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125_a_01L불설대정법문경(佛說大淨法門經)
011_0125_a_01L佛說大淨法門經


서진(西晋) 축법호(竺法護) 한역
송성수 번역
011_0125_a_02L西晉月支三藏竺法護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125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영취산(靈鷲山)에 노니시면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으니, 비구는 5백이고 보살은 8천이었다. 그들 모두는 큰 성인들로서 다들 총지(總持)를 얻고 변재가 한량이 없으며, 그들이 건립한 거룩한 지혜로 3탈문(脫門:解脫門)을 이해하고, 3세(世)에서 그 지혜가 거리끼는 바가 없으며, 삼매정(三昧定)을 얻어 움직일 수 없고, 10력(力)과 무외(無畏)를 모두 완전히 갖춘 자들이었다.
011_0125_a_04L一時佛遊王舍城靈鷲山大比丘衆俱比丘五百菩薩八千切大聖悉得摠持辯才無量其所建立分別聖慧解三脫門於三世慧無所罣㝵得三昧定不可轉移十力畏一切具足
그때 큰 왕사성에 일여인(逸女人)1)이 있었으니, 이름은 상금광수(上金光首)였다. 단정하고 빼어나게 아리따워서 보는 이마다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모습이 깨끗하고 맑으며 위의가 꽃처럼 빛났으니, 전세에 덕의 근본을 닦은 과보였다. 온몸이 천연의 자마금(紫磨金) 빛이었고, 노닐거나 살며 눕고 잠자고 머무르고 서고 앉고 일어나며 거니는 곳은 그 땅도 몸의 빛처럼 변하였고, 만일 비단 옷을 입으면 그 옷도 저절로 금빛으로 바뀌었다.
011_0125_a_09L爾時王舍大城有逸女名曰上金光首端正殊妙見莫不色像淸淨威耀如華往古所修德本之報形體自然紫磨金色所可遊臥寐住立坐起經行其地變現亦如身像設著綵帛其服自然轉爲金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경하며 모두 소중히 여겼고, 이 여인을 보는 자들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내는 법이 없었으며, 말씨는 거칠지 않아 부드럽고 화려했으며, 얼굴에서는 광택이 나고 초췌하지 않았다. 큰 왕사성의 국왕ㆍ태자ㆍ대신ㆍ장자ㆍ거사와 그 모든 아들들이 그 여인을 탐내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만나보고 싶어서 그녀가 노니는 곳을 따라 동산ㆍ누각ㆍ냇가ㆍ마을ㆍ숲으로 달려가 따라다녔으며, 남녀 대소 할 것 없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뒤를 쫓으며 그녀를 보려고 하였다.
011_0125_a_15L無央數人莫不敬重見此女者視之無厭言辭不麤柔和美麗顏貌光澤無有憔悴其於王舍大城之中太子大臣長者居士諸子興貪愛志欲得見隨其所遊園觀河側樹閒便就從之男女大小無央數悉追其後欲觀察之
011_0125_b_01L그때 상금광수는 어느 날 외간(畏間) 장자의 아들과 함께 저자에서 좋은 물건을 사서 서로 선물하고,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유관원(遊觀園)으로 나아갔다. 당기와 일산이며 값진 보배와 명월의 구슬과 자마금으로 장식한 사마(駟馬)의 수레를 타고 좋은 방석을 깔았으며, 여러 향과 사이(思夷)의 꽃을 지니고 여러 기생이 뒤따르며 유관원으로 가서 서로 재미있게 즐겼다. 음악을 연주하며 북ㆍ장구가 앞에서 인도하고 공양거리를 싣고서 그 뒤를 따랐으며,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쫓아오면서 구경하였다.
011_0125_a_21L爾時上金光首在於異日與畏閒長者子俱市買好物而相貢上供辦美食至遊觀園駕駟馬車幢蓋珍寶明月之珠紫金挍飾布好座具齎持雜香思夷之華從諸妓人至遊觀園而相娛樂音聲唱和鼓樂前導供養之具載從其後不可計人逐而觀之
문수사리(文殊師利)진(晉)나라 말로 부수동진(溥首童眞)이다는 그때 좌선하던 방에서 나와 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근심하고 있었다.
‘권유하고 교화하여 대승을 일으키게 하고, 3품의 법으로써 도혜(道慧)의 신족 변화를 융성하게 일으키며, 변화를 설법하고 변화를 가르쳐 주어 이익으로 인도하고 계율에 들게 할 사람이 어느 곳에 있을까?’
011_0125_b_07L文殊師利者名溥首童眞於時從燕室出常發大哀愍傷群生何所人者可以勸化發大乘以三品法興隆道慧—神足變說法變化教授變化—導利入律
그때 문수사리는 상금광수와 외간 장자의 아들이 함께 짝을 지어 같이 수레를 타고 유관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그녀가 과거에 근본을 행하고 전생에 덕을 지녔던 것을 알았다. ‘내가 형체를 변화하여 그를 위하여 설법해 반드시 해탈시키고 통달케 하리라.’ 하고, 문수사리는 곧 몸을 변화하여 단정하며 뛰어난 아름다운 소년이 되었다. 얼굴 모습은 하늘보다 뛰어났으므로 보는 이는 모두 기뻐하며 떠받들었고, 몸매와 위의는 빛나 해와 달의 빛을 가렸으며, 피복의 형상과 종류는 인간의 것으로 나타내서 입었는데, 40리를 환히 비추었으니, 스스로가 그 몸을 드러내 보아도 훌륭한 것 같았다.
011_0125_b_10L文殊師利見上金光首與畏閒長者子俱侶共載乘行詣遊觀園知女往昔本行根源宿世有德吾應化之爲說法必令解達文殊師利尋時變身化爲少年端正絕妙顏貌踰天者喜悅莫不欣戴姿容威曜蔽日月被服像類現於人間其所被服照四十里自現其身如有所好
011_0125_c_01L문수사리는 옷 입기를 마치고는 그 일녀(逸女)가 놀러 가는 길을 자세히 살피고는 곧 그 길에 나타나 앞에 섰다. 앞에 서자마자 그 장자의 아들이 타고 있던 수레와 상금광수의 수레ㆍ말ㆍ피복은 곧 덮이고 가려져 다시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빛나던 광명도 완전히 사라져 마치 먹 덩어리가 밝은 구슬 곁에 있는 것 같았다. 상금광수 유일녀(遊逸女)가 그때 문수사리를 보았는데, 얼굴은 꽃처럼 아리따운 것이 마치 천자(天子)의 몸처럼 밝아 휘황찬란한 불빛도 미치기 어려웠고, 살색이 곱고 윤택하며, 피복이 기이하고, 번쩍거리는 광채가 그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011_0125_b_18L文殊師利被服嚴訖觀察逸女所遊之路在彼路而於前立適在前立其長者子所乘及上金光首車馬被服尋則覆蔽遏不復現光曜滅盡猶如聚墨在明珠邊上金光首遊逸之女時見文殊師利顏貌英妙猶如天子身體之明煒煒難及肌色悅澤被服有異光曜灼灼從其身出
이것을 보고 나서 곧 스스로 제 몸을 살펴보니 특별하게 여겨지지가 않았다. 그 피복을 탐내며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제 이 장자의 아들을 버리고 수레에서 내려 버려두고 이 사람과 함께 서로 즐기며 놀고 싶구나. 나도 저런 의복을 입고 모습이 빛났으면.’
011_0125_c_03L適見此已則自察己不以爲奇貪其被服心自念言今欲捨此長者之子下車棄去當與斯人共相娛樂又願吾身得是衣服形貌光像
이 생각을 하자마자 문수사리가 위엄과 신력을 세워서는 식의천왕(息意天王)을 남자로 변화시켜 그 여인에게 말하게 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즐기려고 하는 그런 마음을 내다니요. 왜냐하면 이런 분은 색욕(色欲)에 뜻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왜 그렇습니까?”
식의천왕은 대답하였다.
“이분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이십니다.”
011_0125_c_07L適念此已文殊師利建立威神令息意天王化作男子謂彼女且止且止用爲發是遊逸之心以者何如斯人者不志色欲女曰息意天王報言是者名爲文殊師利菩薩也
여인이 다시 물었다.
“어떤 연유로 이름을 짓고 보살이라고 부릅니까? 그는 천자(天子)입니까? 용(龍)ㆍ귀신(鬼神)ㆍ건답화(犍沓和:건달바)ㆍ가류라(迦留羅:가루라)ㆍ진타라(眞陀羅:긴나라)ㆍ마휴륵(摩休勒:마후라가)입니까? 제석ㆍ범왕ㆍ사천왕입니까?”
식의가 대답하였다.
“여인이여 그걸 알고 싶습니까? 하늘ㆍ용ㆍ귀신도 아니며, 제석ㆍ범왕도 아닙니다. 이런 분을 보살이라고 합니다. 또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충족시킬 수 있고, 중생들이 마음으로 구하고 찾는 것을 보아 사람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에 보살이라고 합니다.”
011_0125_c_12L女又問曰何因作字正謂菩薩爲是天子乎爲龍鬼神犍沓和迦留羅眞陁羅摩休勒四天王息意報曰女欲知之非天非釋斯者名曰爲菩薩矣能充足一切人願見衆生心有所求索逆人意故謂菩薩也
여인은 마음속으로 ‘지금 들은 대로라면 반드시 나에게 아름답고 좋은 옷을 보시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인자(仁者)여, 원컨대 그 옷을 베풀어 주십시오.”
011_0125_c_18L女心念言如今所聞必當施我妙好之服卽下車往白言仁者願以此衣而見惠施
011_0126_a_01L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누이여, 만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신다면 제가 그때 옷을 드리겠습니다.”
여인은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무엇을 도라고 합니까?”
“알고 싶습니까? 당신이 곧 도입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문수사리여. 만일 이치를 자세히 말씀해 분별해 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왜 저의 몸이 곧 도라고 말씀하십니까?”
011_0125_c_20L文殊師利答曰大姊若能發無上正眞道吾身爾乃以衣相惠女言唯然謂爲道答曰欲知汝則爲道女言何文殊師利設不廣演分別誼者不解也何謂我身則爲道者
그때 상금광수가 곧 게송을 읊었다.
011_0126_a_02L爾時金光首卽說頌曰

연수(軟首)2)여 원하오니
의복을 보시하소서.
그래야 알리라, 그대가
불도를 홍포하려고 뜻을 세웠단 걸.
011_0126_a_03L軟首願以
衣服相施
乃知仁者
志弘佛道

마치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고
오래되면 가뭄이 들듯이
만약 탐내며 아끼신다면
참다운 보살이라 하지 못하리라.
011_0126_a_05L如天不雨
久遠之旱
若貪惜者
非眞菩薩

그때 문수사리도 게송을 읊었다.
011_0126_a_06L爾時文殊師利以偈頌曰

만일 부인께서
도의 뜻을 일으키신다면
그러면 제가 당연히
옷을 아낌없이 드리겠습니다.
011_0126_a_07L假使女能
發道意者
吾乃當以
衣相惠施

만일 견고한 마음으로
도의 뜻에 머무신다면
천상과 세간이
모두 예배하리라.
011_0126_a_09L若有堅心
住於道意
天上世閒
悉爲作禮

상금광수가 게송으로 다시 물었다.
011_0126_a_10L上金光首以偈重問

말씀하신 도란
그 말뜻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말한 자는 누구며
누가 도라는 것 얻었습니까?
011_0126_a_11L所謂道者
爲何句誼
孰爲說者
誰得道者

경업(經業)으로 나아가려고 뜻을 세우고
무엇을 익혀야만
불도를 이루게 되며
깨닫지 못한 자들 교화하겠습니까?
011_0126_a_13L志趣經業
當何所習
得成佛道
開化未悟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누이여, 알고 싶습니까?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계시니, 이름은 석가문(釋迦文)이십니다. 지금 현재 설법하고 계시니, 몸의 평등함을 평등하게 받들어 행하는 도를 연설하십니다. 누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찌 자기로부터 5음(陰)과 6입(入)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011_0126_a_14L文殊師利答曰大姊欲知有如來等正覺名釋迦文今現在說法身平等等奉行道於姊心中所念云豈不從己而生陰種諸入事乎
여인은 이 말을 듣고서 전생의 덕의 근본과 쌓은 선행에 힘입어 법의 광명에 이르렀으므로 곧 이렇게 말하였다.
“그와 같고 그와 같습니다. 진실로 말씀한 바와 같습니다. 나의 몸으로 인하여 종자인 음과 여러 입이 있게 된 것입니다.”
011_0126_a_18L聞此言蒙宿德本所積善行逮法光尋卽啓言如是如是誠如所云吾我身致陰種諸入耳
“누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색이 생각하는 것이 있고, 아는 것이 있습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011_0126_a_21L姊意云何有所念有所知乎女答不也
011_0126_b_01L문수사리가 다시 말하였다.
“누이여, 도 역시 생각하는 것이 없고 분별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 때문에 색은 곧 평등하며 도도 평등합니다. 저는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누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생각하는 것이 있고 분별하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011_0126_a_22L文殊師利報曰姊亦當知道無所念無所分以是之故色則平等道亦平等故說此汝則爲道姊意云何爲有所念有所別乎女答不也
“도 역시 생각하는 것이 없고 또 분별하는 것이 없으며, 통ㆍ상ㆍ행ㆍ식도 평등하고 도 역시 평등합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누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색(色)이 안이나 밖이나 중간에 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청(靑)ㆍ적(赤)ㆍ황(黃)ㆍ백(白)ㆍ흑(黑)ㆍ자(紫)ㆍ홍(紅)이 어느 곳 어느 방면(方面)에 있는 것이겠습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011_0126_b_03L殊師利報曰道亦無念亦無所分別則亦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姊意云何豈可見色處內若外及中閒耶豈靑爲在某處某方面乎女答不也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도 역시 보는 것이 없고 안이 없고 밖이 없고 중간도 없으며, 자ㆍ홍 등의 모양 역시 어느 곳과 어느 방면이라 할 땅이 없습니다. 색이 이미 평등하므로 도도 곧 평등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누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통ㆍ상ㆍ행ㆍ식이 안이나 밖이나 중간에 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오색의 모양이 어느 방면에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011_0126_b_08L文殊師利報曰道亦無見無內無外亦無中閒紅之貌亦無某處方面之土色已平等道則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姊意云何豈可見處內中閒五色之貌某方面乎女答不也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도도 그와 같아서 안이나 밖이나 중간이나 오색에 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으며 방면 또한 없는 것입니다. 통ㆍ상ㆍ행ㆍ식도 평등하며 도도 평등합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b_14L文殊師利報曰道亦如是不處內中閒五色無彼無此亦無方面也識則亦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
5음은 환과 같으니 허망과 거짓과 뒤바뀜을 말미암아 이것들이 생기는 것이며, 도 역시 환과 같아서 음성을 빌었을 뿐입니다. 환도 평등하고 5음도 평등하니, 환이 이미 평등하므로 도 또한 평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b_17L五陰若幻虛僞顚倒因從斯生道亦如幻假音聲耳幻爲平等五陰平等幻已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
5음은 꿈과 같아서 본말(本末)이 없으며, 도 또한 꿈과 같아서 처소(處所)가 없습니다. 꿈이 평등하므로 도 또한 평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b_20L五陰如夢無有本末道亦如夢本無處所夢以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
011_0126_c_01L 5음을 헤아리는 것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은 것이니, 미혹(迷惑)의 업은 허망과 거짓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도도 아지랑이와 같으며 자연의 이치이므로 또한 지음도 없고 응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지랑이와 5음은 평등한 것이며, 아지랑이가 이미 평등하므로 도 또한 평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b_22L計於五陰猶如野馬迷惑之業從虛僞興道如野馬自然之數亦無有造亦無報應是故野馬五陰平等野馬已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
5음은 거울속의 형상이니 형상에는 존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도 역시 거울 속 형상과 같아서 또한 존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거울 속의 형상과 5음은 평등하며, 거울 속 형상이 평등하므로 도 또한 평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c_03L五陰鏡像像無所有道如鏡像亦無所有以是鏡像五陰平等鏡像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爲道
5음은 이름을 빌려 행하게 되었을 뿐이며, 도 또한 이름을 빌려 도라 할 뿐입니다. 5음이 평등하므로 도 또한 평등한 것이니, 따라서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6_c_06L五陰假名而爲行耳道亦假名而爲道耳五陰平等道亦平等故說此言汝則是道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또 들어보십시오. 5음은 지음이 없고 도 또한 지음이 없으며, 5음은 자연이 없고 도 또한 자연이 없습니다. 5음은 존재하는 것이 없고 도는 생기는 것이 없다는 것이며, 5음은 무상하고 도는 무상을 깨닫는 것이며, 5음에는 편안함이 없고 도는 괴로움의 이치인 줄 아는 것이며, 5음은 공하고 없는 것이며 도는 공임을 분명히 깨닫는 것입니다. 5음에는 나라는 것이 없으니, 무아(無我)의 이치를 분명히 아는 것이 곧 도가 됩니다.
011_0126_c_09L文殊師利謂言更聽五陰無造道亦無造陰無自然道無自然陰無所有道無所生五陰無常道曉無常五陰無安道解苦義五陰空無道曉了空五陰無我了無我義則爲道矣
모든 음은 고요하니, 담박한 것인 줄 환히 아는 것이 곧 도가 됩니다. 모든 음은 받아들이는 것이 없으니, 받아들이는 것이 없다는 이치가 곧 도가 됩니다. 모든 음은 머무름이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으니, 머무름 없고 집착하는 것이 없으면 곧 도가 됩니다. 모든 음은 오는 것이 없고 가는 것도 없으니,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011_0126_c_14L諸陰寂然了澹泊者則爲道也諸陰無受無所受義則爲道矣諸陰無住亦無所著無住無著則爲道矣諸陰無來亦無有往無來無往則爲道矣
5음을 가진 자들은 성인의 법을 헤아리고서 음성을 빌어 성현(聖賢)이라 말하고 도법에 있어서 벗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해진 언사(言辭)는 언사가 없는 것이니, 5음은 모두 없는 것으로서 근본은 모두 청정합니다. 여래께서는 이와 같이 본래 청정함을 모두 깨달으시고 정각을 이루신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름을 도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5음은 본래 깨끗하며 도 또한 깨끗한 것이며, 도가 깨끗하기 때문에 모든 법도 본래 깨끗한 것입니다.
011_0126_c_18L有五陰者計於聖法爲假音聲言曰賢聖而於道法言爲友矣其所言辭而無言辭五陰悉無本皆淸淨如來如是悉了本淨得成正覺故名曰道是故五陰本淨道亦本淨道以淸淨諸法本淨
011_0127_a_01L 지금 누이의 모든 음이 본래 깨끗하듯이 모든 부처님 세존의 도 역시 본래 깨끗하며, 일체는 본래 깨끗하고 자연 그대로이며 중생의 5음이 본래 깨끗한 것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7_a_01L如今大姊諸陰本淨諸佛世尊道亦本淨一切本淨亦復自然衆生五陰本淨亦然故說此言汝則爲道
이미 5음을 분명히 알았다면 곧 도를 이해한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도가 됩니다. 또 모든 부처님은 5음을 여의지 않고서 부처님의 도를 이룬 것입니다. 도가 5음을 여의지 않으므로 5음을 분명히 깨달으면 그 명호를 부처님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누이여, 마땅히 이렇게 관찰해야 합니다. 일체의 중생은 모두 도에 처해 있고 도 역시 일체 중생에게 처해 있으며, 도는 언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7_a_03L已了五陰則便解道爲諸佛道又諸佛者不離五陰乃成佛道道不離陰覺了五陰乃號爲佛是故大姊當作此觀一切衆生皆處在道道亦處在一切衆生道無緣辭故說此言汝則爲
그 나[吾我]라고 하는 것에서 네 가지 종(種)이 생기니, 네 가지란 지종(地種)ㆍ수종(水種)ㆍ화종(火種)ㆍ풍종(風種)입니다. 그 지종이란 나[我]도 없고, 사람[人]도 없고,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는 것입니다. 지종에 평등하면 도가 곧 평등한 것이니, 본래 받아들이는 것이 없는 까닭에 평등(平等)이라고 합니다. 수종 또한 평등하며 도 또한 필경까지 본말이 자연 그대로입니다. 화종은 평등하며 도는 필경까지 본말에 흠이 없습니다. 풍종은 평등하며 도의 본말에는 볼 것이 없습니다.
011_0127_a_09L彼從吾我而生四種何謂四種風也其地種者無我無人無壽無命等於地種道則平等本無所受故謂平等水種亦等道亦究竟本末自然火種平等道爲究竟本末無瑕風種平等道之本末而無所見
누이여, 지종과 같은 것을 알고 싶습니까? 곧 이 종으로 여래께서는 도를 이루셨던 것이며, 수종ㆍ화종ㆍ풍종이 여래의 종인 것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이것으로 도를 얻어 지종ㆍ수종ㆍ화종ㆍ풍종을 환히 깨달으면 부처를 이루게 됩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이치를 말한 것입니다.
011_0127_a_14L大姊欲知如地種者則以此種如來成道風種如來種者亦復如是以此得道曉了地種風種則成爲佛故說此誼汝則爲道
지ㆍ수ㆍ화ㆍ풍의 모든 종(種)은 생각이 없으며, 이 4대에 대해 생각이 없을 수 있으므로 도라고 말합니다. 이런 까닭에 그대가 바로 도라고 말한 것입니다. 저들은 나[吾我]라고 하는 것으로 인하여 곧 눈이 있는 것이니, 귀ㆍ코ㆍ입ㆍ몸ㆍ뜻 역시 그와 같습니다.
011_0127_a_18L風諸種無想於此四大能無思想故曰爲道以是之故說汝是道彼因吾我便則有眼意亦復如是
011_0127_b_01L 그 눈은 곧 공(空)이니, 눈이 자연 그대로임을 깨달아 공인 줄 분별하면 곧 도가 됩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그와 같습니다. 뜻이 곧 공이니, 자연이고 공인 줄 이해하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눈은 공한 것으로써 색을 구할 줄 모르는 것이니, 색이 자연이고 공이면 곧 도가 됩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그와 같습니다. 뜻이 공한 것이라면 곧 분별하여 구하지 않습니다. 모든 법에 집착이 없고 법이 자연이며 공이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눈은 색을 받아들이지 않고 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눈은 색이 없는 것이고 6정(情:入) 역시 그러하여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없습니다. 또 도란 것을 헤아려 보면 곧 마음도 법도 없습니다.
011_0127_a_22L其眼則空了眼自然分別空則爲道矣意亦復如是意則爲空解自然空則爲道矣眼以空者不知求色色自然空則爲道矣意亦復如是意以空者則不識求諸法無著法自然空則爲道眼不受色道亦如是眼無有色情亦爾悉無所受又計道者則無心
이와 같이 누이여, 그 안식계(眼識界) 그것은 색계(色界)에 곧 머무르는 것이 없으며, 안식계ㆍ색계에 도는 머무르는 것이 없습니다. 이식계(耳識界)ㆍ비식계(鼻識界)ㆍ설식계(舌識界)ㆍ신식계(身識界)도 그와 같습니다. 의식계(意識界)는 법계(法界)에 머무르지 않고 도(道) 또한 머무르지 않으며, 마음[心]ㆍ법(法)ㆍ식(識)의 경계를 도는 받아들이는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으므로 도와 안식계(眼識界)는 둘이 없으며, 이식계ㆍ비식계ㆍ설식계ㆍ신식계ㆍ의식계도 마찬가지니, 도와 의식계에 두 가지 경계란 없습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7_b_07L如是大姊其眼識界彼於色界則無所住眼識色界道無所住耳之識鼻之識界口之識界身之識界之識界不住法界道亦不住心法道無所受猶是之故道與眼識界無有二意識界道與意識無有二界故說此言汝則爲道
또 누이여, 눈을 분별하여 환히 알면 곧 도가 됩니다. 눈은 본래 공하여 깨끗한 것이니, 만일 자연(自然)이며 공(空)인 줄 환히 알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그와 같아서 본래 자연이며 공이니, 본래 깨끗하고 자연이고 공인 줄 분별하여 환히 깨달으며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011_0127_b_13L復次大姊分別了眼則爲道矣眼本空淨若能解了自然空者則爲道矣意亦復如是本自然空了分別本淨自然空者則爲道矣
눈이 자연이고 공이면 곧 물드는 것도 없고 맺힌 한도 없습니다. 침범하거나 속이는 것을 보지 않고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을 없애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그와 같습니다. 뜻은 곧 자연이며, 그 자연은 곧 물드는 것도 없고 또한 맺힌 한도 없습니다. 침범하거나 속이는 것을 보지 않고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을 없애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011_0127_b_17L自然空則無所染亦無結恨不見侵除婬則爲道矣亦復如是意則自然其自然者則無所染亦無結恨不見侵欺除婬則爲道矣
011_0127_c_01L눈은 곧 주인[主]이 없으므로 곧 나[吾我]가 없고 또한 받아들이는 것도 없습니다. 도 역시 주인이 없으므로 곧 나가 없고 받아들이는 것도 없습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그와 같아서 곧 주인도 없고 나도 없고 또 받아들이는 것도 없으며, 도 역시 주인이 없으므로 곧 나가 없고 또 받아들이는 것도 없습니다.
011_0127_b_22L眼則無主則無吾我亦無所受道亦無主則無吾我亦無所受意亦復如是則無有主亦無吾我亦無所受道亦無主則無吾亦無所受
또 눈을 헤아려 보면 남자의 법도 없고 여자의 법도 없습니다. 이런 도를 환히 알아 남녀의 법이 없고 남자도 여자도 없으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에도 역시 남자의 법이 없고 여자의 법도 없으며, 도도 그와 같아서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습니다.
011_0127_c_03L又計眼者無男子法女人法已解了道無男女法無男女則爲道矣意亦無男法亦無女法道亦如是無男無女
여래께서는 눈과 색(色)에 근본이 없음을 깨달으셨으니, 근본이 없는 줄 환히 알면 곧 도가 됩니다.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여래께서는 뜻이 곧 근본이 없는 것임을 깨달으셨으니, 이와 같이 깨달아 알면 곧 도가 됩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7_c_06L如來覺了眼色無本了無本者則爲道矣意亦復如是如來覺了意則無本覺了如是則爲道矣故說此言汝則爲道
또 누이여, 자기의 몸이라는 그것에 곧 나란 없으며, 나[我]가 없고 , 사람[人]이 없고, 수(壽)가 없고, 명(命)이 없고, 모습[形]이 없고, 뜻[意]이 없고, 지음[作]이 없고, 받음[受]이 없고, 봄[見]이 없고, 들음[聞]이 없고, 취함[取]이 없고, 놓음[放]이 없고, 얻음[得]이 없고, 앎[知]이 없습니다. 도 역시 나가 없고, 사람이 없고, 수가 없고, 명이 없고, 남자가 없고, 여자가 없고, 몸이 없고, 지음이 없고, 또한 보는 것도 없습니다. 또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세활(細滑:觸)의 식(識)이 없으며 일체의 법을 금하는 것이 도가 되는 것입니다.
011_0127_c_10L復次大姊其己身者則無吾我無我無人無壽無命無形無作無受無見無聞無取無放無知道亦無我無人無壽無命無女無身無造亦無所見亦復無有色細滑之識制一切法乃爲道耳
지금 누이의 몸이란 어리석고 철없으며 지혜가 없는 것입니다. 몸이 현재 있다고 하지만 마치 초목이나 담장, 기와나 돌과 같은 것입니다. 그 안에 있는 지종(地種)과 밖에 있는 지종을 여래는 곧 거룩하고 통달한 지혜로서 이 지종을 환히 알아 정각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대가 곧 도라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011_0127_c_16L今姊身者愚朴無智身爲現猶如草木牆壁瓦石其內地種及外地種如來則以聖達之慧了是地逮致正覺故說此言汝則爲道
또 누이여, 그 심(心)ㆍ의(意)ㆍ식(識)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마음이 의(意)를 부려 이 법(法)이 있는 것이니,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으며, 이르러야 할 몸도 없고 도달해야 할 가르침도 없습니다. 진액도 없고 근육과 맥도 없으며, 뼈마디와 털도 없습니다. 또한 뇌에 머무르지도 않고 골수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안에 머무르지도 않고 밖에 머무르지도 않고 중간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안과 밖도 없습니다.
011_0127_c_19L大姊其心意識諸思想念心使意者而有此法無去無來身無所至無所到亦無津流亦無筋脈亦無骨髮毛亦不住腦亦不住髓亦不住內亦不住外亦不住中亦無內外
011_0128_a_01L 눈도 머무르지 않고, 귀ㆍ코ㆍ입ㆍ몸ㆍ뜻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또한 머무르는 곳도 없고 머물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건립하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않으며, 처소(處所)도 없고 토지(土地)도 없고 방면(方面)도 없습니다. 색이 없고 보는 것이 없으며, 주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습니다. 시키는 것이 없고 가르치는 것이 없으며, 나머지도 없고 집착도 없습니다. 맑고 깨끗하여 조촐하면 곧 빛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011_0128_a_01L眼亦不住意亦復不住無所住亦非不住亦不建立亦不離亦無處所亦無土地亦無方面無見無授無受無使無教無餘淸淨鮮潔則爲顯耀
그 심ㆍ의ㆍ식 역시 욕심과 집착이 없고 청정하다는 것도 없으며, 번뇌와 의지함이 없고 본제(本際)는 청정한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또한 욕심과 집착이 없고 청정하다는 것도 없으면 곧 빛이 드러나게 되고 곧 몸이 없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또한 욕심과 집착이 없고 청정하다는 것도 없습니다.
011_0128_a_06L其心意識亦無欲著亦無淨者無有塵倚本際淸以是之故亦無欲著無有淨者爲顯耀便無有身以是之故亦無欲無有淨者
이와 같아서 누이여, 음(陰:蘊)과 종(種:大)과 모든 입(入:處)이 그대로 자연이며 도가 되는 것이며, 도 또한 자연이니 음과 종과 모든 입을 환히 깨달아 분별하고, 만일 자기 몸에서 음과 종과 모든 입을 제거할 수 있으면 곧 도가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도는 근심과 걱정이 없고 위험과 해침이 없으니 마음이 이것을 알면 곧 그것이 도이며, 모든 법 일체가 평등인 줄 깨달아 분명히 알면 곧 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011_0128_a_10L如是大姊陰種諸入然爲道道亦自然曉了分別陰種諸設於己身能除陰種諸入事者爲道矣所以者何道無憂慼無所危心了此者卽便是道覺了諸法一切平等則爲道矣
문수사리가 유관원(遊觀園)에서 이런 말을 했을 때 허공에 있던 5백의 천자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상금광수를 뒤쫓던 남녀 대소의 대중 가운데 2백 명도 큰 도의 뜻을 내었으며, 60명의 하늘과 인간이 번뇌를 멀리 벗어나 모든 법의 눈이 깨끗해졌다.
011_0128_a_15L文殊師利於遊觀園說此語時虛空中五百天子皆發無上正眞道意男女大小隨逐上金光首者於彼衆中有二百人發大道六十天與人遠塵離垢諸法眼淨
그때 상금광수는 기쁨에 들떠 온몸을 땅에 던져 문수사리의 발아래에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과 법과 성중(聖衆)에게 귀명하였고, 범행을 깨끗이 닦으며 5계(戒)를 받들어 지닐 것을 맹세하였다. 그 마음은 순박하고 정직했기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고, 입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011_0128_a_19L爾時上金光首歡喜悅豫五體投地稽首文殊師利足下歸命佛法及與聖衆淨修梵行奉持五戒其心質直乃發無上正眞道意口宣斯言
011_0128_b_01L“당신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문수사리께서는 일체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고 근심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끊지 않으십니다. 누군가 큰 도의 뜻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또한 그와 같이 할 것이니, 도로 건립한 법을 일으키고 시설하고 베풀어 모든 중생들을 일깨우고 교화해야 할 것입니다.
011_0128_a_23L從仁之教文殊師利愍傷一切衆生之類不斷佛教其有人發大道意者亦當如是道所建立興設法施開化黎庶
또 경법(經法)을 강설하여 악하고 더러운 죄업을 씻어내 청정을 얻게 해야 합니다. 일체 모든 법이 그래야 고요해질 수 있어 모두 담박해지고, 사유를 따르더라도 본래 모두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 탐욕스런 몸에 의지하여 전도된 일을 저지르고, 평등을 깨닫지 못해 음색(婬色)을 익혔습니다. 욕심은 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중생은 욕심으로 인하여 곧 번뇌가 있게 됩니다.
011_0128_b_03L又說經法當爲洗除惡穢罪業使得淸淨一切諸法乃能寂然而悉澹泊隨順思惟本悉無異自依貪身爲顚倒事不了平等而習婬色欲從身出衆生因欲便有塵勞
문수사리여, 마치 지금처럼 모든 법은 법이 아니고 일체가 본래 깨끗하거늘 미혹이 인연으로 화합한 것에 탐욕이 있게 하였습니다. 저는 곧 모든 법을 이루고 합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세우겠습니다. 왜냐하면 일체 번뇌와 탐욕은 그 생각으로부터 허위로 인하여 일어났으며, 이미 허위란 것을 환히 깨달을 수 있으면 허위의 일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011_0128_b_08L文殊師利猶如今者諸法非法一切本淨迷惑致令從因緣會而有貪欲我則能成合集諸法立於無上正眞之道所以者何一切塵欲從其思想因虛僞起已能曉了知虛僞者則能蠲除虛僞之事
또 문수사리께서 말씀하신 이치를 듣고 향하던 번뇌와 욕심에 관한 일을 분별해 보니, 마치 구름이나 안개와 같아 자연이고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욕심은 번쩍이는 번개와 같아 곧 찾아보면 꺼져버리고, 욕심이란 바람과 같아 처음과 나중을 살펴보아도 의지하는 곳이 없습니다. 욕심은 허공과 같아 일체의 경계를 넘으며, 욕심은 물거품과 같아 오래 있을 수 없습니다.
011_0128_b_13L又聞文殊師利說誼分別所趣塵欲之事猶如雲霧自然無實欲如㷿電卽尋消化欲者如風察於本末而無所倚欲如虛空度一切界欲如水泡不得夂立
욕심은 귀신의 변화와 같아 그 사이에 있는 건 바르지 못한 생각입니다. 욕심은 열병과 같아 정신을 아찔하게 하고 말을 잊게 하며, 욕심이라지만 실체가 없이 인연 따라 생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욕심은 결박과 같으니 나[吾我]라고 헤아리기 때문이며, 욕심은 형상이 없으니 몸이라고 헤아리며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나그네가 찾아오는 것과 같아 근본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욕심내며 자랑하는 것은 생각이 원인이니 여러 생각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011_0128_b_18L欲如鬼變於其中閒不正之念欲如熱病恍惚妄語欲而無實從緣想興欲如繫縛計吾我故欲無有形計著身故欲如客來不從本起欲衒因想隨衆念故
011_0128_c_01L 욕심은 효관(曉觀)과 같으니 여러 가지 종(種)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생기는 곳이 없으나 탐냄과 부러움에서 생기며, 욕심은 알 것이 없으나 그와 나에게서 생기는 것이니, 욕심이 생기는 것은 여러 음을 인연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의 세계는 단(鍛)과 같아 뜻의 경계로 인하여 일어나며, 욕심은 모든 음이 모든 입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그림자와 같아 이름과 색을 빌렸을 뿐이며, 욕심은 환히 깨닫지 못한 것이니 바른 생각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011_0128_b_22L欲如曉觀從若干種而發生故欲無所生從貪羡起欲無所知從彼我生欲之所生爲因諸陰欲界如鍜因意境興欲如諸陰用諸入故欲如若影假名色耳欲不覺了違正念故
또 문수사리여, 욕심에 대해 헤아려서 만일 피로하여 게으른 구절인 줄 환히 깨달아 알 수 있다면 곧 도를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는 중생의 번뇌를 움직이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파괴와 같으니 도를 분별하기 때문이며, 욕심이란 마음이니 마음이 깨달아 분명히 알기 때문이며, 욕심은 금슬(琴瑟)과 같으니 환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도의 이치를 가지고 있으면 욕심과 번뇌를 무너뜨리지 않고, 무너뜨리지 않음으로써 곧 도를 수순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이란 것을 본다면 곧 도가 되는 것이니, 왜냐하면 욕심은 모든 세계에 들어가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011_0128_c_04L又復文殊師利計於欲者若能覺了疲懈之句則能知道所以者何道無動轉衆生塵勞欲如破壞分別道故欲者爲心心覺了故欲如琴瑟曉了之故所以者何有道之誼不壞欲塵以能不壞便順道也若睹欲者則爲道矣所以者何欲入諸界靡所不至
가령 불승(佛乘)이라 해도 존재하는 것이 없고 형상도 없습니다. 번뇌의 욕심 역시 그와 같아서 이는 형상이 없는 것입니다. 욕심은 모든 존재에서 존재하는 것이 없고, 머무르지만 머무르는 곳이 없으며, 일어나자마자 곧 사라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곧 자연이며 번뇌 또한 그러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관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1_0128_c_11L假使佛乘無所有者而無有形塵勞之欲亦復如是無有形像欲於諸有而無所有住無所住這發起已尋則便滅心則自然塵勞亦然所以者何心不可察
누가 마음을 결박해 물들이고 어리석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까? 가령 그 마음이 볼 수 없는 것이라면 번뇌와 욕심도 그와 같아 볼 수 없으며, 쌓이고 모인 곳도 없고 방면도 없습니다. 보살대사가 만일 번뇌의 법을 환히 깨달을 수 있다면 탐욕스런 사람을 위하여 일깨워 교화하며 설법하기를 싫증내지 않을 것이며, 만일 어리석고 성내는 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가르친다면 달래고 이끌며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011_0128_c_15L誰言能令心結染癡假使彼心不可睹者塵欲如是亦不可見無積聚處無有方面菩薩大士若能曉了塵勞之法貪欲人開化說法不以爲厭若教愚恚及等分人誘導說法不以懈惓
가령 문수사리여, 저의 욕심처럼 모든 탐욕도 그와 같으며, 저의 성냄과 어리석음처럼 일체의 성냄과 어리석음들도 그와 같으며, 저의 번뇌처럼 중생의 번뇌 역시 그와 같습니다.
011_0128_c_20L使文殊師利如我身欲諸貪欲者亦復如是如我瞋恚及與愚癡一切瞋愚癡之事亦復如是如我塵勞生塵勞亦復如是
011_0129_a_01L마치 큰 불이 초목을 모조리 태우는 것처럼 성현의 지혜의 불길은 번뇌를 태워 없애며, 마치 햇빛이 온갖 어둠을 밝히며 어둠과 섞이지 않는 것처럼 성인의 지혜도 그와 같아 번뇌를 없애버리고 함께 합하지 않습니다. 마치 바람이 어떤 산과 나무에도 집착하지 않고 가는 것처럼, 지혜를 행하는 보살도 그와 같아서 온갖 번뇌의 욕심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011_0129_a_01L譬如大火悉燒草賢聖慧火燒除塵勞譬如日光照明衆冥不與冥合聖慧如是蠲除塵勞不與俱合譬如風行不著一切山與樹木行智菩薩亦復如是不著一切塵勞之欲
마치 겁이 다할 때 모든 형상 있는 것을 태워버리나 허공은 태우지 않는 것처럼, 지혜를 행하는 보살도 그와 같아 모든 애욕을 불사르면서 일체의 번뇌와 함께 합하지 않습니다. 마치 맑은 물이 더러운 것과 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번뇌와 함께하지 않으며, 마치 허공이 땅을 수용하고 유지하는 것처럼 지혜도 그와 같아서 욕심과 섞이지 않습니다. 마치 큰 바람이 철위산(鐵圍山)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지혜로운 일로써 모든 욕심을 불어 날려버립니다.
011_0129_a_06L譬如劫盡燒諸有形燒虛空行慧菩薩亦復如是燒諸愛不與一切塵勞俱合譬如淨水不與穢合菩薩如是不與塵俱譬如虛空受持於地智慧如是不與欲雜如大風壞鐵圍山菩薩如是以智慧事吹散諸欲
마치 구염기(究焰氣)라는 이름의 코끼리가 젖과 물을 합쳐서 하나의 종류로 만드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거룩한 지혜로 번뇌를 흩어 없애고 명철한 것으로 변화시켜 하나의 지혜로 화합시킵니다. 마치 수미의 북쪽 천하와 모든 가까운 마을에서는 방일하지 않으며 나무 아래에서 스스로 분별하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밝음으로 여러 사람의 근기를 보고 분별합니다.
011_0129_a_12L譬如有象名究焰氣與水合則爲一類菩薩如是以聖智遊除塵勞化令明哲合爲一慧如須彌北方天下與諸親里不爲放在於樹下而自分別菩薩如是慧之明見衆人根而爲分別
문수사리여, 저의 몸은 지금 욕심과 번뇌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또한 어려워하는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욕심과 번뇌가 본래 모두 청정하다는 것을 환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011_0129_a_17L文殊師吾身如今不畏欲塵亦無所難以者何我曉欲塵本悉淨故
또 보살 대덕의 갑옷을 입고 용맹스럽게 정진하며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컨대 구원해 줄 사람을 찾는 겁쟁이와 같은 이런 무리는 용맹한 이가 되지 못한 것처럼, 개사(開士) 대사(大士)도 그와 같아서 욕심을 벗어나는 자는 보살이 되지 못합니다.
011_0129_a_19L又被菩薩大德之鎧勇猛精進無所惡難如怯人求於救者如此之類不爲勇開士大士亦復如是離於欲者爲菩薩
011_0129_b_01L 비유컨대 도적에게 무너지는 이는 용맹스런 장수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개사 대사도 그와 같아서 애욕에 무너지는 이는 보살이 되지 못합니다. 비유컨대 사람이 물을 맑히는 명주(明珠)를 흐린 냇물 속에 넣으면 곧 맑아져 더러움과 탁함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애욕과 번뇌 속에 있으면서 흠과 더러움에 물들지 않습니다.”
011_0129_a_23L譬如有人爲賊所壞不爲猛開士如是壞愛欲者不爲菩薩如人以淸水明珠著濁河中尋時卽不爲垢濁之所染污菩薩如是於愛欲塵勞之中不爲瑕穢之所染污
그때 상금광수는 이렇게 찬탄하고 나서 다시 문수사리께 물었다.
“왜 보살에겐 번뇌와 고난이 없다고 합니까?”
011_0129_b_04L爾時上金光首歎說此已復問文殊師利何謂菩薩無有塵勞
대답하였다.
“만일 보살이 뜻을 일으키는 것을 보거나 뜻을 없애는 것을 본다면 그를 보살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비유컨대 총지(摠持)를 봄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 자를 한량없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아서 보살이 만일 번뇌와 고난을 보고 뜻에 일어남과 사라짐이 있다면 이는 번뇌가 없다고 일컫는 보살이 아닙니다. 번뇌와 욕심이 없는 자는 번뇌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맺힌 한을 보지 못하며, 보고 보지 않는 것도 없어 생각을 멀리 벗어납니다. 이래야 번뇌가 없다고 합니다.
011_0129_b_06L答曰假使菩薩見於起意若見滅意不當謂之爲菩薩也譬如有限睹摠持者不當謂之獲於無量如是菩薩若睹塵勞意有起非是菩薩無塵之謂無塵欲者不見有塵不見結恨無見不見遠離想念乃謂無塵
가령 행하는 이가 그 심ㆍ의ㆍ식이 자재함을 얻는다면 일체 존재하는 것에 있어서 니원(泥洹:열반)이란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에 욕심과 번뇌란 생각의 인연이 없으면 곧 자재함을 얻기 때문입니다. 모든 선과 악에 대해서도 그와 같으며, 행하는 일과 행하는 일이 없는 것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와 형상 있거나 형상 없는 것 일체를 압니다.
011_0129_b_12L設使行者其心意識而得自在一切所有無泥洹想所以者何心無欲塵想念之緣便得自恣也於諸善惡亦復如是所行無有爲無爲有形無形一切知之
생사의 번뇌와 고난, 남은 때들을 눈으로 그 빛깔을 살피고, 귀로 음성을 들으며, 코로 냄새를, 혀로 맛을, 몸으로 촉감을, 마음으로 법을 살피지만, 만일 정의(定意)를 얻어서 뜻이 담박한 데에 있으면 애욕과 번뇌에서 곧 때와 더러움이 없습니다. 그래야 그것을 ‘방일함이 없음[無放逸]’이라 이름하고 ‘업이 없음[無業]’이라 부르는 것이니, 익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번뇌와 고난이 없다는 것은 유위와 무위를 떠나는 것이며, 그리하여 흠집이 없는 것입니다.
011_0129_b_16L死塵勞有餘之垢目察於色耳聽音鼻香舌味身更心法若得定意在澹泊於愛欲塵則無垢穢爾乃名曰無有放逸號曰無業而無所習之謂也無塵勞者離於有爲及無爲乃無瘕疵
011_0129_c_01L또 누이여, 가령 보살이 몸에 번뇌가 없다면 다른 이의 욕심과 때를 제도해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여래는 이것을 두고 번뇌와 고난이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이의 번뇌의 욕심을 구제하는 것을 쫓고 닦는 보살이라야 비로소 정진이 되는 것입니다.”
011_0129_b_22L復次大姊假使菩薩身無塵勞則能度脫他人欲垢如來說此爲無塵勞救濟他人塵勞之欲遵修菩薩乃爲精進
여인이 또 물었다.
“보살은 현재 눈앞에서 정진하는 자라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011_0129_c_02L女又問言何謂菩薩現在目前精進者乎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공(空)하여 없음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의 소견이 삿되면 곧 크게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키며, 형상이 없음[無相]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이 형상이 있다고 보면 곧 불쌍히 여겨 구제하며, 원할 것이 없음[無願]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이 소원을 탐하면 곧 불쌍히 여겨 구제합니다. 행할 것이 없음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이 행에 집착하면 곧 불쌍히 여겨 구제하며, 생기는 것이 없음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이 나고 죽으면 곧 불쌍히 여겨 구제하며, 일어나는 것이 없음을 관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이 일어나고 없어지면 곧 불쌍히 여겨 구제합니다.
011_0129_c_03L文殊師利答曰觀於空無而不退轉衆生邪見則興大哀觀於無相而不退轉衆生有相則以愍濟觀於無願而不退轉衆生貪願則以愍濟觀無所行而不退轉衆生著行則以愍濟觀無所生而不退轉衆生生死則以愍濟觀無所起而不退轉衆生起滅則以愍濟
성문승(聲聞乘)을 관하여 성문의 과위를 얻어 물러나지 않게 하며, 연각승(緣覺乘)을 관하여 연각의 과위를 얻어 물러나지 않게 하며, 보살승(菩薩乘)을 관하여 곧 이로써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깁니다. 이것이 보살로서 평등을 익히며 정진의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대장부가 큰 바다에 들어가 아주 먼 곳까지 나아가서 비로소 많은 보배에 이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011_0129_c_10L觀聲聞乘獲聲聞果使不退轉觀緣覺乘獲緣覺果使不退轉觀菩薩乘則以愍哀一切群生是爲菩薩習平等精進之事譬如丈夫行入巨海超進極遠乃致衆寶
이와 같아서 누이여, 바른 진리로 공ㆍ형상 없음ㆍ원함 없음ㆍ행하는 일 없음ㆍ생기지 않음ㆍ일어나지 않음ㆍ성문의 법ㆍ연각의 법을 관찰하여 나아가기 어려운 자를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이르게 하고, 이에 인연을 벗어나게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이 큰 전쟁터에 들어가서 진군하지 않으려는 자를 용기를 불어넣고 보호해 다치는 일 없이 물리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아서 누이여, 3해탈문(解脫門)을 자세히 관찰하는 이는 좋은 방편을 잃지 않으며, 그 물리침도 그러한 것입니다.”
011_0129_c_15L如是大姊正諦觀察空無相願及無所行不生不起聲聞之乘緣覺之乘令難進者至不退轉乃離因緣又如有人入大戰中使難進者將護忿諍令無所害致爲難也如是大姊其諦觀察三脫門者不失善㩲其難亦爾
여인이 다시 물었다.
“보살이 사용하는 권방편(權方便)이란 무엇입니까?”
011_0129_c_21L女復問言何謂菩薩爲㩲方便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권방편이란 그 시절(時節)을 잘 맞춰서 두려워하는 생사의 부류들과 니원의 무리들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011_0129_c_22L文殊師利答曰㩲方便者知其時節不捨恐畏生死分部泥洹伴黨
011_0130_a_01L 권방편이란 두려워하는 문[恐懼門]을 보이는 것이니, 이른바 생사의 문[生死門]ㆍ니원의 문[涅槃門]ㆍ공하여 없는 문[空無之門]ㆍ소견의 문[所見之門]ㆍ형상이 없는 문[無相之門]ㆍ원함이 없는 문[無願之門]ㆍ저것은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문[彼所想門]ㆍ행하는 일이 없는 문[無所行門]ㆍ근본의 덕을 정진하여 행을 따르는 문[精進本德遵行之門]ㆍ나갈 곳이 없는 문[無所出門]ㆍ현세의 문[現世之門]ㆍ세우는 것이 없는 문[無所立門]ㆍ음과 종과 모든 입은 일어나는 곳이 없다는 문[陰種諸入無所起門]ㆍ없앨 것이 없다는 문[無所滅門]ㆍ전적에 따라 행하는 문[典所行門]ㆍ담박한 문[澹泊之門]ㆍ중생을 일깨우고 교화하여 인도하고 보여주는 문[開化衆生導示之門]ㆍ법계의 문[法界之門]ㆍ바른 법을 지키는 문[護正法門]ㆍ성문의 문[聲聞之門]ㆍ연각의 문[緣覺之門]ㆍ부처님 도를 말하는 문[說佛道門]ㆍ부처님 도를 건너는 문[度佛道門]을 말합니다.
011_0130_a_01L㩲方便者示恐懼門謂生死門泥洹之門空無之門所見之門無相之門無願之門彼所想門無所行門精進本德遵行之門無所出門現世之門無所立門陰種諸入無所起門無所滅門典所行門澹泊之門開化衆生導示之門法界之門護正法門聲聞之門緣覺之門說佛道門度佛道門
만일 보살로 하여금 두려워하는 문을 보게 하는 자라면 일체의 문에 집착하는 것이 없을 것이니, 이것을 곧 좋은 선권방편(善權方便:선교방편)이라 합니다.
011_0130_a_09L若使菩薩見恐懼門者於一切門而無所著則名曰善㩲方便
요점을 취해 말해보겠습니다. 탐욕의 문이면 모든 애욕에 관한 일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며, 성냄의 문이면 맺힌 한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며, 어리석음의 문이면 밝지 못한 것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며, 번뇌의 문이면 더러움과 흐림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며, 여러 취(趣:세계)의 문이면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선권방편입니다. 일체 어리석은 이들이 행하는 문과 유학(有學)ㆍ무학(無學)ㆍ연각(緣覺)ㆍ보살(菩薩)ㆍ여래(如來)의 문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문을 환히 알 수 있으면, 이를 곧 선권방편이라고 합니다.”
011_0130_a_11L取要言之貪欲門離諸愛故瞋怒門哉離於結恨癡門哉離於不明塵勞門哉離於穢諸趣門哉無往來故是爲菩薩善㩲方便至於一切愚夫行門所學緣覺菩薩如來之門其能曉了此諸門者是則名爲善㩲方便
그때 세존께서는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샘가를 노닐며 경행하고 계셨는데, 현자 아난이 모시고 따르며 함께 있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멀리서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문수사리여, 그것이 바로 보살이 평등을 받들어 익히며 현재 눈앞에서 선권방편으로 정진하는 행이다. 그대의 한 말과 똑같아서 조금도 다름이 없다.”
011_0130_a_17L爾時世尊在靈鷲山遊泉水邊而以經行賢者阿難侍從俱焉於是世尊則以遙讚善哉善哉文殊師利是爲菩薩奉習平等現在目前善㩲方便精進之行如仁所云等無差特也
011_0130_b_01L그때 ‘훌륭하구나.’하는 이 음성은 곧 삼천세계에 두루 퍼졌고, 그 음성이 모두 두루하여 여섯 차례 진동하였다. 곧 수없이 많은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犍沓和:건달바)ㆍ아수륜(阿須倫:아수라)ㆍ가류라(迦留羅:가루라)ㆍ진타라(眞陀羅:긴나라)ㆍ마휴륵(摩休勒:마후라가)ㆍ사람과 사람 아닌 자들과 제석ㆍ범왕ㆍ사천왕이 ‘훌륭하구나.’하는 음성을 듣고는 모두 분부를 받들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발아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저마다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조금 전 큰 성인께서 무엇을 칭찬하셨기에 이에 삼천세계에 알려 모두 분부를 받게 하시고, 대천세계를 여섯 차례 진동하게 하셨습니까?”
011_0130_a_22L以此善哉之音卽得普告三千世其聲悉周六反震動則無央數天鬼神犍沓和阿須倫迦留羅眞陁摩休勒人與非人四王聞善哉音皆受告勅往詣佛所稽首足下退住一面各白佛言向者大聖爲何所讚乃告三千悉見蒙勅大千世界六反震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들이여, 알고 싶은가? 문수사리가 권유하여 교화한 것을 칭찬하였다.”
011_0130_b_07L世尊答曰天子欲知歎文殊師利有所勸化也
또 여쭈었다.
“지금 어디서 노닐고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사성 동쪽 문아래 길거리에서 상금광수를 위해 널리 경법을 강설하며, 향하는 바 이치를 담론하고 있다. 천자들이여, 그대들도 가서 법의 이치를 구하도록 하라.”
011_0130_b_08L又問今者所遊於王舍城東門之下在中街路上金光首廣說經法談論所趣天子汝等往求法誼
이때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ㆍ아수륜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휴륵ㆍ사람과 사람 아닌 자들과 제석ㆍ범왕ㆍ사천왕 등 일체는 모두 함께 문수사리가 말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스스로 몸의 반을 나타내고 온 왕사성에 두루 하늘의 꽃을 뿌렸다. 그 세간에서 이때 여러 하늘들은 인간을 보았고 인간들도 여러 하늘을 보았으며, 각자 안온하여 다투는 이가 없었다.
011_0130_b_11L犍沓和須倫迦留羅眞陁羅摩休勒人與非四王一切僉然共詣文殊師利談所自現半身而雨天花悉皆周遍王舍大城於彼世時諸天見人見諸天各自安隱無諍訟者
또 왕사성 사람 수천 명이 저마다 여러 하늘들이 뿌린 꽃을 집어 들고서 문수사리에게 나아갔다. 이때 아사세(阿闍世)왕은 4부(部)의 군대ㆍ후궁ㆍ채녀ㆍ대신ㆍ백관과 그를 따르는 여러 작은 왕들과 더불어 문수사리에게 함께 나아갔다.
011_0130_b_16L又王舍城無數千人各取諸天所散之花詣文殊師利阿闍世王與四部兵後宮婇女大臣百官從諸小王俱共往詣文殊師利
또 여러 존자(尊者)와 장자의 아들들, 태자와 여러 신하들도 상금광수의 위의가 빛나고 모든 감관이 담박하며, 번뇌를 파괴하고 뒤바뀜을 벗어나 빼어나고 미묘한 덕으로 스스로 장엄한 것을 보았고, 이와 같음을 보고 나서 다시는 탐욕스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011_0130_b_20L又諸尊者及長者子太子群臣見上金光首威儀耀赫根澹怕破壞塵勞離於顚倒殊妙之德而自莊嚴見已如是不復興發貪欲之想
011_0130_c_01L그때 문수사리가 상금광수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러 사람들이 널리 찾아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떤 이유들 때문에 다시는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게 되었습니까? 앞서 있던 욕심과 번뇌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011_0130_c_01L爾時文殊師利告上金光首今者人普來集會以何等故無復染著所欲塵今爲安在
여인이 문수에게 아뢰었다.
“일체 중생의 번뇌인 욕심은 곧 뜻을 세워서 지혜로 본제(本際)를 해탈하고, 근본이 없는 법계에 머무릅니다. 근본이 없는 것이 그와 같아서 별다를 것이 없으며, 나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으며, 또한 처소도 없습니다. 또 그 번뇌와 욕심은 곧 본래 깨끗한 것이며, 분별도 평등합니다.”
011_0130_c_04L女白文殊師利切衆生塵勞之欲則建立志慧脫本住於法界無本之處無本如此而無差特無生無滅亦無所處又彼塵欲則爲本淨分別平等
또 여인에게 물었다.
“왜 번뇌와 욕심이 본래 깨끗하다고 말씀하십니까?”
011_0130_c_08L又問女曰謂塵欲而爲本淨
대답하였다.
“생각함도 생각하지 않음도 없고, 응함도 응하지 않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번뇌와 욕심은 곧 본래 깨끗한 것입니다. 번뇌를 따라서 행하더라도 일어나는 것이 없으니, 곧 본래 깨끗한 것입니다. 번뇌의 욕심은 나그네를 따라서 놀러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공(空)의 지혜를 환히 깨달아 도와 함께 살며, 무상(無相)의 지혜ㆍ무원(無願)의 지혜ㆍ본래 깨끗한 밝음을 깨달아 함께 살면서 이 일체를 살펴보면 전혀 존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011_0130_c_09L答曰無想不想應不應以此塵欲則爲本淨塵從順行而無所起則爲本淨當知塵欲因客遊來曉了空慧與道同居無相之無願之慧本淨之明而俱同居此一切悉無所有
비유하자면 뱀이 독을 품고 사람을 헤쳤을 때, 만일 어떤 사람이 좋은 약을 지니고 오면 성난 독을 없앨 수 있고, 뱀이 그 약을 보면 독이 곧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독이 모두 없어진 줄 알고서 모두 함께 무릎 위에 올려놓고 희롱하지만 피해를 입는 일도 없고 또 사람을 물지도 않습니다.
011_0130_c_14L譬如蛇虺含毒害若有人來而齎良藥能消恚毒這見藥毒卽滅除男女大小知毒歇悉共戲弄著械膝上無所傷害亦不螫人
그와 같아서 사람이 과거에 법률(法律)을 들은 적이 없을 때에는 불순함을 생각하고 소견이 뒤바뀌어서 번뇌와 욕심에 처하여 그것에 태워지면서 자기 몸을 탐하고 욕심내며 스스로 얼굴빛을 집착합니다. 그러나 색이 거품 무더기와 같다는 것을 이미 관찰했다면, 곧 몸의 법은 마치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알고, 희롱하며 즐기는 것은 꿈과 같다고 분별할 것입니다.
011_0130_c_18L如是人者本未曾聞法律之念於不順所見顚倒處於塵欲爲之所燒己身貪欲自著顏色已能觀了色如聚沫則知身法猶如幻化別戲樂若如於夢
011_0131_a_01L 이미 애욕은 물거품과 같음을 이해하였다면 목숨은 아침 이슬과 같고 만물은 무상한 것입니다. 모든 음을 환히 깨달으면 모두 하나같이 고뇌와 재앙이며, 몸은 깨끗하지 못하고 모두 공하고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체의 법을 관찰해보면 모두 나[吾我]가 없는 것이며, 바르고 자세하게 사유해보면 본말은 모두 허망한 것입니다. 다른 이를 헐뜯지 않고 자기를 자랑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결박하지도 않고 다른 이를 결박하지도 않습니다.
011_0130_c_22L已解愛欲若如水命如朝露萬物無常曉了諸陰皆同惱患知身不淨悉爲空無觀一切法皆無吾我正諦思惟本末悉虛毀他人不自稱譽亦不自縛不縛他
지금 저는 당신에게서 설법을 듣고 곧 믿고 즐거워하며, 곧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아도 물들거나 집착하는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말씀을 살피며 그 짓는 바에 따라 번뇌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번뇌를 헤아리며 또한 욕심과 더러움도 없는데, 누가 보는 자이겠습니까?”
011_0131_a_04L今我從仁聞所說法尋卽信樂便得解脫是故眼視無所染著所以者省仁之說應其所作而處塵勞是計塵亦無欲垢誰能見者
그때 상금광수가 문수사리에게 말씀드렸다.
“일체 큰 모임의 여러 하늘들과 인민들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기 위하여 그들을 위해 분별하고 알맞게 설법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여러 하늘들이 번뇌와 욕심은 본래 모두 청정한 것인 줄 환히 깨닫게 하며, 일체를 가엾이 여겨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게 해 주십시오.”
011_0131_a_07L爾時上金光首白文殊師利一切大會諸天人民將無恐懼唯爲分別如應說法令諸天人曉了塵欲本悉淸愍哀一切使發無上正眞道意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욕심과 번뇌가 본래 깨끗하다는 것을 믿고 즐거워하는 이는 드뭅니다. 왜냐하면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니, 번뇌가 청정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도를 이룹니다.
011_0131_a_11L殊師利答曰欲塵本淨信樂者希以者何用不覺故覺塵淸淨則成道
비유하자면 생기지 않은 불로는 사람을 태우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생각이 없는 염(念)은 나[吾我]를 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일어난 불길이 도리어 자신을 태우는 것처럼, 그와 같이 생각한 염(念)과 번뇌와 욕심이 태어나고 죽는 몸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무에서 불이 생겨 그 불꽃이 마침내 왕성해지는 것처럼, 그와 같이 삿된 소견과 뒤바뀜이 번뇌를 일으켜 삼계를 태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011_0131_a_14L譬如無生之火不能燒人如是當知無想之念不行吾我也如所興火還自燒己如是當知思想之念塵勞貪欲造生死身如木生火其焰遂盛如是當知邪見顚倒興起塵勞三界然熾
불이 꺼진 뒤에는 다시는 불꽃과 불빛이 없는 것처럼, 그와 같이 뒤바뀐 소견이 그치고 나면 번뇌는 곧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백년 천년 불이 꺼져 타지 않으면 사람은 차가운 재를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그와 같이 비록 여러 겁에 욕심과 번뇌를 익혔더라도 이미 이해하고 관찰했다면 쌓인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불이 꺼져 없어지면 쓸 수가 없는 것처럼, 지혜가 밝고 담박하면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011_0131_a_19L如火滅後無復焰光如是當知倒見已止塵則不起卽於三界不興勞垢如百千歲火滅不然人不疑恐畏於冷灰如是當知雖若干劫習欲塵穢已解觀之無所積聚如火滅盡不可施用慧明澹怕塵勞不興
011_0131_b_01L 몸속의 불인 따뜻한 열기가 아무리 왕성하더라도 태우는 것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헤아리면 그 마음은 본래 깨끗하여 빛나는 광명이 드러날 것이며, 나그네 같은 번뇌가 일어나려고 해도 끝내 마음의 근원은 더럽히지 못합니다.”
011_0131_b_01L如身中火溫熱雖盛則無所燒如是計之其心本淨顯耀之明客塵欲起終不染污心之源際也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그 여인에게 물었다.
“또 어떻게 육신을 관해야 합니까?”
여인이 대답하였다.
“마치 물속의 달그림자와 같습니다.”
011_0131_b_04L於是文殊師利復問其女又當云何觀于色身答曰如水中之月影也
또 물었다.
“어떻게 5음(陰)의 본체를 관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변화가 없는 것이 여래의 변화와 같습니다.”
011_0131_b_06L又問云何觀五陰答曰猶如無化如來之化也
또 물었다.
“여러 종(種:大)은 어떻게 관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물과 불의 두 경계와 같습니다.”
011_0131_b_07L又問諸種當云何觀答曰猶如水火二界
또 물었다.
“어떻게 모든 입(入)을 관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베푸는 인연과 죄와 복의 행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011_0131_b_09L又問云何觀諸入事乎答曰猶如無施因緣罪福所行也
또 물었다.
“어떻게 이 모든 모임[會]을 관합니까?”
대답하였다.
“모인 사람들의 심성을 모두 비춥니다.”
011_0131_b_10L又問云何觀此諸會答曰而悉照曜會者心性
또 물었다.
“어떻게 도리어 그대의 몸을 관합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나의 부모는 평등한 정(定)과 같아서 둘이 없습니다.”
011_0131_b_11L云何還觀爾身答曰猶如吾之父平等定者而無有二也
또 물었다.
“어떻게 나의 몸을 관합니까?”
대답하였다.
“마치 청맹과니가 모든 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011_0131_b_13L又問云何以觀吾身答曰猶如生盲不見諸色
또 물었다.
“어떻게 이 법을 들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이 법을 들었지만 요술사가 만든 변화한 사람이 들은 것과 같습니다.”
011_0131_b_14L又問云何曾聽此法乎答曰已聞是如幻師化化人所聽也
또 물었다.
“어떻습니까, 그대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일으켰습니까?”
대답하였다.
“저는 곧 이 도에 바라고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011_0131_b_16L又問云何汝豈爲發無上正眞道乎答曰吾則是道無所志求
또 물었다.
“무엇이 시도무극(施度無極:보시바라밀)을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일체의 도(度)를 닦으며 모든 번뇌를 버리는 것입니다.”
011_0131_b_18L又問云何爲奉行於施度無極乎答曰修一切度捨諸塵勞也
또 물었다.
“계도무극(戒度無極:지계바라밀)을 구족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구족해야 할 것은 허공처럼 두루 가득한 것입니다.”
011_0131_b_20L又問爲具足戒度無極乎答曰所具足者周滿如空也
또 물었다.
“인욕을 받들어 행합니까?”
대답하였다.
“쫓으며 닦아야 할 일체 모든 법은 일어남도 없고 생김도 없습니다.”
011_0131_b_21L又問爲奉行於忍辱乎答曰所可遵修一切諸法無起無生
또 물었다.
“은근히 정진을 행합니까?”
대답하였다.
“모든 법을 닦고 행하지만 나아가 도달하는 곳이 없습니다.”
011_0131_b_23L又問爲慇懃精進行乎修行諸法無所至湊也
011_0131_c_01L또 물었다.
“그것이 적도무극(寂度無極:선정바라밀)을 세우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법계를 세우지만 머물러도 머무르는 곳이 없습니다.”
011_0131_c_01L又問以爲建立寂度無極乎答曰建於法界無所住也
또 물었다.
“이미 지도무극(智度無極:지혜바라밀)을 구족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뜻에 교만함이 없고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지 않습니다.”
011_0131_c_03L又問爲已具足智度無極答曰志無憍慢心不自大也
또 물었다.
“자애로움[慈]을 행합니까?”
대답하였다.
“그것은 일체 중생들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환히 깨닫는 것입니다.”
011_0131_c_04L又問爲行慈乎答曰以爲曉了一切衆生悉無所有
또 물었다.
“어디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보살을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중생의 번뇌 가운데서 구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보살은 중생들의 번뇌를 바로잡고자 곧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011_0131_c_06L又問當於何求大哀菩薩答曰當於衆生塵勞中求所以者大哀菩薩欲得制御衆生塵勞發無上正眞道意也
또 물었다.
“기쁨[喜]을 행하는 보살은 무엇을 구해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자기의 마음은 진실하며 뜻의 성품은 청정한 것이니, 모든 근심ㆍ걱정을 변화시키면 바로 보살의 기쁨입니다.”
011_0131_c_09L又問行喜菩薩當復何求答曰己心眞實志性淸淨化諸憂慼是菩薩喜也
또 물었다.
“보살행의 수호는 어떻게 구족합니까?”
대답하였다.
“중생들이 다투는 변고와 싸움을 빠짐없이 교화하여 안온함과 화합에 이르게 합니다.”
011_0131_c_11L又問菩薩行云何具足乎答曰衆生所諍變鬪之事具足化之使至安和
또 물었다.
“무엇을 다투는 것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실체가 없고 거짓된 번뇌를 없애고 부처님 도를 세우려고 뜻하는 것입니다.”
011_0131_c_13L又問何謂爲諍答曰蠲除無實虛僞塵勞志建佛道者也
또 물었다.
“누구와 다툽니까?”
대답하였다.
“밖의 여러 삿된 이학(異學)들처럼 마음이 같지 않은 자들입니다.”
011_0131_c_15L又問與誰共諍答曰與外衆邪異學心不同者也
또 물었다.
“여러 삿된 이학들은 무엇을 옳다 여깁니까?”
대답하였다.
“남들이 일으키는 것을 보고는 인욕하지 못하고 스스로 따르는 자들입니다.”
011_0131_c_16L又問衆邪異爲何所是答曰見他所興不能忍辱而自隨者也
또 물었다.
“보살의 인욕은 어디에 뜻을 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일체 중생을 일깨우고 교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일 일깨워 인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인욕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자라고 말하겠습니까? 성내거나 맺힌 한이 없으며 또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이 곧 인욕입니다.”
011_0131_c_18L又問菩薩忍辱何所志趣答曰開化一切衆生之故也以者何若不開導何謂忍辱化衆生無瞋結恨亦不憂慼則爲忍辱
또 물었다.
“무엇을 위험과 해독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덕의 근본을 많이 쌓으면 근심스럽고 괴로운 일이 되니, 이것을 위험과 해독이라 합니다.”
011_0131_c_21L何謂危害答曰積累德本爲憂惱是爲危害
또 물었다.
“무엇을 해독이 없는 것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모든 경계에 근심하지 않으면 곧 인(仁)을 지키는 것이니, 이것을 해독이 없는 것이라 합니다.”
011_0131_c_23L又問何謂無害乎答曰諸界不憂則爲守仁此謂無害也
011_0132_a_01L또 물었다.
“보살이 전투를 선택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모든 법을 선택하여 획득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011_0132_a_01L何謂菩薩選擇戰鬪答曰選擇諸無所獲故
또 물었다.
“어떻게 보살은 여러 악마를 항복받습니까?”
대답하였다.
“집착하는 것이 없으므로 번뇌를 없애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5음을 항복시켜 번뇌와 함께하지 않으므로 이로써 악마에 이깁니다. 보살은 번뇌를 항복시켜 본래의 깨끗함을 더럽히지 않으며, 구경의 처음과 끝까지 모든 법을 환히 깨달으며, 중생들을 일깨우고 교화해 늙고 죽는 재앙을 없애줍니다.”
011_0132_a_03L又問云何菩薩降伏衆答曰無所著故不滅塵勞所以者菩薩降伏五陰不與塵俱以此勝菩薩降塵不污本淨究竟本末曉了諸法開化衆生除老死患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문수사리보살께서는 이미 일체의 지혜와 모든 통달한 지혜로운 생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011_0132_a_07L告諸天文殊師利菩薩者則爲已離一切之智諸通慧想也
또 여인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중생을 교화합니까?”
대답하였다.
“오로지 선권방편을 잡고서 지혜를 닦고 행합니다.”
011_0132_a_09L又問女言云何菩薩開化衆生答曰專秉善㩲修行智
또 물었다.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건립합니까?”
대답하였다.
“자기 마음의 지혜를 건립하여 거룩하게 통달한 보살이라야 비로소 일체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다.”
011_0132_a_11L又問云何菩薩建立群生答曰立己心之慧聖達菩薩乃能開化一切群生
또 말하였다.
“지금 그대가 설한 법을 이 모임에 참석한 대중들은 다들 잘 듣고 받아들였습니까?”
대답하였다.
“이것은 잘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남과 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도리어 권유했을 뿐이며, 의식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011_0132_a_13L又問今女說法此之衆會善聽受也答曰此不爲善聽受者也所以者何有彼我想而反勸耳立於識故也
또 물었다.
“어떻게 법을 들어야 잘 듣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만일 자신은 꿈과 같고 그 강설하는 경법도 요술사의 변화와 같다는 것을 믿으며, 거짓된 음성을 듣는 것임을 깨닫고 그 음성에 집착하지 않고 해탈도 짓지 않는 이 두 가지 일이 있으면, 이것을 법을 잘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합니다.”
011_0132_a_16L又問云何聞法爲善聽者設能信己如夢其說經法如幻師化了聽假音不著其聲不造解脫二事者是乃名爲善聽受法也
또 물었다.
“어떻게 법의 이치를 듣고 이어받습니까?”
대답하였다.
“문수사리는 법에 귀명하신 분입니다.”
011_0132_a_19L又問云何聽承法理答曰文殊師利歸命法者也
011_0132_b_01L그때 상금광수는 문수사리(文殊師利) 동진(童眞)께서 건립한 위신을 이어받고, 또한 이미 본래의 덕으로 닦았던 지혜로써 대중의 모임에서 알맞게 법을 설하였으므로, 1만 2천 명의 사람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전세에 덕의 근본을 심고 보살승에 뜻을 두었던 5백의 천자는 불기법인(不起法忍:무생법인)을 얻었으며, 3만 2천의 하늘과 사람이 번뇌를 여의고 모든 법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011_0132_a_21L爾時上金光首承文殊師利童眞建立威神亦已本德所修智慧於衆會中如應說法萬二千人皆發無上正眞道意五百天子宿殖德本志菩薩乘者得不起法忍三萬二千天與人遠塵離垢諸法得法眼淨
여인은 설법하고 나서 마음에 기쁨이 가득해 스스로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었으며, 곧 몸을 문수사리의 발아래 던지며 스스로 귀의하였다.
“원컨대 지극한 성인이시여,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더욱 가엾이 여겨 유순하지 못한 생각을 제도하고 해탈시켜 주십시오. 중생들이 행하는 일은 모두 현명한 관(觀)이 아닙니다.”
011_0132_b_04L女說法已心懷欣豫則自逮得柔順法忍卽便投身文殊師利足下自歸唯願至聖聽我之身得爲沙門加哀濟脫不順之念衆人所行皆非賢觀也
이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보살은 자신의 머리를 깎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생의 욕심과 번뇌를 끊어 없애고 정진을 닦게 하면 그것이 바로 보살의 출가이기 때문입니다.
011_0132_b_08L文殊師利言菩薩不以除己髮者爲是出家也所以者何其能斷滅衆生欲塵使修精進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스스로 가사를 입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가사라는 이름은 진(晉)나라 말로 ‘더러움을 제거한다[去穢]’는 뜻입니다. 마땅히 중생의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때를 제거하여 흠이 없게 하며, 항상 정진을 행해야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b_11L菩薩不以自被袈裟爲是出家也袈裟名晉曰去穢當去衆生婬癡垢無瑕玼常行精進乃是菩薩之出家
보살은 스스로 금계(禁戒)를 받드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중생을 힘써 교화하여 지키고 조심하게 하면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b_15L菩薩不以自奉禁戒爲是出家化衆生令守謹愼乃是菩薩之出家
보살은 스스로 조용한 곳에 사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가령 5취(趣)에서 여러 무리들을 따르며 어디에서나 그것을 건립하고 지혜를 세워 한가하게 산다면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b_17L菩薩不以自處閑居爲是出家也假使五趣隨諸群類悉能建之立慧閑居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얼굴 모습ㆍ형용ㆍ위의ㆍ예절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러 중생들을 교화하며, 인자한 생각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권유하고 이룩하면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b_19L菩薩不以顏貌形容威儀禮節爲是出家也諸黎庶勸立慈哀乃是菩薩之出家
보살은 자기의 공덕을 일으키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모든 중생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을 권유하고 드러내며 덕의 근본을 심는 것,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b_22L菩薩不以興己功德爲是出家也勸顯滋茂一切衆生殖德本者乃是菩薩之出家矣
011_0132_c_01L 보살은 자기를 제도하고 멸도에 뜻을 두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체 중생의 심성을 해탈하여 멸도에 이르게 하면 이것이 보살이 출가입니다.
011_0132_c_01L菩薩不以濟己志於滅度爲是出家也解脫一切衆生心令致滅度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자신의 번뇌를 제거하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체 중생의 번뇌를 없애버리면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c_03L薩不以除己塵勞爲是出家也滅去一切衆生塵勞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자기 몸만 보호하고 홀로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체 어리석은 중생들의 마음과 뜻을 보호해야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c_05L菩薩不以偏護己身獨守其心爲是出家也將護一切群萌心志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자기만 해탈하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생사를 왕래하는 일체 어리석은 중생들을 해탈시켜야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c_08L菩薩不以自脫己者是出家也度脫一切群萌往反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자신만의 생사의 환난을 제도하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체 생사의 환난을 제도하고 해탈해야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c_10L菩薩不以濟己生死之患爲是出家也度脫一切生死之乃是菩薩之出家矣
보살은 니원을 바라고 즐거워하는 것을 출가로 여기지 않습니다. 일체의 부처님 법을 두루 갖춰야 이것이 보살의 출가입니다.
011_0132_c_12L菩薩不以志樂泥洹爲是出家也具足一切諸佛之法乃是菩薩之出家矣
게다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겨 제도하며, 다른 이의 단점을 보지 않고 그의 결점도 말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이들의 돈독한 믿음의 덕을 칭찬하고 믿음과 행을 열어 보여 모두에게 베푸는, 그런 것을 말합니다. 저 출가했다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의지하지만 보살이라는 자들은 의지하는 바가 없습니다.”
011_0132_c_14L加以大哀愍濟衆生不見他短不說其闕讚敍彼人篤信之德開示信行以施一切此之謂也其出家者依倚他人爲菩薩者無所依倚
여인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왜 출가자들이 다른 사람을 의지한다고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저 출가했다는 사람들은 금계(禁戒)를 의지하지만 계율을 반연한다고 출가라 하지는 않습니다. 여인이여, 알고 싶습니까? 선정에 뜻을 두고 마음이 방일하지 않게 하십시오. 출가란 지혜에 의지하여 나쁜 벗을 따르지 않고 해탈의 문을 받들어 닦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출가입니다. 마음이 해탈하지 못했다면 출가라 하지 못합니다.”
011_0132_c_18L女問文殊師利何謂出家依倚他人則答女曰其出家者依倚禁戒不以緣戒爲出家也女欲知之志於禪定意不放逸出家依慧不隨惡友遵修脫門是爲出家心未解脫不爲出家
011_0133_a_01L또 물었다.
“왜 보살은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으면 곧 의지함이 없습니다. 또한 무슨 지혜가 있기에 그로부터 저런 현명함을 가지게 되었으며, 저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덕이 있기에 그로부터 모든 통달한 큰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일까 하고 그들의 얼굴빛을 살피는 것을 그만두지도 않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011_0132_c_23L又問何謂菩薩不依他人答曰不信異人則爲無倚亦不消息察他顏色有何智慧從其受明彼等之人有何異德當從獲致諸通大慧亦於己身無所悕求此則名曰不倚他人
문수사리가 이 출가품(出家品)을 설했을 때, 5백의 보살들이 각기 몸에 걸친 옷과 값진 보배와 영락을 벗어 모두 함께 문수사리에게 받들어 올렸다. 그들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께서 말씀하신 출가의 좋은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저희들도 이 바른 이치에 따라 곧 이와 같은 행을 두루 갖추어 출가하겠습니다.”
011_0133_a_05L文殊師利說此出家品時五百菩薩各脫身衣珍寶瓔珞悉共奉上文殊師利皆說此言聞尊所論出家善教吾等亦當從此正義尋如是行具足出家
그때 문수사리가 상금광수에게 말하였다.
“만일 다시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외간(畏間) 장자의 아들에게 이 이야기를 설하여 교화한다면 그것이 그대의 출가의 행입니다.”
011_0133_a_09L於是文殊師利謂上金光首若當還復上駟馬車與畏閒長者子俱爲開化說此則是汝出家之行也
그때 대중들이 각기 마음속으로 ‘어떻게 욕망을 벗어난 자가 욕망이 있는 사람과 자리를 함께할까?’라고 생각하였다. 여인은 곧 대중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곧 대중들에게 답하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011_0133_a_12L大衆人各心念言豈離欲者與有欲人而俱處乎女尋則知衆人心念便答大衆爲分別說
“욕망을 벗어난 보살이 욕망이 있는 중생의 부류와 함께 태어나는 것은 깨우치고 교화해 맑고 깨끗하게 하려는 까닭입니다. 여러분, 알고 싶습니까? 보살이 성냄과 어리석음을 벗어나 곧 성내고 어리석은 여러 중생과 함께 노닐고 태어나는 것은, 깨우치고 교화하고 싶어서 자비와 밝음을 베푸는 것입니다. 설령 보살은 이미 번뇌를 벗어났더라도 곧 탐욕스런 여러 중생들과 함께 태어나 놀기 좋아하고 나태한 모든 부류를 깨우치고 교화합니다.
011_0133_a_15L離欲菩薩與有欲人生之類而俱出生欲以開化令淸白諸人欲知菩薩離於瞋恚愚癡便與瞋恚愚癡群黎而俱遊生欲以開化施慈與明設使菩薩已離塵勞便與貪欲群萌俱生開化一切遊逸之
011_0133_b_01L 비유하자면 사람이란, 어머니와 아들은 자리를 함께해도 오염되는 것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그와 같아 항상 일체 중생과 함께 자리하지만 오염되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컨대 거문고를 연주하는 사람과 신비로운 주문을 읊는 사람은 비록 원하는 바를 익히긴 하지만 욕심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그와 같아 삼계와 갖가지 생각들에 처하지만 신비로운 주술과 같아서 물드는 것이 없습니다.”
011_0133_a_21L喩如人者母子共處無所染污薩如是常與一切衆生俱會無所染譬鼓琴人及神呪師雖習所欲無有欲菩薩如是處於三界想念之如神呪術無所染著
이때 상금광수는 시절이 이르러 법의 이치를 획득하였고, 광명에 이르러 모든 깊은 어둠을 벗어났으며, 번뇌를 보고 진제(眞諦)를 열어 보였다. 그녀는 곧 앞으로 나아가 문수사리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세 바퀴를 돈 뒤, 돌아가 다시 수레에 올랐다. 그리고 곧 게송을 읊었다.
011_0133_b_02L於時上金光首逮得時節獲致法誼至於光明離諸窈冥睹見塵勞開示眞諦則前稽首文殊師利足下繞之三帀還復上則說頌曰

본래의 성품이 청정하니
탐욕이 더럽힐 수 없어라.
곧 어떤 성냄도 없이
자비로운 마음 항상 따르고 닦네.
011_0133_b_06L本性爲淸淨
貪欲不能污
則無有瞋恚
常遵修慈心

또한 어리석음도 없어
지혜의 광명을 일으키며
이와 같이 덕에 이르고
그런 뒤에 수레에 올랐네.
011_0133_b_08L亦不有愚冥
起智慧光明
至德以如是
然後乃上車

이전엔 외간(畏間)의 아들을 따라
나태함을 익혔지만
나의 과거 탐욕의 마음을
지금은 모두 쏟아버렸네.
011_0133_b_09L前隨畏閒子
而習爲放逸
吾本貪欲意
今者爲所湊

모든 공포와 재난
재물과 이익에 대한 탐욕
수레에 오르며 그런 것 벗어났기에
따라서 큰 소리로 노래한다네.
011_0133_b_10L諸恐畏難者
財利之貪欲
上車以離此
故擧聲歌頌

비유컨대 두꺼운 구름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면
곧 해님의 궁전을 가려
사람들 눈으로 보지 못한다네.
011_0133_b_12L譬如純厚陰
降雨潤於地
則蔽日宮殿
使人眼不見

그 빛남 어두워지지 않았고
밝음을 훔치는 자도 없건만
뜬 구름이 하는 짓이라
그 광명 드러나지 못하게 하네.
011_0133_b_13L其耀不爲冥
亦無奪明者
客雲之所爲
令光不顯現

어리석은 자의 마음도 본래 깨끗하고
나그네 같은 번뇌도 그와 같건만
생각이 분명히 깨닫지 못해
지혜의 광명을 가리는 것이라네.
011_0133_b_14L愚者心本淨
客塵亦如是
由想不覺了
覆蔽智慧光

그것을 살피는 밝게 통달한 사람
처소가 있다고 하지 않으며
번뇌를 이미 없애버렸나니
그것을 곧 지혜라 한다네.
011_0133_b_16L計彼明達者
不爲有處所
已蠲除塵勞
則號爲智慧

지혜로 교만하지 않고
마음의 깨끗함 줄어드는 일 없나니
그것을 따져보면 오는 곳 없고
간다 해도 또 도달할 곳 없어라.
011_0133_b_17L智慧不憍慢
心淨無損減
推之無從來
去亦無所到

생각이 바르지 못함으로부터
곧 번뇌와 욕심이 있게 되니
이미 법다운 생각에 상응했다면
곧 다다를 곳 없음으로 나아가리라.
011_0133_b_18L從念不順正
則有塵勞欲
已應如法念
便趣無所至

이름이란 처소가 없고
받는 자도 없으니
생겨나는 것도 없고
또한 사라지는 것도 없어라.
011_0133_b_20L名無有處所
而無有受者
則亦無所生
亦無有滅者

베풀지도 않고 끊을 것 없으며
또한 다른 사람 의지하지도 않나니
통쾌하구나, 이 바른 법이여
미묘하고 너무나 청정하여라.
011_0133_b_21L不施無所斷
亦不依他人
快哉此正法
微妙甚淸淨

비유컨대 기름 등불이
모든 어둠을 비추건만
저 어둡고 우매한 자들 살펴보니
어디로 돌아갈지 모르는구나.
011_0133_b_22L譬如油然燈
照入諸窈冥
計彼闇昧者
不知所歸趣
011_0133_c_01L
지혜 또한 그와 같아
중생들의 어리석은 어둠을 없애건만
번뇌가 있는 곳 보지 못하고
생각을 따라 어디선가 왔다고 하는구나.
011_0133_c_01L智慧亦如是
滅除衆愚冥
不睹塵勞處
順念成所來

마치 훌륭한 의사가 있어
온갖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나니
그 몸에 늘고 주는 것 없고
또한 잃어버리는 것도 없어라.
011_0133_c_02L猶如有良醫
療治於衆病
不令身增減
亦無所忘失

병이란 곧 떠도는 나그네
그 질병 이미 없애버렸네.
또한 다른 것 익히는 일도 없나니
그 병이 간 곳도 모르겠노라.
011_0133_c_03L病則是遊客
其疾已滅除
亦無有異習
不知疹去處

부수(溥首:濡首) 또한 이와 같아
너무도 부드러운 음성으로
중생들의 액난과 질병 살피고
갖가지 방법으로 치료하시네.
011_0133_c_05L溥首亦如是
上軟之音聲
睹衆生厄疾
若干以療治

때를 없애 깨끗하게 하고
지혜의 문으로 나아가게 하시니
지으시는 온갖 변화에서
법이 아니면 논하지 않으시네.
011_0133_c_06L除垢令淸淨
趣之智慧門
有所造變者
非法不爲論

이제 이 5음과
더불어 모든 대종(大種)
쇠입(衰入)을 이미 드러냈나니
본래 어떤 차별도 없던 것이네.
011_0133_c_07L今此五陰者
及與諸種大
衰入已顯現
本無有差特

이 사람들 조금 전까진
독한 분노를 품고 있더니
이제는 헤치려는 마음 없고
갖가지 변괴도 또한 없어라.
011_0133_c_09L是輩這前時
有毒瞋恚俱
今則無傷害
亦無若干變

그때 상금광수는 수레에 올라 장자의 아들 외간과 함께하였다. 이렇게 모습을 나란히 하여 깨끗하고 맑은 유관원으로 나아갔다.
문수사리가 경전을 강설하자 모임에 참석한 모든 대중들은 기쁨에 들떴으며, 그 마음이 열리고 풀려 훤히 밝게 통달하였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모두 함께 여래를 찾아뵙고 설법을 들읍시다.’ 하고는 유관원이 아닌 부처님 정사로 나아갔다.
011_0133_c_10L於是上金光首在於車上與長者子畏閒俱如是比像詣於淸淨遊觀之文殊師利而說經典一切衆會歡喜踊躍其心開解亘然明達咸悉言當共俱往奉詣如來聽所說法遊觀處至佛精舍
그때 상금광수는 장자의 아들 외간과 함께 유관원에서 꽃을 뿌리고 향을 피우며 보배 일산으로 장엄하고서 음식을 갖춰 놓고 음악을 연주하며 함께 즐겁게 놀았으며 온갖 것을 잘 섞은 향을 자신에게 발라 향기를 풍겼다.
011_0133_c_16L爾時上金光首與長者子畏閒俱遊觀園散花燒香莊嚴寶蓋辦飮食作倡妓樂而相娛樂雜和擣香以自芬薰
011_0134_a_01L그때 그 여인은 장자의 아들과 그 찾아와 모인 사람들이 마음으로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고는 신통의 힘으로 스스로 그 몸을 변화시켰다. 그러자 곧 죽어가는 사람의 얼굴빛처럼 추악하게 변했다. 마치 시체처럼 눈ㆍ귀ㆍ코ㆍ입에서는 고름과 피가 흘러나오고, 몸은 문드러져 차마 다시 볼 수 없었으며, 입에서 악취가 풍기로 더러운 비린내가 지독하였다. 모든 털구멍에서 더러운 오물이 흘러나오고, 그 배가 터져 창자와 위ㆍ간ㆍ폐ㆍ지라ㆍ콩팥의 5장과 똥ㆍ오줌ㆍ골수가 모조리 흘러 넘쳤고, 파리가 날아들어 빽빽이 에워싸 함께 빨아먹었다.
011_0133_c_20L於時彼女觀長者子及來會人意以滿足神通之力自化其身時終亡顏色變惡猶如死人膿血流出身體胮爛不可復視中臭氣浡浡腥穢一切毛孔惡露皆其腹潰壞五臟尿髓腦悉爲流溢靑蠅飛集周帀共
이때 장자의 아들은 이 여인의 몸이 변해 형상이 그런 것을 보고는 무섭고 불안하여 자기는 돌아가 이 환난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이제 이런 재난과 끝없는 두려움에 봉착했으니 어디에서 이 큰 근심거리를 면해야 할까 하면서 각각 두 가지 근심을 품었다.
‘범부들이 여러 가지 잘못과 더러움을 보았으니 나의 허물이 장차 임금에게 책을 받지 않을까? 아사세가 알면 나의 목숨을 해치리라.’
011_0134_a_04L長者子見此女身變狀如是怖懅不安欲求自歸濟脫是患今遭難難無極之恐當從何所免大憂煩各懷二難凡夫之士見衆瑕穢己之罪咎將無帝王阿闍世知危害我命
일체의 권속과 모인 여러 사람들도 모두 놀라고 두려워 속으로 벌벌 떨면서 저마다 떠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ㆍ용ㆍ귀신이나 건답화나 사문ㆍ범지면 이 큰 재앙에서 구원해 줄 수 있을까? 저 장자의 아들은 덕의 근본이 불순하여, 이미 문수사리께서 강설하신 경을 듣고도 마땅히 시행해야 할 바를 깨닫지 못하였다.”
011_0134_a_08L一切眷屬及諸會人悉共驚怖志懷戰慄各各誼言當於何求天鬼神若犍沓和沙門梵志救脫大厄其長者子德本不純已聞文殊師利說經當所施行而不曉了
그때 문수사리 동진은 위엄과 신력을 세워 동산의 수목으로 하여금 저절로 음성을 내게 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11_0134_a_13L於時文殊師利童眞威神所立令園樹木自然聲出讚說頌曰

지금 젊은이가 보는 것처럼
모든 법은 자연의 이치이거니
삼계는 텅 비어 실체가 없는 것이
마술사가 변화를 부리는 것과 같다네.
011_0134_a_15L如今年少見
諸法自然數
三界虛無實
如幻師現化

어리석고 미련한 이들이 미혹하는 것
그건 썩은 고기를 얇게 덮은 것
그 허망하고 거짓된 것을 그리워하며
어리석은 이들 더러운 번뇌를 일으키네.
011_0134_a_17L愚戇所迷惑
朽肉之塗覆
思想彼虛僞
愚者生染污

비유하자면 그건 마치 꽃병에
더러운 것 그 속에 가득한 것과 같나니
사람들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서
그걸 머리 위에 이고 가는구나.
011_0134_a_18L譬之如畫甁
中滿盛不淨
而人不分別
戴著頭上行

그 속에 있는 것 알고 나서
깨뜨리면 모조리 드러나나니
더러운 것 저절로 흘러나오면
대단할 것 없다며 도망을 치네.
011_0134_a_19L已知中所有
破壞則悉現
不淨自流出
無奇乃逬走

지혜가 없는 자 또한 이와 같아
그 마음 여색에 집착하고 물드나니
몸매와 얼굴의 겉만 보고서
그리워하며 스스로를 더럽히는구나.
011_0134_a_21L無智亦如是
志染著女色
睹見像顏貌
思想以自污

젊은이여 이제 마땅히 관찰하고
자연의 몸을 깨우치고 교화하라
현명한 자 어찌 여기에 집착할까
허물 많고 더러우며 악취 나는 것에.
011_0134_a_22L年少今當觀
開化自然身
明者豈著此
瑕穢之臭惡
011_0134_b_01L
젊은이여 두려워마라.
허망한 거짓은 두려워 할 것 없나니
그대 앞에 모여 있는 것
모든 법은 자연히 이러하다네.
011_0134_a_23L年少莫恐懼
無得畏虛僞
仁者前所集
諸法自然爾

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공포와 두려움 없게 하시니
그 이름 석가족의 사자
훌륭하고 미묘한 법 강설하시네.
011_0134_b_02L世尊之興出
施恐使無畏
號謂釋師子
講說上妙法

애욕은 영원하지도 오래가지도 않는 것
잠깐 나타나는 번갯불과 같나니
본다 해도 실체가 없기에
지혜로운 자 집착하는 것이 없다네.
011_0134_b_03L愛欲非常夂
猶如電忽現
雖睹無有實
慧者無所著

비유컨대 흐르는 강가에서
물위에 엉긴 거품을 잡으려는 것과 같나니
그것을 만든 자는 없고
또한 과보를 이루지도 못한다네.
011_0134_b_04L譬如流河水
欲取上聚沫
彼無有作者
亦不成報應

이름과 물질도 그와 같아서
그것을 만드는 일이 없지만
죄와 복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인과응보가 곧 생하느니라.
011_0134_b_06L名色亦如是
而無有造作
因有罪福緣
便生報應果

젊은이여 이제 스스로 보라
그 여인의 얼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그 더러운 것들 어디서 와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까.
011_0134_b_07L少童今自見
顏貌爲所湊
不淨何從來
令人懷恐懼

이 법은 처소가 없고
간다지만 또한 가는 곳이 없나니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이
저절로 변화하여 나타난 것이니라.
011_0134_b_08L此法無處所
去亦無方面
無往亦無來
自然而化現

저것을 만든 자도 없고
또한 받는 자도 없나니
법을 만들어도 받아들일 것 없는 것
허깨비에게 몸이 없는 것과 같다네.
011_0134_b_10L彼無有作者
亦復無受者
造法無所受
如幻無有形

다른 이의 몸뚱이와 나태한 짓 하다가
젊은이 그 때문에 두려움 내는구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관해야 하나니
또한 그것도 이와 같은 부류니라.
011_0134_b_11L放逸於他身
年幼因生畏
當自觀己體
亦是其比類

마치 꿈속의 유희에서
기뻐하며 날뛰는 것과 같나니
즐거워하던 일체 모든 것
꿈과 같고 나면 곧 깨달으리라.
011_0134_b_12L猶如夢中戲
歡喜而踊躍
一切諸所樂
如夢已便覺

젊은이여, 곧장 찾아가라
석가족 사자께서 계신 곳으로
세존은 거룩한 성인이시니
두려움의 뿌리를 뽑아주시리라.
011_0134_b_14L年少便可往
詣於釋師子
世尊大聖人
挽拔恐懼根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해 보고
친족과 잘 아는 벗을 생각해 봐도
그대를 위해 하지 못하리라
이 재난을 없애주는 일.
011_0134_b_15L計於父母者
親屬及知友
不能爲仁者
蠲除此患難

오직 세존만이
두려움 없음을 베푸실 수 있나니
마땅히 찾아가 부처님께 귀명하라
법과 성스러운 대중에게도.
011_0134_b_16L唯有諸世尊
能加施無畏
當至歸命佛
及法與聖衆

모든 하늘과 건답화
사람들 누구나 머리 조아리면
일체 재난을 벗어나
곧 큰 이익과 안락을 얻으리라.
011_0134_b_18L諸天犍沓和
人民悉稽首
則離一切難
便獲大利安

그때 장자의 아들은 이 게송을 듣고 크게 기뻐 뛰면서 좋은 마음이 생겼고, 곧 옷자락으로 여인의 주검을 감싸 우거진 숲속에 버리고 떠났다. 그때 세존께서 그 장자의 아들을 교화하시려고 몸에서 빛을 놓으시자, 그 광명이 온 마갈국(摩竭國)을 두루 비쳤다.
011_0134_b_19L爾時長者子聞斯頌已歡喜踊躍善意生矣則以衣裓盛女死屍棄叢樹閒而捨之去於是世尊欲以開化彼長者子從身放光其明普照摩竭國界
011_0134_c_01L그때 젊은이는 비구 대중들에게 에워싸여 설법하시는 여래를 멀리서 보았는데, 해가 돋을 때 도로에서 저절로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듯 미묘하고 드높았으며, 보배로 된 난간에 많은 꽃들이 뿌려져 있었다.
011_0134_c_01L爾時年少遙見如來與比丘衆圍遶說法如日出時道路自然現若干變微妙巍巍寶爲欄楯而散衆花
제석천이 곧 앞에 서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젊은이는 좋은 이익으로 복과 경사를 얻게 되었기에 이렇게 발심하고 기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몸을 두루 갖춘 여래를 뵙고 싶다면 그와 같은 무리들은 참된 이치의 길에 귀의하라. 여래의 빛나는 얼굴을 뵙고 싶은가? 이제 길을 떠나라.”
011_0134_c_04L其天帝釋則在前立宣歎之曰年少善利爲獲福慶乃能發心而懷歡豫欲見如來具足佛身如是比類歸誠諦路欲睹如來之光顏乎故發行也
이때 그 젊은이는 이 권고와 칭찬을 듣고 제석천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다. 제석천은 다시 큰마음으로 만들어낸 꽃을 젊은이에게 주며 ‘이 꽃을 가져다 여래께 뿌려드려라.’ 하였다.
011_0134_c_08L彼年少聞此勸讚卽與天帝俱詣佛所帝釋復以大意之花用與年少言取此花散如來上
그러자 곧 꽃을 가져다 부처님께 공양해 뿌려드리고는 부처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앞에 서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제 스스로 부처님의 법과 성스러운 대중들에게 귀의합니다. 이 덕의 근본으로써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권고하여 돕게 해 주십시오. 큰 성인이시여, 상금광수라는 방일한 여인이 있는데, 국왕도 알고 있고, 군ㆍ고을ㆍ성의 존자들도 알고 있는 여자입니다. 실은 그녀와 함께 즐기려고 유관원으로 갔었는데 갑자기 오늘 얼굴 모습이 추악하게 변하더니 곧 목숨이 끊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여러 일체의 종친과 권속들을 내버리고 도망치며 국왕의 문책을 받지 않을까 하며 크게 두려워졌습니다.”
011_0134_c_11L則便取花供散世尊稽首佛足右繞三帀前住白言今自歸佛及法聖衆以是德本勸助無上正眞之道唯然大聖有放逸女上金光首國王所識郡縣州城尊者見知實與戲樂詣遊觀園則於今日顏貌變惡卽時壽終捨諸一切宗室眷屬發大恐懼將無國王推理問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멈추어라. 그대는 탐욕 때문에 두려움을 품고 있으니, 내가 너를 두려움이 없게 하리라. 부처에게 귀명하는 자는 다시는 두려워해서는 안 되니, 두렵게 되는 연유인 그 뿌리를 끊어야 한다.”
011_0134_c_18L佛言且止爾以貪欲而懷恐懼吾當施汝至無畏難歸命佛者不當復懼所由致恐當斷其根
또 여쭈었다.
“두려움은 어떤 인연으로 있게 됩니까?”
又問恐懼何因致之
011_0135_a_01L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두려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몸이다 하며 교만하게 스스로 잘난 체하기 때문에 뒤바뀐 걸 보고 은혜나 사랑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吾我]가 있다고 헤아려 가진 것에 의지하고, 사랑과 욕심에 눈멀어 싸움을 초래하며, 스스로 그 몸을 보고 얽매어 집착하기 때문이다. 무상한 것을 영원하다 생각하고,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몸이란 없는 것인데 몸이라 생각하고, 공을 보고 실체라고 생각하며, 5음을 받아 그것으로 업을 짓기 때문이며, 4대종을 관찰하고 모든 입의 처소를 구하는 까닭이며, 몸의 결점을 살피지 않고 수명을 즐기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니 그런 마음을 없애야 한다.
011_0134_c_21L世尊答曰因婬怒癡而致恐懼用是我身憍高自大而睹顚倒與恩愛會計于吾我倚於所有眩愛慳貪招致鬪諍自見其身爲縛著故無常常想苦爲樂想無身身想空見實想受於五陰以爲業故觀四種大求諸衰入悉處所故不察身瑕樂壽命故以是致恐當蠲此意也
너는 그 여인의 몸이 문드러지는 것을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011_0135_a_06L汝見彼女身壞爛乎對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여, 일체의 모든 법은 다 뿔뿔이 흩어져야만 하는 것이니, 아무리 애써 근심하여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어리석게 그걸 탐내지만 또한 견고하게 오래가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성취한 것은 곧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며, 죄와 복의 응보는 위험만 많고 편안함은 적다. 색(色)은 허깨비와 같고 또 꿈과 같으며, 아지랑이가 나타나 목마른 이를 현혹하는 것과 같으며, 색은 마치 그림자와 같다. 행(行)은 살펴보면 문득 지나가 버리니 비유하면 거울 속 형상과 같다.
011_0135_a_07L佛言年少一切諸法皆當別離勤苦患無有常者愚癡貪之亦不久如是成就便復散壞罪福報應多危少安色如幻化亦復如夢如野馬渴者爲惑色猶如影行照忽過之鏡像
인연이 합해진 것인 죄와 복의 응보도 곧 없어지는 것이니 물속의 달처럼 성취를 인연해 곧 패배하는 것이며, 메아리가 말이 없는 것처럼 상대를 따라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행은 그림자와 같아 잠깐사이에 곧 사라지는 것이며, 마치 주먹과 같아 움켜쥐면 주먹이지만 펴면 흩어지는 것과 같다.
011_0135_a_12L因緣所合罪福報應便復滅若水中月因成尋敗如響無言對致之行若陰影須臾便消猶如捲手屈卽舒散
모든 것이 본래의 깨끗함으로써 제멋대로 일어나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바람과 같아 보호하고 지킬 수 없고, 허망하고 거짓되어 실체가 없으며, 집착할 것도 없고, 황홀하여 허공과 같은 것이다. 의식이 이름을 지음으로 인해 공상(共相)이 이루어지지만 일체 모든 법에는 이와 같이 주인이 없으니, 곧 그것을 즐기거나 탐착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의 생각에는 탐욕스런 습관과 생각의 대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011_0135_a_15L悉以本淨自恣而興若如風不可護持虛僞無實亦無所愰惚爲虛因意造名而共相成切諸法如是無主則當於彼莫樂貪著也於年少意所趣云何貪欲之習思想所湊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리석은 범부는 단정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얼굴을 생각하면 곧 탐욕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성현의 계율과 법의 가르침과 경의 이치에서 그것을 관찰하면 더러운 것이라 탐내고 부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바른 이치와 진실을 사유하지 않으면 곧 탐욕을 익히며 방일을 쫓게 됩니다.”
011_0135_a_20L白世尊曰愚人凡夫思想端正淨妙姿顏便起貪欲於賢聖律法教經誼觀之瑕穢無所貪羡若不思惟正諦眞實則習貪欲追逐放逸
011_0135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젊은이의 말과 같다. 욕심내는 버릇의 의지와 성품은 그와 같으니, 삿된 생각을 버리고 마음으로 순리대로 생각하며, 그 업을 받들어 닦아 다시는 그러지 말라. 이미 나라는 소견을 벗어나 그 평등함을 관찰하였구나.”
011_0135_a_23L佛言善哉如年少言貪欲之習志性若此當棄邪想心思如順遵修其業莫復爲也已離我見觀彼平等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마음으로 모든 법을 사유하여 항상 그대로 순응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011_0135_b_03L又問世尊何謂菩薩心思諸法常如應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여, 만일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모든 번뇌가 본래 다 청정하다는 것을 사유하고 분별한다면 그것이 곧 보살이 부처님 도를 구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마치 젊은이가 형상이 있는 물건에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되는 것과 같다.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일체를 분명히 깨닫고 모든 법을 분별하여 자재하게 노니는 곳에서 그 3독은 곧 근본이 없으며 또한 머무는 곳도 없다.
011_0135_b_04L佛言年少若能思惟分別貪欲瞋怒愚癡及諸塵勞本悉淸淨是則菩薩求佛道也譬如年少有形之物爲婬菩薩如是曉了一切分別諸法自在所遊其三毒者則無有本亦無所住
임자 없는 집은 그 집 안팎이 담박하고 빈 것처럼, 나[吾我]를 벗어났기 때문에 나[我]ㆍ남[人]ㆍ오래 삶[壽]ㆍ목숨[命]도 곧 형상이 없게 되며, 집착하고 생각하던 것도 곧 없애버리게 된다. 집착하던 것을 떠나기 때문에 곧 소원이 없게 되고, 뜻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은혜와 사랑을 모두 제거하게 되며, 모든 행이 없고 짓는 것 역시 없게 되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성품은 본래 다 청정한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아서 일체의 법을 환히 깨달아 자재함을 얻는다.
011_0135_b_10L如無主屋其屋內外澹泊虛空以離吾我壽命便應無相所著念者便蠲除矣以去所著卽爲無願志所喜樂恩愛悉除無有諸行亦無所造癡性本皆淸淨菩薩如是能悉曉了一切諸法而得自在
가령 보살이 그대로 순응하는 것을 익히고 법을 받들어 닦는다면 일으키는 뜻마다 모두 곧 도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자기 마음을 깨달으면 곧 여여한 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일체의 법을 깨닫고 분별하여 이해하면 곧 색(色)이란 없는 것이고 그림자도 없으며, 자연이니 환과 같다느니 하는 가르침도 없다. 그는 안팎에서 서로 의지하더라도 또한 도가 되는 것이다.
011_0135_b_15L假使菩薩習如應順遵修法者諸所發意則爲道矣所以者何設了己心則了如心覺了分別解一切法則無有色亦無有影則無教令自然如幻其於內外而相依倚亦爲道矣
011_0135_c_01L보살이 되려는 자에게 다른 길은 없으니, 마땅히 시행해야 할 것은 자기의 마음을 환히 깨닫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자기의 마음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으면 곧 일체 중생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마음이 고요하면 중생의 마음도 곧 담박하게 되며, 자기 마음이 본래 깨끗하면 중생의 마음도 청정하며, 자기의 마음이 청결하면 중생의 마음도 청결한 것이다.
011_0135_b_20L爲菩薩者無有異道當所施行自曉了心所以者何若能曉了覺己心者則能解知一切衆生心之所存己心寂寞衆生之心則爲澹泊己心本淨衆生之心亦復淸淨己心鮮潔衆生之心亦復鮮潔
자기의 마음이 욕심을 벗어나면 중생의 마음도 욕심을 벗어나며, 자기의 마음에 성냄이 없으면 중생의 마음에도 성냄과 원한이 없으며, 자기의 마음에 어리석음이 없으면 중생의 마음도 현명하고 어리석음이 없으며, 자기 마음에 번뇌가 없으면 중생의 마음에도 번뇌가 없을 것이다.
011_0135_c_02L己心離欲衆生之心則亦離欲己心無怒衆生之心則無恚恨己心無癡衆生之心則明無癡己心無塵衆生之心則無勞穢
만일 이와 같은 일을 환히 깨닫는다면 곧 모든 통달한 지혜와 일체지(一切智)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순응하며 받들어 닦고 행하는 자를 보살이라 한다. 본래의 깨끗함을 가까이하면 곧 일체 중생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될 것이다. 가령 다시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행하여 나그네 같은 생각과 번뇌가 마음에 의지하여 때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싫어해 법관(法觀)을 닦아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것을 환히 깨닫는다면 나그네 같은 번뇌의 생각에 곧 번뇌가 없을 것이다.”
011_0135_c_06L若有曉了如此事者是爲覺知諸通之慧一切智矣如是應順遵修行者爲菩薩也近於本淨知一切衆生心念假使復爲有所好客想塵勞依心爲垢則不當厭修行法觀設使有人曉了是者客塵勞想則無塵勞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마자 장자의 아들 외관은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게 되었다.
011_0135_c_12L佛說是已應時長者子畏閒逮得柔順法忍
상금광수는 장자의 아들이 교화를 입어 계율과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을 보고는, 곧 권속인 5백의 옥녀(玉女)와 함께 하늘 거문고와 비파를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물러나 부처님 앞에 섰다.
011_0135_c_13L上金光首見長者子以蒙開化順從律教則與五百玉女眷屬鼓天琴瑟而作伎樂往詣佛所稽首足下右繞三帀退住佛前
그때 문수사리가 외간 장자의 아들에게 물었다.
“이 누이를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그때 외간 장자의 아들이 문수사리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135_c_16L爾時文殊師利謂畏閒長者子爲識此姊不答曰已知之矣又問云何知於是畏閒長者子報文殊師利而說頌曰

색(色)은 덩어리 진 물거품과 같고
통양(痛痒:受)은 거품이 잠깐 이는 듯
상(想)은 깨닫고 보면 아지랑이라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압니다.
011_0135_c_19L色者如聚沫
痛痒泡起頃
了想如野馬
吾曉知如是

행(行)은 허망한 것이 파초와 같고
식(識)이란 비유하면 허깨비와 같은 것
이름이란 거짓된 나그네가 온 것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5_c_21L行虛猶芭蕉
識者譬如幻
名號假客來
吾曉知如是

어리석은 몸뚱이 탐낼 것 없어
풀이나 담장과 같으며
그 마음도 볼 수가 없나니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5_c_22L身騃無可貪
等如草牆壁
其心不可見
吾曉知如是
011_0136_a_01L
거기에는 나도 없고 남도 없고
오래 삶도 없고 목숨도 없으며
여러 종(種)이 합해 몸이 된 것이니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6_a_01L彼無吾我人
無壽無有命
諸種合爲身
吾曉知如是

음욕과 성냄 이런 것도 없고
어리석음도 곧 처소가 없으며
청정하여 번뇌가 없다는 것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6_a_03L無有此婬怒
愚癡則無處
淸淨無塵勞
吾曉知如是

어리석은 사람들 미혹하여
반대로 생각하고 전도됐으나
현명하게 통달한 자 물드는 것 없나니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6_a_04L愚者作迷惑
逆念爲顚倒
明達無所染
吾曉知如是

비유하면 빽빽한 숲 속에 버려진
더럽고 냄새나는 여인의 몸과 같아
그 색은 자연이 되나니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6_a_05L猶如叢樹閒
女身之臭穢
彼色爲自然
吾曉知如是

장차 오는 세상도 본래 없고
어디에서 죽어 또 현재에
일어나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나니
이와 같이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011_0136_a_07L本無當來生
終沒與現在
興起無所有
吾曉知如是

연수(軟首:문수사리)여, 들으소서.
진실한 이치로 해탈한 자는
곧 허물과 더러움을 벗어나는데
어찌 나아가거나 물러나겠습니까.
011_0136_a_08L軟首當聽之
誠諦解脫者
則免濟瑕穢
乃爲頗進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지만
현재 생사에서
중생을 일깨우고 교화해 바로 세우나니
그 누가 도의 뜻을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011_0136_a_09L不始亦不終
而現於生死
開化立衆生
誰不發道意

저의 음욕과 성냄
바르지 못한 온갖 번뇌처럼
일체 모든 법은 근본이 없나니
훌륭합니다, 경전의 긴요한 가르침이여.
011_0136_a_11L如吾貪婬恚
不正諸塵勞
一切法無本
善哉經之要

그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입에서 곧 오색의 광명이 나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국토를 비추고는 돌아와 세 바퀴를 돌고 정수리로 들어갔다.
011_0136_a_12L於是世尊應時而笑口中則出五色之光照於無量諸佛國土還繞三帀從頂上入
현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다시 가다듬고는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일로 웃으셨습니까? 모든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함부로 웃는 일이 없으니, 반드시 뜻이 있을 것입니다.”
011_0136_a_15L賢者阿難卽從座起更整衣服右膝著地叉手白佛何因緣笑諸如來至眞等正覺未曾虛笑必當有意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상금광수를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본 적이 있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011_0136_a_18L佛言阿難汝爲豈見上金光首對曰已見天中天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는 오래전 옛날에 이 여인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한 적이 있었고, 지금 그곳에서 다시 법을 듣게 하여 곧 유순법인을 얻게 한 것이다. 너는 또 이 장자의 아들을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네 보았습니다.”
011_0136_a_19L佛告阿難文殊師利乃往古世勸化此女使發道意今於其所而還聞法尋則獲致柔順法忍汝復見此長者子不對曰唯然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 전세에 그를 권유하고 교화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한 적이 있었고, 지금 또 나에게 다시 법을 듣고 곧 유순법인을 이루게 된 것이다.”
011_0136_a_22L佛告阿難吾本前世而勸化之使發道意今復從佛而還聞法尋卽便致柔順法忍
011_0136_b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상금광수는 920만 겁이 지난 뒤에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보광명(寶光明)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일 것이다. 세계는 보개(寶蓋)이고, 겁의 이름은 보성(寶成)이며, 그때는 온 나라의 음식과 의복과 사는 집이 제2도리천과 같을 것이다.
011_0136_b_02L佛告阿難上金光首過九十二百千劫已當得作佛號寶光明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世界曰寶蓋劫名寶成爾時國中飮食衣服所居屋宅猶如第二忉利天上
그 불국토에는 다른 보배는 없고, 그곳에 태어나는 이들은 곧 보살을 값진 보배로 여길 것이다. 또 그 여래의 수명은 한량이 없고, 부처님의 도를 얻은 뒤에 그때 외간 장자의 아들이 덕광요(德光耀)라는 보살이 되어 세존이 펴는 법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닐 것이다. 그 보광명여래는 니원에 들기 전 덕광요보살에게 ‘이 덕광요보살개사(開士)는 내가 떠난 후 부처가 될 것이니 명호는 지염(持焰)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며, 그 불국토는 지금과 전혀 차별이 없을 것이다.’라고 수기하고 비로소 니원에 들 것이다.
011_0136_b_07L其佛國土無復異寶而出生者則以菩薩爲珍寶矣又彼如來壽命無量得佛道已其時畏閒長者之子當爲菩薩名德光曜奉持世尊所演法教其寶光明如來未滅度時授德光耀菩薩之決乃般泥洹是德光曜菩薩開士吾去之後當得作佛號曰持焰如來至眞等正覺其佛國土等無差特
이 족성자에게 수기하자마자 곧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차례 진동할 것이며, 그 큰 광명이 널리 세간을 비출 것이다. 이렇게 모든 수기를 빠짐없이 줄 때 곧 8천 명의 사람이 이 일로 인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킬 것이다.”
011_0136_b_15L適授此族姓子決應時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其大光明普照世閒是具足授諸決時則八千人因發無上正眞道意
현자 아난이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다면 큰 성인이시여, 이 경전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름을 『대정법문품문수사리권조희변(大淨法門品文殊師利勸助戱變)』이라 할 것이며, 또는 『상금광수본지화(上金光首本之化)』라고 하여 받들어 지니고 일체에게 널리 펴서 보여야 한다.”
011_0136_b_19L賢者阿難前白佛言大聖斯經典者名爲何等云何奉世尊告曰名爲『大淨法門品文殊師利勸助戲變』又名『上金光首本之化』應當奉持之宣示一切
011_0136_c_01L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현자 아난과 젊은 남녀들, 문수사리 동진과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륜 등이 경을 듣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011_0136_b_23L佛說如是賢者阿難年少男子及與女人文殊師利童眞諸天阿須倫聞經莫不歡喜
佛說大淨法門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기녀 등 화류계(花柳界)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일녀(逸女)ㆍ음녀(淫女)ㆍ유일녀(遊逸女)라고도 한다.
  2. 2)원본(元本)ㆍ명본(明本)에는 유수(濡首)로 되어 있다. 유수는 문수사리(文首師利)의 의역이다. 앞에서는 또 부수(溥首)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