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983_T_011
- 029_1093_c_01L현우경 제11권
- 029_1093_c_01L賢愚經卷第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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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위 양주 사문 혜각 등이 고창군에서 한역 - 029_1093_c_02L元魏涼州沙門慧覺等在高昌郡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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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무뇌지만품(無惱指鬘品)단본에는 순번이 51이다 - 029_1093_c_03L無惱指鬘品第四十五[丹本爲五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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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 029_1093_c_04L如是我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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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 왕의 이름은 바사닉(波斯匿)이요, 한 재상은 큰 부자로 매우 총명하였다. 재상의 아내는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은 단정하고 몸은 뛰어났다. 재상은 아기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관상쟁이를 불러 상을 보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아기 상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아기의 복된 상은 사람 중에서 뛰어나고 총명하고 지혜로워 사람보다 뛰어난 덕이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이름을 지으라고 하였다. 관상쟁이는 물었다.
“이 아기를 밴 뒤로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
재상은 대답하였다.
“그 어미는 본래 성질이 선량하지 않았는데, 아기를 밴 뒤로는 보통 때와 아주 달라졌다. 그래서 심성이 공순하고 남에게 덕을 베풀기를 즐겨 하며, 남의 불행을 가엾이 여기고 남의 허물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그것은 그 아기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아흔적기(阿舋賊奇)―진(晉)나라 말로 무뇌(無惱)라는 뜻이다―라 하소서.” - 029_1093_c_0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於時國王名波斯匿。王有輔相,聰明巨富,其婦懷妊,生一男兒,形貌端正,容體殊絕。於時輔相,見兒歡喜,卽召相師,令占相之。相師看見,懷喜而言:“是兒福相,人中挺特,聰明智辯,有踰人之德。”父聞遂喜,勅爲作字。相師問言:“兒受胎來,有何異事?”輔相答言:“其母素性,不能良善,懷妊已來,倍更異常,心性恭順,樂宣人德,慈矜苦厄,不喜說過。”相師言曰:“此是兒志,當爲立字,號阿舋賊奇,晉言無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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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4_a_01L아기는 차츰 장성하자, 용력이 뛰어나고, 장사의 힘이 있어 혼자서 천 명을 당적할 만하였다. 날쌔기는 나는 새를 붙잡을 만하였고, 달리기는 달아나는 말보다 빨랐다. 그래서 그 아버지는 매우 사랑하였다.
그때 그 나라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총명하여 두루 통달하였고, 많이 듣고 널리 알았다. 그에게는 5백 명 제자가 있어 그를 따라 공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상은 그 아들을 데리고 가서 그에게 맡겨 공부하게 하였다. 바라문은 승낙하고 그를 받아 가르쳤다.
아흔적기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하루 물어 배우는 것이 남이 1년 동안 배운 것보다 나았다. 그래서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을 두루 통달하였다. 그 스승도 특별히 대우하여 오나 가나 항상 함께 있었고, 그 동학(同學)들도 마음을 기울이고 우러러 공경하였다. - 029_1093_c_16L兒漸長大,雄壯絕倫,有力士之力,一人敵千,騰接飛鳥,走疾奔馬,其父輔相,甚愛念之。於是國中,有一婆羅門,聰明博達,多聞廣識,有五百弟子,追逐隨學。爾時輔相,卽將其子,往囑及之,令其學問。婆羅門可之,受持教授。阿舋賊奇,夙夜勤業,一日諮受,勝餘終年,學未經久,普悉通達。婆羅門師,異常待遇,行來進止,每與是俱,及諸同學,傾意瞻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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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스승 바라문의 아내는 그의 단정한 얼굴과 빼어난 재질이 남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고, 속으로 색정을 품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제자들이 항상 그 주위에 있어 그가 혼자 있을 때가 없었기 때문에 하소연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가진 마음을 풀 길이 없어 항상 근심하고 안타까워하였다.
마침 어떤 시주가 그 스승과 제자들을 청해 석 달 동안 공양하게 되었다. 바라문은 가만히 그 부인과 의논하였다.
“나는 지금 석 달 동안의 청을 받아 떠나야 하는데 한 제자만 남겨 두어 내 뒷일을 보살피게 하겠소.”
아내는 속으로 기뻐하면서 가만히 꾀를 내어 아뢰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런데 떠나신 뒤에 집 일이 중요하오니, 재주와 능력이 있는 아흔적기를 남겨 두어 뒷일을 부탁하심이 좋을까 합니다.”
그래서 바라문은 곧 아흔적기에게 분부하였다.
“나는 지금 저 시주의 청을 받아 간다. 뒷일이 매우 많아 누군가가 보살펴야 하겠는데, 그대는 재주와 능력이 있으니, 나를 위해 뒷일을 돌봐 다오.”
아흔적기는 분부대로 함께 가지 않고 머무르기로 하였다. 스승은 다른 제자들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 029_1094_a_04L爾時婆羅門師婦,見其端正才姿挺邈,過踰人表,懷情色著,愛不去意。然諸弟子,與共周迴,行止不獨,無緣與語,有心不遂,常以歎悒。會有檀越,來請其師及諸弟子,三月一時。婆羅門師內與婦議:“我今當行受請三月,當留一人經紀於後。”時婦內喜,密自懷計,白婆羅門:“是事應爾,後家理重,宜須才能,可留無惱囑以後事。”時婆羅門,卽勅無惱:“我今赴彼檀越之請,後事摠多,須人料理。卿著才能,爲吾營後。”無惱受教,卽住不行,師及徒衆,引導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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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4_b_01L그 아내는 마음이 느긋하고 한량없이 기뻤다. 매우 아름답게 단장하고 아양을 떨면서 아흔적기에게 말을 걸어 그 마음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아흔적기는 뜻이 굳어 그녀의 유혹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여자는 정욕이 더욱 왕성하여 진정을 하소연하였다.
“나는 당신을 사모한 지 오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 등쌀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당신 스승이 떠날 때에 내가 일부러 당신을 붙들어 둔 것입니다. 이제는 아무도 없으니 내 청을 들어 주십시오.”
아흔적기는 거절하면서 타일렀다.
“우리 바라문 법에는 스승의 아내와 음행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 잘못을 범하면 그는 바라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목을 잘라 죽을지언정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 여자는 쌓아 온 보람이 무너지자 창피스럽고 분하여 흉계를 꾸몄다. 그 스승이 돌아올 때가 되자, 그녀는 자기 위아래 옷을 모두 찢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어 상처를 내고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초췌한 꼴로 땅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029_1094_a_16L其婦怡悅欣喜無量,極自莊飾,多作姿媚,與共談語,嬈動其意。無惱志固,無心相從。欲心轉盛,實意語之:“我相欽愛,由來有素,但逼衆人,有懷未發。汝師臨去,吾故相留,今旣獨靜,當從我意。”無惱曉謝,語言:“我梵志法,不婬師婦,若當違犯非婆羅門。寧交取死,終不爲此。”於時師婦,望重違心,慚愧瞋憤,復作密計。候師垂至,挽裂衣裳,攫破其面,塵土坌身,憔悴臥地,無所言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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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바라문은 제자들과 함께 돌아왔다. 안에 들어가 그 아내의 정상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왜 그렇게 되었소?”
아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을 일이 못 됩니다.”
그러나 바라문은 더욱 궁금하였다.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시오. 왜 말하지 않소?”
아내는 울면서 말하였다.
“당신이 늘 칭찬하시던 아흔적기가 당신이 떠난 뒤로 늘 나를 침범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끝내 듣지 않자, 내 옷을 마구 찢고 내 몸에 상처를 내었습니다. 당신이 기른 제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분개하여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저 아흔적기는 천 사람을 당할 힘이 있고 또 재상의 아들로 그 종족이 강성하여 비록 죄를 다스리려 하더라도 천천히 하는 것이 좋겠소.” - 029_1094_b_03L時婆羅門師徒俱到,師卽入內,見婦色狀,卽問其故:“何緣乃爾?”婦垂泣言:“不足問也。”時婆羅門重更問之:“汝有何事?當相告語,云何不說?”婦啼而言:“汝所欽美,阿舋賊奇,自汝去後,常見侵陵,我適不從,抴裂我衣,壞我身首。汝畜弟子,云何乃爾?”婆羅門聞,甚懷恚忿,語其婦言:“此無惱者,力歒千人,輔相之子,種族彊盛,雖欲治之,宜當以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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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논한 뒤에 아흔적기를 찾아가 보고, 그 방편을 따라 위로하고 타일렀다.
“내가 떠난 뒤에 너는 집 일을 돌보느라 수고하였다. 또 너는 지금까지 충성을 다해 나를 받들어 섬겼다. 그래서 나는 너의 뜻에 감동하여 그 은혜를 갚으려고 늘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너에게는 말하지 않은 비법(秘法)이 하나 있다. 만일 그것만 성취하면 너는 곧 범천에 날 것이다.”
아흔적기는 꿇어앉아 “그것은 어떤 법입니까?” 하고 물었다.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만일 이레 동안에 천 사람 머리를 베고 그 손가락 하나씩 잘라 1천 개 손가락을 얻어 그것을 엮어 머리꾸미를 만들면, 그때에는 범천이 스스로 내려와 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결정코 범천에 날 것이다.” - 029_1094_b_12L詮謀是已,往見無惱,隨宜方便,而慰喩言:我去之後,苦汝營勞。又汝前後,奉事盡忠,常感汝意,思欲相酬。有一秘法,由來未說,若能成辦,直生梵天。”無惱長跪,問是何事?答言:“若持七日之中,斬千人首,而取一指,凡得千指,以爲鬘飾。爾時梵天,便自來下,命終之後,定生梵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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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4_c_01L아흔적기는 이 말을 들었으나 망설이면서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그것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생을 죽이고 어떻게 범천에 날 수 있겠습니까?”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내 제자로 어떻게 나의 지극히 중요한 말을 믿지 않는가. 만일 네가 믿지 않으면 그것은 곧 의리를 끊는 것이니 너는 너 갈 데로 가고 여기서는 머물지 말라.”
그리고는 칼을 땅에 꽂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마치자, 아흔적기는 모진 마음이 생겼다. 스승은 그런 마음을 알고 그에게 칼을 주었다. 그는 그 칼을 받자 밖으로 내달아 사람을 만나는 대로 죽여 손가락을 잘라 머리꾸미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그를 앙구마라(鴦仇魔羅)―진(晉)나라 말로 지만(指鬘)―라고 불렀다. - 029_1094_b_20L無惱聞此情懷猶豫,復白師言:“此事不應,殺害衆生,便生梵天。”師又告言:“汝我弟子,豈不信我至要之言?若汝不信則爲義絕,隨爾道徑莫復此住。”又更作呪,豎刀在地。說呪已訖惡心轉生。師知其意,卽授與刀。受刀走外,得人便殺,取指爲鬘,人見便號鴦仇魔羅,晉言指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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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죽여 이레가 되자 9백99개의 손가락을 얻어 한 손가락이 모자랐다. 나머지 한 사람만 죽이면 손가락 수가 차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숨어 버리고 감히 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돌아다녔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이레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므로 그 어머니는 그를 가엾이 여겨 사람을 보내어 불러오려 하였다. 그러나 모두 두려워하여 아무도 같이 가려 하지 않았다. 그 어머니가 음식을 가지고 몸소 갔다. 아들은 멀리서 어머니를 보고 달려와 죽이려 하였다. 그때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였다.
“이 불효한 자식아, 어찌 그런 흉악한 마음을 먹고 나를 해치려 하느냐?”
아들은 말하였다.
“나는 스승님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레 동안에 사람 손가락 천 개를 얻으면 장차 범천에 나게 된다고 합니다. 날수는 이미 찼는데 손가락 수는 아직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머니라도 죽여야 하겠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말하였다.
“일이 진실로 그렇다면 내 손가락만 자르고 나를 죽이지는 말라.” - 029_1094_c_04L周行斬害到七日頭,方得九百九十九指,唯少一指,殘殺一人,指數便滿。人皆藏竄,無敢行者,遍行求覓,更不能得。七日之中,不得飮食,其母憐愍,遣人爲致,悉各懷懼,無敢往者。其母持食,躬自致往,兒遙見母,走趣欲殺。母時語言:“咄!不孝物!云何懷逆欲危害我?”兒便語言:“我受師教,要七日中,滿得千指,便當得願生於梵天。日數已滿,更不能得,事不獲已,當殺於母。”母又語言:“事茍當爾,但取我指,莫見傷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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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5_a_01L그때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바라보시다가 그를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한 비구로 변하여 그 곁으로 가셨다. 그는 이 비구를 보자 어머니를 버리고 뛰면서 달려와 죽이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오는 것을 보시고 천천히 걸어 피해 가셨다. 그는 힘을 다해 달려갔으나 따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멀리서 불렀다.
“비구야, 잠깐 머물러라.”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대답하셨다.
“나는 언제나 머물러 있는데 네가 머무르지 않는구나.”
“어째서 너는 머무르는데 내가 머무르지 않는다고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모든 감관이 고요하여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너는 나쁜 스승에게서삿된 법을 배워 네 마음이 변하였으므로 가만히 머무르지 못하고 밤낮으로 사람을 죽여 끝없는 죄를 짓는구나.”
그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열려 칼을 멀리 던져 버리고 멀리서 예배하고 스스로 돌아왔다. - 029_1094_c_15L於時世尊具遙睹見,知其可度,化作比丘,行於彼邊。鴦仇摩羅已見比丘,捨母騰躍,走趣規殺。佛見其來,徐行捨去。指鬘極力走不能及,便遙喚言:“比丘小住。”佛遙答言:“我常自住,但汝不住。”指鬘復問:“云何汝住我不住耶?”佛卽答言:“我諸根寂定,而得自在;汝從惡師,稟受邪倒,變易汝心,不得定住,晝夜殺害,造無邊罪。”指鬘聞此意欻開悟,投刀遠棄,遙禮自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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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부처님께서는 그를 기다렸다가 부처 몸을 도로 나타내시자 마치 맑은 날의 광명처럼 서른두 가지 모습이 빛나고 묘하였다. 그는 부처님의 빛나는 상호와 의젓한 거동을 보고 몸을 땅에 던져 허물을 뉘우치면서 스스로 꾸짖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간단히 설법하셨다. 그는 법안이 깨끗하게 되고 믿는 마음이 순수해져서 집 떠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고,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자, 그의 머리와 수염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근기를 따라 거듭 설법하셨다. 그는 마음의 때가 아주 없어지고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를 데리고 기타 동산으로 돌아가셨다. - 029_1095_a_02L於時如來爾乃待之,還現佛身,光明朗日,三十二相,昞著奇妙。指鬘見佛光相威儀,以身投地,悔過自責。佛粗說法,得法眼淨,心遂純信,求索出家。佛卽可之:“善來比丘!”鬚髮自落,法衣著身,隨彼所應,重爲說法,心垢都盡,得羅漢道。佛卽將其,還祇陁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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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나라의 인민들은 이 앙구마라의 소문을 듣고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아기를 밴 사람이나 짐승들은 두려움에서 아기를 낳지 못하였다.
그때 어떤 코끼리가 새끼를 낳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앙구마라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코끼리에게 가서 자비로운 말로 ‘나는 세상에 나온 뒤로 아직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라.”
그는 여쭈었다.
“저는 지금까지 많은 살생을 하였는데, 어떻게 죽이지 않았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우리의 거룩한 법 안에서 처음 났기 때문이니라.”
그때 앙구마라는 옷을 바르게 하여 분부를 받고, 거기 가서 말씀대로 말하였다. 그러자 코끼리는 이내 새끼를 낳고 모두 안온하였다. 그는 절에 돌아와 어떤 방에 앉아 있었다. - 029_1095_a_09L爾時國中,人民之類,聞指鬘聲,皆各驚怖,人畜懷妊,怖不能生。時有一象,不能出子,佛勅指鬘,往說誠言:“我生已來,不殺一人。”指鬘白佛:“我由來殺多,云何不殺?”佛告之曰:“於聖法中,是爲始生。”爾時指鬘便整衣服,奉教往說,如語尋生皆得安隱,還詣精舍,坐一房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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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5_b_01L그때 파사닉왕은 많은 군사들을 데리고 몸소 가서 앙구마라를 잡으려 하였다. 그를 잡으려면 길이 기타 동산을 거쳐야 되게 되었다.
그때 기타 동산에는 어떤 비구가 있었다. 그의 몸은 병들고 추하였으나 음성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침 그는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그 음성은 매우 화창하여 군사들은 모두 귀를 기울이면서 듣기에 염증을 내지 않았고, 코끼리와 말들도 귀를 쫑긋하고 들으면서 가지 않고 서 있었다. 왕은 괴상히 여겨 어자(御者)에게 물었다.
“왜 이러느냐?”
어자는 아뢰었다.
“저 노랫소리 때문에 이 코끼리와 말들이 발을 멈추고 서서 듣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 짐승들도 법 듣기를 즐겨하거늘 하물며 우리 사람이 가서 듣지 않겠느냐?”
군중들을 데리고 잠깐 기타 동산에 들렀다. 거기 이르러서는 먼저 코끼리에서 내려 찼던 칼을 풀고 일산을 치우고는, 바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 드렸다. 그 비구의 노랫소리는 이미 그쳤다. - 029_1095_a_16L時波斯匿王,大合兵衆,躬欲往討鴦仇摩羅,路由祇洹,當往攻擊。時祇洹中,有一比丘,形極痤陋,音聲異妙,振聲高唄,音極和暢,軍衆傾耳,無有厭足,象馬豎耳,住不肯行。王怪,顧問御者:“何以乃爾?”御者答言:“由聞唄聲,是使象馬停足立聽。”王言:“畜生尚樂聞法,我曹人類,何不往聽?”卽與群衆,暫還祇洹。到下象乘,解劍卻蓋,直進佛所,敬禮問訊,彼唄比丘,唄聲已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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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먼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아까 듣던 그 노랫소리가 맑고 묘하며 화창하여 마음으로 기뻐하고 흠모하였습니다. 원컨대 그를 만나 볼 수 있으면 돈 10만 냥을 보시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 그 돈을 주고 그 다음에 만나 보시오. 만일 먼저 만나 보면 한 푼도 줄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는 곧 그를 데려다 보이셨다. 그 형상은 병들고 추하여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 푼도 줄 생각이 없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저 비구는 몸은 아주 작고 추하나 그 음성은 그처럼 깊고 맑으니,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지금 이런 과보를 받았습니까?” - 029_1095_b_03L王先問言:“向聞唄音,淸妙和暢,情豫欽慕,願得見識,施十萬錢。”佛告之曰:“先與其錢,然後可見。若已見者,更不欲與一錢之心。”卽將示之。見其形狀,倍復痤陋,不忍見之,意無欲與一錢之想。王從坐起,長跪白佛言:“今此比丘,形極短醜,其音深遠聲徹乃爾,宿作何行,致得斯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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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5_c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듣고 명심하라. 과거에 가섭이라는 부처가 있었다. 그는 중생을 두루 제도한 뒤에 곧 열반에 들었다. 그러자 기리비(機里毘)라는 그 나라 왕은 그의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우려고 하였다. 그때 네 용왕은 사람 형상으로 변하여 그 왕에게 가서 물었다.
‘세우려는 탑 재료는 보물로 하겠습니까, 흙으로 하겠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그 탑 크기만한 많은 보물이 없는데, 어떻게 보물로 할 수 있겠는가. 지금 흙으로 만들겠는데 둘레는 5리요, 높이는 25리로, 아주 우뚝 솟아 볼 만한 것을 만들고 싶다.’
용왕은 아뢰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요, 모두 용왕입니다. 왕께서 탑을 세운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와서 여쭙는 것입니다. 진실로 보물을 쓰시고자 하시면 우리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왕은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용들은 다시 말하였다.
‘네 성문 밖에 네 개의 큰 벽돌이 있습니다. 성 동쪽 샘물을 길어다 벽돌을 만들면 보랏빛 유리가 될 것이요, 성 남쪽 샘물을 길어다 벽돌을 만들면 벽돌이 된 뒤에는 모두 황금이 될 것이요, 성 서쪽 샘물을 길어다 벽돌을 만들면 벽돌이 된 뒤에는 모두 은으로 변할 것이요, 성 북쪽 샘물을 길어다 벽돌을 만들면 벽돌이 된 뒤에는 백옥으로 변할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여 곧 네 사람의 도감(都監)을 내어 각기 한 쪽씩 맡게 하였다. - 029_1095_b_11L佛告王曰:“善聽著心!過去有佛,名曰迦葉,度人周訖,便般涅槃。時彼國王,名機里毘,收取舍利,欲用起塔。時四龍王,化爲人形,來見其王,問起塔事:‘爲用寶作?爲用土耶?’王卽答言:‘欲令塔大,無多寶物,那得使成?今欲土作,令方五里高二十五里,極使高顯可觀。’龍王白言:‘我非是人,皆是龍王,聞王作塔,故來相問,茍欲用寶,當相佐助。’王歡喜言:‘能爾者快。’龍復語言:‘四城門外,有四大泉,城東泉水,取用作墼,成紺琉璃。城南泉水,取用作墼,其墼成已,皆成黃金。城西泉水,取用作墼,墼成就已,變成爲銀。城比泉水,取用作墼,其墼成已,變爲白玉。’王聞是語,倍增踊躍,卽立四監,各典一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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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도감의 공사는 거의 되어 가는데, 한 도감은 게을러 공사가 추진되지 않았다. 왕은 나가 시찰하다가 그것을 보고 이치로 따져 나무랐다.
‘그대는 마음을 쓰지 않았으니 벌을 받아야겠다.’
그는 도리어 원망하면서 왕에게 아뢰었다.
‘이 탑이 너무 커서 언제 될지 모르겠습니다.’
왕이 떠난 뒤에 그는 여러 인부들을 독려해 밤낮으로 부지런히 추진하여 공사는 한꺼번에 끝났다. 탑은 매우 높았고 온갖 보배는 빛났으며, 새기고 장식한 장엄은 아주 장관이었다. 그는 이것을 보고 기뻐하여 먼저 허물을 뉘우치고, 금방울 하나를 탑 머리에 달고 스스로 원을 세웠다.
‘내가 나는 세상마다 음성이 매우 아름다워 일체 중생들이 모두 듣기를 즐겨 하고, 또 장래에 석가모니부처님을 만나 생사를 벗어나게 하소서.’ 라고 하였소.
대왕이여, 알고 싶으십니까? 그때에 한 도감으로 공사를 더디게 하고 탑이 크다고 원망한 이가 바로 이 비구요. 그는 탑이 큰 것을 꺼려 하여 원망하였으므로 5백 세상 동안 늘 몸이 병들고 추하였으며, 그 다음에 기뻐하면서 탑 머리에 방울을 달고 좋은 음성을 구하였고, 또 나를 만나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5백 세상 동안 그 음성이 매우 아름다웠으며, 지금 나를 만나 해탈을 얻게 된 것이오.” - 029_1095_c_04L其三監所作工向欲成,一監慢怠,工獨不就。王行看見,便以理責:‘卿不用心,當加罰謫。’其人懷怨,便白王言:‘此塔太大,當何時成?’王去之後,勅諸作人,晝夜勤作,一時都訖。塔極高峻,衆寶晃昱莊挍雕飾,極有異觀。見已歡喜,懺悔前過,持一金鈴,著塔棖頭,卽自求願:‘令我所生音聲極好,一切衆生莫不樂聞,將來有佛,號釋迦牟尼,使我得見度脫生死。’如是大王!欲知爾時一監作遲怨塔大者,此比丘是。緣彼恨言嫌其塔大,五百世中,常極痤陋;由後歡喜施鈴塔頭,求索好聲及願見我,五百世中,極好音聲,今復見我,致得解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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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6_a_01L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하직하고 물러가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물으셨다.
“어디로 가려 하시오?”
왕은 아뢰었다.
“우리 나라에 앙구마라라는 나쁜 도적이 인민들을 죽이면서 횡포를 부리고 돌아다닙니다. 지금 군사를 거느리고 그를 잡으러 갑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앙구마라는 지금 같아서는 개미도 죽이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다른 생물이겠느냐.”
왕은 마음 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미 항복받으셨구나.’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앙구마라는 지금 이미 세속을 떠나 도에 들어가 아라한이 되어 온갖 번뇌가 다 없어졌소. 지금 어떤 방에 있는데 만나고 싶습니까?”
“보고 싶습니다.”
왕은 곧 일어나 그 방문 밖에 이르러 그의 기침 소리를 들었다. 왕은 그의 포악에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생각하고, 두려워하여 땅에 쓰러져 기절하였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왕은 부처님께 돌아와 이 사실을 아뢰었다. - 029_1095_c_18L王聞是已,便辭欲退。佛問大王:“欲何所至?”王白佛言:“國有惡賊鴦仇摩羅,傷殺人民,縱撗暴害,今欲率衆往攻伐之。”佛告王曰:“鴦仇摩羅,當如今者不能殺蟻,況復餘耶?”王心念言:“世尊已往已降伏之。”佛告王言:“指鬘今已出家入道得阿羅漢,諸惡永盡,今在其房,欲見之不?”王言:“思見。”卽起到其房外,聞指鬘比丘謦欬之聲,憶其暴惡所傷彌廣,怖躄斷絕良久乃蘇,還至佛所,以事白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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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은 오늘만 그의 음성을 듣고 땅에 쓰러져 기절한 것이 아니라, 지난 세상에서도 그의 음성을 듣고 그렇게 기절하였던 것이오. 대왕이여, 잘 들으시오. 먼 옛날 이 염부제에 바라내라는 큰 나라가 있었소.
그때 그 나라에는 어떤 독새[毒鳥]가 있어 온갖 독벌레를 잡아먹고 살았소. 그 몸은 아주 독해 가까이 할 수가 없었소. 그래서 그 그림자만 지나가도 중생들이 모두 죽었고, 나무들도 모두 말라 버렸소.
어느 때 그 새는 어떤 숲을 지나다가 한 나무 위에 앉아 울려고 기침하였소. 마침 그때 그 숲 속에 살던 흰 코끼리가 그 곁의 나무 밑에 있다가 독새 소리를 듣고 땅에 쓰러져 기절하여 꼼짝하지 못하였소.
이와 같이 대왕이여, 그때의 독새는 바로 지금의 저 앙구마라요, 흰 코끼리는 바로 지금의 대왕의 몸이오.” - 029_1096_a_06L佛告王言:“不但今日聞彼之聲墮地斷絕,過去世時聞其音聲亦爾斷絕。善聽大王!過去久遠,此閻浮提,有一大國,名波羅柰。爾時國中,有一毒鳥,捕諸毒虫,恒以爲食。其形極毒,不可觸近,所經歷下,衆生皆死,樹木悉枯。爾時此鳥,遇到一林,住一樹上,謦欬欲鳴。時彼林中,有白象王,在傍樹下,聞毒鳥聲,躄地斷絕不能動搖。如是大王!爾時毒鳥,今指鬘是。時白象王,今王身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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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다시 아뢰었다.
“저 앙구마라는 몹시 포악하여 그처럼 사람을 죽였는데 어떻게 부처님의 교화를 입고 선(善)을 닦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앙구마라는 오늘만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내 교화를 입은 것이 아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그들을 죽였고 나도 그를 교화시켜 착한 행을 생각하게 하였소.”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전생에 해를 입은 일과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그 일은 어떠합니까? 원컨대 설명하여 주소서.” - 029_1096_a_16L王復白佛:“鴦仇摩羅,暴害滋甚,殺爾所人,賴蒙世尊降化修善。”佛告王曰:“鴦仇摩羅,不但今日殺此多人,蒙我降化;過去世時,亦殺此等,我亦降化,乃復思善。”王重白佛言:“不審此等先世被害,世尊降化,其事云何?願爲解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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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6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듣고 명심하시오. 먼 옛날 아승기겁 전에 이 염부제에 바라내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 왕의 이름은 바라마달(波羅摩達)이었소. 그때에 왕은 네 종류 군사를 데리고 숲 속에 들어가 사냥을 하였소. 왕은 어느 늪 위에 이르러 짐승을 쫓아 홀몸으로 혼자 깊은 숲 속에 들어갔소. 그때 왕은 몹시 피로해 말에서 내려 조금 쉬었소. 그 숲 속에 사는 어떤 암사자는 음욕이 발동하여 그 짝을 찾아다녔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마침 숲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왕을 보고는 음탕한 마음이 더욱 왕성해졌소. 그는 왕을 따르려 생각하고 그 곁에 가까이 가서 꼬리를 위로 들고 섰소. 왕은 그 뜻을 알고 생각하였소.
‘이것은 사나운 짐승으로서 힘은 능히 나를 죽일 수 있다. 만일 내가 그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를 입을지 모른다.’
왕은 두려움 때문에 그 사자를 따라 일을 치렀소. 사자는 돌아가고 또 여러 군사들도 모여 왔소. 왕은 그들을 데리고 궁성으로 돌아왔소. 사자는 그 뒤로 새끼를 배고 달이 차서 한 아들을 낳았소. 형상은 꼭 사람 같으나 오직 발에 얼룩점이 있었소. 사자는 과거를 생각해 그것이 왕의 아들인 줄 알고, 물고 와서 왕 앞에 두었소.
왕도 생각하다가 전의 일을 기억해 그것이 자기 아이임을 알고 거두어 길렀소. 발에 얼룩점이 있다 하여 이름을 가마사파타(迦摩沙波陁)―진(晉)나라 말로 박족(駮足)이라는 뜻이다―라 하였소. 아이는 차츰 자라나자 재주와 뜻이 웅장하고 사나웠소. 부왕이 죽은 뒤에 박족이 왕위를 이어 나라를 다스렸소. - 029_1096_a_22L佛告王曰:“善聽著心!過去久遠阿僧祇劫,此閻浮提,有一大國,名波羅柰,於時國王,名波羅摩達。爾時國王,將四種兵,入山林中,遊行獵戲。王到澤上,馳逐禽獸,單隻一乘,獨到深林,王時疲極,下馬小休。爾時林中,有 ((馬*字)) 師子,懷欲心盛,行求其偶,困不能得,値於林閒,見王獨坐,婬意轉隆,思欲從王,近到其邊,擧尾背住。王知其意,而自思惟:‘此是猛獸,力能殺我,若不從意,儻見危害。’王以怖故,卽從師子,成欲事已,師子還去。諸兵群從,已復來到,王與人衆,卽還宮城。爾時師子,從是懷胎,日月滿足,便生一子,形盡似人,唯足班駮。師子憶識,知是王有,便銜擔來,著於王前。王亦思惟,自憶前事,知是己兒,卽收取養,以足班駮,字爲迦摩沙波陁,晉言駮足。養之漸大,雄才志猛,父王崩亡,班足繼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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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6_c_01L그때 박족왕에게는 두 부인이 있었소. 첫째는 왕족이요, 둘째는 바라문족이었소.
박족왕은 어느 날, 성을 나가 동산으로 놀러 가면서 두 부인에게 말하였소.
‘나를 따라 뒤에 오라. 먼저 온 이에게는 하루 동안 같이 즐길 시간을 주겠지마는, 뒤에 떨어진 이는 나는 보지 않으리라.’
왕이 떠난 뒤에 그 두 부인은 몸을 꾸미고 수레를 장식해 타고 한꺼번에 떠났소. 도중에서 천사(天祠)를 보자, 바라문족 부인은 수레에서 내려 거기에 예배를 마치고 급히 따랐으나 그래도 뒤에 닿았소. 왕은 약속대로 그를 앞에 두지 않았소.
그러자 그 부인은 분하고 원통하여 천신을 원망하고 꾸짖었소.
‘나는 너에게 예배하였기 때문에 왕의 박대를 받게 되었다. 만일 하늘 힘이 있다면 왜 나를 보호하지 못하는가?’
원한과 울분으로 가만히 계책을 세웠소. 그리하여 왕이 궁중으로 돌아간 뒤로는 더욱 정성스럽게 받들어 섬겨 왕의 대우를 회복하였소. 그는 왕에게 원하였소.
‘하루 동안만 이 나라 일에 대한 자유를 내게 허락하여 주소서.’
마침 왕은 치우친 마음으로 곧 그것을 승낙하였소. 그는 밖에 나가 사람을 시켜 천사(天祠)를 두드려 부숴 평지처럼 만들고 궁중으로 돌아왔소. 천사(天祠)를 지키던 신(神)은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궁중으로 들어가 왕궁을 해치려 하였소. 그러나 천신이 그것을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소. - 029_1096_b_18L時駮足王,有二夫人,一王者種,二婆羅門種。時駮足王,一日出城,遊於園觀,勅二夫人:‘隨我後往,誰先到者,當與一日,極相娛樂,其隨後者,吾不見之。’王去之後,其二夫人,極自莊飾,嚴駕車乘,一時俱往。到於道中,見於天祠,梵志種者,下車作禮,禮已急進,猶隨後到;王從本言,而不前之。於是夫人,瞋恚煩憤,怨責天神:‘我由禮汝,使王見薄,若有天力,何不護我?’恚恨憤惱,密自懷計。王後還宮,加意奉事,復還待遇,從王求願:‘聽我國中一日自在。’値王偏心,卽聽可之。出外令人打壞天祠,令平如地,乃還宮中。守天祠神,悲苦懊惱,往至宮中,欲思傷害;王宮天神,遮不聽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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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떤 선인(仙人)이 선산(仙山)에 살고 있었소. 박족왕은 늘 그에게 공양하였소. 날마다 밥 때가 되면 그는 궁중에 날아 들어왔소. 그러나 맛있는 음식은 먹지 않고 거친 공양만 조금 받았소.
마침 하루는 그 선인이 오지 않았소. 천신은 그것을 알고, 그 선인 형상으로 변해 궁중으로 들어가려 하였소. 그러나 궁신(宮神)은 그것을 알고 들어오기를 허락하지 않았소. 그는 멀리 문 밖에서 왕에게 아뢰어 통과시켜 주기를 청하였소. 왕은 선인이 밖에서 들어오기를 청한다는 말을 듣고 그 까닭을 이상히 여기면서 급히 명령하여 들어오게 하였소.
그때 궁신은 왕의 분부를 받고 그를 막지 않고 통과시켰소. 변화한 선인은 얼른 들어가 선인이 항상 앉던 곳에 앉았소. 왕은 보통 때와 같이 음식을 장만하여 그에게 공양하였소. - 029_1096_c_10L有一仙人,住仙山中,時駮足王,恒常供養,日日食時,飛來入宮,不食餚膳,粗食麤供。偶値一日仙人不來,天神知之,化作其形,欲來入宮。宮神猶識,不聽前入。遙在門外,白王求通,王聞仙人在外索現,怪其所以,急勅聽入。是時宮神,聞王有教卽休不遮。徑前得入,坐於仙人常坐之處,辦如常食,以用供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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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7_a_01L그러나 그 변화한 선인은 즐겨 먹으려 하지 않고 왕에게 말하였소.
‘이 음식은 추악하고 또 고기나 생선도 없는데 어떻게 먹겠소?’
왕은 곧 아뢰었소.
‘대선(大仙)님은 늘 오셔서 맑고 담박한 것만 자시기 때문에 일부러 고기나 생선 음식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말하였소.
‘지금부터는 추한 공양은 차리지 마시오. 다만 고기만 먹겠소.’
그 말대로 차려 오자, 그는 먹고 돌아갔소.
이튿날 옛 선인이 날아왔소. 왕은 그를 위해 갖가지 고기 음식을 차렸소. 선인은 화를 내며 왕을 원망하였소. 왕은 선인에게
‘어제 이렇게 차리라고 분부하시지 않았습니까?’
선인은 말하였소.
‘어제는 병이 있어 하루 동안 단식하고 여기는 오지 않았소. 누가 왕에게 그런 말을 하였는가. 다만 왕이 나를 시험하려고 이렇게 한 것일 것이오. 왕은 지금부터 12년 동안 항상 사람 고기를 먹으시오.’
이렇게 말하고 날아서 산중으로 돌아갔소. - 029_1096_c_18L時化仙人,不肯就食,卽語王言:‘此食麤惡,又無肉魚,云何可噉?’王卽白言:‘大仙自來,恒食淸素,故令不辦肉魚餚膳。’化仙又告:‘自今已後,莫設麤供,但肉爲食。’卽如語辦,食已還去。後到明日,舊仙飛來,爲設餚膳種種諸肉,仙人瞋恚,怨憤於王。王言:‘大仙昨日勅如是作。’仙人語言:‘昨日有患,斷食一日,不來是閒,誰語汝曹?但相輕試,故復爾耳。令王是後十二年中,恒食人肉。’作是語竟,飛還山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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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왕의 찬간 감독은 고기 준비를 잊었소. 밥 때가 임박하였으나 방법이 없어 밖에 나가 고기를 구하다가, 살찌고 흰 어린애 시체가 땅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소. 그는 ‘우선 급한 대로 메꾸자’고 생각하고, 머리와 발을 잘라 버리고 찬간으로 들고 와서, 온갖 맛있는 양념을 넣고 음식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소. 왕은 그것을 먹고 전의 음식보다 몇 곱이나 맛있는 것을 깨닫고, 곧 찬간 감독에게 물었소.
‘지금까지 고기를 먹었으나 이런 맛있는 것은 없었다. 이것은 무슨 고기냐?’
찬간 감독은 몹시 황공하여 왕 앞에 엎드려 말하였소.
‘만일 대왕께서 저의 죄를 용서하신다면 감히 사실대로 아뢰겠습니다.’
왕은 말하였소.
‘다만 사실대로 말만 하라. 너의 죄는 묻지 않으리라.’
찬간 감독은 아뢰었소.
‘전일 어떤 일이 있어서 미처 고기를 구하지 못하고, 어린애 시체를 얻어 급한 때를 메꾸었습니다. 뜻밖에 대왕님은 그것을 아셨습니다.’
‘이 고기는 아주 맛나 보통 것과 다르다. 지금부터는 이런 것을 구하라.’
‘전자에는 우연히 저절로 죽은 어린애 시체를 얻었지마는, 그런 것을 다시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면 나라 법이 두렵습니다.’
‘너는 그저 가만히 가져 오기만 하라. 만일 발각되면 그 판결은 내게 있지 않느냐?’
찬간 감독은 왕의 명령을 받고, 가만히 아이들을 죽여 날마다 왕에게 바쳤소. - 029_1097_a_06L是後廚監,忘不辦肉,臨時無計,出外求肉,見死小兒肥白在地,念且稱急,卽卻頭足,擔至廚中,加諸美藥,作食與王。王得食之,覺美倍常,卽問廚監:‘由來食肉,未有斯美,此是何肉?’廚監惶怖,腹拍王前:‘若王原罪,乃敢實說。’王答之言:‘但實說之,不問汝罪。’廚監白王:‘先日有緣,不及覓肉,得死小兒,以稱時要。不意大王,乃當覺之。’王言:‘此肉甚美異常,自今已往,如是求索。’廚監白王:‘前者偶値自死小兒,更求叵得。其作食者,畏懼國法。’王又語言:‘汝但密取,設有覺者,斷處由我。’廚監受教,密捕得之,日日供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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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7_b_01L그때 성 안의 인민들은 각기 울고 돌아다니면서 말하였소.
‘아기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서로 물었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느냐?’
여러 신하들은 모여 말하였소.
‘가만히 조사해 보자.’
곧 거리의 곳곳마다 사람을 배치해 두었소. 마침 왕의 찬간 감독이 남의 어린애를 끌고 오는 것을 보고, 기다리다가 그를 잡아 결박하여 왕에게 나아가 지금까지 아기 잃어버린 일을 자세히 아뢰었소. 왕은 그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소. 그들은 재삼 왕에게 아뢰었소.
‘이제 도적을 잡아 그 죄가 드러났습니다. 일을 판결하여야 하겠는데 어찌하여 잠자코 계십니까?’
왕은 그제야 대답하였소.
‘그것은 내가 시킨 것이다.’
신하들은 분개하여 각기 흩어져 밖에 나와 의논하였소.
‘왕이 바로 도적으로서 우리 아들을 잡아먹었다. 사람을 먹는 왕과 어떻게 나라를 같이 다스리겠는가. 저 왕을 제거하여 이런 화를 없애자.’. - 029_1097_a_20L於時城中人民之類,各各行哭云亡小兒,展轉相問:‘何由乃爾?’諸臣聚議,當試微伺,卽於街里,處處安人。見王廚監抴他小兒,伺捕得之,縛將詣王,具以前後所亡事白。王聞是語,默然不答。三重白王:‘今捕得賊,罪舋彰露,事當斷決,云何默然?’王乃答言:‘是我所教。’諸臣懷恨,各自罷去,於外共議:‘王便是賊,食我等子,噉人之王云何共治?當共除之去此禍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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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은 마음을 모아 계획을 같이하였소
궁성 밖 동산 안에 좋은 못물이 있어 왕은 날마다 거기 가서 목욕하였소. 신하들은 군사를 모아 동산 안에 매복시켰소. 왕이 나와 목욕하려고 그 못에이르렀을 때 복병은 한꺼번에 사방을 둘러싸고, 왕을 포위하여 죽이려 하였소. 왕은 군사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물었소.
‘너희들은 왜 나를 둘러싸고 핍박하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소.
‘대개 왕이 된 자는 백성을 기르는 것을 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찬간에 나가 사람을 죽여 음식을 만드니, 백성들은 부르짖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하소연할 곳이 없구나. 그 모진 고통을 참을 길 없기 때문에 왕을 죽이려 하는 것이다.’
왕은 말하였소.
‘나는 참으로 착하지 못하였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용서해 놓아 주면 스스로 힘써 고치겠다.’
‘절대 놓아 줄 수 없다. 비록 지금 하늘에서 검은 눈이 내리고, 네 머리 위에 검은 독사가 나더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여러 말 하지 말라.’ - 029_1097_b_06L一切同心咸共齊謀:‘城外園中,有好池水,其王日日,至彼洗浴。諸臣儲兵,安伏園中。’王出洗浴已到池中,伏兵一時周帀四合,卽圍其王,當取殺之。王見兵集,驚怖問言:‘汝等何故而圍逼我?’諸臣答言:‘夫爲王者,養民爲事。方臨廚子,殺人爲食。衆民呼嗟,告情無處,不任苦酷,故欲殺王。’王語諸臣:‘我實無狀,自今已後,更不復爲,唯見恕放,當自改厲。’諸臣語曰:‘終不相放,正使今日天雨黑雪,令汝頭上生黑毒蛇,猶不相聽,不須多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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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7_c_01L그때 박족왕은 신하들 말을 듣고, 다시 벗어날 길이 없어 반드시 죽을 것을 알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소.
‘나를 죽이더라도 잠깐만 늦추어 조금만 더 살기를 허락하라.’
신하들은 조금 늦추어 두었소. 왕은 곧 스스로 서원하였소.
‘나는 지금까지 닦은 선행으로 왕이 되어 바르게 다스렸으며, 선인(仙人)에게 공양하였다. 이런 온갖 공덕을 합해 돌려 지금 나로 하여금 날아다니는 나찰로 변하게 하여지이다.’
그 말을 마치자 이내 그 말대로 되어 허공을 날면서 신하들에게 말하였소.
‘너희들이 힘을 합해 억지로 나를 죽이려 하였지마는 나는 나의 큰 행운을힘입어 스스로 구제된 것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잘 참아야 한다. 너희들의 사랑하는 처자를 나는 차례로 잡아먹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날아갔소.
그는 숲 속에 살면서 날아가서 사람을 잡아다 그것으로 먹이를 삼았소.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피해 숨었소. 이렇게 하여 사람들을 많이 잡아먹자, 여러 나찰들은 그에게 와서 붙어 부하가 되었소. 그 무리들이 차츰 많아짐에 따라 죽는 사람 범위도 더욱 넓어졌소. - 029_1097_b_18L時王駮足聞臣語已,自知必死,得脫無路,卽語諸臣:‘雖當殺我,小緩須臾,聽我小住。’諸臣緩置,王卽自誓:‘我身由來,所修善行,爲王正治,供養仙人,合集衆德,迴令今日我得變成飛行羅剎。’其語已訖,尋語而成,卽飛虛空,告諸臣曰:‘汝等合力,欲强殺我,賴我大幸,復能自拔。自今已後,汝等好忍,所愛妻兒,我次當食。’語訖飛去,止山林閒,飛行摶人。擔以爲食,人民之類,恐怖藏避。如是之後,殺噉多人。諸羅剎輩,附爲翼從,徒衆漸多,所害轉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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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여러 나찰들은 박족왕에게 말하였소.
‘우리는 왕을 받들어 섬기면서 그 부하가 되었습니다. 원컨대 우리들을 위해 큰 연회를 베풀어 주십시오.’
‘박족왕은 승낙하고 말하였소.
‘여러 왕을 잡아 천 명을 채우고 그들로 너희들의 연회를 베풀라.’
이렇게 허락하자, 그들은 각각 가서 왕들을 잡아와 산 속에 가두어 두었소. 이미 9백99명의 왕을 잡고 나머지 한 사람이 모자라 그 수가 차지 않았소. 여러 왕들은 생각하였소.
‘우리는 지금 매우 급박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만일 저 수타소미왕(須陁素彌王)만 붙잡으면, 그는 큰 방편이 있어 능히 우리를 구제할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계획하고 나찰왕에게 아뢰었소.
‘왕께서 연회를 베풀되 아주 훌륭하게 하려고 순전히 여러 왕들만 잡아 오지마는, 그런 시시한 것은 쓸데없습니다. 저 수타소미는 아주 높은 덕이 있습니다. 만일 그를 잡아 오면 왕의 연회는 비로소 빛날 것입니다.’
나찰왕은 ‘어떤 높은 덕이 있나?’ 하고, 곧 날아올라 잡으러 갔소. - 029_1097_c_07L後諸羅剎,白駮足王:‘我等奉事,爲王翼從,願爲我曹,作一宴會。’時駮足王,卽許之言:‘當取諸王令滿一千,與汝曹輩,以爲宴會。’許之已訖,一一往取,閉著深山,已得九百九十九王,殘少一人,其數未足。諸王念言:“我曹窮急,當何所趣?若其捕得須陁素彌,須陁素彌有大方便,能濟我等。’作是計已,白羅剎王:‘王欲作會,極令有異,純取諸王,不用凡細;須陁素彌,甚有高德,若能得來,王會乃好。’羅剎王言:‘有何高德?’卽時飛騰,往欲取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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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8_a_01L마침 수타소미는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새벽에 성을 나와 동산 못에 목욕하러 가다가 길에서 자기에게 구걸하는 어떤 바라문을 만났소. 수타소미왕은 그 바라문에게 말하였소.
‘내가 목욕하고, 돌아올 때를 기다려라. 그때 보시하리라.’
왕은 동산에 이르러 못에 들어가 목욕하고 있었소. 그때에 나찰왕은 허공으로 날아와 그를 잡아 가지고 산중으로 갔소. 수타소미는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슬피 울었소. 그러자 나찰왕은 물었소.
‘나는 너의 이름과 덕이 뛰어나 제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대장부의 뜻은 빈궁과 영달에 맡겨야 하겠거늘, 어찌 별스럽게 근심하면서 어린애처럼 우는가.’
수타소미는 말하였소.
‘나는 몸을 사랑하거나 목숨을 탐해 아끼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서부터 거짓말한 적이 없습니다. 아침에 궁중에서 나와 길을 가다가 어떤 도사가 내 수레 앞에 서서 구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목욕하고 돌아올 때에 보시하리라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대왕이 나를 잡아 가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거짓말로써 그 정성된 믿음을 어길 것을 생각하고, 그 때문에 근심하는 것입니다. 내 몸을 아껴서가 아닙니다. 원컨대 나를 가엾이 여겨 이레 동안만 여유를 주십시오. 그 도사에게 보시하고 돌아와 죽음에 나아가겠습니다.’ - 029_1097_c_19L値須陁素彌,將諸婇女,晨欲出城至園洗浴,道見婆羅門,從其乞丐。王語婆羅門:‘待我洗還,當相布施。’王旣到園,入池中洗。時羅剎王,飛空來取,擔到山中。須陁素彌,愁憂悲泣!時駮足王,而問之曰:‘聞汝名德殊勝第一,大丈夫志,當任窮達,云何特愁,啼如小兒?’須陁素彌白羅剎王:‘我不愛身貪惜壽命,但念生來未曾妄語,朝出宮行,見一道士,當車駕前,從我乞丐。我許洗還,當相施與。出値大王擔我至此,念今妄語違失誠信,是以故愁,非惜身也。願見哀愍,假我七日,施彼道士,當歸就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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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찰왕은 이 말을 듣고 물었소.
‘네가 지금 가게 되면 과연 스스로 돌아와 죽음에 나아가겠느냐?’
그리고 다시 말하였소.
‘가령 돌아오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가서 잡아 올 수 있다.’
그리고는 이내 놓아 가게 하였소.
왕은 본국으로 돌아왔소. 도사는 아직 거기 있었소.
그는 기뻐하여 그 바라문에게 보시하여 공양하였소.
그때 바라문은, 왕이 오래지 않아 돌아가 죽을 것이므로 나라를 잊지 못해 근심하고 걱정할까 염려하여, 곧 그 왕을 위해 다음 게송을 읊었소. - 029_1098_a_09L駮足聞是,而語之言:‘汝今得去,寧當自還來就死耶?’卽復問言:‘正使不還,我自能得。’尋放令去。王還到國,道士猶在,歡喜供養,施婆羅門。時婆羅門,見王不久欲還就死,懼其戀國而有愁憂,卽爲其王,而說偈言:
-
겁(劫)의 수(數)가 끝날 때에는
하늘과 땅에 불이 일어나
수미산도 큰 바다도
모두 다 재[灰] 되어 날아갈 것을. -
029_1098_a_15L劫數終極,
乾巛洞然,
須彌巨海,
都爲灰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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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용도 사람도 귀신도
그 안에서 시들고 죽어가며
해와 달도 오히려 떨어지거늘
나라에 무슨 항상함이 있으랴. -
029_1098_a_17L天龍人鬼,
於中彫喪,
二儀尚殞,
國有何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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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늙음과 병들고 죽음은
바퀴처럼 굴러 끝이 없거니
그 일이 내 뜻을 어기게 되면
근심과 슬픔은 병이 되어라. -
029_1098_a_18L生老病死,
輪轉無際,
事與願違,
憂悲爲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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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깊으면 재화는 중하여
부스럼과 혹[瘡疣]은 바깥이 없어
삼계는 순전히 괴로움뿐이거니
나라에 무슨 힘 입을 것 있는가. -
029_1098_a_19L欲深禍重,
瘡疣無外,
三界都苦,
國有何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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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란 본래 스스로 없는 것을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것인데,
그러므로 성(盛)한 것 반드시 쇠하고
찬 것은 반드시 빌 때가 있네. -
029_1098_a_21L有本自無,
因緣成諸,
盛者必衰,
實者必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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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거리는 저 중생들
모두가 하나의 허깨비 같아서
세 가지 결과가 모두 비었고
나라도 또한 그와 같나니. -
029_1098_a_22L衆生蠢蠢,
都如幻居,
三界皆空,
國土亦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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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8_b_01L
우리의 정신은 형상이 없이
거짓으로 네 마리 뱀을 타고
무명을 보배처럼 길러 가면서
그것으로 즐거움의 수레로 삼네. -
029_1098_a_23L識神無形,
假乘四蛇,
無眼寶養,
以爲樂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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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에는 정해진 주인이 없고
정신은 정해진 집이 없어서
형상과 정신도 오히려 갈리거니
거기에 어찌 나라가 있겠는가. -
029_1098_b_02L形無常主,
神無常家,
形神尚離,
豈有國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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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수타소미는 이 게송을 듣고 그 이치를 생각하다가 한량없이 기뻐하여, 곧 태자를 세워 자기 대신 왕을 삼았소. 그리고 여러 신하들과 이별하고 약속을 지키러 돌아가려 하였소. 신하들은 똑같은 말로 그에게 아뢰었소.
‘원컨대 왕은 그저 여기 머무르시고 저 박족을 걱정하지 마소서. 신들이 꾀를 내어 그 걱정을 막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쇠를 불려 집을 만들고 우선 그 안에 계시면, 박족이 아무리 사나워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왕은 신하들과 여러 인민들에게 말하였소.
‘대개 사람이 세상에 살면 진실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거짓으로 구차히 사는 것은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차라리 믿음에 나아가 죽을지언정 거짓말로 살지는 않으리라.’
그는 다시 갖가지로 진실의 이익을 설명하고 또 거짓의 죄를 자세히 분별하였소. 신하들은 목메어 슬피 울면서 다시는 아무 말이 없었소. 왕은 일어나 성을 나왔소. 대중들은 모두 배웅 나와 길에서 부르짖으면서 까무러쳤다가 다시 깨어났소. 왕은 그들을 일깨워 타이르고는 길을 따라 떠났소. - 029_1098_b_03L時須陁素彌,聞說此偈,思惟義理,歡喜無量,卽立太子,自代爲王,與諸臣別,當還赴信。諸臣同聲,白於王言:‘願王但住,勿憂駮足,臣等思計,設備防慮,鍛鐵爲舍,王且在中,駮足雖猛,何所能耶?’王告諸臣幷諸人民:‘夫人生世,誠信爲本,虛妄茍存,情所未許,寧就信死,不妄語生。’復爲種種說誠信之利,廣爲分別虛妄之罪。諸臣悲咽,一更無言。王起出城,一切皆送,㘁慕道次,斷絕復蘇;王曉喩訖,涉道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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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8_c_01L그때 박족왕은 가만히 수타소미는 오늘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소. 그는 산 꼭대기에 앉아 멀리 바라보다가, 그가 길을 따라 넘어오는 것을 보았소. 그가 도착하자, 그는 수타소미의 얼굴빛이 즐거움과 기쁨에 가득 찬 것이 옛날보다 더한 것을 보았소. 곧 나찰왕이 물었소.
‘유쾌하게도 오는구나. 사람이 세상에 나면 누구나 그 목숨을 아끼는데, 너는 지금 죽음에 다다랐어도 기쁨이 보통 때보다 배나 더하구나. 본국에 돌아가 어떤 좋은 이익을 얻었는가?’
수타소미는 대답하였소.
‘대왕의 너그러운 은혜로 내게 이레 동안의 여유를 주어 나는 보시함으로써 그와 약속한 말을 이행하게 되었습니다. 또 나는 묘한 법을 듣고 마음이 열렸습니다. 지금과 같이 소원을 마쳤으니, 비록 죽게 되더라도 즐거운 마음은, 살아있는 것과 같습니다.’
박족왕은 말하였소.
‘너는 어떤 법을 들었는가? 나를 위해 설명하라.’
수타소미는 그를 위해 앞의 게송을 설명하고, 다시 방편으로 자세히 설법하였소. 즉 살생하는 죄와 그 나쁜 과보를 분별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복을 설명하였소.
박족은 기뻐하여 공경히 예배하고, 그 교훈을 받들어 다시는 해칠 마음이없어졌소. 그리하여 여러 왕들을 놓아 각각 본국으로 돌려보내었소.
수타소미는 곧 군사를 거두어 박족을 데리고 돌아가 그 본국에 편히 살게 하였소. 그는 전날 그 선인의 서원대로, 12년이 찬 뒤로는 다시는 사람을 먹지 않고, 마지막에는 대왕으로 돌아가 옛날처럼 백성을 다스렸소. - 029_1098_b_14L時駮足王,自思惟言:‘須陁素彌,今日應來。’坐於山頂,遙候望之,見其順道徑來趣已。旣到見之。顏色怡悅,歡喜解釋,踰過於舊。羅剎王問:‘快能來到,人生於世,靡不惜壽,汝今當死,歡喜倍常,還到本國,獲何善利?’須陁素彌答言:‘大王寬恩假我七日布施,得遂誠言,又聞妙法,心用開解,當如今日,志願畢足,雖當就死,情欣猶生。’駮足王言:‘汝聞何法?試爲吾說。’須陁素彌,爲說本偈,復更方便廣爲說法,分別殺罪及其惡報,復說慈心不殺之福。駮足歡喜敬戴爲禮,承用其教,無復害心,卽放諸王,各還本國。須陁素彌,卽收兵衆,還將駮足安置本國,前仙人誓,十二年滿,自是已後,更不噉人,遂還霸王,治民如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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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께서는 알고 싶으오? 수타소미왕은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박족왕은 저 앙구마라며, 12년 동안 박족왕에게 먹힌 사람들은 바로 지금 앙구마라에게 죽은 사람들이오.
그들은 세상세상마다 항상 앙구마라에게 죽었고, 나도 세상세상마다 선(善)으로써 그를 항복받았소.
나는 생각하오. 과거에 내가 범부로 있었을 때에도 그를 교화하여 살생하지 못하게 하였거늘, 하물며 지금은 부처가 되어 온갖 덕을 두루 갖추었고 온갖 악을 아주 쉬었는데, 어찌 능히 저를 교화시키지 못하겠소?” - 029_1098_c_08L如是大王!欲知爾時須陁素彌王者,今我身是。駮足王者,今鴦仇摩羅是。爾時諸人十二年中,爲駮足王所食噉者,今此諸人,爲鴦仇摩羅所殺者是。此諸人等,世世常爲鴦仇摩羅之所殺害,我亦世世,降之以善。我念過去,爲凡夫時,化令不殺;況我今日成爲如來,衆德普備,諸惡永息,豈復不能降化之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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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다시 여쭈었다.
“지금의 저 여러 사람들은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세상세상에 저에게 죽음을 당합니까?” - 029_1098_c_16L王復白佛:“今此諸人!宿有何緣,乃常世世,爲其所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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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9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잘 들으시오. 과거 오랜 겁 전에 이 염부제에 바라내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왕은 이름이 바라마달(波羅摩達)이었소.
그 왕에게 아들 둘이 있었소. 모두 뛰어난 재주가 있었고 얼굴은 단정하고 묘하였소. 그래서 왕은 매우 사랑하였소. 그때 작은 아들은 생각하였소. 가령 아버지가 돌아가시더라도 형님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나는 아직 나이 어리니 왕위는 희망이 없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왕이 되지 못할 바에야 구태여 속세에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고요히 신선의 도를 구하는 것보다 못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아버지에게 가서 아뢰었소.
‘깊은 산에 들어가 선도(仙道)를 구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허락하시어 뜻한 바를 이루게 하소서.’
이리하여 그 간절한 뜻을 굽힐 수가 없어 아버지는 곧 허락하고 산에 들어가게 하였소. 몇 해가 지나 부왕이 돌아가시고 그 형이 왕위를 이어 백성을 다스렸소. 나라를 다스린 지 오래지 않아 그 형은 병이 들어 목숨을 마쳤소. 그러나 그 형에게는 왕위를 이어받을 아들이 없었소. 그래서 신하들은 서로 모여 의논하였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소. - 029_1098_c_18L佛告王曰:“善諦聽之!乃往過去久遠劫中,此閻浮提,有一大國,名波羅柰,於時國王,名波羅摩達。王有二子,各有雄才,端正殊妙,王甚愛念。於時小者,心自念言:‘設我父崩,兄當繼治,我旣年小,無望國位,生於一世,已不作王,處世何爲?不如幽靜以求仙道。’作是念已,往白父王:‘貪慕深山,求於仙道,願見聽放,得遂所志。’如是慇懃,志不可奪,父便聽之,卽放入山。去經數年,父王崩亡,其兄繼位,統領人民。兄治不久,遇疾命終,未有子嗣,更無繼紹,諸臣集議,靡知所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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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떤 신하가 말하였소.
‘전 대왕에게 작은 아들이 있었다. 그는 대왕의 허락을 받고 산에 들어가 선도를 공부하고 있다. 그를 맞아들여 왕위를 잇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신하들은 기뻐하여 말하였소.
‘그것이 좋다.’
그를 청하려고 여럿이 함께 산으로 들어갔소. 산에 들어가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아뢰고 말하였소.
‘원컨대 이 정상을 가엾이 여겨 우리 나라를 맡아 주소서.’
선인은 대답하였소.
‘그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의 이 고요한 즐거움은 어떤 근심도 걱정도 없지마는, 세상 사람들은 흉악하여 서로 죽이기를 좋아한다. 만일 내가 왕이 된다면 혹 어떤 모함을 당할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은 거듭 아뢰었소.
‘전 왕이 돌아가시고 뒤가 끊어져 다시는 왕위를 이을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대선(大仙)님만이 우리 왕족이시고, 또 나라 백성들은 주인이 없을 수 없습니다. 원컨대 저들을 가엾이 여겨 나오셔서 돌보아 주소서.’
이렇게 정성스럽고 간절히 청하였소. 그래서 선인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여 드디어 승낙하고 본국으로 돌아왔던 것이오. - 029_1099_a_07L有一臣言:‘王有小子,前啓大王,入山學仙,當還往迎以續王位。’諸臣喜曰:‘定有此事。’卽相率合入山請喚,到以情狀具白其意:‘唯願垂憐!撫接我國。’仙人答言:‘此事可畏,我此靜樂,永無憂患。世人兇惡,好相斬戮,若我爲王,儻見圖害。今甚樂此,不能爲也。’諸臣重白:‘王崩絕嗣,更無紹繼,唯有大仙是王之種。國土人民,不得無主。唯願垂愍!顧意臨覆。’如是致誠,慇懃求請,其意不忍,遂與還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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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은 어릴 적부터 여자를 몰랐으나 속세로 돌아와 나라를 다스리게 되자, 차츰 여색을 가까이하며 애욕에 물이 들어 밤낮으로 걷잡을 수 없는 방탕에 빠져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였소.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온 나라에 영을 내렸소.
‘이 나라의 모든 처녀로서 시집가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나를 모셔라. 그러고 난 뒤에라야 제 남편에게 가기를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그 나라의 아름다운 여자로서 그 마음에 드는 이를 모조리 능욕하였소. - 029_1099_a_18L仙人少小,不習欲事,旣來治國,漸近女色,婬事已深,奔逸放蕩,晨夜耽荒不能自制。遂勅國中,一切諸女,欲出行時,要先從我,爾乃然後,聽往從夫。及諸國中,端正婦女,入其意者,皆悉陵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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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9_b_01L그때 어떤 여자는 여러 사람이 보는 거리에서 나체로 서서 소변을 보았소.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고 웃다가 모두 와서 꾸짖었소.
‘너는 어찌 부끄러움도 없이 이런 짓을 하는가?’
그 여자는 곧 대답하였소.
‘여자가 여자 앞에서 무슨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너희들도 서서 소변보면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도 너희들과 다를 것이 없는데 무슨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여러 사람들은 물었소.
‘그 말은 무슨 뜻인가?’
그 여자는 말하였소.
‘오직 왕 한 사람만이 남자다. 온 나라 여자들이 모두 그런 욕을 당하는데, 만일 너희들이 사내라면 그대로 있을 수 있느냐?’
그때 여러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며 서로 의논하였소.
‘저 여자 말이 옳다. 사실인즉 그렇다.’
그리고는 비밀히 그 여자 말을 서로 전하여 마음을 모으고 꾀를 합하여 왕을 없애기로 도모하였소. - 029_1099_a_23L時一女人,於道陌上多人衆中,裸形立溺,人悉驚笑,來共呵之:‘汝何無羞乃至若是?’女卽答言:女於女中,有何羞恥?汝等立溺,旣亦不羞,我汝不異,有何羞恥?’諸人答言:‘是語何謂?’女復言曰:‘唯王一人,是男子耳,一國婦女,皆被其辱。汝等若男,當令爾耶?’於是諸人,更相慚愧,便共談論:‘如此女言,實是其理。’陰持女言,轉密相語,同心合謀,欲共圖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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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 밖 동산에 맑고 시원한 못이 있었소. 왕은 지금까지 늘 그 못에 나와 목욕하였소. 신하와 백성들은 그 동산에 엎드려 있다가 왕이 나와 목욕할 때에 모두 나와 둘러싸고 왕에게 달려들어 죽이려 하였소. 왕은 놀라 말하였소.
‘왜 이러느냐?’
신하들은 아뢰었소.
‘왕은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하거늘, 도리어 음탕하기 도에 지나쳐 떳떳한 풍속을 어지럽히고 여러 여자들을 욕보이니, 우리는 그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왕을 없애고 다시 어진 이를 구하려 하는 것이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소.
‘나는 참으로 잘못하여 너희들에게 폐를 끼쳤다. 이제 스스로 깨우쳐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다. 원컨대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면 백성들과 함께 다시 출발하겠다.’
그러나 신하들은 말하였다.
‘가령 지금 하늘에서 검은 눈이 내리고 왕의 정수리에서 독사가 나올지라도 결코 놓아 줄 수는 없으니 여러 말 마라.’ - 029_1099_b_09L城外園中,有淸涼池,王恒前後,至池洗浴,諸臣民輩,安伏園中,値王出洗,伏兵悉出,周帀圍遶,逼取欲殺。王乃驚曰:‘欲作何等?’諸臣白言:‘王爲正治,婬荒過度,壞亂常俗,污辱諸家。臣等睹見,不能堪忍,故欲除王,更求賢能。’王聞遂驚,語諸臣言:‘我實不是負累汝等,請自改厲,更不敢爾。願見寬放,與民更始。’諸臣復語:‘正使今日,天雨黑雪,頂生毒蛇,終不相放,奚須多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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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099_c_01L왕은 이 말을 듣고 틀림없이 죽었다 생각하고, 원통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소.
‘나는 본래 산에 있어 세상 일에 간섭하지 않았거늘 억지로 와서 나를 끌어내어 왕을 만들어 놓고는, 큰 과실도 없는데 나를 없애려 하는구나. 나는 지금 홀몸으로 빠져 나갈 힘이 없지마는, 맹세코 미래 세상에서는 항상 너희들을 죽이리라. 그리고 내가 도를 얻을 때까지는 용서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맹세하였지마는 그들은 왕을 죽이고 말았소.
“대왕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그 선인의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앙구마라요, 왕을 죽인 신민들은 바로 저 앙구마라에게 죽은 사람들이오. 그래서 그들은 그 뒤로 늘 저에게 죽었고 오늘에 이르러서도 또한 저에게 죽은 것이오.” - 029_1099_b_19L王聞是已,自知必死,瞋恚感憤,語諸臣言:‘我本在山,無豫世事,强來見逼,以我爲王。未有大失,同心圖我。我今單弱,無力自拔,誓當來世當常殺汝,垂當得道,猶不相置。’雖作是誓,猶故殺之。如是大王!欲知爾時仙人王者,今鴦仇摩羅是。爾時臣民同心殺王者,今此諸人,爲鴦仇摩羅所殺者是。從彼已來,常爲所殺,乃至今日,猶害此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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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왕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앙구마라 비구는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지금 도를 얻었는데도, 장차 그 과보를 받아야 합니까?” - 029_1099_c_06L時王長跪,復白佛言:“指鬘比丘,殺此多人,今已得道,當受報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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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행에는 반드시 과보가 있다. 지금 저 비구는 방 안에 있으면서도, 지옥 불길이 그 털구멍에서 나오므로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으리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악한 행을 지으면 반드시 죄의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어떤 비구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열쇠를 가지고 저 앙구마라의 방에 가서 그 문을 열어 보라.”
비구는 분부를 받고 곧 가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앙구마라는 금시에 녹아 버렸다. 비구는 놀라 부처님께 돌아와 사실대로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행의 과보는 그와 같으니라.”
왕과 대중들은 모두 이해하고 믿었다. - 029_1099_c_07L佛告大王:“行必有報,今此比丘,在於房中,地獄之火,從毛孔出,極患苦痛,酸切叵言。”于時如來,欲令衆會知作惡行必有罪報,勅一比丘:“汝持戶排,往指鬘房,刺戶孔中。”比丘卽往,奉教爲之,排入戶內,尋時融消。比丘驚愕,還來白佛,佛告比丘:“行報如是。”王及衆會,莫不信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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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난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앙구마라는 전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몸은 장사의 힘이 있고, 또 건장하고 민첩하며 가볍고 빨라, 달리기는 나는 새를 따르며, 또 부처님을 만나 생사를 뛰어넘게 되었습니까? 원컨대 이 대중들을 가엾이 여겨 말씀하여 주소서.” - 029_1099_c_15L爾時阿難長跪白佛:“鴦仇摩羅,宿有何慶,身力雄壯,力士之力,健捷輕疾,走及飛鳥?復得値佛,越度生死?唯願垂哀!爲衆會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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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0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으라. 먼 옛날 가섭부처 때에 어떤 비구는 집사(執事)가 되었다. 그는 스님들과 인부와 짐승들을 데리고, 양식을 싣고 오다가 도중에서 비를 만났다. 그러나 비를 피할 곳이 없어 곡식 부대들이 모두 흠뻑 젖었다.
그 비구는 빨리 가고자 하였으나 힘이 적어 걸음이 더디었다. 그래서 뜻대로 할 방법이 없어 마음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는 곧 서서 서원을 세웠느니라
‘원컨대 나는 후생에 천 사람을 당적할 힘이 있어 몸은 가볍고 걸음은 빨라 달리기는 나는 새보다 빠르며 장래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만나 나로 하여 생사를 아주 벗어나게 하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때의 그 집사 비구는 바로 지금의 저 앙구마라니라. 그는 그 세상에서 출가하여 계율을 가지고, 절 일을 맡아 보다가 원을 세웠기 때문에, 그 뒤로는 세상세상에 얼굴이 단정하고 힘이 세고 빠른 것이 모두 그 원대로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만나 생사를 건너게 되었느니라.” - 029_1099_c_18L佛告阿難:“汝等善聽!乃往過去迦葉佛時,有一比丘,爲僧執事,將僧人畜,載致穀米,道中逢雨,隱避無處,縠米囊物,悉被澆浸。時彼比丘,思欲疾過,力少行遲,無方從意,心懷悒遲,卽立誓言:‘願我後生,力歒千人,身輕行速,走疾飛鳥,將來有佛釋迦牟尼,使我得見永脫生死。’如是阿難!爾時執事比丘者,今鴦仇摩羅是。由彼世時,出家持戒,因營僧事,立願之故,自從是來,世世端正猛力輕疾,悉如其願,復遇見我,得度生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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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난과 여러 비구들과 왕ㆍ신민들과 또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인연과 업보를 듣고 모두 감격하여 4제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수다원을 얻었고, 어떤 이는 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을 얻었으며, 벽지불의 선근(善根)을 심는 이도 있었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어서 모두 몸과 입을 단속하고 마음을 이겨 선(善)을 닦았다.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 029_1100_a_07L爾時阿難,及諸比丘,王及臣民,一切會者,聞佛所說因緣行報,皆悉感厲,思惟四諦,有得須陁洹、斯陁含、阿那含、阿羅漢者,有種辟支佛善根本者,有發無上正眞道意者,或有得住不退轉者,皆護身口剋心從善,聞佛所說,歡喜奉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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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단니기품(檀膩★品)단본에는 순번이 52이다 - 029_1100_a_13L檀膩羈品第四十六[丹本爲五十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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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 029_1100_a_14L如是我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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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0_b_01L어느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는 빈두로타사(賓頭盧埵闍)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얼굴이 추악한데 두 눈까지 새파랬다. 그에게는 시집간 딸만 일곱이 있었고 아들은 없었다. 그 집도 빈곤하였지마는 그 딸들도 궁하였다. 그 아내는 성질이 포악하여 늘 남편을 꾸짖었다.
그리고 딸들은 번갈아 와서 무엇을 달라고 하였는데, 그때 그 요구대로 주지 못하면 눈을 흘기면서 훌쩍거렸다. 또 그 사위 일곱 놈이 그 집에 몰려들면, 받들어 대접하되 그 뜻을 어길까 조심하였다. 밭에 곡식이 있었으나 거두어들이지 못하여 남의 소를 빌려 거두어들이고는, 소를 잘 지키지 못하여 늪에서 잃어버렸다.
그때 바라문은 혼자 앉아서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시고 매운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치는가. 안으로는 포악한 아내에게 몰아치이고 일곱 딸년들에게 들볶이며, 사위들이 모여 와도 대접할 것이 없는데 또 남의 소까지 잃고 간 곳을 모르니.’
그는 소를 찾아 두루 돌아다니다가,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피로해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그는 우연히 어느 숲 속에 이르러,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다. 모든 감관은 조용하고 아무 일 없이 편안하였다. - 029_1100_a_15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國內,有婆羅門賓頭盧埵闍,其婦醜惡,兩眼復靑,純有七女,無有男兒,家自貧困,諸女亦窮。婦性弊惡,恒罵其夫,女等更互來求所須,比未稱給,瞋目啼哭。其七女夫臻集其舍,承待供給,恐失其意,田有熟穀,未見踐治,從他借牛,將往踐之,守牛不謹,於澤亡失。時婆羅門,坐自思惟:“我種何罪,酸毒兼至?內爲惡婦所罵,七女所切,女夫來集,無以承當,復失他牛,不知所在。”廣行推覓,形疲心勞,愁悶惱悸,偶到林中,値見如來坐於樹下,諸根寂定,靜然安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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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바라문은 지팡이로 턱을 고이고 한참 서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저 사문 구담은 지금 가장 안락하다. 나쁜 아내의 욕설이나 다툼이 없고, 딸년들의 들볶음이나 가난한 사위들의 시끄러운 걱정도 없으며, 또 밭에는 익은 곡식이 없으니 남의 소를 빌렸다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네 생각과 같다. 지금 나 같아서는 고요하여 어떤 걱정도 없다. 진실로 나쁜 아내의 저주나 나무람도 없고 일곱 딸들의 들볶음도 없으며, 또 일곱 사위들이 집에 몰려오는 일도 없고, 밭에 익은 곡식이 없으니 남의 소를 빌렸다가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집을 떠나고 싶으냐?”
그는 아뢰었다.
“지금 저 같아서는 집이란 무덤처럼 보이고, 여자들의 온갖 인연은 마치 원수 속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저에게 중이 되기를 허락하시면 저의 소원에 꼭 맞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몸에 입은 옷은 가사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아주 없어지고 곧 아라한이 되었다. - 029_1100_b_05L時婆羅門,以杖拄頰,久住觀之,便生此念:“瞿曇沙門,今最安樂,無有惡婦罵詈鬪諍,諸女熬惱,貧女夫等,煩損愁苦,又復無有田中熟穀,不借他牛,無有失憂。”佛知其心,便語之曰:“如汝所念,如我今者,靜無衆患,實無惡婦呪咀罵詈,無有七女熬惱於我,亦無女夫競集我家,亦復不憂田中熟穀,不借他牛,無有亡憂。”佛告之曰:“欲出家不?”卽白佛言:“如我今者觀家如塚,婦女衆緣如處怨賊,世尊慈愍,聽出家者,甚適鄙願。”佛卽告曰:“善來比丘!”鬚髮自落,身所著衣,變成袈裟。佛爲說法,卽於坐處諸垢永盡,成阿羅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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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부처님의 방편 교화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저 바라문은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온갖 근심을 떠나 이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까? 그것은 마치 깨끗한 천에 빛깔이 쉬이 물드는 것과 같습니다.” - 029_1100_b_19L阿難聞之,歎言:“善哉!如來權導實難思議。此婆羅門,宿種何慶,得離衆患,獲茲善利?猶如淨㲲易染爲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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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바라문은 오늘만 내 은혜를 입어 괴로움을 떠나고 안락을 얻은 것이 아니라, 지나간 세상에서도 내 혜택을 입어 온갖 액난을 면하고 또 안락을 얻었느니라.” - 029_1100_b_22L佛告阿難:“此婆羅門,非但今日蒙我恩澤離苦獲安;過去世時,亦賴我恩,免衆厄難,復獲安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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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0_c_01L“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지나간 세상에, 어떻게 그를 구제하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까?”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리라.”
“예, 잘 듣겠습니다.” - 029_1100_c_02L阿難白佛:“不審,世尊!過去世時,云何免救令其脫苦?”佛告阿難:諦聽諦聽!善思念之,吾當爲汝廣分別說。”阿難白佛:“諾當善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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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아승기겁 전에 큰 나라 왕이 있었다. 이름이 아파라제목가(阿波羅提目佉)―진(晉)나라 말로 단정(端正)이라는 뜻이다―였는데, 그는 도로써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억울하게 하지 않았다.
그때 그 나라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단니기(檀膩★)였다. 그는 집이 매우 가난하여 먹는 것은 배를 채우지 못하였다. 마침 익은 곡식이 조금 있었으나 거두어들일 수가 없어 남의 소를 빌려 가지고 가서 곡식을 거두었다. 곡식을 거두고는 소를 몰고 가서 주인에게 돌려 줄 때에, 주인 집 문 앞에 몰아다 놓고는, 주인에게 알리기를 잊고 그대로 돌아왔다. 그 주인도 소를 보았으나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줄 생각하고 몰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두 집이 모두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뒤에 주인이 가서 소를 돌려 달라고 하자 그는 말하였다.
‘벌써 돌려 주었다.’
둘 사이에는 승강이가 벌어졌다. 그래서 주인은 단니기를 데리고 왕에게 가서 소를 받으려고 하였다.
그는 마침 밖에 나갔다가 왕의 말 먹이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단니기를 부르면서 말하였다.
‘그 말을 붙들어 달라.’
단니기는 돌을 집어 말을 보고 던졌다. 돌이 말 다리에 맞자 그만 말 다리가 부러졌다. 그도 단니기를 붙들고 왕에게로 함께 갔다. - 029_1100_c_05L佛告阿難:“乃往過去阿僧祇劫,有大國王,名阿波羅提目佉,晉言端正,治以道化,不抂民物。時王國中,有婆羅門,名檀膩羈,家理空貧,食不充口,少有熟穀,不能治之,從他借牛,將往踐治。踐穀已竟,驅牛還主。驅到他門,忘不囑付,於是還歸。牛主雖見,謂用未竟,復不收攝。二家相棄,遂失其牛。後往從索,言已還汝,共相詆謾。爾時牛主,將檀膩羈,詣王債牛。適出到外,値見王家牧馬之人,時馬逸走,喚檀膩羈爲我遮馬。時檀膩羈,下手得石,持用擲之,値腳卽折;馬吏復捉,亦共詣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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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1_a_01L얼마를 가다가 그들은 강물을 만났으나 건널 곳을 몰랐다. 마침 어떤 목수가 입에 끌을 물고 옷을 걷어 올리고 건너왔다. 단니기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해야 건너겠던가?’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대답하다가 입이 열리자, 끌이 물에 떨어졌다. 아무리 찾았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도 단니기를 붙잡고 왕에게로 함께 갔다.
그때 단니기는 여러 빗쟁이들에게 졸릴 뿐 아니라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길가 주막에서 술을 조금 얻어 평상 위에서 마시다가, 이불 밑에 어린애가 누워 있는 것을 모르고 깔고 앉아 아기가 배가 터져 죽었다. 그러자 그 아기 어미는 그를 붙들고 놓지 않으면서 말하였다.
‘이 무도한 놈아, 억울하게도 우리 아이를 죽였구나.’
그리고는 단니기를 붙들고 왕에게로 갔다.
그는 어느 담 밑을 지나다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의 불행이여, 온갖 재앙이 한꺼번에 닥치는구나. 만일 왕에게 가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도망치면 혹 벗어날 수도 있으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담을 뛰어넘었다. 그 담 밑에는 직공(織工)이 있었는데, 그 위에 떨어져 직공은 곧 죽었다. 직공 아들은 그를 붙잡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왕에게로 갔다. - 029_1100_c_18L次行到水,不知渡處,値一木工,口銜斲斤,褰衣垂越。時檀膩羈,問彼人曰:‘何處可渡?’應聲荅處,其口開已,斲斤墮水,求覓不得;復來捉之,共將詣王。時檀膩羈,爲諸債主,所見催逼,加復飢渴,便於道次,從沽酒家,乞少白酒,上牀飮之,不意被下有小兒臥,壓兒腹潰,爾時兒母,復捉不放:‘汝之無道,枉殺我兒。’竝共持著,將詣王宮。到一牆邊,內自思惟:‘我之不幸,衆過橫集,若至王所,儻能殺我;我今逃走,或可得脫。’作是念已,自跳躑牆,下有織公,墮上卽死。時織公兒,復捉得之,便與衆人,共將詣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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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가다가 그는 어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꿩 한 마리를 보았다. 꿩은 멀리서 그에게 물었다.
‘단니기님,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
그는 위의 사실을 꿩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꿩은 말하였다.
‘당신이 거기 가시거든 저를 위해 대왕께 아뢰기를, 〈제가 다른 나무에 있으면 제 울음 소리가 듣기 싫은데, 이 나무에 있으면 제 울음 소리가 아름다우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해 주십시오. 당신이 대왕을 뵙거든 저를 위해 이렇게 물어 주십시오.’
다음에 그는 독사를 보았다. 독사는 물었다.
‘단니기님, 지금 어디 가십니까?’
그는 곧 사실을 독사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독사는 말하였다.
‘당신이 대왕에게 가시거든 저를 위해 여쭙기를, 〈제가 아침 일찍 처음으로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몸이 부드럽고 연하여 아무 고통도 없는데, 저물어서 들어갈 때에는 몸이 거칠고 뻗뻗하여 아프며, 구멍에 걸려 들어가기 어렵습니다〉라고 해 주십시오.’
단니기는 그 부탁도 받았다.
그는 가다가 또 어떤 여자를 만났다. 여인은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
그는 위의 사실을 모두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여자는 말하였다.
‘당신이 왕에게 가시거든 저를 위해 여쭙기를, 〈제가 시가에 가면 친정이 생각나고 친정에 있으면 시가가 생각나는데, 이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해 주십시오.’
그는 또 그 부탁을 받았다. - 029_1101_a_07L次復前行,見有一雉住在樹上,遙問之曰:‘汝檀膩羈!今欲那去?’卽以上緣向雉說之,雉復報言:‘汝到彼所,爲我白王,我在餘樹,鳴聲不快,若在此樹,鳴聲哀好。何緣乃爾?汝若見王,爲我問之。’次見毒蛇,蛇復問之:‘汝檀膩羈!今欲何至?’卽以上事,具向蛇說。蛇復報言:‘汝到王所,爲我白王,我常晨朝,初出穴時,身體柔軟,無有衆痛,暮還入時,身麤强痛,礙孔難前。’時檀膩羈,亦受其囑。復見母人,而問之言:‘汝欲何趣?’復以上事,盡向說之。母人告曰:‘汝到王所,爲我白王,不知何故,我向夫家,思父母舍,父母舍住,思念夫家。’亦受其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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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1_b_01L그때 여러 빚쟁이들은 그를 둘러싸고 왕 앞에 이르렀다. 그때 소 주인은 왕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이 내 소를 빌려 갔는데, 돌려 달라 해도 돌려 주지 않습니다.’
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소를 돌려 주지 않는가?’
단니기는 말하였다.
‘저는 참으로 빈곤합니다. 익은 곡식이 밭에 있을 때에 그는 은혜로운 생각으로 제게 소를 빌려 주었습니다. 저는 추수를 마치고 소를 몰고 가서 주인에게 돌려 주었고 주인도 소를 보았습니다. 말로는 알리지 않았지마는 소는 분명 그 문 앞에 있었습니다. 나는 빈 손으로 돌아왔는데, 마침내 그 소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희들 둘이 다 잘못이다. 단니기는 입으로 알리지 않았으니 그 혀를 끊어야 하겠고, 너는 소를 보고도 챙기지 않았으니 네 눈을 뽑아야 하겠다.’
그 사람은 왕에게 아뢰었다.
‘차라리 제 소를 버리겠습니다. 제 눈을 빼고 저 사람 혀를 끊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왕은 곧 두 사람의 화해를 허락하였다. - 029_1101_a_21L時諸債主,咸共圍守,將至王前。爾時牛主,前白王言:‘此人借我牛去,我從索牛,不肯償我。’王問之曰:‘何不還牛?’檀膩羈曰:‘我實貧困,熟穀在田,彼有恩意,以牛借我,我用踐訖,驅還歸主,主亦見之,雖不口付,牛在其門,我空歸家,不知彼牛竟云何失?’王語彼人:‘卿等二人,俱爲不是,由檀膩羈口不付,汝當截其舌,由卿見牛不自收攝,當挑汝眼。’彼人白王:‘請棄此牛,不樂剜眼、截他舌也。’卽聽和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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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먹이는 사람이 나와 말하였다.
‘저 무도한 사람이 제 말의 다리를 분질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저 왕가의 말을 때려 다리를 분질렀는가?’
그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 빚쟁이가 저를 데리고 길을 걸어 오는데, 저 사람이 저를 불러 말을 잡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말이 빨리 달아나므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을 집어 던졌더니, 잘못 말 다리에 맞아 부러졌습니다. 그것은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말 먹이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사람을 불렀으니 네 혀를 끊어야 하고, 저 사람은 말을 때렸으니 그 손을 끊어야 하겠다.’
말 먹이는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말은 제가 대신 마련하겠습니다. 형벌만은 내리지 마소서.’
그들은 서로 화해하였다. - 029_1101_b_09L馬吏復言:‘彼之無道,折我馬腳。’王便爲問檀膩羈言:‘此王家馬,汝何以輒打折其腳?’跪白王言:‘債主將我,從道而來,彼人喚我,令遮王馬,馬奔叵御,下手得石捉而擲之,誤折馬腳,非故爾也。’王語馬吏:‘由汝喚他,當截汝舌;由彼打馬,當截其手。’馬吏白王:‘自當備馬,勿得行刑。’各共和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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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목수가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단니기는 제 끌을 잃게 하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또 왜 남의 끌을 잃게 하였는가?’
단니기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제가 물 건널 곳을 물었을 때, 저 이는 얼른 대답하다가 입에 문 끌을 물에 떨어뜨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실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목수에게 말하였다.
‘그는 너에게 물었으니 그 혀를 끊어야 하겠다. 그리고 대개 물건을 가지는 법은 손을 써야 예가 되겠거늘, 너는 입에 물었기 때문에 물에 떨어뜨렸으니, 이제 네 앞니 두 개를 부러뜨려야 하겠다.’
목수는 이 말을 듣고 왕에게 아뢰었다.
‘차라리 끌을 잃겠습니다. 형벌은 내리지 마소서.’
그들은 서로 화해하였다. - 029_1101_b_17L木工復前云:‘檀膩羈失我斲斤。’王卽問言:‘汝復何以失他斲斤?’跪白王言:‘我問渡處,彼便答我,口中斲斤失墮渠水,求覓不得,實不故爾。’王語木工:‘由喚汝故,當截其舌,擔物之法,禮當用手,由卿口銜致使墮水,今當打汝前兩齒折。’木工聞是,前白王言:‘寧棄斲斤,莫行此罰。’各共和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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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1_c_01L다음에는 주모(酒母)가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왜 남의 아이를 죽였는가?’
단니기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빚쟁이들이 저를 핍박할 뿐 아니라, 또 배가 고프고 목도 말라, 저기서 술을 조금 얻어 평상에 올라가 먹었는데, 이불 밑에 어린애를 눕혀 둔 줄은 몰랐습니다. 술을 먹고 나니 어린애는 죽어 있었습니다. 고의가 아닙니다. 원컨대 대왕은 살펴 용서하소서.’
왕은 주모에게 말하였다.
‘네 집에서는 술을 팔기 때문에 손님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왜 손님들 앉는 자리에 아이를 눕히고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었는가. 지금 너희들은 다 허물이 있다. 네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저 단니기를 네 남편으로 삼아 아이를 낳게 한 뒤에야 놓아 보내라.’
그때 주모는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제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서로 화해하기를 허락하소서. 저는 저 굶주린 바라문을 남편으로 삼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 - 029_1101_c_01L時酒家母,復牽白王。王問檀膩羈:‘何以乃爾抂殺他兒?’跪白王言:‘債主逼我,加復飢渴,彼乞少酒,上牀飮之,不意被下有臥小兒。飮酒已訖,兒已命終,非臣所樂。唯願大王!當見恕察。’王告母人:‘汝舍沽酒,衆客猥多,何以臥兒置於坐處,覆令不現?汝今二人,俱有過罪。汝兒已死,以檀膩羈,與汝作壻,令還有兒,乃放使去。’爾時母人,便叩頭曰:‘我兒已死,聽各和解,我不用此餓婆羅門用作夫也。’於是各了自得和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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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직공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미친 듯이 날뛰어 우리 아버지를 밟아 죽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왜 억울하게 남의 아버지를 죽였는가?’
단니기는 대답하였다.
‘빚쟁이들이 저를 핍박하여 나는 매우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담을 뛰어 넘어 도망치다가 우연히 그 위에 떨어졌습니다. 실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둘이 다 잘못이다. 그대 아버지는 이미 돌아갔으니, 저 단니기를 그대 아버지로 삼아라.’
그 사람은 아뢰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이 바라문을 아버지로 삼지는 않겠습니다. 서로 화해하기를 허락하소서.’
왕은 곧 그들의 화해를 허락하였다. - 029_1101_c_13L時織工兒,復前白王:‘此人狂暴,躡殺我公。’王問言曰:‘汝以何故,抂殺他父?’檀膩羈曰:‘衆債逼我,我甚惶怖,趒牆逃走,偶墮其上,實非所樂。’王語彼人:‘二俱不是,卿父已死,以檀膩羈,與汝作公。’其人白王:‘父已死了,我終不用此婆羅門以爲父也。’聽各共解,王便聽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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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2_a_01L그때 단니기는 제 일이 모두 끝나자 한량없이 기뻐하여 그대로 왕 앞에 있었다.
어떤 두 어머니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왕에게 와서 제각기 제 아들이라 주장하였다. 왕은 현명하고 지혜로워 방편으로 그 두 여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아이는 하나인데 두 어머니가 서로 주장하는구나. 너희들 둘은 각기 그 아기 한 팔씩 잡고 당겨라. 누구나 빼앗는 이가 바로 그 어머니다.’
그 어머니가 아닌 이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힘을 다해 마구 잡아당기면서 아이가 상할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아이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끌려 가면서도 아이를 아껴 차마 잡아당기지 못하였다. 왕은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그 힘을 다 낸 여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실로 네 아들이 아니다. 억지로 남의 아이를 욕심낸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사실대로 고백하라.’
그는 곧 머리를 조아리고 왕에게 아뢰었다.
‘실로 거짓이었습니다. 남의 아이를 억지로 제 아이라 하였습니다. 대왕님의 밝고 거룩하심으로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왕은 아이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 주고 각기 놓아 보내었다. - 029_1101_c_20L時檀膩羈,身事都了,欣踊無量,故在王前。見二母人,共諍一兒,詣王相言。時王明黠,以智權計,語二母言:‘今唯一兒,二母召之,聽汝二人,各挽一手,誰能得者,卽是其兒。’其非母者,於兒無慈,盡力頓牽,不恐傷損;所生母者,於兒慈深,隨從愛護,不忍抴挽。王鑑眞僞,語出力者:‘實非汝子,强挽他兒,今於王前,道汝事實。’卽向王首:‘我審虛妄,抂名他兒。大王聰聖!幸恕虛過。’兒還其母,各爾放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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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두 사람이 흰 천을 가지고 와서 서로 제 것이라 시끄러이 다투었다. 왕은 또 지혜로써 위와 같이 판결하였다. 그때 단니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그 빚쟁이들이 저를 데리고 올 때에 길가에서 어떤 독사가 제게 간곡히 부탁하기를, 〈제 뜻을 대왕님께 여쭈어 주십시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몸이 부드러워 나오기가 편하고, 구멍으로 들어갈 때에는 구멍에 걸려 고통 스러운데, 무슨 까닭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까닭이 있다.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아무 번뇌가 없어 마음이 편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몸도 또한 그렇다. 뱀이 밖에 나오면 새와 짐승과 다른 일들이 그 몸을 침노하여 잔뜩 성이 났기 때문에 몸이 곧 거칠고 커진다. 그러므로 들어갈 때에는 구멍에 걸려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다. 너는 가거든 그에게 말하기를, 〈만일 네가 밖에 있을 때에도 마음을 단속하여 성내지 않되, 처음 구멍에서 나올 때와 같이 하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하라.’ - 029_1102_a_07L復有二人,共諍白㲲,詣王紛紜,王復以智,如上斷之。時檀膩羈,便白王言:‘此諸債主,將我來時,於彼道邊,有一毒蛇,慇懃倩我,寄意白王:(不知何故,從穴出時,柔軟便易,還入穴時,妨㝵苦痛,我不自知何緣有是?)’王答之言:‘所以然者,從穴出時,無有衆惱,心情和柔,身亦如是。蛇由在外,鳥獸諸事,觸嬈其身,瞋恚隆盛,身便麤大,是以入時,㝵穴難前。卿可語之:(若汝在外,持心不瞋,如初出時則無此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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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2_b_01L그는 또 왕에게 아뢰었다.
‘또 길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그는 제게 대왕께 여쭈어 달라고 부탁하기를, 〈즉 제가 시가에 있으면 친정이 생각나고, 친정에 있으면 시가가 생각나니, 무엇 때문에 그런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대는 가서 말하하기를, 〈너는 삿된 마음으로 친정 근처에 군서방을 두었기 때문에 네가 시가에 있으면 그 군서방이 생각나고, 거기 지치면 도로 본서방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 것이다〉라고 하라. 그리고 너는 말하기를, 〈네가 만일 마음을 단속하여 삿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나아가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라.’ - 029_1102_a_18L復白王言:‘道見女人,倩我白王:(我在夫家,念父母舍,若在父舍,復念夫家,不知所以何緣乃爾?)’王復答言:‘卿可語之:(由汝邪心,於父母舍更畜傍壻,汝在夫家念彼傍人;至彼小厭,還念正壻,是以爾耳。)卿可語之:(汝若持心,捨邪就正,則無此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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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왕에게 아뢰었다.
‘길가 나무 위에 있는 꿩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는 제게 대왕께 여쭈어 달라고 부탁하기를, 〈제가 다른 나무에 있으면 우는 소리가 아름답지 못하고, 이 나무에 있으면 우는 소리가 화창합니다. 어째서 그런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럴 까닭이 있다. 그 나무 밑에는 큰 가마의 금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서 울면 소리가 화창하고, 다른 곳에는 금이 없기 때문에 그 위에서 울면 소리가 아름답지 못한 것이다.’ - 029_1102_b_02L又白王言:‘道邊樹上,見有一雉,倩我白王:(我在餘樹,鳴聲不好,若在此樹,鳴聲哀和,不知其故何緣如是?)’王告彼人:‘所以爾者,由彼樹下有大釜金,是以於上,鳴聲哀好;餘處無金,是以住上,音聲不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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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이어 단니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허물이 많았으나 나는 이미 다 용서하였다. 너는 집이 매우 곤궁하다. 저 나무 밑의 한 가마 금은 내 소유라야 하겠지마는, 나는 그것을 너에게 준다. 너는 가서 파 가져라.’
그는 왕의 분부를 받고 낱낱이 감사하였다. 그리고 그 금을 파 가지고 장사하고 농사하면서 모든 필요한 것에서 모자람이 없었고, 갑자기 큰 부자가 되어 한평생 안락하게 지냈느니라.” - 029_1102_b_07L王告檀膩羈:‘卿之多過,吾已釋汝,汝家貧窮困苦理極,樹下釜金,應是我有,就用與汝,卿可掘取。’奉受王教,一一答報。掘取彼金,貿易田業,一切所須,皆無乏少,便爲富人,盡世快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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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대왕 아파라제목거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내 몸이요, 바라문 단니기는 바로 지금의 저 바라문 빈두로타사니라. 나는 옛날에도 그의 온갖 재앙을 구제하고 보물을 주어 안락하게 하였고, 지금 부처가 되어서도 그의 고통을 덜어 주고 다함이 없는 법 창고의 보물을 주었느니라.” - 029_1102_b_12L佛告阿難:“爾時大王,阿婆羅提目佉者,豈異人乎?我身是也。爾時婆羅門檀膩羈者,今婆羅門賓頭盧埵闍是。我往昔時,免其衆厄,施以珍寶,令其快樂;吾今成佛,復拔彼苦,施以無盡法藏寶財。”
-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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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1102_b_17L尊者阿難,及諸衆會,聞佛所說,歡喜奉行。
賢愚經卷第十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