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40_0386_a_01L대승파유론(大乘破有論)


용수(龍樹) 지음
송(宋)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1) 시호(施護) 한역


모든 부처님들과 지혜 있는 분들에게 귀의하오니
모든 법을 여실(如實)하게 깨닫도록 하겠습니다.2)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른바 일체의 성품[性]3)은 비존재[無性]4)에서 발생하거나 또한 비존재가 아닌 것에서 발생한다.5) 일체의 성품에 발생이 있다면 그 존재는 영원하겠으나, 이 성품은 실체[實]가 없으니 마치 허공의 꽃과 같다. 모든 법이 허공 등과 같듯이 모든 법의 발생 또한 허공의 (꽃과) 같고, 모든 연기의 법도 다 허공의 (꽃과) 같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실체가 없는데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모든 법에는 원인이 없어 결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업(業)의 자성(自性) 또한 얻을 수 없다. 여기의 모든 것들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세간(世間)이 없으므로 출세간(出世間)도 없다. 모든 것에는 발생이 없고 성품도 있지 않는데 어떻게 모든 법에 발생하는 바가 있겠는가? 세간의 친애(親愛)하는 부자(父子)와 권속(眷屬)에는 비록 태어나는 바가 있으나 그 실체는 없다. 전생에서 태어난 일도 없으므로 현생에도 그 현상이 있을 수 없다. 이 세간에서 무의미하게 전변하는 것이다. 마치 달 속에 그림자들을 보는 것과 같다.
세간은 실체 없이 분별에 따라 일어난다. 이 분별 때문에 분별의 마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 원인이 되어 곧 몸의 태어남이 있는 까닭이다. 이 까닭으로 몸은 세간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5온(蘊)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몸이라 하나 모든 5온은 다 공(空)하여 자성(自性)이 있지 않다. 5온은 자성(自性)이 없으며 마음 역시 없다.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이 까닭으로 몸도 없다. 자성이 분별을 떠나 만일 그 마음이 없다면 법(法) 역시 있지 않고 그 몸이 없으면 역시 세계도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한 것은 둘도 없는 도리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실의 말일 뿐이다. 여기 모든 것은 온갖 소연(所緣)을 여의었고, 여기서 작용한 것은 온갖 소연들을 여의었으며, 여기서 만든 것은 모든 소연을 여의었고, 여기서 얻는 것들은 온갖 소연을 여의었다.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 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의 모든 법들을 지니고 이처럼 항시 행하면 오래지 않은 시기에 곧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잘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의 방편에 의해 진실의 경지에 편안하게 머무르고 자비의 행을 일으켜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다. 비록 이처럼 얻는 바의 형상은 있다 말해도 일체지(一切智)의 성품을 얻는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법은 단지 명자(名字)만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만 존재의 형상[有想]에 머물며 눈앞에서 나타나며[現前] 실체 없으나 발생하는 것에 차별을 두는 것이니 발생의 법을 차별해도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 모든 법은 본래 이름이 있지 않다. 다만 이름을 빌려 표현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모든 법은 실체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분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별이 없다면 허공처럼 모든 분별을 여윌 것이니 마치 눈을 가진 이가 형체를 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말하는 자는 진실한 말을 한 것이다. 세간의 삿된 집착의 마음을 가진 자는 여실하게 말씀하신 것에 집착하여 (말을) 바꿔버린다. 그 모든 법은 모이어 부류끼리 나타나는 것이다. 이 말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의 의미는 눈으로 형체를 볼 수 없고 내지 생각으로 법을 볼 수 없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이 이 도리로 지혜를 삼는다면 곧 제일의제에 잘 통달할 것이고 이처럼 마침내 최상의 진실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지금 경전에 의지하여 이처럼 간략하게 말한다.
040_0386_a_01L大宋新譯三藏聖教序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製大矣哉我佛之教也化導群迷闡揚宗性廣博宏辯英彦莫能究其旨微妙說庸愚豈可度其源義理幽玄眞空莫測包括萬象譬喩無垠綜法網之紀綱演無際之正教拔四生於苦海譯三藏之祕言天地變化乎陰日月盈虧乎寒暑大則說諸善惡細則比於恒沙含識萬端弗可盡述若窺像法如影隨形離六情以長存歷千劫而可久須彌納藏於芥子來坦蕩於無邊達磨西來法傳東土宣揚妙理順從指歸彼岸菩提愛河生滅用行於五濁惡趣拯溺於三業途中經垂世以難窮道無私而永泰雪山貝葉若銀臺之耀目歲月煙蘿起香界之自遠巍巍罕測杳杳難名所以道資十聖德被三賢至道起於乾元衆妙生乎太易摠繁形類竅鑿昏明絕彼是非開茲蒙昧有西域法師天息災等常持四忍早悟三乘白和葉之眞詮續人天之聖教芳猷重啓運偶昌時潤五聲於文章暢四始於風律堂堂容止穆穆輝華曠劫而墊重明玄門昭顯軌範而彌光法淨界騰音利益有情俱登覺岸無障礙救諸疲羸冥昧慈悲浩汗物表柔伏貪很啓滌昏愚演小乘聲聞合其儀論大乘正覺立其性含靈而蒙福藏教缺而重興幻化迷途火宅深喩雖設其教不知者多善念而無量潛臻惡業興而隨緣皆墯調御四衆積行十方澍花雨於金輪護恒沙於玉闕有頂之風不可壞無際之水弗能漂澄寂湛然圓明淸淨智慧性空無染妄想解脫之因緣可離煩惱於心田可以得淸涼於宇宙朕慚非博學釋典微閑豈堪序文以示來者如縻螢爝火不足比之於皎日將微蠡量海未能窮盡於深淵者哉繼作聖教序御製高明肇分三辰方乃序其次厚載初定萬彙於以發乎端淸濁之體旣彰善惡之源是顯然後以文物立其教以正典化其俗利益之功同歸於理於是乎像法來於西國眞諦流於中洞貫千古眞實之理無以窮囊括九圍玄妙之門莫能究言乎妄想五蘊皆空現乃眞容則一毫圓滿大之教豈能紀述者哉伏睹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法性周圓仁慈普布化蠻貊則萬邦輻湊躋蒸民於仁壽之鄕崇教法則四海雲從惠蒼生於富庶之域見尊經之浩汗設方便以救沈淪知法界之恢宏精進而攝懈怠乃擇其邃宇挍彼眞命天竺之高僧譯貝多之佛語管翻成於金字珠編復置於琅函宮之聖藻惟新鷲嶺之苾芻仰歎是三乘共貫四諦同圓盡苦空眞正之言顯祕密精硏之義讚相相乎實論空空乎盡空華嚴之理合軌轍金像之教同規矩朕纘嗣丕搆恭臨寶圖常翼翼而撫兆民兢兢而守先訓以至釋典尤未精詳諒其幽深曷能探測有譯經西域僧法賢奏章懇切致意專勤先皇帝大闡眞風高傳佛旨興前王之墜典振覺路之頹綱欲旌天造之功庸用廣聖文之述作請予製序繼聖教焉聖考上僊追號罔息政事之外何暇經心今已禫除思臻微奧雖幼承慈奈夙乏通才焉窮乎法海之津涯莫造乎空門之閫域略敷大意以徇輿情蹄涔不足擬浴日之波尺箠豈能量昊天之影聊述短序以紀聖功者焉大乘破有論龍樹菩薩造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光祿卿傳法大師賜紫臣施護 奉 詔譯歸命一切佛諸有智者應當如實了知諸法此中云何謂一切性從無性亦非無性生一切性若有生者性是常是性無實猶如空華當知諸法與虛空等彼諸法生亦與空等切緣法皆如虛空彼無實故當云何諸法無因而復無果亦無諸業自性可得此中一切而無有實無世間無出世閒一切無生亦無有性何諸法而有所生世閒親愛父子屬雖有所生而無其實不從先世之所生故亦非現世有其相故此於世無義可轉猶如月中見諸影像間無實從分別起此分別故分別心由此心爲因卽有身生是故有身行於世間蘊所成故名之爲身諸蘊皆空無有自性蘊無自性而亦無心以無心故是故無身當知自性離諸分別若無其心亦無有法若無其身亦無有界此中所說是無二道此所說者是眞實說此中一切離諸所緣此中所說離諸所緣此中所作離諸所緣此中所得離諸所緣所有布施持戒忍辱精進禪定智慧諸法如是常行不久時中卽能證得無上菩提以慧方便安住實際起悲愍行廣度衆生雖復如是有所得相一切智性而不可說得彼一切法但有名字切但於有想中住現前無實差別所差別生法而無所有彼一切法本無有名但以假名而表了故當知諸而無實體一切皆從分別所生中若無分別者卽同虛空離諸分別如說眼者能見於色作此說者是眞實語世間有諸邪執心者執此所說如實而轉彼一切法聚類所現當知此說是佛所說是故應知此中義者眼不見色乃至意不知法若如是知是爲智者卽能通達第一義諦如是乃名最上眞實我今依經如是略說大乘破有論甲辰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의 다른 판본에는 송서천역경삼장(宋西天譯經三藏)이라 기술한 것이 있다. 시호(施護) 스님이 송나라에서 역경사업을 했으므로 송(宋)나라의 서천역경삼장이라 하는 것이 더 옳은 번역일 것이다.
  2. 2)이 논의 귀경게(歸敬偈)이다.
  3. 3)성(性)은 보통 한역에서 ‘성질 성품’ 등으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산스끄리뜨어 브하바(bhāva)의 번역어이다.
  4. 4)무성(無性)의 산스끄리뜨어에 해당하는 말은 아브하바(abhāva)이다. 보통 한역에서 비존재(非存在) 비유(非有) 무(無) 등의 술어로 번역되었지만 시호 스님은 독특하게 무성으로 번역하였다.
  5. 5)용수의 『중송(中頌)』 관성괴품(觀成壞品) 제 11게송의 의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