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迦蘭陀) 죽원정사(竹園精舍)에서 큰 비구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어서 모든 누(漏)가 이미 없어져서 더 이상의 번뇌가 없었으며, 모두 자재로움을 얻어서 마음이 잘 해탈되고 지혜가 잘 해탈되어 일체를 다스림이 마치 큰 용왕과 같았으며, 할 일을 벌써 마치고 모든 행을 구족하여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고 다음 생(生)을 받지 않으며, 평등을 행하여 참 몸[眞]의 이로움을 얻고 바른 교법에 안주(安住)하여 저 언덕에 이른 이들이었다. 그런데 장로 아난(阿難)만은 그렇지 않았다.
007_0887_b_02L그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큰 위광을 놓으시고 그 모든 나라와 고을과 마을에 있는 일체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모두 제각기 왕사성의 가란타 죽원정사에 계시는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하고서 한쪽으로 물러앉게 하셨다.
또다시 왕사성 안에 한 우바새(優婆塞)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현호(賢護)였다. 그는 이에 그 대중의 상수(上首)가 되어 5백 우바새와 함께 5계를 받아 지니고 위의를 구족하였다. 이들 큰 보살은 벌써부터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행에 머물렀는데 본래 원력으로서 항상 세존을 따라 바른 법 듣기를 좋아하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였다. 일체 조도법(助道法)을 만족히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이른 아침에 거처하는 곳으로부터 가란타 죽원정사에 계시는 세존 앞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며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또한 비야리성(毘耶離城)에 한 이차(離車)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보생(寶生)이었다. 그는 대중의 상수가 되어 2만 8천 모든 이차와 함께 부처님의 신력을 받아서 이른 아침에 모두 그 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가란타 동산에 계시는 부처님 앞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007_0887_c_02L또한 첨파성(瞻波城)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성장(星藏)이었다. 그는 대중의 상수가 되어 2만 8천 장자의 아들과 함께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고, 이른 아침에 첨파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가란타 동산에 계시는 부처님 앞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또다시 한 마나바(摩那婆)[수(隨)나라 말로는 정지(淨持) 또는 소년(少年) 또는 인동자(仁童子)라고 한다.]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나라달다(那羅達多)였다. 그 대중의 상수가 되어 2만 8천 사람과 함께 이른 아침에 거처하는 곳으로부터 출발하여 가란타 동산에 계시는 부처님 앞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또한 사위국에 한 장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선 상주(大善商主)였다. 저 급고독(給孤獨) 장자와 함께 대중의 상수가 되어 2만 8천 사람과 함께 사위국으로부터 출발하여 가란타 동산에 계시는 세존 앞에 이르러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그때 또다시 사가라(娑伽羅)용왕ㆍ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용왕ㆍ마나사(摩那斯)용왕ㆍ이발라(伊跋羅)용왕 등이 각각 셀 수 없는 백천(百千)의 권속인 여러 용의 무리들과 함께 역시 이른 아침에 가란타 동산으로 들어와 여래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007_0888_b_02L그때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일체의 모든 비구ㆍ비구니, 우바새ㆍ우바이, 일체의 하늘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과 모든 왕 등 여래를 믿는 이들이 법문을 듣기 위하여 모두 가란타 동산에 계시는 여래 앞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각기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그때 가란타 동산은 그 밖의 크고 넓은 삼천대천세계의 대중이 가득 차서 지팡이 끝만큼도 빈틈이 없었다. 이처럼 위로는 하늘에 이르고 아래로는 범천에 있는 일체의 큰 위력과 신통을 갖춘 하늘 대중과 모든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모두 와서 모였다.
007_0888_c_02L현호(賢護)보살은 허락을 받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떤 삼매를 모두 성취하면 능히 그 큰 공덕의 갈무리[藏]를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하여야 많이 듣는 바다에 들 수 있으며, 지혜의 갈무리를 얻어 물음에 의심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뜻 없음[無意]을 얻을 수 있으며, 계율의 갈무리를 잃지 아니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물러남이 없겠나이까?
또 어떻게 하여야 어리석음과 삿된 소견을 내지 않는 공(空)한 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전생(前生)을 아는 지혜를 얻어 과거와 미래를 두루 알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이신 세존을 받들어 뵈옵는 일을 여의지 않아 꿈속에서라도 바른 법을 들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특출(特出)하고 단정하여 빼어난 묘색신(妙色身)을 얻어 위의가 갖추어지고 중생이 즐겁게 볼 수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여야 큰 성(姓)을 가진 집안에 태어나 존귀한 지위를 얻어 보는 사람이 공경을 하겠으며, 또 어떻게 하여야 형제와 종친(宗親)과 권속과 선지식(善知識)이 좌우에 있어 항상 이별하는 일이 없겠습니까? 어떻게 하여야 하는 일이 특출하여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이 모자라거나 물러서는 일이 없겠습니까?
007_0889_a_02L또 어떻게 하여야 바른 생각과 바른 행을 얻어 절도(節度)에서 옮겨 가지 않는 마음으로 만족함을 알겠습니까? 어떻게 하여야 항상 부끄러움을 내어 수치스런 욕(辱)을 아주 여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바른 지혜로 겸양하고 공손하여 아만(我慢)을 항복시킬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하여야 착실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으름을 아주 여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대자대비(大慈大悲)와 대희대사(大喜大捨)로 평등하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깊고 깊은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법을 말함을 들을 때, 일체 놀라고 무서워하여 물러가는 일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게으름을 좋아하지 않고 바른 법을 섭수할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떻게 하여야 지혜가 통달하여 일체를 환히 깨달아 맞설 이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부처님의 찰토(刹土)에 마음대로 나게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외도의 소행으로 꺾이고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능히 바다처럼, 의심되는 질문과 어려운 해설을 받아들여서 감함도 다함도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달과 같이 가득할 수 있어서 희고 맑은 법을 구족할 수 있겠으며, 어떻게 하여야 처음 돋는 해처럼 모든 어두움을 깨뜨릴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등불이나 횃불처럼 광명이 비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허공의 성(城)과 같이 걸림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주착(住着)한 곳이 없어서 마음이 허공과 같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금강처럼 뚫어지게 일체 법을 환히 통달할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떻게 하여야 수미산과 같을 수 있어서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문지방과 같아 일체를 바르게 머무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고양이와 개 등의 짐승들과 같이 마음의 업을 성취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법 가운데 함[爲]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나는 새처럼 뜻대로 왕래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교만을 꺾는 일을 전타라(旃陀羅)와 같이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아란야(阿蘭若)에 머물기를, 온갖 짐승이나 원숭이와 같아 고을이나 마을을 좋아하지 않고, 출가(出家)와 재가(在家)의 모든 어지러운 일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대중을 거느려 가르치고 지시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 중생 가운데 태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일체의 중생을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겠습니까?
007_0889_b_02L또 어떻게 하여야 일체 외도가 되지 않고 천마(天魔)가 미혹하여 어지럽게 하는 것을 항복시킬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훌륭한 변재를 얻어 일체의 법을 결정코 모두 알 수 있게 하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의 부처님 법을 얻어서 남[他]을 따라 행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크고 굳게 믿어서 무너지는 일이 없을 것이며, 어떻게 하여야 큰 자비의 힘을 믿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깊이 믿어서 흔들림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믿음이 윤택하여 일체의 법 가운데 기쁨이 많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가장 뛰어나게 믿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는 데에 싫어함이 없겠으며, 어떻게 하여야 갖가지 믿음에 들어서 모든 선근을 심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여야 참되고 묘한 믿음을 증장시켜서 허망하고 거짓된 행을 없앨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하고 기쁘게 믿어서 일체의 질투를 없앨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하게 믿어서 일체 종지(一切種智)의 광명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기쁘고 즐거이 믿음을 내어 모든 장애와 악한 것을 없이 할 수 있으며, 지혜로써 기쁘게 믿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섭수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행하는 장엄한 믿음이 일체 세간의 영락(瓔珞)의 장엄보다 뛰어나게 하여 불찰토(佛刹土)를 청정하게 성취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청정한 계행으로 일체 성문, 벽지불의 마음을 길이 멸(滅)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큰 서원을 장엄하여 일체 짓는 바를 모두 다할 수[究竟]있겠습니까?
또 어떻게 하여야 일체 중생 가운데 상수(上首)가 되어 모든 선한 법을 행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피곤하고 게으름이 없이 일체 보살이 배우는 모든 바라밀을 가르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물러나지 않고 일체 부처님의 법을 많이 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무너지지 않아서 일체 외도와 삿된 스승에게 파괴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 모든 부처님을 깊이 믿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항상 모든 부처님을 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아버지와 같은 생각으로 일체 부처님의 법을 이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 힘의 가지(加持)로 일체 불법(佛法)의 광명 속에 태어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장애가 없어 일체 부처님의 법이 지금 앞에 모두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007_0889_c_02L또 어떻게 하여야 허깨비처럼 일체 법에 생각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화(化)와 같이 일체 법이 생멸(生滅) 없음을 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꿈과 같이 3세(世)가 가고 옴이 없다고 관찰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거울 속의 형상과 같이 일체 세계가 몸 가운데 나타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메아리 소리와 같이 일체 법이 지음[作]도 없고 함[爲]도 없는 인연으로 생길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그림자와 같이 일체 나는 법에 마음으로 취하거나 버림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비어 아무것도 없어서 일체 모든 부처님이란 생각을 멀리 여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양이 없어서 일체 법이 둘이 없다고 관찰하게 되겠으며, 어떻게 하여야 법계의 끝과 보리의 마음이 한량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집착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일체 세계의 성질이 무분별(無分別)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걸림 없이 행하여 일체 모든 부처님 국토 가운데 두루 노닐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다라니(陀羅尼) 하나를 듣고 말을 알아서 일체의 문자에 잘 통달하여 분별하고 해설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법의 스승과 같이 일체 부처님의 법을 잘 알 수 있겠습니까?
007_0890_a_02L또 어떻게 하여야 일체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와 일체의 부처님 위력의 가피를 입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용맹스러워서 유약한 소리를 내지 않고 큰 우왕(牛王)이나 사자 왕과 같이 걸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두려움이 없이 일체 세간으로 하여금 기쁘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 부처님의 법에 의혹이 없어서 평등하여 둘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여여(如如)를 통달하여 의심을 제거하고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깊은 법계를 밝힐 수 있어서 묻는 뜻을 잘 해설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남을 가르쳐 이롭게 하고 큰 자비를 구족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게으름을 제거하고 항상 설법을 좋아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법에 머물러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아첨하거나 간사하지 않고 성질이 순직(淳直)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눈[目]과 같을 수 있어 일체 세간의 등불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가벼이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일체 삼계(三界)를 뛰어나게 벗어날 수 있습니까?
007_0890_b_02L또 어떻게 하여야 쟁론(諍論)이 없어 가르침과 같이 행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어려움이 없어 주착(主着)함이 없는 행(行)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실제(實際)를 알아 모든 법을 분별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를 말하는 지혜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대승에 머물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두려움 없는 곳에 머물러 두려움을 아주 여의고 털끝이 오싹하는 등 모든 일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방편을 알아 일체의 수다라(修多羅) 등을 잘 통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쓸데없이 세간에 살지 않고 항상 대중 가운데 들어가 이익됨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 지혜의 우두머리로서 마땅한 세간의 공양과 큰 명예를 받을 수 있으며, 끝없이 찬탄하는 공덕으로 일체 중생의 복밭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크게 기뻐함이 한량없어서 항상 모든 여래의 사자좌 아래 앉아 있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으뜸가는 변재로써 능히 일체 부처님의 법을 물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뜻이 겁약(怯弱)하지 않은 변재를 얻어 모든 대중에게 두려움이 없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의 논의(論議)하는 변재가 사자 왕과 같아서 모든 외도를 항복하고 여러 외도의 다른 논사(論師)를 포섭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무너지지 않는 본래 서원이 장엄하여 일체의 삿된 다른 무리들을 꺾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교묘하게 설법하고 항상 사자좌에 처하여 일체의 부처님께서 인가하실 수 있겠습니까?
007_0890_c_02L또 어떻게 하여야 일체 세간의 뜻 없는 말을 아주 여의고 바른 가르침을 통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부처님의 법을 깊이 사랑하여 모든 여래께서 나시는 곳에 갈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참 법을 원하고 좋아하여 게으르거나 거만하지 않고 선지식을 잘 받들어 섬길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집착하지 않고 일체 세계에 노닐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서원과 수행을 구족하여 일체 중생을 교화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산호(珊瑚)와 같아서 온갖 상(相)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허공과 같아서 일체 법의 모양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보살과 같이 부처의 종자를 끊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보살도를 행하기를 쉬지 않고 대승법을 여의지 않으며, 어떻게 하여야 큰 갑옷을 입고 모든 부처의 광대한 계율 가운데서 기어이 머무르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는 관정(灌頂)을 얻어서 여러 10력지(力地) 가운데에 머무를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생각이, 모든 법이 행하는 것에 통달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 산수(算數)와 교묘한 방편을 알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의 이루어짐과 무너짐을 잘 알아 모든 장애를 멀리 떠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의 행에 머물지 아니하여 취하지도 버리지도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일체의 큰 시주(施主)로서 보시하고도 후회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모든 법 바다에 들어가 수승한 법보(法寶)의 뭉치[藏]를 보시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세간의 모든 행이 능히 일체 세간의 모든 모양을 여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광대한 신통으로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수순하여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여야 한 찰나의 시간으로 능히 일체 부처님 앞에 두루 이르게 되겠나이까?
어떻게 하여야 부처님 세계에 머물러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보고 바른 법을 듣고 스님들을 공양하며, 설령 출세간(出世間)의 여섯 가지 신통을 얻지 못하였거나, 진실로 세간의 다섯 가지 신통을 얻지 못하였거나, 모든 부처님 세계에 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 세계에 머물러서 다른 세계의 모든 불세존을 보고 그 설하시는 바른 법을 들어 받아 지니고 말씀대로 수행하겠나이까?
지금의 현자 아난이 세존 앞에서 직접 법을 들은 뒤에 모두 다 받아 지니고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듯이, 모든 보살도 몸이 이 세계에 살고 있으므로 저 세계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마는 모든 불세존을 두루 보고 법을 들은 뒤에 모두 받아 지니고 말씀대로 수행함이 그와 같으며, 이로부터 일체 나는 곳마다 항상 모든 부처를 여의지 않고 바른 법을 들어서 꿈속에서라도 모두 그와 같게 될 수 있습니까?”
이때에 세존께서는 현호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현호여,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이 여래에게 묘한 이치를 묻는 것은 그대가 일체 세간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또한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까닭이며, 또한 하늘 사람을 어여삐 여긴 까닭이며, 또한 미래세 가운데의 모든 보살을 포섭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007_0891_a_02L현호여, 그대는 일찍이 전생에 한량없는 모든 부처를 공양하고, 여러 선근을 심었으며, 바른 법을 듣고 받아 지녔으며, 바른 법을 좋아하여 공경하고 존중하였느니라. 지금 마하가섭이 교화를 행하기 위하여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함을 알아서 항상 한적한 아란야 처소를 좋아하여 혹 묘지 사이에서도 살았고, 혹 나무 밑에서도 있었고, 혹 맨 땅에도 앉아 있어서 눕지 않았고, 한 번 앉으면 옮기지도 않았으며, 걸식법을 닦아서 한 번 먹으면 두 번 먹지 않았고, 어느 때에는 앉아서 먹기도 하였으며, 다만 세 벌의 옷과 누더기 옷이 있을 뿐이요, 두타(頭陀)를 찬탄하고 모든 보살을 권유하여 보살의 행법을 가르쳐 보살을 기쁘게 하였으며, 모든 보살을 꾸짖고 보살을 가르치고 보여 주고 보살을 성취시켜서 이롭게 하였으며, 큰 자비를 행하여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내게 하였으며, 자재를 얻고 저 언덕에 이르러 뜻대로 일체 부처를 보고서 광대한 서원을 일으켜 깊고도 묘한 행을 행하였으며, 일체 지로써 보리의 기둥을 좋아하고 여래의 종성(種性)을 잘 수순하였으며, 보리 마음을 일으킴이 금강처럼 견고하여 세간 중생이 생각하는 바를 통달하였으므로 그 광대하고 묘한 행을 이루 헤아리지 못하여 언제나 일체 부처의 눈앞에 있는데, 현호여, 지금 그대의 공덕 가운데서는 조금도 말하지 못하리라.
현호여, 지금 보살 삼매가 있는데 그 이름은 사유제불현전삼매(思惟諸佛現前三昧)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은 삼매를 구족하게 수습하면 마땅히 위에서 물었던 모든 공덕을 섭취하느니라. 현호여, 마땅히 알지어다.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최상의 공덕이 있어서 이루 말로 하지 못하느니라.
007_0891_b_02L이때에 현호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좋습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이 보살이 염일체불현전삼매(念一切佛現前三昧)를 말씀하시어 이 세간에 하늘과 사람과 범천과 마군과 사문과 바라문과 모든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에게 이익을 많이 얻고 안락을 많이 얻게 하시며, 또한 미래의 모든 보살들이 이 염일체불현전삼매를 널리 들어서 그가 들은 뒤에는 모두 다 받들어 지니고, 이미 받들어 지닌 뒤에는 일체가 모두 진실대로 닦고 배우며, 가르침대로 받들어 행하고 이미 배우고 행한 뒤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서 현재에 이러한 공덕과 다른 가장 위의 공덕 등을 구족하게 성취하게 하소서.”
007_0891_c_03L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현호여, 어떤 것을 보살사유일체제불현전삼매라고 하느냐 하면 모든 보살이 이 삼매를 구족하게 성취하면, 곧 앞에 말한 모든 공덕의 일을 얻고 또 다른 특이한 공덕을 얻나니, 이른바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면 모두 앞에 나타나시어 그 마음이 어지럽지 않고 업(業)짓 기를 여의지 아니하며 가장 위의 지혜를 구하여 용맹스럽게 정진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중생을 제도하며, 항상 공덕을 닦고 광대하게 생각하며 선지식을 친근하고 모든 번뇌[蓋]를 없애며, 나쁜 벗을 멀리 여의고 세간의 말을 그치며, 모든 근문(根門)을 막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에 잠을 덜 자고, 의복과 의심과 탕약(湯藥)과 집과 방과 평상과 자리와 모든 도구를 탐하지 아니하며, 항상 공한(空閑)한 데를 좋아하며 아란야에 머무르고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자기 목숨을 중히 여기지 아니하여 모양과 빛을 집착하지 않고 그 마음을 함부로 아니하며, 자비한 마음을 닦고 자비한 행을 닦으며 모든 때에 기뻐하고 항상 여의는 마음을 행하며, 번뇌를 파괴하고 모든 선정을 성취하여 그 가운데 생각하며 맛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색상(色想)을 관찰하여 오직 공(空)의 마음을 얻으며, 바른 생각이 어지럽지 아니하여 모든 음(陰)을 취하지 않고 모든 입(入)을 집착하지 아니하며, 모든 계(界)를 생각하지 않고 태어나는 곳을 탐하지 아니하며, 교만하고 높은 체함을 조복하고 남의 재물을 질투하지 아니하며, 모든 세간을 위하여 이익을 많이 짓고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생각을 일으키며, 또한 중생에게 부모란 생각을 지어 모든 중생의 곳에 한 아들이란 마음을 지으며, 일체 법 가운데 다투는 생각을 없애어 비록 계율 지니기를 생각은 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항상 선정에 있으며, 또한 탐하고 물들지 않고 많이 듣기를 좋아하며 분별을 일으키지 않고 계율의 무더기[戒聚]를 손실하지 아니하며, 선정의 무더기[定聚]를 움직이지 않고, 지혜의 무더기[智聚]를 망령되게 아니하며, 모든 법에 의심이 없고 모든 부처님을 배반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을 비방하지 않고 모든 승가를 파괴하지 아니하며, 거슬리고 여읨을 좋아하지 않고 모든 선인을 친근하며, 어리석은 이를 멀리 여의고 출세(出世)하기를 구하지 아니하여 비록 말은 들을지라도 뜻은 듣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세간의 6미(味)를 탐하지 않고 5해탈법(解脫法)을 제거해 없애며, 10악(惡)을 없애고 10선(善)을 닦으려고 생각하며, 중생의 9번뇌를 끊어 없애고 마음으로 항상 9상관문(想觀門)을 여의지 아니하며, 항상 8해태(懈怠)를 버리려고 생각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8대인각(大人覺)을 닦으며, 선미(禪味)를 집착하지 않고 많이 듣는 것을 믿지 아니하며, 아만을 꺾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서 받들며 법을 구함이 은중(慇重)하고, 도를 닦아서 알며 중생을 어여삐 여기고, 나라는 분별을 여의며, 수명을 구하는 것이 필경에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모든 음(陰)을 관찰하여 물상(物想)이 없으며 열반에 머물지도 않고 생사에 집착하지도 아니하며, 모든 행의 번뇌에 굴러 두렵다는 생각을 내고 모든 음(陰)을 원수라고 생각하며, 모든 입(入)을 빈집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계(界)를 독사(毒蛇)라고 생각하며, 3계(界)를 고통이라고 생각하고 열반을 이롭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모든 욕심의 악을 관찰하여 침이나 콧물처럼 여기고 출가하기를 무척 좋아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중생에게 공덕 행하기를 권하여 모든 세계에 다시 물든 마음이 없고, 일체 부처님께서 모두 다 앞에 나타나심을 보며, 일체 몸을 받는 것을 모두 환술이나 꿈같이 여기며, 일체 모든 모양을 관찰하여 제거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여 3계를 보지 아니하며, 믿음이 청정하여 참되고 미묘하게 깊이 믿으며, 일체 부처님을 생각하되 3계가 평등하여 움직이고 구르는 것이 없고, 모든 선근과 일체 모든 부처님의 삼매와 자재(自在)를 가져서 마침내 모든 부처님의 상호와 몸을 집착하지 아니하며, 일체 법을 모두 다 평등하게 여기고 일체 세간과 다투지 아니하며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어기고 배반하지 않고, 무척 깊은 12인연(因緣)을 통달하여 일체 여래의 도 자리[道地]를 궁구하여 가장 위의 인욕을 얻어서 참된 법계(法界)에 들어가며, 중생계의 성(性)이 생멸이 없음을 보고 열반계가 본래 앞에 나타난 것을 보며, 지혜의 눈이 청정하여 법이 둘이 아닌 것을 관찰하고, 그 보리의 마음은 가운데도 없고 가장자리도 없으며, 일체 부처님은 체[體]이 차이가 없이 막힘 없는 청정한 지혜의 문에 드는데, 보리를 밝게 보므로 저절로 깨달아 알며, 선지식에게 부처님이란 생각을 일으키고 보살의 처소에 거슬리고 떠나기를 생각지 아니하며, 이미 생사에 마군을 파괴하고 일체 모든 일을 모두 환술처럼 여기며, 모든 여래를 거울 속의 모양처럼 보고 그 보리의 마음을 구하여 모든 바라밀에 평등하지 아니함이 없고 실제(實際)가 다함이 없어서 부처님의 공덕을 모으느니라.
또 현호여, 어떤 것을 보살사유제불현전삼매라고 하느냐 하면, 만일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가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어 모든 행을 구족한다면 홀로 공한 데 처하여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모든 곳, 어느 장소에 있거나 곧 서방의 아미타(阿彌陀)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생각하겠다.’ 이 사람은 이때 들은 대로 곧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내가 들은 바와 같이 그 아미타부처님께서는 지금 서방에 계시는데, 여기에서 백천억 모든 불국토를 지나면 그 세계가 있나니, 이름은 안락(安樂)이다. 이와 같은 여래께서 현재 거기에 계시면서 모든 보살에게 두루 둘러싸여 대중 가운데에서 설법하시어 교화하시느니라.’ 그래서 이 사람은 들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관찰함이 끊임없어서 환하고 분명하여 마침내 그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보느니라.
007_0892_c_02L또 현호여, 비유컨대 세간의 남자나 여자가 꿈속에서 온갖 일을 보는 것과 같나니, 이른바 금과 은과 모든 보배와 재물과 창고(倉庫)와 혹은 벗이나 모든 선지식의 무리를 보기도 하고, 혹은 깨었을 때 마음에 즐겁지 아니한 것을 보기도 하느니라. 이 사람은 꿈속에서 대했던 경계에 거슬리기도 하고 수순하기도 하며, 근심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며 때로는 말도 하고 기뻐하며, 무척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근심스럽기도 하고 온 뜻[盡意]이 슬프기도 하다가 이 사람이 깬 뒤에 생각나서 꿈에 본 대로를 남에게 널리 밝히고 꿈을 돌이켜 생각하여 근심과 기쁨을 내듯이 이와 같으니라. 현호여, 그 선남자와 선여인도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아 전일한 마음으로 ‘그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은 이러한 상호이실 것이고 이러한 위의이실 것이며, 이러한 대중일 것이고 이렇게 설법하실 것이다’고 생각하느니라. 들은 대로 꾸준히 생각하여 한결같은 마음이 차례로 이어서 어지럽지 않게 하루를 지내고, 또 하룻밤을 지내어 이렇게 이렛날 밤에 이르면 먼저 들은 대로 구족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기필코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보나니, 만일 낮에 보지 못하면 밤의 꿈속에라도 아미타부처님께서 나타나시느니라.
또 현호여, 비유컨대 남자나 여자나 멀리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꿈속에 본래 살던 집이 보이는데, 이때 진실로 낮인지 밤인지 알지 못하고 또한 안인지 바깥인지 알지 못하느니라. 이 사람이 이때 지닌 안근(眼根)을 담이나 벽이나 돌이나 산이 마침내 가리지 못하고, 나아가 깊숙하고 캄캄한 어둠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007_0893_a_02L현호여, 보살마하살의 마음이 장애가 없는 것도 이와 같아서 바르게 생각할 때에는 저 불국토 가운데 있는 일체 수미산왕과 철위산과 대철위산 내지 다른 모든 흑산(黑山) 등이 이 안근에 장애가 되지 않고, 또한 이 마음을 덮거나 가리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사람은 진실로 천안을 얻지 못하였을지라도 능히 그 부처님을 보고 또한 천이(天耳)가 없이도 그 법음(法音)을 들으며, 또한 신통력이 아니라도 그 세계를 가고 또한 이 세계에서 죽지 않고도 그 부처님 앞에 태어나나니, 진실로 이 세계 가운데 있으면서도 생각을 쌓고 닦아서 오랫동안 관찰하여 밝고 예리하기 때문에 마침내 그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과 여러 대중이 둘러싼 보살의 모임을 보기도 하고, 자신(自身)이 거기에서 법을 듣기도 하며, 들은 뒤에 생각하여 받아 지니고 수행하기도 하며, 또한 그 아미타 여래ㆍ응공ㆍ 등정각께 공양하고 예배하며 높이 받들어 공양하는 것을 보느니라. 이 사람은 그런 뒤에 삼매를 일으키고 그 관찰에서 나온 뒤에 차례로 생각하여 듣고 본 대로를 남에게 널리 말하느니라.
007_0893_b_02L또 현호여, 이 마가타국(摩伽陀國)에 세 장부(丈夫)가 있었는데, 첫째 사람은 비야리국(毘耶離國)에 있는 한 음녀(婬女) 수마나(須摩那)의 이름을 들었고, 그 둘째 사람은 음녀 엄라파리(奄羅婆離)의 이름을 들었고, 그 셋째 사람은 음녀 연화색(蓮華色)의 이름을 들은 이이니라. 그들은 들은 뒤에 각기 방편을 베풀어 꾸준한 뜻으로 부지런히 구하기를 잠시도 폐지하지 않았느니라. 그러나 그 세 사람은 진실로 일찍이 이러한 여자를 보지도 못하고 곧 멀리서 듣기만 하고서도 욕심이 일어나서 오로지 생각하기를 그치지 않다가, 그 뒤에 꿈으로 인연하여 왕사성에 살면서 그 여인과 함께 욕사(欲事)를 행하였느니라. 욕사를 이미 이룬 뒤에는 구하는 마음도 쉬고 희망(希望)도 이미 원만하고 깨었다. 깬 뒤에 꿈속에서 행한 것을 돌이켜 생각하여 보고 들은 것과 경험하여 아는 것과 이 생각한 대로를 그대의 처소에 와서 그대에게 갖추어 말할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그를 위하여 방편을 베풀어서 설법하고 수순하여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물게 할지어다. 그는 구경(究竟)에 반드시 부처를 이루는데, 호는 선각(善覺) 여래ㆍ응공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고 할 것이니라. 이러한 세 사람은 이미 법인(法忍)을 얻은 뒤에 지난 옛적 모든 일을 생각하면 환하고 분명하니라.
현호여, 그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만일 보살마하살사유일체제불현전삼매를 성취하려고 함도 이와 같아서, 그 몸은 항상 이 세계 가운데 머물지라도 잠시 그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의 이름만 듣고 꾸준한 마음으로 생각함이 서로 이어 차례가 있고, 어지럽지 아니하면 분명히 그 아미타부처님을 보나니, 이것이 보살이 생각이 구족하여 제불현전삼매를 성취하는 것이니라.
이 삼매로 인하여 부처님 몸을 얻어서 드디어 그 아미타부처님께 묻느니라. ‘세존이시여, 그 보살들은 어떤 법을 성취해서 이 불국토 가운데에 태어났나이까?’ 이때 아미타부처님께서는 이 보살에게 말씀하시느니라. ‘만일 사람이 마음으로 여기에 태어남을 구하여 항상 꾸준한 마음으로 아미타부처님을 바르게 생각함이 서로 계속되면 곧 태어나느니라.’ 이미 태어남을 얻은 뒤에는 세존께서 그의 마음을 아시기 때문에 그를 생각하시므로 그가 바야흐로 부처님 세존을 보느니라.
현호여, 이때 그 아미타부처님께서는 또 그에게 말씀하시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만일 너희가 지금 부처님을 바르게 생각하려면 이렇게 생각할지어다. 지금 아미타 여래ㆍ응공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은 이러한 32상(相)과 80수형호(隨形好)를 구족하셨을 것이고, 몸의 광명이 녹인 금 덩어리와 같으실 것이며, 모든 보배 수레를 구족하게 성취하셨고, 큰 광명을 놓으시며 사자 자리에 앉으시어 사문들 가운데에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실 것이다. 그 말씀하시는 것은, 이른바 일체 법은 본래 무너지지 않고 또한 무너뜨릴 이도 없나니, 색(色)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아서 나아가 식(識) 등의 모든 음(陰)도 무너지지 않으며, 또한 지(地)가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아서 내지 대(大:要素)인 까닭으로 모든 풍(風)도 무너지지 않으며, 또 입(入)인 까닭으로 색(色) 내지 촉(觸) 등은 무너지지 않으며, 또 무너지지 않는 범천과 일체의 세주(世主) 등도 이와 같아서 저 여래를 염(念)하지 않으며, 또 저 여래를 얻지도 아니하고, 그와 같이 여래를 염한 뒤에 이와 같이 차례로 공삼매(空三昧)를 얻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정념제불현전삼매(正念諸佛現前三昧)라고 이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