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타가 그들의 은근함을 보고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으므로 돌아다니면서 집 지을 장소를 구했다. 그러다가 신(神)이 사는 나무가 서 있는 곳이 짓기에 가장 알맞아 보였으므로 곧 그것을 베었다. 이 나무에는 신이 있어서 나라 사람들이 받들었고 기원하는 모든 것이 대부분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으므로 사람들은 갑자기 베어버린 것을 보고 놀라며 괴이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의 법을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이 꾸짖었다. “사문 석자는 무례함이 너무 심하다. 단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하늘과 사람을 해치는구나.”
022_0991_c_07L不信樂佛法者皆呵罵言:“沙門釋子無道之甚,茍欲自利,傷害天人。”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하는 이가 말했다. “이 나무에는 신이 있어서 온갖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공경했고, 이른 아침이나 깊은 밤에 정성 드리기를 게으르지 않았는데, 여러 비구는 그것을 베고도 의심쩍어 하지도 않고, 몸과 마음이 안온하고 편안하여 예전과 같으니, 과연 큰 위신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귀히 여겨야 하고 존중할 만하구나.”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시주가 있고 자신을 위해 방을 지을 때에는 반드시 여러 비구를 데리고 가서 장소를 구해야 하고, 여러 비구는 반드시 어려움이 없는 곳과 통행할 수 있는 곳을 장소로 지시해야 하나니, 만일 여러 비구를 데리고 가서 장소를 구하지 않으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시주가 있다’는 것은 단월(檀越)이 있는 것이고, 그 밖의 나머지는 위의 시주가 없는 가운데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일곱 번째 계를 마침
022_0992_a_01L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병사왕(甁沙王)은 날마다 5백 명의 스님의 공양을 차례대로 청했고, 성 안의 신하와 백성들도 역시 그와 같이 했다. 그때 여러 비구는 저마다 도를 닦느라 그 청에 차례대로 보내는 일을 맡아 하는 이1)가 아직 없었으므로 6군 비구는 언제나 좋은 곳으로만 갔다.
그때 다바역사자(陀婆力士子)는 14세에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지금 병사왕은 날마다 5백 명의 승가에 차례로 공양을 청하고 있고 성 안의 신하와 백성도 역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승가에는 모임에 차례대로 보내는 사람이 없으므로 6군 비구만 좋은 곳을 선택하여 뭇 사람들의 신망을 잃고 사람들의 보시하는 뜻도 상실하게 하고 있다. 만일 20세가 되어서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을 얻으면, 마땅히 승가 대중을 위해 모임에 보내는 사람과 침구를 분배해 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했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일을 찬탄하시고, 계와 계를 지니는 것을 찬탄하시고 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다바가 승가를 위해, 모임에 보내고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이 되고자 청했으니, 승가는 마땅히 백이갈마(白二羯磨)2)를 하여 뽑아야 하느니라.”
022_0992_b_01L“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 다바 비구는 승가를 위해, 모임에 보내고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만일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가 이미 다바 비구를, 모임에 보내고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
이에 다바는 승가를 위해, 모임에 보내고 침구를 분배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하여 침구를 분배할 때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이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이들과 함께 하고, 고요한 데를 좋아하는 이는 고요한 데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수다라(修多羅)를 외우는 이는 수다라를 외우는 이들과 함께 하고, 계율을 지닌 이는 계율을 지닌 이들과 함께 하고, 법사는 법사들과 함께 하고, 패닉(唄匿)3)을 하는 이는 패닉을 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아련야(阿練若)4)는 아련야들과 함께 하고, 걸식하는 이는 걸식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좌선하는 이는 좌선하는 이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뭇 행(行) 등이 같지 않은 이들은 각기 부류별로 좋아하는 것에 따라 방과 처소를 지시하고 인도했으므로 여러 비구가 다 함께 안온하게 되었다.
그때 왕사성에 선반 장자(善飯長者)가 있었는데 법을 보고 결과를 얻었으며,5) 날마다 두 명의 비구를 위해 최상의 음식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와서 그들을 청했다.
022_0992_b_20L時王舍城有善飯長者,見法得果。日爲二比丘作上美食,自來請之。
022_0992_c_01L자(慈)와 지(地) 형제는 다 복덕이 박했으므로 침구를 분배하는 데서나 모임에서 뽑아가는 때에도 언제나 거칠고 나쁜 것만을 얻었다. 차례가 되어 다행히 그의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선반은 알아보고 생각하기를 ‘이 나쁜 사람들은 청청한 행이 없거늘, 어떻게 나의 으뜸가는 공양을 받겠는가’ 하고는 돌아가서 그의 부인에게 말했다. “당신은 거칠고 나쁜 밥을 지으시오. 자와 지가 올 터인데 문 밖에 자리를 깔고 여종에게 하대하게 하시오.”
부인은 분부를 받고 거칠고 나쁜 음식을 마련했다. 때가 되어 자와 지 형제가 발우를 가지고 선반의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자, 여러 여종들이 곧 거칠고 나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자와 지가 보고서 물었다. “자매들이여, 당신 집에서는 언제나 좋은 음식만을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무엇 때문에 이리도 음식이 거친가?”
이렇게 말한 뒤에 다른 곳으로 가서 먼저 다바에 대해 나쁜 명성을 퍼뜨려 놓고는 왕사성에 이르러 그의 누이동생이 되는 비구니 미다라(彌陀羅)에게 갔다. 미다라는 두 오빠가 온 것을 보고 마중하여 예배하고 문안드렸으나 자와 지 형제는 둘 다 모두 말도 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미다라가 말했다. “죄를 지은 기억이 없거늘 오빠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시오?”
자와 지가 대답했다. “네가 우리를 돕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다바에게 이토록 괴롭힘을 당했다.”
022_0992_c_22L慈地答言:“汝不助我故,致使陁婆苦我如是。”
022_0993_a_01L미다라가 말했다. “내가 오빠들을 어떻게 도와주면 됩니까?”
“네가 만일 우리를 도우려면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두려움이 없는 가운데서도 도리어 두렵게 되었사오니, 저는 지금 안온함을 얻을 곳이 없습니다. 본디 다바를 범행을 닦은 사람으로 여겼는데 갑자기 와서 저를 더럽히고 바라이를 범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여러 비구가 분부를 받고 곧 자와 지에게 묻자 그들이 대답했다. “내가 한 말은 사실이오.” 승가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보았고 어느 때에 보았으며 어떤 것을 보았는가?” “나는 아무 곳에서 보았고 아무 때에 보았으며 이러한 것을 보았습니다.” 승가가 다바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때 어느 곳에 계셨습니까?” “나는 아무 곳에 있었습니다.”
승가가 다시 자와 지에게 말했다. “처소가 서로 맞지 않고 시간도 서로 맞지 않거늘 그대는 어째서 아무 곳 아무 때에 이러한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가?”
022_0993_b_22L僧復語慈地:“處不相應、時不相應。汝云何言某處、某時,如是見耶?”
022_0993_c_01L다시 자와 지에게 말했다. “만일 믿음이 견고한 어떤 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그 죄는 수없는 중생을 살상하는 것보다 무겁습니다. 또 법이 견고한 어떤 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여 얻은 죄는 100년 동안 믿음이 견고한 비구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합니다. 이와 같이 차츰차츰 승가에 나아가서 거짓말을 하면, 그 죄는 100분의 아라한에게 하는 것보다 더 무겁소.”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어떻게 근거 없는 바라이로써 청정한 범행을 지닌 비구를 비방했느냐? 너는 어찌하여 세 부류의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을 듣지도 못했느냐? 첫 번째는 계를 범하고, 사문의 법이 없으면서도 스스로 이미 있다고 말하고, 범행을 닦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이미 닦았다고 한 자이니,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는 마치 썩은 종자와 같으니라. 둘째는 ‘음욕은 악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이와 같은 말을 하면서 방일하는 자이니라. 셋째는 근거 없는 바라이로써 청정한 범행을 지닌 비구를 비방하는 자이니라. 이 세 부류의 사람은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거늘 너는 어찌하여 그런 나쁜 일을 했느냐?”
부처님께서 다시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스스로 법에 맞지 않고 미워하고 화가 나서 근거 없는 바라이로써 바라이가 없는 비구를 비방하여 그의 범행을 깨뜨리고자 했다가, 뒷날 물었거나 묻지 않았거나 간에 이 비구가, ≺나의 이 일은 근거 없는 것인데 화가 나서 비방했다≻고 말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022_0994_a_01L‘스스로 법에 맞지 않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일마다 법에 맞지 않는 것이니라.
022_0994_a_01L自不如法者自已事事不如法。
‘미워하고 화가 났다’는 것은 9뇌(惱)10)를 말하고, ‘근거가 없다’는 것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으며 의심도 나지 않는 것이니라.
022_0994_a_02L惡瞋者:九惱也。無根者:不見、不聞、不疑。
‘바라이가 없다’는 것은 4바라이를 하나도 범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의 범행을 깨뜨리고자 한다’는 것은 세속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외도가 되게 하려 했다는 것이며, ‘뒷날 묻거나 묻지 않거나 간에’라는 것은 뒤에 어디서 언제 어떤 것을 보았느냐고 조사하여 묻는 것이니라.
022_0994_b_01L후에 기사굴산에서 내려오다가 두 마리 원숭이가 합쳐 음행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저 두 마리 원숭이에게 임시로 이름을 지어 붙이되, 수컷은 다바라 하고 암컷은 투라난타라 해야겠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여러 장로 비구들에게 말했다. “내가 예전에는 근거 없는 법으로 다바를 비방했지만 지금은 직접 투라난타와 함께 부정한 행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비구가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승가를 모아 놓고 자와 지를 조사하여 묻되, ‘너는 말하기를, ≺예전에는 근거 없는 법으로 다바를 비방했지만, 지금은 직접 투라난타와 함께 부정한 행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니 사실이냐?’라고 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분부를 받고 승가를 모아 놓고 자와 지에게 물었다. “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그대는 다시 말하라. 사실인가?”
022_0994_b_07L諸比丘受教,集僧問慈地,乃至“汝可更說,爲實、爲虛?”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이 묻자 자와 지가 말했다. “저는 실은 다바가 부정한 행을 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투라난타가 자주 다바에게 내왕하는 것을 보고 그를 비방하고 싶어졌는데, 마침 기사굴산에서 내려오다가 원숭이 수컷과 암컷이 함께 교미하는 것을 보고 저는 임시로 수컷을 다바라 하고 암컷을 투라난타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부정한 행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그 일을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자와 지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그렇게 했느냐?”
022_0994_b_16L將至佛所,以事白佛。佛以是事集比丘僧,問慈地:“汝實爾不?”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答言:“實爾。世尊!”
022_0994_c_01L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스스로 법에 맞지 않고 미워하고 화가 나서 다른 일에서 일부분이나 비슷한 부분을 취하여 바라이로 삼고서 바라이를 짓지 않은 비구를 비방하여 그의 범행을 깨뜨리고자 했다가, 뒷날 묻거나 묻지 않거나 간에 이 비구가, ≺나의 이 일은 다른 일에서 일부분이나 비슷한 부분을 취한 것이다. 화가 났기 때문에 비방했다≻고 말하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일’이라는 것은 말로 다투는 일, 가르침으로 다투는 일, 범죄로 다투는 일, 일로 다투는 일이니라.
022_0994_c_02L事者:言諍事、教誡諍事、犯罪諍事、事諍事。
만일 비구로서 다른 이가 승가바시사를 범하는 것을 보고 반드시 승가바시사라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서 다른 일에서 일부분이나 비슷한 부분을 취하여 바라이를 짓지 않은 비구를 비방해도 승가바시사이고, 듣거나 의심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다른 이가 투라차를 범하거나 바일제를 범하거나 바라제제사니를 범하거나 돌길라를 범하는 것을 보고 듣고 의심하면서 바라이로써 비방해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그 밖의 나머지는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아홉 번째 계를 마침
부처님께서 미나읍(彌那邑) 아누숲에 계셨다. 그때 귀족인 석가족의 여러 아들들은 거의가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道)를 배웠다. 그때 석마남(釋摩男)13)이 아나율(阿那律)에게 말했다. “이제 여러 귀족들이 다 출가하여 범행을 닦고 있는데 우리 형제만은 유독 그렇지 못하구나. 만일 내가 출가하면 네가 집안일을 맡고, 네가 집을 버리면 내가 돌보아야겠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를 그에게 말해 주었다. “낮에는 마땅히 이러해야 하고 밤에는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 그리하여 농사와 장사며 재산을 늘리고 사람을 부리는 법을 모두 그에게 말해 주자 아나율이 말했다. “만일 집안을 돌보는 일을 이처럼 해야 한다면 저는 하루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형님이 집에 계십시오. 제가 도를 닦겠습니다.”
석마남이 말했다. “모든 불세존의 법은 부모가 허락해야 도를 닦을 수 있으니, 너는 이제 스스로 어머니께 아뢰어야 한다.”
022_0994_c_23L釋摩男言:“諸佛世尊,父母不聽,不得爲道。汝今自可啓白於母。”
022_0995_a_01L아나율이 가서 여쭈었다. “저는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022_0995_a_01L阿那律卽便往啓:“我欲於佛法出家學道。”
어머니가 말했다. “나에게는 오직 너의 형제뿐이어서 사랑하는 정이 깊거늘 어찌 살아서 이별하겠느냐. 너는 집안이 큰 부자이니 쾌히 공덕을 닦아라. 어째서 출가하여 나의 뜻을 저버리려 하느냐.” 그러나 간절히 청함이 세 번에 이르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만일 발제왕(跋提王)14)이 출가한다면 나는 너에게 허락하겠다.”
그때 발제왕은 아나율ㆍ아난(阿難)ㆍ난제(難提)15)ㆍ조달(調達)ㆍ바바(婆婆)16)ㆍ금비로(金鞞盧) 등과 서로 깊이 아끼고 소중히 여겨, 만일 할 일이 있어 약속을 하면 서로 어기지 않았다. 이에 아나율이 발제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지금 조그마한 소원이 있습니다. 반드시 소원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022_0995_b_01L대답하기를 위와 같이 하여 5년ㆍ4년ㆍ3년ㆍ2년에서 1년까지 이르렀고, 7개월에서 한 달까지 이르렀으며, 7일에서 하루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답하는 것이 그와 같자 왕이 말했다. “우리들 장자(長者)가 어떻게 갑자기 떠날 수 있겠소. 마땅히 방편을 써서 수레를 장엄하게 차리고 유람을 나갔다가 그 길로 남이 모르게 슬그머니 떠나야 할 것이오. 그대는 이제 곧 아난타 등에게 말하여 이 뜻을 알리도록 하시오.”
아나율이 곧 다섯 사람에게 말하자, 그들은 기뻐하면서 마음에 거절함이 없었다. 곧 밤을 새워서 4병[四種兵]을 장엄하게 차리고 세간에 없는 위의로 장식하고는 이른 아침에 유람을 떠났다. 유람을 다 마치자마자 몰래 앞뒤의 시중드는 이들을 따돌리고는 이발사 우바리(優波離)만을 데리고 은밀하고 외진 곳으로 가서 보배와 옷들을 그에게 주고 머리를 깎게 하고는 옷을 바꾸어 입고 떠났다.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우바리가 생각하기를 ‘모든 석씨는 호족이요 강한지라 만일 여러 사람의 머리를 깎아 준 것을 알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다. 이러한 귀족조차도 집을 버리거늘 내가 어찌 버리지 않겠는가. 이발 기구와 여러 보배와 옷들을 버리고 저들을 따라가리라’ 하고는 곧 스스로 머리를 깎고 여러 보배와 옷들을 나무 위에 걸어 놓고 생각하기를 ‘필요한 사람은 가지고 가라’ 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가서 그 일곱 사람에게 말했다. “저도 함께 출가하고 싶습니다.”
일곱 사람은 곧 수락하고서 같이 부처님께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출가하여 범행을 닦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바리는 바로 저희들의 종이었으니 부처님께서는 먼저 그에게 구족계를 주십시오. 그런 뒤에 저희들을 제도하시면 저희들과 모든 석씨 종족들은 그 사람에 대한 큰 교만을 깨뜨리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먼저 제도하고 일곱 사람은 뒤에 제도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생각하시기를 ‘가유라위(迦維羅衛:카필라성)는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여러 석씨들이 알면 이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라고 하시고는 곧 여덟 사람을 데리고 발제라성(跋提羅城)에 가서 망림(網林)나무 아래 머무시면서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022_0995_c_01L“눈은 무상하고 형상도 무상하며 안식(眼識)과 안촉(眼觸)과 안촉의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受]도 무상하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의식도 무상하고 법도 무상하며 의식(意識)과 의촉(意觸)과 의촉의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도 무상하다. 너희들 성스러운 제자들은 마땅히 ‘싫어하고 여의려는 마음을 일으켜 해탈의 지혜를 얻어 할 일을 다 마치고 범행이 이미 서서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겠다’는 관법을 지어야 하느니라.”
어떤 다른 비구가 이 소리를 듣고 생각하기를 ‘발제 비구는 반드시 세간의 쾌락을 기억하고, 범행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고는 곧 부처님께로 가서 아뢰었다. “저는 조금 전에 발제가 저곳에서 ‘유쾌하고, 유쾌하구나’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반드시 왕이었을 때의 쾌락을 기억하고, 범행은 좋아하지 않는 것일 겁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러 오도록 해라.” 곧 가서 말했다. “큰 스승님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022_0995_c_11L佛告比丘:“汝可呼來!”便往語言:“大師呼汝!”
발제가 곧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자 부처님께서 발제에게 물으셨다. “너는 실제로 ‘유쾌하구나’라고 말했느냐?”
022_0995_c_12L跋提卽到佛所,頭面禮足,卻住一面。佛問跋提:“汝實言快哉不?”
“실제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答言:“實爾。世尊!”
또 발제에게 물으셨다. “너는 무슨 뜻으로 ‘유쾌하구나’라고 말했느냐?”
022_0995_c_14L又問跋提:“汝見何義,而言快哉?”
발제가 아뢰었다. “저는 옛날 집에 있을 때에는 일곱 겹으로 된 성의 해자 속에 있었고, 각각 일곱 줄로 늘어선 상병(象兵)과 마병(馬兵)과 거병(車兵)과 보병(步兵)의 네 병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놀라고 털이 곤두섰는데, 지금은 나무 아래의 빈 땅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하고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쾌하구나’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발제는 이미 아라한이 되었는지라 범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느니라.”
통쾌하구나, 아라한이여 다시는 애정과 애욕의 속박 없고 이미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깨뜨렸으니 다시는 온갖 번뇌의 그물 없으리라.
022_0995_c_21L快哉阿羅漢, 無復恩愛縛, 已破欲恚癡,
無復諸結網。
이미 니원(泥洹)에 이르러 더럽거나 흐린 마음 없고 세간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니 해탈하여 온갖 번뇌 없으리라.
022_0995_c_23L旣到於泥洹, 無有穢濁心,
不染著於世, 解脫無諸漏。
022_0996_a_01L 5음(陰)에 환히 통달하고
7법(法)의 숲17)에 노니나니 큰 용이 다니는 곳은 이미 온갖 두려움을 조복했느니라.
022_0996_a_01L了達於五陰,
遊於七法林, 大龍所行處, 已伏諸恐怖。
열 종류의 갈래와 용의 덕과 삼매선(三昧禪)을 성취하고 온갖 번뇌를 다했나니 세간에서 제일이니라.
022_0996_a_02L成就十種分, 龍德三昧禪, 一切有漏盡,
世閒之第一。
동요하지 않고 두려워함이 없어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고 이미 적멸의 처소에 쉬나니 영원히 고락의 과보 없으리라.
022_0996_a_04L不動無所畏, 不復受後身,
已息寂滅處, 永無苦樂報。
무학지(無學智)에 머물러 이 몸이 마지막이니 범행은 견고하게 섰고 모든 것이 진실 되지 않음이 없으리라.
022_0996_a_05L住於無學智,
此身最後邊, 梵行堅固立, 無諸不可信。
천상과 천하에서 다시는 온갖 욕락 없으니 이를 바로 사자처럼 외치는 더 나을 이 없는 부처라 하느니라.
022_0996_a_06L天上天下中, 無復諸欲樂, 此名師子吼,
無能勝佛者。
이미 세존께서는 여러 대덕 성문들과 함께 아뇩달용왕(阿耨達龍王)의 청을 받았으나, 조달은 아직 신통을 얻지 못했으므로 갈 수 없게 되자 부끄러움이 더욱 깊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신통을 닦는 도를 물어야겠다’ 하고는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원하건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신통을 닦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말씀해 주셨으므로 조달은 배움을 받아서 안거 동안에 신통을 얻게 되었다. 신통을 얻은 뒤에 생각하기를 ‘누구를 먼저 교화해야 할까?’ 하고는 또 생각하기를 ‘병사왕(甁沙王)의 태자 중락(衆樂)을 먼저 교화하고 인도하면 뒤에는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리라’ 했다.
그리고는 곧 망림(網林) 아래에서 사라져 태자의 평상 위에 어린아이로 나타나 손가락을 빨면서 위로 보고 반듯이 누워 있었다.
022_0996_a_16L作是念已,卽於網林下沒,在太子牀上現,作小兒𡂡指仰臥。
태자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그대는 천신인가, 귀신인가?”
022_0996_a_18L太子見之卽大惶怖,問言:“汝爲是天?爲是鬼神?”
“나는 바로 조달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마시오.”
022_0996_a_19L答言:“我是調達,勿恐,勿怖!”
태자가 말했다. “만일 조달이라면 당신의 몸을 예전대로 하십시오.”
022_0996_a_20L太子語言:“若是調達,復汝本形。”
022_0996_b_01L곧 예전의 모습으로 변하자, 태자는 기뻐하면서 그를 스승으로 섬겼는데 날마다 5백 대의 수레를 타고 나와 문안했다. 조달이 다시 변화하여 5백 명의 어린아이가 되어 수레 위에 반듯이 누워 손가락을 빨고 있자, 태자는 다시 5백 대의 수레에 가장 좋은 밥에 갖가지 반찬을 싣고서 그에게 공양했다.
그때 목련(目連)은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다. 이 나라에는 교진여(憍陳如)의 아들 가휴(柯烋)가 범행을 청정하게 닦고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어 범천에 태어나 있었는데, 고요한 한밤중에 하늘에서 내려와 큰 광명을 놓으면서 목련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조달은 지금 중락 태자를 교화하고서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데, 아마 그는 반드시 대중을 끌어 모아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려 할 겁니다.”
022_0996_c_01L또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에는 다섯 가지 스승이 있으니, 지금 모두 나타나 있느니라. 하나는 계가 청정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계가 청정하다고 말하지만, 그 여러 제자들은 실제로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의 허물을 감추고 존중하는 것이니라. 둘은 그릇된 생활을 하면서 아첨하고 마음이 비뚤면서도 스스로 정직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여러 제자들 역시 그것을 감추는 것이니라. 셋은 말하는 것이 착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착한 말이라 하고, 그 제자들도 찬탄하면서 그것을 착하다고 하는 것이니라. 넷은 견해가 청정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청정하다고 말하고, 그 제자들도 견해가 청정하다고 찬양하는 것이니라. 다섯은 그릇된 법률을 말하면서도 옳은 법률이라 말하고, 그의 제자들도 역시 옳은 법률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지혜 있는 이가 믿고 받아들일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조달이 그런 변화를 일으키면서 존중 받는 것을 부러워하지 마라. 설령 그를 공경하고 공양하는 이가 있다 해도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받게 될 온갖 고통만 더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나쁜 개를 몽둥이로 때리면 악만 더하는 것과 같으니라. 조달도 그와 같아서 공양을 많이 얻는다 해도 번뇌만 더하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중에게 둘러싸여 법을 설하셨는데, 조달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정돈하여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는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편안히 계시옵소서. 이제 제가 대중 스님을 거느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조달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나 목련에게조차도 나의 대중을 거느리게 하지 않거늘 하물며 어리석은 침을 먹는 자에게 맡기겠느냐.”
022_0997_a_12L佛語調達:“舍利弗、目連猶尚不能領我徒衆,況汝愚癡,食涎唾乎?”
이에 조달은 분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어 ‘어떻게 세존께서는 대중 앞에서 이토록 깎아 내리면서 모욕을 주실까?’ 하면서 나쁜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향하자 처음으로 신족(神足)을 잃었다. 또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사리불과 목건련은 칭찬하면서 나를 헐뜯는구나’ 하고는 다시 나쁜 마음을 내어 사리불과 목련을 향하자 두 번째로 그의 신족을 잃었다.
022_0997_b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조달은 지금의 세상에서만 이 대중을 얻은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세상에서도 여러 비구를 얻었느니라. 옛날에 어느 한 마납(摩納)18)이 산의 굴속에서 찰리서(刹利書)를 외우고 있었다. 그때 여우 한 마리가 그 좌우에서 온 마음을 기울여 외우는 글을 듣다가 이해되는 바가 있자 생각하기를 ‘내가 이 글의 말을 이해하니 나는 충분히 온갖 짐승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뒤에 곧 일어나 가다가 한 마리 허약한 여우를 만나 그를 죽이려 하자 그 여우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나를 죽이려 합니까?’
이리하여 두 마리 여우가 함께 가다가 다시 한 마리 여우를 만나 또 죽이려 하자 서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 위와 같았고, 또 ‘따라다니며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하여 차츰차츰 온갖 여우들의 항복을 받았고, 그 여우 떼로써 모든 코끼리들의 항복을 받았으며, 다시 그 코끼리들로 모든 호랑이들의 항복을 받았고, 다시 그 호랑이들로 온갖 사자들의 항복을 받아 드디어 짐승의 왕이 될 수 있었느니라.
여우가 대답했다. ‘나는 짐승의 왕이니, 마땅히 왕의 딸을 아내로 맞이해야겠다. 만일 허락하면 좋겠지만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의 나라를 멸망시키겠다.’
022_0997_b_15L野狐答言:‘我是獸王,應取汝女,與我者善!若不與我,當滅汝國!’
사신이 돌아와서 그와 같이 아뢰자 왕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했는데, 단 한 신하를 제외하고 모두 말했다. ‘허락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라에서 믿는 것은 오직 코끼리와 말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코끼리와 말이 있지만 거기에는 사자가 있습니다. 코끼리와 말은 그 기운만 맡아도 질겁하여 땅에 바짝 엎드려 버리므로 싸우면 반드시 지게 될 것이니, 짐승들에게 멸망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어찌 한 명의 왕녀를 아끼느라 한 나라를 잃어야겠습니까?’
022_0997_c_01L그때 한 대신은 총명하고 예리했는데 원대한 계략을 세워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고금을 관찰하건대 아직 일찍이 사람 왕의 딸을 하천한 짐승에게 주었다는 일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신이 비록 약하고 어리석으나 반드시 저 여우를 죽이고 모든 짐승들을 저마다 흩어져 도망가게 하겠습니다.’
대신이 대답했다. ‘왕께서는 다만 사신을 보내 기한을 정하도록 하시고 싸우는 날에는 그에게 한 가지 소원을 청하되, ≺사자를 먼저 싸우게 하고 뒤에 소리를 내어 울게 하라≻고 하십시오. 그는 우리들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는 줄로 여겨 반드시 사자를 먼저 소리 내어 울게 하고 뒤에 싸우게 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싸울 날이 되면 성 안에 칙명을 내려 모두 귀를 막게 해야 합니다.’
그러자 왕은 그의 말대로 사신을 보내 기한을 정하게 하고 아울러 위의 소원을 청하게 했다. 싸우는 날에는 다시 편지를 보내 청하고 그러한 뒤에 군사를 나가게 했다. 군사의 선봉이 막 교전하려 할 때에 여우는 과연 사자를 먼저 크게 울게 했다. 여우가 그 소리를 듣고 심장이 일곱 갈래로 찢어지면서 코끼리 위에서 땅으로 떨어지자, 짐승 떼들은 한꺼번에 흩어지면서 도망갔느니라.”
여우는 교만이 왕성하여 그의 권속을 구하고자 가이성(迦夷城)에 이르러 스스로 나는 짐승의 왕이라고 했네.
022_0997_c_11L野狐憍慢盛, 欲求其眷屬, 行到迦夷城,
自稱是獸王。
사람의 교만도 역시 그러하여 대중을 통솔하리라 하여 마갈타국에서 스스로 법주(法主)라고 했네.
022_0997_c_13L人憍亦如是, 規統於徒衆,
在摩竭之國, 法主以自號。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가이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총명하고 영민한 대신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며, 여우의 왕은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비구들이여, 조달은 옛날에도 속임수로 권속을 얻었는데, 지금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너는 조달의 대중 가운데 가서 말하기를 ‘만일 조달의 다섯 가지 법의 가르침[五法敎]19)을 받으면, 그는 불ㆍ법ㆍ승을 보지 못하게 되오’라고 하라.”
022_0998_a_01L한 비구가 외쳤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사리불을 뽑아 조달의 대중 가운데 보내어 말하기를 ‘만일 조달의 다섯 가지 법의 가르침을 받으면 그는 불ㆍ법ㆍ승을 보지 못하게 되오’라고 하게 하겠습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가는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이제 사리불을 뽑아 조달의 대중 가운데 가서 말하기를 ‘만일 조달의 다섯 가지 법의 가르침을 받으면 그는 불ㆍ법ㆍ승을 보지 못하게 되오’라고 하게 하겠습니다. 어느 장로이시든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승가는 이미 사리불을 뽑는 일을 마쳤습니다. 스님들께서 승인하시어 잠자코 계셨기 때문이니, 이 일은 이와 같이 지니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부왕은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므로 나의 소견으로는 언제 쇠망할지 기약이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덧없어서 순식간이라 보존하기 어렵거늘 어찌 오랜 세월 동안 그 왕위를 보장 받겠소. 스스로 일을 도모하여 빨리 사해(四海)를 소유하도록 하시오. 나는 부처님을 해치고 대신 법왕(法王)이 될 터이니, 새 왕과 새 부처님이 마갈국에서 함께 도(道)로써 크게 교화하는 것 또한 좋지 않겠소.”
022_0998_b_01L태자가 대답했다. “부모의 은혜는 중하여 두 가지 의(儀)20)보다 더합니다. 돌보시며 오래도록 기른 은혜는 갚으려 해도 끝이 없거늘 당신은 어찌하여 나에게 그런 역모를 가르치는 것이오.”
022_0998_b_02L太子答言:“父母恩重過於二儀,顧復長育,欲報罔極。汝今云何導吾此逆?”
조달이 그 말을 듣고도 마음에 부끄러워함도 없이 오히려 교묘한 말로써 그의 뜻을 이끌고 유혹하자 드디어 태자는 미혹되어 그의 말을 받아들이며 기뻐했다.
022_0998_b_04L調達聞之,心無慚愧,猶以巧言引誘其意;遂便迷沒,受悅其語。
태자는 뒷날 은밀히 예리한 칼을 차고 왕의 문을 향했다. 속으로 나쁜 역모를 품고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벌벌 떨어 왕의 문 앞에서 바닥에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문지기가 보고 생각하기를 ‘태자가 평소에 올 때에는 몸가짐이 의젓했는데, 오늘은 이와 같은 것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 하고, 가서 그에게 묻자 태자가 대답했다. “나는 왕을 살해하려고 했기에 그러했다.”
세 번째 뜻을 낸 이가 말했다. “우리들이 함부로 이 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그 일을 왕에게 아뢰어야 합니다. 왕의 교칙(敎勅)이 있으면 그에 따라 받들어 행합시다.”
022_0998_b_15L第三議言:“我等不應輒判此罪,當以白王。王有教勅,當奉行之。”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곧 그 일을 왕에게 아뢰자 왕이 물었다. “그대들 여러 신하들이 논의한 의견은 어떠한가?”
022_0998_b_17L作是議已,便以白王。王問:“汝等衆臣議意云何?”
자세히 위와 같이 대답하자 왕은 곧 첫 번째 뜻을 낸 이와 두 번째 뜻을 낸 이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는 담당하고 있던 관직도 파면했다. 세 번째 뜻을 낸 이에게는 그 명예와 지위를 늘려 주면서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분부하여 이 일을 논의하게 했으므로 여러 신하들이 다 함께 말했다.
022_0998_c_01L“위의 두 가지 의논도 다 같이 합당한데도 왕께서는 담당하고 있던 관직까지 파면했습니다. 왕의 거룩한 마음을 살피건대 차마 해치려 하지 않고자 하심이니 바른 형벌이 이미 느슨해졌습니다. 따라서 마땅히 그 아래의 계획에 따라야겠습니다. 왕이 태자를 세우는 것은 본래 나라의 후사를 위해서인데 빨리 왕이 되고자 이런 역모를 품은 것이오니, 왕위에서 물러나시어 태자에게 주면 그의 악은 반드시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의논이 왕의 마음에 합치하자 곧 왕위를 그에게 주어 왕으로 삼고 호(號)를 아사세(阿闍世)라 했다. 태자는 처음 왕위에 오르고는 5욕(欲)의 쾌락을 받느라 살역(殺逆)의 마음이 잠시 동안 쉬게 되었으나, 얼마 동안 지나게 되자 아무 일이 없는데도 부왕의 목숨을 살해했다.
그때 아사세왕에게 몹시 포악한 코끼리가 있었는데, 조달은 코끼리를 다스리는 이에게 가서 말했다. “내일 구담(瞿曇)이 이 길을 갈 것이니, 그대는 나를 위해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고는 길에다 놓아 주시오. 부처님은 교만한 마음이 많은 지라 반드시 피하지 않을 것이니, 이로 말미암아 밟혀 죽으면 그대에게 후한 재물을 주겠소.”
세존께서는 다음날 아침 식사 때가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5백 명의 제자들과 함께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셨는데, 코끼리를 다스리는 이가 이미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고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놓아 보냈다.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하는 이들은 취한 코끼리를 놓는 것을 보고 모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다른 길을 따라 가시옵소서 .”
부처님의 제자들은 말했다. “사람의 용은 도(道)가 높으시므로 코끼리는 반드시 항복할 것이다.” 그리고는 빈 말은 효능이 없다면서 돈을 거두어 함께 내기를 걸었다.
022_0998_c_19L佛弟子言:“人龍道尊,象必降伏。”空辯無徵,遂乃積斂金錢,共賭勝負。
이에 취한 코끼리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는 것을 보고 귀를 뾰족이 세우고 코로 소리를 내며 부처님을 향해 마구 달려왔다. 그때 아난은 두려워서 멍하니 섰다가 저도 모르게 부처님의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조금 전에 세 번이나 ‘걱정할 것 없다’고 한 말을 들었으면서 어떻게 믿지 못하고 이토록 두려워하느냐.”
022_0999_a_01L부처님께서는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시고는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들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22_0999_a_01L佛見象來,入慈心三昧,而說偈言:
너는 큰 용을 해치지 마라. 큰 용은 세간에 나오기 어렵나니 만일 큰 용을 해치면 후생에 악도에 떨어지느니라.
022_0999_a_02L汝莫害大龍, 大龍出世難, 若害大龍者,
後生墮惡道。
코끼리가 게송을 듣자마자 코를 땅에 내려 세존의 발을 감싸면서 잠깐 동안 세 번 위아래로 부처님을 보고는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들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 이후부터 선한 코끼리가 되어 바르고 기특하지 않음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찬탄했다. “구담 사문께서는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도 않고 그 포악한 코끼리를 조복하시어 나라 안의 백성들이 다시는 두려움에 떨지 않게 되었으니 어찌 그리도 통쾌한가.”
곧 사방으로 가서 찾다가 한 명의 장부를 보고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위해 부처님을 죽여주시오. 당신에게 후하게 보답하겠소.”
022_0999_a_21L卽四出求索,見一壯夫,便語之言:“汝爲我殺佛,當厚相報。”
022_0999_b_01L그 사람은 재물을 탐내어 그 청에 응하고서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데를 거닐고 계시다가 멀리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자심삼매(慈心三昧)로써 그 몸을 가득 채우고는 손을 들어 그를 부르셨다. 이에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칼을 버리고 빨리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리석고 미쳐서 세존을 살해하려 했습니다. 스스로 허물이 무거움을 아오니 참회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고는 이어서 설법하셨는데, 보시에 관한 이론과 계율에 관한 이론과 천상에 나는 이론과 속가에 있으면 번뇌에 물들고 출요(出要)는 즐거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속으로 기뻐하니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다시 법을 설하셨는데, 이른바 고(苦)ㆍ집(集)ㆍ진(盡:滅)ㆍ도(道)였다.
그 말씀을 들은 조달은 잠시 그런 마음을 버렸으나 뒤에 다시 위와 같은 생각을 내었다. 부처님께서는 처음과 같이 말리시고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22_0999_c_18L調達聞已暫捨是心,後尋復生如上所念。佛止如初,便說偈言:
대중이 모여서 화합하면 즐겁고 화합으로 언제나 안온하니 만일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면 1겁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받느니라.
022_0999_c_20L衆聚和合樂, 和合常安隱, 若破和合僧,
一劫地獄苦。
대중이 모여서 화합하면 즐겁고 화합으로 언제나 안온하니 만일 파괴된 승가를 화합시키면 1겁 동안 천상에서 즐거움을 받느니라.
022_0999_c_22L衆聚和合樂, 和合常安隱,
若和合破僧, 一劫生天樂。
만일 편을 갈라 나누어서 언제나 선하지 않은 말을 하면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는 것이니 1겁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받느니라.
022_0999_c_23L若分部分別,
常作不善語, 以破和合僧, 一劫地獄苦。
022_1000_a_01L
편을 갈라 나누지 않고 언제나 선한 법을 말하면 파괴된 승가를 화합시킨 것이니 1겁 동안 천상에서 즐거움을 받느니라.
022_1000_a_01L不分部分別, 常能說善法, 以和合破僧,
一劫生天樂。
조달이 듣고 나서 다시 잠시 그런 마음을 버렸으나 뒤에 다시 내어 방편을 쓰는 것이 앞보다 더했다.
022_1000_a_03L調達聞已復暫捨是心,後尋復生,方便過前。
그때 여러 비구는 조달이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듣고 곧 가서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갖가지로 멀리서 조달을 꾸짖은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조달과 사이가 좋은 한 비구를 보내어 충고하게 하되 ‘그대는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지 마시오. 승가를 파괴하는 일을 하지 마시오. 승가와 함께 화합해야 하리니, 승가가 화합하는 까닭에 기쁘고 다툼이 없게 되고 한마음으로 배워 마치 물과 우유가 화합하듯이 함께 스승의 가르침을 넓히면서 안락하게 지내야 하오’라고 말하여라. 만일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땅히 여러 비구를 보내고, 또 받아들이지 않으면 승가가 가서 충고해야 하느니라.”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를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편을 쓸 경우에 여러 비구가 이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편을 쓰지 말고 대중과 함께 화합해야 하오. 승가가 화합하는 까닭에 기쁨과 다툼이 없게 되고 한마음으로 배워 마치 물과 우유가 화합하듯이 함께 스승의 가르침을 넓히면서 안락하게 지내야 하오≻라고 하라. 이와 같이 충고했는데도 굳게 지녀 버리지 않으면 마땅히 두 번ㆍ세 번 충고해야 하고, 두 번ㆍ세 번 충고하여 그 일을 버리면 좋겠지만 버리지 않으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그 비구가 승가를 파괴하려 할 때에 다른 스님들이 보고 듣고 알 경우, 그와 친한 한 비구를 뽑아 충고하게 하되 만일 버리게 되면 마땅히 한 번의 돌길라 참회를 해야 하고, 만일 버리지 않으면 여러 비구를 보내어 충고하게 하되 버리게 되면 마땅히 두 번의 돌길라 참회를 해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가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편을 쓰므로 승가가 이미 충고하되, ≺그대는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기 위해 부지런히 방편을 쓰지 말라≻고 충고했는데도 굳게 지녀 버리지 않으므로 승가는 이제 갈마를 행하여 충고하려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가는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아뢴 뒤에는 마땅히 그 비구에게 말하기를 ‘승가는 이미 아뢰기를 마쳤고, 나머지는 이제 세 번의 갈마가 있으니, 그대는 이 일을 버려야 하고 승가바시사를 범하지 마시오’라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그가 버리면 마땅히 세 번의 돌길라와 한 번의 투라차 참회를 해야 하고, 버리지 않으면 다시 말해야 하느니라.
그리고는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되 ‘승가는 이미 한 번의 갈마를 마쳤고 나머지 두 번의 갈마가 있으니, 그대는 당연히 이 일을 버려야 하고 승가바시사를 범하지 마시오’라고 해야 하느니라. 그가 만일 버리면 마땅히 세 번의 돌길라와 두 번의 투라차 참회를 해야 하고, 버리지 않으면 다시 위와 같이 두 번째 갈마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그때 조달을 돕는 비구가 여러 비구에게 말했다. “조달이 말한 것은 알고 말한 것이지 모르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지 법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律)을 말한 것이지 율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입니다.”
여러 장로 비구들이 듣고 갖가지로 꾸짖었다. “그대는 어떻게 ‘조달이 말한 것은, 알고 말한 것이지 모르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지 법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을 말한 것이지 율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가?”
꾸짖고 나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갖가지로 멀리서 조달을 돕는 비구를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022_1000_c_14L呵責已,以事白佛。佛以是事集比丘僧,種種遙責助調達比丘已,語諸比丘:
“마땅히 조달을 돕는 비구와 친한 한 비구를 뽑아서 충고하게 하되, ‘조달이 말한 것은, 알고 말한 것이지 모르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지 법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을 말한 것이지 율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조달은 알고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을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은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는 이를 돕지 말고, 당연히 화합한 승가를 도와야 합니다. 승가가 화합하는 까닭에 기쁘고 다툼이 없게 되고 한마음으로 배워 마치 물과 우유가 화합하듯이 함께 스승의 가르침을 넓히면서 안락하게 지내야 합니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만일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땅히 여러 비구, 그리고 승가를 보내어 충고해야 하느니라.”
022_1001_a_01L여러 비구가 분부를 받고 이와 같이 세 번이나 했으나, 조달을 돕는 비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비구가 갖가지로 꾸짖은 뒤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자,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다시 갖가지로 멀리서 조달을 돕는 비구를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를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는 이를 도우면서 하나나 둘 또는 여러 비구에게 말하기를, ≺이 비구가 말한 것은, 알면서 말한 것이지 모르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지 법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을 말한 것이지 율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하면 여러 비구는 이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이 비구가 말한 것은, 알면서 말한 것이지 모르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지 법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며, 율을 말한 것이지 율 아닌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들이 마음으로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이 비구는 알면서 말한 것이 아니고, 법을 말한 것이 아니고, 율을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은 화합한 승가를 파괴하는 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돕지 말아야 하고, 당연히 화합한 승가를 즐거운 마음으로 도와야 합니다. 승가가 화합하는 까닭에 기쁘고 다툼이 없게 되며 한마음으로 배워 마치 물과 우유가 화합하듯이 함께 스승의 가르침을 넓히고 안락하게 지내야 합니다’라고 하라. 이와 같이 충고하는 데도 굳게 지녀 버리지 않으면 마땅히 두 번ㆍ세 번 충고해야 하느니라. 두 번ㆍ세 번 충고하여 그 일을 버리면 좋겠지만 버리지 않으면 승가바시사이니라.
‘파괴를 돕는다’는 것은 승가를 파괴하는 인연을 돕고 이루는 것이고, ‘화합한다’는 것은 포살과 자자를 같이하는 것이다. 하나의 친한 이를 뽑아 충고할 때에 만일 버리면 한 번의 돌길라 참회를 해야 하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충고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버리면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열한 번째 일을 마침
022_1001_b_01L부처님께서 구사미국(拘舍彌國)에 계셨다. 그때 천타(闡陀) 비구가 자주 죄를 범했는데, 속인의 집에 들어가 평상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이 모두 법에 맞지 않았고, 따로 모여서 밥을 먹는데 자주 먹었으며, 때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가도 잘 아는 비구에게 알리지도 않았으므로 여러 비구가 말했다.
“대덕이여, 그대들은 나를 가르치려 하지 마십시오. 내가 마땅히 그대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사(聖師)이신 법왕(法王)은 바로 나의 주인이기 때문이니, 법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대덕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비유하면 큰 바람이 온갖 잡초에 불면 한곳으로 모이게 되는 것처럼, 여러 대덕들이 갖가지 성(姓)과 집안과 나라에서 출가한 것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어찌하여 나를 가르치고 훈계하려 하십니까? 여러 대덕들이여, 내가 잘하거나 잘못하거나 간에 말하지 마십시오. 나도 역시 대덕들이 잘하거나 못하거나 간에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러 비구가 다시 천타에게 말했다. “나에게 함께 말하지 말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대는 여러 비구가 잘하거나 못하면 당연히 말해야 하고, 여러 비구도 역시 그대가 잘하거나 못하면 당연히 말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서로서로 가르쳐 주어야 죄에서 벗어나 여래의 대중을 이루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함께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는 네가 죄를 범하는 것을 보고 너와는 포살ㆍ자자ㆍ갈마와 통상 행하는 일을 함께 하고 싶지 않지만 너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너를 꾸짖고 충고한 것이거늘 너는 지금 어찌하여 믿어 받지 않은 것이냐?”
022_1001_c_01L부처님께서 갖가지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 비구로서 천타와 친한 한 비구를 뽑아 충고하게 하되, 위와 같이 하고, 다음에는 여러 비구가 하고, 그 다음에는 승가 전체가 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분부를 받고 세 번이나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다시 갖가지로 멀리서 천타 비구를 꾸짖은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악한 성품으로 인해 함께 말하기가 어렵고 여러 비구와 함께 같이 경(經)과 계(戒)를 배우면서 자주 죄를 범할 때에 여러 비구가 법에 맞고 율에 맞게 그 범한 것을 충고하는데도 대답하기를, ≺대덕이여, 그대는 내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간에 말하지 마시오. 나도 역시 그대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간에 말하지 않겠소≻라고 하면 여러 비구는 다시 말하기를, ≺그대는 스스로 나와 함께 말하지 말라고 하지 마시오. 그대는 당연히 모든 비구들을 위해 법에 맞게 말해야 하고, 여러 비구도 당연히 그대에게 법에 맞게 말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서로서로 가르쳐 주어야 죄에서 벗어나고 여래의 대중을 이루게 됩니다≻라고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충고하는데도 굳게 지니고 버리지 않으면 마땅히 두 번ㆍ세 번 충고해야 하고, 두 번ㆍ세 번 충고하여 이 일을 버리면 좋겠지만 버리지 않으면 승가바시사이다’라고 해야 하느니라.
한 명의 친한 이를 뽑아 충고할 때에 만일 버리면 한 번의 돌길라 참회이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충고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버리면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열두 번째 일을 마침
022_1001_c_17L差一親厚諫,若捨,一突吉羅悔。乃至不諫自捨,皆如上說”十二竟。
022_1002_a_01L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셨다. 그때에 길라읍(吉羅邑)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알비(頞脾)이고, 다른 사람은 분나바(分那婆)였다. 자주 악행을 저질러 남의 집을 더럽히고 갖가지 위의(威儀)가 아닌 일24)을 저질렀으니, 스스로 꽃 꾸러미를 만들고 또 남을 시켜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쓰고 또 남에게 쓰게도 했다. 또 여인과 같은 평상에 앉기도 하고 소반을 같이 하여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노래하고 춤추고 연극을 하기도 했다. 또 온갖 새나 짐승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새나 짐승이 싸울 때의 모습을 짓기도 하고, 노름을 하기도 하고, 즐겁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또 거꾸로 걷기도 하고, 재주를 넘기도 하고, 손가락을 튀기기도 하고, 눈을 깜박거리기도 했다. 여인을 향하여 얼굴과 눈을 찡긋거리기도 하고, 혀를 내밀고 입을 벌리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이 몸과 입과 뜻의 악을 지으면서 계(戒)와 견(見)과 위의(威儀)와 정명(正命)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때 5백 명의 비구들이 위의를 완전히 갖추고 가이국(迦夷國)에서 이 읍에 이르러 때가 되자 발우를 들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했는데, 여러 거사들이 보고 다 함께 말했다. “이 여러 비구는 어디서 왔기에 머리를 숙이고 잠잠히 있는 모습이 마치 효자(孝子)25)와 같을까.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말할 줄도 모르는구나. 우리의 이곳에 있는 두 어진 비구는 재주도 많고 예능도 많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몹시 기쁘게 하는데 이런 무리들은 어디에 쓰겠는가?”
오랫동안 읍에 머물러 있었으나 모두 다 밥을 주지 않았으므로 빈 발우만 들고 나왔다. 그때 사리불과 목련도 가이국에서 이 읍으로 오고 있었는데, 알비 등이 그 소식을 듣고 생각하기를 ‘저 두 사람이 오면 반드시 우리들은 나쁜 소문이 나게 되어 공양이 끊어질 것이다’ 하고 여러 거사들에게 말했다.
“얼마 뒤에 두 비구가 오게 될 것인데, 한 사람은 목련으로 요술을 잘 부리므로 갖가지 변화를 나타낼 것이고, 또 한 사람은 사리불로 주법(呪法)을 잘 알아서 교묘한 말씨로 사람들을 미혹시킬 것이오. 그대들이 만일 마음을 같이 하여 그들에게 미혹되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에 머무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바로 떠나버리겠소.”
022_1002_b_01L이에 목련은 그들을 위해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몸을 백천으로 나누었다가 도로 합하여 하나의 몸이 되기도 하고, 석벽을 통과하기도 하고, 물을 밟는 것이 땅에서처럼 하기도 하고, 공중에 앉고 눕고 하면서 마치 새가 날아다니듯 하기도 했다. 또 몸이 범천까지 이르러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기도 하고, 몸 위로는 불을 내고 몸 아래로는 물을 내기도 하고, 몸 위로는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기도 했다.
혹은 몸을 반만 나타내기도 하고, 온몸을 다 나타내기도 하고, 동쪽이 불쑥 올라오면 서쪽이 움푹 가라앉기도 하고, 서쪽이 불쑥 올라오면 동쪽이 움푹 가라앉기도 하고, 남쪽이 불쑥 올라오면 북쪽이 움푹 가라앉기도 하고, 북쪽이 불쑥 올라오면 남쪽이 움푹 가라앉기도 했다. 또 중앙이 불쑥 올라오면 주변이 움푹 가라앉기도 하고, 주변이 불쑥 올라오면 중앙이 움푹 가라앉기도 했다.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는 본래 있던 자리에 와 앉았다.
그때 그 읍에 두 우바새(優婆塞)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사(富闍)이고 또 한 사람은 우루가(優樓伽)였다. 그들은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하여 진리를 보고 결과를 얻었고, 언제나 보시를 좋아하여 사문에게 공양했다. 사리불과 목련이 가이국에서 왔다는 것을 듣고 함께 나가 그를 영접하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했다. 그러자 그들을 위해 묘한 법을 설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했다. 그들은 법을 들은 뒤에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한 비구가 큰 소리로 외쳐야 하느니라.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는 악행을 했고 남의 집을 더럽혔습니다. 악행을 한 것을 모두 듣고 보고 알고 있고, 남의 집을 더럽힌 것도 보고 듣고 알고 있으므로 승가는 지금 이 읍에서 쫓아내려 합니다. 만약 승가가 때에 이르렀으면 승가는 승인하시고 허락하십시오. 이와 같이 아룁니다.’
‘대덕 승가는 들으십시오. 아무개 비구는 악행을 했고 남의 집을 더럽혔습니다. 악행을 한 것을 모두 보고 듣고 알고 있고, 남의 집을 더럽힌 것도 보고 듣고 알고 있으므로 승가는 지금 이 읍에서 쫓아내려 합니다. 어느 장로이시든지 승인하시면 잠자코 계시고 승인하지 않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이와 같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022_1003_a_01L여러 비구가 말했다. “그대는 ‘아난 등은 애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따른다. 이와 같은 죄를 지은 이가 있는데도 쫓아내기도 하고 쫓아내지 않기도 한다’고 말하지 마시오. 그대들은 악행을 했고 남의 집을 더럽혔습니다. 악행을 한 것을 모두 보고 듣고 알고 있고, 남의 집을 더럽힌 것도 보고 듣고 알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떠나가시오. 여기서 머무르지 마시오.”
여러 비구가 이와 같이 충고해도 굳게 지니면서 버리지 않았으므로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갖가지로 멀리서 그 비구들을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들과 친한 한 사람의 비구를 뽑아서 가서 충고하게 하되 위와 같이 해야 하고, 다음에는 여러 비구, 그 다음에는 승가가 충고해야 하느니라.”
여러 비구가 분부를 받고 세 번까지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그 일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비구 승가를 모아 놓고 거듭 멀리서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022_1003_a_06L諸比丘受教,三反不受,以是白佛。佛以是事集比丘僧,重遙責已,告諸比丘:
“열 가지 이익 때문에 모든 비구들을 위해 계를 제정하나니, 지금부터 이 계는 마땅히 설하기를, ‘만일 비구가 마을에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악행을 하고 남의 집을 더럽힐 때에 악행을 하는 것을 모두 보고 듣고 알고, 남의 집을 더럽히는 것도 보고 듣고 알면, 여러 비구는 이 비구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악행을 했고 남의 집을 더럽혔습니다. 악행을 한 것을 모두 보고 듣고 알고 있고, 남의 집을 더럽힌 것도 보고 듣고 알고 있으니, 그대는 떠나시오. 여기서 머물지 마시오, 라고 해야 한다.
그때 이 비구가 말하기를, 여러 대덕들은 애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따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죄를 지은 비구가 있는데도 쫓아내기도 하고 쫓아내지 않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면 여러 비구는 다시 말하기를, 당신은 여러 대덕들이 애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두려움을 따르고, 이와 같은 죄를 지은 이가 있는데도 쫓아내기도 하고 쫓아내지 않기도 한다고 말하지 마시오.
022_1003_b_01L‘악행을 한다’는 것은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짓는다는 것이고, ‘남의 집을 더럽힌다’는 것은 남의 집으로 하여금 다시는 부처님의 법을 믿거나 좋아하지 않게 하는 것이니라. ‘본다’는 것은 눈으로 스스로 본다는 것이고, ‘듣는다’는 것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듣는 것이며, ‘안다’는 것은 멀고 가까운 데서 모두 안다는 것이니라. 한 명의 친한 이를 뽑아 충고할 때에 만일 버리면 한 번의 돌길라 참회이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충고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버리는 것은 모두 위에서 설한 것과 같으니라.”열세 번째 일을 마침
2)합의(合議)로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그 사항의 내용을 대중에게 한 번 알리고, 한 번 가부(可否)를 묻는 의식이다.
3)범어 bhāṣā의 음사로, 게송을 읊는 것을 말한다.
4)범어 araṇya의 음사로,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이를 말한다.
5)4제(諦)를 증득하여 처음으로 성자의 계열에 드는 예류과(預流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6)자백하게 하여 승가에서 죄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7)비니(比尼)는 범어 vinaya의 음사로, 율(律)을 뜻한다. 수행자의 어떤 언행에 대해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논하는 경우, 그 수행자에게 그 언행을 기억하는지를 묻고, 만약 기억하지 못하면 거론하지 않는 규정이다.
8)합의(合議)로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그 사항의 내용을 대중에게 한 번 알리고, 세 번 가부(可否)를 묻는 의식이다.
9)무거운 죄를 저지른 수행자를 승가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벌칙이다.
10)번뇌가 일어나는 아홉 가지. 어떤 이가 이미 나를 해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렇고, 이미 나의 원수 집안을 이익 되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렇고, 이미 나의 벗을 해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도 그렇다.
11)비구ㆍ비구니ㆍ식차마나ㆍ사미ㆍ사미니이다. 여기에 우바새와 우바이를 더하여 일곱 대중[七衆]이 된다.
12)이 비구니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비구니계가 제정되었다. 『사분율』과 『팔리율』에는 자(慈) 비구니로 되어 있다.
13)아나율의 형으로, 석존의 숙부 감로반왕(甘露飯王)의 아들이다.
14)석가족 사람으로 난타(難陀) 등이 출가한 뒤에 석가족의 왕이 되었으나 아나율의 청으로 출가하여 얼마 되지 않아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15)석가족 출신으로, 아나율ㆍ금비로 등과 함께 출가하여 서로 도우면서 수행했다.
16)본율(本律) 제15권에는 감로반왕(甘露飯王)의 아들로 발제(跋提)와는 형제라고 한다.
17)7각지(覺支)을 말한다.
18)범어 māṇava의 음사로, 청년을 말한다.
19)조달의 다섯 가지 그릇된 법으로, 본율(本律) 제25권에 하나는 소금을 먹지 않고, 둘은 우유와 그것을 가공한 식품을 먹지 않고, 셋은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고, 넷은 걸식하고, 다섯은 봄과 여름의 8개월 동안은 한데에 있고 겨울의 4개월 동안은 초암에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율이 동일하지는 않다.
20)하늘과 땅을 말한다.
21)4제(諦)를 증득하여 처음으로 성자의 계열에 드는 예류과(預流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22)범어 poṣadha의 음사로, 단식(斷食)ㆍ정주(淨住)ㆍ선숙(善宿)ㆍ근주(近住)ㆍ장정(長淨)이라 번역한다. 수행자들이 한 달에 두 번 한곳에 모여 계율의 조목을 암송하면서 그 동안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의식이다.
23)범어pravāraṇā 여름 안거(安居)가 끝나는 날에 수행자들이 한곳에 모여 자신의 잘못을 서로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