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3_1055_a_01L불설필추가시가십법경(佛說苾芻迦尸迦十法經)


법천(法天) 한역
노혜능 번역


여래(如來)1)ㆍ응(應)2)ㆍ정등각(正等覺)3)께서 사위국(舍衛國)4)에 계시며 필추(苾芻)5)들과 함께 하셨다. 이때 여래(如來)께서는 모인 인간과 하늘들과 저들 미래의 중생들을 위하여 자세히 스승의 모범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그때 여래께서 필추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필추들이여, 마땅히 열 가지 법을 갖추어야 다른 사람을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계를 받게 할 수 있으며, 필추가 되어 일생 동안 의지하지 않고서도 머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지가 되어 줄 수가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첫째, 참괴(慙愧)하게 되고 계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법을 많이 듣는 것이다. 셋째, 비나야(毘奈耶)에 대해 많이 듣는 것이다. 넷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생계(犯生戒)를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正行)에 의거하는 것이다. 다섯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생죄(犯生罪)로서의 삿된 행과 삿된 소견을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에 의거하는 것이다. 여섯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병든 이를 간병(看病)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일곱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정해진 법[定法]과 비나야의 법을 좋아하여 스스로도 설하고 다른 이에게도 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덟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몸으로 행하는 계를 설하는 것이다. 아홉째,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출가의 범행계(梵行戒)를 설하는 것이다. 열째, 10년이 되는 것으로, 만 10년이 되거나 10년이 지나게 되는 것이다. 필추는 이 열 가지 법을 마땅히 구족하여 머물러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참괴하고 계를 좋아하게 되는 것인가? 이른바 이 필추가 이와 같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곧, “어떻게 나는 아직 아발저(阿鉢底)6)를 얻지 않았던 것이며, 갑자기 아발저를 얻는 일도 없이 법답고 비내야답게 필추가 된 것일까?”라고 하는 것이니, 이것을 참괴하게 되고 계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많이 들어 법을 알게 되는 것인가?
이른바 이 필추가 법장(法藏)에서 설하는 바를 얻고 설법을 많이 듣고, 법력을 알게 되어 두루 4성제(聖諦)에 대해 자세하거나 혹은 간략하게 해설하는 것이다. 필추여, 이것을 ‘많이 들어 법을 알게 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많이 들어 비나야를 알게 되는 것인가?
이 필추가 설하는 바가 두 가지 비나야이니, 설하는 것이 두 가지 별해탈(別解脫)7)에 두루 미치며 자세히 염송하되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입으로 염송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미세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필추여, 이것을 많이 들어서 비나야를 아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생계(犯生戒)를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에 의거하는 것인가?
이른바 필추가 아발저(阿鉢底)를 알고 아발저 아닌 것을 알며, 경(經) 아발저를 알고 중(重) 아발저를 알며, 원인이 되는 업의 아발저를 알고 원인이 되지 않는 업의 아발저를 알며, 중간의 아발저를 알고 앞의 아발저를 알고 뒤의 아발저를 알며, 이미 일어난 아발저를 알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발저를 알아서 아발저가 일어나면 낱낱이 다 아는 것이다.
필추여, 이것을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에 의거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생죄(犯生罪)로서의 삿된 행과 삿된 소견을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에 의거하는 것인가?
필추는 이 얻어진 힘과 바른 행으로써 이른바 연기의 생겨남에 두루 미치되 자세히 또는 간략하게 해설하는 것이다. 이른바 무명(無明)을 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연하여 육입(六入)이 있으며, 육입을 연하여 촉(觸)이 있고, 촉을 연하여 수(受)가 있으며, 수를 연하여 애(愛)가 있고, 애를 연하여 취(取)가 있으며, 취를 연하여 유(有)가 있고, 유를 연하여 생(生)이 있으며, 생을 연하여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가 있으니, 이와 같이 하여 이 하나의 큰 괴로움의 덩어리[大苦蘊集]를 얻게 된다. 이 무명이 멸(滅)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육입이 멸하며, 육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며,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하며, 생이 멸하면 노사우비고뇌가 멸하여, 이와 같이 멸하면 하나의 큰 괴로움의 덩어리가 멸함을 얻는다.
필추여, 이것을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죄를 낳는 삿된 행과 삿된 소견을 법에 의거하고 비나야의 정행에 의거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병든 이를 간병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는 것인가?
필추는 이 얻어진 힘과 바른 행으로써 병든 이를 간병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니, 이른바 그 병에 따라 탕약을 주되 병든 이가 자기가 머무는 방에 가득 차더라도 싫어하지 않는다. 필추여, 이것을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병든 이를 간병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정해진 법과 비나야의 법을 좋아하여, 스스로도 설하고 다른 이도 설하게 하는 것인가?
필추는 이 얻어진 힘과 바른 행으로써 상(相)과 비상(非相)의 법을 좋아하여, 스스로도 설하고 다른 이도 설하게 하며, 나아가 설하고자 하는 즐거움을 원만히 하는 것이다.
필추여, 이것을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정해진 법과 비나야의 법을 좋아하여, 스스로도 설하고 다른 이도 설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몸으로 행하는 계[身行戒]를 설하는 것인가?
필추는 이 얻어진 힘과 바른 행으로써 이른바 범하는 것[犯]과 지나치게 범하는 것[過犯]을 보고 나서는 관찰하여 자세히 살피니, 이른바 위의를 보면서 승가리(僧伽梨)8)를 열고 발우를 받아 지니거나 음식을 받으며, 나아가 자애로운 말을 하는 것 등이다. 필추여, 이것이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몸으로 행하는 계를 설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필추가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행계(梵行戒)의 아발저(阿鉢底)를 설하는 것인가?
필추는 이 얻어진 힘과 바른 행으로써 이른바 4념처(念處)ㆍ4정멸(正滅)ㆍ4신족(神足)ㆍ4무량(無量)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正道)ㆍ사마타(舍摩他)9)ㆍ미발사나(微鉢舍那)10)ㆍ염계(念戒)ㆍ무번뇌(無煩惱)ㆍ무아(無我) 등을 설한다.
이와 같이 필추여, 이것을 ‘힘과 바른 행을 얻어서 범행계의 아발저를 설하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필추가 10년이 되는 것으로서, 만 10년이 되거나 10년이 지나게 되는 것인가?
필추여, 이와 같이 햇수가 찬다면 이것을 구족(具足)이라 부른다.
필추가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필추는 다른 사람을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계를 받게 할 수가 있고, 일생 동안 의지하지 않고서도 머물 수 있으며, 다른 이의 의지가 되어 줄 수 있다.
만약 필추가 이 열 가지 법에서 모자라면서 다른 사람을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계를 받게 하며, 의지하지 않고서도 머물고 다시 다른 이의 의지가 되어 준다면, 그는 날마다 계에 있어서 눌슬흘리다(訥瑟訖哩多)11)를 얻게 된다. 저 있는 바의 법을 그가 하나하나 경감하게 되면 아발저를 얻고, 저 있는 바의 법을 그가 하나하나 경감하면 그는 날마다 계의 눌슬흘리다를 얻는다. 필추는 이 10년 동안 계를 마땅히 믿고 존중하고 지니어 세 가지 법을 일심으로 행하여야 한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다른 이를 제도하는 것과 의지하는 것과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존ㆍ응ㆍ정등각께서 이 열 가지 법계(法戒)의 과실과 범함에 대한 보응(報應)을 말씀하시고 나자, 이 모임의 대중 필추들은 환희하고 받들어 지니면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033_1055_a_01L佛說苾芻迦尸迦十法經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少卿傳教大師臣 法天 奉 詔譯如來應正等覺在舍衛國與諸苾芻衆俱是時如來廣爲時會人天及彼未來而說師範爾時如來告苾芻衆言苾芻當具足十種法得度人出家受戒爲苾芻得一生不依止住得與他人爲依止等爲十一者得慚愧樂戒二者得多聞法三者得毘奈邪多聞四者得力正行犯生戒依法依毘奈邪正行者得力正行犯生罪邪行邪見依法依毘奈邪正行六者得力正行看病安住七者得力正行愛樂定法及毘奈邪法自說令他說八者得力正行說身行戒九者得力正行說出家梵行戒十者得十年得十年滿得十年苾芻此十種法當具足住云何苾芻得慚愧樂戒謂此苾芻如是得云何我未得阿鉢底不速疾得阿鉢底如法如毘奈邪作爲苾芻爲得慚愧樂戒云何苾芻得多聞知法謂此苾芻得法藏所說得多聞說爲得知法力四聖諦廣略解說苾芻是爲得多聞知法云何苾芻得多聞知毘奈邪此苾芻所說二毘奈邪說者周二別解脫廣念誦於行口念心思微細觀苾芻是爲得多聞知毘奈邪云何苾芻得力正行犯生戒依法毘奈邪正行謂苾芻知阿鉢底知非阿鉢底知輕阿鉢底知重阿鉢底因業阿鉢底知非因業阿鉢底知中阿鉢底知前阿鉢底知後阿鉢底已起阿鉢底知未起阿鉢底阿鉢底起已一一能知苾芻是爲得力正行依法依毘奈邪正行云何苾芻得力正行犯生罪邪行邪依法依毘奈邪正行苾芻此得力正行謂周緣生廣略解說所謂無明緣行行緣識識緣名色名色緣六入六入緣觸觸緣受受緣愛愛緣取緣有有緣生生緣老死憂悲苦惱是得此一大苦蘊集此無明滅則行行滅則識滅識滅則名色滅名色滅則六入滅六入滅則觸滅觸滅則受滅受滅則愛滅愛滅則取滅取滅則有滅有滅則生滅生滅則老死憂悲苦惱滅此如是滅則得一大苦蘊苾芻是爲得力正行生罪邪行邪依法依毘奈邪正行云何苾芻得力正行看承病安住此得力正行看承病安住謂隨其病疾而與湯藥滿自住房而不嫌厭苾芻是爲得力正行看承病安住云何苾芻得力正行愛樂定法及毘奈邪法自說令他說苾芻此得力正謂愛樂相非相法自說令他說滿樂欲說苾芻是爲得力正行愛樂定法及毘奈邪法自說令他說云何苾芻得力正行說身行戒苾芻此得力正行謂觀犯過犯已觀察觀謂見威儀開僧伽梨及受持鉢飮食乃至語言愛等苾芻是爲得力正行說身行戒云何苾芻得力正行說梵行戒阿鉢苾芻此得力正行謂四念處四正四神足四無量五根五力七覺支八正道舍摩他微鉢舍那念戒無煩無我如是苾芻是爲得力正行梵行戒阿鉢底云何苾芻得十年得十年滿得十年苾芻如是年滿是名具足苾芻此十種法具足是苾芻得度人出家受戒得一生不依止住得與他爲依止若苾芻此十種法減度人出家受戒不依止住復與他爲依止日日戒得訥瑟訖哩二合多彼所有法彼一一減得阿鉢底彼所有法彼一一減彼日日戒得訥瑟訖哩二合苾芻此十年戒當信重持三法一心何等爲三謂度人依止不依止是世尊應正等覺說此十種法戒過犯報應已是會大衆苾芻等歡喜奉禮佛而退佛說苾芻迦尸迦十法經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범어로는 Tathā-gata. 이 말을 tathā와 gata의 복합어로 본다면, ‘그처럼 가신 분(如去)’이 되겠지만, 전통적으로는 tathā와 āgata의 복합어로 보아 ‘그처럼 오신 분’ 곧 여래(如來)라 의역한다.
  2. 2)범어로는 Arhat. 응공(應供)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3. 3)범어로는 Samyaksaṃbuddha. 정지인(正智人)ㆍ정변지(正邊知)라고도 한다.
  4. 4) 범어로는 Śrāvasti. 코살라국의 수도. 사위성(舍衛城) 혹은 시라발제(尸羅跋提)ㆍ실라벌실저(室羅伐悉底)ㆍ실라벌국(室羅筏國)ㆍ실라발성(悉羅跋城)이라고도 한다. 석존께서 가장 많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 발생 당시에는 파사닉(波斯匿)왕의 통치하에 정치ㆍ경제의 중심지로 번영했지만 코살라 왕국이 멸망하자 쇠퇴했다.
  5. 5)범어로는 bhikṣu. 음역하여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6. 6)범어로는 ā-patti. 대중죄(大重罪)를 말한다. 아파제(阿波諦)ㆍ아발제(阿鉢帝)라고도 한다.
  7. 7)범어로는 prātimokṣa. ‘몸과 입으로 범한 허물을 하나하나 따로 해탈하게 한다'는 뜻이다. 처처해탈(處處解脫)ㆍ파라제목차(波羅除木叉)라고도 한다.
  8. 8)범어로는 Saṃghāti. 비구가 걸치는 세 가지 옷 가운데 겉옷을 말한다.
  9. 9)범어로는 śamatha. 심작용이 그친 상태를 말한다. 의역하여 지(止)라고 한다.
  10. 10)범어로는 vipaśyanā. 관찰작용을 말한다. 의역하여 관(觀)이라고 한다.
  11. 11)범어로는 duṣkṛta. 비교적 경미한 죄목을 말한다. 달리 돌길라(突吉羅)ㆍ돌색흘리다(突色訖里多)로 음역하거나 혹은 의역하여 소과(小過)ㆍ경구(輕垢)ㆍ월비니(越毘尼)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