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바가바(婆伽婆)1)께서 사라파실제성(舍囉婆悉帝城)의 가리라굴(迦利囉窟)에 계셨다. 이때 그곳에 많은 무리의 비구가 식사를 마친 뒤 모두 나와 가리라(迦利囉) 강당에 모였다. 잠시 앉았다가 각각 이러한 생각을 내어 공동으로 의논하며 말했다. “모든 장로들이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지금 이 세간과 천지의 중생이 사는 국토는 어떻게 합(合)했다가 어떻게 흩어지며, 어떻게 흩어졌다가 어떻게 다시 합해지며, 어찌하여 합해진 다음에는 안주(安住)하게 되는 것입니까?”
이때 세존께서는 홀로 고요한 굴(窟) 속에 계시다가 멀리까지 듣는 천이(天耳)의 청정함이 남보다 뛰어나시어, 모든 비구들이 식사를 마친 뒤 함께 가리라 강당에 모여 이와 같이 희유(希有)하게 말하는 것을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들으신 뒤 저녁 때 선정(禪定)에서 깨어나 가리라굴에서 일어나시어 당상(堂上)에 이르셨다. 당상에 이르시자 모든 비구와 대중 앞에서 자리를 펴시고 근엄한 모습으로 단정히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앉으신 뒤 아시면서도 일부러 물으셨다. “너희들 비구여, 지난번 의논에서는 무슨 말을 하며 모여 앉아 있었느냐?”
019_0344_b_01L이때 모든 비구들은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大德)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식사 후 모든 비구들이 함께 이 가리라 강당에 모여 자세히 의논하며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모든 장로들이여, 참으로 기이하고 희유합니다. 어찌하여 세간이 이와 같이 합하고 어찌하여 세간이 이처럼 흩어지며, 어찌하여 세간이 흩어졌다가는 합해지고, 어찌하여 세간이 합해져서는 안주하게 되는가.’ 대덕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얼마 전에 이러한 말을 했고 이 때문에 모여서 이 일을 의논했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모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능히 여법(如法)하게 믿음을 행하는구나. 모든 선남자여, 너희들은 믿음을 가졌으므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였다. 너희들이 이처럼 여법한 말을 하며 함께 모여 앉은 것은 말로 할 수도 없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너희들 비구가 모여 앉았을 때는 마땅히 두 가지 종류의 법을 행하고 닦아야 하나니, 각각 사업을 행함에 있어 법의 뜻[法義]을 논한다면 태만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려면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이러한 뜻을 들어야 한다. 세간은 합하고 세간은 흩어지고 세간은 흩어졌다가 다시 합하고 세간은 합해져서는 안주(安住)하게 되느니라.”
이 말을 마치자 모든 비구는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지금이 곧 그때입니다. 수가다(修伽多)여, 지금이 곧 삼마야(三摩耶)입니다. 부처님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해 이러한 뜻을 설해주신다면 모든 비구들은 세존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마땅히 그와 같이 받아 지니겠습니다.”
비구들이여, 그 범세(梵世) 가운데는 한 범주(梵主)가 있는데 위력이 막강하여 항복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는 천의 범자재왕(梵自在王)의 영토를 통치하면서 ‘나는 능히 조화(造化)하고 환술(幻術)을 부린다. 나는 어버이와 같아 모든 일을 마음대로 조작한다’ 하며 거만하게 큰 소리를 치며 아만을 내지만 여래께서는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모든 세간은 각각 업력에 따라서 이러한 세상이 나타나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러한 소천세계(小千世界)는 마치 주라(周羅)[주라라 하는 것은 수(隋)나라 말로 상투이다. 다른 나라 사람의 정수리에 조금 긴 머리를 묶은 것이 상투이다.]와 같아서 이름을 천세계(千世界)라 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이러한 주라 1천세계를 합한 것으로 제이(第二)의 중천세계(中千世界)라 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제일(第一)과 같이 제이(第二)의 중천세계에도 이러한 중천(中千) 1천세계가 있는데 이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 한다.
019_0345_a_01L모든 비구들이여, 이 삼천대천세계는 일시에 합해지고, 일시에 합해졌다가는 다시 흩어지며, 일시에 흩어졌다가는 다시 합하게 되고 일시에 합하여져서는 안주(安住)하게 된다. 이와 같이 세계가 둘러싸여 유전(流轉)하다가 타버리는 것[燒]을 패괴(敗壞)라고 하며, 둘러싸여 유전하다가 합해지는 것을 성취(成就)라고 하며, 둘러싸여 유전하다가 머무는 것을 안립(安立)이라 한다. 이것이 두려움 없는[無畏] 부처님 세계[佛刹土]의 중생이 사는 곳이다.
비구들이여, 이 대지(大地)의 깊이는 48만 유순(由句)이고 둘레와 너비는 한량이 없다. 비구들이여, 이 대지는 물 위에 머무는데 물은 바람 위에 머물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해 있다. 비구들이여, 이 대지 밑에는 물이 모여 있는데 그 물의 깊이는 60만 유순이고 둘레와 너비는 한량이 없다. 그 물 아래에는 바람이 모여 있는데 그 바람의 두터움은 36만 유순이고 둘레와 너비는 한량이 없다.
비구들이여, 수미산왕은 그 밑이 평평하고 똑바른데 밑바닥은 대금륜(大金輪) 위에 이어져 있다. 비구들이여, 그 수미산왕은 큰 바다 가운데 아래는 좁고 위는 넓어 점점 넓어지고 커지며 곧게 솟아 굽지 않았다. 견고한 큰 몸은 미묘의 극치를 이루고 뛰어나 참으로 볼 만하다. 금ㆍ은ㆍ유리(琉璃)ㆍ파리(頗梨)의 네 가지 보물로 이루어졌는데 온갖 종류의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지고, 가지가지의 향기가 멀리 풍기어 모든 산에 두루 가득하다. 많은 무리의 성현(聖賢)과 최대의 위엄과 덕이 빼어나고 영묘(靈抄)한 천신(天神)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019_0345_b_01L비구들이여, 수미산왕의 윗부분 가운데는 사방에 봉우리가 있고 그 봉우리 곁에 각(角)이 솟았는데 높이가 각각 7백 유순이며 미묘하고 훌륭하다. 이른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赤眞珠)ㆍ자거(車𤦲)ㆍ마노(馬瑙) 등의 7보(寶)로 장엄되어 있고 비스듬히 굽어 바다에 임해 있다.
비구들이여, 그 수미산 아래에는 세 층[級]이 있어 모든 신들이 살고 있다. 가장 아래층은 세로와 너비가 60유순인데 일곱 겹의 장벽과 일곱 겹의 난간, 일곱 겹의 그물, 다시 일곱 겹의 다라항수(多羅行樹)가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어 아름답고 단정하다. 그 나무는 모두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ㆍ자거ㆍ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그 모든 장벽에는 각각 네 개의 문이 있고 그 하나하나의 문에는 모두 성가퀴[壘堞I가 있는데 장엄함을 구족했다. 중각(重閣)ㆍ연헌(輦軒)ㆍ각적(却敵)ㆍ누로(樓櫓)ㆍ대전(臺殿)ㆍ방랑(房廊)ㆍ수림원(樹林苑) 등과 아울러 여러 못이 있는데, 못에서는 묘한 꽃이 솟아나 온갖 향기를 풍기고 여러 가지 나무와 여러 가지 줄기와 잎과 여러 가지 꽃과 과일이 다 갖추어졌으며 역시 여러 가지 미묘한 향기를 내고 있다. 또한 갖가지 새가 있어서 묘한 소리[妙音]를 내는데 서로 섞이어 지저귀는 소리가 화합하여 청아(淸雅)하다.
수미산의 중간층은 세로와 너비가 40유순인데 장엄되어 있고, 일곱 겹의 장벽ㆍ난간ㆍ그물ㆍ다라항수(多羅行樹)가 참으로 아름답게 가지런하고 단정하게 둘러져 있으며, 역시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ㆍ자거ㆍ마노 등의 7보로 장식되어 있다. 문관(門觀)ㆍ누각ㆍ대전ㆍ동산ㆍ못ㆍ과일나무와 많은 새들이 다 구족되어 있다. 그 위층은 세로가 20유순인데, 일곱 겹의 장벽 나아가 많은 새들이 각기 묘음을 낸다.
비구들이여, 수미산 중턱 4만 2천 유순에 사대천왕의 궁전이 있다. 비구들이여, 수미산 위에는 33개의 모든 하늘 궁전[天宮殿]이 있고 제석(帝釋)이 머물고 있다. 삼십삼천을 위로 한 배(倍)하여 야마(夜摩)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고, 그 야마천 위로 한 배하여 도솔타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으며, 그 도솔타천을 위로 한 배하여 화락(化樂)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고, 그 화락천을 위로 한 배하여 타화자재(他化自在)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으며, 그 타화자재천을 위로 한 배하여 범신(梵身)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는데, 그 타화자재천 위와 범신천의 아래 중간에 마왕 파순[魔波旬]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다.
범신천을 위로 배하여 광음천(光音天)이 있고, 광음천을 위로 배하여 변정천(遍淨天)이 있으며, 변정천을 위로 배하여 광과천(廣果天)이 있고, 광과천을 위로 배하여 불추천(不麤天)이 있으며, 광과천 위와 불추천 아래 사이에 따로 모든 하늘 궁전이 있는데 무상 중생(無想衆生)이 살고 있는 곳이라 한다. 불추천을 위로 배하여 불뇌천(不惱天)이 있고, 불뇌천을 위로 배하여 선견천(善見天)이 있다. 선견천을 위로 배하여 선현천(善現天)이 있고, 선현천을 위로 배하여 아가니타(阿迦尼吒)의 모든 하늘 궁전이 있다.
019_0346_a_01L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처소와 이와 같은 세계에 중생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중생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끝이 없다. 이런 세계 가운데서 모든 중생들은 나고 늙고 죽는 데에 떨어져 이와 같이 나는 길[生道] 가운데에 머물고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사바세계(娑婆世界)요, 두려움 없는 세계[無畏刹土]라 한다. 나머지 모든 세계도 역시 이와 같다.
비구들이여, 수미산왕의 북쪽은 천금(天金)으로 이루어져서 저 울다라구류주를 비춘다. 동쪽은 천은(天銀)으로 이루어져서 저 불바비제하주를 비추고, 서쪽은 천파리(天頗梨)로 이루어져서 저 구타니주를 비추고, 남쪽은 천청유리(天靑琉璃)로 이루어져서 이 염부제주를 비추고 있다.
비구들이여, 이 염부주에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이름을 염부(閻浮)라 한다. 그 밑둥의 세로와 너비는 7유순이며 가지와 잎이 덮인 것이 50유순이다. 그 나무 아래에 염부단금(閻浮檀金) 덩이가 있는데 높이가 20유순이다. 이 금이 염부나무 아래에서 나왔으므로 염부단(閻浮檀)이라 하는데 염부단금은 이런 인연으로 얻은 이름이다.
비구들이여, 다음 거제라가 밖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이사타라(伊沙陀羅)라 한다. 높이는 2만 1천 유순이고 위의 너비도 역시 그러한데 미묘하고 아름다우며, 나아가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그 거제라가와 이사타라 두 산 중간은 너비가 4만 2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없다.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두ㆍ분다리가ㆍ소건지계 꽃이 모든 물 위를 두루 덮고 있다.
다음 이사타라 밖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유건타라(遊揵陀羅)라고 한다. 높이는 1만 2천 유순이고 위의 너비도 역시 그러한데 참으로 아름답고 미묘하다. 역시 마노 등 7보로 이루어졌다. 그 이사타라와 유건타라 두 산 중간은 너비가 2만 1천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없다.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拘牟陀)ㆍ분다리가ㆍ소건지계 꽃이 모든 물 위를 두루 덮고 있다.
마반두와 니민타라 두 산 중간은 너비가 2천4백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없다.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ㆍ분다리가ㆍ소건지계 꽃이 모든 물 위를 두루 덮고 있다. 다음 니민타라 밖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비나야가(毘那耶迦)라 한다. 높이는 6백 유순이고 위의 너비도 역시 그러한데 미묘하고 아름답다. 나아가 마노 등 7보로 이루어졌다.
니민타라와 비나야가 두 산 중간은 너비가 1천2백 유순이고 둘레는 한량없는데 소건지계 등 여러 가지 꽃들이 모든 물 위를 두루 덮고 있다. 다음 비나야가 밖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작가라(斫迦羅)[수나라 말로는 윤(輪)이다.]라 한다. 높이는 3백 유순이고 위의 너비도 역시 그러하며 미묘하고 아름답다. 나아가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019_0347_b_01L윤원산(輪圓山)과의 거리는 그 사이가 멀지 않은데 변두리의 빈 땅에는 푸른 풀들이 두루 나 있다. 가까이에 큰 바다가 있고 큰 바다 북쪽에 큰 나무왕[大樹王]이 있는데 이름을 염부수(閻浮樹)라 한다. 몸 둘레는 7유순이고 뿌리는 땅 속으로 21유순 뻗었으며 높이는 백 유순이다. 가지와 잎이 사방에 드리워져 덮인 것은 50유순이다. 그 주변의 빈 땅에는 푸른 풀이 두루 퍼져 있다.
다음에 적림(荻林)ㆍ위림(葦林)ㆍ할라림(割羅林)ㆍ대(大)할라림ㆍ가사문타림(迦奢文陀林)이 있는데, 각기 너비가 50유순이다. 다음에 아제목다가화림(阿提目多迦華林)ㆍ첨파화림(瞻婆華林)ㆍ파타라화림(波吒羅華林)ㆍ장미화림(薔薇華林)이 있는데, 각각 너비가 50유순이며 그 주변의 빈 땅에는 푸른 풀이 두루 덮여 있다.
019_0347_c_01L그 다음에 바다가 있는데 이름을 오선나가(烏禪那迦)라 한다. 너비는 12 유순인데 그 물은 맑고 차며 맛은 매우 달고, 부드럽고 잔잔하며 깨끗하다. 일곱 겹의 전루(塼壘)와 일곱 겹의 간착(間錯),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방울 그물이 있으며, 그 밖에 일곱 겹의 다라항수(多羅行樹)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미묘하고 단정하며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두루 사방에는 모두 계단 길이 있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단정하며, 역시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ㆍ자거ㆍ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또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ㆍ분다리가 꽃이 있는데, 그 꽃이 화색(火色)인 것은 즉시 불의 모양[火形]으로 나타나고, 금색(金色)이 있는 것은 즉시 금의 모양[金形]으로 나타나고, 청색(靑色)이 있는 것은 즉시 푸른 모양[靑形]으로 나타나고, 적색(赤色)이 있는 것은 붉은 모양[赤形]으로 나타나고, 백색(白色)이 있는 것은 즉시 흰 모양[白形]으로 나타나고, 파무타색(婆無陀色)은 파무타형으로 나타났다. 꽃 모양은 수레바퀴와 같고 뿌리는 수레바퀴의 굴대[車軸]와 같다. 꽃의 뿌리에서 나오는 즙은 색이 젖과 같이 희며 맛은 꿀과 같이 달다.
비구들이여, 오선나가 바다 다음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오선가라(烏禪伽羅)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 오선가라산은 참으로 아름답고 단정하며, 미묘하여 볼 만하다. 모든 나무, 모든 잎과 모든 꽃, 모든 열매와 모든 향기 및 모든 기이한 풀, 가지가지의 새와 짐승 등 이 세간에서 나오는 물건이면 모두 저 오선가라 산중에 있지 않는 것이 없다. 비구들이여, 오선가라산은 이와 같이 아름답고 단정하여 볼 만하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음을 잘 알아라.
019_0348_a_01L비구들이여, 오선가라산 다음에 또 산이 있는데 이름을 금협(金脇)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금협 산중에 8만 개의 굴이 있다. 그 모든 굴에는 8만 용상(龍象)이 살고 있는데 모두 백색이라 마치 구모두[拘牟頭]꽃과 같다. 일곱 가지[枝]로 땅을 버티고 서며 아울러 신통이 있어 허공을 타고 간다. 그 정수리는 붉은 색인데 마치 인타라구파가(因陀羅瞿波迦) 벌레와 같으며, 모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졌다. 그 이빨은 가늘고 날카로우며 여러 색의 금으로 메워졌다.
비구들이여, 금협산을 지나 산이 있는데 이름을 설산(雪山)이라 한다. 높이는 5백 유순이고 너비도 역시 그러하다. 그 산은 미묘하며 금ㆍ은ㆍ유리 및 파리 등의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다. 그 산의 네 모퉁이에는 네 개의 금봉우리가 있는데 우뚝 솟은 높이가 각각 20유순이다. 그 가운데에 또 많은 보배로 된 봉우리가 있는데 높이가 백 유순이다.
그 산 정상 가운데에 아뇩달(阿耨達)이라는 못이 있고 아뇩달다용왕(阿耨達多龍王)이 그 속에 살고 있다. 그 못의 세로는 50유순인데 그 물은 시원하고 맛은 달고 부드러우며 청정하여 흐리지가 않다. 일곱 겹의 전루(塼壘)와 일곱 겹의 판체(板砌)와 일곱 겹의 난간[欄楯]과 일곱 겹의 방울 그물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고 단정하며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또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ㆍ분다리가 등 여러 꽃이 있는데, 그 꽃은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의 여러 색이다. 꽃 모양은 수레바퀴와 같고 또 연뿌리가 있으며, 수레의 굴대와 같이 크고 즙은 젖과 같이 희며 그 맛은 꿀과 같다.
019_0348_b_01L비구들이여, 아뇩달다못의 동쪽에 항하(恒河)가 있는데 상구(象口)로부터 나와 5백 하수(河水)와 함께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아뇩달다못의 남쪽에 신두하(辛頭河)가 있는데 우구(牛口)로부터 나와서 5백 하수와 함께 남해로 흘러 들어간다. 아뇩달다못의 서쪽에 박차하(博叉河)가 있는데 마구(馬口)로부터 나와서 5백 하수와 함께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아뇩달다못의 북쪽에 사타하(斯陀河)가 있는데 사자구(師子口)에서 나와 5백 하수와 함께 북해로 흘러 들어간다.
비구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이 용의 이름을 아뇩달다라 했는가? 비구들이여, 세 가지 인연[三因緣]이 있으니, 무엇이 세 가지 인연인가.
019_0348_b_05L諸比丘!以何因緣,此龍名爲阿耨達多耶?諸比丘!有三因緣。何等爲三?
비구들이여, 염부주 중에는 모든 용이 살고 있는데 오직 아뇩달다용왕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용들은 쾌락을 받을 때 즉시 뜨거운 모래가 그 몸 위에 떨어져서 그들 모든 용은 다 하늘의 형색을 잃어버리고 뱀의 형색으로 드러난다. 그들 모든 용은 그때 괴로움을 받지만 아뇩달다용왕은 이와 같은 일이 없다. 이것을 첫 번째 인연이라 한다.
019_0348_c_01L비구들이여, 염부주 중에 사는 모든 용이 유희하며 즐거워할 때 금시조왕이 그 궁전으로 날아 들어오면 그들은 이미 금시조왕을 보고 마음에 공포가 생기고, 공포로 인해 즉시 하늘의 색을 잃어버리고 뱀의 형색으로 나타나서 모두 그러한 고통을 받지만 아뇩달다용왕은 그렇지가 않다. 만약 금시조가 ‘나는 지금 아뇩달다용왕 궁전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하는 마음을 내었다면 그때에 금시조는 과보가 열등하기 때문에 즉시 스스로 괴로움을 받아서 아뇩달다용왕 궁전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세 번째 인연이다. 이런 까닭으로 아뇩달다라고 일컫게 된 것이다.
비구들이여, 설산의 남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城)이 있는데 이름을 비사리(毘舍離)라 한다. 비사리의 북쪽에 칠흑산(七黑山)이 있고 칠흑산 북쪽에 또 향산(香山)이 있다. 그 향산 가운데 한량없는 긴나라(緊那羅)가 있어 항상 가무(歌舞)와 음악 소리가 있으며, 그 산에는 온갖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있는데 그 나무들은 각각 가지가지의 향기를 낸다. 그 곳에는 큰 위덕(威德)의 신이 거주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 향산 가운데에 두 개의 보배 굴이 있는데, 하나는 이름이 잡색(雜色)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을 선잡색(善雜色)이라 한다. 미묘하고 아름다우며, 나아가 마노(瑪瑙) 등의 7보로 이루어졌는데, 각기 세로와 너비는 50유순이고 부드럽고 윤기가 있어 감촉이 마치 가전연제가(迦栴連提迦)옷과 같다.
그때에 저 선주 사라림 아래에 한 용상(龍象)이 있어 그 가운데에 거주하는데 역시 이름을 선주라 하며, 그 색은 순백색으로 구모타꽃과 같다. 일곱 개의 팔다리로 땅을 버티며 허공을 날아 올라간다. 정수리의 뼈가 높이 융기(隆起)한 것이 마치 인타라구파가(因陀羅瞿波迦) 벌레와 같다. 그 머리는 붉은 색이고 여섯 개의 이빨을 가졌는데, 그 이빨은 가늘고 날카로우며 또 금사(金沙)가 있어 이발 위에 박혀 있다. 또 8천의 여러 용상을 권속으로 삼고 있는데, 그 색은 모두 구모타꽃처럼 희다. 일곱 팔다리로 땅을 버티며, 나아가 모두 금으로 이빨을 장식하였다.
019_0349_a_01L그 선주 사라수왕 숲의 정북쪽에 선주 대용상왕을 위하여 한 못이 생겨났는데 이름을 만타길니(曼陀吉尼)라고 한다. 세로와 너비는 똑같이 50유순이며 그 물은 시원하고 감미로우며 밝아서 모든 더러움이 없다. 나아가 그곳의 연뿌리는 크기가 수레의 굴대와 같고 쪼개면 즙이 나오는데, 색은 젖과 같이 희고 맛은 꿀과 같이 달다.
이때 선주 대용상왕은 즉시 만타길니못을 향하여 나아간다. 그때에 저 8천의 모든 용상들이 앞뒤로 둘러서면 저 선주왕은 안온한 마음으로 가는데 모든 용상들은 흰 일산을 잡고 그 위를 덮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용상은 코로써 흰 마니주불자(摩尼珠拂子)를 잡고 그 왕을 부쳐주기도 한다. 그 앞에는 또 모든 음악신(音樂神)이 있어서 가무와 창(倡)을 하며 앞에서 인도하기도 한다.
019_0349_b_01L이때 선주 대용상왕이 이르면 즉시 저 만타길니못으로 들어가 나타났다가 숨었다 하며 즐거워하고 유희하며 목욕을 한다. 마음을 따르고 뜻에 맞게 즐거움을 받으면서 다니면 그 중에 코를 씻어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이를 닦아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귀를 소제해 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머리를 씻어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등에 물을 뿌려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겨드랑이를 닦아 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배를 씻어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발을 씻어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그 꼬리를 씻어주는 용상도 있으며, 혹은 코로 연뿌리를 뽑아 청정하게 씻은 다음 선주 용상의 입 안에 넣어주는 용상도 있고, 혹은 코로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ㆍ분다리가 꽃 등을 뽑아서 선주 용상왕의 머리 위에 매달아 주는 용상도 있다.
이때 8천의 모든 용상들은 즉시 각각 흩어져서 저 8천의 못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목욕하고 유희하고 자재하며 즐거움을 누린 다음, 각각 모두 못 안의 연뿌리를 씹어 먹는다. 다 먹은 다음 머리 위를 즉시 우발라 등의 여러 가지 꽃으로 스스로 엄숙하게 꾸민다. 이미 꽃을 매달기를 마치면 다함께 만나 선주 용상왕 곁으로 모인 다음 주위로 사방을 에워싼다.
이때 선주 대용상왕은 저 8천의 모든 용상들과 더불어 앞으로 인도되고 뒤를 따르며 마음은 다시 선주 사라수왕의 수풀로 돌아가고자 한다. 선주가 나아갈 때 모든 용상들은 혹은 흰 일산을 받쳐 들고 혹은 흰 마니불자를 잡기도 한다. 또 여러 신들이 있어 모든 음악을 연주하며 앞에서 인도하며 간다.
019_0349_c_01L이때 선주 대용상왕은 선주 사라대림수왕(善住娑羅大林樹王) 아래에 이르러 머물면서 마음대로 눕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 저 8천의 모든 용상들 역시 각각 8천 사라수림 아래에 이르러 거닐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면서 마음대로 안락을 누린다.
그때에 저 수풀 중에 사라수(娑羅樹)가 있는데 그 밑둥의 둘레가 여섯 길[尋]이나 되는 것도 있고, 그 밑둥 둘레가 일곱 길, 여덟 길, 혹은 아홉 길, 열 길인 사라수도 있으며, 그 밑둥 둘레가 열두 길이나 되는 사라수도 있다. 저 선주 사라수왕은 그 밑둥의 둘레가 열여섯 길이다. 저 8천 사라수림에 누렇게 시들어 낙엽지는 것이 있으면 즉시 바람이 불어와서 밖으로 걷어내므로 숲은 더럽지가 않다. 저들 8천 모든 용상들이 대소변의 더러움이 있을 때는 모든 야차(夜叉)가 소제하여 던져버린다.
비구들이여, 염부제에 전륜왕(轉輪王)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 저 8천의 모든 용상 중에 가장 작은 용상이 있어 매일 아침마다 전륜왕 앞에 와서 공급하고 받들어 섬겼으므로 그는 조선상왕(調善象王)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 그 선주 용상대왕은 혹은 십오일 아침에 일어나 천제석(天帝釋) 곁으로 향하여 가서 그 앞에 서서 머물며 받들어 섬긴다.
019_0350_a_01L “비구들이여, 저 울다라구류주(鬱多囉究留洲)에는 한량없는 산이 있다. 그 많은 산에는 가지가지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는 울창하며 여러 가지의 향기를 내고 그 향기는 널리 퍼져 모든 곳에 두루 가득하다. 온갖 풀이 나는데 모두 청감색(靑紺色)이며, 오른쪽으로 돌아 굽은 것이 마치 공작(孔雀)의 깃과 같고, 향기는 파리사가(婆梨師迦)꽃과 같다. 촉감이 부드럽고 연함은 가전연제(迦旃連提)와 같다. 길이는 네 손가락[四指]만한데 밟으면 쓰러졌다가 다리를 들면 다시 일어난다.
여러 가지 나무가 있는데 나무는 여러 가지 줄기와 잎과 꽃과 열매를 내고 온갖 향기가 번져나며, 가지가지의 모든 새가 각각 스스로 지저귀는 소리가 온화하고 우아하고 미묘하다.
019_0350_a_06L有種種樹,樹出種種莖葉華果,種種香熏,種種諸鳥,各各自鳴,和雅微妙。
저들 모든 산에는 여러 가지의 강이 흐른다. 모든 길은 사방으로 흩어져 평탄하고 순조롭게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조용하게 흐르는데 물결이 없고 또 빠르지도 않으며, 그 물가는 깊지가 않고 고르게 얕아서 건너기가 쉽다. 그 물은 깨끗하며 온갖 꽃이 그 위를 덮었는데, 반(半) 유순이나 넓게 두루 가득 차서 흐른다.
저들 모든 강의 양쪽 언덕에는 모두 여러 가지의 나무숲[樹林]이 있어서 물을 따라 그림자를 드리우고, 여러 가지의 향기로운 꽃과 푸른 풀이 가득 퍼져 있으며, 여러 가지 과실도 많고 뭇 새들도 함께 지저귄다. 또 저 모든 강의 양쪽 언덕에는 모두 묘하고 아름다운 배[船]가 있어서 여러 가지 색깔이 참으로 아름다운데, 모두 이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ㆍ자거ㆍ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비구들이여, 그 울다라구류주의 땅은 평평하고 바르며 모든 가시나무ㆍ구덩이ㆍ빽빽한 숲이 없으며, 역시 뒷간에 대변의 더럽고 부정(不淨)한 것이나 조약돌[礓石]ㆍ기와와 자갈[瓦礫] 등의 쓸모없는 물건이 없이 순수한 금ㆍ은으로 되어 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며 시절이 조화롭고 또 그 땅은 항상 윤택하고 푸른 풀이 가득 덮였으며, 여러 숲과 나무들은 잎이 항상 무성하고 꽃과 과일이 가득하다.
019_0350_b_01L비구들이여, 그 울다라구류주 가운데 여러 나무숲이 있는데 이름을 안주(安住)라고 한다. 그 나무는 모두 높이가 6구로사(拘盧舍)인데 잎이 빽빽하게 중첩되어 빗물이 새지 않게 차례로 서로 잇닿은 것이 마치 띠로 집을 이은 것과 같아서 저 모든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서 살고 있다.
또 여러 만수(鬘樹)가 있는데 그 나무 역시 높이는 6구로사, 나아가 5ㆍ4ㆍ3ㆍ2ㆍ1구로사이고 가장 작은 것은 반 구로사이다. 역시 가지가지의 잎과 꽃과 더불어 열매가 있는데, 그들 모든 열매는 마음을 따라서 가지가지의 꽃다발 모양[鬘形]을 내어서 나무에 걸어 놓는다.
019_0350_c_01L또 가지가지의 많은 과수(果樹)가 있는데 그 나무 역시 높이는 6구로사, 나아가 5ㆍ4ㆍ3ㆍ2ㆍ1구로사이고 가장 작은 것은 반 구로사이다. 모두 여러 가지 잎과 꽃과 더불어 열매가 있는데, 그들 모든 열매는 마음을 따라서 가지가지의 많은 열매를 내어 나무 위에 있게 한다.
그 다음은 또 음악나무[音樂之樹]가 있는데 그 나무 역시 높이는 6구로사, 나아가 5ㆍ4ㆍ3ㆍ2ㆍ1구로사이고 가장 작은 것은 반 구로사이다. 역시 여러 가지의 잎과 꽃과 더불어 열매가 있는데, 그들 모든 열매는 마음을 따라서 많은 음악 모양[音樂形]을 내어 나무 사이에 걸어 놓았다.
그 땅은 또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아도 자연히 멥쌀이 자라나는데, 청결하여 희고 깨끗하며 껍질이 쭉정이가 되는 것이 없다. 만약 밥을 지으려 하면 이때 많은 돈지(敦持) 열매가 있어서 가마솥이 되며, 모든 화주(火珠)가 있어 땔감을 빌리지 않아도 저절로 불꽃이 나와 하고자 했던 일이 모두 이루어져 익는다. 모든 밥이 익고 나면 주염(珠焰)은 저절로 꺼지고 다시는 타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그 울다라구류주를 둘러싼 사면에는 네 개의 못이 있는데 못 이름을 아뇩달다(阿耨達多)라고 한다. 각각 세로와 너비는 50유순인데 그 물은 맑고 시원하며 감미롭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흐리지 않다. 일곱 겹의 전루(塼壘)와 일곱 겹의 판체(板砌), 일곱 겹의 난간이 주위를 둘러싸고 일곱 겹의 방울 그물과 또 일곱 겹의 다라항수(多羅行樹)가 있어 주위를 빙 둘러쌌다. 온갖 색깔이 섞여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데 모두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적진주ㆍ자거ㆍ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019_0351_a_01L그곳 사방에 각각 층계가 있고 여러 가지 색깔이 섞여 있어 참으로 아름다우며, 나아가 마노 등 7보로 이루어졌다. 우발라ㆍ발두마ㆍ구모타ㆍ분다리가 꽃 등과 푸른색ㆍ노란색ㆍ붉은 색ㆍ흰색 및 옥색 등의 여러 가지 꽃이 있는데, 그 꽃의 둘레는 크기가 수레바퀴만하며 향기가 짙은 미묘의 극치를 이루었다. 그리고 모든 연뿌리는 크기가 수레의 굴대[車軸]와 같으며, 그것을 쪼개면 즙이 나오는데 그 색은 젖빛과 같고 그것을 먹으면 감미롭고 맛은 달기가 꿀과 같다.
비구들이여, 저 아뇩달다못 사면에는 또 네 개의 큰 강물이 있어 순리를 따라 아래로 바르고 곧게 흐르며 물결도 없고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다. 그 언덕은 높지 않고 평평하고 얕아서 들어가기가 쉽다. 물은 제멋대로 흐르지 않고 여러 꽃이 가득 덮여 있는데 너비가 1유순이다. 저들 모든 강의 양쪽 언덕에는 여러 가지 나무숲이 있는데 서로 섞여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또 여러 가지 미묘한 향기를 낸다. 갖가지 풀이 났는데 청색이며 부드럽고 연하며 오른쪽으로 돌아 굽었다. 간략히 말하자면, 나아가 높이는 네 손가락만하고 밟으면 따라 눕고 발을 들면 다시 고르게 된다. 그리고 모든 새들의 가지가지의 음성이 있고, 그 강의 양쪽 언덕에는 또 모든 배[船]가 있는데, 여러 가지 섞인 색은 참으로 아름다우며, 나아가 자거ㆍ마노 등의 보석이 합해져 이루어졌으며 감촉의 부드러움은 마치 가전린제가(迦旃隣提迦)옷과 같다.
비구들이여, 그 울다라구류주는 항상 밤중이면 아뇩달다 네 개의 못에서 크고 짙은 구름이 일어나 울다라구류주와 모든 산과 바다를 두루 둘러싸고 덮는다. 모두 두루 편 다음에 8공덕수(功德水)의 비를 내리는데 마치 암소가 젖을 짜는 것과 같다. 내려온 비는 네 손가락의 길이와 같은데 다시는 옆으로 흐르지 않고 내린 곳에서 즉시 땅 속으로 들어간다.
019_0351_b_01L다시 밤중이 되면 비는 그치고 구름도 걷혀 허공은 다 청정해진다. 바다로부터 바람이 일어나 시원함을 불어주는데 부드럽고 감미로움이 고르게 알맞아서 몸에 닿으면 안락해진다. 저 울다라구류주를 적셔 두루 윤택하게 하고 기름진 자양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마치 꽃다발을 만드는 이[鬘師]와 그의 제자가 기교를 부려 꽃다발을 만들어 이룬 다음에 물을 촉촉하게 뿌리면, 뿌린 다음에는 저 꽃다발은 광택이 나고 선명해지나니 모두가 이와 같고 이와 같다.
비구들이여, 그 선현못 동쪽에 동산이 있는데 그 이름은 선현(善現)이다. 그 동산의 세로와 너비는 백 유순이며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방울 그물, 일곱 겹의 다라항수가 둘러쌌다. 여러 가지 색이 참으로 아름다운데 자거와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하나하나의 방면마다 각각 모든 문이 있는데 그들 문에는 모두 각적(却敵)이 있다. 여러 가지 색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자거와 마노 등의 7보로 이루어졌다.
019_0351_c_01L비구들이여, 저 선현 동산은 평평하고 바르며 단정하고 엄숙하며 모든 가시나무ㆍ구릉ㆍ구덩이가 없고, 역시 뒷간이나 조약돌[礓石]ㆍ기와와 자갈[瓦礫]과 모든 잡된 더러움 등이 없으며 금ㆍ은이 많이 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절기(節氣)는 조화롭고 항상 샘물이 흘러 사면을 가득 채운다. 나무와 잎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달리고 온갖 향훈(香熏)과 온갖 무리의 새들이 항상 묘음(妙音)을 내어 지저귀는 소리가 화평하고 우아하다. 또 모든 풀은 청색으로서 오른쪽으로 감겨졌는데,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이 마치 공작의 깃과 같으며 항상 향기가 있다. 저 파리사(婆利師)꽃은 감촉이 마치 가전린제(迦旃隣提)옷과 같아서 발로 밟을 때는 다리를 따라 일어서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또 많은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는 여러 가지 뿌리와 줄기ㆍ잎과 꽃 및 열매가 많이 있으며, 각각 온갖 향기를 내어 널리 번진다.
비구들이여, 저 선현 동산에는 또 많은 나무가 있는데 이름을 안주(安住)라고 한다. 그 나무가 솟은 높이는 6구로사이다. 그 나뭇잎은 조밀하여 비가 와도 새지 않는데 나뭇잎이 연달아 잇대어 있는 것이 마치 띠로 집을 덮은 것과 같다. 저 모든 사람들은 다 그 아래에서 거주하며 머문다. 모든 향나무가 있고 모든 겁파수(劫波樹)가 있고 모든 영락수(瓔珞樹)가 있고 또 만수(鬘樹)가 있고 모든 기물수(器物樹)가 있고 모든 과수(果樹) 등이 있으며, 또 저절로 깨끗한 멥쌀과 잘 익은 밥이 있다.
비구들이여, 저 선현 동산에는 나[我]도 없고 주인도 없고 수호자도 없다. 그 울다라구류 사람들이 선현 동산에 들어가는데 들어가서는 유희하며 가지가지의 즐거움을 받는다. 뜻에 따라 혹 동문ㆍ남문ㆍ서문ㆍ북문에 가고자 하면 그 가운데 들어가 유희하고 목욕하며 즐거움을 받으며 다니다가 마음에 따라 그곳을 떠나고 싶으면 즉시 떠난다.
비구들이여, 그 선현못에는 울다라구류 사람들을 위해 남쪽 가에 동산이 있는데 이름을 보현(普賢)이라 한다. 그 동산의 세로와 너비는 1백 유순이며 일곱 겹의 난간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 보현 동산에는 수호자가 없다. 단지 울다라구류 사람들이 보현 동산에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면, 그들은 동문ㆍ남문ㆍ서문ㆍ북문으로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누리다가 마음에 따라 그곳을 떠나고 싶으면 즉시 떠난다.
019_0352_a_01L비구들이여, 저 선현의 못에는 울다라구류 사람들을 위하여 서쪽 가에 동산이 있는데 이름을 선화(善華)라 한다. 그 못의 가로와 너비는 1백 유순이고 일곱 겹의 난간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나아가 선현 동산 등과 다름이 없다. 또 수호하는 사람도 없어 단지 울다라구류 사람들이 선화 동산에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받고자 하면, 즉시 동문ㆍ남문ㆍ서문ㆍ북문으로 들어간 다음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누리다가 마음에 따라 그곳을 떠나고자 하면 즉시 떠난다.
비구들이여, 그 선현못 북쪽 가에 동산이 있는데 이름을 희락(喜樂)이라 한다. 세로와 너비가 똑같이 1백 유순이고 나아가 수호자가 없다. 그 울다라구류 사람들이 희락 동산에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면, 즉시 동문ㆍ남문ㆍ서문ㆍ북문으로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누리다가 그곳을 떠나고자 하면 즉시 떠나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앞의 선현 동산 등과 같다.
비구들이여, 그 이입도강 양쪽 언덕에는 여러 가지 나무가 덮고 있으며 온갖 향기가 나고 온갖 풀이 자라서, 간략히 말하자면, 나아가 촉감의 부드러움이 마치 가전린제가옷과 같다. 발로 밟을 때는 네 손가락만큼 아래로 엎드리고 발을 들 때는 다시 네 손가락만큼 일어선다. 여러 가지 나무와 여러 가지 잎과 꽃과 열매가 갖추어 있고, 여러 가지 향이 나고 갖가지 새가 있어 각각 스스로 지저귄다.
019_0352_b_01L비구들이여, 그 선현못 남쪽에는 울다라구류 사람들을 위하여 큰 강이 흐르는데 이름을 선체(善體)라고 한다. 점차 아래로 흐르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이입도강과 같다. 이곳에 있는 여러 가지의 것도 그것과 다름이 없으며, 나아가 모든 배도 여러 가지 색으로 이루어졌고 부드럽기가 마치 가전린제가옷과 같다.
비구들이여, 그 선현못 북쪽에 울다라구류 사람들을 위하여 큰 강이 흐르는데 이름을 위주(威主)라 하며 점차로 내려간다. 간략히 말하자면, 나아가 양쪽 언덕에는 배가 있는데 7보로 장식하였고, 부드럽기가 마치 가전린제가옷과 같으며, 그 사이에 울타나가타(鬱陀那伽他)가 있다.” 여기서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현(善現)과 보현(普賢) 등 선화(善花)와 희락(喜樂) 이입도(易入道)와 선체(善體) 여거(如車)와 위주하(威主河)이니라.
019_0352_b_11L善現普賢等, 善花及喜樂, 易入幷善體,
如車威主河。
“비구들이여, 그 울다라구류 사람들이 이입도와 선체, 여거 및 위주 등의 강에 들어가 목욕하고 유희하며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리고자 할 때는 즉시 모두 저 강의 양쪽 언덕에 이른다. 각자 옷을 벗어 언덕 기슭에 두고 물에 들어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배 위에 앉아 타고 물 가운데로 나아가서 몸을 씻고 유희하며 즐거움을 받는다. 저들은 누구든 가장 먼저 나오는 자가 있으면 즉시 상의(上衣)를 취하여 마음대로 입고는 마음에 따라 가는데, 역시 자기의 본래 옷만을 오로지 찾지는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저 울다라구류 사람들은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 없고 수호자가 없기 때문이다.
019_0352_c_01L이때 그 사람들은 그 나무에서 여러 가지 뭇 향을 취해서 몸에 바른다. 다시 각기 겁파수 아래로 향해 가는데 도착하면 그 나무 역시 앞서와 같이 나뭇가지를 아래로 드리워 여러 가지 옷을 내어 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 그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에서 가지가지의 묘한 옷을 취하고 취한 다음에 입는다. 입은 다음에는 돌아서 모든 영락수로 향한다.
그 나무에 이르면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 영락수의 가지 역시 아래로 드리운다. 그들을 위하는 까닭에 그 영락수는 여전히 나무에서 가지가지의 영락을 내어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 그 모든 사람들은 그 나무에서 여러 가지 영락을 취해 몸에 단 다음에 만수(鬘樹)로 향해 간다.
만수에 이르면 그들을 위하는 까닭에 그 만수의 가지 역시 스스로 아래로 드리운다. 이때 만수는 가지가지의 꽃장식[鬘]을 내어 그 사람들로 하여금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 그 나무에서 가지가지의 만을 취해서는 머리에 매단 다음 기수(器樹)로 향해 간다. 기수에 이르면 기수는 그들을 위해 가지를 역시 아래로 드리워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하는데, 갖고자 하는 대로 그릇을 즉시 취하여 사용할 수 있다.
과수(果樹)로 향해 가서 과수에 이르면 그들을 위하는 까닭에 과수는 가지를 드리운다. 그들을 위하는 까닭에 그 과수는 여러 가지의 과일을 내어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 그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에서 갖고자 하는 대로 과일을 자기 뜻에 맞게 취한다. 취한 다음에는 혹은 그 과일을 먹는 자도 있고, 혹은 그 즙을 짜서 마시는 자도 있다. 마시기를 마친 다음 음악수림(音樂樹林)으로 향해 간다.
019_0353_a_01L그 나무에 이르면 그들을 위하는 까닭에 그 음악나무 가지 역시 아래로 드리우고 그들을 위해 모든 음악기(音樂器)를 내어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다. 그 사람들은 그 나무 사이에서 각각 필요한 바에 따라 뭇 음악기를 취하여 가지는데, 그 형상은 미묘하고 그 음은 조화롭고 우아하다. 연주하고 싶으면 연주하고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한다. 이와 같이 가지가지의 즐거움을 누리다가 마치고 나면 각자 갈 곳을 따라 떠나고 싶은 대로 떠난다.”
이 경전은 송나라 대장경[宋藏]에서는 『기세경(起世經)』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사나굴다(闍那崛多)와 달마급다(達摩笈多)가 함께 한역하였다고 했다. 앞 경(前經: 기세경)에 붙여서 징함(澄函)에 편입하였다. 그러나 거란 대장경[丹藏]에서는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달마급다가 한역하였다고 하고, 뒤의 경전[後經]을 삭제하였다. 지금 『개원석교록開元錄』을 검토해보니,거란 대장경이 옳으므로 “인본(因本)” 두 글자를 제목에 덧붙이고,한역자에서 사나굴다를 빼고 나중의 경전으로 삼아 경함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