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無明羅剎集卷中

ABC_IT_K1033_T_002
030_0641_a_01L무명나찰집 중권
030_0641_a_01L無明羅剎集卷中


실역인명
김성구 번역
030_0641_a_02L失譯人名附秦錄


다음으로 무슨 까닭에 이러한 비유를 말하는가? 꾸미는 말을 위함이 아니며, 때 아닌 것을 하기 위함도 아니다. 왜냐하면 불법의 매우 깊은 뜻을 더하고 넓히기 위한 까닭이며, 인연의 이치를 나타내고자 하는 까닭에 이렇듯 여러 가지 비유를 말하는 것이다.
030_0641_a_03L復次以何義故說此譬喩不爲綺語不爲非時所以者何爲欲增廣佛法甚深義故爲欲顯示因緣理故作是種種衆多方喩
이른바 왕의 성[王城]은 3유(有)에 비유했으니, 3유의 성 안에는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ㆍ우(憂)ㆍ비(悲)ㆍ고(苦)ㆍ뇌(惱)와 사랑하는 이를 여의는 괴로움[愛別離苦]과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과 미운 이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이 있어 헐뜯거나 꾸짖거나 악명(惡名)이 있고 계율을 지니거나 파괴한다. 이렇듯 갖가지 무량한 고통들이 헤아릴 수 없고, 번뇌의 재앙과 염병이 선근(善根)을 없어지게 한다.
030_0641_a_07L言王城者喩於三有三有城中有生悲苦惱別離苦求不得苦怨憎會苦毀罵惡持戒破戒如是種種無量諸苦不可稱計煩惱災疫喪失善根
보살이 슬피 여기되 어미 소가 송아지를 생각하는 것과 같이 하셔서 중생을 위하여 참으로 친한 벗이 되시고, 일체를 용맹하게 구제하고자 굳게 맹세하시며, 생사의 맺힘[結]과 습기[習]의 인과(因果)를 잘 아시며, 법과 법 아닌 것을 잘 깨달으시고, 4섭(攝)을 구족하시고 1승(乘)을 성취하신다.
030_0641_a_11L菩薩悲猶如母牛念於犢子而爲衆生作眞親友堅誓勇猛救濟一切善知生死結習因果善能曉了法以非法足四攝成就一乘
큰마음[大心]으로 중생이 다섯 갈래에 바퀴 돌듯 하면서 괴로움을 받는 것을 관찰하시기를, ‘항상 4대(大)의 독사와 5음(陰)의 원적과 6입(入)의 빈 마을과 사랑과 거짓과 친함과 어리석음과 5욕(欲)과 아(我)와 아소(我所)에게 침해되는구나. 이 모든 중생은 번뇌에 얽혔는데 어찌하여 지금 뽑아 버리려 하지 않는가?’라고 하셨다.
030_0641_a_15L大心衆生觀察五道輪轉受苦常爲四大毒蛇五陰怨六入空聚愛詐親善愚癡五欲我所之所侵害是諸衆生煩惱所云何今者而不拔濟
030_0641_b_01L보살이 이렇게 생각하시고, 궁전에서 일어나서 곧 출가하셔서 정진의 투구를 입으시고, 4섭(攝)의 신통한 주문으로 옹호하시며, 신(身)과 염(念)의 양약을 몸에 바르시고, 인욕의 공덕으로 방패를 삼으시고, 무량겁 동안에 닦으신 지혜가 날카로운 칼과 같으며, 마음을 전일하게 하시고, 생각을 바르게 하신 것은 큰 길과 같다.
030_0641_a_19L菩薩思惟如是事已從宮殿起卽便出家被精進四攝神呪而自擁護身念良藥以自塗體忍辱功德以爲矛楯無量劫中所修智慧猶如利劍專心正念如王大道
도량에 앉을 때에 일체 세간의 괴로움의 근원을 관찰하시고 큰 서원을 내기를, ‘반드시 그 근본을 뽑아 버리리라. 이 괴로움의 근원은 일체의 중생을 핍박하여 큰 괴로움이 되게 하니, 여러 가지 근심의 첫 머리며, 96종의 어리석음에게 가려 있어 생ㆍ노ㆍ병ㆍ사라는 근심 걱정의 근원임을 모르는구나.
030_0641_b_02L坐道場時觀察一切世閒苦發大弘誓必拔其本此苦原者切衆生爲大苦惱衆患之首九十六種愚癡所弊不識生過患之
그때 보살이 바른 관찰로써 노ㆍ병ㆍ사의 무량한 괴로움과 근심을 보시고 그 뜻을 아신 뒤에 곧 노(老)에게 물으셨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030_0641_b_06L菩薩爾時以正觀察見老死無量苦患解是義已卽問老言汝名爲
노가 대답하였다.
“나의 이름은 노입니다.”
老卽答言我名爲老
보살이 물었다.
“너는 무엇을 늙게 하는가?”
030_0641_b_08L菩薩問言何所老
노가 대답하였다.
“저희들 노는 능히 삼계를 늙게 합니다.”
老答言而我老者能老三界
보살이 물었다.
“다시 무슨 짓을 하는가?”
030_0641_b_09L菩薩問言更何所作
노가 대답하였다.
“나는 다시 하는 짓이 없습니다.”
030_0641_b_10L老答言我無所
보살이 물었다.
“너는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을 줄어들게 하고, 너는 기억하는 생각을 품되 마치 들 코끼리가 파초의 숲을 밟아서 못쓰게 하는 것 같으며, 너는 넓은 들, 멀고 험한 길이어서 능히 6근의 기쁘고 즐거움을 망가뜨리고, 능히 건장한 혈색을 망가뜨리되 우박이 꽃을 해치는 것과 같이하며, 성대한 힘을 떠나게 하며, 능히 소멸케 하며, 6정을 말라지게 하는데, 어찌하여 너는 하는 짓이 없다 하는가?”
030_0641_b_11L菩薩言汝爲愛樂而作飢儉汝懷憶念猶如野象蹹芭蕉林盡皆摧碎汝是曠野懸遠嶮路能滅六根喜樂之樂能壞壯色如雹害花移徙盛力能使消滅乾竭六情云何而言我無所作
노가 대답하였다.
“그 일은 사실입니다.”
老答言此事實爾
보살이 말하였다.
“노의 두 가지 이름을 삼계는 들으면서도 도무지 그 뜻을 모르는구나.”
030_0641_b_16L菩薩言老者二字三界都聞不解其義
노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지금 진실하게 끝까지 궁구하여 나를 알았습니다.”
030_0641_b_17L老復言曰汝今眞實究盡知我
“제2의 이름은 무엇인가?”
030_0641_b_18L菩薩問曰彼第二者爲是誰耶
노가 대답하였다.
“사(死)라 합니다.”
老答言名之爲死
보살이 즉시에 사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어쩌면 그다지 추악한가?”
030_0641_b_19L薩爾時卽問死曰今汝名字何期麤
사가 대답하였다.
“단지 이름만 추악한 것이 아니고 이름 아래의 일은 더욱더 추악합니다. 일체 세계의 인ㆍ천ㆍ아수라ㆍ야차ㆍ귀신들을 내가 모두 죽입니다. 마치 큰 나찰이 국토를 망가뜨리는 것과 같이 나도 그러하여서 능히 일체 유정의 생명을 파괴합니다.”
030_0641_b_21L死答言不但名惡名下之事復甚麤惡一切世界人阿修羅夜叉神我盡能殺如大羅剎能壞國土亦如是能壞一切有生之命
030_0641_c_01L보살이 물었다.
“괴이하구나. 그대는 너무 악하여서 자비심이 없다. 너는 안 가는 곳이 없이 돌아다니면서 하천한 악업을 하는 것이 너보다 더한 이가 없구나.”
030_0641_c_01L菩薩問怪哉汝最大惡無悲愍心汝所遊行無處不至下賤惡業無過於汝
사가 대답하였다.
“그러한 일이 실로 나의 본체입니다.”
030_0641_c_03L答言如是之事實是我體
보살이 물었다.
“너의 본체는 비록 그러하나, 나의 마음과 힘으로 너를 단멸[斷]하리라. 네가 비록 항복하기 어려우나 나의 정진으로써 너를 항복시키리라. 바다의 물결이 산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너 또한 그러하니, 어떻게 나를 죽이겠는가?”
030_0641_c_04L菩薩問曰汝體雖爾以我心力要斷於汝汝雖難伏以我精進要當伏汝如海波浪不能吹山汝亦如是豈能殺我
사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이제 그러한 말을 하지만, 그대는 나를 제어할 수 없을 것입니다.”
030_0641_c_07L死答汝於今者雖作是意恐汝未必能制於我
보살이 말하였다.
“네가 이제 무슨 까닭으로 내가 하지 못하리라 하는가?”
030_0641_c_09L菩薩問曰汝今何故疑我不
“만일 정진과 훌륭한 선교방편이 있으면 나를 제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여 그대가 용맹정진을 못할까 하여 그대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030_0641_c_10L死答曰若有精進善巧方便乃能制我恐汝未必勇猛精進是故疑汝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두고 보아라. 내가 무량한 겁에 자비스러운 방편으로 나의 목숨으로써 모든 중생을 대신하려 하였으며, 내지 몹시 원망을 품은 이가 날카로운 칼로써 마디마디 나를 베어내도 나는 그에게 항상 사랑스러운 마음을 내었으며, 급하고 어려운 중생이 와서 구원을 청하면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그를 구호하였으니, 이러한 방편으로 너를 멸망시키지 못하겠는가.”
030_0641_c_11L菩薩言汝且觀我於無量劫慈悲方便自以己命代諸衆生乃至重怨設以利劍支節解我我於彼所恒生慈急難衆生設來投我寧捨身命爲作救護如是方便足滅汝不
사가 말하였다.
“어찌 과거에 지은 많은 일들을 자세히 말하는 것입니까? 어찌 그다지도 나를 괴롭게 하십니까? 내가 지성껏 그대의 근본을 말하겠습니다. 그 근본이란 생(生)이니, 생이란 일체 세간의 무량한 고뇌와 4대(大)의 독사와 5음(陰)의 원수와 6정(情)의 그릇이니, 다섯 갈래[五道]에 바퀴 돌게 하는 것이 모두 생의 짓입니다. 이 생은 처음 있을 적부터 일체의 괴로움을 내는데, 하물며 중간과 뒤이겠습니까?
030_0641_c_16L死答言何須廣說多作往返何足勤勤苦惱於我我當至誠語汝根本此根本者卽是生也生者生一切世閒無量苦四大毒蛇五陰怨賊六情之器迴五道皆生所爲此生始有生一切況復中後
030_0642_a_01L만일 생을 받으면 우리들이 괴롭히는 것이 헤아릴 수 없고, 만일 생을 버리면 아무런 허물도 없으니, 일체의 허물은 생을 말미암아서 있습니다. 비유컨대 장작이 없으면 불이 탈 수 없고, 나무가 없으면 도끼로 쪼갤 것이 없고, 병(瓶)이 없으면 방망이로 깰 것이 없고, 꽃송이가 없으면 서리가 망칠 게 없으니, 비유로써 보면 생이 허물이 많은 것을 알 것입니다. 그대가 지금 정성을 다해 반드시 서원(誓願)을 세워 사(死)를 끊고자 한다면 반드시 생을 먼저 끊어야 합니다. 이 생을 말미암아서 노ㆍ병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와 모든 걱정 등의 모든 세력이 있는 것입니다.”
030_0641_c_22L若受生者如我等苦不可稱計若捨生者則無過患一切過患由生而有譬如無薪火無所燒如無樹斧無所斫亦如無甁椎何所如無藕華霜何所敗以喩方之知生多患汝今誠心決定誓願欲斷死必先斷生由此生故有老悲苦惱諸災患等皆有勢力
보살이 말하였다.
“나도 그 일을 안다. 만일 산이 있으면 금강이 부술 수 있으니, 만일 산이 없으면 금강이 비록 단단하다 한들 무엇을 부수겠는가? 무릇 몸이 있으면 반드시 모든 괴로움이 있으니, 만일 몸이 없으면 괴로움이 무엇을 괴롭히리오.”
030_0642_a_06L菩薩言我解是事若有山者金剛必壞若無山者金剛雖堅何所能壞凡有身者必有諸苦若無身者苦何所苦
그때 보살이 곧 노ㆍ사를 놓아주고 생(生)을 붙들고 말하였다.
“너의 이름이 무엇인가?”
030_0642_a_09L菩薩爾時卽放老而捉於生而問之曰名誰耶
생이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여러 가지의 허다한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은 이름들 중에서도 가장 수승하니, 생이라 합니다.”
030_0642_a_11L生答言我有種種衆多名字而我名者名中最勝號之爲生
보살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생이라 하는가?”
030_0642_a_12L菩薩問言何故名生
생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스스로 관찰하십시오.”
生答言汝自觀察
보살이 이 생을 관찰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 생은 일체의 유(有)에서 나오되, 두 가지의 이름[字]이 화합하여 생의 뜻을 내는 것이다.”
030_0642_a_13L薩尋自觀生而作是言然此生者一切有從二字和合出於生義
생이 말하였다.
“이제 그대는 지혜롭고 실로 전도되지 않아서 이치를 닦아 아셨습니다.”
030_0642_a_15L生答今汝智慧實非顚倒修理而解
보살이 말하였다.
“이 생은 일체의 괴로움을 내는데, 무슨 까닭에 일체의 괴로움을 내는 것이라 하지 않고 생이라 하는가?”
030_0642_a_16L薩問曰而此生者生一切苦何故不名出一切苦乃名生耶
생이 말하였다.
“나에게 이러한 허물이 있음이 실로 그대의 말과 같습니다.”
030_0642_a_18L生答言我有此過實如汝言
“너는 내가 굳은 서원(誓願)이 있어서 능히 너를 벨 수 있음을 보지 않는가? 나는 어여삐 여기는 마음으로 체(體)를 삼아, 세간의 일체 괴로움을 멸할 수 있다.”
030_0642_a_19L菩薩問曰汝不見我有堅誓願能斷汝耶我以悲愍爲體能滅世閒一切衆苦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참으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자재치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여 있습니다. 모든 남자들이 이의 세력을 얻으면 일체의 죽고 나는 괴로움을 낼 수 있습니다. 그대가 만일 믿지 못하면 스스로 관찰하여 보십시오.”
030_0642_a_21L生答言善哉誠如所言我不自在從他而有令我依止諸有男子得是勢力能生一切生死之苦汝若不信何不自觀
030_0642_b_01L“내가 이제 생을 관찰하니, 반드시 유임을 알겠다. 그리고 이러한 세 가지의 유는 세 마리의 큰 용이 되어서 능히 사나운 비를 내려 생(生)의 강물로 모여 사(死)의 바다에 들게 하고, 유의 인연인 강물에 중생이 빠져서 괴로움의 바다에 떠다니게 하는구나.”
030_0642_b_01L薩思惟我今觀生定知是有而此三有卽三大龍能雨暴雨注於生河死海水有因緣河漂淪衆生沒溺苦
그때 보살이 곧 생(生)을 놓아주고, 유를 잡고는 꾸짖었다.
“나는 일체 중생을 위하여 참다운 나룻배가 되어서, 지혜의 칼을 잡고 원수를 치니, 너는 어찌하여 감히 스스로가 방일하고 생을 장엄하는가?”
030_0642_b_05L菩薩爾時卽便捨生而捉於有責有言我爲一切衆生而作眞濟智慧劍能斬怨歒汝今云何敢自放逸莊嚴生耶
유가 대답하였다.
“네 가지의 취(取)가 갈고리로 걸고 갈고리로 끌어서 유(有) 가운데 집착하게 합니다. 네 가지의 취가 강력하여 모든 어리석은 이를 붙들고 말하되 ‘내가 만일 즐거우면 유를 줄 수 있다’라고 합니다.”
030_0642_b_08L有卽答言四取鉤鉺牽於我著於有中四取强力捕諸嬰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다만 여러 가지의 괴로움을 더할 뿐인데, 어떻게 유를 줄 수 있겠는가?”
030_0642_b_10L我當樂可以與有汝但增長衆苦何以與有
취가 대답하였다.
“비유컨대 허공에서는 나무가 나지 않지만, 땅과 물의 인연이 있으면 능히 나무를 냅니다. 만일 애(愛)라는 물이 없으면 어떻게 유라는 나무를 내겠습니까? 그대는 나만을 나무랄 것이 아닙니다.”
030_0642_b_11L取答言譬如虛空不能生有地水因緣而能生樹若無愛水何由而得生於有樹汝今不應但呵責我
보살이 곧 네 가지의 취를 버리고 다시 애를 붙드니, 애가 보살에게 말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정반왕의 아드님이여, 그대는 무량한 겁 동안에 모든 공덕을 짓고 모든 선행을 모았으니, 그대의 위력은 제석(帝釋)ㆍ대범천왕(大梵天王)보다 훌륭합니다. 그대는 잠시 멈추시고 나의 작은 공양을 받으십시오.”
030_0642_b_14L菩薩卽捨四取而捉於愛愛語菩薩言善來淨飯王子汝於無量劫中作諸功德集諸善行汝之威力過於帝釋大梵天王汝當留神受我小供
보살이 물으셨다.
“너는 무엇으로 공양을 삼는가?”
030_0642_b_17L菩薩問言汝以何供
애가 대답하였다.
“다섯 근(根)에서 받은 다섯 가지의 욕락(欲樂)이 나의 공양입니다.”
030_0642_b_18L愛答言於五根處所愛五欲樂是我供養
보살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이 다섯 근으로써 나를 청하는가?”
030_0642_b_19L菩薩問曰何以用此五根而請於我
애가 대답하였다.
“나는 색(色)과 향(香)과 맛[味]과 촉감[觸]으로 그대를 청하려 합니다.”
030_0642_b_20L愛答言以色而請於汝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나를 향과 맛의 독한 과일로써 나를 청하는가?”
030_0642_b_21L菩薩言汝今乃以香美毒果請於我耶
애가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독이라 하십니까?”
030_0642_b_22L愛答言何言毒
030_0642_c_01L보살이 말하였다.
“이 다섯 가지의 욕락은, 비유컨대 염소를 불구덩이에 던진 것 같으며, 소경이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아서, 해탈을 멀리하고 열반의 문을 막으니, 지혜 있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버리려 하는데, 하물며 깨어 있을 때이겠는가?”
030_0642_b_23L菩薩言此五欲者譬如以羊擲置火中又如盲人墮於深坑違離解脫閉涅槃門有智之人乃至夢中尚離五欲況復覺時
애가 대답하였다.
“모든 하늘의 5욕(欲)이 수승하지 않은가요?”
030_0642_c_03L愛答言諸天五欲可不勝耶
보살이 말하였다.
“요술과 같고 꿈과 같으며, 손타라(孫陀羅)의 천녀가 단정한 것과 같으며, 해가 하늘에 오른 것 같아서 궁전과 음악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되, 복이 다하고 목숨을 마치면 도리어 지옥에 떨어지니, 어찌 속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030_0642_c_04L菩薩言亦如幻夢有孫陁羅天女端正如日乘天宮殿音樂自恣福盡命終還墮地獄豈非欺誑
애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만일 욕계(欲界)의 일을 싫어한다면 색계(色界)의 모든 하늘이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 색계는 선정(禪定)에 안주하여 모든 허물이 적습니다.”
030_0642_c_06L愛答言汝今若嫌欲界之事色界諸天豈非樂也彼色界中安止禪定少於過患
보살이 말하였다.
“그 색계의 괴로운 일을 내가 모두 안다.”
030_0642_c_09L菩薩言彼色界中苦患之事悉知之
애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어떻게 관찰하여 아십니까?”
愛答言汝今云何能觀察知
보살이 말하였다.
“비록 선정을 얻어서 범세(梵世)에 태어나나, 복이 다하고 목숨을 마치면 3악도(惡道)에 떨어지니, 비유컨대 뜨겁게 달군 쇠가 물을 뿌리면 도리어 차가워지는 것과 같이, 중생도 복이 엷어져서 바퀴 돌 듯하며 고통을 받으리라.”
030_0642_c_10L菩薩言雖得禪定生於梵世福盡命終墮三惡道譬如燒炙還冷水灑生薄福輪迴受苦
애가 대답하였다.
“그대의 견해로는 최상(最上)의 유정(有頂)도 그대의 마음에 천히 여기기를 잡초와 같이 하시겠습니다.”
030_0642_c_13L愛答言如汝所解最上有頂汝心鄙賤同於芻草
보살이 말하였다.
“무엇을 유정이라 하는가?”
030_0642_c_14L菩薩問言何名有頂
애가 대답하였다.
“네 가지의 무색계(無色界)를 유정이라 합니다.”
030_0642_c_15L愛答言四無色界名之有頂
보살이 말하였다.
“네 가지의 무색계에 어떠한 체상(體相)이 있는가?”
030_0642_c_16L菩薩問言四無色界有何體
애가 대답하였다.
“그 무색계의 모든 하늘은 수명이 8만 대겁(大劫)이나 됩니다.”
030_0642_c_17L愛答言彼無色中所有諸天能定壽命八萬大劫
보살이 말하였다.
“그 대겁이 다하면 다시 어떤 것을 받는가?”
030_0642_c_18L菩薩問言彼大劫盡更受何等
애가 대답하였다.
“8만 겁이 다하면 마쳤다고 합니다.”
030_0642_c_19L愛答言八萬劫盡名之爲
보살이 말하였다.
“오, 괴이하다. 욕계를 관찰하니 괴로움이 무량하고, 색계를 관찰하니 체성이 반드시 망가지고, 네 가지의 무색계에 이르러서도 죽음을 면치 못하니, 세계 안에는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으니 매우 불쌍한 일이구나.”
030_0642_c_20L菩薩言嗚呼怪哉觀於欲界苦惱無量觀察色界體性必壞至四無色不免於死世界之中樂少苦多甚可哀愍
애가 대답하였다.
“그대가 만일 나의 경계를 벗어난다면 다시 어느 곳에서 즐거움을 구하겠습니까?”
030_0642_c_23L愛答言汝今若欲出我境界復何處欲求於樂
030_0643_a_01L보살이 말하였다.
“너의 경계란 어디 있는가?”
030_0643_a_01L菩薩問言汝之境界爲在何處
애가 대답하였다.
“일체의 유위(有爲)는 나의 경계입니다.”
030_0643_a_02L愛答言一切有爲是我境界
보살이 말하였다.
“일체의 유위는 죽어야 자재하니, 이것이 너의 경계인가? 나는 지금 유위의 경계를 뛰어넘었으니 죽음이 이르지 못하며, 영원히 죽음을 여읜 곳이며, 사랑하는 것과의 이별과 미워하는 것과의 만남이 없는 곳이며, 생ㆍ노ㆍ병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가 없는 곳이며, 5음(陰)이 다한 곳이며, 5근(根)이 멸한 곳이며, 일체의 근이 쓸모가 없는 곳이며, 일체의 지혜로 감로를 뚫어내는 곳이니, 이러한 곳들을 어찌 너의 경계를 벗어났다고 말하지 못하겠는가?”
030_0643_a_03L菩薩言一切有爲死得自在是汝境界我今超過有爲境界死所不到永離死處無愛離別怨憎會處憂悲惱處五陰盡處五根滅一切諸根無所用處一切智讚出甘露處如此之處豈不名爲出汝境
애가 대답하였다.
“비수밀다라바타(毘輸蜜多羅婆吒)와 같은 무량한 선인이 모두 이러한 말을 했으나, 얻는 이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030_0643_a_09L愛聞是已大笑而言毘輸蜜多羅婆咤如是等無量大仙皆有是語未見得者
보살이 말하였다.
“그들은 비록 구하고자 하나 방편을 모른다.”
菩薩言彼雖欲求不知方便
애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지금 어떠한 방편이 있습니까?”
030_0643_a_11L愛答曰汝於今者有何方便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부터 중생을 속이는 일과 모든 교만을 버려야 한다.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뽑아 버리되, 마치 큰 코끼리가 작은 풀을 뽑는 것과 같이 하리라.”
030_0643_a_12L菩薩言汝今當捨誑惑衆生諸大憍慢我今拔汝譬如大象拔於小草
애가 대답하였다.
“훌륭합니다. 마음 큰 중생이시여. 나는 수(受)에게 의지하였으니 마땅히 먼저 수를 항복 받으십시오.”
030_0643_a_14L愛答言大心衆生我依於受應先取受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자세히 일체 존재의 삶을 관찰하니, 모두 괴로움의 체상(體相)을 두려워하고, 모든 근을 부지런히 움직여 즐거움을 구하였다. 즐거움이 자재하지 못하고, 남[他]으로 말미암아 즐거움이 있으니, 이는 거짓이며 잠깐 있는 법이다.
030_0643_a_15L薩言我今諦觀一切有生咸皆怖畏苦之體相諸根馳動悕求於樂樂不自在由他而有樂是詐僞暫有之法
무릇 어리석은 이들은 비록 자주 즐거움을 얻으나 뜻에 만족함이 없으니, 즐거움은 방일하게 되어 능히 모든 근(根)을 겁탈하고,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게 하여 범부에 빠지게 하니, 파리가 꿀에 빠진 것 같이 얻은 맛은 적고 잃은 것은 많다. 좋고 추한 것을 분별하지 않고 보는 대로 애착을 내니, 기름을 큰 불에 붓는 것 같아서 치성한 불꽃이 배나 더하는구나. 애(愛)는 잠깐 있어라. 내가 수(受)를 사로잡아다가 너까지 다스리겠다. 너와 수의 허물이 각각 같으면 마땅히 너도 죄를 주리라.”
030_0643_a_18L凡愚之人雖數得樂情無厭足樂爲放逸能劫諸根幻惑人心墜陷凡夫如蠅墮蜜得味甚寡所失甚多不別好醜見便生愛如以蘇油注於大火熾炎倍增愛且小住待我擒受乃當治汝汝之與受過各正等俱當罪汝
030_0643_b_01L“정반왕의 태자여, 그대가 비록 애써서 이 뜻을 갖고자 하나 나를 금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겁초(劫初)의 옛날에 황두(黃頭) 따위의 큰 선인이 있었으니, 좋은 때에 태어나서 수명이 8만 세며 도덕이 두터웠지만, 오히려 나를 이기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그대는 말세의 악한 때에 수명은 단축되어 백 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030_0643_b_01L愛答言淨飯王子汝雖自强欲有此意恐不禁我何以故往昔劫初有大仙人黃頭之等出於好時壽八萬歲道德深厚尚自不能虧損於我況汝末惡之世壽命短促不滿百年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악한 세상에 나왔는가?”
030_0643_b_06L菩薩我出惡世耶
애가 말하였다.
“진실로 악한 세상에 나왔습니다.”
愛言實出惡世
보살이 말하였다.
“오늘날 비록 번뇌가 치성하고 흐린 때에 태어났지만, 만일 너희들 무명의 문을 깨뜨리지 않으면 어떻게 대장부라 불리랴.”
030_0643_b_07L菩薩今日縱令煩惱熾盛出於濁時不破汝無明之門何得名之爲大丈夫
애가 말하였다.
“자기 자랑을 하지 마십시오.”
030_0643_b_09L愛言且止莫自歎譽
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때를 맞추어 말했는지라, 때에 어긋나는 말이 아니며, 옳은 때, 옳은 곳에서의 진실된 말이며, 뜻이 있는 말이다. 마치 해가 처음 돋을 때에 광명을 가리지 못하니, 큰 사람의 지혜도 숨기기 어려운 것이다.”
030_0643_b_10L菩薩言我稱時說而非不時是時是處是眞實說義而說如日初出光不可隱大人智光亦難隱蔽
애가 말하였다.
“그대의 뜻을 보건대 비록 용맹스러우나 아직 성공을 보지 못했습니다. 여러 번 스스로 칭찬하시니 구름과 번개가 이는 듯합니다. 큰비를 내려야 공작이 즐거워할 것입니다. 그대는 지금 다만 구름과 번개만을 일으키고 빗물을 보이지 않으십니다. 이러한 마른천둥이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내 짐작으로 그대를 요량하건대 그대는 허망한가 합니다.”
030_0643_b_13L愛復答言觀汝之志雖復勇進未見成功屢自稱讚如似雲雷降注大雨孔雀歡喜汝於今者但興雲雷未見雨水如此旱雷將何所益以意量汝恐汝無實
보살이 말하였다.
“지금 너에게 허망치 않은 일을 보이리라. 내가 무량한 겁에 쌓은 선행과 한 마음의 선정과 지혜의 날카로운 칼은 마땅히 너를 베는 데 쓰리라.”
030_0643_b_17L菩薩言今當示汝不虛妄事我於無量劫中所積善一心定意智慧利劍當用斬汝
애가 대답하였다.
“무엇이 끝나겠습니까?”
030_0643_b_19L答言何所卒
보살이 말하였다.
“지금 누가 나에게 요란한 인연이 되려 하여 이러한 노래 소리를 내며, 누구의 맺힘과 번뇌의 손으로 3유(有)의 거문고를 퉁겨, 일체의 첨곡한 중생을 미혹하게 하는가?”
030_0643_b_20L菩薩復言今誰爲我作擾亂因發此歌聲是誰結業煩惱之手觸三有琴惱惑一切諂曲衆生
애가 대답하였다.
“내가 정히 이러한 노래 부르는 이와 거문고 연주하는 이를 인도하고자 하였으니, 그가 나의 근본입니다. 나는 지금 그에게 부림을 당하고 있으며, 그에게 심부름을 해 줍니다.”
030_0643_b_22L我正欲導如此歌者欲鼓於琴我之本我於今者爲彼所作爲彼所使
030_0643_c_01L보살이 물었다.
“이 애가 바로 사랑인가?”
菩薩問言是愛耶
“그렇습니다.”
愛答言
보살이 말하였다.
“애는 가장 큰 불길이라, 능히 갖가지를 태우고 곳곳에 모두 두루하니, 즐거움에 애착하는 이는 모두 애(愛)에 떨어지고, 어리석은 이가 그 가운데 떨어지되, 개미가 불에 뛰어드는 듯하다.”
030_0643_c_02L菩薩愛最是大火能燒種種處處皆遍愛著樂者皆墮愛中嬰愚墮中如蛾赴火
“다 관찰하십시오.”
愛言盡觀察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알기에는 탐욕의 즐거움과 생사의 즐거움이 반드시 애에게 해를 입고, 맛있는 것을 즐기는 새와 짐승은 반드시 그물이 얽는다.”
030_0643_c_05L菩薩言我以知貪樂生死樂必爲愛所害嗜味諸鳥獸必爲網所覆
“그대는 진실히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능히 모든 어리석은 이로 하여금 유(有)의 즐거움에 탐착하게 하며, 뒷몸[後身]에 반드시 굳은 괴로움을 줍니다. 중생이 유의 즐거움을 탐내는 것은 나의 것이며, 내지 유정(有頂)에 태어났다가 다시 떨어지게도 합니다.”
030_0643_c_07L愛言汝實知之我實能使諸凡愚著於有樂後身必與堅䩕之苦衆生貪有樂是我之所乃至生有頂還復令墮落
보살이 말하였다.
“너는 망령된 말을 말라. 세간에서 극히 목마른 것은 사랑보다 더함이 없으니, 마치 짠물을 마시면 더욱 목이 마르는 것과 같이 유(有)의 짠물을 마시면 애만이 더한다.”
030_0643_c_10L菩薩言汝不妄說世閒極渴無過於愛如飮醎水踰增其渴飮有鹹水踰增其愛
“그대는 나를 죽이지 마시오.”
030_0643_c_12L愛言汝莫殺我
보살이 말하였다.
“너의 말은 비록 착하나 너의 마음은 악한 것을 품으니, 만일 너를 제거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안심하리오. 비록 그러나 너는 잠깐 기다리라. 내가 애를 항복 받으리라.”
030_0643_c_13L菩薩言汝言雖善常懷惡若不除汝我云何安雖復如此汝且小住待我取受
보살이 수(受)의 생기는 곳을 사유하고, 곧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용맹하여 겁내지 않고, 모든 시끄러움을 떠나 고요한 선정을 얻어 일체지(一切智)의 지위에 들어가 수를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래전부터 중생을 속여 왔다. 나는 모든 중생에게 청하지 않는 친구가 되려 하니, 너는 지금으로부터 다시는 요란한 일을 하지 말라.”
030_0643_c_15L菩薩思惟何由生卽自稟厲身心勇猛不懷怯去諸憒鬧得寂定足入一切智地卽便見受語於受言汝久遠來欺弄衆生而我爲諸衆生作不請親友從今已後更不復得作擾亂事
수(受)가 말하였다.
“내가 어떠한 요란한 일을 하였습니까?”
030_0643_c_20L受言我作何擾亂
보살이 말하였다.
“몸을 받은 이는 체성이 괴로움뿐인데, 거짓으로 즐거운 모습을 나타내어 어리석은 마음을 속이니, 비록 친한 듯하나 실은 큰 원수이다.”
030_0643_c_21L菩薩言有受身者體性是苦詐現樂相惑凡愚心雖現親善實是大怨
030_0644_a_01L수가 말하였다.
“실로 그러한 허물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중생이 오히려 나를 애착하되 마치 벌이 꽃을 찾아서 향기로운 맛을 탐내는 것과 같이 요란하기 끝이 없습니다.”
030_0643_c_23L受答言實有是過然諸衆生猶愛著我如蜂採花但貪香味擾亂不停
보살이 말하였다.
“너의 말이 진실하다. 사람들은 즐겁기 위하여 바다에 들어가서 갖가지의 어려움을 만나고, 즐거움 때문에 진중에 들어가 화살이 구름과 빗발과 같고, 칼과 창으로 서로서로 해치고, 즐거움을 위하는 까닭에 멀리 험한 길을 지나고, 넓은 벌판을 건너되 주리고 목마르고 어려움이 한 가지가 아니며, 즐거움을 위한 까닭에 모든 고행을 짓되 못에 뛰어들거나 불에 들거나 다섯 가지의 뜨거운 것으로 몸을 지지고, 가시덤불 위에 눕고, 스스로 굶으면서 음식을 끊고, 서까래를 얽어 자리를 삼고, 나무껍질과 풀로 옷을 삼고, 나무 열매와 채소를 먹으며, 즐거움을 위한 까닭에 모든 기계를 거들어 밭을 갈고, 재산을 늘리고, 집을 짓고, 의복을 짜거나 깁는다. 이러한 일들이 모두 즐거움을 위하는 까닭에 생기는 무량한 괴로움이다.”
030_0644_a_02L菩薩言汝言眞實如人爲樂入海遭種種難爲樂入陣箭如雲雨刀鉾劍槊更相傷害爲樂因緣遠涉嶮路曠野飢渴艱難非一爲樂因緣作諸苦行投淵赴火五熱炙身臥棘刺自餓斷食編椽而坐樹皮草衣果食菜爲樂因緣造諸器械耕田墾造作窟宅衣服織作如是等事皆爲樂故生無量苦
수가 말하였다.
“사실입니다. 나는 능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즐거움의 인연을 위하여 무량한 고통을 받게 합니다. 나는 극히 가볍게 들떠서 잠시도 머무르지 않지만 중생들은 즐거움을 받는 일에 탐착하여서 나를 항상하다 합니다.”
030_0644_a_10L受言實爾而我能令一切衆生爲樂因緣受無量苦極輕躁無暫停時然諸衆生耽著受謂我常爾
보살이 말하였다.
“일체 중생은 참으로 불쌍하다. 생각마다 너에게 목이 마르고 미혹되지만, 중생들은 어리석어서 너에게 교란되고 괴로워하는구나.”
030_0644_a_13L菩薩言一切衆生甚可悲愍念念常爲汝所渴惑而衆生愚闇爲汝擾惱
수가 말하였다.
“나의 허물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다시 여러 가지 허물이 있어 곱이거나 이보다 많으니, 비롯함이 없는 때로부터 운동하고 흘러 다니며, 일체 중생들은 항상 나를 받아들이고 삼키되 싫어할 줄 몰랐습니다. 마치 기름을 불에 부은 것 같이 족한 줄을 모르니, 이는 모두가 나를 즐기고 애착한 까닭이며, 능히 나의 허물을 보는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030_0644_a_15L受言我之過患不但齊更有諸愆倍過於此從無始界來運動流轉一切有生之類恒呑受無有厭足如油投火火不知足是皆樂著我無有能見我之過咎者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오늘 애와 수를 높은 소리로 크게 불러, 지혜의 칼을 빼고 베려 하노라.”
030_0644_a_19L菩薩我於今日愛怨賊邊高聲大喚拔智慧劍臨欲斬之
수가 말하였다.
“그대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렇지만 나의 허물은 아닙니다.”
030_0644_a_21L愛言由汝非我已
보살이 말하였다.
“너의 말을 살보니 마땅히 너를 베어야겠다. 네가 만일 없으면 애도 없을 것이다.”
030_0644_a_22L審如彼言今當斬汝若汝無者愛則不有
수가 말하였다.
“나는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촉(觸)에게 부림을 당하고 있으니, 그대가 나를 해치더라도 그대에게 이익이 없을 것입니다.”
030_0644_a_23L受言我不自在爲觸所使雖害我於汝無利
030_0644_b_01L보살이 곧 그를 놓고 지혜의 손으로 촉을 붙잡고 그에게 말하였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기에 일체 중생의 괴로움을 내는가? 수(受)가 너를 인하여 생겨서 생사의 다리가 이내 자라나서 열반의 문을 닫는구나.”
030_0644_b_01L菩薩卽時解其次以智慧手而摩於觸而語觸言名何等生於一切衆生之苦受因汝生死腳足便得增長閉涅槃門
촉이 말하였다.
“능히 수를 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까닭은 세 가지의 인연으로 촉이 생기니, 마치 불을 켜려 할 때에 사람의 힘과 부싯돌[鑽]과 부싯깃[燧]의 세 가지가 화합하여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이, 나도 그러합니다. 안(眼)과 식(識)과 연(緣)6)의 세 가지가 화합하여야 촉이 있게 되고, 촉의 인연을 말미암아 수가 납니다. 만일 6입(入)이 없으면, 내가 무엇에서 나올 수 있겠습니까?”
030_0644_b_04L能生受者此事實爾緣以三事因緣觸乃得生猶如鑽火人功鑽三事和合得出於火我亦如是有眼緣三事和合而有觸生由觸因緣得生於受若無六入我何從生
보살이 말하였다.
“네 말이 옳다. 세 가지의 인연을 여의면 촉이 없을 것이며, 촉을 내는 무리로는 6근(根)이 가장 가까우리라. 촉이여, 너는 잠시 있어라. 꼭 6근을 붙들어다가 너와 함께 벌을 주리라.”
030_0644_b_09L菩薩言汝爲實語離三因緣則無有觸生觸之流六根最近爾且住須取六根與爾同罪
그때 보살이 촉의 모습을 체득하여 알고 다음으로 6근을 추궁하였다.
“이 6근의 색(色)은 제비의 둥지와 같고, 또한 물거품과 같으며, 처음 생기는 종기와도 같으니, 오래지 않아 곧 터질 것이다. 무슨 강한 힘이 있기에 높은 체함이 이러한가?”
030_0644_b_12L菩薩爾時體解觸相次推六根此六根者色如燕樔亦如水泡又如初生癰不久當潰有何强力自高乃爾
6입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六入言何故作如是語
보살이 말하였다.
“네가 있는 까닭에 촉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본래 아무 일도 없는데 그릇 되게 반연을 내고, 일체의 괴로움을 내는구나. 나는 다만 다툼을 끊으려 할 뿐인데, 어찌 너와 더불어 입씨름을 하겠는가?”
030_0644_b_15L菩薩由有汝故與觸作力旣自無事撗生攀緣生一切苦我斷諍訟豈與汝
“나의 허물은 적으며, 다만 촉을 내었을 뿐입니다.”
六入言我過輕微但能生觸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촉의 근원이 너에게서 생겼음을 관찰하였다. 6입이란 무량한 괴로움의 큰 굴택(窟宅)이니, 너는 항상 미친 듯이 방일하고, 한번도 고요히 안정하지 않았으니, 뜻은 가벼이 날뛰어 길들지 않고, 반연하는 곳에는 싫어할 줄 모르는구나. 6근은 어리석어서 여섯 가지의 감촉을 탐내고, 여러 가지의 6진(塵)을 구하는구나.”
030_0644_b_18L菩薩我今觀觸根原由汝六入者無量苦惱之大窟宅汝恒狂逸不曾寂定恒輕躁不嘗調順所可攀緣不知厭足六根嬰愚貪嗜六觸求諸六塵
030_0644_c_01L“마음이 크신 중생이시여, 그대가 나를 항복시키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명색(名色)을 조복하시고, 그대가 애써서 나를 막으려 한다면 반드시 먼저 명색을 막으십시오.”
030_0644_b_22L六入言大心衆生汝欲伏我應當在前調伏名色汝若勤苦欲遮於我遮名色
無明羅剎集卷中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6)근(根)과 경(境)과 식(識)의 세 가지가 화합하여 촉(觸)을 내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