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9_0910_a_01L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019_0910_a_01L佛說淨飯王般涅槃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권영대 번역
019_0910_a_02L宋居士沮渠京聲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9_0910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들과 함께하셨는데, 그때 세존께서 광명이 빛나기가 마치 해가 나와서 세간을 비추는 것 같았다.
그때 사이국(舍夷國)의 왕인 정반(淨飯)은 바른 법과 예(禮)와 덕(德)과 인(仁)과 의(義)로써 다스렸고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행하였는데, 그때 중병이 들어서 몸 안의 4대(大)가 한꺼번에 작용하여 그 몸을 해쳤으며, 사지와 뼈마디가 흩어지는 것 같았으며, 숨은 가쁘고 고르지 아니하기가 흡사 빨리 흐르는 물과 같았다. 재상은 나라 안의 이름난 의원들에게 명령을 선포하여 이들을 불러들여 왕의 병을 진찰하고 병에 따라 약을 주는 등 온갖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하였으나, 뚜렷하게 나아지는 것이 없더니 조짐[瑞應]이 벌써 이르러 죽음이 멀지 아니하였다.
019_0910_a_04L一時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衆俱爾時世尊光明韑韑喩若日出照明世閒舍夷國王名曰淨飯——治以正法禮德仁義行慈心——時被重病身中四大同時俱殘害其體支節欲解喘息不定駃水流輔相宣令國中明醫皆悉集瞻王所疾隨病授藥種種療治能愈者瑞應已至將死不久
왕은 답답하고 조급하여 사뭇 이리저리 뒤척이길 마치 작은 물의 물고기와 같이 하였다. 부인과 채녀들은 이러함을 보고 더욱 근심하고 고민하였으며, 그때 백반왕(白飯王)과 곡반왕(斛飯王)과 대칭왕(大稱王) 등과 뭇 신하들은 모두 말하기를, “이제 왕이 돌아가신다면 우리는 영원히 보금자리[覆護]를 잃을 것이며 나라가 장차 쇠퇴할 것이라”고 하였다. 왕은 몸이 떨리고 입술이 바싹 말랐으며 말소리는 자주 끊어지고 눈은 어지러우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모든 왕들은 모두들 공경하는 마음으로 단정히 꿇어앉아 합장하고 한꺼번에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본래 성품이 악을 짓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잠깐 동안이라도 덕을 쌓아서 인민을 기르고 보호하시기를 싫어하지 아니하시므로, 백성 모두가 편안함을 얻어 이름이 시방에 알려지셨거늘, 어찌하여 지금 근심하고 고뇌하십니까?”
019_0910_a_12L時王煩轉側不停如少水魚夫人婇女見其如是益更愁惱時白飯王斛飯王大稱王等及諸群臣同發聲言今王設崩永失覆護國將虛弱王身戰動脣口乾燥語聲數絕眩目淚下時諸王等皆以敬意長跪叉手同共白言大王素性不好作惡經彈指頃積德無厭護養人民莫不得安名聞十方大王今日何故愁惱
019_0910_b_02L이에 정반왕은 곧 모든 왕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죽더라도 괴롭지 아니하나 다만 내 아들 실달(悉達)을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 탐욕과 음욕과 세간의 모든 욕망을 제거한 둘째 아들 난다(難陀)를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또 불법을 지니고 한마디도 실수하지 않는 곡반왕[斛飯王]의 아들 아난다(阿難陀)를 보지 못함이 한스러우며, 또 나이는 비록 어리지마는 신족(神足)을 갖추었고 계행(戒行)에 흠이 없는 손자 라운(羅云)을 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우니, 내가 이들을 볼 수 있다면 병이 비록 위독하여 생사를 여의지 못한대도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을 터인데…….”
왕의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모두들 울어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019_0910_a_21L時淨飯王語聲輒出告諸王曰我命雖逝不以爲苦但恨不見我子悉達又恨不見次子難陁以除貪婬世閒諸欲復恨不見斛飯王子阿難陁者持佛法藏一言不失又恨不見孫子羅云年雖幼稚神足純備戒行無缺吾設得見是諸子等我病雖篤未離生死不以爲苦諸在王邊聞如是語莫不啼泣淚下如雨
이때 백반왕(白飯王)은 정반왕에게 답하여 말하였다.
“들으니 세존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계신다니, 여기와의 거리가 50 유순(由旬)입니다. 왕께서는 지금 점차 쇠약해지시는데 사신을 보낸다고 한들 길이 아득하니, 아마도 너무 늦어서 그들을 만나는 일은 성사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너무 근심하시지 마시옵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거두소서.”
019_0910_b_09L時白飯王答淨飯王言我聞世尊在王舍城耆闍崛山中去此懸遠五十由旬王今轉羸設遣使者道路懸邈懼恐遲晩無所加益唯願大王莫大愁悒懸念諸子
정반왕은 이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면서 백반왕에게 대답하였다.
“그들이 비록 멀리 있지마는 바라는 뜻은 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아들은 부처가 되어 큰 자비를 가졌으며 신통을 가졌으므로 천안(天眼)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천이(天耳)로 환하게 들어 제도를 받아야 할 중생을 구원해 준다. 이를테면 백천만억의 중생이 물에 빠졌더라도 사랑하고 가엾어 하는 마음으로 배와 뗏목을 만들어 건져주되 끝내 피로해하지 아니한다.
019_0910_b_13L淨飯王聞是語已垂淚而言答白飯王我子等輩雖復遼遠意望不斷所以者何我子成佛以大慈悲恒以神通天眼徹視天耳洞聽救接衆生應可度者如有百千萬億衆生爲水所溺以慈愍心爲作舩筏而度脫之終不勞疲
019_0910_c_02L비유컨대 사람이 도둑에게 둘러싸이거나 원수를 만나 무서워 어쩔 줄 모르고 살아날 가망이 없을 땐 오직 세력이 있는 이에게 의지하고 구호해 주기를 구하여 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며, 또 누가 아주 중한 병에 걸렸다면 훌륭한 의원을 얻고 싶어 하나니, 오늘 내가 세존을 만나보길 바라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그 까닭은 세존은 밤낮 세 때로 항상 천안(天眼)으로써 교화를 받을 중생을 관찰하되, 그 자비로운 마음은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기 때문이다.
019_0910_b_19L譬如有人爲賊所圍或値怨敵惶怖失計不望自濟唯求救護依有勢者欲從恐難而得解脫譬如有人時得重病欲得良醫以療其疾如我今日望見世尊亦復如是所以然者世尊晝夜常以三時恒以天眼觀於衆生應受化者以慈愍心如母念子
이때 세존께서는 영취산(靈鷲山)에서 천이(天耳)로 멀리 가유라위대성(迦維羅衛大城)에 있는 부왕의 근심과 여러 왕들의 말소리를 들으시고 곧 천안으로는 부왕이 병상에 누워 파리하고 초췌하여 장차 숨이 끊어지려고 함을 보셨으며, 또한 부왕이 여러 아들들을 목마르게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아셨다.
019_0910_c_03L爾時世尊在靈鷲山天耳遙聞迦維羅衛大城之中父王悒遲及諸王言卽以天眼遙見父王病臥著牀羸困憔悴命欲向終知父渴仰欲見諸子
이때 세존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부왕이신 정반(淨飯)께서는 훌륭한 세간의 왕이시고 곧 우리들의 아버지이신데 이제 중병에 걸리셨으니 마땅히 가서 뵈어야겠다. 숨이 남아 있을 때에 서둘러 가서 뵘으로써 아버님으로 하여금 소원을 이루시도록 해야겠다.”
019_0910_c_07L爾時世尊告難陁曰父王淨飯勝世閒王是我曹父今得重病宜當往見餘命少在時嚴速發我曹應往及命存在得與相見令王願滿
난다는 가르침을 받고 단정히 꿇어앉아 절하고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정반왕은 곧 우리들의 아버지시며, 지으신 공덕이 훌륭하시므로 성인(聖人) 아들을 낳으셔서 세간을 이롭게 하셨으니, 이제 마땅히 가서 기르신 은혜에 보답해야 합니다.”
019_0910_c_11L難陁受敎長跪作禮唯然世尊淨飯王者是我曹父所作奇特能生聖子利益世閒今宜往詣報育飬恩
아난이 합장하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세존을 따라가서 함께 뵙겠습니다. 정반왕은 곧 저의 큰아버지시며, 또한 제가 출가해서 불제자가 되어 부처님을 섬기도록 허락하셨사오니, 저도 가겠습니다.”
019_0910_c_14L阿難合掌前白佛言我隨世尊貪共相見淨飯王者是我伯父聽我出家爲佛弟子得佛爲師是故欲往
라운 또한 나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록 아버지께서는 나라를 등지시고 도를 구하셨지마는 저는 할아버지의 길러주심을 입어 출가하였으니 가서 조왕(祖王)을 뵙고자 합니다.”
019_0910_c_17L羅云復前而白佛言世尊雖是我父棄國求道我蒙祖王育養成就而得出家是故欲往奉覲祖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지금 왕으로 하여금 원하심을 채워드리도록 하자.”
019_0910_c_20L佛言善哉善哉宜知是時令王願滿
019_0911_a_02L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곧 신족으로 마치 기러기와도 같이 몸을 허공에 솟구치시더니 갑자기 가라위성에 나타나셔서 큰 광명을 방출하셨다. 나라 안의 인민들은 부처님께서 먼 곳으로부터 오시는 것을 보고는 다 같이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대왕께서 돌아가신다면 사이국(舍夷國)이란 이름은 반드시 끊어질 것입니다.”
또한 성안의 인민들은 부처님을 향하여 울면서 아뢰었다.
“그때 태자께서 궁궐을 벗어나셔서 람비(藍毘:룸비니)의 나무 밑으로 가셔서 좌선[坐思惟]하실 때에 부왕께서는 보시고서 머리 조아려 애경하셨는데, 대왕께서 이제 목숨이 머지않아 끊어지게 되었으니, 오직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마땅히 찾아가셔서 서로 만나셔야 하옵니다.”
019_0910_c_21L於是世尊卽以神足猶如鴈王踊身虛空忽然而現在迦維羅衛放大光國中人民遙見佛來皆共擧聲淚而言設大王崩舍夷國名必絕滅矣城中人民向佛啼哭白世尊言爾時太子踰出宮城詣藍毘樹下而坐思父王見之稽首敬禮大王如是斷不久唯願如來宜可時往及共相
나라의 인민들은 뒹굴면서 자신의 몸을 마구 치고 목메어 울었다. 그 가운데는 스스로 영락(瓔珞)을 끊는 이도 있었고, 그 가운데는 스스로 자기 옷을 찢는 이도 있었으며, 그 가운데는 머리털을 뽑는 이도 있었고, 그 가운데는 재와 흙을 가져다 모으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애통함이 골수에 사무쳐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019_0911_a_07L國中人民宛轉自撲哽咽啼哭有自絕瓔珞者中有自裂壞衣服者中有自㨑拔其髮者中有取灰土而自坌者痛徹骨髓猶癲狂人
이러함을 부처님께서 보시고는 곧 사람들을 타이르셨다.
“덧없는 이별은 예나 지금이나 있나니 너희들 모든 사람은 생각하고 기억해야 한다. 나고 죽는 것이란 괴로움이요 오직 도(道)만이 참된 진리니라.”
부처님께서는 법우(法雨)로써 중생의 마음을 건져주시고 갖가지 법으로써 열어 풀어 주셨다.
019_0911_a_10L佛見是諫國中人無常別離古今有是等諸人當思念之生死爲苦唯道是佛以法雨灌衆生心以種種法開解之
이에 세존께서 곧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十八不共諸佛之法]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셨으며, 또한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큰 광명을 놓으셨으며, 한량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으로부터 지으신 공덕으로써 큰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은 비추어서 안팎이 트인 채 온 나라에 두루 하더니, 그 빛이 왕의 몸을 비추매 왕은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져 편안해졌다.
왕은 이상히 여겨서 말하였다.
“이 무슨 광명이냐. 해와 달의 광명이냐, 하늘들의 광명이냐. 광명이 내 몸에 닿으니, 마치 하늘의 전단처럼 내 몸의 근심과 고통을 쉬게 하였도다. 의심컨대 아마도 내 아들 실달이 온 게로구나. 먼저 비추었던 광명은 바로 그 상서일 것이다.”
019_0911_a_14L於是世尊卽以十力四無所畏十八不共諸佛之法放大光明更復重以三十二相八十種好放大光明以從無量阿僧祇劫所作功德放大光明其光照曜內外通達周遍國界光照王身患苦得安王遂怪言是何光耶爲日月光諸天光乎光觸我身如天栴檀令我身中患苦得息我遂疑怪儻是我子悉達來也先現光明是其瑞耳
019_0911_b_02L이때에 대칭왕이 밖으로부터 궁으로 들어와 대왕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오셨습니다. 그의 제자인 아난과 난다와 라운 등을 데리고 허공을 타고 오셨으니, 왕은 기뻐하시고 시름을 거두소서.”
019_0911_a_24L大稱王從外入宮白大王言世尊已來將諸弟子阿難難陁羅云之等乘空來至王宜歡喜捨愁毒心
왕은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기뻤든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그때 마침 부처님께서 궁에 들어오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이르신 것을 보고 멀리서 두 손을 들고 발을 붙이고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여래께서는 손으로 내 몸을 만져주시어 나로 하여금 편안함을 얻게 하소서. 병에 시달리니 마치 삼기름[麻油]을 짜듯 아픔을 참지 못하겠습니다. 목숨이 장차 끊어지는 것은 어찌 돌이킬 수 있으랴마는 이제 마지막으로 세존을 보니 고통과 한(限)이 곧 없어졌습니다.”
019_0911_b_03L王聞佛來敬意踊躍不覺起坐須臾之頃佛便入宮王見佛到遙擧兩手接足而言唯願如來手觸我身令我得安爲病所困如壓麻油痛不可忍我命將逝寧可還反我今最後得見世尊痛恨卽除
부처님께서 보시니 부왕의 병이 위중해서 기력이 약해지고 파리해져 혈색이 변하여 알아보기가 어려웠으며 그 형체는 너무도 초췌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으셨다.
부처님께서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보아라. 왕께서 본래 몸매가 의젓하시고 얼굴빛이 단정하셨으며 이름은 멀리까지 드날리셨는데, 이제 위중한 병을 얻으매 알아볼 수 없게 되었으니, 단정하던 몸매와 용맹스럽던 이름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019_0911_b_09L佛知父王病重羸瘦色變難識睹見形體憔悴叵看佛告難陁觀王本時形體巍巍顏色端正名聲遠聞今得重病乃不可識端正形容勇健之名今何所在
그때 정반왕은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세존을 찬탄하였다.
019_0911_b_13L爾時淨飯王一心合掌歎世尊言

당신께선 원(願)을 이미 성취하시어
중생의 원 또한 성취케 하시네
제가 이제 중한 병 얻었으니
부처님은 저를 액운에서 건지소서.
019_0911_b_14L汝願已成就
亦滿衆生願
我今得重病
願佛度我厄

장엄하신 구담의 자손이여
당신은 매우 훌륭하시니
말세에서 바른 법 설하시어
보호함이 없으면서 보호하노라.
019_0911_b_16L嚴飾瞿曇種
汝爲甚奇特
末世說正法
無護而作護

법왕(法王)께서는 법미(法味)로
모든 중생 적시오니
이와 같이 후세의 사람에게도
당신은 자비하소서.
019_0911_b_17L法王以法味
灌澤諸衆生
如是後世人
子極慈孝

사람 중에서 귀한 보배[上寶]시고
이름은 삼천대천세계[大千界]에 사무치시며
위로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오직 유일하시어 짝할 이 없네.
019_0911_b_18L人中之上寶
名達大千界
上至淨居天
獨步無等雙
019_0911_c_02L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바라옵건대 부왕은 근심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도덕이 순일하게 갖추어져 빠지거나 모자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사 속으로부터 금색 팔을 내셨는데 손바닥은 마치 연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손으로 부왕의 이마를 짚고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청정한 계행을 지닌 사람이라 마음의 때를 이미 여의었으니, 이제 마땅히 기뻐하셔야 하오며 번뇌하지 마옵소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경의 법 뜻은 견고하지 못한 것에서 견고함을 얻는 것이오며, 대왕께서는 이미 선근을 심으셨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마땅히 즐거워하셔야 하옵니다. 숨이 비록 지려고 하시지만 스스로 뜻을 너그럽게 하셔야 합니다.”
019_0911_b_20L佛言唯願父王莫復愁悒所以然者道德純備無有缺減佛從袈裟裏出金色臂掌如蓮華卽以手著父王額王是淸淨戒行之人心垢已離應歡悅不宜煩惱當諦思念諸經法於不牢固得堅固志已種善根大王宜當歡喜命雖欲終自可寬
때에 대칭왕은 공경스런 마음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부처님은 곧 왕의 아들이며 신통의 힘을 다 갖추시어 비교할 이가 없사오며, 둘째 아들 난다 역시 왕의 아들로서 나고 죽는 모든 욕망의 바다를 이미 건넜고 네 가지 도(道)가 걸림이 없으며, 곡반왕의 아들 아난다는 이미 법미를 맛보아서 못이나 바다처럼 한 글귀도 잊지 아니하고 모두 지니오며, 대왕의 손자인 라운은 도덕을 순일하게 갖추어 모든 선정에 미쳤으며 네 가지 도과[四道果]를 성취하였습니다. 이들 네 자손들은 이미 마(魔)의 그물을 무너뜨렸습니다.”
019_0911_c_05L時大稱王以恭敬心白淨飯王言佛是王子神力具足無與等者次子難陁亦是王子已度生死諸欲之海四道無碍斛飯王子阿難陁者已服法味佛所說法猶若淵海一句不忘悉摠持之王孫羅云道德純備逮諸禪定成四道果是四子等已壞魔網
때에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 몰라 했으며, 곧 부처님의 손을 끌어다가 가슴 위에 대고 누운 채로 우러러 향하여 합장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실컷 보았으니, 내 소원은 이미 성취되어 가슴이 뜁니다. 이제 이별하려 합니다. 여래 지진(至眞)께서 하신 많은 이로움을 보고 듣고 한 사람들은 모두 상(相)이 있는 큰 공덕인입니다. 세존께서는 나의 아들로서 저는 과분하게 대접받고 버림을 받지 아니했습니다.”
019_0911_c_11L淨飯王聞是語已歡喜踊躍不能自勝卽以自手捉於佛手著其心上王於臥處仰向合掌白世尊言我瞻如來目睫不眴視之無厭我願已滿心意踊躍從是取別如來至眞多所饒益其有得見聞所說者此輩之等皆是有相大功德人今日世尊是我之子接遇過多不見捐棄
019_0912_a_02L왕은 누운 곳에서 합장하고 마음으로 세존의 발에 절하였다. 그때 부처님의 손바닥은 왕의 가슴 위에 있는 채, 왕은 열반[無常對]에 이르러서 명이 다하여 갑자기 후세에 나아갔다.
이에 모든 석씨들은 목놓아 울면서 온몸을 치고 두 손으로 땅을 쳤으며, 머리털을 풀어 흩트리고 다들 함께 “영원히 믿고 의지할 하늘을 잃었다”고 하였다. 그 중에는 스스로 영락을 끊는 이도 있었고, 그 중에는 옷을 찢는 이도 있었으며, 그 중에는 재와 흙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그 중에는 머리털을 다 뽑는 이도 있었으며, 그 중 어떤 이는 “왕께서는 바르게 정치하고 인민을 그르치지 않으셨다”고 말하였고, 그 중 어떤 이는 “작은 나라들이 그 의지할 바를 잃었고, 왕 중의 높은 왕이 이제 돌아가셨으니, 나라는 위신을 잃었구나”라고 말하였다.
019_0911_c_19L王於臥處合掌心禮世尊足下時佛手故在王心無常對至命盡氣絕忽就後世於是諸釋㘁咷啼哭擧身自撲兩手拍地解髻亂髮同發聲言永失覆蓋中有自絕瓔珞者中有自裂壞衣服者中有取灰土而自坌中有自摠拔其髮者中有說王順政治國不枉人民者中有復言諸小國等失其覆護王中尊王今已崩背國失威神
그때에 모든 석씨족들은 갖가지 향즙으로 왕의 몸을 씻고 겁파육전(劫波育氈)1)과 비단과 명주로 묶고 관에 넣고 사자좌를 만들어 7보(寶)로 장엄하고 진주 그물로 그 옆을 두른 뒤에 곧 관을 들어 사자좌 위에 올려놓고 꽃을 흩고 향을 살랐다. 부처님과 난다는 시체 머리맡에 엄숙하게 서 있었으며, 아난다와 라운은 시체 발치에 있었다.
난다는 단정히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왕께서 저를 기르셨습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부왕의 관을 메게 허락하소서.”
019_0912_a_06L諸釋子以衆香汁洗浴王身纏以劫波育㲲及諸繒帛而以棺斂作師子座七寶莊挍眞珠羅網垂繞其傍便擧棺置於師子座上散華燒香佛共難陁在喪頭前肅恭而立阿難羅云住在喪足難陁長跪白佛言父王養我願聽難陁擔父王
아난이 합장하고 앞에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게 백부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소서.”
019_0912_a_13L阿難合掌前白佛言唯願聽我擔伯父棺
라운도 앞에 나와서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제가 할아버지의 관을 메는 것을 허락하소서.”
019_0912_a_14L羅云復前而白佛言唯願聽我擔祖王棺
그때 세존께서는 내세의 인민이 흉포하여 부모의 길러준 은혜를 갚지 아니할 것을 생각하시고, 지금 불효한 이들과 내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예법을 세워야겠으므로 당신 스스로 부왕의 관을 메려고 하셨다.
그때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더니, 모든 산들이 흔들리더니 마치 물 위에 배와 같이 상하로 솟아올랐다 내려갔다 하였다.
019_0912_a_15L爾時世尊念當來世人民兇暴不報父母育養之恩爲是不孝之者爲是當來衆生之等設禮法故如來躬身自欲擔於父王之棺卽時三千大千世界六種震動一切衆山駊騀涌沒如水上舩
019_0912_b_02L그때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이 한량없는 수의 백천 권속들을 데리고 함께 왔다. 곧 북방천왕 비사문(毘沙門)은 모든 야차(夜次)와 귀신의 무리와 억백천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함께 조상하였고, 동방천왕 제두뢰타(提頭賴吒)는 풍악을 맡은 귀신 억백천 무리를 거느리고 왔으며, 남방천왕 비루륵차(毘樓勒叉)는 구반다(鳩槃荼) 귀신 억백천 무리들을 데리고 함께 왔으며, 서방천왕 비류바차(毘留婆叉)는 모든 용신 억백천 무리들을 데리고 함께 와서 모두들 슬퍼하며 울부짖었다.
019_0912_a_21L爾時欲界一切諸天與無央數百千眷屬俱來赴喪北方天王毘沙門將諸夜叉鬼神之等億百千衆俱來赴喪東方天王提頭賴咤從諸伎樂鬼神之等億百千衆俱來赴喪南方天王毘樓勒叉從鳩槃荼鬼神之等億百千衆俱來赴喪西方天王毘留婆叉從諸龍神億百千衆俱來赴喪皆共發哀擧聲啼哭
그때 사천왕(四天王)들은 가만히 서로 의논하기를, ‘세존을 바라보니 내세에 있을 부모에게 불효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신 까닭에 큰 자비로써 친히 몸소 부왕의 관을 메려고 하시는구나’ 하고는 곧 모두들 함께 단정히 꿇어앉아 부처님께 동시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왕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소서. 왜냐하면 저희들 역시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께 법을 듣고 뜻이 열리고 천안(天眼)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또 수다원(須陀洹)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들이 마땅히 부왕의 관을 메야 하옵니다.”
019_0912_b_06L時四天王竊共思議瞻望世尊爲當來世諸不孝順父母者故以大慈悲現自躬身擔父王棺四天王俱共長跪同時發聲俱白佛言唯然世尊願聽我等擔父王棺所以然者我等亦是佛之弟子亦復從佛聞法意解得法眼淨成須陁洹以是之故我曹宜擔父王之棺
세존께서 사천왕들에게 부왕의 관을 메도록 허락하시자 네 천왕들은 각기 사람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손으로 관을 들어 어깨에 멨으며, 온 나라의 일체 인민 대중들로서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9_0912_b_14L爾時世尊聽四天王擔父王棺時四天王各自變身如人形像以手擎棺擔在肩上擧國人民一切大衆莫不啼哭
그때에 세존께서는 위엄의 빛을 더욱 나타내어 1만 개의 해가 한꺼번에 뜬 것 같았으며, 몸소 향로(香爐)를 잡고 관 앞에 서서 장지로 가셨다.
영취산에 있던 1천 아라한(阿羅漢)들은 신족(神足)의 힘으로써 허공을 타고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일을 명하시겠습니까?”
019_0912_b_18L爾時世尊威光益顯如萬日竝如來躬身手執香爐在喪前行出詣葬所靈鷲山上有千阿羅漢以神足力虛來至稽首佛足復白佛言唯願世勅使何事
019_0912_c_02L부처님께서는 곧 여러 아라한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빨리 큰 바다나 물가에 가서 우두전단(牛頭栴檀)과 갖가지 향나무를 가져오라.”
그들은 지시를 받들고 곧 손가락을 튕길 사이에 각기 큰 바다에 이르러서 향나무를 구하였으며,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다시 돌아왔다.
019_0912_b_23L佛便告諸阿羅漢等疾往大海渚上取牛頭栴檀種種香木卽受敎勅如彈指頃各到大海共取香薪屈伸臂頃便已來到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향나무를 쌓고 관을 들어 거기에 올려놓고는 불을 붙여 태웠다. 일체 대중들은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고 모두 부처님을 향하여 땅바닥에서 뒹굴고 자신의 몸을 치며 더욱 슬퍼하였다. 도를 얻은 이는 다 경사스럽고 다행이라 여겼으나,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는 마음으로 두려워하고 떨려서 옷과 털이 빳빳하게 섰다.
019_0912_c_04L佛與大衆共積香薪擧棺置上放火焚之一切大衆見火盛然皆向佛前宛轉自撲益更悲哭有得道者皆自慶幸未獲道者心戰惶怖衣毛爲豎
그때 세존께서 모인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다 무상(無常)하고 괴로움이고 공(空)이며, 내 몸이 아니고 견고함이란 없고 허깨비 같다. 마치 더울 때 아지랑이와 같고 물속에 비친 달과 같아서 목숨이란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 모두는 이 불을 뜨겁다고 보지 말라. 욕망의 불은 심하기 그보다 더하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스스로 힘쓰고 부지런히 하여 영원히 생사를 여의도록 하여야 곧 크게 편안함을 얻을 것이니라.”
불길이 대왕의 몸을 다 태우자 모든 왕들은 각기 5백 병의 우유를 가지고 불을 껐으며, 서둘러 뼈를 모아 금으로 된 상자에 담고 곧 그 위에 탑을 세웠으며, 비단 번기(幡旗)와 일산 및 갖가지 방울을 달아 탑에 공양하였다.
019_0912_c_08L爾時世尊告衆會曰世皆無常空非身無有堅固如幻如化如熱時如水中月命不夂居汝等諸人見此火便以爲熱諸欲之火極復過是故汝等當自勸勉永離生死得大安時火焚燒大王身已爾時諸各各皆持五百甁乳以用滅火滅之後競共收骨盛置金函卽於其便共起塔懸繒幡蓋及種種鈴供養塔廟
그때에 모든 대중들은 한꺼번에 세존께 아뢰었다.
“대정반왕께서 이제 목숨을 마치셨으니, 그 혼신은 어디에 납니까?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분별하여 설하소서.”
019_0912_c_18L時諸大衆同時發聲俱白佛大淨飯王今已命終神生何所願世尊分別解說
이때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이르셨다.
“부왕이신 정반왕은 곧 청정한 사람이었으니 정거천(淨居天)에 나시리라.”
019_0912_c_20L於時世尊告衆會父王淨飯是淸淨人生淨居天會聞是語已便捨愁毒
모였던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곧 시름을 풀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모든 하늘과 용신 및 사천왕과 거느리고 온 권속들, 세간 인민들,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께 절하고 각기 돌아갔다.
019_0912_c_22L佛說經竟天龍神及四天王所將眷屬世閒人一切大衆爲佛作禮各自還去
佛說淨飯王般涅槃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겁파육(劫波育)은 면(綿) 나무의 한 종류. 또는 백전(白氈:흰 털)을 일컬으며, 백전은 겁파육의 솜으로 짠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