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369_a_01L불설섬자경(不說睒子經)
011_0369_a_01L佛說睒子經
성견(聖堅) 한역
김달진 번역
011_0369_a_02L 西秦沙門聖堅奉 詔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69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이 비라륵국(比羅勒國)에서 1천 250비구와 함께 계셨는데, 여러 보살과 국왕ㆍ대신ㆍ인민들이며 장자ㆍ거사ㆍ청신사와 청신녀 등,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한꺼번에 와 모였다.
011_0369_a_04L一時佛在比羅勒國與千二百五十比丘俱及衆菩薩國王大臣人民長者居士淸信士女不可稱計一時來會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다 고요하게 뜻을 안정하고 들어라. 나는 생각건대 전세에 처음 보살의 도를 얻으려 할 때에 계행과 넓은 사랑과 정진ㆍ선정ㆍ지혜며 좋은 방편등 이야말로 헤아릴 수도 없고 말할 수조차 없나니, 여러 하늘ㆍ용ㆍ신ㆍ제왕과 인민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는 없느니라.”
011_0369_a_07L佛告諸比丘皆悉寂靜定意聽我念前世初求得菩薩道時行普慈精進一心智慧善權方便不可稱說諸天龍神帝王人民無能行
아아난다는 부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다시 옷을 매만지고 길이 꿇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듣고 싶사옵니다.”
011_0369_a_11L阿難聞佛所言更整衣服長跪白願欲聞之
부처님은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헤아릴 수 없는 세상에, 그때에 자혜(慈慧)라는 한 보살은 중생들을 구제하며 언제나 4등심(等心)을 행하였고 세상의 위험과 재난을 건지며 괴롬 받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어 질렀었는데, 이에 도솔천 위에 살고 있으면서 하늘사람들을 가르치다가 언제나 밤과 낮의 각각 세 때에는 삼매(三昩)에 들어 3계(界)를 생각하면서 시방의 천하 인민들이 선과 악의 도를 비추어 살폈나니,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고 3존(尊)을 공경히 받들며 스승과 어른에게 이바지하고 모시며 모든 공덕 닦는 것을 모두 밝히 보았으므로 다섯 가지 갈래가 분명하였느니라.
011_0369_a_12L佛告阿難乃往過去無央數世時有一菩薩名曰慈慧救濟群生常行四等心度世危厄愍育苦於是處在兜率天上敎授天人以晝夜各三時三昧定意思惟三界觀十方天下人民善惡之道孝養父敬奉三尊供侍師長修諸功德悉明見五道分明
011_0369_b_01L그때 가이국(迦夷國)의 안에 하나의 장자가 있었는데 아들이 없어 외로왔고 부부간이 다 두 눈이 멀었는지라 마음에서 원하기를, ‘산에 들어가서 위없는 지혜를 구하고 깨끗한 뜻을 닦으며 한가함을 믿고 즐기겠다’라고 하므로, 보살은 생각하기를, ‘이 사람들이 뜻을 세워 미묘한 도를 배우려 하는데 두 눈이 먼지라 보지 못하여 만약 산에 들어가면 혹은 도랑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독벌레를 만나서 위험과 해를 당하기도 하리니, 만약 내가 목숨이 끝나면 그들을 위하여 아들이 되어 그들의 목숨이 마치도록 부모로 이바지하고 봉양해야겠다’ 하고, 곧 장님인 부모의 집에 가서 태어나 그들을 위하여 아들이 되었느니라.
부모들이 기뻐하며 매우 애지중지 하면서 본래는 도의 뜻을 내어 산에 들어가려 하였지마는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곧 세간을 즐기고 있었느니라.
아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이름을 섬(睒)이라고 지었는데, 섬은 지극한 효행을 하고 인자 하였으며 열 가지 선행을 받들어 행하여 산목숨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 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술 마시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고 시새우지 않았으며 도를 믿되 의심하지 않고 밤낮으로 힘써 나아가며 부모 받들어 모시기를 마치 사람이 하늘 모시듯 하였느니라.
말함에는 언제나 웃음을 머금어 사람의 뜻을 상하지 않았고 행함에는 법에 알맞아 망령되이 치우치거나 삿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부모는 크게 기뻐하며 다시는 걱정 근심이 없었느니라.
011_0369_a_19L迦夷國中有一長者孤無兒子夫妻兩目皆盲心願入山求無上慧修淸淨志信樂虛閑菩薩念言此人發意欲學妙道而兩目盲無所視見若入山者或墮溝坑或逢毒虫所見危害若我壽終當爲作子供養父母終其年壽卽便往生盲父母家爲其作子父母歡喜愛之甚重本發道意欲行入山以生子故便樂世閒子年七歲號字曰睒睒至孝仁慈奉行十善不殺不盜不婬欺誑不飮酒不妄語不嫉妒信道不晝夜精進奉侍父母如人侍天常含笑不傷人意行則應法不妄傾於是父母卽大歡悅無復憂愁
섬의 나이 열 살이 지나자, 섬은 스스로 길이 꿇앉아 부모에게 아뢰기를, ‘본래 큰 뜻을 세워 깊은 산에 들어가려 하셨고 뜻에 비고 고요한 위없는 도를 구하려 하셨거늘, 어찌 아들 때문에 본래의 서원을 끊겠습니까. 사람이 사는 세간은 무상하여 온갖 것이 변하며 생명은 금과 돌이 아닌지라 과보가 기약 없이 이르리다. 원컨대, 본래의 뜻대로 하십시오. 본래 먼저의 뜻한 것이 마땅합니다. 저도 부모님을 따라 함께 산에 들어가서 잘 모시고 봉양하겠으며 때를 어기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자, 부모는 섬에게 대답하기를, ‘아들의 효성과 순종은 하늘이 절로 알리라. 본래의 서원을 어기지 않고 곧 산에 들어가겠다’라고 하므로, 섬은 집안의 온갖 재산과 보배는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크게 보시하고서 곧 부모와 함께 산으로 들어갔느니라.
011_0369_b_11L年過十歲睒自長跪白父母言本發大意欲入深山求志虛寂無上之道豈以子故而絕本願人居世閒無常百變命非金石對至無期願如本意宜本先志自隨父母俱共入山侍養之宜不失時節父母報睒子之孝順天自知之不違本誓便卽入山睒以家中所有財寶皆大布施諸貧窮者便與父母俱共入山
011_0369_c_01L섬은 산중에 이르러서 나무와 풀로써 집을 짓고 평상과 이부자리를 마련해 두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게 한결같이 알맞게 하였는데, 산에 들어온 지 1년이 되자 뭇 열매가 잘 열어서 달고 맛있게 먹게 하였고 샘물은 솟아 나와 맑고도 시원하였으며 못 속의 연꽃은 다섯 가지 빛깔이 더욱 맑았고 전단과 여러 가지 향은 나무가 풍성하면서 향기가 평상보다 갑절이었느니라.
나는 새들은 언제나 기묘한 종류들이 모여 모두가 갖가지 음악 소리를 내어서 부모를 즐겁게 하였으며, 사자와 곰ㆍ범ㆍ이리며 독벌레 등은 인자한 마음으로 대하여 서로 상하거나 해침이 없었으므로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두려워함이 없었느니라.
사슴과 뭇 새 들은 모두가 곁에 가까이 다가와서 섬의 음성과 같이 서로가 어울려 재미있게 소리하였으며, 섬은 지극히 효성스럽고 인자하여 땅을 밟되 언제나 아파할까 두려워하였으므로 하늘과 사람이며 귀신들이 모두 와서 이 셋의 도인을 보살폈느니라.
셋의 도인은 한 마음으로 뜻이 안정되어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었다.
011_0369_b_20L睒到山中以柴草作屋施置牀蓐寒不熱恒得其宜入山一年衆果豐食之甘美泉水涌出淸而且涼中蓮華五色精明栴檀雜香樹木豐香氣倍常飛鳥常集奇妙異類作種種音樂之聲娛樂父母師子虎狼毒虫慈心相向無相傷害草飮水無復恐懼獐鹿衆鳥皆來附與睒音聲共相哀和娛樂之音至孝慈蹈地常恐地痛鬼皆來擁護此三道人三道人者一心定無復憂愁
섬은 언제나 부모를 위하여 온갖 종류의 과일을 따다가 부모에게 잡수도록 하였고 샘물도 모자람이 없게 하였느니라.
그때 부모는 목이 말라서 물을 얻어 마시려하므로 섬은 사슴 가죽의 옷을 입고 병을 가지고서 물을 길러 갔는데 사슴과 뭇 새들도 가서 물을 마시면서 서로가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느니라.
그때 가이국의 왕이 산에 들어와서 사냥하다가, 왕은 물가에 여러 떼 사슴들이 있음을 보고 활을 쏘았더니 화살은 잘못 섬에 맞으면서 바로 그의 가슴에 쏘았는지라 독화살을 맞은 뒤에 온 몸이 모두 아팠으므로 곧 크게 부르짖기를, ‘누가 하나의 화살을 가지고서 셋의 도인을 죽이는 것이냐’라고 하였더니, 왕은 사람 소리를 듣고 바로 말에서 내리어 섬의 앞에 가 닿자, 섬은 왕에게 말하였느니라.
‘코끼리는 어금니 때문에 죽고, 무소는 그의 뿔 때문에 죽고, 물총새는 그의 털 때문이며, 사슴은 가죽과 고기 때문이거니와 나는 어금니와 뿔도 없고 털도 없고 가죽과 고기가 없는지라 먹을 수도 없거늘 이제 무슨 죄가 있기에 잘못 보고서 쏘아 죽이는 것이오’라고 하였더니 왕은 섬에게 묻기를, ‘그대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데 사슴 가죽옷을 입고 짐승과 다름없이 하고 있으시오’라고 하므로, 섬은 말하기를, ‘나는 바로 왕의 나라 사람입니다. 장님인 부모님과 함께 와서 도를 배운지 20여 년이었지마는 일찍이 범과 이리와 독벌레에게도 잘못 해침을 당한 일이 없었거늘, 이제 나는 왕에게 쏘아죽임을 당하였소’라고 하였느니라.
011_0369_c_09L睒常與父母取百種果以食父母泉水無乏父母渴欲得飮水睒被鹿皮衣提甁行汲水獐鹿衆鳥亦往飮水不相畏難有迦夷國王入山射獵王見水邊有諸群鹿放弓射之箭誤中睒正射其胸被毒箭已擧身皆痛便大呼言誰持一箭殺三道人王聞人聲卽便下馬往到睒前睒謂王言象坐牙死犀坐其角翠坐其毛獐鹿坐皮肉我無牙角無毛無皮肉不可噉今有何罪撗見射殺王問睒言卿是何人被鹿皮衣與禽獸無異睒言我是王國中人盲父母俱來學道二十餘年未曾而爲虎狼毒虫所見枉害今我便爲王所射殺
011_0370_a_01L이러할 때에, 큰 바람이 사납게 일어나면서 나무를 부러뜨리고 온갖 새들이 슬피 지저거리며 사자와 곰 등 닫는 짐승들이 모두 크게 울부짖었으므로 하나의 산중이 진동하였으며 해는 밝은 빛이 없어지고 흐르는 샘은 말라버리며 뭇 꽃은 시들어지면서 우뢰와 번개가 땅을 흔들었느니라.
그때 장님 부모들은 곧 스스로 놀라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괴이한 변고일까. 섬이 물을 길으러 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데, 독한 벌레에 해를 입은 것이나 아닐까. 날짐승ㆍ길짐승들의 슬피 지저거리고 울부짖는 소리가 보통 때와는 같지 않다. 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며 수목들이 꺾어지는데, 반드시 재변이 있는 것이리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왕은 두려워하며 스스로가 뉘우치면서 꾸짖고, 왕은 이때 두려워서 크게 스스로 후회하고 꾸짖기를, ‘내가 본래 사슴 무리를 쏘았는데 화살이 잘못 맞아서 도인을 쏘아 죽였으니, 그 죄가 매우 무겁구나. 적은 고기를 탐하다가 이러한 재앙을 받게 되었으니 내가 이제 보배로 그대의 목숨을 구제하길 원하노라.’
011_0370_a_01L當爾之時大風暴起吹折樹百鳥悲鳴師子熊羆走獸之輩皆大號呼動一山中日無精光流泉爲衆華萎死雷電動地盲父母卽自驚起曰是何變異睒行取水經久不還將無爲毒虫之所害耶禽獸悲音聲號呼不如常時風起四面樹木摧折必有災異王怖懅大自悔本射衆鹿誤相中傷射殺道人其罪甚重坐貪少肉而受此殃願以珍寶以救子命
이때 왕은 곧 앞으로 나아가서 손으로 화살을 잡아 뽑으려하였지만 화살이 깊어 뽑히지 않았다.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사방에서 구름같이 모여들었는데, 모두 크게 울부짖어 온 산 속이 진동하였다. 왕은 더욱 놀라고 두려워서 사지를 모두 떨자 섬이 왕에게 말하기를,‘왕의 허물이 아닙니다. 나의 지난 세상의 죄를 인연으로 이룬 것이므로, 나는 내 목숨이 아깝지 않지만 다만 나의 장님 부모를 생각하나니, 이미 나이 들어 쇠하고 늙어서 두 눈 또한 멀었으니 하루아침이라도 내가 없으면 또한 마땅히 죽을 때까지 돌봐주는 이가 없으니 이 때문에 제가 몹시 근심하고 고뇌할 뿐입니다.’
011_0370_a_11L王便前欲拔出箭箭深不出百鳥禽獸四面雲集皆大號呼動一山中王益怖懅支節皆動睒語王言非王之過自我宿罪緣對所致我不惜身但念我盲父母耳年旣衰老兩目復一旦無我亦當終沒無瞻視者是之故自懊惱耳
이때를 당하여 모든 하늘과 용신과 신들은 모두 엄숙하게 움직였다. 왕은 또한 거듭 말하기를,‘내가 차라리 지옥에 들어가 죄를 받을지라도 섬의 몸이 살아나게 하리라.’
그리고 길게 꿇어앉아 섬을 향하여 허물을 후회하며 말하기를, ‘만일 그대의 목숨이 끝난다면 나는 마땅히 다시 나라에 돌아가지 않고 산 속에 머물러 그대의 장님 부모를 공양하여 그대가 있을 때와 같이 하겠으니 근심하지 말라. 모든 하늘과 용과 신들이 모두 마땅히 증명하여 알 것이니 이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노라.’
011_0370_a_18L當爾之時諸天神皆爲肅動王又重言我寧自入地獄之中自受此罪使睒身活長跪向睒悔過陳言若子終沒我不還國便住山中供養卿盲父母如卿在時以爲憂諸天神皆當證知不負此誓
011_0370_b_01L섬은 왕의 맹세를 듣고 말하기를, ‘비록 독한 화살을 맞았지만 마음이 기쁘고 뜻이 즐거워서, 비록 죽을지라도 한탄하지 않고 나의 부모를 왕에게 공양하는 수고를 끼치나니, 왕이 현세에 죄를 멸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입니다.’
왕이 말하기를, ‘그대가 나에게 부모의 처소를 말해주면 아들이 죽기 전에 내가 알려 주리라.’
섬은 곧 가리켜 말하기를, ‘여기서 곧장 걸어가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초가집이 보일 것이니, 나의 부모는 그 가운데 계실 겁니다. 왕은 천천히 가셔서 나의 부모가 놀라게 하지마시고, 훌륭한 방편으로 권하여 그 뜻이 이해되도록 말하고 나를 위하여 부모께 아뢰어 주십시오. 무상함이 이제 이르러 후세로 나아갑니다. 나의 목숨은 아깝지 않지만 염려되는 것은 부모가 이미 쇠하여 늙고 두 눈 또한 멀었으니 하루아침이라도 내가 없으면 의지할 데가 없기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함이 스스로 혹독할 뿐입니다.
나의 죽음은 저절로 정해져 지난 세상의 죄로 이른 것이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 이제 제가 참회하옵니다. 무수한 겁 이래로 이 몸을 받은 때부터 행해온 모든 악에서 이 죄가 멸하고 원하옵건대 나의 부모와 세상마다 서로 만나 멀리 떠나지 않게 하시며, 마땅히 부모님께서 수명을 보존하여 근심과 환란이 없으며, 하늘과 용과 귀신이 항상 따르며 호위하고 도와서 재해가 소멸하고 하고자 하는 바가 뜻대로 함이 없어도 저절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011_0370_a_23L睒聞王誓雖被毒箭心喜意悅雖死不恨以我父母累王供養王當罪滅得福無量王曰卿當語我父母之處及子未死吾欲知之睒卽指示從是徑去去此不遠當見草屋我之父母在其中止王徐徐往勿令父母驚動怖懅以善方便解語其意王當爲我上白父母無常今至當就後世我不惜命念盲父母年旣衰老兩目復盲一旦無我無所依仰以是懊惱自酷毒耳我死自分宿罪所致無可得脫今自懺悔從無數劫有身以來所行衆惡於此罪滅願與父母世世相値不相遠離當令父母終保年壽勿有憂患鬼神常隨護助災害消滅所欲應意無爲自然
왕은 곧 여러 사람을 거느리고 부모의 처소에 나아갔는데, 왕이 간 뒤에 섬은 곧 죽었다. 온갖 새와 길짐승이 사방에서 구름처럼 몰려들어 모두 크게 울부짖으며 섬의 시신 위를 빙 둘러서 혀로 가슴의 피를 핥았다. 장님 부모는 이 음성을 듣고 더욱 두려워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서 있었다.
왕이 빨리 달리다가 풀과 나무를 건드려 엄숙하게 소리를 내자 부모는 놀라서 말하기를, ‘저 사람은 누구인가? 내 아들이 오는 것이 아니구나.’
왕은 말하기를, ‘나는 가이국의 왕인데 눈 먼 도인이 산 속에 있으면서 도를 배운다는 것을 듣고 일부러 와서 공양하나이다.’
011_0370_b_16L王將數人詣父母所王去之後睒奄死矣百鳥禽獸四面雲集皆大號呼遶睒尸上舐是胸血盲父母聞此音聲益怖彷徉而王行駛疾觸動草木肅肅有聲母驚言此是何人非我子行王言是迦夷國王聞盲道人在山學道來供養
011_0370_c_01L장님 부모는 말하기를, ‘대왕께서 몸소 왕림하시어 위로시어 먼 데서 초야(草野)에 임하시니, 왕의 몸은 피로하시지 않고 안은(安隱)하십니까? 궁전의 부인과 태자와 관속은 모두 편안히 잘 있습니까? 바람과 비가 조화로우며, 오곡이 풍족합니까? 이웃나라와 백성들은 서로 침해하지는 않습니까?’
왕은 도인에게 말하기를, ‘도인의 은혜를 입어 모두 평안합니다.’
011_0370_b_23L盲父母言枉屈大王來相慰遠臨草野王當疲極體安隱不殿夫人太子官屬皆安善不風雨和調五穀豐不鄰國人民不相侵害耶答道人得蒙尊恩常自平安
왕은 장님 부모에게 문안하여 말하기를, ‘산 속에 와 계시니 수고롭고 매우 괴롭겠습니다. 나무 사이에서 심난하게 머물러 계시는데 마음이 편안하십니까?’
장님 부모는 말하기를, ‘대왕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항상 안은하며, 저에게는 효도하는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섬인데 항상 온갖 과실과 풀 열매를 따다 주고 샘물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의 풀 자리가 있사오니 왕께서는 좌정하시어 과실과 풀 열매를 드십시오. 섬은 물을 뜨러 갔을 것이니 곧 돌아 올 것입니다.’
011_0370_c_04L又更問訊盲父母在此山中勞大勤苦樹木之閒甚難爲止自安隱不盲父母言蒙大王恩常自安隱我有孝子字名曰睒常取果蓏泉水無乏我有草席王可就坐果蓏可食睒行取水正爾來還
011_0371_a_01L왕은 장님 부모의 말을 듣고 또한 크게 상심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저의 죄가 실로 무거우니 산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다가 머리서 물가에 사슴 떼가 있는 것을 보고 활을 당겨 쏘았는데, 잘못해서 섬을 맞추었습니다. 도인의 아들 섬은 이미 몸에 독한 화살을 맞아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까닭에 와서 두 도인에게 말합니다.’
부모는 듣고서 온몸이 땅에 넘어지며 태산이 무너져 땅이 크게 진동함과 같았는데, 울부짖으면서 하늘을 우러러 하소연하기를, ‘우리 아들 섬은 천하에서 지극한 효자로서 그보다 나을 수 있는 이가 없었습니다. 땅을 밟으면서도 언제나 땅이 아파할까 여겼거늘, 무슨 죄가 있기에 쏘아 죽였소. 아까 큰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서 나무들을 부러뜨리고 온갖 새들이 슬피 지저거리며 모두가 크게 울부짖는지라 한 산중이 진동하였습니다. 우리는 산중에 있은 지 20여 년 만에 일찍이 이런 재앙과 변괴는 없었으므로, 우리 아들 섬이가 물을 가지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마 까닭이 있지 않을까 여기기는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여러 신(神)들도 모두 놀라서 숙연하게 움직이는데, 어머니는 곧 슬피 울며 그치려 하지 않는지라, 아버지는 말하기를 ‘잠시 그치시오, 사람이 세간에 태어나서 죽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덧없음이 닥뜨리면 물리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왕에게 묻습니다. 섬은 어디서 쏘았으며 지금 죽었습니까. 살았습니까?’라고 하므로, 왕은 섬이 한 말을 그 부모에게 말하였더니, 그 장님 부모는 왕이 하는 이 말을 듣고 또 크게 몹시 느끼면서, ‘하루아침에 아들이 없어졌으니, 같이 또한 죽어야겠소. 대왕이여, 이제 우리 두 사람을 끌고, 아들의 시체 있는 데로 가십시다’라고 하였다.
011_0370_c_09L王聞盲父母言又大傷心涕泣其言我罪實重入山射獵遙見水邊有諸群鹿引弓射之箭誤中睒道人子睒已被毒箭其痛甚酷今故自來語道人耳父母聞之擧身自撲如太山崩地爲大動號哭仰天自陳訴言我子睒者天下至孝無有能過蹈地常恐地痛有何罪故而射殺之向者大風卒起吹折樹木百鳥悲鳴皆大號呼動一山中我在山中二十餘年未曾有此災異之變而我子睒取水不還恐當有故諸神皆驚肅肅而動母便涕哭不肯復止父言且止人生世閒無有不死無常對至不可得卻但問睒爲射何許今爲死活王以睒語向父母說其盲父母聞王此語又大感絕一旦無子俱亦當死大王今者牽我二人往子尸上
왕은 곧 장님 부모를 끌고서 시체 있는 데로 나아갔더니,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끌안고 어머니는 그의 두 다리를 안아다 그들의 무릎 위에 놓고서 저마다 두 손으로 섬의 화살을 더듬으며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느니라.
‘여러 하늘과 용과 신과 산신(山神)ㆍ수신(樹神)이시여, 우리 아들 섬은 천하에서 지극한 효자이었으므로 이는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들께서 아시는 바입니다. 우리 나이 이미 늙어서 눈까지 보지 못합니다. 이 몸들이 아들을 대신하여 죽겠으니 섬을 살려만 주시면 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하고, 이에 부모들은 함께 서원하기를, ‘만약 섬이 지극한 효자여서 하늘과 땅이 아는 바라면, 화살은 당연히 뽑혀 나오고 모진 고통은 당연히 없어지며 섬은 다시 살아나야 하오리다’라고 하였느니라.
011_0371_a_04L王卽牽盲父母往到尸上父抱其頭母抱兩腳著其膝上各以兩手捫摸睒箭仰天呼言諸天龍神山神樹神我子睒者天下至孝是諸天龍鬼神所知我年已老目無所見身代子死睒活不恨於是父母俱共誓言若睒至孝天地所知箭當拔出毒痛當除睒應更生
011_0371_b_01L이에 제2 도리천왕의 자리가 곧 움직였으므로 눈으로써 보았더니, 두 장님 도인이 아들을 끌안고 울부짖는 것이 제4 도솔천상까지 들리는지라, 제석과 4천왕은 천상으로부터 내려오되 마치 사람이 굽혔다 펼 만큼의 동안에 와서 섬의 앞에 서서 신령하고 미묘한 약을 섬의 입 안에 넣었는데 약이 섬의 입으로 들어가자 화살은 뽑히고 독은 나오며 다시 살아나 본래와 같아졌으므로, 부모는 섬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함을 듣고서 두 눈을 모두 떠버렸느니라.
나는 새와 닫는 짐승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는 소리를 냈으며 바람은 쉬고 구름은 없어지며 해는 그를 위하여 거듭 빛이 나고 흐르는 샘은 솟아 나와서 맑고도 시원하였으며, 못 속의 연꽃은 다섯 가지 빛깔이 더욱 맑아지고 전단과 여러 향이며 나무들은 빛을 내면서 향기가 평상보다 갑절이었느니라.
그때 왕은 기뻐하며 어쩔 줄 모르면서 하늘 제석에게 예배하고 돌아와서 부모와 그의 아들 섬에게 예배하며, ‘원컨대 한 나라의 온갖 재물과 보배를 도인들께 다 올리니 다 서로가 공양하시고 나의 죄가 없어져서 영원히 남음이 없게 하여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
011_0371_a_12L於是第二忉利天帝座卽爲動以眼見此二盲道人抱子號呼乃聞第四兜率天上釋梵四王從天上來如人屈伸之頃來住睒前以神妙藥灌睒口中藥入睒口箭拔毒出更生如故父母聞睒以死更生兩目皆開飛鳥走獸皆大歡樂之音風息雲消日爲重光流泉涌出淸而且涼池中蓮華五色精明栴檀雜香樹木光榮香倍於常時王歡喜不能自勝禮天帝釋還禮父母及子睒者願以一國所有財寶俱上道人自相供養令我罪滅永無有餘
섬은 왕에게 말하기를, ‘복을 일으키려면, 왕은 다만 나라에 돌아가셔서 인민들을 편안히 위로하고 계율을 받들게 해야 하며 왕은 사냥을 마십시오, 아무 죄 없는 것들을 멋대로 죽이면, 몸이 편하지 아니하고 목숨을 마치면 장차 지옥에 들어가야 합니다. 사람이 세간에 살면서 은혜와 사랑은 잠깐 동안 있는 것이요, 이별은 오래이어서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은 전생에 복이 있어서 이제 왕이 될 수 있었으니, 마음대로 교만하지 마십시오. 마음대로 한 까닭에 한량없는 악행을 짓고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지나니, 후회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은 대답하기를, ‘가르치신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을 따라서 사냥하던 이들은 섬이 죽은 뒤에 천신이 약을 먹이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부모가 눈을 뜨는 등 신통 변화가 이와 같음을 보고서 모두가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아 행하였으므로, 죽어서 하늘에 나게 되고 나쁜 갈래로 드는 이가 없었느니라.”
011_0371_b_02L睒語王言欲興福者王但還國安慰人民當令奉戒王勿射獵撗殺無辜身不安隱壽終當入泥犂之中人居世閒恩愛蹔有別離久長不得常在王宿有福今得爲王莫憍自在以自在故造無量惡後入惡道悔之何益王答如敎隨王獵者見睒死已得天神藥死而更生父母眼開神變如是悉奉五戒修行十善死得生天無入惡道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와서 모인 이들아, 전생의 섬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장님인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열두단왕(閱頭檀王)이요, 장님인 어머니는 바로 지금 왕의 부인이었던 마야(摩耶)요, 가이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아난다며, 하늘 제석은 바로 미륵불(彌勒佛)이니라.”
011_0371_b_12L佛告阿難諸來會者宿命睒者吾身是耶盲父者閱頭檀王是盲母者王夫人摩耶是也迦夷國王者阿難天帝釋者彌勒佛是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아들이 되어서는 어질고 효성스러웠으며 임금이 되어서는 사랑으로 길렀으며 백성이 되어서는 받들며 공경하였으므로, 스스로 세 가지 세계에서 높은 이가 될 수 있었느니라.”
011_0371_b_16L佛告阿難前世時爲子仁孝爲君慈育爲民奉自致得成爲三界尊
부처님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그때 여러 보살들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기뻐하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011_0371_b_18L佛說經已諸菩薩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莫不歡喜作禮而去
佛說睒子經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