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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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1L불소행찬(佛所行讚) 제1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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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1L佛所行讚卷第一
亦云佛本行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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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보살(馬鳴菩薩) 지음
북량(北凉) 천축삼장(天竺三藏) 담무참(曇無讖)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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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2L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 讖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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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품(生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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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4L生品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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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왕(甘蔗王)의 후손이며
석가(釋迦) 종족의 가장 훌륭한 왕으로서
깨끗한 재물과 순수한 덕 갖추었으니
그러므로 정반(凈飯)이라 이름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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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5L甘蔗之苗裔,
釋迦無勝王,
淨財德純備,
故名曰淨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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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중생들 즐겁게 우러러 바라봄이
마치 초생달을 대하듯 했네.
왕은 천제석(天帝釋) 같고
부인은 제석의 부인 사지(舍脂)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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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7L群生樂瞻仰,
猶如初生月,
王如天帝釋,
夫人猶舍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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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잡아 지님은 땅처럼 안온하고
마음 깨끗함 연꽃 같았네
임시로 이름하여 마야(摩耶)라 했나니
그는 실로 세상에 견줄 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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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8L執志安如地,
心淨若蓮花,
假譬名摩耶,
其實無倫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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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코끼리[象]에게
신(神)으로 하강하여 태(胎) 속에 들자
어머니는 온갖 걱정 시름 모두 여의고
허깨비 같은 거짓 마음 내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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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09L於彼象天后,
降神而處胎,
母悉離憂患,
不生幻僞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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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속 일 싫어하고 미워하였고
텅 비고 한적한 숲에 살기 좋아했네.
저 람비니(藍毘尼)의 아름다운 동산
샘물 흐르고 꽃과 열매 무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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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1L厭惡彼諠俗,
樂處空閑林,
藍毘尼勝園,
流泉花果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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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고요하여 선정[禪思] 들기 알맞기에
거기서 노닐기를 왕에게 청하시니
왕은 그 마음 알아차리고
기특한 생각이라 여기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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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2L寂靜順禪思,
啓王請遊彼,
王知其志願,
而生奇特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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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권속들에 분부하시어
동산 숲으로 함께 나가게 하니
그때 왕후이신 마야(摩耶) 부인은
아기 낳을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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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3L勅內外眷屬,
俱詣彼園林,
爾時摩耶后,
自知產時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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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좋은 침상에 눕자
백천 채녀(婇女)들 왕후를 모셨다.
마침 때는 4월 8일이라서
맑고 온화한 기운 고르고 알맞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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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5L偃寢安勝牀,
百千婇女侍,
時四月八日,
淸和氣調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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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齋戒)하고 깨끗한 덕 닦았기에
보살은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큰 자비로 온 세상 건지시려고
어머니를 고생스럽게 하지 않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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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6L齋戒修淨德,
菩薩右脅生,
大悲救世閒,
不令母苦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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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류왕(優留王)은 다리로 태어났고
비투왕(卑偸王)은 손으로 태어났으며
만타왕(曼陀王)은 정수리로 태어났고
가차왕(伽叉王)은 겨드랑이로 태어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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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7L優留王股生,
卑偸王手生,
曼陁王頂生,
伽叉王腋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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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셨네.
차츰차츰 태에서 나오시자
그 광명 두루 환하게 비추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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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19L菩薩亦如是,
誕從右脅生,
漸漸從胎出,
光明普照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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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
자궁문을 통해 탄생하지 않으셨네.
한량없는 겁(劫) 동안 덕을 닦으시어
나면서부터 죽지 않는 법 저절로 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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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20L如從虛空墮,
不由於生門,
修德無量劫,
自知生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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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편안하여 허둥거리지 않고
밝게 드러난 모습 미묘하고 단정했네.
환하게 태(胎)에서 나타나는 모습
마치 처음 떠오르는 태양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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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b_21L安諦不傾動,
明顯妙端嚴,
晃然後胎現,
猶如日初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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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1L
살펴보면 지극히 밝고 빛나지만
바라보는 눈동자에 해롭지 않고
아무리 보아도 눈부시지 않아
마치 공중의 달을 보는 것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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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1L觀察極明耀,
而不害眼根,
縱視而不耀,
如觀空中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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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의 광명 밝게 비춤이
햇빛이 등불 빛을 무색케 하듯
보살의 황금빛 몸의 광명이
두루 비춤도 그러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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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2L自身光照耀,
如日奪燈明,
菩薩眞金身,
普照亦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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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참된 마음 흐트러지지 않고
편안하고 조용히 일곱 걸음 걸을 때
발바닥이 편편한 발꿈치는
영롱하게 빛남이 칠성(七星)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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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3L正眞心不亂,
安庠行七步,
足下安平趾,
炳徹猶七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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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왕 사자 같은 걸음으로
사방을 두루 관찰하면서
진실한 이치 환히 깨달았기에
이와 같은 말씀 할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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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5L獸王師子步,
觀察於四方,
通達眞實義,
堪能如是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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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生)은 부처 되기 위한 생으로서
최후의 마지막 생(生)이 되리라.
나는 오직 이 한 생에
기어코 모든 중생 제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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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6L此生爲佛生,
則爲後邊生,
我唯此一生,
當度於一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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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허공에서
한 줄기는 따뜻하고 한 줄기는 시원한
두 줄기 깨끗한 물 흘러 내려
정수리에 쏟아져 몸을 즐겁게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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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7L應時虛空中,
淨水雙流下,
一溫一淸涼,
灌頂令身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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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궁전에 편안히 들어
유리 평상에 누워 계시자
천왕(天王)이 금꽃[金華] 같은 손으로
평상의 네 발을 떠받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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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09L安處寶宮殿,
臥於琉璃牀,
天王金華手,
奉持牀四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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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늘들 허공에서
보배 일산을 들어 모시고
그 위신(威神)을 찬탄하면서
불도(佛道) 성취하길 권청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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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0L諸天於空中,
執持寶蓋侍,
承威神讚嘆,
勸發成佛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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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용왕(龍王)들 기뻐하면서
뛰어난 그 법을 간절히 우러렀네.
그들은 과거에도 부처님 받들었는데
지금 또 이 보살을 만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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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1L諸龍王歡喜,
渴仰殊勝法,
曾奉過去佛,
今得値菩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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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曼陀羅)꽃을 뿌려대면서
오롯한 마음으로 즐겁게 공양했네.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정거천(淨居天)도 또한 기뻐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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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3L散曼陁羅花,
專心樂供養,
如來出興世,
淨居天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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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욕(愛欲)의 기쁨 이미 없건만
법을 위해 기뻐하고 좋아했으니
괴로움 바다에 빠진 중생들
해탈케 하기 위함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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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4L已除愛欲歡,
爲法而欣悅,
衆生沒苦海,
令得解脫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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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미보산왕(須彌寶山王)이
이 대지를 굳게 지키고 있다가
보살이 이 세상에 나타나시자
그 공덕(功德)의 바람에 날리게 되어
온 대지가 울리고 흔들림이
마치 풍랑이 뱃전을 두드리듯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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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5L須彌寶山王,
堅持此大地,
菩薩出興世,
功德風所飄。
普皆大震動,
如風鼓浪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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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라운 가루 전단(栴檀)향
온갖 보배 연꽃들
바람 부는 대로 허공 따라 흐르고
어지럽게 휘날려 흘러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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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7L栴檀細末香,
衆寶蓮花藏,
風吹隨空流,
繽紛而亂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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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선 하늘옷 내려와
몸에 닿자 오묘한 음악 생기고
해와 달은 평상시와 다름없건만
그 광명 밝기는 몇 배나 더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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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19L天衣從空下,
觸身生妙樂,
日月如常度,
光耀倍增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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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모든 불빛은
섶이 없어도 저절로 불타오르고
맑고 시원한 우물에선 깨끗한 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아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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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21L世界諸火光,
無薪自炎熾,
淨水淸涼井,
前後自然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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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궁(中宮)의 채녀(婇女)들은 이상히 여겨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다투어 달려가 마시고 목욕하자
모두 다 안락한 생각이 일어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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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22L中宮婇女衆,
怪歎未曾有,
競赴而飮浴,
皆起安樂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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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1L
한량없는 하늘의 정령[部多天]들
법을 좋아해 다들 구름처럼 모여들어
람비니(藍毗尼) 동산의
나무숲 사이를 빼곡이 메워 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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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8_c_23L無量部多天,
樂法悉雲集,
於藍毘尼園,
遍滿林樹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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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특별한 온갖 묘한 꽃들은
제 철도 아니건만 활짝 피었고
흉악하고 사나운 중생 무리도
한꺼번에 자애로운 마음을 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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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2L奇特衆妙花,
非時而敷榮,
凶暴衆生類,
一時生慈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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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질병(疾病)들
고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고
어지럽게 울부짖던 날짐승과 길짐승들
잠자코 조용해져 아무 소리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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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3L世閒諸疾病,
不療自然除,
亂鳴諸禽獸,
恬默寂無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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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개울물은 모두 흐름을 멎고
흐린 물은 다 맑아졌으며
하늘에는 구름의 가리움 없고
하늘북[天鼓]은 저절로 울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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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4L萬川皆停流,
濁水悉澄淸,
空中無雲翳,
天鼓自然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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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모든 세간들
모두 다 안온해지고 즐거움 얻었는데
마치 황폐하고 어려운 처지의 나라가
홀연히 현명한 임금을 만난 듯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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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6L一切諸世閒,
悉得安隱樂,
猶如荒難國,
忽得賢明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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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온갖 고통에서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이니,
오직 저 악마의 하늘왕[魔天王]만
부들부들 떨면서 매우 근심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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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7L菩薩所以生,
爲濟世衆苦,
唯彼魔天王,
震動大憂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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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父王)은 태어난 아드님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라
본래 성품은 평안하고 신중했으나
너무 놀라 보통 때의 얼굴 바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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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08L父王見生子,
奇特未曾有,
素性雖安重,
驚駭改常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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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숨결 가슴에 번갈아 일어나고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두려웠다네.
부인은 그 아드님이
평범한 방법으로 태어나지 않음을 알아차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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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0L二息交胸起,
一喜復一懼,
夫人見其子,
不由常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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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성품에 겁 많고 나약하여
얼음이나 숯불을 품은 듯 두려워져
좋고 나쁜 얼굴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도리어 근심하고 무서워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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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1L女人性怯弱,
怵惕懷冰炭,
不別吉凶相,
反更生憂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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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살피던 여러 유모들
서로들 어지러이 신명(神明)께 기도하고
‘원컨대 우리 태자를 편안하게 해주소서.’
제각기 늘 섬기던 신을 청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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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2L長宿諸母人,
互亂祈神明,
各請常所事,
願令太子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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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숲 속에는
관상을 잘 보는 바라문(婆羅門)이 있었는데
위의(威儀)와 많은 지식 갖추었고
훌륭한 말솜씨에 높은 명성 자자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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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4L時彼林中有,
知相婆羅門,
威儀具多聞,
才辯高名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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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태자의 상을 보고는
일찍 없었던 일이라 기뻐 뛰다가
놀라고 두려워하는 왕의 마음을 알고
진실한 내용을 왕에게 아뢰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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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5L見相心歡喜,
踊躍未曾有,
知王心驚怖,
白王以眞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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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을 구하는데
왕이시여 태자는 뚜렷한 보름달과 같으니
마땅히 크게 기뻐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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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6L人生於世閒,
唯求殊勝子,
王今如滿月,
應生大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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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으신 특별하고 훌륭한 이 아드님은
반드시 종족(宗族)을 드러내 빛내리니
마음을 편히 하여 스스로 기뻐해 경하하고
아무런 의심이나 염려치 마십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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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8L今生奇特子,
必光顯宗族,
安心自欣慶,
莫生餘疑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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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런 상서가 이 나라에 모여
지금부터 갈수록 흥하고 성하리니
지금 나으신 이 특별하고 훌륭한 아들
반드시 이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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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19L靈祥集家國,
從今轉休盛,
所生殊勝子,
必爲世閒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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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이 상사(上士)의 몸은
황금빛 오묘한 광명이 있으니
이와 같이 특별하고 훌륭한 상(相)은
틀림없이 등정각(等正覺) 이루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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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20L惟此上士身,
金色妙光明,
如是殊勝相,
必成等正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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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세상의 즐거움 익히면
반드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드넓은 이 대지의 주인으로서
바른 법으로 강건히 다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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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22L若習樂世閒,
必作轉輪王,
普爲大地主,
勇猛正法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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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어
모든 왕들을 통솔하고 제어함이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광명 중에서
햇빛이 가장 으뜸인 것 같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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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a_23L王領四天下,
統御一切王,
猶如世光明,
日光爲最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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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1L
또한 이 분이 만일 산림(山林)에 머문다면
오롯한 마음으로 해탈(解脫) 구하고
진실한 지혜를 성취하여
이 세상을 널리 비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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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1L若處於山林,
專心求解脫,
成就實智慧,
普照於世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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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수미산(須彌山)은
모든 산 가운데 왕이듯이
온갖 보배 중엔 황금이 제일이듯이
숱한 개울 중엔 바다가 제일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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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3L譬如須彌山,
普爲諸山王,
衆寶金爲最,
衆流海爲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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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별 중엔 달이 제일이듯이
모든 광명 중엔 해가 제일이듯이
여래(如來)가 세상에 존재하시면
모든 사람 중에 제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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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4L諸宿月爲最,
諸明日爲最,
如來處世閒,
兩足中爲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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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넓은 청정한 눈
아래위로 깜빡일 땐 긴 눈썹 드러나며
바라보는 눈동자는 검푸른 빛으로서
밝고도 빛남이 반달 모양 같으니
이 상(相)을 어떻게
평등하고 특별하게 뛰어난 눈이 아니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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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5L淨目脩且廣,
上下瞬長睫,
瞪矚紺靑色,
明煥半月形。
此相云何非,
平等殊勝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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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왕이 이생(二生)에게 말하였다.
“만약 그대 말한 것과 같다면
이와 같이 기이하고 특별한 상은
어떠한 인연 담겨 있기에
선왕 때에는 감응하지 않다가
내 대에 이르러 나타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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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7L時王告二生,
若如汝所說。
如此奇特相,
以何因緣故,
不應於先王,
乃現於我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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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그런 말씀하지 마소서.
많은 지식과 밝은 지혜
명칭(名稱)과 그리고 갖가지 사업 등
이와 같은 네 가지 일들은
선후(先後)를 따져서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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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09L婆羅門白王,
不應如是說,
多聞與智慧,
名稱及事業,
如是四事者,
不應顧先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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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생겨나는 이치는
제각기 인연 따라 일어납니다.
이제 모든 비유를 들어 설명하리니
왕께서는 우선 자세히 들어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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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1L物性之所生,
各從因緣起,
今當說諸譬,
王今且諦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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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毘求)와 앙기라(央耆羅)
이 두 선인(仙人) 종족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제각기 뛰어난 아들을 낳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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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3L毘求央耆羅,
此二仙人族,
經歷久遠世,
各生殊異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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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비리하발저(毘利訶鉢低)이고
또 다른 사람은 숙가라(儵迦羅)였소.
그들이 제왕론(帝王論)을 지었지만
그들은 조상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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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4L毘利訶鉢低,
及與儵迦羅,
能造帝王論,
不從先族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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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살(薩羅薩) 선인은
오랫동안 경론(經論)을 단절했었지만
그가 낳은 바라바(婆羅婆)는
그 뒤를 이어 경론을 밝혔으니
현재 지견(知見)이 태어난 것은
반드시 그 조상 때문이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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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5L薩羅薩仙人,
經論久斷絕,
而生婆羅婆,
續復明經論,
現在知見生,
不必由先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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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사(毘耶娑) 선인은
온갖 경론을 많이 지었지만
그의 후손 발미(跋彌)는
게송(偈頌)의 장구(章句)를 널리 모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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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7L毘耶娑仙人,
多造諸經論,
末後胤跋彌,
廣集偈章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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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리(阿低利) 선인은
의서(醫書)를 해득하지 못했지만
그의 후손 아저리(阿低離)는
온갖 병을 잘 치료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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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19L阿低利仙人,
不解醫方論,
後生阿低離,
善能治百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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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二生) 구시(駒尸) 선인은
외도의 논서(論書) 익히지 않았지만
그의 후손 가제나왕(伽提那王)은
외도의 법을 모두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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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20L二生駒尸仙,
不閑外道論,
後伽提那王,
悉解外道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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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왕(甘蔗王)의 시조는
바다의 조수(潮水)를 막지 못했지만
사가라왕(娑伽羅王)에 이르러서는
천 명의 왕자를 낳아 길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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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21L甘蔗王始族,
不能制海潮,
至娑伽羅王,
生育千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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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다 조수까지 죄다 막아
정해놓은 경계를 넘지 못하게 했소.
사나구(闍那駒) 선인은
스승 없이 선도(禪道)를 터득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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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b_23L能制大海潮,
使不越常限,
闍那駒仙人,
無師得禪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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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1L
명예와 칭송을 얻는 것이
다 제 힘에서 생기는 것이니
선조는 훌륭한데 후손이 못난 경우도 있고
후손은 훌륭한데 선조가 못난 경우도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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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1L凡得名稱者,
皆生於自力,
或先勝後劣,
或先劣後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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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왕(帝王)이나 모든 신선들
반드시 그 조상을 이어받지는 않는다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그 선후를 돌아보고 감응하는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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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2L帝王諸神仙,
不必承本族,
是故諸世閒,
不應顧先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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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시여, 이제 이와 같나니
마땅히 기쁜 마음 내소서.
기쁜 마음을 내신다면
영원히 의혹을 여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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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4L大王今如是,
應生歡喜心,
以心歡喜故,
永離於疑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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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선인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공양을 더하면서 말했네.
“내 이제 훌륭한 아들을 낳았으니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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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5L王聞仙人說,
歡喜增供養,
我今生勝子,
當紹轉輪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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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어느새 늙어버렸으니
나는 집을 나가 범행(梵行)을 닦으라.
그리하여 성스런 왕자가 세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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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39_c_06L我年已朽邁,
出家修梵行,
無令聖王子,
捨世遊山林。
-
마침 그때 그 근처 동산에는
아사타(阿私陀)라 이름하는
고행(苦行)을 실천하는 선인이 있었는데
관상 보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네.
-
029_0639_c_08L時近處園中,
有苦行仙人,
名曰阿私陁,
善解於相法。
-
그는 왕궁의 문 앞에 와서 왕에게 말했다.
“범천(梵天)이 응(應)한 상이며
고행으로 바른 법 닦기를 좋아할 상으로서
이 두 가지 상을 모두 나타낸다오.”
-
029_0639_c_09L來詣王宮門,
王謂梵天應,
苦行樂正法,
此二相俱現。
-
범행의 상을 두루 갖추었으니
그때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곧 궁궐 안으로 맞아들여서
공경하고 또 공양을 베풀었다네.
-
029_0639_c_10L梵行相具足,
時王大歡喜,
卽請入宮內,
恭敬設供養。
-
그가 궁(宮) 안으로 들어가서는
오직 왕자만 보는 것을 좋아할 뿐
아무리 아름다운 채녀들 있다 해도
텅 빈 숲에 머물 듯하였네.
-
029_0639_c_12L將入內宮中,
唯樂見王子,
雖有婇女衆,
如在空閑林。
-
올바른 법좌(法座)에 편안히 앉아
더욱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니
그 모습 마치 안저첩왕(安低牒王)이
바시타(波尸吒)를 섬기듯 하였네.
-
029_0639_c_13L安處正法座,
加敬尊奉事,
如安低牒王,
奉事波尸咤。
-
그때 왕은 선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서야 큰 이익을 얻었소.
큰 선인을 괴롭혀 수고롭게 하였더니
황송하게도 와서 나의 청을 들어주었소.
-
029_0639_c_14L時王白仙人,
我今得大利,
勞屈大仙人,
辱來攝受我。
-
마땅히 해야 할 모든 일 있으면
원컨대 그때그때 분부하시오.”
이렇게 권하여 청하기를 마치자
선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네.
-
029_0639_c_16L諸有所應爲,
唯願時教勅,
如是勸請已,
仙人大歡喜。
-
“훌륭하십니다. 상승왕(常勝王)으로서
온갖 덕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와서 구하기 좋아하는 자에게는
은혜 베풀고 바른 법 높이며
어질고 지혜로운 뛰어난 종성으로서
겸손하고 공손하며 잘 따라 순종했네.
-
029_0639_c_17L善哉常勝王,
衆德悉皆備,
愛樂來求者,
惠施崇正法,
仁智殊勝族,
謙恭善隨順。
-
과거에 온갖 묘한 인연을 심어
훌륭한 그 열매 지금에야 나타났으니
지금 여기에 온 인연을 말하리니
왕께선 마땅히 내 말을 들어보소서.
-
029_0639_c_19L宿殖衆妙因,
勝果現於今,
汝當聽我說,
今者來因緣。
-
나는 일도(日道:태양의 길)를 따라 오다가
공중에서 하늘의 말을 들었소.
지금 저 왕이 태자를 낳았는데
분명코 정각(正覺)의 도(道)를 이루리라고.
-
029_0639_c_21L我從日道來,
聞空中天說,
言王生太子,
當成正覺道。
-
아울러 아까 상서로운 상을 보고
이제 일부러 여기에 이르렀나니
저 석가왕의 바른 법 깃대를
세우는 것 보고자 해서입니다.”
-
029_0639_c_22L幷見先瑞相,
今故來到此,
欲觀釋迦王,
建立正法幢。
-
029_0640_a_01L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결정코 의심의 그물을 없애버리려
태자를 데리고 나오도록 명하여
그 선인에게 상을 보였네.
-
029_0639_c_23L王聞仙人說,
決定離疑網,
命持太子出,
以示於仙人。
-
선인이 태자의 상을 보았더니
발바닥엔 일천 개의 살 바퀴 있고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엔 그물막이 있으며
눈썹 사이에는 흰 털이 감돌아 났네.
-
029_0640_a_02L仙人觀太子,
足下千輻輪,
手足網縵指,
眉閒白毫跱。
-
양근(陽根)은 말[馬]처럼 감추어져 있으며
얼굴빛은 불빛처럼 빛났으니
도인은 일찍 없었던 일이란 생각 내어
눈물 흘리면서 크게 탄식하였네.
-
029_0640_a_03L馬藏隱密相,
容色炎光明,
見生未曾想,
流淚長嘆息。
-
왕은 그 선인이 우는 것 보고
아들 생각하는 마음에 전율(戰慄)하여
기운이 맺혀 가슴에 응어리지고
놀라고 두근거려 편안하지 못하였다네.
-
029_0640_a_04L王見仙人泣,
念子心戰慄,
氣結盈心胸,
驚悸不自安。
-
얼떨결에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선인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선인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이 아이는 기이하고 특별하게 났고
-
029_0640_a_06L不覺從坐起,
稽首仙人足,
而白仙人言,
此子生奇特。
-
얼굴도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하여
하늘 사람이나 거의 다름이 없소.
사람 중에 제일이라 그대가 말해놓고
무슨 일로 근심하고 슬퍼하는가?
-
029_0640_a_07L容貌極端嚴,
天人殆不異,
汝言人中上,
何故生憂悲。
-
혹 이 아이가 수명이 짧아
내가 근심하고 슬퍼할까 그러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목마르다 감로(甘露) 얻었지만
다시 도로 그것을 잃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
029_0640_a_08L將非短壽子,
生我憂悲乎,
久渴得甘露,
而反復失耶。
-
혹은 장차 재물 잃어 집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지나 않을까 해서인가?
만일 내게 훌륭한 아들이 있어
이 나라를 맡길 수만 있다면
-
029_0640_a_10L將非失財寶,
喪家亡國乎,
若有勝子存,
國嗣有所寄。
-
나는 죽을 때에도 마음 기뻐서
안락하게 저 세상에 태어나리라.
비유하면 사람의 두 눈이
한 쪽은 감겨 있고 한 쪽은 뜬 듯 하리라.
-
029_0640_a_11L我死時心悅,
安樂生他世,
猶如人兩目,
一眠而一覺。
-
가을 서리 내릴 때 꽃 피워
꽃을 피었으나 열매 없게 하지 말라.
세상 사람 친족들 중에
아들보다 더 깊은 사랑 없나니
마땅히 지금 미래를 예언하여
나의 근심 덜어 주소서.”
-
029_0640_a_12L莫如秋霜花,
雖敷而無實,
人於親族中,
愛深無過子,
宜時爲記說,
令我得蘇息。
-
선인은 그의 부왕(父王)이
마음 속에 품은 큰 근심을 알아차리고
곧 그 대왕에게 말해 알렸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소서.
아까 대왕께 이미 다 말씀드렸으니
부디 스스로 의심을 내지 마소서.
-
029_0640_a_14L仙人知父王,
心懷大憂懼,
卽告言大王,
王今勿恐怖,
前已語大王,
愼勿自生疑。
-
지금의 상(相)도 전과 다름없나니
다시 다른 생각을 품을 것 없습니다.
그저 내 나이 늙은 것 생각하고
슬프고 애달퍼 울며 탄식할 뿐입니다.
-
029_0640_a_16L今相猶如前,
不應懷異想,
自惟我年暮,
悲慨泣歎耳。
-
이제 내 목숨 끝나려 하는 즈음에
이 아드님 세상에 응(應)하여 나셨으나
다시 나지 않기 위해 세상에 나셨으니
이 분을 다시는 만나기 어려우리.
-
029_0640_a_18L今我臨終時,
此子應世生,
爲盡生故生,
斯人難得遇。
-
거룩한 왕의 자리 던져 버리고
5욕(欲)의 경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열심히 애써 고행 닦아서
진실한 이치를 깨달으신 뒤에는
-
029_0640_a_19L當捨聖王位,
不著五欲境,
精勤修苦行,
開覺得眞實。
-
언제나 일체 중생을 위하여
어리석고 어두운 장애를 없애주고
이 세상을 영원히 환하게 밝히리니
지혜의 광명 태양 빛과 같으리.
-
029_0640_a_20L常爲諸群生,
滅除癡冥障,
於世永熾燃,
智慧日光明。
-
중생이 괴로움의 바다에 빠져
갖가지 병으로 물거품 삼고
쇠하고 늙음으로 큰 물살 삼으며
죽음으로 바다의 큰 물결 삼을 때
-
029_0640_a_22L衆生沒苦海,
衆病爲聚沫,
衰老爲巨浪,
死爲海洪濤。
-
이 분은 가벼운 지혜의 배를 타고
온갖 흐름의 어려움을 건너리라.
지혜로 흐르는 물 거슬러 오르고
깨끗한 계(戒)로써 언덕을 삼으며
-
029_0640_a_23L乘輕智慧舟,
渡此衆流難,
智慧泝流水,
淨戒爲傍岸。
-
029_0640_b_01L
삼매(三昧)는 청량(淸凉)한 못이 되고
정수(正受)는 온갖 기이한 새가 되리라.
이와 같이 매우 깊고도 넓은
바른 법의 큰 강물이 되리라.
-
029_0640_b_01L三昧淸涼池,
正受衆奇鳥,
如此甚深廣,
正法之大河。
-
애욕에 목마른 모든 중생들
그것을 마심으로써 되살아나게 하리.
5욕의 경계에 물들어 집착하다가
온갖 괴로움에 핍박당하고
-
029_0640_b_03L渴愛諸群生,
飮之以蘇息,
染著五欲境,
衆苦所驅迫。
-
나고 죽는 넓은 벌판 헤매면서
아득히 돌아갈 곳 알지 못하네.
보살이 이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해탈의 길 터놓기 위해서라네.
-
029_0640_b_04L迷生死曠野,
莫知所歸趣,
菩薩出世閒,
爲通解脫道。
-
이 세상 탐욕의 불길이
경계의 섶을 맹렬히 태울 때
대자비의 구름 일으켜
법비 내려 꺼지게 하리라.
-
029_0640_b_05L世閒貪欲火,
境界薪熾燃,
興發大悲雲,
法雨雨令滅。
-
어리석음과 어둠은 두 겹 문이요
탐욕은 그 문의 자물쇠 되어
모든 중생들을 막아 가두지만
나고 죽음 초월하는 해탈의 문은
금강(金剛) 지혜가 못 빼는 도구 되어
은애와 애정의 화살촉을 뽑아낸다네.
-
029_0640_b_07L癡闇門重扇,
貪欲爲關鑰,
閉塞諸群生,
出要解脫門,
金剛智慧鑷,
拔恩愛逆鑽。
-
어리석음의 그물에 스스로 묶여
곤궁하고 괴로워도 의지할 곳 없더니
법왕(法王)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능히 중생의 결박 풀어주시네.
-
029_0640_b_09L愚癡網自纏,
窮苦無所依,
法王出世閒,
能解衆生縛。
-
왕이여, 부디 이 아드님 때문에
스스로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마시고
그보다는 저 중생들 욕심에 집착하여
바른 법 어김이나 근심하소서.
-
029_0640_b_11L王莫以此子,
自生憂悲患,
當憂彼衆生,
著欲違正法。
-
저는 이제 늙음과 죽음에 시달려
성인의 공덕에서 멀어지고 말아
갖가지 선정(禪定)을 닦는다 해도
그 이익 얻지 못하리이다.
-
029_0640_b_12L我今老死壞,
遠離聖功德,
雖得諸禪定,
而不獲其利。
-
현재 이 보살이 계신 곳에서
끝내 바른 법 듣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 끝난 뒤에는
반드시 3난천(難天)에 태어날 것입니다.”
-
029_0640_b_13L於此菩薩所,
竟不聞正法,
身壞命終後,
必生三難天。
-
왕과 모든 권속들
이 선인의 말을 듣고는
그 스스로의 근심 깨달았으니
그 때문에 두려움 모두 없어졌다네.
“이 기이하고 특별한 아기 태어나
내 마음 매우 편안하게 되었다네.
-
029_0640_b_15L王及諸眷屬,
聞彼仙人說,
知其自憂嘆,
恐怖悉以除,
生此奇特子,
我心得大安。
-
만일 그가 집을 떠나 세상 영화 버리고
선인(仙人)의 도(道)를 닦고 익힌다면
마침내 왕의 자리 이을 이 없어
다시 나로 하여금 언짢게 하리라.”
-
029_0640_b_17L出家捨世榮,
修習仙人道,
遂不紹國位,
復令我不悅。
-
그러자 그때 그 선인은
왕을 향해 진실을 말하였다.
“틀림없이 왕께서 걱정하는 것처럼
장차 정각도(正覺道)를 이룰 것입니다.”
-
029_0640_b_19L爾時彼仙人,
向王眞實說,
必如王所慮,
當成正覺道。
-
선인은 왕의 권속들 가운데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 위로한 뒤에
스스로 자기의 신력(神力)으로써
허공을 날아 멀리 떠나 버렸다.
-
029_0640_b_20L於王眷屬中,
安慰衆心已,
自以己神力,
騰虛而遠逝。
-
그때 백정왕(白淨王)은
아들의 기이하고 특별한 상호를 보고
또 이 아사타(阿私陀) 선인의
결정된 사실에 대한 말을 듣고는
-
029_0640_b_21L爾時白淨王,
見子奇特相,
又聞阿私陁,
決定眞實說。
-
아들을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며
보배처럼 보호하고 언제나 생각하여
천하에 큰 사면령을 내리고
감옥의 죄수들까지 모두 풀어 주었다네.
-
029_0640_b_23L於子心敬重,
珍護兼常念,
大赦於天下,
牢獄悉解脫。
-
029_0640_c_01L
세상 사람들 아들 났을 때의 법을 따라
마땅히 취하고 버릴 일을 따랐다.
모든 경전(經典)의 방론(方論)에 의거하여
온갖 할 일을 모두 다했네.
-
029_0640_c_01L世人生子法,
隨宜取捨事,
依諸經方論,
一切悉皆爲。
-
아들 낳은 지 만 열흘이 되면
안온하여 마음 이미 태평해지니
모든 천신(天神)께 모두 제사드리고
도(道) 있는 이에게 널리 보시한다네.
-
029_0640_c_02L生子滿十日,
安隱心已泰,
普祠諸天神,
廣施於有道。
-
사문(沙門)이나 바라문(婆羅門)들은
주원(呪願)으로 길한 복 비네.
모든 신하들에게 은혜 베풀고
가난한 이들에게도 재물 주었네.
-
029_0640_c_04L沙門婆羅門,
呪願祈吉福,
嚫施諸群臣,
及國中貧乏。
-
촌이나 도성의 채녀(婇女)들에게
소ㆍ말ㆍ코끼리ㆍ재물 따위를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 다 베풀어주었다네.
-
029_0640_c_05L村城婇女衆,
牛馬象財錢,
各隨彼所須,
一切皆給與。
-
좋은 날짜를 점쳐 가려
아들을 데리고 본궁(本宮)으로 돌아갈 때
정반왕(淨飯王)ㆍ백반왕(白飯王)의 흰 코끼리와
7보(寶)로 장엄한 수레는
-
029_0640_c_06L卜擇選良時,
遷子還本宮,
二飯白淨牙,
七寶莊嚴輿。
-
갖가지 빛깔의 구슬로 얽어
밝고 고와 지극히 찬란했네.
부인은 태자를 안고
두루 돌면서 천신께 예배하였네
-
029_0640_c_08L雜色珠絞絡,
明焰極光澤,
夫人抱太子,
周帀禮天神。
-
그런 다음 보배 수레에 오르니
아릿다운 채녀들이 따라 모시고
왕은 여러 신하들과 더불어
모두 다 함께 그 뒤를 따랐네.
-
029_0640_c_09L然後昇寶輿,
婇女衆隨侍,
王與諸臣民,
一切俱導從。
-
마치 저 제석천이
여러 하늘들에 둘러싸인 것 같았네.
또 저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이
갑자기 육면(六面)의 아들 낳으면
-
029_0640_c_10L猶如天帝釋,
諸天衆圍遶,
如摩醯首羅,
忽生六面子。
-
갖가지 제구를 베풀어 공급하고
또 그를 위해 복을 청하는 것처럼
이제 이 왕도 태자를 낳고서
온갖 제구 베푸는 것 또한 그러했네.
-
029_0640_c_12L設種種衆具,
供給及請福,
今王生太子,
設衆具亦然。
-
또 비사문(毘沙門) 천왕이
나라구바(那羅鳩婆)를 낳았을 때
저 모든 하늘 무리들
다 함께 매우 기뻐했는데
-
029_0640_c_13L毘沙門天王,
生那羅鳩婆,
一切諸天衆,
皆悉大歡喜。
-
왕도 이제 태자를 낳자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온 나라 모든 백성들
자못 기뻐함이 그와 같았네.
-
029_0640_c_14L王今生太子,
迦毘羅衛國,
一切諸人民,
歡喜亦如是。
-
2. 처궁품(處宮品)
-
029_0640_c_16L佛所行讚處宮品第二
-
그때 백정왕(白淨王)의 집은
거룩한 아들 낳았으므로
친족 자제들과 모든 신하들
모두 다 충성스럽고 어질게 되었다네.
-
029_0640_c_17L時白淨王家,
以生聖子故,
親族名子弟,
群臣悉忠良。
-
코끼리ㆍ말ㆍ보배수레와
나라의 재물과 7보 그릇 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늘어나
쓰임에 따라 모여 생겼네.
-
029_0640_c_19L象馬寶車輿,
國財七寶器,
日日轉增勝,
隨應而集生。
-
감춰졌던 한량없는 보배도
저절로 땅에서 솟아 나왔고
맑고 깨끗한 설산(雪山)에 사는
모질고 사나운 흰 코끼리들도
-
029_0640_c_20L無量諸伏藏,
自然從地出,
淸淨雪山中,
兇狂群白象。
-
부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오고
길들여 다루지 않아도 스스로 항복했네.
갖가지 온갖 빛깔의 말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엄숙한 생김새 갖추었네.
-
029_0640_c_21L不呼自然至,
不御自調伏,
種種雜色馬,
形體極端嚴。
-
붉은 갈기에 가늘고 긴 꼬리를 가진
마치 날 듯이 뛰어오르고
또 들에서 자란 것들도
때맞추어 저절로 모여들었네.
-
029_0640_c_23L朱髦纖長尾,
超騰駿若飛,
又野之所生,
應時自然至。
-
029_0641_a_01L
순수한 빛깔로 잘 길들여졌고
살쪄서 건강하고 잘생긴 생김새에다
바른 걸음의 순수한 향내나는 젖소들
때에 맞춰 모두들 구름처럼 모여 왔네.
-
029_0641_a_01L純色調善牛,
肥壯形端正,
平步淳香乳,
應時悉雲集。
-
원한을 품은 사람 마음이 가라앉고
공평하고 바른 사람 더욱 순후해지며
평소에 친한 사람 한층 더 친밀해지고
어지럽고 거스름은 모두 다 사라졌네.
-
029_0641_a_02L怨憎者心平,
中平益淳厚,
素篤增親密,
亂逆悉消除。
-
잔잔한 바람에 때 맞춰 비 내리고
천둥도 울지 않고 벼락도 치지 않으며
농사는 그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몇 갑절 풍성한 수확 거두었다네.
-
029_0641_a_04L微風隨時雨,
雷霆不震裂,
種殖不待時,
收實倍豐積。
-
신선한 5곡 향기롭고 감미로우며
가볍고 부드러워 잘 소화되네.
잉태한 모든 존재들
몸이 편하고 또한 화적(和適)했다네.
-
029_0641_a_05L五穀鮮香美,
輕軟易消化,
諸有懷孕者,
身安體和適。
-
네 성종(聖種)을 받은 사람 말고도
그 밖의 모든 세상 사람들
살림살이 저마다 저절로 넉넉하여
남에게 구할 생각 조금도 없었네.
-
029_0641_a_06L除受四聖種,
諸餘世閒人,
資生各自如,
無有他求想。
-
교만도 없고 간탐도 질투도 없으며
또한 성내거나 해칠 마음도 없어
세상의 모든 남자나 여자는
고요하기 태고(太古) 적 사람들 같았네.
-
029_0641_a_08L無慢無慳嫉,
亦無恚害心,
一切諸士女,
玄同劫初人。
-
하늘 사당[天廟]과 모든 사찰들
동산과 수풀과 우물과 연못들
그 모두가 하늘 물건 같았고
때맞추어 저절로 생겨났다네.
-
029_0641_a_09L天廟諸寺舍,
園林井泉池,
一切如天物,
應時自然生。
-
모든 경계 합쳐져 굶주림 없고
전쟁도 없으며 몹쓸 병도 그치고
온 나라의 모든 백성들
친족끼리 사랑하고 공경하였네.
-
029_0641_a_10L合境無飢餓,
刀兵疾疫息,
國中諸人民,
親族相愛敬。
-
법애(法愛)로 서로들 좋아하고
더러운 욕심 내지 않았으며
다만 정의로 재물 구하고
이익 탐하는 마음도 없었네.
-
029_0641_a_12L法愛相娛樂,
不生染污欲,
以義求財物,
無有貪利心。
-
법을 위하여 은혜 베풀되
그 보답을 받을 생각 없었고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익혀서
성내고 해칠 마음 멸해 없앴네.
-
029_0641_a_13L爲法行惠施,
無求反報想,
脩習四梵行,
滅除恚害心。
-
과거의 마누(摩★)왕은
일광(日光) 태자 낳았을 때
온 나라는 좋은 상서를 입어
온갖 나쁜 것 일시에 그쳤었네.
-
029_0641_a_14L過去摩㝹王,
生日光太子,
擧國蒙吉祥,
衆惡一時息。
-
이제 대왕이 태자를 낳자
그 덕 또한 그와 같아서
갖가지 덕을 갖췄다는 뜻으로
실달라타(悉達羅他)라 이름했네.
-
029_0641_a_16L今王生太子,
其德亦復爾,
以備衆德義,
名悉達羅他。
-
그때 마야(摩耶)부인은
그가 낳은 아들 모습이
하늘 아기처럼 단정하고
온갖 아름다움 갖춘 것 보고
지나친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그만 목숨 마치고 천상에 태어났네.
-
029_0641_a_17L時摩耶夫人,
見其所生子,
端正如天童,
衆美悉備足,
過喜不自勝,
命終生天上。
-
대애(大愛) 구담미(瞿曇彌)는
태자 모습이 하늘 아기와 같고
덕스러운 모습 세상에서 빼어나며
이미 친어머니 목숨 마친 것 보고는
-
029_0641_a_19L大愛瞿曇彌,
見太子天童,
德貌世奇挺,
旣生母命終。
-
친아들 같이 사랑하며 길렀고
아들 또한 친어머니 같이 공경하기를
마치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적은 데서부터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하였고
태자 자라는 것 날로 새롭고
덕스러운 모습도 또한 그러하였네.
-
029_0641_a_21L愛育如其子,
子敬亦如母,
猶日月火光,
從微照漸廣,
太子長日新,
德貌亦復爾。
-
값 매길 수 없는 전단향(栴檀香)과
염부단향(閻浮檀香)처럼 이름난 보배와
몸을 보호하는 신선(神仙)의 약과
영락(瓔珞) 따위로 몸을 장엄하였네.
-
029_0641_a_23L無價栴檀香,
閻浮檀名寶,
護身神仙藥,
瓔珞莊嚴身。
-
029_0641_b_01L
속국이었던 모든 이웃 나라는
왕이 태자를 낳았다는 말 듣고
온갖 모든 진귀한 보배와
소ㆍ염소ㆍ사슴ㆍ말ㆍ수레와
보배 그릇과 장엄한 거리를 바쳐
태자 마음 기쁘게 하였네.
-
029_0641_b_01L附庸諸鄰國,
聞王生太子,
奉獻諸珍異,
牛羊鹿馬車,
寶器莊嚴具,
助悅太子心。
-
비록 갖가지 온갖 장신구와
호사스런 아기 노리개 있었지만
태자의 성품은 태연하고 묵직하며
몸은 어렸으나 마음은 원숙했네.
-
029_0641_b_03L雖有諸嚴飾,
嬰童玩好物,
太子性安重,
形少而心宿。
-
마음은 높고 수승한 경계에 깃들어
세상 영화에 물들지 않았고
모든 학술과 기예[術藝]를 배울 때는
한 번 들으면 스승을 뛰어넘었네.
-
029_0641_b_04L心拪高勝境,
不染於榮華,
修學諸術藝,
一聞超師匠。
-
부왕은 그의 총명함과 깊은 생각이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명망 있고 권세 높은 종족과
풍교(風敎)와 예의 있는 가문을 두루 찾았네.
-
029_0641_b_06L父王見聰達,
深慮踰世表,
廣訪名豪族,
風教禮義門。
-
아름다운 용모와 몸가짐 단정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수다라(耶輸陀羅)였네.
마땅히 태자의 아내로 맞아
태자의 마음 잡도록 이끌었다네.
-
029_0641_b_07L容姿端正女,
名耶輪陁羅,
應娉太子妃,
誘導留其心。
-
태자의 뜻은 고상하고 원대하여
덕이 성하고 그 모습 맑고 밝아
마치 저 범천(梵天)의 맏아들인
사나구마라(舍那鳩摩羅)와 같았네.
-
029_0641_b_08L太子志高遠,
德盛貌淸明,
猶梵天長子,
舍那鳩摩羅。
-
그의 어진 아내 아름다운 용모와
조신하고 맑고 묘한 자태는
곱고 아름답기 천후(天后)와 같았기에
함께 있으면서 밤낮으로 즐겼네.
-
029_0641_b_10L賢妃美容貌,
窈窕淑妙姿,
瑰艶若天后,
同處日夜歡。
-
그들을 위해 청정궁(淸淨宮)을 세우니
굉장히 화려하고도 매우 장엄했다.
높이 솟아 허공 속에 있는 듯하고
아득히 멀어 가을 구름 같았네.
-
029_0641_b_11L爲立淸淨宮,
宏麗極莊嚴,
高峙在虛空,
迢遰若秋雲。
-
따뜻하고 시원함이 네 철에 알맞아
때를 따라 좋은 곳 가려 살 때
기녀(伎女)들은 언제나 빙 둘러 있고
하늘 음악 소리 어울려 연주었네.
더러운 소리나 빛깔 가까이하여
세상을 싫어하는 생각나지 않게 하였네.
-
029_0641_b_12L溫涼四時適,
隨時擇善居,
伎女衆圍遶,
奏合天樂音,
勿鄰穢聲色,
令生厭世想。
-
마치 저 하늘 건달바(犍撻婆)의
자연(自然)으로 된 보배 궁전에
악녀(樂女)가 하늘 음악 연주하듯이
소리와 빛깔이 마음과 눈을 부시게 하였네.
-
029_0641_b_15L如天犍撻婆,
自然寶宮殿,
樂女奏天音,
聲色耀心月。
-
보살이 높은 궁전에 살 때
그 음악도 또한 그와 같았네.
그 부왕은 태자를 위해
고요히 살면서 순수한 덕을 닦았네.
-
029_0641_b_16L菩薩處高宮,
音樂亦如是,
父王爲太子,
靜居修純德。
-
어질고 자애롭게 정법(正法)으로 교화하되
어진 이와 친하고 나쁜 벗 멀리했네.
그 마음 은애(恩愛)에 물들지 않아
욕심 일으키는 독(毒)한 생각에 대해서는
-
029_0641_b_17L仁慈正法化,
親賢遠惡友,
心不染恩愛,
於欲起毒想。
-
마음을 추스르고 모든 감관 단속하여
가볍고 급한 마음 없애 버렸네.
온화한 얼굴로 분쟁을 잘 듣고서
만족 모르는 중생의 마음 사랑으로 가르쳤다네.
-
029_0641_b_19L攝情撿諸根,
滅除輕躁意,
和顏善聽訟,
慈教厭衆心。
-
모든 외도(外道)들에게 펴서 교화하여
거스름을 도모하는 모든 꾀를 끊었네.
학문을 가르쳐 세상을 구제하여
만 백성 모두 안락을 얻게 하였네.
-
029_0641_b_20L宣化諸外道,
斷諸謀逆術,
教學濟世方,
萬民得安樂。
-
내 아들을 안락하게 하는 것처럼
만 백성에 대해서도 그러하였네.
불을 섬기고 모든 신(神)을 받들며
손 모아 합장한 채 달빛을 마시고
-
029_0641_b_21L如令我子安,
萬民亦如是,
事火奉諸神,
叉手飮月光。
-
항하강[恒水] 물 속에 몸을 씻으며
법의 물로써 그 마음 씻어 내어
복을 비는 것 자기 위함 아니고
오직 그 아들과 백성 위함이었네.
-
029_0641_b_23L恒水沐浴身,
法水澡其心,
祈福非存己,
唯子及萬民。
-
029_0641_c_01L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의(義) 없음이 아니고
의(義)로운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며
사랑하는 말이라 하여 진실 아님 아니고
진실한 말이라 하여 사랑 아님 아니었네.
-
029_0641_c_01L愛言非無義,
義言非不愛,
愛言非不實,
實言非不愛。
-
부끄러워하는 마음 있기 때문에
능히 참답게 말하지 못했을 뿐이니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탐하고 성내는 생각 의지하지 않았네.
-
029_0641_c_02L以有慚愧故,
不能如實說,
於愛不愛事,
不依貪恚想。
-
고요하고 묵묵함에 마음을 두어
공평하고 올발라서 다툼을 멈추게 하고
구태여 하늘에 제사하지 않았으나
살생(殺生)하지 않은 복이 그보다 나았네.
-
029_0641_c_04L志存於寂默,
平正止諍訟,
不以祠天會,
勝於斷事福。
-
구하는 것 많은 저 중생들 보면
풍족하게 베풀어 바라는 것보다 넘치게 하고
마음에는 전쟁할 생각이 없어
덕으로 원수(怨敵)을 항복받았네.
-
029_0641_c_05L見彼多求衆,
豐施過其望,
心無戰爭想,
以德降怨敵。
-
하나를 조복받아 일곱을 보호하고
일곱을 떠나보내 다섯을 억제하며
셋을 얻어서 셋을 깨닫고
둘을 알아서 둘을 버렸네.
-
029_0641_c_06L調一而護七,
離七防制五,
得三覺了三,
知二捨於二。
-
정(情)을 구하다가 죄를 저질러
죽음에 다다르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되
추하고 나쁜 말로 억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써 가르쳐 훈계하였네.
-
029_0641_c_08L求情得其罪,
應死垂仁恕,
不加麤惡言,
軟語而教勅。
-
재물을 힘써 베풀어
살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신선의 도(道)를 받아 배워서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 멸해 없앴네.
-
029_0641_c_09L務施以財物,
指授資生路,
受學神仙道,
滅除怨恚心。
-
명예와 덕망 널리널리 퍼졌으니
세상은 망하여 없어져도
그 왕으로서 밝은 덕 닦으면
온 천하의 백성들 받들어 배우는 것이
마치 사람의 마음 편하고 고요하면
온몸과 모든 감관[根]이 따르는 것 같네.
-
029_0641_c_10L名德普流聞,
世閒永消亡,
主匠修明德,
率土皆承習,
如人心安靜,
四體諸根從。
-
그때 백정왕(白凈王)의 태자와
어진 아내 야수다라가
나이 점점 들어가자
라후라(羅睺羅)를 낳게 되었네.
-
029_0641_c_12L時白淨太子,
賢妃耶輸陁,
年竝漸長大,
孕生羅睺羅。
-
백정왕은 스스로 생각하였네.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대대로 계속해서 후사를 이어
올바른 교화 끝이 없으리라.
태자는 이미 아들을 낳았으니
그 아들에 대한 사랑 나와 같다네.
-
029_0641_c_14L白淨王自念,
太子已生子,
歷世相繼嗣,
正化無終極,
太子旣生子,
愛子與我同。
-
다시는 출가(出家)할 생각 않고
다만 힘써 선(善)을 닦을 것이니
이제 내 마음 너무 편안해
하늘에 난 즐거움과 다름없구나.’
-
029_0641_c_16L不復慮出家,
但當力脩善,
我今心大安,
無異生天樂。
-
마치 저 겁초(劫初) 때에
선왕(仙王)이 도에 머문 것처럼
청정한 업(業)을 즐겨 행하고
제사 때에도 살생(殺生)하지 않았네.
-
029_0641_c_17L猶若劫初時,
仙王所住道,
愛行淸淨業,
祠祀不害生。
-
마치 불꽃처럼 성하게 훌륭한 업을 닦아
왕도 훌륭하고 범행도 훌륭하며
종족도 훌륭하고 재보(財寶)도 훌륭하며
용맹도 훌륭하고 기예(技藝)도 훌륭하다네.
-
029_0641_c_19L熾然修勝業,
王勝梵行勝,
宗族財寶勝,
勇健伎藝勝。
-
밝음을 나타내어 온 세상 비춤이
마치 천 개의 태양 빛과 같았네.
무릇 왕이 된 까닭은
장차 아들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네.
-
029_0641_c_20L明顯照世閒,
如日千光耀,
所以爲王者,
將爲顯其子。
-
아들을 나타냄은 종족을 위함이며
명성(名聲)으로 종족을 빛나게 함이네.
명성이 높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고
하늘에 태어남은 즐거움을 위함이라네.
-
029_0641_c_21L顯子爲宗族,
榮族以名聞,
名高得生天,
生天爲樂已。
-
이미 즐거우면 지혜 늘어나
도를 깨달아 바른 법 펼 수 있으리
그래서 먼저 훌륭한 명성이 있는 곳에
온갖 묘한 도를 받아 행하는 것이네.
-
029_0641_c_23L已樂智慧增,
悟道弘正法,
先勝名聞所,
受行衆妙道。
-
029_0642_a_01L
오직 바라는 것은 그 태자가
아들을 사랑하여 집 버리지 않는 것이네.
일체의 모든 나라 왕들은
낳은 아들이 아직 나이 어리다네.
-
029_0642_a_01L唯願令太子,
愛子不捨家,
一切諸國王,
生子年尚小。
-
나라를 다스리게 할 수도 없을 것이요
그 마음이 방탕해지고
욕심을 따라 세상 즐거움에 집착하여
왕의 종족 있지 못할까 염려하였네.
-
029_0642_a_02L不令王國土,
慮其心放逸,
縱情著世樂,
不能紹王種。
-
이제 이 왕이 태자를 낳고는
마음대로 5욕(欲)을 누리면서
다만 세상 영화만 즐기기 바랄 뿐
도를 배우게 하려 하지 않았네.
-
029_0642_a_04L今王生太子,
隨心恣五欲,
唯願樂世榮,
不欲令學道。
-
과거의 보살왕도
비록 도(道)가 견고하였어도
반드시 세상의 영화와 즐거움 익혔나니
아들을 낳아 왕의 대를 잇게 하고
그런 뒤에야 산 숲으로 들어가
적묵(寂黙)의 도를 수행했다네.
-
029_0642_a_05L過去菩薩王,
其道雖深固,
要習世榮樂,
生子繼宗嗣,
然後入山林,
修行寂默道。
-
3. 염환품(厭患品)
-
029_0642_a_07L佛所行讚厭患品第三
-
밖에는 온갖 동산 숲 있고
흐르는 샘물과 맑고 시원한 못
갖가지 꽃들과 과일 나무들
늘어서서 그윽한 그늘을 드리웠네.
-
029_0642_a_08L外有諸園林,
流泉淸涼池,
衆雜華果樹,
行列垂玄蔭。
-
이상하고 기이한 온갖 새들은
훨훨 날면서 그 속에서 노닐었고
물과 육지의 네 가지 꽃들은
불타는 빛깔로 묘한 향기 풍겼네.
-
029_0642_a_10L異類諸奇鳥,
奮飛戲其中,
水陸四種花,
炎色流妙香。
-
기녀(伎女)들은 그 따라 풍악 울리고
노래 불러 태자에게 아뢰었네.
태자는 음악 소리를 듣고
동산 숲의 아름다움 찬탄하였네.
-
029_0642_a_11L伎女因奏樂,
絃歌告太子,
太子聞音樂,
嘆美彼園林。
-
마음속에 기쁨 못 이겨
거기 나가 놀 생각 간절했나니
그것은 마치 매어 있는 난폭한 코끼리가
언제나 넓은 들을 그리워하듯 했네.
-
029_0642_a_12L內懷甚踊悅,
思樂出遊觀,
猶如繫狂象,
常慕閑曠野。
-
부왕은 그 태자가
동산에 놀러나가고 싶어한다는 소식 듣고
곧 모든 신하에게 분부를 내려
우의(羽儀)를 마련해 장식하라 명령하였네.
-
029_0642_a_14L父王聞太子,
樂出彼園遊,
卽勅諸群臣,
嚴飾備羽儀。
-
왕이 다니는 길 다시 손보고
또 여러 가지 추하고 더러운 것과
늙고 병들고 쇠약한 이나
빈궁함에 괴로워하는 이들 모두 물리쳐
-
029_0642_a_16L平治正王路,
幷除諸醜穢,
老病形殘類,
羸劣貧窮苦。
-
즐거움 없는 태자가 그것을 보고
불쾌한 마음 일으키지 않게 하였네.
그 모든 장엄이 갖추어지자
태자는 왕께 나아가 떠날 인사 아뢰었다네.
-
029_0642_a_17L無令少樂子,
見起厭惡心,
莊嚴悉備已,
啓請求拜辭。
-
왕은 태자가 오는 것 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 들여다보며
슬프고 기쁜 마음 한데 얽혀
입으로는 허락하나 마음놓지 못하였다네.
-
029_0642_a_18L王見太子至,
摩頭瞻顏色,
悲喜情交結,
口許而心留。
-
온갖 보배로 장식한 앞 높은 수레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네 마리 말 매고
어질고도 착하며 재주 능하고
용모와 자태 아름다운 소년이
-
029_0642_a_20L衆寶軒飾車,
結駟駿平流,
賢良善術藝,
年少美姿容。
-
깨끗하고 고운 꽃옷을 입고
수레에 함께 타서 고삐 잡았네.
거리마다 온갖 꽃 흩뿌리고
보배 장막으로 길가를 가렸다네.
-
029_0642_a_21L妙淨鮮花服,
同車爲執御,
街巷散衆華,
寶縵蔽路傍。
-
길 곁에 늘어선 가로수는
온갖 보배로 장엄하게 꾸몄고
비단 일산과 모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어지러이 나부꼈다네.
-
029_0642_a_22L垣樹列道側,
寶器以莊嚴,
繒蓋諸幢幡,
繽紛隨風揚。
-
길가에 늘어선 구경꾼들은
몸을 기울이고 눈빛 끊임없이 빛났고
물끄러미 바라보되 깜박이지 않나니
마치 푸른 연꽃을 벌여 놓은 것 같았네.
-
029_0642_a_24L觀者挾長路,
側身目連光,
瞪矚而不瞬,
如竝靑蓮花。
-
029_0642_b_01L
뭇별이 큰 별을 따르듯
백성들 다 함께 호위하며 뒤따르며
입은 다르나 같은 소리로 찬탄하여
세상 드문 일이라 칭송했네.
-
029_0642_b_01L臣民悉扈從,
如星隨宿王,
異口同聲嘆,
稱慶世希有。
-
귀한 이나 천한 이, 부유한 이나 가난한 이
어른이나 어린이 또한 젊은이들도
모두 다 공경하고 예배하면서
다만 행복하기만을 빌고 원했네.
-
029_0642_b_02L貴賤及貧富,
長幼及中年,
悉皆恭敬禮,
唯願令吉祥。
-
도시 사람이나 촌사람이나
지금 태자가 행차한단 말 듣고
높은 이건 낮은 이건 할 것 없이
깨어 있던 이 잠자던 이에게 서로 알릴 새 없었네.
-
029_0642_b_04L郭邑及田里,
聞太子當出,
尊卑不待辭,
寤寐不相告。
-
육축(六畜)을 몰아들일 겨를도 없이
미처 돈과 재물 받아들일 새도 없이
사립문 닫고 잠글 여가도 없이
서로 다투어 길가로 달려갔네.
-
029_0642_b_05L六畜不遑收,
錢財不及斂,
門戶不容閉,
奔馳走路傍。
-
다락집 위에서나 언덕 나무에서나
열린 창가에서나 골목길 사이에서
몸을 기울이고 눈을 다투어
뚫어져라 바라봐도 싫증 없었네.
-
029_0642_b_06L樓閣堤塘樹,
窗牖衢巷閒,
側身競容目,
瞪矚觀無厭。
-
높은 데서 보던 사람 땅으로 내려간 듯하고
땅에서 보던 사람 허공에 오르듯 하였으니
마음이 함빡 쏠려 자신을 망각한 채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나는 듯 하였네.
-
029_0642_b_08L高觀謂投地,
步者謂乘虛,
意專不自覺,
形神若雙飛。
-
공손하고 정성스레 그 모습 보고
함부로 허튼 마음 내지 않았네.
뚜렷한 몸매 통통한 지절(支節)
빛깔은 마치 연꽃이 핀 것 같았네.
-
029_0642_b_09L虔虔恭形觀,
不生放逸心,
圓體傭支節,
色若蓮花敷。
-
이제 나와서 이 동산 숲에 계시니
부디 거룩한 선인(仙人)법을 이루소서.
태자는 새로 닦아 놓은 길과
장엄하게 많은 사람 따르고
-
029_0642_b_10L今出處園林,
願成聖法仙,
太子見修塗,
莊嚴從人衆。
-
옷과 수레의 선명한 빛 보고서
마음 흐뭇해져 기쁨이 가득했네.
온 나라 백성들은 그 태자의
근엄한 자태와 승우(勝羽)의 행렬을 뵙자
-
029_0642_b_12L服乘鮮光澤,
欣然心歡悅,
國人瞻太子,
嚴儀勝羽從。
-
마치 저 하늘의 모든 사람들과
하늘 태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네.
그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홀연히 내려와 길옆에 있으면서
-
029_0642_b_13L亦如諸天衆,
見天太子生,
時淨居天王,
忽然在道側。
-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세상 싫어하는 마음 내게 하였네.
태자는 그 노인의 모습 보고
놀랍고 괴이하여 마부에게 물었네.
-
029_0642_b_14L變形衰老相,
勸生厭離心,
太子見老人,
驚怪問御者。
-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는 희고 등은 굽으며
눈은 어둡고 온몸을 떨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걸음 걷는가.
젊었던 몸이 갑자기 변해 저런가
본래 받은 성질이 스스로 그러한 것인가?”
-
029_0642_b_16L此是何等人,
頭白而背僂,
目冥身戰搖,
任杖而羸步,
爲是身卒變,
爲受性自爾。
-
마부는 마음에 망설임 생겨
감히 사실대로 답하지 못하자
정거천왕이 신통력을 부려
그로 하여금 진실을 고백하게 하였네.
-
029_0642_b_18L御者心躊躇,
不敢以實答,
淨居加神力,
令其表眞言。
-
“육신은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서
근심만 가득하고 즐거움은 적으며
기쁨을 잊고 모든 감관[根] 무너지나니
이것을 늙고 쇠한 모습이라 합니다.
-
029_0642_b_19L色變氣虛微,
多憂少歡樂,
喜忘諸根羸,
是名衰老相。
-
저 사람도 본래는 어린애로서
어미 젖 먹으며 자라났으며
소년 시절엔 장난기 가득하였고
단정한 모습으로 5욕(欲)도 즐겼는데
세월이 흘러 몸뚱이 쭈그러들고
지금은 늙게 되어 무너져갑니다.”
-
029_0642_b_20L此本爲嬰兒,
長養於母乳,
及童子嬉遊,
端正恣五欲,
年逝形枯朽,
今爲老所壞。
-
태자가 이 말 듣고 길게 탄식하면서
다시 그 마부에게 물어 보았네.
“저 사람만 혼자 쇠하고 늙는 것인가
우리들도 다같이 저렇게 되는 것인가?”
-
029_0642_b_22L太子長嘆息,
而問御者言,
但彼獨衰老,
吾等亦當然。
-
029_0642_c_01L
마부가 다시 대답하였다.
“태자님께도 그런 운명 있으니
세월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변하여
반드시 닥칠 것임은 의심할 여지없네.
젊은 이 누군들 늙지 않음 없건만
온 세상 알면서도 기대한다오.”
-
029_0642_b_24L御者又答言,
尊亦有此分,
時移形自變,
必至無所疑,
少壯無不老,
擧世知而求。
-
보살은 오랜 세월을
청정한 지혜의 업(業) 닦아 익히고
온갖 덕의 씨를 널리 심었다가
이제야 그 소원 꽃 피고 열매 맺게 되었네.
-
029_0642_c_02L菩薩久修習,
淸淨智慧業,
廣殖諸德本,
願果華於今。
-
태자는 늙고 쇠함의 괴로움 듣고
전율하여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번개 치고 천둥치는 소리를 듣고
뭇 짐승 놀라서 치달리듯 하였네.
-
029_0642_c_03L聞說衰老苦,
戰慄身毛豎,
雷霆霹靂聲,
群獸怖奔走。
-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두려움에 떨면서 길게 한숨짓고
늙음의 괴로움에 마음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똑바로 눈뜨고
-
029_0642_c_04L菩薩亦如是,
震怖長噓息,
繫心於老苦,
頷頭而瞪矚。
-
노쇠해지는 고통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 무엇을 애착하고 즐기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져서
거기에 부딪치면 분간할 것 없다네.
-
029_0642_c_06L念此衰老苦,
世人何愛樂,
老相之所壞,
觸類無所擇。
-
비록 젊음의 육체와 힘 있어도
어느 것 하나 변치 않는 것 없나니
눈앞에서 그 모양 뻔히 보면서
어찌 싫어하여 떠나지 않는가.
-
029_0642_c_07L雖有壯色力,
無一不遷變,
目前見證相,
如何不厭離。
-
보살이 곧 마부에게 분부했다.
“어서 빨리 수레 돌려 돌아가자.
생각생각에 늙고 쇠함 닥쳐오나니
이 동산 구경이 무엇이 즐거우랴.”
-
029_0642_c_08L菩薩謂御者,
宜速迴車還,
念念衰老至,
園林何足歡。
-
마부는 분부 받고 바람처럼 달리니
수레바퀴 날려 본궁으로 돌아왔네.
태자 마음은 황혼 속에 헤맴이
마치 빈 묘지 사이로 돌아드는 것 같네.
-
029_0642_c_10L受命卽風馳,
飛輪旋本宮,
心存朽暮境,
如歸空塚閒。
-
부딪치는 일마다 정 붙지 않고
사는 곳은 잠깐도 편안하지 않았네.
왕은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단 말 듣고
다시 나가 놀기를 태자에게 권했네.
-
029_0642_c_11L觸事不留情,
所居無蹔安,
王聞子不悅,
勸令重出遊。
-
그리고는 신하들에게 분부 내려서
전보다 더 훌륭하게 꾸미게 했네.
정거천은 다시 병자로 변화하여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길가에 나타났네.
-
029_0642_c_12L卽勅諸群臣,
莊嚴復勝前,
天復化病人,
守命在路傍。
-
몸은 깡마르고 배는 부풀어올랐으며
호흡 헐떡이고 길게 내쉬며
팔다리 뒤틀려 바싹 마르고
구슬피 울면서 신음하고 있었네.
-
029_0642_c_14L身瘦而腹大,
呼吸長喘息,
手腳攣枯燥,
悲泣而呻吟。
-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물었네.
“이는 또 무엇 하는 사람인가?”
“이는 병에 걸린 사람인데
4대(大)가 모두 뒤틀리고
여위고 기운 빠져 견딜 수 없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남의 신세 진답니다.”
-
029_0642_c_15L太子問御者,
此復何等人,
對曰是病者,
四大俱錯亂,
羸劣無所堪,
轉側恃仰人。
-
태자가 마부의 대답 듣고
불쌍하고 가엾은 마음 생겨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병에 걸렸는가.
다른 사람도 또한 저러한가?”
-
029_0642_c_17L太子聞所說,
卽生哀愍心,
問唯此人病,
餘亦當復爾。
-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다
저러하지 않은 이 없습니다.
몸이 있으면 반드시 병 생겨나건만
어리석은 사람들 잠깐의 환락 즐길 뿐입니다.”
-
029_0642_c_18L對曰此世閒,
一切俱亦然,
有身必有患,
愚癡樂朝歡。
-
태자는 마부의 대답 듣고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마음 생겨
몸과 마음 한꺼번에 떨려오니
마치 물결 속의 달과 같았다네.
-
029_0642_c_20L太子聞其說,
卽生大恐怖,
身心悉戰動,
譬如揚波月。
-
‘이 큰 괴로운 세계 속에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리.
아아, 슬프다. 세상 사람들
어리석어 미혹(迷惑)되고 어둠에 가려
병의 도적 기약 없이 이르거늘
그런데도 기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네.’
-
029_0642_c_21L處斯大苦器,
云何能自安,
嗚呼世閒人,
愚惑癡闇障,
病賊至無期,
而生喜樂心。
-
수레 돌려 다시 돌아와서는
시름에 잠겨 병의 고통 생각하면서
마치 어떤 사람이 매를 맞을 때
몸을 움츠리고 매를 기다릴 것 같네.
-
029_0642_c_23L於是迴車還,
愁憂念病苦,
如人被打害,
捲身待杖至。
-
029_0643_a_01L
한적한 궁전 속에 조용히 틀어 박혀서
세상의 즐거움 등지기만 바랐다네.
왕은 다시 태자가 돌아왔단 말 듣고
무슨 일 있었는지 명령하여 물었다네.
-
029_0643_a_01L靜息於閑宮,
專求反世樂,
王復聞子還,
勅問何因緣。
-
“길 가다가 병든 사람 보았습니다.”
이에 왕은 몸을 잃은 듯 두려워
길을 담당했던 사람을 심하게 꾸짖고
가슴이 막혀 더 이상 말을 못했네.
-
029_0643_a_03L對曰見病人,
王怖猶失身,
深責治路者,
心結口不言。
-
다시 기녀(伎女)의 무리 늘리고
음악연주는 전보다 배나 뛰어났네.
이렇게 눈과 귀를 기쁘게 하여
세속 즐거움에 가정을 싫어하지 않게 하였네.
-
029_0643_a_04L復增伎女衆,
音樂倍勝前,
以此悅視聽,
樂俗不厭家。
-
밤낮으로 여인과 음악 바쳤으나
그 마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왕은 스스로 나가 돌아다니며
보다 아름답고 좋은 동산 구했다네.
-
029_0643_a_05L晝夜進聲色,
其心未始歡,
王自出遊歷,
更求勝妙園。
-
온갖 채녀(婇女) 가려 뽑으니
자태와 용모 아름답고 요염하였네.
얄미운 아양으로 받들 줄 알고
아리따운 얼굴로 사람 홀렸네.
-
029_0643_a_07L簡擇諸婇女,
美艶極姿顏,
諂黠能奉事,
容媚能惑人。
-
왕은 행차하는 길 더 잘 손보고
더러운 모든 것을 다 치우게 한 뒤
좋은 마부에게 특별히 명령하여
잘 살피며 길을 가려서 가라 하였네.
-
029_0643_a_08L增修王御道,
防制諸不淨,
幷勅善御者,
瞻察擇路行。
-
그때 정거천왕이
다시 죽은 사람으로 변화하여
네 사람이 함께 상여를 메고
보살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보지 못하고
보살과 마부만 그것 보았네.
-
029_0643_a_09L時彼淨居天,
復化爲死人,
四人共持輿,
現於菩薩前,
餘人悉不覺,
菩薩御者見。
-
“이것은 또 무슨 가마이기에
꽃과 깃발로 장엄하여 꾸미고
따르는 사람들 모두 근심하고 슬퍼하며
머리풀어 헤치고 울부짖는가?”
-
029_0643_a_11L問此何等輿,
幡花雜莊嚴,
從者悉憂慼,
散髮號哭隨。
-
천신(天神)은 마부 시켜 대답케 했네.
“이것은 죽은 사람인데
모든 감관[根]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마음은 흩어지고 염식(念識) 떠나며
정신은 가고 몸뚱이는 말라빠져
마른 나무처럼 뻣뻣이 굳어집니다.
-
029_0643_a_13L天神教御者,
對曰爲死人,
諸根壞命斷,
心散念識離,
神逝形乾燥,
挺直如枯木。
-
일가 친척과 모든 친구들
본래부터 은애(恩愛)로 얽혔었건만
이제는 모두 다 보기 싫어해
빈 무덤 사이에 내다 버립니다.”
-
029_0643_a_15L親戚諸朋友,
恩愛素纏緜,
今悉不喜見,
遠棄空塚閒。
-
태자는 죽음이란 말을 듣고
슬프고 아픈 마음 한데 맺혀 물었네.
“오직 이 사람만 죽는 것인가
천하 사람도 다 그런 것인가?”
-
029_0643_a_16L太子聞死聲,
悲痛心交結,
問唯此人死,
天下亦俱然。
-
“온 천하가 다 그러하나니
대개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는 법
어른이나 어린이나 또 젊은이나
몸이 있고 무너지지 않는 법 없습니다.”
-
029_0643_a_17L對曰普皆爾,
夫始必有終,
長幼及中年,
有身莫不壞。
-
태자는 마음으로 놀라고 슬퍼하여
수레 앞 가로 댄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숨길이 끊어질 듯 탄식했네.
“세상 사람 어찌 하나같이 잘못하는가.
-
029_0643_a_19L太子心驚怛,
身垂車軾前,
息殆絕而嘆,
世人一何誤。
-
이 몸이 없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생각 없이 방탕하게 살아가는가.
마음은 말라빠진 나무나 돌이 아니거늘
일찍이 무상함을 걱정하지 않는구나.”
-
029_0643_a_20L公見身磨滅,
猶尚放逸生,
心非枯木石,
曾不慮無常。
-
곧 수레 돌려 돌아가자 명령하였네.
“다시 이와 같이 놀 때가 아니니
목숨 끊겨 죽는 것 기약 없거늘
어떻게 함부로 마음대로 놀겠는가.”
-
029_0643_a_21L卽勅迴車還,
非復遊戲時,
命絕死無期,
如何縱心遊。
-
마부는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수레를 돌리지 못하고
앞으로 수레 몰아 빨리 달려
어느덧 그 동산에 이르렀다네.
-
029_0643_a_23L御者奉王勅,
畏怖不敢旋,
正御疾驅馳,
徑往至彼園。
-
029_0643_b_01L
숲 속의 물 맑게 넘쳐흐르고
아름다운 나뭇잎 다 피어 한창인데
갖가지 기이한 새와 짐승들
날고 달리면서 즐겁게 노래할 때
모든 것 빛나 귀와 눈을 즐겁게 함이
저 하늘 위의 난타(難陀) 동산 같았네.
-
029_0643_b_01L林流滿淸淨,
嘉木悉敷榮,
靈禽雜奇獸,
飛走欣和鳴,
光耀悅耳目,
猶天難陁園。
-
4. 이욕품(難欲品)
-
029_0643_b_03L佛所行讚離欲品第四
-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
029_0643_b_04L太子入園林,
衆女來奉迎,
竝生希遇想,
競媚進幽誠。
-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
029_0643_b_06L各盡伎姿態,
供侍隨所宜,
或有執手足,
或遍摩其身。
-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
029_0643_b_07L或復對言笑,
或現憂慼容,
規以悅太子,
令生愛樂心。
-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
029_0643_b_08L衆女見太子,
光顏狀天身,
不假諸飾好,
素體踰莊嚴。
-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月天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
029_0643_b_10L一切皆瞻仰,
謂月天子來,
種種設方便,
不動菩薩心。
-
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優陀夷)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
029_0643_b_11L更互相顧視,
抱愧寂無言,
有婆羅門子,
名曰優陁夷。
-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色)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
029_0643_b_12L謂諸婇女言,
汝等悉端正,
聰明多技術,
色力亦不常。
-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隱密)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玉女)의 얼굴과 같네.
-
029_0643_b_14L兼解諸世閒,
隱秘隨欲方,
容色世希有,
狀如王女形。
-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情)을 느끼지 못하리.
-
029_0643_b_15L天見捨妃后,
神仙爲之傾,
如何人王子,
不能感其情。
-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
029_0643_b_16L今此王太子,
持心雖堅固,
淸淨德純備,
不勝女人力。
-
옛날에 손타리(孫陀利)는
능히 큰 선인(仙人)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하였네.
-
029_0643_b_18L古昔孫陁利,
能壞大仙人,
令習於愛欲,
以足蹈其頂。
-
오랫동안 고행한 구담(瞿曇) 선인도
또한 천후(天后)에게 무너졌으며
승거(勝渠)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
029_0643_b_19L長苦行瞿曇,
亦爲天后壞,
勝渠仙人子,
習欲隨沿流。
-
비시바(毘尸婆) 선인은
도(道)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天后)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
029_0643_b_20L毘尸婆梵仙,
修道十千歲,
深著於天后,
一日頓破壞。
-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梵行)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
029_0643_b_22L如彼諸美女,
力勝諸梵行,
況汝等技術,
不能感王子。
-
029_0643_c_01L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勝天)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
029_0643_b_23L當更勤方便,
勿令絕王嗣,
女人性雖賤,
尊榮隨勝天,
何不盡其術,
令彼生染心。
-
그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
029_0643_c_02L爾時婇女衆,
慶聞優陁說,
增其踊悅心,
如鞭策良馬。
-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
029_0643_c_03L往到太子前,
各進種種術,
歌儛或言笑,
揚眉露白齒。
-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
029_0643_c_05L美目相眄睞,
輕衣現素身,
妖搖而徐步,
詐親漸習近。
-
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
029_0643_c_06L情欲實其心,
兼奉大王旨,
慢形媟隱陋,
忘其慚愧情。
-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龍象)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
029_0643_c_07L太子心堅固,
傲然不改容,
猶如大龍象,
群象衆圍遶,
不能亂其心,
處衆若閑居。
-
또 마치 제석(帝釋)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
029_0643_c_09L猶如天帝釋,
諸天女圍遶,
太子在園林,
圍繞亦如是。
-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
029_0643_c_11L或爲整衣服,
或爲洗手足,
或以香塗身,
或以華嚴飾。
-
혹은 그를 위해 영락(瓔珞)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
029_0643_c_12L或爲貫瓔珞,
或有扶抱身,
或爲安枕席,
或傾身密語。
-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
029_0643_c_13L或世俗調戲,
或說衆欲事,
或作諸欲形,
規以動其心。
-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
029_0643_c_15L菩薩心淸淨,
堅固難可轉,
聞諸婇女說,
不憂亦不喜。
-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
029_0643_c_16L倍生厭思惟,
嘆此爲奇怪,
始知諸女人,
欲心盛如是。
-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ㆍ병듬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迷惑)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
029_0643_c_17L不知少壯色,
俄頃老死壞,
哀哉此大惑,
愚癡覆其心。
-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
029_0643_c_19L當思老病死,
晝夜勤勖勵,
鋒刃臨其頸,
如何猶嬉笑。
-
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
029_0643_c_20L見他老病死,
不知自觀察,
是則埿木人,
當有何心慮。
-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
029_0643_c_21L如空野雙樹,
華葉俱茂盛,
一已被斬伐,
第二不知怖。
-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렀다네.
-
029_0643_c_23L此等諸人輩,
無心亦如是,
爾時優陁夷,
來至太子所。
-
029_0644_a_01L
고요히 앉아 선정[禪思]에 들어
마음에 5욕(欲)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
029_0644_a_01L見宴默禪思,
心無五欲想,
卽白太子言,
大王先見勅,
爲子作良友,
今當奉誠言。
-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
029_0644_a_03L朋友有三種,
能除不饒益,
成人饒益事,
遭難不遺棄。
-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라.
-
029_0644_a_04L我旣名善友,
棄捨丈夫義,
言不盡所懷,
何名爲三益。
-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
029_0644_a_06L今故說眞言,
以表我丹誠,
年在於盛時,
容色德充備。
-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
029_0644_a_07L不重於女人,
斯非勝人體,
正使無實心,
宜應方便納。
-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
029_0644_a_08L當生軟下心,
隨順取其意,
愛欲增憍慢,
無過於女人。
-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
029_0644_a_10L且今心雖背,
法應方便隨,
順女心爲樂,
順爲莊嚴具。
-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
029_0644_a_11L若人離於順,
如樹無花果,
何故應隨順,
攝受其事故。
-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帝釋王)도
구담(瞿曇) 선인의 아내와 사통(私通)했네.
-
029_0644_a_12L已得難得境,
勿起輕易想,
欲爲最第一,
天猶不能忘,
帝釋尚私通,
瞿曇仙人妻。
-
아가타(阿伽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天后)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
029_0644_a_14L阿伽陁仙人,
長夜脩苦行,
爲以求天后,
而遂願不果。
-
바라타(婆羅墮) 선인이나
저 월천자(月天子)나
바라사(婆羅舍)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迦賓闍羅)들
-
029_0644_a_16L婆羅墮仙人,
及與月天子,
婆羅舍仙人,
與迦賓闍羅。
-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
029_0644_a_17L如是比衆多,
悉爲女人壞,
況今自境界,
而不能娛樂。
-
과거 세상에 덕(德)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
029_0644_a_18L宿世殖德本,
得此妙衆具,
世閒皆樂著,
而心反不珍。
-
그때에 왕의 태자(太子)는
친구 우타이(優陀夷)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들었네.
-
029_0644_a_20L爾時王太子,
聞友優陁夷,
甜辭利口辯,
善說世閒相。
-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
029_0644_a_21L答言優陁夷,
感汝誠心說,
我今當語汝,
且復留心聽。
-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
029_0644_a_22L不薄妙境界,
亦知世人樂,
但見無常相,
故生患累心。
-
029_0644_b_01L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
029_0644_b_01L若此法常存,
無老病死苦,
我亦應受樂,
終無厭離心。
-
만일 모든 여색(女色)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情)을 머물 수 있으리라.
-
029_0644_b_02L若令諸女色,
至竟無衰變,
愛欲雖爲過,
猶可留人情。
-
사람에게는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
029_0644_b_03L人有老病死,
彼應自不樂,
何況於他人,
而生染著心。
-
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
029_0644_b_05L非常五欲境,
自身俱亦然,
而生愛樂心,
此則同禽獸。
-
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
029_0644_b_06L汝所引諸仙,
習著五欲者,
彼卽可厭患,
習欲故磨滅。
-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
029_0644_b_07L又稱彼勝士,
樂著五欲境,
亦復同磨滅,
當知彼非勝。
-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
029_0644_b_09L若言假方便,
隨順習近者,
習則眞染著,
何名爲方便。
-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
029_0644_b_10L虛誑僞隨順,
是事我不爲,
眞實隨順者,
是則爲非法。
-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
029_0644_b_11L此心難裁抑,
隨事卽生著,
著則不見過,
如何方便隨。
-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
029_0644_b_13L處順而心乖,
此理我不見,
如是老病死,
大苦之積聚。
-
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
029_0644_b_14L令我墜其中,
此非知識說,
嗚呼優陁夷,
眞爲大肝膽。
-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
029_0644_b_15L生老病死患,
此苦甚可畏,
眼見悉朽壞,
而猶樂追逐。
-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ㆍ병듦ㆍ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
029_0644_b_17L今我至儜劣,
其心亦狹小,
思惟老病死,
卒至不預期,
晝夜忘睡眠,
何由習五欲。
-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木石)의 마음이라 하리라.”
-
029_0644_b_19L老病死熾然,
決定至無疑,
猶不知憂慼,
眞爲木石心。
-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
029_0644_b_20L太子爲優陁,
種種巧方便,
說欲爲深患,
不覺至日暮。
-
그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城)으로 되돌아갔다네.
-
029_0644_b_21L時諸婇女衆,
伎樂莊嚴具,
一切悉無用,
慚愧還入城。
-
029_0644_c_01L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네.
-
029_0644_b_23L太子見園林,
莊嚴悉休廢,
伎女盡還歸,
其處盡虛寂,
倍增非常想,
俛仰還本宮。
-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
029_0644_c_02L父王聞太子,
心絕於五欲,
極生大憂苦,
如利刺貫心。
-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
029_0644_c_03L卽召諸群臣,
問欲設何方,
咸言非五欲,
所能留其心。
-
5. 출성품(出城品)
-
029_0644_c_04L佛所行讚出城品第五
-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
029_0644_c_05L王復增種種,
勝妙五欲具,
晝夜以娛樂,
冀悅太子心。
-
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師子) 같았네.
-
029_0644_c_07L太子深厭離,
了無愛樂情,
但思生死苦,
如被箭師子。
-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
029_0644_c_08L王使諸大臣,
貴族名子弟,
年少勝姿顏,
聰慧執禮儀。
-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
029_0644_c_09L晝夜同遊止,
以取太子心,
如是未幾時,
啓王復出遊。
-
잘 길들인 준마(駿馬)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
029_0644_c_11L服乘駿足馬,
衆寶具莊嚴,
與諸貴族子,
圍遶俱出城。
-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
029_0644_c_12L譬如四種華,
日照悉開敷,
太子耀神景,
羽從悉蒙光。
-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
029_0644_c_13L出城遊園林,
修路廣且平,
樹木花菓茂,
心樂遂忘歸。
-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
029_0644_c_15L路傍見耕人,
墾壤殺諸虫,
其心生悲惻,
痛踰刺貫心。
-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
029_0644_c_16L又見彼農夫,
勤苦形枯悴,
蓬髮而流汗,
塵土坌其身,
耕牛亦疲困,
吐舌而急喘。
-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慨然)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
029_0644_c_18L太子性慈悲,
極生憐愍心,
慨然興長歎,
降身委地坐。
-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
029_0644_c_19L觀察此衆苦,
思惟生滅法,
嗚呼諸世閒,
愚癡莫能覺。
-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閻浮)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
029_0644_c_21L安慰諸人衆,
各令隨處坐,
自蔭閻浮樹,
端坐正思惟。
-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
029_0644_c_22L觀察諸生死,
起滅無常變,
心定安不動,
五欲廓雲消。
-
029_0645_a_01L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無漏禪)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三摩提)를 정수(正受)했네.
-
029_0644_c_23L有覺亦有觀,
入初無漏禪,
離欲生喜樂,
正受三摩提。
-
늙음ㆍ병듦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ㆍ병듦ㆍ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
029_0645_a_02L世閒甚辛苦,
老病死所壞,
終身受大苦,
而不自覺知,
厭他老病死,
此則爲大患。
-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ㆍ병듦ㆍ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
029_0645_a_04L我今求勝法,
不應同世閒,
自嬰老病死,
而反惡他人。
-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존재로 돌아간다네.
-
029_0645_a_05L如是眞實觀,
少壯色力壽,
新新不蹔停,
終歸磨滅法。
-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
029_0645_a_06L不喜亦不憂,
不疑亦不亂,
不眠不著欲,
不壞不嫌彼,
寂靜離諸蓋,
慧光轉增明。
-
그때 저 정거천왕(淨居天王)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
029_0645_a_08L爾時淨居天,
化爲比丘形,
來詣太子所,
太子敬起迎。
-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沙門)인데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解脫)을 구한답니다.
-
029_0645_a_10L問言汝何人,
答言是沙門,
畏厭老病死,
出家求解脫。
-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生]도 없고 멸함[滅]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
029_0645_a_11L衆生老病死,
變壞無蹔停,
故我求常樂,
無滅亦無生。
-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色)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山林)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
029_0645_a_12L怨親平等心,
不務於財色,
所安唯山林,
空寂無所營。
-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空閑)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
029_0645_a_14L塵想旣已息,
蕭條倚空閑,
精麤無所擇,
乞求以支身。
-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네.
-
029_0645_a_15L卽於太子前,
輕擧騰虛逝,
太子心歡喜,
惟念過去佛。
-
그런 위의(威儀)를 건립(建立)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
029_0645_a_16L建立此威儀,
遺像見於今,
端坐正思惟,
卽得正法念。
-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情)을 거두고 모든 감관[根]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네.
-
029_0645_a_18L當作何方便,
遂心長出家,
斂情抑諸根,
徐起還入城。
-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
029_0645_a_19L眷屬悉隨從,
謂止不遠逝,
內密興愍念,
方欲超世表。
-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山林)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
029_0645_a_20L形雖隨路歸,
心實留山林,
猶如繫狂象,
常念遊曠野。
-
그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
029_0645_a_22L太子時入城,
士女挾路迎,
老者願爲子,
少願爲夫妻。
-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
029_0645_a_23L或願爲兄弟,
諸親內眷屬,
若當從所願,
諸集悕望斷。
-
029_0645_b_01L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
029_0645_b_01L太子心歡喜,
忽聞斷集聲,
若當從所願,
斯願要當成,
深思斷集樂,
增長涅槃心。
-
몸은 금산(金山)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
029_0645_b_03L身如金山峯,
傭臂如象手,
其音若春雷,
紺眼譬牛王。
-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
029_0645_b_05L無盡法爲心,
面如滿月光,
師子王遊步,
徐入於本宮。
-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
029_0645_b_06L猶如帝釋子,
心敬形亦恭,
往詣父王所,
稽首問和安,
幷啓生死畏,
哀請求出家。
-
“이 모든 세간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
029_0645_b_08L一切諸世閒,
合會要別離,
是故願出家,
欲求眞解脫。
-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
029_0645_b_09L父王聞出家,
心卽大戰懼,
猶如大狂象,
動搖小樹枝。
-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
029_0645_b_11L前執太子手,
流淚而告言,
且止此所說,
未是依法時,
少壯心動搖,
行法多生過。
-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
029_0645_b_13L奇特五欲境,
心尚未厭離,
出家修苦行,
未能決定心。
-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寂滅)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
029_0645_b_14L空閑曠野中,
其心未寂滅,
汝心雖樂法,
未若我是時。
-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라네.
-
029_0645_b_15L汝應領國事,
令我先出家,
棄父絕宗嗣,
此則爲非法。
-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
029_0645_b_17L當息出家心,
受習世閒法,
安樂善名聞,
然後可出家。
-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
029_0645_b_18L太子恭遜辭,
復啓於父王,
惟爲保四事,
當息出家心。
-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
029_0645_b_19L保子命常存,
無病不衰老,
衆具不損減,
奉命停出家。
-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
029_0645_b_21L父王告太子,
汝勿說此言,
如此四事者,
誰能保令無。
-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
029_0645_b_22L汝求此四願,
正爲人所笑,
且停出家心,
服習於五欲。
-
029_0645_c_01L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
029_0645_b_23L太子復啓王,
四願不可保,
應聽子出家,
願不爲留難。
-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
029_0645_c_02L子在被燒舍,
如何不聽出,
分析爲常理,
孰能不聽求。
-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라.”
-
029_0645_c_03L脫當自磨滅,
不如以法離,
若不以法離,
死至孰能持。
-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네.
-
029_0645_c_04L父王知子心,
決定不可轉,
但當盡力留,
何須復多言。
-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네.
-
029_0645_c_06L更增諸婇女,
上妙五欲樂,
晝夜苦防衛,
要不令出家。
-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
029_0645_c_07L國中諸群臣,
來詣太子所,
廣引諸禮律,
勸令順王命。
-
태자는 그 부왕이
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
029_0645_c_08L太子見父王,
悲感泣流淚,
且還本宮中,
端坐默思惟。
-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
029_0645_c_10L宮中諸婇女,
親近圍遶侍,
伺候瞻顏色,
矚目不蹔瞬。
-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眞金山)과 같았네.
-
029_0645_c_11L猶若秋林鹿,
端視彼獵師,
太子正容貌,
猶若眞金山。
-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
029_0645_c_12L伎女共瞻察,
聽教候音顏,
敬畏察其心,
猶彼林中鹿。
-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는 것 같았네.
-
029_0645_c_14L漸已至日暮,
太子處幽夜,
光明甚輝耀,
如日照須彌。
-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栴檀)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犍撻婆)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毘沙門子)의
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
029_0645_c_15L坐於七寶座,
薰以妙栴檀,
婇女衆圍繞,
奏犍撻婆音,
如毘沙門子,
衆妙天樂聲。
-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
029_0645_c_17L太子心所念,
第一遠離樂,
雖作衆妙音,
亦不在其懷。
-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
029_0645_c_18L時淨居天子,
知太子時至,
決定應出家,
忽然化來下。
-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
029_0645_c_20L厭諸伎女衆,
悉皆令睡眠,
容儀不斂攝,
委縱露醜形。
-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
029_0645_c_21L惛睡互低仰,
樂器亂縱撗,
傍倚或反側,
或復似投深。
-
영락(瓔珞)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
029_0645_c_22L纓絡如曳鎖,
衣裳絞縛身,
抱琴而偃地,
猶若受苦人。
-
029_0646_a_01L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迦尼)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角弓)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
029_0646_a_01L黃綠衣流散,
如摧迦尼華,
縱體倚壁眠,
狀若懸角弓。
-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牕牖]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
029_0646_a_02L或手攀窗牖,
如似絞死尸,
頻呻長欠㰦,
魘呼涕流涎,
蓬頭露醜形,
見若顚狂人。
-
화만(華鬘)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獨搖鳥)와 같았네.
-
029_0646_a_04L華鬘垂覆面,
或以面掩地,
或擧身戰掉,
猶若獨搖鳥。
-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
029_0646_a_05L委身更相枕,
手足互相加,
或嚬慼皺眉,
或合眼開口,
種種身散亂,
狼藉猶撗尸。
-
그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婇女)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
029_0646_a_07L時太子端坐,
觀察諸婇女,
先皆極端嚴,
言笑心諂黠。
-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라.
-
029_0646_a_09L妖豔巧姿媚,
而今悉醜穢,
女人性如是,
云何可親近。
-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
029_0646_a_10L沐浴假緣飾,
誑惑男子心,
我今已覺了,
決定出無疑。
-
그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네.
-
029_0646_a_11L爾時淨居天,
來下爲開門,
太子時徐起,
出諸婇女閒。
-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車匿)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
029_0646_a_13L踟躕於內閣,
而告車匿言,
吾今心渴仰,
欲飮甘露泉,
被馬速牽來,
欲至不死鄕。
-
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
029_0646_a_15L自知心決定,
堅固誓莊嚴,
婇女本端正,
今悉見醜形。
-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第一義)의 통발[筌]이어라.
-
029_0646_a_16L門戶先關閉,
今已悉自開,
觀此諸瑞相,
第一義之筌。
-
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
029_0646_a_17L車匿內思惟,
應奉太子教,
脫令父王知,
復應深罪責。
-
모든 하늘들 신통력[神力]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
029_0646_a_19L諸天加神力,
不覺牽馬來,
平乘駿良馬,
衆寶鏤乘具。
-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
029_0646_a_20L高翠長髦尾,
局背短毛耳,
鹿腹鵝王頸,
額廣圓瓠鼻。
-
용(龍)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驎驥)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
029_0646_a_21L龍咽髖臆方,
具足驎驥相,
太子撫馬頸,
摩身而告言。
-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甘露)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
029_0646_a_23L父王常乘汝,
臨歒輒勝怨,
吾今欲相依,
遠涉甘露津。
-
029_0646_b_01L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
029_0646_b_01L戰鬪多衆旅,
榮樂多伴遊,
商人求珍寶,
樂從者亦衆。
-
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
029_0646_b_02L遭苦良友難,
求法必寡朋,
堪此二友者,
終獲於吉安。
-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
029_0646_b_04L吾今欲出遊,
爲度苦衆生,
汝今欲自利,
兼濟諸群萌。
-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
029_0646_b_05L宜當竭其力,
長驅勿疲惓,
勸已徐跨馬,
理轡儵晨征。
-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
029_0646_b_06L人狀日殿流,
馬如白雲浮,
束身不奮迅,
屛氣不噴鳴。
-
네 신(神)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
029_0646_b_08L四神來捧足,
潛密寂無聲,
重門固關鑰,
天神令自開。
-
경중(敬重)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恩愛)로 얽히고 얽혔으나
-
029_0646_b_09L敬重無過父,
愛深莫踰子,
內外諸眷屬,
恩愛亦纏緜。
-
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
029_0646_b_10L遣情無遺念,
飄然超出城,
淸淨蓮花目,
從淤泥中生。
-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
029_0646_b_12L顧瞻父王宮,
而說告離篇,
不度生老死,
永無遊此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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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龍)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
029_0646_b_13L一切諸天衆,
虛空龍鬼神,
隨喜稱善哉,
唯此眞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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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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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46_b_14L諸天龍神衆,
慶得難得心,
各以自力光,
引導助其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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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流星)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由旬)을 나아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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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_0646_b_16L人馬心俱銳,
奔逝若流星,
東方猶未曉,
已進三由旬。
佛所行讚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