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취봉산(鷲峯山:靈鷲山)에 무량한 대보살(大菩薩)의 무리와 함께 계셨는데 미륵보살마하살이 상수(上首)가 되었다.
008_1015_a_04L一時佛在王舍城鷲峯山中,與無量大菩薩衆俱,彌勒菩薩摩訶薩而爲上首。
그때 동방(東方)에 10억의 범천이 모두 자비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많은 미묘한 공양구(供養具)로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공양을 마치고서는 제각기 많은 복이 생기는 연화좌(蓮華坐)에 앉아서 여래를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남ㆍ서ㆍ북방ㆍ사유(四維)ㆍ상(上)ㆍ하(下)에서 온 모든 범천들도 모두 이와 같이 하였다.
008_1015_b_02L이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긴 무릎을 꿇은 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덕세존(大德世尊)이시여, 일체지자(一切智者)는 모든 법성(法性)에 대해서 능히 바르게 깨닫고 요별하여 중생들의 선악(善惡)의 업(業)을 두루 알고 이로 말미암아 생사(生死)에 왕래하는 어리석은 범부들에게 3승(乘)의 도(道)를 잘 깨닫게 하고, 3승을 1승(乘)에 돌아가게 합니다. 또한 모든 중생들의 근성차별(根性差別)과 번뇌로 얽히고 덮인 속에 여래의 종자가 있음을 널리 다 분명히 보아 잘못하여 상실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 모든 법이 다 공하고 꿈같고 허깨비 같고 아지랑이 등과 같아서 견실(堅實)함이 있을 수 없음을 알고 다함없는 대자비(大慈悲)로 선교방편(善巧方便)을 써서 모든 범부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미묘한 색신(色身)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불신(佛身)이란 반야바라밀로 성취한 바이며 자연진실(自然眞實)이며 상주불변(常住不變)하여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복과 지혜를 부지런히 닦아 심식(心識)을 따라서 경계에 치달리지 않는 것이 마치 목마른 사슴이 넓은 들판에서 아지랑이를 물로 여기어 추구(追求)하는 것처럼 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곧바로 부처님을 뵙고 항상 설법을 듣고 능히 가르침에 의지하여 이치대로 수행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여래(如來)ㆍ응(應)ㆍ정등각(正等覺)께 약간의 여쭐 것이 있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자비로 불쌍히 여기시어 저를 위하여 널리 설하여 주시옵소서. 세존이시여, 보살이 어떻게 해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에 대해서 공력(功力)을 적게 쓰고 안락하고 게으름이 없이 광대한 불법을 속히 증득하며,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生死) 중에서 무량한 뭇 고통의 핍박을 받지 않고 모든 불법(佛法)을 속히 원만하게 얻을 수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미륵아, 네가 나의 처소에서 항상 묻더니 지금 묻는 이치가 나의 마음에 가장 드는구나. 네가 이제 모든 하늘과 사람과 모든 세간의 무량한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서 이익 된 바가 많고 안락(安樂)한 바가 많게 하려고 나에게 이러한 이치를 물으니,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서 분별하여 연설해서 모든 보살로 하여금 애써서 고행하지 않고 속히 불보리(佛菩提)를 증득하도록 하리라.
008_1015_c_02L불자(佛子)야, 만약 중생으로서 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행을 닦고 항상 안락(安樂)하기를 원하는 이는 마땅히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서 스스로 조복(調伏)하고, 이와 같이 수습(修習)하되 생각생각 중에 항상 육바라밀을 갖추어 수행하면, 속히 모든 인(忍)의 지위를 체달(逮達)하여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원만하게 빨리 증득할 것이다. 또한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18불공법(不共法)ㆍ32상(相)ㆍ80종호(種好)의 최상공덕을 구족(具足)하여 그 몸을 장엄하고, 미래제가 다하도록 항상 안락(安樂)한 데 머물러서 능히 모든 중생들이 무시이래(無始已來)로 지은 무거운 업장(業障)을 없애느니라.
불자야, 만약 모든 보살들이 자애로운 마음을 수습(修習)하려면 마땅히 텅 비고 한적한 곳에서 청정한 믿음으로 모든 심법(心法)을 거두고 몸의 상하의 뼈마디와 티끌의 덩어리가 흙[地]ㆍ물[水]ㆍ불[火]ㆍ바람[風]으로 화합(和合)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관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되 ‘저 하나하나의 티끌[微塵] 속에 모두 허공이 있고 이 모든 허공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모양을 삼지 아니함이 없다’고 하고, 또 마땅히 생각하되 ‘저 모든 티끌이 청정하고 명철(明徹)하여 밖은 유리(琉璃)와 같고 안은 자마금(紫磨金)과 같고 장엄함이 아름답고 부드럽고 향기롭다’고 한다. 다시 마땅히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하나하나의 중생의 뼈마디와 하나하나의 뼈마디마다 있는 티끌도 모두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고, 혹 모든 보살들도 자신과 타인과 일체 중생에 대하여 이와 같이 결정해(決定解)를 지어야 한다.
008_1016_a_02L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자신의 티끌 중에 하나하나의 티끌 속마다 에도 모두 불국토가 있고 그 가운데 궁전은 유리로 만들어졌고 백은(白銀)으로 문(門)이 만들어졌고 황금(黃金)으로 기둥이 만들어졌다. 널리 아름다움을 숭배하고 광명이 훤칠하게 비추고 보배로 된 집이 사이사이에 나열되었고 보배의 담장이 빙둘러 싸고 보각(寶閣)ㆍ보루(寶樓)가 곳곳마다 분포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 제각기 하늘의 보배로 된 평상이 있고 겹으로 된 방석과 비단으로 된 담요를 그 위에 펴놓았다. 다시 무량한 최고 좋은 동산이 있어 주위를 장엄하였고 그 동산 안에는 모두 욕지(浴池)가 있고 모두 7보로 욕지의 두둑이 만들어졌고 황금으로 된 난간이 있다. 사방으로 빙 둘러 맑은 샘물이 길게 흐르는데 그 가운데 이끌어 흘러 들어가고 향가루를 진흙에 개어 바르며 금모래를 섞어 장엄하고 8공덕수(功德水)를 가득 채워 깨끗하며 파두마화(波頭摩花)ㆍ우발라화(優鉢羅花)ㆍ구물두화(拘物頭花)ㆍ분타리화(分陀利花)가 아름답게 활짝 피어서 그 위를 두루 덮었다. 그 연못의 사방에는 여러 보배나무가 많으며 진주(眞珠)로 된 꽃은 광색(光色)이 풍성하고 그 열매는 잘 익어서 향기로운 맛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나무 아래마다 천보좌(天寶座)를 안치하고 하나하나의 자리 앞마다 보배그릇이 줄지어 나열되고 감로처럼 맛있는 음식이 가득 담겨있다’고 할지니라.
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모든 불국토는 청감유리(靑紺琉璃)로 땅이 이루어졌고, 미묘한 7보를 비단에 섞어 장엄하고 이 모든 국토 중에 있는 티끌은 청정하고 섬세하며 미묘하여 천상(天上)의 보배와 같고 그 광명의 비춤은 작열하는 밝은 태양과 같고 그 색(색)의 아름다움은 염부단금(염부단금)과 같고 향기의 훈훈함은 오라가전단(烏羅伽栴檀)과 같고, 부드러운 성질은 가전연(迦旃延)의 옷과 같아 몸에 접촉하면 능히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낸다’고 할지니라.
008_1016_b_02L또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와 같이 6도(道)의 모든 중생들이 모두 위의(威儀)가 같고 색상(色相)이 서로 비슷하며 그 몸은 부드럽고 항상 향기가 있으며 장부(丈夫)의 상(相)을 구족하게 장엄하고 모든 번뇌를 떠나 하늘의 쾌락을 받는다. 이 모든 중생들이 만약 의복과 장엄하는 도구를 꼭 구한다면 곧바로 겁파수(劫波樹) 아래에 나아가서 그 구하는 바에 따라서 생각대로 얻게 하고 갖가지 뭇 도구로 장엄하여 아름답게 하니, 비유한다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같다. 다시 향기로운 바람이 팔방(八方)에서 불어오고 그 바람이 몸에 스치기만 하여도 마음이 쾌적하고 기쁘며, 모든 악기가 연주하는 사람이 없어도 바람 부는 대로 움직여 미묘한 음성(音聲)을 낸다. 이 모든 중생들이 혹은 궁전에 있고, 혹은 동산에 노닐고, 혹은 모든 하늘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혹은 보배로 만든 그릇으로 감로(甘露)를 마시고, 혹은 연화대(蓮花臺)에 앉고 몸에 영락(瓔珞)을 차서 양쪽으로 늘어뜨리고 재물과 보배가 꽉 차 있다. 또한 뭇 도구가 충분히 갖추어져 좋아하는 대로 갖가지로 즐겁게 놀고 얼굴이 해맑아 편안하고 신심(身心)이 기쁘고 몸은 항상 병이 없어 왕성한 나이와 아름다운 용모로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공덕의 세력이 모두 동일한 류(類)이며, 남에게 부림을 받는 이가 없고 모두 능히 음욕[婬]ㆍ성냄[怒]ㆍ어리석음[愚癡]을 꺾어 없애어 마땅히 보리와 구경 안락을 증득한다’고 할지니라.
불자야, 이러한 자비(慈悲)를 닦는 이는 만약 이와 같이 중생들 중에서 한 중생이라도 자기를 어기는 일이 있어도 마음에 이것을 반연하여 애념(愛念)을 내지 않고, 마땅히 지혜로 깊이 자신을 관찰하고 ‘나는 과거세에 결정코 이 사람에게 무거운 업장을 지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도리어 오늘 나의 보리를 장애한다. 그러나 내가 만일 이 사람에게 환희심을 내지 않는다면, 그 밖의 다른 모든 중생들의 처소에서 마땅히 요익(饒益)한 일을 하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무시이래로 생사(生死) 중에서 한 중생이라도 과거세에 일찍이 나를 해치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이 중생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그 밖의 모든 중생들에게도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널리 모든 중생들에게 요익한 일을 행하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여기에서 반드시 자비를 생각하는 것이다.
008_1016_c_02L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진에(瞋恚)의 인연은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한다. 그러니 만약 원결(怨結)을 품으면 뒤에 반드시 독사(毒蛇) 속에 태어난다. 만약 내가 내세에 이러한 과보를 받는다면 마땅히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뜻을 매우 유쾌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가지고 있는 진에와 원결의 마음을 버려야 한다. 내가 만일 성냄과 원결이 많은 자라면 현재 시방(十方)에 계신 불세존(佛世尊)께서 마땅히 나를 보고 생각하시기를 〈어찌하여 이 사람은 보리를 구하고자 하면서 진에와 원결을 내는가? 이 어리석은 사람은 진에 때문에 스스로 모든 고통에서 해탈하지 못하거늘, 무엇으로 능히 모든 중생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실 것이다. 성냄이 많은 중생은 태어나는 곳마다 받는 몸이 악독(惡毒)으로 충만하기 때문에 마땅히 자비스러운 연민의 마음을 닦아 익혀서 영원히 진에와 원결을 여의어 매우 평등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이익 되고 안락케 하리라’고 할지니라.
008_1017_a_02L만약 이와 같이 생각하기를 ‘성냄과 원결을 여의리라’ 하고 나서 다음에 마땅히 생각하기를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ㆍ성문의 대중들이 함께 와 나의 모든 불국토의 궁전 속에 들어오되 이 모든 여래의 몸의 크기는 다른 이보다 한 배(倍)가 더 크고 모든 상호를 갖추고 단정하며 향내음이 물씬 풍기고 깨끗하다. 하늘의 의복(衣服)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제각기 천 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으로 장엄된 사자좌(師子座)에 앉고 하나하나마다 무량한 대중이 빙 둘러싸고 보개(寶蓋)로 덮고 뭇 보번(寶幡)을 매달고 갖가지 영락(瓔珞)을 두루두루 늘어뜨려 펴고 있다. 또한 하늘의 악기(樂器)가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는 감미롭고 청아하여 듣는 이가 희열(喜悅)을 느끼고 향내음의 바람이 살랑살랑 모든 보배나무에 불어 깃대ㆍ깃발ㆍ가리개ㆍ그물ㆍ영락 등의 물건에서 미묘한 음성을 내어 노래로 여래의 갖가지 공덕을 찬탄한다. 또 황금으로 된 그릇이 7보로 장엄되어 그 그릇의 광명은 마치 해와 달과 같고 향기는 단단한 흑전단(黑栴檀)과 같다. 감로수를 가득히 담아 모든 불보살님과 성문의 대중에게 공양드리고 그 모든 보살과 아라한 등은 모두 여래의 최상법(最上法) 중에서 유희하며 쾌락케 하리라’고 할지니라.
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모두 모든 부처님의 자리 앞에 앉아 있고,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닦는 행을 연설하시되 내가 지금 닦아 익히는 바와 같이 말소리가 미묘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하고,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최상의 즐거움을 얻게 하신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감로장(甘露裝)을 얻어서 씻고 목욕함에 피로한 고통이 없어져서 몸과 정신이 상쾌한 것과 같이 이것도 마찬가지이니 법(法)으로 마음을 적시어 모든 번뇌를 없애고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영원히 안락을 얻게 하리라’고 할지니라.
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이와 같은 모든 보당(寶幢)ㆍ번(幡)ㆍ개(蓋)ㆍ의복 등의 물건에 있는 미진(微塵)의 광명이 밝게 비춤이 태양보다 더 밝고 부드러우며 섬세하고 매끄러워 천신(天身)을 접촉한 것과 같고, 나오는 향내음은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과 같고, 그 색(色)은 청정하여 비유리보(毘琉璃寶)와 같아 모든 물상(物像)이 그 가운데 나타난다’고 할지니라. 또 마땅히 생각하기를 ‘저 모든 여래의 하나하나 여래신(如來身)마다 미진은 부드럽고 그 밝은 색(色)은 더욱 수승하여 앞의 미진(微塵)과 비교하면 백천 배가 넘는다’고 할지니라.
다시 마땅히 관찰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자성(自性)이 공하고 무아(無我)이며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눈병과 같으며 모든 부처님들도 이와 같이 자성이 모두 공(空)하여 본래 내[我]가 없건만 범부들은 무지하여 망령되이 집착하며 나와 자성이 있다고 하기 때문에 능히 생사(生死)에서 해탈하지 못한다’고 할지니라.
다시 마땅히 관찰하기를 ‘모든 법은 체상(體相)이 미세하고 모두 공적(空寂)하건만 범부들이 스스로 분별하여 모든 경계를 내고, 스스로 분별하는 중에서 도리어 자신을 얽어매고, 더 나아가서는 마음의 자성을 요달하지 못하여 그러한 때에 꿈속에서와 같이 망령되게 모든 경계에 집착한다’고 할지니라.
008_1017_b_02L다시 마땅히 관찰하기를 ‘모든 3계(界)는 공하며 허공은 허공을 장애하지 않건만, 지금 내가 가진 자비심은 오히려 협소(狹小)하다’고 할지니라. 또 마땅히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들과 모든 부처님의 자성이 공(空)하고 무아(無我)이므로 내 몸도 이와 같고 모든 국토도 오직 생각일 뿐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라는 이러한 견해를 가질지니라.
다시 마땅히 관찰하기를 ‘저 모든 존재하는 모든 미진(微塵)이 하나하나의 미진 중에 삼세(三世)의 모든 불국토가 있고, 이 모든 국토는 가장 청정하여 앞서 있던 불국토보다 뛰어나고, 삼세제불(三世諸佛)과 삼세중생(三世衆生)과 삼세장엄(三世莊嚴)의 일을 모두 다 구족하고, 삼세겁수(三世劫數)가 일념(一念)에 들어간다. 하나하나의 생각 중에 삼세제불이 모든 곳에 앉으시어 널리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시어 선정(禪定)에 들어가시고 묘법을 설하시며, 맛있는 음식을 잡수시고 감로수(甘露水)를 마신다.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 삼세보살과 아라한이 빙 둘러싼 채 앉아계시고, 삼세쾌락(三世快樂)이 그 몸에 충만하여 자신도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와 같이 삼세안락(三世安樂)을 받는다’고 할지니라.
008_1017_c_02L다시 마땅히 생각하되 ‘하나하나의 생각 중에 나의 삼세신(三世身)이 각각 무량한 최고 좋은 공양구를 가지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ㆍ성문에게 공양올리고, 중생류(衆生類)에게도 베푼다. 또한 하나하나의 생각에 그 몸으로부터 갖가지 향기로운 구름을 내고 그 향기로운 구름 속에 다시 무량한 보개(寶蓋)가 있고 장엄한 비단으로 모든 불여래ㆍ보살ㆍ성문과 여섯 갈래 세계의 중생들[六趣衆生] 위에 펴고 그 구름은 다시 하늘의 감로수와 단단하고 검은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 가루를 비 내리듯 내린다. 만타라화(曼陀羅花)ㆍ마하만타라화ㆍ파두마화(波頭摩花)ㆍ구물두화(拘物頭花)ㆍ분타리화(芬陀利花)ㆍ묘향화(妙香花)ㆍ묘의화(妙意花)가 모두 허공으로부터 흩어져 내리고 번갯불이 번쩍이는 광명은 태양이 활짝 솟아오른 것과 같으며, 우레 소리가 진동함에 듣는 이가 기뻐하고, 모든 불보살ㆍ성문과 모든 중생들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4위의(威儀) 중에서 그 몸이 항상 최상의 안락을 누린다’라고 할지니라.
008_1018_a_02L다시 마땅히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중생에게 안락을 주는 바는 단지 생각뿐이어서 허깨비 같고 화작(化作)한 것과 같으니, 비유하건대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나도 이와 같이 모든 중생들에게 갖가지 안락을 준다. 또 허깨비와 같아서 사물에는 자성이 없고 모든 중생들도 이와 같아서 본래 나라는 것과 내 것이라는 자성이 없다. 또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를 보고 망령되게 물이라는 생각을 내어 애써 달려가는 것처럼 내가 마음으로 자비를 행하는 것도 역시 그러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 아지랑이에게 물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나라는 자성(自性)이 없다. 또 꿈속에서 갖가지 물건을 보고 꿈꾸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사실이라고 여기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있는 것이 아님을 알듯이, 마땅히 모든 법도 다 그러한 줄 알며, 눈병이 있는 자가 깨끗한 허공 속에서 갖가지 물건을 보고 실제로 있다고 여기다가 그 사람이 나중에 아가타약(阿伽陀藥)1)을 얻어 눈병을 치료하면 보이던 물건들이 모두 따라서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중생들이 신견(身見)과 변견(邊見)이 있으므로 아상(我想)이 있다가 만약 지혜의 약을 얻어 이 견해를 없애면 있던 아상이 따라서 그친다. 이 때문에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이 자비를 닦아 꿈에서 깨어나듯이 나라는 것과 내 것이라는 생각을 떠나리라’고 할지니라.
불자야, 마땅히 알라. 이 자비를 닦는 자가 분별을 떠나지 못하여 나라는 것과 내 것이라는 견해를 일으키지 아니함이 없더라도 항상 여섯 가지 범천의 복을 얻는다. 그러나 만약 분별을 버리고 나라는 것과 내 것이라는 생각을 떠나면 이는 이름이 ‘광대(廣大)의 자(慈)’이며, 선세(先世)서부터 있어온 죄업장(罪業障)이 모두 없어져 오래지 않아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하느니라. 불자야, 모든 보살들도 마땅히 이와 같이 자비심을 닦아 익히나니, 네가 자비를 닦기 때문에 ‘자비한 이[慈者]’라고 이름하느니라.
불자야,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이 『수자경(修慈經)』을 듣는 자가 있으면 무시이래의 모든 악업장(惡業障)이 소멸되고, 뭇 병(病)의 액난을 떠나며, 모든 사람들이 경애(敬愛)하는 바가 되고, 그 중간이나 혹 임종(臨終)할 때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된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授記)를 받으며 혹은 삼매(三昧)를 얻고, 혹은 법인(法忍)을 얻고, 혹은 다라니문(陀羅尼門)에 들어가 그 마음이 안온하여 죽는 두려움이 없으며, 영원히 모든 악도(惡道)의 고통을 떠나고 반드시 청정한 극락 불국토에 태어나느니라.
불자야,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3계 중에 가득한 7보를 날마다 세 때에 여래께 일 겁 동안 받들어 보시한다면 그 사람의 공덕이 많음을 마땅히 알 수 있으니, 하물며 닦아 익히는 자이겠는가? 설사 무량한 모든 불여래께서 일 겁 동안 그 공덕을 말씀하시더라도 오히려 능히 다 말씀하실 수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