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4_0176_a_01L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034_0176_a_01L大宋新譯三藏聖教序


어제(御製)
034_0176_a_02L御製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034_0176_a_03L大矣哉我佛之教也化導群迷闡揚宗性廣博宏辯英彦莫能究其旨微妙說庸愚豈可度其源義理幽玄眞空莫測包括萬象譬喩無垠綜法網之紀綱演無際之正教拔四生於苦海譯三藏之祕言天地變化乎陰日月盈虧乎寒暑大則說諸善惡細則比於恒沙含識萬端弗可盡述若窺像法如影隨形離六情以長存歷千劫而可久須彌納藏於芥子來坦蕩於無邊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34_0176_a_14L達磨西來法傳東土宣揚妙理順從指歸彼岸菩提愛河生滅用行於五濁惡趣拯溺於三業途中經垂世以難窮道無私而永泰雪山貝葉若銀臺之耀目歲月煙蘿起香界之自遠巍巍罕測杳杳難名所以道資十聖德被三賢至道起於乾元衆妙生乎太易摠繁形類竅鑿昏明絕彼是非開茲蒙昧
034_0176_b_01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034_0176_a_22L有西域法師天息災等常持四忍早悟三乘貝葉之眞詮續人天之聖教芳猷重運偶昌時潤五聲於文章暢四始於風律堂堂容止穆穆輝華曠劫而昏墊重明玄門昭顯軌範而彌光妙淨界騰音利益有情俱登覺岸成障礙救諸疲羸冥昧慈悲浩汗物柔伏貪很啓滌昏愚演小乘聲聞合其儀論大乘正覺立其性含靈悟而蒙福藏教缺而重興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034_0176_b_10L幻化迷途宅深喩雖設其教不知者多善念生而無量潛臻惡業興而隨緣皆墮調御四衆積行十方澍花雨於金輪恒沙於玉闕有頂之風不可壞無際之水弗能漂澄寂湛然圓明淸淨之智慧性空無染妄想解脫之因緣以離煩惱於心田可以得淸涼於宇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34_0176_b_18L朕慚非博學釋典微閑豈堪序文以示來者如縻螢爝火不足比之於皎日將微蠡量海未能窮盡於深淵者哉


비바시불경(毘婆尸佛經) 상권
034_0176_b_21L毘婆尸佛經卷上


서천(西天) 역경 삼장 조산대부(朝散大夫) 시 홍려경(試鴻臚卿)
전교대사(傳敎大師) 신(臣) 법천(法天)이 조서를 받들어 한역
034_0176_b_22L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傳敎大師臣法天奉 詔譯
034_0176_c_01L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필추(苾芻: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겁(劫)에 큰 국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만도마(滿度摩)였고, 그에게 한 태자(太子)가 있었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였다. 그는 오랫동안 깊은 궁중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 노닐고자 하여 차부(車夫) 유아(瑜誐)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034_0176_b_23L爾時佛告諸苾芻於過去劫有大國名滿度摩有一太子名毘婆尸處深宮思欲出遊告御車人瑜誐言與我如法安置車馬今欲出外遊觀園林
유아는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하여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 한 병자를 보았다. 태자는 물었다.
‘어떻게 이 사람은 얼굴이 바짝 여위고 기력이 쇠약한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병자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어떤 것을 병이라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4대(大)는 거짓으로 모여 허망하여 실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조금만 보호와 조섭에 어긋나면 곧 고뇌(苦惱)를 냅니다. 그것을 병이라 합니다.’
034_0176_c_05L瑜誐聞已卽往廏中安置車馬控太子前乘之出外見一病人太子云何此人顏貌羸瘦氣力劣弱誐荅言此是病人太子曰云何名病瑜誐荅言四大假合虛幻不實稍乖保調卽生苦惱此名爲病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겠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모두 다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는다면 역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지 아니하여 곧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돌아왔다. 단정히 앉아 병고(病苦)의 법은 진실하여 헛되지 않음만을 생각하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6_c_10L太子曰能免不瑜誐荅言俱同幻體四太無如失保調亦不能免太子聞之情思不悅卽廻車馬卻至王宮端坐思惟病苦之法眞實不虛心無安隱

비바시 태자
동산에서 노닐다가
갑자기 형색이 초췌(憔悴)한
병자를 보았네.
034_0176_c_14L世尊而說頌曰

곧 차부에게 물어서 알았네.
태자도 또한 면하기 어려움을.
단정히 앉아 스스로 생각했네.
병으로 괴로울 것이 틀림없다고.
034_0176_c_15L毘婆尸太子
遊觀於園林
忽見病患者
形色而憔悴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만도마왕은 곧 유아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태자는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기뻐하지 않는가?’
034_0176_c_17L卽問御車人
太子亦難免
端坐自思惟
病苦而無謬
034_0177_a_01L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며 노닐다가 한 병인의 형색이 여위고 나쁜 것을 보고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태자가 몰라서 묻기를 ≺어떤 사람인가?≻라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병자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또다시 묻기를 ≺나는 면할 수 있느냐?≻고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모두 다 같은 꼭두각시의 몸이라 4대는 차별이 없으며, 만일 보호와 조섭을 잃으면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병의 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034_0176_c_18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滿度摩王卽問瑜誐云何太子出廻不
그때 만도마왕은 이 말을 듣고 지난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윤왕(輪王)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만일 집을 나가면 즐거이 믿고 수행하여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궁전 안에 여러 가지 훌륭하고 묘한 5욕(欲)을 시설하여 태자를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그로 하여금 거기에 애착하여 집을 떠날 생각을 끊게 하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6_c_21L瑜誐荅言太子出外遊觀園林一病人形色瘦惡心神不安太子不問言≺何人≻瑜誐荅言≺此是病人≻又復問言≺我能免不≻瑜誐荅言≺俱同幻體四大無別如失保調亦不能免≻太子聞已卽廻車歸宮思惟病法是故不樂

만도마 부왕(父王)은
아들이 노닐다가 돌아와
몸과 마음이 즐겁지 않은 것 알고
집 떠나기를 구할까 두려워했네.
034_0177_a_04L滿度摩王聞是事已憶念往日相師之言若得在家卽紹灌頂輪王之位若或出家信樂修行而成佛如是念已卽於宮內施設種種上妙五欲娛樂太子令彼愛著斷出家爾時世尊而說頌曰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으로
태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뒷날 왕의 자리를 잇게 하였네.
034_0177_a_09L滿度摩父王
知子遊觀廻
身心而不樂
恐彼求出家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말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달라. 나는 이제 성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034_0177_a_11L卽以上妙樂
色聲香味觸
悅於太子情
令後紹王位
유아는 그 말을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성을 나가 한 노인을 보았다. 그는 수염과 머리털이 하얗고 몸은 약하고 마음은 어두우며, 지팡이를 짚고 앞에 가면서 힘없이 끙끙거리며 괴로워하였다. 태자는 말했다.
‘이 사람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
034_0177_a_12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婆尸太子告瑜誐言與我如法安置車馬今出城外遊觀園林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5온(蘊)으로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034_0177_a_15L瑜誐聞已卽往廏中安置車馬控太子前乘之出城見一老人鬚髮皓白身心昧劣執杖前行呻吟無力太子曰此是何瑜誐荅言此是老人
034_0177_b_01L태자는 말했다.
‘나는 이것을 면할 수 있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가 선정[定]에 들어 늙는 고통의 법은 면할 수 없음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7_a_19L太子曰云何名老瑜誐荅言五蘊幻身四相遷變始自嬰兒童子不覺長盛老年眼暗耳聾身心衰朽名之爲老

비바시 태자는
문득 한 노인의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하얗고
지팡이 짚고 헐떡임을 보았네.
034_0177_a_22L太子曰免此不瑜誐荅言貴賤雖異幻體無日往月來亦須衰老太子聞之不樂而歸入定思惟老苦之法無能免爾時世尊而說頌曰

선정에 들어 자세히 생각했네.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은
한 찰나도 머무르지 않아
아무도 이것을 면하는 이 없다고.
034_0177_b_03L毘婆尸太子
忽見一老人
鬚髮皆皓然
執杖乏氣力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태자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아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어찌하여 그 마음이 즐겁지 않는가?’
034_0177_b_05L入定審思惟
一切有爲法
剎那而不住
無有免斯者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는 밖으로 나가 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고 하였고, 저는 대답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노인입니다≻고 했습니다. 태자는 또 묻기를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하였고, 저는 대답기를 ≺된 꼭두각시 몸이 4상(相)으로 옮기고 변하여 처음에는 어린아이 동자로부터 어느새 장성하였다가 노년이 되어 눈은 어둡고 귀는 멀고 몸과 마음이 쇠해지고 낡아 가는 것을 늙었다고 이름합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말하기를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귀하고 천한 것은 비록 다르지마는 꼭두각시의 몸임에는 차별이 없어 해가 가고 달이 오면 반드시 쇠하고 늙는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돌아와 선정에 들어 진실로 그것을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034_0177_b_06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滿度摩王見太子不樂問瑜誐言我子云何情不樂耶
왕은 이 말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그때 만도마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다시 5욕의 묘한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즐겁게 하여 그로 하여금 애착하게 하여 집을 나갈 생각을 끊게 하여야겠다. ”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7_b_09L瑜誐荅言太子出外見一老人太子曰≺此是何人≻瑜誐荅言≺此是老人≻太子又問≺云何名老≻瑜誐荅≺五蘊幻身四相遷變始自嬰兒童不覺長盛老年眼暗耳聾身心衰名之爲老≻太子曰≺我還免不≻瑜誐荅言≺貴賤雖異幻體無別日往月來亦須衰≻老太子聞已不樂而歸入定思惟實無免者所以不悅

만도마 부왕은
태자의 마음 불쾌한 것 보다가
옛날의 관상쟁이의 말 생각해 내어
태자가 집 떠나기를 구할까 저어했네.
034_0177_b_17L王聞是事憶念往昔相師之言若得在家必作輪王若也出家必成佛果爾時滿度摩王如是念已復以五欲妙樂娛悅太子令彼愛著斷出家意爾時世尊而說頌曰
034_0177_c_01L
곧 묘한 5욕으로써
갖가지로 그 마음 즐겁게 했네.
마치 저 천제석(天帝釋)이
환희원(歡喜園)의 즐거움 받는 것처럼.
034_0177_b_22L滿度摩父王
見子心不悅
憶昔相師言
恐彼求出家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다이 수레를 준비해 다오.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유아는 이 분부를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단속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에 나가 많은 사람들이 상여를 둘러싸고 소리를 높여 크게 우는 것을 보았다.
태자는 말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
034_0177_c_01L卽以妙五欲
種種悅其心
如彼天帝釋
受樂歡喜園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죽었다고 이름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한 번 어긋나면 기운은 끊어지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으매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
034_0177_c_02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婆尸太子告瑜誐言與我如法安置車馬今欲出外遊觀園林瑜誐聞已卽往廏中安置車馬控太子前乘之出外見有多人圍繞車輿擧聲大哭太子曰此是何人瑜誐荅言此是死
태자는 말했다.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삼계(三界)는 편안함이 없어 살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태자의 몸도 또한 면할 수 없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신심이 기쁘지 않아 수레[車]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곧 선정에 들어 ‘무상(無常)의 법은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이 못 된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을 면할 수 있을까?’라고 깊이 생각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7_c_09L太子曰云何名死瑜誐荅言人生浮世壽有短長一旦乖離氣絕神逝永別恩愛長處荒郊眷屬悲啼此名爲死

비바시 태자는
저 죽은 사람을 보고
곧 마부에게 물어 알았네
이 고통은 면할 수 없다는 것을.
034_0177_c_12L太子曰我能免不瑜誐荅言界無安未逃生死太子之身亦不可太子聞已身心不悅迴車歸宮定思惟無常之法不可愛樂我今云何得免斯苦爾時世尊而說頌曰

혼자 앉아 스스로 생각했나니
이것은 진실하여 틀림없는 것
내 몸이 또 어떻게 하면
이 무상(無常)의 근심을 면할 수 있을까를.
034_0177_c_16L毘婆尸太子
見彼命終人
卽問御車者
無能免斯苦
034_0178_a_01L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왕은 유아(瑜誐)에게 물었다.
‘태자는 어찌하여 즐거워하지 않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태자가 성을 나가 한 죽은 사람을 보고 묻기를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이것은 바로 죽은 사람의 모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묻기를 ≺어떤 것을 죽음이라 이름하는가?≻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사람은 뜬 세상에 나서 수명에는 짧고 긺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어긋나면 기운은 끊기고 정신은 떠나 길이 은혜와 사랑을 이별하고 길이 거친 들판에 있어 권속들은 슬피 웁니다. 이것을 죽음이라 이름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면할 수 있는가?≻ 하기에, 저는 대답하기를 ≺삼계는 편안함이 없어 생사(生死)를 벗어나지 못하나니 태자도 그것을 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 선정에 들어 ≺죽음이란 진실로 면할 이가 없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034_0177_c_18L獨坐自思惟
眞實而不謬
我身復云何
得免無常患
왕은 이 일을 듣고 옛날의 관상쟁이의 말을 생각했다.
‘만일 집에 있을 수 있으면 반드시 윤왕(輪王)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불과를 이룰 것이다.’
왕은 다시 5욕의 즐거움으로써 태자를 기쁘게 하여 그로 하여금 거기에 낙착(樂着)하여 집을 떠나갈 뜻을 버리게 하고자 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7_c_19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滿度摩王問瑜誐言太子云何而不樂耶瑜誐荅言太子出城見一死人問言≺此是何人≻瑜誐荅言≺此是死相≻太子≺云何名死≻瑜誐荅言≺人生浮世壽有短長一旦乖離氣絕神逝永別恩愛長處荒郊眷屬悲啼名之爲死太子曰≺我能免不≻瑜誐荅言≺三界無安未逃生死不可免也≻太子聞已迴車歸宮入定思惟實無免者是以不

만도마 국왕의
비바시 태자는
저 죽은 사람을 보고
슬피 탄식하며 즐거워하지 않았네.
034_0178_a_07L王聞是事憶念昔日相師之言得在家必作輪王若是出家必成佛復以五欲之樂娛悅太子令彼樂著捨出家意爾時世尊而說偈言

왕은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인
색ㆍ성ㆍ향 등의 경계로써
그를 기쁘게 하고 애착하게 하여
집 떠날 생각을 버리게 했네.
034_0178_a_10L滿度摩國王
毘婆尸太子
見彼命終人
嗞嗟而不悅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 태자는 유아에게 분부했다.
‘내게 법답게 수레를 준비해 다오. 나는 이제 밖에 나가 동산을 구경하고자 한다.’
034_0178_a_12L王以上妙樂
色聲香等境
娛悅令愛著
捨離出家意
유아는 그 말을 듣고 곧 외양간으로 가서 수레를 준비해 태자 앞에 대령했다. 태자는 그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 한 필추를 보았다. 그는 수염과 머리를 깎았고, 몸에는 가사를 입었다. 태자는 말했다.
‘이것은 바로 어떤 사람인가?’
유아는 대답했다.
‘이것은 바로 출가한 사람입니다.’
태자는 말했다.
‘어떤 것을 출가한 사람이라 하는가?’
유아는 대답했다.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깨닫고 해탈의 문에 들어가 인욕(忍辱)과 자비(慈悲)를 행하여 열반의 안락을 구하며, 길이 친애(親愛)를 이별하고 사문(沙門)이 되고자 하는 이를 출가한 사람이라 이름합니다.’
034_0178_a_13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婆尸太子告瑜誐言與我如法安置車馬今欲出外遊觀園林
034_0178_b_01L태자는 이 말을 듣고 환희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자비와 인욕과 평등의 선법을 행하고, 능히 번뇌[塵勞]를 등지고 나아가 안락을 구하는구나. 나도 또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 궁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 신심(信心)을 내어 출가의 법을 행하고 사문의 모양을 지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8_a_16L瑜誐聞已卽往廏中安置車馬控太子前乘之出外見一苾芻剃除鬚髮身被袈裟太子曰此是何人瑜誐荅言此是出家人太子曰云何名出家人瑜誐荅悟老病死入解脫門行忍辱慈悲求涅槃安樂永別親愛願作沙門出家人

태자는 왕성(王城)을 나가
여러 동산을 구경하다가
문득 늙고 병든 사람과
저 무상(無常)한 이가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지그시 있지 못해
항상 갖가지 고통 받는 것을 보았네.
034_0178_a_23L太子聞已歡喜至前善哉善行慈悲忍辱平等善法能背塵勞趣求安樂我亦願爲言已歸宮卽發信心行出家法作沙門相爾時世尊而說頌曰

다시 저 출가한 사람
수염과 머리를 깎아 없애고
정색(正色)을 부순 가사옷 입고
나아가고 그치는 거동은 우아하며
항상 평등하고 자비로운 마음과
인욕의 모든 선법 행하는 것 보았네.
034_0178_b_04L太子出王城
遊觀諸園苑
忽見老病人
及彼無常者
念念不久停
恒受種種苦

그리하여 이내 집을 떠나가
5욕의 모든 즐거움과
부모와 아울러 그 권속과
국성(國城)과 모든 보배 버리기를 구했네.
034_0178_b_06L復睹出家人
剃除於鬚髮
服壞色袈裟
進止身儀雅
常行平等慈
忍辱諸善法

그리하여 곧 사문의 모양 되어
인욕으로 스스로 항복 받아
탐애(貪愛)의 마음을 끊어 없애고
부지런히 해탈의 즐거움 구했네.
034_0178_b_08L是故求出家
棄捨五欲樂
父母幷眷屬
國城諸珍寶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만도마성 안에 있는 8만 사람들은 비바시가 국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나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사문의 모양이 된 것을 보고 제각기 생각했다.
‘태자는 훌륭한 종족이면서 5욕을 버리고 범행(梵行)을 닦는다. 우리들도 이제 역시 마땅히 집을 떠나자.’
저 8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집을 떠나 사문의 몸이 되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8_b_10L卽作沙門相
忍辱自調伏
息除貪愛心
勤求解脫樂

큰 지혜 있는 최상의 사람
그 수는 8만 사람
모두 비바시를 따라
집을 나와 범행을 닦았네.
034_0178_b_11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滿度摩城八萬人衆見毘婆尸捨父王位出家剃髮爲沙門相而各思惟太子上族棄捨五欲而修梵行我等今者宜亦出家彼八萬人如是思已卽時出家爲沙門身爾時世尊而說頌曰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이미 출가한 뒤에 저 8만 사람들과 함께 자기 나라의 성을 떠나 여러 곳으로 돌아다녔다. 어느 부락에 이르러 하안거(夏安居)를 하고, 그 여름을 지낸 뒤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어찌하여 취한 사람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가?’
034_0178_b_17L大智最上人
其數有八萬
隨順毘婆尸
出家修梵行
034_0178_c_01L이렇게 생각해 마치자 마음은 청정하게 되어 본래 살던 집에 이르렀다. 밤중이 되어 다시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세간의 부귀를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은 중생이 애착하여 생사에 맴돌게 하는 것이요, 괴로움이 서로 계속하여 다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는 괴로움의 인(因)은 무슨 인연으로 생겨 늙고 죽게 하는가?’
그는 삼마지(三摩地:삼매)에 들어 이 법은 생(生)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034_0178_b_19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婆尸菩薩旣出家已與彼八萬人自國城遊行諸處至一聚落結夏安過是夏已而自思惟我今云何如迷醉人遊行諸處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有)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取)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 것인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愛)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034_0178_c_01L作是念已心得淸淨至本住舍於夜分中復自思惟今何用世間富貴衆生愛著輪迴生苦蘊相續無有窮盡又復思惟老死苦因何緣所生而得老死入三摩地諦觀此法從生支有又復思惟此生苦因何緣所生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觸)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034_0178_c_07L入三摩地諦觀此法從有支有又復思惟此有苦因何緣所生入三摩地諦觀此法從取支又復思惟此取苦因何緣所生三摩地諦觀此法從愛支有又復思此愛苦因何緣所生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名色)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行)의 괴로움의 인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는가?’
034_0178_c_12L入三摩地諦觀此法從受支有又復思惟此受苦因何緣所生入三摩地諦觀此法觸支有又復思惟此觸苦因何緣所入三摩地諦觀此法從六入支有又復思惟此六入苦因何緣所生
034_0179_a_01L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은 행을 반연[緣]하고, 행은 식을 반연하며, 식은 명색을 반연하고, 명색은 6입을 반연하며, 6입은 촉을 반연하고, 촉은 수를 반연하며, 수는 애를 반연하고, 애는 취를 반연하며, 취는 유를 반연하고, 유는 생을 반연하며, 생은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을 반연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이 모여 이루어진다.
034_0178_c_17L三摩地諦觀此法從名色支有又復思惟此名色苦因何緣所生入三摩地諦觀此法從識支有又復思惟識苦因何緣所生入三摩地諦觀此從行支有又復思惟此行苦因何緣所生
그때 비바시보살은 또다시 생각했다.
‘이 늙고 죽음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생(生)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유(有)가 멸하면 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034_0178_c_23L入三摩地諦觀此法從無明支有如是無明緣行行緣識識緣名名色緣六入六入緣觸觸緣受緣愛愛緣取取緣有有緣生生緣老死憂悲苦惱如是集成一大苦蘊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취(取)가 멸하면 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취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애(愛)가 멸하면 취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애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수(受)가 멸하면 애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수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034_0179_a_04L毘婆尸菩薩又復思惟此老死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滅則老死滅又復思惟此生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有滅則生滅又復思惟此有苦因云何得滅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촉(觸)이 멸하면 수가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6입(入)이 멸하면 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6입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명색(名色)이 멸하면 6입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명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034_0179_a_09L入三摩地諦觀此法取滅則有滅復思惟此取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愛滅則取滅又復思惟此愛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受滅則愛滅又復思惟此受苦因云何得滅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식(識)이 멸하면 명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식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행(行)이 멸하면 식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또다시 생각했다.
‘이 행의 괴로움의 인을 어떻게 멸할 수 있을까?’
034_0179_a_15L入三摩地諦觀此法滅則受滅又復思惟此觸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六入滅則觸滅又復思惟六入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名色滅則六入又復思惟名色苦因云何得滅
034_0179_b_01L그는 삼마지에 들어 이 법은 무명(無明)이 멸하면 행이 멸함을 밝게 관찰했다.
이와 같이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6입이 멸하며, 6입이 멸하면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며,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늙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멸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큰 괴로움은 스스로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9_a_20L三摩地諦觀此法識滅則名色滅復思惟此識苦因云何得滅入三摩地諦觀此法行滅則識滅又復思惟此行苦因云何得滅

비바시보살은
노사(老死)의 괴로움 생각하고
지혜로 살폈네. 그 인(因)이
무슨 연(緣)과 무슨 법(法)으로 생겼는가를.
034_0179_b_01L入三摩地諦觀此法無明滅則行滅如是無明滅則行滅行滅則識滅識滅則名色滅色滅則六入滅六入滅則觸滅觸滅則受滅受滅則愛滅愛滅則取滅滅則有滅有滅則生滅生滅則老死憂悲苦惱滅如是一大苦蘊而自不爾時世尊而說頌曰

정(定)에 들어 자세히 관찰하여
그것이 생(生)에서 일어남 알고
나아가 행의 괴로움의 인은
무명으로부터 있게 되었음을 알았네.
034_0179_b_08L毘婆尸菩薩
思惟老死苦
以智推彼因
何緣何法生

다시 무엇으로부터 멸하는가를 보아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나아가 늙고 죽음이 다해
괴로움이 모두 다 없어짐을 알았네.
034_0179_b_10L入定審諦觀
知從生支起
乃至行苦因
知從無明有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다시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나고 멸해 머무르지 않고 환술과 같고 변화와 같아 진실이 없음을 관찰하고,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나 업(業)과 습기(習氣)와 번뇌의 일체가 나지 않아 큰 해탈을 얻어 정등각(正等覺)을 이루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9_b_11L復觀從何滅
無明滅行滅
乃至老死盡
苦蘊悉皆無

비바시보살은
다시 5온(蘊) 등의 법을 관찰하여
삼마지에 들어
지혜의 관찰이 앞에 나타났을 때
034_0179_b_12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毘婆尸菩薩復觀色受想行識生滅不住如幻如化無有眞實智觀現前業習煩惱一切不生得大解脫成正等覺爾時世尊而說頌曰

의혹과 괴로움의 업과 또 습기의
일체는 모두 나지 않았네.
그것은 나부끼는 도라면(兜羅綿)처럼
한 찰나도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라.
034_0179_b_17L毘婆尸菩薩
復觀蘊等法
入彼三摩地
智觀現前時

부처님의 보리(菩提)를 성취하고
열반의 길상과(吉祥果)를 성취했나니
마치 달이 크게 뚜렷하고 밝아
광명이 시방에 두루함 같았네.
034_0179_b_19L惑苦業習氣
一切皆不生
如飄兜羅緜
剎那不可住
034_0179_c_01L
그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해 마치시고 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비바시보살은 먼저 인위(因位)에 있으면서 첫째로 자신이 마치 취한 것 같다고 의심하였고, 둘째로 탐욕 등의 번뇌가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의심하였다. 이와 같이 인연으로 나는 법을 생각하고 큰 해탈을 얻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4_0179_b_20L成就佛菩提
涅槃吉祥果
如月大圓明
光徧十方界

저 부처님 여래의 몸은
성취하기 어려운 것 성취하였네.
인연으로 나는 법 보아 살피고
탐욕[貪]ㆍ성냄[瞋]ㆍ어리석음[癡] 다시 끊었네.
034_0179_b_21L爾時世尊說此偈已告苾芻言婆尸先在因位一疑自身猶如迷醉二疑貪等煩惱展轉增多如是思惟緣生之法得大解脫爾時世尊而說頌曰

마침내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큰 해탈을 성취했나니
마치 해가 산꼭대기에 있어
두루 일체를 비추는 것 같았네.
034_0179_c_03L彼佛如來身
難成能得成
觀察緣生法
復斷貪瞋癡

034_0179_c_05L究竟於彼岸
成就大解脫
如日在山頂
徧照於一切
毘婆尸佛經卷上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 8)삼현(三賢) : 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 20)석전(釋典) :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