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그 아첨하는 일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는 보살의 허물을 그 보살들에게 듣게 하면 스스로 마음을 거둬들여 청정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가섭아, 나는 온갖 하늘과 사람들에게 항상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닦아 자기 자신을 조복하라. 세간에는 당연히 믿고 좋아하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있어서 사리에 공양하게 될 것이다’라는 이런 법을 말하였느니라. 가섭아, 그 어리석은 사람들은 독송하는 일과 선(禪)을 닦는 일과 지혜를 버리고 사리에 공양하여 그로 인하여 살아갈 것이니라.
006_0703_a_02L가섭아, 만일 어떤 보살이 삼천대천세계와 위로 범천(梵天)에 이르기까지 향과 꽃과 등불로 가득 채우고, 낱낱 등불의 심지가 마치 수미산과 같은 이러한 것들을 여래께 공양하고, 또 다른 어떤 보살은 청정한 마음으로 계율을 지니면서 스승과 높은 이의 처소에서 네 글귀로 된 한 게송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하며 일곱 걸음을 걷기에 이르면 이 공덕이 그것보다 한량없고 그지없이 더 수승하니라.
가섭아, 또 어떤 보살이 삼천대천세계를 꽃과 향과 가루향으로 가득 채우고, 백천 년 동안 밤과 낮의 여섯 때에 여래에게 공양하고, 또 다른 어떤 보살은 시끄러움을 버리고 삼계를 깊이 두려워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마음을 내어 아란야(阿蘭若) 처소를 향하여 발을 들어 일곱 걸음을 걸어간다면 이 공덕이 앞의 공덕보다 한량없고 그지없이 더 뛰어나느니라.
가섭아, 묘화여래에게는 96억백천의 성문 대중이 있었고, 그때에 니미(尼彌)라는 전륜성왕도 있었는데 법대로 세상을 다스리면서 4천하의 임금으로 있었느니라. 가섭아, 그때에 니미 대왕은 1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용맹하고 씩씩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니미 대왕은 1천 명의 아들과 함께 하였는데, 두 아들이 가부좌하고 앉아 홀연히 화생(化生)하였으니, 첫째의 이름은 달마(達摩)요, 둘째의 이름은 선법(善法)이었느니라.
006_0703_b_02L가섭아, 그때 대왕은 묘화여래와 비구승들을 청하여 8만 4천 년 동안 의복과 침구와 음식과 탕약을 공양하였으며, 모든 집안 일을 버리고 오직 공양을 닦았을 뿐이었느니라. 그리고는 7일 후에 온갖 비구들에게 각각 새 옷과 갖가지의 음식을 베풀어서 마음껏 즐기게 하였고, 정사(精舍)를 널리 지어서 머무르게 하였으며, 한 명 한 명의 비구에게는 심부름꾼 일곱 명씩을 따르게 하면서 온갖 맛있는 음식을 베풀었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왕은 사방 80유순의 정사를 지었으며, 채색으로 그린 그림들은 미묘하여서 세간에서는 뛰어났는데, 묘화여래와 비구승들이 그 정사에 가 앉자 땅 아래서 여러 묘한 꽃이 솟아 나왔으며, 그 온 정사에 꽃이 무릎까지 차게 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왕은 그 불가사의한 공덕을 지닌 정사에서 묘화여래께 8만 4천 년 동안 공양하면서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왕은 여래께 8만 4천 년 동안을 공양하고 나서는 맨 마지막 날에 묘화여래께서 공양을 다 잡수신 뒤에 달마와 선법의 두 아들은 권속과 모든 사부대중들과 함께 묘화여래․정변지께로 가서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어떤 보시의 공덕과 선근으로서 이 니미 대왕의 공덕과 선근보다 더 뛰어난 이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두 왕자가 부처님께 예배할 때에 대천(大千) 세계가 모두 다 진동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묘화여래의 시자(侍者)로 있던 통달법(通達法)이라는 제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대지(大地)가 진동하오며, 무엇 때문에 이 두 왕자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대로 있는 것이옵니까?’
006_0703_c_02L그러자, 그때 묘화여래께서 통달법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묻느냐? 만일 부처님 여래가 이 왕자의 청정한 마음과 깊은 법인(法忍)과 대비의 마음으로 여래의 발에 예배한 일을 말하게 된다면 온갖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리라.’
그때에 나라연은 큰 신통력을 다하여 두 동자를 붙들어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들을 움직일 수 없었으니, 마치 한 개의 털을 천만 개로 쪼개어 그 쪼갠 한 끝 조차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았느니라. 가섭아, 그때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모두 진동하였고, 산과 강물과 석벽까지도 모두 크게 움직였으나, 그 두 동자는 움직일 수 없었느니라. 가섭아, 그때 나라연은 묘화여래의 위신력 때문에 하방(下方)에 있는 항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세계까지 모두 진동하게 하였으나, 역시 그 두 동자는 털의 한 끝만큼도 움직이지 못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나라연 비구는 묘화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제가 신통력을 잃은 것은 아닙니까?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두 동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부처님 앞에서 머리를 땅에 대고 있을 뿐인데 제가 신력을 다하여도 일어나게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006_0704_a_02L그때에 묘화여래께서 나라연 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신통을 잃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므로 온갖 성문이나 연각으로서는 움직일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중생들이 큰 신력을 갖추었다 하여도 너와 같아서 다르지 않을 것이며, 억 겁에 이른다 하여도 이 두 동자를 움직여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니라.’
가섭아, 그때 이 묘화여래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 대중 안의 4백 20만의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그러자 그 모든 중생들은 생각하였느니라. ‘보살의 신력은 심히 희유하구나. 아직 일체지(一切智)도 얻지 못한 이의 신력이 이러하니 말이다. 큰 성문의 신력도 움직이게 할 수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의 도를 이룬 이이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들은 보살의 도를 행하여야 한다. 원컨대 여래의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게 하소서.’
가섭아, 그때 420만의 중생들이 이런 생각을 한 뒤에는 위없는 보리에 마음이 더욱 견고히 머무르게 되었느니라.
006_0704_a_10L迦葉!爾時四百二十萬衆生作是念已,於無上菩提心得堅住。
가섭아, 그때 그 대중에 선혜(善慧)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대중 안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묘화여래에게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두 동자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그리고 그들이 물은 것을 부처님께서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가섭아, 그때 두 동자는 이 소리를 듣고 나서야 땅에서 일어났느니라. 가섭아, 이 동자들이 일어날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에서는 인간과 천상의 음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고, 허공 가운데서는 묘한 꽃비가 내렸느니라. 가섭아, 그때 두 동자는 땅에서 일어나 여래께로 와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여래를 우러러보고 있었느니라.
006_0704_b_02L가섭아, 그때 묘화여래께서 선혜보살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이 두 동자는 나의 발에 예배한 뒤에 이와 같이 물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어떤 보시의 복덕과 선근으로서 이 니미 대왕의 공덕과 선근보다 더 수승한 이가 있습니까?≻ 그리고 이 두 동자는 나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그대로 있었던 것이니라.’
그때 묘화여래께서는 선혜보살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하여 말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니미 국왕이 지은 공덕은 만일 어떤 보살이 아란야에 머물면서 멀리 여의는 행[遠離行]을 행하고, 모든 법을 조금 알면서 무생인(無生忍)을 얻게 되면 이 공덕이 그의 공덕보다 한량없고 그지없이 더 수승하니라.
선남자야, 만일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서 그 낱낱 중생들이 지은 공덕이 마치 니미왕과 같다면 이러한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이 지닌 모든 복덕은 보살이 멀리 여의는 행을 수행하면서 청정한 마음에 머무르고, 바른 기억[正念]과 상응하면서 모든 법이 공함을 알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는 이러한 조그마한 지혜[忍]보다는 못하나니, 이 공덕은 앞의 공덕보다 수승하여 이 공덕에 견주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나유타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산수(算數)의 그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006_0704_c_02L선남자야, 마치 항하 모래만큼 많은 온갖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그 낱낱 중생들이 모두가 다 복덕을 지어서 니미왕과 같고, 그 모든 중생들이 지은 복덕에다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겁에 이르도록 항상 복덕을 닦는다면, 선남자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선남자들이 얻는 복이 많겠느냐?’
그 온갖 중생들이 쌓은 선근은 이 두 동자가 청정한 마음으로써 여래의 발에 예배하는 것보다 못하여 앞의 온갖 중생의 선근보다 수승하나니, 여기에 견주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억 나유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산수(算數)와 비유(譬喩)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가섭아, 그때 묘화여래의 대중 안에 있던 8만 4천의 비구들이 소리를 같이 하여 말하였느니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사람의 공덕을 따라 기뻐하나이다. 깊은 법인을 성취하고, 모든 법의 공함을 믿으며, 마음에 멀리 여읨[遠離]을 좋아하고, 아란야에 나아가 발을 들어 일곱 걸음을 걸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지혜를 성취한 이를 저희들은 따라 기뻐하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아, 그때 달마(達摩)와 선법(善法)의 두 동자가 묘화여래에게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보살이 어떠한 법을 갖추어야 보시에 보답을 바라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마음에 인색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남이 하는 보시를 보고도 마음에 바라지 않고, 여래의 위없는 행을 성취하며, 깊은 법인을 얻고, 위없는 지혜를 이루겠습니까?’
가섭아, 그때 묘화여래께서 달마와 선법의 두 동자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두루 갖추면 보시에 보답을 바라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인색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남이 하는 보시를 보고도 바라지 않고, 여래의 위없는 행을 성취하며, 심히 깊은 법인을 얻고, 위없는 지혜를 보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모든 법이 공함을 믿고, 둘째는 멀리 여의며, 셋째는 깊은 법인[深忍]이고, 넷째는 바르게 기억[正念]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다시 네 가지의 법이 있나니, 만일 보살이 이 네 가지의 법을 갖추면 보시에 바라지 않고, 마음으로 질투하지 않으며, 인색하지 않고, 탐착하지 않으며, 남이 하는 보시를 보고도 바라지 않고, 여래의 위없는 행을 성취하며, 깊은 법인을 성취하고, 위없는 지혜가 원만하게 되느니라.
006_0705_b_02L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선남자야, 보살은 불법을 많이 들어 알기[多聞]를 구하고 불법을 많이 들어 안 뒤에는 성읍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설법하되 바라는 바가 없으며, 나아가 ‘장하다’는 한마디의 칭찬까지도 받지 않고 마음에 탐하는 바도 없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온갖 보시 중에서 법의 보시[法施]가 첫째간다 하셨으니, 첫째가는 보시에 머무르면 그 마음이 기뻐지고 세간의 재물의 보시를 구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선남자야, 시방의 무수한 아승기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 여래와 비구승들은 세간의 살림 기구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청정한 계율에 머물러서 바른 법을 닦고 대비심을 갖추어 이익을 구하지 않으면 온갖 모든 부처님께서 기억하실 것이니라.
006_0705_b_08L若有菩薩住淸淨戒修於正法,具大悲心不求利養,一切諸佛之所憶念。
만일 어떤 이가 네 글귀로 된 한 게송을 말하면서 게송을 말하는 문자는 모두가 제 성품이 공하고, 온갖 모든 법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두가 제 성품이 공하다고 말하면, 이 선남자의 선근과 공덕은 앞의 선근보다 뛰어나리니, 여기에 비하면 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백천 나유타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아승기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가섭아, 그때 묘화여래께서 두 동자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네 가지의 법을 두루 갖추면 여래의 위없는 행을 이루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위없는 머묾[無上處]을 행하는 것이요, 둘째는 위없는 법[無上法]을 말하는 것이며, 셋째는 위없는 물건[無上物]을 보시하는 것이요, 넷째는 위없는 법[無上法]을 믿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네 가지의 법이라 하나니, 보살이 이 네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위없는 행을 성취하게 되느니라.’
세존이시여, 참으로 발심한 이는 모든 법의 무생(無生)을 믿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발심한 이는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니,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만일 집착함이 있으면 좋은 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집착하는 마음을 여의면 저 무생(無生)을 얻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속히 고요한 처소에 머물러 모든 애욕을 끊어 없애야 온갖 독(毒)이 왕성한 마음이 모두 소멸되어 남음이 없나이다.
006_0706_c_06L速住寂靜處,
斷除諸欲愛, 一切毒熾心, 悉滅無有餘。
모든 부처님 여래를 배워 여실하게 모든 법을 알려면 속히 집에 머무는 일을 멀리 떠나서 아란야의 법에 머물러야 하나이다.
006_0706_c_07L學諸佛如來, 如實知諸法, 速遠離在家,
住阿蘭若法。
만일 부처님의 도를 구하면서 멀리 여의는 행을 닦고자 하면 마땅히 아란야의 법을 배워야 하고 집에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야 하나이다.
006_0706_c_09L若欲求佛道, 修於遠離行,
應學阿蘭若, 不應樂在家。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경계요 성인들이 머물 곳이니 이 길에 머무를 수 있는 이면 곧 보리를 얻을 수 있나이다.
006_0706_c_10L此是諸佛境,
聖人所住處, 能住此道者, 則能得菩提。
욕심은 중생을 괴롭히나니 만일 멀리 여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집에 있는 법을 여의고 아란야를 닦고 익혀야 하나이다.
006_0706_c_11L欲等惱衆生, 若求遠離者, 應離在家法,
修習阿蘭若。
감로법(甘露法)을 증득하여 위없는 법륜을 굴리면서 모든 악마를 꺾고 조복하려면 마땅히 아란야를 익혀야 하나이다.
006_0706_c_13L欲證甘露法, 轉無上法輪,
摧伏諸魔怨, 當習阿蘭若。
가섭아, 그때 달마와 선법의 두 동자가 이 게송을 말한 뒤에 성에서 나와 묘화여래께서 머물러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여래께 출가하려 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고 허락하셔서 출가할 수 있게 하소서.’
가섭아, 그때 묘화여래께서는 두 동자의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 출가의 법을 구하는 것을 아시고 이때에 여래께서는 곧 출가하여 비구의 법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셨느니라.
006_0706_c_19L迦葉!爾時妙花如來知二童子信心淸淨求出家法,是時如來卽聽出家住比丘法。
006_0707_a_02L가섭아, 그때 대왕은 두 동자가 출가한 사실을 듣고 곧 태자를 세워 왕위를 잇게 하고는 왕과 999명의 아들과 8만 4천 명의 부인과, 5천 명의 대신과 모든 인민들과 함께 청정한 신심(信心)으로 욕심의 불을 여의고서 집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여 함께 묘화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묘화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출가하고자 하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시어 출가할 수 있게 하소서.’
006_0707_b_02L가섭아, 그때 4천하의 중생들은 한 사람도 집에 머물러 있는 이가 없었고, 청정한 신심으로써 욕심의 불을 여의면서 모두가 출가하였느니라. 그 중생들이 다 출가한 뒤에는 씨를 뿌리지 않아도 그 땅에서 저절로 모든 쌀이 나왔고, 모든 나무에서는 저절로 모든 의복이 나왔으며, 모든 하늘들이 공양하고 시봉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달마와 선법의 두 비구는 용맹스럽게 정진하면서 63억 년 동안을 앉지도 않고 눕지도 않으면서 다만 부지런히 정진만을 하며, 살바야를 구하였고, 살바야를 생각하였으며, 63억 년 동안 부지런히 정진한 뒤에는 변지삼매(遍至三昧)를 얻었느니라. 그리고 그가 앉은 자리를 금강처(金剛處)라 하였는데, 그 땅은 금강으로 이루어졌으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셨으므로 모두 듣고 받아 지닌 뒤에 다른 이들에게도 해설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4천하의 모든 중생으로서 만일 성문승(聲聞乘)을 닦고 배운 이는 한 중생도 범부의 몸으로 목숨을 마치거나 극히 게으른 이가 없었고 아나함(阿那含)을 증득하였으므로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정거천(淨居天)에 났으며, 그들과 함께 수행하면서 연각(緣覺)을 구한 이는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른 지방의 부처님이 없는 곳에서 대족성의 가문에 태어나 모든 감관을 두루 갖추었고, 과거 세상에 지은 선근의 힘 때문에 욕심의 불을 여의면서 출가하여 그로부터 7일 뒤에 연각의 도를 이루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다가 반열반(般涅槃)에 들었느니라.
그리고 보살승(菩薩乘)에 있던 이들은 다섯 가지의 신통을 성취하고, 네 가지의 한량없음[無量]과, 걸림 없는 변재[無礙辯才]를 갖추었으며, 다라니(陀羅尼)를 얻었느니라.
006_0707_b_18L菩薩乘者成就五通,具四無量無㝵辯才,得陁羅尼。
가섭아, 다르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 때의 니미 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그때 태자는 바로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가섭아, 다르게 보지 말아라. 왜냐하면 달마 동자는 바로 지금의 문수사리요, 선법 동자는 바로 지금의 허공장(虛空藏)보살이기 때문이니라. 가섭아, 너는 저 부처님 국토의 청정함과 그와 같은 선근을 지닌 중생들이 머물렀던 곳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006_0707_c_02L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묘화여래의 수명은 얼마였습니까?”
006_0707_c_02L爾時摩訶迦葉白佛言:“世尊!妙花如來壽命幾時?”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묘화여래의 수명은 8겁이었느니라. 가섭아, 묘화여래께서 반열반하신 뒤에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무르기는 꼭 1겁 동안이었고, 모든 하늘들이 사리(舍利)에 공양하였으며, 집에 있는 사람들은 없었느니라. 가섭아, 그때 두 비구는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았으며, 사리에 공양하지도 않고, 부처님 탑에 예배도 하지 않았느니라.
가섭아, 그때 모든 하늘들과 모든 비구 백천의 대중들이 이 말을 할 때에 달마와 선법의 두 비구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느니라.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공양이 바로 여래께 참되게 공양하는 것입니까? 무엇 때문에 여래의 사리가 공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두 비구는 말하였느니라. ‘마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자기 몸에 공양하시는 것처럼, 중생들이 공양하는 것도 부처님께서 배운 것과 같아야 하며, 이와 같이 배우면서 계율을 지키고 모든 착한 법을 쌓으며 모든 법을 생각하되, 법의 모양[法相]을 취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이와 같이 스스로 공양하면 마땅히 하늘과 사람에게 공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려 하면 자기 자신에게 공양해야 하나니, 마치 부처님 여래께서 모든 공덕을 갖추면 사리가 공양을 받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합니다.
만일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면 부처님께 공양한다고 합니다.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모양을 부처님께 공양한다고 하며, 많건 적건 분별을 내지 않으면 부처님께 공양한다고 하고,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도 아니요, 금생으로 오는 것도 아니며, 저 언덕도 아니요, 항상 있는 것도 아니요, 아주 없는 것도 아니며, 취하는 것도 아니요, 버리는 것도 아니면 이것을 여래께 공양한다고 합니다.
더한 것도 아니요, 덜한 것도 아니며, 나는 것도 아니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다하는 것도 아니요, 다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 하고, 마음도 아니요, 심수법(心數法)도 아니며, 기억하거나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나도 아니요, 취하는 것도 아니요, 받은 것도 아니며, 다투는 이론도 아니요, 다투지 않는 이론도 아니며, 헐뜯는 것도 아니요, 칭찬하는 것도 아니며, 둘도 아니요, 들어가는 것도 아니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고 합니다.
006_0708_b_02L또한 유위(有爲)도 아니요, 무위(無爲)도 아니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 하며, 몸으로 짓는 바도 없고, 입으로 짓는 바도 없고, 뜻으로 짓는 바도 없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구하여도 얻을 수 없으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 하며, 과거의 생각도 없고, 미래와 현재의 생각도 얻을 수 없으며, 의지함도 없고, 집착도 없으며, 구할 생각도 없고, 또한 분별하지도 않으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고 하며, 부처님이란 생각도 없고, 교법이란 생각도 없고, 승가대중이란 생각도 없으며, 사람이란 생각도 없고, 자기라는 생각도 없으며, 남이라는 생각도 없으면 이것을 곧 여래께 공양한다고 합니다.
진실한 여래의 몸은 본래 생겨남이 없어 모양 없음[無生無相]이므로 생김이 있음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본래 지음이 없는 모양[無作相]이라 하므로 짓는 모양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으며, 진실한 여래의 몸은 둘이 없는 모양[無二相]이라 하므로 둘의 모양으로써 공양을 닦지 않아야 하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무루의 모양[無漏相]이라 하므로 유루(有漏)로써 공양을 닦지도 못합니다.
진실한 여래의 몸은 공한 모양[空相]이라 하므로 몸에 대한 소견[身見]․목숨에 대한 소견[命見]․아주 없다는 소견[斷見]․항상 있다는 소견[常見]․나라는 소견[我見]․내 것이라는 소견[我所見]․있다는 소견[有見]․없다는 소견[無見]으로써 여래께 공양하지도 못하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모양이 없는 모양[無相相]이라 하므로 모양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으며, 진실한 여래의 몸은 소원이 없는 모양[無願相]이라 하므로 소원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습니다.
진실한 여래의 몸은 있음이 없는 모양[無有相]이라 하므로 있는 것[有]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 없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 모양[不動相]이라 하므로 움직이는 모양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으며, 진실한 여래의 몸은 행이 없는 모양[無行相]이라 하므로 행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습니다.
진실한 여래의 몸은 탐욕을 여읜 모양[離貪相]이라 하므로 탐욕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성냄을 여읜 모양[離瞋相]이라 하므로 성냄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어리석음을 여읜 모양[離癡相]이라 하므로 어리석음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으며, 진실한 여래의 몸은 계율․선정․지혜․해탈․해탈지견을 갖추었기 때문에 파계(破戒)와 산란한 마음과 어리석음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습니다.
진실한 여래의 몸은 자(慈)․비(悲)․희(喜)․사(捨)를 갖추었기 때문에 성내는 마음과 괴롭히는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과 산란한 마음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고, 진실한 여래의 몸은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갖추었기 때문에 간탐(慳貪)․파계․성냄․게으름․산란함․어리석음으로써 공양을 닦을 수도 없습니다.’
가섭아, 저 두 비구가 대중 가운데서 이 법을 말할 때에 모든 비구들은 이 법을 들은 뒤에 모두가 깊은 법인에 머물렀고, 모두 다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행을 행하였으며, 사리와 부처님의 탑에도 공양하지 않았느니라. 왜냐하면 그 모든 비구들은 모두가 심오한 법을 좋아하였기 때문이니라. 가섭아, 그로부터 7일 후에는 부처님 탑이 모두 다 숨어 없어졌고, 모든 사리도 그 그릇 안에서 숨어 없어졌느니라. 가섭아, 너는 이와 같이 저 정사의 심히 깊은 법인을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반드시 알아야 하느니라.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 모든 보살과 모든 비구들은 몸을 닦지도 않고, 마음을 닦지도 않고, 계율을 닦지도 않고, 지혜를 닦지도 않으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탑과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할 것이니, 열반을 위해서도 아니고, 욕심을 여의기 위해서도 아니며, 공양을 닦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금계를 범하고 어리석고 지혜가 없게 될 것이니라.
여래의 사리는 계율․선정․지혜․해탈․해탈지견을 갖추어 훈수(勳修)한 것이거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공양하고 존중하면서도,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갖추고 있으며,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의 탐냄․성냄․어리석음을 여읜 모든 사리에 대하여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공양을 일으키면서도 자기 자신은 간탐․질투․성냄․게으름․산란한 마음․어리석음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이니라. 만일 큰 시주(施主)로서 한마음으로 똑바로 머무는 이라면 목숨을 부지하게 하기 위하여 변화로 여래의 사리에 공양하게 할 것이니라.
006_0709_a_02L가섭아, 나는 처음 발심한 모든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신통의 힘으로 이 사리를 남겨 두어서 공양하는 이로 하여금 인간과 천상의 쾌락을 받고 미래 세상의 인(因)과 나아가 열반을 위하게 하는 것인데,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의 법 안에서 출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나의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출가의 행을 버리면서 다만 탑묘(塔廟)와 사리에 공양만을 하고 있을 뿐이니, 자신이 살아가기 위한 까닭에, 옷과 발우를 얻기 위하여, 이익을 위하여, 명성을 위하여, 이러한 일 때문에 사리에 공양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비구가 할 업[比丘業]이라 하느냐 하면, 가섭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문이 할 업은 곧 두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선(禪)을 닦는 것이요, 둘째는 익히고 외우는 것이니라. 이렇게 말하는 것도 도(道)에 들게 하기 위해서요, 궁극적인 설명[究竟說]은 아니니라.
가섭아, 만일 업을 지음이 있되 그 업을 다할 수 있으면 그것을 사문의 업이라 하느니라. 짓는 것도 없고, 외우는 것도 없고, 선(禪)도 없으며, 짓는 것이 없되 짓는 것이 없는 것도 없고, 생각하는 것이 없되 생각하지 않는 것도 없으며, 다하는 것도 없고, 생기는 것도 없으며,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증득하고, 삼계(三界)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면 이것이 사문으로서의 행하는 업이니라. 그 중생들은 이런 바른 업을 여의고 다시 그 밖의 업을 익히고 있는 것이니라.
저 복된 업[福業]이라 함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니, 이와 같이 집에서 있으면서도 여래의 가르침을 따르면 당연히 아나함(阿那含)의 과위를 얻게 되겠지만,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의 법 안에서 출가하여 있으면서도 오히려 마땅히 따라야 할 법을 수행하지 않고 있거늘 하물며 또 과위를 얻겠느냐? 만일 얻는다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니라.
006_0709_b_02L가섭아,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의학의 처방이나 모든 주술(呪術)을 잘 알고 있는데 곧 주술로써 한 벌의 가사(袈裟)에다 주술을 부려서 사람에게 주어 입게 할 때에 그 사람은 보고 탐을 내면서 이내 그것을 입었으나 이레가 지나고 또는 여드레가 되자 그 몸이 활활 타는 것이 마치 불무더기와 같다고 하자. 그와 같이 주술을 부린 뒤에 그것을 가져다 사람에게 주자.
그 사람은 그것을 보고는 곧 탐착을 내는 것처럼, 비구 역시 그러하여 좋은 의복을 보고 가져다 입고는 이레를 지나고 여드레가 되었을 때, 방 안에 있을 때나 거리에 있을 때나 숲 속에 있을 때에 그 입었던 옷이 활활 타는 것이 마치 불과 같아서 그 사람의 선근을 다 태워버린다면,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가 가사를 입었으나 이익됨이 있겠느냐?”
가섭아, 장차 오는 세상의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성인의 옷을 입고 형상만이 비슷한 사문이 되어서 마을로 들어가면 신심이 있는 바라문과 장자며 거사들이 법복(法服)을 입은 것을 보고 사문이라 여기면서 모두가 함께 존중하고 공양하고 찬탄할 것이니, 그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사를 입었기 때문에 공양을 얻게 되고 기뻐하겠지만,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치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며, 지옥에 태어나서 이글이글한 얇은 철판으로 된 옷을 입고 벌겋게 달군 철환(鐵丸)을 삼키며, 펄펄 끓는 쇳물을 마시고, 달아오른 쇠 평상에 앉게 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장차 올 세상에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어떤 비구들이 몸을 닦지도 않고, 마음을 닦지도 않으며, 계율을 닦지도 않고, 지혜를 닦지도 않으면서, 무명베 위나 또는 담벼락 아래에다 여래의 상(像)을 조성하여 놓고 그것으로 스스로 살아갈 것이며, 또는 이런 업으로써 자기가 높은 체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깔볼 것이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파사닉왕(波斯匿王)은 여래의 상을 조성하였사온데 복을 얻음이 많겠습니까?”
006_0709_c_12L爾時摩訶迦葉白佛言:“世尊!波斯匿王造如來像得福多不?”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복을 얻음이 아주 많으니라. 파사닉왕은 여래의 상을 조성하였으나 값을 매길 수도 없는 귀중한 옷을 보시하였고, 의복이나 음식의 과보는 구하지도 않았느니라. 가섭아,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형상을 조성하고 세우는 것이니라.
가섭아,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7보(寶)로써 여래의 탑을 조성하여 장엄하고, 낱낱의 보배 탑마다 높고 넓게 잘 꾸며 성취함이 마치 수미산과 같게 하여 항하 모래알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세계에 두루 가득 차게 함이 비유하면 사탕수수․대나무․갈대와 같다고 하자. 가섭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선남자나 선여인은 복을 얻음이 많겠느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속으로 부처님 몸을 관(觀)하여 깊은 법인을 얻으면 이 공덕이 그런 것보다 한량없고 그지없이 훌륭하니라. 가섭아,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청정한 계율에 머무르면서 네 글귀로 된 게송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 주면서 그의 뜻을 해설하면 그 얻게 되는 복덕은 한량없고 그지없느니라. 가섭아, 어떻게 여래의 몸을 관하느냐 하면, 가섭아, 만일 보살이 여래를 관하고자 하면 마땅히 대정진(大精進)보살에게 배워야 하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정진 보살은 나이 아직 16세였으나, 모든 감관을 두루 갖추어 있었으므로 부모에게로 가서 머리 조아려 공손히 예를 올리고 부모에게 아뢰었느니라. ‘저는 이제 여래의 바른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합니다. 저를 위하여 따라 기뻐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그러자 부모가 대답하였느니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우리는 지금 나이가 늙었고, 아들도 너 하나뿐이다. 네가 만일 출가한다면 우리들은 당장 죽어버릴 것이다.’
006_0710_b_15L父母答言:‘莫作是說。何以故?我今年老唯汝一子,汝若出家我等當死。’
대정진이 말하였느니라. ‘저는 방편을 써서 부모님께서 살아 계시게 하고 저는 출가하겠습니다.’
006_0710_b_17L大精進言:‘我當方便令父母存,我得出家。’
그러자 그의 부모가 물었느니라.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 그때 아들은 부모에게 아뢰었느니라. ‘저는 오늘부터 모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겠고, 평상에도 오르지 않겠으며, 소유(蘇油)도 먹지 않고, 미음이나 물도 마시지 않겠으며,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하지 않다가 그런 뒤에 출가하겠습니다.’
006_0710_c_02L가섭아, 대정진 보살이 이렇게 잠자코 있으면서 이틀이 지나자 그때 부모는 어머니의 아는 이들 5백 인과 함께 온갖 맛있는 음식을 그에게로 가지고 와서 모든 주술을 외우며 그가 먹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돌아보지도 않았나니 하물며 다시 그것을 먹었겠느냐?
그렇게 나흘이 되자 5백의 같은 또래가 온갖 음식을 가지고 와서 주술을 외우며 자기들의 뜻을 따르게 하려 하였으나 그때 대정진은 잠자코 그대로 있을 뿐이었느니라.
006_0710_c_08L於第四日,五百同友持百味食誦諸呪術令從己志。時大精進默然而住。
닷새가 되자 그때 부모는 보배 창고에 있던 금․은․유리의 갖가지 보물들을 모두 다 꺼내 왔고, 그리고 아주 훌륭하게 꾸민 8만 4천의 채녀(婇女)들과 또 부모의 친척이며 그의 벗 등 각각 5백 명씩을 그에게로 데리고 와서 대정진에게 권하며 말하였느니라. ‘너는 집에 있으면서 이 재보를 마음대로 보시하며 복을 짓거라. 그리고 모든 채녀들과 함께 즐기도록 하라.’ 그러나 그때 대정진은 그 대중 가운데서 잠자코 있으면서 아예 쳐다보거나 돌아보지도 않았느니라.
006_0711_b_02L그러자 그때 숲의 신[林神]이 그 보살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보살에게 아뢰었느니라. ‘선남자여, 당신은 ≺어떻게 부처님을 관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하셨는데, 만일 부처님을 관하고자 하면 화상을 관하셔야 합니다. 이 화상을 관하시면 여래와 다름이 없나니 이것을 부처님을 관한다 합니다. 이와 같이 관하시면 잘 관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대정진은 이와 같이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이제 어떻게 이 화상을 관해야 여래와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006_0711_b_05L時大精進作如是念:‘我今云何觀此畫像與如來等?’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여래의 상(像)은 깨닫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니,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깨닫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다. 마치 이 상이 다만 이름만 있는 것처럼 온갖 법도 그와 같아서 다만 이름만 있을 뿐이며, 이 이름의 제 성품이 공하고 고요하여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여래의 몸의 모양도 그와 같으리라.
마치 이 화상이 증득[證]한 것도 아니고, 얻는 것도 아니고, 과위도 아니며, 증득한 이[證者]도 아니고, 얻은 이도 아니고, 과위를 얻은 이도 아니며, 머무른 이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며,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형상도 아니고, 형상이 아닌 것도 아니며, 탐욕이 다한 것도 아니고, 성냄이 다한 것도 아니고, 어리석음이 다한 것도 아니며, 음(陰)․계(界)․입(入)도 아니며, 처음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고, 나중도 아닌 것처럼 온갖 법도 역시 그와 같으며 여래의 몸의 모양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
마치 이 화상이 깨닫는 것도 아니고, 짓는 것도 아닌 것처럼, 온갖 법도 역시 그와 같고, 여래의 몸의 모양도 역시 그와 같을 것이며, 마치 이 화상이 보는 것도 아니고, 듣는 것도 아니고, 맡는 것도 아니고, 맛보는 것도 아니고, 감촉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며, 내쉬는 숨도 아니고, 들이쉬는 숨도 아닌 것처럼 온갖 법도 역시 그와 같아서 아는 이가 없으리라.
마치 이 화상이 욕심 세계[欲界]에 속한 것도 아니고, 형상 세계[色界]와 무형 세계[無色界]에 속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온갖 법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 마치 이 화상이 처음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고, 나중도 아니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행하는 것도 아니고, 행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취하는 것도 아니고, 버리는 것도 아니며, 짓는 것도 아니고, 외우는 것도 아니며,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며, 생사(生死)도 아니고, 열반도 아닌 것처럼 모든 법도 역시 그와 같고 여래의 몸의 모양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
006_0711_c_02L보살은 이와 같이 여래의 몸을 관하면서 결가부하고 앉아 하루 낮과 밤을 지나자 다섯 가지의 신통을 성취하였고, 4무량심을 두루 갖추었으며, 걸림 없는 변재[無礙辯]를 얻었고, 보광삼매(普光三昧)를 얻었으며, 큰 광명을 갖추었고, 천안(天眼)을 성취하여 인간의 눈을 뛰어넘었느니라. 이 천안으로써 동방의 아승기 부처님을 보았고, 청정한 천이(天耳)를 얻었기에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말씀하신 법을 모두 듣고 받았으며, 천이가 청정하기 때문에 각각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 받아 지니면서도 서로가 장애 되지 않았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정진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꼭 7일을 채운 뒤에는 지혜로써 음식을 삼고서 세간의 공양을 먹지 않았으며, 모든 하늘들이 꽃을 뿌리면서 공양하였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정진은 가사를 입지도 않고, 부처님을 뵙지도 않았으며, 금계를 지도 않고, 마음으로 다만 살바야(薩婆若)를 기억하면서 배웠을 뿐이었느니라.
가섭아,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여래의 몸을 관하면서도 관하는 것이 아니고 관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야 하느니라. 가섭아,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여래의 화상(畵像)을 관하되, 마치 대정진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상(像)을 관하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이 관하고 나면 큰 지혜를 이루게 되어 이 지혜로써 모두 다 시방의 아승기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되느니라.
가섭아, 그때 대정진보살은 산에서 내려와 촌락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에게 설법하였으니, 한 법회의 설법에서 2만의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렀고,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이 성문과 연각의 공덕에 머물렀으며, 그의 부모와 친속들은 모두가 물러나지 않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렀느니라.
가섭아, 장차 올 말세의 최후 5백 년 동안에는 보살을 구하는 선남자들이 있을 것이나 방편의 마음이 없고 모든 탐착이 많기 때문에 담벼락 아래에다 여래의 상을 그려 놓고 이익을 구하면서 그는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다. ‘나 혼자만이 공양하고 사람들은 공양함이 없구나.’ 그러면서 조그마한 선행(善行)을 닦는 것으로 자기만이 높은 체하면서 사람들을 무시할 것이요, 이런 공양으로 인하여 자기 목숨을 부지할 것이니라.
그때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선서시여, 세존께서는 어리석은 범부들의 잘못된 허물들을 널리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이러한 말씀을 듣는다면 어찌 청정한 계율에 머물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