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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홍명집 제29권 - 033_0636_c_01L廣弘明集統歸篇序卷二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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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석도선 지음
이한정 번역 - 033_0636_c_02L大唐西明寺沙門釋道宣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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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통귀편(統歸篇)①
- 서문
‘광홍명(廣弘明)’이란 정법의 그물로 널리 보살펴서 유식(有識)을 밝게 열어 준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아홉 편은 시절에 따라 펼치고 드러내어 이치의 길을 살핀 것으로 그 연(緣)을 대체로 다하였다 하겠다. 그러나 목적하던 바를 상세히 갖춰서 개진하지 못하였으니, 칭송하는 소리를 어디에 의탁하겠는가?
그래서 차례대로 편집하여 가깝고 먼 곳을 은근히 비춘다. 법왕(法王)이 우내(寓內)를 다스리면서 그 시원을 노래할 때 범왕(梵王)과 천주(天主)와 성문(聲聞)과 보살(菩薩)을 모두 게송으로 찬탄하여 그윽한 마음을 드러내었다. 경전 가운데 보고 듣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다. 동하(東夏)의 국왕과 대신들이 이러한 갈래에 미혹되지 않고 법을 본받고, 황제는 덕망이 있고 나라는 풍요로워 이를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 성정(性情)을 기술하여 보내고자 「통귀편(統歸篇)」으로 어지러움을 모두 거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진(晋)나라와 송(宋)나라 이래로 수백여 가(家)를 모두 모으되, 불문(佛門)에 미더움이 중한 것은 대략적인 덕음으로 진술하였다. 널리 수집하려 했으나 백 가지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으나, 이에 몇 가지 조항이라도 나열하고 티끌을 가지고서 널리 보이고자 한다. - 033_0636_c_03L廣弘明者,言其弘護法網,開明於有識也。自上九篇,隨時布現,籌度理路,其緣頗悉。然於志之所之,未備詳睹。如不陳列,頌聲何寄?故次編之,殷鑑遐邇。且法王御宇哥頌厥初,梵王天主、聲聞、菩薩,咸資偈贊用暢幽誠,無經不有彰于視聽。東夏王臣斯途不惑擬倫,帝德國美無不稱焉。所以寫送性情,統歸摠亂,在于斯矣。然晉宋已來,諸集數百餘家,信重佛門,俱陳聲略。至於捃拾百無一在。且列數條,用塵博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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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홍명집』 「통귀편(統歸篇)」의 목록 - 梁代弘明集統歸篇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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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우(釋僧祐) 「홍명론(弘明論)」
석지정(釋智靜) 「격마문(檄魔文)」
석보림(釋寶林) 「파마로포(破魔露布)」 - 033_0636_c_15L釋僧祐弘明論 釋智靜檄魔文釋寶林破魔露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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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광홍명집』 「통귀편」의 목록 - 033_0636_c_17L唐廣弘明集統歸篇第十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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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37_a_02L양(梁) 고조(高祖) 「정업부(淨業賦)」
양 고조 「효사부(孝思賦)」
양 선제(宣帝) 「유칠산사부(遊七山寺賦)」
양 왕석(王錫) 「숙산사부(宿山寺賦)」
위(魏) 고윤(高允) 「녹원부(鹿苑賦)」
위 이우(李顒) 「대승부(大乘賦)」
양 선성(仙城) 「석혜명상현부(釋慧命詳玄賦)」
양 소자운(蕭子雲) 「현포원강부(玄圃苑講賦)」
석진관(釋眞觀) 「몽부(夢賦)」
양 강엄(江淹) 「상약자부(傷弱子賦)」, 「무위론(無爲論)」, 「벌마조병서격문(伐魔詔幷書檄文)」과 마답(魔答)
당 행우(行友) 「주평심로포(奏平心露布)」1)
진(晋) 지도림(支道林) 「찬불시(讚佛詩)」 8수
진 지둔(支遁) 「영회대덕선사산거시(詠懷大德禪思山居詩)」 10수
진 석혜원(釋慧遠) 「염불삼매시서(念佛三昧詩序)」와 「불보살찬(佛菩薩讚)」
진 왕제지(王齊之) 「염불삼매시(念佛三昧時)」
제(齊) 왕원장(王元長) 「법락사(法樂辭)」 12장
양 무제(武帝) 「삼교시(三敎詩)」
양 소명 태자(昭明太子) 「개선사법회시(開善寺法會詩)」
양 간문제(簡文帝) 「망동태사부도시(望同泰寺浮圖詩)」와 화답시 5수
간문제(簡文帝) 「영오음식문(詠五陰識文)」
양효도(梁孝綽) 「백론사죄복시(百論捨罪福詩)」
양(梁) 간문제(簡文帝) 「몽화림원계시(夢華林園戒詩)」
양 소명 태자 「강걸부삼십운시(講訖賦三十韻詩)」
양 간문제 「예참직소시(預懺直疏詩)」
양 간문제 「출흥업사강시(出興業寺講詩)」
양 원제(元帝) 「화오명집시(和五明集詩)」
양 소명 태자 「종산해강제인화시(鐘山解講諸人和詩)」
양 황태자 「팔관야술유사성문시(八關夜述遊四城門詩)」와 화답시
양 간문제 「유광택사시(遊光宅寺詩)」
양 간문제 「피유술지시(被幽述志詩)」 4수
양 심은후(沈隱侯) 「임종유상표(臨終遺上表)」
송(宋) 사령운(謝靈運) 「임종시(臨終詩)」
진(陳) 사문 석지개(釋智愷) 「임종시(臨終詩)」
진 하처사(何處士) 「유산사병잡시(遊山寺幷雜詩)」 4수
진 요찰(姚察) 유명경사(遊明慶寺) 「창연회고(悵然懷古)」
진 강총(江總) 「유섭산사시(遊攝山寺詩)」 서문과 시 10수
진 강영(江令) 「유무굴산사시(遺武窟山寺詩)」
북제(北齊) 노사도(盧思道) 「종가대자조사시(從駕大慈照寺時)」와 서문
진 장군조(張君祖) 「잡시(雜詩)」, 「찬(贊)」
주(周) 석망명(釋亡名) 「오고시(五苦詩)」 6수」
수(隋) 양제(煬帝) 「유방산영암사시(遊方山靈巖寺詩)」
수 양제 「승루망춘등시(升樓望春燈詩)」
수 왕주(王冑) 「술정명시(述淨名詩)」
수 설도형(薛道衡) 「입봉림사시(入鳳林寺詩)」
당(唐) 문제(文帝) 「모동과사(暮冬過寺)」
당 선 법사(宣法師) 「유동산심수담이법사(遊東山尋殊曇二法師)」 - 033_0636_c_18L梁高祖淨業賦 梁高祖孝思賦梁宣帝遊七山寺賦梁王錫宿山寺賦魏高允鹿菀賦 魏李顒大乘賦梁仙城釋慧命詳玄賦梁蕭子雲玄圃菀講賦夢賦釋眞觀 梁江淹傷弱子賦無爲論 伐魔詔幷書撽文幷魔答 奏平心露布唐蒲州普救寺沙門行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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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업부(淨業賦)와 서문 양무제(梁武帝) - 033_0637_a_06L淨業賦 幷序 梁武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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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37_b_02L어려서 산수(山水)를 사랑하고 구학(丘壑:속세를 떠난 곳)을 즐겼으나, 몸이 속세의 기반[俗羈]에 매여서 평소의 뜻을 펴지 못하였는지라, 행동은 홀로 가는 것과 달랐고 마음은 멋대로 맡겨 두는 것과 달랐다. 보위(寶位)에 올라서 재주 없이 왕업(王業)에 종사하나, 당면한 시대에 변고가 많아서 세상 일이 매우 어려웠다.
이융(夷戎)을 정벌하느라 태평한 세월이 조금도 없었기에, 위로는 정치가 어지럽고 사나웠으며 아래로는 간악함과 혼란이 일어났다. 군자의 도는 사라지고 소인의 도만 길러지니, 임금의 칼로 매충아(梅虫兒)ㆍ여법진(茹法珍)2)ㆍ유영운(兪靈韻)ㆍ풍용지(豊勇之)를 처단하였으니, 이 같은 많은 무리들은 바로 지공(誌公)이 말씀하신 ‘난리만 피우는 자’들이리라.
‘지공’은 바로 사문 보지(寶誌:保誌) 스님이신데, 형색이 정처 없어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일정한 장소가 없었다. 이때에 소소한 무리들이 그 신비한 이적을 의심하여 화림(華林)의 외합(外閤)에 가두어 놓자, 스님이 책망하시며 ‘난리만 피우는 자’들이라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그들은 제각기 권세를 잡고서 사람마다 호령하였는데, 위엄과 복덕을 마음대로 하고 죽이고 살리는 일을 말 한마디로 결정하였다.
충신은 머리를 잘리는 피해를 입고 공신(功臣)은 무고한 주살(誅殺)만 당하였다. 복색은 같은데 생각은 달라 사방으로 치달리며 모두 ‘황제’나 ‘주군’으로 일컬으니, 사람들이 ‘존극(尊極)’이라 말하였다. 괴이한 거짓으로 중인(衆人)의 마음을 어지럽혔는데, 출입하여 멋대로 노니는 것[盤遊]3)을 아침저녁으로 잊지 않았으니, 경읍(京邑)을 약탈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무명옷을 입은 이는 길가에 쓰러져 숨이 다하고, 아이는 울음조차 울 틈이 없었으며, 달이 찬 임산부는 길가에서 해산하는데 어미가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하였으니, 백성이 두려움에 떠는 것이 마치 산 뿌리가 무너지듯 하였다.
장사(長沙)의 선무왕(宣武王)4)이 나라에 큰 공이 있었으나, 예의상의 보답은 없고 재앙만 엄습하였다. 조카들조차도 환난을 당하게 되자, 마침내 환신(桓神)과 두백부(杜伯符) 등의 예닐곱 관리를 옹주로 파견하였다. 이에 여러 군사들이 해치고자 하는 생각을 드러냈으나,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아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유산양(劉山陽)을 파견하였으나 확실히 잡혀버렸다. 여기서 장사(莊士)가 호랑이 밥이 되고, 갑옷과 창이 날카로우며 임금과 아비조차도 헤아림이 없는 것을 분명히 보고서는 몸을 묶고서 죽이고자 하였다.
이 같은 횡포가 몇몇 소소한 무리로부터 자행되었으나 두려운 억압에 세 번이나 빠져도 위로하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간사한 일이 일어남에 있어서랴! 만약 잠자코 죽음만을 기다린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리라.
이윽고 산양은 형주(荊州)에 이르러 소영(蕭穎)이 장악하게 되었는데, 바로 역마를 보내어 옹주(雍州)까지 길을 터놓았다. 이에 혁연씨(赫然氏)가 군령으로 단아한 깃발을 곧게 세우니, 사방이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메아리 울리듯 하였다.
제(齊) 나라 영원(永元) 2년(500) 정월에 양양(襄陽)에서 발행(發行)하자, 의용군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뱃전마다 장정들로 가득하였다. 경릉태수(竟陵太守) 조종(曹宗)과 마군(馬軍) 주은창(主殷昌)들이 각각 기병과 보병(步兵)을 거느리고 언덕을 끼고서 장군을 맞이하였는데, 파도가 근 40여 리나 역류하면서 짐(朕)이 타고 있는 방주에 이르러 그쳤다. 한 쌍의 백어(白魚)가 탑전으로 뛰어올랐으니, 의로움이 맹진(孟津)5)과 같고 일이 명부(冥符)의 감응에 부합하였다.
구름이 하늘을 요동시키며 움직이고 우레와 벽력이 바람을 휘몰아치듯이 영성(郢城)을 평정하고 강주(江州)를 항복받았다. 잠시 어떤 군사라도 그 기세를 바라보면 바로 물러나 달아났으니, 신정(新亭)의 이거사(李居士)도 머리를 조아리고 투항하였다. 독부(獨夫)6)가 제거되고 나니, 만백성이 소생하여 숨을 돌리게 되어 바로 그 뜻을 원림(園林)으로 돌이키고 마음을 초목과 연못에 두었다. 아래로 민심을 가까이하고 위로 천명을 두려워하니, 일을 그만둘 수 없었지만 마침내 대보(大寶)를 간직하게 되었다.
깊은 못에 임한 듯이 하고 엷은 얼음장을 밟듯이 하면서,7) 보위(寶位)를 피하여 유능한 이를 기다리고 싶었으나 계속 사양하면 반드시 다시 고기가 썩게 될 것이니, 그 몸이 죽어서 이름만 더럽힐 뿐만 아니라 유계(幽界)와 현계(顯界)에 누만 될 것이다. 이에 시를 지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밤낮으로 하염없이 궁리하는데도
돌고 도는 운수 이미 다하였네.
이를 다하면 속세를 여의려나
이를 떠나도 분명 끝나지 않으리니
병풍을 등지고 조정에 임하고서
면류관 쓴 채로 사해(四海)를 거느리니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힘써서
저녁까지 두렵게 조심하네.
썩은 밧줄로 6마(馬)를 몰아가도
이것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세간에서 평론하는 이는 짐이 그것을 탕(湯)왕과 무(武)왕을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짐은 탕왕과 무왕에 비길 수 없으며, 탕왕과 무왕도 짐에 비길 수 없다. 탕왕과 무왕은 성인이시고 짐은 한낱 범부일 뿐이니, 이로써 탕왕과 무왕을 비길 수 없다.
참으로 탕왕과 무왕은 군신(君臣)의 의리를 끊지 않고도 남소(南巢)와 백기의 일을 행하였다.8) 그러나 짐은 군신의 의리를 끊고서 나중에 독부를 평정하여 천하를 위해 화근을 없앴습니다. 이것은 방법이 다르므로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짐이 포의(布衣:庶人)였던 시절에 오로지 예의(禮義)만 알고 신의(信義)를 알지 못했다. 중생을 삶아서 손님을 대접하며 매사에 육식만 즐겨서 채소 맛을 알지 못하면서 임금의 지위에 이르러 천하를 크게 소유하였다. 먼 곳의 진미(珍味)를 조공하는 일이 그치지 않았으니, 해내(海內)의 진기한 먹거리조차 이르지 않은 것이 없어서 방장의 성찬이 눈앞에 가득하고 백미(百味)가 도마에 올려졌으니, 이에 음식을 먹으려 할 때 몸을 사양하면서 밥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여름에 시원케 하고 겨울에 따스하게 하며 아침저녁으로 보양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니, 무슨 마음으로 홀로 이 같은 좋은 음식을 맛보겠는가? 이로써 채식만 하고 어육(魚肉)을 입에 대지 않았으니, 비록 안으로는 그렇게 하더라도 밖에서 알지 못하게 하느라, 군신(君臣)을 접대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맛난 음식을 차려 놓았다. 채식이 습관이 되지 못하여 몸이 마르고 누렇게 되어서, 조정 대신 가운데 점차로 이 같은 일을 아는 이가 늘어났다.
사비(謝朏)9)와 공언영(孔彦穎) 등이 소찬을 풀라고 누차 권유하여 충간을 지극히 하였으나 짐의 뜻을 헤아리지는 못하였다. 이에 짐이 다시 생각하기를, 천하의 근본이 예전의 뜻에 있지 않다고 여겼다.
두서(杜恕)10)가 “가슴을 도려내어 땅에 내치더라도 단지 몇 조각 살점을 뿐이다”고 말하였으니, 의지할 것은 군자들을 밝게 통달하여 그 본심을 진실하게 하는 것이니, 누가 천하를 탐하지 않고 있음을 알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오직 다른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마땅히 행하는 사람만이 세상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게 할 수 있을 것이며, 다시 첩실(妾室)마저 끊고 비빈(妃嬪)과 시녀들과 같이 살지 않은지가 40여 년째이다. 요즈음 사지가 약간 불편하여, 상서성의 스승 유징지(劉澄之)에게 요보리(姚菩提)의 병세를 물었다. 그래서 유징지가 “내가 이 음식이 너무도 지나치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유징지에게 “내가 포의로써 기름진 것으로 입맛을 충족하였다”고 답하고자 한다.
유징지가 말하기를, “속관이 예전에 매일 먹던 것을 어찌 요즘에도 매일 먹습니까?”라고 말하자, 요보리가 웃으며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오로지 보리(菩提)만 관급(官給)의 첩실이 지나치게 많아 그렇게 되었음을 압니다. 지금까지 어육을 입에 대지 않은 지 오래된 데다, 다시 첩실마저 끊은 것도 지혜로써 잠시도 늦출 수가 없어서이지, 그 쓰임새를 치우쳐서 화려하게 하려는 바가 아니다”고 말하였다. 유징지가 잠자코 있으면서 다시 캐묻지 않는 것이 얼마간 납득한 듯싶었다.
유징지는 술을 입에 대고 요보리는 약을 대놓고 먹는데 먹을수록 병이 더 심해졌으니, 이로써 그 효험 없음을 알고는 다시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하여 병이 있어도 항상 스스로 처방을 하면서 다시는 의약을 복용치 않은 것이 이미 40여 년째이다.
본디 정진하지는 못하였으나 중생의 살점을 입에 대지 않고서 살생을 피하였는지라, 업장이 다하여 내신(內身)을 다스리지 못했으나 악업의 업장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 같은 두 가지 장애를 없애고서야 의식이 다소나마 밝아져서 내외의 경서를 읽으면 바로 이해하여 깨달았다.
이때 이후로 비로소 귀의할 바를 알게 되었다. 『예기』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고요한 것은 하늘의 본성이고, 사물에 감응하여 움직이는 것은 성으로부터 나온 욕(欲)이다”11)라고 하였다. 움직이게 되면 마음은 더러워지고, 고요하면 마음이 깨끗하다. 내부의 움직임이 멈추면 내부의 마음 또한 밝아서 비로소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근심과 얽매임이 생겨날 까닭이 없다. 이에 「정업부(淨業賦)」를 지어 말할 뿐이다.
사람이 타고난 천성을 보건대
오묘한 기운 싸고서 맑고 고요하다.
외물(外物)에 감하여 욕심 동하니
마음이 이끌려 허물을 이룬다.
허물은 늘 바깥의 먼지에서 나오고
얽매임은 눈앞의 대상에 말미암는다.
빈 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와도 같고
형체 따라 생기는 그림자와도 같다.
탐내는 마음 품어 그칠 줄 모르니
속마음 따라서 멋대로 달리고
눈은 색깔에 따라 바뀌고
눈길이 모양 따라 옮겨진다.
오색 빛깔의 누렇고 검은 것을 보고자
7보(寶)12)를 쥐고 펴면서 감상하는데
깊숙한 화려함을 드러내고
어여쁜 용모에 취한다.
잠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버리지 못하고
밤낮으로 감상하느라 피곤한 줄도 모르니
꽃술 따다가 누룩 담듯이 하고
준마에 재갈 물리듯 한다.
밝은 태양이 하늘에 빛나듯이
세월 지나도 이지러지지 않는다.
귀가 소리 즐기는 것을 보니
이 또한 나는 새 둥지에 깃들듯 한다.
사죽(絲竹)의 악기를 가지고 노니니
번성한 것이 다섯 가지 소리로 모이고
주야를 이어서 끊어지지 않고
네 계절을 거쳐 이어진다.
어지러운 감정과 미혹된 생각이 있어도
귀를 태워서 마음을 연기로 감싸고
향기가 피어오르게 되면
코에 닿아 감각을 발하리라.
늦은 밤 그 내음 따르니
향기가 다함이 없고
난초 꽃 분 내음이 날아드는데
새의 두 날개와 같다.
갈증은 독이라도 마실 정도이고,
가시로 찌르는 듯이 추우니
세 치 혓바닥으로 맛을 알고
온갖 진구(塵垢)도 보존하지 못하네.
쓰고 짜고 신 것이
입에 달지 않은 것이 없으니
중생을 잡아먹어 학대하는 것이
달리거나 나는 데까지 이른다.
대낮도 부족하다고
긴 밤새우며 술 마시니
밝은 행실 거스르고 어지럽혀도
허물 깊은 줄 모른다.
몸뚱이 촉감 좋은 것
스스로 편안히 기뻐하고
예쁜 눈을 맑게 드러내고
애교 있게 미소짓네.
가는 허리 섬섬옥수에
가냘픈 몸매에 풍만한 살결
몸을 향기롭고 깨끗이 하니
촉감이 백옥처럼 보드랍네.
미친 마음에 미혹되어
뒤집힌 생각으로 스스로를 속이니
의식(意識)에 반연해서
혼란스러운 생각은 가없구나.
착한 생각은 품지도 못하니
모두가 죄악만 일으키는 올가미이네.
이러한 6진(塵)은
모두 같이 선도(善道)를 방해한다.
자주색이 붉은색 빼앗는 일13)은
바람에 풀잎 눕듯이 하고
미혹만 싸안고 태어나
그와 함께 늙어간다.
무명을 쫓아 따르자니
번뇌 아닌 것 없는데
화택(火宅)을 윤회하면서
고해(苦海)로 빠져든다.
긴긴밤 집착[執固]에만 매여서
끝내 고칠 수가 없으니,
둔괘(屯卦)와 비괘(否卦)14)가 연잇고
재앙이 번갈아 잇따른다.
안으로 잘못된 믿음만 품고
밖으로는 잘못된 귀신만 섬기니
헛되게 다니다 목숨만 잃고
실다움 내치다 횡액으로 죽는다.
허망하게 살면서도 천우신조로
커다란 복 받으니
앞바퀴는 굴대가 부러지고
뒷 수레는 길에서 전복되네.
재앙이 국가에 미쳐서
몸은 망치고 사직(社稷)은 끊어지니
처음부터 스스로 반성하여
자기를 문책하지 못한다.
황천(皇天)은 특별히 가까이하는 사람 없이
착한 이만 도우니15)
밖으로는 눈앞의 대상을 맑게 하고
안으로는 마음의 때를 깨끗이 하네.
물듦도 취함도
애착도 노여움도 없어져서
옥처럼 윤택하고
대나무처럼 고르다.
부용꽃 연못에 피듯이 하며
난초가 새봄에 피어나듯 하니
진흙도 그 바탕 더럽히지 못하고
어둠도 그 참다움 가리지 못한다.
안개가 모여 구슬같이 흐르고
빛나는 바람 불어와 향기 퍼지니
선업(善業)을 쌓으며 세월 보내고
행동을 밝히는 것이 날로 새롭다.
늘 유덕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늘 도있는 사람과 이웃이 되니
청정한 업에 따른 좋은 결과를 보면
불살생(不殺生)이 원인이 되네.
악욕(惡慾)을 여의고 스스로를 닦으니
정신에 아무런 장애 없고
환루(患累)가 없어지니
업장 또한 깨끗하다.
오랫동안 물을 맑히고
거울을 새로 닦은 것 같아서
밖으로는 만상을 비추고
안으로는 온갖 병통을 살핀다.
객진(客塵)의 번뇌 없애고
자성(自性)을 돌이키니
3도(途)를 길이 벗어나고
8난(難)을 영원히 소멸한다.
지선(至善)을 닦아 머물러서16)
선행에 티가 없으니
청정한 하나의 도리에
다른 갈래가 없어라.
오직 철인만이
흉금을 펼쳐 보일지니
돌을 물에 던지듯이
마음에 거슬림 없구나.
마음 정갈하기가 얼음같이 맑고
뜻은 고결하기가 백설같이 흰데
누업(累業)에 매인 것 제거하고 나니
근심과 두려움 함께 없어진다.
애착을 길이 벗어나고
생사를 돌아다보며 이별하며
지금 빼어난 이 적음을 보고
후세의 뛰어난 아이를 상상한다.
형옥(荊玉:荊山의 박옥)을 품어 쪼개지 않고
신령한 기틀 그 몸에 숨기며
성행(聖行)을 닦아서 그치지 않으니
진실한 선을 쌓음이 무궁하구나.
영겁에 아름다운 이름 드러내고
만대에 시원한 교화를 퍼뜨릴진대
어찌 강자를 누른다고 용기 있다 하리오
도가 뛰어나야 영웅이 된다네. - 033_0637_a_07L少愛山水,有懷丘壑,身羈俗羅,不獲遂志,舛獨往之行,乖任縱之心,因爾登庸,以從王事。屬時多故,世路屯蹇,有事戎旅,略無寧歲。上政昏虐,下豎奸亂,君子道消,小人道長。御力應勅梅虫兒茹,法珍兪靈韻豐勇之。如是等多輩,誌公所謂亂戴頭者也。誌公者是沙門寶誌,形服不定,示見無方。于時,群小疑其神異,乃羈之華林外閤。公亦怒而言曰:‘亂戴頭,亂戴頭。’各執權軸,人出號令,威福自由,生殺在口,忠良被屠䤋之害,功臣受無辜之誅。服色齊同,分頭各驅,皆稱帝主,人云尊極。用其詭詐,疑亂衆心,出入盤遊,無忘昏曉。屛除京邑,不脫日夜,屬纊者絕氣道傍。子不遑哭,臨月者行產路側,母不及抱,百姓懍懍,如崩厥角。長沙宣武王有大功於國,禮報無報酷害奄及。至於弟姪亦罹其禍,遂復遣桓神與杜伯符等六七輕使,以至雍州,就諸軍師,欲見謀害。衆心不與故事無成,後遣劉山陽,灼然見取,壯士貙虎,器甲精銳,君親無校,便欲束身待戮。此之撗暴出自群小,畏壓溺三不弔,況復奸豎乎?若默然就死,爲天下笑!俄而山陽至荊州,爲蕭穎冑所執,卽遣馬驛,傳道至雍州。乃赫然大號,建牙豎旗,四方同心,如響應聲。以齊永元二年正月,發自襄陽,義勇如雲,舳艫翳漢。竟陵太守曹宗馬軍主殷昌等,各領騎步,夾岸迎候。波浪逆流亦四十里,至朕所乘舫乃止。有雙白魚跳入䑽前,義等孟津事符冥應。雲動天行,雷震風馳,郢城剋定,江州降款。姑孰甲冑,望風退散,新亭李居士稽首歸降。獨夫旣除,蒼生蘇息,便欲歸志園林,任情草澤,下逼民心,上畏天命,事不獲已,遂膺大寶。如臨深淵,如履薄冰,猶欲避位,以俟能者。若其遜讓,必復魚潰,非直身死名辱,亦負累幽顯。乃作詩曰:‘日夜常思惟,循環亦已窮,終之或得離,離之必不終。’負扆臨朝,冕旒四海,昧旦乾乾,夕惕若厲,朽索御六馬方此非譬。世論者以朕方之湯武,然朕不得以比湯武,湯武亦不得以比朕。湯武是聖人,朕是凡人。此不得以比湯武,但湯武君臣義未絕,而有南巢白旗之事,朕君臣義已絕,然後掃定獨夫,爲天下除患。以是二途故不得相比。朕布衣之時,唯知禮義,不知信向。烹宰衆生,以接賓客,隨物肉食,不識菜味。及至南面,富有天下,遠方珍羞,貢獻相繼,海內異食,莫不必至,方丈滿前,百味盈俎,乃方食輟筯,對案流泣,恨不得以及溫淸朝夕供養。何心獨甘此膳?因爾蔬食,不噉魚肉,雖自內行,不使外知。至於禮宴群臣,肴膳按常,菜食未習,體過黃羸,朝中班班始有知者,謝朏、孔彦穎等,屢勸解素。乃是忠至,未達朕心。朕又自念:有天下,本非宿志。杜恕有云:‘刳心擲地,數片肉耳。’所賴明達,君子亮其本心,誰知我不貪天下?唯當行人所不能行者,令天下有以知我心復斷房室,不與嬪侍同屋而處,四十餘年矣。于時四體小惡,問上省師劉澄之姚菩提疾候,所以劉澄之云:‘澄之知是飮食過所致。’答劉澄之云:‘我是布衣,甘肥恣口。’劉澄之云:‘官昔日食,那得及今日食?’姚菩提含笑搖頭云:‘唯菩提知官房室過多所以致。爾于時久不食魚肉,亦斷房室,以其智非和緩,術無扁華。’默然不言,不復詰問,猶令爲治,劉澄之處酒,姚菩提處丸。服之病逾增甚,以其無所知,故不復服。因爾有疾,常自爲方,不服醫藥,亦四十餘年矣。本非精進,旣不食衆生,無復殺害,障旣不御內,無復欲惡障,除此二障意識稍明,內外經書讀便解悟。從是以來始知歸向。禮云:‘人生而靜天之性也,感物而動性之欲也。’有動則心垢,有靜則心淨。外動旣止,內心亦明。始自覺悟,患累無所由生也。乃作淨業賦,云爾:觀人生之天性,抱妙氣而淸靜,感外物以動欲,心攀緣而成眚。過恒發於外塵,累必由於前境,若空谷之應聲,似遊形之有影。懷貪心而不厭,縱內意而自騁。目隨色而變易,眼逐貌而轉移。觀五色之玄黃,翫七寶之陸離。著華麗之窈窕,耽冶容之逶迤,在寢興而不捨,亦日夜而忘疲。如英媒之在摘,若駿馬之帶羈,類白日之麗天,乃歷年之不虧。觀耳識之愛聲,亦如飛鳥之歸林,旣流連於絲竹,亦繁會於五音。經昏明而不絕,歷四時而相尋,或亂情而惑慮,亦惂耳而堙心。至如香氣馞起,觸鼻發識,晼晩追隨氤氳無極,蘭麝夾飛如鳥二翼,若渴飮毒如寒披棘。舌之了味衆塵無有,大苦鹹酸莫不甘口。噉食衆生虐及飛走。唯日不足長夜飮酒。悖亂明行罔慮幽咎,身之受觸以自安怡,美目淸陽巧笑蛾眉,細腰纖手弱骨豐肌。附身芳潔觸體如脂,狂心迷惑倒想自欺。至如意識攀緣,亂念無邊靡懷善想,皆起惡筌,如是六塵同障善道。方紫奪朱如風靡草,抱惑而生與之偕老,隨逐無明莫非煩惱,輪迴火宅沈溺苦海。長夜執固終不能改,屯否相隨災異互起,內懷邪信外縱淫祀,排虛枉命蹠實撗死。妄生神祐以招福祉,前輪折軸後車覆軌,殃國禍家亡身絕祀,初不內訟責躬反己。皇天無親唯與善人,外淸眼境內淨心塵,不染不取不愛不瞋,如玉有潤如竹有筠。如芙蓉之在池,若芳蘭之生春,淤泥不能污其體,重昏不能覆其眞。霧露集而珠流,光風動而生芬,爲善多而歲積,明行動而日新。常與德而相隨,恒與道而爲鄰,見淨業之愛果,以不殺而爲因。離欲惡而自修,故無障於精神。患累已除,障㝵亦淨,如夂澄水,如新磨鏡,外照多象,內見衆病,旣除客塵反還自性。三途長乖,八難永滅,上善旣修,行善無缺,淸淨一道,無有異轍。唯有哲人乃能披襟,如石投水,莫逆於心。心淸冷其若冰,志皎潔其如雪,在纏累其旣除,懷憂畏其亦滅。與恩愛而長違,顧生死而永別,覽當今之逸少,想後來之英童。懷荊玉而未剖,藏神器而在躬,修聖行其不已,信善積而無窮。永劫揚其羙名,萬代流於淸風,豈伏强而稱勇,乃道勝而爲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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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효사부(孝思賦)[태상경(太常卿) 유지린(劉之遴)의 주석이 있으나 분량이 많아 싣지 않는다] 양 고조(高祖) - 033_0639_a_04L孝思賦 梁高祖太常卿劉之遴注文多不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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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39_b_02L생각은 마음 따라 생겨나고 마음은 생각을 계기로 일어난다. 만물은 서로 감응하여 그렇게 된다. 매번 『효자전(孝子傳)』을 읽어 보는데, 미처 한 권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비탄의 마음에 눈물만 흘리며, 어릴 적에 어머니 여의어 안으로 의지할 곳을 잃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놀면서 할머니 곁에서 자라났는데, 나이가 차서 약관(弱冠)이 되자 바로 아버지 여의어 의지할 곳을 잃었다.
형만(荊蠻)의 관직에 매여 아침저녁으로 봉양도 못해드렸고, 물 건너는 먼 길에 편지조차 못 냈으니, 다니는 길마다 떠나가신 아버지 편안케 해드리지 못한 일이 눈에 선하여 낮에는 식음을 철폐하고 밤에는 눈을 감지 못했다. 마음이 어지러워서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라, 반열(班列)의 직분도 마다하고 고향 길에 올랐다.
저 시절에 제(齊)나라 수군(隨郡)의 왕자(王者) 융(隆)이 섬서(陝西)를 진무(鎭撫)하라 기별 보냈기에, 하룻밤을 겨우 묵고서 다음날 아침 나룻터에서 이별하였다. 마음이 초조하여 군령(軍令)조차 제대로 받들지 못했는데, 조각배를 멈추고서 고향 길 별빛만 쳐다보곤 하였다.
한밤중에 파도를 무릅써 편안히 머물 틈도 없이 험한 뱃길을 저어 갔으나, 정릉(定陵)에 이르러 배가 파손되었다. 이 무렵 집안의 손님이었던 주중련(周仲連)이 마침 작두술주(鵲頭戌主)의 소임을 보았기에 급히 배 한척을 빌려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는데, 갖은 고생을 다하고서야 간신히 제나라에 닿았다.
어그러진 일이 그칠 때에는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찢어지고 간장이 끊어지는지라, 바로 산소로 가서 삼년상을 살고자 하여 큰형에게 애원해도 홀로 가는 일을 허락지 않았다.
다시 북문(北門)에 오랑캐가 창궐하자, 조정에서 선군(先君)을 보내어 백성을 보살피도록 하였다. 그러나 생각은 옛일에 있는지라 예전의 부곡(部曲)이 무려 수천이나 되었다. 이에 무경종(武慶宗) 등의 장령(將領)이 남아 방비케 하였는데, 저 이가 진수(鎭守)하는 때에 바로 교지(敎旨)가 내렸다. 수춘(壽春)17)을 막게 하여 왕사(王事)에 어긋남이 없게 하고자 하였으나, 사양함을 피할 수 없었다.
자사(刺史) 최혜경(崔慧景)18)이 반역하려는 뜻을 품고서 병역에서 도망친 이들을 불러 모으자, 간악한 무리가 많이들 모여들었다. 마침내 몹시 흉악한 자들이 운집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팽분(彭盆)과 한원손(韓元孫) 등과 같은 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에 군대를 출동시켜 길을 따라 신속하게 기습하여 회비(淮淝)까지 이르자, 마침내 흉도들이 놀라서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대군주(臺軍主) 서현경(徐玄慶)과 방백옥(房伯玉) 등이 습격하여 최혜경(崔慧景)을 구속하면서 포위하자, 마침내 반란이 그치게 되었다. 그해 제명(齊明)19)이 재상을 맡았는데 논의를 정하지 못하였다. 비밀리에 소장을 올려 최혜경을 징계할 것을 주장하였는데, 전갈을 보내어[折簡]20) 석방하여 돌아가게 한다면 반드시 거부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신을 보내어 그 마음을 안심시키자고 하였다.
간특한 무리를 색출하여 연수(沿水) 인근이 편안해졌는데, 순삭(旬朔)이 지나서 최혜경이 진수(鎭守)를 거두자, 바로 갑옷을 벗고 경사로 귀환하였다. 이처럼 군무에 종사하느라 쉬지를 못하였는데, 마침내 수(數)가 백육(百六)21)으로 모일 때 운뢰(雲雷)가 모여 혼란을 없애고 반정(反政)을 일으키자, 사해를 모두 복종시켰다.
자로(子路)가 공자를 보고 “양친을 모시는 때에 늘 나물밥만을 먹으면서도 어버이를 위해서는 백 리 바깥이라도 쌀을 져다 드렸습니다. 어버이가 안 계시게 되자, 남쪽으로 초나라를 다니며 백 승(乘)의 수레에 곡식을 만종(萬鍾)이나 쌓아 놓고서, 자리 깔고 솥을 늘어놓고 밥을 먹는데, 차라리 나물밥을 먹으면서 어버이를 위해 쌀을 져드리고 싶으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22)라고 말하였는데, 짐이 매번 이 같은 말에 감격하였으니, 부모가 계시건 안 계시건 부모의 은혜를 어떻게 갚을 수 있겠는가?
그 자애로움이 바다와 같으나, 효도는 물 한 방울 보태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날 천하의 주인이 되고서도 봉양하지 못하니, 비유하면 흉년 든 해에 7보가 있더라도, 굶주려도 먹지를 못하고 추워도 입지를 못하는 것과 같으니, 길이 추모하며 통곡할지라도 어찌 슬픔을 달래겠는가?
이에 종산(鍾山) 기슭에 대애경사(大愛敬寺)를 짓고, 청계(靑溪) 기슭에 대지도사(大智度寺)를 이룩하여 망극(罔極)한 정을 표하고자 한다.
추모하는 마음을 지극히 하더라도 육아(蓼莪)23)의 슬픔을 달랠 길 없다. 이에 다시 궁내에 지경전(至敬殿)을 이룩하되, 목수의 기예를 다하고 세속의 기이함을 다하니, 수석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고 향목과 향초를 심을지나, 국사에 매여서 조석으로 시중들지 못하고 오직 삭망(朔望)에 손수 제사 지낼 뿐이다.
비록 다시 진수성찬을 차려 올리더라도 실로 우러러볼 바가 없기에, 속만 태우는 것이 불에 덴 듯이 하고 불에 지진 듯하므로, 애끓는 마음이 일에서 말로 드러나니 그 모시는 일을 말로써 다하고자 이에 효사부(孝思賦)를 지어 이렇게 읊는다.
네 계절 기운의 변화에 감응하여
만물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하늘의 조화를 받아 성명을 달리하고
땅의 덕을 품수 받아 모두 번성한다.
사마귀[蟭螟]24)는 모기를 먹고 사는데
봉황은 북명(北溟)25)에 깃들어 사는지라
저 지각을 가진 것들은 달리 드러나고
색신(色身)이 같아도 모양이 틀리다.
만물의 종류가 많다 하여도
사람만이 그 중에 영장(靈長)이 되어
짐승이나 새와 달리 예의를 알고
말 또한 앵무와 서로 틀리다.
세월이 빠르게 지나는 것[過隙]26)을 생각하니
무심히 흐르는 냇물만 보고 비탄에 젖네.27)
맨발로 서리를 밟는 게 처연하고
수곡(燧穀)28)을 품고서 눈물 흘린다.
이 슬픔 덮어서 버리지 못하니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없으며
중유(仲由)가 고어(枯魚)를 그리며 사모하듯 하는데
구오(丘吾)29)는 바람 부는 나뭇가지 애달피 여기네.
한 번 태어났다가 삶을 버린다고 해도
양친 봉양을 어찌 기약할 수 있겠는가?
생각은 마음에서 생기고 마음은 생각으로 일어나니
마음의 근원 이끌어 끝없이 흐른다.
그리워하는 마음 그치지 않아서
근심만 싸안고 생을 마치니
함휼(銜恤)에서 몰치(沒齒)까지
늘 한가하게 살면서 모실 것만 생각하였노라.
어루만지고 안아주던 일 생각마다 마음 상하니
산봉우리[岵] 높이 올라도 우러르지 못하는데30)
헛되이 민둥산 올라 무엇을 기리리.
눈물만 쏟아져 앞을 가린다.
더운 피가 솟구쳐 옷을 적시고
땅의 이치를 보고 스스로를 탓하니
성품이 없어져 이승을 달리하는 게 두려워
태극을 우러러 장탄식한다.
푸른 하늘에 간절히 슬픔 알려서
황천(皇天)의 감응이 있다손 하여도
넓고 넓은 은혜 어찌 갚으리
새벽 위궐(魏闕:궁문 밖에 법규를 걸어 놓던 장소)에 사지가 부스러진다.
밤마다 애간장이 찢어지는데
마음에 마음을 이어나가
그리움에 그리움을 더하여도 끝이 없어서
새벽녘 외로이 앉아 있어도 근심만 쌓인다.
저녁나절 홀로 있어도 서성이니
기(氣)가 끊어져 슬픔만 북받치고
그리움만 쌓여 미칠 지경이니
세시에 따뜻한 기운이 발하고 봄날이 양기를 싣는다.
가지마다 꽃망울 흐드러지고 풀냄새 싱그러워도
즐거운 때를 맞아도 기쁜 것 없이 허전하니
눈길 가는 대로 모두 서글픔뿐이며
주명(朱明)31)이 절기를 알리고 백일(白日)이 아침을 비춘다.
맛난 열매 맺으며 시원한 그늘 드리우나
답답한 가슴 속 기쁜 줄도 모르고
마음만 끝없이 얽히니
푸르른 갈대[蒹葭]32) 잎에 내린 이슬이 서리되네.
찬바람은 옷깃 사이로 스며들고
매서운 바람에 옷깃만 나부끼는데
이 마음 절박하게 헤매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외로이 슬퍼한다.
찬 얼음 맺혀지고 서릿발 끊어지듯이
푸른 잎 변하여 낙엽지는데 산등성이 흰 눈만 쌓여 간다.
기러기 길 떠나며 구슬피 우는데
삭풍의 바람소리 매섭기만 하여라.
눈길 가는 일마다 가슴 찢어지니
마음의 감흥마저 끊어졌구나.
한순간도 편안치 못하니
사시사철 탄식뿐이라.
세월은 무심히 흘러 돌아오지 않고
가는 세월은 번개처럼 순간이라네.
옛적 자애로운 얼굴 그리워하여
애통해도 다시 뵙지 못하리.
길러 주신 은혜를 애통하게도 갚지 못하니
보답코자 하여도 도리 없어
슬픔과 한스러움 함께 일지니
피눈물만 흩뿌린다.
참새는 봄철의 연못에 노닐고
기러기는 늦가을 하늘을 날며
오고 가는 때마다 절기를 맞추고
지저귀며 날면서도 음양을 가린다.
나는 어이해 이렇지 못한가.
2기(氣)를 잘못 베풀었으니
늘 허물만 기르며 윤회하면서
낮밤을 거쳐도 잊지 못한다.
붉은 꽃 보고나자 어느덧 녹음이 우거지고
흰 꽃 보았는데 어느덧 꽃잎 지는구나.
성정(性情)이 흔들려 뒤집어지니
생각을 골몰할수록 아득해진다.
명학(鳴鶴) 소리 듣자니 영혼이 끊어지고
외로운 메추리 소리에 마음은 사색(死色)인데
하늘이 다하도록 통곡하여도 믿을 곳 없고
세상 다하도록 울부짖어도 의지할 곳 없네.
휴도왕(休屠王)의 태자 일제(日磾)를 보아도33)
부처님 가르침에 어찌 미치겠는가?
감천궁(甘泉宮)에 탱화 모시고서
날마다 절하며 눈물 흘린다.
마음이 울적하여 편안치 않은데
방 안에 모시고 위안 삼으나
하라(何羅)의 난리를 일으키니
몸가짐을 다져서 거문고마저 버렸다.
왕이니 신하니 하는 명칭 넘어서서
그 정성에 상응할 만한 자 없으리라.
곳곳마다 몸소 다니시며
다른 것에 의지하여 권능을 가진 것을 본다.
그 몸은 비록 죽었어도 이름 남기셨으니
부처님이시야 충효를 온전히 하셨네.
정란(丁蘭)34)이 어떤 이인가 궁금한데
그 집안 하내(河內)의 야왕(野王)이었다.
당시 무상(舞象)35)이 바야흐로 미쳤는데
어린아이가 되자 부모가 돌아가시니
목모(木母)를 새겨 봉양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시중들었다.
유진(劉鎭)은 봉양할 여가 없어서
늘 멀리서 급급해 하면서도 힘이 닿지 못하네.
이 절개 영령을 감동시키니
예천(醴泉)이 조하(竈下:부뚜막 아래)에서 솟구치리라.
장사(長沙)의 임수(臨水)와 상수(湘水)를 돌아보건대
고초(古初)36)의 도가 시작된 곳이니
아비가 죽어도 장례를 치르지 않았는데
마침내 화재가 발생하게 되었다.
관에 엎드려 길게 곡을 하자
비가 폭우처럼 내려 불이 꺼졌다.
하기(何琦)37) 또한 그렇게 하였으니
사당을 지어 놓고 온전히 모셨네.
왕상(王祥)38)은 노란 참새 휘장 속으로 들어가고
외통(隗通)39)에게는 횡석(橫石)이 땅 속에서 솟구쳐 드러났네.
성언(盛彦)40)이 어미의 눈을 뜨게 하고
형거(邢渠)가 아비의 이를 다시 나게 했었다.41)
이와 같이 많기도 한 것을 보자니
실로 적어 두기도 어렵구나.
신령한 뱀이 구슬 물고 덕을 갚으며42)
까마귀 거둬 먹이며 부모 은혜 갚았다.
미천한 짐승도 오히려 이럴진대
3재(才)에 자리한 아름다운 사람은 어떻겠는가.
근본을 다스려 3대(大)43)로 돌리니
생민(生民)이 5효(孝)44)를 다한다.
천지를 바로 하여 그 덕을 담으니
천하를 가로질러도 꺾이지 않고
이 같은 도리 밟아서 행하지 않으니
공문(孔門)의 가르침 무슨 소용 있으리. - 033_0639_a_05L想緣情生,情緣想起,物類相感故其然也。每讀孝子傳,未嘗不終軸輟書,悲恨拊心嗚咽。年未髫齔,內失所恃,餘喘跉跰,嬭媼相長,齒過弱冠,外失所怙。限職荊蠻,致闕晨昏,江途遼夐,家無指信。髣髴行路,先君體有不安,晝則輟食,夜則廢寢。方寸煩亂容身無所,便投列解職,以遵歸路。于時,齊隨郡王子隆,鎭撫陜西,頻煩信命,令停一夕,明當早出江津送別。心慮迫切,不獲承命,止得小舩,望星就路。夜冒風浪,不遑寧處,途次定陵,舩又損壞。于時,門賓周仲連爲鵲頭戍主,借得一舸,奔波兼行,屢經危險,僅而獲濟。及至戾止,已無逮及,五內屠裂,肝心破碎。便欲歸身,山下畢志墳陵,長兄哀愍,未許獨行,續有北門,狡虜寇邊。朝庭以先君遺愛結民,咸思在昔,故舊部曲猶有數千。武慶宗將領留防,彼鎭時,便有旨,使扞壽春,王事靡監,辭不獲免。刺史崔慧景志懷翻覆,遠招逋逃,多聚奸俠,大猾兇醜,莫不雲集。至如彭盆、韓元孫等,不可稱數,倍道電邁,奄至淮淝。凶徒疑駭,相引離散。臺軍主徐玄慶、房伯玉等欲襲取慧景,乃固禁之,方得止息。是歲齊明,作相疑論未決,密馳表疏勸徵慧景,折簡而召,必不違拒。卽重遣還,以安其心,奸渠旣出,沿邊無虞。旬朔之閒,慧景反鎭,卽便解甲,以歸京師。因爾驅馳不獲停息,數鍾百六,時會雲雷。撥亂反政,遂膺四海。念子路見於孔丘曰:‘由事二親之時,常食藜藿之食,爲親負米百里之外。親歿之後,南遊於楚,從車百乘積粟萬鍾,累茵而坐,列鼎而食。願食藜藿之食,爲親負米,不可復得。’每感斯言,雖存若亡,父母之恩,云何可報?慈如河海,孝若涓塵。今日爲天下主,而不及供養,譬猶荒年而有七寶,飢不可食,寒不可衣。永慕長號,何解悲思?乃於鍾山下,建大愛敬寺,於靑溪側,造大智度寺,以表罔極之情,達追遠之心。不能遣蓼莪之哀,復於宮內起至敬殿,竭工匠之巧,盡世俗之奇。水石周流,芳樹雜沓,限以國事,亦復不能得朝夕侍食。唯有朔望,親奉饋奠,雖復得薦珍羞,而無所瞻仰,內心崩潰,如焚如灼,情切於中,事形於言,乃作孝思賦。云爾。感四氣之變易,見萬物之化成受天和而異命,稟地德而齊榮。察蟭螟於蚊眉,觀蜫鵬於北溟,俱含識而異見,同有色而殊形。雖萬類之衆多,獨在人而最靈,禮義別於飛走,言語異於鸚猩。念過隙之倏忽,悲逝川之不停,踐霜露而悽愴,懷燧穀而涕零。掩此哀而不去,亦靡日而弗思。仲由念枯魚而永慕,丘吾感風樹而長悲。雖一至而捨生,奉二親而何期,思因情生,情因思起。導情源以流澍,引思心而無已,旣懷憂以終身,亦銜恤而沒齒。常閑居以永念,獨柎膺而自傷,徒升岵而靡瞻,空陟屺其何望。涕縱撗以交流,血沸涌而沾裳,覽地義以自咎,懼滅性之乖方。仰太極以長懷,乃告哀於昊蒼,冀皇天之有感,何報施之茫茫。曉百碎於魏闕,夜萬斷於中腸,心與心而相續,思與思而未央。晨孤坐而縈結,夕獨處而迴遑,氣塞哀其似噎,念積心其若狂。至如獻歲發暉,春日載陽,木散百花,草列衆芳。對樂時而無歡,乃觸目而感傷。朱明啓節,白日朝臨,木低甘果,樹接淸陰,不娛悅於懷抱,但罔極而纏心。蒹葭蒼蒼,白露爲霜,涼氣入衣,凄風動裳,心無迴而自切,情不觸而獨傷。若乃寒冰已結,寒條已折,林飛黃落,山積白雪,旅鴈鳴而哀哀,朔風鼓而颲颲。目觸事而破碎,心隨感而斷絕,無一息而緩念,與四時而長切。年揮忽而莫反,時瞬睒其如電,想慈顏之在昔,哀不可而重見。痛生育之靡答,顧報復而無片,悲與恨其俱興,涕雜血其如霰。燕靑春而差池,鴻素秋而翺翔,去來候於節物,飛鳴應於陰陽。何在我而不爾,與二氣而乖張,常茹酷而輪迴,歷日夜而不忘?旣視丹而成綠,亦見白而爲黃,擾性情以翻覆,汨神慮而迷荒。想鳴鶴而魂斷,聽孤雛而心死,慟終天而無怙,號畢世而靡恃。觀休屠之日磾,豈教義之所及?見甘泉之畫像,每下拜而垂泣。忽心動而不安,遽入侍於帝室,値何羅之作難,乃撿之以投瑟。超王臣之稱,首冠誠勇而無疋士,行己之多方,見石他之有權。身雖死而名揚,乃忠孝而兩全,顧丁蘭其何人,家河內之野王。時舞象而方及,始成童而親亡,刻木母以供事,常朝夕而在傍。劉鎭就養而不暇,常遠汲而力寡,苦節感於幽靈,醴泉生於竈下。顧長沙之臨湘,有古初之道始,時父歿而未葬,遇鄰火之卒起。乃伏棺而長號,雨暴至而火死,又何琦其亦然,獨柩屋而全止。至如王祥黃雀入帳,隗通撗石特起,盛彦之開母目,邢渠之生父齒。覽斯事而衆多,亦難得而具紀,靈蛇銜珠以酬德,慈烏反哺以報親。在蟲鳥其尚爾,況三才之令人,治本歸於三大,生民窮於五孝?置天地而德盈,撗四海而不撓,履斯道而不行,吁孔門其何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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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칠산사부(遊七山寺賦) 양 선제(宣帝) - 033_0640_b_24L遊七山寺賦 梁宣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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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0_c_02L아득히 드넓은 산천이여
드높은 하늘과 고요한 기운이여
길마다 시원하게 트여 있으며
땅이 그윽하니 솟구쳐 올랐구나.
기수(浙水)의 왼쪽으로 꺼져 있으니
참으로 우내(寓內)의 승지(勝地)이어라.
첩첩이 솟구친 산봉우리 연이었는데
그저 배회하는 듯하면서 융기하였다.
올라가 바라보는 흥취를 다하였는데
정겹게도 나란히 에워싸고 있구나.
네 마리 용 고삐 물고 방주를 끄는 듯하고
만 마리 말 늘어서고 천 개의 노 휘젓는 듯하다.
모두 동남쪽의 절경이니
하후씨(夏禹氏) 혈거(穴居)45)의 옥경(玉磬)이라.
차지(差地)에 모여들어 서로 이웃하니
거리마다 인마가 끊겼고 길마다 끌채가 모자랐다.
주(周)나라 문장(文章)을 모두 살피면서
흥겨움을 다하여 노닐지라.
숲 한 쪽 비켜난 거룻배 가벼이 기수(沂水) 오르니
진왕(秦王)의 옛 도읍터 돌아본다.
월지(越池)의 옛길도 지나치고서
도산(塗山)이 비스듬히 에워싼 산세를 바라보며
남호(南湖)로 나아가 기슭에 오르니
천태(天台)의 화령(華嶺)을 이었구나.
약야(若耶)46)를 끌어다 범수(汎水) 보태니
출렁이는 큰물 보게 될지라
저 산봉우리 한 번 치켜보고서
이에 낙림(樂林)을 지나 남쪽 기슭 타노라.
법화봉(法華峯) 올라 서쪽 바라보고
골짜기 구비진 물길 굽어보니
장계(長溪)가 첩첩이 굽이졌는데
물은 거울같이 맑고 맑구나.
물 밑에는 흙탕조차 없으며
산길이 험한 봉우리에 가로막히니
사다리 타듯 길 올라야 하는데
등나무를 붙잡고 칡넝쿨 휘어잡는다.
일행끼리 서로 손잡아 끌어주면서
굽이굽이 돌아나가
마령(馬嶺)의 높고 낮은 구릉을 타넘었으니
구름이 깔려서 아스라하다.
서늘한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데
홍천을 띠처럼 바라보고
큰 바다 옥같이 바라다보니
옥색 비단을 이 땅에서 잡는다.
제후(諸侯)를 모아 인사하듯 하고
소하(疏河)의 무성한 가지를 생각하며
대골(大骨)의 아득함 돌이켜보니
이 산악에 그 아름다움 전해진다.
맹려(氓黎)에게 유범(遺範)을 내렸던
이에 옛 현자의 오랜 자취 더듬어 본다.
고상한 유풍(遺風)이 아름다울지니
풀숲에 발자국 잠기도록 걸어도 본다.
우거진 잡초는 헤칠수록 더욱 깊은데
명산(名山)은 우뚝하니 솟구쳐 있구나.
깎아지른 골짜기는 아득하니 비어 있는데
봄철의 산색은 벽옥 같구나.
가을 녘 맑은 연못은 하늘처럼 파란데
그 빛깔 서로 이어져 연결되었다.
수레 자취 파묻혀 끝도 없으니
실로 빼어난 인재가 머물 곳이다.
대붕(大鵬)이 모여 기리던 곳이라
높은 산자락에 사찰 세우고
언덕에 도궁(都宮) 이루니
돌아볼수록 더욱 신령스럽기만 하구나.
선성(仙聖)이 교통하던 곳으로
바위자락 비바람에 안개 서리고
나뭇가지에 낙수 떨어져 싹 틔우니
좋은 화초가 앞뒤로 피어 있다.
동서로는 고운 꽃이 자라는데
붉은 산문(山門)이 선명히 드러나며
영롱하게 빛나는 대웅전 바라보고
대림(大林)의 정사가 늘어 서 있다.
중각(重閣)의 강당이 연이어 서 있어
참으로 고상한 선찰(禪刹)일지라.
널직한 화방(華房)이려니
굽이진 냇물을 끼고 방을 만든다.
산모롱이에 담장 세웠는데
저녁 구름에 노을은 창가에 피어오르고
아침 햇살은 추녀 끝에 비치니
참으로 굽이진 곳마다 수려할지라.
수려한 경관 덮어도 빛나니
맑은 종소리 은은하게 흐르고
경쇠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며
배치가 세밀하여 가릴 것 없이 화려하다.
맑은 물결이 사방을 에워싸고 여울져 흐르고
비스듬한 궐문에 계단이 높다란데
물레방아가 금곡(金谷)에 맞닿았고
솟을 누각은 건장(建章)에 흡사하구나.
많은 대중 날마다 머무르며 현인도 성인도 있나니
뜻을 두타(頭陀)에 두고
고된 수행에 마음 열중하고
선잠을 다투며 경을 배운다.
모두 일찍 일어나 경건하고
고(苦)가 공하다는 빠른 흐름을 알며
조음(朝陰)의 신속함도 애석해 하니
토굴에 깊이 묻혀 3학(學)에 통하였다.
숲 속에 숨어서 정도(正道) 닦을지니
소신공양으로 공을 이루거나
몸을 버리고 멸진정(滅盡定)47)에 들어가니
명향(名香)의 향기 짙기만 하다.
석장을 날려 서로 비추고
때로는 주미를 던져 고상하게도 말하며
때로는 한가하게 있으면서 앉아서 들으니
선방 대중이 칠통(漆桶)을 의심한다.
지혜로운 출가 선비 드리운 거울과 같고
석가불의 가르침 일어나 꽃을 피우니
법륜은 나날이 흥성해지고
절이 산속에 깃들이어 이룩됐는데.
산이름 따서 칠산(七山)이라 부르고
상서로운 구름 밀려들어
빼어난 선비가 배출되었으니
유계의 용검(龍劍)48)을 생산한다.
녹궤(鹿机)의 여술(餘術)에 노닐면서
봉황도 마다 않고 거두어들이니
정풍(鄭風)도 도리어 수그러지며
맑은 시냇물 졸졸 흐른다.
떨어지는 물줄기 넘쳐흐르는데
기묘한 나무들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진귀한 열매와 꽃들이 한둘이 아니니
산해(山海)에 석류나무 한 쌍 심는다.
단로(丹盧:丹橘과 盧橘)의 귤나무 한 쌍도 곁들이어 심으며
매화의 흰빛은 서리 맞은 듯한데
누른 감은 해처럼 빛나네.
햇살 따가운 여름에 꽃피고 매서운 겨울에 열매 맺으리.
산속에 본래 보배 많을지고
땅 속에 옥돌이 서려 있다네.
금옥(金玉)은 양(陽)을 낳고
옥석[玞石]은 음(陰)을 낳는다.
신명의 흙[神簣]49)을 보태어 홀로 서 있고
신선이 눌러 앉아 홀로 임하니
누가 한 해의 풍년과 흉년을 알겠는가?
현백(玄白)을 보아하면 모두 참되다.
돌에다 영덕(羸德)을 새겨놓으며
도상을 펼쳐 우(禹)임금의 마음 깨달으니
수백 장 낭떠러지 천 길도 넘는데
드높은 산세가 아득하다.
펼쳐진 산자락 험하기도 하고
나무는 죽죽 벋어 있고 절벽은 깎아지른 듯한데
솟구쳐 흐르는 샘물 깊기만 하며
우러러볼수록 더욱더 가리워지고, 굽어볼수록 깊기만 하네.
끝없이 묘연한지라
가없이 아득하다네.
먼 산이 드문드문 솟아 있는데
가까이 우뚝한 나무들은 서로 연이었네.
큰 바위 떨어질 듯 매달려 있고
봉우리는 용한(龍漢)에 매여 있으며
연이어서[蟬聯]50) 해를 가리는 것 바라보니
볼수록 황홀하게 하늘에 이어져 있네.
거룻배 같은 괴이하게 생긴 돌은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물과 같다.
절벽을 만날 때마다 안개 서리니
돌과 맞닿아 연기처럼 피어난다.
울쑥불쑥 그늘지는데
치솟은 산등성이 수풀만 무성하니
멀리로는 강해(江海)와 맞닿아 있고
가까이로는 마을의 밭과 닿아 있다.
고을을 돌아보니 옆으로 저잣거리도 보이고
신주(神州)의 진령(鎭嶺)에 걸맞으니
실로 천하의 이름난 물이며
봉래산에서 성인의 자취와 같이 노닌다.
무축(巫岫)은 신선으로 드러내고
형양(衡陽)51)은 하공(夏貢)에 소문이 났으며
숭악(嵩岳)52)이 주편(周篇)에 귀중하니
어떤 산이 이보다 아름답다 하겠는가.
다시 신정(神井)에 기묘함을 드러내는데
만 년이 지나도록 맑게 흐르되
길어내어도 마르지 않고
더해도 가득 차지 않는다.
자주 퍼내어도 흐려지지 않고
손으로 휘저어도 결국은 맑아지네.
한겨울 추위에도 따뜻하고
무더위 올 적에도 시원하다.
성도(成都)의 비화(飛火)53)와도 다를지니
참으로 소륵(疎勒)54)의 드러난 정성이려니
예천(醴泉)의 깨끗함을 구하는 병[蠲疾]55)과도 필적하며
치수(淄水)의 감형(鑒形)56)과도 같을지라.
고담 도사(孤潭道士)와 초리 부인(焦里夫人)57) 여기 사는데
외따로 도를 음미하면서 친구와 손님의 왕래를 끊었다.
하루종일 선하(仙霞)를 마시며 천 년간 정좌(靜坐)하였는데
길에는 다닌 자취 없어서 가시가 자랐다.
부지런히 도를 향하며
소탈하게 속진을 잊었는데
소요하며 노래하기도 하고
팔베개 하고 길게 읊조리기도 한다.
동생(董生)이 내린 비결58)과 같이하고
양자(梁子)의 명잠(明箴)59)을 배우며
송교(松喬)60)와 벗이 되고
엄위(嚴衛)61)와 지기가 된다.
숲 속은 울창하여 날짐승이 깃드는데
원숭이는 손을 잡고 내려와 물을 마신다.
새떼가 날아올라 떼 지어 나는데
고니는 모여들어 함께 있구나.
흰 소리개 흰 깃털 윤기 흐르니
상모(霜毛)를 펼칠 적마다 빛이 나고
흰 깃촉 울릴 적마다 펄럭거린다.
기이한 짐승과 맹수 있다.
기슭에 드러누워 쉬는데
호랑이는 어질어서 해치지 않고
곰은 나무 뒤에 숨어서 새끼 낳으며
큰 코끼리 몇 장이나 나가고 큰 뱀은 몇 발이나 된다.
고라니와 사슴도 다가오고 산토끼조차 낯익어 하고
거문고 소리 나던 팽조(彭鏗)62) 때와 같은 신선 사는 곳일진대
해조(海鳥)의 지기(知機)와는 유다른데
약초가 자라나 늙은 말의 병을 풀어 준다.
땅에는 장령(長齡)이 돋아나 무덤마다 선종한 이뿐이다.
남산의 계곡과도 같고 우물 속에 감춰둔 보배와 같을세라.63)
마중 나온 유씨(劉氏)네 다섯 노인
상산(商山)의 4호(晧)64)와 무엇이 다르리.
우슬(牛膝)65)ㆍ계장(雞脹)ㆍ작두(雀頭)ㆍ연초(燕草)66)ㆍ감국(甘菊)ㆍ신이(辛夷)67)ㆍ고삼(苦參)ㆍ산조(酸棗)68)ㆍ자원(紫苑)ㆍ적전(赤箭)69)ㆍ황정(黃精)70)ㆍ백호(白豪)71)ㆍ천문(天門)ㆍ지골(地骨)ㆍ육지(肉芝)ㆍ석뇌(石腦)는 신농씨(神農氏)가 맛보고 『선경(仙經)』을 지은 것이라.
백토(白兎)를 먹으면 신령에 통하고
녹피(鹿皮)를 먹으면 도를 통한다네.
열매에는 목과(木瓜)ㆍ목조(木棗)ㆍ
양도(楊桃)ㆍ양매(楊梅)가 있다.
주귤(朱橘)은 겨울철에 열매 여는데
황복(黃示葍)은 가을에 결실 맺는다.
차리(楂梨)도 큼직하고 고염도 튼실하니
지구(枳椇)가 줄지어 자라나 덤불 이뤘다.
낫으로 풀을 쳐내며 다니는데
능금은 부초(浮草)의 열매 같고
감당(甘棠)은 제대(帝臺)72)와도 같은데
홍매(紅苺)ㆍ앵도(蘡薁)ㆍ차리(車李)ㆍ호퇴(胡頹)가 있다.
녹탐(綠探)은 겨울철에 먹고
자우(紫芋)는 가을에 맺어지는데
반하(半夏)가 밭을 이루니
봄이 되면 한꺼번에 피어난다.
비파(枇杷)ㆍ이두(梨豆)ㆍ추율(椎栗)ㆍ겸해(兼該)가
혹은 주렁주렁 열려 붉게 익어가고
산뜻한 푸른빛을 띠기도 하니
세찬 바람에 더욱 고와지고
된서리 내려도 꺾이지 않고
오동나무가 무성한 데다
긴 대나무마저 어울려 있고
조전(蓧箭)은 피어난 모습 어지럽다.
계수는 품종이 다른 듯하다.
추녀와 싸리문에 그림자 어릴 때
집안을 둘러싸고 울창하게 자라나니
나뭇잎 그늘이 옹달샘에 어린다.
깊은 골짜기 뿌리가 엉켰는데
영목(靈木)이 저절로 자라나고
길조(吉鳥)가 찾아와 깃들이니
실로 감탄할 만치 좋은 곳이다.
마음이 열리고 눈도 떠지니
구월의 가을이 되면 백화가 시들어 가는데
기운은 서늘하더라도 힘이 넘치고
바람이 쌀쌀하더라도 생기에 차다.
가을 녘 매미는 남쪽 등성이 찾아 드는데
겨울새는 북쪽 뜰에서 노래하고
저 멀리서 귀뚜라미 울음소리 애절하게 들리며
외로운 짐승은 피리 불듯이 운다.
겨울의 기러기 밤마다 옹옹거리고
조계는 구슬피 지저귀지만
일민(逸民)의 한가로움만 더하여
떠도는 나그네의 묵은 정을 깨운다.
모두 홀로 가려는 뜻을 품는데
탁영(濯纓)73)에 마음을 두니
달관한 사람을 여기에서 만나서
가히 마음을 펴고 노닐 만하다.
효선(孝先)74)은 떠나가 참다움 이루고
경서(慶緖)75)는 경을 가지고 세속을 떠나니
괴석(怪石)을 베개 삼고
창랑(滄浪)에 발을 씻는다.
예전의 현지가 이러했고
선유(先儒)의 고학(高學)도 이러했으리라.
내가 예전부터 마음속에 기대하던 것은
늘 아득한 길 그렸다.
논둑을 거닐면서
이름난 산에 살리라.
나라의 큰 은혜 생각하고
독왕(獨往)의 갈 길 늦춘다.
비녀를 뽑으려다
멈추곤 하였는데
한가로이 이 산 경개를
노랫가락에 싣노라. - 033_0640_c_02L此山川之寥廓,時天高而氣靜,路閑曠而淸華,地幽拪而特挺。窮浙左之摽絕,極宇中之勝境,承興序而陟涉,聊盤桓而騰騁。盡登臨之雅致,悅諠囂之蹔屛。因茲連鏕結駟,竝㦥方舟,萬騎齊列,千楫爭浮,皆東南之俊異,竝禹穴之琳球。差池集侶,容與攜儔,巷無服馬,路寡遺輈,窮周章而歷覽,盡娛翫而遨遊。爾乃傍林撗出,輕舠上泝,歷秦王之舊陌,緣越池之昔路,望塗山而斜繞,逕南湖而迴渡。連天台之華嶺,引若耶之長注,乍泛瀁而瞻望,或淩峯而一顧。於是歷樂林而南上,升法華而望西,有磕磕之奔㵎,復亹亹之長溪。旣皎潔而如鏡,且見底而無泥,途嶮峭而巉絕,路登陟而如梯。旣攀藤而挽葛,亦資伴而相提,窮羊腸之詰屈,極馬嶺之高低。霧昏昏而漫漫,風䫻䫻而淒淒,瞻洪川其如帶,望巨海其如珪。執玉帛於茲地,會諸侯而計稽,想疏河之茂葉,憶大骨之惛迷。傳盛美於斯嶽,播遺範於氓黎,旣迺闞往賢之舊迹,美高尚之餘風。踐逵草之蕪沒,撥蓁芿之彌蒙,名嶽峨而峙立,峻谷杳而虛沖。春林縹而皆碧,秋沼淨其如空,旣連緜而相接,兼隱軫而無窮。信英奇之攸止,實翔集之所崇,傍高巒而建剎,亦帶壟而成宮。神靈更其肸蠁,仙聖互其交通,巖雰霏而起霧,樹布濩而抽叢。嘉卉生其前後,善草植其西東,瞻朱扉之赫弈,望寶殿之玲瓏。擬大林之精舍,等重閣之講堂,旣爽塏之禪宇,亦顯敞之華房。跨曲㵎而爲室,繞紆岊而脩牆,夕雲生於窗牖,朝日照於簷梁。諒隙曲而成麗,蓋照景而生光,流淸梵之婉轉,響捊磬之鏘鏘。搆造精密,華麗無方,淸流四繞,吐溜悠長,邐迤闈閣,峻絕階隍。水碓侔於金谷,飛樓似於建章。其徒衆則乍遊乍處,或賢或聖。竝有志於頭陁,俱勤心於苦行,競假寐而誦習,咸夙興而虔敬。識苦空之迅流,惜朝陰之奔競,潛深窟而學通,隱閑蕪而修正。或燒體而爲功,或灰身而入定,薰名香之氛氳,咸飛錫而相映。或振麈而高談,或閑居而坐聽,禪衆疑於漆木,智士同於懸鏡。旣釋教之興華,乃法輪之宣盛。寺旣憑山而搆造,山亦因寺而有七,蓋雲瑞之所臻,亦奇士之所出。產龍劍之遺溪,遊鹿杋之餘術,謝鳳來而容與,鄭風反而簫瑟。旣淸㵎之漣漪,亦飛流之涌溢,奇樹蓊而成林,珍果榮而非一。植山海之雙榴,種丹盧之兩橘,梅花皎而似霜,黃甘朏其如日。或曄曄而夏開,也離離而冬實。山多寶玩,地出瓊珍,金玉生其陽,玞石出其陰,神𥸡嵒嵒而獨立,仙的皎皎而孤臨。孰知歲之豐儉,睹玄白而皆諶,刻石記於嬴德,披圖悟於禹心。懸崖百刃,擢幹千尋,岧嶢兮闊達,𡻱峗兮嶔崟,樹脩聳而巖峻,泉流激而水深。仰瞻增其隱隱,側眺睹其沈沈,眇然兮無際,邈爾兮無邊。遠山崔嵬而閒出,近樹巃嵷而相牽,巖將頹而未墮,峯入漢而猶懸。望蟬聯而蔽日,視敞怳而連天,有石帆之異狀,擬瀑布之飛泉。實逢巖而聚霧,乃觸石而成煙,旣嵯峨而蔭映,亦嶢屼而仟緜。旣遠控於江海,兼近接於村田。反闞城邑,傍眺市鄽,稱神州之鎭嶺,實天下之名川。至若蓬萊遊於聖迹,巫岫表於神仙。衡陽聞於夏貢,嵩嶽重於周篇,曾何比麗,詎此同姸?復有摽奇神井,萬載澄渟,汲之不竭,添之不盈。雖頻撓而不濁,徒屢攪而終淸,涉隆冬而溫燠,經歊暑而泠泠。異成都之飛火,寧疏勒之表誠,匹醴泉之蠲疾,同淄水之鑑形。亦有孤潭道士、焦里夫人,獨居味道寂絕朋賓,飡霞永日靜坐千春。衢無行迹,路產荊榛,旣勤劬而向道,亦蕭灑而忘塵。或逍遙而諷詠,或擁膝而長吟,同董生之垂讖,學梁子之明箴。將松喬而共侶,與嚴衛而相親,其林藪彌密,羽族爭歸,猿連臂而下飮,鳥比翼而群飛。鴻鵠集而相映,白鷴皛而生輝,拂霜毛之弈弈,鼓素翮之霏霏。兼有奇禽猛獸,偃息溪圻,虎懷仁而不害,熊隱木而生肥。巨象數刃,雄蛇十圍,麈鹿易附,狎兔俱依,同彭鏗之仙室,異海鳥之知機。藥卉叢生,消痾駐老,地出長齡墟,多壽考,似南山之溪谷,匹井中之埋寶。送劉五耆,何殊四皓?復有牛膝、鷄腸、雀頭、燕草、甘菊、辛夷、苦參、酸棗、紫菀、赤箭、黃精、白藁、天門、地骨、肉芝、石腦。神農是嘗,仙經是造,白兔服而通靈,鹿皮餌而得道。其果則有木瓜、木棗、楊桃、楊梅、朱橘、冬茂、黃𦿁秋開。楂梨竝壯柹、柰爭、瑰枳椇,列植而爲藪,懸鉤觸草而俳佪,林檎侔於萍實,甘棠擬於帝臺,紅莓蘡薁車李胡頹,綠探冬獻,紫芋秋來,半夏成圃,春就群栽。枇杷、梨豆、椎栗兼該,或炫炫之丹實,或靡靡之靑荄。禦疾風而彌豔,中嚴霜而不摧。旣蓊鬱之梧桐,亦檀欒之脩竹。篠箭亂其形類,筋桂異其品族。映檐牖而交加,繞房廊而郁毓。抽葉陰於淸泉,結根攢於幽谷。靈木之所自生,瑞鳥之所拪宿。實散賞之佳地,信開心而醒目。至如涼秋九月,百卉飄零,氣凄凄而恒勁,風颯颯而常生。愁蟬哂於南壟,塞鳥吟於北庭,蟋蟀哀嘶而遠聞,孤𤟤叫嘯以騰聲。寒鴈邕邕而夜響,鵾雞啁哳而悲鳴。增逸民之放曠,動遊士之滯情。咸有志於獨往,俱拪心於濯纓,信達人之良會,蓋可申其遊矚。故孝先往而成眞,慶緖經而離俗。憑怪石而爲枕,因滄浪而洗足,蓋往賢之所同,亦先儒之高學。余宿昔之心期,常有懷於遐邈,屢俳佪於浪桂,頻留連於名嶽。念家國之隆恩,緩獨往之遺躅,欲抽簪而未從,聊寄美於斯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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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숙산사부(宿山寺賦) 양 왕석(王錫)76) - 033_0642_b_11L宿山寺賦 梁王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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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2_c_02L
좋은 수레 살찐 말
말년에 와서 노니니
도로 들어가는 경계는 멀고도 밝으니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한시름 놓는다.
산사가 자리한 터는
실로 널찍하고도 드높기만 한데
층층으로 조각한 누각이 이어지고
거미줄 마냥 얽혀 있다.
벽공을 처마에 올려놓고서
모서리마다 기둥이 받치고 있다.
날아갈 듯이 우뚝하게 층을 이루고
올라가는 걸음 용마루로 향하고 우람하기만 하다.
지붕이 중천에 올랐다 내렸다 하니
지나가는 구름도 타오른다.
경내 집들은 깊숙하고도 텅 비었는데
계단마다 정적이 서려 있다.
범종의 묘한 소리 울려 퍼지면
밝혀진 연등마다 그림자 지는데
창문을 활짝 열면 가지 끝에 손이 닿아
산자락은 위로 솟구친다.
맑은 달빛을 머금고
아득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담으니
눈부시도록 밝기만 하고
주변도 환히 내다보인다.
벌판도 끝없이 펼쳐져 있고
연이은 산봉우리도 끝이 없다.
산자락에 서리는 안개 헤아려 보고
바위자락 자리잡은 나무 쳐다보고 있다.
커다란 나무 기세도 늠름하고
안개가 멀리 허공을 맴도는데
마음도 따라서 벌판을 넘겨 보니
마음을 새장 속에서 벗어낸다.
밤이 길고 기니 언제나 기약하려나
서리 내려 잎새 지는데
흩날리는 낙엽은 반딧불 같고
구야(九野)의 청학 소리도 영롱하다.
샘물에 세수하고 싱그러운 팥배나무에 깃들이고
골짜기에 난초꽃 흐드러지는데
번뇌도 어느덧 사그라지니
홀로 떠나서 멋대로 다니다.
나무 아래에 쉬기 쉬우니
어찌 만물이 간섭할 수 있으리.
얇은 이불보에 잠을 청하며
별빛을 베개 삼아도 편하기만 하다. - 033_0642_b_12L脂車秣駟,薄暮來遊。入界道而遼朗,息祇樹而淹留。惟基搆之所處,實顯敞而高居。延曾軒之迢遞,屬廣廡之踟躕。差繡栭而反宇,列緹柱而承隅。爾乃陟飛階於峻岐,登步櫩於絕頂。旣中天而昇降,亦攀雲而遊騁。宇陰陰而恬曠,階肅肅而虛靜。朗華鍾之妙音,曜光燈之淸影。其房則開窗木末,浮柱山叢。引含光之澄月,納自遠之輕風。因明兮目極,憑迥兮望通,平原兮無際,連山兮不窮。識生煙於岫裏,眄列樹於巖中。樹凌危而秀色,煙出遠而浮空。情超遙於原野,心放曠於簾籠。夜悠悠而何其,露穰穰而漸落。翫一葉之流螢,聆九野之鳴鶴。盥泉兮籍芳杜,入谷兮佩滋蘭,靜嘯兮疏煩想,獨往兮恣遊盤。信一枝之易息,豈萬物之能干?就薄帷而安寢,迺高枕而星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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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녹원부(鹿苑賦)77) 위(魏) 고윤(高允)78) - 033_0642_c_08L鹿菀賦 高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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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3_a_02L
삭토(朔土:북방)에 큰 기틀 다시 열어 내니
헌원(軒轅)의 후예79)가 아니런가.
굳세기가 하늘을 이어 임금 되시고
빛나기가 대명(大明)을 이어 세상 다스린다.
신령한 금액(金液)으로 씻어서 흘려 보내고
어진 바람[仁風] 부쳐서 멀리 보낸다.
희문(姬文)80)을 이어서 원림(苑林) 세우니
산택(山澤)을 싸안고 개창하였다.
군물(群物)을 길러서 충실히 하고
사민(四民)의 세금을 감면해 주니
우리 황제가 대통(大統) 이어서81)
천종(天縱)의 밝은 지혜 내었다.
녹원(鹿園)을 돌이켜 지금에 두고
3전(轉)82)의 높은 이치 부흥시키니
그윽한 이치 떨쳐서 영구히 하고
천 년을 넘어 의지한 것이 있다.
장인(匠人) 고르고 공장(工匠) 뽑아서
서쪽 봉우리83) 깎아 내렸으니
온갖 성의를 다하여
거룩하신 모습을 새겨 넣었다.
참으로 참모습과 흡사한지라
금색신(金色身)이 밝게 빛나는데
깎아지른 절벽에다 운대(雲臺) 지으니
백심(百尋)의 깊이로 솟구쳐 있구나.
기둥 세우고 서까래 이었으니
천정에도 단청을 그려 넣었다.
만형(萬形)을 그리고
상감(象嵌)을 넣어 길이 빛나게 하였다.
가만히 기원(祇洹)을 응시하여 보듯이 하나
누가 저 도량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아! 신묘한 공으로 이룩한 것이
종고시대(終古時代)를 뛰어넘어 우뚝하도다.
참으로 신령마저 찬탄하니
잘 기려서 길상(吉象)을 보하리라.
선굴(仙窟)을 파서 선방 만들고
계단을 파서 통하게 하였다.
높은 추녀에 맑은 기운 서리게 하고
향 내음을 왕실까지 이르게 한다.
나무마다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예천(醴泉)이 샘솟듯 흘러넘친다.
용궁에 기우제 지내고
필성(畢星)84)에서 기름 취하니
구도의 질서와 같이 업을 닦는 것이 곧고
공덕을 그리고 풍화를 품고서 갈 길을 재촉한다.
응진(應眞)85)의 금계(禁戒) 굳게 지켜서
3장(藏)의 보전(寶典) 음미하면서
숲 속을 산보하면서 경행(經行)86)하거나
가부좌 결하여 편안히 좌선하노라.
온갖 선업(善業)이 모여서 함께 이르러
5난(難)을 막아 함께 내치니
도는 숨길수록 더욱 드러나고
이름은 비방할수록 더욱 커진다.
저 황제가 여기로 행차하여
매번 꽃동산에서 마음 다스리니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여기서 넓혀지고
터를 닦아서 이궁(離宮)을 짓는다.
높은 누각에 의지하여 편히 머물며
평지를 일궈서 동산 만드니
어질고 슬기로움을 욕심없이 품고서
산수를 돌아보며 눈을 크게 뜬다.
숲 속을 거닐며 생각에 잠기며
새매의 사냥도 그만두고
늙은이 보살펴 덕을 넓히니
생생(生生)이 이로써 복을 늘린다.
은혜가 안으로 충만하고
금성(金聲)을 밖으로 발하니
공을 온 천하에 이루고
선행은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다.
어진 이 찾아가 도를 묻고
추요(蒭蕘:꼴꾼과 나무꾼)에게 물어서 고쳐 나가며
영사(靈寺)에 공경 다하여
아침저녁으로 예불 올린다.
깨끗한 계율을 받들어 하루를 마치고
여섯 때[六時]87) 정진하느라 해가 저문다.
정성이 이처럼 지극할진대
9겁(劫)도 단숨에 지나치리라.
성왕(聖王)의 원대한 도략(圖略)에 바탕을 두니
어찌 성명(聖明)한 교화 펴지 못하겠는가.
저녁 노을 드물게 피어오르는데
정생(頂生)88)의 높은 경지 흠모할지라.
진구(塵垢) 여의고 세속에 임하였노라.
현문(玄門)의 그윽한 곳으로 나아가며
태자[儲宮]89)에게 보위를 양위하실 제
태상(太上)의 존호 얻었다.
자리에 있건 없건 군유(群有) 다스리며
고요함 잡고서 번잡함 누른다.
천규(天規)를 지금 다시 볼지니
옛 철인이 남긴 가르침 따른다.
2건(乾)의 중복된 음덕을 깨닫고
살펴봄은 명리(明離)와 더불어 밝을지니
아래로 백성을 편안히 구제하며
위로는 7묘(廟)에 영광 더한다.
만국도 하나같이 풍화에 순응할진대
군생을 거두어 길을 가리킨다.
남면(南面)하여 무위하고 있으니
마음을 영원히 신묘함에 둔다.
도화(道化)는 본시 고대하기 어려운데
다행히 이 몸으로 법을 만났으니
부상(扶桑)이 처음 열리는 것을 만나
긴 밤에 서광 비추듯 한다.
나이 들수록90)
마음만 상하는데
욕됨을 무릅쓰고라도 두려워하면서
마음속 성의를 펼쳐 보이니
비루한 말을 드러내어 이같이 지었다. - 033_0642_c_09L啓重基於朔土,系軒轅之洪裔,武承天以作主,熙大明以御世。灑靈液以滂流,扇仁風以遐被,踵姬文而築菀,苞山澤以開制。殖群物以充務,蠲四民之常稅。曁我皇之繼統,誕天縱之明睿。追鹿野之在昔,興三轉之高義。振幽宗於已永,曠千載而有寄。於是命匠選工,刊茲西嶺,注誠端思,仰摸神影。庶眞容之髣髴,燿金暉之煥炳。卽靈崖以搆宇,疏百尋而直上。絙飛梁於浮柱,列荷華於綺井。圖之以萬形,綴之以淸永。若祇洹之瞪對,孰道場之塗迥?嗟神功之所建,超終古而秀出寔靈祇之恊贊故存貞而保吉鑿仙窟以居禪闢重階以通述澄淸氣於高軒,佇流芳於王室。茂華樹以芬敷,涌醴泉之洋溢,祈龍宮以降雨,侔膏液於星畢。若乃硏道之倫,行業貞簡,慕德懷風,杖策來踐。守應眞之重禁,味三藏之淵典。或步林以經行,或寂坐而端宴。會衆善以竝臻,排五難而俱遣,道欲隱而彌彰,名欲毀而逾顯。伊皇輿之所幸,每垂心於華囿。樂在茲之閑敞,作離宮以營築。因爽塏以崇居,抗平原之高陸。恬仁智之所懷,眷山水以肆目。玩藻林以遊思,絕鷹犬之馳逐。眷耆年以廣德,縱生生以延福。惠愛內隆,金聲外發,功濟普天,善不自伐。尚諮賢以問道,詢芻蕘以補闕。盡敬恭於靈寺,遵晦望而致謁。奉淸戒以畢日,兼六時而宵月。何精誠之至到,良九劫之可越?咨聖王之遠圖,豈循常以明教?希縉雲之上升,羡頂生之高蹈。思離塵以邁俗,涉玄門之幽奧。禪儲宮以正位,受大上之尊號。旣存亡而御有,亦執靜以鎭躁。睹天規於今日,尋先哲之遺誥。悟二乾之重蔭,審明離之竝炤。下寧濟於兆民,上剋光於七廟。一萬國以從風,摠群生而爲導。正南面以無爲,永措心於沖妙。夫道化之難期,幸微躬之遭遇。逢扶桑之初開,遘長夜之始曙。顧衰年以懷傷,惟負忝以危懼。敢布心以陳誠,效鄙言以自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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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승부(大乘賦)와 서문 위(魏) 이옹(李顒) - 033_0643_b_07L大乘賦幷序 李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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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3_c_02L대승(大乘)이란 여래의 도량이다. 그래서 연각(緣覺)과 성문(聲聞)을 소승(小乘)이라 이르니, 법의 수레가 두루 굴러가는 것을 이르는 것으로, 마치 수레나 거룻배를 타고서야 멀리 가는 것과 같다.
합포(合抱)의 성전(聖殿)은 호리 끝에서 일어나고 9층의 보탑은 땅 위에서 지어진다. 미약한 것에서 장대해지니, 신묘한 이치는 현상으로 있지 않는 것에 달려 있으며, 거친 자취는 무가 아닌 것에 말미암는다.
있는 것을 들어서 없음을 바란다면 없음이 없는 것으로 통하게 되고, 없음도 잊어야 있음을 거느리게 되니, 바로 있음을 있게 하여야 형통하게 된다. 없음도 없게 해서 통하게 되면, 타는 것이 적어진다. 있음을 있게 하는 것으로 형통하게 되면, 타는 것이 커진다.
복덕을 거두어 회통하는 데는 법신(法身)보다 나은 것이 없으며, 일체지(一切知)를 펴는 데는 여래보다 귀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신품(神禀)을 신령스럽게 비추어 3달(達)의 권도(權道)를 관찰하되, 사유를 깊고도 널리 해서 4지(持)의 문으로 들어가야만 색(色)이 공(空)하므로 임하여도 어그러지지 않고 일어남과 없어짐도 끝이 없으며, 처음과 끝이 한계가 없음을 깨닫고서 우주의 가운데에 처하며, 마음으로 2상(象)의 바깥을 싸안게 된다.
눈으로는 겨자씨보다 작은 것도 살펴보고, 식으로는 수미산보다 큰 것도 가리게 되는데, 참으로 그윽하고도 깊은지라 근원을 실로 헤아리지 못하므로, 한탄하는 것도 부족하여 한탄만 하면서 이렇게 사부를 짓는다.
대승의 거룩한 수레 타고서
법고(法鼓)의 우레 소리 크게 울리며
5개(蓋)의 의심을 없애니
미묘법 맛보며 기뻐하노라.
충만한 각의(覺意) 바다 같을새
반야(般若)의 깊은 이치 연출될지니
8정도의 평탄한 도량을 고루하면서
총지(總持)의 원림에서 노닌다.
선정의 삼매에 깃들어
5음(陰)의 색(色)과 상(想) 없애니
저라(抵羅)91)의 화살 잡고서
여의(如意)의 거문고 연주하노라.92)
온갖 그물을 찢어내고
탐하는 더러움을 끊고 음란함을 끊으니,
맺어진 것도 잠깐 사이 한낱 물거품 같고,
어찌 교태로운 바람에 발을 적시리.
명행(明行)을 이루어 선서(善逝)하리라.
공덕을 쌓아서 지금에 이르렀으니
살운(薩雲)이 공(空)의 뜻을 수렴하였고
10력(力)93)을 운용하여 마군을 꺾었다.
지관(止觀)의 광명 열어 내니
사특한 생각에 잠겨 읊조리는 것을 해소하노라.
계율의 담장 쳐서 가로막으니
그림자와 메아리 찾기 힘든 것과 같네. - 033_0643_b_08L大乘者,蓋如來之道場也。故緣覺、聲聞謂之小乘,言法駕之通馳,如舟車之致遠也。夫合抱興於豪末,九層作於壘土,從淺以高大,理妙在於不有。迹麤由乎不無,擧有以希無,則無無以暢,忘無以統有,則有有以通。無無以暢,則乘斯小矣;有有以通,則乘斯大矣。夫摠福祐之會者,莫尚於法身;宣一切之知者,莫貴乎如來。故神稟靈照,以觀三達之㩲;思周深妙,以入四持之門。知色之空任而不敗,起滅無崖終始無際。寄於宇宙之中,而心苞乎二象之外。目察於芥子之細,而識鑑乎須彌之大。美哉淵乎!其源固不量也。嗟嘆不足。遂作賦曰:建大乘之靈駕兮,震法鼓之雷音。除行蓋之欲疑兮,飡微妙以悅心。滿覺意之如海兮,演波若之淵深。平八道之坦場兮,遊摠持之菀林。定禪思於三昧兮,滅色想於五陰。執抵羅之引弓兮,操如意之喩琴。破衆網之將裂兮,剗貪垢而絕淫。如泡沫之暫結兮,焉巧風之足欽。成明行而善逝兮,積功勳以迄今。收薩云之空義兮,運十力而魔禽。開止觀之光焰兮,消邪見之沈吟。閉必固之垣牆兮,同影響之難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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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현부(詳玄賦) 석혜명(釋慧命) - 033_0643_c_12L詳玄賦 仙城山釋慧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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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4_a_02L
한결같은 실상(實相)의 그윽함이여
만상(萬相)의 번잡함 한탄하노라.
진도(眞道)와 세속이 다를지나 한바탕이듯
범부와 성인은 나뉘어도 도는 하나이다.
스승의 가르침 이어받고
경전에서 나오는 향기에 의지하여
비루한 소견을 다하고
대방(大方)의 크신 말씀 청한다.
어떻게 군류(群類)와 얽혀서 살아갈 건가
드넓은 법계(法界)에 머물리라.
성품은 그윽할수록 깨달음 밝아지고
이치는 적멸할수록 더욱 빛나네.
공(空)도 아니고 유(有)도 아니니
있는 듯 없는 듯하여라.
자씨보살(慈氏菩薩)에게 비밀장(秘密藏) 전하셨는데
그윽한 즐거움 백양(伯陽)94)에게서 탄식한다.
고요한 허공은 극진함을 이루고,
그물 드리워 만유(萬有) 거두나
일에 임하여 미혹되기 쉽지만
가까이 가도 알기 힘드네.
말로써 드러낼 것이 아니니
어찌 감정과 지혜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입으로는 말하고자 해도 할 말을 잃으니
인연 따른 마음으로 생각을 쉬네.
비록 일음(一音)95)으로 두루 고하고
법륜을 세 번 굴려 미묘한 힘을 다하셨으니
고요한 문에서 8정도(正道)에 머물지 않은 적이 없으며
무욕의 경지에서 사변을 그치게 한다.
그 끝을 찾아보면
광활하여 끝이 없고
아득하여 다함없으며
근원을 거슬러도 시초가 없고
지극히 하여도 끝도 없다.
미혹을 풀어내어야 일이관지(一以貫之)하리라.
염(染)과 정(淨)이 여기에서 모두 녹아
공과 유를 아울러도 적막할진대
우주를 싸고서 두루 같다.
쓰임새를 논해 보면
하나이면서 여럿 되고
고요하면서도 어지러울 수 있다.
만류가 다른 형태를 뽑아내고
군정(群情)의 달리 봄[別觀]을 이루네.
5주(住)96)의 뿌리 맺으며
10전(纏)의 결박 이루니
밝고 어두움 따라 막히고 통하며
알고 모르는 대로 모이고 흩어진다.
4류(流)가 이로써 떠돌게 되고
6도(道)가 이로써 장구하리라.
3현(賢)과 10성(聖)97)이 이어서 애달파 하고
2지(智)와 5안(眼)98)이 빛을 드리운다.
오르고 내림에 다 같이 구덩이로 빠져드니
따르고 거스름에 갈래가 나뉘는데
바탕에 그름도 없고 옳음도 없으며
쓰임새 모양도 없고 함도 없다.
순금은 귀고리에 막히지 않고
깊은 못은 작은 물보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름 써야 하나
복잡한 것이 어지럽게 일어난다.
매사가 천 갈래 만 갈래이고
이치는 천 개의 수레도 한 갈래이다.
연기로부터 무애의 경지를 살펴보니
사물의 본성에서 생각하기 실로 어렵다.
보전(寶殿)의 구슬 장막 같으며
요대(瑤臺)의 현경(懸鏡) 같은지라.
서로 다르면서 서로 침투해 있고
빨강과 자주로 나뉘어서도 서로를 비춘다.
마음 경계에 일정한 법이 없으니
사람이 어찌 범부와 성인이 다르겠는가.
물상(物象)은 나와 남에 막힘이 없고
매사에 옳고 그름 가리지 않는다.
크고 작음이 다를 게 무엇인가
서로 섞이면서도 스스로를 유지한다.
인허(隣虛)99)는 대천세계를 담고
찰나는 3세(世)를 포함한다.
이 도리를 믿지 못함이 걱정스러운데
제망(帝網)100)을 빌어서 의심을 없앤다.
대개 보안(普眼)101)으로 살필 수 있으니
미혹한 소견으로야 어찌 알겠는가.
9회(會)102)로 모인 현문(玄文) 바라보고
만성(萬聖)이 내린 준칙 본다.
상제(常啼)103)를 동쪽 저잣거리에서 돌아보고
남국의 선재(善財)104)를 부러워한다.
많은 성[多城]105)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이루고
온갖 스승 찾아가 미혹 떨친다.
처음엔 문수보살 말씀 받들고
끝내는 묘덕(妙德:문수)에게 근본을 돌리네.
형체를 나투어 법계 다니며
기원(祇園)106)에서 발을 떼지 않았네.
일왕(一王)의 학정107)과 비슷함을 탄식하니
번잡한 5열(熱)이 더욱 싫구나.
손을 모으고 화수(和修)의 집108)에 들어가
손가락 튀겨서 아일(阿逸)109)의 문을 열었다.
도리의 참된 말씀 받들고
상주하시는 성인의 거룩한 모습 엿보노라.
삼구(三九)110)는 여기에서 소리가 끊기고
이칠(二七)111)도 여기에서부터 혼이 망한다.
참으로 깊은 경계일진대
어찌 쉽게 상론할 수 있겠는가.
혼미한 함식(含識)이 가련한데
슬기 없는 군생(群生)이 불쌍하구나.
같거나 다른 네 가지 사견(邪見)112)을 가지고
단멸(斷滅)과 상주(常住)의 두 가지 계책을 일으킨다.
긴 잠에서 꿈속의 호랑이를 두려워하고
병든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만 탐닉하노라.
매이고 묶인 것에 얽매여 풀지도 못했는데
물결에 내맡겨서 정처 없이 떠도네.
7각(覺)을 등지고 미혹으로 빠져들고
6욕(欲)에 물들어 막히기만 하는구나.
어떻게 이치는 통하면서도 뜻은 막히고
법은 옳은데 정은 그릇되는가.
시종도 없이 홀로 떠나가니
오랫동안 떠돌면서 돌아갈 줄 모른다.
가난한 집에 보물을 묻고113)
헤진 옷자락에 명주(明珠)를 숨긴다.
진여(眞如)를 싸안고도 알지 못하고,
만 가지 번뇌 매여서 한숨만 내쉰다.
내가 비록 말대에 태어났으나
미혹에 얽매여 명(命)만 재촉한다.
5부(部)114)에서 흐르는 빛에 의지하여
4의(依)115)의 가르침을 배웠다.
강원에 들어가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선림에 의탁하여 욕심 버리네.
원숭이 쇠사슬 채워 조용히 하고
뱀을 통에 넣어 굽은 것 펴도다.
넓은 바다는 계율의 거룻배로 건너고
깜깜한 밤을 지혜의 촛불로 밝힌다.
구구한 이론을 끊고 생각조차 봉했고
거짓된 감정에서 시비를 멈추었다.
깨달음에서 인연을 처음 모으고
사려를 무생에서 끝내 고요하게 하네.
참다운 근본의 실상 드러내고
세상살이 헛된 이름 통달한다.
도(道)는 처음 가는 길에서 남겨둠이 없고
어두움은 처음 밝아지는 것을 막지 않는다.
여섯 도적을 나란히 내몰고서
10악(惡)의 군대 평정하길 기대한다.
시 한 수 읊으니
먹구름 몰렸다가도 흩어진다.
마음의 탁수(濁水)는 언제나 맑아지려나
자성(自性)의 바다는 증감(增減)이 없으나
중천의 밝은 달은 차고 기우네.
토끼발이 짧은가 의심스럽고
기러기 터럭 가벼운지 걱정되는데
한 삼태기 흙 보태어 산이 될지니
곤륜산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네. - 033_0643_c_13L惟一實之淵曠,嗟萬相之繁雜。眞俗異而體同,凡聖分而道合。承師友之遺訓,籍經論之垂芳。罄塵庸之小識,請興言於大方。何群類之蠢蠢,處法界之茫茫?性窮幽而彌曉,理至寂而逾彰。旣非空而非有,又若存而若亡。談秘密於慈氏,歎窅冥於伯陽。湛一虛而致極,摠萬有以爲綱。雖卽事而易迷,亦至近而難識。非名言之所顯,豈情智而能測?口欲辯而詞喪,心將緣而慮息。故雖一音遍告之能,三轉窮微之力。莫不停八梵於寂泊之門,輟四辯於恬惔之域。尋其涯也,豁乎無際,眇乎無窮,源乎無始,極乎無終。解惑以之齊貫,染淨於此俱融。該空有而閴寂,括宇宙以通同。論其用也,一而能多,靜而能亂。挺萬類之殊形,吐群情之別觀。結五住之盤根,起十纏之羈絆。隨迷悟而通塞,逐昏明而集散。四流因之漂蕩,六道以之悠漫。三賢、十聖曖以聯緜,二智、五眼曄而暉渙。渾升沈而共壑,派違順以分歧。體無非而不是,用無相而不爲。若純金不隔於環釧,等積水不憚於漣漪。故令名用諠雜,集起紛馳。事若萬軫殊轍,理則千輪共規。觀無㝵於緣起,信難思於物性。猶寶殿之垂珠,若瑤臺之懸鏡。彼此異而相入,紅紫分而交映。法無定於心境,人靡隔於凡聖。物不滯於自他,事莫擁於邪正。何巨細之殊越?遂參互而容持。鄰虛含大千之界,剎那摠三世之時。懼斯言之少信,借帝網以除疑。蓋普眼而能矚,豈惑識以知之覿#九會之玄文,覽萬聖之貽則。睠常啼於東市,慕善財於南國。歷多城而進解,訪衆師而遣惑。始承命於文殊,終歸宗於妙德。雖遊形於法界,未動足於祇園。歎一生之似虐,嗟五熱之非昏!握手入和修之舍,彈指開阿逸之門。聞理音之常韻,睹極聖之恒存。三九於茲絕聽,二七自此亡魂。斯甚深之境界,亦何易而詳論?悼稟識之多迷,慨群生之少慧。保一異之四邪,起斷常之雙計。怖夢虎於長眠,翫空花於夂翳。縈結纏而未解,任漂流而莫濟。背七覺而逾昏,染六欲而方滯。何理通而志隔?旣法是而情非。忽伶竮而獨往,久逃逝而亡歸。埋積寶於窮舍,瘞明珠於弊衣。抱一眞而不識,縈萬惱以歔欷。嗟余生於季俗?惑己纏而命局。籍五部之流輝,蒙四依之睠錄。陟講肆以開愚,託禪林而遣欲。猴著鎖而停躁,蛇入筒而改曲。涉曠海以戒舟,曉重幽以慧燭。絕諍論於封想,息是非於妄情。創斂緣於有覺,終寂慮於無生。顯眞宗之實相,達世用之虛名。道莫遺於始行,暗弗拒於初明。擬六賊其方潰,冀十軍之可平!辭曰:昏雲聚還散,心河濁更淸。性海無增減,行月有虧盈。疑兔足之致淺,懼鴻毛之見輕。爲山託於始簣庶崑崙之可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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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현포원강부(玄圃園講賦)116) 소자운(蕭子雲)117) - 033_0644_c_06L玄圃園講賦 蕭子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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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5_a_02L
천감(天監)의 열일곱 번째 햇수118)에
공덕이 바야흐로 펼쳐지니
옥백(玉帛)에 윤기 흐르니
실로 창생하는 징조가 여기에 있구나.
위로는 하늘이 비치고
아래로 샘이 솟는데
구불구불한 기운을 토하니
해와 달 그림자 둥글기만 하구나.
거룩한 무덕(武德)이 용처럼 날아오르는데
천하를 실어서 한집안 이루네.
경수(景數:하늘의 운행)로부터 규범 이으려 생각하고
밝은 사직 오래도록 가꿔가리.
주(周)나라의 광휘를 거듭한다면
하나라의 영화를 되돌리는 것과 같다.
전대(前代)의 성좌가 빛을 드리우고
커다란 종[洪鍾]소리가 윤아(胤雅:皇胤 太子)에 퍼진다.
영복(永福)119)을 떠나 동조(東朝:東宮)로 나아가자마자
문물을 기초지우고 성명(聲明)을 밝히니
현장(玄章)을 그림으로 드러내고
물총새 깃으로 푸르른 갓끈을 화려하게 한다.
무늬 넣은 방울고리 걸치고
갈대 피리 불어서 숙정(蕭靜)케 한다.
그 빛을 내려 주니
아름다운 이름을 사방에 떨쳤다.
장막 치고 민심 살피며
학교 지어 백성 가르쳤다네.
성품과 천도(天道)는 고루한 데다
말씀마다 규범이 된다.
시사(詩史)에 박식하고 예역(禮易)에 능통할지니
이치는 낙수(洛水)에서 피어나며
문장은 청담(靑潭)에서 화려하고
예전의 7각지(覺支:7覺分)로 꽃을 토한다.
하늘과 사람보다 장구하고
대도가 서방에 펼쳐져 나날이 쓰여졌으나
정법이 동녘으로 흘러도 밝지 못하고
문왕에게 신명함을 주었다.
보주(寶珠)를 명양(明兩)120)에 의지하게 하였으니
이야기는 예전과 달랐으나 세상은 같았다.
천 년이나 메아리와 그림자로 남으니
정법(正法)의 우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서로운 지혜 구름 처음 보이고
진여(眞如)의 자취를 이어 나가며
발휘된 공적 이루고
금물을 개어 옥첩(玉牒) 펴냈다.
증율(蒸栗:삶은 밤색깔)의 간독(簡牘)을 털어내며
암라(菴羅:菴摩勒)의 나뭇잎을 채취하고
영편(靈篇)을 석실(石室)121)에
경협(經篋)을 남궁(南宮)122)에 모셨다.
이로써 일음이 끊이지 않았고
규범을 잇고 짧은 것을 쌓게 되었다.
지극한 사람이 도를 말하는 것은
반드시 산림의 광활함 같았다.
내원(奈園)은 행단(杏壇)123)과 함께 깊어지고
정명(淨名)은 소왕(素王:공자)과 함께 법도가 되며
맑은 물을 널리 흐르게 하는지라
현자의 융성함을 본받아 즐기게 하였다.
슬기로운 지혜로 그윽하게 장막 폈으니
‘현포원(玄圃菀)’을 고원하게 이야기하고
복락(福樂)을 펴고 대도(大道)를 베푸는 위에서
영포(靈圃)와 묘리를 살핀다.
금림(禁林)을 무성하게 길렀고
도를 실어 나르는 삼성(三星)124)의 기운을 받아
육요(六曜)의 이궁(離宮)에서 행도했으니
바닷물 연못에 대고 화산(華山)에 견주어 높이 지었다.
동산은 크고 작고 험하고 순한데
비탈길 가팔라서 여름에도 서리가 엉긴다.
아래로 냇물이 흘러서 다리 놓았는데
위로는 푸른 운기 붉은 노을 안개처럼 어린다.
꽃과 수풀에 등불과 옥돌에다
눈부신 옥조(玉藻)가 단적칠흑(丹赤漆黑)이라네.
사방에 꽃나무 심어 물 주어 기르고
계수나무 가을 단풍이 향기롭다.
골짜기 사람 모이고 복숭아 가지 벌레 깃들이네.
풀잎 나부끼며 신령한 열매가 늘어졌다.
장경(長卿)125)은 추위에 비취빛 내고
간자(簡子)126) 덩굴은 가을에 다홍색을 띤다.
구름이 절벽에 걸려 비를 토하니
가지가 나부끼며 바람소리 일어난다.
가운데 못가에 난초가 자라고
잔잔한 푸른 물은 급류 따라 흐른다.
깊은 물 속을 바라볼수록
우뚝 솟은 누각이 거꾸로 서 있고
조대(釣臺)는 물에 뜬 채로 찰랑거리는데
커다란 배에는 비취색 휘장을 펼친다.
조그만 쪽배에는 날개를 드리우고
새 중에 삼나무 닭[杉鷄]127)은 바탕이 화려하며
목객(木客)128)은 무늬가 빛나니
대승(戴勝)129)은 입에서 풀을 토한다.
척령(鶺鴒:할미새)은 향기를 쫓아다니고
옥색의 거북이와 자주색 자라,
해오라기와 원앙새는
날마다 바람 소리 새기며 물에서 어울린다.
숲에는 노랑연꽃과 마름 풀, 부용이 피어 가볍게 산들거린다.
낭떠러지에 큰 돌이 걸려 있는데
무너진 구덩이에 모래가 가득하고
물고기 뛰는 모양 눈에 선하다.
주름진 붉은 새우에다
도롱이의 끊어진 청사 흔들리고
물 위에 낭자하게 흐트러져 있다.
구리 거북은 물을 뿜어낸다.
돌고래에서 쏟아지는 물에 파도가 일고
금원(禁園)의 장대한 경치 장관인 것이
비야리(毘耶)성130)과 흡사한데
청궁(淸宮)의 널찍한 뜰에다 장막 펼친다.
등불은 빛나고 타는 나무는 빛을 깜박이고
여섯 자 섬광을 모아 풀숲에 비추니 아홉 빛깔 현란하며
아름답기는 쇠금이 모래에서 나듯 하고
찬란하기는 뭇 별이 하늘을 도는 것과 같다.
아침 햇살 빛날 때까지 밤새워 반짝이는데
뭉게구름이 밀려와 감긴다.
서원(西園)으로 수레 가볍게 몰아
제(齊)나라 궁은 북쪽 정원이라네.
위사(衛司)가 도열해 있고
스님들이 엄숙히 서 있다.
법고를 울려서 소리를 떨치면,
온갖 향내음 진동할지라.
백수(百獸)도 멀리서 우러러본다.
구층의 운거(雲車)와 네 마리 사슴의 지가(芝駕)에다
오나라 미희와 초나라 미녀가
호가(胡笳)와 연축(燕筑)에 장단 맞춰 노래하노라.
말 타고 축국(蹴鞠)하며 소양(少陽)131) 건너고
자주 빛 관복을 입은 고관에 현자는 녹을 받는데
흩어지는 꽃들이 바람에 날리며
숲 속에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등왕(燈王)132)이 귀의하여 자리 바치고
향적(香積:중향세계의 부처)이 찾아와 숙소(熟素) 올린다.
중성(衆聖)이 공법(空法)에 타듯 하려니
능인(能仁:석가불)의 모습 눈에 어린다.
솟구친 추녀 끝에 모습 선하여
법회를 베풀어 범부에게 설법하시는 듯하다.
높은 전각 엄숙하고도 장엄한지라
미언(微言)을 기뻐하며 이치 말한다.
복된 말씀이 단청보다 빛나며
손수 음지(音旨)를 받들어서
지혜를 만물에 두루 펴는 것에 마음 기울이니
진정으로 탐구하여 진리를 다한다.
드높으신 말씀 만상(萬象)을 넘어섰고
이치가 첩첩이 쌓여 계류(繫類)133)를 초월하니
오량(吳兩)의 흥겨운 말조차 충분치 않은데
진가(眞假)의 이치에 어찌 미칠 수 있겠는가?
사관은 붓을 쥐고 기록에 힘쓰고 직분 다하기를 바라며
금상(金相)을 읊조리고 옥식(玉式)을 노래한다.
세상에 감로 법문 전하였으니
백성이 인수(仁壽)의 땅에 올랐어라.
요궁(瑤宮)의 수레를 받들어
운루(雲樓)의 수레 따르자니
양양한 복덕이 남산 같을새
길이 남겨서 다함없으리. - 033_0644_c_07L曰天監之十七,屬儲德之方宣,惟玉帛之光盛,信昌符之在焉。於是上照天,下漏泉。輪囷之氣吐煙,日月之景揚員。乃聖武之龍飛,載爲家於天下。思承規於景數,遂長發而明社。若重光於有周,似二英於皇夏。方前星而列曜,播洪鍾於胤雅。去茲永福,來卽東朝,文物是紀,聲明是昭。發玄章於粉繢,靡靑緌於翠翹。鑾納那而垂藻,笳和鳴以承蕭。載錫其光,令問令望,察情幄帳,讓齒虞庠。性與天道,言爲珪璋,詩、史遙集,禮、易翺翔,義華洛水,文麗淸漳。昔,七覺之吐華,高人天而爲長。道西被乎日用,法東流而未朗。故授神莂於文昌,寄寶舩於明兩。異昔談而同世,亦千年而影響。聞塡塡之法雷,見慧雲之初爽。眞如之軌旣接,發揮之功已躡。開金泥,剖玉牒,削蒸栗之簡,採羅樹之葉。石室靈篇、南宮神篋,所以一音不已,而待規重矩疊者矣。惟至人之講道,必山林之閑曠。彼奈園與杏壇深,淨名與素王摸。淸遊之浩瀁,擬樂賢之隆壯。睿情窅然是焉供帳,乃高談玄圃之菀。張樂宣猷之上,觀夫靈圃要妙。摠禁林之叫窱,稟輦道之三星。躔離宮之六曜,寫溟浚沼,方華作峭。其山則峛崺貏豸,硱磳誳詭,坂墀嶻嶭,夏含霜雪。下則谿壑泓澄虹螮降升,上則靑宵丹氣雲霞鬱蒸。金華琳碧,燭銀碝石,藻玉摛白,丹瑕流赤。周以玉樹灌叢紫桂香楓,篔簹含人桃支育虫。妙草的皪,靈果垂葼,長卿寒翠,簡子秋紅。崖戴雲而吐雨,木鳴條而起風。中有蘭渚華池,淥流濎濘,激水推移。彌望杳溟,倒飛閣之嵯峨,漾釣臺而浮迥。張翠帷於鴻舩,泛羽旒於雀艇。鳥則杉鷄繡質,木客錦章。戴勝吐綬,鸀鶺敺香。壁龜、紫鼈,鷿鷈、鴛鴦。風鳴日思,戲廣浮長。內則錢荇蔆華,𣢺欿散葩。硉矹巨石,隤陁碧砂。離蓰比目,累綺紅蝦。漂靑綸之蓑析,蕩碧組之鬖髿。銅龜受水而獨涌,石鯨吐浪而戴華。所以籍園籞之壯觀,將髣像於毘耶。於是淸宮廣闢,宿設宵張。華燈熠燿,火樹散芒。斂閃六尺,籠叢九光。穎若流金之出沙嶼,粲若列宿之動天潢。朝曭朗而戒旦,雲依霏而卷蔟。輕輦西園,齊宮北囿。仗衛濟濟,僧徒肅肅。法鼓朗而振音,衆香馝而流馥。亦有百獸盿盿穆穆。雲車九層,芝駕四鹿。吳姬楚豔,胡笳燕筑。常從名倡,戲馬踏鞠。巡少陽渡紫稪,繞崇賢瞰承祿。掦散花之飄颻,響淸梵於林木。燈王歸而贈筵,香積來而獻熟。似衆聖之乘空,若能仁之在目。旣而俄軒有睟,肆筵授几。高殿肅而神嚴,微言欣而奏理。煥嘉語於丹靑,得親承於音旨。智周物而爲心,情硏機而盡諦。言超超而出象,理亹亹而踰繫。類吳兩娛心之談未足云,晉儲眞假之理豈能逮?史臣乃載筆撰功,請事其職。賦金相,歌玉式。世旣聞甘露之言,民已登仁壽之域矣。將奉瑤宮之軑,陪雲樓之軾。福穰穰委如山,長莫長永無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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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몽부(夢賦) 수(隋) 석진관(釋眞觀) - 033_0645_c_03L夢賦 釋眞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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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6_a_02L
지난밤 잠자다 의식이 형통하니
장생(莊生)이 나비 만난 듯
공자가 주공 만난 듯134)
꿈속 일 헛것일지나
마음속 일이란 그윽이 같도다.
어떤 기이한 손님 봤는데
기슭에서 사람 놀래키니
이름도 성도 모른다.
귀신인지 도깨비인지
모습이 단정하며 옷차림도 빛나고 새로운데
문 열고 들어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자리에 이르러 큰소리친다.
내가 보다 못해 몇 마디 물었는데
사도(邪道)는 정도(正道)를 간섭하지 못하고
나쁜 것은 착한 것 어지럽히지 못하는데
맑고 흐름이 다르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다른데
내 몸에 법의 갑옷 두르고
마음이 묘전(妙典)에 노니는데
여섯 도적도 항복시킨다.
네 마리 뱀도 물리치는데
큰 수레를 부려서 작은 마군을 잘라 내리라.
그대는 누구이런가.
와서 무엇을 논변하려는가?
손님이 대꾸하기를
오랫동안 명성 들었으나 공경스런 인사 못했었는데
늘 사모하며 속으로만 되뇌인다
이제야 빛나는 풍채를 뵈오니
참으로 경사입니다.
말씀 여쭙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높으신 가르침 내리어
대체로 사람살이 한평생 빌어온 듯 버린 듯하고
붉은 번개 하늘 놀래키듯 한 것이
백마가 작은 틈을 지나치듯 빠르네.
어찌 좋은 시절 따르지 않을런가.
인생의 환락을 취하여
밭두둑 길로 준마를 달리며
넓은 들판에서 수레를 맨다.
서원(西園)에 앉아서 친구나 부르고
남재(南齋)에서 손님과 마주하며
들판에 나가서는 사냥하고 사슴 잡으며
규방에 들어가면 석금(石琴) 탄다.
간혹 술독을 끼고 마주앉아서
잔을 비우며 기염 토하니
흥겨운 가락으로 그것을 거듭하며
맛있는 고기로 그것을 편다.
학문 창성하고 집안 번창할새
덕이 날로 중해져 세상에 이름 내며
강동(江東)의 독보가 되니 천하에 짝 없으며
마음은 의리(義理)의 움집이고 몸은 지혜 주머니이니
금관자로 한(漢)나라 거닐고 패옥으로 양(梁)나라 노니니
높은 수레 날쌘 말에다 향기 어린 거처에
연(燕)나라 미희 줄지어 시중들고
진(秦)나라 미녀 방 안 채운다.
가야금 퉁소 소리 고즈넉이 듣고
사죽(絲竹)이 쟁쟁대는 소리 듣는데
이 어찌 한 생의 쾌락만이겠는가?
천재(千載)에 길이 향기롭구나.
어찌 웃음소리도 없이 쓸쓸이 혼자 살면서
삭발하고 수염 자르며
부모를 거스르고 임금을 저버리면서
형색이 초췌하고 옷은 남루한가?
양잠을 피하고 장사조차 하지 않으니
조각 천을 모아다 기워 입은 게
곳곳이 뜯어져 셀 수 없이 꿰매고
주린 배에 아침 이슬 마신다.
바람 찬 야반에 추위에 떨면서
늙어서 구부정하니 길을 다니고
나이 먹는 것도 잊고 방문 잠그고
텅 빈 침상에 냉기만 돈다.
홑이불 자락에 잠을 청하며
자손도 없이 후사마저 끊었으니
붕우가 찾아오는 즐거움도 마다하고
이같이 하여 도를 구한다.
어찌 도를 어렵게만 생각하여
내가 어이없어 웃으며
심요(心要)를 대략이나마 말해 주고자
뜸을 들인 연후에 대답하였다.
찾아와 대뜸 하는 말 과장된 게
필시 삿된 길로 꼬이고자 함이라.
우물 안 개구리가 고래와 크기를 쟁론하고
반딧불이 일월과 밝기 다투는 꼴이다.
사마귀가 대붕의 날개 꺾으려 들고
언덕배기가 곤륜산에 맞서는 짓거리와 다름없노라.
잠에 취해 생사에 어두우니
현황(玄黃)에 물들어 분별조차 못한다.
아는 게 술 마시고 방탕하며 고대광실 사는 건대
어찌 재물의 해독을 알 것인가.
화씨 벽을 품고서도 재앙만 닥쳤고
단 것은 입을 상하게 한다.
좋은 음식을 뱃속에 썩이며
여색만 밝혀서 화근 부르고
목 타는 애욕에 미쳐 버리니
사람살이 쉬이 다한다.
만물의 이치 무상할진대
아침에 노래 부르다 저녁에 통곡할지라
망하는 길로만 치달으니
쾌락도 잠시 슬픔만 늘어 가노라.
분분한 세간에 즐길 게 없으니
만 갈래 고초가 다투어 찾아오고
수많은 근심이 다투어 가버리며
처자식 도리어 질곡 될지라.
사랑도 다시 그물 같아서
내 집안 힘겨움에 메산 같은데
국사에 애쓰느라 번거로우니
영화도 한순간의 물거품이라.
부귀도 산속의 메아리 같은데
거꾸로 미혹에 깊이 빠져서
늘 처참하기만 하며
자식은 불효하고 아비는 자애롭지 못하구나.
도덕조차 돌아보지 않으니
가슴에 역심(逆心)만 채우고
마음에 도적만 기르며
과대망상에 사치하느라
마음만 괴로운데
인의(仁義)조차 행하지 못하면서
누구와 전칙(典則)을 논하며
어긋나게 살생만 저지르는가?
이유 없이 탐욕만 부리면서
이로움만 보이면 다투어 빼앗고
재물만 비루하게 구걸하다가
자리도 이름도 잃는다.
집안도 나라도 망치고
명줄이 끊어지면 몸뚱이도 거꾸러지려니
업장에 머리가 뽑히고
귀신은 힘줄을 베어내려 한다.
얼음 못에 던져지고 불덩어리 덮어쓰니
아픔을 견딜 것 스스로 알아도
슬픔을 누르는 것 누가 헤아리겠는가?
칼날이 수풀처럼 돋아나 있다.
창끝이 산처럼 솟구쳐 있는데
풍로의 불길만 매서워지고
끓는 물은 튀어 올라 혼비백산할진대
겹겹이 쇠 그물에 둘러싸여 있다.
불타는 강물이 넘실대는데
모든 고통 순서대로 지나치되
머리는 톱으로 썰어내고
뼈마디는 절구로 찧는다.
몸 조각을 집어다 잔별처럼 흩뿌리고
몸뚱이의 핏자국 시내 이룬다.
하루아침 목숨 다하면
만 가지 한스러움 어찌하련가.
정법이 깊고도 넓어서
묘한 이치 다하기 어려운데
생(生)도 멸(滅)도 아니고 색(色)도 심(心)도 아니니
기연 따라 가서 이르고 인연 따라 임한다.
안으로 만덕(萬德) 펼치고
밖으로 8음(音) 열어젖힌다.
술 취한 코끼리 항복 받고서
놀랜 날짐승 그림자에 숨긴다.
모습은 둥근 달과 같고
형체는 금을 녹인 듯하여라.
마침내 니건(尼揵:Nigrantha)이 신을 벗고
범지(梵志)가 비녀를 뽑게 하였네.
그러나 출가(出家)의 도라는 것은
한가로이 살아가며 욕심도 구함도 없으니
천자를 섬기지 않고 왕후도 공경하지 않노라.
티 없는 옥 같을진대 결박 끊은 방주이리라.
노랫소리에 흔들리지 않으며
갓조차 남기지 않으니
함도 없고 바람도 없는데
두려워하고 걱정할 것이 무엇인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 함께 거두고
선정과 지혜 겸수(兼修)하고자
천인(天人)을 스승으로 모범 삼고
호걸과 서민들 그것에 의지한다.
학문은 나날이 더해가고
도를 행하는 것은 날마다 줄이니135)
덜어낼수록 도업(道業)은 높아지고
보탤수록 배운 공은 늘어난다.
속인 모습 길이 끊고서
마음을 세속의 마음과 달리할지니
입느니 삼베옷이고
먹느니 식은 밥이다.
큰 스승 천 리를 찾아가 명을 받들고
정법을 흠모하여 여섯 때 근수하며
8해(解)의 연못에서 생각을 씻어내고
7정(淨)의 뜰에서 마음 노닌다.
도안(道安)ㆍ도립(道立)ㆍ혜원(慧遠)ㆍ혜지(慧持) 스님과
적자(赤髭)의 법주(法主), 청안(靑眼)의 율사(律師)는
여러 경전을 변론하면서
역(易)을 강론하고136) 시(詩)를 토론하였다.
마음을 열어 귀를 즐겁게 하고
막힌 것 풀어내 의심 지우니
후대에 이름 떨치며
당대에 독보적 존재였다.
진(秦)나라 임금과 한 수레 타고137)
진(晋)나라 황제와 자리를 같이했는데138)
환현(桓玄)이 두 번 절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치초(郗超)가 천 곡(斛)을 바쳐도 오히려 한마디도 안 했다.139)
수행은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하니
후대에 경사가 남게 되리니
사천왕과 범천(梵天)이 다투어 모시고
6천(天)이 저마다 시중든다.
기읍(畿邑)을 봉하여 현달하며 국토를 청정케 할지라
보배나무 옥가지와 금쪽 연화 옥구슬이
바람결에 맑게 울린다. 시냇물 아름다운 소리 내며 흐르니
연못마다 은감 같고 땅바닥 거울 같도다.
좋은 향기 흩날리며
이름난 꽃 피울진대
가까이는 신명이 즐겁고
멀리는 목숨을 돌이킬세라.
6도(度)를 닦아서 10지(地)가 원만한데
영지(靈智)는 깊어지고 종각(鍾覺)이 가득할새
적막하고 텅빈 마음자리 맑혀서 정갈하구나.
바탕은 장애가 되는 바탕이 아니다.
이름은 현상으로 이름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고
물과 불이 하늘을 찔러도 겁내지 않고
번개가 땅을 치더라도 놀라지 않으니
천하의 지극함도 예서 다할지라.
누가 감히 그와 대항하겠는가?
찾아온 선비가 이 말 듣고 두 손 모아 허리 굽히며
저도 모르게 눈썹도 오그리고 손가락도 거머쥘진대
혼비백산한 것이 넋 나간 듯하였다.
낯이 뜨거워 뒷걸음질 치면서 놀라며 말하기를
제 자신 비루함을 알지 못하고
넋두리만 늘어나 부끄럽기 짝이 없으니
오늘날의 가르침 받들어 새겨듣겠나이다. - 033_0645_c_04L昨夜眠中,意識潛通。類莊生之睹胡蝶,如孔氏之見周公。雖夢想之虛僞,亦心事而冥同。爾乃見一奇賓,傲岸驚人。無名無姓,如鬼如神。姿容閑雅,服翫光新。入門高揖,詣席誇陳。余乃問曰;夫邪不干正,惡不亂善。淸濁異流,昇沈各踐。吾身披法鎧,心遊妙典,六賊稍降,四蛇方遣,大乘已駕,小魔宜翦。君是何人,欲來何辨?客乃對曰:久承名行,未遑脩敬。常深注仰,每軫翹詠。忽睹光儀,良有嘉慶。欲申諮請,願垂高命。夫人生假借一期如擲。倏紅電之驚天,迅白駒之過隙。豈不及年時之壯美,取生平之歡適?或走名驥於長阡,或駕飛輪於廣陌。坐西園而召友,敞南齋而對客。出野外而摐金,入閨中而撫石。或復合罇促坐,傳觴擧白。重之以笑歌,申之以燔炙。至如學富門昌,德重名揚。江東獨步,日下無雙。心爲義窟,身是智囊。彫金往漢,佩玉遊梁。高車駟馬,桂戶蘭房。烈燕姬而滿側,奏秦女而盈堂。聞弦管之寥亮,聽絲竹之鏗鏘。何則一生之快樂,亦千載而流芳?豈能拪拪獨處,傍無笑語?剃髮除鬚,違親背主。形容燋悴,衣裳藍縷。旣闕田蠶,復無商估。等碎繒之屢結,似破襖之千補。至如玉露朝團,金風夜寒。老冉冉而行至,歲忽忽而將闌。牀空帳冷,覆薄眠單。絕子孫於後胤,罷賓從而來歡。欲以斯而爲道,亦何得道之量難?余乃忻然而笑,略陳心要,徐而答曰:省來說之嬌張,遂引誘於邪方。欲以井蛙共海鯤而論大,爝火與日月而爭光。無異蟭蟟之比鵬翼,㟝嶁之匹崑岡。爾旣昏眠於生死,亦耽染於玄黃。唯知酣酒嗜欲峻宇彫牆。豈識多財之被害,寧信懷璧而爲殃?佳味爽口,美食爛腸。貪婬致患,渴愛成狂。人生易盡,物理無常。朝歌暮哭,向在今亡。忻歡蹔有,憂畏延長。且世閒紛壤,竟無閑賞。萬苦競來,百憂爭往。妻子翻爲桎梏,親愛更如羅網。私里恒弊巑屼,王事徒勞鞅掌。榮華有同水沫,富貴實如山響。然自沈淪倒惑,恒懷磣毒。不孝不慈,無道無德。胸衿𢤱戾,心府蠶賊。自大嬌奢,志能苛剋。不行仁義,誰論典則?無趣殺傷,非理貪忒。見利爭往,臨財茍得。失位失名,亡家亡國。命繩溘斷,身城倒匐。業掣其頭,鬼穿其肋。冰池向踐火山方冒,忍痛自知銜悲誰惻?爾乃刀林擁聳,劍嶺嵯峨。爐飛猛焰,鑊涌驚波。楞層鐵網,菉簇灰河。凡諸苦難,次第經過。頭逢鋸解,骨被磨磨。擧身星散,合體滂沱。一朝鍾此,萬恨如何?若夫正法弘深,妙理難尋。非生非滅,非色非心。隨機往赴,逐應便臨。內宣萬德,外啓八音。威降醉象,影攝驚禽。形如滿月,色似融金。遂令尼揵脫屣,梵志抽簪。然而出家之爲道也,則蕭散優遊,無欲無求。不臣天子,不敬王侯。似無瑕之璧,如不繫之舟。聲樂不能動,軒冕不能留。無爲無欲,何懼何憂!戒忍雙集,禪慧兼修。天人師範,豪庶依投。若夫爲學日益,爲道日損。損之則道業踰高,益之則學功踰遠。故形將俗人而永隔,心與世情而懸反。所服唯是布衣,所飡未曾再飯。從師則千里命駕,慕法則六時精懇。濯慮於八解之池,娛神於七淨之菀。至如道安、道立、慧遠、慧持、赤髭法主、靑眼律師弘經辯論,講易談詩,開神悅耳,析滯去疑。竝皆揚名後代,擅步當時。或與秦王而共輦,乍將晉帝而同幃。遂使桓玄再拜而弗暇,郗超千斛而無辭。爾乃行因已正方響餘慶。四梵爭邀,六天俱娉。封畿顯敞,國土華淨。寶樹瓊枝,金蓮玉柄。風含梵響,泉流雅詠。池皎若銀,地平如鏡。妙香紛馥,名花交映。近感樂神,遠歸常命。若夫六度修成。十地圓明。靈智旣湛,種覺斯盈。寂遼虛壑,皎潔澄淸。質非質㝵之質,名非名相之名。水火衝天而不懼,雷霆振地而不驚。窮天下之至妙,誰能與之抗行?於是前來君子聞斯語已,合掌曲躬,斂眉彈指。魂飛氣讋,神茹情否。踧踖無顏,逡巡敬起。自陳孤陋,未知臧鄙。追用感傷,實懷慚恥。今日奉教,謹從命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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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상애자부(傷愛子賦)140)와 서문 강엄(江淹) - 033_0646_c_24L傷愛子賦 江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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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7_a_02L강구(江艽)는 자(字)가 윤경(胤卿)인데, 내 둘째 아들이다. 나면서 신통하여 필시 대기(大器)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석하게도 우환으로 해를 넘기다 죽었다.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여, 이 글을 짓는다.
가을빛도 완연해지는데
가슴에 맺히느니 슬픔뿐이네.
불쌍한 것 마음만 시리다.
구슬 같던 사랑하는 아들 애통하다.
수심 어린 모습 겉으로 드러나고
걱정 어린 마음 속으로 찢어지는데
일월도 녹일 수 있으나 슬픔 지우지 못하고
금석도 닳을지나 그리움 어찌 다하리.
멀리 우리 조상 혁희씨(赫羲氏) 이어서
고양(高陽)의 핏줄 이었을진대
우리 종씨(宗氏) 덧없음이 애석하니
아마도 내가 거두지 못했도다.
3령(靈:일월성)이 복 주시기만 우러르는데
우두커니 어린 자식 장성하기만 기다리니
윤경이의 명이 어이 이리 참혹한가?
하늘에 빌어도 보우하심 없구나.
청춘(靑春)에 아이가 태어났으니
섭제격(攝提格)141)이 정월달이었네.
잘생기기가 비할 데 없었기에
옛사람보다 뛰어나기만 바랐다.
아름다운 자취에다 티 없는 행실 더하였고
맑은 일에 성대한 공 보탰는데
흰 서리 풀잎에 내리자
오동나무 가래나무와 함께 시드네.
함께했던 여름철[朱明] 되새기면서
어릴 적 영특했던 일 생각하고
흔쾌히 따르던 모습 그려볼진대
드나들던 문짝을 쳐다볼수록 울적해진다.
어이해 지금 이리도 적막하련가.
잃어버린 그 모습 그 목소리 아직도 생생한데
누이는 대낮에도 흐느껴 울며
막내가 한스러운 맏이는 눈물만 삼키네.
목석(木石)도 감동하여 슬퍼하는데
눈물은 고였다 떨어지고
가슴 속 깊은 사랑 잃었으니
어미 되는 여인(麗人)은 피눈물로 땅만 적시누나.
하늘을 우러르며 눈물짓고
가슴치며 떠나간 아이만 그려본다.
아이 다니던 곳 디딜 때마다 가슴 쓰라린데
아무리 애도한들 누가 듣겠나.
오고 가는 운명을 어찌 말할 수 있으리.
내 예전에 행복했는데
강심(江潯)에 벼슬 살면서
늘그막에 서러움만 느는구나.
그리움 황혼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데
달빛만 해를 이어 교교하다.
노을 진 구름이 그늘 이루니
안개 자욱이 나무를 휘감네.
밝은 달빛 숲 속 비치니
어이할꼬! 내 아들
내 갖은 고생에 이 꼴 볼지니
긴긴밤에 섬대(纖帶)를 점쳐본다.
이른 아침에 보빈(葆鬢)을 살펴보아도
세상의 사람살이 기쁨은 적은데 근심만 가없구나.
10기(紀)도 헛된 이름뿐인데
어찌 백령(百齡)의 햇수 바라겠는가.
달빛이 밤하늘에 교교한데
흰 이슬 아침결에 맺히니
손가락질 가리켜도 알지 못하고
이 도리에 어긋나서 스스로만 망치네.
살아서 부모 사랑하고 집안에서 정을 길이 하는 것인데
자식이 먼저 황천으로 영원히 가버렸으니
내가 창기(蒼祇:천지 또는 창천의 신기)에 죄지은 게 없다고
후토(厚土)를 원망한들 무엇하리.
부처님의 거룩하신 과보만 믿고서
3세의 먼 길을 돌이킬지니
깨끗한 안식처에 함께 오르길 바래서
속진(俗塵)의 습기조차 길이 버리리라. - 033_0647_a_02L江艽字胤卿,僕之第二子也。生而神俊,必爲美器。惜哉!遘閔涉歲而卒,悲至躑躅,迺爲此文。惟秋色之顥顥,心結縎兮悲起。曾憫憐之憯悽,痛掌珠之愛子。形惸惸而外弛,心切切而內圯。日月可銷兮悼不滅,金石可鑠兮念何已?緬吾祖之赫羲,帝高陽之玄胄。惜衰宗之淪沒,恐余人之弗搆。覬三靈之降福,佇弱子之擢秀。酷柰何兮胤卿?郯逢天兮不祐。爾誕質於靑春,攝提貞乎孟陬。謂比芳於古烈,望齊英於前脩。遰高行之美迹,鬯盛業之淸猷。白露奄被此百草,爾同凋於梧楸。憶朱明之在節,顧岐嶷之可貴。睨鑪帳而多怡,瞻戶牖而有慰。奚在今之寂漠?失音容之髣髴。姊日中而下泣,兄嗟季而飮淚。感木石而變哀,激左右而殞欷。奪懷䄂之深愛,爾母氏之麗人。屑丹泣於下壤,傃殷憂於上旻。視往端而擗摽,踐遺緖而苦辛。就深悼而誰弭?歸來命兮何陳?我過幸於時私,爰守官於江潯。悲薄暮而增甚,思纁黃而不禁。月接日而爲光,霞合雲而成陰。霧籠籠而帶樹,月蒼蒼而架林。嗟柰何兮弱子?我百艱兮是尋。驗纖帶之夜緩,察葆鬢之朝侵。惟人生之在世,恒歡寡而戚饒。雖十紀之空名,豈百齡之能要?迅朱光之映夜,甚白露之凝朝。指茲譬而取免,排此理以自銷。然則生之樂兮親與愛,內與外兮長與稚。傷弱子之冥冥,獨幽泉兮而永秘。余無愆於蒼祇,亦何惌於厚地?信釋氏之靈果,歸三世之遠致。願同昇於淨剎,與塵習兮永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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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무위론(無爲論)과 서문 - 033_0647_b_13L無爲論 幷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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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7_c_02L내 일찍이 정각(正覺)에 회향하여 복전(福田)에 귀의하면서, 친구가 나에게 벼슬살이 권해도 내 뜻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에 「무위론」을 짓는 바이다.
누대에 공자(公子)가 있었는데 연이어 관모(冠毛)를 쓰고 흰 비단으로 지은 화려한 관복을 입었다. 등에 진 장검은 밝게 빛나고, 옆에 찬 패옥은 연이어 울렸다. 이때 직하(稷下)142)에 노닐거나 양(梁)나라를 찾아다니다, 영웅에게 듣고도 한 번 표변(豹變)하며 이롭게도 해롭게도 하는 것을 듣고는 마치 용이 치솟듯 한다.
이에 붉은 가죽신을 부리고 보마를 치달리며 옥 재갈을 번쩍이도록 휘둘러서 마침내 무위(無爲) 선생의 집 앞에 당도해서, 대뜸 이같이 말했다.
“선생은 지혜와 공덕이 빛나고 무르익은 데다 거룩함도 견줄 만한 짝이 없습니다. 맑고 원대한 도의(道義)는 큰 바다로도 비유하기에 부족하고, 이루지 못한 공부가 없으며, 통달하지 못한 일이 없습니다.
차림새가 그윽하며 말소리도 온화하시니, 석가(釋迦) 삼장(三藏)의 경전이나 이군(李君)의 『도덕경』이나 선니(宣尼:공자) 육예(六藝)의 글이나 백가(百家) 겸해(兼該)의 술법에 이르기까지, 그 요점을 추려서 충현(沖玄)을 얻지 못한 바가 없습니다. 빛나기가 마치 거울 속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고, 환하기가 마치 손바닥의 구슬을 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듣자니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 한다143)는데, 어째서 사람이 모으는 것은 재물이라 합니까? 이로써 노담이 주하사(柱下史)가 되고, 장주(莊周)가 원리(園吏)144)가 되었으니, 동방삭(東方朔)145)은 지극(持戟)의 관직도 피곤타 하지 않았으며, 중니도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실로 만고의 모범이며 한 시절의 스승일진대, 선생이 은둔하여 경서를 살피고 덕을 기르느라 벼슬 살지 않았으니, 이는 한낱 열자(列子)의 술법으로 천하의 지극한 이치에 통하는 바가 아닙니다. 천하를 얻는 것을 영예로 삼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진신(縉紳)이 모두들 비루하게 여기는 바입니다.”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이같이 대답하였다.
“부귀를 누가 바라지 않겠는가? 단지 운수에 통하지 않았을 뿐이로다. 충성과 효도는 나라의 급한 일이겠으나, 신생(申生)146)과 오원(伍員)은 뜻을 펴지 못하였다. 도를 기리고 덕을 싸안는 것은 도가철학이 기리는 바이니, 양웅(楊雄)147)과 동방삭(東方朔)도 그 직분이 높지 못했다.
커다란 학문이라야 단지 유가와 묵가인데, 이 또한 지리멸렬하여 대부분 뜻을 펴지 못했다. 그대가 끌어대는 선비들은 마음은 바랬으나 뜻을 펴지 못한 이들이다. 근심과 기쁨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야 도를 행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가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듣자니, 대인(大人)이 자취를 내리시어 자비를 널리 펴시는데, 생사의 굴레를 깨트리고 열반의 피안에 이르러, 3승을 열어 만물을 인도하시되, 하나의 상(象)을 내치고 진도(眞道)로 돌이키는지라, 지혜로운 이도 그 오고감을 보지 못하며, 뜻 있는 이도 시초와 끝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윽하게 상주하시어 다른 길을 영원히 끊었으며, 변화도 천화(遷化)도 없어서 백려(百慮)를 길이 끊고 욕심없이 신명(神明)을 기르는데, 뜻을 편안히 하는 것으로 업을 삼아서 하늘마저 보우하기에, 그 길상(吉祥)에 이로움 아닌 게 없다.
펴고 마는 것을 대에 따라 취하고 나아가고 물러섬이 자연 그대로인지라, 세상을 피하여도 번민이 없으며, 숨어살더라도 길이 곧은데, 대체 무엇을 영화롭게 여기며, 무엇을 비루하게 여기겠는가? 그대가 이 도리를 얻는다고 내가 무엇을 잃겠는가? 속진(俗塵)과 방외(方外)가 이같이 뚜렷한 것이다.”
공자가 그만 아연하여 부끄러워하면서, 허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 033_0647_b_14L吾曾迴向正覺,歸依福田。友人勸吾任,吾志不改。故註無爲論焉。有弈葉公子者,聯蟬七代,冠組相望,服多素紈,黼衣繡裳。負長劍而耿耿,佩鳴玉而鏘鏘。時遊稷下,或客於梁。聞英雄而豹變,聽利害以龍驤。乃動朱履而馳寶馬,振玉勒而曜金,羈之無爲先生之門。曰:‘先生智德光融,嵩華無得以方其峻,道義淸遠,溟海不足以喩其深。無學不窺,無事不達。容儀閑靜,言笑溫雅,至如釋迦三藏之典,李君道德之書,宣尼六藝之文,百氏兼該之術,靡不詳其津要,而採摭沖玄。煥乎,若睹於鏡中,炳乎,若明於掌內。余聞天地之大德曰生,何以聚人曰財?是故老聃以爲柱史,莊周以爲園吏,東方持戟而不倦,尼父執鞭而不恥。實萬古之師範,一時之高士。先生嘉遁卷迹,養德不仕,乃列子之所待,非通天下之至理。雖江海以爲榮,實縉紳之所鄙。’先生攸爾而笑,而應之曰:‘富之與貴誰不欲哉?乃運而不通也,夫忠孝者,國家之急務也。申生伍員不得志也。懷道抱德,玄風之所尚,揚雄東方,其職未高也。其大學者,不過儒墨,亦拪拪遑遑,多有不遂也。子所引之士者,情雖欲之,志不行也。憂喜不移其情,故可爲道者也。過此已往,焉足言哉?吾聞大人降迹,廣樹慈悲,破生死之樊籠,登涅槃之彼岸。闡三乘以誘物,去一相以歸眞。有智者,不見其去來;有心者,莫知其終始。使得湛然,常住永絕殊塗。無變無遷,長祛百慮,恬然養神,以安志爲業。故使自天祐之。吉無不利,舒卷隨取,進退自然,遁逸無悶,幽居永貞,亦何榮乎?亦何鄙乎?子其得之,吾何失之?塵內方外於是乎著。’公子恧然而有慚德,逡巡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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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벌마조(伐魔詔)와 서문 원위(元魏) 의(懿) 법사 - 033_0648_a_07L伐魔詔幷序 元魏懿法師慰勞魔書檄魔文 魔王報撽破魔露布平魔露布文伐魔詔幷序 元魏懿法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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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8_b_02L삼계(三界)에 살면서 늘 네 가지 마군[魔]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생사에 빠져서 6취(趣)를 두루 다닌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사람 몸을 얻어 경법(經法)을 듣는다면, 마치 우담꽃148)을 보고, 부공(浮孔)149)을 만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거룩한 가르침으로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을 미루어 보면, 아름다운 내 몸 하류(下流)에 처하여 저 피안을 꺼렸던지라, 그 태어남에 기인해서 이 같은 유루(有漏)의 악신(惡身)을 얻게 되었다. 마음을 낮추고 뜻을 공손히 하여도 메울 길이 없으니, 이제는 어리석음에 기인하여 네 가지 마군150)을 소탕하기로 한다. 예전에 어릴 적에는 일찍이 ‘파마로포(波魔露布)’를 지었는데, 글이 비루한데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전해져 왔다.
천도 이후에 낙양에 머물렀는데, 우연히 고탑 내에서 이 글을 다시 찾았으니, 마침 국도(國都) 법사가 금강반야사(金剛波若寺)에서 『승만경(勝鬘經)』을 강의하던 때였다. 내가 글을 보여드리자, 법사께서는 내외의 학에 정통하신 데다 문채가 훌륭하셨는지라, 바로 경전을 펼쳐서 마군의 일을 보여 주셨으니, 참으로 길조이다.
이때에 석도안(釋道安) 스님의 「격마문(檄魔文)」을 함께 읽었다. 또한 내가 어리석은 데도 불구하고 옛 글을 고쳐서 「평마사(平魔赦)」를 짓고서 법사님에게 다시 보여드렸는데, 다시 의혹된 곳이 없었다. 도안 스님의 격문(檄文)은 천마를 바로 내치려는 것이다.
대체로 세상의 화근이 되는 것을 열거하면 네 가지가 있는데, 모두 천마가 임기로 변화하는 것은 비루한 마음으로 헤아리기란 실로 어렵다. 번뇌의 음(陰)이 죽는 것이 우환 가운데 가장 심하니, 이 「벌마조」와 「위로문(慰勞文)」을 지어 글의 모두(冒頭)에 두었는데, 이로써 예전 글과 달라지고 글이 번잡하게 되었으나, 신심 있는 군자의 행도가 일거양득하기만 바란다.
도안 스님의 「격마문」을 함께 철해서 1권으로 하였다. - 033_0648_a_11L夫生在三界,恒爲四魔所嬈。沈淪生死,遍在六趣,若一得人身,及聞經法,譬見優曇,喩値浮孔。尋惟聖教,實開心目,懿身處下流,元悕彼岸。直因生有,惡此漏身,心去志恭,徒然無補。略因愚管,憑剿四魔。昔在年幼,嘗作破魔露布。文雖鄙拙,頗爲好事者所傳。自遷都之後,寓在洛陽,忽於故塔之中,得此本文。時,遇値今國都法師,尚在金剛波若寺,講勝鬘經。輒以呈示,得法師學涉內外,甚好文彩,乃更披經卷,賜示魔事,兼得擬符。時,釋道安檄魔文,共尋翫之。復竭愚淺,修改舊文,更作平魔赦。重廌法師,更無嫌也。但安公撽文直推天魔,凡爲世患,經列有四。且天魔㩲變,非浮情所測,煩惱陰死,爲患寔深。輒更起伐魔詔慰勞文,冠之於初。是以前後不同,文頗繁重。冀信心君子,兩得行之。輒幷編安法師撽文爲次,合爲一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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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마조(伐魔詔) - 033_0648_b_08L伐魔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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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8_c_02L문하(門下)
광겁(曠劫)에 걸쳐진 거짓된 마군을 잡아다 처형하라. 새매를 4산(山)에 풀어 놓은 듯 이리가 5도(道)를 굽어보는 듯, 그 마음이 완고하고 독하여 늘 깨무는 일만 생각하면서, 한 모퉁이를 굳게 지키며 늘 성교(聲敎)를 방해한다.
대통 이래로 현겁(賢劫)에 다다르도록 백왕(百王)이 자취를 잇고, 천성(千聖)이 서로 전하였는데, 그 임하는 위세가 백 갈래 길이고, 그 인도하는 교화가 천 가지 계책이었다. 그럼에도 저 마군의 삿된 마음을 막아서 이 같은 이단의 소견을 막지 못하였으니, 저 마군이 탐심(貪心)만 늘리고 진심(瞋心)과 치심(癡心)이 서로 마주하게 하여, 늘 4생(生)을 맺어 6취(趣)에 머물게 한다. 꾀어내는 말로 이 같은 병근(病根)만 이루니,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요원(燎原)의 불길이 가까이 다가오고 큰물에 점차로 잠겨가는지라, 내 스스로도 이를 용납하여 전도되게 함이 없어야 한다. 군대를 연마하여 기연 따라 건져줄지니, 창생(蒼生)이 다시 윤회하는 한탄을 품도록 놓아 두지 못하겠다. 주무 관부에 명하나니, 속히 시행하도록 하라.
신 신상(信相) 등이 아룁니다. 봉피(奉被)
조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이 보건대, 근기를 드러내는 사람은 풍화(風化)를 받들어 귀순하는데, 미혹에 빠진 이는 위엄을 드리운 연후에야 항복합니다. 이로써 순(舜)임금이 무기로 춤을 추어 다스림에 묘족(苗族)이 왕정(王庭)에 나와 스스로 결박하였으며,151) 목련(目連)이 활을 드리우자 금지(金地)에서 원(薗)을 볼 수 있는 때가 되었고,152) 마침내 심왕(心王)을 참수하고 변방을 평정하여 고루(高樓)에서 굽어보게 되었습니다.
몸에는 인욕의 갑옷[忍鎧:袈裟]을 입고 손에는 물장구를 들고서, 아끼던 재물마저 내던지고, 선열(禪悅)의 좋은 먹거리를 차려 내어 저와 같은 장수들을 대접하니, 마침내 이와 같은 용장들이 모였습니다. 뜻은 천규(天規)에 두고 꺾어 내지 못함이 없었으니,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복하지 아니하는 뜻이 없는지라, 네 가지 마군이 구구하더라도 어찌 염려할 것이 있겠습니까?
단지 지금 저들이 한데 모여 흩어지지 않았으니, 매사에 반드시 소탕해서 분부하신 대로 처단하겠습니다. 말을 펴고 수레를 머무르게 하여 삼가 아뢰오니, 해외에도 이같이 시행하시기를 청합니다.
삼가 아룁니다. - 033_0648_b_09L門下僞魔逋誅于茲曠劫,鷹跱四山狼顧五道。心頑縱毒,常懷返噬,固守一隅,擁隔聲教。自大通已降,爰曁賢劫。雖百王繼踵,千聖相尋,威懷百途,獎導千計,猶不能遏,彼邪心息此異見,得使貪競相緣瞋癡互擧。常結四生,終歸六趣,眷言斯瘼,實用傷懷。今原燎方邇,浸潤有漸,無宜自寬,以致顚覆。可簡將練卒,隨機拯撲,勿使蒼生懷予復之歎。主者告下,時速施行。臣信相等言。奉被。 詔書如左。臣聞,見機者則承風以先附,守迷者必威加而後降。是以舜舞干戚,有苗自縛於王庭。目連援弓,則金地相園之日,故能斬伏心王,塞靜樓觀,身被忍鎧,手挈浮囊。棄所保之貨賄,設禪悅之名餚。宴彼奇將,集此雄勇。志有所規,則無往不摧;心之所向,則無思不服。四魔區區,焉足以規慮哉?但今聚結未散,事須平蕩,輒依分處,星言宿駕,謹重申聞。請可付外施行。謹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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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로마서(慰勞魔書) - 033_0648_c_07L慰勞魔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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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9_a_02L삼계(三界)와 5도(道)의 지각을 가진 군생(群生)에 고하노라.
희화(羲和)가 번갈아 수레를 몰더라도 소경은 여전히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벼락이 울리더라도 귀머거리는 듣지를 못한다. 비추는 이치가 균등하다고 해도 품수(禀受)받은 도는 서로 다르므로 아름다운 법음은 다른 소리에 막히고, 자비의 광명은 이견에 덮인다. 혼미함만 이어져 무명의 긴긴밤에 어두워지는데, 비록 겁석(劫石)이 닳더라도 이 같은 연을 다하지 못한다.
우리 고조(高祖)께서 이렇게 어지러운 흐름을 불쌍히 여기시어 구제할 마음을 가지시고, 몸으로는 특별한 광명을 간직하시고 입으로는 이채로운 말씀을 발하시어, 공전(空前)의 굉기(宏基)를 여시어 현각(玄覺)을 처음 넓히셨다. 그래서 한번 커다란 지혜를 펼치시므로 큰 소[巨犜]153)가 경쟁적으로 달리듯 하였으며, 다시 도교를 선택하니 양과 사슴이 따랐다.
가슴에 무생(無生)을 증득하고 흉중에 적멸(寂滅)을 거두었으니, 해마다 덕은 변하더라도 마음은 정(靜)에 머무셨는데, 황저(皇儲:황태자)에 명하여 대업(大業)을 일으키도록 하셨다. 선제(先帝)가 이러한 거대한 바탕에 의거하여 나에게 전대(前代)의 대서(大緖)를 내렸으니, 3대겁(大劫) 동안 덕을 쌓고 진겁(塵劫)토록 공을 이루고, 그윽한 기틀에 마음 바꾸고 정신을 속세에 노닐어 나아가 합치시켰다.
몸 그대로 주랑(舟囊)인지라 큰 파도도 이겨내며 마음대로 물속을 나오고 들어가며, 권도(權道)의 이치에 자재하시므로 저 9겁을 넘어서 이 곳의 4천(天)에 임하셨으니, 한 곳에 자리하시어 만국을 호령하시면서도 80여 년간 형벌을 쓰지 않았다. 단지 상황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상(聖上)께서 돌아가시자, 가르침의 자취도 달라지게 되어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품었다.
경들은 해와 같은 종자이므로 전륜왕의 치세에 4역(域)을 디뎌 밝기도 하고, 또 월성(月性)이 높은지라 충정을 변치 않으면서 삼계의 명신(名臣)이 되기도 하면서 한 시절의 영화와 봉록을 지켰다.
단지 관작의 운명을 항상하기 힘들므로 어려운 때와 형통한 때가 있었으니, 때로는 교만하여 집안을 망치고 때로는 욕심으로 나라를 잃으며 후손들로 하여금 파도에 휩쓸려도 돌아올 줄 모르고, 저러한 삿된 근원만 따르고 이러한 애욕의 바다만 떠돈다. 바로 천마(天魔)가 저 위에서 틈을 타고 근심을 지으니, 번뇌가 이로써 자라나 하국(下國)을 침범하곤 하는데, 때로는 중음(中陰)154)을 생겨나기 전에 두르고, 때로는 5쇠(衰)155)를 내달아 늙어버린다.
오르고 내리느라 끝내 피곤하기만 한데, 오랫동안 열심히 하다가도 가서 사라지게 된다. 막부(幕府)가 기회를 보아 호걸을 일으키니 그 뛰어난 지략이 발군인지라, 문무를 겸비하여 진도(眞道)를 체득하고 세속을 단련하였다. 백왕의 홍규(洪規)를 이어받고 만대의 유훈을 이었으니, 도를 행하며 용상(龍象)에 머물면서 이 같은 나루터의 문호를 두드렸다.
바야흐로 광채가 위아래로 뻗치고 기마(騎馬)가 팔방(八方)을 에워쌓으니, 삿된 무리를 총괄하여 만유(萬有)를 보살핀다. 삼계를 한 몸에 가두어 두고 바깥이 없는 곳에 백강을 들어 올려서 수미산을 뽑아다 큰 바다의 파도를 다스렸다.
우주를 거꾸로 하고 해와 달도 가는 바를 돌렸으며,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을 거꾸로 매달아 물과 육지도 끓어오르게 하였다. 마침내 유아(唯我)의 마음을 막고서 선래(善來)의 길을 열었으며, 도탄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 주었으며, 동일한 사랑을 무간지옥에서 펼쳐서 3도(途)를 평탄히 하고 4유(有)를 거두었다. 위엄으로써 감동시키고 복으로 편안케 했는데, 어찌 작은 귀신이 말할 만하겠는가? 경들이 이미 그릇되게 행하여 미혹에 빠진 것이 오래되었으니, 의당 이 상황의 기회에 따라서 하루 빨리 좋은 계획을 이루어야 하리라.
기회는 얻기는 힘들고 잃기는 쉬우니, 기연을 한 번 놓치면 후회막급이리라. 이 기회를 얻으면 복록(福祿)이 다투어 이르게 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툼만 곧바로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두융(竇融)156)이 복록을 누린 것도 매사에 선각(先覺)에게 귀의하였기 때문이며, 공손(公孫)157)이 죽음을 당한 것도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과거의 훌륭한 귀감이 되고 지금의 법도가 되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편안함을 꾀하는 것으로 위험에 대처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다된 일도 망치게 된다.
성공과 실패나, 편안과 위험은 상황과 기회에 달려 있는 것으로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모하는 것이다. 지금 3승(乘)의 수레를 대어 놓고 보배 창고를 처음 열고, 높은 작위를 걸어 놓고 공을 기다린다. 천관(天官)을 두어서 철인(哲人)에게 명하는 것은 바로 대사(大士)가 종횡하는 계기이며, 지혜와 용맹으로 공을 세우는 상황이다.
경들과 함께 드넓은 벌판으로 출동하고자 하니, 곁가지로 흐르는 다른 땅에서는 옛날만을 회고하면서, 혹 돕는다 하나 속으로는 네 가지 마군을 그리워하며, 자기도 모르게 칼을 어루만진다. 그러므로 먼저 백서(白書)를 내려서 그 성패를 대략 진술하니, 미혹의 무리들은 속히 개전하여 광명을 되찾고서 명에 부응하고 말 재갈을 도량으로 나란히 몰아서 수레에다 어깨를 같이하거라.
하(下)
일찍이 듣지 못했던 가르침을 받자와 품의하나이다.
군자가 친구와 우호적으로 화합하는 것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러한 취향에 지나치게 편안하고 머뭇거리며 안일하게 놀아서는 안 될 것이니, 이러한 생멸(生滅)이 서로 이어지고 유와 무가 이어서 지어질까 두렵습니다. 3독(毒)이 한 번 치달리면 의리상의 원수나 친한 사람도 구별이 없을 것이고, 4흉(凶)이 한 번 출몰하면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베어질 것이니, 목숨을 보존코자 하여도 어찌 이룰 수 있겠습니까?
지금 선업(善業)의 몸이 이뤄졌으니, 6군(軍)이 길을 열어 화택(火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굴복하지 않는 자는 찾아서 토벌하고 참수하는 것은 아침이 아니면 저녁에 시행합니다. 다행히도 지나간 이치를 체득하여 상황에 따라 계책을 내놓으니, 주저함이 없이 이 같은 화근을 도려내어야 합니다.
길 떠남에 임하여 상주합니다. 말씀드릴 것이 많으나 다하지 못합니다. - 033_0648_c_08L告三界五道有識群生等,夫羲和迭駕,盲者尚迷其光;雷霆震響,聾者猶惑其聽。雖照屬理均,而稟受道異。致令法音擁於殊聞,慈光蔽於異見。昏痼相仍,長迷永夜。劫石有殫,此緣無竭。故我高祖愍此撗流,心存拯溺,體韞殊光,口含異響。開宏基於未前,搆玄覺於有始。故一闡洪猷,則巨犉競馳,再擇道教,則羊鹿服御。證無生於胸衿,揖寂滅於懷抱。但年德推移心存靜定,爰命皇儲紹隆大業。先帝籍此洪資,纂我前緖,積德三大,累功塵劫。心變冥機,遊神赴會,身固舟囊,陵波拯接。出沒任情,㩲旨自在,故能超彼九劫,降此四天。跨據一方,威攝萬國,八十年中,刑措不用,但時不我與。聖上遷化,教迹道殊,人懷異念,卿等或是日種輪王,世跨四域;或是月性高良,忠貞不貳。享三界之名宦,保一時之榮祿。但爵命難,恒時有否泰。或因憍慢而喪家,或由貪殘而失國。故令後胤波流,奄然忘返,遵彼邪原,泛此欲海,而使天魔承舋作患於上方,煩惱因茲侵淫於下國。或縈中蔭於未生,或馳五衰以告老。終疲昇降,長勤往沒,幕府因機桀起,英略超群,緯文經武,體眞練俗。承百王之洪規,稟萬代之遺則。履道居彼,龍象扣此津門,方當馳光,上下候騎八維。摠括群邪,羅絡萬有。籠三界於一身,抗百綱於無外。摧拔須彌,飜波巨海,顚倒宇宙,迴易日月,使人天倒懸,水陸燋沸。然復塞其必我之心,開其子來之路。扇淸風於荼炭,布同愛於無閒。平蕩三途,攝茲四有。威以動之,福以綏之。撮爾小醜,焉足以語哉?卿等旣爲所悞,沈淪日久。宜藉此時機,早建良圖。夫時難得而易失,機尚速而後悔。若得時也,則福祿競臻;如失機也,則敗捷爭及。故竇融享爵,事歸於先覺;公孫嬰戮,取敗於後機。此皆往事之高鑑,當今之軌轍。且智者處危以謀安,愚者臨成以致敗。成敗、安危在於時機,非降自天,抑亦人謀。今三車佇駕,寶藏初開。懸重爵以俟功,設天官以命哲。正是大士縱撗之秋,智勇獻功之日。與卿等同發遐原,枝流異土。追惟在昔,猶或依依,言念四魔,不覺撫劍。故先遣白書,略陳成敗。曾改迷徒,尋光赴命。相與齊轡道場,比肩輪下。諮稟未聞受教,君子友朋好合,不亦善乎?無宜大安斯趣,盤桓遊逸,恐此生滅,相尋有無繼作。若三毒一馳,則義無怨親;四凶互出,則夭壽俱翦。雖欲保全,其可得哉!今善身已建,六軍啓途,出彼火宅,尋討未服,梟斬之期,非旦卽夕。幸體往意,時作出計,勿懷猶豫,濫嬰斯禍。臨路遣書,悤悤無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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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마문(檄魔文) 진(晉) 석도안(釋道安) - 033_0649_b_20L撽魔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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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49_c_02L미천(彌天) 석도안(釋道安)이 머리를 숙입니다.
마군의 장군을 수레바퀴로 짓밟고 함께 수복하려니, 현문(玄門)의 대중이 나루를 달리하지만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을 하나로 통일한다. 종사(宗師)께서 비록 삼계와 더불어 대동(大同)을 이루시어, 매번 성제자(聖弟子)를 모아서 전하셨으나, 그 표방하는 것이 펴지지 못하여 단절이 생기곤 하였다.
지금 법왕이 세상을 다스리시니, 온 천하[九服]가 순종하고 신령한 그물이 펼쳐지면서 커다란 벼리가 널리 퍼졌다. 대통(大通)의 목표를 가지니, 성대한 연회가 가까이에 있다. 큰 소임을 맡지 않았어도 제각기 뜻을 펴서 참여하거라.
석도안이 머리 숙입니다.
상황에는 막히고 통하는 바가 있으니, 곤궁함이 다하면 형통해진다.
1천의 성인이 서로를 잇고 1만의 스승이 서로를 대신하였다. 예전에 우리의 고조(高祖)이신 본원천주(本元天主)께서 몸을 바꾸시어 상서(祥瑞)에 응하셨으니, 신룡(神龍)처럼 처음으로 이 구역에 날아 올랐다.
권형(權衡)에 의지하여 만방(萬邦)을 가르시고 지혜의 도끼를 떨쳐 6합(合)을 굴복시키셨으니, 4사(邪)를 소탕하시고 3유(有)를 숙청하셨다. 여덟 구역에 커다란 벼리를 들어 올릴 때, 우주에 신령한 그물을 매달아 놓으면서 7황(荒)을 다스려서 9토(土:9州)를 일가(一家)로 만드셨다.
단지 그윽한 이치는 위무하지 않고 진용(眞容)만 고요히 하셨으니, 일월이 그 빛을 거두고 빈 배가 풍랑에 전복되었다. 이때서야 독사 같은 번뇌가 일어나고 올빼미 같은 무리가 경쟁적으로 일어났는데, 5예(翳)가 거룩한 제자들을 물들이고 진구(塵垢)가 청정한 대중을 더럽혔다. 창생(蒼生)을 학대하며 독이 만겁토록 흘렀으니, 청정하게 도를 구하는 이들이 삿된 소견에 함께 분노하였다.
우리 법왕께서 운수에 바탕을 두고 기회를 타서 만물을 다스리시면서 위로는 고귀한 법에 의지하고 아래로는 군유(群有)의 마음을 거두셨는데, 현기(玄機:신묘한 계책)를 잡고 삼천대천세계를 장악하시고, 성 제자를 거느리고 대업을 크게 이룩하셨다.
구름이 일어나 4궁(宮)을 뒤덮고 난새는 천축국으로 날았으니, 가이성(迦夷城)에 신명을 드리워 정법의 간성이 되셨다. 여원(黎元)을 보살피며 경사(卿士)를 선도하고 평안케 하였으니, 어진 대중을 인도하시며 병을 위로하고 돌보셨다. 가슴에 지혜 도끼를 엄숙히 하시고, 몸에 신묘한 갑옷을 두르시고서, 18불공법(佛共法)에 짝하지 못하는 이를 염려하시며 3공(空)158)의 길이 끊어짐을 불쌍히 여기셨다.
대업을 바르게 하는 데 뜻을 두고 환란을 평정하는 데 마음을 두니, 백역(百域)과 천방(千邦)이 모두 그 풍화에 굴복하였다. 그대 오랫동안 미혹된 마음을 안고서 거듭된 미혹이 저절로 덮여진 것을 이어서, 어리석은 마음에 깊이 집착하고 사견만 간직하였다. 이리가 욕계천(欲界天)에 머물며 올빼미가 천당에 둥지 틀었으니, 그만 복전이 변하여 황야가 되었다. 신령하신 절개에 항거하여 천위(天位)에 오를 수 있고 홍규(洪規)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였으나, 이 같은 두세 가지를 살펴보면 그 아득히 먼 것이 개탄스럽다.
‘대통(大通)의 통일세계’란 무엇인가 하면, 만방(萬方)이 모두 그림자처럼 따르며, 저 어리석은 천마로 하여금 바른 절개를 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성인이 듣는 것을 방해하고 진구가 신령한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마졸(魔卒)이 허공을 메우고 기이한 형태가 천변만화 일으키게 하니, 기름 먹인 계율의 갑옷이 번쩍거리며 서리 같은 지혜의 창날로 해를 겨누고, 신령한 법고(法鼓)를 울리면서 방외(方外)로 보무도 당당하게 진군해야 한다. 스스로 강하고 위세 있음을 말하면서도, 왕의 군대가 한번 떨쳐서 모든 사특함을 없애 버리니, 여러 마군이 마음을 고치고 바라는 교화는 안으로 붙이니, 너희들과 같은 일개 필부가 어찌하겠는가?
저 천마가 땅을 가려서 찾지 않고 대중이 법의 반려가 되지 않지만, 이치에 어긋나고 상도를 저버리게 하고자 왕릉과 경읍에서 신령한 대권을 찬탈하니, 승리로써 믿음을 빼앗고 거짓으로 참다움을 덧칠한다고 어찌 잘못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석가 황제의 치세에 겁초(劫初)처럼 다시 도가 융성해졌으며, 묘한 교화가 당당한 데다 신묘한 법의 그물이 멀리 드리워졌다. 지사(智士)는 슬기로운지라 신묘한 자비의 계책이 세상을 뒤덮고, 장수는 신룡(神龍)처럼 뛰어난지라 군대를 잘 거느리는데, 짜내는 계략마다 참다움에 응하고 기이한 전술마다 훌륭하기만 하다.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전봉대장군(前鋒大將軍) 염부도독(閻浮都督) 귀의후(歸義侯) 살타파륜(薩陀波崙)에게 부절(符節)을 내주노라.
유독 하늘이 낸 재능을 받고 의로움은 현각(玄覺)에 베풀며, 신명(神明)이 수미산처럼 높고 용기는 세상을 뒤덮는데, 문무에 능통하며 황궐(皇闕)에 충성 다할지니, 이에 40만 억의 군사를 거느리고 길을 앞장서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위원대장군(威遠大將軍) 사천도독(四天都督) 도리공(忉利公) 도사(導師) 담무갈(曇無竭)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무공은 일품으로 뛰어나며 문장은 화하(華夏)를 넘어서는데, 커다란 전략은 속진[塵]을 격해 있으며 마음을 꿈속 경계 바깥에 쉬면서 매번 몸을 잊고 세상을 근심하며 세상을 바로잡을 뜻을 기릴지니, 이에 백억의 대군을 거느리고 수미산을 공략하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정마대장군(征魔大將軍) 육천도독(六天都督) 도솔왕(兜率王) 해탈월(解脫月)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묘한 사유가 아득한 데다 높은 기개는 진세(塵世)에 으뜸이며, 도략(道略)이 동진 보살(童眞菩薩)과 함께하며 공은 9지(地)와 짝한다. 3도(塗)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대들이 악업만 자행하는 것에 진노하여, 이제 지혜의 칼을 쥐고 비분강개할지라 신룡처럼 돌이켜 분전할지니, 이에 5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말방울을 천도(天道)에 휘날리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통미장군(通微將軍) 칠천도독(七天都督) 사선왕(四禪王) 금강장(金剛藏)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밝은 뜻은 아득한 데다 금안(金顔)으로 멀리 굽어보니, 그 은총이 9석(錫)159)에 각별하고 힘이 산해(山海)를 뒤집는다. 왼쪽으로는 물보라 흩날리는 것을 굽어보고 오른쪽으로는 부상(扶桑)에 해가 지는 것을 쏘아보니, 그 덕에 베풀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그 위엄에 굴복시키지 못하는 적이 없는지라, 이에 7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천문(天門)을 구름처럼 에워싸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진성장군(鎭城將軍) 구천도독(九天都督) 십지대왕(十地大王) 유마힐(維摩詰)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기묘한 헤아림이 부사의하여 정법의 도끼로 천하를 떨게 하며, 육체에는 신묘한 자태 어리고 선권(善權)이 만 가지로 변화를 본떴다. 숨길마다 온 천하가 부복하고 구름이 무너지듯 추종하며, 호령마다 시방이 풀잎처럼 누우니, 위엄으로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고 고초 받는 이를 풀어주는지라, 이에 9백 억 군대를 거느리고 신령한 기슭에서 물을 먹이도록 하라. 유사에게 명하여 감복대장군(鑒復大將軍) 십구천도독(十九天都督) 십주대왕(十住大王)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갑옷 입은 모습이 일품이며 형상이 3요(耀)보다 빛나는지라, 그 몸이 금강(金剛)이며 신명은 드높고 육체는 거대하다. 천 갈래 길에 임하여 현묘한 헤아림에 도략(途略)이 1만을 넘는지라, 한 몸으로 군유(群有)를 감화시키고 일념으로 만 가지 생각을 쉬게 한다. 자비심이 깊은 데다 4섭(攝)마저 겸하였으니, 군대를 미진수(微塵數)처럼 거느리고 이 땅에 드높이 오르도록 하라. 유사에 명을 내려서 광교대장군(匡敎大將軍) 십구천도독(十九天都督) 녹마제군사(錄魔諸軍事) 군사교위(群邪校尉) 중천왕(中千王) 관세음(觀世音)에게 부절을 내주노라.
지략(智略)이 깊디깊고 지혜의 벼리가 그물 같은데, 6통(通)에 밝게 통하였고 3고(固)를 밝게 비추며, 예봉이 번뜩이는 온갖 사도(邪道)에 자취를 의탁하고, 혹 열여덟 가지 몸으로 선권방편(善權方便) 이루어 도탄(塗炭)을 쉬게 한다. 손을 휘두르면 철위산(鐵圍山)이 무너지고 숨을 내쉬어 구름조차 흩트리는데, 시방세계에 청하지 않는 이익을 지으니, 이에 부사의한 대중을 거느리고 바람 소리 세차게 호랑이 포효하듯이 한다. 유사에게 명을 내려서 무화대장군(撫化大將軍) 시방 삼계 대도독 보처왕(補處王) 대자씨(大慈氏)에게 부절을 내려 주노라.
묘한 바탕이 자연스럽고 천자(天姿)가 뚜렷하니, 그 바탕이 금강에 비견되고 마음은 속진을 벗어났으며, 용맹한 뜻은 하늘을 뚫었고 지혜의 가지는 멀리 떨쳤는데, 무생이 가슴 속에서 구르고 권도(權道)의 지혜가 방외(方外)에서 호응하니, 규제하는 뜻을 가지고 어디를 가든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위엄과 은총을 다 같이 행하며, 진도와 세속을 고루 기쁘게 하는지라, 8백만 억 군대를 거느리고 대가(大駕)를 호위하며 명을 기다리도록 하라.
용맹스러운 성제자가 대천세계에 가득하고 금강 같은 선비가 8극(極)에 충만하다. 모두들 정벌을 도와 6합(合)을 석권하고자 하니, 여러 갈래 보배 가마 타고서 8정도의 길을 지켜 닦으며, 6신통의 좋은 말을 타고서 허종(虛宗)의 신묘한 방울을 울리며, 4선(禪)160)의 활을 당겨서 선권(善權) 지혜의 날랜 화살을 쏘아댄다. 준마가 크게 부르짖으며 나아가는 걸음도 가볍기에 지혜의 검을 휘두르고 선정의 창을 날리며, 크게 부르짖으며 적을 무찌른다.
저 장군들이 3세를 거듭하여 영광을 거듭하고 보태면서 제업(帝業)을 널리 이루며 대대로 성정(聖庭)에 봉직해 왔으되, 일찍이 빠뜨린 것이 없었으니, 고귀하기가 도사(道師)인지라 자손이 5백이나 되어 천명을 그윽이 살피면서 왕법의 교화를 지켜간다.
성상(聖上)이 소매를 열어서 모두에게 작위와 봉록을 하사하니, 즐비한 선비들의 공적이 구관(舊官)에 필적하고 명성이 만방을 덮는다. 이러한 데도 그대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다른 소견을 내고자 하는가?
변방에 넘어지고 절뚝거리면서도 완고하게 상주법(常住法)만 고집하기에 그 해독이 창생에 드리우고 재해가 영겁에 걸쳐 흐를지니,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못이 아닐 수 있겠는가? 너희들이 예전에 시절이 거칠던 때에 사물에 미혹하여 마음이 미치게 되었는지라, 그대들이 헛되이 바깥으로 치달으나 백 가지 행 가운데 한 가지만 그릇되더라도 현달하였던 적이 없었다.
너희들에게 이르나니, 지혜를 길러서 어리석음을 돌이키며, 상궐(象闕)161)에서 허물을 벗고, 몸을 단속하여 비녀를 뽑아내어 여러 준재들과 함께하여 도를 스스로 즐겨 영예로운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어리석음에 막혀서 미혹된 소견만 고집하며 삿된 자리만 훔쳐서 안주하니, 태산 같은 치심(癡心)에 의탁하여 스스로를 높이며, 무성한 소견으로 헛된 생각에만 맴돌고, 6욕(欲)의 진구(塵垢)만 탐하며, 바르지 못하고 미혹된 것으로 본성을 즐기며 교만의 깃대를 높이 쳐들고 무명의 흉진(凶陣)만 펼친다.
3악도를 활보하는 주제에 도리어 신기(神器)를 가벼이 희롱하면서 천궁(天宮)을 훔치고 일월에 대항하려 하니, 꼴이 마치 손을 들어 3광(光)162)을 막으려는 것과 같으며, 흙을 퍼다가 사해를 메우려는 짓과도 같으며, 북을 두드려 우레와 소리를 다투려 하는 것과도 같으며, 횃불로 번개와 빛을 다투려 하는 것과도 같다. 헛된 것에 마음 쓰더라도 그 같은 일을 이루기 힘들다.
그러나 장군이 덕을 현진(玄津)의 기슭에 심고 원대하게 길러 나갈지니, 탐스런 꽃송이가 만발하여 중생이 모두 눈을 떼지 못한다. 너희들이 귀한 자리를 기어오르기는 쉽지만, 그 연유하는 공은 아낄 만하다.
지난 일을 고치고 앞일을 닦아가며, 돌이켜 귀순하여 주문(朱門:붉은 칠을 한 귀족 호걸의 집)에 허물을 빌고 대도와 더불어 함께한다면, 나라와 집안이 아울러 보존되고 군신이 모두 현달할진대, 이로써 이름 얻고 태평을 누리며 눈을 떠서 달관하게 되리니, 그 권속조차 편안한 것이 어찌 이름답지 않겠는가?
대사(大師)께서 한 번 거수하시면 만방에 번개 친 듯한데, 손에는 법이(法蠃)를 들고서 지혜의 칼을 벼리니, 대도의 도끼가 전방에서 빛나고 신령한 법고 소리가 후방까지 울린다. 신종(神鍾)을 한 번 울리면 시방세계가 모두 귀 기울이고, 바다에 파도 일면 물보라가 튄다. 그러한 때에는 육지의 벌판마저 끓어오르는 때가 되면, 수미산도 먼지로 화하고 천지도 좁쌀만해질 터이나 왼쪽 소매를 미동도 안하면서 오른손으로 묘한 곡조 탄주할지니, 그 신묘한 권능이 이러할진대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그러나 우리 법왕께서는 바탕이 인자하시므로 기습하시지 않으시니, 잠시 여러 군대를 멈추게 하시어 말방울 소리를 그치게 하신다. 출동에 임하여 조서를 내리어 미혹의 수레를 거두게 하시니, 그대들 천마는 하루 속히 좋은 방도를 결정하도록 하거라. 고개를 수그리고 궐정[闕]에 항복하여 왕정에서 하명을 기다리도록 하라. 한가로운 경계에 노닐면서 상방(上方)에서 주재하는 것을 그대가 아니면 누가 담임하련가?
성인은 상지(上智)로 기연을 헤아리시니, 책벌로 밝혀 주시며 화를 면하게 하신다. 곤궁하면 돌이킬 바를 아는 것은 군자가 아름답게 여기는 바이다. 이것이 바로 복으로 돌이키는 고상한 가을이요, 공을 취하는 좋은 계절이다.
예전에 하나라의 걸임금이 무도하였기에 은나라 왕실이 정벌하였으며, 상나라의 주임금이 난폭하자 주나라 무왕이 군사를 일으켰는데, 이야말로 고금의 상도이고 장군의 명계(明誡)이다.
더불어 모습을 회복하였으나 당년에 서로 어긋나니, 도를 맛보는 것으로 교화가 흘러서 인간과 천상이 어긋날지라도 어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흔쾌히 항서를 보내어 투항하기 바라니, 이로써 그 말씨를 구구절절이 간절케 하는 것이다. 오래 지난 사람이 향기로운 난초가 여름철에 피어난 것을 도끼로 꺾거나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노라.
깊은 생각과 지극한 말로 좋은 계획을 잘 따라 너희들의 몸으로 하여금 3개(槪)를 지키게 하지 말며, 6욕천에 화초만 자라게 하지 말지어다. 속히 부복하여 그 마음을 안도케 할지니, 종이에 할 말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석도안이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 033_0649_b_21L彌天釋道安頓首。魔將軍輪下,相與雖復,玄徒殊津,人天一統;宗師雖異,三界大同。每規良集,申其曩積。然摽榜未宣,所以致隔。今法王御世,九服思順;靈網方申,紘綱彌布。大通有期,高會在近。不任翹想竝申預意。釋道安頓首。夫時有通塞,否終則泰。千聖相尋,萬師迭襲。昔,我高祖本元天王,體化應符,龍飛初域。杖㩲形以割萬邦,奮慧柯以伏六合。咸蕩四邪,掃淸三有,方當杭宏綱於八區,絙靈網於宇宙。夷靜七荒,寧一九土。但冥宗不弔,眞容凝靜,重明寢輝,虛舟覆浪。故令蛇蟻煩興,梟鏡競起,翳染眞徒,塵惑淸衆,虐被蒼生,毒流萬劫,懷道有淸,異心同忿。我法王體運,應期理物,上籍高貴,下託群心。秉玄機以籠三千,握聖徒而隆大業。雲起四宮,鸞翔天竺。降神迦夷,爲法城塹,撫育黎元,善安卿士,匠導群賢,慰喩有疾。嚴慧柯於胸中,被神鉀於身外。愍十八之無辜,哀三空之路絕。志匡大業,情必平難,百域千邦,高伏風化。承君久抱惑,心重迷自覆,深執愚懷,固守爲見。狼踞欲天,梟鳴神闕,畔換疆場,抗拒靈節。謂天位可登,洪規可改,攬茲二三,遠爲歎息。何者?大通統世,則群方影從,而僞癡天魔不遵正節,忓忤聖聽,塵撓神心,領卒塞虛,奇形萬變,精鉀曜曦,霜戈拂日。靈鼓競鼕,響衝方外,高步陸亮,自謂强威,而王師一奮,群邪殄喪,魔衆革心,望風內附,況君單將,僥然一介?土無方尋,衆不成旅,而欲背理違常,陵墟華邑,篡奪靈權,勝常取信,以僞忝眞,可不謬矣。于今釋迦統世,道隆初劫,妙化堂堂,神羅遠御;智士邕邕,玄筭蓋世。武夫龍超,捉䩙千隊,恊略應眞,奇謀超拔。故命使持節,前鋒大將軍閻浮都督,歸義侯薩陁波崙,獨稟天姿,義陳玄覺,神高須彌,猛志籠世。善武經文,忠著皇闕,領衆四十萬億,揚鏕首路子。故命使持節,威遠大將軍四天都督,忉利公導師曇無竭,武勝群摽,文超隨夏,宏謀絕塵,心棲夢表,每憂時忘身,志必匡世,領衆百億虎眄須彌。故命使持節,征魔大將軍六天都督,兜率王解脫月,妙思虛玄,高步塵表,略竝童眞,功侔九地,悼愍三塗。忿君縱害,援劍慷慨,龍迴思奮,領衆五百萬億,鸞鳴天衢。故命使持節,通微將軍七天都督,四禪王金剛藏,朗志虛玄,金顏遐矚,恩殊九錫,力傾山海。左顧則濛氾飛波,右眄乃扶桑落曜。德無不施,威無不伏領衆七百萬億,雲迴天門。故命使持節,鎭城將軍九。天都督,十地大王維摩詰,奇算不思,法柯達震,體合神姿,㩲像萬變。呼吸則九服雲崩,叱咤則十方風靡。威被下愚,無辜酸楚。領衆九百億,飮馬靈津。故命使持節,鑑復大將軍十九天都督,十住大王文殊師利,承胄遐元,形暉三耀,身自金剛神高體大,應適千途,玄算萬計,群動感於一身,衆慮靜於一念,深抱慈悲,情兼四攝,領衆塵沙翺翔斯土。故命使持節,匡教大將軍十九天都督,錄魔諸軍事群邪挍尉,中千王觀世音,智略淵深,慧剛遐網,明達六通,朗鑑三固。或託迹群邪,耀奇鋒起,或權形二九,息彼塗炭。揮手則鐵圍摧巖,噓氣則浮雲頹崿。能爲十方作不請之益,領衆不思,風吟虎嘯。故命使持節,撫化大將軍十方三界大都督,補處王大慈氏,妙質從容,天姿摽朗,體踰金剛,心籠塵表,猛志衝天,慧柯遠奮。無生轉於胸中,權智應於事外。志有所規,無往不就,威恩雙行,眞俗竝說,領衆八百萬億,嚴駕待命。勇士之徒充盈大千,金剛之士彌塞八極。咸思助征,席卷六合。乘諸度之寶軒,守八正之脩路。跨六通之良馬,捉虛宗之神轡,彎四禪之良弓,放權慧之利箭。鳴驥桓桓,輕步矯矯,撫劍飛戈,長吟命敵,而將軍累世重光,匡濟帝業歷奉聖庭,曾無有闕。貴卽道師,身子五百,幽鑑天命,秉受王化。聖上開衿,皆授名爵,封賞列土,功侔舊臣,聲蓋萬域,而君何心,撗生異見,偃蹇邊荒,頑顧常位?毒害勃於蒼生,災禍流於永劫,可不哀哉!可不謬哉!君昔因時,荒爲物所惑狂迷,君心投僞外竄,百行一愆賢達尚失久。謂君攬智返愚,歸罪象魏,束身抽簪,同遊群儁。以道自娛,榮名終始,仍執愚守惑,偸安邪位。託癡山以自高,恃見林以遊思。耽六欲之穢塵,翫邪迷以娛性。建憍慢之高幢,列無明之凶陣。闊步長塗,輕弄神器,盜篡天宮,抗拒日月。恐不異擧手欲障三光,掊土擬塡於四海。打鼓與雷爭音,把火共電競耀。雖擬心虛標,事難就矣。然將軍殖德玄津,原承彌遠,暉華暐然,群下矚目。望貴之基易登,由來之功可惜,可改往脩來,翻然歸順,謝過朱門,與道齊好。家國竝存,君臣俱顯,取名獲安,曉目達觀,眷屬晏然,可不美歟!大師剋擧,萬方矯電,手提法蠡,齊撫慧劍。道柯輝耀於前驅,靈鼓振音於後隊。神鍾一扣則十方傾覆,海浪飛波則原陸湯沸。當爾之時,須彌籠爲微塵,天地迴爲一粟,無動安於左衿,妙樂握於右掌。神力若斯,豈可當哉!然我法王體大仁慈,未欲便襲,權停諸軍,蹔頓靈轡,臨路遣書,庶迴迷駕。君可早定良圖,面縛歸闕委命王庭,逍遙閑境,上方宰任,非君而誰?夫聖人上智識機,明責勉禍,窮而知返,君子所美。此乃轉福之高秋,取功之良節。昔,夏桀無道,殷王致伐,商紂首亂周武建師。此則古今之常軌,將軍之明誡。相與雖復形乖於當年,風流於道味,人天踦嶇。何足致隔想,便霍然隨書投命?所以切痛其辭委曲。往久者不欲令芳蘭夏彫,翠柯摧穎。深思至言,善從良計,勿使君身傾匡三槪,勿使六天鞠生禾䅎。迅目仰眺,助情暢然,臨紙多懷,文不表意。釋道安頓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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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주보격(魔主報檄) - 033_0651_b_11L魔主報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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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51_c_02L대몽국(大夢國) 장야군(長夜郡) 미각현(未覺縣) 예어리(寱語里)에 사는 육자재주(六自在主) 타화황제(他化皇帝) 고좌대장군(高座大將軍) 남염부제도(南閻浮提道) 수무대사(綏撫大使) 불상서(佛尙書) 도안(道安) 스님 절하(節下)에 삼가 말씀 올립니다.
말씀을 멀리서 보내 주시어 제가 기쁘게 받아 보았습니다. 구구절절이 음미할수록 진실로 기쁘기만 합니다. 이제야 대국의 신하되는 예의가 드높음을 보았습니다.
장군께서 허심(虛心)에 통하시어 밀행(密行)이 그윽하심을 이어서, 소맷자락에 산하를 두르고 우주를 거머쥐시며 종묘를 걱정하시고 생민(生民)을 염려하시니, 뛰어나신 기풍이 천 심(尋)이나 되고 참되신 마음이 만 인(仞)이나 되십니다. 참으로 매서운 바람에 굳건한 풀이며, 난세의 충신이십니다. 도를 구하며 서로 이웃으로 만났으니 피차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엎드려 인사 올리며 이 같은 답장을 보내 드립니다.
예전에 주나라 왕실이 쇠퇴하자 6국(國)이 9정(鼎)의 물을 끓어 넘치게 하였으며, 한나라 조정이 망하자 천하가 삼분 되었습니다. 혹 변방의 오랑캐가 침범하여 중원에 피해를 입혔으며, 혹 안에서는 난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 그 재앙이 양민에게까지 미쳤습니다.
대기(大期)에 이르면 때까치가 날아오고, 시절이 무르익으면 군자가 표변하였던 일은, 예부터 그리 해온 것으로 어찌 오늘날만 이렇겠습니까? 실로 창생의 죄가 쌓이면 상천(上天)이 화(禍)를 내리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석가 황제께서 홀연히 먼 길 가시니, 신하들은 슬픔에 쌓이고 솔토(率土)에 비탄만 가득합니다. 황태자 미륵님께서 심궁(心宮)에서 덕을 기르시는데, 만월(滿月)도 산에 숨은 듯하고, 깊은 수풀에 작약이 숨어 있듯 합니다.
106대(代)의 말세에 이르러서, 구오(九五)의 인군(人君)이 결하자 제후가 간교해져서 서로를 시기하는지라, 18부교(部敎)가 교설이 서로 다르며 96도(道)가 준조(罇俎)163)를 서로 피하니, 이리는 해표를 물어뜯고 올빼미는 산자락마다 울어대는데, 왼쪽에도 그 같은 말을 다하지 못하며 오른쪽에도 그 같은 일을 다 적지 못합니다.
국헌(國憲)과 조장(朝章)은 서리 맞은 듯 영락하고, 황제의 천새옥벽(天璽玉璧)은 얼음 녹듯이 흩어져 버리니, 신하는 원망하고 백성은 분노하며 무리 지어 난리를 일으키고 부모마저 멀리합니다. 서로들 달아나 귀순하지 않으며 외로이 멀리 떠나가기만 합니다.
헛되이 운수가 태평하고 조화(朝化)에 목욕한다 이르나 시절마다 난리를 만나 간과(干戈)를 물리치기 어려우니, 대체로 사람을 형통시키려는 권도(權道)의 변통이라 하겠습니다. 의병을 통솔하여 발분망식(發憤忘食)하고, 아울러 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고 물에 들어가 용을 벱니다.
문무를 겸하여 몸을 가벼이 여기고 의리를 중히 여기기에 사직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닐지니, 실로 천위(天位)는 운수가 기운다고 감히 엿볼 바가 아닙니다. 마음의 성을 굳게 지킨다 하나 임금을 무시하고 삿되게 진로(塵勞)만 희롱하는지라, 급기야 물이 넘쳐 욕심만 흐르게 합니다. 장차 마음의 근원은 점차로 멀리하면서 큰 꿈에만 홀리니, 긴 밤이 깊어져만 갑니다. 본인(本因)을 돌려서 헛된 것에서 깨어나니, 이제 백성을 위로하고 그 죄를 벌하고자 합니다.
먼저 취말대장군(聚沫大將軍) 황현후(黃玄侯)에게 명하여 공화(空華)의 병졸을 거느리고 양염(陽炎)의 말을 채찍질하며 건성(乾城)의 모퉁이에다 부운(浮雲)의 진(陳)을 치니, 창과 갑옷이 번쩍이고 활과 이지창(二支槍)이 엇갈렸습니다. 예리한 칼날이 서로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저들 병사가 먼저 패망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향대장군(磵響大將軍) 사죽공(絲竹公)에게 명하여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병졸을 이끌고 전성(傳聲)의 계곡에 주둔하였으나, 소리마다 모두 끊어졌습니다.
다음에 다시 백화대장군(百和大將軍) 난야백(蘭麝伯)에게 명하여 향기로운 군대를 이끌고 바람 타고 진을 펼쳤으나, 천 리 이내에 바람 한 점 불기는 커녕 구름조차 없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육미대장군(六味大將軍)에게 명하여 진미(珍味)의 병사를 이끌고 면문도독(面門都督)이 되어 창명(滄溟)의 입을 지켰으나, 물어뜯을지라도 입 속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칠촉대장군(七觸大將軍)에게 명하여 매끄러움과 부드러운 군사를 이끌고 전고(戰鼓)를 치자마자 그 신성(身城)이 무너집니다.
이 같은 다섯 군대는 예전에 토벌 나가면 물경 백 번을 싸워 모두 백 번의 대첩(大捷)을 거두면서, 하늘이 보호하여 지극히 마땅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짐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연유를 알지 못하였으며, 급기야 몸소 죄를 문책당하고 오랑캐의 옷을 바로 입고 공(空)의 움집으로 나가서 샘물 같은 지혜를 발휘하였습니다. 이에 산악조차 움직이는 위세로 망상(妄想)의 병사를 거느리니, 그 수효가 억조를 헤아렸는데도 신명을 의식의 바다에 잠기게 하고 심산(心山)에 그림자를 숨겼습니다.
원수(元帥) 안검성려(案劍城旅)에 명하여 병사를 징집하여 칼을 치켜들고 진을 쳤는데 허공을 가득 메우도록 연기처럼 모였으니, 사기가 충천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진제(眞際)에다 망상의 구름을 토하며 거센 바람으로 땅을 놀래키고, 본성의 바다에서 속진의 풍랑에 놀라게 하며 도품(道品)의 관군(官軍)을 무찔렀습니다.
밤마다 서리로 적시면서 일심(一心)을 묻어 본원(本源)으로 돌이키는 일을 아득하게 꾸몄습니다. 6애(愛)가 이미 그러한데, 화택(火宅)을 날로 치성케 하여 종횡으로 약탈하면서 앞뒤로 거침없이 토벌하였습니다.
실로 6기(奇)와 3략(略)을 흉금에 모았는지라, 백 보 나아감에 천 갈래의 계책을 이루니, 본래 군진(軍陣)에 추호의 어긋남도 없었으므로 마침내 자비의 구름을 없애고 정법의 안개를 거두었으니, 나의 도(道)가 여기에서 흥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관직을 나누어 설치하여 나의 풍화(風化)를 행하였습니다.
무렴표기(無廉驃騎)에 조칙을 내려 탐산(貪山)에 웅거하게 하고, 성삽장군(性澁將軍)을 간해(慳海)에 용처럼 서려 있게 한다면 구휼하는 사졸들은 육지와 바다에 의지할 곳이 없어질 것입니다. 다시 계지랑장(繫地郞將)에 조칙을 내려 음양의 부서를 설치하고 정진부마(情塵駙馬)로 하여금 대적하는 병사들을 살펴보게 한다면, 애욕의 물이 잠시 흐르면서 신성(身城)은 궤멸될 것이고 욕망의 불이 타자마자 천묘(天廟)가 불타게 될 것이니, 선성장군(繕性將軍)도 불타거나 익사하고 말 것입니다.
다시 포발교위(咆勃校尉)에게 조칙을 내려 활과 칼을 몸에 지니게 한다면, 짐새의 독이 매처럼 날아오르고 창이 손에 있게 되어 엄숙하고 강건한 사졸들은 회성(賄城)을 굳건히 하고, 평분장군(平忿將軍)으로 하여금 명성을 녹이고 자취를 깎아 내게 합니다. 다시 정근어사(正勤御史)에게 조칙을 내려 또한 감찰수면무후(監察隨眠武侯)를 멈추게 하고, 조정의 꾀를 편안히 위무하게 한다면 무명(無明)으로 방탕하고 멋대로 하는 것에 기대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정진하는 한필의 말로 하여금 4근(勤)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가유(加留)의 두 개의 지혜의 화살을 가지고 3공(空)의 문(門)을 쏘지 않게 하면, 용맹장군(勇猛將軍)도 바람에 연기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각관대사마(覺觀大司馬)에게 조칙을 내려 관청을 초선(初禪)에 두면 사사유도위(邪思惟都尉)는 군진(軍陣)을 3유(有)에 배치할 것이고, 마음의 근원이 아직 고요해지지 않으면 자못 풍파를 입을 것이니, 선지(禪枝)를 무성하게 하려고 해도 다시 서리와 한설을 만날 것이니, 안정장군(安靜將軍)은 몸을 어지러운 지경에 빠뜨릴 것입니다.
아견행(我見行)에게 조칙을 내려 높은 타나(陀那)의 봉우리를 누르게 한다면 혹산만인(惑山萬刃)과 의술백중(疑戌百重)은 토벌에서 돌아오다가 도리어 미혹될 것이나 천로(天路)의 진(津)을 물을 것이니, 몸을 바라보는 실상(實相)은 마치 양의 뿔과 같이 펼 것입니다. 인연은 망령된 행위로 실체가 없으나, 그 조밀함은 고기비늘과 같습니다. 그래서 독은 광자(狂子)를 감동시키고 술은 취객을 깨우니, 순금이 들어 있는 장을 엎어버리고, 비니(肥膩)의 풀을 숨겨서 박통 장군(博通將軍)은 몽롱하게 취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온 천하의 빈객들이 모두 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기충천하는 10군(軍)의 사졸들과 5장(將)의 영웅들이 기회를 타고 발동하여 나라의 종묘를 세우고 지킵니다.
짐이 사해가 머리를 숙이고 우러러 받들어 즉위하였으니, 헌가(軒駕)에 임하여 우내(宇內)를 부리며 왕업을 이어왔습니다. 부도(浮圖)를 손에 쥐고 천명을 받았으니, 곤약(困弱)의 수레바퀴는 다함이 없는 데다 발에는 금륜(金輪)을 두른 듯하니, 마음이 준마와 더불어도 남음이 있습니다.
검은 말을 뽑아서 군역(軍役)에 충당하면서 의관(衣冠)에 두 가지가 없게 하니, 수레에 담긴 책도 한 가지일 뿐입니다. 삼계(三界)의 불난 집에 장풍으로 부채질하며 문 바깥에 높은 수레를 장식하고, 인욕의 갑옷을 벗겨서 내 백성으로 다시 만들었으니, 장군과 병사가 함께 망하게 하고 지혜와 힘도 같이 상실되었습니다.
이제야 갈 길이 막히고 화살도 다하는지라, 말을 버리고 배를 불태우며 사마귀처럼 팔을 들어 항복하는 것이 참으로 민망합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도척(盜跖)이 병졸을 이끌고 제후를 약탈하다가 공구(孔丘)가 쳐 놓은 군진(軍陣)에 걸려 땀을 흘리며 집으로 도망가는 것은 바로 장군의 밝으신 훈계이십니다.
황태자 미륵님께서 잠저(潛邸)에 계시다 용비재천(龍飛在天)하실 적에는, 짐도 말이 비 오듯 땀 흘리도록 달려가 조정에 귀순하여 정궐(庭闕)에 꿇어앉아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비록 장군께 부름을 받더라도 지금은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드릴 말씀은 많으나 이만 붓이 짧아서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덕 높으신 군자에 귀순하여 언외(言外)에서 만나 뵈일 날만 기약하겠습니다.
파순(波旬)이 머리 숙여 벌을 주실 것을 청합니다. - 033_0651_b_12L大夢國長夜郡未覺縣寱語里六自在主他化皇帝。報檄於高座大將軍南閻浮提道綏撫大使佛尚書安法師節下。音耗自遠,喜同蹔接。尋覽句味,良用欣然。方見大國之臣禮義高矣。承將軍虛心豁達,密行淵玄,襟帶山河,牢籠宇宙。慮深宗廟,憂及生民,秀氣千尋,眞心萬仞。諒疾風之勁草也,亂世之忠臣也。冀道遇則鄰,彼我非隔,俯從人事,聊此報章。昔,周室旣衰,六國鼎沸,漢朝運滅,三分天下。或外夷侵叛,毒被中原,或內禍潛作,殃及良善,應期鵲起,達時狗變,有之自古,豈止今日?惟蒼生舋積上天降禍,釋迦皇帝奄然登遐。哀纏臣妾,悲浹率土。皇太子彌勒養德心宮,滿月停山,深叢隱藥,數鍾百六之世,代虧九五之君。諸侯姦猾,猜忌相處,一十八部教軌參差,九十六道罇俎迴互。狼噬海濱,梟鳴山曲,左不記言,右不記事。國憲朝典,與霜露而彫零;天璽帝璧,同冰消而葉散。臣怨民怒,衆叛親離,逃逝無歸,伶跰長往。竊謂數屬太平,沐浴朝化,時逢亂世,濟難干戈,蓋乃通人之權變也。謹率義兵,發憤忘食,竝登山拉虎,臨河斬龍,緯武經文,輕身重義,社稷是所不圖也,天位非所傾望也。直以心城無主,邪戲塵勞。沓𣵻欲流,將心源而共遠;忽怳大夢,與永夜而俱長。還因假寐,弔民伐罪。先遣聚沫大將軍黃玄侯,率空華之卒,策陽炎之馬,卽乾城之隅,結浮雲之陣,戈甲昱爍,弓戟參差,鋒刃未交,服兵先敗。次命礀響大將軍絲竹公,領宮商之衆,據傳聲之谷,隨聞隨翦。次命百和大將軍蘭麝伯,領馨香之旅,乘風抒陣,千里無雲。次命六味大將軍,領肥美之卒,爲面門都督守滄溟之口,呑噬無遺。次命七觸大將軍,領細滑之衆,戰鼓纔擊,身城瓦解,五軍前討,百戰恒捷。自天是祐罄無不宜。朕慮未窮巢穴躬行問罪,戎衣旣整出自空窟。發淵泉之智,動山嶽之威。承妄想之兵數盈兆載,竝潛神識海隱影心山。命將元帥,案劍城旅,徵兵士卒,擎刀結陣,排空塞迥,煙飛霧集,莫不雄氣衝天。吐妄雲於眞際,高風駭地驚塵浪於性海,擊道品官軍,霜夜抒籜。一心旣沒,還源彌遠,六愛已然,宅火逾盛。縱撗翦掠,腹背羅討,六奇三略,先薀胸襟。百步千榮本無撗陣,遂雲消霧卷,吾道興焉。於是分官置職,行我風化。 勅無廉驃騎虎踞貪山,性澀將軍龍蟠慳海。瞻恤之士水陸無寄。 勅繫地郞將,置陰陽之府,情塵駙馬觀伉儷之兵,愛水暫流,身城被漬,欲火纔發,天廟遭燒。繕性將軍已從焚溺,勅咆勃挍尉,弓劍隨身,鴆毒鷹揚戈戟在手。嚴毅士卒警固賄城。使平忿將軍銷聲剷迹,勅正勤、御史且停監察。隨眠武侯安撫朝猷,放蕩無明,縱恣有待,使精進一馬,罷行四勤之路,迦留二箭不射三空之門。勇猛將軍風煙歇滅,勅覺觀大司馬,置府初禪,邪思惟都尉列陣三有。心原未靜,頻被風波,禪枝欲茂,再遭霜雪。安靜將軍埋身亂境,勅我見行高鎭陁那之嶺,惑山萬刃,疑戍百重,討返還迷,問津天路,使觀身實相申如羊角,緣家妄業密若魚鱗。故毒動狂子,酒醒醉客,覆眞金藏,隱肥膩草,博通將軍兀然如醉。斯則率土之賓,皆吾民也。今十軍意氣,五將英雄,乘機發立,成國宗廟。朕俛仰卽位,臨軒御宇,纂承王業,握圖受命。困弱之輪無際,足擬金輪;心與駿䭿有餘,聊充紺馬。衣冠旡二,車書已一。方扇長風於火宅,粉高車於門外。解釋甲冑與民更始,將軍士卒竝亡,智力俱喪。路窮箭盡,棄馬焚舟,螗螂擧臂,良可愍也,良可恥也!盜跖率卒,侵暴諸侯,孔丘置陣,流汗反府。卽將軍之明誡也。皇太子彌勒代邸龍飛。朕汗馬歸朝,銜罪庭闕。將軍見徵,未敢聞命也。情深筆短,不能多白。冀歸高君子相期,於言外焉。波旬頓首死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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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파마로포문(破魔露布文)164) - 033_0652_c_07L破魔露布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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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53_a_02L광연장군(廣緣將軍) 유탕교위(流蕩校尉) 도독(都督) 육근제군사(六根諸軍事) 신제악(新除惡) 건선왕(建善王) 신(臣) 심(心)
진혜장군(賑惠將軍) 선산자(善散子) 도독 광제제군사(廣濟諸軍事) 감군(監軍) 신(臣) 시(施)
선성장군(繕性將軍) 극욕계(剋欲界) 도둑 섭지제군사(攝志諸軍事) 사마(司馬) 신 계(戒)
평분장군(平忿將軍) 탕에후(蕩恚侯) 도독 홍유제군사(洪裕諸軍事) 사공공(司空公) 신 인(忍)
용맹장군(勇猛將軍) 근습백(勤習伯) 도독 육도제군사(六度諸軍事) 행대(行臺) 신 진(進)
안정장군(安靜將軍) 지념도위(志念都尉) 도독 관루제군사(觀累諸軍事) 섭산후(攝散侯) 신 선(禪)
박통장군(博通將軍) 주물대(周物大) 부도독(夫都督) 조달제군사(調達諸軍事) 감조왕(監照王) 신 지(智)
행언(行言) 근안(謹案) 신 문(聞)
난리를 평정하여 태평케 하였습니다.
흉도가 어느 때라도 일어나면 청정한 교화로 제거해야만, 반역의 무리가 그에 따라 일어납니다. 이로써 문명(文命)165)이 9위(圍:9州)에서 군대를 조련하다가 도산(塗山)에서 사마(死魔)를 만났으며,166) 정생(頂生)이 육합에서 수레를 수미산 위로 굴리다가 도리천에 도둑을 만났습니다. 그러므로 몸을 망하게 하여 그 위엄을 알게 하여야 하는데, 혼비백산하여 민월(閩越)의 땅으로 흩어져 타향에서 고생하며 존귀한 자리마저 잃었습니다.
이것은 실로 안으로 간사한 무리를 끼고서 바깥으로 속진의 궤범을 수립한다면, 상도 공적에 어긋나고 벌도 신의 악행에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세간의 종사(宗師)이신 석가문 황제께서 저녁 무렵에 대가를 숲 속에 멈추신지 천 년이 넘었습니다.
태자 자씨(慈氏:미륵보살) 아일다(阿逸多)께서는 도솔천에 머무시느라 대업을 계승하시지 못했으니, 법(法)의 성(城)이 잠시 비워지고 범륜(梵輪)에 주인이 없습니다. 이에 진역(塵域)의 바깥에서 반역이 일어나 사주불공(沙州弗貢)이 삼계를 놀라게 하고 6천(天)이 봉기하게 하였습니다.
삿된 무리가 거짓으로 꾀어내서 세속과 달리 이룬 것을 뒤집으려 하니, 간사한 자재천주(自在天主) 적왕(賊王) 파순(波旬)은 몸을 받은 바탕이 어리석어 삿된 기운만 가득한지라, 마음에 아만을 내고 생각마다 애욕이 가득 맺어집니다. 지혜의 운명을 빼앗고자 신기(神器)를 농간하며, 욕계를 방종케 하면서 황제의 경계[皇境]마저 넘보고 있습니다.
정교(正敎)가 쇠퇴하고 내외(內外)가 서로 어긋나니, 자매가 함께 간사하며 천 명의 자식도 변심을 하고, 세 여자가 사특하고 방탕하여 우리의 상궁(上宮)을 어지럽히려 하였으나 아름다운 자태가 펼쳐지기도 전에 일흔 살 먹은 노파로 변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저 파순이 소도(小道)를 좋아하여 변재가 상당하기에, 그른 말을 꾸미는 데 능하고 곧잘 멀쩡한 사람마저 성나게도 만듭니다. 효순한 말을 쓰지 않고 오로지 간신의 계책만 나라의 틈을 엿보다가 기회를 틈타 침범하곤 합니다.
위결사대장(僞結使大將) 제번뇌(諸煩惱) 등이 성도(聖道)의 운수가 다한 것을 계기로, 8백의 광음(光音)이 연달아 일어나는지라 10전(纏)이 여기서 일어나게 됩니다. 애욕의 바다에 욕심 많은 병사를 풀어 놓고 고원(高原)에다 의심의 준마를 치달리게 합니다.
재갈을 물려서 2견(見)의 구역으로 몰아 들어가고, 무명의 경계로 치닫게 하다가 성인을 만나게 되면 종적을 감추고 하늘로 숨어 버리고, 악인을 만나게 되면 그 가운데에 악행을 쏟아 부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관문을 겹쳐서 때를 보아 가며 일을 저지르는데, 때로는 영리만을 구하는데 뜻을 두어 헛되이 권문(權門)을 감시하거나, 혹은 분노를 머금고 대중을 위협해서 전적으로 해독을 자행하기도 합니다.
충천하는 의기로 방등(方等)만을 고수하는지라 한쪽 모퉁이로 교만(憍慢)하여 정삭(正朔)을 가리지 못합니다. 바야흐로 헛되이 7사(使)의 전거(傳車:고대 역참 전용의 수레)를 빌려서 임시로 세 가지 장애로 여섯 조목을 거짓되게 말하여 괴상한 풍속을 이루는데, 어리석은 이는 그것도 가르침이라 여기고 갓끈을 새로이 씻어 내며, 지혜로운 이는 이를 버리고 골짜기에서 물을 마십니다.
마졸(魔卒)을 길러 선봉을 삼고 봉화를 띄워 진군하게 하는데, 위사천(僞四天) 대도독(大都督) 오음마(五陰魔) 등이 무시(無始)의 평원에 거점을 두고 유형(有形)의 속에 깃들어 살면서 고해 속을 떠다니며, 화택의 기슭에서 게으르게 놉니다.
실로 이 몸뚱이를 호령하며 헛되이 6부(府)를 설치하는데, 순식간에 영예로움을 훔치고 편안할 때 쾌락에만 탐닉하게 합니다. 그 원수(元首)에 조짐조차 없는지라 헛된 고달픔이 셀 수도 없어서, 목마른 병사와 질투하는 사졸이 냇가에 가득하고 벌판에 널려 있으며, 두려움에 떠는 선비와 근심 많은 사람이 산을 에우고 골짜기에 가득할지니, 악행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한 곳에 모여 떼를 이루는데, 이도(異道)의 부류가 무리를 지어 삼계를 군대로 가로막습니다.
위서행대(僞署行臺) 유생사(有生死)와 적왕관병(賊王觀兵) 오도(五道)가 3악도에 마졸을 배치하고, 산 것의 명을 재촉하고자 빨리 늙어가도록 장난칩니다. 5쇠(衰)는 떠날 때를 기약하고 4생(生)은 3세에 응하는데, 흐르는 샘을 메워 놓고 타는 불길을 막아 놓습니다.
업력(業力)이 으르렁대는지라 위취(危脆)만 부둥켜 안고 앞으로 치달리며, 3독에 떠밀려 군유(群有)를 끼고서 오래도록 가니, 사고무친(四顧無親)하고 화가 9족(族)에 이어지는 것을 어찌 차마 견디겠습니까?
위엄과 노여움이 교차하고 살육이 충효한 사람에게 미치니, 바야흐로 성인을 무시하고 현자를 멸시하며 참다움을 업신여기고 바른 것을 그르다 합니다. 일반 백성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범서(凡庶)를 그물로 엮으니, 고(苦)와 공(空)의 이치를 망령되이 따져서 자아(自我)가 있다고 하며, 그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기세를 도리어 금석같이 견고하다고 말합니다.
정월 그믐 해 질녘에 성씨가 선(善)이고 자를 지식(知識)이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도량(道場)으로 찾아와 이르기를, 도적의 무리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시급히 베어야 하니, 그렇지 못하면 큰 화근이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이 같은 말을 듣고 믿기지 않았으나, 홀로 양 수레를 부리면서 군대를 화성(化城)에 배치하고 참호를 깊이 파놓고 스스로 방비하였습니다. 이때 적당이 후야(後夜)에 사자 한 사람을 보내어 진기한 공물을 바치면서 우호를 맺기를 요구하였습니다만, 신이 이들 적당의 세력이 물거품 같아서 지모(智謀)가 없는 데다 성품조차 악독하여 가까이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는 더불어 말상대를 하지 않자, 저들이 원한을 품고서 되돌아갔습니다.
바야흐로 온갖 계책을 써서 침범하였는데, 바로 같은 달 이레 째 되는 날입니다. 이른 아침에 방편문(方便門)을 나와 해탈처(解脫處)에 머무르며 신속히 신우(信郵)를 파견하고서 적진으로 깊숙이 들어가 군미(群迷)를 불어서 고해를 벗어나도록 조치하고서 삼매(三昧)를 모아 일거에 소탕했습니다. 5음(陰)을 숙청하여 제유(諸有)를 법으로 청정하게 하기를 바랬으나, 적이 견고함을 믿고서 강변에서 황상(皇上)의 위엄에 대항하였습니다.
강물이 넘쳐흘러 넓고 깊어서 끝이 안 보이는 데다,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며 우박이 퍼붓듯이 쏟아지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서 해신이 일곱 가지 잡류(雜類)를 다투어 쏟아내므로 혹 물속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혹 바람에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야차(夜叉)167)가 길목을 막아서고 나찰이 기슭을 점거하였는데, 그만 눈이 멀기도 하고 귀가 먹기도 하여 선재(善財)를 다소 잃기도 하였으나, 저 애욕의 큰 물결에 끝내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다시 경기(京幾) 땅 부근에 도랑을 파고 성채를 크게 쌓았는데, 성벽을 높이 올리고 합문(閤門:고대 궁실의 옆문)을 모두 막으면서 오직 하나의 문만 남겨 두었습니다. 사방이 험준한 골짜기인지라 한 사람이 창을 쥐면 만 명의 군사도 주저하는 곳이었습니다. 4과(果)도 겁내고, 벽지(辟支)도 두려워 떨면서 마침내 여러 군사들을 모아서 규칙을 알아 전진하기를 바랬습니다.
격취도능(擊驟度能)이 자문하기를, “혹 군사를 이끌고 물을 건널 수도 있으니, 여러 나무를 구해다 엮어서 뗏목을 만들고서 이를 얼싸안고 발장구를 치면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갈 수도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신(臣)들이 손에 부낭(浮囊)을 잡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되, 단단히 보호하여 피안에 오르지 못한 이가 없었습니다. 일부 병사는 병거(兵車)를 수리하고 마음을 합치고 힘을 다해서 앞으로 돌격했습니다.
즉시 안정 장군(安靜將軍)을 보내 관루(觀累)의 병졸을 이끌고 산란(散亂)의 고원을 점령했으며, 다시 평분 장군(平忿將軍)을 시켜 홍유(洪裕)의 병사를 인솔하고 노곡구(怒谷口)를 막았으며, 다시 진혜 장군(賑惠將軍)으로 하여금 광제(廣濟)의 군대를 이끌고 간탐(慳貪)의 길목을 끊었고, 다시 박통 장군(博通將軍)을 시켜서 통달(洞達)의 군사를 지휘하여 광치(狂癡)의 길을 막고서 독사(督師) 나장(羅張)이 사면에서 협공하였는데, 전투마다 대승을 거둔 것이 한 달이 못되어 세 번이나 되었습니다.
행대(行臺) 공중(恐衆)이 게을러 다투어 진격하지 못하고 최매(催厲)의 6군(軍)을 아유월지(阿惟越地)의 땅에다 주둔시켰는데, 이 때문에 남은 불씨와 떠돌던 혼령들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의탁하여 견양(犬羊)의 무리를 이끌고 다시 싸우고자 하였습니다.
거짓 호시(虎兕)로 위세를 드러내고 웅비(熊羆)를 불러다 호위하게 하였는데, 얼굴이 이상한 무리들이 불 바람을 뿜으며 출군을 대기하였고, 산을 이고 나무를 뽑는 역사의 무리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어 진용을 가지런히 하였습니다. 황가(皇家)의 부절(符節)에 응하여 하명에 따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겁(塵劫)의 땅을 열어 성스러움이 거듭 빛나고 국조(國祚)가 무궁할지니, 선대의 제왕께서 9정(鼎)에 물을 담던 날에 내리신 고명이 은근하시어 오로지 문덕을 아름답게 하신 이래 전쟁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리하여 막부에서 처음 조칙을 받던 때부터 칙명에 따라 행하면서 대략 설치했던 6기(奇)의 약법(略法)마저 끊었습니다.
단지 미쳐서 거짓된 것을 세우면서도 오히려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절의(節義)를 거스르면, 패다(貝多)를 보내어 일깨워 주었으나 개전하는 마음이 일체 없어서, 장명(將命)을 호령하는 대권(大權)으로 병사 십만을 징집하여 강토의 오염을 막아 정토(淨土)를 크게 넓혔습니다.
무외(無畏)에 의지하여 몸을 엄숙히 하시니, 온갖 오묘함을 겸하여 다하였는데 용반(龍蟠)과 도수(道樹)를 뽑아 사바(娑婆)를 노려보시니, 열 가지 명호가 한번 퍼지자 32상(相)이 기대에 응하게 되었고, 가르침의 말씀을 펴시자 18불공법(不共法)에 구름같이 모여들었습니다. 바로 법고를 울려서 3공(空)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자비의 당번(幢幡)을 세워서 8난(難)을 막았으며, 대천세계에 무공을 강론하고 빛나는 위엄을 만역(萬域)에 드리웠습니다. 신령한 창을 쥐시기만 하여도 천마의 무리가 간담이 서늘하였고, 지혜의 칼을 한 번 휘두르기만 하여도 사도(邪道)의 무리가 멸망했습니다. 도신(道身)을 나투어 사마(死魔)를 참하시며 반야(般若)로써 번뇌를 자르셨으니, 파순을 부동(不動)의 숲 속에서 꺾으셨고 5음(陰)을 성품을 가려보는 경계에서 없애셨습니다. 그런 연후에 소굴을 보호하고 굴을 막았을진대 참으로 이르지 못하신 곳에 이르렀으니, 엎드려 숨은 것이 어찌 한 사람뿐이겠습니까?
먼 곳의 눈 뜬 소경은 날랜 힘으로써 다스릴 바가 아니었다 하겠습니다. 적멸(寂滅)의 초원에서 생사를 숨기고, 상락(常樂)의 경계에 처하여 병들고 늙는 것을 흘려보낸다. 6통(通)의 대로에서 3장(障)을 떨치고, 살바(薩婆)의 구역에서 7사(使)를 던지니, 그 원흉이 효수(梟首)되고 도당들은 주살되었으니, 여타의 따르던 이들은 달리 물어 볼 것도 없습니다.
제유(諸有) 가운데 지극한 마음으로 뉘우치는 이는 모두 갑옷을 벗고 창을 버리게 하고서 민호(民戶)로 편입시키고, 원호(遠號)를 내려 낙토(樂土)로 옮기게 하였습니다. 그 몸에 박힌 다섯 개의 화살을 뽑고자 좋은 의사를 데려다 진구(塵垢)의 병을 치료하면서 은혜로운 탕약을 베풀었습니다. 이때서야 업풍(業風)에 6진(塵)이 불던 것이 그쳤으니, 상서로운 구름이 사방에 드리워지고 신령한 금수가 날개를 드리웠습니다.
8부(部)를 이끌면서도 스스로 잘못하고, 28수를 엄숙히 하여 보호하시고 당에서 한가하게 아무 하는 일 없이 무위할 뿐이었습니다. 대각천왕(大覺天王) 등이 석가문 황제의 풍화와 법륜을 흠모하여 발탁하는 것에 뜻을 두어, 예전의 전모(典謨)를 이끌어서 은근하게 간언하면서 사면을 얻지 못한 이들을 적어 올리자, 말없이 상주한 일을 허락하였습니다.
이로써 감로문(甘露門)을 열고 8정도(正道)로 나아갔는데, 천 겹의 구름이 몰려 와서 녹야원(鹿野園)에서 의식을 갖추자, 사천왕이 두 손을 높이 쳐들어 발우를 올렸는데, 두 장자가 공양을 마련하여 처음으로 초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덕행에 의거하여 공훈을 기록하니, 진제(眞諦)가 상을 내리자 야사(耶舍)가 공손히 받았습니다. 베푼 것이 선봉과 같고 혹 친구 간에 영예를 입기도 하였고, 혹 형제간에 은택이 드리우기도 하였는데, 식읍(食邑)이 초과(初果)와 같지 않았으나 표창은 10지(地)보다 유덕하였습니다.
고례(古禮)에 따라 각 성(省)을 순행하고 5악(岳)으로 나아갔는데, 군려(群旅)를 6성(城)에서 조련하고 병마(兵馬)를 8국(國)에서 다스렸습니다. 3천(天)의 위에서 원만을 다스리고 9지(地)의 아래에서 죄를 문책하였습니다. 시방의 영웅을 초빙하고 영취산에서 만국(萬國)을 회견했는데, 하화와 이융이 밀어닥치고 훌륭한 선비가 다투어 나왔습니다.
이에 보배창고를 열어 곤궁한 이를 구휼하고 3거(車)를 내어 여러 선비에게 공급하였습니다. 일반 백성들을 위무하여 영도(寧堵)의 업을 다시 이루게 하셨으니, 저들의 그 몸은 1승(乘)에 편안하고 마음은 반석보다 굳어졌습니다. 수풀 속에 흐르는 물을 돌아보며 황택(皇澤)을 선양했으니, 항심에 의지하여 설법하시어 미처 빈객이 되지 못한 이들을 소집하셨습니다.
어진 교화가 우내(宇內)에 가득하고 도의 광채가 멀리 비추니, 사방이 빛에 통하고 교화하는 흐름마다 차별이 없었습니다. 중로(中路)의 구역에서 송사를 들으시고 보산(寶山)의 처소에서 판결하셨으니, 한량없는 위세가 저 멀리 성곽까지 떨쳤습니다. 걸림 없는 지혜로 산하를 뚫어보시니, 그 나라에 대통(大統)이 둘이 없으며 한 수레와 책도 법도를 한가지로 하였습니다.
해와 달이 빛을 더하니 천지가 밝아져서 6만의 대중이 오랜 굴레를 벗고 정도에 따랐으며, 10선(仙)의 무리가 대하(大河)를 버리고 질례(秩禮)에 따랐습니다. 흔들림이 없는 현자는 천리도 멀다 하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기뻐하는 철인(哲人)은 서응에 감통하여 이르렀습니다. 공인(工人)이 한 표주박의 음식을 시성(尸城)에 두었으며, 민첩한 짐승은 장원에서 항아리를 받들고 미음을 마시며 근본을 길렀습니다.
안과 밖이 청정하고 겉과 속이 편안한 것도, 실로 도음(道音)이 사방에 퍼져서 남은 물결이 동방을 가르친 것에 말미암습니다. 참으로 주상의 지극하신 마음을 뭇 신하들이 깊이 공경하면서, 신묘한 천규(天規)를 이어받아 이 같은 흉물을 제거하였으니, 어찌 신(臣)의 지혜와 힘으로 저들을 감화시킬 수 있었겠습니까?
이 같은 한 가지 공훈(功勳)에 의지하여 점차로 개선되기를 바라오니, 바야흐로 이전의 계책을 일삼아도 돌아오는 것은 미래의 일입니다. 삼가 노포(露布)의 글을 올립니다.
신들의 죄가 죽어 마땅합니다. - 033_0652_c_08L廣緣將軍流蕩挍尉都督六根諸軍事新除惡建善王臣心、賑惠將軍善散子都督廣濟諸軍事監軍臣施、繕性將軍剋欲界都督攝志諸軍事司馬臣戒、 平忿將軍蕩恚侯都督洪裕諸軍事司空公臣忍、勇猛將軍勤習伯都督六度諸軍事行臺臣進、 安靜將軍志念都尉都督觀累諸軍事攝散侯臣禪、博通將軍周物大夫都督調達諸軍事監照王臣智、行言謹案臣聞,治靜泰平,兇徒有時以興;化淸去殺,逆黨因之而作。是以文命引狩於九圍,遇死魔於嵞山。頂生騰輪於六合,値貪賊於忉利。故使身滅知威,魂散閩越,淪蕩他鄕,退失尊位。良由內挾奸邪,外樹塵軌,賞差信功,罰乖臣惡故也。自世宗釋迦文皇帝晏駕固林,儵餘千載,太子慈氏阿逸多有事兜率,未遑紹襲。法城蹔空,梵輪無主,塵域外叛,沙州弗貢,遂使三界風驚,六天烽起。邪徒詭說,翻成異俗,僞自在天主賊王波旬,稟質昏猜,體襲邪氣,我慢在心,愛結盈慮,矯奪惠命,竊弄神器,放縱欲界,闚𨵦皇境。且其政教陵替,內外相違,姊妹同奸,千子貳志,三女邪蕩,邀我上宮。姿態未施,自貽伊耋。又波旬翫習小道,頗有才辯,愎諌飾非,好是奰怒。不用順子之言,專從佞臣之計。伺國間隙,乘舋來侵。僞結使大將諸煩惱等,因聖道消運鍾,八百光音,無間十纏斯作。遂陳欲兵於愛海,策疑馬於高原,控轡於二見之域,馳騁於無明之境。値聖則卷迹高棲,遇惡則泄惡中區,負險重關觀時而設,或志求榮利假寐權,門或含忿威衆專行毒,害意氣稜層固守方等。憍慢邊隅未識正朔,方復假遣七使傳車,三障詭宣六條以致殊俗。愚者承教而濯纓,智人棄之而㵎飮。畜卒俟前,儲烽候進,僞四天大都督五陰魔等,置宅於無始之原,卜居於有形之裏,浮游於苦海之中,放逸於火宅之畔。竊號躬身,假署六府,偸榮瞬息,耽樂時顏,元首未幾,徒役無算,飢兵妒卒,流川遍野,怖士愁人,亘山滿谷,同惡相求,緝結一方。異類群聚,岨兵三界,僞署行臺方生死,賊王觀兵五道,置卒三塗,在生逆命,處老作寇,五衰告期,四生應世。擁塞泉原,杜絕飄焰。業力咆,率危脆以先馳;三毒趦趄,挾群有而長逝。安忍無親,禍連九族,威怒互行戮及忠孝。方乃忽聖誣賢,欺眞枉正,陷穽黎元,羅絡凡庶,妄計苦空,以爲己有,驟驚之勢,謂固同金石者也。以正月三十日黃昏時,有一人姓善字知識,從道場來告云:賊去此不遠,宜急翦撲,不爾當爲大患。臣聞此語未悉敬信,單駕羊車,轉軍化城,深修塹柵,自備而已。賊方於後夜,遣一使來,多貢珍異,求結和好。臣知此賊勢若泡焰,智計莫出,意性狂勃,難可親近,弗與之言,抱恨而去。方多設詭械,欲來侵逼。卽以月七日,向晨出方便門,頓解脫處馳,信郵以深入徵群迷以出海,纂集三昧以致一塹,冀蕩除五陰式淸諸有。賊方恃固一川,拒抗皇威,其水彌漫,廣深難際。又値旋嵐傾勃,雹霰瀉澍,擊浪揚波,海神竟涌,七等雜類。或飛或沈,夜叉守塗羅剎據津;流瞽流聾,覆沒善財其欲淜泳。鮮不沈溺,又臨圻阻涘,大築城壘,壁立隍濬險閤,唯有一門,四垂幽谷,一人執戈,萬夫攝思。四果怯憚,辟支戰慄,遂集衆唱,識規望進,擊驟度能。僉曰:或可卽勒軍士爲渡水,故備取諸草木編以爲栰,附令抱踏,撗波直進。臣等手案浮囊,泝流而往,固護無非,遂登彼岸,部分將士修備兵車,齊心戮力,驅馳往撲。卽遣安靜將軍領觀累之卒,據散亂之原。又使平忿將軍率洪裕之兵,塞怒谷之口。復令賑惠將軍引廣濟之衆,截慳貪之路。更勒博通將軍整洞達之士,守狂癡之徑。督師羅張,四面交侵,積戰告捷,不月而三。行臺恐衆邂逅不得競進,乃催厲六軍,置阿惟越地,而餘燼遊魂,偸安他化,驅率犬羊,欲來拒戰。乃假虎兕以爲威招,熊羆而自衛。異首別面之徒,吐風火而待發;檐山戴樹之類,方蟻聚以齊衡。希進皇家,膺符受命,啓土塵劫,疊聖重光,享祚無窮。先帝鼎湖之日,顧命慇懃。專令文德以來,不許戰爭,而致幕府受詔之初,依勅而行,略設六奇斷截而已。但狂豎侜張猶敢逆節,雖遣貝多曉喩,都無悛心。乃更命將大㩲,徵兵十萬,嘗未浹辰,大弘淨土,資無畏以嚴身,兼衆妙而獨拔,龍蟠道樹,虎視娑婆,十號一宣,則四八應期;言教蹔設,則二九雲集。遂擊討鼓而出三空,建慈幢以臨八難。講武大千,曜威萬域。神戈暫指則魔徒失膽,惠劍一揮則群邪俱斃。現道身而斬死魔,因般若以戮煩惱。摧波旬於不動之林,滅五陰於計性之境。然後蹙巢守穴,到不到處,巡伏隱身者唯一人而已。遠處膏肓,非勇力攻及也。遂乃竄生死於寂滅之原,流老病於常樂之境。排三障於六通之衢,投七使於薩婆之域。元兇旣梟首,徒黨伏誅,自餘從者,竝不追問。諸有誠心先款者,悉令解甲去鋒,編戶民例。授以遠號,私之樂土,爲拔五箭,幷以善醫療除垢病,施惠湯藥。于時,業風息吹,六塵弗起,祥雲四舒,靈禽翥翼,引八部而自悞,嚴四七以守衛,垂拱閑堂,無爲而已。大覺天王等,好尚風軌志,存拔擢,援昔舊謨,慇懃諌諍,辭不獲免,嘿許所奏。爾乃開甘露門,出八正道,千輻雲廻,來儀鹿苑。四天獻器於高掌,二商薦餚於初請。故緣行錄勳,則陳如先封;眞諦開賞,則耶舍繼襲。或朋類蒙榮,或兄弟感澤,邑不肖於初果,表有德於十地。依准古禮,巡省方嶽,振旅六城,治兵八國。理怨於三天之上,問罪於九地之下。徵英傑於十方,會萬國於鷲嶽。華荒剋臻,異士勇出。於是啓寶藏以賑貧窮,出三車以給諸子,撫納黔黎,寧堵復業。乃身安一乘心,固槃溪,據林眄水,宣揚皇澤。依恒說逸召集未賓,仁風帀宇道光遐照。四面交通,化流無別。聽訟於中路之域,決判於寶山之所。無量之威遠震城嶽,無㝵之智洞徹山河。故土無二,統車書一軌,日月重光,天地淸朗。六萬之衆解長圍以從正,十仙之徒棄大河以就祑。不動之賢不遠千里,意樂之哲應感而至。工人率簞食於尸城,捷獸奉壺漿於長源。內外剋淸,表裏咸泰。寔由道音四敷餘波東訓。主上至心,群僚深敬,稟承神規,殄茲兇醜,豈臣智力所能剋感也?冀憑此一勳漸望更進,方事前計,凱旋未日。竝露布以聞。臣等死罪死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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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평마사문(平魔赦文) - 033_0654_c_14L平魔赦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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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55_a_02L문하(門下)
첫머리는 근원이 같지만 흐름에 따라서 실마리가 달라진다. 융성함이 대대로 일어났으며, 믿음이 어긋나 갈래가 1천이나 되었는데, 지승(智勝)168)이 종을 드러내면, 진겁(塵劫)에 걸치도록 3보(寶)를 기릴 것이나 등명(燈明)169)
은 법을 열더라도 9유(有) 가운데 일방(一方)도 다하지 못했을진대, 하물며 사도(邪徒)의 거짓된 소견으로 자연(自然)의 고원에서 살생하는 것을 기리며, 적당(賊黨)의 망근(妄根)만 맺고 전도(顚倒)의 경계에서 형색을 부리는 것이겠는가? 이로써 스승을 어기며 중도(中道)에 대항하는 것일지니, 그대들에게 권고하여 말하니 진실로 위로하고자 한다.
선제(先帝)가 승하하신 이래로 보위(寶位)가 비어 있었으니, 순일한 기풍이 점차로 이지러지고 신령한 가르침이 취지를 달리하였다. 거짓된 마군이 틈을 타 신읍(神邑)을 횡행하는데, 헛되이 진용(眞容)은 바꾸어 공(空)과 유(有)를 함부로 말하고 4생(生)에 매이고 6취(趣)로 두루 순환하였다.
욕망의 하늘[慾天]을 퍼뜨리고 애욕의 땅[愛地]을 어지럽히니, 그 해독이 변방에 이르고 학정이 화하(華夏)로 흘러들어, 험윤(獫狁)이 종실(宗室) 주나라를 침범하고, 흉노가 염제(炎帝)의 한나라를 능멸한다고 해도 깨닫지 못한다.
짐은 어두운 정신으로 주로 어릴 때부터 현도(玄道)를 공부하였는데, 약관에 정사를 맡아 ‘대통(大通)의 해’에 이름을 반포하였으며, 현겁(賢劫)의 말대에 치달리며 백억의 대천 세계를 돌보는 중임을 짊어졌다. 삼계의 존엄을 더하면서, 인도(人道)와 천상(天上)의 즐거움을 미루어 사양한 적이 없었다.
영단(靈壇)에 올라가 이러한 봉선(封禪)을 받았으나, 그 부족함을 돌이켜보건대 서정(庶政)에 부끄러운 점이 있다. 명덕(明德)을 열심히 발휘하느라 계발할 곳을 돌볼 틈도 없었으니 봉토(封土) 내의 경계가 맑지 못해서 정교(正敎)가 한결같지 않고, 군생(群生)을 마군의 경계로 빠뜨리는 것을 늘 유감으로 여겼다.
매번 돌아볼 때마다 침식조차 폐하는데, 마침내 장령(將領)에 명을 내려서 병사를 징집하여 시대의 환란을 깨끗이 하고자 하였다. 위로는 삼매(三昧)의 선비를 계기로 하고 아래로는 6도(度)의 스승에게 의지하여 화하(華夏)를 맑게 거두되 크게 승리하였는지라 8황(荒)이 항복할지니, 이로써 6군(軍)의 우레를 움직여 3유(有)170)
의 구름을 없애고자 한다.
자비로운 보시는 번개보다 빠른지라, 4흉(凶)이 면박(面縛)하여 항복하는 것이 마치 옷에 먼지 묻듯이 하니, 산 채로 잡고자 계책을 다하였다.
오로지 저 파순 한 사람이 필기단마(匹騎單馬)로 달아나며 백 갈래 길의 그물마저 찢었으나 오래지 않아 잡혔다. 이에 5도(道)가 청정해져서 환외(寰外)를 하나로 돌이킬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천하와 같이하여 다 함께 복락을 누리고자 할지니, 이제 천하에 대사면을 내려 다함께 다시 시작하고자 하노라.
상교(像敎)의 호칭을 고쳐서 즉진(卽眞)의 세월로 삼으니, 2월 8일 먼동이 트기 전에 망견(罔見)에 얽매인 무리들을 모두 원래대로 방면한다. 혹 4마(魔)에게 빙의되어 삼계를 떠돌며 10악(惡)과 5역(逆)의 중죄를 범하였더라도, 허물을 뉘우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자는 지나간 죄를 묻지 않겠다. 혹 욕산(慾山)에 명(命)을 묻고서 간사한 기틀을 여전히 끼고 있으면서 백 겁이 지나도록 자수하지 않는 자는 그 죄를 처음대로 묻겠다.
아비를 죽이고 임금을 해치며 형제를 상하게 하고 어미를 범한 자는 즉시 투옥하여 재범을 예방하겠노라. 그 같은 한 부류의 천제(闡提)는 사면하지 않으면서 죄를 묻되 엄히 책벌할 터이니, 신속히 이번 기회를 타도록 하거라. 의역(意驛)이 시방에 고하면, 주무 관헌은 바로 시행하도록 하라.
즉진(卽眞) 원년 2월 8일 중서령(中書令) 보처왕(補處王) 신(臣) 일다(逸多)가 선포한다.
신 문수(文殊) 등이 아룁니다.
조서를 상기와 같이 받들었습니다.
신들이 듣자 하니 충성을 어기고 선업(善業)을 방해한다 하는데, 비록 천 년을 거쳤어도 일찍이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삿된 신하와 반역하는 무리는 백 대(代)를 거치면서 늘 있었습니다. 이로써 3감(監)이 유언비어를 퍼트리다가 밝은 시절에 치죄당했으며, 5백의 무리가 도에 거스르다가 성군(聖君)의 치세에 주살당했습니다. 이로써 왕의 위세가 반드시 떨쳐졌으니, 경사가 주나라 방토(邦土)에 가득하였습니다. 정교(政敎)로 보태주기만 하면 복이 서리 맺히듯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폐하께서는 자비가 백왕(百王)을 겸하셨으며 지혜가 천성(千聖)과 같이 하시는지라, 신령한 기슭을 거머쥐고 현화(玄化)를 도모하십니다. 나오고 가심에 대천세계를 움직이며, 다니시며 군유(群有)에 응하시니, 미형(微形)을 조복하여 어리석은 이를 인도하십니다. 법음(法音)을 펼쳐서 귀먹은 세속을 깨우시며, 삭발하고 도에 뜻을 두면서 흔들림 없이 이치를 구하시니, 금수의 몸을 나투어 축생조차 조복받으십니다.
진겁의 위구(危軀)를 버리시고 한 생의 묘한 바탕을 거두시고자, 4천(天)을 잠저로 삼으시며 염부제를 이롭게 하십니다. 저 7보조차 가벼이 여기고 1승만을 중히 여기시니, 깊은 천궁에서 오락도 없애시고 기슭에서 산해진미도 줄이십니다. 보관(寶冠)도 버리고 거친 숲 속에 처하며 사냥꾼과 옷을 서로 바꾸니, 대가를 4선(禪)으로 부리시어 6도(道)를 타십니다.
마군을 굴복시키는 일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하시는지라, 삼계에 불꽃이 피어나는 놀람을 없애시고, 4생(生)이 미혹에 빠지는 근심을 끊게 하시니, 마음을 거두어 3독(毒)의 그물을 벗겨주시고 생각을 기려서 죄를 사하십니다. 18불공법(不共法)을 다시 이루시니 만국의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삼가 다시 아뢰오니, 대외로 시행하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아룁니다.
즉진 원년 2월 8일
시중(侍中) 신 문수사리(文殊師利)
시중 신 살타파륜(薩陀波崙)
황문(黃門) 신 사자후(師子吼)
황문 신 사리불(舍利弗)
황문 신 수보리(須菩提) - 033_0654_c_15L門下首區同源,因沠異緖,窪隆代興,信背千途。故智勝摽宗,歷塵劫而上三,登明啓教,經九中而未一,況乃邪徒僞見?駕刺犢於自然之原,結賊妄根,御形色於顚倒之境。以茲偏師抗衡中道,眷言二三,良用憮然。自先帝昇遐,寶歷無主,淳風漸虧,靈教異設,僞魔乘間,充斥神邑。假變眞容,妄談空有,驅役四生,周還六趣。畔換慾天,狼戾愛地,毒被邊荒,虐流華夏。雖獫狁之侵宗周,凶奴之陵炎漢,未爲喩也。朕以神昧主,自幼齒參玄,弱冠從政,班名於大通之年,驅驟於賢劫之下。荷百億之重任,忝三界之特尊。人天樂推,無所與讓,遂陟靈壇,受茲封禪。顧惟多闕,有慚庶政,明發孜孜,不遑啓處。常恨封境未淸,正教無一,致使群生沈淪魔境。每一撫念用廢寢食,遂命將徵兵以淸時難。上藉三昧之士,下憑六度之師,控淸方夏,大龕荒服。故六軍雷動,則三有雲消;慈施電馳,則四凶面縛。降附若塵,生擒萬計。唯波旬一人,單馬奔逬,百道截羅,組繫不久。且令五道告淸,寰外咸一,思與天下,同茲福慶。可大赦天下,與同更始,改像教之號,爲卽眞之歲。自二月八日昧爽已前,繫囚見徒悉皆原放。若爲四魔所悟,浮游三界,犯十惡五逆,毀經壞像,三世所作一切衆罪,能改過自新者,不問往愆。若亡命慾山,挾藏奸器,百劫不自首者,伏罪如初。其殺父,害君,傷兄,蒸母,隨時投竄,以息後犯。其闡提一人不在赦書,擯罪遙責,神速可乘,意驛遍告十方,主者施行。卽眞元年二月八日,中書令補處王臣逸多宣。臣文殊等言。奉被詔書如右。臣聞,毀忠謗善,經千葉而不無#邪臣逆子,歷百代而常有。是以三監流言,伏罪於明時;五百背道,甘誅於聖世。故王威必震,慶當於周邦;改教蹔加,福歸於露鼓。伏惟陛下,慈兼百王,智齊千聖,秉瑞靈津,握圖玄化。出沒動於大千,馳騁應於群有。服微形以引愚迷,吼法音以振聾俗。至乃刎身志道,釘體求經,析骸質禽,委命降獸。捨塵劫之危軀,收一生之妙質。龍潛四天,利見閻浮,輕彼七寶,重此一乘。撤翫深宮,減膳河側。去寶冠於苦林,貿法衣於獵士。故能駕御四禪,時乘六度,殄服群邪,易於返掌。三界無熾然之警,四生絕沈溺之憂。方復情存解網,志尚宥愆。十八來蘇,萬國幸甚。謹重申聞,請可付外施行。謹啓。卽眞元年二月八日。侍中臣文殊師利 侍中臣薩陁波崙黃門臣師子吼 黃門臣舍利弗黃門臣須菩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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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평심로포문(平心露布文) - 033_0655_b_20L平心露布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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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_0655_c_02L의유식도행군부(擬唯識道行軍府)가 평심로포(平心露布)의 일을 삼가 상주합니다.
의사지절(擬使持節) 동삼사령(同三司領) 십이주대장군(十二住大將軍) 유식도행군(唯識道行軍) 원수(元帥) 상주국(上柱國) 진국공(晋國公) 신 반야(般若) 등이 아뢰고자 합니다.
신이 듣자오니 4마(魔)가 명을 내려서 누대에 걸쳐 가시가 되고, 5주(住)가 혼을 날려서 함식(含識)에게 우환이 미친다 합니다.
이에 3명(明)ㆍ성지(聖智)ㆍ10력(力)의 웅존(雄尊)께서 누차 군사를 동원하여 정벌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폐하께서는 대자비를 타시고 운을 여셨으니, 명감(冥感)에 응하여 괘기(卦期)에 임하셨습니다. 신주(神州)의 구역에 드리우셔서 법해에 광명을 놓으시며, 전왕(前王)의 영전(令典)을 조술(祖述)하시고 중묘(衆妙)의 원음(圓音)을 연출하셨습니다.
열성(列聖)의 그윽한 지모를 살펴보건대, 군생(群生)을 정국(淨國)으로 모으고 삼천 세계 찰토마다 위령(威靈)을 드리우셨으니, 백억의 주(洲)마다 성교(聖敎)에 다 같이 따릅니다. 오직 유위심주(有僞心主) 아려야식(阿黎耶識)이 헛되이 명기(名器)를 내세워 생민을 도탄에 빠트리니, 건성(乾城:乾闥婆城의 약칭)을 차지하고 연사(年祀)를 늘렸습니다.
궁미(窮迷)를 꿈속 경계로 몰아넣어 무명의 긴긴 밤을 돌이키지 못하게 하고자, 공화(空花)로 어지럽혀서 1년 내내 술 취한 듯 만듭니다. 추반연(推攀緣)에게 번병(藩屛)의 임무를 내리고, 희론(戲論)을 데려다 유악(帷幄)의 신하로 삼으니, 여원(黎元)을 함정에 빠트리고자 칼과 활촉을 갑니다. 폐하께서 진제(眞諦)에 응하시어 만물을 다스리고 세속을 부려서 백성을 이끄십니다.
이 같은 화근을 염려하시고 이 같은 도탄을 불쌍히 보시고, 신들에게 조칙을 내리시어 색야(色野)에서 정기(旌旗)를 휘날리고 심정(心庭)에서 죄를 물으라 하셨습니다. 지난 4월 16일 군대를 심경(心境)으로 파견하였는데, 바로 그날 밤 초경에 적군을 발견하였습니다. 신들이 기회를 타고 조용히 군사를 모았으니, 그윽한 밀지를 비밀리에 보내어 6도(度)의 기슭에 전함을 모으고 융거(戎車)를 1승의 자취로 모으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석 달간 주둔하면서 청범(淸梵)을 고양하여 위세를 늘리고, 90일간 진을 치면서 종을 울려 사기를 높였습니다. 아려야식이 우매하여 깨닫지 못하고 계책만 궁리하며 회개하지 않았으니,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대들듯이 땅벌이 독을 품듯이 하였습니다.
이에 위항행대장군(僞恒行大將軍) 아다나식(阿陀那識)을 보내어 무명의 자식들을 이끌게 하면서 가슴 속에 가망 없는 일만 꿈꾸며, 건성을 지키면서 신과 대적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시 위자성대장군(僞自性大將軍) 가비라선(迦毘羅仙:外道의 이름으로 數論派의 비조)과 위집차대장군(僞執此大將軍) 가전연자(迦旃延子:阿毘曇論師)가 오합지졸을 개미떼처럼 이끌고 근처를 어지럽히며 성세를 드높였습니다.
신이 이에 여러 장수에게 계책을 내렸으니, 의사지절(擬使持節) 발진대장군(拔塵大將軍) 영사념처(領四念處)와 제군사(諸軍事) 솔도품현(率道品縣) 개국공(開國公) 신 구지(求知) 및 의사지절 영경대장군(寧境大將軍) 영팔정도(領八正道)와 제군사 통진현(通眞縣) 개국공신 여실지(如實知)를 보내어 기병을 거느리고 유성이 흐르듯 번개가 내려치듯 방편의 여러 길을 따라 경계의 변방을 숙정케 하였습니다.
신 구지(求知)들이 명자(名子)를 수색하여 이치를 벌하였으니, 그림자와 발자취를 따라 추격하면서 밀궁(蜜宮)의 넓은 뜰을 가로지르기도 하였고, 혹 인허(隣虛)의 좁은 틈에서 전투를 되풀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다하고 이치를 끊어서 구역 내를 소탕하였으니, 어두운 줄기가 이로써 얼음이 녹듯 스러졌습니다. 수론(數論)이 이로써 기와가 부스러지듯이 하였습니다.
가비라 등이 대승(大乘)의 소재를 터득하고 현통(玄統)으로 돌이킬 바를 깨닫고서, 각기 이졸(羸卒) 수천 명을 이끌고 찾아와 명을 받기를 청하였습니다.
신이 늦게나마 깨달은 바를 애처로이 여겨 스스로 갱신하도록 허락하였는데, 자비관(慈悲觀)의 도사(道士) 필무연(畢無緣)도 함께 안양(安養)에 따랐으며 위간의대부(僞諫議大夫) 질체(郅諦)가 무리를 떠나고자 하는 생각을 내고 출세의 희유법(稀有法)을 자청하여 짊어졌으니, 전국의 충효로운 이들이 위신(危身)을 돌이켜 신하되기를 자청하였습니다.
이 달 보름 야반에 중군의 기세를 돋우며 외적의 사지가 흩트러지는 기회를 타고, 손에 창칼을 쥐고서 앞장서서 병사를 이끌었습니다.
완명의사지절 도솔대장군 사바(娑婆)ㆍ도초위대사(道招尉大使) 상주국 시두말(翅頭末)ㆍ개국공신 아일다(阿逸多)ㆍ의사지절 염부대장군(閻浮大將軍) 천축대도독(天竺大都督) 천축제군사(天竺諸軍事) 상주국 부루사(富婁沙)ㆍ개국공신 바수반두(婆藪槃豆)171)가 나란히 길을 3공(空)으로 재촉하고 신명을 4무애변(無礙辯)으로 치달려서 승패를 가르고 시비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다시 의사지절 평등대장군(平等大將軍) 겸(兼) 행군장사(行軍長史) 상주
국 청량현(淸凉縣) 개국공신 정념(正念)과 의사지절 편만대장군(遍滿大將軍) 겸행군사마 상주국 상락현(常樂縣) 개국공신 진여(眞如)가 신과 앞뒤를 같이하고 서로 끌어 주었습니다.
이때에 변방에 가을 기운 서늘하고 보루(寶婁)에 달빛마저 차가웠는데, 정기(旌旗)가 운한(雲漢)처럼 드높았습니다. 칼날이 상천(霜天)과 더불어 빛났으니, 홍서(弘誓)를 드리우며 원통(圓通)으로 수레를 몰아 양관(兩觀)을 넘어서서 앞으로 진격했습니다. 천 개의 관문을 깨트리고 돌격했으니, 생사가 비록 가없더라도 한 생각에 그 끝을 보았으며, 진로(塵勞)가 견고하더라도 잠깐 사이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위승상(僞丞相) 진현(陳顯) 위복야(僞僕射) 여사무계(慮思無計)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며 합문(闔門)에서 목을 맸으며, 위사공(僞司空) 사자개(師子鎧:成實論師)와 위사예(僞司隸) 달마다라(達磨多羅:法救尊者)가 각기 남은 군사를 이끌고 구덩이로 투신했습니다.
여우 같은 의심만 치성한지라, 전도(顚倒)의 위험조차 참아내면서 도리어 정법(正法)의 부촉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치는지라 제도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다나(阿陀那)가 그 거짓 임금과 함께하였으나, 밖으로는 굳세지 못하고 안으로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없는지라, 군사가 곤궁해지는 데다 성채에 서리마저 내리자 임금과 신하가 모두 실색하였으니, 실로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마침내 벽(璧)을 물고172) 머리를 조아리며 가마에 부복한 채로 죄를 기다렸습니다.
신이 이에 아다나를 효수하고 질제(郅諦)를 구금하고서, 저와 같은 혼왕(昏王)을 폐하고 현사(賢嗣)를 잇게 하였는데, 종연(宗煙)을 끊지 않고 길이 모토(茅土)의 군주가 되어 세덕(世德)을 이어가며 늘 직공(職貢)의 예(禮)를 다하게 하였으니, 이로써 악한 기운을 소탕하자 화기(和氣)가 봄철의 얼음에 어리듯 하고, 추하고 더러운 것을 섬멸하자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부들풀에 휘감기듯 하였습니다.
6근(根)을 끊어내니 장애를 만나는 근심을 덜었으며, 삼계(三界)가 적연하니 풍진(風塵)이 불어오는 놀람이 없어졌습니다. 이로써 위엄과 광명이 널리 비치어 백성이 합심하게 되었으니, 어찌 신의 용렬함으로 이같이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망극한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후하신 덕을 막부 각각의 장령에게 내려 주심이 습기[隰]의 땅보다 중한지라, 이에 노포문(露布文)을 받들어 올립니다.
역마를 보내어 아룁니다. -
033_0655_b_21L擬唯識道行軍府,謹奏平心露布事。擬使持節儀同三司領十二住大將軍唯識道行軍元帥,上柱國晉國公臣般若等言。臣聞,四魔放命,歷代以之爲鯁;五住遊魂,含識因其致患。是以三明聖智、十力雄尊,莫不屢動,偏師頻行薄伐。伏惟陛下,乘大慈而啓運,應冥感而赴期,奄宅神區光臨法海,述前王之令典,演衆妙於圓音。考列聖之玄謀,會群生於淨國。三千剎土共稟威靈,百億類洲同遵聲教。唯有僞心主阿黎耶識,檀假名器叨竊生民。跨有乾城緜歷年祀,逐窮迷於夢境,長夜不歸;縱極亂於空花,終年如醉。推攀緣爲蕃屛之任,引戲論爲帷幄之臣。陷溺黎元,干擾鋒鏑。陛下,應眞理物,調俗御民,念此鯨鯢,愍斯塗炭。遂詔臣揚旌色野問罪心庭,臣敢效庸虛稟承奇略。去四月十六日,軍次心境,卽以其夜初更,與賊相見。臣於是潛機密會,玄契冥馳,集戈舩於六度之津,命戎車於一乘之轍。屯營三月,揚淸梵以申威;列陣九旬,擊鳴鍾而作氣。阿黎耶識,固重昏而莫曉,執窮計而不移。譬螳螂之拒輪,等蜂蠆之含毒。乃遣僞恒行大將軍阿陁那識,率無明之子弟,恃無賴之胸衿,據守乾城與臣抗敵。又遣僞自性大都督迦毘羅仙,僞執此大將軍迦栴延子,招引烏合,聚結蟻徒,搖蕩邊陲,激揚聲勢。臣遂分布諸將,指麾籌策,遣擬使持節拔塵大將軍,領四念處。諸軍事率道品縣開國公臣求知,擬使持節寧境大將軍,領八正道。諸軍事通眞縣開國公臣如實知,部勒驍雄,星流電轉,從方便諸道,靜緣邊之界。臣求知等尋名討義,躡影追蹤,乍撗行於密室之閒,或轉戰於鄰虛之隙,事窮理絕,域盡途殫。冥宗所以冰消,數論於斯瓦解。迦毘羅等知大乘之有在,識玄統之所歸,各將羸卒數千,咸來請命。臣哀其晩悟,許以自新,卽令慈悲觀道士畢無緣隨便安養,僞諌議大夫郅諦,懷逸群之思,負出世之奇,將全國以效忠,返危身之被繫臣。以此月十五日夜,挾中軍之勇氣,乘外歒之離心,手抗干戈,躬先士卒。爰命擬使持節兜率大將軍娑婆道招慰大使上柱國翅頭末開國公臣阿逸多,擬使持節閻浮大將軍天竺大都督天竺諸軍事上柱國富婁沙,開國公,臣婆藪槃豆,竝以道邁三空,神遊四辯,使其招揚勝負,曉喩是非。又遣擬使持節平等大將軍兼行軍長史上柱國淸涼縣開國公,臣正念,擬使持節遍滿大將軍兼行軍司馬上柱國常樂縣開國公眞如,與臣表裏玄同更相應接。于斯時也,邊秋氣爽,塞月光寒,旌旗共雲,漢齊高鋒,鍔與霜天比淨,披弘誓駕圓通。超兩觀而爭前,排千門而竝入。雖生死無際,一念睹其濱涯;塵勞有儔,須臾見其崩潰。僞承相陳顯,僞僕射,慮思無計,求生闔門自縊。僞司空師子鎧,僞司隸達磨多羅,各擁餘師,自嬰深壘,狐疑競起,猜詐萌生。忍顚危而不見扶,遂淪亡而莫能濟。阿陁那與其僞主,外無强援,內寡深謀。師旅困窮城池陷露,君臣失色,進退無依。銜璧叩頭,輿▼(扌+親)待罪。臣卽梟陁那之首,釋郅諦之囚,廢彼昏王,立其賢嗣。方使宗禋不絕,永爲茅土之君;世德相承,恒修職貢之禮。於是氛䘲開蕩,若和氣之泮春冰;醜穢殲夷,似涼風之卷秋籜。六根超絕,不開亭障之虞;三界寂寥,無復風塵之警。斯乃威光遠被士衆齊心,豈臣微劣,所能致此,不勝慶快之至?謹遣厚德府別將臣隰重知奉露布。馳驛以聞。
廣弘明集卷第二十九
甲辰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 1)‘주평심로포’ 이하 나머지 목차는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없는 항목이나 역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보입한 것이다.
- 2)두 사람은 모두 남제(南齊) 동혼후(東昏侯)의 시제국감(時制局監)이 되었으며, 좌우의 응칙(應勅), 착도(捉刀)의 무리와 함께 국명(國命)을 전단하여 당시인들이 그들을 도칙(刀勅)이라고 말하였다. 유령운(兪靈韻), 풍용지(豊勇之)도 이러한 무리들이다.
- 3)『서경』 「오자지가(五子之歌)」에서 하태강(夏太康)은 멋대로 노닐어 법도가 없어 나라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 4)소의(蕭懿)이며 양무제의 큰 형이다. 제나라의 최혜경(崔慧景)이 입관할 때 이것을 깨뜨렸다. 동혼후가 학정을 멋대로 하고 여법진(茹法珍) 등이 정권을 잡고 의를 꺼려하여 동혼후를 설득하여 사약을 내려 죽게 하였다. 양무제는 추숭되어 장사군왕으로 봉해졌고, 시호는 선무(宣武)라고 하였다.
- 5)주무왕(周武王)은 군대를 시찰하면서 맹진(孟津)에 이르렀으며 하수를 건넜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흰 물고기가 뛰어올라 왕의 배에 들어왔다. 모인 제후들이 8백여 명이었다.
- 6)맹자는 걸(桀)이나 주(紂)처럼 어진 덕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왕이 아니라 일개 사내[一夫:獨夫]에 불과하다고 하였다.(『맹자』 「양혜왕」 하)
- 7)『시경』 「소아」 ‘소민’은 학정을 일삼았던 유왕(幽王)을 풍자한 시이다. 마지막 연에서 “사나운 호랑이를 멋대로 할 수 없고, 깊은 강물을 걸어서 감히 건널 수 없으니,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다른 것은 전혀 모른다.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해야 한다[不敢暴虎 不敢馮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고 하였다.
- 8)은나라 탕왕은 하걸(夏桀)을 남소에 추방하고, 주의 무왕은 은나라 주임금의 머리를 베어 그것을 흰 깃발 위에 걸어 놓았고, 또 태백기(太白旗)를 가지고서 제후들을 굴복시켰다.
- 9)남조 양나라 진군(陳郡) 양하(陽夏) 사람이며, 자는 경충(敬冲)이다. 제나라 무제 영명 시기에 의흥태수가 되었으며, 여러 관직을 지냈고 위장군(衛將軍)에 이르렀다.
- 10)삼국의 위(魏)나라 사람이다. 명제(明帝) 대화(大和) 중에 성심을 미루어 꾸밈이 없었으며, 누차 소를 올려 직간하여 논의하였다. 희정(喜程)의 탄핵에도 불구하고 절개를 굽히지 않고 그 뜻을 관철시켰다. 이 말은 『위서(魏書)』 16권 「두서전(杜恕傳)」에 주로 인용한 두씨의 『신서(新書)』에서 두서(杜恕)가 사마송권에게 답한 글에서 말한 내용이다.
- 11)『예기』 「악기」에 “사람이 타고나면서 고요한 것은 천성(天性)이고, 사물에 자극받아 움직이는 것은 본성으로부터 발하는 욕구이다. 사물이 이르면 지각능력은 인식하게 되고 그런 연후에 거기에서 호오(好惡)가 형성된다[人生而靜 天之性也 感於物而動 性之欲也 物至知知 然後好惡形焉]”고 하였다.
- 12)금속의 소지(素地)에 유리질의 유약(釉藥)을 발라 고온의 가마솥 과정을 거쳐 용해, 부착시켜 장식하는 기법이다.
- 13)『맹자』 「진심」에서 공자는 “그럴 듯하면서 아닌 것을 싫어한다. 가리지를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다. 아첨하는 말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의리를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 유창한 말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해칠까 염려해서이다. 정나라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정악(正樂)을 혼란시킬까 염려해서이다. 자주색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 향원(鄕原)을 싫어하는 것은 그가 덕을 어지럽힐까 염려해서이다”라고 하였다.
- 14)「둔괘(屯卦)」와 「비괘(否卦)」는 모두 외적인 상황이 어려움을 상징하는 괘들이다.
- 15)『열자(列子)』에 나온다.
- 16)『대학』 경1장에서 “대학의 도리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들을 친애하는 데 있으며, 지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고 말하였다.
- 17)지금의 안휘성에 있다. 무제는 융창(隆昌) 초에 명제가 울림왕(鬱林王)의 보정이 되었을 때 영기장군(寧期將軍)이 되어 수춘(壽春)에 진을 쳤다.
- 18)유송(劉宋)에 장수교위(長水校尉)가 되었으며 남제(南齊)에서 높이 중용되었다. 울림왕이 즉위하자마자, 정로장군(征虜將軍)이라고 칭해졌다. 소주(少主)가 새로이 즉위함으로 하여 혜경은 비밀리에 위(魏)와 소통하였다.
- 19)제명제(齊明帝)는 신안왕(新安王)의 후에 즉위하여 5년간 재위하였다.
- 20)온전한 종이를 두 장으로 잘라 글을 쓰는 서간으로 짧은 편지이다.
- 21)명수는 106으로 양수 9의 액운을 모은다. 106은 음양의 도로 도가에서 말하는 액운의 수이다.
- 22)『공자가어』 「치사(致思)」에서 인용되었다.
- 23)『시경』 「소아」의 편명이다. 자식이 부모를 추모하면서, 부모의 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시이다. 시에는 “크고 장대한 엉겅퀴가 아니고 쑥이라네. 불쌍한 우리 부모 나를 낳느라 고생하셨네. 장대한 엉겅퀴가 아니라 두견화라네. 불쌍한 우리 부모 나를 낳느라 고생하셨네……아비가 없으면 무엇에 의지하고, 어미가 없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군역에 나가서는 근심을 품고, 집에 들어와서는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네”라고 하였다.
- 24)『열자』 「탕문(湯問)」에는 “강포에 마충(麽蟲)이 사는데, 그 이름을 초명이라고 한다. 떼지어 날아서 모기에게 모이면서도 서로 닿지 않고, 의지해 잠자는 데도 모기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였다.
- 25)『열자』 「탕문」에 종발(終髮) 북쪽에 ‘명해(溟海)’라는 것이 있는데, 천지(天池)이다. 수천 리 크기의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하고, 새가 있어서 그 이름을 ‘붕(鵬)’이라고 한다. 날개를 드리우면 하늘의 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도 이 기록이 있다.
- 26)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예기』 「삼년문(三年問)」에는 삼년상이 25개월로 마치는 것이 사마(駟馬)가 틈을 지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 27)『논어』 「자한」에서 공자는 시냇가에서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라고 하였다.
- 28)수화(燧火)와 같이 짧은 생명을 말한다. ‘곡(穀)’은 산다는 의미인데, 『시경』 「왕풍」 ‘대거(大車)’에는 “살아서는 가정을 달리하고 죽어서는 같은 가정이 된다”고 하였다.
- 29)구오자(丘吾子)는 공자에게 “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해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아들이 어버이를 봉양하려고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은 부모이다”라고 말하였다.(『공자가어』 「치사(致思)」)
- 30)『시경』 「위풍」 ‘척호’편은 효자가 군역을 나가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시에는 “저 언덕을 올라서 아버지 계신 곳을 바라보고, 저 구릉에 올라가 어머니 계신 곳을 바라본다”라고 하였다.
- 31)하계, 입하절을 뜻한다. 한나라 때 황제는 입하절에 남교에서 하신(夏神)을 맞아들여 ‘주명(朱明)’의 가사를 노래하여 이렇게 일컫게 되었다.
- 32)『시경』 「진풍」 ‘겸가(蒹葭)’에는 “푸른 갈대 무성한데 흰 이슬 서리되었는데, 예를 아는 현인이 강 다른 한쪽에 있네. 거슬러 올라가 그를 따르고자 해도 길이 험난하고 멀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 그를 따르고자 하니 물 가운데 앉아 있구나”라고 하였다. 이 시는 예를 쓰지 않고는 그 나라를 견고하게 할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 33)김일제(金日磾)는 흉노의 휴도왕의 태자이다. 무제의 부름을 받아 좌우에 있으면서 신임을 받았다.
- 34)하내(河內) 사람이다. 어려서 모친을 잃어 봉양할 수 없게 되자, 부모의 모습처럼 나무를 새겨서 부모가 살아 계신 것처럼 섬겼다.
- 35)평정하여 상서로운 것을 말한다. 『시경』 「주송(周頌)」 ‘유청(維淸)’의 서에 “유청(維淸)은 상무를 연주하였다”고 하였는데, 정현(鄭玄)은 주석에서 “상무(象舞)는 전쟁을 할 때의 정벌을 고무시키는 군무이다”라고 하였다.
- 36)후한 광무제 때 장사(長沙) 임상현(臨湘縣)의 의사(義士)이다. 이 일은 동관(東觀)의 『한기(漢記)』에 실려 있다.
- 37)진(晉)나라 사람으로, 하충(何充)의 종형(從兄)이다. 모친의 상을 당해 영구를 멈추고 빈소에 두었는데 불이 붙었다. 기어가서 관을 어루만지며 곡을 하자,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불도 꺼져서 집을 태우는 것을 피하였다.(『진서(晉書)』 88 「효자전(孝子傳)」)
- 38)진나라 사람이다. 어미가 겨울에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자 왕상은 옷을 벗고서 얼음을 깨려고 하니, 얼음이 저절로 녹아서 두 마리 잉어가 뛰어올랐다. 또 어머니가 구운 참새를 먹고 싶다고 하자, 망으로 잡아서 어머니에게 봉양하였다.
- 39)외통의 어머니가 강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였다. 외통은 배에 올라타 강물을 뜨는 것이 힘들었는데 갑자기 너래반석[橫石]이 강 위로 돌출하였다. 그래서 바로 강을 뒤로하였다. 이후에는 물을 취하는 데 힘들이지 않게 되었다.
- 40)진나라 사람이다. 어미가 실명하였을 때 성언은 나라의 부름을 피하여 응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봉양하였는데, 반드시 스스로 씹어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종이 굼벵이 구운 것을 취하여 드리면 어머니는 그것을 맛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음식이 아닌가 의심하여 몰래 그것을 숨겨 놓았다가 그것을 언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면 언(彦)은 그것을 보고 어머니를 안고 통곡하였다.
- 41)어미를 잃고 아버지 중(仲)과 함께 살았는데, 가난하여 자식이 없었다. 일을 하여 아버지에게 식량으로 봉양하였다. 아버지가 늙어서 이가 빠져 음식을 먹을 수 없자 거(渠)는 직접 씹어 먹여드렸는데, 빠진 아버지의 이가 다시 나서 백여 세까지 살다 죽었다.
- 42)수후(隋侯)의 구슬이다. 수후는 커다란 뱀이 상해를 당하여 잘려 있는 것을 보고 약으로 그것을 치료해 주었다. 후에 뱀은 강 속에서 커다란 구슬을 물고 그것에 보답하였다. 명월의 주옥(珠玉)이라 명명되며, 화씨(和氏)의 구슬과 함께 일컬어진다.
- 43)『노자』 25장에는 “도가 크고, 하늘이 크며, 땅이 크고 왕도 크다”고 말하였다. 역(域) 중에는 4대(大)가 있지만 왕도 그 하나를 점한다.
- 44)천자ㆍ제후ㆍ경대부ㆍ사ㆍ서인의 다섯 등급이 각각 행하는 효(孝)이다.
- 45)『서경』 「우공」에는 그 일은 오직 구림낭간(球琳琅玕)이라고 하였다. 우혈(禹穴)은 회계산의 한 봉우리로서 하우(夏禹)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는 곳이라고 일컬어진다. 『사기』 「태사공자서」에도 회계산으로부터 우공의 동굴을 찾는다고 하였다.
- 46)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남쪽의 약야계(若耶溪)를 말한다. 서시(西施)가 비단을 빨았다는 곳이다.
- 47)수행자가 모든 심상(心想)을 없애고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를 희구하면서 닦는 선정(禪定)이다.
- 48)엣날에 용연검(龍淵劍)이 있었는데, 또 용천검(龍泉劍)이라고도 한다. 태아검(太阿劍)과 함께 병칭된다.
- 49)궤(簣)는 상자의 뜻이고, 입(笠)의 뜻도 있다. 『패문운부(佩文韻府)』에서는 인용하여 신효(神囂)로 적었다.
- 50)사물이 연속하여 이어지는 것이 마치 매미가 끊이지 않고 연이어 우는 것과 같다.
- 51)형산은 또한 회계산(會稽山)이다. 형산(衡山)은 곽산(霍山)이고 남악(南嶽)이다. 『서경』 「우공(禹貢)」에서 민산(岷山)의 남쪽에서 형산(衡山)에 이른다고 하였다.
- 52)『시경』의 숭고(崧高)편은 주의 선왕을 찬미하였다. 시에 “숭고가 우뚝하니 높은 하늘에 이어졌다”고 하였는데, ‘숭(崧)’은 숭산(嵩山)과 고산(高山)을 말하며, 중악(中岳)이다. 악(嶽)은 4악(岳)을 가리킨다.
- 53)촉(蜀)의 성도(成都)에 화정(火井)이 있다. 비화(飛火)는 화비천(火飛泉)의 뜻이다.
- 54)후한의 경공(耿恭)이다. 소륵성을 근거지로 하여 지킬 때 그 옆에 시냇물이 있었는데 흉노가 성 아래에서 시냇물을 끊었다. 경공은 성 아래 15장을 팠는데도 물을 얻지 못하자 우러러 탄식하면서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우물을 향해 다시 절하고 군사들을 위하여 기도하자, 잠시 후에 샘이 분출하여 모든 사람이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 55)지나치게 깨끗함을 추구하는 병적인 마음의 상태이다. 결질(潔疾) 또는 결벽증이다.
- 56)제(齊) 나라 왕이 전파(田巴) 선생을 초빙하여 정치를 물었다. 그에 대답하기를 “정치는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는 데 있습니다. 몸을 바르게 하는 근본은 군신에게 있고, 신하는 치수(淄水) 가에 가서 스스로를 본 연후에 자신의 추악함을 알 것입니다. 지금 제나라 신하 중에는 왕에게 아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보고서 스스로 바꿀 수 있다면 제나라는 다스려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 57)후한의 처사였던 초리(焦里) 선생이 은거하던 곳이다. 초리부인이라고도 하는데 특정한 여자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 58)진의 은사였던 동양(董養)이다. 영가(永嘉) 기간 중에 낙성에 두 마리의 거위가 있었는데, 푸른 것은 날아가고, 흰 것은 날 수 없었다. 동양은 그 푸른 것은 호(胡)를 상징하고, 흰 것은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59)후한의 일민 양홍(梁鴻)이다. 처의 얼굴이 못생겼는데, 처음 결혼하려 할 때 몸을 꾸미고 문안으로 들어갔다. 7일이 되어도 양홍은 말이 없었다. 처가 청하자, 말하기를 “나는 갖옷을 입은 사람과 함께 깊은 산에 은거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그대가 지금 기호(綺縞)를 입고, 화장하는 것이 어찌 내가 원하는 것이겠소?”라고 하였다. 그후 처가 은거의 복장을 하고 포의(布衣)를 입고서 함께 패릉(覇陵)의 산으로 들어갔다.
- 60)적송자(赤松子), 왕자교(王子喬)의 옛 선인이다.
- 61)후한의 엄광으로 자는 자릉(子陵)이고 한의 위숙경(衛叔卿)이었다. 엄광은 후한 광무제의 고인(故人)이면서도 떠나서 부춘산(富春山)에서 농사지었다.
- 62)상고 대에 오래 살았던 팽조(彭祖)이다. 성은 팽이고, 이름은 갱이다. 요 때로부터 하은에 이르기까지 8백 세를 살았다고 말해진다.
- 63)임옥현(臨沃縣)에 유료씨(有寮氏) 시대에 장수한 노인이 있었는데 우물 속이 붉은 것을 의심하여 우물의 좌우를 파 보니 고인들의 단사(丹砂) 수십 곡(斛)이 묻혀 있어 붉은 즙이 우물로 들어와 이 물을 마시고 오래 살게 되었다고 하였다.
- 64)동원공(東園公)ㆍ기리계(綺里季)ㆍ하황공(夏黃公)ㆍ용리(用里) 등 네 선생을 말한다. 진시황의 학정을 보고 감전산(藍田山)에 들어가서 뜻을 마음대로 하였다. 이후 한고조가 선비들을 업신여기는 것에 따라 상산으로 도망가 숨어 고조가 불렀으나 나가지 않았다. 나이 여든에 모두 수염이 희어졌다고 한다.
- 65)비름과의 다년초로 줄기에 마디가 있고, 소 무릎처럼 돌출하여 우슬이라고 이름하였다.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쓰이는데, 이뇨작용과 경락을 통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 66)영릉향(零陵香)의 별명이고, 영릉산 골짜기에서 생산되며 잎은 나륵(羅勒)과 비슷하다.
- 67)목란과(木蘭科)이며 낙엽교목이다. 높이는 수장이며 잎에 향기가 있다. 꽃은 처음 가지머리에서 피며 꽃봉오리 길이는 반촌이며 끝이 모필같이 뾰족하여 세속에서는 ‘목필(木筆)’이라고도 일컫는다.
- 68)‘극(棘)’이라고도 하며 가지 위에 가시가 있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꽃은 황록색이다. 열매는 대추보다 작고 맛이 시다.
- 69)천마(天麻)의 별명이다. 심괄(沈括)의 『몽계필담(夢溪筆談)』에 따르면 “적전은 곧 지금의 천마이며, 초본 약초의 상등품으로 5지(芝)를 제외하고 첫째가는 것이다. 이것은 신선의 보리(補理), 양생(養生)에 좋은 약이다”라고 하였다.
- 70)다년생 초본으로 중의학에서 뿌리와 줄기는 약초로 들어간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황지(黃芝), 무기지(戊己芝), 토죽(菟竹)이라고도 하며, 황지는 약으로 복용하며 선가에서는 지초(芝草)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곤토(坤土)의 정수를 얻었다고 하여 ‘황정(黃精)’이라고 말하였다.
- 71)흰색의 호저(豪豬)이다. 호체(豪彘)라고도 하며 털 색깔이 백색이어서 ‘백호(白毫)’라고 하였다.
- 72)제좌(帝座)이다. 주나라의 소백(召伯)이 감당나무 밑에서 머무르며 선정(善政)을 행함에 따라 『시경』 「소남(召南)」 감당(甘棠)의 시가 생겨났다. 그 노래에 “감당을 자르지 말라, 소백이 살던 곳이다”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
- 73)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滄浪)의 물이 깨끗하면 나의 관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고 하였다.
- 74)갈현(葛玄)이며 자가 효선(孝先)이다. 장생불사의 도를 흠모하여 천태(天台) 적성(赤城)에 들어가 나부산(羅浮山)에 올랐다. 갈선공(葛仙公)이라고 일컬어진다.
- 75)진사부(晉謝敷)이며, 자가 경서(慶緖)이고, 태평산(太平山)에 들어가서 10여 년간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 76)자는 공하(公蝦)이고, 양무제에 벼슬하였다. 거듭 옮겨 이부낭중(吏部朗中)이 되었으며, 당시 나이 24세였다. 병을 구실로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 77)위나라 연흥(延興) 원년(467) 현조(顯祖) 헌문제(獻文帝)가 제위를 효문제(孝文帝)에게 양위하고 북원의 숭광궁(崇光宮)으로 옮겨 녹야의 불도(佛圖)를 원중(苑中)의 서산(西山)에 세웠다.
- 78)자는 백공(伯恭)이고, 최호(崔浩)와 완고함을 다투었다. 대절(大節)로 당시에 더욱 중시되었다. 효문제 당시 거듭 승진하여 함양공(咸陽公)에 올랐다. 5제(帝)를 두루 모셨으며, 효문제 태화(太和) 중에 죽었다.
- 79)북위(北魏)는 선비(鮮卑), 헌원씨 황제의 후예라고 일컬어진다. 『위서』 「제기」 제1서에 “옛날 황제에게는 아들이 25명이 있었는데 어떤 아들은 조정의 화려한 자리에 배치되기도 하였고, 어떤 아들은 먼 황복(荒服) 땅을 나누어 받았다. 창의소자(昌意少子)는 북쪽에 땅을 받아, 나라를 대선비산에 두었다. 그래서 그것을 나라 이름으로 하였다”고 한다.
- 80)주나라는 희성(姬姓)이다. 주문왕은 영대(靈臺), 영유(靈囿), 영소(靈沼)를 처음 건축하였다.
- 81)효문제를 말하며, 5세 때에 현조헌제(顯祖獻帝)로부터 선위를 받았다.
- 82)3전법륜(轉法輪)이다. 부처님이 녹야원에서 성문승의 사람들에게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 4성제를 설법하여 권증(勸證)을 보여주던 3전(轉)이 있다.
- 83)숭광궁(崇光宮) 원중(苑中)에 있는 서산에 이 정원을 건축하였다.
- 84)28수(宿)의 하나이다. 서쪽에 있으며, 『예기』 「월령」에는 맹하의 달에 해가 필성에 있다고 하였다. 초여름에 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 85)아라한(阿羅漢)을 일컫던 옛 이름이다. 사람과 하늘의 공양을 받아서 참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 86)일정한 곳을 돌면서 왕복하거나 직선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말한다. 불교도가 이런 움직임을 취하는 것은 좌선하면서 졸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때로는 몸을 수양하여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때로는 존경의 뜻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 87)불교에서 하루를 여섯 등분하여 나누는 시간 간격이다. 곧 신조(晨朝)ㆍ일중(日中)ㆍ일몰(日沒)ㆍ초야(初夜)ㆍ중야(中夜)ㆍ후야(後夜) 등이다.
- 88)금륜왕(金輪王)이다. 사방 천하를 정복하고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가서는 제석을 해쳐서 그를 대신하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와서는 병으로 죽었다. 정생왕(頂生王)은 석가불의 전신이다.
- 89)효문제를 가리킨다. 연흥(延興) 원년 헌문제는 태자 승개(僧蓋:일명 굉(宏))에게 선위하였으니, 이가 곧 효문제이다.
- 90)고윤(高允)은 효문제 태화(太和) 중에 죽었는데, 당시 98세였다.
- 91)저라유시체(抵羅惟是逮), 견정진(堅精進), 견고정진(堅固精進)으로 번역한다. 부처님의 이름이다. 지혜를 화살로, 정진을 활로 비유한다. 『지도론(智度論)』 10권에 “인개심(忍鎧心)을 견고하게 정진하여 활의 힘을 강하게 하고 지혜의 화살을 굳게 하여 교만한 여러 적을 깨뜨린다”고 하였다.
- 92)여의(如意)를 거문고를 조율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풍속통(風俗通)』에 따르면, “거문고는 음악을 통어하는 것으로 8음과 함께 연주된다. 화락을 짓는 자는 그 곡을 펼친다”고 말한다. 그 도리는 아름다움을 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총괄하여, 중국에 있어서 ‘금(琴)’은 금지한다[禁]는 것으로 사심을 막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 93)부처님이 가지고 있는 열 가지 능력으로, 보통 여래(如來)의 별칭이다. 『구사론(俱舍論)』 29권에 보인다.
- 94)옛 현인의 하나로 순(舜)임금의 일곱 친구 가운데 하나이다.
- 95)『유마경(維摩經)』 「불국품(佛國品)」에서는 “부처님이 일음(一音)으로 연설하면 중생은 무리에 따라 각각 해탈을 얻는다”고 하였다.
- 96)5주지(住地)이다. ‘주(住)’는 번뇌로, 근본 번뇌로 다섯 가지가 있다. ‘전(纏)’도 번뇌의 다른 이름이다. 8전(纏)과 10전(纏)이 있다.
- 97)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廻向)의 보살을 3현(賢)이라 하고, 초지(初地)에서 10지(地)에 이르는 보살을 10성(聖)이라 한다.
- 98)불보살의 여리지(如理智)와 여량지(如量智)를 말하고, 5안(眼)은 육안(肉眼)ㆍ천안(天眼)ㆍ혜안(慧眼)ㆍ법안(法眼)ㆍ불안(佛眼)을 말한다.
- 99)인허진(隣虛塵)이며, 극미(極微)로 번역된다. 극소로 나뉘어져서 허공과 유사한 것이다.
- 100)제석천의 보망(寶網)으로 인다라망이다. 그 망의 선과 주옥이 교차하는 것은 중복되는 것이 끝이 없는 것으로 비유된다.
- 101)관세음의 자비의 눈으로 일체 중생을 널리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 102)『화엄경(華嚴經)』을 설하는 일곱 곳에서 아홉 번 모인 일이 있다.
- 103)살타파륜(薩陀波倫)보살이다. 이 보살은 불도를 구하여 언제나 눈물 흘리며 곡하였다.
- 104)선재동자(善財童子)는 복성(福城)에서는 문수(文殊)에게 가서 발심하여 점차로 남쪽으로 갔는데 53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뵙고 진리를 증득하여 법계에 들어갔다.
- 105)대중의 스승은 처음에 복성에서 문수에게 이르는 것으로부터 마침내 미륵을 경배하고 110성을 두루 거치고, 또 보문성에서 문수의 가르침을 받고, 가장 나중에는 보현의 수행을 잘 닦게 된다.
- 106)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약칭이며, 범어로 Jetavanavihāra의 의역이다. 인도불교 성지의 하나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성도(成道)한 이후 교살라국(憍薩羅國)의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가 많은 양의 황금을 사위성(舍衛城) 남쪽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동산에 두고 정사를 세우고 석가모니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기타 태자 또한 동산 안의 수목을 바쳤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명명하였다.
- 107)선재의 남방선지식이 유행하는 가운데 이름을 만당왕(滿幢王)이라 이름하고, 만족(滿足)이라 이름하는 것은 대악역의 대불선법을 행하는 것이며, 악 중의 악으로 제일의 악인(惡人)이 된다.(진역 『화엄경(華嚴經)』 49)
- 108)보장엄(寶莊嚴)의 음녀(淫女) 바수밀다(婆須密多, Vasumitra)는 만약 그 손을 잡으면 일체의 불살삼매에 이를 수 있다. 그와 잠을 함께하면 해탈광명삼매(解脫光明三昧)를 얻는다고 한다.(『대정장』 9)
- 109)아일다(阿逸多)는 미륵(彌勒)의 자이다. 선재가 미륵의 누관문(樓觀門)을 열고 들어가고자 원한다면 미륵은 바로 오른손을 당겨 문이 저절로 열려서 선재가 바로 들어가며, 들어가고 나면 바로 닫힌다.(『대정장』 9)
- 110)27성현(聖賢)과 18유학(有學), 9무학(無學)을 말한다.
- 111)14등(等)이다. 선재가 보현이 행한 여러 대원해(大願海)를 끝까지 궁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일체불과 동등하게 되고, 일신(一身)이 일체 세계에 충만하여 찰등(刹等), 신등(身等), 행등(行等), 정각등(正覺等), 자재력등(自在力等), 전법륜등(轉法輪等), 제변재등(諸弁才等), 묘음성등(妙音聲等), 방편등(方便等), 무외력등(無畏力等), 불소주등(佛所住等), 대자비등(大慈悲等), 부사의법문자재력등(不思議法門自在力等)을 얻게 된다.(『대정장』 9)
- 112)피차가 동일한 것을 하나(一)라 하고, 피차 다른 것을 이(異)라고 한다. 치우친 것은 사특한 것이다. 불생(不生)은 또한 불멸(不滅)이고, 불상(不常)은 또한 부단(不斷)이며, 불일(不一)은 또한 불이(不異)이고, 불래(不來)는 또한 불거(不去)이다.(『중론(中論)』 「인연품(因緣品)」)
- 113)가난한 여자는 보장(寶藏)을 묻는 것을 알지 못한다. 곤궁하고 가난한 것을 비유한다.(『열반경(涅槃經)』 7)
- 114)5부총지(部總持), 금강오부(金剛五部)의 다라니이다.
- 115)4의(依)에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것은 법의 4의(依)로서,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ㆍ의요의경불의불요의경(依了義經不依不了意經)ㆍ의의불의어(依義不依語)ㆍ의지불의식(依智不依識)이 그것이다.
- 116)곤륜산(崑崙山) 위에 선인(仙人)이 살던 장소로 전해지며, 그것으로 이름이 났다. 양나라 소명 태자(昭明太子)의 포(圃)이다.
- 117)자는 경교(景喬)이며, 자현(子顯)의 동생이다. 『진서(晉書)』 등을 편찬한 사람이다.(『양서(梁書)』 권35)
- 118)양무제의 연호로 서기 518년이다. 이 해에 소자운은 13세에 가정을 일으키고 비서랑(秘書郞)이 되었다. 태자사인(太子舍人)으로 옮겼다. 『동관신기(東官新記)』 20권을 편찬하여 그것을 임금에게 올렸다.
- 119)소명 태자의 모친인 정귀빈(丁貴嬪)이 머물던 궁이다. 소명 태자는 천감 원년 2세 때 태자로 세워져, 그 5년 5월까지 모친의 슬하에 있었다. 6세가 되어 처음으로 모친을 벗어나 동궁에서 살았으나 모후를 깊이 그리워하여 영준 7년에 모후에게 병환이 나자마자, 태자는 영복성(永福省)으로 돌아와 조석으로 병시중을 들었다.
- 120)『주역』에서 밝음이 거듭된 것[明兩]이 이괘(離卦)이다. 대인(大人)이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춘다고 한다. 해와 달의 두 가지 밝음이 거듭된 것이다.
- 121)금궤석실(金匱石室)의 비서(秘書)를 말한다. 『한서고제기(漢書高帝記)』에 단서철계금궤석실(丹書鐵契金匱石室)에서는 그것을 종묘에 소장한다.
- 122)원남방(元南方) 성수(星宿)의 이름이다. 고대에 상서성(尙書省)을 열수(列宿)의 남궁으로 상징한다.
- 123)은행나무가 무성한 높은 곳이 된다고 말한다. 『장자』 「어부」편에는 “공자가 치유(緇帷)의 숲을 유람하면서 행단 위에서 쉬었다. 제자가 책을 읽을 때 공자는 노래 부르며 거문고를 뜯었다”고 한다.
- 124)『시경』 「당풍(唐風)」 ‘주무(綢繆)’에 “실을 얽어 섶을 묶으니, 3성(星)이 하늘에 있다. 오늘 저녁이 어떤 저녁인가? 우리 선량한 사람 보네. 그대여, 그대여, 이 어진 사람을 어찌할까?”라고 하였다. 전(箋)에 따르면, 삼월 말 사월 중순에 동방에서 3성이 보인다고 한다.
- 125)장경(長卿)은 약초 이름으로 나마과(蘿蔴科)이다. 『패문운부(佩文韻府)』에서는 이 구절을 인용하여 주에서 “장경은 약초 이름이고, 간자(簡子)는 덩굴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 126)덩굴이름이다. 남방의 초목상(草木狀)에 대해 말하기를 “고함포(古合浦)의 간자(簡子)에는 덩굴이 생겨서, 나무에 기어오른다. 정월과 이월에 꽃이 피고, 사월과 오월에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다. 함포는 지금의 광동성 지역에 있다.
- 127)산계(山鷄)의 일종이며 남월에서 생산된다. 누런 벼슬에 푸른 깃털을 하고 항상 삼나무 아래에 있다. 머리 위에는 길고 누런 털이 있다고 한다.(『임해이물지(臨海異物志)』)
- 128)이조(異鳥)이다. 큰 것은 까마귀와 같이 떼 지어 난다. 백황색의 무늬가 있으며 기타 적색, 흑색이 섞인 색깔이 있다. 강서(江西) 노릉(盧陵)에서 생산된다.
- 129)‘대임(戴鵀)’ㆍ‘대임(戴任)’이라고도 하며 까치 비슷하게 생겼고, 머리에 벼슬이 있다. 『예기』 「월령」에도 “계춘(季春)의 달에 대승(戴勝)이 뽕나무로 내려온다”고 하였다.
- 130)비나리성(毘那離城)으로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살던 성이다.
- 131)소양(少陽)은 동쪽이고, 노양(老陽)은 남쪽이다. 이것은 양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은 초기이다.
- 132)수미등왕불(須彌燈王佛)로서, 동방 36항사(恒沙)의 나라를 지나서 이 부처님이 있다. 유마힐(維摩詰)은 이 부처님에게 높이 8만 4천 유순(由旬)의 사자좌를 빌어 그 방장(方丈)으로 들어갔다.(『유마경』 「부사의품」)
- 133)설명하는 유형의 계사(繫辭)는 공자의 역(易) 괘효에 관한 설명이다.
- 134)『논어』 「술이(述而)」에서 공자는 “나는 매우 쇠약해졌다. 내가 꿈에서 주공을 다시 보지 못한 것이 오래 되었구나!”라고 말하였다.
- 135)『노자』 48장에서 인용하였다.
- 136)은중감(殷仲堪)은 혜원과 여산(廬山) 북쪽 시냇가에서 역을 토론하였다.(「혜원전」), 또 종병(宗炳)은 『명불론(明佛論)』에서 역리(易理)를 여산에서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
- 137)전진왕(前秦王) 부견(符堅)은 도안(道安)을 신기(神器)로 삼아서 그를 예우하였다. 부견은 동쪽 정원으로 나아가서 도안에게 명령하여 수레에 올라 함께 타도록 하고 말하였다. “안공의 도덕이 존경할 만하므로 짐은 천하를 가지고도 그것을 바꿀 수 있다. 수레의 영예가 아직 그대의 덕에 걸맞지 않다”고 하며, 도안을 도와 수레에 오르게 하였다.(「도안전(道安傳)」)
- 138)축잠(竺潛)은 진의 원제와 명제의 예우를 받았다.
- 139)치초(郢超)가 사자를 파견하여 도안(道安)에게 쌀 5곡(斛)을 보내고 정성을 바쳤다.
- 140)명본에는 여기서부터 38권으로 분리하였다.
- 141)인세(寅歲) 또는 섭제격(攝提格)이다. 별이름으로 태세(太歲)가 인(寅)에 있는 것이 섭제격이 된다.
- 142)춘추시대 제선왕 때 직하(稷下)의 학사라고 일컬어지는 학파이다. ‘직하’는 제나라 근교 지역에서 선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 담론하였다.
- 143)『주역』 「계사」 하에 의하면, “하늘과 땅의 커다란 작용은 사물을 낳는 것이고, 성인의 커다란 보배는 지위이다”라고 하였다.
- 144)노자는 주나라 수장실(守藏室)의 사관이 되었는데, 주사(柱史)는 주하사(柱下史)이다. 주의 관직 이름이다. 장자는 몽(蒙)의 칠원(漆園)의 관리가 되었다.
- 145)동방삭은 한나라 무제 때 벼슬하였다. 그 지위는 집극(執戟)에 불과하다고 『사기』 「골계전(滑稽傳)」에 보인다. ‘집극’은 시랑(侍郞)의 벼슬이다.
- 146)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의 태자이다. 헌공(獻公)은 여희(驪姬)를 총애하였는데, 여희 때문에 참소당하여 자살하였다.
- 147)전한시대의 양웅(揚雄)이다. 자는 자운(子雲)이고 성제(成帝) 때 벼슬하였다. 『태현(太玄)』, 『법언(法言)』, 『방언(方言)』을 저술하였다.
- 148)이 꽃은 3천 년에 한 번 나타나는데, 이때 금륜왕(金輪王)이 출현한다.
- 149)맹귀(盲龜)가 떠 있는 나무 위의 공작(孔雀)을 얻은 것을 비유한다.
- 150)번뇌마(煩惱魔), 음마(陰魔), 사마(死魔), 타화자재천마(他化自在天魔)가 있다.
- 151)『서경』 「대우모(大禹模)」에 의하면, 순임금은 처음에 우(禹)로 하여금 묘족을 정벌하게 했는데도 묘족이 따르지 않았다. 여러 제후들을 모아 익(益)의 의견에 따라 우(禹)의 군대를 소환하고 순은 문덕을 펴고자 하는 가운데 간우(干羽)를 사용하여 춤을 추게 하자마자 묘족은 칠순이 되어 와서 항복하였다.
- 152)금지국왕계빈왕(金地國王罽賓王)은 파사닉왕(波斯匿王)을 정벌하려 하였다. 파사닉왕은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에 이르러 구원을 요청하였다. 부처님은 전륜성왕이 되어 대목련을 전병(典兵)의 신하로 삼아 계빈왕을 격퇴하고자 커다란 활을 당겨 쏘려고 하니까 삼천대천세계가 진동하였으며, 그 화살 머리에는 연꽃이 있었고 커다란 빛을 발하여 계빈왕 때문에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원(園)을 본다는 것은 이 당시 부처님이 계시던 기원을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 153)돈(犜)은 소의 이름으로 돈우거를 대승에 비유하고, 다음 양과 사슴을 성문(聲聞)ㆍ연각(緣覺)에 비유한다.
- 154)윤회하는 가운데 사후나 생전의 과도기 상태를 말한다. 그 사이에는 비록 형체는 떠나 있지만 5음(陰)이 있다.
- 155)천상(天上)의 중생의 수명이 비록 길다고 해도, 수명을 마칠 때는 다섯 가지 조짐이 있다. 곧 옷이 헤지는 것, 머리 위에 꽃이 시드는 것, 신체에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 겨드랑이 아래서 땀이 나는 것, 앉아 있는 것이 즐겁지 않은 것 등이다.
- 156)후한 때 사람으로 자는 주공(周公)이다. 거록(鉅鹿)의 태수였는데, 조부가 누대로 하서에 살아 이렇게 되었다. 후한의 광무제(光武帝)가 즉위하면서 한(漢)으로 돌아가 대사공(大司空)이 되었으며, 자제들도 봉작(封爵)을 누렸다.
- 157)공손술(公孫述)이다. 자는 자양(子陽)이고 애제(哀帝) 때 청수(淸水)의 장이 되었다. 왕망(王莽)의 천봉(天鳳) 중에 자립하여 천자가 되어, 익주(益州)의 땅을 소유하였다. 후에 한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후한은 공손술의 처자를 노예로 삼고 공손씨를 모두 멸족하였다.
- 158)전야공(田野空), 조정공(朝廷空), 창고공(倉庫空)을 말한다.
- 159)고대에 천자가 제후와 대신에게 내리는 아홉 종류의 기물로 이것은 최고의 예우이다. 곧 거마, 의복, 악칙(樂則), 주호(朱戶), 납폐(納陛), 호분(虎賁), 궁시(宮矢), 부월(鈇鉞), 거창(秬鬯)이다.
- 160)색계(色界)의 초선천(初禪天)에서 4선천에 이르는 네 종류의 선정(禪定)이다. 사람이 욕계(欲界)에서 선정을 익힐 때 홀연히 몸과 마음이 모이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전신의 숨구멍으로 기운이 서서히 출입하며 들어가서는 쌓이는 것이 없고 나가서도 분산되는 것이 없는 것이 초선천(初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이 선정 가운데는 아직 각관(覺觀)의 상이 있어서, 다시 마음을 수습하여 정(定)에 두면 각관이 소멸하고 정정(靜定)의 기쁨을 발하게 된다. 이것이 2선천(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희심이 움직여서 선정의 힘이 아직 견고하지 못하므로 마음을 수습하여 진리를 보면 희심(喜心)이 사라지는데, 여기에서 정에 빠져들게 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이 안으로부터 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3선천(禪天)의 선정이다. 그러나 즐거움이 마음을 요동시킬 수 있어서 여전히 청정함으로 다할 수 없으므로 더욱 노력하여 멈추지 않으면, 드나드는 숨이 멈추고 모든 망상이 사라져서 바른 생각이 견고해지는데 이것이 4선천(禪天)의 선정이다.
- 161)고대에 천자와 제후가 궁실 문 밖에 세운 높은 건축물로 궐(闕) 또는 관(觀)이라고 부른다. 교령(敎令)을 걸어 놓기 위한 장소이다.
- 162)일(日)ㆍ월(月)ㆍ성(星)을 말하기도 하고, 일ㆍ월ㆍ5성(星)으로 말하기도 한다. 또 방(房)ㆍ심(心)ㆍ미(尾)의 3성수(星宿)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 163)고대에 주식(酒食)을 담았던 그릇이다. 준(罇)에는 술을 담고, 조(俎)에는 고기를 담는다. 유향(劉向)의 『설원(說苑)』에는 “준조(罇俎)를 두고 변두(籩豆)를 배열하는 것은 유사(有司)의 일이다”라고 하였다.
- 164)조서(詔書)나 간독(簡牘) 등으로 봉함하지 않은 글이다.
- 165)『서경』 「대우모(大禹謨)」에 “문명(文命)을 사해에 편다”고 하였다. 또 『사기(史記)』에는 “문명(文命)은 하우(夏禹)의 찬명(贊名)이 된다”고 하였다.
- 166)우임금이 여기에서 죽어 사마(死魔)를 만났다고 한다.
- 167)범어 yakṣa의 음역이다. 불경 가운데 일종의 축악(丑惡)의 형상을 한 귀신으로 포악하여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다. 뒤에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서 법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으며, 천룡팔부중(天龍八部衆)의 하나에 든다.
- 168)지승은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이다. 삼천진점겁(三千塵点劫) 이전에 세상에 나온 부처이다.
- 169)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인데 과거 무량 아승기겁 이전에 세상에 나서 『법화경』을 설하였다. 이 부처님은 차례로 세상에 나서 2만불이 있는데, 모두 한자로 일월등명불로 일컬어진다.
- 170)삼계(三界)의 생사를 말하는 것으로, 첫째는 욕유(欲有), 욕계(欲界)의 생사이다. 둘째는 색유(色有), 색계(色界)의 생사이다. 셋째는 무색유(無色有), 무색계(無色界)의 생사이다. 곧 삼계의 생사경계에는 인(因)과 과(果)가 있다고 생각하여 ‘유(有)’라고 말한다.
- 171)세친보살(世親菩薩)이다. 대승론사(大乘論師)이며, 부루사(富婁沙)는 부루사부라(富婁沙富羅) 북천축(北天竺)에 있는 보살이 태어난 나라이다.
- 172)『좌전』 「희공(僖公)」 6년에 “허남(許男)은 손은 뒤로 묶고 얼굴만 보고 입으로 구슬을 물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