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실 적에 대중과 함께 하셨다.
034_0529_a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衆俱。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옛날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증득하지 못했을 때에 홀로 어떤 곳에 앉아서 마음에 의심을 내었다. ‘무슨 까닭으로 세간의 일체 중생은 윤회(輪廻)의 괴로움, 곧 나고 늙고 죽고, 멸했다가 다시 태어나는 고통을 받는가? 저 중생들이 여실히 알지 못하는 까닭에 나고 늙고 죽는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나는 이제 생각하리라. 이 늙고 죽는 괴로움은 어떠한 인(因)을 따라 생겼으며, 또 어떠한 연(緣)을 따라 생겼는가?’
이러한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생(生)은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무슨 연으로써 이 생의 법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한 뒤에 여실히 알았다. ‘생은 유(有)를 인하여 일어나고, 또 유의 연을 따라 이 생의 법을 일으킨다.’
이러한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유는 무엇을 인하여 일어나며, 또 무슨 연으로 해서 이 유의 법이 일어나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한 뒤 여실히 알았다. ‘유는 취로 인하여 일어나고, 또 취의 연을 따라 이러한 유의 법을 일으킨다.’
034_0529_b_01L이러한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취는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무슨 연에 따라 이 취의 법이 있게 되었는가?’
이 생각을 마치고 모든 반연을 떠나서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생각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취는 애(愛)를 인하여 있고, 또 애의 연을 따라 이 취의 법이 있다.’
이러한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애는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어떠한 연을 따라 이 애의 법이 생기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분별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애는 수(受)를 인하여 있고, 또 수의 연을 따라 애의 법이 있다.’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수는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어떠한 연으로 이러한 수의 법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수는 촉(觸)을 인하여 있고, 이 촉의 연을 따라 이러한 수의 법이 있다.’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촉은 무슨 인으로 있으며, 또 어떠한 연으로 해서 이 촉의 법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촉은 6처(處)를 인하여 있고, 또 6처의 연을 따라 이 촉의 법이 있다.’
이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이제 이 6처는 무슨 인에서 생겼으며, 또 어떠한 연을 따라 6처의 법이 생겼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했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의 이 6처는 명색(名色)을 인하여 있고, 또 명색의 연을 따라 6처의 법이 있다.’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의 이 명색은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어떠한 연을 따라 이 명색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게 되었다. ‘저 명색은 식(識)을 인하여 있고, 또 식의 연을 따라 명색의 법이 있다.’
034_0529_c_01L이 법을 알고 나서 또 생각하였다. ‘식은 무엇을 인하여 있으며, 또 어떠한 연을 따라 이 식의 법이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이러한 식의 법은 명색을 인하여 있고, 또 명색의 연을 따라 이 식의 법이 있다. 오직 이 식의 연만이 능히 모든 행(行)을 내니, 그러므로 명색이 식을 반연(緣)하고, 식이 명색을 반연하며, 명색이 6처를 반연하고, 6처는 촉을 반연하며, 촉은 수를 반연하고, 수는 애를 반연하고, 애는 취를 반연하고, 취는 유를 반연하고, 유는 생을 반연하고, 생은 노ㆍ사ㆍ우ㆍ비ㆍ고ㆍ뇌를 반연하는 까닭에 하나의 큰 괴로움의 뭉치를 이루었다.’
이러한 법을 알고 나서 또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인연으로써 노(老)ㆍ사(死)가 없으며, 어떤 법이 없어져야 노ㆍ사가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게 되었다. ‘만일 생(生)의 법이 없으면 노ㆍ사도 없으며, 생의 법이 없어지면 노ㆍ사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또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생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져야 생의 법이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만일 유(有)의 법이 없으면 생의 법이 없고, 유의 법이 없어지면 생의 법이 또한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유의 법이 생기지 않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유의 법이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마음을 안정하고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만일 취(取)의 법이 없으면 유의 법이 없고, 취의 법이 없어지면 유의 법도 없어지리라.’
034_0530_a_01L이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취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취의 법이 없어질까?’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서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만일 애(愛)의 법이 없으면 취의 법도 없을 것이며, 애의 법이 없어지면 취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애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애의 법이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관찰하였으니,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수(受)의 법이 없으면 애의 법이 없고, 수의 법이 없어지면 애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수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수의 법도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든 반연을 떠나 마음을 안정하고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만일 촉(觸)의 법이 없으면 수의 법이 없고, 만일 촉의 법이 없어지면 수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으면 촉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촉의 법이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만일 6처(處)가 없으면 촉의 법이 없고, 6처가 없어지면 촉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으면 6처가 없으며, 어떤 법이 없어지면 6처도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명색(名色)이 없으면 6처가 없고, 명색이 없어지면 6처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어떤 법이 없으면 명색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명색이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식(識)의 법이 없으면 명색이 없고, 식의 법이 없어지면 명색이 없어지리라.’
034_0530_b_01L이 법을 알고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으면 식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식의 법도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반연을 떠나 안정된 마음으로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았다. ‘행(行)의 법이 없으면 식의 법이 없고, 행의 법이 없어지면 식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법을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으면 행의 법이 없고, 어떤 법이 없어지면 행의 법도 없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모든 반연을 떠나 관찰하였다.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여실히 알게 되었다. ‘무명(無明)이 없으면 행의 법이 없고, 무명이 없어지면 행의 법도 없어지리라. 이 까닭에 무명이 없어지면 행이 없어지고, 행이 없어지면 식이 없어지고 식이 없어지면 명색이 없어지고, 명색이 없어지면 6처가 없어지고, 6처가 없어지면 촉이 없어지고, 촉이 없어지면 수가 없어지고, 수가 없어지면 애가 없어지고, 애가 없어지면 취가 없어지고, 취가 없어지면 유가 없어지고, 유가 없어지면 생이 없어지고, 생이 없어지면, 노ㆍ사ㆍ우ㆍ고ㆍ뇌가 없어져서 하나의 큰 괴로움의 덩어리가 없어지리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먼 곳을 가려하여 옛 사람의 다니던 길을 밟고, 또 옛 사람의 입던 갑옷을 입고, 옛 사람들이 살던 도성을 찾아서 혹 깊은 산을 걷고, 혹 넓은 들을 걸어, 걷기를 그치지 않고 그 옛 성에 이르렀다.
034_0530_c_01L그 성은 광대하여 옛날의 왕이 도읍한 곳으로서 장엄하고 화려함이 예전과 다름이 없었으니, 못과 늪과 동산과 숲이 모두 수승하게 좋으며, 보는 사람들은 모두 싫어할 줄 몰랐다. 이 사람은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서 이 일을 자세히 왕에게 보고하리라.’
그는 어느덧 본국에 이르러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옛 사람이 입던 갑옷을 입고, 옛 사람이 다니던 길을 지나 혹 깊은 산을 넘거나 넓은 들을 지나면서 걷기를 쉬지 않아 하나의 옛 성에 이르렀습니다. 그 성은 광대하여서 옛날의 왕께서 도읍을 하던 곳이었으며, 그 성과 해자[隍]의 장엄하고 화려함이 옛날과 다름이 없어, 못과 늪과 동산과 숲이 모두 수승하게 좋으며,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에 싫지가 않았습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그곳으로 가서 도읍을 삼으십시오.’
모든 비구여, 나도 그래서 모든 부처님이 옛적에 다니시던 길을 밟고, 모든 부처님이 입으시던 갑옷을 입고, 걸어서 모든 부처님의 열반인 옛 성에 이르렀다. 비구들이여, 어떤 것이 옛 길이며, 어떤 것이 옛 갑옷이며, 어떤 것이 옛 성인가?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시던 8정도(正道)이니, 이른바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定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이다.
모든 비구여, 이 8정도(正道)가 곧 옛 길이며, 옛 갑옷이며, 옛 도성이니, 옛 부처님들께서 행하신 바를 나도 밟아서 저 노ㆍ사의 모임을 보았다. 그러므로 나는 노ㆍ사가 없어지는 것을 증득하였고, 내지 생ㆍ유ㆍ취ㆍ애ㆍ수ㆍ촉ㆍ6처ㆍ명색ㆍ식들이 모두 없어짐을 보았으며, 또 행의 모임을 관찰하였으며, 또한 행이 없어지게 하니, 행의 법이 없어지매 무명도 없어지고, 무명이 없어지매 다시 관찰할 것이 없게 되었다.
034_0531_a_01L이때 내가 스스로의 신통력으로써 등정각을 이루었으니, 모든 비구여, 내가 말한 이러한 정법을 너희들은 부지런히 하여 반드시 이렇게 배우고, 반드시 이렇게 행하라. 기억하며, 닦고 익혀 모든 범행을 성취하고 나서 천상ㆍ인간에 법화(法化)를 선포하여 널리 중생을 위하는 큰 이익을 지으라. 나아가 비구니와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와 바라문(婆羅門)과 외도(外道)와 니건자(尼乾子)에 이르기까지도 마땅히 이렇게 닦아 익히고 선포하여 널리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