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499_a_01L불설보적삼매문수사리보살문법신경(佛說寶積三昧文殊師利菩薩問法身經)
011_0499_a_01L佛說寶積三昧文殊師利菩薩問法身經


후한(後漢) 안식(安息) 안세고(安世高) 한역
최윤옥 번역
011_0499_a_02L後漢安息三藏安世高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499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1,250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문수보살(文殊菩薩)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문 밖에서 있었다. 왜냐하면 때마침 부처님께서 삼매에 들으셨기 때문이었다.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깨어나 문수사리를 보시고, 곧 들어오라고 하셨다. 들어가 예배드리고 서 있자, 부처님께서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011_0499_a_04L一時佛至羅閱祇耆闍崛山與千二百五十比丘俱文殊菩薩往到佛所在門外住所以者何佛坐三昧未久佛覺見文殊便請入作禮而住佛言且坐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조금 전에 드셨던 삼매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적(寶積)이라고 한다.”
문수가 다시 여쭈었다.
“어찌하여 보적이라고 합니까?”
011_0499_a_08L文殊問佛屬坐三昧名曰何等佛言寶積文殊復問何故名寶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마니주(摩尼珠)가 본래 청정하고 훌륭하나, 다시 물로 씻어서 평지에 놓으면 더더욱 밝고 뚜렷해져서 보지 못하는 이가 없게 되는 것처럼 조금 전에 든 삼매도 동방의 셀 수 없이 많은 아승기(阿僧祇) 국토와 부처님을 본다. 설사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도 이 삼매에 머물면 모든 법의 본제(本際)를 보지 못하는 일이 없다.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인(印)을 얻는 것이 되니, 마니보(摩尼寶)의 집에 네 모퉁이가 있는데 한 모퉁이에서 네 모퉁이를 빠짐없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모든 본제를 본다.”
011_0499_a_10L佛言譬如摩尼珠本自淨好復以水洗置其平地轉更明徹無不見者屬所入三昧見東方無央數阿僧祇剎土及佛以復悉不現住是三昧中無不見諸法本際其有信者爲得印所語如言摩尼寶舍有四角從一角視悉見諸角無所缺減是故見諸本際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본제를 아느냐?”
곧 말씀드렸다.
“압니다.”
“그것이 처한 곳이 어디냐?”
011_0499_a_17L佛問文殊知本際不則言何所是
대답하였다.
“제가 처(處)한 곳이 본제이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처해 있는 모든 곳은 다른 제(際)입니다. 이 제에 있는 사람은 법(法)에 있지도 않고 또한 선악에 있지도 않으니, 모든 법도 이와 같습니다. 이를 아는 사람은 살펴서 그것을 압니다. 보통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이 없으며, 본래 전해진 습관을 따를 뿐 짓는 주체가 없으므로 도달하는 곳이 없습니다.”
011_0499_a_18L報言我所處是爲本際所欲人異際在是際者亦不在法不在善惡諸法亦如是其知是者以知之凡之知者以無所知從本傳莫有作者是故無有底
011_0499_b_02L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무엇을 지혜[慧]라고 하느냐?”
“살피는 것이 바로 지혜로운 것이니, 그러므로 지혜입니다.”
다시 물으셨다.
“무엇을 도(道)라고 하느냐? 생각하는 것[念]을 도(道)라고 이름하느냐?”
대답하였다.
“생각하는 바의 도는 생각이 없으므로 도입니다.”
011_0499_a_22L佛問文殊何謂是慧審是慧者是故慧復問所道念名曰道報言所念道無念故道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생각이 있는 것으로써[有念] 생각이 없다[無念]고 말한다면, 어떤 법으로써 새로 배우는 남자와 여자들을 가르쳐야 하겠느냐?”
011_0499_b_04L佛語文殊以有念言無念當以何法教新學若男子女人
문수가 말하였다.
“나오는 바[所出]도 없고 또한 해탈[解]도 없으나, 음욕[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이 끝이 없으니, 이러한 법으로써 모두를 가르쳐야 합니다. 원래 근(根)이 없으므로 나올 수도 없고 해탈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본제를 허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할 수 없기 때문이며, ‘나는 태어남[生]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역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속의 일을 버리지 않으면 도에 가까이 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범인(凡人)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011_0499_b_05L文殊言無所出亦無解婬怒癡無有極以是法教一切以故無有根是故不可出不可解其言我能壞本際以不能言我能斷生是亦不能不捨俗事念近道作是者乃可教於凡人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법을 가지고 가르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색(色)과 고통[痛庠]과 사상(思想)과 사생(死生)과 식(識)이니 무너지는 바가 없으며, 또한 무너지는 음란함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셀 수 없이 많은 법을 얻도록 한다. 이러한 법으로 불도(佛道)를 이루려는 사람을 가르치니, 내가 이 법으로 인하여 스스로 부처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011_0499_b_10L文殊問佛持何法教學佛言我所教不壞色痛痒思想死生識無所壞亦不教壞婬怒癡令得不可計數法以是法教作佛道者我用是故自致得佛
다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무너지는 바가 없는 법이기에 부처에 이르며, 얻을 바가 없는 법이기에 부처를 이룰 수 있다. 부처란 곧 법신(法身)이며, 모든 종류의 힘[力]과 무소외(無所畏)가 모든 법신이 들어갈 곳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도 나눌 수 없는 하나의 몸[一身]이 곧 법신이기 때문이다. 법신은 수(數)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범인(凡人)이고 이는 범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신은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니, 흩어짐이 없는 몸[無所散身]이 바로 법신이기 때문이다.
011_0499_b_14L語文殊無所壞法故致佛無所得法能成佛佛者則法身諸種力無所畏悉法身之所入所以者何莫能分一身者而爲法身法身無有數何以故不言是凡人是不凡人法身等無差無所散身是爲法身
011_0499_c_02L비유하면 마치 네 개의 강이 모두 바다에 들어가 합해져서 한맛이 되는 것처럼 천 가지의 법이라 이름하는 것이 하나의 법신이 된다. 모든 종자에 각각 이름이 있으나 모두 합해서 곡식이라고 이름하는 것과 같이 세속의 일[俗事]이나 도의 일[道事]이나 모두 합해져 하나의 법신이 된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세속의 일이라고 지적해 가리킬 수 없고 도의 일 역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속의 몸이 바로 법신(法身)이 되나, 또한 볼 수가 없다. 내가 말한 법신에 두 가지 앎이 있다는 것을 믿는 자는 지은 악이 모두 없어진다.”
011_0499_b_20L譬如四瀆悉歸於海合爲一味若干名法爲一法諸所有種各各有名合會聚之名曰穀若俗事道事悉合爲一法身以者何不可指示是爲俗事道事亦不可說是俗事身是爲法身亦不可見視如我所說法身其有信二知者所作衆惡悉以除盡
문수가 말하였다.
“법신은 천상에 태어나는 것도 볼 수 없고, 인간에 있는 것도 볼 수 없으며, 3도(道)에 있는 것도 볼 수 없고 또한 열반에도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말한 것처럼 그렇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부처님께서 5도(道)가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느냐?’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011_0499_c_04L文殊言於法身亦不見生天上亦不見在人閒亦不見在三道亦不在泥洹佛語文殊若所說乃爾若有人問汝者佛現說有五道當何以解之
문수가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사람이 꿈에서 지옥[泥犁]에 들어가거나 금수(禽獸)나 벽려(薜荔)가 되거나 위로 천상에 있거나 사람이 되거나 하는 것을 보았더라도 깨고 나면 보이는 것이 없는 것처럼 그 법신은 드러나는 바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단지 수(數)가 있기 때문이니, 수가 있으면 세속에 떨어집니다.
011_0499_c_08L文殊言譬若如人臥中見入泥犂若作禽獸薜荔在天上若在人中覺則無所見其法身無所著所以者何但有數故數者墮俗
나한(羅漢)이나 벽지불(辟支佛)이나 위로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평등히 하나의 법신입니다. 왜냐하면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니, 비유하면 마치 약간의 보석은 분별하여 알 수 있지만 법신은 분별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분별할 수 없으므로 생(生)도 없고 사(死)도 없기 때문입니다. 법신은 생기는 바도 없고 없어지는 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주(常住)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으니 왜냐하면 허물이 없기 때문이며, 해탈할 것도 없고 해탈하는 자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011_0499_c_12L若羅漢辟支佛上至佛俱等一法身所以者何不可分別故譬如若干種寶可別知法身而不別所以者不可別故無生無死故法身無所無所滅所以者何常住故亦無有亦無有淨所以者何無有過者無脫亦無所脫佛者無所不知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에게 물으셨다.
“법신을 아느냐?”
문수가 말하였다.
“만일 얻는다면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세간이 있는 곳을 아느냐?”
곧 대답하였다.
“압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곳이 그것이냐?”
011_0499_c_18L復問文殊知法身不文殊言若得者可知佛問文殊乃知世閒所在處不則言佛言何所是
문수가 말하였다.
“마치 요술로 만들어진 사람이 세상에 처하는 것과 같아서 이 세간에 있는 것은 단지 이름뿐이요, 털끝만치 구하더라도 나를 위해서 말해줄 것이 없으며, 그 세상이라는 것도 법신을 여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세상은 어느 곳에 있느냐?”
011_0499_c_21L文殊言其化人處世在是世閒者但有名求如毛際而無爲我說者其世亦不離法身佛復問世所在何所
011_0500_a_02L문수가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구름이 있는 곳과 같아서 있는 곳이 없으며, 또한 약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으니, 이것이 세상이며 세상의 모습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너는 내가 없어진다[滅]고 생각하느냐?”
문수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왜냐하면 법신은 생김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김이 있다면 멸함이 있겠거니와, 법신이란 생김이 없으므로 부처님께서 멸하지 않으시는 줄을 압니다.”
011_0499_c_24L文殊言譬如雲所在無所在亦不羸亦不强是則世世之相佛問文殊汝謂我滅不文殊言以故法身無有生若有生乃有滅身者不生故知佛而不滅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만일 과거의 항하(恒河:갠지스강)의 모래알같이 많은 부처님께서 모두 이미 열반[般泥洹]에 드셨노라고 한다면 네가 믿겠느냐?”
그러자 곧 말하였다.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믿느냐?”
문수가 말하였다.
“그 부처님들은 모두 부처님께서 응화(應化)하신 것이며 응화하여 열반에 드신 것이므로 그것을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물으셨다.
“네가 죽으려 하는 사람을 보면 그가 향하여 갈 곳을 아느냐?”
011_0500_a_05L佛問文殊若聞已過去恒邊沙佛悉般泥洹信不則言佛言云何信文殊言佛者悉佛所化化般泥洹故而信之佛問文殊汝見人臨死時知所趣向
그러자 곧 대답하였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 없는데 하물며 향하여 가는 곳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모인 사람들에게 설법하여라.”
문수가 말하였다.
“누가 듣고자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듣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다.”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법을 설해야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신을 설하여라.”
011_0500_a_09L則答言而人不可知何況所趣向語文殊乃可聚會說法文殊言誰欲佛言欲聽聚會者文殊白佛當因何法有所說佛言說法身
곧 말하였다.
“법신은 볼 수 없거늘 무엇을 가지고 그것을 설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설한 법신이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모인 사람들 가운데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두려워할 것이다.”
문수가 말하였다.
“만일 두려워한다면, 그 본제(本際)를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011_0500_a_13L則言不見法當何以說之佛語文殊若所說法身不可見其在會中未曉者聞其所言其心恐懼文殊言若恐懼其本際已恐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본제는 두려움이 없으므로 깨닫지 못한 사람도 역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문수가 말하였다.
“모든 법은 두려움이 없는 것이 금강(金剛)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어찌하여 금강이라고 하느냐?”
대답하였다.
“아무도 자를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이름하여 금강이라고 하며, 부처님은 풀어서 밝힐 수 없고[不可議] 모든 법 역시 풀어서 밝힐 수 없으므로 금강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점에서 금강이라고 하느냐?”
011_0500_a_17L佛言本際無恐懼未曉者亦不恐懼文殊言諸法無有恐懼者金剛佛問何謂金剛答言無能截斷以故名曰金剛佛不可議諸法亦不可議以是爲金剛佛言何所爲金剛者
011_0500_b_02L문수가 말하였다.
“모든 법보다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법마다 잘 살피시므로 금강불(金剛佛)이라고 합니다.”
“어떤 인(因)으로써 금강이 되느냐?”
곧 대답하였다.
“소유(所有)와 무소유(無所有)에서 일일이 구하여도 있는 바가 없기에 공(空)이라고 하며, 공이란 바로 부처님이시니, 이로써 금강이 됩니다. 모든 법은 모두 부처님이시며 의지할 바 없는 데 의지하므로 금강입니다.”
011_0500_a_22L文殊言勝諸法故佛者法法之審故是爲金剛佛以何因爲金剛答言所有無所有一一求之無所有曰空空者是佛以是爲金剛一切諸法皆佛依無所依是故金剛
“무엇을 말미암아 금강이 되느냐?”
곧 말하였다.
“의지하는 바가 없으면 가까이할 것도 없으므로 금강이 됩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감응(感應)을 보이려 하니, 아난을 불러오너라. 왜냐하면 모두 법을 받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조금 전에 설법하신 바를 따르면 볼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거늘, 아난이 와서 무슨 법을 취하겠습니까?”
011_0500_b_03L何緣是爲金剛則言無所依者無所近是故爲金剛佛語文殊今我欲作感應阿難來所以者何爲一切受法故殊問佛屬所說法無所見無所得阿難來者當取何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하다. 문수가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동방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승기 국토의 모든 부처님께서 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사리불(舍利佛)이 그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나와 문수가 있는 곳에 가서 보니, 자리에 없었으므로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문 밖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을 불러들여라.”
011_0500_b_08L佛言善哉善哉如文殊所說佛言我見東方無央數阿僧祇剎土諸佛皆悉說是舍利弗出其所止處到文殊所見而不在便至佛於門外住佛謂文殊言呼舍利弗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본제(本際)와 법신(法身)에는 가운데[中]가 있고 밖[外]이 있고 안[內]이 있으니, 어느 곳에서 얻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얻을 수 없다”고 하시고, 다시 대답하시기를, “본제는 끝[際]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말씀하시기를, “사리불 또한 법신 가운데 있으니 그가 온 바를 좇아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괴로움이라고 하는 것을 사리불은 괴로움이라고 하지 않는다. 비유한다면 여러 성문(聲聞)이 안에서 나와 함께 이야기하는데 네가 밖에서 때도 없이 들어온다면 번거롭지 않겠느냐?”
011_0500_b_13L文殊問佛本際法身有中有外有當從何所得佛言不可得答言際以無際復言舍利弗者亦在法身不而所從來當所入佛語文殊爲苦舍利弗爲不苦譬如諸聲聞在內與我俱語而若在外住不用時入是不爲煩
대답하였다.
“비록 밖에 있다 하여도 고통스럽지도 않고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어찌하여 고통스럽지도 않고 번거롭지도 않느냐?”
문수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성문을 위하여 설법하시면 저도 이와 같이 고통스럽지도 않고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처소는 법신을 여의기 때문입니다.”
011_0500_b_19L答言雖在外住亦不苦亦不煩佛問若以何故不苦不煩文殊佛爲聲聞說法我亦如是故不苦不煩所以者何諸佛所離法身故
011_0500_c_02L그리고 문수는 다시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오랜 겁 동안 부처님을 뵐 수 없고 또 들어가지 못했다 하더라도 또한 괴롭지도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 역시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모든 법은 주인이 없기 때문이니, 이러한 까닭에 고통도 없고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모든 이름은 부처님께서 이로 인하여 사람을 가르치시는 것일 뿐이니, 그 까닭은 부처님께서 이로써 가르치시기 때문입니다.”
011_0500_b_22L殊言譬如恒邊沙劫不見佛亦不得亦不苦不煩所以故佛所說法亦無增無減所以者何諸法無有主是故無苦無煩諸所有名佛因是而教人所以者何佛以是教故
부처님께서 멀리서 사리불에게 물으셨다.
“너는 문수가 한 말을 다 들었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예, 부처님께서 몸소 수고하시지 마십시오. 이제 기꺼이 가서 그 법을 듣겠습니다.”
문수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사리불을 들어오게 하십시오.”
011_0500_c_04L佛遙問舍利弗汝悉聞文殊所語不舍利弗佛勿以自勞願樂於是往聽其文殊白佛可令舍利弗來入
부처님께서 멀리서 사리불에게 앞으로 오라고 말씀하시자, 앞으로 와서 예배하고 자리에 앉았다.
문수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 법 가운데 어느 것이 존귀하기에 들어와서 귀를 기울여 존귀한 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 하였습니까?”
“그리워하고 좋아하여 듣고 싶었으므로 들어와서 들으려 하였습니다.”
011_0500_c_07L佛遙謂舍利弗前前已作禮就坐文殊謂舍利弗於是法中何所而尊欲入聽聞說尊法愛樂欲聞故入欲聽
문수가 말하였다.
“살펴보면 설한 것과 같이 이 법은 실로 존귀하며 매우 깊고 깊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에는 두 가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그대가 아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니, 그 안에는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나한과 벽지불 또한 이와 같고 나아가서 불도를 구하는 이도 모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희망하여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안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본래 청정하므로 모든 법도 역시 청정합니다.”
011_0500_c_10L殊言審如若所說是法實尊甚深甚何以故是法無有二心故所以者非若所知不在其中諸羅漢辟支佛亦復如是及求佛道者何以故可得故亦不從悕望得以是故無能在其中本淸淨故諸法亦淸淨
사리불이 나한이 그 속에 없는 까닭을 물으니, 문수가 말하였다.
“음란함과 성냄이 모두 바로 나한이 되며, 머무는 것도 없고 이루어지는 것도 없으니 어느 곳에 있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었으므로 이곳에 왔습니다. 단지 깊은 법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에게서나 다른 사람에게나 법을 들을 때에는 진실로 피로하거나 싫증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011_0500_c_16L舍利弗問文殊所以羅漢不在其中文殊婬怒盡是爲羅漢無所住無所成當在何所中舍利弗言故到人處不以是故來至聞但欲聞深法故利弗言我從佛若從人聞其法誠無厭極時
011_0501_a_02L이때 문수가 말하였다.
“법에 싫증냄이 없다는 사리불의 말이 옳다면 법신에 받아들일 법이 있을 수 있습니까? 어찌하여 싫증내는 일이 없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법신에는 받아들일 것이 없습니다.”
“그 본제(本際)에는 받아들일 것이 있습니까?”
“받아들일 것이 없습니다.”
011_0500_c_22L文殊言於法無厭極如舍利弗所語文殊問法身能有所受法不何故而無厭極舍利弗言法身無所其本際有所受不舍利弗言無所
문수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본제가 받아들일 것이 없으므로 그대가 싫증내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문수가 다시 말하였다.
“만일 본제가 법을 받아들인다면 그대에게 싫증내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부처님 말씀을 제외하고 내가 말한 것은 견줄 바가 못됩니다.”
문수가 말하였다.
“그대는 그 법으로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습니까, 아니면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고 스스로 믿습니까?”
011_0501_a_03L文殊答舍利弗本際無所受故若無厭極文殊言若本際受法汝有厭極舍利弗言除佛所說我之所說無有與等文殊言汝能自信其法至泥洹若自信不至泥洹
그러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본래부터 그것으로써 모두 열반에 들었습니다.”
문수가 말하였다.
“확실히 이것이 항상 흔들려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011_0501_a_07L舍利弗言本以悉般泥洹文殊言寧自信常於是不動轉舍利弗言復問從何所信
곧 대답하여 말하였다.
“법신은 생기는 바도 없고 멸하는 바도 없으므로 흔들려 변함이 없는 줄을 압니다.”
다시 물었다.
“나한이 남음이 없이 다하여 다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믿습니까?”
011_0501_a_09L則答言法身無所生無所滅故知無所動轉復問信羅漢盡無有餘無所復知不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그가 다시는 유(有)가 없는 줄 알므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는 바가 없으면 그치는 바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한다’고 말합니다.”
문수가 말하였다.
“나한이 다함이 이와 같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모든 법을 다 버려 얻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수가 물었다.
“그대는 항하의 모래알같이 수많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심으로써 열반에 드시지 않으시는 것을 믿습니까?”
011_0501_a_12L舍利弗言從何所信其知以無所復有故無所知無所知者無所止故曰盡文殊言羅漢盡故如是何以故舍利弗言悉捨諸法無所得文殊問汝信以恒邊沙佛般泥洹以不般泥洹
그러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법신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므로 열반에 들지 않습니다.”
문수가 물었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 분의 부처님이신 줄을 믿습니까?”
그러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답하였다.
“법신은 하나이어서 둘이 없기 때문입니다.”
011_0501_a_17L舍利弗言從何所信法身不生不死故不般泥洹文殊問信諸佛爲一佛不舍利弗言從何所信之答曰一法身無有二故
문수가 물었다.
“모든 국토가 한 국토인 줄을 믿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대답하여 말하였다.
“모든 것이 다하기[盡] 때문입니다.”
문수가 다시 물었다.
“모든 법이 알 것도 없고 해탈할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는 줄을 믿을 수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011_0501_a_20L文殊信諸所有剎土爲一剎土不舍利弗言從何所信答言所有盡故殊復問能信一切法無所識無所脫所念無有證舍利弗言從何所信
011_0501_b_02L“자연으로써 자연을 알 것이 없기 때문에 알 것도 없고 해탈할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습니다.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또한 볼 수도 없고 볼 것도 없습니다. 본제(本際)는 처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믿습니다.”
문수가 다시 물었다.
“법신이 머물되,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고 멈추는 것도 없는 줄을 믿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011_0501_a_24L無自然而知自然者故無所識無所無所念無有證亦不生不滅亦不見亦不有見本際無處所以故信殊復問信法身住無所生無所滅所止舍利弗言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또한 이 법이 아니면 생기는 것이 있고 없어지는 것이 있고 멈추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믿습니다.”
문수가 물었다.
“헤아릴 수 없는 법신이 나오는 그곳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011_0501_b_06L從何所信之亦不是法有所生有所滅有所止以故信文殊問能信不可計法身所從出知處不舍利弗言從何所信
대답하였다.
“법신이란 또한 음란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믿으면 처소가 없습니다.”
다시 사리불에게 물었다.
“그대는 모든 법이 부처님께 의지하고, 또 의지할 바 없는 데에 의지한다는 것을 믿습니까?”
대답하였다.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011_0501_b_09L答言法身者亦無婬怒癡故信之而無處復問舍利弗乃信諸法依佛依無所依等不答言信之從何所信
대답하였다.
“멈추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멈추는 것이 없다는 것은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의지할 곳이기 때문입니다.”
문수가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은 경계를 내가 모두 물었고 그대가 모두 아는 대로 대답하였습니다.”
사리불이 문수에게 말하였다.
“지금 내가 들은 것을 생각하여 다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011_0501_b_12L答言所止無所止者謂不可見之所依殊言善哉善哉舍利弗如若之境界我悉問之若皆答其所知舍利弗語文殊今我所聞者以念不復忘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남자와 여인이 이 법을 듣고 지니고 소리내어 독송하고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그 뜻을 해설해 주면 속히 원하는 것을 얻을 것입니다.”
문수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은 틀림이 없습니다.”
011_0501_b_16L佛謂舍利弗若有男子女人聞是法持諷誦讀爲一切人廣說爲解其義疾得所欲文殊語舍利弗今佛所說無有
011_0501_c_02L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런 까닭에 과거의 부처님께 공양한 사람이 와서 모두 이 인(印)을 얻을 것입니다. 이 법은 무엇이라 하며 어떻게 행하여야 합니까?”
그러자 대답하셨다.
“문법신보적(問法身寶積)이라 이름한다. 본제를 지니되 처소가 없이 지니고, 모든 법을 지니되 걸림이 없게 하라. 이것을 듣는 사람은 곧 이 법으로 인하여 모두 얻게 될 것이니, 그들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 전전(展轉)하여 서로 개도(開導)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글이 간략하므로 설명을 많이 해야 되기 때문이다.”
011_0501_b_20L舍利弗白佛以供養前佛者所以彼者來悉得是印是法名曰何等云何行名曰問法身寶積持本際無所處所持持一切諸法無所罣㝵其從若聞是者便因是法悉逮得聞者復教詔餘人展轉相開導所以者何文少而解多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실 때 사리불나한과 문수사리보살과 온갖 천인(天人)과 세간 사람들과 용과 귀신이 모두 환희하며 예배드리고 떠났다.
011_0501_c_03L佛說是經舍利弗羅漢文殊師利菩薩諸天人世閒人鬼神一切歡喜作禮而去
佛說寶積三昧文殊問法身經
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