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賢愚經卷第二

ABC_IT_K0983_T_002
029_1014_b_01L현우경 제2권
029_1014_b_01L賢愚經卷第二

원위 양주 사문 혜각 등이 고창군에서 한역
029_1014_b_02L元魏涼州沙門慧覺等在高昌郡譯

8.바사닉왕녀금강품(波斯匿王女金剛品)
029_1014_b_03L波斯匿王女金剛品第八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4_b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바사닉왕의 큰부인은 이름이 마리(摩利)였고, 그는 딸을 낳아 이름을 바사라(波闍羅)―진(晉)나라 말로는 금강(金剛)이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그 딸은 얼굴이 추악하고 살갗은 거칠어 낙타 가죽 같았으며 머리털은 억세어 말총과 같았다.
왕은 그 딸을 보고도 조금도 기쁜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궁 안에 명령하여 정성껏 단속하여 바깥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보지 못하게 하였다. 왜냐 하면 비록 그 얼굴은 추악하여 사람 같지 않았으나, 그는 마리 부인의 소생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명령하였다.
“이 아이가 비록 추악하나 가만히 사람을 보내어 잘 보호해 기르라.”
그 딸이 차츰 자라 시집 갈 나이가 되자 왕은 매우 걱정스러웠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곧 사신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지금 가서, 근본은 큰 성바지[豪姓]의 거사(居士) 종족이었으나 지금은 가난하여 재물이 없는 이를 찾아 곧 데리고 오라.”
사신은 분부를 받고 나가 어떤 빈궁한 큰 성바지 아들을 찾아내었다. 사신은 그를 불러 왕에게로 데리고 왔다.
029_1014_b_0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波斯匿王最大夫人曰摩利時生一女字波闍羅晉言金其女面類極爲醜惡肌體麤澀猶如駝皮頭髮麤强猶如馬尾王觀此無一喜心便勅宮內懃意守護令外人得見之也所以者何此女雖醜形不似人然是末利夫人所生雖醜惡當密遣人而護養之女年轉任當嫁處時王愁憂無餘方計便告吏臣卿往推覓本是豪姓居士種今若貧乏無錢財者便可將來卽如教卽往推覓得一貧窮豪姓之吏便喚之將至王所
029_1014_c_01L왕은 그를 데리고 그윽한 곳으로 같이 가서 자세한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하였다.
“내게 딸이 하나 있는데 얼굴이 매우 추악하여 출가할 곳을 찾으려 하였으나 아직 적당한 곳이 없었다. 들으니 그대는 큰 성바지로서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마는 그것은 내가 모두 공급하겠다. 바라건대 그대는 거절하지 말고 내 딸을 받아들여라.”
장자 아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대왕의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가령 왕이 개를 주신다 해도 받아들여야 하겠거늘 하물며 대왕의 끼치신 몸인 공주님이겠습니까?”
왕은 곧 딸을 그 가난한 이의 아내로 주고, 그들을 위해 궁전과 집을 짓고 문을 일곱 겹으로 만들게 하였다.
그리고 사위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자물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혹 밖에 나갈 일이 있거든 문을 밖으로 잠가야 한다. 내 딸은 세상에 없이 추악하다. 바깥 사람들이 그 꼴을 보지 못하도록 항상 문을 잠그고 으슥한 곳에 가두어 두라.”
왕은 곧 재물과 모든 필요한 것을 사위에게 대어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고 그 위에 벼슬까지 주어 대신으로 삼았다.
029_1014_b_18L王得此人至屛處具以情狀向彼人說我有一面狀醜惡欲覓嫁處未有酬類卿豪族今者雖貧當相供給幸卿不當納受之時長者子長跪白言奉王勅正使大王以狗見賜我亦當何況大王遺體之女今設見賜命納之王卽以女妻彼貧人爲起宮殿舍宅門閤令有七重王勅女夫捉戶鑰若欲出行而自閉之我女醜世所未有勿令外人睹見面狀牢門戶幽閉在內王出財貨一切所供給女壻使無乏短王卽拜授爲大臣
그래서 그는 재물이 풍족하였다. 그는 여러 귀족들과 날마다 번갈아 가면서 연회를 베풀었다. 그 연회 때에는 부부가 같이 나와 남녀가 섞이어 서로 즐겼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모두 부인을 데리고 나오는데 이 대신만은 언제나 혼자였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저 사람 부인은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뛰어난 미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저 사람은 일부러 데리고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꾀를 부려 그 부인을 한번 보도록 하자.”
이렇게 의논한 뒤에 자꾸 술을 권하여 취해 눕게 하였다. 그리고 그가 가진 자물쇠를 끌러 가지고 다섯 사람을 보내어 집에 가서 그 문을 열어 보았다.
029_1014_c_09L其人所有財寶饒益與諸豪族共爲宴會月月爲更會同之時婦俱詣男女雜會共相娛樂諸人來悉皆將婦唯彼大臣恒常獨詣人疑怪彼人婦者儻能端政暉赫曜或能極醜不可顯現是以彼人不將來今當設計往觀彼婦卽各同密共相語以酒勸之令其醉臥取門鑰便令五人往至其家開其門
그때 그 여자는 마음으로 괴로워하고 스스로 업을 꾸짖으면서 한탄하고 있었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남편의 미움을 받아 항상 어두운 방에 갇혀 있으면서 해도 달도 사람들도 보지 못하는가.’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계시면서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므로 괴로운 액을 만난 이는 모두 그 구원을 입는다는데……’
여인은 지극한 마음으로 멀리서 세존께 예배하면서 빌었다.
“원컨대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제 앞에 나타나 잠깐 가르쳐 주소서.”
여인의 정성과 공경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돈독하였다.
029_1014_c_18L當於爾時彼女心惱自責罪咎作是言我種何罪爲夫所憎恒見幽處在闇室不睹日月及與衆人自念言今佛在世潤益衆生遭苦厄皆蒙過度卽便至心遙禮世尊願垂愍到於我前暫見教訓其女精敬心純篤
029_1015_a_01L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곧 그 집으로 오시어 여인 앞에서 땅에서 솟아올라 검푸른 머리털을 나타내어 그 여자로 하여금 보게 하셨다.
여인은 고개를 들어 부처님 머리를 보고 못내 기뻐하였으므로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그러자 그 여자의 머리털도 저절로 가늘고 부드러워지면서 검푸른 색으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얼굴을 나타내셨다. 여자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자, 얼굴이 단정해지면서 추악한 모양과 거친 피부는 저절로 사라졌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상반신을 나타내어 금빛처럼 빛나는 몸을 그 여자로 하여금 보게 하였다. 여인은 부처님 몸을 보고는 더욱 기뻐하였다. 기뻐하였으므로 추악한 모양은 곧 사라지고 몸은 단엄하여졌다. 마치 천녀처럼 기묘하여 세상에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여자를 가엾이 여기시고 다시 온몸을 나타내셨다.
여인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눈도 깜짝이지 않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자 그 여인의 온몸도 단정해지면서 그 모양은 보통이 아니어서 세상에서 드물었으며 추악한 모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여인은 곧 온갖 허물이 없어지고 어느새 수다원(須陁洹)의 도를 얻었다. 여인이 도를 얻자 부처님께서는 이내 사라지셨다.
029_1015_a_01L佛知其志卽到其家其女前地中踊出現紺髮相令女見其女擧頭見佛髮相倍加歡喜喜情敬敬心極深其女頭髮自然細如紺靑色佛復現面女得見之已歡喜面復端政惡相麤皮自然化佛復現身齊腰以上金色晃昱女見之女見佛身益增歡喜因歡喜惡相卽滅身體端嚴猶如天女妙蓋世無能及者佛愍女故盡現其其女諦察目不曾眴歡喜踊躍能自勝其女盡身亦皆端政相好非世之希有惡相悉滅無有遺餘爲說法卽盡諸惡應時逮得須陁洹女已得道佛便滅去
029_1015_b_01L이 때 그 다섯 사람은 사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부인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아름다워 짝할 이가 없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그 사람이 그 부인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겼더니, 과연 그 부인이 이처럼 아름답구나.”
그들은 부인을 보고는 문을 도로 닫고 돌아와서 자물쇠를 그 사람의 허리 띠에 도로 매어 두었다.
그는 술이 깨어 연회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부인을 보았다. 그 얼굴은 단정하고 기묘하며 특별히 뛰어나 인간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는 놀라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아내는 대답하였다.
“저는 당신의 아내입니다.”
“당신은 그처럼 추악하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처럼 아름답소?”
아내는 그 동안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저는 부처님 인연으로 이런 몸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이어 말하였다.
“저는 지금 부왕을 뵙고 싶습니다. 당신은 저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029_1015_a_15L時彼五人戶入內見婦端政殊特少雙自相謂我怪此人不將來往其婦端政至如是觀睹已竟還閉門戶持其戶還彼人所繫著本帶其人醒悟罷至家入門見婦端政奇妙容貌挺人中難有見已欣然問是何人答夫言我是汝婦夫問婦言汝前極今者何緣端政乃爾其婦具以上事答夫我緣佛故受如是身婦復白我今意欲與王相見汝當爲我通其意故
그는 아내 말대로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공주가 지금 와서 뵈려고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런 말 말고 어서 문을 굳게 잠그고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라.”
사위는 말하였다.
“어찌 그렇게 하겠습니까? 공주는 지금 부처님 은혜를 입고 얼굴이 아름답기 천녀 같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어서 가서 데리고 오라.”
곧 수레를 보내어 딸을 맞아 궁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왕은 그 딸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왕은 곧 수레를 명령하여 부인과 딸과 사위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는 한쪽에 섰다.
바사닉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이 아이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부귀하고 즐거운 왕가에 태어났으며, 또 어떤 허물을 지었기에 추하고 더러운 몸을 받아 피부와 모발은 거칠고 억세어 축생보다 더하였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말씀하여 주소서.”
029_1015_b_03L夫受其言卽往白王女郞今欲來相見王答女壻勿道此事當牢閉愼勿令出女夫答王何以乃女郞今者蒙佛神恩已得端政女無異王聞是已答女壻言審如是速往將來卽時嚴車迎女入宮見女身端政殊特歡喜踊躍不能自卽勅嚴駕王及夫人女幷女夫至佛所禮佛畢訖卻住一面時波斯匿王跪白佛言不審此女宿殖何福乃生豪貴富樂之家復造何咎受醜陋形皮毛麤强劇如畜生唯願世尊當見開示
029_1015_c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매 단정하고 추한 것은 다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의 갚음으로 되는 것이니라.
지나간 먼 세상에 바라내(波羅㮈)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또 그 나라에는 재물이 한량이 없는 큰 장자가 있었다. 그 장자의 온 집안은 벽지불(辟支佛)을 늘 공양하였다.
그런데 그 벽지불은 몸이 거칠고 얼굴은 추하며 여윈 그 꼴은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때 그 장자에게는 한 딸이 있었다. 그는 날마다 오는 그 벽지불을 보고 미워하고 업신여겨 ‘얼굴은 추하고 피부는 거친 것이 어찌 저리 미운가’ 하고 꾸짖었다.
그러나 벽지불은 자꾸 그 집에 가서 공양을 받았다.
그는 세상에 오래 살다가 열반에 들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 단월(檀越:시주)을 위해 갖가지 신통을 부렸다. 즉 허공에 솟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뿜으면서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꺼지고 서쪽에서 솟아 동쪽으로 꺼지며, 남쪽에서 솟아 북쪽으로 꺼지고 북쪽에서 솟아 남쪽으로 꺼졌다. 또 허공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었고 사람들을 모두 보게 한 뒤, 허공에서 내려와 그 집으로 돌아왔다.
029_1015_b_15L佛告大王夫人處世端政醜陋皆由宿行罪福之報乃往過去久遠世時時有大國名波羅柰時彼國中有大長者財富無量擧家恒共供養一辟支佛身體麤惡形狀醜陋燋悴叵看時彼長者有一小女日日見彼辟支佛來惡心輕慢呵罵毀言面貌醜陋身皮麤惡何其可憎乃至如是時辟支佛數至其家受其供養在世經久欲入涅槃爲其檀越作種種變飛騰虛空身出水火東踊西沒西踊東沒南踊北沒北踊南沒坐臥虛空種種變現咸使彼家睹見神足卽從空下還至其家
장자는 그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고, 그 딸은 곧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꾸짖고는 사죄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용서하소서. 저는 전에 나쁜 마음으로 지은 죄가 너무 무겁습니다. 바라건대 마음에 두지 마시고 모든 죄를 다 용서하소서.’
벽지불은 그 참회를 들어 주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여자는 바로 지금의 공주이다. 그 여자는 그때에 나쁜 마음으로 벽지불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입의 허물을 지어 그 이후로는 언제나 추한 형상을 받았고 신통을 보고 스스로 참회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단정한 몸을 받고 사람보다 뛰어난 재주는 아무도 따를 이가 없었으며, 그 벽지불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세상마다 부귀하고 이제 해탈을 얻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형상이 있는 일체 중생은 부디 몸과 입을 잘 단속해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거나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029_1015_c_05L長者見已倍懷歡喜其女卽時悔過自責唯願尊者當見原恕我前惡心罪舋過厚幸不在懷勿令有罪也時辟支佛聽其懺佛告大王爾時女者今王女是其爾時惡不善心毀呰賢聖辟支佛自造口過於是以來常受醜形見神變自改悔故還得端正英才越無能及者由供養辟支佛故世世富貴緣得解脫如是大王一切衆生有形之類應護身口勿妄爲非輕呵於人
그때 바사닉왕과 여러 신하들과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인연과 과보(果報)를 듣고 모두 믿고 공경하여 부처님 앞에서 감탄하였다.
그 믿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초과(初果)에서 4과(果)까지 얻은 이도 있고, 위없고 평등한 뜻을 내는 이도 있으며, 또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모두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교훈을 공경히 받들고 기쁘게 좇아 행하였다.
029_1015_c_16L爾時王波斯匿及諸群臣一切大衆聞佛所說因緣果報皆生信敬自感佛前以是信心有得初果至四果者有發無上平等意者復有得住不退轉者咸懷渴仰敬奉佛教歡喜遵皆共奉行

9.금재인연품(金財因緣品)
029_1015_c_21L金財因緣品第九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5_c_22L如是我聞
029_1016_a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제자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그 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고, 그 부인은 아이를 낳아 그 이름을 금재(金財)라 하였다. 그 아이는 단정하고 뛰어나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그 아이는 태어날 때에 주먹을 쥐고 났었다. 부모는 놀라고 괴상히 여겨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손금을 보려고 아이의 두 주먹을 폈다가 돈 두 닢이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는 기뻐하여 그것을 거두어 가졌다. 거두어 가지면 그 자리에서 돈이 다시 생기고 그것을 가지면 다시 생기곤 하였다. 이렇게 부지런히 취하여 돈은 창고에 가득 찼지마는 아이 손에서는 다하는 일이 없었다.
아이는 장성하자 부모에게 아뢰어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망설이지 않고 허락하였다.
029_1015_c_23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尊弟子千二百五十人俱爾時城中有大長者長者夫人生一男名曰金財其兒端政殊特世之少雙是兒宿世捲手而生父母驚怪謂之不祥卽披兒兩手觀其相好見二金錢在兒兩手父母歡喜卽便收取已故處續復更生尋更取之復生如如是懃取金錢滿藏其兒手中曾有盡兒年轉大卽白父母求索出父母不逆卽便聽之
그때 금재는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제가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출가를 허락한다.”
금재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사미(沙彌)가 되었다.
나이가 차서 큰 계를 받게 되자, 여러 스님들을 모으고 구족계를 받게 하였다. 그는 단(壇)에 나아가 여러 스님들에게 차례로 예배하였다. 예배할 때에 두 손을 땅에 짚으면 손을 짚은 곳에는 돈 두 닢이 있었다.
이렇게 차례로 전부에게 예배하면 예배하는 곳에는 모두 돈이 있었다. 계율을 받고는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을 얻었다.
029_1016_a_10L爾時金財至佛所頭面作禮而白佛言唯願世當見憐愍聽我出家得在道次告金財聽汝出家蒙佛可已於時金卽剃鬚髮身著袈裟便成沙彌已滿足任受大戒卽令衆僧當受具臨壇衆僧次第爲禮其作禮時手拍地當手拍處有二金錢如是次一切爲禮隨所禮處皆有金錢戒已竟精勤脩習得羅漢道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금재(金財)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지었기에 나면서부터 손에 돈을 쥐었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잘 기억하라. 내가 지금 설명하리라.
029_1016_a_19L阿難白不審世尊此金財比丘本造何福自生已來手把金錢唯願世尊當見開示佛告阿難汝當善思我今說之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029_1016_a_22L阿難對曰如是諾當善聽
029_1016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먼 옛날 91겁(劫)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 부처님이 스님들을 데리고 나라 안으로 들어가시면 여러 귀족들과 장자들은 음식을 마련하여 부처님과 제자들을 공양하였다.
그때 어떤 가난한 사람은 재물이 없어 항상 들에 나가 나무를 해다 팔았는데, 마침 나무를 팔아 돈 두 닢을 받았다.
그는 부처님과 스님들이 왕의 초청을 받는 것을 보고, 기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곧 그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아 주셨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가난한 사람은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항상 돈을 쥐어 마음대로 재물을 쓰되, 다하는 일이 없었다.
그때의 그 가난한 사람이 바로 그 금재 비구였다. 비록 그가 도를 얻지 못하였더라도 미래의 과보는 한량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은 모두 부지런히 보시하는 것으로 업을 삼아야 하느니라.”
029_1016_a_23L佛言乃往過去九十一劫時世有佛名毘婆尸出現於世政法教化度脫衆生不可稱數佛與衆僧遊行國界時諸豪富長者子等施設飯食供養彼佛及弟子衆爾時有一貧人乏於財貨常於野澤取薪賣之値時取薪賣得兩錢見佛及僧受王家請歡喜敬心卽以兩錢施佛及僧佛愍此人卽爲受之佛告阿難爾時貧人以此二錢施佛及僧故九十一劫恒把金錢財寶自無有窮盡爾時貧人者金財比丘是也正使其人未得道者未來果報亦復無量是故阿難一切衆生皆應精懃布施爲業
그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믿고 이해하였다. 그래서 수다원과(須陁洹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斯陁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로 향하는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게 된 이도 있었다.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6_b_14L爾時阿難及衆會者聞佛所說皆悉信解有得須陁洹果斯陁含阿那含阿羅漢者有發無上正眞道意者復有得住不退地者一切衆會聞佛所說歡喜奉行

10.화천인연품(華天因緣品)
029_1016_b_18L華天因緣品第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6_b_19L如是我聞
029_1016_c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그 나라 안에 어떤 부호(富豪) 장자가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 아이가 나자 저절로 하늘에서 온갖 꽃이 내려와 온 집안에 가득 찼다.
그래서 아이 이름을 불파제바(弗波提婆)―진(晉)나라 말로는 화천(華天)이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아이는 장성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견줄 데 없는 부처님 상호를 보았다.
기쁜 마음이 생겨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세상에 나서 성인을 만났다. 이제 부처님과 저 스님들을 청하리라.’
그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내일 저의 집에 왕림하셔서 나물밥이나마 받아 주시면, 저는 큰 복이요 경사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근기를 아시고 그 청을 받아 주셨다.
029_1016_b_20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爾時國內有豪富長者生一男兒面首端政其兒生已家內自然天雨衆華積滿舍內卽字此兒名弗波提晉言華天兒年轉大往至佛所佛顏容相好無比見已歡喜心自思我生處世得値聖尊今當請佛及諸衆僧卽前白佛言唯願世尊及與衆僧明日屈意臨適鄙家受少蔬食因見福慶佛知其根卽時受請于時華天還至其家明日食時佛與衆僧往至其家
이튿날 공양 때가 되어 부처님과 스님들은 그의 집으로 갔다.
화천은 곧 신통으로 보배 자리를 만들어 온 집안에 두루 펴서 엄숙하게 장엄하였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그 자리에 앉으셨다.
또 화천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려고 생각하자, 그의 복덕(福德)으로 음식은 저절로 차려졌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거두고는, 그를 위해 온갖 법을 자세히 설명하셨다.
화천의 집안 사람들은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그때 화천은 곧 부모에게 하직하면서 집을 떠나 부처님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허락하였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비구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도에 들어오기를 허락하고 칭찬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는 몸에 입혀져서 사문이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여 아라한을 얻었다.
029_1016_c_09L華天卽化作寶牀座遍其舍內整設嚴飾佛及衆僧卽坐其座華天欲須種種飮食其人福德自然而辦佛與衆僧食已攝鉢廣爲華天具說諸法華天合家得須陁洹於時華天卽辭父母求索出家爲佛弟子父母聽之卽至佛所稽首佛足求作比丘稟受佛教佛聽入道讚言善來比丘鬚髮自墮袈裟著身卽成沙門遵修佛教逮得羅漢
아난은 이 사실을 보고 부처님께 나아가 꿇어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화천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심었기에 이렇게 하늘 꽃이 저절로 내려오고 또 능히 자리와 음식을 신통으로 만듭니까? 세존이시여, 이 의심을 풀어 주소서.”
029_1016_c_18L爾時阿難見斯事已往至佛所長跪白言世尊是華天比丘本殖何福而得如是自然天又能化作牀座飮食世尊當爲決散此疑
029_1017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면 잘 들어라. 과거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때 어떤 사람이 가난하여 재물이 없었다. 스님들을 보고 기뻐하였으나 공양할 거리가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들에 나가 온갖 꽃을 꺾어다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진심으로 예배하고 떠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 그 스님들에게 꽃을 흩은 가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저 화천 비구이다. 그는 과거에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꽃을 꺾어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원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나는 곳마다 몸이 단정하였고, 마음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음식이나 자리나 침구를 얻고자 하면, 그것들은 곧 생각대로 이르렀으며, 그 복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도를 얻었다.
029_1016_c_22L佛告阿難欲知善聽過去有名毘婆尸出現於世度脫衆生諸衆僧遊行聚落到諸豪族皆悉供時有一人貧無錢財見僧歡喜無供養卽於野澤採衆草華用散衆至心敬禮於是而去佛告阿難時貧人散僧華者今此華天比丘是也由其過去用信敬心故採華散僧至心求願九十一劫所生之處身體端意有所須欲得飮食牀臥之具時如念自然而至緣斯之福自致得是故阿難一切衆生莫輕小施以爲無福猶如華天今悉自得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의 작은 보시를 복이 없다 하여 가벼이 여기지 말라. 지금 저 화천이 모든 것을 스스로 얻는 것과 같으니라.”
그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7_a_11L爾時阿及諸衆會聞佛所說歡喜奉行

11.보천인연품(寶天因緣品)
029_1017_a_12L寶天因緣品第十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7_a_1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장자가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 하늘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두루 내려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곧 관상 보는 이를 불러 아이 상을 보았다.
관상쟁이는 그 기이한 상을 보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 상은 뛰어나고 특별합니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관상쟁이는 물었다.
“이 아이가 날 때에 어떤 징조가 있었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날 때에 하늘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내려와 우리 집안을 가득 채웠다.”
관상쟁이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이 아이의 복덕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늑나제바(勒那提婆)―진(晉)나라 말로는 보천(寶天)이라는 뜻이다―라 하십시오. ”
아이가 차츰 자라나자 온갖 기술에 다 통하였다.
029_1017_a_1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有長者生一男兒當爾之時天雨七寶遍其家內皆令積滿卽召相師占相此兒相師睹已見其奇相答長者言兒相殊特長者聞已心懷歡喜卽語相師當爲立字相師問曰此兒生時有何瑞應長者答曰此兒生時天雨七寶滿我家內相師答曰是兒福德當爲立號爲勒那提晉言寶天兒年轉大才藝博通
029_1017_b_01L그는 부처님의 신성함과 뛰어난 덕이 짝할 데 없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간절히 사모하여 집을 떠나려고 하였다.
그는 부모에게 하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며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곧 아라한을 얻었다.
029_1017_a_23L佛神聖奇德少雙心懷渴仰貪欲出卽辭父母往詣佛所頭面作禮白佛言唯願世尊聽我出家佛卽聽善來比丘鬚髮自墮法衣在身爲說法卽得羅漢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보천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지었기에 그가 날 때에는 하늘에서 온갖 보배가 내렸고, 옷과 밥이 저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습니까?”
029_1017_b_05L阿難白佛不審此寶天比丘本作何福而當生時天雨衆寶衣食自然無有乏短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때 여러 스님들이 촌락을 다니면서 그 촌락의 여러 거사들은 모두 스님들을 청해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그때 어떤 가난한 사람은 스님들을 보고 기쁜 마음은 가졌으나, 집에는 재물이나 공양거리가 없었다. 그는 곧 구슬과 같은 흰 조약돌 한 줌을 쥐어 스님들에게 흩으면서 큰 서원을 세웠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 구슬을 공양한 가난한 사람이 바로 저 보천 비구이니라. 그는 과거에 믿고 공양하는 마음으로 구슬 같은 흰 조약돌을 스님들에게 흩었기 때문에 91겁 동안 한량없는 복을 받아 재물과 보배가 많았고, 옷과 밥이 저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었으며, 그때에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나를 만나 도를 깨닫게 되었느니라.”
029_1017_b_07L佛告阿難過去世時有毘婆尸佛出現於度脫衆生不可計數爾時衆僧行村落時彼村中有諸居士共請衆種種供養時有貧人雖懷喜心無財寶供養之具便以一把白石似用散衆僧發大誓願佛告阿難時貧人珠供養者今此寶天比丘是也由其過去用信敬心持白石似珠散衆僧故乃至九十一劫受無量福多饒財寶衣食自然無有乏短緣於爾時有信敬心今遭我世得道果證
그때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스스로 믿는 마음이 생겨 초과(初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나아가서는 4과(果)까지 얻는 이도 있었으며, 다시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7_b_18L爾時衆會聞佛所說自生信心有得初果乃至第四果者復有發心住不退轉爾時衆會聞佛所說歡喜奉行

12.찬제파리품(羼提波梨品)
029_1017_b_21L羼提波梨品第十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7_b_22L如是我聞
029_1017_c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원림(竹園林)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얻어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를 제도하시고, 다음에는 울비라가섭(鬱卑羅伽葉) 형제들 1천 명을 제도하셨다. 사람을 제도하시는 범위는 점점 넓어져 그 은혜를 입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나열기 사람들은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로서 중생들은 모두 고통에서 벗어난다.”
또 교진여(憍陳如)와 울비라(鬱卑羅) 무리들을 칭송하였다.
“저 대덕 비구들은 전생에 여래와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법고(法鼓)가 처음 울리자 남 먼저 듣게 되었으며, 감로법(甘露法)의 맛을 먼저 맛보았는가?”
029_1017_b_23L一時佛在羅閱祇竹園林中止爾時世尊初始得道度阿若憍陳如等次度鬱卑羅迦葉兄弟千人度人漸廣蒙脫者衆於時羅閱祇人欣戴無量莫不讚歎如來出世甚爲奇特衆生之類咸蒙度苦又復歎美憍陳如等及鬱毘羅衆諸大德比丘宿與如來有何因緣法鼓初震特先得聞甘露法味獨先服嘗
그때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의 이런 칭송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저 무리들과 함께 큰 서원을 세웠다. 만일 내가 도를 이루면 먼저 저들을 제도하리라고”.
029_1017_c_08L時諸比丘聞諸人民之所稱宣卽具以事往白世尊佛告之曰乃往過去與此衆輩有大誓願若我道成當先度之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랜 과거에 함께 서원을 세우신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해설하시기 바랍니다.”
029_1017_c_11L諸比丘聞已復白佛言久共誓願其事云唯垂哀愍願爲解說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오랜 과거 한량없고 가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당시 국왕의 이름은 가리(迦梨)였다.
그때 그 나라에 큰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이름이 찬제파리(羼提波梨)였다. 그는 5백 제자들과 함께 숲 속에 살면서 인욕(忍辱)을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때 국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궁녀들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 놀게 되었다.
그때 왕은 피로해 누워 쉬고 있었다. 여러 궁녀들은 왕을 버려 두고 돌아다니면서 꽃 핀 숲을 구경하였다. 그러다가 찬제파리가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온갖 꽃을 따다 그 위에 흩고 이내 그 앞에 앉아 그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029_1017_c_13L佛告諸比丘聽諦聽善思念之乃往久遠無量無邊不可思議阿僧祇劫此閻浮提一大國名波羅柰當時國王名爲迦爾時國中有一大仙士名羼提波梨與五百弟子處於山林修行忍辱時國王與諸群臣夫人婇女入山遊觀王時疲懈因臥休息諸婇女輩捨王遊行觀諸花林見羼提波梨端坐思敬心內生卽以衆花而散其上坐其前聽所說法
029_1018_a_01L왕은 잠을 깨어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여인들이 보이지 않아 네 명의 대신을 데리고 같이 가서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그 여인들이 선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선인에게 물었다.
‘너는 4공정(空定)을 얻었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얻지 못하였습니다.’
‘4무량심(無量心)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4선정(禪定)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는 그런 공덕을 모두 얻지 못하였으니 일개 범부이다. 그러면서 혼자 여인들과 그윽한 곳에 있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항상 여기 있으니 어떤 사람인가? 또 무엇을 수행하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인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029_1017_c_23L王覺顧望不見諸與四大臣行共求之見諸女輩坐仙人前尋卽問曰汝於四空定爲悉得未答言未得又復問曰四無量心汝復得未答言未得王又問曰於四禪事汝爲得未猶答未得王卽怒曰於爾所功德皆言未有汝是凡夫與諸女在此屛處云何可信又復問汝常在此爲是何人修設何事人答曰修行忍辱
왕은 곧 칼을 빼며 말하였다.
‘만일 인욕한다면 나는 너를 시험해 능히 참는가를 알아보리라.’
그리고는 곧 그의 두 손을 끊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두 다리를 끊고 물었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음에는 귀와 코를 끊었다. 그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욕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029_1018_a_09L王卽拔劍而語之若當忍辱我欲試汝知能忍不割其兩手而問仙人猶言忍辱復斷其兩腳復問之言故言忍辱次截其耳鼻顏色不變猶稱忍辱爾時天地六種震動
그 선인의 5백 제자는 허공을 날면서 스승에게 물었다.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인욕하는 마음을 잃지 않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왕은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너는 인욕한다고 말하지마는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인욕하는 것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피는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피는 곧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되었다.
029_1018_a_14L時仙人五百弟子飛於虛而問師言被如是苦忍辱之心忘失耶其師答言心未變易王乃驚復更問言汝云忍辱以何爲證人答曰我若實忍至誠不虛血當爲乳身當還復其言已訖血尋成乳平完如故
왕은 그 인욕의 증명을 보고 더욱 두려워하여 말하였다.
‘아, 제가 잘못으로 큰 선인을 비방하고 욕보였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선인은 말하였다.
‘왕은 여자로 말미암아 칼로 제 몸을 해쳤지마는 저의 참음은 땅과 같습니다. 제가 뒤에 부처가 되면 먼저 지혜의 칼[慧刀]로 당신의 3독(毒)을 끊을 것입니다.’
029_1018_a_20L王見忍證倍懷恐怖咄我無狀毀辱大仙唯見垂哀受我懺悔仙人告曰汝以女色刀截我形吾忍如地我後成佛先以慧刀斷汝三毒
029_1018_b_01L그때 산중에 있던 여러 용과 귀신들은 가리왕(악독한 왕)이 인욕하는 선인을 해친 것을 보고 모두 걱정하여 큰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뇌성벽력을 치면서 그 왕과 권속들을 해치려 하였다.
선인은 하늘을 우러러 말하였다.
‘만일 나를 위하거든 저 왕을 해치지 말라.’
가리왕은 참회한 뒤에는 늘 선인을 청하여 궁중에서 공양하였다.
그때 다른 범지들 수천 인은 왕이 찬제파리를 공경히 대우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시기하여 그가 앉은 그윽한 곳에 티끌과 흙과 더러운 물건들을 끼얹었다.
선인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곧 서원을 세웠다.
‘내가 지금 이 인욕을 수행하여 중생들을 위해 쉬지 않고 그 행을 쌓으면 뒤에는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만일 불도를 성취하면 먼저 법의 물로써 너희들의 티끌과 때를 씻고 탐욕의 더러움을 없애어 영구히 청정하게 할 것이다.’”
029_1018_a_23L爾時山中諸龍鬼神見迦梨王抂忍辱仙各懷懊惱興大雲霧雷電霹靂害彼王及其眷屬時仙人仰語若爲我者莫苦傷害時迦梨國王懺悔之常請仙人就宮供養爾時有異梵徒衆千人見王敬待羼提波梨懷妒忌於其屛處坐以塵土糞穢以坌之爾時仙人見其如是卽時立我今修忍爲於群生積行不休會成佛若佛道成先以法水洗汝塵除汝欲穢永令淸淨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찬제파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가? 그 이는 바로 이 내 몸이요, 그때의 가리왕과 네 명의 대신은 바로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요, 내게 티끌을 끼얹던 천 범지는 바로 지금의 울비라 등 천 비구들이다.
나는 그때 인욕을 수행하면서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서원을 세웠다. 그러므로 내가 도를 이루자 그들이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느니라.”
029_1018_b_11L佛告比丘知爾時羼提波梨者則我身是時王迦梨及四大臣今憍陳如等五比丘時千梵志塵坌我者今鬱卑羅等千比丘是我於爾時緣彼忍辱誓當先度是故道成此等之衆先得度苦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일찍이 없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8_b_16L時諸比丘聞佛所說歎未曾有歡喜奉行

13.자력왕혈시품(慈力王血施品)
029_1018_b_17L慈力王血施品第十三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8_b_18L如是我聞
029_1018_c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원(祇洹)에 계셨다.
그때 존자 아난은 점심을 마친 뒤에 숲 속에서 좌선하고 앉아 가만히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중생들은 모두 그 힘으로 안락하구나.’
또 생각하였다.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큰 비구는 어떤 선(善)의 근본을 심고 어떤 인연을 의지하였기에 법문(法門)이 처음으로 열리자 먼저 들어가게 되고, 법고(法鼓)가 처음으로 울리자 먼저 듣게 되었으며, 감로법(甘露法)이 내리자 특별히 먼저 젖게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그 생각한 것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진여 등은 전생에 나와 참으로 인연이 많았다. 지나간 세상에 나는 내 몸의 피로 그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충족시켜 안온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지금 몸으로 먼저 내 법을 듣고 해탈을 얻게 된 것이다.”
029_1018_b_19L一時佛在舍衛國祇洹中爾時尊者阿難於中食後林閒坐而自思惟如來興世甚爲奇特生之類皆蒙安樂又思惟憍陳如等五尊比丘種何善本依何因緣法門初開而先得入法鼓始振獨先得聞甘露法降特先蒙潤念是事已從坐處起往至佛所具以所念而用白佛佛告之曰憍陳如等先世於我實有因緣過去世時我以身血充其飢渴令得安隱是故今身先得我法用致解脫
현자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과거에 피로써 그 굶주림을 구제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원컨대 자세히 가르쳐 주시고, 또 이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알게 하여 주소서.”
029_1018_c_07L賢者阿難重白佛言過去以血濟其飢乏其事云何願具開示幷令衆會咸得解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미가라발라(彌佉羅拔羅)―진(晉)나라 말로는 자력(慈力)이라는 뜻이다―였다. 그는 염부제의 8만 4천 작은 나라의 왕을 거느렸고, 2만의 부인과 1만의 대신을 두었다.
왕은 자비가 있고 4등심(等心: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갖추어 일체 중생을 항상 가엾이 여기되, 일찍이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않았고, 언제나 열 가지 선행[十善]으로 백성을 가르치니 사방이 모두 왕의 교화와 다스림을 흠모하였으며, 나라가 안락하여 경하하고 의지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온갖 염병 귀신들은 항상 사람의 피와 기운을 먹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은 몸과 말과 뜻을 잘 단속하여 열 가지 선행을 독실히 따랐기 때문에 온갖 삿된 것과 나쁜 병도 감히 가까이 해 침노하지 못하였고, 굶주림과 병과 가난과 쇠약도 힘을 쓰지 못하였다.
029_1018_c_09L佛告之曰過去久遠阿僧祇劫此閻浮提有大國王名彌佉羅拔羅晉言慈力領閻浮提八萬四千小國王有二萬夫人一萬大臣有慈悲具四等心恒愍一切未曾懈厭常以十善教誨民庶四方欽慕王所化治國土安樂莫不慶賴諸疫鬼輩恒噉人血氣用自濟活爾時人民身口意敦從十善衆邪惡疫不敢侵飢羸困乏瘦悴無力
029_1019_a_01L그때 다섯 야차가 왕에게 와서 말하였다.
‘우리 무리들은 사람의 피와 기운을 의지하여 신명을 보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왕의 교훈과 지도로 말미암아 백성들은 모두 열 가지 선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지금부터 먹고 마실 것이 없어 굶주림과 목마름과 가난에 시달려 살 길이 없습니다. 대왕의 자비로써 어찌 가엾이 여기지 않습니까.’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슬퍼, 곧 몸을 다섯 군데 찔러 혈맥을 터뜨렸다. 다섯 야차는 제각기 그릇을 가지고 와서 피를 받아 마시고 배가 불렀다.
그래서 모두 왕의 은혜를 힘입어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왕은 또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제 배가 불렀으면 열 가지 선을 생각하고 닦아라. 나는 지금 내 몸의 피로 너희들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구제하여 안온을 얻게 하였다.
내가 뒷날 부처가 될 때에는 마땅히 법신(法身)의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피로써 너희들의 3독(毒)과 온갖 탐욕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없애고 열반의 안온한 곳에 편히 살게 하리라.’
아난아, 알고 싶으냐. 그때의 자력왕(慈力王)은 지금의 이 내 몸이요, 다섯 야차는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이다.
나는 세상마다 서원을 세워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허락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처음 설법할 때에 저들은 그것을 듣고 곧 해탈하였느니라.”
029_1018_c_18L時五夜叉至王所我等徒類仰人血氣得全身由王教導咸持十善我等自是無復飮食飢渴頓乏求活無路大王慈豈不矜愍王聞是語甚懷哀傷自放脈刺身五處時五夜叉各自持來承血飮飮血飽滿咸賴王恩喜無量王復告曰汝若充足念修十我今以身血濟汝飢渴令得安隱後成佛時當以法身戒定慧血除汝三毒諸欲飢渴安置涅槃安隱之處阿難欲知爾時慈力王者今我身是五夜叉者今憍陳如等五比丘是世世誓願許當先度是故我初說法聞便解脫
그때 존자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더욱 공경하고 우러르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19_a_09L時尊者阿難及諸衆會佛所說咸增敬仰歡喜奉行

14.항육사품(降六師品)
029_1019_a_10L降六師品第十四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029_1019_a_11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죽원(竹園)에서 1천 2백50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병사왕(洴沙王)은 이미 초과(初果)를 얻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독실하여 항상 훌륭하고 묘한 4사[事: 네 가지 필요한 물품]을 베풀어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공양하였다. 그리고 백성들과 착한 일 하기를 즐기고 백성들에게 불법을 권하고 지도하였다.
그 나라에 부란나(富蘭那) 등 여섯 외도의 스승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부터 세상에 나와 삿된 소견과 뒤바뀐 주장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유혹하였으므로 어리석고 어두운 무리들이 그 사교를 믿고 또 널리 퍼뜨려 나쁜 무리들이 나라에 가득 찼다.
그 왕에게는 아우가 있었다. 그는 그 여섯 스승[六師]들을 공경히 받들면서 그들의 삿되고 뒤바뀐 소견을 믿고 혹하여 거기에 참된 도가 있다고 하여 가산을 기울여 그들에게 바쳐온 터였다.
029_1019_a_12L一時佛在王舍城竹園之與千二百五十比丘俱時洴沙王已得初果信敬之心倍復隆厚常設上妙四事所須供養於佛及比丘僧樂人同善志兼勸導國有六師富蘭那等先素出世邪見倒說誑惑民庶迷冥之徒信服邪教衆類廣布惡黨遍滿時王有弟敬奉六師信惑邪倒謂其有道竭家之貨供給與之
029_1019_b_01L부처님의 해[佛日]가 처음 나타나고 지혜의 물이 일찍부터 흘렀으나, 그는 교화받을 마음이 없이 어두운 겹 그물에 빠져 있었다.
그 형 병사왕은 그 아우를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므로 은근한 마음으로 타일러 부처님을 믿게 하려 하였지만, 아우는 그 삿된 이치를 고집하여 왕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또 왕이 자주 명령하여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라고 하면 아우는 말하였다.
“제게는 따로 스승이 있으므로 새삼스레 가서 구담(瞿曇)을 받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이라 차마 거역할 수 없어 말하였다.
“큰 모임을 베풀어, 오는 사람은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가 스스로 오면 저는 마땅히 공양하겠습니다.”
왕의 허락을 받고 그는 공양할 거리를 장만하고 자리를 펴는 등 모임의 준비를 끝냈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여섯 스승을 불렀다. 그들은 모두 와서 모여 윗자리에 앉았다.
029_1019_a_20L佛日初出慧流肇潤無心拔擢沒在重網兄王洴沙甚愛重之慇懃方便曉令奉佛弟執邪理不從王教數數勅令請佛供養弟白兄王我自有師不能復往奉事瞿曇然王有教理無有違當設大會不限來衆若其自至我當與食許王之後辦設供具饒敷牀座事訖設會遣人往喚六師之徒尋皆來集坐於上位
그러나 부처님과 스님들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그는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께서 전에 여러 번 구담을 청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를 위해 공양을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때가 다 되었는데도 그들은 오지 않습니까?”
왕은 아우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직접 가서 청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보내어 때가 되었다고 여쭈어라.”
아우는 분부를 받고 사람들을 보내어 아뢰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데리고 모임에 오셔서 그 여섯 스승이 윗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부처님과 스님들은 다음 자리에 차례로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신통으로써 그 여섯 스승과 그 제자들을 갑자기 아랫줄에 있게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창피하게 여겨 제각기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앉고 보면 도로 그 아래에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자리를 옮겨 위로 올라갔으나 여전히 자기들 몸은 아래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어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029_1019_b_06L怪佛及僧不自來至卽往白王王前數數勅請瞿曇今爲設日時欲至如何不來王告弟言雖不能躬自往請可遣一人白於時王弟受教遣人白時佛與大衆來至會所見諸六師先坐上座佛與衆僧次第而坐佛以神足令此六師合其徒忽在下行六師情恥各起移坐定自見還在其下如是再三移坐就猶自見身乃在下末更無力能仰而坐
단월들이 손 씻을 물을 돌릴 때에 윗자리에 먼저 오자 부처님께서는 그 시주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시주가 물을 가지고 스승 앞에 가서 초롱을 들고 물을 따르려 하면, 초롱 주둥이는 저절로 막혀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 부처님 앞으로 가서 부처님을 비롯해 차례로 돌리면 그제야 물이 나왔다. 그래서 모두 손을 씻을 수 있었다.
손을 씻은 다음 축원(祝願)을 받을 때가 되어 단월들이 밥을 가지고 윗자리로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본래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니 너희 스승 앞에 가서 그들로 하여금 축원을 하게 하라.”
그 분부를 받고 여섯 스승 앞으로 가니, 여섯 스승은 입이 닫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각기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부처님께서는 곧 웅장하고 맑은 음성으로 축원하였다.
축원을 마친 다음 음식을 돌릴 때가 되어 윗자리에서 차례로 돌리려 하였다.
029_1019_b_16L檀越行水至上座前佛語施先與汝師持水往師前卽擧甖口自閉其水不下還往佛前從佛作爾乃水出咸得洗手洗手旣竟當呪願檀越捉食在上座前佛語檀本不爲我往汝師前自令呪願教尋往至六師所六師口噤不得出但各擧手遙指於佛佛便呪願音聲暢呪願旣竟次當行食欲隨上作次付之
029_1019_c_01L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에게 먼저 올려라.”
음식을 가지고 가서 여섯 스승으로부터 시작해 돌렸다. 음식은 갑자기 공중에 떠올라 각기 그 머리 위에 떠 있었으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밥을 다 돌리고 나니, 음식이 도로 내려와 각각 제 앞에 놓여 있었다.
부처님과 스님들과 대중들의 식사가 끝나 발우를 씻고 양치질한 뒤에 도로 앉아 설법할 때가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단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스승께 설법하게 하라.”
그들이 이내 여섯 스승에게 설법을 청하였으나, 그들은 또 입이 닫혀 모두 손을 들어 부처님을 가리켰다.
029_1019_c_01L佛又告言先與汝師便持食從六師付食皆忽上住虛空各當其上取不可得行食與佛幷僧遍訖食乃還下各在其前佛與衆僧一切食訖澡漱還坐次當說法佛語檀越令汝師說尋請六師六師復噤但各同時擧手指佛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위하여 부드럽고 연한 음성으로써 법의 성품과 그 이치를 분별해 연설하시어 그들의 뜻에 맞게 하셨다. 그들은 모두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렸다.
그때 병사왕의 아우는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고, 그 밖의 사람들은 초과(初果)에서 3과(果)까지 얻고, 출가하여 번뇌가 없어지고,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렀으며, 그 마음의 사모하는 바를 따라 모두 그 원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각각 참다운 이치를 알고 삼보를 믿어 공경하였다. 그리고 그 여섯 스승을 천하게 여겨 다시는 받들어 공양하지 않았다.
029_1019_c_07L於是如來廣爲衆會出柔軟音暢演法性分別義理應適衆情聞佛說法咸得開解洴沙王弟得法眼淨其餘衆人或得初果至第三果出家盡漏發無上心住不退地隨心所慕悉得其願各乃識眞信敬三寶薄賤六師捨不承供
029_1020_a_01L이에 여섯 스승은 매우 번민하고 성을 내어 제각기 한적한 곳으로 가서 술법[奇術]을 배웠다.
그때 천마(天魔) 파순(波旬)은 저들의 마음이 약해져서 나쁘고 삿된 법을 펴지 못할까 걱정하고, 곧 내려와 여섯 스승의 모양으로 변하여 한 사람 앞에서 다섯 사람의 술법을 가르쳐 주었다. 즉,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몸에서 물과 불을 내기도 하고, 몸을 여러 개로 나누는 등 백 가지로 변화를 부렸다. 어리석은 무리들은 다시 그들을 믿고 받들었다.
그들은 전날 욕을 당하고 공양을 잃은 것을 분히 여겨 한데 모여 의논하였다.
“이제 우리 술법은 구담보다 못하지 않다. 우리가 전에 한번 욕봄으로 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떠났으니, 기묘한 변화를 보면 넉넉히 저들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왕에게 나아가 저들과 한번 승부를 판가름하도록 해보자.”
이렇게 결의하고 왕에게 나아가 자기들의 지혜와 신통과 영술(靈術)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저 사문과 신기한 변화를 부려 시험해 보면 그 가부가 저절로 나타날 것입니다.”
029_1019_c_13L於是六師甚懷惱恚各至閑靜求學奇術天魔波旬懼其情怯不能宣布惡邪之毒卽下化作六師之形於一人前現五人術飛行空中身出水火分身散體百種現變愚癡之徒更相恃賴忿前見辱亡失供養六師悉集各共議言我曹技能不減瞿曇緣前一辱衆心離散比來衆師神術顯變今察奇妙足任伏彼當詣國王求決勝負作議已定卽詣王所自說智能神化靈術貪共沙門講挌奇變對試之後可否自現
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부처님의 덕은 넓고 크며 신통은 걸림이 없다. 너희들이 겨루어 본다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해와 빛을 겨루고, 소 발자국의 물로 바다와 크기를 견주며, 여우 힘으로 사자와 용맹을 다투고, 개미 밥으로 수미산과 높이를 겨루려는 것과 같아서 크고 작은 형상은 차별이 환한데, 어리석고 혹하여 크게 계획하니, 어찌 그리도 어리석은가?”
여섯 스승은 다시 말하였다.
“일은 겪어본 뒤에라야 아는 것입니다. 대왕은 우리들의 뛰어난 변화를 보지 못하고 편벽된 마음으로 저쪽만 장하다고 말하지마는, 한번 시험해 보면 크고 작은 것은 저절로 결정될 것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겨루어 보고 싶으면 겨루어 보라. 그러나 다만 너희들이 스스로 욕을 부를까 걱정이다. 그런데 만일 부처님과 신통을 다투려거든 우리가 모두 같이 그것을 참관하도록 하라.”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이레 뒤로 날을 정하겠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시합할 장소를 잘 손보아 놓으소서.”
029_1020_a_02L王笑之曰汝等何癡佛德弘大神足無礙欲以螢大與日諍光牛迹之水與巨海比大野干之微與師子捔猛蟻蛭之堆與須彌等高小之形昭然有別迷惑高企何愚之六師復言驗事在後大王未見我等殊變是使偏心謂望彼大決試之巨細自定王又告曰欲試可試恐汝等自招毀辱正使與佛捔神足當使我曹具睹異變六師言曰後七日願王平治講試之場
여섯 스승들이 떠난 뒤에 왕은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이 부처님과 신술을 시험해 보겠다고 시끄럽게 굴기 때문에 이치로써 나무랐지마는 그들은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그 신력을 떨치시어 저 사악(邪惡)을 항복 받으시면 그제야 선(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로 하여금 그 신통을 보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부처님께서 신통을 겨루겠다고 허락하심을 알고,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넓은 곳을 편편하게 닦고 좌상(座床)을 벌려 놓고, 온갖 당기와 번기를 세우고 꽃과 구슬을 꿰어 얽어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을 기대하였다.
029_1020_a_12L六師去後王卽嚴駕往至佛所以事白佛六師紛紜欲得講術以理呵語其意不息唯願世尊奮其神力化伏邪惡爾乃從善因使我曹得睹其變佛告洴沙我自知時洴沙謂佛可共捔神卽勅臣吏平治博處安施牀座豎諸幢幡莊嚴挍珞極令麗妙其當會日一切企望
029_1020_b_01L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스님들을 데리고 왕사성을 나와 비사리(毘舍離)로 가셨다. 비사리의 여러 율창(律昌)들은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그 날이 되어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았으나 계시지 않아 사실을 물어 보고, 비로소 비사리로 가신 줄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떠돌며 외쳤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구담의 지혜와 도술이 보잘것없는 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심하면서 우리 말을 믿지 않았지마는 술법을 다툴 기일이 되자, 제가 이기지 못할 줄 알고 그만 비사리로 도망쳐 가버렸다.”
그들은 더욱 뽐내면서 서로 이끌고 말하였다.
“어디든지 쫓아가 보자.”
029_1020_a_20L於時如來及與衆僧從王舍城往毘舍離毘舍離中諸律昌輩與諸人民皆來奉迎諸人後日求佛不在問實乃知至毘舍離六師之徒興張唱言久知瞿曇智術單淺諸人猶豫不信我言剋期捔術自省不如靡然逃去至毘舍離諸六師輩貢高轉盛各共相率當必追窮
그때 병사왕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가득 실었다. 신하들과 14억 무리들도 각각 양식을 준비하고 부처님을 따라 앞뒤로 줄을 지어 비사리에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여러 율창들에게 아뢰었다.
“우리가 저 구담과 신력을 시합하고 실성(實性)을 변론하는 것을 허락하시고, 만일 보고 들으려거든 이레 뒤에 오십시오.”
그때 율창들은 다시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어리석어 스스로 도가 있다고 일컬으면서 부처님과 신력을 다투려고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력을 보이시어 항복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율창들은 신하들을 데리고 병사왕처럼 시합장소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였다.
029_1020_b_04L時洴沙王辦設供具滿五百乘車王與群臣十四億各辦糧食悉隨佛往前後絡繹毘舍離六師復往白諸律昌聽我曹等與此瞿曇捔試神力談講實性若見聽者期來七日時諸律昌復往白佛六師群迷自謂有道求與如來共捔神力唯願世尊垂神降伏佛又告曰佛自知時諸律昌輩合率臣民嚴治設辦如洴沙王比悉皆企慕望在明
029_1020_c_01L그 전날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구섬미(拘睒彌)로 떠나셨다. 구섬미의 우전왕(優塡王)은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이튿날 새벽에 비사리(毘舍離) 사람들이 부처님을 찾았으나 부처님께서는 이미 구섬미로 떠나신 뒤였다. 이 말을 들은 여섯 스승들은 더욱 교만하여져서 그들의 무리를 한데 모아 어디까지나 쫓아가려 하였다. 율창들은 음식을 준비하여 5백 수레에 싣고 부처님을 공양하려고 7억 대중을 거느리고 병사왕과 함께 구섬미에 모여 부처님과 여섯 스승이 신력을 시험하는 것을 보려고, 앞뒤로 줄을 지어 길을 메우며 갔다.
여섯 스승들도 구섬미에 이르러 우전왕을 보고 위에서와 같이 그 사정을 말하였다.
“사문은 스스로 돌아보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 도망만 치므로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왕은 꼭 안정시켜 우리와 겨루도록 하여 주십시오.”
우전왕은 부처님께 여섯 스승들의 말을 설명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겨루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우전왕은, 부처님께서 그 나라에서 시합하시기를 바라고, 병사왕처럼 시합 장소를 준비하였다.
029_1020_b_14L佛與衆僧至拘睒彌拘睒彌王曰優塡將諸群臣亦來奉迎毘舍離明晨問佛云佛已往拘睒彌國師聞是高心遂盛合徒聚衆規必窮諸律昌輩辦致供具五百車載俟供養將領國人七億之衆幷洴沙王集拘睒彌觀佛六師共捔神力前後滿道絡繹而至六師旣到見優塡王騰說事情如上之辭沙門自省內無顧恃空空逃避不可要勒須王剋定令與我試優塡白佛說六師辭世尊寧可與捔之不佛復告言我自知時優塡望佛在其國試嚴治設辦如洴沙王比皆到當會
시합 전날 부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을 데리고 월지국(越祇國)으로 가셨다. 월지국의 둔진타라왕(屯眞陁羅王)은 신민들을 데리고 나와 부처님을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구섬미의 사람들은, 부처님께서는 이미 월기국으로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고, 여섯 스승들은 곧 그 뒤를 쫓아갔다.
그때 우전왕은 팔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모두 월기국으로 가서 모였다.
여섯 스승들은 왕을 보고 제 말을 늘어놓았다.
“저 구담으로 하여금 우리와 시합하게 하십시오.”
둔진타라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날이 가까워 오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특차시리(特叉尸利)로 향하셨다.
029_1020_c_04L佛復捨去與比丘僧至越祇國越祇國王屯眞陁羅將諸人民來迎世尊拘睒彌人明日乃問云佛已去向於越祇六師徒衆尋逐其後時優塡王與八億衆幷洴沙等諸國人民悉共往詣集越祇國六師見王廣自陳說當令瞿曇與我共試屯眞陁羅復往白佛佛猶答言佛自知時王亦嚴辦會日垂至佛與衆僧卽向特叉尸利
그 나라의 왕 인타바미(因陁婆彌)는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나와 맞이하였다.
둔진타라왕은 5억 대중과 병사왕과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을 따라 특차시리로 향하였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인타바미왕에게 잔뜩 뽐내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저 구담과 신력 시합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인타바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왕은 시합 장소를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곳을 버리고, 여러 스님과 함께 바라내로 가셨다.
029_1020_c_13L此國中王名因陁婆與諸臣民亦來奉迎屯眞陁羅與五億人洴沙王等諸王臣民亦皆逐向特叉尸利六師已到白因陁婆極自譸張高談大語聽與瞿曇捔試神力因陁婆彌復往白佛佛故答我自知時嚴辦日到佛復捨去與諸衆僧至波羅柰
029_1021_a_01L바라내 왕 범마달은 신하들을 데리고 몸소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특차시리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신 줄을 알았다. 여러 스승들은 부처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인타바미왕은 6억 대중과 병사왕 등과 함께 모두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앞에서와 같이 왕에게 청하였고, 왕은 앞에서와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029_1020_c_20L波羅捺王名梵摩亦與人衆躬來迎佛特叉尸利人民明日乃知佛去六師追逐尋迹馳往陁婆彌與六億衆洴沙王等一切隨六師旣到如前白王王如前辭往白於佛佛亦答言我自知時
회장 준비가 되고 그 날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을 버리고 비구들과 함께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으로 가셨다. 가비라위(迦毘羅衛)의 여러 석가 종족[釋種]들은 대중을 거느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그 이튿날 바라내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떠나심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계속해서 쫓아갔다.
범마달왕은 8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섯 나라 사람들을 데리고 줄을 지어 부처님을 따라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석가족들을 향하여 기술과 재능을 들어 시끄러이 말하였다.
“구담과 신력을 대결할 것을 허락하십시오.”
석가족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석가 종족들은 회장을 장엄하게 준비하였다. 그 날이 가까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사위국으로 가셨다.
029_1021_a_02L嚴辦日到復捨去與比丘僧往迦毘羅衛國迦毘羅衛諸釋種輩率諸大衆皆來迎佛羅柰人明日乃知六師徒衆續復馳逐梵摩達王與八億人洴沙諸王六國人皆悉前後隨逐佛往六師旣到諸釋種紛紜自說廣引術能聽與瞿共決神力釋種復往白佛具宣其佛又告言我自知時嚴治設辦日垂至佛與衆僧往舍衛國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석가족들은 그 이튿날에야 부처님께서 떠나신 것을 알았다. 여섯 스승들은 무리들을 데리고 뒤를 쫓아갔다.
석가족들은 9억 대중과 병사왕 등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내를 건너고 들을 메우면서 사위국으로 쫓아갔다. 여섯 스승들도 거기 와서 파사닉왕을 보고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우리는 구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으나 기일만 되면 그는 도망쳐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대중들과 함께 왕의 나라까지 쫓아온 것입니다. 대왕은 그를 시켜 우리와 대결하도록 하십시오.”
바사닉왕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뛰어나신 신변은 헤아리기 어렵거늘, 어떻게 너희들의 그 비루하고 못남으로써 큰 법왕과 힘을 겨루려 하는가?”
여섯 스승들은 수선거리면서 말소리가 거칠어졌다.
029_1021_a_11L舍衛國王名波斯匿與諸臣民皆來迎佛種明日乃知佛去六師率徒從後追釋種將領九億人衆洴沙王等諸國人民亘川滿野逐趣舍衛六師等見波斯匿具自陳說本末情事與瞿曇決捔神力臨期逃避不可要今與大衆逐至王國大王當使與我等決波斯匿王亦用爲笑說佛殊變難可思議云何以汝卑陋凡細大法王捔試力能六師凶凶言氣遂
029_1021_b_01L바사닉왕은 나아가 부처님을 뵈옵고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들은 저처럼 간청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신통을 보이시어 저들을 항복 받아 일체 대중들로 하여금 거짓과 참을 분별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때를 알아 하리라.”
바사닉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회장을 편편하게 만들고, 향과 꽃을 많이 쌓고 좌상을 벌여 놓고 온갖 깃대를 세워 장엄한 준비를 끝냈다.
대중들은 모두 모였다.
029_1021_a_22L波斯匿王旣往見佛白言六師慇懃乃爾唯願世尊垂神化伏普使一別僞識眞佛告王言我自知時斯匿王尋勅臣吏平治場地多積香敷設牀座豎諸幢幡嚴辦已訖衆都集
섣달 초하룻날 부처님께서는 시험장으로 가셨다.
바사닉왕은 그 날 이른 새벽에 부처님께 공양하고 손수 양지(楊枝: 버들가지로 만든 이닦이)를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씹고 나서 나머지를 땅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곧 살아나서 무럭무럭 자라더니, 줄기는 높이 뻗어 5백 유순(由旬)이요, 가지와 잎은 구름처럼 퍼져 그 둘레도 또한 그와 같았다.
거기서 다시 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와 같고 또 열매가 맺어 크기는 다섯 말 드는 병과 같았다. 뿌리와 줄기ㆍ가지ㆍ잎사귀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빛깔은 휘황찬란하였으며, 그 빛깔은 광명을 내어 해와 달을 가리었다.
그 열매를 먹으면 맛나기는 단 이슬 같고 향기는 사방에 퍼지며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즐거워졌다.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 가지와 잎사귀가 부딪치면, 그것은 모두 화창한 소리를 내며 미묘한 법을 연설하여, 듣는 사람은 싫증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의 변화를 보고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더욱 순수하고 도타워졌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였고,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천상에 나는 큰 결과를 얻었다.
029_1021_b_04L臘月一日佛至試場波斯匿是日設食淸晨躬手授佛楊枝受嚼竟擲殘著地墮地便生蓊鬱而根莖踊出高五百由旬枝葉雲布周帀亦爾漸復生華大如車輪遂復有菓大五斗甁根莖枝葉純是七寶若干種色映燦麗妙隨色發光揜蔽日月食其菓者美踰甘露香氣四塞聞者情悅香風來吹更相撐觸枝葉皆出和雅之音暢演法要聞者無厭一切人民睹茲樹變敬信之心倍益純厚佛乃說法應適其意心皆開解志求佛者得果生天數甚衆多
029_1021_c_01L둘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양쪽에 두 보배산을 만드시니 그 장엄함은 볼 만하였다. 그것은 온갖 보배로 되어 있고, 오색은 찬란하고 광명은 휘황하였다. 여섯 가지 나무는 그 산 위에 줄을 지어 섰고 꽃과 열매는 무성하며 미묘한 향기를 내었다.
그 한쪽 산 위에는 쌀이 누렇게 익어 부드럽고 아름다웠으며, 온갖 맛이 나고 달아 입에 맞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대로 그것을 먹었다.
또 그 한쪽 산 위에는 부드럽고 연한 풀이 살지고 맛 있게 자라, 그것으로써 축생을 기르는데, 먹고 싶은 놈은 가서 그것을 배가 부르게 먹고 즐거워했다.
대중들은 그 산의 신기한 것을 보고 공양한 뒤에는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우러러 사모하는 정이 더욱 깊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도록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법을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었고, 수많은 사람이 천상에 나는 결과를 얻었다.
029_1021_b_16L次第二日優塡王請佛於時如來化其兩成兩寶山嚴顯可觀衆寶雜合色暉耀光焰暐曄若干種樹行列山華果茂盛出微妙香其一山頂成熟粳米滑美百味甘之附口人民之類自恣而食其一山上有柔軟之肥䐣甘美以俟畜生須者往噉已情歡一切衆會睹山顯異食已懷仰慕遂深佛更稱適爲說妙法得開解發無上心得果生天其數亦
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하고 깨끗한 물을 받들어 양치질하시기를 기다렸다. 부처님이 물을 뱉어 버리시니 그곳이 보배 못이 되었는데, 사방 둘레는 각각 2백 리요, 순전히 일곱 가지 보배로 섞바뀌어 온갖 빛깔은 서로 비치고 광명은 찬란하였다.
못 속의 물은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물 밑에는 일곱 가지 보배 모래가 모두 깔렸다. 여덟 가지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 같았고, 파랑ㆍ노랑ㆍ빨강ㆍ흰색ㆍ보라빛ㆍ녹색ㆍ자줏빛이 섞바뀌었다. 향기로운 향기는 사방에 멀리 퍼지며 그 연꽃 빛깔을 따라 제각기 광명을 놓아 그 광명은 천지를 휘황하게 하였다.
대중들은 그 보배 못의 기묘한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관찰하시고, 방편으로 설법하시어 모두 이해하여 위없는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들은 하늘에 태어날 과보를 얻어 복업을 더욱 더한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029_1021_c_04L到第三日屯眞陁羅請佛供養佛淨水俟以澡漱佛吐水棄化成寶周帀四邊各二百里純以七寶共相閒雜衆色相照光明焰弈其池中八德具足水底遍滿七寶之沙種蓮花大如車輪靑黃赤白紅綠紫香氣芬馥馨徹四遠隨蓮花色發光明光明顯照暉曜天地大會睹此寶池奇妙歡喜稱歎佛無量德佛因觀隨衆人心方便說法各令開解發無上心得果生天盡增福業數多難
넷째 날에는 인타바미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보배 못 사방에 저절로 여덟 개 도랑물이 흘러 도로 못에 들어가게 하고 저절로 돌게 하니, 물이 흐르는 소리는 맑고 아름다웠으며, 모두에게 5근(根)ㆍ5력(力)ㆍ7각(覺)ㆍ8도(道)ㆍ3명(明)ㆍ6통(通)ㆍ6도(度)ㆍ4등(等)과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연설하여 격려하고 인도하였으며, 갖가지 법을 연설하여 듣고 보는 대중들은 모두 마음이 열리어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어 복과 지혜를 더욱 쌓은 이가 매우 많았다.
029_1021_c_15L到第四日因陁婆彌王請佛佛於是日令其寶池四面自然有八渠流還相灌注自然迴轉水流有聲其聲淸妙皆說諸法五根五力七覺八道三明六通六度四等大慈大悲勸發開導說種種法一切聞睹心皆開解發心求佛得果生天增積福慧數甚衆多
029_1022_a_01L다섯째 날에는 범마달왕이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입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황금빛이 휘황하게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고, 그 광명에 부딪힌 일체 중생들은 3독(毒)과 5음(陰)이 모두 저절로 사라졌고,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져 마치 비구가 제3선(禪)을 얻은 것과 같아졌다.
대중들은 기이하다고 칭송하면서 부처님 덕을 마음으로 사모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그 법을 이해하고 큰 도의 마음을 내어 천상에 날 과보를 얻었고, 복을 더하고 지혜를 닦은 이가 매우 많았다.
029_1021_c_22L次第五日梵摩達王請佛供養佛於是日口中放光金色赫弈遍大千土光明所觸一切衆生三毒五陰皆自然息身心快樂譬如比丘得第三禪衆會歎怪志慕佛德便爲說法各得開解發大道心得果生天進福修慧數甚衆多
여섯째 날에는 여러 율창들이 차례로 다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그 모임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과 마음을 서로 알게 하셨다. 그래서 한 사람이 각각 여러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선악과 뜻의 가는 업행(業行)을 모두 알게 되자, 그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이해하게 되어 부처 되기를 맹세하였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매우 많았다.
029_1022_a_05L第六日中諸律昌輩次復請佛佛於是日普令大會一切衆生心心相知各各一人知一切心念善惡志趣業行咸自驚喜欽美佛佛便爲說若干妙法皆得開解求佛者得果生天數甚衆多
일곱째 날에는 석가 종족들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전륜성왕을 보게 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일곱 가지 보배와 1천 왕자와 여러 왕의 신민들이 그를 공손히 받들어 모시고 우러르는 마음이 줄지 않음을 모두 보았다. 그들은 놀라고 이상스럽게 여기면서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 뜻에 맞추어 설법하셨다. 그들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는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029_1022_a_10L到第七釋種請佛佛於是日化諸會者令自見爲轉輪王七寶千子諸王臣肅恭承已侍仰無減各自驚怪慶無量佛便爲說法投適其意亦發無上正覺之心得果生天甚難計數
여덟째 날에 부처님께서는 제석의 청을 받았다. 제석은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師子座)를 만들었다. 부처님께서 그 자리에 올라앉으시자 제석은 위쪽에 모시고 법왕은 오른쪽에 모셨으며 모든 대중들은 고요히 좌정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천천히 팔을 펴 손으로 자리를 만지시니, 갑자기 큰 소리가 났는데, 코끼리의 외침 같았다. 그때에 큰 귀신 다섯이 여섯 스승의 높은 자리를 끌어내어 부수어 버렸다. 그리고 금강밀적(金剛密迹)은 금강저(金剛杵)를 잡았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일어나 여섯 스승들을 잡아 치려 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놀라 달아나다가 욕됨을 부끄러워하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029_1022_a_15L又第八日受帝釋請爲佛作師子座如來昇座帝釋侍左梵王侍右衆會一切靜然坐定佛徐申臂以手接座欻有大聲如象鳴吼應時卽有五大神鬼摧滅挽拽六師高座金剛密迹捉金剛杵杵頭出火擧擬六師六師驚怖奔突而走慚此重辱投河而
029_1022_b_01L그리고 여섯 스승의 무리 7억은 모두 와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제자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들이여”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미묘한 법을 보이시자 그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결박이 풀려 모두 아라한을 얻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8만 털구멍에서 다 광명을 놓으시니, 허공에 두루 찼다. 낱낱 광명 끝에는 큰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 위에는 화불(化佛)이 있어 대중에 둘러싸이어 설법하였다. 대중들은 이 위없는 조화를 보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더욱 융성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 응하는 바를 따라 큰마음을 내거나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복과 선(善)을 대하거나 하는 이가 매우 많았다.
029_1022_a_23L六師徒類九億人衆皆來歸佛爲弟子佛言善來比丘鬚髮自落衣在身皆成沙門佛爲說法示其法漏盡結解悉得羅漢於是如來八萬毛孔皆放光明遍滿虛空一一光頭有大蓮花一一華上皆有化佛與諸大衆圍繞說法衆會睹茲無上之化信敬之心倍益隆盛佛卽爲說隨其所應有發大心得果生天進福增善數甚衆多
아홉째 날에는 범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위엄은 번듯하고 의젓하여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니 천지가 휘황하였다. 대중들은 우러러보며 모두 그 말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미묘한 법을 열어 보여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내어 부처를 찾게 하시니,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029_1022_b_09L到第九日梵王請佛佛自化身高至梵天威嚴高顯巍巍難極放大光明暉赫天地一切仰瞻皆聞其語佛爲種種顯示法要亦令多衆發心求佛得果生天數亦難計
열째 날에는 4천왕(天王)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색신(色身)이 모든 하늘에 두루 계심을 보게 하셨다. 4천왕에서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 몸을 나타내어 큰 광명을 놓으면서 각각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들은 모두 멀리서 우러러 분명히 바라보았고,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더욱 더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그 뜻을 따라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거나 하는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029_1022_b_13L到第十日四天王請佛爾時世尊令大衆見佛色身遍諸天中從四天至色究竟皆見佛身放大光明爲大衆說微妙法咸遙仰視了了見一切衆會甚增敬仰佛爲說法應其意皆發大心住不退地得果生不可稱計
열한째 날에는 수달(須達) 장자가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 위에서 스스로 그 몸을 숨기고 아주 고요하게 하여 나타나지 않으셨다. 다만 광명을 놓고 부드럽고 연한 음성을 내어 미묘한 모든 법을 분별하시고 연설하셨다. 그 법을 듣고 깨달아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029_1022_b_20L第十一日須達請佛於是日於高座上自隱其身寂滅不但放光明出柔軟音分別演暢諸法之要在會之人聞法解悟有發大住不退者得果生天亦甚衆多
029_1022_c_01L열두째 날에는 질다(質多) 거사가 부처님을 청해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자심(慈心)삼매에 드시어 금색 광명을 놓아 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셨다. 그 광명에 부딪히는 중생들은 3독(毒)의 마음이 사라지고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평등하게 보기를, 아버지나 어머니나 형이나 아우처럼 하되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더하고 덜함이 없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묘한 법을 말씀하시니, 그들은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거나, 혹은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웠다.
029_1022_c_01L十二日質多居士請佛供養佛於此入慈三昧出金色光遍照大千觸衆生三毒心息自然興慈等視衆如父如母如兄如弟愛潤之心無增減然後爲說若干妙法亦發大住不退地得果生天難可稱量
열셋째 날에는 둔진타라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공양을 차렸다.
부처님께서는 그 날 높은 자리에 올라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각각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었다. 그 화신불도 배꼽으로 광명을 놓아 두 갈래로 나누되 몸에서 일곱 길이 떨어지게 하였다. 그 광명 끝에는 연꽃이 있고 연꽃 위에는 화신불이 있었다. 이렇게 전변하여 대천 세계에 두루하였다. 대중들은 그것을 우러러 보고 놀라고 기뻐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따라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 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매우 많았다.
029_1022_c_07L十三日屯眞陁羅王次復請佛施設供養佛於是日身昇高座放於臍光分作兩奇離身七仞頭各有花上有化佛如佛無異化佛臍中復出光明亦分兩奇離身七仞頭有蓮花上有化佛如是轉遍大千國土一切瞻睹愕然驚喜佛爲應時隨意說法亦發大心住不退者得果生天數甚衆多
열넷째 날에는 우전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그때 우전왕은 부처님 위에 꽃을 흩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 꽃을 변화시켜 1천 2백50개의 보배수레를 만드시니, 그 높이가 범천에 이르렀고, 그 광명은 금산보다 빛났다. 온갖 보배의 여러 가지 빛깔은 아름답게 서로 비추어 한량없이 찬란하였고, 신기한 구슬과 영락을 그 사이사이에 섞박았다. 그 높은 수레 안에는 모두 부처 몸이 있었는데 큰 광명을 놓아 삼천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대중들은 그 변화를 보고 기쁜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이 뒤섞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설법하시니 병을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았다. 그들 중에는 모두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도를 얻어 천상에 나는 이도 매우 많았다.
029_1022_c_15L第十四日優塡王請佛時優塡王散佛上佛卽應時變其所散花作千二百五十七寶高車高至梵天晃踰金山雜寶衆色曜麗相照赫然金光振朗殊妙難量神珠瓔珞雜廁其閒諸高車中皆有佛身放大光明遍三千土衆會睹變喜敬交懷佛便說法應病投藥皆發大心或住不退得道生天數復甚多
029_1023_a_01L열다섯째 날에는 병사왕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미리 왕에게 분부하시되, 음식 그릇만 준비하라 하셨다. 그래서 왕은 다만 그릇만 많이 준비하였다. 밥 때가 되자 모든 그릇에는 갖가지 맛나고 아름다운 음식이 가득하여 대중들이 실컷 먹고도 남았고, 먹은 뒤에는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하고 즐거워졌다.
그때 세존께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시니 18지옥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거기서 죄를 받는 티끌 수 같은 한량없는 사람들이 제각기 모두 말하였다.
‘나는 본시 이와 같이 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다.’
대중들은 그것을 모두 듣고 보고는 매우 슬프고 가엾어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들 뜻에 맞게 설법하셨다. 그들 중에는 큰마음을 내어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천상에 날 과보를 얻은 이도 이루 다 셀 수 없었다.
지옥 중생들도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공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생겨 모두 멀리서 귀의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모두 천상이나 인간에 나게 되었다.
029_1023_a_01L第十五日洴沙王請佛豫勅王唯須食具王但嚴辦器極令饒多食時已到諸器悉滿膳百味種種異美普令衆會飽足有餘食已身心自然安樂於時世尊以手指地十八地獄一切都現無量塵數諸受罪人各各自說我於本時作如是惡今受此苦一切衆會具悉聞見甚懷悲愍衣毛驚悚佛便爲說法應適其意有發大心住不退者得果生天不可稱數地獄衆生緣見佛聞心生敬仰皆遙自歸終皆得生天上人中
그때 병사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신기한 모습 중에서 몸이나 손의 모습은 일찍 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중들에게 모두 보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다리를 내어 대중에게 보였다. 대중들은 부처님 발바닥의 바퀴 모양이 단엄하고 빛나며 그 무늬가 그림 같아서 모두 환히 나타난 것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왕은 더욱 기뻐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본래 어떤 공덕을 지으셨기에 그런 묘한 바퀴 모양을 이루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내 스스로 열 가지 선행을 닦았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기 때문에 이처럼 분명히 나타난 모양을 얻은 것이오.”
029_1023_a_13L時洴沙王長跪白佛世尊奇三十有二身手諸相猶曾得見睹如來足下輪相願見示衆咸共敬佛卽出腳普示衆會一切見佛足底輪相端嚴昞著文理如畫分別顯觀之無厭王益歡喜重白佛言審世尊本作何德而乃致此輪相之佛卽告王由我過去自修十善以教人故得斯相明顯如是
왕은 또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도 열 가지 선행을 닦고 또 남에게도 가르쳤다는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029_1023_a_21L王又白不審世尊自修十善復以教人事云何願見開示
029_1023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과거 무수한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시타니미(施陁尼彌)였소. 그는 8만 4천 나라와 8만억 촌락과 1만 대신을 거느렸었소.
또 왕에게는 2만 부인이 있었소. 그러나 아무도 아들이 없었소. 왕은 매우 근심하면서 나라의 대(代)가 끊어질까 걱정하여 여러 하늘에 널리 기도하였소.
왕의 첫째 부인은 이름이 수리파라만(須梨波羅滿)이었소. 그는 몇 시간이 지나고 곧 임신된 것을 깨달았소. 아이를 밴 뒤로는 심성이 총명하여지고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이 있어 남에게 선행을 권하였소. 달이 차서 한 사내를 낳았소. 얼굴은 뛰어나게 단정하고 모양은 두드러지게 아름다우며 온몸의 털구멍에는 모두 광명이 있었소. 왕은 몹시 기뻐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소.
029_1023_a_23L佛告王曰善聽著乃往無數阿僧祇劫此閻浮提大國王名施陁尼彌領八萬四千國八萬億聚落一萬大臣王有二萬夫皆無有子王甚憂愁懼絕國嗣廣禱祀祈願諸天王第一夫人名須梨波羅滿經數時閒便覺有娠自懷妊後心性聰了仁慈矜哀勸人以善日月滿足生一男兒端政超異姿相顯美身諸毛孔皆有光明王甚欣慶睹之無厭
곧 관상쟁이를 불러 그 길흉을 상보게 하였소. 관상쟁이는 자세히 보고는 찬탄하였소.
‘신기합니다. 이 아기의 상은 뛰어납니다. 그 덕은 천하를 편안하게 하여 천하가 공경히 받들 것입니다.’
왕은 더욱 기뻐하여 이름을 지으라고 명령하였소.
상쟁이는 아뢰었소.
‘어떤 기이한 징조가 있었습니까?’
왕은 말하였소.
‘이 아이를 밴 뒤로 그 어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인자하여 선행을 권하였소. 다른 징조도 많았으나 이 징조가 매우 이상하였소.’
관상쟁이는 놀라고 기뻐하면서 왕에게 아뢰었소.
‘어머님이 미리 지혜로웠고 자기 몸에 광명이 있으니 이름을 나파라만(那波羅滿)―진(晉)나라 말로는 혜광(惠光)이라는 뜻입니다―이라 하소서. ’
029_1023_b_10L卽召相師占其吉不相師披見歎言奇哉是兒之相挺特殊倫德綏四域天下敬戴王益歡喜勅爲立字相師白王有何異瑞王言此兒懷妊已來其母聰慧仁慈勸善餘瑞雖衆甚怪此異相師驚喜而白王言母豫辯慧自身光明當爲立字名那波羅滿晉言惠光
029_1023_c_01L태자는 점점 자라나서 그 지혜는 남보다 뛰어났소. 부왕이 세상을 뜨자 그 장례를 마치고 신하들은 모여 태자에게 왕위를 잇도록 권하였소. 그러나 태자는 굳이 사양하면서 말하였소.
‘나는 감당할 수 없다.’
신하들은 말하였소.
‘대왕이 이미 돌아가시고 오직 태자가 있을 뿐이요, 다른 형제가 없는데 싫다고 말씀하시니, 누구에게 미루어 줍니까?’
태자는 대답하였소.
‘세상 사람이 악을 행할 때는 반드시 순하게만 할 수 없소. 만일 그들에게 형벌을 주면 내게 죄됨이 적지 않을 것이오. 그러므로 만일 백성을 다스리되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나라 일을 맡을 수 있소.’
신하들은 말하였소.
‘좋습니다. 원컨대 궁전에 오르소서. 열 가지 선행의 길은 명령을 내려 행하도록 하소서.’
그때 태자는 곧 왕위에 올라 인민들에게 명령을 내려 열 가지 선행을 두루 행하라 하였소. 백성들은 공경하고 순종하여 마음을 고치고 행동을 바꾸었소.
029_1023_b_17L太子長大智慧殊父王崩薨葬送畢訖諸王臣集勸令嗣位太子固辭云不能當諸臣各大王已崩唯有太子更無兄弟言不肯推讓與誰太子答言世人行必不執順若加刑罰罪我不少能率民普行十善我乃堪任領受國諸臣言唯願昇殿十善之道勅令行太子爾時尋登王位告下人普行十善一切敬順改心易操
그때 마왕은 그것을 시기하여 왕의 교화를 무너뜨리려 가만히 글을 만들어 여러 나라에 보내면서 명령하였소.
‘전에 명령하여 선을 행하라 하였지마는 그것은 아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한갓 노고만 더하여 쓸 데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백성들이 열 가지 나쁜 일 행하는 것을 허락한다. 다시는 꺼리지 말라.’
여러 왕들은 이 글을 받고 그 다른 조서를 괴상히 여기되, ‘무엇 때문에 이치를 어기어 사람에게 악을 따르라고 권하는가?’ 하고, 각기 친서를 보내어 다시 그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글을 보고 깜짝 놀라 말하였소.
‘나는 그런 영을 내린 일이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곧 수레를 타고 몸소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을 만나보고, 그 다른 영은 고친다고 선언하였소.
029_1023_c_03L王妒忌欲敗王化密作封書告下諸前勅行善旣無利驗唐自勞苦無益事自今以往聽民恣心作十惡勿更憚情諸王得書怪此異詔緣越理勸人從惡各遣親信重問所王聞是語愕然驚口我無是令緣乃爾卽勅嚴駕躬行諸國親見臣宣改異化
그때 그 악마는 길가에서 어떤 사람으로 변하여 큰 불 속에 빠져 있었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가 몹시 슬프고 간절하였소.
왕은 가서 물었소.
‘너는 왜 그러는가?’
그는 아뢰었소.
‘저는 전생에 남에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남에게 선행을 닦으라고 권하고 도리어 고통을 받겠는가?’ 하고 왕은 다시 물었소.
‘열 가지 선행을 권하였기 때문에 너에게 그런 고통을 받게 한다면, 이전에 그 권함을 받아 열 가지 선을 행한 사람은 좋은 갚음을 받았는가?’
그는 대답하였소.
‘이전 사람은 좋은 복을 얻었습니다. 다만 남에게 가르쳤기 때문에 홀로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소.
‘다만 먼저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복을 받게 하였다면 그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이요, 그것을 한탄할 것이 없다.’
악마는 이 말을 듣고 곧 형상을 숨기고 사라졌소.
029_1023_c_11L魔於道邊化作一人處大火盛炎熾燃於中哭叫聲悲酸王卽前問汝何以爾人白王言坐前時勸人十善今受此苦痛毒難王重答言何有是事勸人修善更受苦又復問言勸行十善令汝受前受勸人行十善者得善報不前人得善福耳但教他故獨受此王聞歡喜答言但令前人得善福甘心受苦不以爲恨魔聞是語隱形去
029_1024_a_01L왕은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열 가지 선행을 폈소. 백성들은 거기에 교화되어 몸과 말과 뜻을 조심하여 바른 교화가 두루 펴졌소. 백성들은 모두 우러러 사모하고 왕의 덕은 높아지고 빛났소.
그래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날 때에 금바퀴가 먼저 응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한꺼번에 이르렀소. 왕은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선으로 인도하는 것을 의무로 삼았소.
이와 같이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때의 그 시타니미왕은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그때의 그 혜광왕으로서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교화한 이는 지금의 내 몸이오.
나는 그 세상에서 스스로도 열 가지 선을 행하고 또 백성들에게 권해 그것을 행하게 하였기 때문에 오늘 이 발바닥의 천 폭의 바퀴 모양을 얻게 된 것이오.”
029_1023_c_21L遍行諸國宣十善行人民服愼身口意正化彌布一切欽崇德隆赫嘉瑞而降金輪先應七寶具遊化四域導善爲務如是大王知爾時施陁尼彌王者今現我父淨飯王是爾時母者今現我母摩訶摩耶是彼惠光王十善化民者今我身我緣彼世自行十善又以勸民令行十善是以今日得是足下千輻相
그때 병사왕은 다시 아뢰었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들은 미욱하여 자기들의 실력은 헤아리지 못하고 이양(利養)에만 탐착하고 질투심을 일으켜 세존과 신력을 겨루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부처가 한 가지를 부리면 우리는 두 가지를 부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는 신변을 나타내시니 저들은 그만 움츠러들어 한 가지 술법도 부리지 못하고, 제 꼴이 부끄러워 몸을 던져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리들도 모두 흩어져 스스로 그 재앙을 남겼으니, 그 미욱함을 생각하면 어찌 그리도 심합니까?”
029_1024_a_07L時洴沙王復白佛言六師群迷自度量貪著利養生嫉妒心求與世尊捔試神力言佛作一我當作二現神變妙難思議六師窮縮乃無一慚形愧影投水而死徒類散解遺殃患念其迷惑何劇之甚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여섯 스승의 무리가 이름과 이익을 다투기 때문에 내게 대결을 구하다가 제 몸을 죽이고 그 무리를 잃은 일은 오늘만이 아니오. 지나간 세상에서도 나와 다투다가 나는 그를 죽이고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이 있었소.”
029_1024_a_12L佛告大不但今日六師之徒諍名利故與我決自喪失衆過去世時亦共我我亦傷彼奪其人衆
왕은 꿇어앉아 다시 여쭈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저 여섯 스승들과 싸워 그 무리를 빼앗은 일은 어떠합니까?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029_1024_a_15L王卽長跪尋白佛言不審世尊過去世時與六師鬪奪其徒衆其事云何願具說示
029_1024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명심하고 잘 들으시오. 과거 무량 무수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한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마하사구리(摩訶賖仇利)였소. 그는 작은 나라 왕을 거느리고 5백 부인을 두었소. 그러나 그 뒤를 이을 태자가 없었소. 그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소.
‘나는 차츰 나이가 들어가는데 왕위를 이을 만한 아들이 없다. 만일 하루 아침에 내가 죽게 되면, 여러 왕과 신민들은 명령을 받들지 않고 반드시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해침으로써 장차 나라가 어지럽게 될 것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마음이 근심 바다에 빠져 있었소.
029_1024_a_17L佛告王善著心聽乃往過去無數無量阿僧祇劫此閻浮提有一國王名摩訶賖仇利領五百小國王有五百夫人無有太子可以繼嗣王自念言吾年轉大無有一子以續國位若其一旦崩亡之後諸王臣民不相承受便當興兵抂害民命國將亂矣何苦之劇是事已心沒憂海
그때 제석천은 멀리서 왕의 근심을 알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한 의사로 변하여 왕에게 나아가 그 근심하는 까닭을 물었소. 왕은 그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하였소. 의사는 아뢰었소.
‘다시는 근심하지 마시오. 제가 왕을 위해 설산에 들어가 여러 가지 약을 캐어 모아 그것을 부인에게 드려 먹게 하겠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모두가 반드시 아기를 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을 놓으면서 의사에게 말하였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의사는 곧 설산으로 들어가 갖가지 약초를 캐어 가지고 왕궁으로 메고 돌아와서 젖에 달여 큰 부인에게 주었소. 그러나 큰 부인은 냄새를 싫어하고 또 마음으로 믿지 않아 의사가 하늘로 돌아간 뒤에도 그것을 먹으려 하지 않았소. 그래서 다른 작은 부인들이 그것을 다 나누어 먹었소.
작은 부인들은 그것을 먹은 지 오래 되지 않아 아이를 밴 것을 깨닫고 그 사정을 큰 부인에게 알렸소.
029_1024_b_02L時天帝釋遙知王卽從天下化作一醫來詣王所王憂意王卽如事宣示語醫化醫白莫復憂慮我當爲王往入雪山合衆藥與夫人服服藥之後皆當有王聞是語差用釋憂卽語醫言爾者善是時化醫卽往雪山取諸藥檐還王宮以乳煎之與大夫人人嫌臭情又不信化醫歸天後不肯餘小夫人盡共分服服未經久覺有娠各以情事白大夫人
큰 부인은 이 말을 듣고 후회하면서, ‘먹고 난 나머지가 있는가?’라고 물었소. 그러나 나머지가 없다는 대답이었소. 큰 부인은 재차 물었소.
‘그 약초는 지금도 있는가?’
‘아직 있습니다.’
곧 명령하여 젖을 가져다 그것을 다시 달여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소. 큰 부인도 그것을 먹은 지 며칠 안 되어 아이 밴 줄을 알았소.
그때 여러 작은 부인들은 달이 차서 모두 사내를 낳았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하였소. 왕은 그 왕자들을 보고 뛸듯이 기뻐하였소. 그러나 큰 부인의 해산이 더딘 것을 답답하게 생각하였소.
큰 부인도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소. 그러나 그 얼굴은 지극히 추해서 마치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았소. 부모는 그것을 보고 마음이 언짢아서 이내 이름을 다라후시(多羅睺施)1)―진(晉)나라 말로는 주올(株杌)이라는 뜻이다―라고 짓고는 명령하여 기르게 하였소.
나이 점점 들어 다른 여러 형들은 모두 장가를 들었으나 오직 주올만은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029_1024_b_12L夫人聞情乃憂悔卽問所服有餘殘不已盡復問前草今者在不答言尋勅取乳更用重煎持與夫人人便服服之數日亦覺有娠諸小夫月滿各生皆是男兒端政殊異見諸子歡喜踊躍悒遲念想於大夫夫人月滿亦生一男面貌極醜形如株杌父母見之情不歡喜因共號之爲多羅睺施晉言株杌勅令養育年漸長大其餘諸兄皆已納娶唯有株杌不以在意
029_1024_c_01L그 뒤에 변방 나라에서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소. 5백 왕자들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항거하였으나 첫 싸움에 패하여 성으로 되돌아왔소. 주올 왕자는 그 형들에게 물었소.
‘왜 쫓겨왔습니까, 무섭고 두려운 것 같습니다.’
형들은 말하였소.
‘싸움이 불리하여 적군에게 쫓겨 되돌아왔다.’
주올은 말하였소.
‘그 따위 적군에게 침범을 당할 수 없습니다. 저 천사(天寺) 안에 있는 우리 선조가 쓰던 큰 활과 고둥을 가져 오시오. 내가 가서 무찌르겠습니다.’
그 선조란 바로 전륜왕이오. 곧 여러 사람을 보내어 그것을 메고 와서 주올에게 주었소. 그가 활을 잡아매어 퉁기니 활 소리는 우레 같았고 화살 소리는 40리에 들렸소. 그는 활과 고둥을 가지고 혼자서 치러 나갔소.
진터에 나가 그는 먼저 고둥을 불었소. 그 소리는 벽력 같았소. 적군은 그 소리를 듣자 혼비백산하여 흩어져 달아났소. 적군은 물러가고 그는 돌아왔소. 부왕은 그제야 달리 대우하고 사랑하여 장가를 들이려고 여러 가지 방편을 깊이 생각하였소.
029_1024_b_23L後會邊國興兵入界五百王子領兵往拒始戰軍敗退來趣城株杌王子問諸兄言何以退走如恐怖狀兄輩語言往鬪不利他軍見逐以走退株杌言曰如斯軍賊敢見侵倰取我先祖天寺之中大弓具來我欲往擊其先祖是轉輪王卽遣多人取舁來而授與之取弓舒張弓聲如雷彈弓之音聞四十里持弓捉具便獨往到先吹貝聲如霹靂彼軍聞聲怖散走敵退乃還父王異遇爾乃愛深思方便欲爲婚娶
그때 어떤 나라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율사발차(律師跋蹉)였소. 그에게 딸이 있었는데, 절세 미인으로 이름이 있었소.
마하사구리왕은 사신을 보내어 혼인을 청하되 그의 한 형을 가리키면서, ‘이 아이를 위해 당신의 딸을 청한다고 하라’고 하였소.
사신이 분부를 받고 가서 왕의 말을 자세히 전하자, 율사발차는 곧 혼인을 허락하였소. 사신은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소.
왕은 못내 기뻐하여 곧 수레와 말을 보내어 맞이하여 데리고 왔소. 그리고 왕은 주올에게 분부하였소.
‘지금부터는 낮에는 부인을 보지 말고 밤에만 서로 만나라.’
029_1024_c_11L時一國王律師跋蹉聞其有女端政絕世王卽遣使往告求婚指其一兄貌狀示之言爲此兒求索卿女使奉教到具騰王辭律師跋蹉卽許爲婚使還白王王大歡喜尋遣車馬往迎將來自勅株杌莫晝見婦自今以後常以日暮乃見交會
029_1025_a_01L그때 여러 부인들은 서로 모여 이야기하면서 모두 자기 남편의 갖가지 재주와 덕을 자랑하였소. 주올의 아내도 그 남편을 자랑하면서 말하였소.
‘우리 남편은 용맹스럽고 힘이 장사며 또 몸은 부드러워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만하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은 말하였소.
‘너는 말하라. 네 남편 모양은 흡사 썩은 나무 그루터기[株杌] 같더라. 만일 네가 낮에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주올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마음에 새겨 두었소. 그리고는 미리 등불을 준비하여 으슥한 곳에 감추어 두었다가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려 등불을 가져와 그 모양을 보았소. 그는 몹시 두렵고 무서워 그 밤으로 수레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소.
날이 밝아 주올은 잠이 깨어 아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매우 걱정하면서 활과 고둥을 가지고 그 자취를 밟고 쫓아가 그 나라에 이르러 어떤 대신의 집에 의지해 머물고 있었소.
029_1024_c_18L時諸子婦後共談語各歎其夫種種才德時株杌婦亦歎夫言我夫猛健力士之力身又細軟甚可敬愛餘婦語曰汝不須言汝夫狀貌正似株杌若汝晝見足使汝驚株杌婦聞憶之在心豫掩一燈藏著屛處伺夫臥訖發燈來看見其形體甚用恐怖卽夜嚴駕還至本國天明乃覺甚用悒慼捉弓持貝尋迹逐往到其國中依一臣住
그 뒤에 여섯 나라의 왕들은 율사발차의 딸이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모두 탐을 내어 군사를 일으켜 모여와 다투어 혼인을 청하였소.
그때 율사발차는 매우 당황하여 신하들을 모아 이 일을 의논하였소.
‘만일 한 사람에게만 주면 다른 사람들은 원한을 품을 것이니, 어떤 방법을 써야 저 흉적들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어떤 신하는 말하였소,
‘이 여인을 여섯 몫으로 나누어 한 군사에게 한 몫씩 주면 그 욕심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신하는 말하였소.
‘우선 널리 광고하기를 만일 누구나 저 군사를 물리치면 내 딸을 아내로 줄 것이요, 나라를 나누어 같이 다스릴 것이며, 또 거기에 큰 상을 주리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왕은 ‘옳다’ 하고 곧 모집하는 광고를 내었소.
029_1025_a_04L後六國王聞律師跋蹉有絕妙之女各貪欲得興兵集衆競共來索時律師跋蹉甚用憒惱諸群臣博議其事正欲與一其餘則作何方便卻此兇歒有一臣言分此女用作六分一軍與一其意可或有臣言且出重募有能卻軍女妻之分國共治重加賞賜王卽然便行宣募
그때 주올은 곧 활과 고둥을 가지고 성을 나가 적군 앞에 나아가 고둥을 불고 활시위를 퉁겼소. 그 여섯 군사들은 놀라고 두려워 꼼짝하지 못하였소. 그는 군중으로 들어가 여섯 왕의 머리를 베고 그 관(冠)을 빼앗고는 군사를 거두어 거느리고 돌아왔소. 율사발차는 매우 기뻐하여 그 딸을 바치고 그를 받들어 대왕으로 삼았소. 그는 일곱 나라를 차지한 뒤 일체 군사와 대중들과 그 아내를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왔소.
부왕은 그가 온다는 말을 듣고 국경까지 나가 맞이하였소. 그리고 그 아들이 거느린 군사와 인민이 매우 많은 것을 보고 곧 그 나라를 아들에게 미루면서 대왕이 되기를 권하였소. 그러나 주올은 사양하면서 말하였소.
‘아버지가 살아 계신데 이치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029_1025_a_12L時多羅睺施卽持弓貝出城趣賊吹貝叩弓六軍驚駭怖不能動卽入軍中斬六王首奪取冠飾攝錄其衆律師跋蹉甚用歡喜以女貢之奉爲大王領攝七國一切軍兵將諸士衆與婦還國父王聞來往出界迎見子所領軍衆極盛以國讓子勸作大王其子不肯云父猶在理不應爾
029_1025_b_01L그는 궁중으로 돌아와 그 아내를 꾸짖었소.
‘너는 왜 전날 밤에 나를 버리고 도망갔던가?’
그 아내는 대답하였소.
‘당신 형상이 하도 추하기에 처음 보고 놀라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다라후시는 거울을 들고 스스로 비추어 보았소. 그 모양은 참으로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았소. 그는 그만 제 몸이 싫어져서 차마 볼 수 없었소. 그는 곧 숲 속으로 들어가 자살하려 하였소.
그때 제석천은 멀리서 그것을 알고, 곧 내려와 밑으로 가서 그 사정을 물어 보고 마음을 위로하고는 보배 구슬 하나를 주면서 말하였소.
‘이것을 항상 네 정수리에 넣어 두면 그 얼굴이 나처럼 단정하게 될 것이다.’
그가 기뻐하면서 곧 그것을 받아 정수리에 넣어 두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깨달았소.
029_1025_a_20L還到宮中窮責其婦汝前何以夜棄我亡其婦答言君身極醜初見驚怖謂非是人多羅睺施捉鏡自照乃見身首熟似株杌患厭其身自不喜見便至林閒乃欲自殺帝釋遙知卽下到邊問所由緣慰喩其意與一寶珠而告之言常以此珠著汝頂上可得殊異如我端政尋喜奉受安其頂上覺身倍異
그는 궁중으로 돌아가 활을 가지고 바깥으로 놀이를 나가려 하였소. 아내는 그를 보고도 알지 못하고 곧 물었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오? 거기에 손을 대지 마시오. 남편이 오면 상할는지 모르오.’
그는 말하였소.
‘나는 네 남편이다.’
그래도 아내는 믿지 않고 말하였소.
‘내 남편은 얼굴이 매우 추악한데 당신은 아주 단정하오. 당신은 어떤 사람이기에 내 남편이라 하오?’
다라후시는 곧 구슬을 뽑고 본래 얼굴을 보여 주었소.
아내는 놀랍고 기뻐서 물었소.
‘어떻게 그리 되었습니까?’
그는 그 구슬을 얻은 내력을 모두 이야기하였소.
아내는 그때부터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였으며, 주올이라는 이름도 그때부터 없어지고, 다시 이름 지어 수타라선(須陁羅扇:보배구슬)이라 하였소.
029_1025_b_05L還至宮中自取弓貝欲至外戲婦見不識尋語之曰汝是何人莫觸此物我夫若來儻相傷損尋語婦言我是汝夫婦殊不信而語之言我夫極醜汝形端正汝是何人說是我夫夫卽卻珠還示故形婦乃驚喜云何乃爾夫卽具悉說得珠意婦自是後敬愛其夫株杌之名從是滅除便更稱之名須陁羅扇
그 뒤에 수타라선은 생각하였소. 군사를 내어 다시 궁성을 짓자고. 그는 편편하고 넓은 땅을 택하고 신하들에게 명령하기를, ‘여기가 적당하다’고 하였소.
그때 네 용왕은 사람 형상으로 와서 물었소.
‘성을 쌓으려면 어떤 재료를 쓰겠습니까?’
수타라선은 대답하였소.
‘흙을 쓰겠다.’
‘왜 보배를 쓰지 않습니까?’
‘성이 큰데 어떻게 그 많은 보배를 구할 수 있는가?’
용은 다시 말하였소.
‘우리가 대겠습니다.’
029_1025_b_13L後自生當率兵衆更起宮城卽出觀行平博之處勅諸人衆是中可作有四龍人形來問欲作城者爲用何物陁羅扇言當用土作龍復白言何不用寶答言城大那得多寶龍復白言我當相與
029_1025_c_01L곧 사방에 네 개의 큰 우물을 만들고는 말하였소.
‘동쪽 우물로 해자[塹]를 만들면 곧 유리가 될 것이요, 남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금이 될 것이며, 서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은이 될 것이요, 북쪽 우물로 해자를 만들면 파리가 될 것입니다.’
그가 곧 명령하여 해자를 파자 그 말대로 모두 보배가 되었소. 그래서 사방 4백 리 되는 성을 쌓았소.
그리고 다시 명령하여 사방 40리 되는 성을 쌓았소. 그리하여 궁성과 거리와 누각과 사택과 수림과 연못은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장엄하고 아름답고 깨끗하기 거의 천상과 같았소.
궁성이 이루어지자 다시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소. 그리하여 사방 나라를 모두 통치하면서 백성을 교화하고 선행을 닦았소.
029_1025_b_19L尋化四邊作四大泉而語之言用東泉水而作塹者便成琉璃用南泉水而作塹者可成爲金用西泉而作塹者可成爲銀用北泉水作塹者可成頗梨尋時勅作如語成便令作城方四百里復勅作宮四十里宮城街陌樓觀舍宅樹林浴悉是四寶嚴淨顯妙略如天上城旣竟七寶來應摠攝四域化民修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그때의 마하사구리는 바로 지금의 내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때의 어머니는 지금의 내 어머니 마하마야이며, 추한 왕자 다라후시는 지금의 내 몸이요, 그때의 부인은 지금의 구이(瞿夷)요, 그 부인의 아버지는 지금의 마하가섭(摩訶迦葉)이며, 그 여섯 국왕으로서 병력을 가지고 핍박하여 여자를 구한 이들은 바로 지금의 저 여섯 스승이오.
그때에 나와 여자를 다투어 내가 그를 해치고 그 군사를 빼앗았는데, 그는 오늘에 와서도 명예와 이익을 탐하여 나와 겨루려고 하였으나 마음에 맞는 술법이 없어 물에 몸을 던져 죽었고, 나는 그 무리 9억 인을 거두어 내 제자로 만든 것이오.”
029_1025_c_05L如是大王欲知爾時摩訶釋仇梨者今現我父淨飯王是爾時母者今現我母摩訶摩耶是彼多羅睺施醜王子者今我身是彼時婦者今瞿夷是彼婦翁者今摩訶迦葉是彼六國王欲以兵力逼求女者今六師是於彼世時與我諍色我傷害彼奪取兵衆乃至今日嫉名利故求與我試無術稱心投水而死我攝徒類九億人衆爲我弟子
그때 병사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다라후시는 본래 어떤 업을 지었기에 복덕과 힘은 강하였지만 얼굴은 그처럼 추하였습니까?”
029_1025_c_14L時洴沙王復白佛言多羅睺施本作何行福德力强形如是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 그런 인연이 있소. 과거의 헤아리기 어려운 무량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그 나라에 선인(仙人)이 사는 산이 있었는데, 이름이 율사(律師)였소.
그때 그 선산(仙山)에 어떤 벽지불이 있었소. 그는 풍병(風病)이 있어 기름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어떤 기름 집에 갔소. 주인은 성을 내어 도로 꾸짖었소.
‘머리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고 손발은 수레 굴대 같은 것이 제 힘으로 살려고 하지 않고 남의 집을 엿보며, 돈으로 사려 하지 않고 다만 거저 얻으려 하는구나.’
이렇게 나무라면서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주었소. 그러나 벽지불은 마음으로 매우 고맙게 여기면서 그것을 받아 둘러메고 갔소.
029_1025_c_15L佛復告王皆有因緣乃往過去無量難計阿僧祇劫此閻浮提有一大國名波羅柰國有仙山名曰律師時仙山中有一辟支佛身有風患當須服油油師家從其乞索油師瞋恚逆呵責頭如株杌手腳如軸不肯生活候伺他家不規錢買但欲唐得雖瞋呵然與油滓辟支佛心甚敬仰受已適復擔去
029_1026_a_01L마침 기름 집 부인이 밖에서 오다가 그 벽지불을 보고 마음으로 매우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그에게 물었소.
‘어디서 오십니까, 그 찌꺼기는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벽지불은 사실대로 대답하였소. 부인은 남편이 원망스럽고 미안하여 도로 데리고 들어가 그 발우에 기름을 가득 채웠소. 그리고 남편을 원망하고 꾸짖었소.
‘당신이 잘못했소. 어떻게 이 찌꺼기를 주었소? 당신은 뉘우치고 그 말을 사과하시오.’
주인은 마음으로 뉘우치고 그에게 사과하였소. 그리고 두 부부는 한마음으로 그에게 아뢰었소.
‘만일 기름이 필요하면 날마다 와서 가져 가십시오.’
그 뒤로 그는 자주 가서 기름을 가져 가고는 그 은혜에 감격하여 그 주인 앞에서 신통을 나타내었소. 곧 허공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고 몸을 나누었다 합했다 하면서 갖가지 변화를 부렸소.
029_1026_a_01L其油師婦從外而來見辟支佛心甚敬仰問言快士從何而來持此油滓用作何等時辟支佛如實語之婦便恨恨還喚將來卽取其鉢與滿鉢油怨責夫言汝實不是云何乃以油滓與之念還懺悔除汝口過油師心悔粗還辭謝夫婦同心白辟支佛若使須油日日來取後辟支佛數返取油感其恩力於油師前現神足力飛昇虛空身出水火分合身體種種現變
주인 부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존경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더욱 더하였소. 주인은 그 아내에게 말하였소.
‘네가 보시한 복으로 그 과보를 같이 받아 부부가 되자.’
그러나 아내는 대답하였소.
‘당신은 그 도사에게 나쁜 말을 썼고, 또 기름 찌꺼기를 보시하였으니 깨끗한 마음이 없소. 그러므로 태어나는 곳마다 그 얼굴이 추악할 것이오. 그런데 어떻게 당신과 부부가 되겠소?’
남편은 대답하였소.
‘내가 항상 고생하여 기름 자료를 쌓아 두었는데, 네가 어떻게 혼자서 보시하였겠는가. 만일 나와 부부가 되지 않으면 결코 다른 사람과 부부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당신 아내가 되어 그 추한 꼴을 보게 되면 밤에 당신을 버리고 도망칠 것입니다.’
‘아무리 네가 도망쳐도 나는 쫓아가서 잡고야 말 것이다.’
그 부부는 이렇게 말하고 벽지불에게 몸과 마음으로 귀의하고는 지성으로 참회하였소.
029_1026_a_11L油師夫婦見其神變倍用歡喜甚增敬仰夫見是已便語婦言汝所施油當共同福受果報時爲夫妻婦語夫言汝興惡言向於快方施油滓無有淨心所生之處極醜惡云何共汝作夫婦耶夫復答我常辛苦積聚油具云何獨施與我共終不聽汝要作夫婦妻復言若爲汝妻見汝形醜夜棄汝亡答之言正使汝我當逐汝要得乃夫妻語竟向辟支佛身心自歸誠悔過
029_1026_b_01L벽지불은 그들에게 말하였소.
‘너희들이 준 기름으로 내 병은 나았다. 너희들의 소원은 무엇인가? 마음대로 말하라. 모두 이루게 하리라.’
그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꿇어앉아 소원을 말하였소.
‘우리 부부로 하여금 천상이나 인간의 어느 곳에 나든지 만사가 뜻대로 되게 하소서.’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때의 기름집 주인은 바로 다라후시요, 그 주인의 아내는 바로 다라후시의 아내였소.
029_1026_a_22L時辟支佛語油師夫妻緣汝施油我病得差今汝夫妻欲求何願恣汝所求悉當令得夫妻歡喜長跪立願令我夫妻所生之處天上人中一切從意如是大王欲知爾時賣油人者多羅睺施是是時油師婦者羅睺施婦是
다라후시는 그때에 기름 찌꺼기는 주었지만 벽지불을 보고, ‘머리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같고 손발은 수레 굴대 같다’고 성내어 말하였기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처음에는 그 나쁜 말처럼 형상이 추악하였다. 그 뒤에 참회하고 좋은 기름으로 보시하기를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이 도로 단정하게 된 것이오.
또 그 기름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항상 힘이 세어 수천만 명이 감당하지 못하였으니, 모두 그 복덕 때문이었소. 그리고 전륜왕이 되어 사방 나라를 다스리는 복을 받고 다섯 가지 향락을 누렸던 것이오.
선악의 업은 썩지 않는 것이오. 그러므로 중생들은 언제나 도를 생각하고 몸과 말과 뜻을 조심하여 도행(道行)을 닦아야 하오.”
029_1026_b_05L緣於爾時見辟支佛似株杌手腳如軸雖施油滓瞋色與由是因緣所生之處初形甚醜前惡言緣後懺悔喜施好油所生之還得端正緣以油施常得多力千萬衆無敢當者福德報故作轉輪食福四域五欲從心善惡之業報不朽是故一切當念道要愼身口遵修道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병사왕 등 모든 왕과 신민과 네 무리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 등을 얻는 이도 있었고, 벽지불이 될 좋은 뿌리를 심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큰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혹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옮아앉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면서 예경(禮敬)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029_1026_b_13L佛說是時洴沙王等王臣民四輩之衆天龍鬼神聞佛所有得須陁洹斯陁含阿那含阿羅漢者有種辟支佛善根本者有發無上大道心者或有遷住不退地者切歡喜禮敬奉行
賢愚經卷第二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시(施)는 『신수대장경』에서는 타(柁)로 교정하였다. 이하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