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1. 개요
이 경의 산스크리트경명은 Vimalakīrtinirdeśa이고, 티벳어경명은 Ḥphags pa dri ma med par grags pas bstan pa shes bya ba theg pa chen poḥi mdo이다. 줄여서 『유마경』이라 하고, 별칭으로 『불가사의해탈경』ㆍ『유마힐경』ㆍ『신유마경』ㆍ『정명경』이라 한다.
2. 성립과 한역
후진(後秦)시대에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이 406년에 장안(長安)의 소요원(逍遙園)에서 번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이역본으로는 오(吳)나라 때 지겸(支謙)이 번역한 것(2권)과 당(唐)나라 때 현장(玄奘)이 번역한 것(6권) 등 모두 3본(本)이 있다. 구마라집(鳩摩羅什) 번역본과 현장의 번역본은 모두 3분(分) 14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티베트어 본은 12품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3권이며, 3분(分) 14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단에 따르면, 서분(序分)은 제1 「불국품(佛國品)」에서부터 제4 「보살품」까지이고, 정종분(正宗分)은 제5 「문질품」부터 제12 「관여래품」까지이며, 유통분(流通分)은 제12 「관여래품」부터 제14 「촉루품(囑累品)」까지이다. 경전 구성에 따르면, 상권은 제1 「불국품」에서 제4 「보살품」까지이고, 중권은 제5 「문수사리문질품(文殊師利問疾品)」부터 제9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까지이며, 하권은 제10 「향적불품(香積佛品)」에서 제14 「촉루품」까지이다.
제1 「불국품」에는 이 경이 설해지게 된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제2 「방편품」에서는 이 경의 주인공인 유마힐이 병을 방편으로 삼아 몸의 무상(無常)함에 대해 일깨워주고, 무아(無我)의 도리와 법신(法身)에 대해 설한다. 제3 「제자품」에서는 수보리 등 성문의 대제자들이 각기 유마힐과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문병 가는 것을 사양한다. 제4 「보살품」에서는 미륵보살 등 많은 보살들이 등장하여 유마힐의 덕을 찬탄한다.
제5 「문수사리문질품」에서는 유마힐이 병의 근본은 나에 대한 집착에 있다고 말하고 보살행에 대해 설한다. 제6 「부사의품」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보살들은 중생제도를 위해 입출(入出)이 자재로움을 설한다. 제7 「관중생품(觀衆生品)」에서 유마힐은 비유를 들어 환술사가 자신의 환술로 이루어진 일을 보듯이 보살은 모든 중생을 올바로 관찰해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법은 본질적으로 공(空)이며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진실로 나라는 것도 없고 중생도 없다고 설한다. 제8 「불도품(佛道品)」에서는 보살은 무간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그들과 동사섭(同事攝)을 하면서도 모든 번뇌에 물들지 않고 일체의 오만과 자만에서 벗어나며 무명을 떨쳐내고 지혜를 밝혀서 자신을 다스리는 길이 진정한 불도라고 말한다. 제9 「입불이법문품」에서는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길에 대해 유마힐은 언어나 문자에 의한 분별이 전혀 없는 부동(不動)의 침묵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한다. 제10 「향적불품」에서는 진정한 음식은 계율에서 나온 것이며, 선정과 지혜, 해탈과 해탈지견에서 나온 것으로서 결코 다함이 없다고 설한다. 제11 「보살행품」에서는 지금까지 유마힐이 말한 법을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인가 받고, 중향 세계에서 온 보살들에게 진정한 보살행에 대해 설하신다. 제12 「견아촉불품(見阿閦佛品)」에서 유마힐은 진정한 여래란 어떠한 이름이나 모습도 없고,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며, 오염되지도 청정하지도 않으며,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니며, 영원히 적멸한 것도 아니고 적멸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하고, 이렇게 여래를 보는 것이 바르게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제13 「법공양품」에서 부처님께서는 여러 가지 공양 중에서도 법공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하신다. 제14 「촉루품」에서는 부처님께서 이 경전을 널리 펴고 보호할 것을 거듭 당부하신다.
이 경전은 반야부(般若部) 경전 다음에 성립된 초기 대승경전의 하나로서, 교리적으로는 반야개공(般若皆空)의 사상에 의거하여 대승보살의 실천도를 선양하는 한편 정토교의 취지에 의한 재가신자의 종교적 덕목을 강조한다. 비야리성(毗耶離城)의 장자이자 거사인 유마힐(維摩詰, Vimalakīrti)이 편협된 소승적 견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불제자들을 각성시켜 속히 대승적인 의식에 눈뜨게 하고자 방편으로 꾀병을 앓아 불제자들에게 문병을 오게 하고, 찾아온 그들에게 대승사상을 현실생활에서 실천하도록 설법한 경전이다. 즉, 유마힐이 대승의 가르침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최상의 불도 수행의 길이라고 설하는 이 경전은 『승만경(勝鬘經)』과 함께 대승불교의 재가주의(在家主義)를 표방한 대표적인 경전이며, 후대에는 화엄종ㆍ삼론종ㆍ천태종ㆍ선종에 이르기까지 각 종파의 중심경전으로 널리 읽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