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0_0673_a_01L심밀해탈경(深密解脫經) 제1권
010_0673_a_01L深密解脫經卷第一


원위(元魏) 천축삼장 보리류지(菩提流支) 한역
김성구 번역
010_0673_a_02L元魏天竺三藏菩提流支譯


1. 서품(序品)
010_0673_a_03L序品第一

귀명석가모니불(歸命釋迦牟尼佛).
010_0673_a_04L歸命釋迦牟尼佛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0_0673_a_05L如是我聞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법계의 전당이며 여래의 경계인 곳과, 여러 가지 보배가 빛나서 일체 장엄이 제일인 곳과, 두루 무량한 세계에 이르는 곳과, 큰 광명을 놓아 널리 비치는 곳과, 무량한 선교(善巧)가 차별되게 머무는 곳과, 분제(分齊)와 과분제(過分齊)가 없는 곳과, 일체 삼계의 경계를 지나 출세간의 상상(上上)이 되는 선근을 성취하는 곳과, 청정과 자재와 해탈과 무애를 잘 얻는 곳과, 모든 부처님의 신력이 주지(住持)하는 곳과, 한량없는 보살들이 행하는 곳과, 무량한 모든 무리 천(天)ㆍ용(龍)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人非人]들이 다니는 곳과, 이 큰 법계가 구경(究竟)에 만족하고 즐거운 곳과, 필경에 능히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곳과, 일체 번뇌인 때[垢]를 여의는 곳과, 일체의 마군과 원수와 도적을 여의어 모든 부처님이 주지(住持)하고 장엄하시는 곳과, 큰 법의(法意)를 지닌 이가 밝히는 곳과, 사마타(奢摩陀)와 비바사나(毘婆舍那)와 대승의 곳과,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에 들어 크게 해탈하고 즐거운 곳과, 무량한 공덕의 무리인 대보련화왕(大寶蓮華王)의 장엄하는 곳에 머무셨다.
바가바께서 이렇듯 불가사의하며 자재한 곳에 머무셨다.
010_0673_a_06L一時婆伽婆住法界殿如來境界處——衆寶赫焰一切莊嚴第一之處遍至無量諸世界處放大光明普照之處無量善巧差別住處無有分齊過分齊處過諸一切三界境界出世閒上上善根境界成就之處善得淸淨自在解脫無㝵之處諸佛如來神力住持之處無量菩薩衆所行處量諸衆天夜叉乾闥婆阿修羅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之所行處是大法界究竟滿足喜樂之畢竟能與一切衆生利益之處諸一切煩惱垢處離諸一切諸魔諸佛住持莊嚴之處大法意去之所明處奢摩他毘婆舍那大乘之處入空無相無願大解脫樂處無量功德衆大寶蓮華王之所莊嚴處——婆伽婆住如是等不可思議自在之處
010_0673_b_02L 모든 부처님께서 각(覺)과 소각(所覺)을 잘 깨치시고 2행(行)을 여의시어 무상(無相)에 이르신 곳이었다.
모든 부처님의 행을 행하여 모든 여래의 일체 평등을 얻고 장애가 없는 이의 가는 곳에 이르렀으며, 능히 일체 불퇴전(不退轉)인 법륜에 이르렀고, 능히 항복할 수 없는 경계와 불가사의한 체(體)에 이르렀으며, 일체 3세가 평등함에 이르렀고, 두루 일체 세계의 몸(身)에 이르렀으며, 모든 법의 의심 없는 곳에 이르렀고, 능히 일체 구경(究竟)의 지행(智行)에 이르렀으며, 모두 법과 지혜에 의심이 없는 데 이르렀고, 일체 무분별신(無分別身)을 얻었으며, 일체 보살들이 지혜를 물음에 모두 대답하고, 능히 무이행(無二行)의 저 언덕에 이르렀으며, 모든 부처님의 차별 없는 해탈지(解脫智)의 처소에 이르렀고, 능히 가[邊]가 없고 중간도 없는 삼매에 이르시니 경계가 광대하여 법계와 같으며, 마침내 허공과 같아서 미래제가 다하였다.
무량한 성문들과 함께하시니 마음이 잘 조복되어서 모두가 불자(佛子)였다. 마음의 해탈을 잘 얻고, 지혜의 해탈을 잘 얻고, 청정한 계(戒)를 잘 얻어서 법을 구하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어 다문(多聞)을 성취하고, 다문에 머물고, 다문을 구족하였으며, 생각할 바를 잘 생각하고 말할 바를 잘 말하고, 지을 바를 잘 지으며, 온갖 빠른 반야(般若)를 잘 얻고, 모든 빨리 가는 반야를 잘 얻었으며, 일체의 맹리(猛利)한 반야를 잘 얻었으며, 3명(明)을 구족하여 제일법(第一法)을 보고, 적정(寂靜)한 위의를 필경에 성취하며, 인욕하고 유화(柔和)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 능히 말씀대로 수행하였다.
010_0673_b_02L諸佛如來善覺所覺離於二行到無相處行諸佛行得諸如來一切平等到無障㝵之所去處能到一切不退法輪能到不可降伏境界不可思議能到一切三世平等遍至一切諸世界身到於諸法無疑之處能到一切究竟智行悉能到於法智無疑諸一切無分別身能答一切菩薩問能到無二行之彼岸能到諸佛無有差別解脫智處能到無邊無中三境界廣大如法界究竟如虛空未來際與諸無量聲聞衆俱——心善調皆是佛子善得心解脫善得惠解善得淸淨戒求法者與樂成就多住持多聞具足多聞善思所思說所說善作所作善得一切速疾般善得一切疾去般若善得一切猛利般若具足三明見第一法得究竟能作淸淨受大施主具足成就靜威儀畢竟成就忍辱柔和善受佛能如說行
010_0673_c_02L이때 무량한 보살들이 모두 가지가지 무량한 불토에서 모여드니, 이 모든 보살들은 모두 일체 소구대처(所求大處)에 머무는 분들이었다. 필경에는 능히 위없는 큰 법을 취하며, 일체 중생의 평등한 마음을 얻으며, 일체 분별과 분별을 여의었으며, 일체 마군과 원수와 도적을 항복받았으며, 일체 성문과 벽지불의 생각하는 곳을 여의었으며, 큰 법의 맛을 얻어 희락(喜樂)이 구족하였으며, 다섯 가지 두려움을 지나 불퇴지(不退地)를 얻었으며, 1승의 체가 나타나서 능히 일체 중생의 두려워하는 자리를 멸하였으니, 이러한 불가설(不可說)ㆍ불가사(不可思)ㆍ불가칭(不可稱)ㆍ불가량(不可量)ㆍ불가수(不可數)의 보살들과 함께하셨다.
010_0673_b_23L時諸無量大菩薩衆從無量種種佛土而來集會——是諸菩薩皆住一切所求大處畢竟能取無上大法得一切衆生平等之心離諸一切分別分別降伏一切諸魔怨敵諸一切聲聞辟支佛之所念處得大法味喜樂具足過五怖畏得不退地一乘之體現前能滅一切衆生怖畏之地——如是等不可說不可思不可稱可量不可數菩薩衆俱

2. 성자선문보살문품(聖者善問菩薩問品)
010_0673_c_09L聖者善問菩薩問品第二

그때 바가바께서 백천만 아승기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하셨다.
010_0673_c_10L爾時婆伽婆百千萬阿僧祇大衆前後圍遶爲諸菩薩說甚深法
그때 대중 가운데에 성자(聖者)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문(善問)이었다. 대중 가운데 앉아서 말이 없고 두 모양이 없는 제일의제(第一義諦)에 의지하여 성자 심밀해탈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일체 법이 둘이 아니라 하니, 어떤 것이 일체 법이며, 어떤 것이 둘이 아닌 것입니까?”
010_0673_c_12L時大衆中有聖者菩薩摩訶薩名曰善問衆中坐卽依無言無有二相第一義問聖者深密解脫菩薩言佛子一切法不二一切法不二者何者爲一切法云何名不二
그때 심밀해탈보살이 선문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일체 법이란 두 가지가 있으니, 그 두 가지란 첫째는 유위법(有爲法)이요, 둘째는 무위법(無爲法)입니다. 선남자여, 유위법이란 유위도 아니며 무위도 아닙니다. 무위법이란 유위도 아니며 무위도 아닙니다.”
010_0673_c_17L爾時深密解脫菩薩告善問菩薩言善男子言一切法者有二種何等爲二一者有爲法二者無爲法善男子有爲法者非有爲無爲無爲法者非有爲非無爲
선문보살이 물었다.
“불자여, 어떤 것이 유위는 유위가 아니며 무위가 아닙니까, 또 어떤 것이 무위는 유위가 아니며 무위도 아닙니까?”
010_0673_c_21L善問菩薩言佛子云何有爲法非有爲無爲云何無爲法非有爲非無爲
010_0674_a_02L선밀해탈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유위법이란 여래께서 명자(名字)로써 설법하신 것뿐이니, 여래께서 명자로 설법하신 것은 오직 분별과 언어를 가리킬 뿐입니다. 선남자여, 만일 명자와 분별과 언어만으로 설법이라 한다면 항상 바르게 알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가지가지 명자를 모아서 언어가 이루어졌으므로 유위가 아닙니다.”
“선남자여, 무위란 오직 언어의 체입니다. 가령 유위와 무위를 여의었을지라도 그 법은 또한 그러합니다.
010_0673_c_23L密解脫菩薩言善男子言有爲法者惟是如來名字說法所言如來名字說法者惟分別言語名爲說法善男若惟名字分別言語名說法者不如是但種種名字聚集言語成言非有爲善男子言無爲者惟言語體善男子假使離於有爲無爲者彼法亦如是
선남자여, 비록 언어가 없으나 공연히 일을 위하여 말하지는 않습니다.”
“불자여, 어떤 것이 일을 위하여 공연히 말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른바 성인이 성인의 소견을 알고 성인의 지혜로 성인의 지견(智見)을 아니, 증득한 바를 말할 수 없건만 그 언어가 없는 법을 말씀하려 하여 형상에 의지하여 저러한 유위ㆍ무위를 말씀합니다.
선남자여, 무위라 함은 여래의 명자(名字)의 설법입니다. 명자의 설법이란 분별하는 상(相)이요, 분별하는 상이란 곧 언어의 모습입니다. 선남자여, 언어의 모습이란 곧 명자를 모은 법이요, 명자의 모인 바는 허망한 법이요, 허망한 법이란 항상 이러한 본체가 없습니다. 가지가지로 분별하는 명자로는 이루어지지 않음이 곧 언어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무위가 아니라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유위라 함은 다만 명자이니 만일 유위ㆍ무위의 법을 여의면 그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러나 일없이 저러한 언어를 말하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어떤 것이 일을 위하여 말하는 것이냐 하면, 성인의 지혜로 성인의 지견(智見)을 아는 것이니, 증득한 법을 말할 수 없습니다. 증득한 법을 말할 수 없는 까닭에 유위가 아니라 말합니다.”
010_0674_a_08L善男子雖無言語而不空說事佛子何者爲事而言不空說所謂聖人知聖人見聖智知聖見見無言所爲欲說彼無言語法依相說彼有爲無爲善男子言無爲者惟是如來名字說法名字說法者是分別相分別相者卽言語相善男子言語相者是名字之所集法名字集者是虛妄虛妄法者常無如是體種種分別名字不成卽言語相是故我說非無善男子言有爲者但是名字若離有爲無爲法者彼亦如是善男子非無事說彼言語善男子何者爲事而言聖智知聖智見無言證法無言證法故說名非有爲
선문보살이 물었다.
“불자여, 어떤 것이 일을 증득한 바를 말할 수 없는 것이며, 성인의 지혜로 성인의 지견을 아는 것이며, 저 말이 없이 증득한 법을 위하여 저러한 유위ㆍ무위의 언어를 말하는 것입니까?”
010_0674_a_22L善問菩薩言云何彼事無言所證聖智知聖智而言爲彼無言證法說彼有爲爲言語
010_0674_b_02L심밀해탈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비유하자면 요술쟁이나 그의 제자가 네거리에 서서 초목의 가지와 잎사귀와 기왓장과 돌을 한곳에 모아 쌓고 가지가지 요술을 나타내니, 이른바 코끼리ㆍ말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ㆍ마니ㆍ진주ㆍ유리ㆍ가패(珂貝)ㆍ산호ㆍ호박ㆍ자거ㆍ마노ㆍ돈ㆍ재물ㆍ곡식ㆍ비단 따위와 창고에 갈무리하는 모든 물건이니, 이렇게 가지가지 이상한 일을 나타내거든, 선남자여, 모든 어리석고 지혜 없는 범부들은 그 일을 보거나 들으면 그들이 초목이나 와석(瓦石)인 줄 모르고, 실제로 이 모든 코끼리ㆍ말ㆍ거병ㆍ보병ㆍ마니ㆍ진주ㆍ유리ㆍ가패ㆍ산호ㆍ호박ㆍ자거ㆍ마노ㆍ돈ㆍ재물ㆍ곡식ㆍ비단ㆍ창고 따위의 물건이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에 보는 까닭입니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렇게 보고 듣고는 곧 수행을 취하되 필경에 실답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할 것이니 선남자여, 그 사람은 다시 상상(上上)의 법을 구하여야 합니다.
010_0674_b_02L深密解脫菩薩言善男子如幻師幻師弟子住四衢道積聚草枝葉瓦石在於一處示現種種幻術所作所謂象步諸兵摩尼琉璃珂貝珊瑚虎珀車璖馬瑙穀帛庫藏諸物示如是等種種異善男子有諸愚癡無智凡夫見聞彼事不知彼是草木瓦石生如是心實有此諸象摩尼眞珠琉璃珂貝珊瑚虎珀車璖馬瑙錢財穀帛庫藏等物以現見故彼愚癡人如是見聞卽取修行畢竟爲實餘者虛妄善男子彼人復更須求上上法
선남자여, 또 어떤 지혜롭고 어리석지 않은 이는 코끼리ㆍ말 따위를 보면 그가 초목이나 와석(瓦石) 등의 체(體)인 줄을 아니, 그 사람이 보거나 듣고는 생각하되 ‘저 코끼리ㆍ말ㆍ수레 등은 내가 보기에 모두 실답지 않다. 이는 요술의 힘으로 생긴 바로서 그러한 코끼리ㆍ말ㆍ수레ㆍ보병 따위의 허망한 형상과 가지가지 이상한 일이 생겨 사람의 눈을 홀리는구나’ 하고, 저 지혜로운 사람은 보고 들은 바와 같이 실다운 것이라고 여기거나 집착하지도 않으며, 또한 이것만이 필경에 실답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집착하지도 않고, 아는 것으로 뜻을 삼아 저의 말을 취합니다. 이 사람은 다시 수승한 법 관찰하기를 구하지 않습니다.
010_0674_b_14L善男復有智慧非愚癡者見象馬等是草木瓦石等體彼人見聞生如是彼諸如是象車等我見非實幻所作有此象步兵等虛妄之種種異事幻惑人眼彼智慧人如所見聞不取爲實亦不執著亦不取此畢竟爲實餘者虛妄而知爲義取彼言語此人不須更觀勝法
010_0674_c_02L선남자여, 범부 중생이 성인의 출세간 지혜를 얻지 못한 것도 이러합니다. 범부는 어리석어서 언어가 없는 법을 여실히 알지 못하고, 유위ㆍ무위의 법을 보거나 들으면 ‘이 유위ㆍ무위의 법은 내가 보고 듣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은 보고 들은 바와 같이 필경에 취하려 하며, 실답다고 집착하여 보고 들은 바와 같이 받아 행하되, 이것이 필경에 실답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니, 그 사람은 다시 수승한 법 관찰하기를 구합니다.
010_0674_b_22L善男子凡夫衆生未得聖人出世閒智亦復如是凡夫愚癡不如實知無言語法見聞有爲無爲之法生如是心有此有爲無爲之法如我見聞是故彼人如所見聞畢竟而取執著爲實如所見聞如是受行——此畢竟實餘者虛妄——彼人更須觀察勝法
선남자여, 다시 어떤 중생은 어리석지 않아서 실체를 보고 모든 성인의 출세간 지혜를 얻어서 여실히 일체의 법을 알고 말이 없는 진실한 법체를 증득하였거든, 그 중생이 유위ㆍ무위의 법을 보고 듣고는 ‘보고 들은 바와 같은 유위ㆍ무위ㆍ명자들의 법은 없는 것이리라’고 생각하며, 또 ‘이러한 유위ㆍ무위의 언설(言說)은 허망한 분별인 행상으로부터 생긴 것이니, 마치 저 요술의 법과 같이 지혜를 미혹케 하여 유위ㆍ무위는 다른 명상을 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보고 들은 것과 같이 이렇게 취착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진실하고 다른 것은 허망한 줄 알아서 저 뜻을 드러내기 위하여 언어만을 취합니다. 그 사람은 다시 수승한 법 관찰하기를 구하지 않습니다.
010_0674_c_06L善男子復有衆生非是愚癡見於實諦得諸聖人出世閒智如實能知一切諸法證無言語眞實法體而彼衆生見聞有爲爲之法生如是心如所見聞無如是等有爲無爲名字等法復作是念此有爲無爲言說從虛妄分別行相而生如彼幻法迷惑於智以生有爲無爲異異名相彼人了知不如見聞如是取著——此是眞實餘者虛妄——爲顯彼義而取言語彼人不須更觀勝法
선남자여, 이러한 일은 성인의 지혜라야 알며, 성인의 소견으로 보며, 무언(無言)으로 깨칠 바인데, 저 무언의 법을 증명하려 하여 유위ㆍ무위의 명상을 말합니다.”
010_0674_c_16L善男子如是彼事——聖人智知聖人見見——無言所證爲欲證彼無言之法彼有爲無爲名相
그때 심밀해탈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10_0674_c_19L爾時深密解脫菩薩而說偈言

깊은 뜻에는 언어가 없어
모든 부처가 불이(不二)를 말씀하시니
어리석은 이 무명에 의지하여
희론으로 두 갈래에 집착하네.
010_0674_c_20L深義無言語
諸佛說不二
癡人依無明
戲論著二法

오래도록 세간길[世間道]을 다녀서
쉼이 없이 오고 가니
축생의 무리에 태어나는 것
제일의를 멀리한 까닭이라오.
010_0674_c_22L長行世閒道
往來無休息
生於畜生中
以離第一義

3. 성자담무갈보살문품(聖者曇無竭菩薩問品)
010_0674_c_23L聖者曇無竭菩薩問品第三
010_0675_a_02L
그때 성자 담무갈(曇無竭)보살마하살이 여실한 제일의제가 일체 세간의 각관(覺觀)하는 경계를 초과한 모습에 의지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니 지난 세상, 다시 그보다 과거 세상에 이 세계로부터 77항하사 세계를 떨어져서, 다시 거기서 무량한 항하사 세계를 지나 불국토가 있었으니 이름이 명칭세계(名稱世界)요, 그 중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비마라길제(毘摩羅吉諦)였습니다. 여래께서 그 국토에 머무셨는데, 제가 그때 중생들을 교화하러 다니다가 그 세계에까지 갔었습니다. 그때 보니 어떤 외도의 스승이 한곳에 있었는데, 7만 7천의 제자들을 그곳에 모아 놓고 제일의상(第一義相)에 의지하여 모든 법을 생각하더니, 그 외도들이 서로서로 제일의상을 미루어 찾고, 제일의상을 칭량(稱量)하고, 제일의상을 생각하고, 제일의상을 관찰하였으나, 제일의상은 보지 못하고 다른[異異] 뜻을 내고, 다른 견해를 내며, 다른 집착을 내고는 다른 붕당(朋黨)을 세워서 논쟁을 일으키되, 입으로 다투어 좋지 않은 말을 하다가 서로서로 어지럽게 하더니 일어나서는 헤어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때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희유한 일이다.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신 까닭에 이제 일체 세간의 경계를 지나는 제일의상을 보고 들어 제일의상을 증득하며, 제일의상을 보고, 일체 멸상(滅相)을 증득하셨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010_0674_c_24L爾時聖者曇無竭菩薩摩訶薩依於如實第一義諦過諸一切世閒覺觀境界之相白佛言世尊我憶過去世復過彼過去世離此世界七十七恒河沙世界過彼無量恒河沙世界已有佛國土號名稱世界彼中有佛名毘摩羅吉諦如來住彼國土我於爾時遊化衆生往彼世界爾時見有一外道師止住一處有七萬七千弟子聚集其所依第一義相思惟諸法彼諸外道迭共推覓第一義相稱量第一義相思惟第一義相觀察不見第一義相生異異意異異見異異執著異朋黨起於諍論口力交諍出不善迭共相亂起散而去世尊我於爾時卽生心念希有諸佛如來出世依如來出世閒故今得見聞過於一切世間境界第一義相得證第一義見第一義相證一切滅相
010_0675_b_02L그때 세존께서 담무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담무갈이여, 그대의 말이 옳다. 나는 모든 세간의 경계를 초과하는 제일의상을 깨달았다. 이와 같이 깨닫고 사람을 위하여 말하며,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사람들에게 드러내서 이 법을 건립(建立)한다. 왜냐하면 나는 성인이니 나의 내신(內身)으로 깨달은 바 법을 말하고, 모든 법부를 위하여 각관하는 경계를 말하여, 아는 것을 서로 나누려 함이다. 담무갈이여, 그대는 지금 이 뜻에 의지하여 알아야 한다. 이른바 세간의 모든 경계를 초과하는 것이 제일의상이다.
010_0675_a_20L爾時世尊告曇無竭菩薩言曇無竭如是如是我覺過諸世閒境界第一義相如是覺已而爲人說以示於人顯示於人建立是法何以故我爲聖人說我內身自所證法爲諸凡夫說覺觀境界迭共所知曇無竭汝今當依此義而知所謂過諸世間境界是第一義相
또 담무갈이여, 내가 말하는 제일의상은 일체의 상(相)을 초과하는 경계요, 각관은 모든 상의 경계라고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내가 말하는 제일의상은 말이 없는 경계요, 각관은 언설의 경계라고 한다. 담무갈이여, 내가 말한 모든 언어를 여읜 것이 제일의상이요, 각관(覺觀)과 명자(名字)는 세제상(世諦相)이다. 이와 같이 하여 내가 말한 모든 다툼을 여읜 것이 제일의상이요, 각관과 명자는 따지는 모습[諍論相]이다. 담무갈이여, 이 뜻과 모습에 의지하여 알아라. 세간의 각관을 지나는 경계는 제일의상이다.
010_0675_b_05L復次曇無竭我說第一義是過一切諸相境界覺觀是名諸相境界如是我說第一義者是無言境界覺觀是名言說境界曇無竭說離諸言語是第一義相覺觀名字是世諦相如是我說離諸諍論是第一義相覺觀名字是諍論相曇無竭依此義相汝今應知過諸世閒覺觀境界是第一義相
담무갈이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쓰고 매운 것을 먹고 쓰고 매운 것만 즐겼다면, 그 사람은 석밀(石蜜)과 아바바(阿婆婆)의 달고 먹음직한 맛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하며, 믿지 못할 것이다.
010_0675_b_13L曇無竭譬如有人盡於一形噉辛苦味樂辛苦味彼人不能知不能覺不能量不能信石蜜阿婆婆等甘美之味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탐욕의 즐거움을 믿어 탐욕에 집착하여 탐욕의 불길에 속마음을 태웠다면, 그 몸은 일체의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을 떠난 탐욕 없는 즐거움을 알 수 없으며 깨달을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으며 믿을 수 없을 것이다.
010_0675_b_16L曇無竭有人長夜信貪欲樂樂著貪欲爲貪欲火燒內心身不能知不能覺不能量不能信離諸一切色觸無貪欲樂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긴 세월 분별의 즐거움을 믿어 분별에 낙착(樂着)하면, 안의 몸[內身]의 적정하여 분별이 없는 즐거움은 능히 알지 못하며 능히 깨닫지 못하며 능히 헤아리지 못하며 능히 믿지 못할 것이다.
010_0675_b_19L曇無竭有人長夜信分別樂樂於分不能知不能覺不能量不能信內身寂靜無分別樂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좋아하여 즐거이 믿고 행하면, 그 사람은 안의 몸의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여읜 즐거움을 능히 알지 못하고 능히 깨닫지 못하고 능히 헤아리지 못하고 믿지 못할 것이다.
010_0675_b_22L曇無竭有人長夜樂見聞覺知樂信樂而行彼人不能不能覺不能量不能信內身寂滅離見聞覺知樂
010_0675_c_02L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아(我)와 아상(我相)의 즐거움을 취하여 믿고 즐겨 행하면, 그 사람은 북쪽 울단월의 아(我)와 아소(我所)가 없는 즐거움을 능히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하고 믿지 못할 것이다.
010_0675_c_02L曇無竭如人長夜取我我相樂信樂而行彼人不能知能覺不能量不能信北鬱單越無我我所樂
담무갈이여, 이렇게 각관하는 사람은 모든 각관을 여읜 제일의상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하며 믿지 못할 것이다.”
010_0675_c_05L曇無竭如是覺觀之人不能不能覺不能量不能信離諸覺觀第一義相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而說偈言

내가 말한, 몸으로 증득할 법은
제일(第一)의 말을 떠난 경계이니
각(覺)과 관(觀)의 다투는 모습 여의면
말 없는 제일의(第一義)니라.
010_0675_c_07L我說身證法
第一離言境
離覺觀諍相
無言第一義

4. 성자선청정혜보살문품(聖者善淸淨慧菩薩問品)
010_0675_c_09L聖者善淸淨慧菩薩問品第四
010_0676_a_02L
그때 성자 선청정혜보살마하살이 같고 다른 모습을 초과하는 제일의에 의지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희유하고 묘한 법인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잘 말씀하시옵니다. 미세하고 극히 미세하며 깊고 깊은 뜻의 같고 다른 모습을 초과하였으니, 이른바 증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니 지난 세상 어떤 곳에서 신행지(信行地)에 머무른 모든 보살들이 한곳에 모여 앉아서 유위(有爲)의 행이 제일의제와 같은가[一] 다른가[異] 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보살들은 유위의 행상이 제일의와 다르다 하며, 다시 어떤 보살들은 유위의 행이 제일의와 다를 것이 없다 하여 주장하기를, 유위의 행은 제일의와 다르지 않다 하며, 다시 어떤 보살들은 의심을 내고 이의(異義)를 일으키되 ‘이 모든 보살들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한 말이며, 어떤 것이 허망한 말이며, 어떤 것이 바른 생각으로 수행하는 법이며, 어떤 것이 삿된 생각으로 수행하는 법인가?’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저 보살들을 보고 ‘이 모든 선남자들은 모두 우치하여 밝은 지혜가 없으므로 착한 법을 알지 못하고, 삿된 생각에 빠졌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유위의 행상은 미세하여 상이 없고 같고 다른 상을 초과한 제일의상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010_0675_c_10L爾時聖者善淸淨惠菩薩摩訶薩第一義過一異相白佛言世尊世尊善說希有妙法第一義諦——微細極細甚深之義過一異相——所謂難證世尊我憶往昔在於一處見住信行地諸菩薩等集坐一處思有爲行第一義諦爲一爲異有諸菩薩言有爲行相異第一義復有菩薩作如是言非有爲行異第一義而作是言有爲之行不異第一義復有菩薩生於疑心而起異意作如是言此諸菩薩中何者是實說何者虛妄說何者是正念修行法何者是邪念修行法世尊我見彼諸菩薩作是思惟此諸善男子等皆是愚癡非善黠惠不善知法墮邪念中何以故以不能知有爲之行微細無相過一異相第一義相故
그때 부처님께서 선청정혜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청정혜여, 그대의 말이 옳다. 저 모든 선남자들은 모두 어리석어서 지혜를 잘 밝히지 못하여 바른 법을 알지 못하고 삿된 구덩이에 빠졌다. 왜냐하면 미세한 행상이 같고 다른 모습을 초과한 제일의상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인가? 선청정혜여, 만일 유위의 행상이 제일의상과 다르지 않다면 일체 어리석은 이와 모든 범부들도 모두 제일의제를 보아야 할 것이며, 범부의 몸에서 또한 위없이 청정한 열반의 낙(樂)을 얻어야 할 것이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야 할 것이다.
010_0676_a_04L爾時佛告善淸淨惠菩薩摩訶薩言善淸淨惠如是如是彼諸一切善男子等皆是愚癡不善黠惠不知正法墮邪念中何以故以不能知微細行相過一異相第一義相故何以故善淸淨若有爲行不異第一義相者一切愚癡諸凡夫等悉亦應見第一義諦卽凡夫身亦應得彼無上淸淨涅槃之樂亦應得彼阿耨多羅三藐三菩
선청정혜여, 만일 유위의 행상이 제일의와 다르지 않다면 제일의제를 볼 때에 유위의 행상을 보아야 할 것이며, 만일 유위의 행상이 상(相)이 있는 것이라면 상은 속박되는 것이어서 응당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 만일 실제(實諦)가 형상의 속박[相縛]을 여의지 않은 줄 알면 응당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며, 또한 번뇌의 속박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속박을 여의지 못한 까닭에 위없고 청정한 열반의 낙(樂)을 얻지 못할 것이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도 얻지 못할 것이다.
010_0676_a_14L善淸淨惠若有爲行不異第一義相者見第一義諦時應見有爲行相若有爲行相是有相者相卽是縛應得解脫若見實諦不離相縛者應得解亦不得脫煩惱之縛以不離彼二種縛故不應得彼無上淸淨涅槃之樂亦不應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010_0676_b_02L선청정혜여, 이런 까닭에 어리석은 범부들은 참된 진리를 보지 못하며, 또한 범부의 몸 그대로 위없고 청정한 열반도 얻지 못하며, 또한 범부의 몸 그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진리를 본 사람은 유위와 무위의 행상이 같은가 다른가를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사람은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의 모습에 같고 다른 뜻을 보나, 같고 다른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청정혜여, 모든 보살이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의 상(相)이 같거나 다르다고 한다면 그 보살들은 바른 생각이 아니요 삿된 생각이다.
010_0676_a_21L善淸淨惠以是義故愚癡凡夫不見實諦亦非卽此凡夫之身得彼無上淸淨涅槃亦非卽彼凡夫之身能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故實諦者不應見彼有爲無爲行相一之與異是故彼人見有爲行相第一義相異之義不成一善淸淨惠汝當應知彼諸菩薩言有爲之行第一義相是一是異者彼諸菩薩非正念邪念
또 선청정혜여, 만일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의 행상이 다르지 않으면 유위가 미혹[染]에 빠졌을 때에 제일의제의 모습도 미혹에 떨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 선청정혜여, 만일 유위의 행상이 제일의상을 떠나서 있다면 모든 유위의 행상은 제일의제와 같지 않을 것이다. 선청정혜여, 제일의제는 모든 번뇌의 미혹에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는 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청정혜여, 그대는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가 같은가 다른가 하지 말라.
010_0676_b_07L復次善淸淨慧若有爲行相一義相二不異者如有爲行墮在染第一義相亦應墮染善淸淨惠有爲行相離第一義相異者如是切有爲之行不應與彼第一義同故善淸淨惠第一義諦不墮一切煩惱染中以是得言有爲之行第一義諦得言同相是故善淸淨惠汝不應言有爲行相第一義諦有一有異
또 선청정혜여,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의 모습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면 제일의제가 유위의 모든 행(行)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이렇듯 모든 유위의 행상은 제일의제와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위는 제일의제와 다르다. 만일 다르지 않다면 착실히 수행하는 사람이 유위의 행상을 보거나 듣고 깨달으면 다시 위없이 수승한 법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010_0676_b_15L復次善淸淨惠若有爲行相第一義相二不異者第一義諦不異有爲一切諸如是一切有爲之行亦應不異第一義相而彼有爲異第一義——若不異如實行者見聞覺知有爲行相應更求無上勝法
선청정혜여, 만일 유위의 모습이 제일의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면 유위의 모든 현상도 응당 아(我)가 없고 자체의 모습이 없는 제일의제의 모습이라야 할 것이다.
010_0676_b_21L善淸淨惠若有爲行相第一義相不異者卽有爲行應名無我無自體相是第一義相
010_0676_c_02L선청정혜여, 다시 허물이 있으니, 이른바 한때에 차별되고 다른 모습에 이것은 물든 모습, 이것은 깨끗한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청정혜여, 제일의상이 유위의 행상과 다르되 유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여실히 수행하는 이는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데서 다시 훌륭한 법을 구하니, 확실히 유위의 모습을 아는 까닭에 아(我)가 없는 제일의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한때에 더럽고 깨끗한 두 형상의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유위의 모습과 제일의제의 모습을 모두 여의어야 ‘같지 않다’, ‘다르지 않다’ 하는 뜻도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010_0676_b_23L善淸淨惠復有過失謂於一時差別異相——此是染相此是淨相是故善淸淨惠第一義相異有爲行相而非不異有爲行相是故彼諸如實行者見聞覺更求勝法以如實知有爲行故於無我第一義名而不一時有染淨二相差別是故離彼有爲行相一義相不一不異義亦不成
선청정혜여, 저 보살들이 말하되 ‘유위의 모습과 제일의 모습이 같지 않다, 다르지 않다’고 하면, 그 보살들은 잘 말하는 이라 할 수 없다. 선청정혜여, 그대는 알라. 그 보살들은 바른 생각으로 여실히 수행한다 할 수 없으니, 이는 삿된 생각이다.
010_0676_c_08L善淸淨彼諸菩薩作如是言有爲行相一義相不一不異者彼諸菩薩不名善善淸淨惠汝當應知彼諸菩薩不名正念如實修行是名邪念
선청정혜여, 비유하자면 구슬과 흰 것은 같다고도 말할 수 없으며,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으며, 금과 노란 빛, 공후(箜篌)의 묘한 소리, 침수향(沈水香)의 맛, 필발(畢茇)의 매운맛, 가리륵(訶梨勒)의 쓴맛, 감자(甘遮)의 단맛, 도라(兜羅)의 부드러움, 연유[酥] 나아가 제호(醍醐)의 맛들은 같다고도 말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말할 수 없다.
선청정혜여, 이와 같이 일체 유위의 본체와 덧없는 현상은 같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할 수 없으며, 모든 유루(有漏)에 있는 괴로운 모습은 같다 고도 할 수 없으며 다르다고도 할 수 없고, 일체 법의 아(我) 없는 모습은 같다고도 할 수 없으며 다르다고도 할 수 없으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고요하지 못한 모습은 같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할 수 없다. 선청정혜여, 이와 같이 유위의 행상과 제일의제의 모습은 같다고도 할 수 없으며 다르다고도 할 수 없다.
010_0676_c_12L善淸淨譬如珂白不可說一不可說異如是金黃箜篌妙聲沈水香味蓽茇辛味訶梨勒苦味苷蔗甜味兜羅柔軟蘇乃至醍醐不可說一不可說異善淸淨惠如是一切有爲行體無常之相不可說一不可說異一切有漏所有苦相不可說一不可說異一切法中我之相不可說一不可說異貪瞋癡染不寂靜相不可說一不可說異善淸淨惠如是一切有爲之行第一義相不可說一不可說異
010_0677_a_02L선청정혜여, 나는 이와 같이 가늘고 더욱 가늘며, 깊고 더욱 깊어서, 알기 어렵고 더욱 알기 어려워서 같거나 다른 모습을 초월한 제일의제를 깨달았다. 깨닫고 나서는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고 보여 주며 열어 보여 주고 드러내 보여 주며 건립한다.”
010_0676_c_23L善淸淨惠如是我得細微細深甚深難證極難證過一異相第一義諦覺覺已爲人說示開示現示建立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677_a_03L爾時如來而說偈言

유위의 세계와 참된 진리는
같고 다른 모습을 벗어났으니
같거나 다르다고 분별하면
어리석은 사람이요 바른 생각 아니네.
010_0677_a_04L有爲界實諦
異相離相
若分別一
彼癡非正念

그 사람은 형상에 속박되었거나
또는 번뇌에 얽매였으니
비바사나(毘婆奢那)와 사마타(奢摩陀)를
닦아야만 벗어나리라.
010_0677_a_06L彼人爲相縛
及爲煩惱縛
修毘婆奢那
奢摩他得脫

5. 혜명수보리문품(慧命須菩提問品)
010_0677_a_07L惠命須菩提問品第五

그때 세존께서 모든 곳이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제에 의지하여 혜명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그대는 일체 중생의 세계에서 얼마나 되는 중생이 아(我)와 만(慢)에 의지하여 내가 얻을 것을 말하리라고 알고 있는가? 수보리여, 그대는 일체 중생의 세계에서 얼마나 되는 중생이 아와 만을 떠나서 내가 얻을 것을 말하리라고 알고 있는가?”
010_0677_a_08L爾時世尊依一切處一味等味第一義告惠命須菩提言須菩提汝知一切衆生界中幾所衆生依我依慢說我所得須菩提汝知一切衆生界中幾所衆生離我離慢說我所得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실로 저는 중생의 세계에서 아와 만을 버리고 내가 얻을 것을 말하는 것을 적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진실로 한량없는 아승기의 말할 수 없는 중생들이 중생의 세계에서 아와 만을 의지하고 ‘내’가 얻을 것을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010_0677_a_13L須菩提白佛言世尊我於衆生界中實少見衆生離我我慢說我所得世尊我實見無量阿僧祇不可說衆生衆生界中依我我慢說我所得
010_0677_b_02L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건대 지난 세상에 어느 때, 아란야(阿蘭若) 동산에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비구들이 내가 있는 곳을 의지하여 사방에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때 보니 그 비구들은 해가 저물 무렵 한곳에 모여서 여러 가지 법상을 취하여 깨달은 법을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들은 음(陰)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고,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생기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고,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없어지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음(陰)이 없어지는 법이라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음이 없어지면 깨칠 법이 나타난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입(入)의 모습을 보고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12인연의 모습을 보고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일어나는 행상[起行相]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諦)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원인인 모습을 취해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아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여의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 증득한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제의 모습을 수행한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界)의 법상(法相)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갖가지 계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가 없어지는 것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계가 없어진 증거를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010_0677_a_17L世尊如我憶念過去世時住於一處阿蘭若園爾時多有諸比丘等依於我所四面而住世尊我於爾時見彼比丘於日西下一處聚集取種種法相說所證諦法世尊有諸比丘取於陰相說爲證法有諸比丘見陰生相說爲證法有諸比丘見陰滅相說爲證法有諸比丘說陰滅法有諸比丘說陰滅現證法有諸比丘見於入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十二因緣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起行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於諦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諦因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知諦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離諦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證諦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修行諦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界法相說爲證有諸比丘取於界相說爲證法諸比丘取種種界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無量界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滅界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滅界證相說爲證法
이와 같이 하여 어떤 비구들은 4념처(念處)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의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처를 대하여 대치하는 상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며. 어떤 비구들은 4념처를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나지 않은 4념처를 나온 4념처로 삼아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이미 나온 4념처를 잃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 하며, 어떤 비구들은 이미 나온 4념처를 더욱 넓히기 위해 수행하는 모습을 취하여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010_0677_b_16L如是諸比丘取四念處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四念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四念處對對治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四念處修行相說爲證法有諸比丘取未生四念處爲生四念處修行相故說爲證法有諸比丘取已生四念處爲不失修行相故說爲證法有諸比丘取已生四念處爲增廣修行相故說爲證法
010_0677_c_02L이와 같이 하여 어떤 비구들은 정근(正勤)과 여의(如意)와 근(根)과 역(力)과 각도(覺道)를 취하여 나지 않은 것은 나게 하고, 나온 것은 잃지 않게 하고, 더욱 넓히려고 행상 취하는 것으로 법을 깨쳤다고 하였습니다.
010_0677_c_02L如是諸比丘取正勤如意未生爲生爲住爲不忘失增廣取相說爲證法
세존이시여, 제가 그 비구들을 보고 생각하되 이 비구들은 아상에 집착하였으므로 아만의 모습을 취하여 이렇게 깨달음을 말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일의제의 한맛이며, 한맛인 모양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기에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희유(希有)한 일이어서 일체 처소에서 훌륭한 법을 잘 말씀하시나 제일의제의 한맛이며, 평등한 맛은 미묘하고 심히 깊어서 깨닫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데 하물며 외도들이 알겠습니까?”
010_0677_c_04L世尊我見彼諸比丘生如是念是諸比丘以著我相取我慢相如是說證何以故以不能知第一義諦一味等味相是故世尊我作是念世尊出世希有希有善說勝法——一切處第一義一味等味——微妙甚深難覺難知何況外道而能得解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그대의 말이 옳다. 내가 깨달은 법은 지극히 미세하고 심히 깊으며, 깨닫기 어려우니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같은 맛의 모습인 제일의제는 내가 깨달은 바이다. 깨치고는 남을 위하여 열어 연설하며 나타내니,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이른바 음(陰)ㆍ계(界)ㆍ입(入)ㆍ인연으로 일어나는 실제의 경계ㆍ염(念)ㆍ처(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 등에서 수보리여, 내가 5음(陰)의 청정한 관법(觀法)을 말할 적에 37품(品)이 제일의 모습이며, 일체 음ㆍ계ㆍ입ㆍ염처ㆍ정근ㆍ여의ㆍ근ㆍ역ㆍ각도는 한맛이며, 같은 맛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이 뜻에 의지하여 너는 이제 마땅히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010_0677_c_10L佛告須菩提如是如是如汝所說所證法細微極微甚深極甚深極難覺一切處一味等味相第一義諦是我所證證已爲人開示演說極示開示現示何以故須菩提謂陰界入因緣起行實諦境界念處正勤如意道等須菩提我說五陰中淸淨觀三十七品是第一義一切陰界入念處正勤如意道一味等味相須菩提依於此義汝今應知一切處一味等味第一義相
010_0678_a_02L또 수보리여, 참되게 수행하는 비구는 한 음(陰)이 제일의제의 법과 같이 아(我)가 없음을 여실히 알며, 나머지 계(界)ㆍ입(入)ㆍ인연으로 행(行)을 일으키는 경계ㆍ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 등에도 진여 제일의제의 법에 아가 없는 것과 다르게 관찰하지 않고, 다만 진여에 수순하여 둘 아닌 법에 의지하고, 일체 처소에 한맛, 같은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을 깨닫는다. 수보리여, 그대는 이 뜻에 의지하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이른바 한맛이며, 같은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이다.
010_0677_c_21L復次須菩提如實修行比丘如實知一陰如第一義諦法無我於餘界入因緣起行界念處正勤如意道等更不別觀眞如第一義法無我惟依隨順眞如依止不二法證一切處一味等味第一義相須菩提汝依此應如是知所謂一味等味第一義
또 수보리여, 저 음ㆍ계ㆍ입의 인연으로 일어나는 행의 경계와 같이 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여의(如意)ㆍ근(根)ㆍ역(力)ㆍ각도(覺道)에도 그와 같이 차별이 있다. 만일 진여 제일의제의 법에 아상이 없이 차별이 있다면 진여를 증득하는 법인 제일의제에도 인(因)이 있을 것이다. 인이 있으면 응당 원인에서 생길 것이며 원인에서 생겼으면 응당 함이 있는 바일 것이다. 만일 함이 있는 법이라면 제일의제라 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제일의제가 아니면 다시 제일의제를 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진여 제일의제의 법은 아(我)가 없어서 원인에서 나지 않으며, 함이 있는 법이 아니며, 제일의제가 아닌 것도 아니며, 그 제일의제를 위하여 다시 제일의제를 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어느 곳에나 여래가 세상에 계시거나 여래가 세상에 안 계시거나 이 법의 성품은 항상 있으며, 법의 본체가 항상 있으며, 법계가 항상 머무니, 수보리여, 그대는 이 뜻에 의지하여 이 모든 법상의 한맛, 평등한 맛, 제일의제를 알아야 한다.
010_0678_a_06L復次須菩提如彼陰界入因緣起行界念處正勤如意道等彼差別若眞如第一義諦法無我有差別相者眞如證法第一義諦亦應有若有因者應從因生若從因生是有爲若是有爲不應得名第一義若非第一義諦者應更推求第一義諦須菩提是故眞如第一義諦法無我非從因生亦非有爲法亦非不第一義諦亦非爲彼第一義諦更求第一義諦惟是常常時恒恒時如來出世若不出世法性常住法體常住法界常住須菩提汝依此義應知此諸一切法相一味等味第一義諦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한량없는 갖가지 차별된 색상(色相)은 모습이 없고 분별없고 차이가 없어서 일체 처소에 평등한 맛이며, 한 체(體)이며 한 모습임과 같이 수보리여, 모든 법의 차별된 모습은 모두 일체 처소에 한맛이며 평등한 맛인 제일의제의 모습이다.”
010_0678_a_19L菩提譬如無量種種差別色相無相無有分別無有差異一切處虛空等味一體一相須菩提一切諸法自相差一切處一味等味第一義相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678_a_23L爾時世尊而說偈言
010_0678_b_02L
여래는 알맞게 법을 말하되
일체가 한맛인 모양이라 하노라.
제일의를 여의지 않았건만
다르다고 보는 이 교만하여라.
010_0678_a_24L如來應說法
一切一味相
不離第一義
見別是憍慢

6. 성자광혜보살문품(聖者廣慧菩薩問品)
010_0678_b_03L聖者廣惠菩薩問品第六

그때 성자 광혜보살마하살이 마음의 모습에 의지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보살에게 마음[心]과 뜻[意]과 알음알이[意識]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보살이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아는 것이며, 무슨 까닭에 모든 보살에게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라고 하십니까?”
010_0678_b_04L爾時聖者廣惠菩薩摩訶薩依於心白佛言世尊如來說諸菩薩善知心意意識深密法者世尊云何菩薩善知心意意識深密之法世尊以何義故如來說諸菩薩善知心意意識深密之法
세존께서 광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광혜여. 그대는 지금 여래에게 이와 같이 깊은 뜻을 묻는구나. 광혜여, 그대는 모든 중생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어 모두 만족하게 하리라. 광혜여, 그대는 모든 하늘 사람과 인간들을 불쌍히 여겨 모두가 안락하고 넉넉하게 하려고 나에게 뜻을 물었으니 좋은 일이다. 광혜여, 자세히 들으라. 그대에게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뜻을 말하리라.
010_0678_b_10L爾時世尊告廣惠菩薩言善哉善哉廣惠汝今乃能問於如來如此深義廣惠汝能爲與一切衆生安隱樂具悉令滿足廣惠汝爲哀愍一切天人多所安樂多所饒益乃能問我如是之義善哉廣惠諦聽諦聽我爲汝說心意意識深密之義
광혜여, 모든 여섯 갈래[六道]에 나고 죽는 가운데 여러 중생이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濕氣)로 나고, 변화로 나서 몸을 받고 몸이 나오고 몸이 자란다. 처음에는 일체의 종자인 마음이 있어 차별된 것과 화합하여 차별되게 자라나서 널리 성취하되 두 가지 취(取)에 의지한다.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색(色)ㆍ마음[心]ㆍ근(根)에 의지하는 취(取)요, 둘째는 분별이 없는 모습과 언어(言語)와 희론에 훈습하고[薰] 모으는 것을 의지하는 취이다. 광혜여, 색계에는 두 가지 취를 의지하여 나고 무색계에는 두 가지 취를 의지하지 않고 난다.
010_0678_b_16L廣惠於諸六道生死之中何等何等衆生——卵生胎生濕生化生——受身生身及增長身初有一切種子心生和合不同差別增長廣所成就依二種取等二種一者謂依色心根取二者於不分別相言語戲論熏集而取色界中依二種取生無色界中非二種取生
010_0678_c_02L광혜여, 그 식(識)을 아타나식(阿陀那識)이라고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 아타나식은 이 몸과 상응하는 몸을 취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또한 아리야식(阿梨耶識)이라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가 몸 안에 집착하여 머물기 때문이며, 한 체(體)로서 상응하기 때문이다. 광혜여, 또한 마음이라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 마음이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을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다.
010_0678_b_24L廣惠彼識名阿陁那識以故以彼阿陁那識取此身相應身廣惠亦名阿梨耶識何以故以彼身中住著故一體相應故廣惠亦名爲心何以故以彼心爲色法增長故
광혜여, 아타나식에 의지하여 여섯 가지 식(識)을 내니, 이른바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식신(識身)이다. 광혜여, 만일 한 경계가 나타나면 하나의 식신이 일어나고, 분별없는 의식(意識)은 안식(眼識)과 함께 동시에 생긴다. 광혜여, 만일 둘ㆍ셋ㆍ넷ㆍ다섯 경계가 나타나면 앞의 다섯 식신[前五識身]이 일어나고, 분별없는 의식은 다섯 식신[五識身]과 함께 일시에 난다.
010_0678_c_06L廣惠依彼阿陁那識能生六種識所謂眼意識身若一境界現前一識身起無分別意識卽共眼識一時俱生廣惠若二五境界現前五識身起無分別意識卽與五識一時俱生
광혜여, 비유하자면 흐르는 물에 하나의 인연이 생기면 한 물결이 일어나고, 둘ㆍ셋ㆍ넷 나아가 많은 인연이 생기면 많은 물결이 일어난다. 광혜여, 그러나 그 흐르는 물은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010_0678_c_11L廣惠譬如流水若一緣起卽生一波若二若三乃至衆多因緣俱起卽生衆波廣惠而彼流水亦不斷絕
또 광혜여, 비유하자면 티 없이 맑은 거울 앞에 만일 한 그림자의 인연이 나타나면 하나의 그림자가 보이고, 둘ㆍ셋 나아가 여러 가지 그림자의 인연이 나타나면 능히 여러 가지 차별된 그림자가 나타난다. 광혜여, 그러나 맑은 거울은 가지가지 그림자를 위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010_0678_c_14L復次廣惠譬如無垢淸淨明鏡若有一像因緣現前卽見一像若有二衆多像現卽能具見衆多異像廣惠而彼明鏡爲彼種種諸像不異
광혜여, 흐르는 물과 맑은 거울같이 아타나식에 의지하고, 아타나식에 머무는 까닭에 만일 한 의식(意識)의 인연이 나타나면 곧 한 의식이 안식과 함께 동시에 경계를 취한다. 광혜여, 만일 다섯 식신(識身)에 다섯 인연이 동시에 나타나면 분별없는 의식이 다섯 식과 동시에 경계를 취한다.
010_0678_c_18L廣惠如彼流水明鏡像等依止阿陁那識住持阿陁那識若一眼識因緣現前卽一意識共彼眼識同時取境廣惠若五識身五種因緣一時現前無分別意識卽共五識一時取境
010_0679_a_02L광혜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이, 법주지(法住智)에 의지하여 여실히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지라도, 여래는 이 모든 보살들이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잘 알았다 하지 않는다. 광혜여, 만일 보살이 안과 밖의 아타나를 보지 않고, 아타나식을 보지 않으면 능히 여실하게 알리라. 아리야를 보지 않으면, 아리야의 희론이 없는 마음을 보지 않으며, 눈[眼]을 보지 않으며, 빛깔을 보지 않으며, 안식을 보지 않으며, 귀[耳]를 보지 않으며, 소리를 보지 않으며, 이식(耳識)을 보지 않으며, 코[鼻]를 보지 않으며, 냄새를 보지 않으며, 비식(鼻識)을 보지 않으며, 혀를 보지 않으며, 맛을 보지 않으며, 설식(舌識)을 보지 않는다. 광혜여, 보살이 안과 밖의 뜻[意]을 보지 않으며, 안과 밖의 법을 보지 않으며, 안과 밖의 의식(意識)을 보지 않으면 능히 실답게 알 것이다. 광혜여, 나는 이러한 보살들이 제일의를 잘 안다고 한다. 광혜여, 그러므로 나는 보살은 반드시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광혜여, 보살이 이렇게 마음ㆍ뜻ㆍ알음알이의 깊고 비밀한 법을 알면 나는 이 사람이 참으로 보살이라고 말한다.”
010_0678_c_23L廣惠如是菩薩摩訶薩依法住智如實善知心意意識深密之廣惠而佛不說諸菩薩等是善解知心意意識深密之法廣惠若菩薩不見內外阿陁那不見阿陁那識如實知不見阿梨耶不見阿梨耶識不戲論心不見眼不見色不見眼識不見耳不見聲不見耳識不見鼻見香不見鼻識不見舌不見味不見舌識不見身不見觸不見身識廣惠菩薩不見內外意不見內外法不見內外意識能如實知廣惠我說如是諸菩薩等善知第一義廣惠是故說菩薩應知心意意識深密之法菩薩如是解知心意意識深密法我說是人是眞菩薩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679_a_15L爾時世尊而說偈言

여러 가지 아타나가
모든 법을 내는 것을
물과 거울 비유로 설명하노니
어리석은 사람에겐 말하지 않네.
010_0679_a_16L諸種阿陁那
能生於諸法
我說水鏡喩
不爲愚人說
深密解脫經卷第一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