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내가 듣건대, 하늘과 땅[二儀]은 형상[像]이 있어, 만물을 덮고 실음으로 모든 생명을 품고 있음이 드러나고, 네 계절[四時]은 형태[形]가 없어,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가며 만물을 기르는 것이 감춰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늘과 땅을 자세히 살펴봄으로, 평범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모두 하늘과 땅이 운행하는 이치의 실마리를 알게 되지만, 하늘과 땅의 이치인 음(陰)과 양(陽)을 명확히 꿰뚫어 보는 데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그 변화의 모든 수를 다 아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하늘과 땅이 음양의 원리를 담고 있음에도, 음양의 이치를 쉽게 아는 것은 하늘과 땅이 형상이 있기 때문이요, 음양의 이치가 하늘과 땅에 담겨있을지라도 그 이치를 온전히 다 알기 어려운 것은, 음양의 변화는 형태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형상이 겉으로 드러나 그것을 파악할 수 있으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미혹되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고,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이 감춰져 그것을 엿볼 수 없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오히려 미혹되어 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불도(佛道)는 형상이 없이 텅 빈 가르침을 숭상하고, 깊고 현묘한 진리에 오르고 완전한 고요 속의 깨달음을 이끌어서, 모든 중생을 널리 구제하고 온 세상을 맡아 다스리며, 신령한 위엄을 일으키면 위로 그 한계가 없고, 그 신묘한 힘을 억누르면 아래로 그 끝이 없으며, 그 가르침을 거시의 세계로 확장하면 우주에까지 미치고 미시의 세계로 축소하면 터럭까지도 주관하니, 소멸하는 것도 없고 생겨나는 것도 없어서 천겁(千劫)이 흘렀어도 낡지 않고, 감춰진 듯 드러난 듯 온갖 복[百福]을 주관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도다.
현묘한 도는 그윽하고도 그윽하여서 그것을 아무리 좇아가더라도 그 끝을 알 수가 없고, 부처님의 법이 흘러 그 적멸의 경지에 깊이 잠기니 그 법을 아무리 퍼내어도 그 근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평범한 사람들과 초라하며 못난 사람들이, 불법의 뜻에 자신을 던지면 이 세상의 어떤 의혹도 없앨 수 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불교가 일어난 것은 서토(西土)를 기반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우리 당나라[漢庭]에 전해져 우리에게 희망의 환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요, 우리 중국에 부처님의 빛을 비추어 부처님의 자비가 흐르도록 한 것이다.
009_1035_b_02L옛날 온 세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가르침이 아직 전해지지 않아도 교화가 이루어졌으나, 현 시대에는 백성이 부처님의 덕행을 우러러보고서야 따를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이 진리의 빛으로 돌아서서 법도가 바뀌고 시대가 변화함에 이르러, 이전에는 부처님 얼굴[金容]의 찬란한 빛이 가려져서 삼천대천세계[三千]를 비추지 못하다가, 지금은 부처님의 아름다운 형상이 펼쳐지게 되어 단정하신 부처님의 32상[四八之相]을 보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의 정미한 말씀이 널리 전해져서 중생을 삼도(三途)2)에서 구제하였고, 선각자들이 남긴 가르침이 널리 전파되어 중생을 십지(十地)3)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참된 가르침은 사람들이 받들어 따르기 어렵고 그 가르침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으나, 세상에 아첨하는 가르침은 사람들이 따르기가 쉬워서 이에 참과 거짓이 얽히고설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만물의 실체가 없다는 공론[空]과 모든 현상의 본체가 있다는 유론[有]이 더러는 옛 습속을 따라 시비(是非)를 일으킨 것이고, 대승과 소승이 때때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 흥하고 망하게 된 것이다.
현장(玄奘) 법사라는 분이 있는데, 법문(法門)의 제일가는 스승이다. 그는 어려서 마음이 바르고 배우는 데 민첩하여 일찍 삼공(三空)4)의 마음을 깨달았고, 커서는 그 정신과 뜻이 불교의 가르침에 부합하여 먼저 사인(四忍)5)의 수행을 감당하였다. 소나무 숲에 부는 맑은 바람[松風]과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달[水月]도 그의 맑고 아름다움 성품에는 견줄 수 없었으니, 신선이 먹는 이슬[仙露]과 찬란한 구슬[明珠]을 어찌 그의 환하고 넉넉한 모습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의 지혜는 모든 것을 통달하여 얽매임이 없고, 그의 정신도 모든 것을 헤아리며 막힘이 없어서, 이미 육진(六塵)6)을 초월하고 멀리 벗어나니, 아득한7)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와 상대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닦는 데 모든 마음을 쏟으며, 불교의 정법(正法)이 업신여겨지고 쇠퇴함을 슬퍼하였고, 불문[玄門]을 깊이 고찰하여 불법의 심오한 경문이 잘못 전해짐을 안타깝게 여겨서, 불교 경문을 조리에 따라 이치에 맞게 분석하여 전에 들은 것들을 확장하고, 잘못된 것들은 끊어내고 참된 것들을 잇게 하여, 후학들에게 올바른 길을 열어주고자 하였다.
이 때문에 그의 마음은 부처님이 계신 곳[淨土]으로 향하게 되어 멀리 서역(西域)으로 떠나게 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떠나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홀로 여행을 하니, 쌓인 눈이 새벽에 이리저리 날리는데 길에서 갈 곳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모래 바람이 저녁에 갑자기 일어남에 텅 빈 밖에서 갈 방향을 잃기도 하였다. 만리(萬里)를 가며 만난 산과 강을 지날 때에도 자욱한 안개와 노을을 헤치고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용감히 나아갔고, 온갖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서리를 밟고 비를 맞으며 묵묵히 앞으로 발을 디뎠다. 부처님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중히 여기고 자신의 수고는 가볍게 여기며, 자신의 깊은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구하여, 서역을 17년 동안 두루 다녔다. 그동안 불도가 전해진 지역을 모두 다니며, 정교(正教)을 묻고 구하였다.
그는 쌍림(雙林)을 지나고 팔수(八水)에 이르러, 부처님의 도를 맛보고 불도의 유풍[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녹야원[鹿苑]에 가고 영취봉[鷲峯]에 올라 부처님의 신비하고 기이한 유적들을 우러러볼 수 있었다. 그가 앞선 성인들의 지극한 가르침을 받들고 현인들의 참된 가르침을 이어받으며, 오묘한 법문을 깊이 탐구하고 심오한 가르침을 정밀하게 궁구하니, 일승(一乘)과 오율(五律)의 도(道)가 마음 밭에서 치달리며 뛰놀게 되었고, 팔장(八藏)과 삼협(三篋)의 문장[文]이 그의 입안에서 파도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나오게 되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지났던 나라들로부터 삼장(三藏)의 핵심 경문을 모두 모아 가지고 왔으니, 모두 657부(部)이다. 그리고 번역된 경문은 중국에 널리 배포되어, 그의 빼어난 공덕이 온 세상에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
009_1035_c_02L그가 서역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운 구름을 이끌고 와서 중국에 불법의 비를 내리게 하니, 결함이 있었던 불교가 다시 온전해지고, 죄 가운데 고통 받던 중생이 다시 복(福)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불난 집[火宅]의 활활 타는 불꽃에 물을 뿌려서 다시는 미혹된 길로 가지 않게 한 것이고, 애욕의 캄캄한 파도에 빛을 비춰 피안(彼岸)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악(惡)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업(業)이 생겨 지옥으로 떨어지고, 선(善)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극락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극락에 오르고 지옥에 떨어지는 실마리는 오직 사람이 행한 것에 근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비유컨대 계수나무는 높은 산봉우리에서 자라므로 구름이 내리는 깨끗한 이슬만이 그 꽃을 적실 수 있고, 연꽃은 맑은 물결 속에서 꽃을 피우므로 날리는 티끌이 그 잎을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연꽃의 본성이 본래 깨끗하거나 계수나무의 바탕이 본래 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계수나무가 자라는 곳이 높기 때문에 탁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요, 연꽃이 의지한 곳이 맑은 물속이기 때문에 지저분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무릇 풀과 나무가 지각이 없을지라도 오히려 좋은 조건에 의지하여 선(善)을 이루는데, 하물며 사람은 지각이 있어 복된 조건을 가지고 복을 이룰 수 없겠는가. 지금 이 경(經)이 널리 전해져서 해와 달처럼 다함없이 이어지고, 이 복(福)이 멀리 펼쳐져서 하늘과 땅과 함께 영원하고 광대하기를 바라노라.
무릇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세상에 드러내어 널리 전함에,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면 그 가르침[文]을 널리 퍼뜨리지 못하는 것이요, 불법의 심오한 가르침을 받들어 분명히 밝히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그 뜻[旨]을 정확히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진여(眞如)의 성스러운 가르침은 모든 불법의 궁극적 근원이요, 모든 불경이 따라야 할 본보기이다. 그 담긴 내용은 너무나 넓고 크며 그 오묘한 뜻은 너무나 아득하고 깊어서, 공(空)과 유(有)의 정밀하고 미묘한 이치도 완전히 꿰뚫게 하고, 삶과 죽음의 가장 핵심적인 진리도 체득하게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은 너무 많고 복잡하며 그 도리는 너무 다양하고 넓어서, 불법을 찾는 자가 그 근원을 다 탐구하기 어렵고, 그 경문은 세상에 드러났어도 그 의미는 깊이 감추어져 있어, 불법을 실행하려는 자가 불법의 극의를 분명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다.
009_1036_a_02L 그러므로 부처님의 성스런 자비가 덧입혀져야 모든 중생의 업(業)이 선(善)으로 나아가고, 부처님의 신묘한 교화가 펼쳐져야 모든 세상의 인연[緣]에서 악(惡)이 끊어짐을 알게 되어, 불법의 그물[法網]이 넓게 펼쳐지고 육바라밀[六度]의 올바른 가르침이 널리 베풀어져, 모든 중생이 도탄(塗炭)에서 구원받고, 삼장(三藏)의 비밀스런 빗장[秘扃]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이름은 날개가 없어도 오래도록 세상에 전해졌고, 부처님의 도(道)는 뿌리가 없어도 영원히 견고하게 박혔으며, 부처님의 도와 이름으로 세상에 전해진 축복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감동시킨 부처님의 모습은 헤아릴 수 없는 겁이 흘러도 손상되지 않은 것이다.
새벽의 종소리[鍾]와 저녁의 게송 소리[梵], 이 두 가지 소리가 영취봉[鷲峯]에서 어우러지고, 부처님의 지혜의 빛[慧日]과 불법의 맑은 물[法流]이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돌아가 녹야원[鹿苑]에서 전해졌으니, 공중으로 치솟은 보개(寶蓋)10)는 떠도는 구름[翔雲]과 함께 나는 듯하였고, 들판의 무성한 봄 숲[春林]은 천화(天花)11)와 더불어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였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는 불교의 깊은 이치를 숭상함으로 복(福)을 받아, 옷을 늘어뜨리고 손을 꽂은 채로 있어도 온 세상이 다스려졌고, 그 덕(德)이 온 백성에게 입혀져, 공손히 옷깃을 여미고만 있어도 모든 나라가 고개를 숙이고 조공을 바쳤으며, 그 은혜가 죽은 자에까지 이르러 무덤에도 불교경전이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은택이 곤충에까지 미치어 금궤에도 불교의 게송이 담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아뇩달수(阿耨達水)12)가 중국의 중심13)에 흐르는 팔천(八川)14)과 통하게 되었고, 기사굴산(耆闍崛山:영취산)이 숭산과 화산[嵩華]의 푸른 봉우리와 맞닿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불법의 본성은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여, 온전히 불법에 귀의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법을 깨닫지 못하고, 지혜의 대지는 깊고 그윽하여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에만 감응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니, 어찌 칠흑 같은 혼돈의 밤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요, 화마가 휩쓰는 아침에 내리는 불법의 은택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모든 하천은 다르게 흘러도 모두 함께 바다로 모이고, 모든 만물의 이치는 나누어졌어도 결국 모두 만물의 실재를 이루니, 어찌 탕왕[湯]과 무왕[武]의 우열을 비교하며, 요임금[堯]과 순임금[舜]의 성덕을 서로 견주겠는가.
현장(玄奘) 법사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였고 담백하고 소박한 삶에 뜻을 두었으며, 정신은 어린 나이에도 한없이 맑았고, 신체도 세상 사람들보다 빼어났다. 선방[定室]에서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깊은 바위산[幽巖]에 자취를 숨겼으며, 삼선(三禪)15)의 세계에 오르고, 십지(十地)의 수행을 차례로 수행하였으며, 육진(六塵)16)의 경계를 초월하여 홀로 부처님의 땅[迦維:인도)을 밟고, 일승(一乘)의 뜻[旨]을 깨달아 그 근기에 따라 중생을 교화하였다.
009_1036_b_02L 현장은 중국에는 의거할 진경[眞文]이 없어 인도의 불경을 찾아서, 멀리 항하(恒河:갠지스 강)를 건너 불경을 가져오길 늘 바랐고, 이에 여러 차례 설산[雪嶺]을 넘어가 불경을 가져왔다. 도(道)를 물으며 인도에서 돌아오기까지 17년 세월 동안 불교 경전을 다 깨달아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에만 마음을 두게 되었다. 때문에 정관(貞觀) 19년 2월 6일 홍복사(弘福寺)에서 조칙[勅]을 받들어, 성교(聖教)의 중요한 문장을 번역하니, 모두 657부(部)이다. 이는 대해(大海)의 법류(法流)를 끌어다가 세속의 노고를 씻어서 마르지 않게 한 것이요, 지혜의 등불[智燈]을 전하여 세속의 어둠을 비춰 항상 밝게 한 것이니, 스스로 오랜 동안17) 좋은 인연을 심은 것이 아니라면, 어찌 불법의 뜻을 이렇게 드날릴 수 있었겠는가.18) 이것은 법상(法相)19)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해ㆍ달ㆍ별[三光]의 광명처럼 분명하고, 우리 황제폐하의 복덕이 이 세상에 오는 것이 하늘ㆍ땅[二儀]의 견고함처럼 확실함을 말한 것이다.
엎드려 황제폐하께서 지으신 여러 경론의 서문을 보니, 옛일을 비추어 현재를 뛰어넘게 한 것으로, 그 이치는 금석(金石)과 같이 웅장한 소리를 담고 있고, 그 문장은 풍운(風雲)이 뿌리는 은택을 간직하고 있다. 나(治:고종의 이름)는 이에 가벼운 티끌을 거대한 산악에 덧붙이듯, 이슬을 떨어뜨려 강물에 첨가하듯 내 글을 폐하의 서문에 덧붙임으로, 간략하게 그 대강(大綱)을 들어서 이 기문을 짓는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1)께서 광엄성(廣嚴城:바이샬리성) 안의 암라위(菴羅衛:암라팔리) 숲에서 대비구[大苾芻]들 8천 명과 함께 머물고 계셨다.
009_1036_b_15L一時薄伽梵住廣嚴城菴羅衛林,與大苾芻衆八千人俱。
또 한편 보살마하살은 3만 2천 명으로, 일체 대중이 알아주는 존재였으며 대신통의 업을 이미 이루었고, 모든 부처님의 위덕이 늘 그들을 가지(加持)하고 있었다. 그들은 법의 성(城)을 잘 수호해 정법을 섭수할 수 있었으며, 그들이 내는 큰 사자후의 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 아름다운 소리가 멀리 시방에 두루 진동하였다. 모든 중생이 일부러 청하진 않았지만 그들은 중생에게 좋은 벗[不請善友]이었다.
또 그들은 3보의 종성(種姓)을 계승해 끊이지 않도록 했으며, 악마와 적들을 항복시키고 모든 외도(外道)2)들을 제압했다. 그리하여 모든 장애와 번뇌[蓋纏]3)를 영원히 벗어났다.
009_1036_b_21L紹三寶種能使不絕,降伏魔怨、制諸外道,永離一切障及蓋纏。
009_1036_c_02L그들은 정념[念]과 선정[定]과 총지(總持)4)가 원만하지 않음이 없어서 전혀 걸림이 없는 해탈지(解脫智)의 문(門)을 세웠다. 즉 단절됨이 없이 뛰어난 일체의 염혜(念慧)ㆍ등지(等持)ㆍ다라니(陀羅尼)ㆍ변재(辯才)를 얻고, 제일가는 보시(布施)ㆍ조복(調伏)ㆍ적정(寂靜)ㆍ시라(尸羅)5)ㆍ안인(安忍)ㆍ정근(正勤)ㆍ정려(靜慮)ㆍ반야(般若)와 방편선교(方便善巧)와 오묘한 원(願)바라밀ㆍ역(力)바라밀ㆍ지(智)바라밀을 획득해서 얻을 바 없는 불기법인(不起法忍)6)을 성취했다.
그들은 구르는 데 따라 결코 물러날 줄 모르는 법륜(法輪)을 능히 굴렸으며, 모습 없는 오묘한 인[無相妙印]으로 인가를 다 받았다. 그들은 근기가 뛰어난 중생과 그렇지 못한 중생을 잘 알았으며, 모든 대중을 다룰 수 있는 무소외(無所畏)를 터득했다. 그들은 이미 다함없는 복과 지혜의 자량을 쌓았다. 상호(相好)로 꾸며진 몸은 그 색상(色像)이 비할 바 없이 빼어났지만, 세간의 온갖 아름다운 장식은 버렸다. 그들의 명성은 너무나 높아서 제석천(帝釋天)을 능가했으며, 그들의 의요(意樂)가 견고한 것은 마치 금강과 같았다. 모든 불법에 대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어서 일체를 비추는 법보(法寶)의 광명을 유출하고 감로의 비를 내렸다.
그들의 말씨나 음성은 미묘하기 짝이 없었으며, 법의 뜻[法義]과 광대한 연기(緣起)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했으며, 상대적인 관념의 습기[二邊見習]가 상속하는 것을 이미 끊어버렸다. 법을 펼칠 때는 어떤 두려움도 없는 것이 마치 사자후와 같았으며, 가르침[講說]은 마치 우레처럼 진동했다. 그들은 측량할 길 없는 존재였으며 측량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였으며 그들은 법보의 슬기를 모으는 데는 최고의 길잡이[大導師]였다.
그들은 정직하고 환히 알며 온화하고 은밀했으며, 모든 법의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에도 오묘하게 통달하고 있었으며 깊고 깊은 진실한 뜻[實義]에 깊이 통달해서 중생이 유취(有趣:6道)의 길을 가든 가지 않든 그들 의지가 지향하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 들어간다. 그들은 비할 바 없는 부처님의 지혜[無等等佛智]로 관정(灌頂)7)을 받아서 10력(力)ㆍ4무외(無畏)ㆍ18불공법(不共法)에 다가갔다. 그들은 이미 악취(惡趣)의 공포를 없앴으며, 다시 험난하고 더럽고 깊은 구덩이를 초월해 영원히 연기(緣起)를 버렸지만, 금강도장(金剛刀仗)으로 온갖 유취(有趣)에 태어날 것을 늘 생각하였다. 위대한 약왕(藥王)이 된 그들은 중생의 병에 대한 치료법을 잘 알아서 중생의 병에 따라 법의 약을 주어 병을 치유하고 안식을 베풀었다.
또한 한량없는 공덕을 남김없이 성취했으며, 헤아릴 수 없는 불국토를 엄정(嚴淨)하게 하였다. 그들을 보고 들은 자 중에 이익을 받지 않은 자가 없었고 그들이 하는 일은 헛된 것이 없었으니, 설사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구지(俱胝) 나유타[那庾多] 겁 동안 그 공덕을 칭송하더라도 그 공덕은 다하지 않을 것이다.
009_1037_a_02L그 보살들의 이름은 등관(等觀)보살ㆍ부등관(不等觀)보살ㆍ등부등관(等不等觀)보살ㆍ정신변왕(定神變王)보살ㆍ법자재(法自在)보살ㆍ법당(法幢:法相)보살ㆍ광당(光幢:光相)보살ㆍ광엄(光嚴)보살ㆍ대엄(大嚴)보살ㆍ보봉(寶峰:寶積)보살ㆍ변봉(辯峰:辯積)보살ㆍ보수(寶手)보살ㆍ보인수(寶印手)보살ㆍ상거수(常擧手)보살ㆍ상하수(常下手)보살ㆍ
연화엄(蓮花嚴:花嚴)보살ㆍ관자재(觀自在:觀世音)보살ㆍ득대세(得大勢)보살ㆍ범망(梵網)보살ㆍ보장(寶杖)보살ㆍ무승(無勝)보살ㆍ승마(勝魔)보살ㆍ엄토(嚴土)보살ㆍ금계(金髻)보살ㆍ주계(珠髻)보살ㆍ자씨(慈氏:彌勒)보살ㆍ묘길상(妙吉祥:文殊師利法王子)보살ㆍ주보개(珠寶蓋)보살 등 이와 같은 3만 2천 명의 상수(上首) 보살마하살들이었다.
009_1037_b_02L또 한편 지계범왕(持髻梵王:螺髻梵王)을 상수로 삼은 1만의 범왕8)들이 부처님께 예를 드리고 공양한 뒤 법을 듣기 위해 다른 4대주(大洲:4天下)가 속한 본무우(本無憂:Aśoka)의 계(界)로부터 와서 앉았다. 또 1만 2천의 제석천이 세존에게 예를 드리고 공양한 뒤 법을 듣기 위해 다른 4대주로부터 와서 자리에 앉았으며, 아울러 나머지 크나큰 위력을 가진 모든 하늘들[諸天]ㆍ용신(龍神)ㆍ야차[藥叉]ㆍ건달바[健達縛]ㆍ아수라[阿素洛]ㆍ가루라[揭路茶]ㆍ긴나라[緊捺洛]ㆍ마후라가[莫呼洛伽]ㆍ석(釋)ㆍ범(梵)ㆍ호세(護世) 등이 모두 와서 앉았으며, 비구[苾芻]ㆍ비구니[苾芻尼]ㆍ우바새[鄔波索迦]ㆍ우바이[鄔波斯迦]의 4부 대중들도 다 와서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헤아릴 수 없는 수십만 대중들에게 경건히 둘러싸여서 법을 설하셨다. 비유하자면 산의 왕 대보묘고산(大寶妙高山:須彌山)이 대해(大海) 위로 높이 솟아 있듯이, 뛰어난 대사자좌(大師子座)에 앉으셔서 휘황찬란한 위광(威光)을 발하셔서 모든 대중을 뒤덮었다.
당시에 광엄성 안에 사는 이첨비(離呫毘:릿차비) 종족 중에 보성(寶性:寶積)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그는 이첨비 동자 500명과 함께 제각기 7보(寶)로 장식된 일산[蓋]을 하나씩 들고 암라(菴羅)숲에 있는 부처님의 처소를 찾아와 저마다 일산을 세존께 바쳤다. 일산을 바치고 나서 부처님의 두 발에 머리 숙여 절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돈 뒤 한쪽으로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위신력(威神力)으로 이 7보 일산들을 한데 합쳐 하나의 7보 일산으로 만들었는데,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었으며 삼천대천세계의 광활한 모습이 7보 일산 속에 모두 나타났다.
009_1037_b_17L佛之威神令諸寶蓋,合成一蓋遍覆三千大千世界,而此世界廣長之相悉於中現。
009_1037_c_02L 또 이 삼천대천세계 속에 있는 대보묘고산왕ㆍ일체의 설산(雪山)ㆍ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ㆍ마하목진린타산(摩訶目眞隣陀山)ㆍ향산(香山)ㆍ보산(寶山)ㆍ금산(金山)ㆍ흑산(黑山)ㆍ윤위산(輪圍山:鐵圍山)ㆍ대윤위산(大輪圍山:大鐵圍山)ㆍ큰 바다ㆍ강ㆍ냇물ㆍ샘물ㆍ연못ㆍ백 구지(俱胝)에 달하는 4대주(大洲)ㆍ해ㆍ달ㆍ별ㆍ천궁(天宮)ㆍ용궁(龍宮)과 모든 천신들의 신궁(神宮), 모든 나라의 성읍과 왕도와 마을들이 남김없이 7보 일산 속에 드러났다. 또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정법을 설하시는 것이 마치 메아리처럼 들려왔는데, 이 역시 7보 일산 속에 다 나타나고 들려왔다.
그때 보성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들어 합장하고서 경건히 예배하였다. 그리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오묘한 게송[伽他]을 읊었다.
009_1037_c_07L爾時,寶性卽於佛前右膝著地,合掌恭敬,以妙伽他而讚佛曰:
청정한 눈은 빛나고 묘하며 단정하게 꾸며져 마치 푸른 연꽃잎처럼 깨끗하구나. 이미 제일의(第一義)9)의 청정한 의요(意樂)를 증득했으며 뛰어난 삼매[奢摩陀]로 피안에 이르셨네.
009_1037_c_09L目淨脩廣妙端嚴, 皎如靑紺蓮花葉,
已證第一淨意樂, 勝奢摩陁到彼岸。
가없는 청정한 업(業) 오래 쌓아서 광대하고 뛰어난 영예를 얻으셨네. 오묘한 열반의 길로 인도하시는 대사문(大沙門)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
009_1037_c_11L久積無邊淸淨業, 獲得廣大勝名聞,
故我稽首大沙門, 開導希夷寂路者。
대성(大聖)께선 이미 신통변화 보이셔서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국토 나타내시니 그 속에서 모든 부처님 하시는 설법 여기에서 모두 다 듣고 봅니다.
009_1037_c_13L旣見大聖以神變, 普現十方無量土,
其中諸佛演說法, 於是一切悉見聞。
법왕(法王)의 법력(法力)은 무리 가운데서 뛰어나니 일체 중생에게 늘 법의 재물[法財]10)로써 베푸십니다. 온갖 법의 모습 능히 잘 분별하면서도 제일의(第一義)를 관하여 원수와 적을 꺾습니다.
009_1037_c_15L法王法力超群生, 常以法財施一切,
能善分別諸法相, 觀第一義摧怨敵。
이미 모든 법에 대해 자유자재하시니 이 때문에 법왕(法王)께 큰절합니다. 법은 유(有)도 아니고 무(無)도 아니며 모두가 인연으로 건립됐을 뿐 나[我]도 없고 짓는 자[造者]도 없고 받는 자[受者]도 없지만 선악의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네. 처음 불수(佛樹:보리수) 아래에서 마(魔)의 세력을 꺾으셔서 감로와 열반의 뛰어남과 보리를 성취하셨네.
이 경지는 마음과 뜻으로는 지각[受]하거나 행할 수도 없는지라 모든 외도와 사도(邪道)들은 측량할 길 없습니다. 대천세계(大千世界)에 세 번 법륜(法輪)을 굴리셨는데11) 그 법륜은 적멸할 뿐만 아니라 본성도 적멸하네.
009_1037_c_21L此中非心意受行, 外道群邪所不測,
三轉法輪於大千, 其輪能寂本性寂。
이 보기 드문 법의 지혜를 천신과 인간이 증득하니 그에 따라 삼보가 세상에 출현하였네. 이 묘한 법으로 제도 받은 뭇 중생들 헛된 상념과 두려움 없어져 항상 고요하고 평화롭구나.
009_1037_c_23L希有法智天人證, 三寶於是現世閒,
以斯妙法濟群生, 無思無怖常安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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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고통을 치유한 위대한 의왕(醫王)이시니 그 가없는 공덕의 바다에 큰절합니다. 여덟 가지 법12)에 흔들리지 않음은 마치 수미산 같고 착한 자와 착하지 않은 자 누구에게나 자비와 연민 베푸시네.
009_1038_a_02L度生老死大醫王, 稽首無邊功德海,
八法不動如山王, 於善不善俱慈愍。
그 마음의 작용 항상 허공처럼 평등함을 유지하니 누구인들 이 능인(能仁:人寶)을 공경하지 않으랴. 이제 이 보잘것없는 7보 일산 세존께 바치고 나니 그 속에다 삼천대천세계 전체를 드러내시고 여러 천신과 인간, 용신 및 궁전들도 나타내시니 그러기에 그 지견공덕신(智見功德身)께 큰절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한 소리로 법을 설하시지만 어떤 이는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기뻐하며 어떤 이는 싫증을 내며 어떤 이는 의심을 끊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네.
009_1038_a_15L佛以一音演說法, 或有恐畏或歡喜,
或生厭離或斷疑, 斯則如來不共相。
십력제용맹(十力諦勇猛)께 큰절합니다. 어떤 두려움도 없는 경지[無所畏]를 터득하신 분께 큰절합니다. 결정코 불공법(不共法)에 도달하신 분께 큰절합니다. 일체를 이끄시는 스승님께 큰절합니다. 모든 결박을 끊으실 수 있는 분께 큰절합니다. 이미 피안에 도달해 확고히 머물러 계신 분께 큰절합니다. 고통 받는 중생을 널리 구원하시는 분께 큰절합니다.
일체의 모습 버려도 버린 것 없고 일체의 바람[願] 채워도 바란 것 없네. 그 대위신력,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으니 마치 허공처럼 아무 데도 머물지 않는 분께 큰절합니다.
009_1038_a_23L一切相遣無所遣, 一切願滿無所願,
大威神力不思議, 稽首如空無所住。
009_1038_b_02L
이때 보성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이 게송을 설한 뒤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500명의 젊은 보살들은 이미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들 모두는 내게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것에 관해 물었습니다. 여래께서 가엾이 여겨 청정한 불국토의 모습을 설해 주시길 진정으로 원합니다. 보살의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수행이란 어떤 것입니까?”
보성이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성이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대가 이제 보살들을 위해 여래에게 청정한 불국토의 모습에 관해 묻고, 또 보살의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수행에 관해 묻는구나.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겠으니, 그대들은 잘 듣고 명심하여라.”
그러자 보성과 모든 보살이 답했다. “좋습니다. 세존이시여, 법을 설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이제 모두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009_1038_b_11L於是寶性及諸菩薩咸作是言:“善哉,世尊!唯願爲說,我等今者皆希聽受。”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의 국토가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다. 왜냐하면 선남자들아, 모든 보살은 중생들의 발전[增長]과 이익에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攝受]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갖가지 청정한 공덕을 일으키는 데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얼마나 조복(調伏)되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부처님의 지혜를 얼마나 깨닫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이 이 같은 청정불국토에 들어감으로써 성스러운 근기의 행을 얼마나 일으키는가에 따라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009_1038_c_02L그 이유는 무엇인가? 선남자들아, 보살이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은 모두 중생의 이익과 발전을 위하고 또 갖가지 청정한 공덕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남자들아, 예컨대 빈 땅에다 집을 지어 마음껏 걸림 없이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땅에서는 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허공에서는 끝내 불가능할 것이다. 보살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일체의 법이 허공 같음을 알지만 오직 중생의 이익과 발전을 위하고 청정한 공덕을 낳게 하기 위해 그만큼의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청정한 불국토를 수용하는 것은 허공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보성아,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을 일으키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대승에 대한 마음을 일으킨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마음의 지향[意樂]을 순수하게 하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아첨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훌륭히 가행(加行)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훌륭히 가행을 일으키고 주지(住持)하는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마음을 고결하게 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착한 법을 구족하고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보시(布施)를 실천하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일체의 재법(財法)을 버릴 수 있는 모든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청정한 계율(戒律)을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열 가지 선행의 길을 원만히 성취한 순수한 마음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009_1039_a_02L 안인(安忍:忍辱)을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몸을 32가지 상으로 아름답게 장엄하고 인욕[堪忍]과 온유함과 적정(寂靜)을 닦은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정진(精進)을 닦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용맹정진으로 모든 선행을 닦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정려(靜慮)를 닦는 그 터전이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정념(正念)ㆍ정지(正知)ㆍ정정(正定)을 완벽하게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반야(般若)를 닦는 그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이미 정정에 들어간 일체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4무량(無量)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늘 사랑[慈]ㆍ연민[悲]ㆍ기쁨[喜]ㆍ버림[捨]으로써 살아온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4섭사(攝事)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모든 해탈에 의해 거둬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교묘한 방편의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온갖 법을 능숙히 잘 관찰하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일체의 4념처[念住]ㆍ4정근[正斷]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道支]에 통달하여 원만해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회향(廻向)을 닦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나라는 뭇 공덕의 장엄을 구족할 것이다.
009_1039_b_02L 8난처[無暇土]13)를 없애는 것을 잘 설하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그 나라는 3악취(惡趣)와 8난처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이다. 스스로 계행을 지키고 남을 비방하지 않는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얻을 때 그 나라는 범죄나 금지라는 이름조차 없을 것이다.
열 가지 선행의 길을 닦는 지극히 청정한 터전이 바로 보살의 청정한 불국토이니, 보살이 대보리를 증득할 때 수명의 양이 결정되고 크게 부유하며 고결한 행동[梵行]을 하며 그 말이 진실되고 늘 부드럽게 말하며, 권속들을 이간질하지 않고 은밀한 뜻[密意]을 잘 선양하고 모든 탐욕에서 벗어나 있고 성내는 마음이 없는 정견(正見)을 가진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태어날 것이다.
선남자들아, 이처럼 보살이 보리심을 일으키면 그에 따라 의요(意樂)가 순수하고 청정해진다. 의요가 순수하고 청정해지면 그에 따라 오묘하고 선한 가행(加行)이 있게 된다. 오묘하고 선한 가행이 있으면 그에 따라 의요는 더욱 증장한다. 의요가 더욱 증장하면 그에 따라 그치고 쉼[止息]이 있게 된다. 그치고 쉼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발기(發起)가 있게 된다. 발기(發起)가 있게 되면 그에 따라 회향(迴向)이 있게 된다. 회향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적정(寂靜)이 있게 된다. 적정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청정한 중생이 있게 된다.
청정한 중생이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장엄 청정한[嚴淨] 불국토가 있게 된다. 장엄 청정한 불국토가 있게 되면 그에 따라 청정한 법의 가르침이 있게 된다. 청정한 법의 가르침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오묘한 복이 있게 된다. 청정하고 오묘한 복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슬기[慧]가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슬기가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지혜[智]가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지혜가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행(行)이 있게 된다. 청정하고 묘한 행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한 스스로의 마음[自心]이 있게 된다. 청정한 스스로의 마음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청정하고 묘한 온갖 공덕이 있게 된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의 생각을 알아차리시고 즉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간의 해와 달이 깨끗하지 않아서 장님이 보지 못하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것은 장님의 잘못이지 해와 달의 허물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존의 불국토가 청정하게 장엄되지 못한 것도 여래의 허물이 아니며 중생의 죄 때문이다. 사리불아, 내 땅은 청정하지만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리불이 말했다. “대범천왕이여, 지금 이곳의 불국토가 청정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지계범왕이 말했다. “사리자여, 비유하자면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이 한량없는 보배 공덕으로 장엄되어 있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세존이신 석가모니불의 땅이 청정하여 한량없는 보배 공덕으로 장엄된 것이 바로 타화자재천궁과 같습니다.”
009_1040_a_02L지계범왕이 말했다. “대존자여, 그대의 마음에 높고 낮음이 있어 청정하지 못한 까닭에 부처님의 지혜와 의요(意樂)에도 높고 낮음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대에겐 불국토가 청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 것입니다. 만약 보살들이 중생에 대해 지니는 마음이 평등하고 공덕이 청정하다면 부처님의 지혜와 의요도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내 불국토가 지극히 청정하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에 망설임이 있는 걸 아시고서 발가락으로 대지를 누르셨다. 그러자 즉시 삼천대천세계가 헤아릴 수 없는 수십만의 묘한 보배로 장엄된 세계로 변했는데, 마치 공덕보장엄불(功德寶莊嚴佛)이 한량없는 공덕의 보배로 장엄한 것 같았다. 모든 대중들은 경이감에 차서 찬탄하였으며,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보배 연꽃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렇게 청정하다. 다만 여래는 열등한 중생들을 성숙시키기 위해 수많은 잘못과 더러움으로 오염된 땅을 보일 뿐이다.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삼십삼천의 천신들은 모두 단일한 보배 그릇으로 음식을 먹지만 저마다 쌓아온 업의 차이에 따라 제각기 취하는 음식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사리불아, 한량없는 중생이 동일한 불국토에 나지만 그들 자신의 마음이 깨끗한가, 더러운가에 따라서 불국토를 보는 데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다면 그 즉시 이 땅이 한량없는 공덕의 묘한 보배로 장엄되어 있음을 볼 것이다.”
그때 부처님 세존께서 신족(神足)을 거두시자 세계는 다시 전과 같아졌다. 그리하여 3만 2천 명의 성문승을 추구하는 자와 수많은 천신과 인간들은 모두 유위법(有爲法)의 무상함을 알고서 티끌의 더러움을 멀리 여의어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8천 비구들도 온갖 번뇌를 영원히 여의어서 마음을 훌륭히 해탈하였다.
당시 광엄성 안에 이첨비 종족의 대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을 무구칭(無垢稱:維摩詰)이라 하였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여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선근을 깊이 심었으며, 묘한 변재를 얻었으며 무생법인을 성취했다. 모든 총지를 체득해서 신통에 유희하였으며, 전혀 두려움이 없는 경지[無所畏]를 터득해 마군과 원수[魔怨]의 세력을 꺾었다.
법문(法門)에 깊이 정통하고, 지혜의 바라밀을 성취하고, 방편에도 통달했으며, 크나큰 서원[大願]을 원만히 성취했다. 그리하여 중생의 의요(意樂)와 행실도 훤히 요달했으며, 또한 중생 근기의 뛰어남과 하열함도 잘 알았고, 지혜바라밀을 성취하여 설법을 능숙하게 했다. 결정코 대승 속에서 닦아 익혔으며, 지어진 업에 대해서도 사량(思量)을 능히 잘했다. 그는 부처님의 위의(威儀)에 머물렀으며, 마음은 슬기의 바다[慧海]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감탄하면서 널리 칭찬하고 말씀을 나타냈으며, 제석천[釋]ㆍ범천[梵]ㆍ사천왕[護世]이 늘 예를 드리고 공경하였다.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해 무구칭은 훌륭한 방편으로 광엄성에서 살았다.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을 구제해 주기 위한 그의 재물은 결코 고갈될 줄 몰랐으며, 금기를 범하거나 한도를 넘은 자들을 돌보기 위해 청정한 계율을 지켰으며, 난폭하고 성내고 질투하고 악랄한 이들을 다스리기 위해 인내와 자기 통제를 잘 하였으며, 모든 게으르고 나태한 자들을 다스리기 위해 대정진(大精進)을 하였으며, 일체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선정(禪定)ㆍ정념(正念)ㆍ해탈(解脫)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14)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모든 중생의 어지러운 마음을 바른 결택(決擇)으로써 거두었으며 일체의 잘못된 생각[妄見]과 나쁜 지혜를 거두었다.
009_1040_c_02L비록 속인이었지만 사문의 위의와 공덕을 갖췄으며, 비록 집에서 살았지만 삼계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아내와 자식이 있었지만 늘 청정한 행실을 닦았다. 딸린 권속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늘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했고, 보석으로 장식한 옷을 입었지만 늘 상호(相好)로써 그 몸을 장엄했고, 비록 음식을 먹고 마시긴 했지만 늘 선정과 등지의 맛을 섭취했다. 비록 바둑, 장기 같은 오락을 중생들과 함께 즐겼지만 실제로는 늘 그들을 성숙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비록 일체 외도의 궤의(軌義)를 품수 받았어도 불법을 즐기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일체 세간의 모든 경서와 논(論)에 밝았어도 집안의 정원[內苑]에서는 늘 법의 즐거움을 음미하였다.
마을의 모든 집회에 나가서도 늘 최고의 설법자로 존경받았으며, 존귀함과 비천함에 대한 세상의 가르침을 따르면서도 하는 일에는 늘 빈틈이 없었으며, 세간의 재물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세속의 이익에 대해 익힌 바가 있었다.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저자와 거리에 나가 노닐었으며, 중생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정사(政事)를 다스렸으며, 법을 강론하는 곳에 들어가서는 대승으로 인도했으며, 어린이를 깨우쳐 주기 위해 학당(學堂)에 들어갔으며, 욕망의 지나침을 보여 주기 위해 음란한 곳에도 들어갔다. 술을 마셔도 정념(正念)과 정지(正知)를 잃지 않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유흥가에서 노닐었다.
장자들 가운데 있으면 장자들의 어른이 되어서 그들에게 뛰어난 법을 설해 주었고, 거사들 가운데 있으면 거사들의 어른이 되어서 그들의 탐욕과 집착을 끊었으며, 찰제리(刹帝利) 가운데 있으면 찰제리의 어른이 되어서 인욕을 가르쳤고, 바라문 가운데 있으면 바라문의 어른이 되어서 아만(我慢)을 없애 주었고, 대신(大臣) 가운데 있으면 대신들의 어른이 되어서 정법으로 가르쳤고, 왕자들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충효(忠孝)로써 보여 주었다.
내관 가운데 있으면 내관들의 어른이 되어서 궁녀들을 올바르게 교화했고, 서민들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상사(相似)한 복덕의 뛰어난 의요(意樂)를 수행했으며, 범천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모든 대중들에게 정려(靜慮)의 차별을 보여 주었고, 제석천 가운데 있으면 그들의 어른이 되어서 모든 무상함을 다 자재하게 나타내 보였고, 호세(護世) 가운데 있으면 호세의 어른이 되어서 일체의 이익과 안락을 수호했다. 이처럼 무구칭은 불가사의하고 한량없는 능숙한 방편의 지혜문[慧門]으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었다.
무구칭은 그들이 도착하자 몸의 병을 이유로 널리 법을 설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4대(大)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이 몸은 강하지도 굳세지도 못하고 힘도 없는 무상한 것입니다. 너무나 빨리 썩기 때문에 믿고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통스럽고 번뇌스러운 온갖 병의 그릇으로서 허물과 근심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어진 이들이여, 이 같은 몸은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이 의지할 바가 못 됩니다.
이 몸은 붙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거품 덩어리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포말 같은 것이며, 이 몸은 많은 번뇌와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아지랑이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알맹이 없는 파초와 같은 것이며, 이 몸은 뒤바뀜[顚倒]으로부터 생겨난 허깨비[幻] 같은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하게 나타난 꿈과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업의 인연[業緣]에 따라 나타나는 그림자 같습니다.
이 몸은 인연 따라 생기는 메아리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순식간에 변하면서 사라지는 구름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순간순간 변하여 소멸되는 번개 같은 것이며, 이 몸은 주인이 없는 것이 마치 땅과 같으며, 이 몸은 나[我]라는 것 없는 것이 마치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정(情)이 없는 것이 마치 불과 같으며, 이 몸은 목숨이 없는 것이 마치 바람과 같으며, 이 몸은 보특가라(補特伽羅)15)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009_1041_b_02L이 몸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4대(大)로 집을 삼으며, 이 몸은 텅 비어서 나[我]와 내 것[我所]을 여의었으며, 이 몸은 지성이 없는 것이 마치 초목과 같으며, 이 몸은 지음[作]이 없어서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 몸은 청정하지 않아서 더러움과 악으로 가득 찼으며, 이 몸은 거짓된 것이니 비록 임시로 입고 먹고 마시면서 기르고 있긴 하지만 끝내는 부서져 사라지는 것이며, 이 몸은 우환이 많으니 404가지의 병들이 모인 곳이며, 이 몸은 부서지기 쉬우니 오래된 우물이 말라붙듯이 늘 노쇠함의 핍박을 받으며, 이 몸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서 반드시 죽게 마련이며, 이 몸은 원수의 해침과 같으니 독사가 가득 차서 두루하는 곳이며, 이 몸은 빈 마을과 같으니 온(蘊)ㆍ처(處)ㆍ계(界)가 합성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진 이들이여, 이러한 몸에 대해서는 마땅히 싫어하여 벗어나려고 해야 하며, 여래의 몸에 대해서는 기뻐하는 마음을 내야 한다.
009_1041_b_04L諸仁者!於如是身應生厭離,於如來身應起欣樂。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한량없는 선법(善法)이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뛰어난 복덕과 지혜를 헤아릴 수 없이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뛰어난 계율[戒]ㆍ선정[定]ㆍ지혜[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을 헤아릴 수 없이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를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보시ㆍ조복(調伏)ㆍ적정(寂靜)ㆍ계(戒)ㆍ인(忍)ㆍ정진(精進)ㆍ정려(靜慮)ㆍ해탈ㆍ등지(等持)ㆍ등지(等至)ㆍ반야ㆍ방편ㆍ원(願)ㆍ역(力)ㆍ지(智)를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일체의 바라밀[度彼岸]을 닦은 데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6신통[通]을 닦아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며, 3명(明)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37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지관(止觀)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10력(力)과 4무외(無畏)를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18불공법(不共法)을 닦아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일체의 착하지 못한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쌓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진리[諦]의 실제를 방일하지 않고 닦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며, 한량없는 청정한 업을 닦은 데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1)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운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를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는데, 태종이 작성한 서문이 바로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이다.
2)죄를 지은 결과 태어나서 고통을 받는 세 가지 길로, 곧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을 말한다.
3)성문ㆍ연각ㆍ보살의 삼승이 공통으로 닦는 열 가지 수행 단계를 말한다.
4)삼해탈(三解脫), 또는 삼삼매(三三昧)라고도 한다. 아공(我空), 법공(法空), 아법구공(我法俱空)을 가리키기도 하고 삼공해탈(三空解脫), 무상해탈(無相解脫), 무원해탈(無愿解脫)을 가리키기도 한다.
5)여기서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보살이 도리에 안주(安住)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인에는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이 있다.
6)인간의 심성을 더럽히는 여섯 가지 경계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육경(六境)을 말한다.
7)원문에는 ‘척(隻)’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맞지 않아 ‘형(夐)’으로 교정하여 번역하였다.
8)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것을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다. 황제술성기는 바로 고종이 기문을 썼다는 의미이다.
9)고종이 황태자일 때 이 기문을 지었다는 뜻이다. 춘궁(春宮)은 황태자를 가리킨다.
10)『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나오는 보옥(寶玉)으로 꾸며놓은 화려한 일산(日傘)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상이나 탑의 상부를 장엄하게 꾸미는 데 사용된 덮개를 말한다, 본래는 천으로 만들었으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금속이나 목재로 조각하여 만들기도 하였다.
11)고승이 불경을 강론할 때 하늘이 감동하여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12)향취산(香醉山)의 남쪽, 대설산(大雪山)의 북쪽에 있다는 상상의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이 연못은 둘레가 8백 리이며, 여기에 용왕이 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물이 흘러내려 섬부주(贍部州)를 비옥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13)경기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기는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지역으로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지역을 말한다. 즉 나라의 중심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14)중국 고대 관중지방에 흐르는 8개의 하천을 말한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이 바로 이 관중지방에 있다.
15)색계의 네 가지 단계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세계로, 물질세계는 존재하나 감각의 욕망에서는 벗어난 청정(淸淨)한 세계를 말한다.
16)마음을 더럽히는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17)원문에는 ‘치(夂)’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구(久)’로 번역하였다.
18)원문에는 ‘양(楊)’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양(揚)’으로 번역하였다.
19)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나 상태를 말한다.
1)bhagavat의 음역. 바가바(婆伽婆)라고도 하며 위대한 자, 번뇌를 이긴 자라는 뜻. 세존(世尊)이라고 한역한다.
2)부처님의 가르침을 제외한 다른 종파의 사상을 총칭한 것이다.
3)덮개[蓋]와 얽힘[纏]은 모두 번뇌의 다른 이름으로 5개와 10전이 있다.
4)선은 잘 간직해서 잃지 않고 악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간직해 잊지 않는 것이다.
5)sīla의 음역. 6바라밀의 하나로서 계(戒)라고 한역한다.
6)일체 만법은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다[不生不滅]는 사실을 깨달아서 그 경지에 안주하는 것이다.
7)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보살의 정수리에 부어서 보살이 부처님 지위에 이를 것임을 증명하는 의식이다.
8)범천왕(梵天王)ㆍ범천(梵天)이라고도 한다. 인도 전통사상에서는 우주의 창조자였으나 불교에서는 색계 초선천(初禪天)을 다스리는 자를 말한다. 제석천과 함께 불법(佛法)을 수호한다.
9)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원리.
10)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속적인 재물과 대비하여 법재(法財)라고 한 것이다.
11)부처님께서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가르침을 세 가지 형식으로 가르치신 것. 첫 번째는 고ㆍ집ㆍ멸ㆍ도를 제시한 것[示轉]이고, 두 번째는 그 각각에 대해서 고를 알고 집을 끊고 멸을 얻고 도를 닦으라고 한 것[勸轉]이며, 세 번째는 부처님 스스로 그것들을 얻었음을 증명한 것[證轉]이다.
12)이익과 손해, 명예와 비방, 비난과 칭찬, 괴로움과 즐거움.
13)부처님을 볼 수도 없고 불법을 들을 수도 없는 여덟 가지 경계. 지옥ㆍ아귀ㆍ축생(이상 셋은 고통이 너무 심해 불법을 듣지 못함)ㆍ장수천(長壽天:장수를 즐기느라 구도심을 일으키지 않음)ㆍ변지(邊地:즐거움이 너무 많아 불법을 듣지 않음)ㆍ농맹음아(聾盲瘖瘂:감각기관이 망가져서 불법을 듣거나 보지 못함)ㆍ세지변총(世智辨聰:세간의 지혜에 뛰어난 올바른 이법을 따르지 않음)ㆍ불전불후(佛前佛後: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때)이다.
14)samapatti의 한역. 몸과 마음이 평화롭고 안온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15)pudgala의 음역. 개체ㆍ개체성ㆍ개인을 말하는데,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주체, 즉 아(我)와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