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149_T_001
- 010_0595_a_01L불설문수사리현보장경(佛說文殊師利現寶藏經) 상권
- 010_0595_a_01L佛說文殊師利現寶藏經卷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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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西晉) 월지(月氏) 축법호(竺法護) 한역
김달진 번역 - 010_0595_a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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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들었다. - 010_0595_a_03L聞如是:
-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城]의 기수급고독정사(祇樹給孤獨精舍)에서 유행하실 때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는데, 비구가 1,250인이었고, 보살이 1만 인이었다.
- 010_0595_a_04L一時,佛遊舍衛祇樹給孤獨精舍,與大比丘衆俱,比丘千二百五十,菩薩萬人。
- 그때 부처님께서 가리라(迦利羅) 강당에 앉아 무앙수(無央數) 백천 무리들에게 두루 둘러싸여 경을 설하셨는데, 이에 문수사리(文殊師利)가 5백 보살과 천제석[天釋]ㆍ범천[梵]ㆍ사천왕(四天王) 등 여러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한 다음 부처님을 세 번 돌고서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 010_0595_a_06L爾時,佛於迦利羅講堂上坐,與無央數百千之衆周帀圍繞而爲說經。於是,文殊師利與五百菩薩,及諸天釋梵、四天王眷屬,俱詣佛所,稽首佛足,繞佛三帀,卻坐一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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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까 세존께서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원컨대 천중천(天中天)이시여, 그 강설하신 바를 존중하고 받들겠습니다.” - 010_0595_a_10L文殊師利白佛言:“向者世尊,爲說何法?願天中天,尊崇所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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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수보리(須菩提)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이어받아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아까 세존께서 제자의 일을 말씀하셨으니, 원컨대 이제 상인(上人)께선 보살의 행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 010_0595_a_12L賢者須菩提承佛威神,白文殊師利:“向者世尊說弟子事,願今上人說菩薩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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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수보리에게 대답하였다.
“일체 제자들은 연각(緣覺)의 소행이고 보살의 그릇이 아닌데 무엇 때문에 묻습니까?”
“원컨대 그릇이 무엇인가를 해설해 주십시오. 듣고서 간직하겠습니다.” - 010_0595_a_14L文殊師利答須菩提:“一切弟子、緣覺所行,非菩薩器,焉用問爲?”曰:“願解說,審是器者,當聽受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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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존자 수보리께선 어떤 것이 그릇이고 어떤 것이 그릇이 아님을 알려고 합니까?”
수보리는 말하였다.
“그 여러 제자들은 매번 음성으로써 해탈하게 되니, 우리들이 어찌 그릇인지 그릇이 아닌지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이제 청해 묻노니 즐거이 듣고자 합니다.” - 010_0595_a_17L文殊師利答曰:“尊者須菩提!爲知何者是器?云何非器?”須菩提曰:“其諸弟子每以聲音而得解脫,我等豈知是器非器?今請問之,願樂欲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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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5_b_02L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그 어두움에서 나오는 것은 다 불법(佛法)의 그릇이 아닙니다. 가령 어두운 곳에 광명을 나타내 비춘다면 또한 어두움에 떨어지지 않고 중생을 구호하여 어두움과 합하지 않으니, 일체의 하는 일이 다 불법의 그릇을 만드는 것입니다. - 010_0595_a_20L文殊師利答曰:“唯,須菩提!其有出於冥者,皆非佛法器;假使於冥爲現照明亦不墮冥,救護衆生不與冥合,一切所有造佛法器。
- 또 수보리여, 한계를 얻어 배워서 배우는 법을 이미 성취하면 일체 사람들이 주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보기를 그 뜻에 두려움을 느끼고 마음에 싫증을 내어 더럽게 여기고, 삼계(三界)를 두려워하여 즐겁게 여기지 않을 것이니 이는 불법의 그릇이 아닙니다. 설령 미래라 해도 수천 겁(劫)을 가지 않고 삼계에 돌아다니되 두려움이 없고 3구(垢)에 욕심이 없어서 생사를 즐거워하기를 마치 누각ㆍ동산ㆍ강당에 있는 것처럼 일체를 즐겁게 여겨 오고 가매 여섯 가지 일이 없으니, 이것을 불법의 그릇이라 합니다.
- 010_0595_b_03L又,須菩提!得限而學學法已成,視一切人,見不與取,其意恐懼心厭穢之,畏諸三界不以喜樂,則爲非是諸佛法器設御當來未行數千劫,周旋三界,而無恐畏;於三垢而無心,欲樂於生死,譬如遊觀園囿、講堂歡悅一切,所有往來無有六事,是謂爲佛法器。
- 또 수보리여, 보살은 현재 애욕 속에 있기는 하되 욕락(欲樂)이 없고, 성냄을 나타내 보이기는 하되 성냄과 해침이 없고, 어리석음을 나타내 보이기는 하되 어두움이 없고, 사나움과 굳세고 강함과 괴수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기는 하되 번뇌가 없으며, 현재 삼계에서 갈팡질팡하는 자에겐 그를 위해 바로 이끌어 주고, 어지러운 속에선 순리대로 하여 거칠지 않게 하고, 훌륭한 체하는 자에겐 겸손하여 예의를 다하게 하고, 여러 중생들을 위해선 그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며, 일체를 가르쳐 삼보를 끊어지지 않게 하고, 세 가지 통달한 지혜[三達知]를 얻어 널리 나타내 보이니, 이것이 이른바 모든 불법의 그릇입니다.”
- 010_0595_b_10L又,須菩提!菩薩現在愛欲而無欲樂,示現瞋怒而無恚害,示現愚癡而無闇冥,示現凶弊剛强屠魁而無塵垢。現在三界諸無御者爲之正導,於憒亂中順而不荒,於貢高者謙卑爲禮,爲諸群生除其重擔,教授一切令三寶不絕,得三達智而普示現,此謂爲是諸佛法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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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수보리는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모든 법은 평등할 뿐이라 다 같이 진리[本際]는 하나인데, 어느 것이 그릇인지 그릇이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 010_0595_b_17L於是,須菩提問文殊師利:“諸法等耳,俱共同擧本際一也。是器非器,何得知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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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5_c_02L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마치 오지그릇을 만드는 사람이 똑같은 진흙으로 갖가지 그릇을 만들어 모두 한 군데 모아 불에 구워내어서 혹은 제호(醍醐)를 담기도 하고, 혹은 마유(麻油)를 담기도 하고, 혹은 감로(甘露)와 꿀[蜜]을 담기도 하고, 혹은 부정한 것을 담기도 하되, 그 본래의 진흙만은 평등하여 다름이 없는 것처럼, 수보리여, 모든 법도 그와 같이 평등하여 그 진리는 다 같이 하나이지만, 인연을 따라 지어감은 차별이 있으니, 비유컨대 제호나 기름을 담는 그릇은 비유하면 제자와 연각이고, 감로와 꿀을 담는 그릇은 보살들이고, 부정한 것을 담는 그릇은 하천한 범부의 무리들과 같은 것입니다.” - 010_0595_b_19L文殊師利答曰:“譬如陶家,泥土一等,作種種器,皆共一處合而燒之,或受醍醐、或受麻油、或受甘露蜜、或受於不淨,其泥一等無若干也;如是,須菩提!諸法同等俱共一也,其本際一,從緣起行則有差特,彼醍醐油器喩弟子、緣覺,甘露蜜器謂諸菩薩,不淨器者方如下賤凡夫之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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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렇다면 제유(諸有:衆生의 뜻)의 그릇을 그릇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릇이 아니게끔 했을 뿐입니다.” - 010_0595_c_04L又問:“文殊師利!可令諸有器爲非器不?”答曰:“可使非器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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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무슨 까닭입니까?”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그 일체 번뇌를 담는 그릇이 중생들 가운데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시 모든 번뇌를 끊는다 하더라도 다 불법의 그릇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010_0595_c_06L須菩提曰:“以何因緣?”答曰:“唯,須菩提!其受一切欲塵之器住在有中,若復有能斷諸欲塵,是悉非爲佛法之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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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릇이란 어떤 높고 낮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그릇이란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는 것입니다.” - 010_0595_c_09L又問:“文殊師利!器者有何高下?”答曰:“唯,須菩提!器者無高無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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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릇으로서 높고 낮음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 010_0595_c_10L又問:“云何?文殊師利!器無高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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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였다.
“사실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음이니, 법의 머무는 그 자체가 높음도 낮음도 없기 때문에 견고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가령 높거나 낮은 행이 있다면 이는 파괴되는 그릇인 줄을 아십시오. - 010_0595_c_11L答曰:“實無高無下,用法所住無高下故,則爲牢堅之器。假使有高下行,則知是爲破壞之器。
- 수보리여, 마치 허공이 약초나 수목 등 만물의 그릇이 아닌 것처럼, 수보리여, 보살이 일체 불법의 그릇이 되나 또 다른 그릇이 없습니다. 마치 땅 위에 생겨난 나무를 허공이 받아서 큰 그릇으로 길러내는 것처럼, 수보리여, 보살이 청정하고 평등한 뜻을 내어 지혜바라밀을 이어받아서 길러내는 것도 그러합니다.”
- 010_0595_c_14L唯,須菩提!譬如虛空,非是一切藥草樹木萬物之器;如是,須菩提!菩薩爲一切佛法器,亦無有餘器。譬如地上生樹,虛空能受令長大器;如是,須菩提!菩薩發淸淨等意,承智慧度無極而得長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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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이 길러낼 수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허공이 길러내는 것처럼 보살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허공과 보살은 마침내 늘어나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없습니다.” - 010_0595_c_19L又問:“文殊師利!云何菩薩而得長育?”答曰:“譬如虛空之所長育,菩薩亦然;虛空及菩薩,終無增益亦無損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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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이 말씀은 무엇을 이르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번뇌가 늘어나지 않고 불법(佛法)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 010_0595_c_22L又問:“文殊師利!是語何謂?”答曰:“不增塵垢、不損佛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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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6_a_02L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번뇌와 불법이 어떤 다른 것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수미산에 가까이하는 자는 광명이 같이 비추어 한 가지 모양을 나타내게 함으로써 모두 금빛이 되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광명으로 모든 번뇌를 소멸시켜 그 모양을 같게 하여 불법의 빛이 되게 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수보리여, 이 때문에 모든 번뇌가 다 불법이나, 지혜가 밝은 이는 평등하여 다름이 없다고 관찰하니, 일체 법이 바로 불법인 것입니다.” - 010_0595_c_23L又問:“文殊師利!塵與佛法有何異乎?”答曰:“譬如近須彌山者,光明同照令現一貌皆爲金色,菩薩如是,以智慧光明消諸塵垢,使同其貌爲佛法色。唯,須菩提!是故諸塵皆是佛法,智慧明者當作是觀等無有異,一切諸法是謂佛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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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어째서 일체 법을 다 불법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하는 일이 모든 부처님께서 하시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a_07L又問:“曷云一切諸法皆爲佛法?”答曰:“所作如諸佛所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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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이 부처님께서 하시는 일과 같다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밑과 끝[本末]이 또한 그러한 것처럼,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그것이 바로 같다는 것입니다.” - 010_0596_a_08L又問:“云何,文殊師利!如佛所爲?”答曰:“如本末亦然,其如不增不減,是謂爲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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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밑이라 하고, 무엇을 끝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밑이란 공(空)한 것이고, 끝이란 고요한[寂]한 것이니, 이것을 일러 밑과 끝이라고 합입니다.” - 010_0596_a_10L又問:“文殊師利!何謂爲本?云何爲末?”答曰:“本者空、末者寂,是謂本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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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공한 것과 고요한 것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금(金)이나 보배가 다름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 010_0596_a_12L又問:“文殊師利!空之與寂有何異乎?”答曰:“譬如金之與寶,寧有異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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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그 물체는 동등하지만 이름이 다를 뿐입니다.”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공한 것과 고요한 것도 그 이름이 다를 뿐이니, 지혜 있는 이는 그 자수(字數)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 010_0596_a_14L須菩提曰:“其物一等,但名異耳。”答曰:“如是,空以寂寞但名異耳,智者不著於字數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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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어리석은 상(相)이라 하고, 어떤 것을 영리한 상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바 그대로 인연을 어리석은 상이라 하고, 법의 이치를 영리한 상이라 합니다.” - 010_0596_a_16L又問:“文殊師利!何謂癡相?云何黠相?”答曰:“如佛所教,因緣爲癡相,法義爲黠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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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인연의 상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열두 가지 인연의 상이니, 수보리여, 이것을 인연의 상이라 합니다. 저것에 만약 생각의 조작이 있으면 곧 생각해 아는 것이 있고, 만약 생각의 조작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으면 아는 것이 나타나지 않으니, 저 어리석은 자는 생각의 일으킴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곧 말이 있어야 알지만, 영리한 자는 생각의 조작이 없기 때문에 말이 없어도 알게 됩니다. 그가 머무는 데가 없으면 곧 두루 이르는 것이라. 이것이 이른바 현성(賢聖)의 행이니, 그 행에 행함이 있거니와 만약 행이 없다면 이는 현성의 행이 아닌 것입니다.” - 010_0596_a_18L又問:“文殊師利!何所爲因緣相?”答曰:“十二因緣相;則,須菩提!爲因緣相也;彼若有念造便有想知,假使無念造無想則不現知;彼癡者有念起,是等卽有言說知;黠者無念造,則無言說知;彼若無所住便普遍至,是賢聖行於行有行,無行者非是賢聖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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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6_b_02L수보리는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것을 현성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현성이란 이른바 공을 다루되 자취가 없다는 것입니다.” - 010_0596_b_02L須菩提又問:“文殊師利!何謂爲賢聖?”答曰:“賢聖者,謂御空而無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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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일체 법을 어찌 더러움 없는 공 등으로 다루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수보리여.” - 010_0596_b_04L又問:“文殊師利!一切法,寧復是無垢空等御不?”答曰:“然,須菩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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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러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마치 뭇 물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는 합해져서 한 가지 맛이 되는 것처럼, 수보리여, 더러움 없는 공 같은 것으로써 일체 법을 다루어 한 가지 맛을 만들어서 중생을 해탈시킴도 그러합니다.” - 010_0596_b_06L又問:“何緣爾乎?”文殊師利曰:“譬如衆水歸于大海合爲一味;如是,須菩提!無垢空等以御諸法,皆作一味,用脫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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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째서 해탈이라고 말씀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수보리여, 어떤 거리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09L又問:“文殊師利!何說解脫?”曰:“云何須菩提!何緣有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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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지혜가 없기 때문에 거리낌이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러합니다, 수보리여. 지혜 없는 이를 제도하기 때문에 해탈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010_0596_b_10L曰:“用無智故而有㝵。”答曰:“如是,須菩提!用度無智故說解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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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일체 법이 다름이 없는데 어디로부터 지혜가 있다거나 지혜가 없다는 말이 있을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여름철 더울 때에도 물을 말하고 겨울철 추울 때에도 물을 말하지만 그 물은 다름이 없는 것과 같으니, 그러므로 수보리여, 생각이 청백하지 않으므로 번뇌가 있고, 번뇌가 있으므로 곧 지혜가 없다는 말이 있으며, 청정한 생각을 일으키는 자는 곧 집착이 없기 때문에 지혜가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저 모든 정사(正士)는 중간에 지혜가 있다거나 지혜가 없다는 말이 없는 것입니다.” - 010_0596_b_12L又問:“文殊師利!一切諸法而無有異,何從得是有智無智之說?”答曰:“譬如夏月熱時說水,冬日寒冷亦復說水,其水無異;如是,須菩提!用想不淸白而有塵垢,以有塵垢便有無智說,作淨想者便無有著,以故有智說彼諸正士,而無中閒有智無智之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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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 이치가 행을 멀리한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두 가지 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19L須菩提又問:“文殊師利!其義遠行?”答曰:“用有二行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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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문수사리여, 이치란 보기 어려운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지혜의 눈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20L須菩提曰:“文殊師利!義者難見?”答曰:“爲離智慧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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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받아 간직하기 어려운 것입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21L須菩提曰:“義者難受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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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그 이치란 알기 어려운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22L文殊師利答曰:“不可得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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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요달하기 어려운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미 모든 깨닫는 뜻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23L須菩提曰:“其義難知?”答曰:“用不解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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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6_c_02L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해설하기 어려운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공과 같은 종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b_24L須菩提曰:“義者難了?”答曰:“已離諸覺意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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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생각이 없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생각하는 행이 없기 때문입니다.” - 010_0596_c_02L須菩提曰:“義者難說?”答曰:“爲空等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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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염(念)이 없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 때문에 말이 없습니다.” - 010_0596_c_03L須菩提曰:“義者無思?”答曰:“用無想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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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이치란 현성(賢聖)도 없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 때문에 생각하거나 원함을 여의는 것입니다.” - 010_0596_c_04L須菩提曰:“義者無念。”答曰:“是故無言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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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영리한 자는 지혜로써 이치를 나타내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 때문에 스스로가 볼 수 없습니다.” - 010_0596_c_05L須菩提曰:“義者無賢聖?”答曰:“是故離想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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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로운 이치를 구해서는 이치를 얻을 수 없고, 이로운 이치를 구하지 않음으로써 이치를 얻을 수 있다’ 하셨으니, 무엇 때문에 이러한 구절을 말씀하셨습니까?” - 010_0596_c_06L須菩提曰:“黠者現智義?”答曰:“是故不自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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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그 이로운 이치란 얻을 수 없습니다. 저 아무리 이치를 구해 얻으려고 하여도 이치에 이로운 이치가 없으니, 그 이치란 고요한 이치이기 때문에 아무리 몸과 뜻으로 이로운 이치를 구해 얻으려고 하여도 이는 이치에서 이로운 이치를 얻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치를 구해서 이치를 얻는 것이 아니고, 이치를 구하는 자는 도리어 이치를 얻지 못하는 것이니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 010_0596_c_07L須菩提又問:“文殊師利!若如來曰:‘求利義而不得義,不求利義而得義。’爲誰說是章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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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다시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 때문에 부처님께서 ‘일체 법이 다 법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세존께서 『비유경(譬喩經)』에 말씀하시기를, ‘하고자 하는 법도 끊어야 하거늘 하물며 법 아닌 것이겠느냐?’라고 하셨으니, 만약 끊기만 한다면 그 법은 곧 법 아닌 것이 아님을 이르는 것입니다.” - 010_0596_c_10L文殊師利答曰:“唯,須菩提!其利義無有得。彼若有求欲得義,於義則無利義,其義者爲寂義;彼若身意念欲求得利義,是爲於義不得利義,如佛言曰:‘不求義而得義,求義者反不得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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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문수사리여, 불법도 역시 법이 아닌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불법은 흥성(興盛)함이 없는지라, 흥성하지 않는 이것을 법이라 하니,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 일체 법은 다 법이 아닌 것입니다.” - 010_0596_c_15L須菩提又問:“文殊師利!奚爲佛言一切法悉非法?”文殊師利答曰:“唯然,須菩提!世尊說譬喩經言:‘當除斷所欲法,況於非法耶!假使斷者,其法卽爲不非法之謂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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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전에 없었던 일이라, 매우 따르기 어렵습니다. 문수사리여, 신학(新學) 보살로서도 이 말씀을 듣고는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 010_0596_c_19L須菩提又問:“云何文殊師利!佛法寧復是非法耶?”答曰:“不也。佛法者無興盛,其不興盛是謂爲法。如佛言曰:‘一切諸法,皆爲非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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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7_a_02L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네 가지 일이 있으니, 사자의 새끼가 사자의 부르짖음을 듣고서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기에 옷과 털이 곤두서지 않기 마련입니다. 네 가지 일이 무엇이냐 하면, 첫째는 그 종성(種姓)이 진짜이고, 둘째는 사자의 소생이고, 셋째는 높은 이의 양육을 받음이고, 넷째는 모든 존재[有]에 집착하지 않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 010_0596_c_23L須菩提曰:“未曾有也,甚難及。文殊師利!新學菩薩聞是說,而不恐畏。”
- 이같이 행하는 자라야 여래 종족의 성실한 보살이 되는지라, 여래의 소생으로서 법을 위해 나아감이 제자와 연각들보다 뛰어나 그 유(類)가 아니므로, 그는 일체 법을 듣고서 마침내 겁내지 않으며, 강설(講說)하는 일체 언어에 있어서도 두려움이 없어 옷과 털이 곤두서지 않고 마음이 게으르지 않은 동시에 의심하거나 겁내는 일이 없습니다.
- 010_0597_a_02L文殊師利曰:“唯,須菩提!有四事,師子之子聞師子吼,而不怖懼衣毛不豎。何等爲四?一者、其種姓眞;二者、爲師子所生;三者、蒙尊者所育;四者、不著諸有。是爲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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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수보리여, 새 새끼가 허공을 날아다닌다 해서 어떤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두려움이 없겠습니다.” - 010_0597_a_06L如是行者,爲如來種誠諦菩薩也,如來所生爲法所進,過於弟子、緣覺之上,則非其類。彼聞說一切法終不恐懼,在所講說一切所語,而無畏懅衣毛不豎,心不懈怠亦無疑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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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이와 같이 수보리여, 보살이 공의 경계에 머물기 때문에 모든 법을 듣되 두려워하지 않으며, 일체 법에도 두려움이 없고 의심이 없는가 하면 그 모든 법을 요달하기 때문에 어떤 말을 들어도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겁내는 일이 없습니다.” - 010_0597_a_11L又,須菩提!鳥子飛行在於虛空,寧有恐耶?”答曰:“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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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수보리에게 반문하였다.
“어디로부터 두려움이 이루어지는 것이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몸을 탐하는 소견(所見) 때문에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 010_0597_a_12L文殊師利曰:“如是,須菩提!菩薩住於空界,彼聞諸法而不恐懼,於一切法亦無畏懅無所疑難,用了諸法故,聞諸所說,不恐不懅而無畏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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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보살이 몸을 탐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체 법을 설함에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또 겁내거나 당황함이 없습니다.” - 010_0597_a_16L文殊師利謂須菩提:“從何致畏?”答曰:“用貪見身故,而有恐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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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가령 보살이 적멸[寂]을 요달함에 있어서 몸을 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도를 얻을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보살은 도를 얻기 위해 몸을 탐할 것이라고 보지 않으니, 만약 보살로 하여금 도를 얻기 위해 몸을 탐할 것이라고 보는 자라면, 그는 이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 010_0597_a_18L文殊師利曰:“菩薩以知貪身,於一切法所說不畏,亦無怖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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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크고 훌륭한 방편을 행하는 보살은 몸을 탐하면 도를 얻지 못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 010_0597_a_19L須菩提問:“文殊師利!假使菩薩了寂,不貪身云何得道?”文殊師利答曰:“唯,須菩提!菩薩不見得道知貪身,設使菩薩見得道知貪身者,是故不得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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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7_b_02L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수보리여, 보살의 지혜의 훌륭한 방편을 힘입는 그것이 바로 보살의 성스러운 성품이다. 이 때문에 보살은 몸을 탐하면 도를 얻지 못한다고 아니, 마치 크고 날카로운 도끼를 가지고 큰 나무를 베어 조각조각으로 끊어버려서 도로 본래의 곳에 붙여서 본래대로 회복하려 하여도 마침내 땅에 서게 되지 않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지혜의 훌륭한 방편으로써 성스러운 성품으로 삼는지라, 이 때문에 보살이 몸을 탐하여서는 도를 얻지 못할 줄 아는 것입니다.” - 010_0597_a_23L須菩提曰:“唯,文殊師利!菩薩爲行大善㩲用,菩薩見貪身不得道?”
- 혹시 하늘에서 큰비를 내리면 나무의 자라남이 무성하기 때문에 줄기ㆍ마디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있어 일체를 유익하게 하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대자대비를 행하여 몸을 탐하는 자를 살펴서 삼계(三界)의 갖가지 형태와 종류로 태어남을 나타내어 그 빛과 모양에 따라 중생을 유익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수보리여, 혹 사나운 비와 빠른 바람을 일으켜 그 나무에 불고 떨어뜨리기도 하며, 보살은 큰 지혜로써 부드러운 큰비를 놓아 불수(佛樹) 아래에다 곧 다시 떨어뜨림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010_0597_b_02L文殊師利曰:“唯,須菩提!菩薩蒙智慧善㩲,爲是菩薩聖性,以故菩薩知貪身不得道。譬如取大利斧斷截大樹,段段解之還著故處,續復如故終不躄地,如是菩薩有智慧善㩲爲聖性,以故菩薩知貪身不得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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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해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문수사리여. 모든 보살의 지혜의 훌륭한 방편을 쾌히 설명하였으니 그 성스러운 성품됨이 바로 이러한 것일진대, 이는 대자대비의 법행을 말한 것이다. 이제 문수사리는 다시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라. - 010_0597_b_08L或時天大雨樹生茂盛故,有莖節枝葉華實,有益一切;如是菩薩,行大悲慈知貪身者,現生三界種種形類,隨其色貌以益衆生。又,須菩提!或作暴雨疾風吹墮其樹,菩薩以大智慧,放柔軟大雨,在佛樹下便復現墮。”
- 마치 어떤 나라가 이미 강하고도 큰 나라인데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크고 뜨거운 돌을 놓아서 그 나라의 초목을 불사르고자 한다면, 모두 다 타버리게 될 때에 다시 물방울이 수레바퀴 같은 홍수를 퍼부어 초목을 두루 생장하게 하는 것처럼,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보살이 지혜의 훌륭한 방편을 퍼 부음으로써 방편을 나타내 보이되 일체 어리석은 범부들 속에 들어가 모든 어두움을 가르쳐 현성(賢聖)의 행을 나타내고, 생사의 계율을 받드는 사람을 위해 이치를 나타내어서 모두들 즐겁게 하는 것도 그러하다.
- 010_0597_b_14L爾時,世尊讚文殊師利曰:“善哉,善哉!文殊師利!快說諸菩薩智慧善權而爲聖性,乃如是乎爲說大慈大悲法行。今,文殊師利!且復聽我所言。
- 010_0597_c_02L 또 마치 향나무가 있는데 그 뿌리의 향과 가지의 향과 잎의 향과 꽃의 향과 열매의 향이 각각 다른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이 지혜인 자연의 성품으로써 일체 사람들이 하고자 함에 수순하여 그 본행(本行)을 따라 설법하되, 각각 즐겁게 하고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대비의 근본을 버리지 않음도 그러하다.
- 010_0597_b_18L譬如有國旣强且大,雲霧四起,放大熱石欲焚其國,所有草木皆當被燒,復雨洪水渧如車軸,令諸草木普得生長;如是,文殊師利!菩薩雨於智慧善㩲,方便示現入一切愚癡凡夫之士,教授諸冥現賢聖行,爲生死奉律人示義令悅。
- 또 마치 석가유라가(釋迦惟羅迦)라는 큰 마니(摩尼) 보배가 있어서 제석천[天帝釋]이 이 보배를 찰 때에 그 피복(被服)ㆍ채녀(婇女)ㆍ사택(舍宅)ㆍ강당ㆍ궁전을 비추어서 일체가 다 청정한 광명을 다투지만 큰 명월(明月) 보배는 또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의 밝은 지혜의 과(果)가 청정하게 해탈함이 명월 보배와 같아서 널리 모든 이치를 나타내되 아주 생각 없음이 그러하다.”
- 010_0597_c_02L譬如有香樹,其根香、莖香、枝香、葉香、華香、實香,各各別異;如是菩薩以智慧事自然之性,隨一切人之所欲,從其本行而爲說法,各令歡喜其心開解,不捨大悲之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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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마치 큰 명월 보배인 시일체원(施一切願)이란 보배가 뭇 사람들이 하고자 함을 따라 다 구족하게 넉넉함을 얻게 하되, 시일체원인 보배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의 청정함이 보배와 같아서 중생들의 모든 하고자 하는 원을 구족하게 하되, 그 보살 역시 아무런 생각이 없다. - 010_0597_c_06L譬如大摩尼珍寶,名曰釋迦惟羅迦,天帝釋著此寶時,照其被服、婇女、舍宅、講堂、宮殿,一切皆見淸淨光明,大明月寶亦無念也;如是菩薩明慧之果,淸淨解脫如明月寶,普現諸義永無想念。”
- 또 마치 허공 가운데 큰불이 일어나고 다시 큰비를 놓아도 그 허공에는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삼계(三界)의 불 속에 처해 있거나 적막한 무위(無爲)의 경계에 있더라도 차가움이 없고 뜨거움이 없다.
- 010_0597_c_11L佛言:“文殊師利!譬如有大明月寶,名曰施一切願,隨衆所欲,皆令具足而得所饒,施諸願寶亦無念也;如是菩薩淸淨如寶,具足衆生諸所欲願,其菩薩者亦無想念。
- 또 마치 허공 가운데 독나무[毒樹]를 나게 하고 다시 약나무[藥樹]를 나게 하여도 그 독나무가 허공을 해치지 못하고, 그 약나무의 향내가 청정함을 제거하지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훌륭한 방편으로써 모든 독나무에 들어가 약나무의 줄기와 마디로 모든 뿌리를 보호하여 뭇 더러운 번뇌가 붙지 않게끔 보살이 모든 뿌리를 청정하게 함으로써 더 청정하게 할 것이 없어 한꺼번에 두 가지 일에 들어가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 010_0597_c_16L譬如虛空之中,有大火起復放大雨,其於虛空不寒不熱;如是菩薩處三界火中,若在寂寞無爲之界無寒無熱。
- 010_0598_a_02L 또 마치 뚫어져 새는 그릇[器]을 한 군데만 때워서 새지 않게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버려 때우지 않으면 마침내 모두가 다 새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머무는 데가 항상 선정이어서 큰 신통을 갖춰 별다른 샘[漏]이 없으나 어떤 머무는 곳에 있어선 별다른 샘을 나타내되, 그 샘이 나오는 일체 근본에 따라 설법한다.
- 010_0597_c_19L譬如彼虛空中,令生毒樹,復生藥樹,其毒樹者不害虛空,其藥樹香無所除淨;如是菩薩,以善㩲方便,入諸毒樹令得成就,以藥樹莖節護諸根本,衆垢塵勞不著菩薩,除淨諸根亦無所淨,俱入二事無所沾污。
- 또 마치 천리마[騏驥]가 걸음이 날래고 굳세고도 힘이 있어서 말 떼[馬畜]를 수호하되 시위(侍衛)를 탐내지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대자대비를 세워 굳세고도 힘이 있어서 뛰어난 힘으로 뭇 사람을 구호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생각하지 않는다.
- 010_0598_a_02L譬如穿漏之器,但補一處令不得漏,捨餘不補而皆穿漏;如是菩薩,所住常定具大神通無有異漏,有所住者便現別異之漏,示現出生隨一切本而爲說法。
- 또 마치 사나운 사자가 모든 짐승의 왕으로서 두려워할 것이 없지만 오직 큰 불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 역시 두려워하는 데가 없지만 제자와 연각의 지위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 010_0598_a_06L譬如騏驥高足强而有勢,守護馬畜不貪衛已;如是菩薩,立大慈悲强而有勢,超越諸力救護衆人,不自念身。
- 또 마치 이라만(伊羅漫)용왕이 비록 축생의 짐승이 되었지만 청정한 변화를 나타내 보일 수 있음은 모두 제석(帝釋)의 본래 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이 설령 축생의 짐승 가운데 떨어지더라도 모든 청정한 법을 나타내 말할 수 있음은 그 본래의 행에 따라 트이는 것이다.
- 010_0598_a_09L譬如猛師子者,百獸之王無所懼也,唯畏大火;是菩薩亦無所畏,畏墮弟子、緣覺之地。
- 마치 나무 구멍을 마찰시켜 불을 내거나 밝은 구슬로 광명을 놓거나 그 두 가지가 다 이익됨이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그 당초부터 뜻을 내었거나 보리수 아래 앉은 뒤에 뜻을 내었거나 이 두 보살은 함께 뭇 더러운 번뇌를 제거하고 모든 애쓰는 괴로움을 불사를 수 있다.
- 010_0598_a_11L譬如伊羅漫龍王,雖爲畜獸皆能示現淸淨變化,悉是帝釋本德所致;如是菩薩假,使墮於畜獸之中,則能現說諸淸淨法,隨其本行而開導之。
- 또 마치 갖가지 나무가 각각 이름이 있되 그 색(色)이 같지 않고, 가지와 잎이 각각 다르고, 꽃과 열매가 서로 같지 않지만, 이 모든 나무가 다 4대(大)로 인하여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갖가지 행을 받들고 뭇 덕의 근본을 쌓되, 모두 그것으로 도의 뜻을 이룩해 일체 지혜를 권조(勸助)하여 성취하게 된다.
- 010_0598_a_15L譬如鑽木出火明珠放光,其於二者俱有所益;如是,文殊師利!其有初發意及坐佛樹下後當發意,此二菩薩,俱除一切衆垢之塵燒諸勤苦。
- 010_0598_b_02L 또 마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이르는 곳마다 일곱 가지 보배와 네 가지 군사가 다 따르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은 훌륭한 방편과 지혜바라밀을 얻어 들어가는 곳마다 일체 도품(道品)의 법이 다 따른다.
- 010_0598_a_19L譬如諸樹種種各各有名,其色不同、枝葉各異、華實不相類,此諸樹者,皆因四大而得滋茂;如是菩薩,奉若干行積衆德本,皆用成道意,悉勸助一切智而得成就。
- 또 마치 갈수(羯隨)라는 큰 새가 가령 그물 속에 떨어지면 계속 슬픈 소리를 내는 것처럼,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설사 보살이 소굴(樔窟)에 떨어져 불법을 요달하지 못하고 몸에 대한 탐심을 버리지 못하고 삼계(三界)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계속 사자(師子)의 깨닫는 부르짖음을 내어서 공함[空]과 형상 없음[無想]과 원 없는 법[不願]을 설하고, 생멸이 없는 일을 강설한다.
- 010_0598_a_23L譬如轉輪聖王在所至奏,七寶、四種兵皆悉從之;如是菩薩,得善㩲方便智慧度無極,無所不入,一切諸道品之法皆悉隨從。
- 또 마치 갈수라는 큰 새가 산꼭대기에 있어서는 그대로 머물고 울기를 좋아하지 않다가 같은 무리들을 만나서 비로소 난새[鸞]의 음성을 퍼뜨리는 것과 같다.
- 010_0598_b_04L譬如羯隨之鳥王,假使墮於羅網之中,續出哀音;如是,文殊師利!設使菩薩而墮樔窟,未了佛法不壞貪身、不出三界,續作師子覺吼,說空、無想、不願之法,講無造起滅之事。
-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보살이 여러 제자 속에 들어가서는 부사의한 부처님 음성을 강설하지 않다가도 보살들 가운데 있어서 비로소 보살의 일을 말하고 부처님의 부사의한 음성을 강설한다.
- 010_0598_b_09L譬如羯隨鳥王在山頂住而不肯鳴,得其輩類乃闡鸞音。
- 또 마치 수람(隨藍)의 바람이 땅을 유지하여 남섬부주[閻浮利]의 수목과 강당과 사택을 견고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일체 제자와 연각들은 부사의한 불법의 명자(名子)와 부처님의 신통과 청정 변화함을 감당해 견디지 못하니, 신심이 있어 의심이 없는 것은 스스로의 공덕으로 이루어짐이 아니라 다 부처님의 위신(威神)이 그 신심을 얻게 하는 것이다.
- 010_0598_b_10L如是,文殊師利!若有菩薩入諸弟子中,不講不可思議佛音,在諸菩薩中乃說菩薩事,講佛不可思議之音。
- 또 마치 햇빛의 광명이 청정하거나 청정하지 않는 데를 다 비추되 기뻐함도 없고 미워함도 없으면서 일월(日月)의 궁전이 캄캄할 때가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보살은 지혜의 훌륭한 방편 광명을 내어서 제자 연각과 여러 범부들과 함께 일을 주선하되, 제자들 속에 있어도 기뻐하지 않고 범부들 속에 있어도 근심하지 않으면서 보살의 방편 지혜의 자리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 010_0598_b_13L譬如隨藍之風,不能持地固閻浮利及樹木講堂舍宅;如是,文殊師利!一切弟子、緣覺,不能堪忍無思議佛法名字,及佛神通淸淨變化,有信而無疑者,非自功德所致。皆佛威神而令得信。
- 010_0598_c_02L 또 마치 도리천(忉利天)의 주도수(晝度樹)가 처음 잎이 돋아날 적에 여러 하늘들이 이것을 보고 기뻐하여 마음으로 생각하고 말하기를, ‘주도수가 오래지 않아 마땅히 꽃과 열매가 있어 성취(成就)하게 되리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가령 보살이 모든 것을 다 보시하여 아끼지 않는다면, 여러 불세존께서 칭찬하시기를, ‘이 보살은 오래지 않아 마땅히 불법의 꽃과 열매를 얻어서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리라.’고 하신다.
- 010_0598_b_18L譬如日之光明照淨不淨,亦無喜悅、亦無憎惡,日月殿舍無冥沒時;如是菩薩,放智慧善㩲光明,與弟子、緣覺、諸凡夫士共周旋從事,不用在弟子中而歡喜,不以在凡夫之士而爲愁悒,亦不失菩薩㩲慧之場也。
- 또 마치 그 나무가 부드럽고 연한데다가 뿌리의 포기가 깊고도 굳어서 비록 굽고 숙어지는 모양을 나타내지만 끝내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보살이 만약 일체 사람들에게 공경히 예(禮)로써섬긴다면 끝내 제자 연각의 지위에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다.
- 010_0598_b_24L譬如忉利天上晝度樹初生葉時,諸天見之皆悉歡喜,心念言:‘晝度樹不久當有華實,而得成就。’如是,文殊師利!假使菩薩一切所有施而不惜,諸佛世尊歎是菩薩,不久當得佛法華實施諸群生。
- 또 마치 물이 땅에 떨어져 흐르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서 교만함이 없고 일체지(一切知)를 따라 머리 조아려 스스로 귀의한다.
- 010_0598_c_06L譬如其樹柔軟根株深固,雖現曲棭終不恐墮;如是,文殊師利!若有菩薩恭敬禮事於一切人,終不恐墮弟子、緣覺之地。
- 또 마치 큰 바다가 땅 속에서 서서 가장 처음 이루어져 일체 강과 시내의 물을 다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도 교만함이 없기 때문에 일체 불법의 꼭대기에 서게 된다.
- 010_0598_c_10L譬如水墮地流;菩薩如是無有憍慢,從一切智稽首自歸。
- 또 마치 조명(照明)이라는 이름의 큰 명월주(明月珠)는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이 다 그 속으로부터 나오므로 뭇 다른 명월주가 그것과 같을 것이 없어 모든 명월주 보배를 다 비추어도 그 광명이 줄지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도 모든 제자와 연각들을 가르쳐서 다 계율에 들어가 다른 행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
- 010_0598_c_11L譬如大海立於地中最爲始成,皆含受一切江河諸流;如是菩薩用無慢故,得立一切佛法之頂。
- 또 마치 만타륵꽃[蔓陀勒華]이 부드럽고 연하고 묘하고 좋아서 그 향내가 두루 40리(里)에 풍기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성현의 지혜로써 큰 자비심을 내어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두루 안온하게 한다.
- 010_0598_c_14L譬如大明月珠,名曰照明,諸所欲得皆從中出,衆明月珠無與等者,悉皆照諸明月珠寶其明不減;如是菩薩,教授諸弟子、緣覺,令得入律不墮彼行。
- 또 어떤 병자가 마치 만타륵꽃의 향내를 맡으면 그 병이 곧 낫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대자대비의 향으로 두루 다니는 곳마다 일체 번뇌의 병을 제거한다.
- 010_0598_c_18L譬如蔓陁勒華柔軟妙好,其香周帀聞四十里;菩薩如是,以聖賢智發大慈悲,普遍衆生令得安隱。
- 또 마치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을 적에 우담발(優曇鉢)나무는 열매만 있고 꽃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없으면 불법의 꽃이 나오지 않는다.
- 010_0598_c_21L譬如蔓陁勒華,若有病者聞此華香其病卽愈;菩薩如是,以大慈大悲香行,遍至除解一切塵勞之病。
- 010_0599_a_02L 또 마치 아뇩달(阿耨達)용왕이 가령 비를 내릴 때엔 온 남섬부주에 두루하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이 만약 법 비[法雨]를 내린다면 일체 인민과 꿈틀거리는 벌레에까지 두루한다.
- 010_0598_c_23L譬如無有佛時,優曇鉢樹無華有實;未有菩薩不出佛法之華。
- 또 마치 아뇩달 큰 못[淵]이 사방 강물을 흘러내어서 다 바다에 들어가 항상 가득 차게 하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이 네 가지 은혜의 행을 흘러내어 큰 지혜의 바다를 가득차게 한다.
- 010_0599_a_02L譬如阿耨達龍王,假令雨時遍閻浮利;如是菩薩,若放法雨皆遍一切人民蠕動。
- 또 마치 큰 바다가 있을 때에 남섬부주 사람들은 저절로 된 조그마한 마니주(摩尼珠)를 얻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보살의 뜻을 내지 않을 때엔 다 제자와 연각의 법보만을 이어받아서 쓴다.
- 010_0599_a_04L譬如阿耨達大淵流出四江,悉歸于海常而得滿;如是菩薩,流四恩行以具足滿大智慧海。
- 또 마치 그 빛과 형상이 있는 것은 다 4대(大)가 있기 마련인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설법하는 것은 다 일체를 도탈시켜 법문에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 010_0599_a_07L譬如未有大海時,閻浮利人得自然小摩尼珠;如是,文殊師利!未發菩薩意時,皆承用弟子、緣覺法寶。
- 또 마치 수목이 산이나 못 가운데만 있으면 뭇 사람들에게 이익이 없는 것처럼 제자도 이와 같이 생사의 환란을 두려워해서는 일체 사람들에게 이익이 없다.
- 010_0599_a_10L譬如其有色像者,皆有四大;菩薩如是,諸所說法皆欲度脫一切令入法門故。
- 또 마치 큰 성(城) 중앙에 약 나무[藥樹]가 자라나면 일체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많은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이 대자대비에 들어가서 일체의 지혜를 내면 그 보배의 뜻으로써 일체 중생을 요익하게 하는 것이 많다.
- 010_0599_a_12L譬如樹木生於山澤之中無益衆人;弟子如是,畏生死難無益一切。
- 또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雨水]이 오래 괴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제자도 이와 같이 가르치는 설법은 오래도록 존재할 수 없다.
- 010_0599_a_14L譬如大城中央而生藥樹,多所療治於一切人;菩薩如是,入大慈悲發一切智,其以寶意多所饒益一切群生。
- 또 마치 봄철에 크게 흐르는 물은 줄어서 다될 때가 없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가르치는 설법이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다.
- 010_0599_a_17L譬如天雨之水不能久在;弟子如是,教授說法而不久立。譬如春月大流水無減盡時;菩薩如是,教授說法而得久立。
-
또 마치 겨울철 산중에 있는 나무를 만약 베었더라도 때가 되면 빨리 돋아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부처님께서 하신 일은 여래께서 비록 반열반에 드시더라도 삼보의 가르침은 오히려 끊어지지 않는다.” - 010_0599_a_20L譬如冬生山中樹,若有斷截者,應時疾生;如是,文殊師利!佛之所現作,如來雖般涅槃,三寶之教猶不斷絕。”
-
010_0599_b_02L이에 현자 수보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에 없었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보살들 명칭과 공덕의 행이 높고 높아서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까 여래께서 말씀하신 성실하고도 자세한 공덕은 이 또한 미치기 어려운 일이니, 가령 보살이 이러한 공덕의 이치를 듣고서 기뻐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는다면 이야말로 매우 좋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 010_0599_a_23L於是,賢者須菩提白佛言:“未曾有也,世尊!是諸菩薩名德之行,巍巍無量莫能稱焉。向者如來講說誠諦功德,是亦難及。假使菩薩聞如是德義,而不歡喜亦不愁悒,是爲甚善!”
-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살은 본래 청정함으로 이루어졌는지라, 이 때문에 일체 공덕의 이치 설함을 듣고서도 기뻐하거나 근심하지 않는다.” - 010_0599_b_05L佛言:“菩薩本淸淨所致,是故聞說一切德義不善,不愁。”
-
수보리는 부처님께 물었다.
“어떤 것을 본래 청정함이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我]가 없는 것의 근본과 수명(壽命)이 없는 것의 근본과 몸을 탐할 것이 없는 근본과 어리석음과 은애(恩愛)가 없는 근본과 ‘이것은 내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하는 근본이니, 이와 같이 보살은 이 모든 근본에 있어서 청정함을 행한다.” - 010_0599_b_07L須菩提問佛言:“何謂爲本淨?”世尊曰:“無我之本、無壽命本、無貪身本、而無愚癡恩愛之本,是我所非我所本,如是菩薩,於此諸本而行淸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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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또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청정함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짐도 없고 버림도 없는 이것을 청정하다 하며, 일어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이것을 청정하다 하며, 생각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고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는 이것을 청정하다 하며,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는 이것을 청정하다 하며, 조작이 아닌가 하면 조작 아닌 것도 아니고 어둡지 않는가 하면 밝지도 않고 번뇌가 없는가 하면 쟁란(諍亂)도 없고 해탈이 아닌가 하면 속박도 아닌 이것을 청정하다고 한다.” - 010_0599_b_11L須菩提又問:“世尊!何謂爲淨?”佛言:“無取、無捨是謂爲淨;不起、不滅是謂爲淨;無思、無想、無穢、無潔是謂爲淨;無高、無下是謂爲淨;不作非不作、不冥亦不明、無塵垢亦無諍亂、不脫亦不縛是謂爲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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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생사도 없고 열반도 없는 그것을 어떻게 청정하다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수보리야, 그러한 것이 바로 청정함이다. 열반을 생각하지 않고 생사를 멀리하지도 않기 때문에 곧 청정하다고 하는 것이니, 마치 저 허공을 청정하다 하지만 청정한 허공이란 것이 없는 것처럼, 이러한 행을 청정하다 함은 저 청정함을 조작함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듣고서 겁내지 않는다면 이는 청정하다고 할 것이다.” - 010_0599_b_16L須菩提白佛言:“無生死亦無泥洹,彼何謂爲淨?”佛告須菩提:“如是爲淨,不念泥洹、不遠生死,爾乃爲淨。譬如虛空爲淨,無有淨虛空者,如是行者爲淸淨;彼無有爲作淸淨者,若聞此不恐畏是謂爲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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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보리의 생각은 어떠하냐? 청정한 법이란 것이 있겠느냐?”
수보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본래부터 이미 청정합니다.” - 010_0599_b_21L佛言:“於須菩提意云何?有淨法者耶?”須菩提白佛言:“從本已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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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599_c_02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모든 설법을 듣고서도 그 말에 집착하지 않아야만 이것을 청정하다고 할 것이다. 무심(無審)1)한 것에 집착한다면 어찌 청정하다 하겠는가?”
수보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법계는 저절로 청정하여 평등한 것인 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 010_0599_b_23L佛言:“聞諸所說不著言說是謂爲淨,著於無審者,豈可謂淨乎?”須菩提白佛言:“法界爲自然淨,而有等知。”
-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법계를 알 수 있겠는가?”
수보리는 대답하였다.
“알 수 있겠습니다.” - 010_0599_c_03L佛言:“云何?須菩提!可知法界耶?”須菩提言:“可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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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령 법이 앎이 있다면 곧 생기자마자 다른 법이 되니, 그가 법계를 구한들 그 법계를 또한 알지 못하는 법일 것이다.” - 010_0599_c_04L佛言:“假令法有知便生,卽爲異法,彼爲求法界,其法界亦不了知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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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설사 수보리여, 다른 법계를 아는 해탈이 없다면 그 법계를 안다는 것도 해탈할 수 없을 것이니, 이러하거늘 어떻게 법계를 분명히 안다고 하겠는가?” - 010_0599_c_06L佛言:“設使,須菩提!無有知餘法界解脫,其知法界者不得解脫,如是云何了知法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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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현자 수보리가 잠자코 대답하지 못하자, 이에 문수사리가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현자는 세존의 교훈이 있었음에도 잠자코 대답하지 않는가?”
수보리는 말하였다.
“잠자코 있는 까닭은 본래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道意]을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제자의 변재[辯]는 한계가 있고 거리낌이 있지만 보살의 변재는 한계도 없고 거리낌도 없기 때문입니다.” - 010_0599_c_08L爾時,賢者須菩提默然不答;於是,文殊師利謂須菩提:“云何,賢者!世尊有教默而不答?”須菩提曰:“所以默者,用本不發無上正眞道意故。所以者何?弟子之辯有限有㝵,菩薩辯才無限無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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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또 물었다.
“수보리여, 법계가 어찌 한계와 거리낌이 있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법계는 한계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것입니다.” - 010_0599_c_14L文殊師利又問:“云何,須菩提!法界寧有限㝵不乎?”答曰:“法界無限無㝵。”
-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가령 법계가 한계도 없고 거리낌도 없다면 현자는 어째서 말이 잠잠하고 거리끼고 있습니까?”
수보리는 대답하였다.
“온 법계를 알려고 하는 이는 곧 말에 있어서 거리낌이 되지만, 만약 법계의 한량없고 다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아는 자는 그 말씀을 들으매 말에 거리끼지 않을 것입니다.” - 010_0599_c_16L文殊師利曰:“假使法界無限無㝵,賢者曷爲言默而㝵?”須菩提答曰:“其欲知盡法界者,便以言說而爲罣㝵;若有了知法界無量不可盡者,聞其所言則不爲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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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다.
“수보리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역시 법계가 다할 수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다할 수 없는 법이란 넓은 문[普門]이기 때문에 법은 다할 수 없는 것입니다.” - 010_0599_c_20L又問:“於須菩提意云何?至於法界爲有盡不?”答曰:“不可盡,法者普門,以故法不可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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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0_a_02L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만약 법이 다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현자는 설법하는 데 거리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한계가 있는 제자인지라, 법을 강설(講說)하되 다함이 있고 거리낌이 있지만 부처님의 경계는 한량이 없으니, 그러므로 법계를 강설하되 다할 때가 없는 것입니다.” - 010_0599_c_22L文殊師利曰:“設使法不可盡,云何賢者說法而㝵?”答曰:“我限弟子所講說法而有盡㝵,觀於佛界而無有量,講說法界而無盡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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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또 물었다.
“어째서 수보리께선 법이 또 경계가 있다고 말씀합니까? 그 법에 경계를 짓는다면, 이는 법을 설함에도 분수(分數)가 있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법이 경계가 있다거나 법이 경계가 없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 010_0600_a_03L文殊師利又問:“云何?須菩提!法寧復有境界說乎?其有於法作境界者,說法則有分數。”答曰:“吾不說法有境界、法無境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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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현자는 갖가지 경계를 말합니까?”
수보리는 대답하였다.
“아까 이미 ‘제자의 변재는 한계가 있고 거리낌이 있지만 보살의 변재는 한계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 010_0600_a_06L文殊師利曰:“曷爲,賢者!說若干境界?”須菩提答曰:“向者本說弟子之辯有限有㝵,菩薩辯才無限無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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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현자여, 어떤 것을 밝은 지혜를 얻는다고 합니까?”
수보리는 대답하였다.
“이와 같이 밝은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 010_0600_a_09L文殊師利曰:“云何,賢者!得明慧耶?”須菩提答曰:“如是得明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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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또 물었다.
“현자는 어째서 말이 잠잠하여 거리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제자로선 일체 사람들의 근본을 분명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있을 뿐이고, 보살의 변재는 지혜가 중생들의 근본을 깨달은지라, 이 때문에 말에 거리끼지 않는 것입니다.” - 010_0600_a_11L文殊師利又問:“賢者,云何言默而㝵?”答曰:“用弟子不能了知一切人根故,用言說而作㝵耳。菩薩辯慧曉衆生本,是故不以言說而爲罣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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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세존의 변재 지혜는 왕래하는 것이 없으니 그 지혜도 혹시 한계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그 지혜는 거리끼는 상(相)이 없으며, 머무는 상도 없습니다.” - 010_0600_a_14L文殊師利曰:“世尊辯才之慧無有往來,其智慧想寧有限乎?”答曰:“不也!其智慧者,無罣㝵相、無所住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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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가령 지혜가 거리끼는 상이 없고 머무는 상도 없다면 어째서 현자는 잠잠하고 거리끼게 되는 것입니까?”
수보리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존자 사리불(舍利佛)을 지혜 제일이라고 칭찬하셨으니, 그 분에게 물어본다면 당신을 위해 해설해 줄 것입니다.” - 010_0600_a_17L文殊師利曰:“假使智慧無罣㝵相、無所住相,何故賢者而默作㝵?”須菩提曰:“尊者舍利弗,佛所稱歎智慧爲最,當問此賢爲仁解說。”
-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문수사리에게 강설할 법을 듣고자 합니까? 그렇다면 이제 선설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일찍이 지혜를 들어서 압니다. 옛날 문수사리는 무수한 백천 부처님 앞에서 설법하여 여러 큰 제자들로 하여금 잠잠히 말이 없게 하였습니다. - 010_0600_a_21L舍利弗謂須菩提:“欲聞我說文殊師利所講法乎?今欲宣之。所以者何?吾曾聞智,昔者文殊師利,於無央數百千佛前說法,令諸大弟子默而無言。
- 010_0600_b_02L 또 기억하건대 지난 때 내가 문수사리와 함께 나가서 동쪽으로 여러 부처님 국토를 유행하면서 무수한 백천 불국토를 지났는데, 그 세계의 명칭이 희신정(喜信淨)이고, 그 부처님의 명호가 광영(光英)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이신데, 지금 현재도 설법하시며, 그의 큰 제자로서 성지등명(聖智燈明)이란 이가 있는 지혜가 가장 높습니다.
- 010_0600_b_02L又憶往時,吾與文殊師利共出東遊諸佛國,度無央數百千佛土,有世界名喜信淨,其佛號光英如來、無所著、等正覺,今現在說法。有大弟子名曰聖智燈明,智慧最尊。
- 마침 여래께서 한가로이 앉아 계심을 보고 그 성지등명 제자가 곧 몸을 솟구쳐 제7의 범천(梵天)에 가서 그 음성으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고하여 일체를 위해 설법하였는데, 내가 문수사리와 함께 저 국토에 도착하니, 그 무수한 백천 보살과 10만의 하늘들이 다 문수사리를 시종하여 설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 010_0600_b_06L適見如來閑居宴坐,其聖智燈明弟子,卽踊身往第七梵天,其聲遍告三千大千世界,爲一切說法。吾與文殊師利俱至彼國,及諸無數百千菩薩十萬天皆俱,侍從文殊師利,欲聞法故。
- 그때 문수사리가 곧 광음천(光音天)에 올라가 큰 소리로 외치니, 그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하였고, 마왕(魔王)의 궁전을 흔들고 모든 나쁜 갈래[惡道]를 소멸시켜 즐거운 신심을 얻게 함으로써 이에 성지등명 큰 제자도 저 큰 음성을 듣고 곧 크게 두려움을 느껴 땅에 쓰러져 스스로가 어쩔 줄 몰라 했으니, 마치 수람(隨藍)의 큰 바람이 일어날 때에 모든 것이 다 무너져 스스로 견딜 수 없음과 같았습니다.
- 010_0600_b_11L爾時文殊師利,便往光音天上謦揚大聲,其音普遍三千大千世界,動魔宮殿滅諸惡道令得悅信。於是聖智燈明大弟子,聞彼洪音卽大恐怖,尋便躄地不能自制,譬如隨藍大風起時,有所崩墮莫能自固。
-
성지등명은 이때 너무나 겁이 나서 옷과 털이 곧추 선 채 전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고서 광영여래의 처소에 나아가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누가 비구의 형상을 하고서 큰 음성을 내므로, 제가 그 음성을 듣고 겁이 나서 스스로 어쩔 줄 몰라 곧 땅에 쓰러지기를 마치 수람의 바람이 일어날 때에 부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는 것이 없음과 같았습니다.’ - 010_0600_b_17L聖智燈明於時恐怖,衣毛爲豎得未曾有,往詣光英如來所,白世尊言:‘唯天中天!誰爲比丘色像出大音聲?我聞其音怖不自制,卽便躄地,如隨藍風起靡不摧落。’
-
010_0600_c_02L그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문수사리란 보살이 있으니, 그가 퇴전(退轉)하지 않는 지위를 얻어 신통의 성스러운 즐거움과 밝은 지혜의 힘으로 이 국토에 이르러 여래를 보고서 머리 조아려 예배함과 동시에 모든 이치를 강문(講問)하려고 한다. 아까 광음천에서 형상을 비추고 큰 음성을 내어 널리 삼천대천세계에 들리게 하였고, 마왕의 궁전을 진동하고 나쁜 갈래를 소멸시켜 다 즐겁게 하였다.’ - 010_0600_b_21L其佛告言:‘有菩薩名文殊師利,得不退轉,以神通聖樂明慧之力來至此國,欲見如來稽首作禮講問諸義。向者曜形於光音天,擧大洪音,普聞三千大千世界,震動魔宮除滅惡道,皆令喜悅。’
-
그 제자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문수사리를 뵙고자 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이러한 정사(正士)를 보게 된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 010_0600_c_04L其弟子白佛言:‘願欲見文殊師利。唯,天中天!得睹正士如是之等,則爲幸甚。’
- 그때 광영부처님께서 곧 감응(感應)을 일으켜 문수사리를 청하자, 이에 문수사리는 여러 보살과 하늘들과 함께 허공으로부터 홀연히 내려와 광영 여래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각각 신통의 힘으로 법좌(法座)를 조화로 만들어 앉아 있었습니다.
- 010_0600_c_06L時,光英佛卽作感應,請文殊師利;於是文殊師利與諸菩薩及諸天,從虛空中忽然來下,往詣光英如來佛所,稽首佛足繞佛三帀,各以神力化作法座而坐。
-
그때 광영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이 세계에 왔으며, 무엇을 관찰하고 채택하려 하는가?’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대답했습니다.
‘세존을 뵙고 머리 조아려 예경을 이룬 다음 법에 대한 일을 묻고자 이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 010_0600_c_10L爾時,光英佛問文殊師利:‘仁者何興到此世界?欲何觀採?’文殊師利白佛:‘欲見世尊,稽首致敬啓問法事,故來至此。’
-
또 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여래를 관찰하여야 청정한 견(見)이 되며, 어떻게 여래께 예배할 것이며, 어떻게 여래께 문안할 것이며, 어떻게 여래께 강문(講問)할 것이며, 어떻게 여래의 말씀을 받아 들을 것입니까?’ - 010_0600_c_13L又問:‘文殊師利!云何觀如來而爲淨見?云何禮如來?云何問訊如來?云何講問?云何聽受如來所說?’
-
문수사리는 대답했습니다.
‘모든 법의 고요함이 바로 청정한 것임을 관찰하여 여래를 보는 것이 청정한 관(觀)이 되니, 몸도 없고 뜻도 없고 마음도 없고 예배도 없고 공경도 없고 갑작스러움도 없고 거칢도 없고 무너뜨림도 없고 머묾도 없고 항상 얻을 수도 없고 공으로부터 나와서 마음과 행이 없고 언제나 고요한지라, 이와 같이 관함이 여래를 관하는 것입니다. - 010_0600_c_16L文殊師利曰:‘觀諸法寂爲淸淨見如來。爲淸淨觀,亦無身無意無心、無禮無敬、無卒無暴、無壞無住,不常得、從空生、無心行、常寂寞,如是爲觀如來。
- 그리고 내[我]가 없이 평등한 빛을 조작하지 않는가 하면, 평등을 평등이라 하지도 않고 삿됨을 삿됨이라 하지도 않으면서 한결같이 평등하여 모든 불세존의 법신(法身)이 함께 자기 몸이 되고, 법신에 들어가는 것을 보되 역시 보는 것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고 멀거나 가까운 것도 없으니, 이러함이 여래께 예배하는 것입니다.
- 010_0600_c_20L而無我,不作等色,亦不以等爲等,不以邪爲邪,而一平等。諸佛世尊法身俱爲己身,亦見入法身所見、亦無見無所見、亦無遠無所近,如是爲禮如來。
- 010_0601_a_02L 고요히 문안하되 아무런 생각과 생각하는 것이 없어서 법을 있다고 보지도 않고 고요한 법이 없다고 보지도 않아 나라는 자체가 이미 일체 법에 고요하여서 곧 잠잠하고 평등한 문안을 할 뿐 미혹된 문안을 하지 않아 그 문안하려는 자나 문안하는 자가 모두 두 가지 마음이 없어 바라밀을 구하고 문안하는 그것이 곧 세 도량[三道場]을 청정하게 하니 이러함이 여래께 문안하는 것입니다.
- 010_0600_c_24L而作寂寞問,無有想念、亦無見有法、亦不見無寂寞法,我者已寂,於一切法便默,作平等問、不迷惑問。其有欲問及問者,彼無有二,求度無極,所問淨三道場,如是爲問訊如來。
- 오고 감이 없는 것처럼 뜨고 잠김이 없고 그 말씨가 부드럽고도 순하여 여래의 뜻에 맞고 모임의 대중들을 즐겁게 하되 남의 마음에 끌리지 않는가 하면, 나아가선 이러한 물음으로써 무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도의(道義)를 세워서 공덕의 갑옷을 버리지 않고 보리수 아래에 앉게 하니, 이러함이 바로 여래께 강문하는 것입니다.’
- 010_0601_a_06L如無去問無沈浮,所言柔順可如來意,悅諸衆會不著他心,以是所問,令無數人立於道義,不捨德鎧至坐佛樹,如是聽講爲問如來。’
-
이에 광영 여래ㆍ정각은 문수사리 동자를 칭찬했습니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그대여, 이와 같이 여래를 보고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법의 이치를 강문하는 것이 과연 그러하다.’ - 010_0601_a_09L於是光英如來、正覺讚文殊師利童子曰:‘善哉,善哉!仁者如是,爲見如來稽首作禮講問法義。’
-
이에 문수사리는 성지등명(聖智燈明) 큰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존자여, 어떻게 여래를 보고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며, 어떻게 법의 이치를 묻는 것이겠습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예, 문수사리여, 나는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또 그 유(類)도 아닙니다. 제자는 음성으로 해탈을 얻기에 이런 일을 분명히 알지 못합니다.’ - 010_0601_a_12L於是,文殊師利問聖智燈明大弟子:‘尊者,云何見如來稽首作禮?云何問法義?’答曰:‘唯,文殊師利!我不及此亦非其類,弟子以音而得解脫,不了是事。’
-
또 물었습니다.
‘현자는 어떤 것을 증득하는 때라고 생각하며, 어떤 것을 진실히 증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라고 말합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문수사리여, 나는 거칠게 말할 뿐이어서 깊은 이치를 강(講)하지 못합니다.’ - 010_0601_a_16L又問:‘云何賢者,意而證時,言是信證而解脫耶?’答曰:‘文殊師利!我麤說耳未講深義。’
-
또 물었습니다.
‘어떻게 깊은 이치의 평등함을 강하여 나타내겠습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평등함을 다루지도 않고 깊은 이치를 다루지도 않는 것입니다.’ - 010_0601_a_18L又問:‘何謂講暢深義之平等乎?’答曰:‘不御平等、不導深義。’
-
또 말했습니다.
‘왜 일어나고 사라짐을 말하겠는가? 공의 이치란 깊음이 없으면서 깊고, 공의 이치란 평등함이 없으면서 평등한지라, 이것이 제일의 이치이니, 바로 성실한 경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010_0601_a_20L又曰:‘何說起滅空義無深,而得空義無平等想?如是爲一審諦,則是深入誠實之義。’
-
성지는 말했습니다.
‘처음 배우는 보살로서 이 말을 듣는 자가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도 이제 이미 두려워했는데 하물며 처음 배우는 사람이겠습니까?’
성지는 말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게 할 자는 없을 것입니다.’ - 010_0601_a_22L曰:‘新學菩薩,聞此言者得無恐懼?’文殊師利答曰:‘仁者今已恐懼,況於新學。’聖智曰:‘無能恐我者。’
-
010_0601_b_02L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왜 두려워했습니까? 현자는 아직 해탈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는 말하였습니다.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싫어함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해탈을 얻습니다.’ - 010_0601_b_02L答曰:‘向者何爲恐懼?賢者未厭解脫乎?’曰:‘非不恐、非無厭而得解脫也。’
-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현자는 본래 두려움과 합하였으니, 이 때문에 그대도 이제 이미 두려워했는데 하물며 처음 배우는 자이겠느냐고 말한 것입니다.’ - 010_0601_b_04L文殊師利曰:‘用賢者本恐懼俱合,以故說仁今已恐懼,況新學耶?’
-
그는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보살은 무엇으로 인하여 해탈하게 됩니까?’
대답하였습니다.
‘두려움이 없어서 더럽게 여기거나 싫어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해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 010_0601_b_05L問文殊師利曰:‘菩薩何因而得解脫?’曰:‘致無恐懼而不穢厭。’
-
그는 또 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이 말씀은 무엇을 이르는 것입니까?’
대답하였습니다.
‘억백천 마군과 그 관속(官屬)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체를 위해 설법하되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으며, 한량없는 덕을 쌓고 무수한 지혜를 심되 그 소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입니다.’ - 010_0601_b_07L又問:‘文殊師利!此言何謂?’答曰:‘不畏億百千魔及官屬,爲一切說法而無疲厭,不畏積功累無量德,殖無數慧所行不惓。’
-
그때 저 모임 가운데 있던 여러 천인들이 각각 가지가지 기이한 꽃을 가지고 문수사리의 머리 위에 뿌리면서 다 함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머무는 처소라면 마땅히 고루 관찰할 것이니, 이는 여래께서 바른 위신(威神)으로 문수사리가 있는 곳마다 옹호하여 일체의 덕으로써 뭇 사람을 구제하되 법을 강설(講說)하게 하신다.’ - 010_0601_b_10L時,彼會中有諸天,各持種種奇異之華,用散文殊師利上,悉俱言曰:‘文殊師利所止頓處,則當等觀,是則如來爲正威神,文殊師利所在擁護,以一切德救濟衆人爲講說法。’
-
이에 문수사리는 성지등명 제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 기년(耆年)의 지혜를 칭찬하셨으니, 어떤 것을 지혜로서의 유위이고 무위라고 합니까? 가령 유위라면 분별을 일으키게 되고, 무위라면 그것 또한 상(相)을 조작함이 됩니다.’
그는 문수사리에게 대답했습니다.
‘모든 성현들도 염(念)하는 바로써 무위를 강설하였습니다.’ - 010_0601_b_15L於是,文殊師利謂聖智燈明弟子:‘世尊歎詠耆年智慧,云何智慧有爲無爲乎?假使有爲則爲起分,設使無爲彼亦造相。’答文殊師利曰:‘諸聖賢所念,但講無爲。’
-
또 물었습니다.
‘무위라면 어떻게 염(念)한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였습니다.
‘없습니다.’ - 010_0601_b_20L又問:‘無爲寧有念說耶?’答曰:‘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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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1_c_02L문수사리는 또 물었습니다.
‘모든 성현들이 무엇 때문에 무위의 행을 강설하셨습니까?’
그때 성지등명 제자가 잠자코 더 대답하지 못하자, 이에 광영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대중의 모임을 위해 법문을 강설하여 여러 하늘들로 하여금 그 법을 받아 듣게 하며, 뭇 보살들도 그 법을 듣고 퇴전하지 않는 지위에 서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체득하게 하여라.’ - 010_0601_b_21L文殊師利又問:‘諸聖賢何爲講說無爲之行乎?’爾時,聖智燈明弟子,默然無以加報。於是光英如來、無所著、等正覺告文殊師利:‘爲是衆會講說法門,令諸天聞受其法,衆菩薩聞立不退轉,逮無上正眞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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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바른 법문이란 행이 고요함이니, 고요한 법문에는 말이 없고 생각조차 없는 것으로써 청정을 삼는 것입니다.’ - 010_0601_c_03L文殊師利曰:‘其正法門者行寂寞,於寂門無言說,以恬然爲淸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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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 대중 가운데 법의(法意)라는 보살이 모임의 자리에 있다가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만일 여래께서 음욕과 분노와 우치의 일을 말씀하실 때라면 어찌 고요한 법이겠습니까? 그 생각조차 없는 법문이 어찌 적정하거나 담박하거나 청정한 법이 되겠습니까?’ - 010_0601_c_05L時彼衆中,有菩薩號曰法意,在於會坐,問文殊師利:‘設使如來說婬怒癡事時,豈是寂寞法乎?其恬然門寧爲靜泊淸淨法耶?’
-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음욕과 분노와 우치가 어디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까?’
그는 말했습니다.
‘염(念)하여 생각을 일으킴에 따라 있는 것입니다.’ - 010_0601_c_09L文殊師利答曰:‘仁意云何?婬怒癡焉在?從何起乎?’曰:‘從念起想而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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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습니다.
‘생각은 어디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습기[習]로부터 일어나는 것입니다.’ - 010_0601_c_10L又問:‘想念從何起?’答曰:‘從習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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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습니다.
‘습기는 어디로부터 있게 됩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내 것이라든가 내 것이 아니란 데를 따라 있는 것입니다.’ - 010_0601_c_11L又問:‘習者從何有?’答曰:‘從我所非我所而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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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습니다.
‘내 것이라든가 내 것이 아니란 것은 어디로부터 일어납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몸을 탐하는 것으로부터 있게 됩니다.’ - 010_0601_c_12L又問:‘是我所非我所從何起?’答曰:‘從貪身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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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었습니다.
‘몸을 탐하는 것은 다시 어디로부터 일어납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나라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 010_0601_c_14L又問:‘貪身復從何起?’答曰:‘用住吾我故。’
-
또 물었습니다.
‘나라는 것은 어디로부터 일어납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문수사리여, 나라는 것은 머무는 곳을 볼 수 없고 있는 곳도 없으며, 처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널리 시방에 이르러 나를 구하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010_0601_c_15L又問:‘吾我從何起?’答曰:‘文殊師利!吾我者,不見所住,亦無有處亦非無處。所以者何?普至十方求於吾我不可得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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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족성자여. 그 누가 시방에 나아가서 법의 처소를 찾고자 하여도 얻을 수 없고 볼 수 없을 것이니, 왜냐하면 저 법이 어찌 문(門)이 있겠습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문 없는 문이 있는 것입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내가 이 때문에 모든 법문은 다 고요하다고 말하니, 일체 설한 바 담박한 문은 고요하여서 청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 010_0601_c_18L文殊師利曰:‘如是,族姓子!其有詣十方欲索法處,亦不可得亦不可見。所以者何,彼法寧有門不?’答曰:‘有無門之門。’文殊師利曰:‘我以是故,言諸法門悉寂寞,一切所說而淡泊門,靜然而致淸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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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2_a_02L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8천의 보살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그때 문수사리는 널리 대중의 모임을 위해 설법한 뒤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수보리여, 이것을 분명히 알아 두십시오. 제자나 보살 할 것 없이 우리들로서는 그 변재를 당할 수 없는데 어찌 감히 문수사리의 강하는 법의 말씀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010_0601_c_23L說是語時,八千菩薩得不起法忍。爾時,文殊師利,廣爲衆會說法,便從坐起而去。用是故,須菩提!當了知此,無有弟子及菩薩者,吾等莫能當其辯才,豈敢堪任與文殊師利講法談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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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현자 수보리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그대는 다시 문수사리께서 어떤 다른 신통 변화가 있어 여러 불토를 왕래하면서 유행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 010_0602_a_05L爾時,賢者須菩提問舍利弗:“仁者復見文殊師利,有何異神通變化,往來遊諸佛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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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은 수보리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기억하건대 옛날 일찍이 문수사리와 함께 여러 나라를 유행할 때에 어떤 불토에서 불이 일어나 세계를 태워 버렸고, 곧 그곳에 저절로 연꽃이 두루 피어 구족하였는데, 문수사리가 그 위를 밟고 다녔으며, 혹 가득한 불이 부드럽기가 마치 가는 옷과 같았고, 좋은 음식의 아름다운 맛과 냄새가 마치 전단(栴檀)을 몸에 바르거나 옷과 침구에 뿌린 것 같았으며, 한편 그 불토의 허공으로부터는 저절로 범천[梵]의 궁전이 조화로 만들어져 장엄한 꾸밈으로 세워졌는데, 그때 여러 보살들이 그 속에 들어가 앉아서 삼매에 들어 있었습니다. - 010_0602_a_08L舍利弗答須菩提曰:“我憶念昔者曾與文殊師利共遊諸國,有佛土火起而燒剎,便有自然蓮華遍布具足,文殊師利蹈上而行,或有滿火其火柔軟;譬如細靡之衣、好食美味香,如栴擅塗身及衣臥具,從其佛國於虛空中,自然化作梵之宮殿立之嚴飾。時諸菩薩入坐其中定意正受。
- 그리고 어떤 불토에서는 흥성함을 나타내고 일체 신심을 내어 불도를 이루어서 가리거나 숨김없이 인자한 마음을 행하여 널리 중생들을 구제합니다. 무엇이 불도를 이루어 가리거나 숨김없는 인자한 마음을 행하는 것인가 하면, 일체 사람들의 음욕과 분노와 우치와 번뇌의 불이 있는 것을, 만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가장 바른 깨달음을 얻는 이라면 3구(垢)를 끊게 하여 자비한 마음으로써 중생들에게 설법하며 삼매에 들게 하니, 이것이 이른바 불도를 이루어 가리거나 숨김없는 인자한 마음을 행하는 것입니다.
- 010_0602_a_16L或有佛國而現興盛,發一切信得致佛道,行無蔽匿之慈普救衆生。何謂爲佛道行無蔽匿之慈?以一切人有婬怒癡塵勞之火,若得無上正眞道最正覺者,三垢以斷爲衆說法,以慈哀心定意正受,是謂佛道行無蔽匿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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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여, 내가 그때 홀로 있으면서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였습니다.
‘내가 이 삼천대천세계에 머무르는 신족(神足)의 힘이 문수사리와 동등하리라.’ - 010_0602_a_22L唯,須菩提!吾時獨處心自念言:‘我爲住是三千大千世界,以神足力與文殊師利等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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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2_b_02L이에 문수사리가 내가 생각한 것을 알고 와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마땅히 현자 사리불의 신족으로 함께 이 세계를 지나가자고 합니다.’
나는 신족의 힘을 다 나타내어 큰 불을 넘어가는데 밤낮으로 정진을 행하여 7일이 지난 끝에 문수사리와 저 불토를 넘고 그러한 뒤 제2의 삼천대천세계에 이르자, 그 세계가 또 불에 타 버려 화염(火炎)이 매우 넓어서 온 불토에 두루하였습니다. - 010_0602_a_24L於是文殊師利知吾所念,來謂我言:‘當用賢者舍利弗神足共過此世界。’吾盡現神力越度大火,晝夜精進行積七日,與文殊師利越彼佛國,然後到第二三千大千世界,其剎亦燒火炎甚廣,周遍佛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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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곧 거기에 머물면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누구의 신족을 이어받아 저 세계를 건너겠느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땅히 그대 문수사리의 신족으로써 이 불토를 건너가야 할 것이오.’ - 010_0602_b_06L文殊師利便住於彼,謂我言:‘唯,舍利弗!當承誰神足度彼世界?’吾答:‘當以仁者文殊師利神足度是佛土。’
-
이에 문수사리가 뜻을 일으킨 거리만큼 그 세계에 연꽃을 가득 펴놓고 곧 건너가면서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신족의 힘이 누가 났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참새나 좀을 금시조(金翅鳥)와 봉황왕(鳳凰王)에 견준다면 이 두 가지가 상대될 수 없습니다. 금시조는 한 번 날개를 드는데 무수한 힘을 내지만 나의 몸은 마치 좀벌레나 참새와 같을 뿐일 것이니, 신족의 힘의 뛰어남이 그 역시 이러합니다.’ - 010_0602_b_09L於是文殊師利發意之頃,令其世界滿布蓮華,便卽度去。謂我言:‘唯,舍利弗!神力孰踰?’吾答曰:‘雀以蠹虫,比金翅鳥鳳凰王,至於二者不可相方,金翅鳥王一擧無數我身,譬如蠹虫雀耳,神力相超其猶如是。’
-
그러자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대 사리불은 홀로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문수사리의 신족과 나의 신족이 동등하리라.≻ 하였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습니다.
‘지금의 효력을 보아서 누구를 슬기로운 이라 하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제자가 그치는 곳은 그 한계가 끊어지지 못해서 견줄 바가 아니되 자신이 그칠 곳의 한계가 끊어짐을 보아야 동등하게 될 수 있겠습니다.’ - 010_0602_b_15L文殊師利謂我言:‘曷云仁者舍利弗獨處心念:≺文殊師利神足及我神足等焉。≻’文殊師利曰:‘效之於今,何者爲智?’吾答曰:‘弟子止處其限未斷無所比,自見止處限斷而遂平等。’
-
010_0602_c_02L문수사리는 마침내 칭찬하여 말하였습니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사리불이여, 당신의 말씀과 같습니다. 옛날 세간에 어떤 두 선인(仙人)이 해변(海邊)에 머물러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호묘법(好妙法)이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시신안(施信安)이었습니다. 그 호묘법은 선인의 5신통[五通]을 얻어 이것으로써 스스로 즐기고, 시신안은 신주(神呪)를 외우는 것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는데, 그때 두 선인이 함께 해변을 따라 같이 큰 바다를 날아 건너려고 저 해안을 빙빙 돌다가 시신안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다.
‘호묘법의 신족이 나와 동등하리라.’ - 010_0602_b_20L文殊師利讚曰:‘善哉,善哉!唯,舍利弗!如若所言,昔者住世有兩仙人,止頓海邊,一人名曰好妙法,一人名曰施信安,其好妙法,得仙五通以用自娛;施信安,以言說神呪飛行虛空。時兩仙人俱從海邊,欲共飛度巨海周旋彼岸。彼施信安心念言:‘其好妙法神足與我等矣。’然後復共飛度大海到女鬼界。
- 그러한 뒤 다시 함께 날아 큰 바다를 건너 여귀(女鬼)의 세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나찰(羅刹)들이 사람의 기악(伎樂)을 울리니, 시신안 선인이 그 음악을 들음과 동시에 여귀를 보고 나서 곧 겁을 내어 허공으로부터 땅에 떨어져 다시는 거처했던 해변을 알 수 없었으므로, 이에 호묘법 선인이 그를 가엾이 여겨 오른손으로 들어서 본래 머물던 곳에 돌려놓았습니다.
- 010_0602_c_05L‘爾時羅剎鼓人妓樂,施信安仙人聞其樂音及見女鬼,卽便恐怖從虛空墮地,不能復識海邊居處;於是好妙法時愍傷之,右手擧之還故所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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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때 호묘법 선인은 바로 나의 몸이고, 시신안 선인은 바로 사리불입니다. 그때 기년(耆年)이 진실로 그 유(類)가 아님에도 스스로 동등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역시 그러합니다.’” - 010_0602_c_09L文殊師利謂:‘舍利弗!爾時,好妙法仙人者,則吾身是;施信安仙人者,舍利弗是也。彼時耆年誠非其類自謂爲等,今亦如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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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은 보리수에게 말하였다.
“내가 다시 기억하건대 일찍이 문수사리와 함께 남방으로 여러 불국토를 유행하면서 무수한 백천 불토를 지나다닐 때에 제호장식(諸好莊飾)이라는 세계가 있고, 덕보(德寶)라는 여래께서 계셨는데, 저 불토에 나아가서 세존을 보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려 하자,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어찌 이 여러 곳을 보면서 같이 불국토를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이미 보았습니다.’ - 010_0602_c_12L舍利弗謂須菩提:“我復憶念,曾與文殊師利南遊諸佛國,越無央數百千佛土,有世界名諸好莊飾,佛號德寶尊如來,詣彼佛土,欲見世尊稽首作禮。文殊師利謂我言:‘唯,舍利弗!寧見此諸所,共度佛國不乎?’我答曰:‘已見矣。’
-
문수사리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러 불토를 어떻게 보았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혹 불이 가득한 것을 보았고, 혹 구족하지 않은 것을 보았고, 혹 허공처럼 자연스러운 것을 보았고, 혹 신족으로써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010_0602_c_18L文殊師利問吾:‘舍利弗!如何見此諸佛土?’我答曰:‘或見滿火者,或不具足者,或自然如虛空者,或以神足而立。’
-
010_0603_a_02L또 나에게 물었습니다.
‘사리불이여, 이 불국토를 어떻게 관찰했습니까?’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 가득한 불은 가득한 불 그대로를 보았고, 그 허공과 같은 것은 허공과 같은 그대로를 보았고, 그 신족으로써 서 있는 것은 신족으로써 서 있는 그대로를 보았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사리불의 경계처럼 모든 강설(講說)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 010_0602_c_21L又問我言:‘唯,舍利弗!當何以觀是佛國?’吾答曰:‘其滿火者當觀滿火,其不具足者視之爲不具足。其如虛空者當睹如虛空,其以神足立者當瞻以神足立。’文殊師利曰:‘如舍利弗境界,所講說亦然。’
-
나는 곧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모든 불국토를 어떻게 관찰하였습니까?’ - 010_0603_a_04L我卽問文殊師利:‘仁者如何觀諸佛國?’
-
문수사리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이여, 일체 부처님 경계는 다 허공의 불토이니 왜냐하면, 모두 환화(幻化)와 같아서 나타나는 바가 가득한 불인 것과 구족하지 않은 것과 허공처럼 자연스러운 것과 신족으로 서 있는 것뿐이라, 어찌 그 무엇이 와서 이 인연을 일으켰다거나 분별의 행을 일으켰다고 말하겠는가? - 010_0603_a_05L文殊師利曰:‘唯,舍利弗!一切佛界皆爲虛空之土。所以者何?悉如幻化。所現滿火而不具足,如虛空自然以神足立耳。曷云來起此之因緣起分之行?
- 허공은 아무런 인연이 없으므로 항상 자연 그대로 머무니, 이와 같이 모든 번뇌가 더럽혀 마음과 뜻을 청정하게 하지 못함이 마치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불국토가 다 화재를 입는 것과 같지만 허공을 태우지는 못하며,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낱낱 사람들이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불선한 근본을 범하고 뭇 재앙과 악업을 쌓으므로 그 뜻을 끝내 청정하게 하지 못하지만, 만약에 어떤 남자나 여인으로서 능히 청정한 법계에 들어가는 자라면, 그는 머묾과 덮임이 없고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고 그 뜻으로 하여금 느낌이나 머묾이 있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느낌도 머묾도 없는 법문입니다.
- 010_0603_a_09L虛空無緣常自然住,如是諸塵勞污著意心不立淨。譬如恒沙佛國悉皆被火不燒虛空;如是,舍利佛!一一人犯恒沙諸不善本積衆殃惡,其意終已不立淸淨。若男子、女人能入淨法界者,無有所住及諸覆蓋亦不作想,無能令其意有所受住,是謂無所受住法門。
-
이 한 가지 법문으로 모든 법을 다 거느리고 모든 법을 다 받아들이되, 뭇 덮임과 가림을 내지 않는 만큼 법의 뜻은 역시 선악이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그대 수보리여, 문수사리가 신족 변화로 서 있는 곳마다 설법하는 것을 내 눈으로 다 보았습니다.” - 010_0603_a_16L以一門了御諸法皆受諸法,不生衆蓋而蔽法意亦無善惡。如是,仁者須菩提!文殊師利神足變化,所在說法吾目所睹矣。”
-
그때 현자 아난(阿難)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대여, 나 역시 문수사리가 기수숲 동산[祇樹園]에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기억하건대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급고독원[給飯孤獨園] 정사에서 유행하실 때에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보살 1만 2천 인과 함께 계셨다. - 010_0603_a_19L爾時,賢者阿難謂舍利弗:“唯,仁者!我亦更見文殊師利於祇樹園所現變化。吾憶念昔佛遊舍衛給飯孤獨精舍,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菩薩萬二千俱。
-
010_0603_b_02L 때마침 큰 장맛비와 구름과 안개에 캄캄해지기를 이레 낮ㆍ이레 밤을 계속 함으로써 그 어떤 비구는 큰 신통을 얻어 널리 일심해탈(一心解脫)의 문을 행하여 바른 선정에 들어가 비록 먹지 않더라도 삼매의 힘으로 자립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면 바른 선정에 들지 못한 이는 밤낮 닷새 동안 전혀 공양을 얻지 못해 몸이 파리하고 기력이 없어서 부처님을 뵐 수도 없었으므로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 여러 비구들이 혹시 생명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 010_0603_a_24L時,大淋雨雲霧黤黮至于七日七夜,其有比丘得大神通,普行一心解脫之門,定意正受雖不得食,以三昧三摩越而以自立,其未定意及正受者,晝夜五日斷不得供,身體羸劣而無氣力不任見佛。吾心念言:‘是諸比丘或不存命。’
-
그리고는 내가 그때 부처님 처소(處所)에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여러 비구 대중이 전혀 먹지 못해 굶주린 지가 닷새나 되어서 파리하고 허약하여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네가 문수사리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해 주어라.’ - 010_0603_b_07L我時詣佛所而白言:‘諸比丘衆斷不得食,餓來五日,羸頓虛劣不能自起。’佛告我言:‘阿難!汝往語文殊師利,爲說是事,用比丘僧故。’
-
이 비구 스님들 때문에 내가 그때 분부를 받고 문수사리의 방에 나아갔던 바, 때마침 문수사리가 제석ㆍ범천ㆍ사천왕들을 위해 설법하는지라, 내가 곧 이 사실을 문수사리에게 고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보내 그대로 하여금 보시할 방편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문수사리가 나에게 말하였기를, ‘아난이여’ 하면서 아울러 자리를 깔아 앉게 하고는 말하였습니다.
‘때가 되거든 건추(犍搥)2)를 울려 주십시오.’ - 010_0603_b_10L我時受教,往詣文殊師利之室。時,文殊師利爲釋梵四天王說法,吾將是事告文殊師利:‘佛遣我來令仁立檀。’文殊師利謂我言:‘阿難!竝設座具,時至撾揵搥。’
- 내가 곧 그의 가르침을 받아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가 도로 그 방에 가서 보았으니, 문수사리가 정사(精舍)를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수사리가 여전히 방에 머물러 있으면서 변화를 일으켜 제석ㆍ범천ㆍ사천왕들에게 설법하였으니, 이른바 행입저신(行入諸身)이란 바른 삼매에 들어 그 정사를 나와서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했습니다.
- 010_0603_b_15L我卽受其教,出敷牀座訖,還至其室,欲知文殊師利出精舍不?文殊師利故在室住更作化,爲釋梵四天王說法,有三昧名行入諸身定意正受,出其精舍,入舍衛城分衛。
-
그때 마왕 파순(波旬)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말하였습니다.
‘이제 문수사리가 사자후(師子吼)를 외치기 위해 성에 들어가 걸식하니, 문수사리가 그 공덕 세우는 것을 내가 방해해야겠다.’
그리고는 마왕이 곧 변화하여 사위성의 장자와 뭇 사람들로 하여금 문수사리를 맞이하지 말고 걸식하는 것도 주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에 문수사리가 가는 집집마다 문을 닫고 나와 맞이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 010_0603_b_19L時,魔波旬卽心念言:‘今文殊師利爲師子吼入城分衛,我寧可亂文殊師利所立功德。’魔卽化令舍衛城中長者、衆人、無迎逆文殊師利者,亦不與分衛;於是文殊師利所之家居,皆見門閉無出迎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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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3_c_02L그때 문수사리는 곧 마왕의 방해하는 것임을 알고서 범지와 장자로 변화하여 이내 진실하고 믿음직한 원(願)을 세웠습니다.
‘가령 내 몸의 낱낱 털의 모든 공덕과 지혜를 구족하게 나타낸다면, 이 항하의 모래 수같이 많은 세계 가운데 가득 찬 마군일지라도 내 몸의 털 하나만큼의 덕을 따르지 못할 것이니, 이러한 사실이 허망하지 않다면, 마왕이 변화한 것이 곧 소멸되는 동시에 마왕 자신으로 하여금 온 마을과 네거리에 가서 고하여 장자와 범지들로 하여금 문수사리가 걸식하는 공양거리를 보시하게 하되, 이 사람에게 보시하는 이의 그 복이 가장 커서 어떤 누가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집착 있는 사람에게 백천 년 동안 공양하더라도 문수사리에게 보시하는 그 복이 제일 많게 되는 것보다는 못할 것이다.’ - 010_0603_c_02L時,文殊師利卽知魔嬈固,化梵志諸長者,卽作誠信之願:‘假我一一之毛,所有功德智慧所現具足;恒沙世界滿其中魔,不及吾身一毛之德,審諦如是而不虛者,魔之所化卽當消滅,使魔自往告諸街里及四徼道,令長者梵志施文殊師利分衛之具,惠此人者其福最大,若有供養三千、大千世界諸有著人百千歲,不如施文殊師利福第一多。’
- 문수사리가 마침 이 원을 내자, 곧 염원한바 그대로 모든 집집의 문호가 열려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나와 문수사리를 맞아들였고, 피폐한 마왕이 온 마을의 집집에 들어가고 네거리에 돌아다니면서 외치며, 일반 인민들과 장자와 범지들로 하여금 문수사리에게 공양거리를 보시하게 하되, ‘그 복이 가장 커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집착 있는 사람에게 백천 년 동안 그의 욕망에 따라 모든 안락을 다 보시하더라도 문수사리에게 잘 공양을 받드는 것보다는 못할 것이니, 그 복덕이 가장 많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 010_0603_c_11L文殊師利適發是願,尋如所念,一切門戶皆爲之開,人悉自往迎文殊師利,弊魔入諸街里家家唱令,及四徼道使諸凡民長者梵志,施與文殊師利供具者其福最大。若供三千大千世界諸著之人百千歲中,施以諸安隨其所欲,不及善與文殊師利分衛其福德最厚。
- 이에 문수사리의 조화로 얻어진 음식이 발우에 가득할 뿐더러 갖가지 감미로운 그 맛이 각각 다른데다가 맛마다 특수하여 서로 섞이지 않는지라, 이것으로써 충분히 1,250인 비구와 1만 2천 인 보살을 청하고도 남음이 있었고, 발우 속의 변화가 또 이러하였습니다.
- 010_0603_c_18L於是,文殊師利化所得食盈滿應器,種種甘美其味各異,味味殊別不相錯入,過踰足請千二百五十比丘、萬二千菩薩,鉢中所變其如是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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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수사리가 걸식을 두루 마치고 나서 사위대성을 나오자, 마왕이 곧 모시고 수행하는데, 이때 문수사리가 중도에 멈추면서 발우를 땅에 두고는 마왕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좀 발우를 들고 앞에 서서 가려무나.’ - 010_0603_c_22L爾時,文殊師利分衛周已,出舍衛大城,魔卽侍隨。是時,文殊師利於中道住持鉢著地,謂魔波旬:‘汝且擧鉢在於前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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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4_a_02L이에 파순이 땅으로부터 발우를 들려고 했으나 들리지 않으므로 문수사리에게 고백했습니다.
‘제가 실은 이 발우를 들거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세력이 있고 신통이 끝이 없으니 큰 신족으로써 이 발우를 높이 들어보려무나.’ - 010_0604_a_03L於是波旬從地擧鉢而不能稱,白文殊師利:‘我實不能擧搖此鉢。’文殊師利告波旬曰:‘卿有力勢神通無極,以大神足擎擧此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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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파순이 그 신족의 힘을 다 나타내었으나 마침내 들 수 없었고, 변화를 일으켜 발우를 들려고 해도 발우를 터럭만큼도 땅에 떨어지게 할 수 없어서 그때 파순이 전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고 문수사리에게 말했습니다.
‘이사타(伊沙陀)란 산도 내가 뜻을 내는 한 찰나에 손바닥으로써 허공에 옮겨 둘 수 있는데 지금 이 조그마한 발우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 010_0604_a_06L於是波旬盡現神力了不能稱,變化擧鉢不能令鉢離地如髮。彼時,波旬得未曾有,謂文殊師利:‘有山名曰伊沙陁,發意之頃,我能以掌跳置虛空,今此小鉢而不能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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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마왕 파순에게 대답했습니다.
‘왜 발우를 들 수 없는가 하면 그대가 매양 자신의 힘을 여러 보살 대인(大人)의 힘에 비교하여 이 발우에 집착했기 때문에 들 수 없는 것이네.’
문수사리는 이에 땅으로부터 발우를 들어 마왕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파순이여, 그대가 이 발우를 잡고 앞에 서서 가려무나.’ - 010_0604_a_11L文殊師利謂魔波旬:‘所以不能擧稱鉢者,卿每自以比諸菩薩大人,力著此鉢,故不能擧。’文殊師利於是從地擧鉢,授魔曰:‘波旬!汝執此鉢且於前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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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파순은 매우 지치고 괴로워서 발우를 들고 겨우 견뎠고, 마왕은 적어도 자재천(自在天) 가운데 높은 이로서 1만 2천 하늘들과 함께 권속이 둘러싼 채 앞에서 발우를 잡고 문수사리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리는지라, 여러 하늘들이 마왕 파순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어째서 발우를 들고 문수사리 앞에 있기를 마치 시자처럼 하십니까?’
파순은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했습니다.
‘강자와 같이 싸울 수는 없다.’ - 010_0604_a_15L爾時,波旬甚自厭苦,擧鉢纔勝,魔爲自在諸天中尊,與萬二千天俱,眷屬圍繞在前持鉢,稽首文殊師利足。諸天謂魔波旬:‘仁者曷爲持鉢在文殊師利前,譬如侍者?’波旬答諸天曰:‘不當與强者共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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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또 파순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도 큰 신통의 끝없는 힘이 있는데 어째서 감당하지 못합니까?’ - 010_0604_a_20L又問波旬:‘仁者亦有大神通無極之力,何故不堪?’
- 이에 파순은 문수사리의 성지(聖旨)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비록 높은 하늘이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없어서 파순이 여러 하늘들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010_0604_a_21L於是波旬承文殊師利聖旨,雖爲尊天由無所堪,波旬答諸天曰:
- 010_0604_b_02L‘마군의 힘은 어리석음이 되고, 보살의 힘은 지혜가 되며, 마군의 힘은 모든 견(見)을 받아서 머물거나 서게 되고, 보살의 힘은 커다란 공(空)을 깨달아 알며, 마군의 힘은 사기이고, 보살의 힘은 성실이며, 마군의 힘은 내 것이라든가 내 것이 아니란 것이고, 보살의 힘은 바로 대자대비한 것이며, 마군의 힘은 음욕과 분노와 우치의 문(門)이고, 보살의 힘은 3해탈의 문이며, 마군의 힘은 끝과 처음과 가는 것과 오는 것과 나는 것과 죽는 것이 있고, 보살의 힘은 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생사 없는 법의 지혜이다.’
- 010_0604_a_23L‘魔力者爲癡,菩薩力者爲智慧,魔力者受諸見而住立,菩薩力者曉解大空;魔力者欺詐,菩薩力者誠實;魔力者是我所非我所,菩薩力者大慈大悲;魔力者婬怒癡門,菩薩力者三脫門;魔力者終始往來生死,菩薩力者不生不滅不起法忍。’
- 천마 파순이 이 말을 할 때에 여러 하늘 대중 가운데 5백 하늘이 위없는 바르고도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3백 보살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 010_0604_b_07L天魔波旬說是語時,諸天衆中五百天發無上正眞道意,三百菩薩得不起法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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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수사리와 천마 파순이 발우를 가지고 강당에 둔 것을 나 아난도 이것을 살피지 못했는가 하면, 식사 때가 이미 다가왔음에도 역시 문수사리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때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였습니다.
‘문수사리가 혹시 비구 스님들을 속이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마땅히 세존께 가서 아뢰어야겠다.
≺이제 때가 이미 되었으나 문수사리가 아직 그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곧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아직 문수사리가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 010_0604_b_09L爾時,文殊師利及魔波旬持鉢置講堂上。賢者阿難亦不察之,飯時已到,亦不見文殊師利從室出,時心念言:‘文殊師利得無欺諸比丘僧?我宜孚往白世尊言:≺時今已到,文殊師利不出其室。≻’阿難卽往白佛:‘不見文殊師利出其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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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강당을 살펴보았느냐, 살펴보지 않았느냐?’
내가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미 발우에 가득한 음식이 강당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010_0604_b_15L時,佛告阿難:‘汝寧察講堂上不乎?’阿難白佛:‘唯然,世尊!已見滿鉢之食在講堂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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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나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건추(犍搥)를 울려 비구 대중을 모이게 하여라.’
나는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마는 세존이시여, 큰 비구 대중의 그 수가 매우 많은데 한 발우의 밥으로써 어찌 만족하게 하겠습니까?’ - 010_0604_b_18L佛告阿難:‘汝撾犍搥聚比丘衆。’我白佛言:‘唯然,世尊!大比丘衆其數甚多,一鉢飯食何所足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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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하여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사람들이 백천 년 동안 함께 이 밥을 먹는다 하더라도 끝내 모자라거나 줄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수사리의 성지(聖旨)와 신화(神化)가 이 발우의 밥을 다될 때가 없게 하였고, 문수사리의 지혜와 구족한 신통으로 세운 것이 보시를 일으켜 끝없이 제도하기 때문이다.’ - 010_0604_b_20L佛言阿難:‘且止,默然而行。假使滿三千大千世界中人,百千歲共食此飯終不耗減。所以者何?文殊師利聖旨神化,令此鉢食無有盡時,文殊師利智慧具足神通所立,興造布施以度無極。’
- 010_0604_c_02L아난이 분부를 받아 곧 건추를 울려 대중 비구들을 모이게 했는데, 한 발우의 밥에 갖가지 맛이 나는가 하면, 그 반찬이 또한 매우 아름답고도 달기가 한량없어 마치 여러 그릇에 각각 뛰어나고 특이한 여러 가지 맛을 담은 것 같아서 여러 비구 스님들과 보살들에게 이것으로 공양하여 모두 만족을 얻게 하면서도 그 발우의 음식은 여전히 다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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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604_c_02L阿難受教卽撾犍搥,會衆比丘,一鉢飯出種種滋味,餚膳甚美甘醲無量,譬如衆器各盛殊異若干之味,皆以供養諸比丘衆及諸菩薩,悉得充滿,其鉢之饌如故不盡。”
文殊師利現寶藏經卷上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 1)모른다, 어리석다는 뜻이다.
- 2)시간을 알리는 나무로 만든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