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야리국(毗耶離國)에 있는 대림정사(大林精舍)의 중각 강당(講堂)에서 큰 비구 5천 명과 함께 계셨다. 이들 중 마하가섭(摩訶迦葉) 존자와 사리불(舍利弗) 존자와 대목건련(大目犍連) 존자와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 존자 등은 지식(知識)으로서 보살마하살 1만 8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 이름은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ㆍ범덕(梵德)보살ㆍ광덕(光德)보살ㆍ성덕(星德)보살ㆍ사자왕(師子王)보살ㆍ사자장(師子藏)보살ㆍ묘음성(妙音聲)보살ㆍ백향상(白香象)보살ㆍ금강당(金剛幢)보살ㆍ해탈월(解脫月)보살ㆍ수미상(須彌相)보살ㆍ미륵(彌勒) 보살마하살이니, 이와 같은 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014_0017_a_01L그런 연후에 세존께서 모든 삼매에서 일어나시니 온몸에서 빛을 놓고, 그 빛이 구름처럼 부처님 입으로 들어갔다가 부처님의 정수리로 나왔다. 마치 금강당(金剛幢)처럼 허공에 머물러서 대회(大會)와 비야리성의 중각강당을 두루 비추는 것이 흰 옥[白玉]의 빛깔과 같았다.
이때 대중은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이러한 뜻을 여쭙는 것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면서 이구동성(異口同音)으로 미륵보살을 찬탄하였다.
014_0017_a_12L是時,大衆聞彌勒菩薩問佛此義,皆大歡喜,異口同音,讚彌勒菩薩: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법왕자(法王子)시여, 부처님께 이와 같은 대의(大義)를 여쭈시는군요.”
014_0017_a_14L“善哉,善哉!法王子!乃能問佛如是大義。”
이때 세존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014_0017_a_15L爾時,世尊告彌勒菩薩:
“자세히 들어라. 그리고 잘 생각하여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보살이 행하는 공덕의 법을 분별하여 해설해 주리라.
014_0017_a_16L“諦聽諦聽,善思念之!今當爲汝,分別解說菩薩所行功德地法。
초지(初地) 보살은 마치 초생달과 같아서 광명이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밝은 모습은 모두 갖추고 있다. 이지(二地) 보살은 초닷새의 달과 같고, 삼지(三地) 보살은 여드레의 달과 같고, 사지(四地) 보살은 아흐레의 달과 같고, 오지(五地) 보살은 열흘된 달과 같다.
014_0017_b_01L 육지(六地) 보살은 열하루 된 달과 같고, 칠지(七地) 보살은 열이틀 된 달과 같으며, 팔지(八地) 보살은 열사흘 된 달과 같고, 구지(九地) 보살은 열나흘 된 달과 같으며, 십지(十地) 보살은 보름달과 같아서 원만함이 볼 만하고 밝은 모습을 갖추었다. 그 마음이 담박(淡泊)해서 부동(不動)에 안주하면, 탐닉하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아서 수릉엄삼매에 머물게 된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보살마하살은 수릉엄삼매에 머문 다음 백 가지 삼매문(三昧門)을 닦은 후에 금강삼매에 들어간다.
014_0017_b_08L彌勒當知!菩薩摩訶薩住首楞嚴三昧已,修百三昧門,然後乃入金剛三昧。
그러면 무엇이 백 가지인가?
何等爲百?
첫 번째는 성공왕(性空王)삼매이고, 두 번째는 공해(空海)삼매이고, 세 번째는 공계(空界)삼매이고, 네 번째는 멸공의(滅空意)삼매이고, 다섯 번째는 대공(大空)삼매이고, 여섯 번째는 부주공상(不住空相)삼매이고, 일곱 번째는 불견심상(不見心相)삼매이고, 여덟 번째는 지인공상(智印空相)삼매이고, 아홉 번째는 허공부주상(虛空不住相)삼매이고, 열 번째는 공왕불괴멸상(空王不壞滅相)삼매이다.
열한 번째는 대강용맹력왕(大强勇猛力王)삼매이고, 열두 번째는 화엄(華嚴)삼매이고, 열세 번째는 보현색신광명왕(普現色身光明王)삼매이고, 열네 번째는 일광(日光)삼매이고, 열다섯 번째는 일장(日藏)삼매이고, 열여섯 번째는 일광혁혁(日光赫奕)삼매이고, 열일곱 번째는 보일(普日)삼매이고, 열여덟 번째는 집음성(集音聲)삼매이고, 열아홉 번째는 묵연광(黙然光)삼매이고, 스무 번째는 멸경계상(滅境界相)삼매이다.
014_0017_c_01L스물한 번째는 동상(動相)삼매이고, 스물두 번째는 대동상(大動相)삼매이고, 스물세 번째는 변동상(遍動相)삼매이고, 스물네 번째는 보변동상(普遍動相)삼매이고, 스물다섯 번째는 보용(普踊)삼매이고, 스물여섯 번째는 보후(普吼)삼매이고, 스물일곱 번째는 보장엄(普莊嚴)삼매이고, 스물여덟 번째는 사자상(師子相)삼매이고, 스물아홉 번째는 사자력왕(師子力王)삼매이고, 서른 번째는 사자후력왕(師子吼力王)삼매이다.
서른한 번째는 일요(日曜)삼매이고, 서른두 번째는 혜거(慧炬)삼매이고. 서른세 번째는 보문(普門)삼매이고, 서른네 번째는 연화장(蓮華藏)삼매이고, 서른다섯 번째는 불괴정(不壞淨)삼매이고, 서른여섯 번째는 멸도의(滅度意)삼매이고, 서른일곱 번째는 보인(寶印)삼매이고, 서른여덟 번째는 동마상(動魔相)삼매이고, 서른아홉 번째는 견주제공상(堅住諸空相)삼매이고, 마흔 번째는 보멸의(普滅意)삼매이다.
마흔한 번째는 기정의(起靜意)삼매이고, 마흔두 번째는 장엄상호(莊嚴相好)삼매이고, 마흔세 번째는 법왕위명(法王位明)삼매이고, 마흔네 번째는 법륜현(法輪現)삼매이고, 마흔다섯 번째는 금강장(金剛藏)삼매이고, 마흔여섯 번째는 금강당(金剛幢)삼매이고, 마흔일곱 번째는 금강인(金剛印)삼매이고, 마흔여덟 번째는 금강취(金剛聚)삼매이고, 마흔아홉 번째는 대자왕(大慈王)삼매이고, 쉰 번째는 무행자(無行慈)삼매이다.
쉰한 번째는 대비승의(大悲勝意)삼매이고, 쉰두 번째는 부주비상(不住悲相)삼매이고, 쉰세 번째는 일륜광명(日輪光明)삼매이고, 쉰네 번째는 멸중상항복중마(滅衆相降伏衆魔)삼매이고, 쉰다섯 번째는 승의자(勝意慈)삼매이고, 쉰여섯 번째는 유리광조(琉璃光照)삼매이고, 쉰일곱 번째는 칠보과광(七寶果光)삼매이고. 쉰여덟 번째는 불집장(佛集藏)삼매이고, 쉰아홉 번째는 공덕만승(功德滿勝)삼매이고, 예순 번째는 방편혜(方便慧)삼매이다.
014_0018_a_01L예순한 번째는 무혜상(無慧相) 삼매이고, 예순두 번째는 대해광(大海光)삼매이고, 예순세 번째는 불해만(佛海滿)삼매이고, 예순네 번째는 보해(普海)삼매이고, 예순다섯 번째는 해지(海智)삼매이고, 예순여섯 번째는 부동혜(不動慧)삼매이고, 예순일곱 번째는 과거불인(過去佛印)삼매이고, 예순여덟 번째는 집다라니(集陀羅尼)삼매이고, 예순아홉 번째는 다라니인수(陀羅尼印綏)삼매이고, 일흔 번째는 팔변재(八辯才)삼매이다.
일흔한 번째는 구범음(具梵音)삼매이고, 일흔두 번째는 백호해(白毫海)삼매이고, 일흔세 번째는 지혜광(智慧光)삼매이고, 일흔네 번째는 힐혜(黠慧)삼매이고, 일흔다섯 번째는 제불인문(諸佛印文)삼매이고, 일흔여섯 번째는 백광용출광명왕(白光踊出光明王)삼매이고, 일흔일곱 번째는 방편혜정수릉엄(方便慧淨首楞嚴)삼매이고, 일흔여덟 번째는 수미정(須彌頂)삼매이고, 일흔아홉 번째는 범정(梵頂)삼매이고, 여든 번째는 중통광(衆通光)삼매이다.
여든한 번째는 통혜광(通慧光)삼매이고, 여든두 번째는 감로승(甘露勝)삼매이고, 여든세 번째는 정오안(淨五眼)삼매이고, 여든네 번째는 천안인(天眼印)삼매이고, 여든다섯 번째는 혜안인(慧眼印)삼매이고, 여든여섯 번째는 법의주(法意珠)삼매이고, 여든일곱 번째는 허공색(虛空色)삼매이고, 여든여덟 번째는 심불착(心不着)삼매이고, 여든아홉 번째는 멸언설(滅言說)삼매이고, 아흔 번째는 무심의(無心意)삼매이다.
014_0018_b_01L아흔한 번째는 계구혜(戒具慧)삼매이고, 아흔두 번째는 정승사(頂勝士)삼매이고, 아흔세 번째는 조어의(調御意)삼매이고, 아흔네 번째는 불견혜(不見慧)삼매이고, 아흔다섯 번째는 단십이인연(斷十二因緣)삼매이고, 아흔여섯 번째는 금강광혜(金剛光慧)삼매이고, 아흔일곱 번째는 마니염(摩尼焰)삼매이고, 아흔여덟 번째는 금강좌현현(金剛坐顯現)삼매이고, 아흔아홉 번째는 법륜왕후력(法輪王吼力)삼매이고, 백 번째는 수법왕인(受法王印)삼매이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아뇩대지(阿耨大池)에서 네 개의 큰 강이 나오고, 이 네 개의 큰 강이 나누어져 여덟 개의 강이 되며, 아울러 염부제(閻浮提)에서 흐르는 모든 물은 다 커다란 바다로 흘러든다. 옥초산(沃燋山)이 있기에 큰 바다는 불어나지 않으며, 금강륜(金剛輪)이 있기에 큰 바다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 금강륜이 수시(隨時)로 구르고 있기 때문에 큰 바닷물이 똑같은 짠맛을 내는 것이니, 백 가지 삼매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마치 전륜왕이 열 가지 착한 힘[十善力] 때문에 7보(寶)가 와서 상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금륜보(金輪寶)는 위덕이 매우 존귀하여 모두들 굴복시키며, 그 신주보(神珠寶)는 중생의 원(願)에 맞추어 뜻에 따라 장애를 없애주며, 천 명의 아들들 때문에 용맹스러운 위엄으로 장엄한다. 이 전륜왕이 길을 갈 때에는 발아래 털이 생겨서 허공을 밟고 다니며 열 가지 보화[十寶華]가 왕의 발을 받든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이 백 가지 삼매는 도종지(道種智)와 10바라밀(波羅蜜)로부터 생기는데, 안온(安穩)하여 없어지지 않고 또한 다시 적정(寂靜)의 무위(無爲)에도 머물지 않고, 이염지(爾焰地)에 머문다. 이 이염지는 훈습(熏習)하지 않고 수행하지 않아도 자연히 8만 4천 모든 삼매문(三昧門)을 얻는다.
014_0018_c_01L 이 모든 삼매는 금강산(金剛山)처럼 무너뜨릴 수 없으며, 필경에는 대공변제(大空邊際)에 머물고 또한 다시 무상법계(無相法界)로 노닐며 들어간다. 모든 법 가운데 오고 가는 것을 보지 않고 멸상(滅相)에 머물며, 그 마음이 적연(寂然)하여 곧 금강삼매로 초월해 들어간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마치 자재천(自在天)이 가지고 있는 화주(火珠)가 형체[形]도 없고 모양[相]도 없으며 오직 광명만 있는 것과 같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능히 향기로운 꽃을 내리게 함으로써 모든 하늘의 뜻을 기쁘게 하고, 또 능히 금색광명을 발현할 수 있어서 모든 하늘의 몸에서 나는 빛을 덮는 것과 같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이 화주의 광명은 마음도 없고 식(識)도 없으나, 만일 어둠을 깨뜨리려고 하면 구슬의 힘으로 인하여 어둠이 자연히 없어지며, 모든 하늘의 신색(身色)이 보통 때보다 배나 밝다. 금강삼매 역시 이와 같으니 번뇌를 없애지 않아도 번뇌의 바다가 저절로 말라붙으며, 생사를 끊지 않고도 3독(毒)이 저절로 없어진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이는 마치 역사(力士)가 이마 위에 있는 명주(明珠)와 팔꿈치 뒤에 있는 구슬을 항상 주술(呪術)로써 은폐하여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하는 것처럼, 금강삼매의 큰 광명도 숨겨지고 은밀하고 고요해서 번뇌[結使]를 보지 않아도 그 산을 저절로 무너지게 한다. 또 번뇌(煩惱)를 관찰하지 않아도 4대종(大種)이 없어지며, 모든 애착의 강이 마르고, 무상(無常)의 바람이 끊어지게 된다.
미륵아, 반드시 알아두어라. 사자왕(師子王)이 위풍을 떨쳐 크게 포효하면 모든 짐승들이 자연히 굴복하는 것과 같다.
014_0018_c_19L彌勒當知!如師子王振威大吼,一切衆獸自然摧伏。
014_0019_a_01L금강삼매는 관(觀:毘婆舍那)으로부터 나와 지(止:奢摩他) 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금강검(金剛劒)이 금강으로 된 산에 들어가면 그 자취를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금강삼매는 머물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 없어지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끊어지지도 않고 달라지지도 않으며, 벗어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슬기의 밝은 성품[慧明性]으로 들어가 매우 깊은 일합상지(一合相智)를 일으켜서 몸과 마음의 법을 보지 않으며, 그런 후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다.
이 보리지(菩提智)는 여의지도 않고 생기지도 않으며, 온갖 모습이 없어서 무너뜨릴 수 없으니, 금강으로 된 산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금강삼매는 물러서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필경에는 대적멸처(大寂滅處)에 들어가 삼매의 바다에서 자재하게 유희하게 된다. 모든 불(佛)ㆍ여래가 이 삼매왕(三昧王)의 삼매력으로 두루 모든 공법계(空法界)에 이르며, 성스러운 해탈처(解脫處)에서 유희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실 때, 미륵보살이 감응하여 곧 백법명문(百法明門)을 얻었고, 이때 모인 대중과 모든 보살들도 몸과 마음으로 환희하면서 수릉엄삼매를 얻기도 하고 백법명문을 얻기도 했으니, 그 수가 한량없었다. 범석(梵釋)과 호세(護世)와 모든 천자(天子)들이 모두 하늘 꽃을 내렸으며, 많은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선남자시여, 능히 여래께 이와 같이 무상(無上)한 큰 지혜(智慧)의 뜻을 여쭈셨으니, 우리는 당신 덕분에 더없이 높은 감로법(甘露法)을 맛보았으며 대선리(大善利)를 얻었습니다. 존자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미래의 중생이 이 법을 들으면 얼마만큼의 복을 얻는지에 대해서 여쭈어 주십시오.”
014_0019_b_01L 그때 대회(大會) 속에는 천 명의 비구가 있었는데, 불세존께서 이 삼매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는 몸과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였으며, 따라 기뻐한 선근(善根)의 인연력(因緣力)으로 5백만억 아승기겁 동안 생사(生死)의 죄를 뛰어넘었다. 그때 천 명의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 현겁(現劫) 천불(千佛)이 바로 그들이니라.”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滅度)한 후에, 만일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 천룡팔부(天龍八部)와 그 밖의 모든 중생들이 만일 잠시라도 부처님의 수승한 지혜를 깊은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고 비방(誹謗)하지 않는다면, 백천 겁 동안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모든 부처와 보살을 만나 권속이 될 것이다.
만일 받아 지녀서 독송하고 해설하고 베껴 쓰며, 향과 꽃과 음악으로 온갖 공양을 하고, 또 이 모든 사람들의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의 법신(法身)을 염(念)한다면, 그때에 90억 부처가 감응하여 모두 와서 손을 내미는 것을 볼 것이며, 뜻대로 모든 부처의 청정한 국토에 왕생(往生)하여 모든 삼매의 바다에서 자재하게 유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