위치한 전각.
  61. 61)낙포에는 파도를 밟는 버선(洛浦凌波襪) :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이 낙수洛水의 신녀神女 복비宓妃를 두고 지은 「洛神賦」에 “물결을 타고 사뿐사뿐 걸으니, 비단 버선에 먼지가 날린다.(凌波微步。 羅襪生塵。)”라고 한 표현이 있다.
  62. 62)조양각朝陽閣 : 경상북도 영천시 창구동에 소재하는 누각.
  63. 63)송옥의 시름 : 전국시대 초楚나라 송옥宋玉은 그의 스승 굴원屈原의 신세를 애달파하며 ≺구변九辯≻과 ≺초혼招魂≻을 지었다.
  64. 64)『인악유고仁岳遺稿』 : 조선 후기 승려 의소義沼(1746~1796)의 문집이다. 의소의 속성은 이李, 자는 자의子宜이며 인악仁岳은 호이다. 유생으로 18세에 용연사龍淵寺에서 공부하다가 스님들의 위의에 반하여 헌공軒公에게 출가하고, 벽봉碧峰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벽봉碧峰·서악西岳·추파秋波·농암聾岩·설파雪坡 등에게 참학하였다. 1790년 수원 용주사를 창건할 때 불상 복장腹藏의 원문願文을 지어 정조의 칭찬을 받았다.
  65. 65)오월당에게 보낸 편지의 운 : 오월당梧月堂은 홍직필洪直弼을 지칭한다. 「명성제 홍직필 공이 보내온 시를 삼가 화운하다(奉和明誠齋洪公直弼寄示韻)」라는 편지와 시가 『仁岳集』에 수록되어 있다.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三年面壁坐龍淵。 客至何曾下榻延。 忽見官衙費書召。 始知名字被人傳。 梵經堆案心希佛。 栢液盈瓢骨欲仙。 箇中亦有風流處。 明月三更疊巘前。” 훗날 홍직필은 『仁岳集』에 서문을 썼고, 월하 대사와도 교류하였다.
  66. 66)퇴지의 의복(退之衣服) : 퇴지退之는 한유韓愈의 자字. 한유가 태전太顚과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남겼다(留衣服爲別)는 이야기가 그의 「與孟簡尙書書」에 실려 있다.
  67. 67)고운사孤雲寺 :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에 소재한 사찰.
  68. 68)대사大士 : mahāsattva의 의역, 불·보살의 통칭이다. 개사開士라고도 하며, 마하살로 음역하기도 한다.
  69. 69)초요招搖 : 북두칠성 중 일곱 번째 별을 말하기도 하고, 북두칠성을 지칭하기도 한다.
  70. 70)보경사寶鏡寺 : 경상북도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 내연산 동쪽 기슭에 소재한 사찰.
  71. 71)영파 장로影波長老 : 영파影波는 조선 후기 승려 성규聖奎(1728~1812)의 호. 속성은 김씨, 자는 회은晦隱이다. 15세에 청량암에서 글을 읽다가 출가할 뜻을 내고, 20세 되던 1747년(영조 23) 용천사 환응喚應에게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해봉·연암·용파·영허·퇴은에게 수학하였고, 설파·함월로부터 신의信衣를 물려받았다.
  72. 72)촉석루矗石樓 : 경상남도 진주시 본성동 남강 변에 있는 누각.
  73. 73)장사壯士 :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순국한 김천일金千鎰·최경회崔慶會·황진黃進을 진주성 3장사라 칭한다.
  74. 74)호분虎賁 : 무장武將을 말한다. 조선 시대 오위五衛에 소속된 군사 조직으로, 임금의 호위가 주 임무였던 용사勇士의 칭호.
  75. 75)청암靑巖 :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불령산 기슭에 위치한 청암사靑巖寺를 말한다.
  76. 76)회암 노인(晦翁) : 회옹晦翁은 회암 정혜晦庵定慧(1685~1741)를 지칭한다. 말년에 불령산佛靈山 쌍계사雙溪寺 청암靑巖에 주석하였다.
  77. 77)홍제당弘濟堂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의 서쪽에 있는 건물로 사명 유정四溟惟政(1544~1610) 대사의 입적처이다.
  78. 78)계책의 운용이~욕되지 않았지 : 지략이 장자방 못지않았다는 뜻이다. 자방子房은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 한나라를 건국했던 장량張良의 자字이다. 한 고조가 장량을 평하여 “장막 안에서 계책을 운용하여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자방만 못하다.(夫運籌策帷幄之中。 決勝於千里之外。 吾不如子房)。”라고 하였다. 『史記』 권8 「高祖本紀」.
  79. 79)기린각猉獜閣 : 정자正字는 ‘麒麟閣’이다. 기린각은 한 선제漢宣帝가 곽광霍光, 장안세張安世, 소무蘇武 등 공신功臣 11인의 초상을 그려서 걸게 했던 전각殿閣 이름이다. 기린각에 초상을 건다는 것은 곧 공훈을 인정받아 공신에 책록되었다는 뜻이다.
  80. 80)주장자 끝엔~조화옹의 봄날 : ≺또 황정께 올립니다(又上黃庭)≻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澄月大師詩集』에 수록되어 있다. “尋眞行色脫囂塵。 一路雲霏幾疊新。 倦踏江山仍作客。 細論詩句故留人。 錫端有象升平日。 橐底無窮造多春。 願結東林蓮社契。 相思別後奈勞神。”
  81. 81)거문고(瑤徽) : 요휘瑤徽는 요주瑤柱에 줄(徽)을 맸다는 뜻으로, 거문고를 지칭한다.
  82. 82)효각曉角 : 새벽을 알리는 나팔 소리.
  83. 83)담대澹臺 : 담대멸명澹臺滅明을 말한다. 공자가 무성武城의 읍재가 된 자유子游에게 인재를 얻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유가 “담대멸명이라는 자를 얻었습니다. 그는 지름길로 다니지 않고, 공사公事가 아니면 절대로 저희 집에 오지 않습니다.”라고 답하였다. 『論語』 「雍也」.
  84. 84)지둔支遁(314~366) : 동진東晋의 승려, 자는 도림道林. 섬剡의 앙산·석성산에서 수도하며 승려들을 가르치고, 명사들과 널리 교류하였다.
  85. 85)유공의 누각 : 유공庾公은 진晉나라 유량庾亮을 지칭한다. 그가 태위太尉로 무창武昌에 있을 때 하속下屬인 은호殷浩, 왕호지王胡之 등이 달밤에 남루南樓에 올라 막 시를 읊고 있었다. 이때 유량이 나타나자 하속들이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유량이 “제군들은 잠시 더 머물라. 이 늙은이도 이러한 일에 흥이 얕지 않다.” 하고는, 호상胡床에 걸터앉아 함께 시를 읊으며 즐겼다고 한다. 『晉書』 권73 「庾亮傳」.
  86. 86)정병과 석장瓶錫 : 승려를 지칭한다. 정병과 석장은 승려가 반드시 지녀야 할 ‘비구 십팔지물十八持物’에 포함된다.
  87. 87)대아大雅 : 고상高尙하고 아정雅正하다는 뜻으로, 재덕才德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
  88. 88)팔애八哀 :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지은 ≺八哀詩≻를 말한다. ≺八哀詩≻는 당시 현신賢臣이었던 왕사례王思禮, 이광필李光弼, 엄무嚴武, 왕진王璡, 이옹李邕, 소원명蘇元明, 정건鄭虔, 장구령張九齡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8수의 오언고시이다.
  89. 89)무우의 바람을~온 선비(雩風士)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에게 자신의 뜻을 말해 보라 하자 증점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하고 기우제 드리는 곳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대답하였다. 『論語』 「先進」.
  90. 90)두견새 먼저 울고(鵜鴂先鳴) : 『楚辭』 「離騷」에 “제결이 먼저 울어 백초를 향기롭지 못하게 할까 두렵다.(恐鵜鴂之先鳴兮。 使夫百草爲之不芳。)”라고 하였다. 그 주에 의하면, 제결鵜鴂은 춘분일春分日에 우는 두견새의 별칭으로 이 새가 춘분 전에 울면 온갖 꽃들이 모두 떨어져 향기롭지 못하다고 하였다. 제대로 꽃도 피지 않고 봄이 가듯이, 선비가 뜻을 펴지 못하고 좋은 세월이 갔다는 뜻이다.
  91. 91)흰기러기 날아왔네(白雁侵) : 북쪽의 흰기러기(白雁)는 가을이 깊어지면 내려오는데, 그때쯤 꼭 서리가 내린다고 한다.
  92. 92)비연秘演 : 송나라 때 시승詩僧. 그의 시집에 구양수歐陽脩가 「釋秘演詩集序」를 써 주었다.
  93. 93)만경曼卿 : 송나라 석연년石延年의 자字. 그는 시에 능했으며 승려 비연秘演과 격이 없는 시우詩友로 지내며 함께 즐겼다고 한다.
  94. 94)시림始林 : 경주 남쪽에 있는 숲 이름이다. 탈해왕脫解王이 시림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사내아이가 든 금궤金櫃를 발견하고는 이름을 알지閼智,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씨라 하고, 그 수풀 이름을 계림鷄林으로 바꾸었다. 『三國遺事』 권1 「奇異」.
  95. 95)오릉五陵 : 경주 탑정동塔亭洞에 있는 신라의 다섯 능묘陵墓.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 그의 비妃 알영閼英, 제2대 남해왕南解王, 제3대 유리왕儒理王, 제4대 파사왕婆娑王의 능묘로 알려져 있다.
  96. 96)옥피리(玉笛) : 신라 때 동해東海의 용이 바쳤다는 길이가 아홉 치 되는 옥 젓대.
  97. 97)첨성대(星臺) : 신라 선덕여왕善德女王 때 축조된 천문 관측대.
  98. 98)봉덕사 종(奉德鐘) : 정식 명칭은 봉덕사 성덕대왕 신종. 국보 제29호로 771년 제작되었다. 원래 경주 봉덕사奉德寺에 있던 것을 영묘사靈妙寺로 옮겼다가 1915년 8월 경주박물관으로 이전하였다. 세칭 에밀레종이라 한다.
  99. 99)장수 승長水丞 : 『澄月大師詩集』에 의하면 장수 승은 조선 후기 문인인 매전옹梅田翁 이기원李箕元(1745~?)을 지칭한다. 자字는 자범子範이고,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주도한 ‘백탑파’의 일원으로 참여해 성대중,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이희경 등과 교류하였다. 2005년에 안대회 교수가 그의 문집인 『洪厓集』을 발굴해 세상에 알렸다.
  100. 100)훈 장로(訓老) : 징월 정훈澄月正訓(1751~1823)을 지칭한다. 이기원의 원운은 알 수 없고 징월의 차운인 ≺謹次長水丞≻이 『澄月大師詩集』에 수록되어 있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官柳晴陰接翠微。 任看孤鳥與雲飛。 有時錫杖山僧過。 終日公庭吏牒稀。 數句新詩當解帶。 一楢深酌勝留衣。 嶠南偶結曼卿契。 剛喜瓊琚滿袖歸。”
  101. 101)초료草料 : 관원이 공무로 지방에 여행할 때에 지나가는 길의 각 역참驛站에 거마車馬·식료食料 등의 공급을 명령하는 문서.
  102. 102)금산에선 동파의~적이 있고 : 소동파蘇東坡가 운거사雲居寺를 방문했을 때, 불인 요원佛印了元 선사와의 문답에서 져 옥대를 운거사에 남겨 두고 납의 한 벌을 얻어 입은 일이 있었다. 『續傳燈錄』 권5(T51, 497c).
  103. 103)바닷가 조주에선~옷 남겼으니 :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있던 한유韓愈가 태전太顚과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그의 「與孟簡尙書書」에 실려 있다.
  104. 104)이 승李丞 : 장수 승 이기원李箕元을 지칭한다.
  105. 105)망천의 왕 노인(輞川王老) :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를 지칭한다. 망천輞川은 섬서성陝西省 남전현藍田縣 남쪽에 있는 계곡 이름으로, 경치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왕유王維가 일찍이 이곳에 별장을 짓고 그곳의 12승경十二勝景을 화폭에 담은 망천도輞川圖를 제작하였다.
  106. 106)노씨 혜능(盧能) : 중국 선종 제6조 혜능 대사의 속성이 노씨盧氏이다.
  107. 107)『황정경(黃庭)』 : 도교道敎 경전.
  108. 108)뇌공雷公 : 천둥을 담당하는 신의 이름.
  109. 109)함곡관凾谷關 : 진秦나라의 관문인데, 난공불락의 요새로 유명했다. 골짜기가 함函과 같아서 함곡관이라 하였다. 지금의 하남성河南省에 있다.
  110. 110)도원동桃源洞 : 전설상의 낙원인 무릉도원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무릉武陵의 어부가 복사꽃이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절세 선경이 있었다고 한다.
  111. 111)동부洞府 :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 마을이다.
  112. 112)법기봉(法起巒) : 『華嚴經』·『大般若波羅蜜經』 등에서 “중향성衆香城에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상주하며 마하반야바라밀을 항상 연설한다.”라고 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 중향성이 곧 금강산이라는 믿음이 전해졌다. 담무갈曇無竭을 의역하면 법기法起이다.
  113. 113)삼천대천세계(三千境) : 온 우주를 일컫는 말.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대주四大洲로 형성된 세계를 1세계 또는 1사천하四天下라 한다. 이런 1사천하를 천 개 합한 것을 1소천세계小千世界, 소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을 1중천세계中千世界, 중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을 1대천세계大千世界라 한다. 1사대주에 천을 세 번 곱해야 대천세계가 된다 하여 대천세계를 일명 삼천대천세계라 부른다.
  114. 114)백이百二 : 진나라, 또는 진나라의 요새 함곡관函谷關을 지칭한다. 진秦나라는 산하山河가 험조險阻한 형승지국形勝之國으로 다른 나라 군사 100분의 2만 가져도 방어할 수 있다고 하였다. 『通鑑節要』.
  115. 115)주묵朱墨 : 주필朱筆과 묵필墨筆을 가지고 장부를 정리하는 것으로서, 보통 관청의 사무를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116. 116)전당 혜근의 시집 서문 : 월하 대사를 전당錢塘의 시승 혜근惠勤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소식蘇軾이 쓴 「錢塘勤上人詩集序」가 있다. 혜근은 구양수와도 깊이 교류하였다.
  117. 117)한운성韓運聖(1802∼1863) :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1776~1852)의 문인.
  118. 118)이하 「영산단에 낮에 올린 별소(靈山晝別)」·「밤에 상단에 올린 별소(夜上別)」·「밤에 중단에 올린 별소(夜中別)」의 소 3편과 「신중단 축문神衆壇祝文」·「향사 축문享祀祝文」의 축문 2편은 순조純祖의 대상大祥을 맞아 통도사에서 개최한 수륙대회에서 지은 것이다. 순조가 1834년 11월에 서거하였으니, 1836년에 작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119. 119)순종純宗 : 현재는 순조純祖(재위 1800~1834)라 칭한다.
  120. 120)기린의 발(獜之趾) : 임금의 자손을 뜻한다. 『詩經』 「周南」 ≺麟之趾≻에서 왕공의 자손을 살아 있는 것이면 풀조차 함부로 밟지 않는 기린에 빗대어 찬양하면서, 그 자손과 종족이 번성하기를 기원하였다.
  121. 121)메뚜기 떼 몰려들어(螽斯羽甡) : 다산하는 메뚜기처럼 자손이 번성하길 기원하는 말이다. 『詩經』 「周南」 ≺螽斯≻에 “메뚜기가 모이고 모였구나. 응당 그대 자손도 번성하리라.(螽斯羽。 揖揖兮。 宜爾子孫。 蟄蟄兮。)” 하였다.
  122. 122)튼튼한 요새(金湯) : ‘금탕金湯’은 쇠로 만든 성城과 펄펄 끓는 물을 부은 해자垓子라는 뜻의 금성탕지金城湯池의 준말로서 난공불락의 굳건한 요새를 뜻한다.
  123. 123)옥처럼 윤택하고 촛불처럼 밝아(玉燭) :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하게 펼쳐지는 것을 뜻한다. 보통 성군聖君이 태평성대를 이루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24. 124)옥호玉毫 : 부처님의 삼십이상 중 하나인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을 말한다.
  125. 125)박가범薄伽梵 : bhagavat의 음역이다. 부처님 십호十號 중 하나이다. 바가바婆伽婆·바가범婆伽梵이라고도 하고, 세존世尊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126. 126)오지와 십신(五智十身) : 오지五智는 성자가 증득하는 다섯 가지 지혜로 법주지法住智·니원지泥洹智·무쟁지無諍智·원지願智·변제지邊際智를 말한다. 십신十身은 불보살의 몸을 그 공덕에 의거해 열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보리신菩提身·원신願身·화신化身·역지신力持身·상호장엄신相好莊嚴身·위세신威勢身·의생신意生身·복덕신福德身·법신法身·지신智身이다.
  127. 127)임무를 교대하소서(交龜) : 교귀交龜는 감사監司·병사兵使·수사水使 등이 바뀔 때 병부兵符와 인신印信 등을 인수인계하는 것을 말한다.
  128. 128)산처럼 구릉처럼(壽享) : 만수무강을 축원할 때 쓰는 표현이다. 『詩經』 「小雅」 ≺天保≻에 “如山如阜。 如岡如陵。”이라 하였다.
  129. 129)보살 : 지옥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지장보살을 지칭한다.
  130. 130)열왕列王 : 지옥에서 죄의 경중輕重을 판결하는 10위의 왕 즉 시왕十王을 말한다. 시왕은 진광왕秦廣王·초강왕初江王·송제왕宋帝王·오관왕五官王·염라왕閻羅王·변성왕變成王·태산왕泰山王·평등왕平等王·도시왕都市王·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이다.
  131. 131)울타리와 병풍(藩屏) : 울타리와 병풍처럼 천자를 보호한다는 뜻에서 봉건封建한 후국侯國을 번병藩屏이라 한다.
  132. 132)대상大祥 : 죽은 지 두 돌 만에 지내는 제사.
  133. 133)가지加持 : ‘가加’는 가피加被, ‘지持’는 섭지攝持의 뜻. 부처님의 큰 자비가 중생에게 베풀어지고, 중생의 마음과 부처님의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져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134. 134)경우궁景祐宮 : 순조純祖의 생모인 수빈 박씨綏嬪朴氏(1770~1822)를 모신 사당 이름이다. 실제로는 순조의 정비이자 당시 대왕대비였던 순원왕후純元王后가 통도사에서 순조의 천도재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135. 135)초도超度 : 천도遷度와 같은 뜻이다. 영가가 고통스러운 세계를 건너 극락세계에 도달하도록 인도하는 의식이다.
  136. 136)초재醮齋 : 제단을 만들어 신들에게 술과 음식을 바치는 도교 의식이다.
  137. 137)자장慈藏 : 신라 스님. 속성은 김씨, 속명은 선종善宗, 진골眞骨 소판무림蘇判茂林의 아들이다. 선덕여왕이 정승을 삼으려고 부르자 “하루 동안 계를 지키다 죽을지언정, 계를 파하고 백 년 살기를 원치 않는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636년(선덕왕 5) 제자 승실僧實 등 10여 인을 데리고 당나라 청량산에 가서 문수보살상 앞에 기도하고 불두골佛頭骨과 불아佛牙를 비롯해 사리 100과와 금점가사金點袈裟를 받아서 귀국하였다. 통도사를 창건하고, 계단戒壇을 세워 가사와 사리를 모시고 사부대중을 교화하였다.
  138. 138)현절顯節 : 절개를 높이 드러내는 사당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리탑을 의미한다.
  139. 139)신비한 비둘기가~집터를 점지하였습니다 : 오대산五臺山에서 부처님의 정골과 진신사리를 모시고 귀국한 자장 율사가 안장할 장소를 찾으면서 나무로 오리 두 마리를 깎아 날려 보내자 그 새가 한겨울인데 칡꽃을 물고 왔다. 그곳을 찾아 사리를 모신 것이 지금 통도사의 진신사리 부도라고 한다.
  140. 140)정시丁時 :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141. 141)계옥桂玉 : 계수나무 땔감과 옥으로 지은 밥이라는 뜻. 전국시대 소진蘇秦이 초楚나라 왕에게 “초나라의 밥은 옥보다도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보다도 비쌉니다. 지금 내가 옥을 먹고 계수나무로 불을 때고 있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楚國之食貴于玉。 薪貴于桂。 今臣食玉炊桂。 不亦難乎。)”라고 하며 불만을 토로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戰國策』 「楚策」.
  142. 142)이포새伊蒲塞 : upāsaka의 음역인 우바새優婆塞가 와전된 것이다. 사부대중의 하나인 재가의 남자 신자를 뜻한다.
  143. 143)제기(籩豆) : ‘변籩’은 제사에 쓰는 대그릇(竹器)이고, ‘두豆’는 제사에 쓰는 나무 접시이다.
  144. 144)빈바蘋婆 : 과일 이름이다. 『法華經』에서 묘장엄왕妙莊嚴王이 “여래의 입술 빛깔은 붉고 선명하기가 마치 빈바과蘋婆果와 같다.”라고 하였다.
  145. 145)단나檀那 : dāna의 음역으로 원래 보시布施를 뜻하나, 보시하는 사람 즉 시주施主를 뜻하는 단월檀越과 혼용해서 쓴다.
  146. 146)표충서원表忠書院 : 임진왜란이 끝난 후 사명 대사가 고향 마을 삼강동에 백하사白霞寺라는 작은 절을 창건하고 조부모와 선조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이후 폐허가 되어 방치되던 것을 숙종 40년(1714)에 밀양 군수 김창석金昌錫이 유림과 함께 발의하여 관찰사 조태억趙泰億을 통해 조정에 계啓를 올리고 나라에서 제수祭需를 내릴 것을 청하였다. 이에 조정의 인가를 받아 사당을 짓고 표충사表忠社라 하였다. 헌종 5년(1839)에 밀양부사 심의복이 조정의 허락을 얻고, 사명 대사의 8세손 월파 천유月波天有가 주도하여 사당을 영정사靈井寺로 이건해 사명寺名까지 표충사表忠寺로 고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의승장義僧將으로서 구국救國의 대공大功을 세운 서산西山, 송운松雲, 기허騎虛 3대사를 향사享祀한다.
  147. 147)영취산靈鷲山 : 양산의 영취산이 아니라 사명 대사의 생가지가 있는 밀양의 영취산을 지칭한다.
  148. 148)신라 시대에 창건한 절 : 표충사 즉 영정사靈井寺는 신라 무열왕 원년(654)에 원효 대사가 창건하였으며, 당시 사명은 죽림사竹林寺였다. 신라 흥덕왕 때부터 영정사靈井寺라 하였다.
  1. 1)此上有「詩」一字。編者除之。
  2. 1)「附詩」二字。編者補入。
  3. 2)「文」一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