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성인들이 세간世間에 출현하는 것은 미혹한 중생들을 곡진히 거두고자 한 것이다. 최상의 근기는 예봉의 징조가 싹트기 이전에 비밀한 이치를 깨닫지만, 중ㆍ하 근기들은 계오契悟시키는 법어가 행해진 뒤에라야 현묘玄妙한 이치를 깨닫는다. 근기에는 날카로움과 둔함이 있지만 법에는 깊고 얕음이 없다. 더군다나 성인은 중생을 이롭게 하면서도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성인이 교화를 일으킨다 한들 어찌 교화함이 있으리오? 행여 이러한 것이 남는다면 이익을 주고 구제救濟하는 방편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게송 반 구절의 말씀을 남기는 일은 부득이해서일 뿐이다. 가르침의 말씀이 이미 천하에 널리 퍼졌지만 사승師承 관계의 순서와 조리[條貫]가 자리 잡히지 않아 항상 물이 쉽게 말라 버릴까, 오烏 자와 마馬 자를 혼동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이제 초경사招慶寺의 정靜ㆍ균筠 두 선사가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와 최근에 고금의 모든 종파의 법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모아 『조당집』이라 이름하니 구슬이 꿰어졌다 이를 만하며, 말든 펴든 그 양이 방대하였다. 읽어 보면 그저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게 되는데, 그로 인하여 나에게 서문을 부탁하니, 거듭 사양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마침내 붓을 들어 곧이곧대로 기록하나니, 같은 길을 걷는 훌륭한 이들은 꾸짖거나 비웃지 말기를 바라며 기록할 따름이다.
이상의 서문과 『조당집』 1권이 먼저 이 땅에 유통되고 있었고, 1권은 나중에 일제히 도착했다. 삼가 완전히 갖추어진 판본을 바탕으로 새로 인쇄하여 널리 유통시키고자 20권으로 나누었다. 그리하여 먼저 7불佛을 기록한 다음 천축의 27조祖와 진단(震旦:중국)의 6대代를 자리 매겼다. 대代에는 방계傍系와 정계正系를 포괄하였고, 조사들은 순차대로 모두 기록하였다. 혈맥血脈을 따르는 일관성을 유지하였으며, 소목昭穆2)의 형식으로 손자孫子와 적자嫡子를 구별하였다. 이러한 편집 체제라야 여러 영웅들의 분산된 말씀들을 눈앞에서 두루 볼 수 있고, 여러 성현들의 오묘한 가르침을 한 권 안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문 석광준釋匡儁이 중국에서 편집된 책에 바라는 것은, 법을 전해 주기 꺼려했던 풍토를 말끔히 없애 버리는 것이며, 이 땅의 미천한 무리들이 조화로운 선의 아름다움을 배우고자 원하는 것이다. 환히 통달한 분들께는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으니, 외람됨을 용서하기 바란다. 낱낱 높으신 이름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제3권 4조의 방계에서 나온 법손들 제1 혜융慧融/ 제2 지엄智嚴/ 제3 혜방慧方/ 제4 법지法持/ 제5 지위智威/ 제6 혜충慧忠 지위智威에서 나온 법손 마소馬素 화상 마소馬素에서 나온 법손 도흠道欽 화상 도흠道欽에서 나온 법손 조과鳥窠 화상 이상 아홉 사람은 공종空宗이다. 5조의 방계에서 나온 법손들 신수神秀 화상/ 안安 국사/ 도명道明 화상 신수神秀에서 나온 법손 보적普寂 화상 보적普寂에서 나온 법손 나찬嬾㦫4) 화상 노안老安의 방계에서 나온 법손들 등등騰騰 화상/ 탄연坦然 화상/ 파조타破竈墮 화상 이상 여덟 사람은 모두 북종北宗이다. 6조에서 나온 법손들 행사行思 화상/ 하택荷澤 화상/ 혜충慧忠 국사/ 굴다崛多 삼장/ 지책智策 화상/ 본정本淨 화상/ 일숙각一宿覺 화상/ 회양懷讓 화상 이상 여덟 사람은 제41대代가 된다.
제5권 석두石頭에서 나온 법손들 태전太顚 화상/ 장자長髭 화상 이상 일곱 사람은 제43대가 된다. 천황天皇 화상에서 나온 법손 용담龍潭 화상 단하丹霞에서 나온 법손 취미翠微 화상 약산藥山에서 나온 법손들 운암雲巖 화상/ 화정華亭 화상/ 비수椑樹 화상/ 도오道吾 화상 태전太顚에서 나온 법손 삼평三平 화상 장자長髭에서 나온 법손 석실石室 화상 이상 여덟 사람은 제44대가 된다. 용담龍潭에서 나온 법손 덕산德山 화상
제20권 앙산仰山에서 나온 법손 해동海東 순지順之 왕상시王常侍에서 나온 법손 미米 화상 임제臨濟에서 나온 법손들 보수寶壽 화상/ 관계灌溪 화상 이상 다섯 사람은 제46대가 된다. 관계灌溪에서 나온 법손들 후노조後魯祖 화상/ 은산隱山 화상/ 흥평興平 화상/ 미령米嶺 화상 제47대가 된다.
허깨비는 원인도 없고 생겨남도 없으니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으로 본다. 모든 법이 허깨비 아닌 것 없으니 허깨비는 생겨남 없으니 두려워할 것도 없어라.
045_0234_b_07L幻化無因亦無生, 皆則自然見如是。
諸法無非自化生, 幻化無生無所畏。
이 석가모니불은 현겁賢劫9)의 넷째 부처님이시다. 세 겁 가운데서 처음의 천 부처님은 화광불花光佛을 시작으로 해서 비사부불毘舍浮佛이 마지막이니, 과거 장엄겁莊嚴劫10)에 성불하셨고, 중간의 천 부처님은 구루손불拘樓孫佛에서 시작하여 누지여래樓至如來가 마지막이니, 현재의 현겁에서 차례로 성불하신다. 끝의 천 부처님은 일광여래日光如來를 시작으로 수미상불須彌相佛이 마지막이니, 미래의 성수겁星宿劫11)에 성불하신다. 현겁의 시초에 향기로운 물이 가득하였는데, 천 송이의 큰 연꽃이 떠 있었다. 범천梵天의 왕들은 제4 선천禪天에서 이런 상서祥瑞를 내려다보고 서로 말했다. “지금 이 세계가 이루어지면 천 명의 현인이 세상에 나오실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현겁이라 한다.
『인과경因果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석가여래께서 성불하시기 전 큰 보살이셨을 때의 이름은 선혜善慧라고도 하고, 인욕忍辱이라고도 하였다. 공부가 다 되어 보처補處12)의 자리에 오르시어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시니, 이름을 성선聖善이라고도 하고, 호명護明이라고도 하였다. 범천의 왕들에게 보처의 수행법을 말씀하시고, 또한 시방에서 몸을 나투어 설법하시다가 때가 이르니, 곧 성불하셨다. 아래 세상의 나라 중 어디가 중앙인지를 살피시어 가비라국迦毘羅國이 가장 중심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본기경本起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가장 높으시고 가장 존귀하시니, 변두리의 험한 나라에는 태어나시지 않는다. 이 가비라국은 3천 일월의 하늘과 땅에서 가장 중심이 된다. 예로부터 여러 부처님들이 모두 여기에 나타나셨다.”
045_0234_c_01L『구사론俱舍論』에서는 “섬부주剡浮洲의 중심”이라 했고, 『산해경山海經』에서는 “신독(身毒:인도)에는 헌원씨軒轅氏가 살았다”고 하였다. 곽박郭璞의 주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것은 곧 중천축中天竺이다. 그 나라는 저절로 다섯 천축으로 나뉘었는데, 중천축은 천지의 중심으로 이름부터가 변두리가 아님을 나타내니, 중심의 뜻이 분명하다.” 『인과경因果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중천축 대하大夏의 나라에는 네 종족이 있으니, 찰리刹利 종족과 바라문婆羅門 종족과비사라毘舍羅 종족과 수다라首陁羅 종족이다.” 이중에서 찰리 왕족이 가장 존귀하여 겁초부터 대를 이어 끊이지 않았다. 나머지 세 종족은 여기에서 논의할 바가 아니요, 다만 부처님 종족만을 밝히려 함이니, 자연 다섯으로 나뉜다.
또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계가 처음 이루어졌을 때는 해와 달이 아직 없었다. 광명천光明天의 신들 가운데 복을 다 써버린 이들이 하계로 내려와 모두가 인간이 되었다. 환희식歡喜食을 먹고 살며, 몸에는 광채가 나서 멀리까지 비추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남녀ㆍ존비ㆍ친속의 차별이 없었다. 그러다 자연의 지미地味가 생겨났는데 그 맛이 꿀 같아서 간혹 맛을 보는 이가 있게 되고, 급기야 다투어 먹는 일이 생겨나면서 광채도 신통도 위엄도 모두 사라져서 속절없이 땅에 있게 되었다. 많이 먹은 이는 얼굴이 초췌해지고, 적게 먹은 이는 얼굴이 윤택해져 구별되게 되었다. 지미가 사라지고 지피地皮가 생겨나니, 지피를 먹음으로써 모든 죄악이 생겼고, 또 임등林藤13)과 멥쌀 등 여러 가지 맛있는 것이 생겼는데, 그것들을 먹음으로써 남녀의 성기가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점점 변하여 드디어 혼인 중매의 법과 애 낳는 일이 생겼다.”
『누탄경樓炭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연히 돋아난 멥쌀은 아침에 베면 저녁에 다시 돋는다.”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쌀의 길이는 네 치인데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미리 가지려 하였다. 이와 같이 서로 죽이면서 미리 가지려 한 곳에서는 쌀이 다시 나지 않았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때 중생들은 다시 나지 않는 것을 보자 제각기 근심하였고, 서로 논밭과 집을 장만하여 경계가 생겼다. 저마다 갈무리하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남의 밭의 곡식을 훔치는 이가 생겼는데, 이로 인해 싸움이 일어나도 판가름 낼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으므로 한 사람을 추대하여 평등주平等主라 부르고, 착한 이에겐 상을, 악한 이에게는 벌을 주는 일을 주관케 하고서 모두가 공동으로 그의 생활을 보장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강직한 성품에다 풍모도 점잖은 이가 있어 뭇 사람들이 믿고 복종한다기에 가서 부탁하였는데, 그가 승낙함으로써 민주民主라는 칭호가 생겨났다.”
045_0235_a_01L『누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의논하여 우두머리로 추대하고 왕이라 호칭하였는데, 법에 따라 조세租稅를 취하였으므로 찰리刹利라 이름하였다. 이는 전지주田地主를 풀이한 것이다. 이때 염부제閻浮提는 천하가 부유하고 안락하여 땅에는 푸른 풀이 돋아 공작의 털과 같았고, 8만의 고을이 서로 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즐비하였으며, 추위ㆍ더위ㆍ병고ㆍ번뇌 등이 전혀 없었다. 왕이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열 가지 선을 받들어 행하여 서로가 공경함이 마치 부자지간父子之間 같았다. 사람들의 수명은 지극히 길어서 헤아릴 수 없더니, 나중에 다른 왕들이 바른 법을 행하지 않자 그들의 수명은 차츰 줄어 1만 세에 이르렀다가 다시 지금의 1백 세에 이르렀다. 처음에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왕이 되어 차츰차츰 전하여 보살과 라후라羅睺羅에 이르러서 장손의 대는 영원히 끊기고, 나머지 종족의 지류만이 아직까지 지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이하부터는 광범위하게 전륜왕轉輪王과 속산왕粟散王14)의 계보를 서술하려 한다. 처음의 민주民主는 대인왕大人王이요, 둘째는 진보왕珍寶王이니, 이렇게 하여 제33대가 선사왕善思王이다. 이들 33왕이 대대로 이어갔으나 모두가 속산왕이었고, 이 다음은 모두가 전륜왕으로서 대대로 적자嫡子가 이어가다가보살에게 이르렀다.”
『누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진사왕眞闍王에게 파책가波迮迦라는 태자가 있었다. 풀이하면 대어왕大魚王이다.”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중천축에 포다나褒多那라는 성이 있는데 백성이 많았고, 거기에 대어왕大魚王이란 임금이 계셨다. 이 왕으로부터 대명칭왕大名稱王에 이르기까지 자손이 대를 이었으니, 그 후예들은 수효가 모두 84,272왕으로 모두가 금륜왕金輪王이었다. 마지막 두 왕이 염부제의 주인이 되었는데, 한 왕15)의 이름은 묘초왕茆草王이다. 묘초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대묘초왕이었다. 대묘초왕에게는 왕위에 오를 태자가 없어서 항상 생각하였다. ‘우리 조상은 대대로 이어오는 금륜왕의 후손인데 나는 지금 후사가 없으니, 우리 종족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가 출가를 한다면 왕의 종족이 끊길까 걱정되고, 내가 출가하지 않으면 성현의 종성種姓이 끊길까 걱정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나라 일을 대신들에게 맡기고 산에 들어가 수도하여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으니, 그 이름은 왕선王仙이었다. 왕선에게는 출가하기 전에 부인이 있었으니, 이름은 선습善襲이었다. 왕선이 아직 왕궁에 있을 때 태기가 있다가 나중에 아들을 낳았으니 대묘초왕의 후손이다. 후에 여러 대신들이 왕선의 태자인 줄 알고서 곧 추대하여 왕위에 오르게 하였으니, 이름이 차왕遮王, 또는 울마왕鬱摩王, 또는 의마왕懿摩王이었다. 왕에게 두 왕비가 있었으니, 하나는 선현善賢이요, 또 하나는 묘단정妙端正이었다. 묘단정 부인에게 네 태자가 있었으니, 첫째는 거면炬面이요, 둘째는 금색金色이요, 셋째는 상중象衆이요, 넷째는 별성別成이었다. 선현 부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장수長壽요, 얼굴은 매우 단엄하여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으나 다만 씩씩한 기상이 없어서 왕위를 이을 수가 없었다. 이에 선현 부인이 생각하였다. ‘거면을 비롯한 묘단정의 네 아들은 번성한데 나는 지금 오직 이 한 아들뿐이다. 비록 그가 단정하기는 하나 왕위를 이을 수 없으니, 어떤 방편을 써야 내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할까?’
그때 차왕이 대궐 뒤뜰에 행차하여 여러 후궁들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선현 부인이 나와서 왕께 아뢰었다. ‘저는 모든 것이 만족합니다만 오직 한 가지 소원만을 대왕께 더 청하겠으니 대왕께서 이루어 주소서.’ 왕이 대답했다. ‘그대가 원하는 바를 다 짐이 이루어 드리리다.’ 선현 부인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변하시어 후회하시면 안 되옵니다. 바라건대 맹세를 해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내가 만일 후회한다면 짐의 몸이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오.’ 선현 부인이 말했다. ‘거면 등 네 아들을 내쳐 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이 네 명의 아이들은 아무런 허물도 없는데 어떻게 내치겠소?’
045_0235_b_01L그리고는 한참 생각 끝에 자기가 이미 맹세한 후이고 그것을 어길 수 없어서 네 아들을 먼 곳으로 내쫓기로 결정하였다. 이때 네 왕자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희들 네 형제는 아무런 죄도 없는데 갑자기 다른 나라로 내쫓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왕이 말했다.
‘너희 네 형제가 아무 죄 없이 불행하게 환난을 만난 줄을 안다. 그와 같이 말하게 된 것은 나의 마음이 아니라 선현 부인의 뜻이니라.’ 이때 네 왕자를 낳은 서모庶母와 그 권속들은 이 말을 전해 듣고 급히 왕에게 가서 말했다. ‘저희들의 네 왕자가 왕의 명을 받들어 쫓겨나니 저희들도 따라가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라.’ 그리고는 네 아들에게 이어서 분부를 내렸다. ‘만일 혼인을 하려거든 다른 종족과 하지 말고 같은 종족끼리 하여 혈통을 끊이지 않게 하라.’ 이때 네 왕자는 왕의 분부를 공경히 받들고 권속들과 함께 북쪽을 향해 떠나서 사이림舍夷林에 닿으니, 거기에는 물과 땅이 풍족하였고, 언덕이나 구덩이가 전혀 없었다. 권속들과 함께 그 숲 속에서 살기 시작하니, 복덕이 많기 때문에 마침내 큰 나라가 되었다.
나중에 차왕이 생각나서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전에 내쫓은 네 명의 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신이 대답했다. ‘지금 향산香山의 북쪽, 설산雪山의 남쪽, 두 산 사이에 사이舍夷라는 숲이 있는데, 땅이 기름지고 사람들이 많아서 백성들이 장꾼처럼 모여들어 마침내 큰 나라가 되었고, 백성들이 추대하여 왕으로 모셨습니다. 성의 이름은 니구라尼拘羅이니, 옛 선인 가비라迦毘羅가 도를 이룬 곳이므로 성의 이름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이때 차왕이 이 말을 듣고 두세 번 감탄하면서 말했다. ‘내 아들은 석가釋迦로다, 내 아들은 석가로다.’
045_0235_c_01L이런 공덕을 따라 성姓을 석가라 하였으니, 석가는 능인(能仁:어질다, 인자하다)이라 번역된다. 대차왕의 네 아들 중 세 사람은 이미 죽고, 오직 넷째인 별성別成만이 남아 니구라왕尼拘羅王이라 불렸는데, 이 왕이 부처님의 조조祖祖이시다. 이 왕에게 태자가 있어 구로라왕拘盧羅王이라 불렸으니 이 왕이 부처님의 고조高祖이시며, 이 왕에게 태자가 있어 구구로왕瞿拘盧王이라 불렸으니 이 왕이 부처님의 증조이시고, 이 왕에게 태자가 있어 사자협왕師子頰王이라 불렸으니 이 왕이 곧 부처님의 할아버지이시다. 이 왕에게 네 태자가 있었으니, 첫째가 수두단나輸頭檀那이시니 정반왕淨飯王이시고, 둘째는 수구로단나輸拘盧檀那이시니 백반왕白飯王이시고, 셋째는 도로나途盧那이시니 곡반왕斛飯王이시고, 넷째는 아미도단나阿彌都檀那이시니 감로반왕甘露飯王이시다. 정반왕에게 두 태자가 있었는데, 첫째는 실달다悉達多이시니, 그가 곧 부처님으로서 4월 8일에 태어나셨고, 키가 1장 6척이었다. 둘째는 난타難陀이니, 바람을 거슬러 마당을 쓸던 사람으로서 4월 9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5척 4촌이었다. 백반왕에게 두 태자가 있었는데, 첫째는 조달調達이니 부처님의 사촌형제로서 4월 7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5척 4촌이었다. 둘째는 아난阿難이니, 부처님의 시자로서 4월 10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5척 3촌이었다. 곡반왕에게 두 태자가 있었는데, 첫째는 석마남釋摩男이니 흙을 움켜서 금을 만드는 이로서 4월 12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4촌이었고, 둘째는 아니루타阿尼樓陀이다.16) 감로반왕에게는 두 태자가 있었으니, 첫째는 파투波投이니, 출가한 분으로서4월 13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4촌이었다. 둘째는 발제자跋提子이니, 도에 든 이로서 4월 14일에 태어났고, 키는 1장 4촌이었다.”
『불본행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때에 호명護明보살이 도솔천에서 일체 중생을 교화하려는 생각을 내고는 곧 금단金團 천자天子에게 분부했다. ‘그대는 인간 세상의 여러 왕족을 잘 살펴서 내가 태어날 만한 곳을 고르라.’ 금단 천자는 보살의 분부를 받들고 관찰하였다. 관찰을 마치고서 보살에게 말했다. ‘찰리 종족으로서 구담瞿曇씨가 있습니다. 찰리의 후손으로 큰 선인인 구담을 따라 도를 배웠는데 스승의 성을 따라 구담이라 하였습니다. 구담씨는 본래 대대로 금륜왕의 종족으로서 차왕의 뒤부터는 대를 이어 가비라성에서 살았으니 가비라성은 석씨 종족의 수도입니다. 그 중에 사자협이라는 왕이 계셨고, 그 왕의 태자 중에 수두단나왕이 계시는데, 이 왕은 모든 세간과 하늘 무리들 사이에 이름이 크게 나 있으니, 보살께서 의탁하실 만합니다.’ 보살은 찬탄하였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그대는 여러 왕들의 집안을 잘도 살폈구나. 그대의 말과 같이 나는 거기에 태어나기로 결정하겠노라.’”
또 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호명보살이 하강하시려 할 때에 마야摩耶 부인이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제가 지금 여덟 가지 청정한 재계齋戒를 받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재계가 끝나자 바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어금니가 여섯 개이고, 붉은 머리에 일곱 개의 발로 땅을 버티고 황금으로 어금니를 장식한 흰 코끼리를 탄 하늘 사람이 정반왕궁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아함경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영신靈神이 어머니 태중에 의탁한 것을 미루어 보니, 중국의 주周나라 다섯째 임금인 소왕昭王이 즉위한 지 23년 계축 7월 15일쯤이 된다. 24년 갑인甲寅에 이르러 마야 부인이 비라毘羅 동산에서 즐거이 거닐다가 바라波羅나무 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보자 오른손을 들어서 가지를 휘어잡으려는데, 보살이 오른 옆구리로부터 탄생하시니, 온몸이 금빛이셨고, 상호相好를 모두 갖추고 계셨다.”
또 『보요경普曜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처음 탄생하실 때에 큰 광명을 발하셔서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셨고, 땅에서는 금빛 연꽃이 솟아 부처님의 발을 받들었다. 동ㆍ서ㆍ남ㆍ북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걷고, 사방을 살피고는 한 손으로 하늘을,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사자후師子吼로 외치셨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내가 가장 높다.’ 또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내가 태胎로 생겨날 일은 끝났으니 이것이 마지막 몸이다. 나는 이미 해탈을 얻었지만 다시 중생을 제도하리라.
045_0235_c_26L我生胎分盡, 是最後末身, 我已得解脫, 當復度衆生。
045_0236_a_01L 이 게송을 읊고 나니, 아홉 마리 용이 물을 뿜어 태자의 몸을 씻었고, 태자의 몸을 씻은 뒤에는 잠자코 말없이 세간의 아기와 같아졌다.” 또 『주서이기周書異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소왕이 즉위한 24년 갑인 4월 8일에 강과 연못물이 갑자기 불어 넘치고, 궁전과 민가와 땅이 모두 흔들리더니 오색 광채가 대미(大微:별자리 이름)로 뻗었다가 다시 사방으로 퍼졌다. 왕이 태사太史인 소유蘇由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상서祥瑞인가?’ 태사가 여쭈었다. ‘큰 성인이 서쪽에서 탄생하셨기 때문입니다.’ 다시 물었다. ‘천하에 무슨 변동이 있겠는가?’ 태사가 대답했다. ‘당장에는 없사옵고, 1천 년 뒤에는 그의 교법敎法이 이 땅에 퍼질 것입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서쪽 천축 나라 가비라성의 정반왕궁에 처음 탄생하신 징조가 이 땅에 미친 것이다.”
『십이인연경十二因緣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태자의 나이 19세가 되자 왕위도 왕비도 모두 싫어하니, 부왕은 출가할까 걱정되어 악사들에게 분부하여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으나 태자는 즐거워하지 않고 앉은 채로 3경更까지 이르니, 5백의 궁인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이때 정거천왕淨居天王이 허공에서 태자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세상에 더럽고 중생을 미혹함에 여자의 몸뚱이가 가장 으뜸이더라. 세상의 의복을 걸치면 장엄해 보이기에 바보들이 이런 쪽으로 탐욕을 낸다네.
045_0236_a_11L世間不淨衆惑迷, 無過婦人身體性, 世間衣服莊嚴故,
愚癡是邊生貪欲。
누구든지 이렇게 관찰한다면 꿈이나 허깨비요 거짓인 줄 알려니 어서 바삐 무명 버려 방종하지 않으면 마음은 해탈하고 공덕의 몸 이루리.
045_0236_a_13L是人能作如是觀, 如夢如幻非眞實,
速捨無明勿放逸, 心得解脫功德身。
또 하늘 사람이 창틈으로 합장하고 태자에게 아뢰었다. ‘떠나실 시각이 되었습니다.’ 태자는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마음에 기쁨이 일어 가만히 차닉車匿에게 분부하였다. ‘백마 건척揵陟에게 안장을 갖추어 오라.’ 네 신장神將이 발을 받들어 성을 넘어 서북쪽으로 가려는데, 태자가 다시 생각했다. ‘출가하는 이는 큰 자비가 있어야 하니 말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면 왕께서 반드시 문지기를 벌하시리라.’ 그리고는 성 서북쪽 귀퉁이에 말 발자국 하나를 남겨두어 공중으로 날아서 서북으로 갔음을 알렸다. 이는 중국의 주周나라 소왕 42년 임신壬申의 2월 8일 밤중에 해당한다.”
율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태자가 집을 떠나 마갈타국摩竭陀國의 반다산斑茶山에 이르러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생각했다. ‘무엇으로 머리를 깎을까?’ 이러한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정거천자가 얼른 체도剃刀를 받들어 올렸다. 태자가 스스로 머리채를 잡고 깎으니 정거천의 천자가 얼른 실로 짠 승가리僧伽梨를 받들어 올렸다. 그러자 전에 입었던 옷과 관冠과 백마 건척을 모두 차닉에게 주어 왕궁으로 되돌아가게 하였다. 그리고 게송을 말하여 하직의 뜻을 부왕께 전하게 하였다.
애정을 따라 오래 같이 산다 하여도 때가 되면 죽어 이별을 못 면하네. 이렇듯 무상하고 잠깐 사이임을 알았기에 나 이제 해탈의 길을 찾으렵니다.
045_0236_a_25L假便恩愛夂共處, 時至命盡會別離, 見此無常須臾間,
是故我今求解脫。
045_0236_b_01L 그때에 태자는 산에서 용맹정진으로 위없는 도를 닦고 다시 아람가람阿藍迦藍에게가서 3년 동안 불용처정不用處定17)을 배웠으나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서 곧 버렸다. 다시 울두람불鬱頭藍弗에게 가서 3년 동안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18)을 배웠으나 그것 역시 옳지 않은 줄 알자 또 버렸다.다시 상두산象頭山에 가서 다른 외도들과 같이 날마다 마맥麻麥을 먹으면서 6년을 지냈다. 고행이 끝나자 니련하尼連河에 가서 목욕을 하려는데, 지난날 고행을 너무 많이 해서 기슭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우니, 추성追成 선인仙人이 나뭇가지를 휘어서 태자의 손에 잡히게 해주었다.”
또 『인과경因果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목욕을 마치고 태자는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바짝 마른 몸으로 도를 얻는다면 외도들은 굶는 것이 열반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받아야 되겠구나.’ 태자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난타難陀와 바라내波羅奈라는 두 자매가 우유죽을 받들어 올렸다. 이에 태자가 또 생각했다. ‘어떤 그릇에다 받아먹어야 되겠는가?’ 태자가 이렇게 생각하자 사천왕이 제각기 돌 발우 하나씩을 바쳤다. 보살은 공평하게 처신해야 하므로 두 자매 모두에게서 죽을 받았고, 탐욕이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 발우를 포개 눌러 하나로 만들어 우유죽을 담으니, 얼굴도 힘도 충실해져서 정각산正覺山으로 갈 생각을 하였다.”
『본행경本行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태자는 생각했다. ‘무엇을 깔고 앉을까? 깨끗한 풀이 있어야 되겠구나.’ 태자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길에서 풀 베는 길안吉安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태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풀을 제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조금만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길안이 풀을 주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떠나갔다. 정각산正覺山에 이르자 태자의 덕이 무거워서 산이 진동하니, 산신이 나타나서 태자에게 말했다. ‘여기는 도를 이룰 곳이 아닙니다.’ 태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디가 도를 이룰 만한 곳인가?’ 산신이 대답했다. ‘여기서 마갈제摩竭提나라의 남쪽으로 16리를 가면 금강좌가 있는데, 현겁賢劫의 천 부처님께서 모두가 그 자리에 올라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셨으니, 그리로 가소서.’
그때 태자가 산을 내려오다가 눈먼 용 하나를 만났는데, 용이 태자에게 말했다. ‘보살은 도 이룰 곳을 구하시는군요?’ 태자가 물었다. ‘너는 어떻게 내가 보살임을 아느냐?’ 용이 대답했다. ‘제가 옛날 비바시불毘婆尸佛 때에 악한 비구여서 삼보三寶를 헐뜯고 비방했던 죄로 용의 무리에 떨어졌고 겸하여 눈까지 멀었습니다만, 과거의 세 부처님께서 나타나실 때마다 제 눈이 보였다가 열반에 드시면 다시 눈이 멀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대를 만나자 저의 눈이 보이니, 그대가 보살임을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태자를 금강좌로 인도하니, 태자가 그 위에 풀을 깔고서 올라앉아 서원하였다. ‘내가 위없는 보리를 이루기 전에는 맹세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라’ 하셨으니, 정각을 이루어야 부처라 이름하기 때문이다.” 『보요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2월 8일 샛별이 뜰 때에 크게 깨달으시고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별로 인하여 깨달았으나 깨달은 뒤에는 별이 아니로다. 사물을 따르지 않지만 무정함도 아니로다.
045_0236_b_26L因星得悟, 悟後非星, 不隨於物, 不是無情。
045_0236_c_01L 이는 중국의 주나라 제6대 왕인 목왕穆王 3년 계미癸未 2월 8일인데, 이때에 성도하셨으니, 이것으로써 30세에 성도하셨음을 알 수 있다. 그때에 석가여래께서 도를 이루시고는다음과 같이 설법하셨다. ‘출가한 사문은 욕심을 끊고 애욕을 버려 자기 마음의 근원을 알며, 부처의 근본 이치에 통달하여 무위의 법[無爲法]을 깨달아야 하며, 안으로는 얻을 것이 없고 밖으로는 구할 것이 없어야 하며, 마음이 도에 얽매이지 않고 업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하며, 생각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닦음도 아니요 증득함도 아니어야 하며, 모든 지위를 거치지 않고도 스스로를 높이고 공경하는 경지여야 도라고 한다.’ 어떤 비구가 물었다. ‘어떤 것이 청정한 본래의 성품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끝내 청정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본성에 대한 무지無知입니까?’ ‘모든 법은 어리석은 것이니라.’ 어떤 외도外道가 물었다. ‘유有라는 말을 묻지도 않고 무無라는 말을 묻지도 않겠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양구良久하시니 외도가 절을 하면서 찬탄했다. ‘거룩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그토록 대자대비하셔서 저를 미혹하게 한 구름을 걷어 주시어 저로 하여금 깨달음에 들게 하셨습니다.’ 외도가 물러간 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외도가 무엇을 깨달았기에 깨달음에 들었다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의 좋은 말[馬]이 채찍 그림자만 봐도 달리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설법하시면서 세상에 머무시더니 49년 후에 구시나성拘尸那城의 희련하熙連河 곁의 두 그루의 사라娑羅나무 사이에서 열반에 드시니, 나이는 79세였다. 이때는 주周의 목왕穆王 52년 임신壬申 2월 15일이었는데, 폭풍이 갑자기 일어 사람들의 집을 뒤엎고 나무를 부러뜨리고 산하대지가 모두 뒤흔들리고, 서쪽에서 흰 무지개 열두 가닥이 이 땅에 뻗어 밤새도록 걷히지 않았으니, 이것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상서였다.”
또 『열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려는데 가섭이 대중 속에 없는 것을 아시고, 여러 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이 오거든 바른 법을 펴 드날리게 하라.’ 또 말씀하셨다. ‘나에게 있는 청정한 법안法眼과 열반의 묘한 마음과 형상 없는 실상과 미묘한 바른 법을 그대에게 맡기노니, 그대는 잘 지녀라.’ 이어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2대의 법을 이어받아 끊이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법이라 하나 본래 법은 무법이요 무법이라 하나 그 법도 역시 법이다. 지금 무법을 주노니 법이라고 하는 그 법은 어느 법이런가.
045_0236_c_21L法本法無法, 無法法亦法, 今付無法時, 法法何曾法?
045_0237_a_01L 그때 가섭이 5백 명의 제자들과 함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삼매에 들었는데, 삼매 중에 갑자기 마음이 시끄럽고 온몸이 떨려 선정에서 깨어나니, 모든 산천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를 보고 여래께서 이미 열반에 드셨음을 알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우리 부처님, 큰 스승께서 이미 열반에 드신 지 7일이 지나 입관이 끝났구나. 슬프구나, 슬프구나. 어서 부처님께로 가자. 이미 다비茶毘가 끝나 부처님을 뵐 수 없을까 걱정이다.’ 그는 부처님을 공경하기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서 가지 못하고 제자들과 함께 길을 따라 바삐 걸었다. 슬퍼하며 서둘러 갔으나 7일이 지나서야 구시나성의 다비소에 이르렀다.이에 대중에게 물었다. ‘어찌하여야 큰 성인의 금관을 열 수 있을까?’ 대중이 대답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벌써 두 이레가 지나 이미 부패했을 터이니 어떻게 열겠습니까?’ 가섭이 말했다. ‘여래의 몸은 금강같이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으며 공덕의 향기는 전단산栴檀山 같으니라.’ 이 말을 하고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 부처님의 관으로 가까이 가니, 그때에 부처님께서 대비와 평등으로 가섭을 위하시므로 관이 저절로 열리어 모두 흩어지고 32상相 80種好를 띠신 순금의 자마紫磨 빛이 나는 견고한 몸이 활짝 드러났다. 이때 가섭이 더욱 슬피 울면서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 주위를 일곱 번 돌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게송을 읊으며 슬피 탄식하였다.
애달프다, 큰 성인 부처님이시여, 나 이제 심한 고통 마음에 사무칩니다. 세존의 열반이 어찌 그리 빠른가. 큰 자비는 이 몸을 기다리지 않으시네.
045_0237_a_09L苦哉苦哉大聖尊, 我今荼毒苦切心, 世尊滅度一何速,
大悲不能留待我。
내가 굴산에서 선정에 들었을 때 여래를 두루 찾았으나 어디에도 안 보였네.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미 열반하심 알고는 갑자기 마음이 떨리고 놀랐네.
045_0237_a_11L我於崛山禪定中, 遍觀如來悉不見,
又觀見佛已涅槃, 倏然心戰大振驚。
갑자기 어둔 구름 세계를 뒤덮고 산천이 한꺼번에 진동함을 보고서 여래께서 이미 열반에 드신 줄 알고 재빨리 달려 왔으나 벌써 뵐 수 없었네.
045_0237_a_12L忽見暗雲遍世界,
復睹山地大振動, 則知如來已涅槃, 故我疾來已不見。
세존의 대자비가 나에게는 안 미쳐 부처님의 임종을 나는 못 봤네. 한마디 가르침도 받잡지 못했으니 이제 나 외로워 어디에 의지할꼬.
045_0237_a_13L世尊大悲不普我, 令我不見佛涅槃, 不蒙一言相教告,
今我孤露何所依?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몹시 괴로워 마음이 어지럽고 혼란하며 캄캄합니다. 제가 지금 세존의 정수리에 예배할까요, 아니면 여래의 가슴에 슬프게 예배할까요?
045_0237_a_15L世尊我今大苦痛, 情亂迷悶昏濁心,
我今爲禮世尊頂, 爲復哀禮如來胸。
아니면 성스러운 큰 손에 예배할까요, 아니면 여래의 허리에 슬프게 예배할까요? 아니면 여래의 배꼽에 절을 할까요? 아니면 깊은 신심으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할까요?
045_0237_a_16L爲復敬禮大聖手,
爲復悲禮如來腰, 爲復敬禮如來臍, 爲復深心禮佛足。
어째서 부처님의 열반을 못 뵈었던고? 다만 저에게 예배할 곳을 보여 주소서. 여래께서 계실 때에는 모두가 편안했는데 열반에 드신 지금, 모두가 슬퍼합니다.
045_0237_a_17L何故不見佛涅槃, 唯願示我敬禮處, 如來在世衆安樂,
今入涅槃皆大苦。
애달프고도 괴로워라. 대자비로 저에게 예배할 곳 보여 주소서.
哀哉哀哉深大苦, 大悲示教所禮處。
045_0237_b_01L 그때에 가섭이 이 게송을 마치자 세존께서는 대자대비로써 두 발의 천폭륜상千輻輪相19)을 관 밖으로 드러내어 가섭에게 보이시니, 천폭륜千輻輪에서 천 줄기의 광명이 나와 시방의 온 세계를 비추었다. 그때에 가섭이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의 발을 보고서 모두 함께 부처님 천폭륜에 절을 하니, 대각세존의 금강 같은 두 발이 다시 관으로 들어가고 관은 전과 같이 봉해졌다. 그때에 여래의 대자비의 힘으로 가슴에서 불이 솟아 관 밖으로 나와 차츰차츰 다비하여 7일이 지나 묘하고 향기로운 땔감이 다하고야 끝났다. 그러나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안팎의 흰 상복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으니,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겉의 한 겹의 흰 상복이 타지 않은 것은 세속제世俗諦가 남아 있음을 뜻함이요, 둘째, 속의 한 겹의 흰 상복이 타지 않은 것은 진제眞諦가 없어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임신년壬申年으로부터 지금 당唐의 보대保大 10년 임자(壬子, 592)에 이르기까지는1,912년이요,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뒤로부터 지금 임자년까지 무릇 886년이 지났다.
마갈국摩竭國 사람이며, 종성은 바라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음택飮澤이요, 어머니의 이름은 향지香志이다. 병사왕甁沙王과 부를 겨루면 보습 하나가 모자라고, 마갈에서 부를 겨루면 천 배나 더 앞섰다. 존귀한 사람이 지녔던 패옥貝玉을 쌓아 놓고 나무 신[樹神]에게 빌고, 가난한 여인이 애지중지 지녔던 금 구슬을 얻어 탑을 웅장하게 장식하였더니, 비로소 금빛 나는 아들이 태어나 금빛 나는 아내와 짝을 맺었다. 과연 전생 인연이 맞고 오랜 소원이 맞아서 귀한 부부가 된 것이나, 정욕情欲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출가할 뜻을 품었다. 부모가 출가를 허락하자, 곧 세존께 귀의하여 큰 서원誓願을 밝히고 최상의 법을 배우고 계법을 받아 맑고 곧게 본바탕을 지켰으며, 아무런 애착도 욕심도 없이 항상 두타頭陀를 행하였다. 세존께서 살아 계실 때 앉으라 하시고 옷을 주시고 대중 앞에서 항상 제일이라 칭찬하셨다.
그때에 대가섭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다비는 끝났다. 금강 사리는 우리들의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러 왕과 대신과 장자長者와 거사 중에 최상의 복을 구하는 자가 있을 것이므로, 이때에 공양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법보法寶를 결집하여 끊이지 않게 함으로써 말세의 큰 광명이 되어 바른 법이 융성하게 이어지게 하자.” 그때에 가섭이 큰 신통으로 수미산 꼭대기에 가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제자들이여, 열반에 들기를 우선 멈추시오. 만약 신통을 얻은 이가 있다면 마땅히 결집의 마당으로 나아갑시다.
045_0237_b_16L如來諸弟子, 且莫般涅槃, 若得神通者, 當赴於結集。
이렇게 읊고는 구리종을 치니, 구리종 소리에 이 게송이 섞이어 두루 삼천대천세계에 퍼져 신통을 얻은 이는 모두가 모였다. 거룩한 대중이 매우 많이 모여, 마침내 안으로 3장藏20)을 통달하고, 밖으로는 5명明21)에 밝고, 힘은 여섯 가지 신통이 구족하고, 지혜는 네 가지 변재가 원만한 자만을 추리니, 그 수효는 전부 499명으로 모두가 왕사성 근교에 있는 기사굴산의 빈발라굴賓鉢羅窟에 모였으니, 빈발라는 칠엽암七葉巖이라 번역한다. 이때 아난은 번뇌가 다하지 못한 상태였다. 타심통의 지혜가 있는 발사跋闍 비구가 아난 사형에게 아직 탐욕과 번뇌가 있는 까닭에 성인의 무리에 끼일 수 없음을 관찰하고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 아난이 혼자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을 섬겼고 계를 범한 적도 없는데 번뇌가 다하지 못해 성인 축에 들지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밤새도록 걷다가 새벽이 되니, 몹시 피로하여 잠시 누우려는데, 머리가 목침에 닿기 전에 깨달음의 지위를 얻어 기쁨을 이기지 못한 채 곧장 빈발라굴로 가서 돌문을 두드렸다.
045_0237_c_01L그때에 가섭이 굴 안에 있다가 물었다. “누가 나의 문을 두드리는가?” 아난이 대답했다. “부처님의 시자이던 아난 비구입니다.”
“그대는 번뇌가 다하지 못했으니 들어올 수 없느니라.” “나는 이미 번뇌가 없는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대가 이미 무루無漏를 증득했다면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대중의 의문을 풀게 하라.” 그때 아난은 신통의 힘으로 문고리 구멍을 따라 들어와서 대중 축에 끼니, 5백 명의 수효가 다 찼다.
『육왕경育王經』에서 말하였다. “가섭이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제가 지금 부처님의 3장藏을 결집하려 하니, 대왕께서는 저를 위해 단월檀越22)이 되어 주십시오.’ 아사세왕이 대답했다. ‘여러 큰스님들께서는 부처님의 3장을 남김없이 결집하기 바라며, 자비를 버리지 마시어 나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사세왕이 결집의 주인이 되었다. 그때에 비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로인 대가섭에게 물었다. ‘3장 가운데서 어느 것을 먼저 결집하리까?’ 가섭이 대답했다. ‘수다라修多羅23)를 결집합시다.’ 그리고 다시 대중에게 고했다. ‘이 아난 비구는 많은 것을 듣고 잊지 않아 큰 지혜를 지녔습니다. 항상 부처님을 따라 모셨고, 여래의 청정한 범행을 닦았고, 들은 불법은 그릇의 물을 옮겨 붓듯 남김이 없어 부처님께서 총명하기로 제일이라 하셨으니, 그에게 수다라장을 결집하라고 청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대중이 묵묵히 따랐다. 이에 가섭이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법보를 선양하라.’ 아난은 공손히 분부를 받들고서 대중의 마음을 살피고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여러 비구 권속이 부처님을 여의어 초라한 것이 마치 넓은 허공에 뭇 별들만 있고 달이 없는 것 같구나.
045_0237_c_14L比丘諸眷屬, 離佛不莊嚴, 猶如虛空中, 衆星之無月。
이렇게 읊고는 여러 성인들의 발에 절하고 곧 법좌에 올랐다.” 『칠사기七事記』에서 말하였다. “그때에 아난이 법좌에 오르니 몸에 부처님 같은 존귀한 여러 상호相好가 나타나매, 대중이 이 상서를 보고 세 가지 의혹을 일으켰다. 첫째는, 부처님께서 자비하신 까닭에 열반에서 일어나 우리들에게 매우 깊은 법을 말씀해 주시는 것인가? 둘째는, 다른 세계의 부처님께서, 석가모니께서 열반에 드신 것을 아시고 우리에게 오셔서 묘한 법을 말씀해 주시는 것인가? 셋째는, 아난이 성불하여 우리들에게 설법을 하는 것인가?
이때 아난이 말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어느 성, 어느 곳에서 아무 경을 말씀하셨다. 이에 사람들과 하늘들이 절을 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아난이 법좌에서 내려와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니, 보살들은 그것이 세존의 가피력加被力이었음을 알고 모든 의혹이 풀렸다. 이때 가섭이 모든 비구들에게 물었다. ‘아난의 말이 틀림이 없는가?’ 비구들이 대답했다. ‘세존의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045_0238_a_01L그리하여 가섭이 다시 우바리優波離에게 율장을 결집하라 명했고, 다음은 가전연迦旃延에게 논장을 결집하도록 명하였다. 가섭이 곧 원지삼매願智24)三昧에 들어 결집한 3장을 관찰하니, 조금도 잘못됨이 없었다. 이로부터 유포되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아사세왕참회경阿闍世王懺悔經』에는 세 가지 아난이 있다. 첫째는 아난타阿難陀로 경희慶喜라 번역하며, 성문의 법장法藏을 지녔고, 상품의 2승법乘法도 힘과 분수에 따라 지녔다. 둘째는 아난타발라阿難陀跋羅로 경희현慶喜賢이라 번역하며, 중승中乘의 법장을 지녔고, 상품의 대승에 대하여 힘과 분수에 따라 지녔으며, 하품의 소승小乘도 겸해 지녔다. 셋째는 아난타바가라阿難陀婆伽羅로 경희해慶喜海라 번역하며, 보살의 대승법장大乘法藏을 지녔고, 하품의 2승법도 겸하여 지녔다.
또 천태교天台敎에는 네 가지 아난이 있는데, 어떻게 넷인가 하면, 첫째는 경희慶喜아난이니 장교藏敎25)를 결집했고, 둘째는 현賢아난이니 통교通敎26)를 결집했고, 셋째는 전장典藏아난이니 별교別敎27)를 결집했고, 넷째는 해海아난이니 원교圓敎28)를 결집하였다. 그 근본을 말하면 오직 하나의 금룡존불金龍尊佛이요, 그 행적을 말하면 네 아난이란 제자가 된다.
범어인 아난은 무염無染이라 번역되니, 아阿는 무無요, 난難은 염染이 된다. 이 무염이란 이름을 또 둘로 나눌 수 있으니, 첫째는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리므로 무염이라 하고, 둘째는 수행과 증득을 벗어났으므로 무염이라 한다. 번뇌를 끊어 버리므로 무염이라 한 것은 교법敎法을 전한 아난을 이르는 말이요, 벗어나서 닦아 증득하므로 무염이라 한 것은 선법禪法을 전한 아난을 이르는 말이다. 아난이 조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금란가사金襴架裟 이외에 또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조사가 불렀다. “아난아.” 아난이 대답을 하니, 조사가 말하였다. “문 밖의 깃대를 꺾어 버려라.” 아사세왕이 조사에게 설법을 청하자 조사가 그 청을 받고는 법상에 올라 한참 있다가 도로 내려오니, 왕이 물었다. “어째서 제자에게 법을 들려주시지 않습니까?” 조사가 대답하였다. “대왕님은 지위도 덕망도 크십니다.” 가섭 존자는 1승법乘法을 드날리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2교(敎:대승과 소승)를 펴서 백성들을 제도하니, 진실로 타심통他心通을 얻으셨으며, 끝끝내 나[我]라는 생각은 없으셨다. 45년 동안 세상에 설법하시면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정법안장正法眼藏을 나에게 맡기셨는데, 나는 이제 늙어 부처님의 승가리 옷을 가지고 계족산鷄足山에 들어가서 자씨(慈氏:미륵불)의 하생下生을 기다리겠다. 그대는 부처님의 분부를 잘 받들어 바른 법을 퍼뜨려서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받아라.
법을 법답게 하는 본래의 법에는 법도 없고 법 아닌 것도 없다. 어찌 한 법 안에 법과 법 아닌 것이 있을 수 있으랴.
045_0238_a_21L法法本來法, 無法無非法, 何於一法中, 有法有非法?
045_0238_b_01L 그때에 가섭이 게송 읊기를 끝내고는 왕사성으로 들어가서 아사세왕에게 하직하려 했으나 왕이 잠들어 만나지 못하였으므로 문지기에게 당부했다. “나는 계족산으로 간다고 왕에게 여쭈어라.” 『서역기西域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산의 세 봉우리가 닭의 발을 세운 것 같으므로 지어진 이름이다.” 가섭 존자가 이 산에 풀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생각했다. ‘지금 내가 이 몸에 부처님께서 주신 누더기를 입고 승가리 등을 지녔으니, 57억 6천만 년을 지나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때까지 더럽히거나 해어지지 않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마침내 산신에게 말했다.
“만일 아사세왕과 아난이 오거든 들어오게 열어 주고, 돌아가거든 다시 꼭 닫아라.”그리고는 바로 멸진정滅盡定에 드니, 땅이 사방상하四方上下로 진동하였다.
그때에 아사세왕이 꿈에 대궐의 대들보가 부러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깨니, 문 밖에 대령했던 사자使者가 아뢰었다. “대가섭이 대왕께 하직하고 계족산으로 들어가 열반에 들겠다고 왔었으나 대왕께서 주무시므로 감히 아뢰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짐은 어찌 이다지 박복하여 성인들의 열반을 뵙지 못하는고?” 곧 죽원정사竹園精舍로 가서 아난의 발에 절하고 가섭 존자가 어디에 계시는가를 물었다. 그리고는 아난에게 계족산까지 함께 가자고 하고 길을 떠났다. 왕이 산에 이르자 산이 저절로 열렸는데, 가섭은 그 안에서 온몸이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왕은 곧 여러 장사들에게 분부하여 향기로운 장작을 쌓아 다비를 하려 했으나 아난이 왕에게 여쭈었다. “마하가섭은 선정으로 몸을 지탱하고 미륵이 강탄降誕하시기까지 부처님의 승가리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그것을 전하고서야 열반에 드실 것이니, 절대로 태워서는 안 됩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갖가지로 공양하다가 슬픔이 북받치자 발에 절을 하고는 선정의 몸을 하직하고서 아난에게 왕사성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아사세왕과 아난이 산을 나서자마자 산은 예전처럼 합해졌다. 조사가 열반에 든 때는 주周의 제8대 효왕孝王 5년 병진丙辰이었다. 정수淨修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장하도다, 가섭이여. 부처님 마음을 비밀히 받았네. 몸에는 한 벌의 옷을 걸치고 입은 바다런가 천 길의 깊이로다.
045_0238_b_16L偉哉迦葉, 密傳佛心, 身衣一納, 口海千尋。
위의 있는 모습으로 짙은 미혹을 교화하여 건진다. 아직 자씨미륵불을 만나지 못했기에 우선 계족산에 입정했네.
045_0238_b_17L威儀庠序, 化導幽深, 未逢慈氏, 且定雞岑。
제2조. 아난阿難 존자
왕사성王舍城 사람이며, 종성은 찰리刹利요, 백반왕白飯王의 아들로서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다. 전생에는 금룡존불金龍尊佛이더니 금생에 여래에게 제도되어 법의 깃대[法幢]를 세우고 6만 대중을 교화하였으며, 부처의 해를 높이 달아 미혹한 무리를 널리 비추고, 널리 통달하고 잊지 않아 다문多聞 제일이었다. 조사가 거닐다가 어느 대밭 가에 이르니, 어떤 비구가 부처님의 게송을 잘못 외웠다.
사람이 1백 년을 살아도 큰 강물이 마르는 것을 보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서 그것을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
045_0238_b_23L若人生百歲, 不見水潦涸,
不如生一日, 而得睹見之。
아난이 이 말을 듣고 탄식했다. ‘세상의 어떤 범부는 뭇 부처님의 뜻은 알지도 못하고, 공연히 4위타(圍陀:베다)29)만을 쌓아 두고 있으니, 빈 몸으로 조는 것만 못하리라.’ 이렇게 탄식하고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이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다. 지금 내가 부처님의 게송을 읊으리니 들어라.”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045_0238_c_01L 그때에 아난이 상나화수商那和修에게 말했다. “여래의 정법안장을 내가 전해 받았고, 내가 이제 그대에게 전하나니, 그대는 이 가르침을 널리 펴서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는 다시 말전지末田底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예언하시기를 ‘내가 멸도한 지 120년에 계빈국罽賓國에 말전지라는 비구가 있어 불법을 크게 떨치리라’ 하셨느니라.” 그때에 상나화수가 말전지와 함께 아난 존자를 섬겼는데, 말전지는 제자가 없었고, 상나화수는 제자가 하나 있었으니, 우바국다優婆毱多라 하며, 인도 나한종羅漢宗의 우두머리였다. 그때에 아난이 법을 전하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본래 있음의 법을 전하지만 전한 뒤에는 없음의 법이라 하니라. 제각기 깨달았으니 깨달은 뒤에는 없음의 법도 없으리라.
045_0238_c_06L本來付有法, 付了言無法,
各各旣自悟, 悟了無無法。
조사가 법을 전하고는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18종류의 변화를 일으키다가 풍륜분신風輪奮迅삼매30)에 들어 몸을 네 조각으로 내어, 한 몫은 도리천忉利天에 바치고, 한 몫은 사갈라용왕沙竭羅龍王에게 바치고, 한 몫은 비사리왕毘舍離王에게 바치고, 한 몫은 아사세왕에게 바치니, 모두가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아난이 열반에 든 때는 중국 주周의 제10대 여왕厲王 12년 계사癸巳였다. 정수 선사가 찬탄하였다.
다문多聞 경희慶喜가 법의 깃발을 드높이 세웠다. 부처님의 황금 게송을 전했고 조사의 은 등불을 이었다
多聞慶喜, 高建法幢, 傳佛金偈, 繼祖銀釭。
자비는 제일이며 지혜는 견줄 이 없다. 음광여래의 후계이니 가을 강의 달빛일런가.
慈悲第一, 智慧無雙, 飮光後囑, 月印秋江。
제3조. 상나화수商那和修 존자
또는 상낙가商諾迦라 하며, 인도에서 아홉 가지로 뻗는 자연생 풀이름이다. 마돌라국摩突羅國 사람이며, 종성은 비사다毘舍多요, 아버지의 이름은 임승林勝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교사야嬌奢耶이다. 어머니의 태胎 속에서 6년 만에 태어나 얼마 안 가서 출가하니, 몸에 원래부터 걸치고 있던 옷이 저절로 9조條의 가사가 되었다. 경희의 법을 받아 널리 많은 중생을 제도한 큰 등불이었다. 그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내가 멸도한 지 2백 년 뒤에 성인이 나서 나의 법을 이으리라’ 하셨느니라.” 이 말을 마치고는 곧 삼매에 들어 타리국吒利國에 이름은 선의善意이고, 성은 수타首陀인 장자長者가 장차 세 아들을 낳게 될 것인데, 막내가 출가하여 자신의 뒤를 이어 이 가르침을 크게 드날릴 것임을 보았다.
그리고는 “나는 조그마한 신통을 부려 거기에 가 봐야 되겠다”고 하시고는 아무도 거느리지 않고 혼자서 도착하니, 장자가 절을 하고 물었다. “존자께서 멀리까지 오셨는데 무슨 소원이 있으십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나는 시자도 없고 혈혈단신이오. 제자를 얻어 불법으로 인도할 생각이오.” “저는 세속 생활을 좋아하여 출가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자식을 낳거든 스님께 드리겠습니다.” 조사가 말했다. “좋소.” 말을 끝내고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045_0239_a_01L이윽고 장자는 과연 세 아들을 얻었는데, 위로 두 아들은 출가를 원하지 않았다. 셋째인 우바국다優波毱多가 17세가 되자, 조사는 그 아버지에게 가서 말했다.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이 아이는 내가 멸도한 뒤 2백 년 후에 제4조가 되어 무수한 무리를 제도하리라’ 하셨소.” 아버지가 부처님의 예언을 듣고는 곧 존자의 말을 받들어 출가를 허락하였다. 존자가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그대는 몇 살인가?” 국다가 대답했다. “17세입니다.” “그대가 17세라 하니 불성이 17세인가?”
불성이 17세는 아닙니다.” 그리고는 다시 조사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마음이 희십니까, 머리가 희십니까?” 조사가 대답했다. “머리카락이 흰 것이지, 마음도 머리도 아니니라.” 이에 국다가 말했다. “몸이 제 홀로 17세이지, 불성이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조사의 곁에서 3, 4년 동안 있다가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성인의 과위果位를 증득하였다.
법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며, 마음도 없고 법도 없도다. 이 마음의 법을 말할 때에 이 법은 마음의 법이 아니다.자세한 것은 『보림전』에 있다.
045_0239_a_07L非法亦非心, 無心亦無法, 說是心法時,
是法非心法。具如寶林傳所說也
상나화수 존자가 열반에 든 것은 주周의 제11대 선왕宣王 23년 을미乙未였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045_0239_a_08L自商那和修滅度時,當姬周第十一主宣二十三年乙未歲矣。淨修禪師偈曰:
태의胎衣 존자여, 어두운 방의 밝은 등불이요, 인간과 하늘의 눈과 귀요, 불법 안의 팔과 다리로다.
045_0239_a_09L“胎衣尊者, 暗室明燈, 人天耳目, 佛法股肱。
마음도 아니요, 물질도 아니며 줄지도 않고 늘지도 않는다. 장하여라, 거룩한 성인이시여 깨달음의 바다의 대붕이시여.
045_0239_a_10L非心非色, 不減不增, 良哉至聖, 覺海大鵬。
제4조. 우바국다優婆毱多 존자
타리국吒利國 사람이요, 종성은 수타首陀이며, 부처님께서 예언하시기를 “선문의 넷째 조사로서 많은 중생을 제도하되, 오늘의 나와 같을 것이요, 현겁 동안에 성불하여 무상호無相好여래라 이름할 것이다” 하셨다. 17세에 출가하여 20세에 도를 이루고는 곳곳으로 다니면서 교화하다가 마돌라국摩突羅國에 이르니,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서 보름 동안 설법을 하였는데 하늘에서 때맞추어 꽃을 내리고, 땅이 솟아올라 법을 들었으며, 모두 해탈을 얻었다.자세한 것은 『보림전』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때 우바국다가 한 사람씩 제도할 때마다 네 치짜리 산가지[籌] 하나씩을 던졌는데 석실 하나에 가득하였다. 석실은 높이가 열여섯 자요, 가로와 세로도 그러하였다. 그 최후에 제도된 이의 이름이 제다가提多迦였는데, 출가할 생각이 간절하자, 조사가 물었다. “마음이 출가하는가, 몸이 출가하는가?” 제다가가 대답했다. “제가 출가하러 온 것은 몸이나 마음을 위하여 이익을 얻고자 출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사가 물었다. “몸과 마음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다시 또 누가 출가하려 하는가?” 제다가가 대답했다. “출가한다는 것은 내가 없는 까닭이고, 내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생멸하지 않고, 마음이 생멸하지 않으므로 항상합니다. 항상하기 때문에 부처님도 항상하고, 마음은 형상이 없으며, 그 몸도 그러합니다.” 조사가 말했다. “그대가 크게 깨닫는 날에는 마음이 활짝 열리리니 불법 안에서 항하恒河의 모래같이 많은 무리를 제도하리라.” 그때 우바국다 존자가 다시 말했다. “내가 이제 이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니, 그대는 잘 퍼뜨려서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받아라.”
마음은 본래부터의 마음이니 본래 마음에는 법이 없도다. 법도 있고 본래의 마음도 있으나 마음도 아니고 본래의 법도 아니라네.
045_0239_a_26L心自本來心, 本心非有法, 有法有本心, 非心非本法。
045_0239_b_01L 국다 존자가 법을 전하고는 바로 열반에 드니, 제자인 제다가가 석실 안의 산가지를 꺼내어 쌓아 놓고 불을 질러 다비하여 사리를 거두어 탑을 세우고 공양하였다.이때가 주周의 제13대 평왕平王 31년 경자庚子였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산가지가 석실에 가득하였고 시체를 마왕에 씌워 놀라게 했다. 성품이 17세가 아니니 깨달음은 찰나 사이에 있었다.
籌盈石室, 屍繫天魔, 性非十七, 悟在剎那。
제5조. 제다가提多迦 존자
마가타국摩迦陀國 사람이며, 속가에 있을 적에 아버지가 꿈을 꾸었는데, 황금 해가 지붕 위로 솟아서 큰 광명을 뿜어 어느 보배 산을 비추었고, 그 산꼭대기에서 샘이 솟고 있었다. 처음의 이름은 향중香衆이라 했다가 아버지의 이런 꿈에 의하여 제다가라고 고쳤으니, 번역하면 통진량通眞量이 된다. 우바국다 조사가 말하였다. “여래께서 그대에 관해 예언하시기를 ‘내가 열반에 든 뒤 1백 년 중에 반드시 한 사람이 도과道果를 증득하리라’ 하셨느니라.” 또한 제다가를 위해 그 아버지의 꿈을 해석했다. “보배 산은 나의 몸이요, 광명은 그대의 지혜요, 지붕 위로 솟은 것은 출가한다는 것이요, 산꼭대기의 맑은 샘은 위없는 법이니라.” 제다가가 국다의 꿈 해몽을 듣고 기뻐하면서 다음과 같이 송하였다.
높고 높은 7보의 산에서 끊임없이 지혜의 샘 솟아 참 법의 맛으로 변하니 인연 있는 무리를 모두 건진다.
045_0239_b_12L巍巍七寶山, 常出智慧泉, 迴爲眞法味,
能度諸有緣。
이에 우바국다 존자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鞠多尊者以偈答曰:
나의 법을 그대에게 전하니 큰 지혜가 나타나리라. 황금빛 해가 지붕에서 솟아 천지를 두루 비추리라.
045_0239_b_13L我法傳於汝,
當現大智慧, 金日從屋出, 照曜於天地。
그때에 제다가는 국다의 게송을 듣고 합장하고 존자의 얼굴을 우러렀다. 법을 물려받은 뒤로 여러 지방을 돌면서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였다.자세한 것은 『보림전』에 실려 있다. 그때에 미차가彌遮迦가 8천 선인의 우두머리로서 출가하기를 원하니, 제다가 존자가 말했다. “그대들이 출가하려거든 스스로 생각하되, 삭도에 의존하지 말라. 생각함에 따라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깨끗해질 것이요, 부처님을 깊이 공경함으로써 옷에서 가사가 생기어 단상檀相으로 변할 것이다.” 그때에 선인들이 제각기 부처님을 생각하고 공경한 까닭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저절로 깎기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으며, 마음이 수행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 모두가 거룩한 과위를 얻었다. 그때에 제다가가 미차가에게 말했다. “여래께서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전하셨고, 이렇게 전해지고 전해져 나에게 이르렀는데, 내가 이제 이 법안을 그대에게 전하나니, 나의 게송을 들어라.”
몸은 형상이 아니요 진리는 언어표현[齒牙]을 넘어선다. 간 곳마다 중생을 돕거니 어찌 헛됨이 있으랴.
體非形相, 理出齒牙, 隨方利物, 豈有匏瓜。
045_0239_c_01L 제6조. 미차가彌遮迦 존자
중인도中印度 사람이며, 제다가의 법을 전해 받았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미차가가 법을 받고서 이곳저곳을 돌며 교화를 폈는데, 무리 가운데 바수밀波須密이란 이가 있다가 출가할 뜻을 밝혔다. 이때 제다가 존자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적에 북천축에 이르러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열반한 지 3백 년이 지나서 이름은 바수밀이고, 종성이 바라타波羅墮인 성자가 이 땅에 태어나 모든 조사 가운데서 일곱째가 되리라’ 하셨는데,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어떤 예언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어서 출가하여 더러운 그릇을 버리고 성스러운 과위를 증득하도록 하라.” 그때에 바수밀이 술그릇을 버리고 합장하고 절을 하면서 지난 일을 스스로 깊이 깨달아 알게 되었다. “제가 지난 세상 한량없는 겁 동안에 제7불께 보좌를 보시하였더니, 저에게 예언하시기를 ‘현겁賢劫 동안에 부처가 되어서 선문禪門 조사 가운데서 일곱째가 되리라’ 하셨는데, 존자의 말씀을 들으니, 옛 인연이 깊이 깨달아져 마치 잠을 깨서 보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존자께서는 큰 자비로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그때에 미차가가 곧 출가하게 하고, 계를 주었다. 할 일을 다 끝냈음을 스스로가 깊이 깨닫고는 법을 전하고 게송을 읊어 주었다.
북천축 사람이며, 미차가의 법을 전해 받고는 혼자 다니면서 덕화를 펴 많은 중생을 제도하다가 가마라국迦摩羅國에 이르러 큰 불사가 벌어졌는데, 그 자리 앞에 불타난제佛陀難提라는 큰 학자가 나서서 물었다. “진리를 토론할 줄 아십니까?” 조사가 대답했다. “토론한다면 진리가 아니요, 진리라면 토론할 수 없다. 만일 토론한다면 끝내 진리를 토론하는 것이 아니니라.” 불타난제가 조사의 이 말을 듣고 마음 깊이 공경하고 승복하여 출가하기를 원하니, 조사가 허락하여 계를 주었고, 이어 과위를 증득하자 법을 전하면서 게송을 말했다.
마음이 허공계와 같아서 허공과 같은 법을 보여 주노라. 허공을 증득할 때에는 옳은 법도, 그른 법도 없으리.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045_0239_c_23L心同虛空界, 示等虛空法, 證得虛空時, 無是無非法。具如本傳
바수밀 존자가 열반에 든 때는 주周의 제21대 정왕定王 19년 신미辛未였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045_0239_c_25L自波須密入定時,當此土姬周第二十一王定王十九年辛未歲矣。淨修禪師讚曰:
조사 바수밀이 미차가의 제자가 되었네. 미혹과 깨달음이 본래 같으니 너와 나가 하나이다.
045_0239_c_26L祖婆須密, 入彌遮室, 迷悟本如, 物我冥一。
손에는 술잔을 들었고 머리에는 부처의 해를 이었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며 누가 얻고 누가 잃었는가.
045_0239_c_27L手攜酒器,
頂擎佛日, 奚是奚非, 誰得誰失。
045_0240_a_01L 제8조. 불타난제佛陀難提 존자
가마라국迦摩羅國 사람이며, 성은 구담바瞿曇波이다.태어날 때부터 정수리에 구슬이 있었는데 구슬 빛이 아주 찬란하였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야 바수밀을 만나 출가하게 되었고, 이내 성스러운 과위를 증득하고서 유행遊行하면서 교화를 폈는데, 제가국提迦國에 이르자, 복타밀다伏馱密多라는 사람이 조사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부모도 나의 친한 이가 아니거니 누가 나의 가장 친한 이인가? 모든 부처님도 나의 도가 아니거니 누가 나의 가장 옳은 도인가?
045_0240_a_04L父母非我親,
誰爲最親者, 諸佛非我道, 誰爲最道者?
이에 조사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師曰:
그대의 말이 마음과 친하면 부모와 견줄 바 아니요 그대의 행이 도와 합하면 모든 부처님의 마음과 하나가 된다.
045_0240_a_05L汝言與心親, 父母非可比, 汝行與道合, 諸佛心卽是。
밖으로 형상 있는 부처를 구한다면 법과는 비슷하지도 못하거니와 그대의 근본 마음을 안다면 합함도 아니요 여읨도 아니리.
045_0240_a_06L外求有相佛, 與法不相似, 若識汝本心, 非合亦非離。
그때에 복타밀다가 존자의 이런 묘한 설법을 듣고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정중히 예를 올리니, 존자가 출가하게 하고, 이어 성인들에게 명하여 구족계를 주게 하였다. 그때에 불타난제 조사가 복타밀다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대법안을 가섭에게 전하셨고, 한 사람 한 사람 거쳐서 내가 여덟째가 된다. 그대는 법보를 받아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제가국提迦國 사람이며, 종성은 비사라毘舍羅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불타난제에게 법을 받고는 중인도에 가서 크게 불사를 일으켜 뭇 대중과 많은 중생들을 교화시켰다. 그 중에 향개香蓋라는 장자가 있었고, 그에게는 난생難生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조사에게 출가하기를 원했다. 조사가 받아들여 주니, 부지런히 수행하여 옆구리를 바닥에 대지 않았으므로 협脇 존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때에 복타밀다가 난생 비구에게 말했다. “여래께서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전하셨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전하여 지금의 나에게 이르렀고,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이 법장을 전하려 하니, 그대는 잘 간수하여 끊이지 않게 하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복타밀다 존자여,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50세까지 말을 않고 50세까지 걷지 않았다.
045_0240_b_01L伏馱密多, 大器晩成, 五十不語, 五十不行。
045_0240_b_01L
문득 큰 스승을 만나 홀연히 무생無生의 법을 증득했네. 벼랑의 소나무는 지조가 있지만 하늘 나는 물수리는 정해진 길이 없다네.
俄逢大士, 倏契無生, 崖松有操, 鶖鶚無程。
제10조. 협脇 존자
중인도 사람이며, 복타밀다의 법을 받고 널리 많은 중생들을 두루 교화하였다. 화씨국花氏國에 이르니, 보신寶身이라고 하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고, 막내아들이 이름이 부나야사富那耶奢였다. 그가 존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출가하기를 원하는데 제도하여 주십시오.” 존자가 곧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니, 이내 과위에 올랐다. 이에 법을 전하고 게송을 말했다.
거룩한 협 존자여, 사랑과 미움을 초월하였네. 도량은 허공과 같고 그 도덕은 산뜻하였다네.
045_0240_b_11L脅大尊者, 愛憎網撦, 量等虛空,
道唯蕭灑。
참 본체가 자연스러워서 참에 의하여 서술하니 넓고 아득한 세상에 뜻의 말을 내달린다.
眞體自然, 因眞舒寫, 約世蒼莣, 奔騰意馬。
제11조. 부나야사富那耶奢 존자
화씨국花氏國 사람이며, 성은 구담瞿曇씨이다. 형제 7명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마음이 밝고 두루 통달하여 구하는 바가 없었다. 법을 받은 뒤에 널리 퍼뜨리면서 차례차례 여러 곳을 다니며 교화하였다. 바라나波羅奈라는 성에 이르러 마명馬鳴이라는 장자를 만났는데, 그가 조사에게 물었다. “저는 부처를 알고 싶은데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그대가 부처를 알고자 하는데 알지 못하는 바로 그것이니라.” 마명이 말했다. “부처를 알지도 못하는데 어찌 그것인 줄은 알겠습니까?” “그대가 알지 못한다면 어찌 아닌 줄을 알겠는가?” “이는 톱의 이치[鉅義]입니다.” “그것은 나무의 이치니라.” 존자가 반대로 물었다. “톱의 이치란 무엇인가?” 마명이 대답했다. “스승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마명이 반대로 물었다. “나무의 이치란 무엇입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네가 나에게 쪼개진 것이니라.” 이때 마명은 이러한 조사의 뛰어난 이치를 듣고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여 출가할 결심을 하였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본래 남에게 법을 전하는 뜻은 해탈의 이치를 말하기 위함인데 법에는 실제로 증득할 바 없으니 마지막도 시작도 없는 것일세.
045_0240_c_27L本對傳法人, 爲說解脫理, 於法實無證, 無終復無始。
이 조사가 열반에 든 것은 전한前漢의 제4대 문제文帝 19년 경진庚辰이었다. 정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045_0240_c_28L此師滅度時,當此土前漢第四主文帝十九年庚辰歲矣。淨修禪師讚曰:
045_0241_a_02L 가나제바 존자여, 덕이 우뚝하여 우러를수록 높구나.
향기로운 코끼리를 제자리걸음하게 하고 황금털 사자를 물러나게 하네.
045_0241_a_02L迦那提婆, 德岸彌高,
迴旋香象, 吹㰦金毛。
기봉機鋒이 빠름은 벼랑의 번개요 웅변이 도도함은 가을철 파도일세. 처음도 마지막도 깨달을 바 끊으니 국왕의 칼날도 겁내지 않았네.
045_0241_a_03L機迅巖電, 辯瀉秋濤, 始終絕證,
勿悞王刀。
제16조. 라후라羅睺羅 존자
그는 비라국毘羅國 사람이며, 종성은 범마梵摩요, 아버지의 이름은 정덕淨德이다.자세한 것은 본전(『보림전』)에 있다. 그때에 승가난제僧伽難題가 조사에게 물었다. “법은 증득할 것이 있습니까? 취하거나 버릴 것이 있습니까?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입니까? 안이나 밖이 있습니까? 바라건대 존자께서는 자비로써 설명해 주십시오.” 그때 존자가 게송으로 대답해 주었다.
2)천자(天子:황제)의 묘제廟制로서 1~7세世까지 7대의 신위를 모시는 차례이다. 신위의 순서는 1세인 태조를 묘당廟堂의 중앙에 모시고, 왼쪽을 소昭라 하여 2세ㆍ4세ㆍ6세의 신위를 모시고, 오른쪽을 목穆이라 하여 3세ㆍ5세ㆍ7세의 신위를 모셨다.
3)고려대장경 원문에 ‘복타밀다伏陁密多’로 씌어 있으나 이후에는 모두 ‘복타밀다伏䭾密多’로 씌어 있다.
4)고려대장경 원문에 ‘나찬嬾㦫’으로 씌어 있으나 이후에는 모두 ‘나찬懶㦫’으로 씌어 있다.
5)본문 제4권에는 ‘시려尸黎’ 화상으로 씌어 있다.
6)본문 제9권에는 ‘서현栖賢’으로 씌어 있다.
7)본문 제19권에는 ‘대수大隨’로 씌어 있다.
8)인도의 네 가지 사회계급 중 하나이다. ①바라문婆羅門은 바라문교의 사제자, ②찰제리刹帝利는 백성을 지배하는 왕족, ③폐사吠舍는 농공상의 서민, ④수다라首陀羅는 노예를 말한다.
9)현재의 1대겁大劫은 세계가 형성되어[成]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住] 이윽고 변화하기 시작해서[異] 끝내는 무너지는[滅] 네 단계의 겁으로 되어 있는데, 그 1대겁을 현겁이라 하며, 이 대겁 동안에 수많은 현인賢人이 나와 중생을 제도하므로 현겁이라고 한다.
10)현겁 이전에 있던 과거의 겁劫의 이름. 이 장엄겁 동안에 화광불華光佛로부터 비사부불毘舍浮佛에 이르는 1천의 부처님이 나셨다고 한다.
11)현겁이 지난 다음에 오는 겁의 이름. 이 성수겁 동안에는 일광불日光佛로부터 수미상불須彌相佛에 이르는 1천의 부처님이 나오신다고 한다.
12)부처님의 처處를 보충하는 뜻으로 전前 부처님께서 멸하신 뒤에 부처님이 되어 그 처를 보충하는 것. 석존을 이어서 성불하는 보살, 보살의 최고위를 말한다.
13)아주 섬약纖弱한 푸른 싹을 말한다.
14)변방에 흩어져 있는 소국小國의 왕을 가리킨다.
15)고려대장경에는 없으나 내용상 보입補入하였다.
16)고려대장경에 둘째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었으므로 번역자가 보입補入하였다.
17)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이라고도 한다.
18)앞의 불용처정과 같은 일체의 무소유상無所有想의 자리도 초월하여 표상表象이 있는 것도 아니고 표상이 없는 것도 아닌 삼매의 경지를 비상비비상처라고 하며, 그러한 경지에 들기 위한 선정을 비상비비상처정이라고 한다.
19)부처님이 갖추고 있는 32상相 중의 하나로 발바닥에 있는 무늬를 말한다.
20)불교 전적의 총칭으로, 경장經藏ㆍ율장律藏ㆍ논장論藏을 말한다.
21)인도에서는 학문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 다섯 가지를 5명이라 한다. 즉 다섯 가지 학문이란 뜻이며, 이때 ‘명明’은 사물을 밝힌다는 뜻으로 구명究明ㆍ증명證明이란 뜻이다. 그 다섯은 성명聲明ㆍ공교명工巧明ㆍ의방명醫方明ㆍ인명因明ㆍ내명內明이다.
22)단나檀那라고도 한다. 시주施主를 일컫는다.
23)경 또는 계경契經ㆍ진설眞說ㆍ성교聖敎ㆍ법본法本ㆍ선어경善語經이라 한역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을 후세에 전하는 장구章句이다.
24)원하는 대로 생기는 묘지妙智로, 여래에게 갖추어져 있는 덕의 하나다.
25)천태종에서는 중생 교화를 위한 가르침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그 중의 첫째 단계의 가르침으로, 불교 교리의 초보적 단계로 간주되는 이 단계의 가르침에는 공空의 참뜻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해서 비판을 받기도 한 가르침이다.
26)천태종에서 말하는 교화의 네 단계 중 둘째 단계의 가르침. 3승, 즉 성문ㆍ연각ㆍ보살에 통하는 가르침으로 대승의 초입문에 해당하며, 『열반경』이 그러한 가르침에 속한다.
27)통교에 이어 셋째 단계. 보살만을 위한 가르침으로서 점차로 수행하며 단계적으로 깨달아 이윽고 부처가 되는 가르침. 네 가지 가르침 중 앞의 둘과 뒤의 하나와 다르기 때문에 별교라고 하는데, 공空에서 가유假有의 세계인 현실 세계에 이르러 그 무량한 모습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자재하게 대응함을 설하는 가르침. 『화엄경』이 이에 속하는 경이다.
28)넷째 단계의 가르침으로 원만하고 완전한 가르침을 말한다.
29)고대 인도의 바라문교의 근본성전根本聖典을 총칭한다. 4베다란 리그 베다, 사마 베다, 야주르 베다, 아달바 베다의 네 가지를 말한다. 이것은 제사의 성격에 따라 제관祭官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제관이 관장하는 종류에 따라 구별한 것이다.
30)일체의 번뇌를 깨뜨리는 삼매. 마치 바람이 자재하게 움직이는 것과 같이 번뇌를 자재하게 깨뜨리므로 얻어진 이름이다. 풍륜삼매風輪三昧라고도 한다.
31)5통通ㆍ5신변神變이라 한다. 다섯 종류의 부사의하고 자재하며 묘한 작용으로,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숙명통宿命通ㆍ타심통他心通ㆍ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