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이름은 사자영보살(師子英菩薩)․자씨보살(慈氏菩薩)․광세음보살(光世音菩薩)․득대세보살(得大勢菩薩)․변적보살(辯積菩薩)ㆍ건립원보살(建立遠菩薩)ㆍ산정보살(山頂菩薩)ㆍ산당보살(山幢菩薩)․무동보살(無動菩薩)․선사의보살(善思議菩薩)․소사선의보살(所思善議菩薩)․심용보살(心勇菩薩)․심지보살(心志菩薩)․선심보살(善心菩薩)․주적보살(珠積菩薩)․석마왕보살(石磨王菩薩)․보장보살(寶掌菩薩)․보인수보살(寶印手菩薩)․상거수보살(常擧手菩薩)․상하수보살(常下手菩薩)․상정진보살(常精進菩薩)․
006_1245_b_02L변무애보살(辯無碍菩薩)․묘변보살(妙辯菩薩)․응변보살(應辯菩薩)․도의보살(度意菩薩)․현일월광보살(顯日月光菩薩)․공무보살(空無菩薩)․질유보살(質遊菩薩)․상소보살(常笑菩薩)․근희보살(根喜菩薩)․제제개보살(除諸蓋菩薩)․전녀보살(轉女菩薩)․전남보살(轉男菩薩)․전태보살(轉胎菩薩)․피덕개보살(被德鎧菩薩)․대혜보살(大慧菩薩)․광렴보살(光㷿菩薩)․조명보살(照明菩薩)․무수보살(無受菩薩)․수음왕보살(受音王菩薩)․심장보살(深藏菩薩)․중향수보살(衆香手菩薩)과 속박에서 벗어난 8정사(正士 : 菩薩)1) 등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 4만 2천이었다.
또 4천왕과 천제석과 대범천왕(大梵天王)과 사바세계의 왕[忍王]2)과 다른 하늘 6만 인과 함께 계셨으며, 또 수심천자(須深天子)․선주의천자(善住意天子)․대신묘천(大神妙天)․선의천(善意天)․대락천(大樂天) 등과 같은 대중 3만 인과 함께 계셨는데 그들은 다 대승에 뜻을 두었었다.
연거(燕居) 아수라[阿須倫]는 2만억 아수라와 함께하고, 바다의 용왕은 6만의 모든 용과 함께 바다에서 나왔으며, 이곳과 저곳의 무수한 하늘․용․귀신․아수라ㆍ가유라(迦留羅)ㆍ진다라(眞陀羅)ㆍ마후륵(摩睺勒 : 마후라가) 등 한정하여 헤아릴 수 없는 백천억과, 비구․비구니․우바새[薰士]․우바이[薰女] 등 이루 다 셀 수조차 없었는데 모임에 다 와서 운집하였다. 여래께서는 그들을 가엾이 여겨 무수한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셨다.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평등각(平等覺)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실까? 세상에서 구하나 매우 만나기 어렵다. 마치 영서화(靈瑞華)가 때때로 나오는 것과 같아 그 나타나는 곳은 미치기[及] 어렵고 당면하기[當] 어렵다. 마음으로 생각할 것도 아니요, 말로 펼 것도 아니며 깊고 묘하며 뛰어나 우뚝하기 무량하다.
006_1245_c_02L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끝내 허망하지 않기 때문에 그 법을 들으면 들은 그 경전은 헛되지 않아[未曾唐] 이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 준다. 이와 같이 진실되고 바르며 무익하지 않나니, 나는 지금 여래께 나아가서 때를 맞추어 여쭈어서 그 질문을 따라 모든 공덕의 근본을 다 갖추게 하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보살승(菩薩乘)을 배우면 그로 하여금 깊고 묘한 불법(佛法)에 의혹되지 않고 도를 성취하여 악마의 궁전을 다 덮게 하리라. 이 사바세계[忍界] 중생들은 그 탐욕[婬]과 분노[怒]와 어리석음[癡]이 왕성하여 깨끗한 법[淸白法]을 버리고 다만 뜻이 없는 일만 행하며 미련하고 저돌하며 교만한 마음을 품어 공손함이 없고 닦아야 할 업을 많이 어기며 부처님[佛]과 법(法)과 승가대중[衆]을 버린다. 이런 중생들로 하여금 이런 법을 듣고 그 지혜의 눈을 깨끗하게 하리라.’
그 광명의 비추는 바는 두루하였으니, 이와 같이 특별함 없이 평등하게, 그 시방의 그윽한 어둠과 덮이고 가린 성과 산과 벽과 나무․꽃․열매와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大鐵圍山)․목린산(目鄰山)․대목린산(大目鄰山)․설산(雪山)․흑산(黑山) 및 수미산(須彌山) 등이 다 빛을 받고 모두 환히 빛나 덮이거나 가림이 없었다.
“무슨 인연으로 갑자기 큰 광명이 세계를 두루 비추나이까? 과거에서부터 지금껏 이런 광명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습니다. 윤택하고 온화하고 우아하여 모두가 그 은혜를 입었습니다. 지금 이 부처님의 광명은 대중의 몸을 안온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트이게 하여 보는 사람은 다 구제되고 때를 순응해 어김이 없으며 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않습니다. 이 상서로운 조짐은 누구의 거룩한 뜻이 건립한 것입니까? 그 비치는 광명이 이처럼 빛나나이다.”
그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시자들의 물음을 듣고도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그 세계의 하늘․용․귀신의 소리와 아수라․가유라 및 금시조와 건달바[揵沓和]의 소리와 인비인(人非人)의 소리와 나는 새와 사슴의 소리와 바람․비․물의 소리와 큰 바다의 소리와 모든 기악의 소리 등, 이런 것들도 다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잠자코 소리가 없으며 모든 메아리도 다 고요하였다.
006_1246_b_02L모든 시자들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마침 소리를 내시자 일체 불국토가 다 그 때문에 진동하며 백 천의 기악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며 모든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의 음악도 그와 같았으니, 그 음성은 무상[非常]하고 괴로우며[苦] 공(空)이요 몸이 아니다[非身]는 소리이며, 공(空)이요 무상(無相)이며 무원(無願)이며, 허무하고 황홀하나 본래 없는 것이라는 소리이며 본제(本際)의 소리와 탐욕․분노․어리석음을 버리고 삼계가 없다는 소리이며 심제(審諦)와 같은 소리이며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의 소리와 항상 부끄러워하는[慙愧] 소리와 자(慈)․비(悲)․희(喜)․사[護 : 捨]의 소리와 준수하고 봉행하며 방일함이 없는 소리 등으로써 이런 여러 가지로 항상 백천의 법을 연설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모든 부처님께서 그 모든 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족성자(族姓子)들아, 너희들은 잠자코 있으라. 이것이 누구의 일이냐고 물으나, 그것은 성문이나 연각의 지위로서는 미치지 못할 바며,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과 아수라는 이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혼란해질 것이다. 여래가 찬탄하고 칭송하는 이 광명의 그 공덕은 불가사의하여 그 쌓는 공적은 다 추측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지극한 정진과 지혜의 업이 이 구경(究竟)의 광명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한 겁이나 한 겁을 지나도록 이 광명을 찬탄하더라도 그 근본 본제는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 이 광명이 일으키는 자비는 크고 우뚝하기가 이러하니라.”
그 모든 부처님의 시자들은 이를 두세 번 묻고 찬탄하였으나 더욱 초조심만 느껴 거듭 아뢰었다. “여러 대성(大聖)들께서는 곧 시기에 맞게 말씀해 주십시오. 많이 가엾이 여기시어 크게 안온하게 하소서. 그리고 모든 하늘과 시방세계의 사람들과 모든 보살과 대승의 학인들을 가엾이 여겨 그들의 공덕의 근본을 이루게 하소서.”
006_1246_c_02L그때 모든 부처님께서 시자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족성자들아, 한 불국토가 있으니 이름을 인계(忍界)라 한다. 거기에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을 석가문(釋迦文)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佛) 세존(世尊)이라 하신다.
그 분은 어지러운 5탁(濁)의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국토의 중생들은 탐욕․분노․어리석음이 왕성하며, 또 교만하여 공경하거나 엄숙함이 없으며, 깨끗한 뜻과 온화한 덕이 없고 부끄러움을 여의었으며, 오로지 과실[誤失]과 온갖 악의 업을 짓는다. 이런 따위의 하근기 무리들과 모든 어리석은 자들은 온갖 악행을 닦는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그 국토에 나서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를 이루고 최상의 정각(正覺)이 되어 경법을 연설하시는 것이다.
거기에는 문수(文殊)라는 보살이 있는데, 그의 힘은 광대하고 크고 거룩한 지혜는 끝이 없으며 정진은 견줄 데가 없으니 그 위신변화는 이와 같으니라. 그는 모든 보살을 교화하고 깨우쳐 높은 덕과 끝없는 대승에 들게 하면서 모든 보살의 부모가 되어 때를 따라 깨닫고 일체 법을 해득하며 장구(章句)를 분별하고 지혜가 걸림이 없으며,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갔고 변재(辯才)가 끝이 없으며 다시 총지(摠持)를 얻어 일체 중생의 근본을 알며, 밝게 앎을 따라 그것을 유포하나니 그 공훈의 덕은 불가사의하다.
그러므로 여래 지진께 가서 그 행할 일을 묻고 모든 보살의 덕의 근본을 성취시키며 그 보살들을 인도하여 불법을 힘써 생각하고 밝히게 한다. 이 족성자 문수사리가 보살들을 청해 짐짓 참되고 묘한 법을 연설하고 때를 따라 빛을 발하여 시방의 무앙수(無央數) 억 보살의 모임으로 하여금 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한다. 그러므로 이 광명을 나타내어 불국토를 두루 비추는 것이다.”
시자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일찍이 이런 현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드럽고 맑으며 온화한 음성과 뜻으로 서원함과 광명과 묘한 메아리 등 이런 인연 때문에 다함없는 슬픔으로 때를 따라 광명을 냅니다. 유쾌한 일입니다. 이와 같이 도덕이 뛰어나고 불가사의한 광명이 이처럼 사람들을 기뻐 뛰게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族姓子)는 때때로 이런 크고 넓은 광명을 떨치어 모든 보살을 모으고 경전을 강성하여 큰 도를 열어 보이느니라.”
006_1247_a_09L佛言:“族姓子!時時乃奮斯大洪曜,會諸菩薩講宣經典,開示大道。”
그때 시방의 무수하고 헤아리기 어렵고 불가사의한 8방 상하의 세계마다에 있는 10억의 강의 모래알 같은 불국토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보살들이 다 부처님께 나아가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인이시여, 이것은 무슨 광명입니까? 과거로부터 일찍이 보거나 들은 적도 없던 것입니다. 이것은 무슨 조짐입니까?”
이때 모든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족성자가 있나니, 그 세계의 이름은 인(忍)이며, 거기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석가문(釋迦文) 여래․지진․등정각으로서 현재 설법하고 계시느니라. 거기 부수(溥首)라는 보살이 있어 이런 광명을 펴는데 그 광명 이름은 ‘모든 보살을 청해 다 모이게 함[請諸菩薩悉令集會]’이라 하는데 이것은 그 상서의 조짐이니라.”
그때에 모든 보살은 각각 그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저 인계(忍界)에 가서 능인(能仁)․여래(如來)․지진(至眞)을 뵈옵고 머리 조아려 법을 물어 들으며 또 문수사리와 다른 보살들을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족성자들아, 지금이 바로 적당한 때이다.”
어떤 보살은 온갖 꽃을 뿌리면서 그 부처님에게로 가고, 혹은 온갖 향과 화만․바르는 향과 푸른 연꽃과 붉고 노랗고 흰 연꽃과 신탈(信脫)․사이(思夷)․오동(梧桐)․수만(須蔓)․유연(柔軟)․대유연(大柔軟)․보념(普念)․대보념음(大普念音) 꽃과 월(月)․대월(大月)․열락월(悅樂月)꽃 등, 이런 여러 가지 꽃을 내려 공양하면서 부처님에게로 갔다.
혹 어떤 보살은 한 소리로 여래의 무량한 공덕을 찬탄하여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알리면서 부처님에게로 갔다. 또 혹은 제석의 권속과 혹은 범천의 시종이며 혹은 사천왕의 무리와 혹은 하늘․용․귀신․건달바 등과 옥녀(玉女)로서 악사가 된 모든 권속이며, 그들은 여러 가지로 각각 다른 부류인데 부처님에게로 갔다.
마침 그 앞에 이르자 이 사바세계 삼천대천의 모든 지옥․아귀ㆍ축생들은 다 없어지고, 고요하여 걱정이 없고 최고로 기뻐졌는데 그것은 다 보살들의 위신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 보살은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억의 수로써 생각하거나 그 한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들은 다 석가문 부처님께로 나아가 그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허공에 머물러 곧 이 뜻을 익혀 온 몸의 삼매에 들었다. 그리하여 선정으로 인해 곧 저절로 일곱 길의 연꽃이 생겼는데 그 빛은 무량하였다. 그러자 곧 그 위에 올라가 가부하고 앉았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전일한 마음으로 이 뜻을 묻고 있구나. 이것은 저 성문이나 연각승(緣覺乘)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하늘과 세상 사람이 여기서 미혹하여 어지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설령 여래가 그 물음에 답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망연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가섭이 또 여쭈었다. “부디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말씀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많이 안온을 얻을 것이니, 모든 하늘과 시방 사람들을 구제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기꺼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에게 보광이구엄정(普光離垢嚴淨)이라는 삼매가 있는데 그는 이 선정에 대한 생각으로 삼매[正受]에 들어 있다. 그 때문에 그 광명을 놓아 시방의 억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부처님 국토를 비추어 모두가 그 빛을 받고 있으며, 시방에 있는 낱낱 불국토의 무수하고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억 백천 해의 보살 대중이 이 광명의 부름을 받아 모두 와서 이 사바세계에 모였다. 그러므로 내 눈 앞에 와서 나를 친근하여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진 허공 가운데에서 갖가지 변화로 연꽃을 만들고 몸이 그 위에 있느니라.”
가섭이 또 아뢰었다. “예. 대성(大聖)이시여, 저는 저 보살들이 있는 곳을 전연 볼 수 없습니다.”
006_1248_b_05L迦葉又白:“唯然,大聖!我永不見諸菩薩衆之所在也。”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성문승(聲聞乘)과 연각승(緣覺乘)은 볼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 성문승이나 연각승은 일찍이 저기에 있어서 이런 상(像)과 대자 대비[大哀大慈]한 행을 닦아 끝이 없는 이치를 나타낸 일이 없고,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一心]․지혜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뜻과 성품을 좇아 닦는 일이 보살에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보살들은 이미 모든 삼매에 두루 들어가 각각 모든 몸을 나타내지만 이 몸의 모양은 성문과 연각은 볼 수 없고 오직 여래만이 볼 수 있을 뿐이며, 이 선정을 얻은 이도 볼 수 있다. 혹 어떤 보살이 이 도의 자리를 익히고 대승에 뜻을 두었더라도 이 족성자(族姓子)조차 그들을 볼 수 없거늘 하물며 성문ㆍ연각으로서 어찌 미칠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은 몇 가지 일로 이 행을 다 통하며, 어떤 덕의 근본으로 모든 몸의 삼매에 두루 들 수 있습니까?”
006_1248_b_17L迦葉白佛:“菩薩有幾事究暢斯行?用何德本逮得遍入諸身三昧?”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모든 몸의 삼매에 두루 들어갈 수 있다.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뜻과 성품이 맑고 온화해 모두를 통달하고, 둘째는 일체 중생 무리를 버리지 않으며, 셋째는 끝이 없는 대비(大悲)를 멀리하여 거스르지 않고, 넷째는 항상 온갖 생각의 집착을 다 깨닫고 불법을 펴며 성질이 사납거나 난폭하지 않으며,
006_1248_c_02L 다섯째는 누가 강설하면 업신여기는 생각을 하지 않고, 성문과 연각의 자리를 연설하지 않으며, 그 학문을 사모하지 않고 대승에 뜻을 두는 것이며, 여섯째는 일체 소유를 보시하되 아끼지 않고 사랑하는 신명(身命)까지도 버려 탐하지 않는 것이니 하물며 무익한 다른 일이겠느냐? 일곱째는 무량한 생사의 어려움을 보호하되 마음에 두어 급급하거나 게으르지 않는 것이고,
여덟째는 닦는 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등의 이 바라밀을 무한히 구족하려 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바라밀[ [度無極]에 대해 망상이 없는 것이고, 열째는 일체 중생에게 권해 불법을 가지게 한 뒤에라야 불수(佛樹) 밑에 가서 앉으리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불도에 중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열 가지 법이며 보살이 행할 것으로서 모든 몸의 삼매에 두루 들어갈 수 있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일체 성문과 연각승으로는 낼 수 없는 일심의 행입니다. 설령 일체 중생이 다 아라한 자리에 머물더라도 미치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이 삼매라는 불법을 알 수 있겠으며 어찌 삼매에 들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우선 잠자코 기다려라. 문수가 지금 삼매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래야만 그대는 저 보살들의 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가섭이 설령 백천의 방편과 삼매를 일으켜 저 보살을 보려 하더라도 그들의 있는 곳과 노니는 곳과 그 위의와 예절을 알 수 없을 것이다.”
006_1249_a_02L이에 가섭은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고 나서 자기의 신족(神足)에 의해 오로지 선정의 힘을 생각하면서 2만의 선정에 들어가 정수(正受)하고, 다시 뜻을 내어 이 보살들의 행하는 의의가 어떤 것인가를 보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노니는 곳을 전연 볼 수 없으며 그들의 나아가고 물러남과 가고 옴과 돌아다님과 섰거나 거님이나 또 무엇을 강설하고 어떻게 교화하여 중생을 제도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까마득히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삼매에서 일어나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치기 어렵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놀랍고 괴이합니다. 저는 아까 2만의 선정에 들어 모든 보살들을 찾아보았으나 그 있는 데를 알지 못했습니다. 두루 아는 신통의 지혜를 이루지 못했거늘 어찌 이런 고요한 삼매정(三昧定)의 뜻을 얻겠으며, 어찌 최상의 정진(正眞)과 최상의 정각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족성자․족성녀라면 누가 이 변화를 보고 누가 최상의 정진의 도심을 내지 않겠습니까? 천중천(天中天)이시여,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신통을 구해 모든 몸의 삼매에 들어 계덕(戒德)의 갑옷을 입고 굳게 스스로 서원한다면 그 마음은 이 삼매를 멀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때에 수보리는 삼매에서 일어나서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그 발 아래에 스스로 몸을 던지고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제가 공(空)을 행함에 제일이라고 찬탄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삼매로도 얻지 못했습니다. 설령 삼천세계로 큰 북을 만들고, 수미산을 들 만한 큰 힘이 있는 장부가 삼매에 든 제 앞에 서서 수미산을 들어 그 큰 북을 치되 한 겁을 쉬지 않아도 제 마음을 어지럽혀 조금도 움직이게 하지 못할 것이니 제 신통과 공을 행함은 크고 우뚝하기가 이렇습니다.
그 북 소리가 시방에 두루 들리는 북을 한 겁 동안 게으르지 않게 쳐도 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겠거늘 어찌 저를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니 제가 공을 행함은 이처럼 뛰어납니다. 그런데 아까는 도리어 4만 삼매의 두루한 정의(定意)로 심중에 저 보살들을 관찰하려 하였으나 전연 볼 수가 없었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 근본을 말씀해 주소서. 가령 보살의 지혜를 알고 도덕이 뛰어나며 광명의 빛이 이와 같은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강의 모래알과 같은 겁 동안 큰 지옥에 있으면서 불에 타더라도 이 고통을 참고 보살도를 구하되 그것을 버리거나 멀리하지 않으면 크고 우뚝하기가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지혜일 것입니다. 또 몸은 비록 미치지 못하나 번뇌가 다하고 뜻의 해탈을 얻은 이는 무수한 겁 동안 능히 참는 곳에 있으면서 생사의 고통을 끝내 멀리 떠나지 않으리니 이런 많은 형상은 끝이 없는 큰 지혜입니다.”
006_1249_c_02L그때 부처님께서 수보리를 찬탄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니라. 진실로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뜻과 성품이 온순하고 인자하며 감탄할 말이다. 가령 그대가 지금 그 몸으로 멸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공덕의 근본에 의해 항하의 모래알 같은 전륜왕이 되어 정법으로 다스리다가 장차는 위없는 정진의 도를 이루어 최상의 정각이 될 것이다. 또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이 과연 많다 하겠느냐?” “매우 많고 매우 많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의 구족은 사리불과 같고, 공 행함의 제일은 수보리와 같은 이런 등의 큰 성문의 수가 억백천이 있어 다 셀 수 없더라도 그들은 이 보살들을 보려 해도 도저히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성문․연각은 이런 교법을 수행할 수 없으며 저 보살 대사 등의 거동과 나아감과 멈춤은 사소한 규범이나 하열한 승(乘)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문수사리는 곧 여기상삼매정수(如其像三昧正受)에 들어 신족통을 나타내어 그 생각대로 때를 맞추어 8만 4천억 백천 개의 보배 붉은 연꽃을 변화로 만드니 크기는 수레 덮개 같고, 잎은 자마금으로 되었으며, 줄기는 백은으로 되고 수장(首藏)은 유리와 마노 보배를 섞어 장식되었으며 구슬과 모든 보배 자거(車𤦲)로 새끼를 삼았고 화현한 보살들이 그 위에 앉았는데, 몸은 자금색의 32상이요, 자태는 단정하고 위신은 빛났었다.
006_1250_a_02L또 연꽃의 광명과 모든 화현한 보살은 사왕천(四王天)․도리천(忉利天)․염천(鹽天)․도솔천[兜術天]․무교락천(無憍樂天)․화자재천(化自在天)․범천(梵天)․대범천(大梵天)․범가이천(梵迦夷天)․범만천(梵滿天)과 나아가 일선천(一善天)을 비추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와 욕행천(欲行天)․색행천(色行天)의 모든 궁전에 두루 미치고, 모든 보살들은 연꽃 위에 앉았는데 시방 어디에고 두루하지 않은 곳 없이 다 법음(法音)을 펴 많이 교화하였다. 이 보살들은 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노닐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 자애로움은 불가사의하고 백천 겁 동안 지은 그 행은 무량하여 불가사의하여라. 높고 거룩한 지혜를 쌓았나니 석씨 사자께서는 높고 우뚝하나이다.
006_1250_a_19L其慈無思議,
百千劫造行, 無量不可議, 積累尊聖慧,
釋師子巍巍。
지금 강술하는 가장 높은 법 그 이치는 깊어 미치기 어려워 중생들은 얻을 수 없나니 수명도 없고 사람도 없네.
006_1250_a_21L今講最尊法, 其義深難逮,
衆生不可得, 無壽亦無人。
상(常)이라는 생각 버려야 하나니 단멸(斷滅)도 또한 그러하여라. 일체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대중을 위해 설법하시네.
006_1250_a_22L當棄於計常,
斷滅亦如之, 捨一切諸想, 爲衆頒宣法。
진실한 본제(本題)를 연설하시어 세상에 대한 집착 없애고 이 공에는 생각 없나니 어떤 소원도 일으키지 않네.
006_1250_a_23L演示眞本際, 於世無所著, 斯空無有想,
不興造諸願。
006_1250_b_02L 형상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으며 일어나지 않으니 멸할 것 없고
오더라도 어디로부터 오는 곳 없으니 눈 밝은 이의 설법 그러하다네.
006_1250_b_02L無形無所猗, 不起無所滅,
所來無從來, 明眼說法然。
모양도 없고 나는 바 없고 본래 깨끗해 형상 없으며 견해도 없고 서응(瑞應)도 없고 말하는 바가 있다고도 생각 않네.
006_1250_b_03L無相無所生,
本淨無形貌, 無見無瑞應, 不念有所說。
중생은 나지도 않고 죽는 이도 없다고 생각하나니 사람은 본래 일어남 없고 또 멸하는 일도 없네.
006_1250_b_04L計衆生不生, 亦無有死者, 人本無所起,
亦無有滅度。
음성으로 말한 경전의 법 그 법은 쌓아 둔 곳 없는데 문자로 인해 법이라 부르나니 그것은 도사(導師)의 말씀이네.
006_1250_b_06L以音說經法, 法無積聚處,
因文字號法, 導師之所說。
풍(風)에도 집착하지 않고 수(水)와 화(火)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지(地)도 생각하지 않는 것 밝은 눈 가진 이가 찬탄하는 바이네.
006_1250_b_07L其不著風者,
亦不依水火, 不想念於地, 明眼之所歎。
색(色)도 통양(痛痒 : 受)과 사상(思想 : 想)과 생사의 행도 또한 그렇고 의식도 또한 공이라 말하나니 5음(陰)이 있는 곳 없네.
006_1250_b_08L色痛痒思想, 生死行亦然, 說識亦復空,
五陰無處所。
그 눈과 귀와 코 또 입과 몸과 뜻 분별은 본래 깨끗하고 공이지만 그 공마저 얻을 수 없네.
006_1250_b_10L其眼耳鼻者, 若口幷身意,
分別本淨空, 其空不可得。
빛깔과 소리와 맛과 냄새 감촉[細滑 : 觸]과 뜻의 즐거워하는 바 그것은 상념(想念)에서 생기는 것이지만 그 상념마저 공이요 자연이네.
006_1250_b_11L色聲味衆香,
細滑意所樂, 從想念而生, 想亦空自然。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도 그러한데 분별은 마치 허깨비와 같아 실제도 없고 형체도 없네.
006_1250_b_12L欲界及色界, 無色亦如是, 分別猶如幻,
無實亦無形。
정각께서는 이와 같다고 사람을 위해 법을 강설하시어 온갖 괴로움을 다 없애 주시나니 저 도사님께 빨리 나아가라.
006_1250_b_14L正覺爲若茲, 爲人講說法,
滅除衆苦患, 當速詣導師。
그 화현한 보살들은 삼천대천세계에 이 게송을 외워 들려 주었다. 96억의 욕행천(欲行天) 사람과 색행천(色行天) 사람은 번뇌를 멀리 떠나 모든 법의 법안(法眼)이 깨끗해졌고, 2만인은 다 욕심을 떠났으며,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천자들은 일찍이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때에 저 화현한 보살들의 교화를 받은 무앙수 억백천 나유타[那術]천자들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한 쪽에 물러서서, 천상의 푸르고 붉고 노랗고 흰 꽃과 온갖 천의화(天意華)를 여래 위에 흩고 갖가지 이름난 향을 피우며 허공에서 천상의 기악을 울렸다.
006_1250_c_02L그때에 천자들은 너무 많이 모여 이루 다 셀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4방 영역에 두루 찼는데 동방의 불우체(弗于逮), 남방의 염부제(閻浮提), 서방의 구야니(拘耶尼), 북방의 울단왈(鬱單曰), 그 중간에는 아무 것도 용납할 수 없어, 만일 지팡이를 위로 던지면 땅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모든 천인들의 위신력은 존귀하고 뜻을 둠이 고절(高節)하였으며 4방 세계에 온갖 꽃과 향이 쌓여 무릎까지 올라왔다.
그때 선주의(善住意) 천자와 이구천(離垢天)과 회치천(懷恥天), 이 세 천자는 96억의 모든 하늘 권속을 거느렸는데 다 대승에 뜻을 두었었다. 그들은 문수사리에게로 가서 그 방 밖에 머물렀다. 문수사리는 방에 혼자 있으면서 모든 꽃을 다 가지고 여래께 공양하여 대천국(大千國)의 허공에 화교로(華交露)를 이루게 하였는데 그 온갖 꽃의 광명은 부처님 국토를 다 비추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문수사리는 뜻이 안온하고 화평해져 삼매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 한 쪽에 서서 곧 손가락을 튀겼다. 그 손가락을 튀기는 소리는 삼천대천세계를 여섯 가지로 진동시켜 곧 그 땅에서 크고 높은 좌석을 내었는데 무앙수의 보배를 섞어 장식하고 셀 수 없는 옷을 그 위에 폈다. 또 이 높은 좌석은 광명의 위신이 크고 우뚝하여 거친 영역 백천 유순을 비추고 모든 천자를 덮어 어둠을 밝게 하고는 문수사리는 그 자리에 앉았다.
006_1251_a_02L‘나는 누구와 함께 세존 앞에서 문답하고 강의를 할까? 그리고 불가사의한 장구(章句)ㆍ근기에 상응하는 알기 어려운 자취ㆍ소유 없는 자취․집착함이 없는 자취․버림이 없는 자취․얻을 수 없는 자취․말함이 없는 자취․깊고 묘한 자취․진제(眞諦)의 자취․성신(誠信)의 자취․걸림이 없는 자취․무너지지 않는 자취․공무(空無)의 자취․생각 없는 자취․원하는 바 없는 자취․본래 없는 자취․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 자취․도의 가르침을 펴는 끝없는 자취․
본제(本際)의 자취․존상(尊上)의 자취․들어감이 없는 자취․법계의 자취․형상이 없는 자취․견줄 데 없는 자취․허공을 증득하는 자취․들 바가 없는 자취․내릴 데 없는 자취․불법의 가르침의 자취․성중(聖衆)에 미치는 자취․지혜가 구족한 자취․삼계에서 짝할 것 없는 자취․일체 법에 노닐면서 일어남이 없음을 강하는 자취․모든 도법에 도달함이 없는 자취․모든 제석과 범천의 자취․용맹을 닦는 자취․일체 법의 번뇌가 없는 자취․글귀에 글귀 없는 자취․모든 글귀를 지나는 자취 등을 통달하여 펼침으로써 성문의 근기를 초월하게 할까?’
그리하여 문수사리는 선주의 천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인자(仁者)께서는 깊은 법인에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인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006_1251_a_17L於時文殊謂善住意天子曰:“於今仁者入深法忍,欲與仁俱談言說事。”
006_1251_b_02L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에게 말했다. “저도 인자와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할 말이 없으면 말하지 않을 것이요, 대답도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부처와 법과 승가대중을 묻지 않으면 성문도 아니요 연각도 아니며, 불도(佛道)도 아니요 종시(終始)도 아니며, 생사도 아니요 열반[泥洹]도 아니며, 선도 아니요 불선도 아니며, 죄도 없고 죄 아님도 없으며, 번뇌도 없고 번뇌 아님도 없으며, 현재도 없고 과거도 없으며, 모이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으며, 열지도[啓] 않고 내지도[發] 않으며, 문자도 쓰지 않고 음성도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수사리가 선주의 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할 강설도 그와 같을 뿐입니다. 만일 인자로 하여금 전혀 듣지 않게 한다면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요, 받지도 않고 외우지도 않으며, 생각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분별하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으며, 또한 들을 것도 없고 남을 위해 펴지도 않으며, 법을 강설하지도 않고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에 있거나 혹은 멸도에 이르게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문자 없이도 위없는 정진의 도를 이루어 최상의 정각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음이 없는 나를 나타내지 않아 그 이름이 있는 곳이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다시 선주의 천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연설하는 법을 자세히 듣게도 하지 말고 잘 받들게 하지도 마십시오. 왜냐 하면 법을 듣고자 하면 곧 나를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과 수명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법을 듣고자 하여 가령 천자가 뒤바뀐 생각으로 거짓을 받아들여 나[我]가 있다고 헤아리고 몸이 있다고 탐하면 곧 ‘저 사람은 설법하고 나는 듣는다’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니, 이 의지함 때문에 세 가지 집착과 걸림이 있을 것입니다.
006_1251_c_02L가령 천자께서 나를 헤아리지 않고 3장(場)을 깨끗이 하면 그것을 곧 법을 듣는 것이라 하여, 과보를 생각하지 않고 사념(思念)하지 않으며 사찰(思察)하지 않습니다. 그 3장이란, 첫째는 사람도 얻지 못하고 과보도 생각하지 않으며, 둘째는 법은 없는 것이라 바라는 바가 없는 것이며, 셋째는 나[我]가 없어서 그리워 생각함이 없는 것이니, 만일 천자들로 하여금 이렇게 법을 듣게 하면 이것을 평등한 들음이라 하고 삿된 들음이라 하지 않습니다.”
문수가 대답하였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작용[轉] 때문에 전(轉)이라 하나니, 보응(報應)의 작용을 받고 62미혹[疑]의 삿된 견해의 작용을 받으며, 무명의 작용을 받고, 욕계․색계․무색계의 작용을 받으며, 성문․연각의 토지(土地)의 작용을 받고, 상응하고 상응하지 않는 뭇 생각의 작용을 받으며, 수취(受取)하는 모든 망상과 견해의 작용을 받고, 모든 곳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망견(妄見)의 작용을 받으며, 모든 상단(常斷)을 헤아리는 견해의 작용을 받고 나아가고 나아가지 않음과 모이고 흩어짐이 작용하고,
나와 사람과 수명이라는 견해의 작용[轉]을 받고, 뜻에 맞으면 기뻐하면서 사모하는 견해가 작용하며, 항상하고 청정하며 안온한 내 몸이라는 전도된 견해가 작용하고, 이 모든 생각의 장애에 작용을 받으며, 몸을 탐하는 뭇 습관과 뭇 관찰에 작용을 받고, 62견(見)과 모든 개(蓋)와 미혹과 어둠과 탐욕․분노․수면․희롱․의심에 작용을 받으며, 음종(陰種)과 모든 입(入)과 4대(大)의 작용을 받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대중을 생각하면서 나는 반드시 성불하리라고 하기 때문에 작용을 받으며, 나는 설법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거룩한 지혜를 얻으리라 하여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용을 받는 것입니다.
006_1252_a_02L또 가령 받들어 닦으면서 10력(力)과 18불공법[不共諸佛之法]을 생각하고, 또한 5근(根)과 5력(力) 및 7각의(覺意)를 생각하며, 또 상호(相好)에 집착하고 또한 불국토를 장엄하고 성문중을 이루리라 망상하면 이것을 퇴전이라 합니다. 일체 상응하고 상응하지 않음과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모든 것에 있어서 설사 천자여, 그 행이 보살이면 여기서는 퇴전함이 곧 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찌해야 퇴전하지 않겠습니까?” “부처의 지혜를 통달하면 퇴전하지 않고,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이면 퇴전하지 않으며, 본래에 행이 없으면 퇴전하지 않고, 법계에서 그 본제(本際)를 깨달으면 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평등한 행이기 때문에 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답하였다. “다 일체의 받음[受]이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그 받음이 거짓이니 그 때문에 받는 것입니다. 만일 모든 받음에 있어서 받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것을 걱정하여 싫증내지 않으면 일체의 법에서 믿음이 퇴전하며, 또 경전의 도를 연설하더라도 그것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그 말함도 머물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설령 생각이 퇴전하더라도 이것이 있다, 이것이 없다 하면 곧 번뇌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일 있다고 말하면 상(常)을 헤아림이 되고 만일 없다고 말하면 단멸에 떨어집니다. 여래․지진․등정각께서는 경법을 말씀하시더라도 단멸(斷滅)도 말씀하시지 않고 상(常)도 말씀하시지 않으며 모든 법을 생각하시지도 않습니다.”
006_1252_b_02L문수사리가 천자에게 대답하였다. “우선 잠깐 기다리고 망상을 부리지 마십시오. 지금 이렇게 여래를 뵙고 있으니 말입니다.”
006_1252_b_02L文殊師利答天子曰:“且待須臾,勿有妄想,於今如是,當見如來。”
또 물었다. “왜 기다려야 합니까?” “지금 우리 앞에 계십니다.”
006_1252_b_04L又問:“當於何待?”答曰:“今住在前。”
또 물었다. “어디에 계십니까?” “허공입니다.”
006_1252_b_05L又問:“何所住前?”答曰:“虛空也。”
선주의가 문수에게 물었다. “여래께서 어디 계십니까?” “벌써부터 앞에 계십니다.”
006_1252_b_06L善住意問文殊:“如來所在?”答曰:“今故在前。”
또 문수에게 물었다. “저는 지금 여래를 보지 못합니다.”
006_1252_b_07L又問文殊:“吾今不見於如來也。”
문수가 대답하였다. “모든 여래를 볼 때에는 이렇게 보십시오. 즉 누가 앞에 서 있느냐고 묻거든 허공계라고 대답하십시오. 그리고 여래는 허공과 같다고 관찰하십시오. 왜냐 하면 일체 모든 법은 허공과 같기 때문이니, 여래께서는 이 모든 바른 지혜를 깨달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위해 여래께서는 허공과 같아서 허공과 여래께서는 둘이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천자는 여래를 보려거든 본제(本際)를 깨닫고 망상을 품지 마십시오.”
문수사리는 곧 변화로 32채의 교락중각(交絡重閣)을 만들었다. 각진 곳과 원(圓)이 저절로 맞고 4방에 기둥이 있는데 아름답고 뛰어나며 창과 처마가 다 갖추어졌고 위신이 높고 우뚝하여 들여다보는 이들이 다 기뻐하였다. 중각의 교락 가운데에는 온갖 보배로 만들어진 상탑(床榻)을 변화로 만들고 하늘 옷을 그 위에 깔고 낱낱 평상 위에는 화현한 보살들이 앉았는데 그 몸은 32상으로 장엄되어 있었다.
006_1252_c_02L그때 문수는 곧 여기상삼매(如其像三昧)에 들어 신기한 광명을 놓아 아름다운 연꽃 위에 앉은 모든 보살과 삼천대천세계에서 노닐 수 있는 자와 또 붕각(棚閣)의 교락상(交絡床)에 앉은 이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을 일곱 번 돌고는, 성중(聖衆)들과 공중에 솟아올라 그 광명으로 대중의 모임을 비추고 4방에 서 있었다.
006_1253_c_02L 그때 모든 화현한 보살들이 이 게송을 마치자 거기 와서 듣고 있던 2만 2천 사람들은 다 최상의 정진도(正眞道)의 생각을 내었고, 5백 비구는 무여열반을 얻어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렸으며, 3백 비구니는 법안(法眼)이 깨끗해지고, 7천 우바새와 7천 우바이와 2만 5천 천자들은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끗해졌으며, 3백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고,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큰 광명은 시방을 두루 비추었다.
장로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大聖)이시여, 이 누구의 위덕이 삼천대천세계로 하여금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고 이 화현한 보살은 교락(交絡) 중각의 연꽃 위에 앉아 깊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그 뜻이 특수하며 이 광명이 이 모임에 온 이를 두루 비추고 무앙수의 억 보살들을 비추며 천자들의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의 위신의 감응으로 다 모이게 한 것이다. 왜냐 하면 그 때문에 문수사리가 여래에게 마장(魔場)을 무너뜨리는 삼매의 법을 여쭙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법을 완전히 성취하였으니, 그 삼매 이름을 적연공행(寂然空行)이라 하며 선주의 천자와 함께 있느니라.”
006_1254_a_02L이때 문수사리는 마장을 허무는 삼매에 들었다. 그러자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악마 궁전이 일시에 모두 닫혀, 그들은 그 곳을 좋아하지 않고 각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때 악마 파순은 자신이 노쇠하고 기운이 빠져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그 궁녀와 채녀들도 다 노쇠해진 것을 보았으며, 또 궁전이 다 허물어지고 깜깜해 동서를 분별할 수 없음을 보았다.
그리하여 악마 파순은 교만한 마음과 악한 생각을 버렸다. 그때 문수사리가 변화로 만든 백억 천자로서 교락에 있던 자들이 악마들 앞에 서서 악마 파순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들 몸에는 끝내 아무 환난도 없을 것이다. 문수사리라는 불퇴전(不退轉) 보살대사가 있는데 그의 위덕은 특별하고 뛰어나 시방을 다 다스린다. 그 덕은 수미산보다 뛰어나고 지혜는 강과 바다보다 뛰어나며 지혜는 허공보다 뛰어난데, 지금 마장을 허물어 항복받는 이 삼매에 들어 있으니 이것은 그 위신력 때문이다.”
006_1254_b_02L“오직 원컨대 대성이시여, 저희들을 구제하여 이런 큰 환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차라리 백천억 부처님의 공덕과 명칭을 얻을지언정 한 문수사리의 핍박은 받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은 아까 문수라는 이름만 듣고도 곧 두려워져 스스로 편안할 수가 없었고 신명을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악마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 말과 같으니라. 억백천 부처님께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은 문수가 교화하고 지도하여 다함이 없는 중생들을 해탈시키는 것으로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너희들이 억백천 부처님의 공덕과 명칭을 듣지 못했으면 아무리 뇌환(惱患)을 만나 마음에 두려움을 품었더라도 문수의 일으킨 변괴에 의한 어려움보다는 더욱 심하기 때문이니라.”
악마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이 노쇠해진 몸이 부끄럽습니다. 지금 세존께 귀의하오니 가엾이 여겨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 하늘 옷으로 장식하게 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우선 조금 기다려라. 지금 문수사리가 와서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이에 문수는 무수한 천자들과 백천 나유타 권속들과 헤아릴 수 없는 하늘․용․귀신․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과 억백조(億百兆)의 무량한 보살 등, 그 수가 무수하고 한량없는 이들에게 둘러싸이고 앞뒤로 이끌고 좇으면서 안온하고 조용하게 거동했는데, 백천의 음악이 울리고 온갖 이름난 향과 푸르고 붉고 노랗고 흰 연꽃이 내려, 청정한 장엄과 다함없는 위변(威變)은 보는 이마다 모두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다 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006_1254_c_02L세존께서 또 물으셨다. “어떤 방편으로 여래로부터 이 선정을 받았으며 또 이 삼매를 이룬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문수가 아뢰었다. “예, 대성이시여, 저는 최상의 정진도의 뜻을 발하기 전에 이 선정의 이름을 들었사오며 듣자마자 곧 이 삼매를 이루었습니다.”
또 물으셨다. “문수여, 이 삼매정을 들려 주신 그 부처님의 명호는 어떤 여래이더냐?” 문수가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과거 아주 먼 옛날, 강의 모래 수보다 많은 셀 수 없는 아승기겁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를 의화향(意華香) 여래․지진․등정각․명행성위․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세존이라 하였습니다. 그때에 이 삼매행품(三昧行品)을 연설하셨는데, 저는 그때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마장(魔場)을 무너뜨리는 삼매의 지혜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문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보살은 첫 번째 탐음(貪婬)을 헐어 그 욕심을 멸하고, 두 번째는 분노를 헐어 더러운 마음을 제거하며, 세 번째는 어리석음을 헐어 어두운 마음을 없애고, 네 번째는 교만을 헐어 원한을 버리며, 다섯 번째는 성냄을 헐어 번뇌의 뜨거움을 품지 않고, 여섯 번째는 뭇 생각과 모든 삿된 견해를 버리며, 일곱 번째는 많은 생각으로 받는 일과 또 주는 일을 버리고,
여덟 번째는 소요와 소요 없음을 떠나며, 아홉 번째는 단멸(斷滅)과 계상(計常)을 초월하고, 열 번째는 음종(陰種)과 모든 입(入)과 4대(大)를 헐며, 열한 번째는 그 마음이 삼계에 집착하지 않고, 열두 번째는 성문의 마음을 멀리하며, 열세 번째는 연각의 생각을 버리고, 열네 번째는 질투와 탐여(貪餘)를 베며,
006_1255_a_02L 열다섯 번째는 계율을 헐고 어기는 비난을 멀리하고, 열여섯 번째는 싸움과 옳지 않은 일을 끊으며, 열일곱 번째는 게으름과 망설임을 끊고, 열여덟 번째는 방탕하고 산란한 모든 뜻을 버리고, 열아홉 번째는 삿된 지혜와 바르지 않은 일을 돌이키도록 힘쓰고, 스무 번째는 진로(塵勞)와 애욕과 결망(結網)을 항복받는 일이 있습니다. 이 스무 가지 일은 보살이 행할 바로서 이 삼매를 얻습니다.”
문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은 또 네 가지 일로 이 삼매를 얻습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행하는 바와 세운 마음이 청정하고 조화로운 것이요, 둘째는 뜻과 성품이 유연하고 아첨과 꾸밈이 없으며, 셋째는 깊은 법인(法忍)에 들어가 마음이 일어나고 멸함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그의 행하는 보시가 애착하고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어 이 삼매를 얻습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한결같이 지성(至誠)을 행하여 속일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한가히 사는 적막한 행을 익히는 것이며, 셋째는 경전을 물어 배우고 모든 법을 외우는 것이고, 넷째는 모든 행이 끝까지 옳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입니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어 이 삼매를 얻습니다. 그 네 가지란, 첫째는 공법(空法)을 닦아 사람이 있다고 헤아리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생각 없음을 존중하여 뭇 희망을 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방일한 행이 없고 모든 원하는 것들을 없애는 것이고, 넷째는 만족함을 알아 일체 소유를 버리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입니다.
006_1255_b_02L세존이시여, 저 의화향 여래․지진․등정각께서는 이 삼매행음(三昧行音)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삼매를 들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다시 명주일월광요(明珠日月光曜)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여래에 의해 이 삼매를 이루었습니다. 이 마장을 허물어 조복받는 삼매를 설명했을 때 그 회중의 1만 보살은 이런 색상(色像)에 감동하고 변화하여 다 무생법인[無所從生法忍]을 얻었습니다.
사리불의 뜻한 바는 어떠했습니까? 이 삼천대천세계에만 이변이 있어 모든 악마를 항복받았겠습니까? 그렇게 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시방의 모든 강의 모래알과 같은 부처님 국토에 있는 악마 파순으로서 사람의 틈을 엿보는 자는 다 이 재난을 만나 자재를 얻지 못했으니, 그것은 다 문수사리가 건립한 것입니다.”
006_1255_c_02L문수사리는 악마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그 눈이 봄으로써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을 알고 싶은가? 눈에 집착이 있으면 안근(眼根)이 되고 생각을 인해 눈을 내 것이라 해서 눈을 의지하고 그에 의해 곧 눈이 나게 되고, 눈의 나아가는 곳은 눈이 심후(心候)가 되는데 도리어 그 눈을 보호하며 눈을 뜨고 눈을 감는 것이 곧 너희들의 경계인 것이다. 그것이 악마의 업을 지나니, 귀․코․혀․몸․뜻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령 눈이 있더라도 집착하지 않고 귀에 들음이 없으며 코의 냄새와 입의 맛과 몸의 접촉과 뜻의 법에 다 집착이 없어 너희들의 경계가 아니어서 노려(勞侶)가 같지 않고 힘이 없어 즐거워하지 않으면 악마의 업이 없게 되고 또한 영향도 없을 것이다. 또 그대들은 스스로 나가 있다고 헤아리고 몸이 있다고 하나니,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대중 모임에 있으면서 고요함을 얻으려 하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문수사리는 때를 맞추어 거기서 악마와 그 권속들을 위해 경전을 해설하여 1만 악마로 하여금 다 최상의 정진도의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러자 8만 4천의 악마는 번뇌를 멀리 떠나고 모든 마녀들은 다 법안이 깨끗해졌으며 그 밖의 모든 악마들은 각기 그 궁전으로 돌아가 모두 큰 소리로 부르짖기를 “만세! 우리들은 이미 큰 두려움에서 벗어났다”고 하였다.
문수사리는 곧 때를 맞추어 모든 법륜보살(法倫菩薩)과 법주보살(法住菩薩)․약간변보살(若干辯菩薩)․득대세보살(得大勢菩薩)․유연음보살(柔軟音菩薩)․멸중악보살(滅衆惡菩薩)․적연보살(寂然菩薩)․선택보살(選擇菩薩)․법왕보살(法王菩薩)․회음보살(懷音菩薩) 등 이런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 족성자인 일체 보살은 각기 스스로 그 몸과 궁전을 나타내고 각자 살고 있는 불국토의 본래 형체를 나타내십시오.”
문수사리가 이렇게 말하자 그 보살들은 곧 명령을 받들고 삼매에서 일어나 각각 그 본체를 나타내었다. 혹 어떤 보살은 그 몸의 높이와 크기가 수미산과 같고, 어떤 보살은 그 몸의 높이와 길이가 3백 20만 리이며, 혹은 2백 80만 리요, 혹은 2백 40만 리이며, 혹은 2백만 리요, 혹은 1백 60만 리이며,
혹은 1백 20만 리요, 혹은 80만 리이며, 혹은 40만 리요, 혹은 36만 리이며, 혹은 32만 리요, 혹은 28만 리이며, 혹은 24만 리요, 혹은 20만 리이며, 혹은 16만 리요, 혹은 12만 리이며, 혹은 8만 리요, 혹은 4만 리이며, 혹은 3만 6천 리요, 혹은 3만 2천 리이며,
006_1256_b_02L 혹은 2만 8천 리요, 혹은 2만 4천 리이며, 혹은 2만 리요, 혹은 만 6천 리이며, 혹은 만 2천 리요, 혹은 8천 리이며, 혹은 4천 리요, 혹은 3천 6백 리이며, 혹은 3천 2백 리요, 혹은 2천 8백 리이며, 혹은 2천 4백 리요, 혹은 2천 리이며, 혹은 천 6백 리요, 혹은 천 2백 리이며,
혹은 8백 리요, 혹은 7백 60리이며, 혹은 7백 20리요, 혹은 6백 80리이며, 혹은 6백 40리요, 혹은 6백 리이며, 혹은 3백 60리요, 혹은 3백 20리이며, 혹은 2백 80리요, 혹은 2백 40리이며, 혹은 2백 리요, 혹은 1백 60리이며, 혹은 1백 20리요,
혹은 80리이며, 혹은 40리요, 혹은 36리이며, 혹은 32리요, 혹은 28리며, 혹은 24리요, 혹은 20리이며, 혹은 16리요, 혹은 12리이며, 혹은 8리요, 혹은 4리였다. 혹 어떤 몸의 길고 짧음은 이와 같은데 사바세계의 사람 몸과 다름이 없었다. 보살들의 그 몸은 이와 같이 높이와 너비, 길고 짧음이 각각 달랐다.
그때 그 모임은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차서 털끝만한 빈틈도 없었다. 모든 분들은 신묘하고 고절(高節)하며 지혜가 밝았다. 보살 대사들은 탁연(卓然)하게 뛰어나고 그 크고 우뚝한 공덕은 비유할 데 없었다. 그 보살의 몸에서 내는 광명은 시방의 셀 수 있는 백천 불국토를 환히 비추었다.
006_1256_c_02L그 보살들 중에 자마금(紫磨金)의 국토에서 온 이는 이 불국토가 황금색으로 보였고 백은(白銀) 불국토에서 온 이는 다 은색으로 보였으며, 수정(水精)의 불국토에서 온 이는 이 불국토가 다 수정빛으로 보였고 유리(琉璃) 불국토에서 온 이는 이 사바세계가 다 유리빛으로 보였으며, 자거(車𤦲) 불국토에서 온 이는 이 사바세계가 다 자거빛으로 보였고, 마노(馬瑙) 불국토에서 온 이는 이 불국토가 다 마노빛으로 보였으며,
명향(名香) 불국토에서 온 이는 이 불국토가 다 향이 합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고, 호화(好華) 불국토에서 온 이는 단지 온갖 꽃만 보았으며, 보배 국토에서 온 이는 단지 온갖 보배만 보았고 혹은 7보(寶), 혹은 6보, 혹은 5보, 혹은 4보, 혹은 3보, 혹은 2보 세계에서 이 사바세계에 오는 이는 이 불국토가 깊거나 넓거나 좁거나 모두 온갖 보배의 기이함과 강하고 약하며 좋고 추함이 본래 불국토와 같음을 보았다.
그때에 모든 보살은 각각 본래 살던 불국토를 생각할 때, 이런 모든 것에서 석가문 여래ㆍ지진의 형상과 옷을 보았고 그것은 각각 본토의 모든 부처님 형상과 위의와 예절과 가르침․법칙․음식 등과 같아서 차별이 없었으며, 저 한 보살은 다른 보살과 국토의 장엄을 보지 못하고 다만 자기가 속한 국토만을 보았다.
006_1257_a_02L문수사리가 때에 맞추어 말하였다. “족성자들이여, 이 일은 기이할 것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일체 모든 부처님이 다 한 부처님이요, 일체 모든 국토가 다 한 국토이며, 일체 중생이 다 한 신(神)이요, 일체 모든 법이 다 한 법이기 때문이며, 이것을 하나로 단정했기 때문에 하나라 하지만, 또한 하나도 아니요 여럿도 아닙니다.”
문수사리는 그 중요한 이치만 들고 여러 말을 하지 아니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사온데 만일 허락하시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으라. 여래는 그대가 가진 의심을 풀어 주어 그대 마음을 기쁘게 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눈․귀․코․혀․몸․마음을 깨달아 장애가 없는 것이다. 6정(情)을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 눈은 본래 깨끗하고 공이며,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아 다 공이며 본래 깨끗한 것임을 깨닫되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이 다 공이요 본래 깨끗한 것임을 깨닫되 내가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또 문수사리야, 만일 어떤 보살이 5성음(盛陰)을 깨달았다면,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그것은 공이요[空], 생각이 없으며[無想] 원이 없고[無願] 욕심을 떠나 황홀하고 고요하여 소유가 없으며 담박하여 남[生]도 없고 옴[來]도 없으며 감[往]도 없다는 것이다. 마치 아지랑이․허깨비의 변화․물 속의 달․파초․꿈 속에서 본 것 등과 같아서 오래 있지 못하고 견고함이 없으며 허무하여 장소가 없다는 것이니 만일 이런 이치를 깨달았으면 그를 보살이라 하느니라.
006_1257_b_02L또 문수사리야, 음욕․분노․어리석음과 5음(陰)․6쇠(衰) 등이 다 망상에 의해 생기는 것임을 알며 그 탐욕이란 다 망상에서 생기는 것이지만 그 망상도 또한 공이요 허무이며 형상이 없고 말이 없으며 또한 교화도 없는 것이며, 그 탐욕․분노․어리석음도 근본이 없는 법에서 오염시킬 수 없고 헷갈리지 않으며 미혹되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중생들의 행을 환히 안다. 즉 ‘이 사람은 욕심이 많다. 이 사람은 분노가 많다. 이 사람은 어리석음이 많다. 그 욕심이 많은 자는 은애(恩愛)가 극진하여 마치 5곡과 초목이 무성하고 종류가 흩어져 한 곳에 적당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 분노가 많은 자는 분한이 치성하여 마치 들불이 초목과 성곽과 집들을 태워 모두가 해를 입는 것과 같다. 그 어리석음이 많은 자는 깜깜하여 어두워 해가 없는 것 같고 또 집 안에서 독을 덮어 쓴 것과 같아서 아주 미혹하여 동서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일체 중생을 다 환히 안다. 일체 중생을 어떻게 아는가? 다 거짓 이름일 뿐이라고 안다. 만일 진제(眞諦)로 그 거짓 이름을 관찰하면 그것 역시 처소가 없는 것이다. 그 중생이란 것도 다 일신(一神)일 뿐이니, 중생을 헤아리면 중생이 없는 것이다.
이 이치를 깨닫고 집착하는 생각이 없으면 그것을 보살이라 한다. 이것을 깨닫고 모든 불각(不覺)을 깨치며 바라밀[度彼岸]을 알면 이것을 보살이라 한다. 통달하지 못한 자를 다 통달하게 하기 때문에 보살이라 하나니, 관찰하는 것을 다 보되 그 본말과 기멸(起滅)의 인연과 근본의 나아감에 대해 두루 갖추지 않음이 없음을 다 보며, 앞으로의 무궁(無窮)을 알고 뒤로의 무극(無極)을 알기 때문에 보살이라 한다. 그 거짓 이름에 의하고 방속(方俗)의 말을 따라 이 이름이 있는데 이 온갖 일에 집착함이 없기 때문에 보살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야, 가령 보살이 삼계를 두루 생각하면 그것을 초발의(初發意)라 한다. 그 낸 마음은 평등하기 땅과 같다. 그 보살은 일으키는 것도 없고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아는 것은 갑작스러움도 없고 사나움도 없으며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고 있는 곳도 없고 있지도 않으며 안온하여 흔들 수 없으며 고락을 참고 세상의 8법(法)을 초월하며 파괴한 것도 없고 다 다함이 없는 것이다. 뜻을 낼 만하여 뜻을 내고는 다 일체의 공훈을 수용하고서도 나는 이름과 덕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을 처음 낸 보살의 뜻을 이룬 것이라 하느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대성께서 말씀하신 뜻을 들은 대로 하자면 그 어떤 보살이 음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면 곧 처음으로 뜻을 낸 것일 것입니다.”
006_1258_a_23L文殊師利前白佛言:“如我聽省大聖說義,其有菩薩發婬怒癡,乃初發意。”
006_1258_b_02L그때 선주의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음욕․분노․어리석음을 일으킴이 곧 처음으로 발심하여 보살을 이루는 것이라면 일체 어리석은 범부들이 다 처음 발심함이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이런 무리들은 다 음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3독(毒)을 버리지 않습니다.”
문수는 말하였다. “이와 같이 천자여, 도는 일어남이 없는데 미워하는 바가 있으면 발의(發意)하지 않을 것이요, 미워하는 바가 없어야 비로소 발의할 것이며, 만일 집착하는 바가 없어서 미워함을 품지 않고 의지함이 없으면 그것을 발의라 한 것입니다. 이른바 발의란 없는 상념을 일으키는 것이니 나는 바[所生]가 없으면 이것을 발의하지 않음이라 합니다.
006_1258_c_02L 자연이 없음을 발의라 하고 글귀의 자취가 없음을 발의라 하며, 가고 오는 자취가 없는 것을 발의라 하고 몸이 비었다는 지혜와 자취와 생각하는 바 없음을 발의라 하며, 받는 자취가 없고 이르는 자취가 없음을 발의라 하고 무너지는 자취가 없고 얻는 자취가 없음을 발의라 하며, 문자의 자취가 없고 사모하는 자취가 없음을 발의라 하고 나아가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으며 쌍도 아니요 외짝도 아니면 이것을 발의라 하며, 구하여 보호함을 구하지도 않고 귀의함도 없으면 이것을 발의라 합니다.
그러므로 천자여, 모든 보살은 이 인연으로써 이 법을 인(因)하기 때문에, 이 평등으로 말미암아 이와 같은 본제(本際)와 선권방편(善權方便)으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내고 눈의 의지할 바를 내며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그리고 색(色)의 집착할 바도 내고 다시 수․상․행․식도 나타내지만 색의 보응(報應)과 모든 견해와 무명(無明)과 유애(有愛)는 내지 않고, 12연기(緣起)의 법을 일으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삼계에 의지하고 의지하는 나와 몸을 탐하여 62견(見)을 헤아리며, 또한 5개(蓋)의 근심과 4도(倒)와 8사(邪)와 10악(惡)의 업을 발현하여 근원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요약해 말하면 일체의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음과 상응하고 상응하지 않음과 온갖 생각과 말과 일체 장소와 받아들임과 의지함과 사상과 모든 억념과 그리워함과 장애 등 말할 수 있는 것을 열반[泥洹]의 생각을 내는 것이라 합니다. 보살 대사는 다 이것을 발현하기 때문에 천자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즉 그 모든 법에 의지함이 있고 미워하거나 사랑함이 없으면 이것을 발의라 하는 것입니다.”
1)문수사리(文殊師利)ㆍ관세음(觀世音)ㆍ대세지(大勢至)ㆍ무진의(無盡意)ㆍ약왕(藥王)ㆍ약상(藥上)ㆍ미륵(彌勒)의 8보살을 말한다.
2)고려대장경 본문에는 범인왕(梵忍王)으로 되어 있는데『여환삼매경』의 이역본인『선주의천자경(善住意天子經)』에는 이 부분이 사바세계주(娑婆世界主)ㆍ대범천왕(大梵天王)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범인왕’은 범천왕과 인계(忍界) 즉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왕으로 보아야 옳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