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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93_a_01L불설노여인경(佛說老女人經)
오(吳) 월지(月氏) 지겸(支謙)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타사라(墮舍羅)의 악음(樂音)이란 곳에 계셨는데, 그때 8백 비구와 1만 보살이 함께 있었다. 그 때에 가난한 노파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쭈어볼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훌륭하다. 물어보아라.”
노파는 말하였다.
“태어남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늙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며, 병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죽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갑니까? 색(色)이나 아픔[痛]이나 가려움[痒]이나 상(想)이나 삶과 죽음이나 식(識)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며,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마음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며, 땅ㆍ물ㆍ불ㆍ바람ㆍ허공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물음이 매우 상쾌하도다. 태어남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늙음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병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죽음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다. 색(色)과 아픔과 가려움과 상(想)과 삶과 죽음과 식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마음은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땅ㆍ물ㆍ 불ㆍ바람ㆍ허공은 오는 곳도 없으며 가는 데도 없나니, 모든 법이 모두 이와 같으니라. 비유하면 두 나무를 서로 문지르면 불이 일어나 도리어 나무를 태우다가 나무가 다하면 불도 곧 꺼지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노파에게 물으셨다.
“이 불이 어디서 와서 어느 곳으로 갔느냐?”
노파가 대답하였다.
“인연이 합하자 불이 생겼고, 인연이 떨어지자 불이 꺼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이 이와 같아서 인과 연이 합하면 생기고, 인과 연이 떨어져 흩어지면 없어지는 것이니, 법도 또한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느니라.
눈으로 색을 본다면 색이 곧 마음이며 마음이 곧 색이니, 두 가지 모두 공하여 이루어질 것도 없으며 없어질 것도 없다. 비유하면 북소리란 한 가지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으니, 가죽과 통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북채를 쥐고 북을 쳐야지만 북이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소리 역시 공한 것이며, 미래의 소리도 공한 것이며, 과거의 소리도 공한 것이다. 이 소리는 또한 가죽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통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또한 북채에서도, 사람 손에서도 나온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가 모여서 북소리가 이루어진 것이니, 소리는 공에서 나와서 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온갖 물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본래 깨끗하여 법을 만들 인(因)이 있는 것도 아니며, 법 또한 있는 곳이 없다. 비유하면 구름이 일고 안개가 덮이면 곧 비가 오는 것과 같나니, 용의 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용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며, 모두 용이 지은 인연에서 이 비가 만들어진 것과 같다.
모든 법은 또한 불어온 데도 없으며, 가서 이를 곳도 없다. 비유하면 화가가 먼저 벽이나 판을 희게 만들고 곧 여러 가지 물감을 조화하여 마음대로 만드는 것과 같나니, 이 그림은 벽이나 판의 흰 것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마음에 따라 만든 것이 각각 이루어진 것이다.
나고 죽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지은 대로 행하여지는 것이니, 비유하면 재앙은 지옥[泥犂]에서 생기는 것과 같으며, 천상의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이는 모름지기 유(有)에 집착되지 않느니라.”
노파는 이것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은혜로 법안(法眼)을 얻었으니 몸은 비록 늙었지만 이제 도리를 알았습니다.”
아난은 옷을 여미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노파는 무슨 지혜를 가졌기에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 곧 도리를 분명히 알았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노파는, 내가 전세(前世)에서 뜻을 내어 도를 배울 적에 나의 어머니였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어머니가 어찌하여 이렇게 가난하고 고생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적 구류진(拘留秦)부처님 때에 내가 사문이 되려고 하였는데, 이 어머니가 자애로워서 나의 떠남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나는 근심이 되어 하루 동안 먹지 않았다. 이 때문에 5백 세 동안 세간에 살 때마다 빈궁하게 되었다. 이제 수명이 다하면 아미타 불국토에 태어나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할 것이며, 그런 뒤 68억 겁이 지나면 부처가 될 것이니, 이름은 파건(波犍)이고, 나라 이름은 화화(化華)일 것이며, 부처가 될 때에 사람들의 옷과 음식은 도리천의 것과 같을 것이며, 그 나라 인민들은 모두 1겁을 살 것이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노파와 아난과 모든 보살과 비구승과 여러 귀신과 용과 하늘 사람과 아수라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나아가서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 011_0393_a_01L佛說老女人經吳月氏優婆塞支謙譯聞如是。一時,佛在墮舍羅,所止處名樂音。時有八百比丘菩薩萬人俱。時,有貧窮老女人來到佛所,以頭面著地,爲佛作禮,白佛言:‘願欲有所問。’佛言善哉當問老女人言生從何所來去至何所;老從何所來,去至何所;病從何所來,去至何所;死從何所來,去至何所;色、痛痒、思想、生死識,從何所來,去至何所;眼、耳、鼻、口、身、心,從何所來,去至何所;地、水、火、風、空從何所來,去至何所?’佛言:‘善哉!問是大快。生無所從來,去亦無所至;老無所從來,去亦無所至病無所從來去亦無所至死無所從來,去亦無所至;色、痛痒、思想、生死識,無所從來,去亦無所至;眼、耳、鼻、口、身、心無所從來,去亦無所至;地、水、火、風、空無所從來,去亦無所至;諸法皆如是。譬如兩木相揩火出,還燒木,木盡火便滅。’佛問老女人:‘是火從何所來,去至何所?老女人言:‘因緣合便得火,因緣離散火便滅。’佛言:‘諸法亦如是,因緣合乃成,因緣離散卽滅,法亦無所從來,去亦無所至,目見色卽是意,意卽是色,二者俱空,無所有成,滅亦如是。譬如鼓,不用一事成,有皮有𣞙,有人持捊打鼓,鼓便有聲。是聲亦空,當來聲亦空,過去聲亦空,是聲亦不從皮,亦不從𣞙亦不從捊從人手出,合會諸物乃成鼓聲。聲從空盡空,萬物亦爾,本淨無所有因作法,法亦無所有。譬如雲起,陰霧便雨,不從龍身出,亦不從龍心出,皆龍因緣所作,乃致此雨。諸法亦無所從來,去亦無所至。譬如畫師,先治壁板素,便和調諸彩,自在所作。是畫不從壁板素出,亦不從人手出,隨意所作,各各悉成。生死亦如是,各自隨所作行。譬禍生泥犂,天上、人閒亦爾,有餘是者,不著著便有。老女人聞之,大歡喜言:‘蒙佛恩得法眼,雖身羸老,今得開解。’阿難政衣服,長跪白佛言:‘是老女人,何以智慧乃爾?聞佛言卽開解?’佛告阿難:‘是老女人者,是我前世發意學道時母也。’阿難問佛言:‘是母何以貧窮困苦乃爾?’佛言:‘往昔拘留秦佛時,我欲作沙門,是母慈愛,不肯聽我去。我憂愁不食一日,因是故,五百世來,生世閒輒貧窮,今壽盡當生阿彌陁佛國,供養諸佛,卻後六十八億劫,當作佛號波犍,其國名化華,作佛時,人所有被服、飮食,如忉利天上。其國中人民,皆壽一劫。’佛說經已,老女人及阿難、諸菩薩比丘僧、諸鬼神、龍、天人、阿須倫,皆大歡喜,前爲佛作禮而去。佛說老女人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