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07_1179_a_01L
분신왕문경 번역기(奮迅王問經飜譯記)
007_1179_a_01L奮迅王問經翻譯之記


모든 보살은 공덕을 두루 닦는데, 덕에 의거하여 이름을 세우면 자호(自號)가 평등하고, 드러난 것을 따르면 칭호가 같지 않다. 설법에 있어서 질문과 토론은 대부분 자신의 자(字)에 의거하기 때문에 분신왕(奮迅王)이 분신법을 묻자 여래께서 네 가지 종류의 분신을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분신을 갖출 수 있다면 온갖 것에서 분신을 할 수가 있다.
007_1179_a_02L一切菩薩功行普修依德立名字號平等隨所顯發稱謂不同說法問論多依自字故奮迅王問奮迅法如來爲說四種奮迅其有人能具此奮迅則於一切皆能奮迅
위(魏) 상서령(尙書令) 의동(儀同) 고공(高公)이 지금 이 네 가지 종류의 분신으로써 온갖 곳에서 두루 분신하려고 했기 때문에 잘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을 집의 윗자리에 모시고 이 네 가지 종류의 분신법을 번역해 내었다.
007_1179_a_07L魏尚書令儀同高公今欲以此四種奮迅於一切處普奮迅故置能譯人在宅上面出此四種奮迅法門
사문 담림(曇林)과 구담류지(瞿曇流支)가 흥화(興化) 4년 세차(歲次) 임술(壬戌), 월건(月建) 재신(在申), 삭차(朔次) 을축(乙丑), 갑오(甲午) 날에 패엽경(貝葉經)을 열어 처음으로 번역하였다.
모두 1만 8,341자이다.
007_1179_a_10L沙門曇林瞿曇流支興和四年歲次壬戌月建在申朔次乙丑甲午之日啓夾創筆凡有一萬八千三百四十一字


분신왕문경(奮迅王問經) 상권
007_1179_a_13L奮迅王問經卷上


원위(元魏) 바라문(婆羅門) 구담(瞿曇) 반야류지(般若流支) 한역
이진영 번역
007_1179_a_14L元魏婆羅門瞿曇般若流支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07_1179_a_15L如是我聞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사바제성(舍波提城) 기타수림(祇陀樹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 2만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한 생만 지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게 되는 보살마하살 만 명과 미륵보살(彌勒菩薩)ㆍ덕대세보살(德大勢菩薩)ㆍ사자의보살(師子意菩薩)ㆍ사자당보살(師子幢菩薩)ㆍ대당보살(大幢菩薩)이 상수가 되었다.
007_1179_a_16L一時婆伽婆住舍婆提城祇陁樹林給孤獨園與大比丘衆二萬人俱菩薩摩訶薩一萬人一生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彌勒菩薩德大勢菩薩師子意菩薩師子幢菩大幢菩薩等而爲上首
그때 대중 가운데 분신왕(奮迅王)이라는 보살마하살이 큰 모임에 자리하고 있었다.
007_1179_a_21L爾時衆中有一菩薩摩訶薩名奮迅王在大會
007_1179_b_02L세존께서는 그때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권속에게 에워싸여 그들이 공경스레 바치는 공양을 받으시고는, 대승(大乘)을 실천하는 자가 닦고 행할 법을 말씀하셨다.
007_1179_b_02L爾時世尊無量百千眷屬圍遶敬供養而爲說法謂大乘者之所修行
이때에 분신왕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오른쪽 어깨에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머리를 발에 대고 예를 올리고 나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여래(如來)ㆍ응(應)ㆍ정변지(正遍知)께 여쭤 볼 것이 좀 있사온데, 세존께서는 부디 저를 위해 해설해 주십시오.”
007_1179_b_03L爾時奮迅王菩薩摩訶薩從坐而起整服右肩右膝著地合掌向佛頭面禮足白言世尊我於今者欲以少法問於如來正遍知唯願世尊爲我解說
부처님께서 분신왕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분신왕아, 마음대로 묻거라. 내가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네가 질문한다면 너의 마음과 뜻을 따라 그때그때 묻는 대로 이러이러하게 내 너에게 설하여 너의 마음을 기쁘게 하리라.”
007_1179_b_08L佛告奮迅王菩薩摩訶薩言迅王恣汝所問我爲汝說奮迅王若問者隨汝心意彼彼所問如是如是我爲汝說令汝心喜
분신왕보살이 말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고자 하옵나이다.”
007_1179_b_11L奮迅王菩薩如是世尊願樂欲聞
분신왕보살이 이미 허락을 받고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께 말하였다.
“어떻게 해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분신(奮迅)1)하옵나이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중생을 위하여 이 대승을 설하여 저 분신으로 모든 마군과 교만한 사람과 다투는 사람과 일체 분별희론을 즐기는 사람을 무찔러, 그들을 대승에 머물게 하고 큰 원을 만족하게 하고 계행이 성취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할 수 있습니까?”
007_1179_b_12L奮迅王菩薩旣蒙聽許心大歡喜白佛言世尊何諸菩薩摩訶薩大乘奮迅復爲衆生說此大乘以彼奮迅破一切魔切慢人一切諍人一切分別喜樂見令住大乘大願滿足戒行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007_1179_c_02L부처님께서 분신왕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분신왕이여. 훌륭하다, 분신왕이여. 그가 지금 여래께 이와 같은 뜻을 잘 물었으니 잘 기억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대 분신왕아,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기억하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저 보살과 저 대승분신을 분별하여 해설할 것이며, 다시 중생을 위하여 이 대승을 설하여 저 분신으로 모든 마군과 교만한 사람과 일체 분별희론을 즐기는 사람을 무찔러 그들을 대승에 머물게 하고 큰 원을 만족케 하고 계행이 성취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리라.”
007_1179_b_18L佛告奮迅王菩薩摩訶薩言善哉善奮迅王善哉奮迅王汝今善能問於如來如是之義當善憶念汝奮迅王諦聽諦聽善思念之我今爲汝分別解說如菩薩如大乘奮迅復爲衆生說此大乘以彼奮迅破一切魔切慢人一切分別喜樂見人令住大大願滿足戒行成就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분신왕보살이 말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007_1179_c_05L奮迅王菩薩言如是世尊願樂欲聞
부처님께서 분신왕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분신왕아, 네 가지 분신이 있다. 어떤 것이 넷인가? 첫째는 계분신(戒奮迅)이고, 둘째는 통분신(通奮迅)이며, 셋째는 지분신(智奮迅)이며, 넷째는 혜분신(慧奮迅)이다.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네 가지 분신이다.
007_1179_c_06L佛告奮迅王菩薩摩訶薩言奮迅王有四種奮迅何等爲四一者戒奮迅二者通奮迅三者智奮迅四者慧奮奮迅王此是菩薩四種奮迅
분신왕아, 어떤 것이 계분신인가? 보살이 계를 구족하는 것이다.
007_1179_c_10L奮迅何者戒奮迅此菩薩戒具足
즉 이지러지지 않는 계ㆍ구멍나지 않는 계ㆍ잡되지 않는 계ㆍ분별하지 않는 계ㆍ후회하지 않는 계ㆍ훼방하지 않는 계ㆍ뜨겁지 않은 계ㆍ잘 보호하는 계ㆍ지혜로 찬탄하는 계ㆍ도를 따르는 계ㆍ다른 법을 성취하는 계ㆍ일체 법을 보호하는 계ㆍ기뻐하고 사랑하는 계ㆍ모든 유위의 도를 의지하여 생하지 않는 계ㆍ사마타에 안주하는 계ㆍ비바사나에 따르는 계ㆍ깊은 법으로 해탈하는 계ㆍ물러나지 않고 통하는 계ㆍ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의 계ㆍ청정하고 적정한 계ㆍ불법승을 설하는 계ㆍ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는 계ㆍ자비로 보호하는 마음의 계ㆍ대비에 근본 하는 계ㆍ믿음이 청정한 계ㆍ몸가짐이나 외모를 분별하지 않는 계ㆍ청정한 행을 닦는 공덕의 계ㆍ복과 덕의 밭이 되는 계ㆍ필경에 깨끗한 계ㆍ여래의 종자를 끊지 않는 계ㆍ법의 종자를 보호하는 계ㆍ성스러운 스님을 보는 계ㆍ보리심에 잘 안주하는 계ㆍ6바라밀에 머무는 계ㆍ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신족(神足)ㆍ근(根)ㆍ력(力)ㆍ보리(菩提)ㆍ8성도(聖道)를 수행하는 계ㆍ보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법[菩提分法]을 내는 계를 말한다.
007_1179_c_11L缺戒不穿戒不雜戒不分別戒不悔不毀戒不熱戒善護戒智讚戒道戒成就他法戒護一切法戒喜愛不依一切有道生戒安住奢摩他隨順毘婆舍那戒深法解脫戒退通戒空無相無願戒淸淨寂靜戒說佛法僧戒不捨一切衆生戒慈護心戒大悲根戒信淸淨戒不分別威儀戒頭陁功德戒福德田戒畢竟淨不斷如來種戒護法種戒見聖僧善住菩提心戒六波羅蜜住戒行念處正勤神足根力菩提八聖道生一切菩提分法戒
007_1180_a_02L분신왕아, 보살이 이와 같이 계를 구족해 마치고 큰 원을 성취하면 그가 말하는 무슨 원이든 계에 갖추어진다. 겁이 다 탈 때 불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데, 보살이 ‘이 불이 고요히 멸해지리다’고 말하면 불이 곧 고요히 멸한다. 만일 이 삼천대천세계에 물을 가득 차게 하고싶으면 물이 바로 가득 차며, 꽃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면 곧 뜻대로 가득 차게 되며, 보배를 가득 채우고자 한다면 즉시 일체 진기한 보배가 그 가운데 가득하게 된다.
또 항하강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세계 속에 있는 모든 수미산들을 하나의 산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바로 하나의 산이 된다.
007_1179_c_24L奮迅王菩薩如是戒具足已大願成彼云何願戒具菩薩劫盡燒時滿三千大千世界若如是願此大寂火卽寂滅若欲令水滿此三千大千世界水卽充滿欲令華滿卽隨意滿欲令寶滿卽時滿中一切珍寶若欲令恒河沙等諸世界中須彌山王彼一切山爲一山者卽爲一山
분신왕아, 보살이 이와 같이 계를 구족해 마치고는 만일 저 항하강의 모래와 같이 많은 모든 세계 속에 있는 큰 바다들을 하나의 바다로 만들고자 한다면 바로 하나의 바다가 된다.
007_1180_a_09L迅王菩薩如是戒具足已若欲令彼恒河沙等諸世界中所有大海彼一切海爲一海者卽爲一海
그는 계의 힘에 안주하여 마음에 원하는 대로 모두 다 성취하며, 생각하는 것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분신왕아, 계에 안주하는 보살은 이와 같이 분신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에 안주하여 원하는 대로 성취하였다면 그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한다.
007_1180_a_12L彼住戒力隨心所願皆悉成就一切所念無不隨意奮迅王住戒菩薩如是奮迅人住戒隨願成就所謂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분신왕아, 과거 오랜 옛날 아승기겁, 생각하거나 의논하지 못할 한량없는 큰 겁을 지나 광명무구광왕(光明無垢光王) 여래ㆍ응(應)ㆍ정변지(正遍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 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007_1180_a_16L奮迅王過去久遠過阿僧祇阿僧祇劫無量大劫不可思議——彼時有佛曰光明無垢光王如來正遍知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出現於世
분신왕아, 그때 광명무구광왕여래 법 가운데 금강제(金剛齊)라는 보살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계의 힘에 안주하여 청정한 계를 잘 닦았다. 저 금강제 보살이 고요한 처소에서 경행(經行)하고 정진하며 성인의 법 닦기를 즐겨 하여 부처님 법을 원만하게 하고자 하였다.
007_1180_a_21L奮迅王時光明無垢光王如來法中有一菩薩名金剛齊安住戒力善淸淨戒彼金剛齊阿蘭若處經行精進樂修聖法欲滿佛法
007_1180_b_02L저 금강제가 이와 같이 관찰하였다.
‘모든 법을 분별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물건을 기뻐하거나 즐기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번뇌를 고요히 멸해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몸과 거울에 나타난 모양이 평등한 줄 알아야만 계라 할 수 있다. 말과 메아리 소리를 평등하게 여겨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마음과 법이 허깨비와 같아 다름이 없는 줄 관찰해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 두 가지를 둘로 여기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다.
007_1180_a_25L彼金剛齊如是觀察若不分別一切法者乃得名戒若不喜樂一切物者乃得名戒若能寂滅一切煩惱乃得名戒若身鏡像平等知者乃得名戒若於語言響聲平等乃得名戒若觀心法如幻無異乃得名戒若善不善二法不二乃得名戒
깨끗하지 못하다는 관찰로 탐욕을 없애 버려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자비의 관찰로 성내는 마음을 없애 버려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지혜로 어리석음을 없애 버려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분별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분별하는 견해로 일체 법을 분별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다. 나라는 견해ㆍ중생이라는 견해ㆍ일정한 수명을 가진다는 견해ㆍ부가라(富伽羅:보특가라, 업을 짊어지는 주체로서 개개의 중생)라는 견해ㆍ그리고 항상 하다는 견해가 없어야 계라 할 수 있다.
007_1180_b_07L若不淨觀除滅貪欲乃得名戒若慈悲觀除滅瞋乃得名戒若以智慧滅除愚癡乃得名戒若不分別貪欲乃得名戒若分別見一切諸法不分別者乃得名戒若非我見非衆生亦非命見富伽羅見亦非常見得名戒
그 어느 법에도 화합하지 않는 행이라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그 어느 것에도 마음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삼계(三界)에 마음이 의지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법이 나지 않음을 믿어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마음으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믿고 이해해야 계라 할 수 있다.
재물과 이익과 공양을 희망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공(空)을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모양 없음을 닦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소망이나 구하는 것을 떠나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많은 계가 있어도 마음에 취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다.
007_1180_b_14L若一切法不和合行乃得名若於一切心不驚怖乃得名戒於三界心不依止乃得名戒若信諸法一切不生乃得名戒若心信解不生法忍乃得名戒若不悕望財利供乃得名戒若不畏空乃得名戒修無相乃得名戒若離願求乃得名若於戒聚心不取戒乃得名戒
007_1180_c_02L자신이 많은 계를 지녔다 하여 스스로 뽐내며 다른 사람을 능멸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모든 입〔入:근(根)〕에 대해 찬탄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경계를 만나도 행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다.
5음(陰)과 법음(法陰)에 평등해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계속의 법계가 평등해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다투거나 송사하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착한 모든 법을 쉬지 않아야만 계라 할 수 있으며, 필경에 일체 법이 다 적멸한 줄 알며 적멸한 줄 알고 나서 몸소 바른 행을 해야만 계라 할 수 있다.’
007_1180_b_21L不自戒持聚自高陵蔑他人乃得名若於諸入不讚嘆者乃得名戒於境界不行不著乃得名戒若於五法陰平等乃得名戒若於界中法界平等乃得名戒若不諍訟乃得名若不休息一切善法乃得名戒畢竟知一切諸法皆悉寂滅知寂滅已身則正行乃得名戒
분신왕아, 그때 금강제보살이 이와 같은 법으로 계를 성취해 머물고 성인의 법을 수행하며, 정진을 부지런히 행하며, 바른 관찰을 떠나지 않았다.
007_1180_c_06L奮迅王爾時金剛齊菩薩以如是法住戒成就行聖法勤行精進不離正觀
그때 가림[遮見]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군이 있었는데, 저 비구가 이와 같은 법으로 계를 성취해 머물고, 성인의 법을 수행하며, 정진을 부지런히 행하며, 바른 관찰을 떠나지 않으며, 이와 같이 경행하는 것을 보고는 8만 4천 마군의 무리에게 갑옷을 입혀 모두 거느리고 몸을 숨긴 채 비구의 처소에 이르러 틈을 엿보며 천 년 동안이나 비구의 행동을 따랐다. 그 마군이 천 년 동안이나 그렇게 했으나 저 비구의 마음을 한 생각도 어지럽힐 수 없었다. 저 마군이 이렇게 그의 마음이 어지러운지를 엿보다가 만일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게 되면 곧장 장애(障碍)를 주어 두렵게 하고 뇌란 하려 하였다.
007_1180_c_08L魔子名見彼比丘以如是法住戒成就行聖法勤行精進不離正觀如是經將諸軍衆八萬四千——一切著鉀隱其身——到比丘所而求其便經一千年隨比丘行彼魔如是於一千年彼比丘無有一念亂心可得彼魔如是伺其心亂若得亂心則與障礙惱亂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그의 군사들과 함께 천 년 동안을 경과하면서 틈을 구했으나 얻지 못하자 이번에는 스스로 몸을 나타내었는데, 모두 칼과 창과 갖가지 무기를 잡고는 저 비구의 면전에서 무섭게 소리치며 놀라게 하려고 하였다.
007_1180_c_16L爾時遮魔幷其軍衆經一千年求便不得復自現身皆執刀槊種種器仗在彼比丘面前怖嚇欲令驚畏
007_1181_a_02L저 금강제보살 비구는 마군의 무리가 손에 칼과 창과 갖가지 무기를 잡고 공포스럽게 소리치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맹서하였다.
‘내가 지금 이 법 가운데서 진실로 바르게 관찰하고 계의 무더기를 청정이 수행하려 하오니, 이 일이 진실 되다면 모든 마군 권속이 손에 잡은 칼과 창과 갖가지 무기가 우발라화(優鉢羅華)ㆍ발두마화(鉢頭摩華)ㆍ구물두화(拘物頭華)ㆍ분타리화(分陀利華)ㆍ첨바가화(瞻婆迦華)ㆍ소마나화(穌摩那華)ㆍ바사가화(婆師迦華) 등 갖가지 꽃타래로 변하고, 이 하늘 마군의 몸과 일체 군사 무리는 나의 형색과 똑같이 되어 바른 몸가짐에 안주하게 하옵소서.’
007_1180_c_19L彼金剛齊菩薩比丘見魔軍衆手執槊種種器仗怖嚇之已卽作誓言今眞實於此法中正觀修行淸淨戒聚此事若實諸魔眷屬手執刀槊種種器仗一切變爲憂鉢羅華鉢頭摩華拘物頭華分陁利華瞻婆迦華蘇摩那華婆師迦華種種華鬘此天魔身一切軍衆如我形色正住威儀
분신왕아, 금강제보살 비구가 이 서원을 마치자 모든 마군이 잡은 칼과 창과 갖가지 무기가 즉시 묘한 색깔과 한량없는 색깔과 뒤섞인 색깔의 꽃타래로 변해서 그것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사랑하고 기뻐할 만큼 훌륭하고 특이하였다. 모든 마군의 외형과 복식도 저 비구와 같았으며, 모두가 다 출가자의 거동과 같이 몸에는 가사를 입고 머리와 수염을 깎았는데, 그것을 자타가 다 볼 수 있었다.
007_1181_a_05L奮迅金剛齊菩薩比丘作是誓已一切魔軍所執刀槊種種器仗卽時變成種種妙色無量種色雜色華鬘有善妙香見聞心愛可喜殊特一切魔身色相形服如彼比丘一切皆如出家擧動——身著袈裟剃除鬚髮——自他皆見
분신왕아,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저 비구의 수승한 신통을 보고는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었으며, 모든 마군의 무리와 함께 저 비구 금강제의 발에 예배하고는 이렇게 물었다.
‘큰 선인(仙人)이시여, 그대는 무슨 법을 얻었기에 신통에 머무는 힘이 이렇습니까?’
007_1181_a_11L奮迅王爾時遮魔見彼比丘勝神通生希有心幷諸軍衆禮彼比丘金剛齊足問言大仙汝得何法住神通力能如是耶
분신왕아, 그때 금강제보살 비구가 가림이라는 마군에게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이런 법은 얻는 것이 있어서 머무는 것이 아니니, 일체 법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큰 선인이여, 몸과 입과 뜻 등 어디든 의지함이 없나니, 의지함 없는 이것이 내가 의지하는 바임을 알아야 한다. 일체 법은 의지하거나 머묾이 없기 때문이다.
큰 선인이여, 이렇게 머무는 자는 모양 있음으로써 머무는 것이 아니며 모양 없음으로써 머무는 것이 아니니, 이런 것을 머문다고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머무는 자는 법이 있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므로 머묾이 없고, 처소도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두고 머문다고 한다.’
007_1181_a_15L奮迅王時金剛齊菩薩比丘答遮魔言大仙當知如是法者非有得住以一切法不可得故大仙當知意等皆無依止此無依止是我所住以一切法無依止住大仙當知如是住者非有相住非無相住如是名住如是住者非有法住無住無處故名爲住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금강제보살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천 년 동안 그대 마음이 행하는 것을 관찰하고 항상 그대에게서 틈을 엿보았으나 틈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007_1181_a_22L爾時遮魔語金剛齊菩薩比丘作如是言我一千年觀汝心行常求汝便而不能得
007_1181_b_02L금강제보살 비구가 말하였다.
‘큰 선인이여, 그대가 항하(恒河)의 모래같이 많은 겁 동안 내 마음의 움직임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안팎 두 곳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선인이여, 환술로 지어낸 꼭두각시의 마음이 움직이는 곳을 그대는 찾을 수 있겠는가?’
007_1181_a_25L時金剛齊菩薩比丘語言大仙假使汝於恒河沙劫求我心行亦不能得何以故心不在內亦不在不在二處不在中閒又復大仙人心行汝得不耶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찾을 수 없습니다. 저 꼭두각시는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는데 어느 곳에서 찾겠습니까?’
007_1181_b_05L魔言比丘不可得彼幻人者無心無思何處可得
보살 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여래께서는 항상 모든 법은 다 꼭두각시의 모양과 같아서 마음을 얻을 수 없으며, 생각을 얻을 수 없다 말씀하셨다.’
007_1181_b_06L薩比丘答言大仙如來常說≺一切諸法皆如幻相無心可得無思可得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만일 그대에게서 찾아질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다면 그대는 어떻게 가고 오며, 또 어떻게 언설하는 등의 행을 할 수가 있습니까?’
007_1181_b_08L魔言比丘若汝無心無思可得汝云何行若來又復云何有所言說
보살 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꼭두각시가 가고 오고 말하는 행동을 하듯, 나도 그렇게 가고 오고 말을 한다.’
007_1181_b_10L菩薩比丘答言大仙如幻人行若來若去所言說我如是行如是去如是言說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만일 그렇다면 그대가 부지런히 정진하고 지계에 안주하며 성인의 법을 수행하는데, 무엇을 희구해서 이와 같이 발심하고 수행하는가?’
007_1181_b_13L魔言比丘若如是者汝勤精進安住持戒修行聖法如是發行何所悕求
비구가 대답하였다.
‘발심도 없으며, 행함도 없으며, 희구할 곳도 없다.’
007_1181_b_15L比丘答言無發無行無處悕求
마군이 말하였다.
‘무엇이 발심도 없고, 행함도 없고, 희구할 곳도 없는 것입니까?’
007_1181_b_16L魔言云何無發無行無處悕求
비구가 대답하였다.
‘이런 곳[處]에는 가는 사람도 없고 오는 사람도 없고 갈 사람도 없다. 큰 선인이여, 발심도 없고 행함도 없는 것을 원함 없음[無願]이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큰 선인이여, 그대가 내게 묻기를, ≺부지런히 정진하고 지계에 안주하며 성인의 법을 수행하는데, 무엇을 희구해서 이와 같이 발심하고 수행하느냐?≻고 하였다.
007_1181_b_17L比丘答言如是處者無有人去無有人來無人當去大仙當知無發無行名爲無願又復大仙若汝問言汝勤精進安住持戒修行聖法如是發行何所悕求
007_1181_c_02L 이 물음에 대해 그대는 이제 듣도록 하라.
내가 여기에서 구하는 것은 색(色)이 나는 데서 구하는 것이 아니며, 색이 없어지는 데서 구하는 것도 아니며, 색처(色處)에서 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나는 데서 구하는 것이 아니며, 식이 멸하는 데서 구하는 것도 아니며, 식처(識處)에서 구하는 것도 아니다. 나아가 일체 법이 나는 데서 구하는 것도 아니며, 멸하는 데서 구하는 것도 아니며, 법처(法處)에서 구하는 것도 아니다.
007_1181_b_21L如是問者汝今當聽我此求者非色生求非色滅求非色處求如是非受非想非行非識生求非識滅求非識處求至一切法亦非生求亦非滅求亦非處求
큰 선인이여, 알아야 한다. 바로 저곳은 색(色)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수ㆍ상ㆍ행ㆍ식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이것이 내가 구하는 곳이다. 내가 구하는 저곳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이 내가 구하는 곳이다. 바로 저곳은 색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수ㆍ상ㆍ행ㆍ식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 곳이 바로 내가 구하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구하는 그곳을 보지 못한다. 큰 선인이여, 성인이 구하듯 나도 이렇게 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007_1181_c_04L大仙當知若彼正處非色所攝如是非受非想非行非識所攝是我求處我求彼處若不可見是我求處若彼正處非色所攝如是非受非想非行非識所攝如是正處是我求處而我不見彼我求處大仙當知如聖人求我如是求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저 성인의 처소는 어찌해야 구할 수 있습니까?’
007_1181_c_10L魔言比丘彼聖人處云何而求
보살 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범부의 법이나 부처님의 법이나 이 모든 법은 평등하여 둘이 아니다. 배울 것이 남아 있는 법이나 배울 것이 남아 있지 않은 법이나 부처님 법이나 이 모든 법은 평등하여 둘이 아니다. 과거의 법이나 미래의 법이나 현재의 법이나 모든 법은 평등하여 둘이 아니다. 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며,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며, 멸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의미에서 평등하다. 만일 누군가가 이와 같은 평등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는 평등을 닦는 것이므로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할 수 있다.
007_1181_c_11L菩薩比丘答言大仙若凡夫法若佛法一切法平等不二若學法若無學法若佛法此一切法平等不二若緣覺若佛法此一切法平等不二若過去法若未來法若現在法此一切法平等不二不生平等是故平等不出平是故平等不滅平等是故平等人不捨如是平等彼修平等是故能爲衆生說法
큰 선인이여, 이와 같은 바른 곳을 내가 이와 같이 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큰 선인이여, 이와 같이 바른 곳은 욕계(欲界)에 처하지 아니하며, 색계(色界)에 처하지 않으며, 무색계에 처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평등에 안주한 자는 법과 같아서 움직이지 않고, 행함도 행하지 않음도 아니며 남을 시켜 행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007_1181_c_20L大仙當知如是正處我如是求大仙當知如是正處非欲界非色界處非無色界處若人如是住平等者如法不動非行不行非他令行
007_1182_a_02L큰 선인이여, 이것을 바른 곳이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가 발심하고 행하는 것은 모든 법에 대해 이와 같이 발심하고 행하는 것이며, 법계와 같이 발심하고 행하는 것은 모든 법에 대해 이와 같이 발심하고 행하는 것이며, 실제(實際)와 같이 발심하고 행하는 것은 모든 법에 대해 이와 같이 발심하고 행하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구한다면 그 사람은 이렇게 행하는 곳을 보지 못하여 기뻐하거나 즐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른 곳이라 한다.’
007_1181_c_24L大仙當知此名正處如彼發行一切諸法如是發行如法界發行切諸法如是發行如實際發行一切諸法如是發行若如是求彼人如是不見行處心不喜樂故名正處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금강제보살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바른 수행으로 무엇을 얻습니까?’
007_1182_a_05L爾時遮魔語金剛齊菩薩比丘作如是言此正修行爲何所得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의 바른 수행은 얻어도 얻은 바가 없으며, 얻은 바가 없다는 것도 없어 평등하고 만족하다. 그대는 무슨 법을 얻느냐고 물었는데, 만일 얻을 바가 있다면 바른 수행이 아니다. 교만을 떠났기 때문에 바른 수행이라 이름하는데, 바른 수행을 하는 자는 얻을 법이 없다. 바르게 닦는다는 말이 곧 닦을 바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007_1182_a_07L比丘答言我此正修得無所得無無所得平等滿足汝問言得何法若有所得非正修行以離慢故名正修行正修行者無所得法言正修者則無所修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금강제보살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계를 구족하여 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007_1182_a_11L爾時遮魔問金剛齊菩薩比丘作如是言此戒具足爲何所求
비구가 대답하였다.
‘내가 이 계에 머무는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얻어 멸하지 않는 법을 얻으며, 나지 않는 법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007_1182_a_13L比丘答言我住此戒爲求阿耨多羅三藐三菩覺得不滅法得不生法
마군이 말하였다.
‘보리로 깨달을 바가 무엇입니까?’
007_1182_a_15L魔言菩提爲何所覺
비구가 대답하였다.
‘색(色)이 평등함을 깨닫는 것이 보리의 깨달음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이 다 평등함을 깨달으며, 모든 법이 다 평등함을 깨닫는 것이 보리의 깨달음이다.’
007_1182_a_16L比丘答言色平等覺是菩提覺識悉平等覺一切諸法悉平等覺是菩提覺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저 보리라는 것을 어느 곳에서 구합니까?’
007_1182_a_18L魔言比丘彼菩提者於何處求
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보리라는 것은 몸과 견(見)에서 구한다.’
007_1182_a_19L答言大仙言菩提者身見中求
마군이 또 물었다.
‘어찌해야만 구합니까?’
魔又問言云何而求
비구가 대답하였다.
‘보리는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몸과 견해도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몸과 견을 구하는 것같이 보리도 그렇게 구하니, 나도 이와 같이 구한다.’
007_1182_a_20L比丘答言菩提非起身見非起如求身見菩提亦爾我如是求
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금강제보살 비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이런 말솜씨를 가르쳤는가?’
007_1182_a_22L爾時遮魔問金剛齊菩薩比丘作如是言汝師是誰何人教汝如是辯才
007_1182_b_02L비구가 대답하였다.
‘큰 선인이여, 성내지 않고 스스로 보리를 얻은 자가 나의 스승이며, 물든 데 머물지 않고 깨끗한 데 머물지도 않은 자가 나의 스승이며, 어떤 사람이든 일정함에 머물지도 않고, 일정함이 없는 데 머물지도 않음을 안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다.
어떤 사람이 와서 그에게 법에도 머물지 말고 법을 분별하지도 말라는 설법을 듣고는 어리석음의 바다를 건넌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다.
007_1182_a_24L答言大仙不瞋自身得菩提者彼是我師若不住染不住淨者彼是我師若何等人識不住常不住無常彼是我師若有人來從其聞法——謂不住法不分別法——如是聞已得度癡海彼是我師若智
만일 지혜로 일체 법을 알지만 차례로 아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나의 스승이며, 일체 말을 두루 알지만 차례로 아는 것이 아니라 분별하지 않는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다.
만일 일체 법을 내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않으며 성인의 법륜을 굴린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며, 저기에 머물지도 않고 여기에 머물지도 않으며 중간에 머물지도 않는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며, 일체 법은 불생(不生)이면서 스스로 생하는 것이라고 설한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며, 일체 법은 불멸(不滅)이면서 스스로 멸하는 것이라 설한다면 그가 나의 스승이니, 내가 그 스승에게서 이런 말솜씨를 얻었다.’
007_1182_b_07L能知一切諸法非次第知彼是我師若能遍知一切言語非次第知而不分別彼是我師若一切法不生不出轉聖法輪彼是我師若非彼住亦非此住非中閒住彼是我師若說一切諸法不生而自生者彼是我師若說一切諸法不滅而自滅者彼是我師我於彼師得如是辯
마군이 말하였다.
‘비구여, 여래께서는 어떻게 법륜을 굴리시는가?’
007_1182_b_14L魔言比丘云何如來轉於法輪
비구가 대답하였다.
‘이것은 색(色)의 굴림이 아니며, 색의 진여(眞如)가 아니며, 색의 법이 아니며, 색의 공(空)함이 아니며, 색의 모양 없음[無相]이 아니며, 색의 원 없음[無願]이 아니며, 색의 적정함이 아니다. 이것은 색을 떠나지 않았으며, 색의 나지 않음이 아니며, 색의 본성이 아니며, 색 자체가 아니며, 자체가 구르는 것이 아니며, 구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
007_1182_b_15L比丘答言非是色轉非色眞如非是色法非是色空非色無相非色無願非色寂靜非是色離非色不生非色本性非色自體非自體轉非是不轉
이와 같이 차례로 수ㆍ상ㆍ행ㆍ식도 구르거나 구르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식(識)의 여여함ㆍ식의 법ㆍ식의 공ㆍ모양 없음ㆍ원 없음ㆍ고요함 없음ㆍ식을 떠남ㆍ나지 않는 본 성품 자체는 구르거나 구르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여래의 법륜도 이와 같이 일체 법륜을 굴리나니 이것을 두고 법륜이 구른다고 한다. 저 법륜이 구르거나 구르지 않거나 한없는 법계의 보(報)를 버리지 않는다. 법륜이 저렇게 구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는 저 법륜을 굴리는 것이다.’
007_1182_b_19L如是次第識非轉不轉識如識法識空無相無願寂靜識離不生本性自體非轉不轉如來法輪如是而轉一切法輪是則輪轉彼法輪轉若或不轉無量法界報際不捨彼法輪轉若人能知於如是人彼輪則轉
007_1182_c_02L이때 가림이라는 마군이 모든 군사들과 함께 금강제보살 비구의 제자가 되고는 이와 같이 말하였다.
‘지금 우리 무리들은 그대[仁者]에게 귀의합니다.’
007_1182_b_25L爾時遮魔幷諸軍衆與金剛齊菩薩比丘以爲弟子作如是言今我等衆歸依仁者
저 비구가 말하였다.
‘나에게 귀의하지 말고 그대는 광명무구광왕여래께 귀의하라. 여기서 설한 법은 저 부처님의 법이다.’
007_1182_c_05L彼比丘言勿歸依我汝當歸依光明無垢光王如來此所說法是彼佛法
그가 말하였다.
‘함께 가고 온다면 여래의 처소에 이를 것입니다.’
007_1182_c_07L彼言去來當共相隨至如來所
그때 금강제 비구가 가림이라는 마군을 비롯한 8만 4천 무리와 함께 세존광명무구광왕 부처님의 처소에 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는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고 예배하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한편에 머물러 있었다.
007_1182_c_08L時金剛齊菩薩比丘卽與遮魔八萬四千諸魔衆俱往詣世尊光明無垢光王佛所到佛所已頭面禮足合掌向佛住在一面
그때 저 여래께서 저 마군 무리를 위하여 계에 머무는 차례와 성인의 법을 수행하는 것을 법답게 설하시니, 이와 같은 모든 마군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007_1182_c_11L時彼如來爲彼魔衆說此住戒次第乃至修行聖法如法而說如是諸魔一切不退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분신왕아,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금강제보살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다르게 보지 말라. 왜냐 하면 너 자신이 바로 저 금강제보살 비구며, 지지(持地)보살이 저 가림이라는 마군이기 때문이다.
007_1182_c_14L奮迅王汝意云何彼金剛齊菩薩比丘豈異人乎莫作異觀何以故汝身卽是彼金剛齊菩薩比丘持地菩薩是彼遮魔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계분신(戒奮迅)이니, 보살이 이 계분신을 얻고 나서는 불가사의하고 수승한 원을 시현하여 한량없는 중생의 보리를 성숙케 하고, 마군의 원한을 파괴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속히 얻게 한다.
007_1182_c_18L奮迅王此是菩薩戒奮迅薩得是戒奮迅已不可思議勝願亦成熟無量衆生菩提破壞魔怨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覺
분신왕아, 어떤 것이 보살의 통분신(通奮迅)이며, 무엇을 통분신이라 하는가?
007_1182_c_21L奮迅王何者菩薩通奮迅云何名爲通奮迅耶
분신왕아, 그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첫째는 천안(天眼), 둘째는 천이(天耳), 셋째는 다른 사람 마음을 아는 것, 넷째는 지난 업을 기억하는 것, 다섯째는 신통(神通)이다.
007_1182_c_23L奮迅王彼有五種何等爲一者天眼二者天耳三者知他心四者念宿命五者神通
007_1183_a_02L분신왕아, 어떤 것을 보살의 천안통분신(天眼通奮迅)이라 하는가. 벽에도 장애되지 않으며, 수목, 산림, 수미륜산, 세계 속에 산들이 장애가 되지 않는 눈을 가진 것을 말한다.
007_1182_c_25L奮迅王何者菩薩天眼通奮迅若有眼根壁所不樹木山林須彌輪山世界中山不能作障
그는 걸림 없는 눈으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시방 부처님의 세계를 한 세계와 같이 보며, 물건이 있는 곳도 마치 허공처럼 보며, 피차의 세계가 다 장애하지 않고 평등하여 저 부처님의 세계에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모든 성문의 무리에게 둘러싸인 것을 하나로 본다.
일체에서 다 일체 부처님을 보며, 한 부처님으로 일체 법계를 믿고 이해하니, 파괴되지 않음을 닦았기 때문이다. 만일 한 부처님을 보면 일체 부처님이 다 청정하며, 일체 부처님을 보면 한 부처님이 청정하다.
007_1183_a_05L彼無障眼能見十方無量無數諸佛世界如一世界於有物處視若虛空彼此世界皆悉不障平等一見彼佛世界諸佛世尊諸聲聞衆之所圍遶一切皆見一切佛一佛信解一切法界不壞修故若見一佛切佛皆悉淸淨見一切佛一佛淸淨
이와 같이 부처님의 청정함을 보아서 스스로 청정함에 들어가며, 그가 이렇게 스스로 청정함에 들어가면 일체 법이 다 청정하게 보이며, 자신을 청정하게 보고, 법을 청정하게 보지만 상대적인 관념을 갖지 않는다. 만일 저 세존과 성문이 보는 것과 같이 부처님의 청정함을 보고 모든 성문을 보면 보는 것이 다르지 않으니 저 성문을 보는 것이 곧 부처님을 보는 것이며, 저 부처님을 보는 것이 곧 성문을 보는 것이다.
007_1183_a_11L如是若以見佛淸淨自入淸淨彼若以是自入淸淨則一切法皆見淸淨自見淸淨法見淸淨二相不取若彼世尊諸聲聞見見佛淸淨見諸聲聞則不異見彼見聲聞卽是見佛彼見佛者卽見聲聞
저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에 있는 중생과 중생에 포함되는 지옥의 몸ㆍ축생의 몸ㆍ아귀의 몸ㆍ인천의 몸ㆍ아수라ㆍ무색계를 제외한 욕계의 행하는 것들 모두에서 물러나고 태어나며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을 본다.
이와 같이 중생의 업보를 다 알며, 중생을 알고 보며, 업보를 알지만 그러나 실제로 중생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중생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업보를 알지만 업보라는 생각이 없는 것은 일체 법에 들어가면 업보가 없기 때문이다.
007_1183_a_17L若彼無量無邊世界所有衆生衆生所攝——若地獄身若畜生身若餓鬼身若人天身若阿修羅若欲界行除無色界——彼一切見若退若生若減若增如是衆生業報皆知知見衆生及知業報而實不生衆生之想以知衆生皆無我故雖知業報無業報想入一切法無業報故
007_1183_b_02L저 사람이 천안으로 모든 색을 보지만 그러나 색상(色相)에 대해 알았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모든 색은 다 자체가 없기 때문이며, 모든 색상은 실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며, 모든 색은 본래가 공하기 때문이다.
007_1183_a_24L彼人天眼見一切色而於色相不取應知以一切色皆無體故一切色相知不實故以一切色本際空故
저 사람의 천안은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볼 수 있는가? 지혜의 힘 때문에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보이는 대로 그렇게 보며, 자기 마음을 따르기 때문에 일체를 보지 않으며, 만일 일체 색을 보고자 희망하면 마음을 따라 곧 보이며, 조금의 색도 있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007_1183_b_04L彼人天眼以何因緣能如是見以智力故能如是見如彼所見亦如是見隨自心欲一切不見若心悕望見一切色隨心卽見非有少色眼所不見
저 사람은 한량없는 백천 모든 중생 가운데서 선정ㆍ해탈삼매ㆍ삼마발제를 닦았다. 그러나 저 중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와 같은 보살은 진여법에 실체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007_1183_b_08L彼人則於無量百千諸衆生中能修禪定解脫三昧三摩跋提而彼衆生眼所不見何以故如是菩薩以知眞如法無我
저 사람이 만일 색계천의 미세한 몸ㆍ훌륭하고 묘한 몸ㆍ빛을 내는 몸ㆍ비슷하지 않은 몸을 희망한다면 저 색계천에 나타나 보살의 몸을 나타내어 저 색계천에게 보살의 몸을 볼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이 보살은 저 색계천의 몸을 보며, 만일 그 하늘로 하여금 보살의 몸과 자신들의 몸을 보게 하고자 한다면 보게 한다. 만일 그 하늘로 하여금 자신들의 몸만 보고 보살을 보지 못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몸만 보고 보살은 보지 못한다. 만일 그 하늘로 하여금 보살의 몸만 보고 자신들의 몸은 보지 못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보살만 보고 자신들의 몸은 보지 못한다. 분신왕아, 보살이 이와 같은 천안을 성취하였다.
007_1183_b_12L彼人悕望——若色界天微細之身妙之身光明之身不相似身——現於彼天示菩薩身能令彼天見菩薩身菩薩見彼天身若欲令天見菩薩身及自見身卽能令見若欲令天自見其身不見菩薩彼卽自見不見菩若欲令天見菩薩身不見自身見菩薩不見自身奮迅王菩薩成就如是天眼
분신왕아, 어떤 것이 보살의 천이통분신(天耳通奮迅)인가? 저 보살이 천이를 성취하면……(중략)……한량없고 가없는 세계에 있는 하늘 소리ㆍ용의 소리ㆍ야차의 소리ㆍ건달바의 소리ㆍ아수라의 소리ㆍ가루라의 소리ㆍ긴나라의 소리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의 소리와 같은 모든 소리를 다 듣는다.
007_1183_b_20L奮迅王何者菩薩天耳通奮迅彼菩薩成就天耳乃至無量無邊世界所有諸聲——天聲龍聲夜叉聲乾闥婆聲阿修羅聲迦樓羅聲緊那羅聲摩睺羅伽人非人聲——如是等聲一切皆聞
007_1183_c_02L비록 저 소리들을 듣기는 하지만 자기가 듣는다거나 어떤 중생의 소리라거나 그것이 소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소리의 특성을 안다.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듣는 처소에서 앞소리와 뒷소리에 소리라는 실체가 없음을 믿고 이해한다. 이와 같이 통달하는 것이다.
저 소리는 처소가 없으니, 처소 없음을 믿고 이해하면 이근(耳根)과 식계(識界)에 장애가 없고, 저 소리를 듣고 나서는 저 소리의 뜻을 안다.
007_1183_b_25L雖聞彼聲不取自相及衆生相不取聲相而知一切音聲之相雖聞音聲於聲聲處信解不實前聲後聲皆悉無聲如是通達彼聲無處無處信解耳根識界則無障㝵聞彼聲已知彼聲義
어떤 것이 소리의 뜻인가? 모든 소리는 분별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 소리의 뜻이다. 즉 적정(寂靜)하다는 뜻이 모든 소리의 뜻이다. 저 보살은 이 뜻을 따라 행하여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그 소리가 어디에 의지한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데, 일체 법은 다 나지 않기 때문이다.
007_1183_c_08L何者聲義謂一切聲不可分別不可說者則是聲義寂靜義者切聲義彼菩薩者順行此義聞一切聲不生依止以一切法悉不生故
만일 시방의 셀 수 없는 세계에 지금 계시며, 명하시며 머무시는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법을 설하신다면 저 보살은 막힘 없이 걸림 없이 천이로 다 듣는다. 소리의 처소를 취하지 않고 모든 설법하는 음성을 들으며, 듣고 나서는 간직하고 기억하여 잃어버리지 않는다.
007_1183_c_11L於十方無數世界於今現在現命現住諸佛世尊彼一切佛有所說法彼菩薩天耳悉聞無障無㝵不取聲處而聞一切說法音聲聞已受持所忘失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하는가? 만일 저 보살이 한 글귀라도 얻는다면 잃음이 있겠지만, 저 보살은 한 글귀도 얻지 않기 때문에 잃는 것도 없다.
007_1183_c_16L云何不忘若彼菩薩得一句可得有忘以彼菩薩不得一句故無忘
저 보살이 유류법(有漏法)이나 무루법(無漏法)을 듣고, 항상한 법이나 무상한 법을 듣고, 세간법이나 출세간법을 듣고, 선한 법이나 선하지 않은 법을 듣고,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법을 듣고, 성문법ㆍ연각법ㆍ대승법을 들어도 저 모든 법은 한바탕이며 한 맛이다. 이에 따라서 수행한다. 말하자면 법을 듣고 나서 욕심을 떠난 맛을 얻었으므로 어떤 법을 들어도 일체 경계에 대해 취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또 어떤 법을 들어도 일체 모양에 머물거나 집착하지도 않으며, 일체 법에 따라서 행하며, 법이 아닌 데서는 따라 행하지 않는다.
007_1183_c_18L彼菩薩聞有漏法聞無漏法若聞常法聞無常法聞世閒法出世閒法不善法增法減法若聲聞法若緣覺法若大乘法彼一切法一體一味如是順行謂聞法已得離欲味聞一切法一切境界不取不著又復聞法一切相中不住不著一切法中隨順而行於非法中不隨順行
어떠한 것이 법이며, 어떠한 것이 법이 아닌가?
007_1183_c_25L何者爲法何者非法
007_1184_a_02L법이라 이름할 때는 욕심을 떠난 것이며, 법이라 이름할 때는 모양이 없는 것이며, 법이라 이름할 때는 함이 없는 것이며, 법이라 이름할 때는 처소가 없는 것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할 수도 없고, 대상도 없고, 얻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벗어나는 것도 않는 것을 법이라 한다. 반면 이와 같은 법에 대해 기억하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마음으로 상상하여 관찰하고, 희론으로 취하고 버린다면 이것을 법 아닌 것이라 한다.
007_1184_a_02L法名離欲法名無相法名無爲法名無處不可譬喩無塵無得不生不出此名爲法若如是法憶念分別心想觀察戲論取捨此名非法
분신왕아, 저 보살은 뜻만 취하고 말은 취하지 않는다. 말을 취하기 위하여 법을 듣지 않으며, 뜻을 취하고자 하기 때문에 법을 듣는다.
007_1184_a_07L奮迅王彼菩薩唯取於義而不取語不爲取語聽法聞法爲取義故是以聽法
무엇을 법을 취한다 하는가? 공한 뜻을 보았다면 취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으며, 모양 없는 뜻을 보았다면 취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으며, 원함이 없는 뜻을 보았다면 취하지도 않고 집착하지 않는데, 이것을 뜻을 취한다고 한다. 그가 뜻을 취하여 법을 들었다면 취한 뜻에 대해서도 분별을 내지 않으며, 분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분별하지 않는다. 보살은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와 같이 법을 듣는다.
007_1184_a_10L云何取義若見空義不取不著若無相義不取不著若無願義不取不著是名取義彼若取義而聽於法於所取義不生分別於不分別亦不分別如是菩薩於諸佛所如是聽法
또한 분신왕아, 저 보살은 요의경[了義]의 뜻을 따르고, 불료의경[不了義]의 뜻은 따르지 않는다. 저 요의란 어떤 뜻인가? 저 경의 모든 뜻을 끝까지 다 밝힌 것이다. 그에 따라 설하여 다른 뜻이 없기 때문에 모든 요의경이 되며, 말로는 설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의경의 뜻에 그가 따라서 행하는 것이다.
007_1184_a_14L奮迅王彼菩薩隨順了義修多羅不隨不了修多羅義彼了義者義云何以彼一切修多羅義皆是了義修多羅義皆隨順說無異義故切了義修多羅義不可說故如是義修多羅義彼隨順行
만일 요의경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불료의가 된다. 어떤 인연 때문에 불료의가 되는가?
007_1184_a_20L若於了義修多羅義不隨順者則非了義以何因緣非了義耶
경의 뜻을 끝까지 다 밝히지 못했다면 저 요의경의 뜻에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저 요의와 상응하지 못한다. 어떤 인연으로 서로 응하지 못하는가? 따르지 못하므로 저 법행과 괴리되기 때문이다. 따른다 할 때 그 대상은 소리를 따른다는 것이나 이러한 요의경에서는 소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007_1184_a_22L若不了義修多羅義彼了義修多羅義不相隨順與彼了義則不相應以何因緣而不相應隨順故離彼法行所隨順者謂聲隨如是了義修多羅者非聲隨順
007_1184_b_02L왜냐 하면 저 요의는 말로 설할 수 없으므로 집착할 처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살은 모든 불료의법에 대해서도 요의와 같이 잘 안다. 분신왕아, 이런 뜻에서 이와 같이 요의경의 뜻을 따르고, 이와 같이 모든 요의경의 뜻을 따른다.
007_1184_b_02L以故以彼了義不可說故彼無處著如是菩薩善知一切不義法皆如了義奮迅王此義如是隨順了義修多羅義如是隨順一切了義修多羅義
또한 분신왕아, 저 보살은 부처님 세존께 법을 듣고는 지혜만 취하고 식(識)은 취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식은 앎이기 때문이며,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며, 취할 수 없기 때문이며, 자체가 없기 때문이며, 색(色)이 없기 때문이며, 볼 수 없기 때문이며,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안다면 지혜로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지혜만 취하고 식을 취하지 않는다. 식은 다른 알음알이가 된다. 이와 같이 식을 알면 식과 지혜 어느 것도 탐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식의 진여[識眞如]로 지혜의 진여[智眞如]를 설하게 된다.
007_1184_b_08L奮迅王彼菩薩從佛世尊聽聞法唯取於智而不取識何以故以識知故以如幻故不可取故無自體故以無色故不可見故無障㝵故若如是知則是智知是故菩薩唯取於智而不取識識爲他知如是知識於識於智皆不貪著以識眞如說智眞如
분신왕아, 지혜만 취하고 식은 취하지 않는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식법(識法)을 설하지 않는다. 이것이 천이통분신(天耳通奮迅)이니, 이것을 얻고 나서 이런 지혜의 경계를 얻게 된다.
007_1184_b_15L奮迅王若菩薩唯取於智不取識者不爲衆生說於識法此天耳通奮迅得已得此智界
또한 분신왕아, 저 보살은 개개 중생[富伽羅]의 언어에 맞추어 법을 설하되 법만 취하고 사람은 취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분신왕아, 만일 실제로 사람이 있다면 중생이 결코 부처님 법 속에서 청정해질 수 없으며, 해탈할 수도 없다. 분신왕아, 그렇다면 일체 법 가운데 결국 사람이란 것이 존립할 수 없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의지하기 때문에 사람을 설하신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법에 사람이란 전혀 없다. 이와 같이 보살은 법만 취하고 사람은 취하지 않는다.
007_1184_b_18L奮迅王彼菩薩富伽羅語相應法唯取於法而不取人何以故奮迅若實有人衆生畢竟於佛法中不可淸淨不可解脫奮迅王若如是者一切諸法畢竟無人佛依世閒是故說人而實諸法一切無人如是菩薩唯取於法而不取人
007_1184_c_02L분신왕아, 법을 법계(法界)라 이름한다. 이 법계를 나지 않는 계(界)라 이름한다. 분신왕아, 나지 않는 계를 벗어나지 않는 계(界)라 이름한다.
007_1184_b_25L奮迅王法名法界此法界者名不生奮迅王不生界者名不出界
분신왕아, 위에서 말한 이름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이름이라 한다. 어째서 그런가? 저런저런 이름을 의지해서 저런저런 법(法)을 안다. 그런데 저런저런 법들에서는 이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기는 해도 상식을 따라 억지로 언어를 말한다. 언어라는 것이 모두 세간 상식을 따라 말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007_1184_c_04L奮迅所言名者以不可說是故名名以故依彼彼名知彼彼法彼彼法中名不可得若不可得隨人情故强說言語一切言語皆隨俗說
만일 내가 저 부처님 말씀을 할 줄 안다고 하거나, 의식적으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부처님 말씀이 아니다. 부처님 말씀에는 의식이 없다. 의식이 없기 때문에 부처님 말씀이 되는 것이다.
007_1184_c_08L若我知語彼是佛語若起意相非是佛語佛語無意以無語故名爲佛語
만일 부처님 말씀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말 아닌 데 들어가는 것이며, 말 아닌 데 들어간다면 그것은 부처님 말씀에 들어가는 것이다. 만일 말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부처님 말씀에 들어가야 한다.부처님 말씀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사람의 말을 취해서 말하고 법의 말을 취해서 말하여 이와 같이 취한다면 부처님 말씀에도 들어가지 않을 터이니, 어느 곳인들 둘 아닌 것이 되지 않겠으며, 또한 둘 아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 말씀이다. 어느 곳인들 소리가 있지 않겠으며, 어느 곳인들 소리가 없지 않겠는가? 저것은 부처님 말씀이 아니다. 설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설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면 그것이 부처님 말씀이다.
007_1184_c_10L若入佛語彼入非語若入非語彼入佛語若欲入語應入佛語欲入佛語取說人語取說法語若如是取不入佛語何處不二亦無不二彼是佛語何處有聲及以無聲彼非佛語若不可說非不可說彼是佛語
이와 같이 분신왕아, 부처님 말씀에 들어간 보살을 천이통(天耳通)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소리에 따라 법을 증득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이 보살이 두 번째 통한 지혜, 즉 천이라는 것이다.
007_1184_c_16L如是奮迅王若菩薩入佛語者彼則名爲得天耳通一切音聲隨順證法得佛菩提奮迅王是菩薩第二通智所謂天耳
또한 분신왕아, 보살은 다른 이의 마음을 통달해 아는 지혜를 얻는다. 다른 중생과 다른 부가라(富伽羅)의 마음을 알고 생각을 알아 이런 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한다.
처음에는 이와 같이 대중의 마음을 관찰한다. 즉 어떤 것이 중생이며, 어떤 깊은 마음을 갖고 있으며, 수행하는 바가 무엇이며, 원인이 무엇이며, 모양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관찰하고 나서는 그에 맞게 법을 설한다. 자기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일체 대중의 깨끗한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007_1184_c_19L奮迅王菩薩復得他心通智於他衆生他富伽羅知心知思彼人如是入大衆中而爲說法初如是觀衆會之心何者衆生有何深心何所修行何因何相旣觀察已如應說法自心淨故能入一切衆會淨心
007_1185_a_02L분신왕아, 비유를 들자면, 거울이 청정하기 때문에 파란색, 노란색 등의 색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형체대로 모양대로 더하거나 덜함 없이 저것과 같게 보이는 것은 거울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거울은 분별 없이 모든 형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007_1184_c_25L奮迅王如鏡輪以淸淨故現如是色若靑若形若相彼相似見不增不減輪淨故而彼鏡輪無所分別而示衆
분신왕아, 보살도 이와 같이 자기 마음이 청정하면 흰 법계[白法界:백(白)은 청정하다는 뜻]의 바퀴도 이와 같이 같은 것이다.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이 갖가지로 다르게 생겨나는 것을 그가 모두 알지만 그러나 저 보살의 마음은 파괴되지 않는다.
007_1185_a_06L奮迅王菩薩如是自心淸淨白法界輪如是相似衆生心行種種異生彼一切知而彼菩薩心亦不壞
저 대중 가운데 어떤 사람이 욕심을 가지면 저 사람의 마음을 알며, 욕심 여의는 것도 안다. 왜냐 하면 마음의 본 성품은 욕심에 물드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 대중 가운데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갖는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의 마음을 알며, 어리석은 마음 여의는 것도 안다. 왜냐 하면 마음의 본성은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이다.
007_1185_a_08L彼衆會中若人欲行知彼人心知離欲心何以故以心本性無欲染故彼衆會中有瞋癡行知彼人心知離癡心以故以心本性無瞋癡故
어떤 사람이 성문승을 믿으면 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보살이 알며, 법계가 내려가지 않음을 안다. 어떤 사람이 연각승을 믿으면 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보살이 알며, 법계가 줄어들지 않음을 안다. 저 대중 가운데 마음으로 대승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보살이 알며, 법계가 늘어나지 않음을 안다.
007_1185_a_12L若復有人信聲聞乘彼人心行菩薩能知法界不下若復有人信緣覺乘彼人心行菩薩能知法界不減彼衆會中若復有人心行大乘彼人心行菩薩能知法界不增
보살은 저 중생들의 마음이 행하는 세계를 알아서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되 분별하지 않는다. 마음의 본성대로 그에 맞게 법을 설하여 모든 승(乘)에 안주하게 하며, 모든 계(界)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중생의 이런저런 마음 상태를 빠짐없이 안다. 저 보살이 자기 마음으로 관찰할 때, 마음이 끊임없이 연속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끊어져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 보살은 끊임없이 연속되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의 마음도 이와 같은 줄 안다. 마음의 계(界)와 진여의 계를 안다면 법계도 그러하여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을 안다.
007_1185_a_17L知彼衆生心行界已而爲說法然不分別心之本性如應說法令住諸乘於一切界不破壞中一切衆生若干種行皆悉遍知彼菩薩心自心觀察非心相續亦非斷滅然彼菩薩以相續心而能遍知一切衆生心亦如是若界心界如知彼界法界亦爾不一不二
이와 같이 분신왕아, 보살은 다른 이의 마음을 통달해 아는 지혜를 얻는다. 통달해 알았기 때문에 그를 통한 사람[通人]이라 하며 모든 천상과 인간이 그를 안다.
007_1185_a_24L如是奮迅王菩薩得是他心通智以得通故則名通人切天人之所識知
007_1185_b_02L또한 분신왕아, 보살은 지난 업[宿命]을 통달해 아는 지혜를 얻어 삼매의 뿌리로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겁에 일어났던 자기와 남의 숙명을 알고 기억하고 생각하여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안 뒤에 법을 설한다. 즉 자신이 어느 처소에서는 어떤 이름을 가졌었는지ㆍ어떻게 태어났는지ㆍ얼만큼의 수명을 누렸는지ㆍ어떤 즐거움을 누렸는지ㆍ어떤 괴로움을 받았는지를 이와 같이 기억하는 것이다.
007_1185_b_02L奮迅王菩薩復得宿命通智以三昧根能知過去恒河沙劫自他宿命憶念不忘如是知已然後說法如是憶念我於某處如是名字曾如是生如是命量如是受樂如是受苦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 다른 중생의 마음을 안다. 이 중생이 전에 어떤 선근을 심었는지 알며, 이 중생이 심은 선근이 어떤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를 알며, 이 중생이 심은 선근이 어떤 조건으로 작용하는지를 알며, 이 중생이 성문승을 닦은 원인을 알며, 이 중생이 연각승을 닦은 원인을 알며, 이 중생이 대승을 닦은 원인을 안다. 저 중생이 전에 지은 인연을 안 뒤에야 이런 중생에게 적합하게 법을 설한다.
007_1185_b_08L自心能知他衆生心知此衆生前因善根知此衆生善根因力知此衆生善根緣力知此衆生聲聞乘因知此衆生緣覺乘因知此衆生有大乘因知彼衆生前因緣已然後乃爲如是衆生如應說法
저 보살이 스스로 숙명을 알고 숙명을 안 뒤에 다시 본래 닦았던 수행이 구족했음을 안다. 과거에 몇 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었는지 알며, 저 선근으로 전에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원하여 성취한 줄 안다. 이와 같이 모든 선근을 기억해 생각하고 나서는 다시 원을 발한다.
007_1185_b_14L彼菩薩自知宿命知宿命後復能知本修具足自知過去於幾佛所種諸善根若彼善根前已願取阿耨多羅三藐三菩提如是憶念諸善根已復更發願
저 보살은 본래의 숙명을 생각하지만 과거 일체 모든 법에 대해 마음으로 분별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으며, 취하지 않는다. 앞과 뒤의 행에 대해서도 마음으로 분별하지 않으며, 앞과 뒤의 행에 대해 마음으로 분별하지 않은 뒤에는 과거와 미래 등의 모든 법에 있어서 그 처소를 분별하지 않는다.
007_1185_b_18L彼菩薩念本宿而於過去一切諸法心不分別不取於前後行心不分別於後前行心不分別於一切法不分別處若來
보살은 과거 세상을 기억하고 생각하나 과거에 대해 취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비록 미래를 안다 할지라도 미래에 대해 취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일체 법에는 앞도 없고 뒤도 없고 중간도 없음을 안다. 그러므로 분별하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으며 집착하지도 않는다.
007_1185_b_22L菩薩憶念過去世已然於過去不取不著雖知未來然於未來亦不取知一切法無前無後亦無中故不分別不取不著
007_1185_c_02L저 보살은 이와 같이 중생의 숙명을 기억하고 생각하나 앞과 뒤로 색(色)을 여의었음을 알며, 이와 같이 앞과 뒤로 수ㆍ상ㆍ행ㆍ식도 다 떠났음을 알며……(중략)……5음(陰)의 앞ㆍ뒤ㆍ중간에 모든 법이 비어 자체가 없음을 안다.
007_1185_b_25L彼菩薩如是憶念衆生宿命後色離菩薩能知如是前後受識一切皆離菩薩能知乃至五陰前中閒一切諸法空無自體菩薩能知
분신왕아, 저 보살은 숙명을 기억해 생각하고 나서는 과거에 닦은 모든 선근을 다 길러 내고, 과거에 지은 모든 업행을 다 없앤다. 왜냐 하면 업은 썩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이 알 수 있는 것이다.
007_1185_c_06L奮迅王彼菩薩憶宿命已過去所修一切善根皆悉增長過去所作一切業行皆悉盡滅何以故業不朽故是故能知
보살은 저런 앎을 이렇게 성취하여 모든 행을 마치 꿈처럼 믿고 이해한다. 비유하면 꿈속에서 태어남을 보고ㆍ죽음을 보고ㆍ괴로움을 보고ㆍ즐거움을 보는 것과 같이, 보살이 모든 행을 믿고 이해하는 것도 그러하다. 믿고 이해하고 나서는 저 태어나고 죽는 일에서 고뇌를 받지 않으며, 중생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며, 일체 법을 알아서 생겨난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007_1185_c_09L菩薩如是成就彼知於一切行信解如夢譬如夢中見生見死見苦見樂菩薩信解一切諸行亦復如是旣信解已於彼生死不受苦惱復於衆生而生悲心知一切法不起生相
또한 저 보살에게는 이런 마음이 있다. 즉 자신이 과거 많은 천 겁의 세간에 태어나고 죽음을 행하였지만 다 실재하지 않음을 알아서 탐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 모든 중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세간에 태어나고 죽는 일이 허망하여 실재하지 않은 줄 알고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만일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실재하지 않는 그곳은 생겨나는 일이 전혀 없고 실재하는 것이 전혀 없다.
007_1185_c_14L菩薩有如是心我於過去世閒生死多千劫行知皆無實不貪不著亦如是知一切衆生世閒生死虛妄不實不貪不著若其不實彼不實處大大不生大大不實
분신왕아, 저 보살이 숙명을 기억하고 나서는 모든 행이 다 무상함을 실제로 본다. 왜냐 하면 저 보살이 과거 전륜왕으로 있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해 보아도 그것은 항상하지 않는 파괴되는 법이며, 과거 제석왕으로 있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해 보아도 그것은 항상하지 않는 파괴하는 법이며, 과거 범천왕으로 있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해 보아도 그것은 항상하지 않는 파괴되는 법임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007_1185_c_19L奮迅王彼菩薩憶宿命已實見諸行皆悉無常何以故彼菩薩憶念過去轉輪王樂乃是無常敗壞之法憶念過去帝釋王樂彼是無常敗壞之法憶念過去梵天王樂彼是無常敗壞之法
007_1186_a_02L보살은 모든 부처님 세존의 세계 장엄과 성문을 닦는 사람의 공덕 장엄과 보살을 닦는 사람의 공덕 장엄을 사유하고 기억해 생각하며, 저 부처님 세존의 구족한 색신과 여래께서 구족하게 법의 바퀴를 굴리신 일을 기억하고 생각한다. 기억해 생각하고 나서는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조작이 있는 모든 것과 어디에든 포섭되는 모든 것은 다 놓아 버린다.
007_1185_c_25L思惟憶念諸佛世尊世界莊嚴聲聞之人功德莊嚴菩薩之人功德莊嚴又復憶念彼佛世尊色身具足如來轉法輪具足彼憶念已則不貪一切有爲一切所攝皆悉放捨
왜냐 하면 저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즉 그와 같은 저 부처님 세계의 수승함, 부처님 색신의 수승함도 무상하기는 마찬가지라서 다 멸하는 법이며, 자신이 거두어들인 것도 마찬가지로 다 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이와 같이 생각한다. ‘모든 행이 이와 같아서 다 무상한데도 중생들은 항상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007_1186_a_06L以故彼菩薩有如是心若彼如是佛世界勝佛色身勝彼亦無常是盡滅我之所攝亦復如是皆悉無常作是念諸行如是一切無常而諸衆生生於常想
보살은 이와 같이 중생들에게 크게 불쌍하다는 마음을 내어 일체 법을 다 버리고 떠나게 한다. 이와 같이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네 번째 통한 지혜[通智]이다.
007_1186_a_11L菩薩如是於衆生中起大悲心於一切法皆悉捨離如是迅王此是菩薩第四通智
저 보살이 이 지혜를 성취하면 일체 모든 법이 무상함을 알고 마음으로 올바르게 생각하여 생함이 있는 것들을 거두어들이고 중생을 성취시킨다. 비록 생함이 있는 것들을 거두어들인다고는 하나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보살은 있음을 여의었으나 모든 있는 것들을 거두어들이고 중생을 성취시킨다.
007_1186_a_13L彼菩薩成就此智則知一切諸法無常心正思惟攝取有生成就衆生雖攝有生而不貪著菩薩離有而取諸有成熟衆生
분신왕아, 어떤 것이 보살의 신통분신(神通奮迅)인가? 분신왕아, 저 보살은 마음이 자재하기 때문에 성스러운 신족(神足)을 얻는데, 욕(欲)ㆍ정진(精進)ㆍ적정(寂靜)ㆍ신해(信解)가 그것이다.
007_1186_a_16L奮迅王何者菩薩神通奮迅奮迅彼菩薩心自在故得聖神足謂欲精進寂靜信解
저 보살이 현재 신통을 얻은 것은 하고자 함이 있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희망한다면 한 생각 사이에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부처님세계에 다 이를 수 있다. 저곳에 이르고 나서는 저곳 중생들이 보살의 몸을 보지만 보살의 몸은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저곳 중생들이 법 설하는 것을 보고 듣지만 이곳에서 법을 설하는 것을 그치지도 않는다.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신통분신이다. 이 신통으로 중생을 길들인다.
007_1186_a_19L彼菩薩現得神通是有爲行彼人悕望於一念閒悉能遍到恒河沙等諸佛世界到彼處已處衆生見菩薩身而菩薩身此處不彼處衆生見聞說法然於此處說法不斷奮迅王此是菩薩神通奮迅以此神通調御衆生
007_1186_b_02L항상하다는 생각을 내는 천상이나 인간에게는 겁(劫)이 다 타서 없어지는 것을 보여 준다. 그들이 삼천대천세계가 다 타는 것을 보지만 저 세계는 실제로 타거나 파괴되지 않는다.
007_1186_a_25L若彼衆生——或天或人生常想者示劫盡燒彼見三千大千世界皆悉燒燃而彼世界實無燒壞
교만한 중생에게는 손안의 금강(金剛)으로 그에게 야차를 보여 주거나 금강의 불꽃을 보여 주어 크게 겁을 준다. 그러면 저 교만한 자가 교만한 마음을 파괴하고 즉시에 그를 향해 예배를 드린다.
007_1186_b_05L若慢衆生手中金剛示其夜叉示金剛炎令大怖畏彼憍慢者破壞慢心卽時向禮
전륜왕을 믿는 중생이 있으면 그를 위해 전륜왕의 형색과 복장을 나타내어 법을 설한다. 제석왕을 믿는 중생이 있으면 그를 위해 제석왕의 형색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범왕을 믿는 중생이 있으면 그를 위해 범왕의 형색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마왕을 믿는 중생이 있으면 그를 위해 마왕의 형색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여래를 믿는 중생이 있으면 그를 위해 여래의 형색을 나타내어 법을 설한다. 보살이 허공 가운데 머물러 가부좌를 하고 몸에서 광명을 내는 것을 봐야 할 중생이 있으면 바로 허공에 머물러 몸에서 광명을 놓으면서 법을 설한다.
007_1186_b_07L若有衆生信轉輪王彼卽爲現輪王形服而爲說法若有衆生信帝釋王彼卽爲現帝釋王色而爲說法若有衆生信於梵王彼卽爲現梵王形色而爲說法若有衆生信於魔王彼卽爲現魔王形色而爲說若有衆生信如來者彼卽爲現如來形色而爲說法若有衆生應見菩薩虛空中住加趺而坐身出光明住空中身放光明而爲說法
매우 수승한 일에 대해 믿음과 이해를 내는 중생이 있으면, 깃발과 일산으로 장엄한 삼천대천세계ㆍ깃발과 꽃타래로 장엄한 삼천대천세계ㆍ휘장과 깃발로 장엄한 삼천대천세계ㆍ방울과 꽃타래가 가득한 삼천대천세계와 향과 쪼여서 만든 향 등의 쾌락과 백천 종류의 음악을 보여 주고 난 후에 법을 설한다.
007_1186_b_16L若有衆生於大勝事生信解者卽示三千大千世界幡蓋莊嚴幡鬘莊嚴幢幡莊鈴鬘具足香薰等樂百千種樂如是已然後說法
삼천대천세계가 합하여 한 바다가 되고 우발라화ㆍ구물두화ㆍ분타리화가 두루 그 위를 덮고 연꽃 사자좌가 있으며, 저 좌석 위에 앉아서 법을 설하는 것을 봐야 할 중생이 있으면 보살이 곧 그것을 나타내 보이고 법을 설한다.
007_1186_b_20L若有衆生應見三千大千世界合爲一海憂鉢羅華物頭華分陁利華遍覆水上於蓮華上有師子座坐彼座上而說法者卽示現而爲說法
007_1186_c_02L수미산 꼭대기에 머물면서 하늘 소리로 법을 설하는 것을 봐야 할 중생이 있으면 그가 곧 그것을 나타내 보이고 법을 설한다.몸은 보지 못하고 오직 보살이 큰 소리로 설하는 것만 들어야 할 중생이 있으면 그가 곧 나타내 보이고 법을 설한다.
007_1186_b_24L若有衆生應見菩薩住須彌頂梵聲說者彼卽示現而爲說法若有衆生應不見身唯聞菩薩大聲說者彼卽示現而爲說法
용의 몸ㆍ건달바의 몸을 봐야 할 중생이 있으면 보살이 곧 노래하는 모양을 나타내어 소리를 따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한다. 용 바퀴ㆍ우레 소리ㆍ번개 소리ㆍ비 떨어지는 것을 봐야 할 중생이 있으면 그가 곧 나타내 보이고 법을 설한다.
007_1186_c_04L有衆生應見龍身乾闥婆身菩薩卽現歌相應聲而爲說法若有衆生應見龍輪雷聲電聲及雨墮者彼卽示現而爲說法
주리고 목마르고 피로하고 지친 중생이 있으면 하늘 음식을 충분히 그에게 주어서 몸이 포만하여 모든 즐거움을 만족시키고는 곧 법을 설한다. 지옥 가운데서 하나하나의 중생들이 항상 큰 괴로움을 받는다면 신통력으로 지옥의 불을 꺼 버리고 힘을 주어 모든 모근(毛根)에 그 힘이 들어가게 하여 저들이 즐거움을 얻으면 곧 법을 설한다.
007_1186_c_08L若有衆生飢渴疲惓天飮食具足與之令身飽滿一切樂足乃爲說法若地獄中一一衆生常受大苦以神通力滅地獄火與力令入一切毛根彼得樂已乃爲說法
눈이 어두운 중생이나 눈을 잃은 중생에게는 신통력으로 그에게 천안을 주어 안근(眼根)을 얻게 하고 나서 법을 설한다. 귀가 어둡거나 이근(耳根)을 잃은 중생이 있으면 신통력으로 이근을 얻게 하고 나서 법을 설한다. 갖가지 병환이 있는 중생에게는 신통력으로 많은 병을 제거하고 그가 병을 여의게 하고 나서 법을 설한다.
007_1186_c_12L盲衆生離眼衆生以神通力與其天令得眼根乃爲說法若聾衆生離於耳根以神通力令得耳根乃爲說若有種種病患衆生以神通力爲除衆病令離病已乃爲說法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여 이제 막 명을 끊고자 하는 중생이 있다면 신통력으로 모든 방편을 시설하여 저 사람을 겁주어 죄를 짓지 않게 하며, 혹은 재물을 주는 대신 목숨을 놓아주게 하고 나서 법을 설한다.
007_1186_c_17L若有衆生臨欲被殺將欲斷命以神通力設諸方便偸劫彼人令不得罪或與財物救贖命已乃爲說法
신분이 하열하거나 6근(根)이 불구이거나, 혹은 소성(小姓)으로 몸과 마음이 하열함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중생이 있다면 신통력으로 그 신분을 일체 구족하게 하고 잠시 나타내 보여 몸을 훌륭하게 해 놓고 법을 설한다.
007_1186_c_20L若有衆生身分下劣根闕不具或有小姓怖畏羞身心下劣以神通力令其身分一切具足蹔時示現令身勝己乃爲說
007_1187_a_02L뱃속에서 귀먹고 벙어리가 되었거나 태어나서도 완악하고 둔하여 누워서 똥오줌을 싸는 중생이 있으면 먼저 치료하는 신통력으로 보배로 장엄한 궁전을 보여 거기에 앉히고 법을 설하는데, 그에게서 마음ㆍ뜻ㆍ지혜가 나게 하고는 법을 설하는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이미 태어난 중생 중에 6근이 아직 완숙하지 못한 자가 있으면 신통력으로 6근을 완전하게 하고 나서 법을 설한다.
007_1186_c_24L若有衆生藏中聾瘂生來頑鈍在屎尿先爲療治以神通力示寶莊嚴宮殿坐已乃爲說法令其心意智慧生已乃爲說法若有未生已生衆生根未淳熟以神通力令根熟已乃爲說法
분신왕아, 저 때 보살이 이와 같은 신통력을 성취하고 나서는 다시 불가사의한 신통력으로 법을 설한다. 해와 달을 믿고 이해하여 법률을 이해하는 중생이 있으면 신통력으로 삼천대천의 모든 세계에 있는 해와 달을 손바닥 안에 두고,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까지 던지면 이에 제도될 만한 모든 중생들이 해와 달이 허공에서 가는 것을 본다. 그러나 그 해와 달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007_1187_a_06L奮迅王彼時菩薩成就如是神通力已又復更有不可思議神通說法若有衆生信解日月入法律者以神通力三千大千諸世界中所有月置手掌中擲過無量無邊世界一切衆生所應度者皆見日月空中而去然其日月本處不動
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를 한 터럭 위에 놓고서 범천의 세계에 던진 후에 다시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 밖으로 던진다. 그러나 모든 중생은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오고 가지만 가고 돌아왔다는 생각이 없다.
007_1187_a_12L又復能以恒河沙等諸佛世界置一毛頭擲著梵世然後復擲無量無邊世界之外然諸衆生不覺不知若來若去無往返想
또 저 보살은 한번의 입김으로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에 일어나는 겁화(劫火)를 꺼 버릴 수 있다. 또 저 보살이 한번 가부좌하면 즉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계에 이를 수 있다. 또 저 보살은 두 손으로 해를 덮고 달을 덮어 자신의 광명으로 세계를 두루 비추며 법을 설한다.
007_1187_a_16L彼菩薩以一口氣能令無量恒河沙等諸佛世界劫燒火滅菩薩一加趺坐卽時令身到恒河沙諸佛世界彼菩薩能以兩手覆日覆月以自光明遍照世界而爲說法
007_1187_b_02L분신왕아, 저 보살이 여래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가 여래께 공양하겠다는 희망을 일으키면 즉시 수미산 등 갖가지 묘한 꽃을 여래의 몸에 뿌려 모든 꽃이 영롱하게 여래를 덮게 하여 오직 몸의 반만 보이게 한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수풀을 등불로 변화시켜 앞에서와 같이 공양할 마음을 일으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비가 내릴 때 불을 나타내 보일 수 있고, 자기의 몸을 나타내 보여 일체 중생이 두루 다 보게 한다. 저 중생들의 믿고 이해하는 수준을 따라 어떤 형색이라도 보인다. 즉 자기 몸으로 제석의 몸을 보이며ㆍ혹은 범(梵)의 몸을 보이며ㆍ혹은 성문의 몸을 보이며ㆍ혹은 연각의 몸을 보인다.
007_1187_a_20L奮迅王彼菩薩於如來前加趺而坐起心悕望供養如來卽時能以須彌山等種種妙華散如來身令一切華映覆如來唯見半身若化三千大千世界一切樹林以爲燈明如前供養隨意卽能天若雨時能令見火示現己身一切衆生皆悉遍見隨彼衆生若干信解見何等色或以自身示帝釋身或示梵身或聲聞身或緣覺身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신통분신이다. 즉 천안(天眼)은 보는 데 장애가 없는 것이며ㆍ청정한 천이(天耳)는 듣는 데 장애가 없는 것이며ㆍ일체 중생의 마음 상태를 아는 지혜로 아승기겁의 일을 기억하고 생각하여 모든 신통으로 다 나타내 보이는 것을 통분신(通奮迅)이라 한다.
007_1187_b_06L奮迅王此是菩薩神通奮迅——所謂天眼見不障㝵淸淨天耳聞不障㝵切衆生知心行智阿僧祇劫而能憶一切神通悉能示現名通奮迅
분신왕아, 위에서 통(通)이라 했는데, 무엇을 통한다는 말인가? 일체 부처님의 법을 빠짐없이 보는 통함ㆍ다른 일체 중생의 근기를 아는 통함ㆍ성문승의 법률을 능가하는 통함ㆍ연각승의 비니(毘尼)를 능가하는 통함ㆍ대승의 율을 통함ㆍ앉은자리에서 사라지고 나오는 통함ㆍ모든 중생의 순숙한 지혜로 통함ㆍ바른 지혜로 나아가 행하는 통함ㆍ훌륭한 방편에 통함ㆍ보시의 원을 통함ㆍ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의 원을 통하는 것이다. 이것이 마군을 파괴하고 마군을 포섭하여 선근을 성취하므로 통함이라 한다.
007_1187_b_10L奮迅王所言通者云何名通遍見一切諸佛業通知他一切衆生根通聲聞乘所有法律勝緣覺乘法毘尼大乘律通坐退出通於諸衆生淳熟智通正知出行通善方便通布施願通精進慧願通壞魔攝魔善根成就是故名通
또한 분신왕아, 보살이 통함을 얻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며, 푸른색 등의 위덕을 갖추며, 이름과 힘과 성씨와 종족과 재물 있는 무리에게 에워싸인다. 그러므로 통함이라 한다.
007_1187_b_17L復次奮迅王薩得通他所識知色靑等威德名稱力姓種族財衆圍遶是故名通
또한 분신왕아, 보살이 통함을 얻으면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 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ㆍ제석천왕ㆍ전륜성왕ㆍ범천 세계의 주인ㆍ아라한을 이룬 자ㆍ정변지(正遍知)를 이룬 자가 다 안다. 그러므로 통함이라 한다.
007_1187_b_19L復次奮迅王菩薩得通夜叉乾闥婆阿修羅伽樓羅緊那羅摩睺羅伽與非人帝釋天王轉輪聖王梵世界阿羅漢人正遍知者一切皆知故名通
분신왕아, 이것이 보살의 통함이다. 보살은 통함으로써 본래 세웠던 원에서 물러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일체 법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007_1187_b_24L奮迅王此菩薩通菩薩以通不退本願能示他人一切諸法
분신왕아, 어떤 것이 지혜 분신[智奮迅]인가?
007_1187_b_25L奮迅王何者智奮迅
007_1187_c_02L분신왕아, 지혜의 분신이라는 것은, 즉 음지(陰智)ㆍ계지(界智)ㆍ입지(入智)ㆍ인연지(因緣智)ㆍ실제지(實諦智)를 말한다.
007_1187_c_02L奮迅王智奮迅所謂陰智界智入智因緣智實諦
분신왕아, 어떤 것이 음지인가? 색(色)이 빈 것임을 아는 것이다. 전찰나의 색ㆍ후찰나의 색ㆍ중간의 색은 다 공한 것이다. 수ㆍ상ㆍ행ㆍ식도 다 이와 같아서 전찰나의 식ㆍ후찰나의 식ㆍ중간의 식은 다 공한 것이다. 이는 5음(陰)이 공하다는 뜻으로서 필경에 공하다는 말이다. 음이 공하다는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음지(陰智)라 한다.
007_1187_c_05L奮迅王何者陰智謂知色空色前際空色後際空色中際空皆亦如是識前際空識後際空識中際空此五陰空謂畢竟空知此陰空故名陰智
분신왕아, 어떤 것이 계지(界智)인가? 지계법계(地界法界)ㆍ수계법계(水界法界)ㆍ화계법계(火界法界)ㆍ풍계법계(風界法界)를 아는 것을 말한다. 무슨 말인가? 이 네 가지 계는 하나의 계이니, 즉 공계(空界) 또는 법계(法界)의 계이다. 이것은 지계(地界)도 아니며, 수계(水界)도 아니며, 화계(火界)도 아니며, 풍계(風界)도 아니다.
007_1187_c_09L奮迅王何者界智地界法界水界法火界法界風界法界何以故以此四界法界一界——所謂空界復法界界此非地界亦非水界亦非火界亦非風界
어째서 그런가? 계가 다르지 않은 법계이며, 계가 둘이 아닌 법계이며, 계가 나지 않는 법계이며, 계가 물들지 않는 법계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깨끗한 계의 법계이며, 법다운 계이며, 나와 같은 계이며, 중생과 같은 계이며, 명(命)과 같은 계이며, 부가라나(富伽羅那)와 같은 계이며, 나고 죽음과 같은 계이며, 열반과 같은 계이기 때문이다. 저 계는 욕계(欲界)이며, 저 계는 색계(色界)이며, 저 계는 무색계(無色界)이며, 저 계는 작위가 있는 계이며, 저 계는 작위가 없는 계이다. 그러므로 열반계라 한다.
007_1187_c_14L何以故不異界法界不二界法不生界法界不染界法界善淨界法界如法界如我界如衆生界如命如富伽羅界如生死界如涅槃界彼界欲界彼界色界彼界無色界界有爲界彼界無爲界故名涅槃界
법계를 아는 지혜라면, 이와 같은 색계의 지혜가 인연을 아는 지혜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계지(界智)라 한다.
007_1187_c_19L如若法界智如是色界智不異因緣故名界智
분신왕아, 어떤 것이 입지(入智)인가?
007_1187_c_21L奮迅王何者入智
분신왕아, 눈의 본래 성품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벗어나는 것도 아닌, 조작이 없는 것이다.
007_1187_c_22L奮迅王眼之本性不生不出無造作者
분신왕아, 이와 같이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성품도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벗어나는 것도 아닌, 조작이 없는 것이다.
007_1187_c_23L奮迅王如是意性不生不出無造作者
007_1188_a_02L분신왕아, 저 눈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보는 것이 없으며, 저 귀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듣는 것이 없으며, 저 코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냄새 맡는 것이 없으며, 저 혀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맛보는 것이 없으며, 저 몸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감촉 하는 것이 없으며, 저 뜻에는 주재하는 자가 없기 때문에 아는 것이 없다.
007_1187_c_24L迅王彼眼無主故無見者彼耳無主故無聞者彼鼻無主故無嗅者彼舌無主故無嘗者彼身無主故無覺者彼意無主故無知者
분신왕아, 눈은 빛깔을 보지 않으며, 귀는 소리를 듣지 않으며, 코는 냄새를 맡지 않으며, 혀는 맛을 보지 않으며, 몸은 감촉을 느끼지 않으며, 뜻은 법을 알지 못한다. 왜냐 하면 눈은 알아차리는 기능이 없어서 풀 같고, 벽 같고, 흙덩이 같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귀ㆍ코ㆍ혀ㆍ몸ㆍ뜻 등 일체가 알아차리는 기능이 없이 풀 같고, 나무 같고, 벽 같고, 흙덩이 같다.
007_1188_a_05L奮迅王眼不見耳不聞聲鼻不嗅香舌不嘗味不覺觸意不知法何以故眼者無覺如草如木如壁如塊如是意等一切無覺如草如木如壁如塊
분신왕아, 눈은 물듦이 없고, 또한 물들지 않음이 없다. 이와 같이 귀ㆍ코 ㆍ혀ㆍ몸ㆍ뜻 등 일체도 물듦이 없고, 또한 물들지 않음이 없다. 왜냐 하면 눈의 성품은 본래 물듦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귀ㆍ코ㆍ혀ㆍ몸ㆍ뜻 등도 본성이 이와 같아 물듦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007_1188_a_09L奮迅王眼者無染亦無不染如是意等一切無染亦無不染以故以眼本性性離染故如是意等本性如是性離染故
분신왕아, 모든 입(入)에 대해서 이와 같이 알고 나면 마음에 욕심을 여의기 때문에 입지(入智)라고 한다.
007_1188_a_13L奮迅若一切入如是知已心得離欲名入智
이와 같이 음(陰)ㆍ계(界)ㆍ입(入) 등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벗어나는 것도 아님을 알면, 이와 같이 필경에 열반에 들어간다. 그리고 나서는 음ㆍ계ㆍ입에서 생겨나고 물러나는 것들을 거두어들여 그들과 똑같은 음ㆍ계ㆍ입을 갖되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 사자가 몸을 뒤채듯[奮迅] 하는 이러한 지혜로 음ㆍ계ㆍ입의 본성과 양상을 알고 저 모두를 버린다. 그러면서도 삼계에 행하되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나고 죽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나고 죽는 일이 없다. 이것이 바로 지혜 분신이다.
007_1188_a_15L若如是知陰界入等不生如是畢竟入涅槃已攝取生退陰界入等如陰界入而亦不捨此智奮迅知陰界入若相若體彼一切捨行三界而不染著亦現生死而無生此智奮迅
분신왕아, 어떤 것이 인연지(因緣智)인가?
007_1188_a_20L奮迅王何者因緣智
007_1188_b_02L무명(無明)은 행(行)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행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행은 식(識)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식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식은 명색(名色)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명색을 낸다 생각하지 않으며, 명색은 6입(入)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6입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6입은 촉(觸)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촉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촉은 수(受)를 반연하지만 자신이 수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는 애(愛)를 반연하지만 자신이 애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애는 취(取)를 반연하지만 자신이 취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취는 유(有)를 반연하지만 자신이 유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유는 생(生)을 반연하지만 자신이 생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생은 노사(老死)를 반연하지만 자신이 노사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007_1188_a_21L無明緣行無明不念我能生行行緣於識行亦不念我能生識識緣名色識亦不念我生名色名色緣六入名色不念我生六六入緣觸六入不念我能生觸緣於受觸亦不念我能生受受緣於受亦不念我能生愛愛緣於取亦不念我能生取取緣於有取亦不我能生有有緣於生有亦不念能生生生緣老生亦不念我生老
분신왕아, 보살이 이와 같이 인연을 관찰한다면 단견(斷見)이나 상견(常見) 등 모든 견해가 없다.
007_1188_b_08L奮迅王菩薩如是觀察因緣則無諸見無有斷見無有常見
그는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다 인연에서 생겨나는 줄 알고, 이와 같이 인연을 따져 들어가 찾으려 하나 얻을 수 없을 때, 그가 인연에서 인연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007_1188_b_09L彼如是知一切諸法皆因緣生彼人如是推求因緣亦不可得彼於因緣得因緣智
무엇을 두고 지혜를 얻었다고 하는가?
007_1188_b_11L云何得智
인연과 나지 않음, 이 두 가지가 평등한 줄을 아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평등은 공(空)하고, 상이 없고[無相], 원이 없다[無願]. 12인연(因緣)이 다 평등하니, 평등으로 이와 같이 깨달은 모든 법의 인연이 평등하다면 이와 같은 인연은 곧 인연이 아니다. 저 인연 가운데는 조그마한 법도 생겨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인연이라 이름한다. 생겨나지 않는 그것도 인연임을 알면 그것을 인연지(因緣智)라 한다.
007_1188_b_12L因緣不生此二平等如是平等空無相願十二因緣皆悉平等若以平等如是所覺一切諸法因緣平等如是因緣則非因緣彼因緣中無少法生故名因緣若知不生亦是因緣名因緣智
007_1188_c_02L명(明)과 무명, 이 법은 둘이 아니니 이것을 알면 인연지라 한다. 행(行)과 행 아닌 것, 이 법은 둘이 아니니 이것을 알면 인연지라 한다. 식(識)과 식 아닌 것, 이 법은 둘이 아니니 이것을 알면 인연지라 한다. 명색(名色)과 명색 아닌 것, 이 법은 둘이 아니니 이것을 알면 인연지라 한다. 6입(入)과 6입 아닌 것, 이 법은 둘이 아니니 이것을 알면 인연지라 한다. 6입과 6입 아닌 것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촉(觸)과 촉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수(受)와 수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애(愛)와 애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취(取)와 취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유(有)와 유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생(生)과 생 아닌 것도 둘이 아니며, 노사(老死)와 노사 아닌 것도 둘이 아니다. 이것을 안다면 인연지라 한다.
007_1188_b_17L明與無明此法不二若知此者名因緣智行與非行此法不二若知此者名因緣智識與非識此法不二若知此者名因緣智名色非名色此法不二若知此者名因緣六入非六入此法不二若知此者名因緣智如六入非六入不二如是非觸不二非受不二非愛不非取不二非有不二非生不二老死非老死不二若知此者名因緣智
만일 인연의 처소를 관찰해 보면 저러한 인연들은 다 공하여 나라고 할 것이 없다. 저런 인연들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저런 인연들은 허망하여 실재하지 않으며, 저런 인연들은 잡을 수도 없고 잡힐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인연은 행(行)도 없고 모양도 없으니, 이와 같이 안다면 그것을 인연지라 한다.
007_1188_c_04L如因緣處如彼因緣皆空無如彼因緣不來不去如彼因緣虛妄不實如彼因緣無取可取如是因緣無行無相若如是知名因緣智
만일 인연을 보더라도 무명을 보지 않으며, 행을 보지 않으며, 식을 보지 않으며, 명색을 보지 않으며, 6입을 보지 않으며, 촉을 보지 않으며, 수를 보지 않으며, 애를 보지 않으며, 취를 보지 않으며, 유를 보지 않으며, 생을 보지 않으며, 노사를 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본다면 그는 인연을 보는 것이며, 인연을 본다면 그는 법을 보는 것이다.
007_1188_c_07L若見因緣不見無明亦不見行亦不見識不見名色不見六入亦不見觸亦不見受亦不見愛亦不見取亦不見有亦不見生不見老若如是見彼見因緣若見因緣彼則見法
어떤 법을 보는가? 하고자 함[欲]을 떠나는 법을 본다. 어떤 등의 하고자 함을 떠난다는 말인가? 일체 법 가운데 갖가지 보는 욕[見欲]이니, 이와 같은 욕을 떠났다는 뜻에서 욕을 떠났다고 한다.
007_1188_c_12L見何者法見離欲法離何等欲一切法中種種見欲離如是欲故名離欲
그가 보는 법이란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그것은 진여(眞如)로서 얻을 수도 없고 물들일 수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그것은 법계(法界)로서 파괴할 수도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그것은 실제(實際)로서 천착하지 못한다.
이렇게 본다면 봐도 보는 것이 아니며, 이렇게 본다면 육안(肉眼)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천안(天眼)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혜안(慧眼)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007_1188_c_14L彼所見法不增不減如是所見則是眞如不得不染如是所見則是法界不壞不成如是所見實際不穿如是所見雖見不見如是所見非肉眼見非天眼見非慧眼見
왜냐 하면 육안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니,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보지 못한다. 천안은 유위이기 때문에 무위를 보지 못한다. 이런 뜻에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혜안으로 보지 못한다 함은 분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별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007_1188_c_19L何以故肉眼不覺其不覺是故不見天眼有爲以有爲故不見無爲是故不見慧眼不見不分別不分別故亦不能見
007_1189_a_02L분신왕아, 보살이 일체 법을 이렇게 본다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색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모양 등으로 보는 것이 아니며, 법계로 보는 것도 아니다. 계(戒) ㆍ정(定)ㆍ혜(慧)ㆍ해탈견(解脫見)ㆍ해탈지견(解脫知見)ㆍ법(法)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로 보는 것도 아니다. 만일 이와 같이 본다면 여래를 보는 것이다.”
007_1188_c_22L奮迅王菩薩如是見一切法則見如來非是色見非受非想非行非識非相等見非法界見非戒非解脫見亦非解脫知見法見非過去見非未來見非現在見若如是見則見如來
奮迅王問經卷上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사자가 기지개를 켤 때 몸을 뒤채는 모습을 들어서 보살이 대승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비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