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처님께서 큰 바다 가운데 사가라(娑伽羅)용왕 궁전의 장엄한 도량에 계셨는데, 큰 비구들 무리 7천5백 명과 함께하셨으며, 아울러 큰 지혜를 얻은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시방 세계로부터 와서 모였으며, 또한 백천 구지(俱胝) 나유타(那由他)의 범왕ㆍ제석 및 호세(護世) 등과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候羅伽) 등도 또한 와서 모였다.
이때 세존께서 저 일체 대중들이 와서 모였음을 보시고, 사가라용왕에게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이 세간을 관찰하건대, 갖가지로 행하는 업[行業]은 모두 망상으로부터 일어나며, 갖가지 마음의 법[心法]은 마땅히 갖가지 과보에 감응하니, 만일 이것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마땅히 갖가지 갈래[趣]에 태어날 것이니라.
033_1177_a_01L용주여, 만일 보살이 일체 법의 생겨남도 없고 소멸함도 없으며 색(色)도 없고 상(相)도 없음을 알아 여실하게 알고 나면, 짓고 닦았던 일체의 선업(善業)에 닦고 지을 것이 없으며, 소유한 색상 및 온(蘊)ㆍ처(處)ㆍ계(界)의 일체의 생겨나는 법(法)에도 모두 보는 바가 없으니, 그가 만일 여실하게 이것을 보았다면 마땅히 다시 수승하고 미묘한 색상을 관찰해야 할 것이니라.
또 이와 같은 상(相)을 어떻게 엄숙히 지녀야 하며, 어떻게 공경히 믿어야 하는가? 마땅히 이와 같은 상을 얻어야만, 다시 인간과 천상에서 늙음도 없고 죽음도 없음을 얻을 것이며, 다시 십백천의 타화자재천의 몸과 대범천의 몸을 얻을 것이니라. 이로써 마음이 흩어져 어지럽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오로지 주목하여 관(觀)하고 생각해서 여래의 가장 미묘한 몸을 우러러보아서, 진실로 이 몸의 일체 모습의 수승하고 미묘하며 장엄함이 모두 선업(善業)이 모임으로부터 얻었음을 알 것이니라.
033_1177_b_01L용주여, 이와 같은 과보는 업(業)이 인(因)이 되며 업이 주재(主宰)가 되므로 그대는 마땅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지혜의 마음을 일으켜 짓고 닦는 바를 선업에 따라 배우게 할 것이요, 모든 삿된 견해를 짓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게 하며, 저 삿된 견해가 구경(究竟)이 아님을 알게 해야 하니, 이와 같이 알고 나면 일체의 중생들이 마땅히 스승이 되어줄 것을 구하여 함께 와서 공양할 것이며, 아울러 천상과 인간에서 믿고 귀의하여 공양할 것이니라.
용주여, 한 가지 법이 있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 나쁜 갈래의 업을 끊게 하느니라. 무엇이 그 한 가지 법인가? 이른바 선법(善法)을 관찰하는 것이니, 저 선법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 마땅히 자신을 관찰하되, ‘내가 밤낮으로 걷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간에 일으키는 마음과 뜻이 모두 허물 아닌 것이 없다’라고 이와 같이 깨닫고 관찰하여, 4위의(威儀) 가운데 모든 선하지 못한 법으로 하여금 발생하지 못하게 해서 이와 같이 모든 선하지 못한 법을 끊어 없애고, 마땅히 선한 법으로 하여금 구족함을 얻게 하며, 또한 선법을 같이한 일체의 중생으로 하여금 마땅히 모두 다 성문ㆍ벽지 및 보살 등과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의 지위에 이르게 해야 하느니라.
용주여, 무엇이 선법인가? 내가 지금 말할 것이니, 이른바 열 가지 선한 업은, 일체의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며,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는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며, 세간에 머물거나 세간을 벗어나는 수승한 선법의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며, 성문ㆍ벽지불ㆍ보살의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며, 무상정등정각의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니라.
무엇이 저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인가? 이른바 열 가지 선업(善業)의 도(道)는, 능히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사음(邪婬)ㆍ망어(妄語)ㆍ기어(綺語)ㆍ악구(惡口)ㆍ양설(兩舌) 등과 탐(貪)ㆍ진(瞋)ㆍ사견(邪見) 등을 멀리 여의는 것이니, 만일 능히 이런 것을 멀리 여읜다면 이것이 바로 열 가지 선업의 도이며, 이것이 바로 세간과 출세간의 근본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니라.
033_1177_c_01L용주여, 사부(士夫)와 보특가라(補特伽羅)가 살생(殺生)을 멀리 여의면, 열 가지 선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 법인가?
033_1177_b_24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殺生,獲得十種善法。云何十法?
이른바 무외시(無畏施)를 얻으며, 다른 일체 중생에게 자심(慈心)을 두며, 바른 행을 얻으며, 일체 중생의 잘못을 따지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병이 없는 즐거움을 얻으며, 수명이 길며, 갖가지 비인(非人)들의 옹호함을 얻어 잠자고 깨어날 적마다 모두 안온(安穩)하며, 또 현성(賢聖)들이 수호한 것을 마음으로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으며, 꿈속에서도 악업의 고통스러운 일을 겪지 않아 스스로 일체의 나쁜 갈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목숨을 마친 뒤 하늘 위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투도(偸盜)를 멀리 여의면, 열 가지 의지법(依止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 인가?
033_1177_c_11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偸盜,獲得十依止法。云何爲十?
이른바 큰 부(富)의 자재함을 얻으며, 왕에게 어려움을 당함을 면하며, 물과 불과 도적과 원가(寃家)에게 어려움을 당함을 면하며, 많은 권속들이 착하고 온순하며 화목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여 서로 괴롭히지 않고 말하는 바를 일체가 진실하게 믿으며, 한량없는 재보를 얻어 모든 것을 축적하며, 이쪽과 저쪽에서 모두 칭찬하여 일체의 행하는 곳에서 겁냄도 없고 두려워함도 없으며, 다른 이에게 좋은 명성과 지혜를 칭찬받으며, 색력(色力)과 수명(壽命)과 변재(辯才)가 서로 응함을 얻으며, 친하고 친하지 않음을 마음으로 분별함이 없어서 해뇌(害惱)를 일으키지 않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 천계(天界)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033_1178_a_01L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사음(邪婬)을 멀리 여의면 네 가지 지혜의 선법(善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모든 근을 조복(調伏)하며, 산란함을 여의며, 세간에서 일체의 칭찬을 얻으며, 또한 한량없는 영종(營從)을 얻는 것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망어(妄語)를 멀리 여의면, 천상과 인간의 여덟 가지 선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 인가?
033_1178_a_07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妄語,獲得天上、人間八種善法。云何爲八?
이른바 입이 청정하여 항상 청련화(靑蓮華) 향기와 같음을 얻으며, 또한 세간의 일체 정견(正見)을 얻으며, 천상과 인간에서 일체가 사랑하고 즐거워함을 얻으며, 신ㆍ구ㆍ의가 청정함을 얻어 저 일체의 유정(有情)들을 교화하여 3업(業)이 청정한 행에 머물게 하며, 청정함을 얻고서 모두 함께 환희하며, 말이 진실함을 얻어 말하면 반드시 성심으로 믿어주며, 남보다 뛰어난 변재를 얻어서 하는 말마다 모두 시의적절하며, 천상과 인간에서 모든 허물을 여의는 것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양설(兩舌)을 멀리 여의면, 마땅히 다섯 가지 견고함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견고함인가?
033_1178_b_10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兩舌,當得五種堅固。云何五種堅固?
이른바 몸이 견고함을 얻으니 마땅히 일체의 무섭고 두려운 환란을 멀리 여의기 때문이며, 권속이 견고함을 얻으니 다른 사람에게 탐내는 바가 되지 않기 때문이며, 믿음이 견고함을 얻으니 업의 과보를 믿음을 얻기 때문이며, 법의 견고함을 얻으니 증과(證果)가 견고함을 얻기 때문이며, 선우(善友)의 견고함을 얻으니 항상 사랑스러운 말로 거두어 줌을 얻기 때문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탐독(貪毒)을 멀리 여의면, 여덟 가지 선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 인가?
033_1178_b_20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貪毒,獲得八種善法。云何爲八?
033_1178_c_01L이른바 탐내는 마음이 사그라짐을 얻으며, 살생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음을 얻으며,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음을 얻으며, 성족(聖族)에 태어나기 좋아하는 마음을 얻어 성인(聖人)이 되어 존중 받으며, 인자한 마음을 얻어 선업(善業)으로 일체의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몸이 단정함을 얻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으며, 범천의 세상에 태어남을 얻는 것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진독(瞋毒)을 멀리 여의면, 마땅히 다섯 가지 수승한 원(願)이 원만함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 인가?
033_1178_c_06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瞋毒,當得五種勝願圓滿。云何爲五?
이른바 신ㆍ구ㆍ의를 닦아 물러나지 않아서 모든 근(根)이 어지럽지 않으므로, 마땅히 일체의 광대한 부귀가 원만함을 얻으며, 원가(寃家)의 항복을 얻으며, 일체의 광대한 복덕이 원만함을 얻으며, 사람과 하늘의 최상의 공덕을 받으며, 일체의 광대한 공덕이 원만함을 얻어 최상을 수용하며, 마음으로 원하는 바가 모두 원만함을 얻으니 만약 부귀를 위하여 백천의 가장 높고 수승한 원을 발한다면 원대로 원만함을 얻을 것이니라.
용주여, 사부와 보특가라가 사견(邪見)을 멀리 여의면, 열 가지 공덕의 법을 얻을 것이니라. 무엇이 열 가지 인가?
033_1178_c_17L龍主!士夫、補特伽羅遠離邪見,獲得十種功德之法。云何爲十?
033_1179_a_01L이른바 스스로 마음이 선(善)에 안주하여 선우(善友)와 동행(同行)함을 얻으며, 깊이 인과를 믿어 몸과 목숨을 위하여 죄업을 짓지 않음을 얻으며, 오래지 않아 현성(賢聖)의 지위를 얻으며, 선법에 의혹을 품지 않아 사람과 하늘의 행을 닦으며, 방생(傍生)과 염마(焰魔)세계에 떨어지지 않으며, 성도(聖道)를 행하여 최상의 복을 얻으며, 일체의 삿된 법을 여의며, 신견(身見)을 여의며, 모든 죄(罪)의 본성이 모두 공(空)함을 보며, 천상과 인간의 정행(正行)을 빠뜨리지 않음을 얻는 것이니라.
033_1180_a_01L용주여, 만일 다시 보살이 사견을 멀리 여의고 보살도를 닦아 보시를 행한다면, 큰 부귀를 얻고 한량없는 복을 얻으며, 삼보가 있는 곳에서 정견(正見)을 구족하고, 항상 부처님을 가까이하여 미묘한 법을 들으며,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여 항상 게으르거나 물러나지 않으며, 중생을 교화하여 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느니라.
용주여, 만약 능히 이 열 가지 선한 업을 닦아 보살도 행하여서 처음에 보시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큰 부귀를 얻을 것이며, 만약 지계(持戒)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일체의 불법과 바람이 원만하게 구족됨을 얻을 것이며, 만약 인욕으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부처님의 보리와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얻고, 또한 범음(梵音)이 구족함을 얻을 것이니라.
만약 정진으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능히 천마(天魔)와 외도를 항복시키고 모든 불법으로 제도해 주며, 만약 선정으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정념(正念)이 청정하고 법행(法行)이 구족함을 얻을 것이며, 만약 지혜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일체의 삿된 소견을 영구히 끊음을 얻을 것이니라.
만약 대자(大慈)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능히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의 미세한 번뇌를 항복하게 하며, 만약 대비(大悲)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일체의 중생들이 마음으로 싫어하지 않으며, 만약 대희(大喜)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일체의 마음이 산란하지 않음을 얻을 것이며, 만약 대사(大捨)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미세한 번뇌가 모두 다 소멸되어 사라짐을 얻을 것이니라.
033_1180_b_01L용주여, 또한 4섭법(四攝法)으로 장엄한다면 과보가 원만하여 마땅히 일체 중생을 수순(隨順)하여 교화해 인도함을 얻으며, 만약 4념처(四念處)로 장엄한다면 신(身)과 수(受)와 심(心)과 법(法)을 모두 능히 깨우쳐 알 것이며, 만약 4정단(正斷)으로 장엄한다면 능히 일체의 선하지 못한 법을 죄다 끊어 없어지게 하여 일체의 선법(善法)이 원만함을 얻으며, 만약 4신족(四神足)으로 장엄한다면 능히 몸과 마음이 모두 가볍고 날램을 얻을 것이니라.
만약 5근(根)으로 장엄한다면 마땅히 믿고 정진하여 물러서지 않아 마음에 미혹됨이 없고, 모든 업인(業因)을 분명하게 알아 영원히 번뇌를 소멸하며, 만약 5력(力)으로 장엄한다면 마땅히 어리석지 않음을 얻고 또한 빈궁(貧窮)함과 과실(過失)을 영원히 끊음을 얻으며, 만약 7각지(覺支)로 장엄한다면 마땅히 일체의 여실한 법을 깨달음을 얻으며, 만약 8정도(正道)로 장엄한다면 마땅히 정지(正智)를 증득함을 얻을 것이니라.
용주여, 이 열 가지 선한 업의 도를 장엄하는 일을 광대하게 해설하였으니, 마땅히 닦고 배워야할 것이니라.
033_1180_b_17L龍主!乃至廣大解說此十善業道莊嚴之事,當令修學。
용주여, 비유하면 마치 대지가 능히 인간 세계의 모든 나라와 성(城)과 취락(聚落) 그리고 수림(樹林) 및 약초(藥草) 등을 편안히 머무르게 하는 것과 같느니라. 또한 모든 업에는 모두 종자가 있으니, 종자가 이미 있다면 4대(大)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마치 곡식을 심으면 처음에는 싹과 줄기가 나오고 성숙함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지에 의지함과 같느니라.
033_1180_c_01L용주여, 이 열 가지 선한 업의 도는 능히 천상과 인간의 일체 유정들이 수승하고 미묘하게 편안히 머무르며, 능히 일체의 유위와 무위로 하여금 지혜의 과보를 얻게 하며, 일체의 성문과 벽지불 그리고 보살과 위없는 정등정각이 편안히 머무르며, 또한 일체 불법의 근본이 편안히 머무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