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속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치 큰 부잣집 어른은 대중[民衆]이 많고, 한량없는 보배 갈무리[寶藏]에 재물과 보배가 가득하여서 보시를 하는 데 인색한 마음이 없으며, 보시할 적에도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큰 보배 갈무리를 열어 공급함으로써 저 중생들은 다 뜻에 만족하고, 장자도 보시하고는 마음이 기뻐 후회함이 없는 것처럼, 선남자야, 허공장보살도 그와 같아서 항상 공덕을 행하고 방편의 힘을 성취하여 회향하기 때문에, 계율로써 몸을 잘 청정하게 하기 때문에, 신족(神足)의 힘을 성취하기 때문에, 순수하고 지극한 마지막을 잘 청정케 하기 때문에, 소원을 더욱 성취하기 때문에, 일체 법은 허깨비와 같음을 알기 때문에, 여래의 신족 힘을 얻었기 때문에, 허공 속에서 중생의 요구에 따라 법 보시거나 재물 보시거나 다 베풀어 주어 모두를 즐겁게 하나니, 선남자야, 이러므로 이 현사(賢士)는 방편의 지혜를 가짐으로써 허공장이라고 하느니라.
007_0159_a_02L선남자야,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고 다시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 생각할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계산할 수 없는 그때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으니, 보광명왕(寶光明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고, 그 세계의 이름은 대운청정(大雲淸淨)이라 하고, 겁의 이름은 허공정(虛空淨)이라 하였다. 이 대운청정세계는 풍족하고 왕성하며, 안온하고 쾌락하여서 여러 천인(天人)들이 많으며, 땅은 고르기가 손바닥과 같아서 모래․자갈․가시가 없고, 보배 노끈으로 만든 경계 길[界道]은 온갖 보배로써 장엄하여 부드럽기가 하늘의 옷 같고,
염부단금(閻浮檀金)꽃이 그 땅에 두루 피었는데 뭇 보배가 중간에 섞여 있으며, 그 세계의 중생들은 상․중․하가 없어 사람과 하늘의 동등함이 도솔천(兜率天)과 같고, 그 세계에는 촌락이나 도시나 부락의 구별 없이 여러 하늘과 사람이 각각 보배 누각을 지녔는데 사람의 궁(宮)은 땅에 있고 하늘의 궁은 허공에 있으므로 이것을 다름으로[異] 삼았으며, 이 보광명왕 여래는 수명이 16중겁(中劫)에 이르고, 순수하게 보살로써 승이 된 60나유타의 스님들이 다 신통을 얻어 노닐고, 보살의 행을 하여 모두 자재로움을 얻었느니라.
007_0159_b_02L그때 삼천대천세계 속에 일명(日明)이라 하는 한 사천하(四天下)가 있었는데, 여래가 그 속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삼천대천세계에 불사를 일으켰으며, 저 일명 사천하 속에 이름을 공덕장엄(功德藏嚴)이라 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사천하에서 자재로움을 얻고 7보(寶)를 성취하고는, 이 성왕이 사천하에 7보의 대(臺)를 일으키니, 그때의 너비가 동서로 8유순, 남북으로 4유순이며, 그 둘레에는 5백의 공원과 집이 있으며, 이 공덕장엄 성왕에게 32만 6천의 궁인(宮人)․채녀(采女)가 있어 단정하고 뛰어나서 묘하기가 천상의 옥녀 같고, 또 4만의 동자(童子)가 있어 단정하고 용맹스럽고 건장하여서 각기 반(半) 나라연(那羅延)의 힘과 같았느니라.
그때 공덕장엄 성왕이 동자와 채녀, 그 밖의 여러 권속들과 함께 대락장엄(大樂莊嚴)이란 공원에 나아가 노닐면서 풍악과 노래․춤으로써 즐기는데, 그때 대중 속에는 큰 부인(夫人) 두 사람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덕위(德威), 다른 한 사람은 덕광(德光)이라고 하였느니라. 이 두 사람은 본래의 앉은 자리를 떠나 한 나무 밑에 나아가서 모든 행의 덧없음[無常]을 생각하였으니, 이 생각을 일으킬 무렵에 각기 동자 한 사람씩을 무릎 위에 화생(化生)하였는데, 그 동자는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하여서 가장 으뜸된 미묘한 색을 성취하고 상호로써 몸을 장엄하매, 보는 자가 싫어하지 않으며, 몸에서 큰 광명을 놓아 널리 공원과 집을 비추매, 공중에서 여러 하늘들이 외쳐 말하였다. ‘이 동자 두 사람을 한 사람은 사자, 다른 한 사람은 사자진(師子進)이라고 이름하니, 이제부터는 사자․사자진이라 부르리라.’ 그때 두 동자는 출생한 지 오래지 않음에도 모든 게송을 설할 수 있어 공덕장엄 성왕을 찬탄하였다.”
옛날 지은 선악 패망(敗亡)하지 않아서 부처님을 공양함도 잃지 않고 순지하게 보리심을 버리지 않아 들은 것 잊지 않는 지혜를 굳게 하며,
007_0159_b_15L昔造善惡不敗忘, 供養諸佛亦不失,
純至不捨菩提心, 堅持所聞不忘智。
내 마음 조복하여 계를 지니고 인욕으로 부드럽게 법을 옹호하고 은혜를 갚으므로 착한 업 이룩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도를 닦을 수 있네.
007_0159_b_17L調伏自守不失戒, 忍辱軟和善防護,
能報恩者造善業, 能勤精進不失道。
마음을 전일하게 온갖 감관 안정하되 그 마음 분별하여 지혜를 생각하고 지혜로써 흐르지 않는 업 이룩하여 이 깨끗한 법으로 보리를 증득하네.
007_0159_b_19L善能專心定諸根, 心能分別思惟慧,
以智能造不濁業, 以此淨法證菩提。
번뇌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아 온갖 이치의 갈래를 분별하나니 그러므로 모태(胎)에서 나지 않고 청정한 연꽃 속에서 화생(化生)하네.
007_0159_b_21L不爲煩惱所染著, 善能分別諸義趣,
是故能捨受胎形, 化生淸淨蓮華中。
저희들 거룩한 의왕(醫王) 부처님 따라 이 보광명(寶光明)여래의 지혜 견줄 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음을 듣나니 그러므로 여기 옴은 법을 위한 때문이네.
007_0159_b_23L我等從上醫王佛, 聞此普光明如來,
智慧無等叵思議, 故來至此爲法故。
007_0159_c_02L
부왕(父王) 따라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큰 법왕(法王)께 절하고 공양하려 하나 부처님 만나기 너무나 어려움이 마치 우담바라(優蕓婆羅) 보기 같다고,
007_0159_c_02L願共父王到佛所, 禮拜供養大法王,
諸佛世尊甚難値, 亦如優曇波羅華。
왕께서 이 말씀 듣자 마땅하게 생각하고 모여든 대중들도 다 기뻐하여 백천만 가지 지도를 받아 왕 따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007_0159_c_04L王聞是語甚適意, 時會大衆皆歡喜,
百千萬種導從王, 俱共發進向佛所。
영락 보배와 갖가지 꽃과 바르는 향․기악․모든 고양 거리로 공양하고 일곱 겹으로 둘러싸고 부처님 앞에서 합장 예경하네.
007_0159_c_06L到已瓔珞及雜華, 塗香伎樂諸供具,
供養圍遶七帀已, 合掌敬禮在前立。
그때 사자와 사자진은 부처님 앞에 엎드려 절하고 기뻐 뛰놀며 찬탄하니 그 말씀 교묘하여 법 이치에 따르네.
007_0159_c_08L爾時師子師子進, 頂禮兩足天人尊,
以口嗚足而讚歎, 言辭妙巧順法義
세존은 우리의 의지며 옹호이시라 세간의 어둠 위해 큰 광명 여시고 중생들 심행(心行) 알아 저 언덕에 이르러 믿음과 즐김에 따라 기뻐하게 하나니.
007_0159_c_10L世尊是舍依止護, 爲世盲冥開大明,
體衆心行到彼岸, 隨所信樂能悅可。
이제 대왕은 왕위(王位)를 믿고 색․소리․냄새․맛․법에 탐착하여 그러므로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지 못하고 공양할 수 없고 법도 듣지 못함이라.
007_0159_c_12L今此大王恃王位, 貪著色聲香味法,
是故不來至佛所, 失供養佛不聞法。
통쾌하도다. 세존께서 대비를 내심이여. 원컨대 위없는 보리의 법 말씀하사 이 대왕이 도(道)의 마음 내게 하고 견고히 부처님 지혜에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007_0159_c_14L快哉世尊生大悲, 願說無上菩提法,
令此大王發道心, 堅固不退於佛智。
부처님은 80다라수의 높이에 솟아 허공에서 왕에게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왕 그대는 자세히 듣고 듣고는 법답게 받들어 행할지니,
007_0159_c_16L佛踊八十多羅樹, 處在虛空告王言,
人王汝今至心聽, 聞已如法而奉行。
5욕(欲)은 덧없기가 꿈 같고 수명은 마치 초목의 상로(霜露)같고 왕이나 국토는 허깨비 같으므로 슬기로운 이는 탐욕이 없으며,
007_0159_c_18L五欲無常喩如夢, 命喩草木如霜露,
王及國邑如幻化, 是故智者不足貪。
욕심을 행하면 만족이 없고 습기[習]의 욕심은 갈애(渴愛)를 더하고 습기도 만족할 수 없고서 수명이 끝나므로 오직 성지(聖智)를 얻는 자만이 만족하나니,
007_0159_c_20L習行欲者無厭足, 習欲渴愛更增心,
習猶未足而命終, 唯得聖智者乃足。
그대 마땅히 자기 몸 관찰하되 모든 쌓임은 허깨비 같아 굳지 않고 4대는 독사(毒蛇)와 같고 여섯 감관은 실상 없기가 허공 같으며,
007_0159_c_22L汝當善順觀己身, 諸陰如幻不堅固,
四大其猶如毒蛇, 六情無實如空聚。
007_0160_a_02L 처자나 보배나 왕위까지도 이내 목숨 끝날 때 따르는 자 없고
오직 계율과 보시와 방일하지 않음이 금세․후세에 짝[泮侶]이 될 것이며,
007_0159_c_24L妻子珍寶及王位, 臨命終時無隨者,
唯戒及施不放逸, 今世後世爲伴侶。
내 신족(神足)의 힘 두려움 없어 모든 상호로 몸을 장엄하고 변재로써 제자들에 대답함을 관찰할지니 그러므로 왕은 도심(道心)을 내어야 하리.
007_0160_a_04L觀我神足力無畏, 以諸相好莊嚴身,
辭應弟子徒衆等, 是故王宜發道心。
대왕이 즉시에 법 듣고 나자 처자와 권속들 다 즐겨하고 70천억의 대중과 함께 더 없는 보리심(菩提心)을 내어서,
007_0160_a_06L大王卽時聞法已, 妻子眷屬皆歡喜,
七十六千億衆俱, 皆發無上菩提心。
말하되 나는 이미 도의 마음 내어 온갖 중생 제도하기 맹세하고 우리의 묘행(妙行)으로 중생을 위해서 바른 깨달음 이룩하고는 해탈케 하리라.
007_0160_a_08L皆言我已發道心, 誓度一切諸衆生,
我等涉行爲衆生, 成正覺已度脫之。
“그때 공덕장엄왕은 부처님을 따라 이러한 게송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또 신통한 변화를 보고 나서, 다시 견고한 보리의 마음을 더하여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원컨대 세존과 보살 제자 대중께서 저의 8만 4천 세의 청원(請願)을 받아 주옵소서. 의복․음식․침구․의약(醫藥) 등 필요한 대로 공급하여 받들겠나이다.’ 그때 세존과 여러 대중은 왕을 가엾이 여겨 곧 청원을 받게 되자, 이에 공덕장엄왕은 부처님께서 청원 받아 주신 것을 알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돌고는 문득 떠나버렸다.
007_0160_b_02L 때마침 왕자(王子) 사자․사자진과 2만의 왕자들이 세간의 영화스러운 지위를 버리고 부처님 법에 들어와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 수도하매, 부지런히 정진하고 착한 법을 즐거이 구했으므로 사자와 사자진은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서 5신통을 얻어 견고히 물러나지 않았느니라. 저 부처님께서 이 두 사람의 신통 얻는 것을 알고는 그의 위의와 신통을 더하여 언제나 중생을 위해 묘법을 연설하였으며, 저 비구 두 사람은 곧 그의 삼천대천세계에서 나라로부터 나라에, 사천하로부터 사천하에 이르는 곳마다 불사를 베풀고 설법하였으니, 저 두 비구는 이 같은 인연으로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을 제도하여 더 없는 대승에서 굳게 물러나지 않게 되었느니라.
그때 공덕장엄왕은 8만 4천 세 동안에, 모든 즐거움을 갖추어 세존과 여러 대중에게 공양하고는, 온갖 신하들과 더불어 앞뒤로 시중하며, 법을 듣기 위해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서 생각하기를, ‘나의 여러 아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 수도하여도 항상 공양만 받고 스스로 보시를 행하지 않으며, 또한 남보다 뛰어난 법을 보지 못하니, 차라리 집에 돌아가 재물을 흩어 보시하고 모든 공덕을 닦아 나의 선근을 심는 것만 같겠느냐’고 하였느니라.
그때 보광명왕(普光明王)여래께서는 곧 공덕장엄왕의 마음을 아시고 사자진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야, 네가 자재로운 공덕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큰 보살로 변화하여서 이 대중들로 하여금 보고 듣게 하며, 그들의 삿된 마음을 돌려 바른 소견을 얻게 할지니, 온갖 마군의 외도를 항복 받기 위한 때문이니라’고 하였다.
007_0160_c_02L사자진보살은 즉시로 선정에 들어서 그와 같은 모습[相]을 나타내어 삼천대천세계로 하여금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위로는 허공에서 갖가지 묘한 물건, 말하자면 여러 꽃과 향․가루 향과 바르는 향․비단 일산․보상개[幢幡]를 뿌리고, 갖가지의 하늘 풍악이 울리고, 화려한 음식과 영락․의복과 갖은 진귀한 보배가 다 공중으로부터 찬란하며 내려와, 이러한 보배를 뿌려 삼천대천세계를 가득하게 하매, 중생들이 전에 없던 일을 보고 다 크게 기뻐하며, 지신(地神)에서 모든 하늘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尼陀天)에 이르기까지 다 기뻐 뛰면서 외치기를, ‘이 큰 보살을 허공장이라고 이름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허공으로부터 한량없는 보배를 뿌려 온 세계를 가득하게 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그들의 말을 옳다고 허락하고 허공장이라 이름하였느니라.
이에 공덕장엄왕은 사자진이 이 같은 한량없는 신변(神變) 일으키는 것을 보고, 마음이 깨끗하여 기뻐 뛰면서 전에 없던 일을 얻게 되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의 공덕 지혜는 곧 이와 같아서 자연히 한량없는 보배를 뿌려 온갖 것을 가득하게 하여도 끝내 다함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재가자의 보시는 받는 사람의 뜻에 맞지 않고 그 보시도 오히려 인색함으로써 고뇌를 삼으며, 출가자의 보시는 받는 사람의 뜻에 맞고 또한 인색하지 않아 고뇌의 마음을 내지 않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공덕장엄왕은 곧 왕위에서 물러나 아들 길의(吉意)에게 전하고, 참된 신심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부처님 법에 들어와 출가 수도하기 시작하였는데, 출가하고는,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기 위하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함으로써 출가한지 오래지 않아 4선(禪)․4무량심(無量心)과 5신통(神通)을 닦아 얻었으며, 아들 길의왕은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 원망하는 자가 없고, 정진을 부지런히 하여 세존을 공양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속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때의 공덕장엄왕이란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는 곧 구류손(拘留孫) 여래이며, 그때의 사자보살은 바로 내가 그이며, 사자진보살은 바로 허공장보살이니라. 선남자야, 허공장보살은 그때 처음으로 공중에서 한량없는 보배를 뿌렸으니, 이 인연으로써 항상 허공장이라고 이름하였느니라.
007_0161_a_02L선남자야, 그때의 왕자 길의는 지금의 미륵보살이며, 2만의 왕으로써 저 부처님 법으로 출가한 자는 이제 허공장보살과 함께 이 대중 속에 와서 법 듣는 자들이며, 저 부처님 법에서 먼저 출가한 왕의 내의 권속과 왕자가 교화한 중생은 지금 시방에 현재하여 보살도를 행하나니, 이러므로 속변보살아, 너는 마땅히 항상 계중(界衆)을 깨끗이 하여 본원(本願)을 더 자라나게 하는 까닭에 짓고자 하는 것을 따라 다 성취하여 갖출 수 있으리라.”
허공장보살은 곧 온갖 중생의 뜻에 맞는 삼매[稱一切衆生意三昧]에 들고, 그리고는 이 삼매의 힘으로 삼천대천세계의 묘보장엄(妙寶莊嚴) 도량 위의 허공에서 갖가지 묘한 물건을 뿌려 중생들의 욕망에 따라 다 공급하니, 이른바 꽃을 요구하면 꽃을 뿌리고, 목걸이나 향이 필요하거나, 가루 향․바르는 향이 필요하거나, 비단 일산과 보상개가 필요하거나, 갖가지 음악을 필요로 하거나, 몸을 장엄하는 도구로 영락․의복이 필요하거나, 음식이며 수레․호위가 필요하거나,
007_0161_b_02L금․은과 유리․파리(頗梨)․자거(車渠)․마노(馬瑙)와 진주․산호(珊瑚)가 필요함에는, 갖가지 이러한 보배를 뿌려 마음대로 나눠주며, 법을 요구하고 법을 좋아하고 법을 즐겨하는 자가 있으면, 허공에서 그들의 희망에 따라 뭇 법음(法音)을 내어 귀[耳根]를 즐겁게 하니, 이른바 계경(契經)․음합게경(音合偈經)․수기경(受記經)․게경(偈經)․결가경(結可經)․인연경(因緣經)․쌍구경(雙句經)․본생경(本生經)․승처경(勝處經)․방등경(方等經)․미증유경(未曾有經)․대교칙법(大敎勅法) 등이었다.
이러한 경을 다 내어 응답하며, 비유하는 말, 나라(那羅)의 변음(變音), 교묘한 말의 음성, 갖가지의 잡음(雜音), 매우 깊은 음성, 방편의 얕은 음성을 필요로 하는 자에겐 그러한 음성으로써 응답하며, 성문승(聲聞乘)으로 제도할 자에게는 4제의 법음(法音)으로써 응답하고, 연각승으로 제도할 자에게는 깊은 12인연의 법음으로써 응답하고, 대승으로 제도할 자에게는 6바라밀의 물러나지 않는 법음을 내어 응답하고, 또 공중에서 여러 미묘한 게송으로 읊어 말하였다.
모든 법성을 말하자면 허공의 평등함과 같은지라 이제 그 법문을 연설하노니 중생들이여, 다 자세히 들어라.
007_0161_b_12L說諸法性, 如虛空等, 今說其門,
衆咸諦聽。
허공은 높음이 없고 또 낮음도 없는 것처럼 높거나 낮음이 없음으로써 그의 체성(體性)도 없으며,
007_0161_b_14L如空無高, 亦無有下,
以無高下, 亦無體性。
허공은 나는 것이 없고 멸하는 것도 없는 것처럼 나고 멸함이 없음으로써 그 성품이 헐리지 않으며,
007_0161_b_15L如空無生,
亦無有滅, 以無生滅, 性不敗壞。
허공은 더함이 없고 덜함도 없는 것처럼 더하거나 덜함이 없음으로써 일체 법 모양과 같으며,
007_0161_b_16L如空無增, 亦無有減, 以無增減,
同諸法相。
허공은 밝음이 없고 어둠도 없는 것처럼 밝거나 어둠이 없음으로써 심성(心性)도 그러하네.
007_0161_b_18L如空無明, 亦無有闇,
以無明闇, 心性亦爾。
햇빛이 공중을 비춘다 해서 아무런 기뻐할 것 없고 비추지 않으므로 근심하지 않나니 슬기로운 이의 배움도 그러하며,
007_0161_b_19L如日照空,
亦無有喜, 不照不憂, 智者學爾。
날카로운 화살을 퍼부어도 허공은 해칠 수 없는 것처럼 슬기로운 이의 공 닦음도 또한 해칠 수 없으며,
007_0161_b_20L如雨鉾箭, 不傷於空, 行者修空,
亦不可傷。
허공엔 물을 적시어 주어도 기뻐할 것 없음과 같이 슬기로운 이에겐 이익을 베풀어도 또한 기뻐할 것 없으며,
007_0161_b_22L如空水潤, 無有喜悅,
智者稱利, 亦無喜悅。
허공은 헐뜯거나 칭찬하거나 분별이 없는 것처럼 슬기로운 이의 헐뜯고 칭찬함에도 분별없음이 그러하네.
007_0161_b_23L如空毀譽,
無有分別, 智者毀譽, 亦復如是。
007_0161_c_02L 온 땅을 움직일 수 있어도 허공만은 움직일 수 없나니 슬기로운 이는 의지함이 없으므로
법 성품을 움직일 수 없으며,
007_0161_b_24L如動大地, 空終不動, 智者無依,
不動法性。
어떤 치열한 불이라도 허공을 사르지 못하는 것처럼 번뇌를 여의는 자만은 끝내 불살라지지 않으며,
007_0161_c_04L如乾大炭, 不燒虛空,
知煩惱者, 不爲所燒。
허공은 언제나 머물러도 헐어지지 않는 것처럼 모든 법도 또한 그러하여 항상 법계에 머문다네.
007_0161_c_05L如空常住,
無有敗壞, 諸法亦爾, 常住法界。
마치 저 허공은 온갖 색을 받음과 같이 법계도 또한 그러하므로 일체 법을 받으며,
007_0161_c_06L喩如虛空, 受一切色, 法界亦爾,
受一切法。
허공은 물질이 아니어서 모양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심성(心性)도 그러하므로 허공과 같아 모양이 없다네.
007_0161_c_08L如空非色, 相不可見,
心性如是, 同空無相。
허공이란 이름을 빌렸을 뿐 아무런 모습[形貌] 없나니 마음․뜻․식별도 그러하여 이름을 빌려 말함이며,
007_0161_c_09L虛空假名,
無有形貌, 心意識然, 亦假名說。
허공은 그지없어서 끝내 취할 수 없는 것처럼 대인(大人)의 지혜도 그러하여 마치 허공과 같으며,
007_0161_c_10L如空無邊, 終不可取, 大人智然,
與虛空等。
새가 공중을 날아다녀도 아무런 발자국이 없음과 같이 보리를 행함도 그러하므로 행하는 것을 볼 수 없다네.
007_0161_c_12L如鳥行空, 無有足迹,
行菩提然, 行不可見。
몸뚱이 없어진 과거는 허공의 평등함과 같고 현재의 온갖 음(陰)은 허공의 모양과 같나니,
007_0161_c_13L身滅過去,
如虛空等, 現在諸陰, 同虛空相。
4대도 그러하므로 마치 허공과 같기도 하고 3재(災)의 뒤와도 같아서 모든 다른 모양이 없다네.
007_0161_c_14L四大亦然, 同如虛空, 如三災後,
無諸異相。
온갖 중생은 저 허공을 가득하게 할 수 없으니 범부(凡夫)도 이와 같아서 5욕(欲)에 만족할 수 없다니,
007_0161_c_16L一切衆生, 不能滿空,
凡夫如是, 五欲無滿。
만약에 성지(聖智)를 지니어 일체 법을 분명히 안다면 만족을 느껴 구할 것 없고 간음과 탐착을 여의게 되리라.
007_0161_c_17L若有聖智,
知一切法, 彼足無求, 離婬貪著。
마치 허공이 광대하여서 그지없고 끝없는 것처럼 부처님 법도 그러하여 끝이나 가가 있을 수 없네.
007_0161_c_18L如空廣大, 無有邊崖, 佛法亦爾,
無有邊際。
만약에 모든 법 성품을 이 부처님 법이라고 안다면 그는 물질에 의지하지 않고 또한 물질을 버리지도 않으리.
007_0161_c_20L知諸法性, 是佛法者,
彼不依物, 亦不捨物。
물질과 물질 아님을 알고서 일체 법의 끝난 곳에 머문다면 물질이나 물질 아닌 것에 있어 두 가지의 모습이 없을 것이며,
007_0161_c_21L知物非物,
住於實際, 於物非物, 無有二相。
음성으로 허공을 설명하여서도 허공의 성품은 음성이 아니고 음성도 있을 수 없으므로 이것을 허공이라 이름하며,
007_0161_c_22L以聲明空, 空性非聲, 無有音聲,
是名爲空。
부처님은 허공을 말씀하여도 마침내는 말이 없고 허공의 성품은 설할 수 없으므로 이것을 허공이라 이름하네.
007_0161_c_24L佛雖說空, 終已無說,
空性叵說, 是故名空。
허깨비․꿈․아지랑이와 그림자․메아리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의 설법하심도 모두 다 그러하나니,
007_0161_c_25L如幻化夢,
野馬影響, 諸佛說法, 皆悉如是。
007_0162_a_02L
중생을 인도하기 위하여 이 같은 비유를 말씀하지만 참되고 청정한 이치는 다시 비유할 수도 없네.
007_0162_a_02L爲導衆生, 說如是喩, 眞淨之義,
更無譬喩。
모든 법은 모양이 없지만 모양으로 말하나니 모양 있는 거나 모양 없는 거나 법의 성품으론 다 없음이라.
007_0162_a_05L諸法無相, 以相如說,
相及無相, 法性俱無。
진실한 모양을 모양이라 하여도 허공은 또한 모양이 없나니 이 모양을 체득한다면 이것을 보살이라 하며,
007_0162_a_06L空相爲相,
空亦無相, 體此相者, 是爲菩薩。
막힘이 없고 거리낌도 없고 희롱이 없고 움직임도 없으며 처음이 없고 끝도 없음을 이것을 보살이라 하며,
007_0162_a_07L無滯無礙, 無戲無動, 無始無終,
是爲菩薩。
중생을 여의지 않고 중생에 속하지도[數] 않으면서 중생의 성품과 같이함 이것을 보살이라 하네.
007_0162_a_09L不離衆生, 非衆生數,
如衆生性, 是爲菩薩。
마치 허깨비의 스승이 뭇 허깨비를 살해하여도 실상은 죽는 것 없는 것처럼 제도하는 것도 또한 그러하여
007_0162_a_10L喩如幻師,
殺衆幻人, 實無死者, 所度亦爾。
허깨비와 또 중생과 열반과 부처님 법과는 다 동일한 성품이어서 성품 없고 모양 없음을 아나니,
007_0162_a_11L幻與衆生, 泥洹佛法, 知同一性,
無性無相。
이 대사(大士)야말로 다함없는 허공장을 얻어 온갖 것을 충족하여도 끝나거나 다할 수 없으며
007_0162_a_13L此大士得, 無漏空藏,
充足一切, 不可窮盡。
옛날에 심은 뭇 공덕으로 이러한 갈무리[藏]를 얻어 쌓거나 모음이 있지 않아도 곧 이와 같이 성취되나니,
007_0162_a_14L昔殖衆德,
故獲斯藏, 不有貯聚, 乃能如是。
능히 모든 법의 나는 것이 인연에 따름을 안다면 그 갈무리는 다함이 없고 또 헤아릴 수도 없으리다.
007_0162_a_15L能知諸法, 因緣生者, 其藏無盡,
不可思議。
세상을 구제하는 큰 선인(大仙)은 네 가지의 다함없음을 말하나니 이는 곧 허공과 도심(道心)이며 중생의 행이고 부처님의 행이라.
007_0162_a_17L救世大仙, 說四無盡,
空及道心, 衆生佛行。
만약에 이 재물을 보배라 한다면 곧 쌓아 모을 수도 있지만 보배가 아니고 보배도 없나니 그러므로 다함이 없다 하네.
007_0162_a_18L若財是寶,
則可貯聚, 非寶無寶, 是以無盡。
마침내 허공의 법은 이미 다하고도 다함이 없음이라 다함없고 다하지 않은 것을 이를 다함없음이라 하네.
007_0162_a_19L究竟空法, 已盡無盡, 無盡不盡,
是謂無盡。
이 문(門)을 아는 이라면 보리에 가까울 것이리니 이 문에 머물기 때문에 빨리 보리를 성취한다네.
007_0162_a_21L知此門者, 近於菩提,
住此門故, 速成菩提。
007_0162_b_02L 허공장보살이 신통의 힘을 지녔기 때문에, 공중에서 이러한 묘법과 재물을 뿌리어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헤아릴 수 없는 쾌락을 얻어 소원을 원만히 갖추게 하며, 병들었거나 괴로운 중생은 약을 써서 낫게 하고, 고독하고 가난한 중생은 한량없는 보배를 얻게 하고, 얽매거나 갇힌 중생은 깨달아 해탈하게 하고, 여러 근기가 갖춰지지 못한 자는 원만히 갖추게 하고, 마땅히 죽음을 당할 자에겐 공중에서 여러 허깨비를 뿌려 대신 그 죽음을 받게 하고, 친근한 처지에서 오랫동안 이별한 사람은 다 즐거이 만나게 하고, 근심하거나 초조한 중생은 근심을 없애주고, 지옥․축생․아귀에 빠진 중생은 광명이 몸에 닿아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게 되었다.
그때 이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각각 음식과 유희와 5욕(欲)을 원만히 갖추어 즐기고, 보시를 행하여 공덕을 깃는 이도 있어서 제각기 말하였다. “이제 이 대사가 있으므로 능히 세간에 즐거움을 베푸나니, 이는 허공장보살이 출세한 때문에 세간에 단 이슬[甘露]을 베풀고, 항상 온갖 중생에게 부지런히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게으름이 없도다.”
허공장보살은 이러한 신변을 나타내어 온갖 중생의 성품을 즐겁게 하고, 보살의 신통력을 나타내 보여 재물의 보시와 법의 보시로써 중생을 거둬주기 때문에,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고, 한량없는 보살로 하여금 무생법인을 얻게 하고, 다시 한량없는 아승기의 설할 수 없는 여러 보살로 하여금 부지런히 정지하여 모든 삼매문, 다라니문을 성취하고, 신통문에 유희할 수 있게 하였다.
007_0162_c_02L그때 생의(生疑)보살이 생각하였다. ‘이는 전에 없던 헤아릴 수 없는 일이구나. 허공장보살은 다만 사바세계에서 갖가지 신족(神足)을 나타내 보일 뿐이거늘, 또한 다른 세계에서도 갖가지 신족을 나타내는구나.’ 그때 허공장보살은 생의보살이 생각하는 마음을 알고, 곧 몸에서 광명을 놓아 이 광명의 힘으로 두루 시방 한량없는 세계의 여러 부처님 세계를 비추었다. 때마침 생의보살과 다른 보살들이 다 허공장보살이 신변의 힘으로 시방의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되 사바세계에서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온갖 성문․벽지불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생의보살이 이러한 신변을 보고 나서는 의심을 풀고 허공장보살에게 합장하고 말하였다. “희유합니다, 대사여. 이 다함없는 갈무리를 편히 하여 허공 속에 있으면서 널리 한량없는 세계에 뿌리어 가득하게 하여도 오히려 다하지 아니하도다. 대사여, 이 무리를 공중에 두고 있는 지가 얼마나 오래됩니까?” 허공장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이래로 언제나 이 갈무리를 지니고 공중에 있었다오.”
생의보살은 또 물었다. “대사여, 대사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지가 이제부터 그 시일이 얼마나 됩니까?” “세존께서 알고 계실 터이니 세존께 물어보시오.” 생의보살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허공장보살은 어느 때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까? 원컨대 말씀하시어 저희들 의심을 풀어주옵소서.”
007_0163_a_02L부처님께서 생의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선남자야, 이일은 아주 오래되고도 깊어 알기 어렵나니, 만약에 말한다면 모든 하늘과 사람으로 하여금 의혹하여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게 될 것이며, 믿지 않음으로써 한량없는 죄를 얻으리라.” 생의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말씀하옵소서. 만약 오랫동안 선근을 심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믿어서 받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생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가 이미 정성껏 묻고자 하는데 어찌 말하지 않으랴.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 너를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니, 선근을 굳게 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공덕의 근본을 심은 자는 기뻐하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마치 1항하(恒河)의 모래알만큼 많은 여러 항하의 모래가 있는데, 이 여러 항하의 모래 한 알로 한 불토(佛土)를 만들고, 그 불토를 부수어다 가는 티끌(微塵)을 만들어서 한 곳에 모아두고, 어느 장수(長壽)하는 사람이 그 티끌 덩어리 속에서 백 겁 동안에 티끌 한 낱씩을 가지되 그 티끌 수가 다 되도록 까지 하는 것처럼, 허공장보살이 발심한 이래로부터의 겁수(劫數)를 알고자 한다면, 다시 이보다 더한 수로서는 알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이로써 마땅히 허공장보살이 발심한 때가 얼마나 오래되는 지 비교하여 알 수 있으리라.
선남자야, 과거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여러 항하의 모래를 지나, 이 여러 항하의 모래 한 알이 한 불토(佛土)가 되고 그 불토가 다하여 가는 티끌이 되며, 이보다 더 많은 수 백천만겁 수를 지나서 한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호는 정일체원위덕승왕(淨一切願威德勝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저․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고,
007_0163_b_02L그 세계의 이름은 현무량제불찰토(現無量諸佛刹土)이며, 겁의 이름은 중보장엄(衆寶莊嚴)이라 하였으니, 무슨 까닭으로 그 세계를 현무량제불찰토라 하는가. 선남자야, 그 찰토는 참되고 청정함으로써 능히 시방 여러 부처님의 찰토를 나타내었으니, 마치 가림이 없는 깨끗한 달이 맑은 물에 나타남과 같았느니라. 선남자야, 이 인연으로써 시방 한량없는 아승기의 여러 부처님 찰토와 여러 부처님의 사자자리와 중생들의 하는 일이 다 저 세계에 나타나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 세계를 현무량찰토라 하느니라.
저 세계는 덥고 장엄하고 청정하고 풍족하고 안락하고 평온하여서 하늘 사람이 왕성하며, 땅 고르기가 손바닥 같아 언덕과 산기슭이 험하거나 더러움이 없으며, 많은 여러 진귀한 보배가 중간에 섞여서 단정 장엄하여 즐거울 만하며, 비단 깃발[繪綵幢幡]과 꽃일산[華蓋]을 달아 장엄하며, 전단(栴檀)․침수(沈水) 따위의 갖은 향을 사르며, 잡색의 겁파육(劫波育) 비단으로 그 위를 펴고 뭇 보배․묘한 꽃으로 그 땅을 덮으며,
어느 곳에나 다 보배 꽃나무․과일[果] 나무․옷[衣] 나무․영락(瓔珞)나무․기악(伎樂)나무․보배 그릇[寶器] 나무․향나무․등(燈)나무․약(藥)나무 따위를 길러 널리 장엄하며, 8도(道)의 경계를 평정 분명하게 하고 진주․영락 보배로써 장엄하매, 보는 사람이 싫어하지 않으며, 저 세계에는 해와 달의 광명을 빌리지 않아도 여러 등(燈)나무와 마니(摩尼)나무로써 비추어 밝히므로 주야(晝夜)의 분별이 없으며, 다만 보배 꽃이 피고 떨어짐으로써 시절을 알 수 있었느니라.
저 세계의 중생들은 소경․곱사등이․앉은뱅이․절름발이같이 형체가 없고 용모가 추악하여 깨끗하지 못하거나 바르지 않은 눈[眼]을 갖추지 않았으니, 이 같은 추악한 중생이 없으므로 온갖 중생은 다 32상호를 성취하여 그 몸을 장엄하였으며, 저 세계 안에는 3도(途)․8난(難)이라는 나쁜 명자(名字)가 없고 또 외도(外道)와 이학(異學)의 음성을 듣지 않았으며,
007_0163_c_02L저 세계의 중생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안정되어 성문․벽지불의 이름을 듣지 않았으며, 저 부처님은 순수히 모든 보살승(菩薩乘)만을 말씀하셨으며, 저 세계 안에는 여자나 또는 모태에서 나는[母産] 자가 없으며, 온갖 중생은 가부하고 앉아[結跏趺坐], 자연으로 화생하여 늙거나 병듦이 없이 자기의 수명을 다하고, 수명을 마친 뒤에는 다른 청정한 불토(佛土)에 태어나고 본토(本土)에 환생하기도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저 불토에서는 이 같은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성취하였나니, 내가 한 겁이나 한 겁에 모자라는 정도의 저 공덕을 말하더라도 마침내 다할 수 없으리라. 선남자야, 그때 현무량제불찰토 안에 중천관정(衆天灌頂)이라 하는 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있어서, 삼천대천세계를 통솔하여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 오랫동안 공덕의 뿌리를 심고 날랜 근기와 지혜로써 위덕(威德)을 성취하였으며, 그 관정성왕은 3만 6천의 아들을 두었으니, 모두 연꽃 속에서 화생하고 과거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 오래도록 선근을 심었느니라.
그때 정일체원위덕승왕 여래는 여러 하늘과 세간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둘러싸여서 중천관정성왕이 머무는 곳에 노니시는데, 그곳의 보살 대중은 한량없고 수없어 산사(算師)나 산사의 제자로서도 헤아려 알 수 없으며, 저 부처님의 수명은 백천 겁이면서 겁수의 길고 짧음은 현겁(賢劫)과 같으며, 저 세계의 중생은 그러한 겁수를 지나되 한 겁을 지냄과 같다고 하였느니라. 그때 중천관정성왕은 정일체원위덕승왕 여래와 보살․스님에게 청하여 40중겁(中劫)의 길고 짧은 겁수, 이 같은 중겁에서 정성껏 공양하되, 음식․의복․침구․방사(房舍)․대관(臺觀)․공원․욕지(浴池), 이러한 갖가지 필요한 물자로써 공양하였느니라.
007_0164_a_03L그때 중천관정 성왕은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한 조그마한 세계를 장엄하고 묘당(妙堂)을 마련하되, 순수히 유리 보배로써 그 땅을 장엄하고 둘레의 담[垣墻]은 뭇 보배를 합해서 만들고 붉은 전단(栴檀)과 우다라바라(優陀羅婆羅) 전단으로 기둥을 만들고 자거(車渠) 보배로써 들보를 삼아 이 묘당을 완성하매, 이러한 갖가지 장엄으로 합성한 것이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웠느니라. 세존께서 중식(中食)을 마친 뒤에 삼매로부터 일어나 이 묘당 안에서 여러 대중을 위해 묘법을 강설하셨으며, 다시 한 묘당을 장엄하기를 사천하(四天下)와 같게 하고 여래와 보살․스님으로 하여금 그 안에서 공양하도록 마련하니, 날마다 쓰이는 공양의 값으로써 진귀한 보배가 산더미처럼 쌓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의 중천관정전륜성왕은 40중겁 동안에 항상 생각을 전일하게 하여 일찍이 방일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온갖 즐거운 도구로써 여래와 보살․스님을 공양하고, 거기에서 짓는 공덕으로 무엇을 요구하려는 뜻이 있어 발원하지 않으며, 40중겁을 지나고 나서는 최후의 날에 값으로 논할 수 없는 3의(衣)로써 여래와 보살․스님을 받들어 공양하되 각각 한 벌씩을 보시하였으며, 세존은 중식을 마친 뒤에 여러 대중을 위하여 널리 묘법을 연설하시는데, 그때 중천관정성왕은 시종들에 둘러싸여서 설법을 듣고자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갔느니라.
007_0164_b_03L그때 세존께서 저 성왕의 공덕이 순수하고 착하여 충분히 유용(有用)하게 될 것을 아시어서, 세존과 중천관정전륜성왕은 7일(日) 7야(夜)에 걸쳐 도무지 음식[食] 생각이 없이 사자자리에 앉아 몸을 기울거나 흔들지 않고서, 보살을 거둬주는 청정한 행인 퇴전하지 않는 바퀴의 방편[攝菩薩行不退轉輪方便]이라는 대승 경전을 말씀하셨으니, 세존께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심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다 받아 지니어서 잊어버리지 않게 하려는 때문이니라. 관정성왕은 7일 7야 동안에 전일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기뻐 뛰며, 그 마음이 즐거워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를 돌고 그리고는 오른 무릎을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그의 깊고 순진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나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 나의 더없는 마음으로 여러 중생 불러 청하여 구제할 것 없는 자를 구제하려 어두운 세간에 광명을 베풂은
007_0164_b_07L我發無上心, 請召諸群生, 無救者作救,
冥世開大明。
한 가지 법행(法行)을 위함이 아니요 한 부처님 공양하려 함도 아니며 한 중생을 위함도 아니고 남김없이 제도하기 원하기 때문이네.
007_0164_b_09L非爲一法行, 非爲供一佛,
非爲一衆生, 願度無餘故。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괴로움 뭇 번뇌에 얽매인 자들이여 온갖 것을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마오 내 마땅히 제도하기 맹세하며,
007_0164_b_10L生老病死苦,
衆惱所逼者, 一切莫憂懼, 我誓要當度。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교만함은 길을 잃고 모든 악을 조작하나니 삿되고 나쁜 업을 끊어버리고 두려움 없는 성(城)에 이르게 하리다.
007_0164_b_11L欲瞋癡慢覆, 失道造諸惡, 正斷邪惡業,
導至無畏城。
3악도[惡途]에 빠져 갈 곳 없고 뭇 괴로움 받는 중생들이여 굳센 뜻으로 근심하지 마오 내 두려움 없음을 베풀어 주리며,
007_0164_b_13L墮三塗衆生, 難處受衆苦,
强志莫憂懼, 我生施無畏。
무명의 어리석음에 가로 막혀 저 해탈문을 알지 못하므로 내 그를 위해 법의 횃불켜서 열반에 밝게 이르게 하리다.
007_0164_b_14L無明癡所翳,
不識解脫門, 我爲然法炬, 得明至涅槃。
네 가지 폭류[四流]에 떠밀리어서 잠기고 빠져 방향을 모르므로 훌륭한 법의 배[法船] 만들어 모든 존재[有]의 흐름을 건너게 하며,
007_0164_b_15L爲四流所漂, 沈溺不得邊, 爲造勝法船,
令度諸有流。
나고 죽음과 굶주림에 처하여 과거의 착한 업까지 먹어 다하나니 나 그들 위해 길잡이[導師]가 되어 마땅히 안락한 곳에 이르게 하리다.
007_0164_b_17L處生死飢饉, 食先甘業盡,
我爲作導師, 當令至安樂。
부처님께서 생의(生疑)보살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때 광정성왕이 이 게송을 말하고 나자, 저 부처님 세계는 곧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광명이 두루 비추었으며, 때마침 성왕은 도심(道心)을 내고 나서, 곧 물러남이 없는 보리심[不退菩提心]이라는 보살삼매를 얻었느니라. 이 삼매의 힘을 얻음으로써 항상 여러 부처님을 거리낌 없이 보게 되고 나아가 꿈속의 온갖 번뇌까지도 걱정하지 않았으며,
007_0164_c_03L이 뒤로부터는 그 마음이 질투하는 사람이나 파계하는 사람이나 성내고 미워하는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들과 같이하지 않아서, 저 관정성왕은 그의 형체와 수명이 다 되도록 법을 듣기 위하여 항상 세존의 좌우를 모셨고, 또 3만 6천의 아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며, 다시 나머지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야, 그때의 중천관정전륜성왕이란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허공장보살이 바로 그 사람이며, 그때의 저 모든 왕자와 여러 대중을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이는 곧 나와 또 현재 이 모임에서 큰 힘으로 정진하고 큰 지혜를 갖추어 법을 듣는 여러 보살마하살이 바로 그들이니라.
선남자야, 허공장보살은 발심한 이래로 이같이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면서 보살도를 행하였으며, 이 허공장보살은 발심한 이래로부터 일찍이 보리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모태[胎]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항상 여러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뭇 스님을 공양하며, 여러 부처님에게 바른 법을 받아 지니되 거둬주는 법[攝法]을 으뜸삼아 염하여 잃어버리지 않고 분별을 잘하여 변행(遍行)을 성취하며, 처음 발심하고 나서는 매우 깊어 알기 어려운 보살의 초지(初地)를 얻어 모든 보시를 행하며,
007_0165_a_02L큰 슬픔[大悲]을 성취하여 희론(戲論)을 없애고 싫어하거나 지침이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며, 온갖 논(論)을 배우고 온갖 세간의 법을 알며, 부끄러움을 느껴 염하는 힘을 굳게 하나니, 이 보살은 초지에 머물러 한량없는 아승기의 일컬을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설할 수 없는 겁에서 능히 청정하고 순수하고 지극하게 단(檀)바라밀을 원만히 행하되 중생들에게 언제나 큰 자비를 베풀며, 거둬주는 법과 온갖 바라밀과 모든 조도법(助道法)을 부지런히 닦아서 정진함과 방일하지 않음을 성취하되 모두 단바라밀을 수순하느니라.
이 보살은 초지에 머물러서 항상 여러 부처님을 모시어 공양하고, 방편으로 부지런히 구하여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하여 초지에서 머물며 온갖 자리 지혜의 광명에 들어가되 초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러한 뒤에는 곧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의 자량(資糧)을 얻으며, 여래의 힘을 얻어 물러남이 없는 신통을 지니고 모든 자리[地]의 장애를 여의고 초지로부터 보살의 제2지(第二地)에 들고,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머물러 제2지를 깨끗이 하며, 시(尸)바라밀을 닦아 제10지(第十地)에 이르기까지 낱낱 중생을 위하여 겁수(劫數)를 지날 때마다 다 그와 같이 하여, 낱낱의 자리 속에서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거쳐 보살행을 성취하고, 모든 중생을 위해 불사를 일으켜서 보살이 행할 바를 버리지 않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로서 능히 이같이 아주 깊어 헤아릴 수 없고 가장 뛰어나 어지럽지 않음을 행하여 순수하고 지극하게 부지런히 정지의 행 닦기를 이 허공장보살이 소행을 성취한 것처럼 하는 이가 적느니라.”
그때 생의보살이 허공장보살에게 물었다. “희유합니다. 선남자께서 능히 이 같은 큰 서원[弘誓願]을 발심하여, 이 대승에 오래 머문다면, 나고 죽음에도 지치거나 게으름이 없겠습니까?” 허공장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이 크나큰 땅덩이가 온갖 산․물과 돌․나무․총림과 온갖 약초며 모든 곡식이며 여러 중생을 가득 실었다 해서 그 땅이 지치거나 게으르다고 생각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사여.”
007_0165_b_02L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의 마음도 큰 땅 덩이와 같이 순수하고 지극하게 성취되었으므로, 보살행을 행하되 지치거나 게으르지 않음이 또한 그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같은 큰 땅이 물 위에 머물러도 이 물은 땅을 실었다 해서 지치거나 게으름이 없나니, 보살의 마음도 큰 물과 같아 큰 슬픔[大悲]의 힘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까닭에 지치거나 게으르지 않음이 또한 그러합니다.
선남자야 마치 큰 바람이 공중에 머물러도 의지하는 곳이 없고, 이 허공은 바람을 가졌어도 거리낌 없고 지치거나 게으름이 없는 것처럼, 보살의 마음도 바람과 허공 같아 반야(般若)의 힘을 지닌 까닭에 온갖 부처님 법을 닦되 게을러서 그만두거나 지쳐 싫어하지 않음이 또한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법모양[法相]을 아는지라, 그러기에 생사 없는 바탕을 성취하여 조작 없고 느낌 없이 인연으로 합성(合成)하는 까닭에, 조작이 있어도 그 조작하는 모든 법은 또한 참모양이 없나니,
007_0165_c_02L근본 구경의 끝[本際]이 공(空)한 까닭에, 또 근본 구경의 끝을 여의는 까닭에 참 모양을 성취함이 없으며, 자성(自性)이 공한 까닭에 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어 일체 법의 성품이 서로 같음을 아는 것이오. 그러므로 법에 지치고 싫어함을 내거나 또 지치고 싫어하는 자를 보지 않나니, 왜냐하면 보살은 일체 법이 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생사(生死)의 성품이 열반과 같음을 알고 열반의 성품이 일체 법 성품과 같음을 알고 일체 법 성품 없음[無性]과 같음을 알기 때문에 믿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아서 일체 법의 과거 짬(際)과 미래 짬은 자성(自性)이 없음을 알며, 선정의 힘과 서원의 힘을 지니는 까닭에 선정에서 일어나지 않고서도 능히 온갖 하는 일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때 생의보살은 허공장보살에게 물었다. “원컨대 대사여, 여러 보살삼매의 행업(行業)을 말씀하소서. 어떤 것을 삼매라 하고 어떤 것을 삼매의 업을 행한다 합니까?” 허공장보살은 생의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8만 4천 가지의 삼매문이 있는데, 이 많은 삼매문은 온갖 다른 삼매를 다 거둬주나니, 어떤 것을 8만 4천의 삼매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보살에겐 보리심을 잊지 않음[不忘菩提心]이라고 하는 삼매가 있어 산란하지 않은 행을 성취하고, 항복(降伏)이라고 하는 삼매가 있어 순수하고 지극히 깨끗하고, 행을 나타내지 않음[不願行]이라고 하는 삼매는 끝까지 하는 일에 물러나지 않음을 성취하고, 의지하지 않음[不依]이라고 하는 삼매는 능히 끝까지 더 정진하여 성취하고, 무구(無垢)삼매는 자심(自心)을 성취하고, 조요(照耀)삼매는 착한 법을 밝게 보이고, 진정(眞淨)삼매는 온갖 마군의 행을 벗어나고, 용출(踊出)삼매는 마침내 외도의 모든 논(論)에 굴복하지 않고, 사리(捨離)삼매는 온갖 번뇌를 조복하고, 회복(廻伏)삼매는 온갖 것으로 하여금 진실한 도에 들게 합니다.
007_0166_a_02L전진(轉進)삼매는 능히 성문과 벽지불의 자리를 여의고, 낙유(樂遊)삼매는 생사를 싫어하지 않고, 취향(趣向)삼매는 능히 한 자리[一地]로부터 한 자리에 나아가고, 즐거움[怡懌]이란 삼매는 대중들의 기뻐함을 성취하고, 걸림 없는 광명[無礙光]이라는 삼매는 온갖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성취하고, 하는 일을 알음[知所作]이란 삼매는 온갖 하는 일에 수순하여 거슬리지 않고, 사자 모양[師子相]이란 삼매는 대중에게 두려움 없음을 성취하고, 심용(心勇)삼매는 네 가지 마군을 항복받고 연화장엄(蓮華莊嚴)삼매는 세간 법에 물들지 않음을 성취합니다.
일광(日光)삼매는 무명의 어둠을 제거하고, 집덕(集德)삼매는 다함이 없는 사변(辭辯)을 성취하고, 나라연(那羅延)삼매는 금강의 몸을 성취하고, 견고(堅固)삼매는 마음을 요동하지 않고, 미루당(彌樓幢)삼매는 볼 수 없는 정수리의 모양을 성취하고, 견자재(堅自在)삼매는 본래의 서원을 성취하고,
007_0166_b_02L금강사(金剛士)삼매는 물러나지 않는 모든 신통을 성취하고, 금강장(金剛場)삼매는 도량(道場)에 오름을 성취하고 마치 금강과 같은[喩如金剛] 삼매는 일체 법을 잘 밝게 통하고, 행왕(行王)삼매는 온갖 중생의 심행을 관찰하고, 혜왕(慧王)삼매는 능히 훌륭한 지혜를 성취하여 모든 근기의 만족함과 만족하지 않음을 알고 유를 따름[隨類]이란 삼매는 중생들 성품에 따라 설법할 것을 성취하고, 온갖 몸을 닦음[修一切諸身]이란 삼매는 능히 법신(法身)을 성취합니다.
불순(不眴)삼매는 걸림 없는 소견을 성취하여 여러 여래를 보고, 무쟁(無諍)삼매는 온갖 인연을 분별하게 되고, 무구륜(無垢輪)삼매는 묘한 법바퀴 굴림을 성취하고, 전광(電光)삼매는 모든 법의 인연을 깨닫고, 잘 분별함[善分別]이란 삼매는 모든 경계가 다한 경계와 같음을 알고, 장엄왕(莊嚴王)삼매는 상호(相好)를 성취하게 합니다. 수해왕(隨解王)삼매는 한 음성으로써 온갖 것을 대답하고, 법계를 분별하지 않음[不分別法界]이란 삼매는 온갖 삼매가 동일한 삼매임을 알고, 견고(堅固)삼매는 모든 법 성품에서 물러나지 않고, 무너뜨릴 수 없음[不可壞]이란 삼매는 모든 법이 법 성품과 같음을 알고,
007_0166_c_02L무종(無終)삼매는 근본 구경의 끝과 끝 아님을 알고, 무작(無作)삼매는 진리가 변하거나 바뀜이 없음을 성취하고, 무동(無動)삼매는 모든 법의 평등함이 허공 같음을 알고, 정주(淨住)삼매는 모든 바라밀을 성취하게 하고, 선섭(善攝)삼매는 4섭법(攝法)을 성취하고, 등행(等行)삼매는 네 가지의 범행(梵行)을 성취하게 하고, 무애관(無礙觀)삼매는 모든 조도법(助道法)을 성취하게 하고, 해인(海印)삼매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총지(摠持:다라니)를 얻고, 공삼매는 능히 온갖 소견을 끊고, 무상(無相)삼매는 온갖 깨달음을 끊고, 무원(無願)삼매는 깨끗이 온갖 원을 성취하게 합니다.
결료(決了)삼매는 무생법인을 얻게 되고, 불탈(不脫)삼매는 들은 법을 잊어버리지 않고, 무예(無翳)삼매는 착한 말로써 중생을 즐겁게 하고, 득품(得豊)삼매는 보배 손[寶手]을 성취하게 하고, 법운(法雲)삼매는 일체 법문을 뿌리고, 보장엄(寶莊嚴)삼매는 삼보의 훌륭한 종자를 끊지 않게 하고, 무비(無比)삼매는 지혜로써 일으키는 업을 성취하고, 허공문(虛空門)삼매는 온갖 장애를 여의게 하고, 지인(智印)삼매는 일체 법을 두루 알게 하고, 현전에 여러 부처님을 보는[見現前諸佛] 삼매는 능히 여래의 공덕을 성취하게 하고, 선택적정여의(選擇寂靜如意)삼매는 능히 구경의 끝[本際]을 여의게 합니다.
일체법문분별(分別一切法門)이란 삼매는 능히 미래의 세상에서 한 모양[一相]의 법문을 설할 수 있게 하고, 일체 법 평등한 성품을 분명히 아는[了知一切法平等性] 삼매는 온갖 경서(經書)를 다 이해할 수 있고, 모든 공덕을 모으는[集諸功德] 삼매는 온갖 중생을 윤택하며 이익 되게 하고, 유희신통(遊戱新通)삼매는 헤아릴 수 없는 해탈을 성취하게 합니다.
007_0167_a_02L자각(自覺)삼매는 능히 여래의 비밀 갈무리[藏]에 들어가고, 수릉엄(首楞嚴)삼매는 보살 자리[地]로부터 나아가 큰 열반에 이르기까지를 보이고, 변지(遍知)삼매는 빠짐없이 현생(現生)을 성취하게 하고, 관정왕(灌頂王)삼매는 남김없이 보살의 소행을 성취할 수 있고,
무승(無勝)삼매는 여래의 10력(力)을 성취하고, 무진(無盡)삼매는 4무소외(無所畏)를 성취하고, 무등(無等)삼매는 부처님의 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고, 원왕(願王)삼매는 들은 모든 법을 성취하여 스스로 이익 되며 다른 사람의 공을 손상하지 않고, 무구인에 잘 들어가는[善入無垢印] 삼매는 온갖 부처님 법을 현전에 분명히 깨달으며, 선지각(善知覺)삼매는 모든 지혜를 남김없이 성취하게 하고, 진무변(盡無邊)삼매는 온갖 불사를 성취하여 남김없이 받아 행하게 하나니, 선남자여, 이것을 8만 4천의 삼매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것을 우두머리로 삼아 보살의 도량에 앉을 때, 곧 8만 4천의 삼매문을 얻고 낱낱의 삼매는 한량없는 아승기 백천만억의 삼매를 권속으로 삼느니라. 선남자여, 이 여러 삼매는 8만 4천 종류의 중생의 행하는 법을 알아 8만 4천의 법 덩어리[法聚]를 나타내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말하되 여러 가지 보살의 행과 부처님 법장(法藏)의 조그마한 부분을 대략 설명한다 함이요, 그러면서도 보살의 행은 한량없고 그지없으며, 부처님의 법장은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007_0167_b_02L그때 허공장보살이 이 법을 말하매, 1만 6천의 보살이 유순(柔順)의 지혜[忍]을 얻어 곧 한량없는 삼매에 들고, 다시 8만 4천의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이때 세존께서 허공장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쾌히 이 모든 삼매의 법을 말하고 여래의 훌륭한 지혜를 설명하였도다. 모든 삼매의 법문을 말하고 여래의 훌륭한 지혜를 설명하였도다. 너 자신이 이 법을 행하였고 다른 데로부터 얻지 않은 것을 인증하느니라.”
그때 생의보살이 합장하고 허공장보살에게 말하였다. “희유합니다. 대사께서는 능히 이 같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성취하여 다른 데로부터 듣지 않고도 여러 훌륭한 지혜의 행처(行處)에 드셨습니다. 나 또한 원하고 즐거워서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이 헤아릴 수 없는 법 여래의 행처를 얻고자 합니다.” 그때 대덕(大德) 사리불이 생의보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누가 그대의 이름을 생의라고 지었습니까?”
생의보살이 대답하였다. “보리심이 나의 이름을 생의라고 지었습니다. 그 까닭으로서 만약에 보리심을 내지 못했다면 부처님 법 속에 끝내 의심을 내지 않았을 것이며, 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곧 온갖 부처님 법에서 의혹을 낼 것이니, 이는 분명히 부처님 법을 다 알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찰리왕(刹帝利王)이 그의 맏아들 태자의 정수리에 물 부어서 임금다운 모양을 성취하면 마땅히 나라 임금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다음의 임금 지위를 받으리니,
007_0167_c_02L그러므로 그 태자는 언제나 나라 다스리는 법을 자문하되 ‘나는 나라 일을 어떻게 보살피고 통솔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처럼, 대덕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다면, 여래의 뒤를 따라 마땅히 위없는 법왕(法王)의 높은 지위를 이어받을 것이며, 또 항상 온갖 지혜로 서로 응하는 법을 생각하여 자문하기를, ‘우리들은 위없는 법왕의 법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라고 하나니, 그러므로 온갖 부처님 법에 항상 의심을 내는 것입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이 인연으로 보리심을 말미암아 생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줄 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