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수뢰바국(須賴婆國)1)에 큰 비구 대중 5백 명과 함께 계시면서 비란야읍(毘蘭若邑) 숲속 나무 아래로 가셨다.
022_0971_a_04L佛在須賴婆國,與大比丘衆五百人俱,詣毘蘭若邑,住林樹下。
그 읍에는 비란야(毘蘭若)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바사닉왕(波斯匿王)이 그 읍을 그에게 하사했다. 그때 부처님께서 석가족에서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사(調御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 되셔서 세간의 온갖 마음속을 두루 아시고 그들을 위해 바른 법을 말씀하시는데,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으며, 좋은 뜻과 좋은 맛과 맑고 깨끗한 범행을 완전히 갖추시고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그 읍에 와 계신다는 말을 듣고 찬탄하며 말했다. “훌륭하시도다, 나는 부처님을 뵙고 싶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대중은 많으니라. 그리고 그대들은 믿음을 달리하고 견해를 달리하고 좋아함을 달리하고 받들어 섬기는 것을 달리하느니라.”
022_0971_a_19L佛言:“我此衆多,而汝異信、異見、異樂,所奉事異。”
그러자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가 비록 믿음을 달리하고 견해를 달리하고 좋아함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세존의 이 대중을 많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022_0971_a_20L復白佛言:“我雖異信、異見、異樂,不以世尊此衆爲多。”
022_0971_b_01L이와 같이 세 번 하자 부처님께서 곧 청을 받으셨다. 그러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으로 돌고는 떠나갔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서 안거의 공양을 마련할 때 악마 파순(波旬)이 생각했다. ‘지금 바라문이 부처님과 스님들께 석 달 동안의 안거를 청했다. 나는 못하게 막아서 그의 뜻을 헷갈리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 와서 그 일을 막았으므로 그 바라문은 악마의 막음으로 인해 곧 후궁(後宮)으로 들어가 5욕(欲)의 쾌락을 누리고자 문지기에게 명했다. “나는 이제 잔치를 벌이면서 석 달 동안 안에 있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바깥일은 하나도 알리지 마라.” 그리고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한 일을 잊어버렸다.
그때 비구들이 말 임자에게 가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 말 임자는 부처님을 믿어 마음이 깨끗했으므로 비구들이 구걸해도 얻지 못한 것을 가엾이 여기면서 말했다. “마침 말에게 먹이는 보리가 있으니, 만일 잡수시겠다면 반 되씩 드리겠습니다. 충분히 몸을 지탱하시면서 도를 닦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비구는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아직 우리에게 말의 몫을 먹으라고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를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갖가지로 찬탄하시고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말의 몫을 먹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조금 전에 생각하기를 ‘지금 이 나라 안에서는 걸식을 해도 얻기 어려우므로 신통을 얻은 이들과 함께 울단월에 가서 자생하는 멥쌀을 먹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을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너의 생각이 훌륭하고 물음 또한 훌륭하구나. 사리불아, 유위불(維衛佛)과 시기불(尸棄佛)과 수섭불(隨葉佛)의 범행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구루손불(拘樓孫佛)과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과 가섭불(迦葉佛)의 범행은 오래 머물렀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세 분 부처님의 범행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세 분 부처님의 범행은 오래 머물렀습니까?”
022_0971_c_19L舍利弗白佛言:“世尊!以何因緣三佛梵行不久住,三佛梵行久住?”
022_0972_a_01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세 분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 널리 법을 말씀하시지 않고, 계율을 제정하시지 않고,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3)도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제자들이 반열반(般涅槃)한 뒤에 여러 제자들이 갖가지 이름과 성씨에서 출가했지만 빨리 범행이 소멸된 것이다. 비유하면 쟁반에 흩어진 꽃을 가득 담아 네거리에다 놓아두면 사방에서 부는 바람에 따라 떠도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실에 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니라.
또 사리불아, 수섭불께서 천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포림(恐怖林)에서 유행(遊行)하셨는데,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한 사람이 이 숲속에 들어가면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 까닭에 공포림이라 하느니라. 그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 입으로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법을 설하시어, ‘모든 비구들이여, 이것은 생각해야 하고 이것은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기억해야 하고, 이것은 기억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끊어야 하고, 이것은 닦아야 하고, 이것에 의지해서 행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여러 비구가 이것을 안 뒤에는 번뇌가 다하고 생각에서 해탈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느니라.
사리불아, 구루손불과 구나함모니불과 가섭불은 널리 제자들을 위해 법을 말씀하시면서 피로해하거나 싫어함이 없으셨으니, 이른바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수기(受記)ㆍ가타(伽陀)ㆍ우다나(憂陀那)ㆍ니다나(尼陀那)ㆍ육다가(育多迦)ㆍ본생(本生)ㆍ비부라(毘富羅)ㆍ미증유(未曾有)ㆍ아바다나(阿婆陀那)ㆍ우바제사(憂波提舍)4)와 계율의 제정과 바라제목차를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제자들이 반열반한 뒤에 여러 제자들이 갖가지 이름과 성씨에서 출가했어도 빨리 범행이 소멸되지 않았느니라. 비유하면 갖가지 꽃을 실에 꿰어 네거리에다 놓아두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실에 꿰어 있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이와 같이 세 분의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 널리 말씀한 것이 위의 법과 같기 때문에 범행이 오래 머물 수 있었느니라.”
022_0972_a_21L如是,舍利弗!三佛廣爲弟子說如上法,是故梵行所以久住。”
022_0972_b_01L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법을 널리 말씀하시지 않고, 계율을 제정하시지 않고, 바라제목차를 말씀하시지 않아서 범행이 오래 머물지 못했다고 하면 세존이시여, 여러 제자들을 위해 널리 법을 말씀하시고 계율의 제정과 바라제목차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만히 있어라. 내가 스스로 시기를 알아서 하리라. 사리불아, 나의 이 대중은 청정해서 아직 미증유법(未曾有法)이 있지 않고, 나의 이 대중은 가장 낮은 자라도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느니라. 모든 부처님ㆍ여래는 아직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제자들을 위해 계율을 제정하지 않느니라. 나의 이 대중 가운데는 아직 견문이 많다고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온갖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또 아직 이양(利養)이나 명칭이 없기 때문에, 아직 욕심 많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직 신족(神足)을 나타내 인간과 천상에 널리 알리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온갖 번뇌를 일으키지 않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석 달 동안의 안거를 마치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아난아. 같이 비란야(毘蘭若)에게 가자.”
022_0972_b_10L爾時,世尊三月安居竟,便告阿難:“汝來,阿難!共至毘蘭若所。”
아난은 분부를 받고 옷을 정리하여 부처님을 따라 그의 문 아래에 이르렀다. 그때 바라문은 높은 누각 위에서 5욕을 즐기고 있다가 멀리서 세존을 뵙자 이내 기억해 내고는 재빨리 내려와 자리를 닦고 앉으시게 했다. 그리고는 온몸을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배하고 허물을 뉘우치며 스스로 책망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고서도 공양하지 않았으니 그대는 정말로 어리석었도다. 이치로 보아 허물을 뉘우쳐 마땅하니, 이제 대중들과 함께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느니라.”
022_0972_b_18L佛言:“汝實愚癡!請佛及僧竟不供養,理應悔過!今當與衆,受汝懺悔!”
또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성스러운 법 가운데서 참회할 줄 아는 이는 선법(善法)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022_0972_b_20L又告婆羅門:“我聖法中,知懺悔者增長善法。”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과 스님들께서는 한 달 동안 머무시면서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그대 바라문은 믿음을 달리하고 소견을 달리하니, 다만 부처님을 청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큰일을 한 것이니라.”
022_0972_c_01L이와 같이 세 번 청했는데도 부처님께서는 또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여기에 있으면서 석 달 동안 안거했으므로 이제는 떠나야 한다. 더 이상 머물 수는 없느니라.” 그 바라문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내일 전송하는 공양을 하겠사오니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주셨다.
때가 되자 세존께서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오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그 바라문은 공양을 베푸는데 손수 자신이 음식을 푸고 날랐다. 세존께서 공양 드시기를 마치자 물을 돌리고는 겁패(劫貝)5) 네 장과 가죽신 한 켤레를 세존께 받들어 올렸고, 승가에는 각각 두 장과 가죽신 한 켤레씩을 안거 보시물로 드렸다. 그러자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아직 저희들에게 안거 보시물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를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일을 갖가지로 찬탄하시고, 계율을 찬탄하시고, 지계(持戒)를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란야(毘蘭若)의 안거 보시물을 받는 것을 허락하느니라.” 그리하여 모두가 그것을 받자 바라문은 크게 기뻐하면서 작은 상을 가져다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를 위해 수희(隨喜)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온갖 천사(天祠) 중에 불을 섬기는 것이 으뜸이 되고 온갖 이학(異學)6) 중에 살바제(薩婆帝)7)가 으뜸이 되며
022_0972_c_16L一切天祠中, 奉事火爲最, 一切異學中,
薩婆帝爲最。
온갖 사람 중에 전륜성왕이 으뜸이 되고 온갖 흐름 중에 큰 바닷물이 으뜸이 되며
022_0972_c_18L一切衆人中, 轉輪王爲最,
一切衆流中, 大海水爲最。
온갖 광명을 비추는 것 중에 해와 달의 광명이 으뜸이 되고 하늘과 하늘 아래 부처님의 복전(福田)이 으뜸이 되느니라.
022_0972_c_19L一切照明中,
日月光爲最, 天上天下中, 佛福田爲最。
022_0973_a_01L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시고 다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이롭고 기쁘게 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승가시국(僧伽尸國)으로 향하셨다. 차츰차츰 유행하신 뒤에 비사리(毘舍離)에 가셔서 미후(獼猴) 강변의 중각강당(重閣講堂)에 머무시니,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4중(衆)과 국왕ㆍ대신ㆍ사문ㆍ바라문 등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했다.
그때 그 대중 안에는 장자 가란타의 아들 수제나(須提那)가 있었는데,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이해하기로는 집에 있으면 은애(恩愛)에 속박되어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널리 닦을 수 없지만 출가하면 집착이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하셨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집안의 믿음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야겠다’고 했다.
모인 대중들이 저마다 돌아가자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조금 전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생각하기를 ‘내가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로는 집에 있으면 은애에 속박되어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널리 닦을 수 없지만 출가하면 집착이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하셨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집안의 믿음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아야겠다’고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출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출가하여 계(戒)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022_0973_b_01L부모가 말했다. “그만 두어라, 수제나야. 그런 말은 하지도 마라. 나는 일찍이 아들이 없어서 하늘과 땅의 신령에게 기도하고서야 겨우 너를 얻었다. 외아들에 대한 사랑의 정은 실로 중해서 죽어서도 서로 떨어지지 못하겠거늘 어떻게 살아서 이별한단 말이냐. 너는 집이 넉넉하고 부자이므로 금은 보물로 마음껏 덕을 닦으면서 현세에서 즐거움을 누려라. 어째서 출가하여 우리의 뜻을 저버리려 하느냐.”
그리고는 먹지 않은 지 6일이 되니, 친척들이 모두 와서 위로하고 달래며 말했다. “너의 부모에게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 사랑의 정이 중해서 죽어서도 떨어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살아서 이별한단 말이냐. 너의 집은 큰 부자라 덕을 심을 수 있다. 도는 마음으로 말미암는 것이지 모양이나 의복에 있지 않거늘 하필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부모를 괴롭히고 어기려 드느냐.” 세 번이나 이와 같이 했으나 잠자코 있을 뿐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그때 여러 벗들이 와서 그를 달래면서 애써 충고하기를 위와 같이 했으나 역시 그와 같았다. 그리하여 저마다 그를 놔두고 그의 부모에게 가서 다함께 말했다. “저희들이 보니 다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만일 출가를 허락하신다면 오히려 때로는 만날 수도 있고 도(道)를 좋아하지 않게 되어 돌아올 기약도 있습니다. 음식을 끊은 지 6일이라 남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며칠 사이에 들판에 버려야 될 터인데, 올빼미와 까마귀가 쪼아 먹고 범과 이리가 다투어 뜯어먹게 되면 부모로서 어찌 이를 차마 견디겠습니까?”
부모는 그 말을 들은 뒤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 “아들이 출가하여 범행을 닦는 것을 허락하겠다. 그렇지만 때로는 우리를 위해 돌아와서 우리와 만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친한 벗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다시 그가 있는 데로 가서 말했다. “너의 부모님께서 너의 출가를 허락하시면서 때때로 찾아뵙는 것을 잊지 않으면 곧 떠나도 된다고 하셨다.”
022_0973_c_01L이에 수제나는 부모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세 번 돌고 나서 떠나가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모님께서 이미 허락하셨습니다. 제가 출자하여 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야. 모든 범행을 닦도록 해라. 나는 법을 잘 말하리니 온갖 괴로움이 끊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자마자 수제나의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가사가 몸에 입혀지고 발우가 손에 들려지니, 곧 사문이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얻었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상은 흉년이 들었다. 여러 비구가 성(城)에 들어가 걸식을 했지만 도무지 얻어지는 게 없었다. 수제나는 한적한 곳에서 생각했다. ‘지금 여기는 흉년이 들어 구걸해도 얻기 어렵구나. 내가 살던 곳은 음식이 풍요하니 장차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내가 살던 읍(邑)으로 가서 공양을 얻게 하고 복으로 그들을 제도하리라.’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비구들과 함께 그가 살던 읍으로 가서 숲의 나무 아래에 머물렀다. 그의 부모는 그 소식을 듣고 수제나의 아내에게 말했다. “너는 우리 아들이 집에 있을 적에 좋아하던 옷과 장식으로 잘 장엄하도록 해라.” 장엄하고 나자 부모는 며느리와 함께 그 숲으로 갔다.
022_0974_a_01L그때 수제나는 문안을 드리고 위에서와 같이 하자 부모가 다시 말했다. “너는 수척한 모습으로 숲속에서 바람과 이슬과 배고픔과 추위로 몹시 고통을 받는데,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너의 집안은 재물이 풍부하여 천하가 다 안다. 내 개인의 보물만 해도 사람의 머리까지 쌓아 묻히게 할 수 있거늘 하물며 부모의 재물이야 그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느냐. 너는 집으로 돌아가서 마음껏 선(善)을 닦으면서 현재의 세상에서 즐거움을 받고 나중에는 복과 경사를 누리도록 해라.”
세 번이나 이와 같이 했으나 대답이 갈수록 더 굳세어지자 부모가 다시 말했다. “너는 비록 우리의 아들이기는 하나 지금은 석가족이 되어 우리를 멀리 하고 도(道)를 닦고 있으니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느냐. 다만 조상의 후사를 잇는 것만은 인륜으로서 책임이 중하다. 나라의 법에 후사가 끊어지면 재물을 관청에서 몰수하므로 나는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 혈통을 잇게 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는 그것을 생각해 보아라. 우리의 할 말은 다 끝났다.”
여러 비구가 이것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전에는 얼굴빛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초췌합니까? 범행을 좋아하지 않아서 악한 죄를 범한 것은 아닙니까?”
022_0974_a_22L諸比丘見,問言:“汝先好顏色,今何憔悴?將無不樂梵行,犯惡罪耶?”
“나는 악한 죄를 범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렇습니다.”
022_0974_a_23L答言:“我犯惡罪,是故爾耳!”
“그대는 무슨 죄를 범했습니까?”
022_0974_b_01L卽問:“汝犯何罪?”
022_0974_b_01L“나는 예전의 아내와 함께 부정한 행을 저질렀습니다.”
答言:“我共本二作不淨行。”
여러 비구가 말했다. “그대가 한 일은 옳지 못합니다. 청정한 행도 아니고, 사문의 법도 아니며, 도(道)를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022_0974_b_02L諸比丘言:“汝所作不善,非淸淨行,非沙門法,不隨順道!”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갖가지로 책망하고 나서는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으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알면서도 짐짓 묻기도 하고 알아서 묻지 않기도 하고, 때를 알아서 묻고 때가 아닐 적에는 묻지 않고, 이익이 있는 것은 묻고 이익이 없는 것은 묻지 않는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에는 5백의 금강신(金剛神)이 좌우로 부처님을 모시며 호위하고 있는데, 만일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묻는데도 진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머리를 일곱 조각으로 쪼개버린다.
너는 내가 갖가지 방법으로 애욕과 애욕에 대한 생각과 애욕에 대한 느낌과 애욕에 대한 열기를 꾸짖으면서, 애욕을 끊고 애욕에 대한 생각을 여의고 애욕에 대한 느낌을 제거하고 애욕에 대한 열기를 없애는 것을 찬탄함을 듣지도 못했느냐. 나는 언제나 ‘애욕은 붉은 뼈 무더기와 같고, 큰 불 구덩이와 같고, 날카로운 칼과 같고, 예리한 화살과 같고, 독사와 같고, 독약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꿈과 같아서 사람을 속이고 미혹시킨다’고 말했느니라.
너는 어찌하여 그 큰 악을 지었느냐? 너는 어찌 내가 말한 법인 ‘아직 애욕을 여의지 못했으면 애욕을 여의게 하고, 이미 방일(放逸)하면 방일하지 않게 하고, 갈애를 끊어 분별법을 여의게 하고, 무학(無學)으로서 애욕을 떠나 분별이 없는 법으로 향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정요(正要)를 보여 마침내 니원(泥洹:涅槃)에 들게 하라’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노라. 어떠한 것이 열 가지인가? 즉 승가의 화합 때문이요, 승가를 거두어 주기 때문이요, 나쁜 사람을 조복하기 때문이요, 부끄러워하는 이가 안락을 얻기 때문이요, 현재 세상의 번뇌를 끊기 때문이요, 뒤의 세상에 번뇌를 없애기 때문이요, 아직 믿지 않는 이를 믿게 하기 때문이요, 이미 믿는 이는 믿음이 더욱 커지게 하기 때문이요, 법이 오래 머물게 하기 때문이요, 비니(毘尼)8)를 분별하고 범행을 오래 머물게 하기 때문이니라. 지금부터 이 계율은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음행을 하면 바라이(波羅夷)9)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그 후 여러 비구가 침구를 살피며 다니다가 그가 머무르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 그 비구는 성(城)에서 걸식하고 있었는데, 암 원숭이가 와서 음행을 하는 시늉을 하자 여러 비구가 다 같이 말했다. “이 원숭이를 자세히 보건대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함께 엿보아 살피면 그 상황이 반드시 드러나리라.”
022_0975_a_01L먼저 살던 비구가 잠시 후에 돌아오자 원숭이가 곧 가서 음행을 하는 시늉을 하자 그 비구는 곧 함께 음행을 했다. 여러 비구가 보고 말했다. “그대는 부처님께서 ‘비구로서 음행을 하면 바라이를 얻는다’고 계율을 제정하신 것을 듣지 못했는가?” “부처님께서는 여인에 대해 금하신 것이지 축생에 대해서는 금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 비구가 말했다. “여인과 축생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대가 한 일은 옳지 못하다. 청정한 행도 아니고 사문의 법도 아니며 도를 따르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아직 믿지 않는 이를 믿게 할 수 없을 뿐더러 이미 믿는 이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대는 세존께서 갖가지 애욕과 애욕에 대한 생각과 애욕에 대한 느낌과 애욕에 대한 열기를 꾸짖으신 것을 듣지 못했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한 일은 법에 맞지 않느니라.” 역시 앞과 같이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 계율은 마땅히 설하기를 ‘비구가 음행을 하되, 축생과 함께 하는 것도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가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서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의 법에서 출가는 아주 괴롭다. 우리들은 다 같이 속인의 의법(儀法)과 외도의 의법을 행해야겠다.” 그리하여 속인과 외도의 일을 행하여, 때일 적에도 마을에 들어가고 때 아닐 적에도 마을에 들어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저지르고 술 마시고 고기 먹고, 밤낮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구경했다. 이렇게 스스로 재미있게 놀고 자주자주 이런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함이 없었다.
022_0975_b_01L그때 발기읍(跋耆邑)에 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라는 비구가 있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공양과 공경을 받으면서도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고 외도의 의법과 속인의 의법을 행하여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의 갖가지 나쁜 짓을 저질렀다. 그러자 부처님의 법을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그곳의 모든 거사(居士)들이 책망했다. “어떻게 사문 석자(釋子)로서 그런 나쁜 짓을 하는가?”
곳곳에서 모두 함께 말했다. “손타라 비구 역시 5욕락(欲樂)을 누린다. 이 비구는 사문의 행도 없고 바라문의 행도 없으며, 사문의 법을 받지도 않고 바라문의 법을 받지도 않는다. 이 비구가 노닐지 않는 곳이라야 모두 좋은 이익을 얻으리라.” 그리하여 나쁜 명성이 널리 전해져 천하에 퍼졌다.
그때 손타라는 대중 가운데로 돌아와서 말했다. “나에게 출가의 계를 받게 하여 주십시오.” 여러 비구가 말했다. “모름지기 세존께 아뢰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 그 일을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손타라는 비구가 아니다. 만일 이미 계를 받았다면 마땅히 백사갈마(白四羯磨)13)하여 멸빈(滅擯)14)시켜야 하느니라.
만일 상좌(上座)나 상좌와 동등한 이로서 법(法)과 율(律)을 아는 이면 마땅히 이렇게 아뢰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손타라 비구는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戒羸] 버리지 않고 음행을 했습니다.15) 이제 승가는 손타라 비구를 멸빈시키겠습니다.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가는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여러 비구와 배움과 계법(戒法)을 같이 하면서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 버리지 않고 음행을 하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나아가 축생에까지 함께 하면 이 비구는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지 못한다’고 해야 하느니라.
‘배움을 같이 한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몸과 수명이 다하도록 범하지 않으면서, 같이 배우는 것을 배움을 같이 한다고 하느니라.
022_0975_c_11L同學者:如佛所說:“盡形壽,不犯同學是學。。”是名同學。
‘계법’이라는 것은 받은 것이 결여되지 않은 계, 나쁜 법을 내지 않는 계, 착한 법을 성취하는 계, 정공계(定共戒)19)이니라.
022_0975_c_13L戒法者:所受不缺戒,不生惡法戒,成就善法戒、定共戒。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잠을 자면서 계를 버리거나 잠자는 사람에게 계를 버리는 것은 계를 버린다고 하지 않는다. 또 취하여 계를 버리거나 취한 사람에게 계를 버리거나, 미쳐서 계를 버리거나 미친 사람에게 계를 버리거나, 마음이 산란하여 계를 버리거나 마음이 산란한 사람에게 계를 버리거나, 병으로 마음이 파괴되어 계를 버리거나 병으로 마음이 파괴된 사람에게 계를 버리거나, 중생이 아닌 것이나 사람이 아닌 것이나 축생에게 계를 버리거나, 심부름을 시키거나 글을 보내서 계를 버리거나, 모양을 지어서 계를 버리거나, 손을 움직여서 계를 버리거나, 비슷한 말을 하여서 계를 버린다.
022_0976_a_01L 혼자인데 혼자라는 생각과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과 혼자가 아닌데 혼자라는 생각으로 계를 버리거나, 도시 사람이 하는 말을 변두리 사람에게 하고 변두리 사람이 하는 말을 도시 사람에게 하면서 계를 버리거나, 희롱하고 웃으면서 계를 버리거나, 일정하지 않은 말로 계를 버리거나, 성난 마음으로 계를 버리거나, 강압에 못 이겨 계를 버리거나, 어떤 이에게는 계를 버리지 않아야 하는데도 어떤 이에게 계를 버리거나 하면 모두 계를 버린다고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서 계를 버리는 것도 계를 버린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을 ‘계를 버리지 않는다’ 하고, 위의 것들과 반대이면 ‘계를 버린다’고 하느니라.
혹은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 계를 버린 것이 아니기도 하고, 계를 버렸지만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지지 않기도 하고, 계를 지니는 힘도 약해지고 계를 버린 것이기도 하고, 계를 지니는 힘이 약해진 것도 아니고 계를 버린 것도 아니기도 하다. 어떤 것을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戒羸] 계를 버린 것은 아니라[非捨戒]고 하는가?
만일 비구로서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고,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불ㆍ법ㆍ승을 공경하고, 계를 공경하고, 사문의 법을 공경하고, 비구의 법을 공경하고, 비니(毘尼)를 공경하고,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공경하고, 화상(和尙)ㆍ아사리(阿闍利)ㆍ화상이나 아사리와 비슷한 이를 공경하고, 범행을 같이한 사람을 공경하고, 3존(尊:3보)을 비방하지 않고, 그리고 고향의 동산ㆍ누각ㆍ목욕하는 못ㆍ산ㆍ숲ㆍ나무, 부모ㆍ형제ㆍ자매ㆍ아이ㆍ여인, 나아가 노비까지 기억하면서 근심하고 걱정하여 좋아하지는 않지만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범하지 않는 것을,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 계를 버린 것은 아니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계는 버렸지만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고 하는가?
만일 비구로서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고,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부처님을 공경하고, 나아가 범행을 같이한 사람을 공경하고, 그가 생각하기를 ‘사미나 우바새가 되고 싶구나.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외도 범지(梵志)나 사문 석자(釋子) 아닌 이가 되고 싶구나’라고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불ㆍ법ㆍ승을 버리고, 계를 버리며, 비니(毘尼)를 버리고, 바라제목차를 버리고, 화상ㆍ아사리와 화상이나 아사리와 비슷한 이를 버리고, 범행을 같이하는 사람을 버리고 싶구나’라고 한다.
022_0976_b_01L또 곧 말하기를 ‘나는 이제 부처님을 버리겠습니다. 부처님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부처님께 무슨 이치가 있겠습니까? 나는 이제 부처님에게서 떠나겠습니다. 나아가 범행을 같이하는 이에게서도 떠나겠습니다’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사문 석자가 아닌 이가 되어서 나를 기르겠습니다’라고 한다. 이와 같이 불ㆍ법ㆍ승을 비방하고 나아가 범행을 같이 한 이를 비방한다. 이러한 것 등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입으로 말하는 것을, 계는 버렸지만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고 하느니라.
만일 비구로서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불ㆍ법ㆍ승을 공경하고, 나아가 조금은 범행을 같이하는 이를 공경하고, 고향과 나아가 노비까지 기억하면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불ㆍ법ㆍ승을 버리고 나아가 범행을 같이 한 사람을 버리고 싶구나’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나는 이제 부처님을 버리겠습니다. 부처님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부처님께 무슨 이치가 있습니까. 나는 이제 부처님에게서 떠나겠습니다. 나아가 범행을 같이 한 사람에게서 떠나겠습니다’라고 한다.
또 말하기를 ‘사문 석자가 아닌 이가 되어서 나를 기르겠습니다’라고 한다. 이러한 것 등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입으로 말하는 것을, 계를 지니는 힘도 약해지고 계도 버린 것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계를 지니는 힘이 약해진 것도 아니고 계를 버린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비구로서 받은 계를 굳게 지니면서 버리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않는 것을, 계를 지니는 힘이 약해진 것도 아니고 계를 버린 것도 아니라고 하느니라.
‘음욕의 법을 행한다’에서 ‘음욕의 법’이란 범행이 아닌 법이고, 게으름을 피우는 법이고, 개가 하는 법[狗法]이고, 지저분한 법이니, 두 개의 몸이 서로 만나 부정(不淨)20)을 내는 것을 음욕의 법을 행한다고 하느니라. ‘바라이(波羅夷)’라는 것은 타락하는 법이라 하고, 악법이라 하고, 머리를 끊는 법이라 하고, 사문의 법이 아닌 것이라 하느니라.
‘함께 살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예전에 속인이었을 때처럼 비구와 함께 배우고, 평등하게 배우고, 평등하지 않게 배우고, 남기지 않게 배우는 일을 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비구와 함께 갈마(羯磨)21)와 평등한 갈마와 평등하지 않은 갈마와 남기지 않는 갈마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비구와 함께 설계(說戒)22)와 평등한 설계와 평등하지 않은 설계와 남기지 않는 설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니, 이것이 함께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022_0976_c_01L모든 불세존께서는 정법(正法)을 잘 말씀하시고 비유로 잘 말씀하셨으니, ‘음행을 저지르는 자는 마치 바늘귀가 망가져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고, 사람의 목숨이 다하여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것과 같고, 돌이 깨져 다시는 합쳐질 수 없는 것과 같고, 다라수의 줄기가 끊어져 다시는 살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이 가운데 비구로서 세 부류의 중생과 음행을 하면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니, 사람과 비인(非人)과 축생이니라. 비구로서 세 부류의 여인과 음행을 하면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니, 사람의 여인과 비인의 여자와 축생의 암컷이니라. 세 부류의 남자로서 사람의 남자와 비인의 남자와 축생의 수컷과, 세 부류의 황문(黃門)으로서 사람의 황문과 비인의 황문과 축생의 황문과, 세 부류의 생식기가 없는 것으로서 생식기가 없는 사람과 생식기가 없는 비인과 생식기가 없는 축생과, 세 부류의 양성(兩性)으로서 양성의 사람과 양성의 비인과 양성의 축생과 음행을 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비구로서 사람의 여인과 비인의 여자와 축생의 암컷의 대소변 보는 곳과 입의 세 곳에 음행을 하되, 잠잘 때와 취한 때와 미쳐서 마음이 산란한 때와 병으로 마음이 파괴된 때와 죽은 때와 반쯤 뜯어 먹힌 때에는 바라이(波羅夷)이고, 또 반을 더 뜯어 먹힌 때와 뼈만 있는 때에 부정(不淨)을 내면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23)이며, 부정을 내지 않으면 투라차(偸羅遮)24) 이니, 생식기가 없는 여인이나 양성에 있어서도 그와 같으니라.
비구로서 사람의 남자와 비인의 남자와 축생의 수컷의 대변보는 곳과 입의 두 곳에 음행을 하되, 잠잘 때와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반쯤 뜯어 먹힌 때에는 바라이이고, 반을 더 뜯어 먹힌 때와 뼈만 있는 때에 부정을 내면 승가바시사이며, 부정을 내지 않으면 투라차이니, 생식기가 없는 남자나 황문에 있어서도 그와 같으니라.
위의 여러 곳에 음행을 할 때 밖에서 방편을 쓰고 안에다 넣어 부정을 내거나, 안에서 방편을 쓰고 밖으로 내어 부정을 내되, 잠잘 때와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반쯤 뜯어 먹힌 때에는 바라이이고, 반을 더 뜯어 먹힌 때와 뼈만 있는 때에 부정을 내면 승가바시사이며, 부정을 내지 않으면 투라차이니라.
022_0977_a_01L만일 비구가 강한 위협을 받아 위의 여러 곳에 음행을 할 때 들어가는 때에 쾌락을 느끼고 나올 때와 머물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나올 때에 쾌락을 느끼고 들어갈 때와 머물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머물 때에 쾌락을 느끼고 나올 때와 들어갈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나오고 들어갈 때에 쾌락을 느끼고 머물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들어가고 머물 때에 쾌락을 느끼고 나오는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나오고 머물 때에는 쾌락을 느끼고 들어갈 때에는 느끼지 않거나, 나오고 들어가고 머물 때에 쾌락을 느끼되, 잠잘 때와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반쯤 뜯어 먹힌 때에는 바라이이고, 반을 더 뜯어 먹힌 때와 뼈만 있는 때에 부정을 내면 승가바시사이며, 부정을 내지 않으면 투라차이고, 나오고 들어가고 머물 때에 모두 쾌락을 느끼지 않으면 불범(不犯)이니라.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달니가(達尼迦)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옹기장이 집안의 자손으로 을라산(乙羅山)에 초암(草菴)을 짓고 머물렀다. 식사 때가 되어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러 성(域)에 들어간 후에 어떤 나무꾼이 와서 갑자기 그 암자를 무너뜨리고 재목을 가지고 가버렸다. 달니가 비구는 밥을 먹은 뒤에 돌아와서는 그것을 다시 고쳤다.
이와 같이 하기를 세 번에 이르자 마음에 원한을 품고 생각하기를 ‘나는 다행히 진흙을 이기는 데 아주 능숙하니, 어찌 기와집을 짓지 못하겠는가. 그러면 이런 환난은 면하게 되리라’ 했다. 그리고는 용마루ㆍ두공ㆍ서까래ㆍ기둥ㆍ도리ㆍ들보ㆍ들창을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교묘하기가 신(神)과 같았다. 땔나무를 쌓아 구워서 만든 것이라 빛깔이 붉고 고왔으며, 큰 바람이 불 때에는 공후(箜篌) 소리를 내었다.
그때 달니가가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저번에 초암을 지었을 때는 나무꾼에게 헐렸고, 이번에 기와집을 지었을 때는 법왕께서 출가의 바탕을 어겼다고 꾸짖으셨다. 이제 좋은 재목을 구해서 큰 집을 지어 오래도록 머물면 다시는 고뇌가 없으리라’ 하고, 또 생각하기를 ‘왕사성에서 재목을 담당하는 이는 나와 아는 사이이니, 그에게 가서 재목을 구해야겠다’고 했다.
022_0977_c_01L달니가는 말했다. “왕께서 이미 나에게 주라고 하셨습니다.” 재목을 담당하는 이가 말했다. “왕께서 이미 주라고 하셨으면 마음대로 가져가십시오.”
022_0977_c_01L達尼迦言:“王已與我。”典材令言:“若王已相與,隨意取之。”
달니가는 곧 성을 막는 큰 재목을 잘라서 가지고 갔다. 그때 우사(雨舍)26) 대신이 여러 곳을 살피고 다니다가 마침 길에서 그것을 보고 곧 재목을 담당하는 이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성을 막는 큰 재목을 그 비구에게 주었는가?” “그것은 제가 준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준 것인가?” “왕께서 주신 것입니다.”
왕이 곧 좌우에 분부하여 재목을 담당하는 벼슬아치를 잡아오라는 분부를 내렸다. 그리하여 그를 잡아서 왕에게 데리고 오는데, 달니가가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길에서 그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범했기에 그처럼 결박되었소?” “대덕 때문에 이런 큰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죄를 용서 받아 저의 목숨을 보존하게 해 주십시오.” 달니가가 말했다. “당신은 일단 먼저 가십시오. 나는 곧 뒤 따라 가겠습니다.”
달니가가 말했다. “왕은 어찌하여 처음 왕위에 오르실 때 ‘모든 경내(境內)의 풀과 나무와 물을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하리라’고 하신 일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왕이 말했다. “내가 본래 보시하려고 한 것은 주인이 있는 것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괴이하게도 이런 방편을 써서 남의 물건을 취하시다니.”
또 비방했다. “사문 석자(釋子)는 친히 왕의 공양을 받으면서도 왕의 재물을 훔쳤거늘, 하물며 우리들은 마땅히 그런 두려움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문 석자는 언제나 훔치지 않는 것을 찬탄하고 사람들에게 보시하게 하면서, 어찌하여 지금 몸소 자신이 도둑질을 했는가? 이들은 사문의 행도 없고 사문의 법도 무너뜨리고 있구나.”
달니가가 말했다. “바로 내가 한 짓입니다.” 그때 여러 비구가 갖가지로 꾸짖었다. “그대가 한 일은 법에 맞지 않고 도에 따르는 것도 아니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주지 않은 것을 취하지 말라고 하셨고, 훔치지 않는 것을 찬탄하셨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직접 도둑질을 했단 말이오?”
여러 비구가 이 같이 꾸짖은 뒤에 데리고 부처님께로 나아가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달니가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신 것이 수제나(須提那)에게와 같았다.
그때 마갈(摩竭)의 대신(大臣)으로서 출가 수도하며 부처님의 좌우에서 모시는 이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은 사람이 얼마까지 도둑질하면 그에게 사형의 죄를 주었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5전(錢) 이상이면 사형의 죄를 주었습니다.”
022_0978_b_01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는 마을 안의 물건을 말씀하신 것이고, 빈 터에 있는 것을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 또 여러 비구가 말했다. “범하는 것이나 범하지 않는 것이나, 제정한 것이나 제정하지 않은 것이나 간에 다만 가질 뿐이요, 걱정할 것은 없다.”
그리고는 곧 저마다 훔치려는 마음으로 빈터의 주인 있는 물건이나 주인 없는 물건이나 마구 가졌다. 가지고 나서는 저마다 의심하고 뉘우치면서 아난에게 가서 말했다. 아난이 곧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물으셨다. “너희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고 말씀하셨다. “마을에 있는 것과 빈터에 있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022_0978_b_09L佛種種呵責:“聚落、空地有何等異?”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로서 마을에 있는 것이나 빈 터에 있는 것을 주지 않는데도 훔치려는 마음으로 가질 경우, 왕이나 대신이 붙잡거나 묶거나 죽이거나 내쫓으면서, 너는 도둑이다, 너는 하찮은 자다, 너는 어리석다고 말하면 이 비구는 바라이를 얻나니, 함께 살 수 없다’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해자나 울타리 주위를 빙 둘러 3유순(由旬)에서 집 한 채에 이르기까지를 마을이라 하고, 마을 바깥이면서 마을로 다니는 곳을 제외한 곳을 빈 터라고 하느니라. 또 마을 바깥으로 한 화살의 힘이 다한 데27)까지의 길을 어떤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는 곳을 ‘마을로 다니는 곳’이라 하느니라.
만일 자신이 가지거나 또는 사람을 시켜 가지게 하여, 물건이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나면 이것을 ‘주지 않는데도 가진다’라고 하느니라.
022_0978_b_20L若自取、若使人取,物離本處,是名不與取。
나라의 주인ㆍ마을의 주인ㆍ관정왕ㆍ전륜왕을 ‘주(主)’라 하고, 나라 일을 맡아 다스리는 이를 ‘대신’이라 하느니라.
022_0978_b_21L國主、聚落主、灌頂王、轉輪王,名爲王。典領國事者,名爲大臣。
022_0978_c_01L그의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것을 ‘붙잡는다’고 하고, 수갑을 채우거나 사슬을 씌우는 것을 ‘묶는다’고 하고, 칼이나 몽둥이 등으로 그의 목숨을 끊는 것을 ‘죽인다’고 하고, 하나의 머무는 곳에서 하나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거기서 추방하는 것을 ‘내쫓는다’고 하느니라. 선법(善法)과 무기법(無記法)에서 떠나 불선(不善)한 곳에 떨어지는 것을 ‘도둑’이라 하고, 아는 것이 없는 것을 ‘하찮은 자’라 하고, 캄캄한 데로 들어가는 것을 ‘어리석다’고 하느니라.
이 가운데 범한다는 것은 땅속의 물건, 땅 위의 물건, 허공의 물건, 마을, 마을의 물건, 가게, 가게의 물건, 밭, 밭의 물건, 동산, 동산의 물건, 집, 집의 물건, 탈것, 탈것의 물건, 짐[擔], 짐의 물건, 배, 배의 물건, 못, 못의 물건, 맡긴 것, 돌려 줄 것, 길을 막는 것, 길에서 망보는 것, 처소를 가리켜 주는 것, 길을 인도하는 것, 취함을 가르치는 것, 함께 가지는 것, 관세를 내지 않는 것 등이다.
‘땅속의 물건’이라는 것은 만일 물건이 땅속에 있을 때에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땅을 파면 바야제(波夜提)28), 물건을 잡으면 돌길라, 물건을 움직이면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땅 위의 물건’이라는 것은 땅 위에 있는 평상ㆍ시렁ㆍ책상ㆍ지게문ㆍ문미ㆍ들보ㆍ용마루 나아가 집 위나 나무 위에 있는 이와 같은 모든 것을 땅 위의 물건이라 하느니라. 그리고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거나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물건을 붙잡으면 모두 돌길라, 물건을 움직이면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허공의 물건’이라는 것은 만일 신통의 힘으로 물건을 공중에 놓아두었거나 주인 있는 물건을 새가 물어 왔거나 바람에 실려 왔거나 간에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물건을 움직이면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022_0979_a_01L‘마을’이라는 것은 주위가 3유순에서 한 채의 집이 있는 곳까지이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마을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말뚝을 박으면 바일제, 줄로 재어 다투어 가질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마을의 물건’이라는 것은 마을에 있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a_04L聚落物者:隨聚落中所有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가게’라는 것은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가게를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말뚝을 박으면 바일제, 줄로 재어 다투어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가게의 물건’이라는 것은 가게에 있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집의 물건’이라는 것은 집에 있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b_02L屋物者:隨屋中所有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탈것’이라는 것은 코끼리ㆍ말ㆍ수레 등의 모든 탈것이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탈것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거나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붙잡을 때에는 모두 돌길라, 물건을 움직이면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면 투라차이니라.
‘탈것의 물건’이라는 것은 탈것에 있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b_07L乘物者:隨乘上所有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짐’이라는 것은 머리에 이었거나 어깨에 메었거나 등에 짊어졌거나 손에 들었거나 간에 그 모두를 짐이라 하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짐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움직일 때는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짐의 물건’이라는 것은 짐 속에 있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b_13L檐物者:隨擔中所有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배’라는 것은 가죽으로 된 배ㆍ병으로 된 배[甁船]ㆍ나무로 된 배ㆍ뗏목 등 모두를 배라고 하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배를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움직일 때는 투라차, 본래 있던 곳에서 떠날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배의 물건’이라는 것은 배에 있는 물건이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b_19L船物者:隨船上所有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022_0979_c_01L‘못’이라는 것은 저수지ㆍ호수 등의 모든 물을 못이라 하니,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못을 훔치겠다’는 마음을 내거나 방편을 쓰면 모두 돌길라, 말뚝을 박으면 바일제, 줄로 재어 다투어 가질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못의 물건’이라는 것은 못에서 생산되는 물건에 대해 비구가 생각하기를 ‘나는 이 물건을 훔치겠다’고 하여 가지면 바라이이니라.
022_0979_c_02L池物者:隨池所出物。比丘作念:“我當盜是物。”得者,波羅夷。
‘맡긴 것’이라는 것은, 사람이 비구에게 맡긴 물건이니, 훔치려는 마음으로 돌려주지 않아 물건 주인이 마음으로 포기했을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022_0979_c_04L寄者:人寄比丘物,盜心不還物。主心捨,直五錢,波羅夷;減五錢,偸羅遮。
‘돌려 줄 것’이라는 것은, 비구가 맡은 다른 이의 물건이니, 훔치려는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주지 않을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022_0979_c_06L寄還者:比丘受他寄物,盜心不與彼人,直五錢,波羅夷;減五錢,偸羅遮。
‘길을 막는다’는 것은, 비구가 도둑을 위해 길을 막아 다른 사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022_0979_c_08L遮路者:比丘爲賊遮路,不聽異人來。
‘길에서 망본다’는 것은 망을 보다가 사람이 오면 곧 도둑에게 가서 말해 주는 것이다.
022_0979_c_09L伺路者:伺候見人,便往語賊。
‘처소를 가리켜 준다’는 것은 도둑에게 길을 가리켜 주는 것이다.
022_0979_c_10L示處者:比丘示賊路處。
‘길을 인도한다’는 것은, 비구가 도둑을 앞에서 인도하는 것이다.
022_0979_c_11L導道者:比丘在賊前導。
‘취함을 가르친다’는 것은 도둑에게 물건을 취하는 방도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022_0979_c_12L教取者:教賊取物之方。
‘함께 가진다’는 것은 도둑과 함께 물건을 가지는 것이다.
022_0979_c_13L共取者:共賊取物。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비구가 관세를 내어야 하는데도 내지 않는 것이다.
022_0979_c_14L不輸稅者:比丘應輸稅而不輸。
위의 모든 일에서와 같이 물건을 가질 때에 그 값어치가 5전 이상이면 바라이, 5전 이하이면 투라차이니라.
022_0979_c_15L如上諸事取物,直五錢,波羅夷;減五錢,偸羅遮。
만일 사람이 물건을 주지 않는 데도 가질 경우, 5전 이상이면 비구ㆍ비구니는 바라이, 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 추방당하느니라. 주지 않는데도 비인(非人)의 물건을 가지면 비구ㆍ비구니는 투라차, 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는 돌길라이니라. 주지 않는데도 축생의 물건을 가지면 모두 돌길라이니라.
1)『오분율』에서는 여기 한 곳만 수뢰바국이라 했고, 다른 데에는 모두 사위성(舍衛城)이라 했다. 『사분율(四分律)』에는 소라바국(蘇羅婆國)이라 했다.
2)『사분율』에는 파리국(波離國)이라 했고, 『십송률』에는 바라내국(波羅奈國)이라 했다.
3)범어 prātimokṣa의 음사로, 별해탈(別解脫)이라 번역한다. 계본(戒本)을 말한다.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지켜 살생에서 벗어나고, 불망어계(不妄語戒)를 지켜 거짓말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행위와 말로 저지르는 각각의 허물을 방지하여 거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율을 모아 종류별로 나누어 열거한 조문(條文)이다.
4)수다라ㆍ기야ㆍ수기 등은 경전의 서술 형식 또는 내용을 열두 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12부경(部經)이라 한다.
5)범어 karpāsa의 음사이다. 씨가 솜털로 덮여 있는 나무인데, 그 솜털로 만든 깔개를 말한다.
6)불교와 다른 가르침을 설하는 교파나 학파를 말한다.
7)『리그베다』에 있는 게송으로 태양에 기도하는 노래이다.
8)범어 vinaya의 음사로, 조복(調伏)ㆍ율(律)이라 번역한다. 출가자가 죄악을 범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규율이다.
9)범어 pārājika의 음사로, 승단에서 추방되어 비구ㆍ비구니의 자격이 상실되는 가장 무거운 죄이다. 비구의 바라이에 네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음란한 짓을 하거나 도둑질하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깨닫지 못하고서 깨달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다.
10)범어 araṇya의 음사로, 공한처(空閑處)라고 번역한다. 한적한 곳을 말한다.
11)범어 sthūlātyaya의 음사로, 투란차(偸蘭遮)라고도 한다. 중죄(重罪)ㆍ대죄(大罪)라고 번역한다. 바라이(波羅夷)나 승잔(僧殘)을 범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무거운 죄이다.
12)범어 duṣkṛta의 음사로, 악작(惡作)ㆍ악설(惡說)이라 번역한다. 행위와 말로 저지른 가벼운 죄이다. 고의로 이 죄를 저질렀을 때는 한 명의 비구 앞에서 참회하고, 고의가 아닐 때는 마음속으로 참회하면 죄가 소멸된다고 한다.
13)합의(合議)로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그 사항의 내용을 대중에게 한 번 알리고, 세 번 가부(可否)를 묻는 의식이다. 구족계를 주거나 무거운 죄를 처벌할 때, 이 절차를 행한다.
14)무거운 죄를 저지른 수행승을 영원히 승단에서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15)손타라 비구는 수계 후에 계를 자주 범하여 계를 지니는 힘은 약해졌지만, 아직 계를 버리지는 않은[捨戒], 즉 환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음행을 했다는 뜻이다.
16)괴색은 청ㆍ황ㆍ적ㆍ백ㆍ흑의 다섯 가지 정색(正色)을 파괴한 색깔, 곧 정색이 아닌 색깔이라는 뜻으로 흔히 갈색을 말하고, 할절의는 직사각형의 베 조각들을 기워서 만든 옷으로 가사(袈裟)를 말한다.
17)귀의불(歸依佛)의 한 마디의 말로써 수계하는 것. 이어수계와 삼어수계는 여기에 귀의법과 귀의승을 더하여 수계하는 것을 말한다.
18)출가하려는 이가 일정한 의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처님께서 그에게 “잘 왔다, 비구야[善來比丘]”라고 함으로써 구족계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19)선정(禪定)을 닦음으로써 저절로 허물이나 악을 방지하는 것을 말한다.
20)정액(精液)을 말한다.
21)범어 karma의 음사로, 업(業)ㆍ소작(所作)이라 번역한다. 수계(受戒)ㆍ참회(懺悔)ㆍ징벌(懲罰)ㆍ의결(議決) 등을 하는 의식을 말한다.
22)비구들이 매월 두 번 한곳에 모여 계율의 조목을 독송하여 그 동안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의식을 말한다.
23)범어 saṃghāvaśeṣa의 음사인데, 보통 승잔(僧殘)이라고 음역한다. 승잔은 승단에 남겨 둔다는 뜻이다. 바라이를 저지른 비구는 승단에서 추방되지만, 승잔을 저지른 비구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이 상실되지만 정해진 벌칙을 받고 참회하면 자격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