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미륵불이 나오려고 할 때엔 염부제[閻浮利] 안의 땅과 산에 있는 초목이 다 타버리리라. 지금 염부제 땅의 주위 둘레가 60만 리인데, 미륵이 나올 때엔 염부제 땅의 동서의 길이가 40만 리이고, 남북의 길이가 30만 리이며, 땅에는 모두 다섯 종류의 과일이 자라나고, 사해(四海) 안엔 산과 언덕과 시내와 골짜기가 없어 땅의 판판함이 마치 숫돌과 같고, 나무들이 모두 장대하리라.
한편 이때 인민들은 탐욕ㆍ음행ㆍ성냄[瞋恚]ㆍ어리석음이 적을 것이리라. 인민들은 그 수가 많아 부락을 이루어 집들이 총총하여 닭 울음소리가 이쪽저쪽에서 서로 이어서 들리며, 인민들의 수명이 모두 8만 4천 세에 이르니, 여인은 5백 세가 되어야 시집을 가니라. 인민들이 병으로 앓는 자는 없으나 온 천하 사람들이 세 가지 병이 있으리니, 첫째는 마음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것과, 둘째는 굶주리고 목마름과, 셋째는 나이가 들어 늙어감이라. 인민들의 얼굴과 눈이 다 복숭아꽃 빛을 띠고 서로가 다 공경하고 존중하리라.
그리고 계두말(鷄頭末)이란 성(城)이 있으리니, 이 계두말성은 당시 왕이 국력으로써 만든 성이니만큼 성의 주위 둘레가 480리이리라. 흙으로 성을 쌓은 데다가 다시 판자[板]를 덧붙이고, 거기에 또 금ㆍ은ㆍ유리ㆍ수정 등 값진 보물로써 장식하여 붙이며, 사방 각각 열두 문(門)마다 조각하여 무늬를 넣고서 금ㆍ은ㆍ유리ㆍ수정 등 값진 보물로써 장식하여 붙이리라.
011_0207_b_01L국왕의 이름은 승라(僧羅)인데, 사해 안이 모두 승라에게 예속되어 있어 다닐 때는 곧 날아다니므로 다니는 곳마다 인민과 귀신들이 모두 몸을 굽히며, 성에는 네 가지 보배가 있으리니, 첫째는 금으로서 예석봉(倪欚鋒)이라는 용이 주로 금을 수호하는데 용이 사는 곳은 건타(犍陀)이고, 둘째는 은으로서 그 나라 안에 또 번두(幡頭)라는 용이 있어 은을 수호하고, 셋째는 명월주(明月珠)로서 명월주가 나는 곳은 수점(須漸)인데, 빈갈(賓竭)이라는 용이 보배를 수호하고, 넷째는 유리로서 유리가 나는 성 이름은 범라나이(氾羅那夷)이리라.
수범(須梵)이라는 한 바라문이 바로 미륵의 아버지가 되고, 미륵의 어머니는 마하월제(摩訶越題)로서 미륵이 그들의 아들로 태어나리라. 미륵은 그 종성(種姓)이 바라문인 데다가 몸에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신장이 열여섯 길[丈]이리라. 미륵은 이 성안에서 출생하자마자 눈은 만 리 안을 환히 보고 머릿속에선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이 4천 리를 비추리라. 또 미륵이 도를 얻어 부처가 될 때에 용화수(龍華樹) 밑에 앉으매 나무의 높이가 40리이고 너비가 또 40리이며, 미륵이 부처가 될 때에는 8만 4천 바라문들이 모두 미륵의 처소에 나아가서 스승으로 섬겨 곧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리라.
미륵이 나무 밑에 앉아 4월 8일 밝은 별이 나올 때에 불도(佛道)를 얻으매, 국왕 승라도 미륵이 성불함을 듣고 곧 84왕을 데리고 국토와 왕위를 모두 버리고 나라를 태자에게 맡긴 뒤에 함께 미륵의 처소에 이르러 모두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서 사문이 되며, 또 한편 1천8백 바라문들이 모두 미륵의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리니 미륵의 부모도 그 중에 있을 것이며, 다시 어진 바라문 1천 84인이 모두 미륵불의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리라.
011_0207_c_01L그때 그 나라의 큰 호부(豪富)이면서 어진 사람인 수단(須檀)이란 이가 있어 사람들이 수달(須達)이라고 부르는데, 온 인민들이 황금을 갖고 미륵불과 여러 사문들에게 보시하므로 그 명성(名聲)이 날로 멀리 떨치자, 수달 장자가 다시 1만 4천의 어질고 훌륭한 사람을 데리고 미륵불의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리라.
한편 고달(鼓達)이라는 형과 부란(扶蘭)이라는 아우가 있는데, 두 형제가 모두 말하길 ‘우리들이 어찌 이 세간에만 머물러 있으랴.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가서 사문이 되기를 구하지 않겠느냐?’라고 하고, 다시 말하길 ‘이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라고 하고는, 곧 미륵불의 처소에 나아가 사문이 되리라.
다시 소녀 무리 8만 4천이 몸에 모두 좋은 옷과 흰 구슬과 금ㆍ은ㆍ영락을 걸치고 함께 미륵불의 처소에 이르러 몸에 걸친 값진 보물들을 모두 벗어 땅에 둔 채 미륵불에게 아뢰길 ‘저희들이 이것을 가지고 부처님과 여러 사문들에게 바치려 하오며, 저희들은 부처님을 따라 비구니가 되려 하옵니다’라고 하리니,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로 하여금 비구니가 되게 하시니라.
미륵불은 앉아서 여러 비구 승가와 비구니를 위해 말하리라. ‘이 사람들은 모두 석가모니[釋迦文]부처님 때에 경을 외운 자이거나 인자한 마음을 가진 자이거나, 보시한 자이거나 성내지 않은 자이거나, 불상을 만들고 절을 세운 자이거나 부처님의 사리를 받들어 탑 속에 모신 자이며, 향을 사른 자이거나 등불을 켠 자이며, 비단 천을 매단 자이거나 꽃을 뿌린 자이거나 경을 읽은 자들이며, 이 여러 비구니들도 모두 석가모니부처님 때의 사람들로서 계율을 지킨 자이거나 정성이 지극한 자들이라. 이제 이 모임에 이르러 여러 비구들이 설하는 경을 들음으로써 모두들 용화수 밑에서 도를 얻으리라.’
011_0208_a_01L미륵불이 맨 처음 모임에서 경을 설할 때에 96억 사람들이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고, 두 번째 모임에서 경을 설할 때에 94억 비구들이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고, 세 번째 모임에서 경을 설할 때에 92억 사문들이 모두 아라한을 얻으며, 온 천상의 하늘들이 모두 꽃을 가지고 미륵의 몸 위에 뿌리리라.
그리고 미륵불이 여러 아라한들을 데리고서 국왕이 지은 계두말성에 이르매, 왕은 그들을 모두 궁중에 맞아들여 음식으로 대접하리니, 온 성안이 다 환하여 밤이 마치 낮과 같은데, 미륵이 궁중에 앉아 경을 설하면서 말하리라. ‘말씀대로 하지 않을 수 없고, 도를 배우지 않을 수 없고, 경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노라.’ 미륵불이 이와 같이 경을 설하고 나자, 여러 비구들과 왕을 비롯한 백관들이 모두 불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하여 세간을 제도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