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1. 개요
이 논은 진제(眞諦)가 한역한 『불설입세아비담론(佛說立世阿毘曇論)』이다. 세계의 성립과 괴멸에 대해서 설하였다. 별칭으로 『입세아비담장(立世阿毘曇藏)』ㆍ『천지기경(天地起經)』ㆍ『천지기경록(天地起經錄)』 등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중국 진(陳)나라 때 진제(眞諦, Paramārtha)가 559년(또는 558년)에 광주(廣州)의 제지사(制旨寺)ㆍ왕원사(王園寺)와 시흥군(始興郡)에서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알려진 바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10권 25품으로 구성된 이 논은 세계의 성립과 괴멸에 대해서 설한다. 『불설장아함경』에 들어 있는 『세기경(世記經)』, 『대루탄경(大樓炭經)』, 『기세경(起世經)』,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과 유사한 내용으로서, 불교의 세계관 및 우주관을 엿볼 수 있다. 모두 25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지동품(地動品)은 세존 및 아라한이 설한 것이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이 여러 아라한들과 함께 사위성에 있었다. 이때 대지가 진동하였다.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가 그 이유를 묻자 부처님은 "이 지계(地界)는 수계(水界) 위에 있고, 수계는 풍계(風界) 위에 있고, 풍계는 허공 가운데 있다. 그래서 큰 바람이 불면 수계가 움직이고, 수계가 움직이면 곧 지계가 움직인다. 만약 신통력 있는 여러 천신들이 대지를 움직이고자 한다면, 곧 능히 이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또 부처님은 대지는 움직이지 않으며, 해와 달이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한다. 제2 남섬부제품(南剡浮提品)은 남섬부제라는 이름은 섬부(剡浮)라고 하는 나무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 나무는 섬부 땅의 북쪽 지방에서 자라는데, 그 가지와 잎과 열매는 아주 멋지고 크다. 제3 육대국품(六大國品)은 섬부 나무 바깥에 있는 고류국(高流國) 내지 사희마라야국(捨喜摩羅耶國)이라는 여섯 개의 큰 나라를 소개하고, 그 6대국이 있게 된 인연을 설한다. 제4 야차신품(夜叉神品)은 섬부제 가운데 항하(恒河)가 있는데, 그 항하의 남북에 있는 두 산에 사는 두 신왕(神王), 즉 야차가 이 부처님께 귀의하는 모습을 설한다. 제5 누사기리상왕품(漏闍耆利象王品)은 목련이 누사기리(漏闍耆利)라는 코끼리 왕이 만다기니(曼陀基尼) 연못에 자라는 연뿌리를 가지고 병을 치료함을 알고, 그 연뿌리를 얻어서 사리불의 풍병(風病)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설해진다. 제6 사천하품(四天下品)은 남 섬부제, 서 구야니(瞿耶尼), 동 불비제(弗毗提), 북 울단월(鬱單越) 등 4대 주의 광대함과 부유함을 설한다. 제7 수량품(數量品)은 이 세계의 구성에 대하여 설한다. 이 세계의 땅의 모양은 둥글어서 동으로 만든 초 받침 즉 촉반(燭盤)과 같으며, 주변에는 철위산(鐵圍山)이 있다. 그 세계 가운데 수미산왕(須彌山王)이 있는데, 그 모양은 바르고 곧아서 높이가 8만 유순(由旬)이다. 그 산의 4방 둘레는 32만 유순이다. 가장 바깥에 있는 바다를 수미해라고 하는데, 그 깊이는 8만 유순이고, 둘레는 64만 유순이다. 바다 바깥에 유건다(由乾陀, yugaṃdhara) 산이 있고, 산 바깥에는 유건다 바다가 있다. 차례로 바다 밖, 산 밖에 여러 산과 여러 바다가 있어서 철위산에 이른다고 한다. 제8 천주처품(天住處品)은 석제환인(釋提桓因) 등 여러 천신들의 거주처를 설한다. 수미산왕의 꼭대기 중앙에 도리천의 선견대성이 있다. 그 중앙에 있는 금성(金城)은 제석의 주처이다. 선견대성의 서북쪽으로 20유순의 거리에는 선법당(善法堂)이 있다. 그 중앙의 기둥 옆에 사자좌가 있는데, 석제환인이 앉고, 2태자(太子)와 4천왕 등이 열을 지어 앉는다. 4천왕과 여러 대신은 세간을 두루 다니며 본 것을 석제환인에게 보고한다. 이 여러 천신들이 이곳에 모여서 불법승을 찬탄하기 때문에 선법당이라고 부른다. 제9 환희원품(歡喜園品), 제10 중군원품(衆軍園品), 제11 악구원품(惡口園品), 제12 잡원품(雜園品), 제13 파리야다원품(波利夜多園品) 등의 다섯 품에서는 각각 선견대성의 북‧동‧남‧서 및 동북문 밖에 있는 큰 원림(園林)들에 대해서 설한다. 제14 제두뢰타성품(提頭賴吒城品), 제15 비류륵차성품(毘留勒叉城品), 제16 비류박차성품(毘留博叉城品), 제17 비사문성품(毘沙門城品) 등의 네 품은 각각 수미산왕의 네 꼭대기인 동‧남‧서‧북, 유건다 산에 있는 제두뢰타 국 등의 네 나라와 그와 동일한 이름의 대성(大城) 및 천왕(天王)에 대하여 설한다. 이어서 제18 천비천투전품(天非天鬪戰品)에서는 천신과 아수라들의 싸움을 설하며, 제19 일월행품(日月行品)에서는 해와 달의 운행에 대하여 설하며, 제20 운하품(云何品)에서는 이 세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말의 의미를 문답의 형식으로 설하며, 제21 수생품(受生品)에서는 중생이 업에 따라 태어나는 여러 가지 모습을 설한다. 제22 수량품(壽量品)에서는 지옥으로부터 무량광천(無量光天)에 이르는 세계에 사는 중생들의 수명에 대하여 설하며, 제23 지옥품(地獄品)에서는 갱생(更生) 지옥, 흑승(黑繩) 지옥 등 10대 지옥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업인(業因)에 대하여 설한다. 제24 소삼재품(小三災品)에서는 세계가 생성해서 소멸에 이르는 동안 일어나는 3종의 재앙, 즉 질역재(疾疫災), 도병재(刀兵災), 기아재(飢餓災) 등에 대하여 설하며, 제25 대삼재품(大三災品)에서는 화(火)‧수(水)‧풍(風)에 의해 일어나는 세 가지 재난으로 세계가 소멸하고 다시 생성됨을 설한다.
이 불전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라는 문구로 시작해서 “이와 같이 불 세존은 말씀하셨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라고 끝나고 있다. 이 불전이 논임에도 불구하고 제목 앞에 “불설”을 붙인 것은 이와 같이 그 형식이 부처가 설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