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담미국(句潭彌國:마가다국)의 큰 나무 사이에 있는 교로정사(交露精舍)에 다니시면서 독증자서삼매(獨證自誓三昧)라고 하는 도량(道場)에 계셨다.
011_0613_a_04L一時,佛遊於句潭彌國大叢樹閒交露精舍,所止道場名曰獨證自誓三昧。
처음으로 부처가 되신 때로 그 광명은 매우 밝았고, 저절로 신령스런 보배 연화좌(蓮華座)가 생겨났다. 그 꽃의 맑은 향기는 시방에 떨치었고, 그 꽃의 잎은 천 개로 낱낱 잎에는 화보살(化菩薩)들이 위의(威儀)를 바르게 한 모습2)으로 신묘한 그 자리인 허공에서 부처님을 호위하고 서 있었다. 그들은 각기 그 자리에서 나와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난 뒤, 부처님 앞에 공손히 서서 모두 큰소리로 이제까지 보지 못한 모습[未曾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희 나라에서 변화로 된 우담바라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나무는 처음에 빛을 내어 항하의 모래알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면서 큰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소리는 청정하고 구슬프며 우아하고 인자하고 부드러워 대중의 마음 속에 파고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듣는 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평등한 마음을 두루 갖추어 대승(大乘)의 행을 일으키고, 6바라밀[度]과 37조도품[品]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佛事]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때에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의 낱낱 부처님께서는 불도의 가르침을 드날리고 대승을 빛내기 위하여 각기 보살을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011_0613_a_16L爾時,恒沙世界,一一如來各遣菩薩,宣揚道教光顯大乘,告其菩薩曰:
“너희들이 이 불국토에서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를 지나가면, 거기에는 사바[중국말로는 참는 세계라는 뜻이다]라는 불국토가 있고, 능인(能仁) 여래ㆍ무소착(無所著)ㆍ지진(至眞)ㆍ네 가지 몸[道]3)을 받지 않은 평등각(平等覺)이라는 부처가 있다. 그 부처는 법과 계율과 신통력, 그리고 부처의 말과 가르침[言敎] 등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011_0613_b_01L“너희들은 내 이름으로 한량없는 공경을 드리고, 기쁘게 받들어라. 정사(正士)께서는 공을 이루고 뜻을 성취하여 도의 본체[道體]를 두루 갖추셨으면서도, 이 5탁악세[五濁]에 태어나셨다.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차례를 뛰어넘어 미륵보살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대자대비와 6바라밀로 중생들을 두루 구제하고 계시다. 너희들은 그 정사께 가서 ‘몸은 평안하시고, 도의 가르침은 잘 되어 가고 계십니까? 지금 이 꽃을 바쳐 법다운 공양을 하오니, 부디 일체 중생이 다 이 도량에 모이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하라.”
그 보살들은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각기 자기 나라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는 적정삼매[定寂靜]에 마음을 기울이고 관삼매(觀三昧)에 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사바세계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각기 자기 자리를 움직여 단정하고 공손하게 서서 거룩한 부처님의 교화에 귀의하여 오체투지하고, 옮기어 일곱 번 돌고 물러나 본래의 자리에 섰다. 그들은 신통력으로 신묘한 그 자리에서 위의를 엄숙하게 하고 법복을 바룬 뒤, 모두 큰 소리를 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본국의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경의를 표하고, 기쁘게 받들어 올립니다. 세존께서는 공을 이루고 뜻을 성취하시어 도의 본체를 두루 갖추셨으면서도, 이 5탁악세에 태어나셨습니다.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차례를 뛰어넘어 미륵보살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대자대비와 6바라밀로 중생들을 두루 구제하고 계십니다. 몸은 평안하시고, 도의 가르침은 잘 되어 가고 계십니까? 지금 이 꽃을 바쳐 법다운 공양을 하오니, 부디 일체 중생이 다 이 도량에 모이도록 해 주십시오.”
그때 능인부처님께서 손수 그 꽃을 받고 기쁘게 웃으시니, 광명이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와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다 비추었다. 그러자 그 꽃은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들께 고루 흩뿌려졌고, 또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들도 그 광명으로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사무치게 하였다.
011_0613_c_01L그리하여 중생들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님의 자비의 광명을 입고 모두 지혜의 관(觀)을 얻어 전생의 일을 환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아래로 지옥 등 3악도[惡]와 8난(難)4)을 비추었고, 천상과 인간도 자비의 광명을 입어 모두 해탈을 얻었고, 백천 중생들은 다 같은 한뜻으로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에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그 광명은 이내 돌아와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정수리로 사라졌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현유(賢儒)라는 보살이 곧 부처님 앞으로 나와 다음의 게송으로 이를 찬탄하였다.
011_0613_c_07L於時,坐中有菩薩名曰賢儒,卽於佛前以偈歎曰: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온갖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무수한 겁 이전부터 공덕의 행을 쌓고 쌓았네.
011_0613_c_08L妙哉大聖化, 愍哀群萌類, 從無央數劫,
積功累德行。
그 낱낱의 공덕의 행에는 여러 가지 백천의 복이 있어 백 가지 복이 모여야 일상(一相)이 되나니 삼계의 높은 이께 예배하고파.
011_0613_c_10L一一功德行, 有若干百千,
百福成一相, 願禮三界尊。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자비와 지혜는 그 끝이 없고 도의 가르침은 맑고 또 귀하나니 석가 스승님은 하늘의 하늘이라네.
011_0613_c_11L妙哉大聖化,
慈慧無有邊, 道教淸且貴, 釋師天中天。
큰 지혜는 위없이 높아 그 법의 배로 중생을 건지며 거룩한 지혜는 한없이 맑으니 위없는 부처님께 예배하고파.
011_0613_c_12L大智高無上, 法舩濟群生, 聖慧淨無量,
願禮無上尊。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자비로운 빛은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 비추어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아주 없애 버리고 미혹한 이 깨우치고 흐린 것을 맑히네.
011_0613_c_14L妙哉大聖化, 慈光潤恒沙,
愚冥永已除, 迷悟及濁淸。
그 혜택이때에 알맞게 베풀어지고 좋은 방편으로 중생들 인도하며 법의 다리로 모두를 건네주나니 삼계의 높은 이께 예배하고파.
011_0613_c_15L惠澤隨時宜,
善權接群黎, 法橋度一切, 願禮三界尊。
이에 부처님께서 현유에게 말씀하셨다.
011_0613_c_16L於是,聖師告賢儒曰:
“여러 부처님이 여법하게 웃음에는 세 가지 인연이 있다.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011_0613_c_17L“諸佛法笑有三因緣。何謂爲三?
첫째, 부처의 일체종지(一切種智)는 심원하고 미묘하여 3세(世)를 환히 알고 중생의 근원을 통달한다. 그리고 3승(乘)들이 나아가는 길은 각각 깨달음의 수행[本行]과 근기와 믿음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011_0613_c_18L薩云若智深遠微妙,明暢三世達衆生原,三乘趣向各有本行根信具足。
그런데 어떤 보살은 큰 서원에 뜻을 두고 큰 덕으로 무장하고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나아가던 길을 접고 세상의 다리가 되어 오로지 6바라밀을 추구하면서 일체의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도에 머물러 차츰 용맹정진하고 상(想)이 없는 보시를 하며, 지계와 인욕으로 행을 보호하고, 선정은 어지럽지 않고 지혜는 맑고 밝아지니, 그 보살은 불퇴전(不退轉)으로 향해 간다.
둘째, 현유여, 어떤 보살은 불퇴전(不退轉)으로 향할 때 공덕의 근본을 심고 쌓아 거룩한 지혜를 두루 갖추고,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에게 공양한다. 그리하여 부처마다 수기하니, 수기와 수기가 서로 명확하다. 이것으로 부처 세계를 밝고 깨끗하게 하며, 중생들에게 똑같이 은혜를 입히고, 널리 서로 같은 한 가지 수행으로 부처와 성현과 보살을 초청한다.
이런 보살은 4폭류(瀑流)에서 큰 법의 배가 되어 6욕(欲)의 바다와 12인연[門]을 말리고서 5도(道)에 들어가 5안(眼)을 깨끗이 하며, 마음을 그윽한 곳에 모은다. 그리고서 도솔천의 궁전에 살면서 보살과 정사와 달사(達士)들을 모아 삼계의 행을 깨끗하게 하고, 불퇴전의 바퀴에 대해 강론한다.
즉 어떤 나라가 크고 중생은 유순한지, 그리고 그 가운데 찰제리ㆍ바라문[梵志]ㆍ장자ㆍ거사가 백억이나 되는 성과 고을 가운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 본다. 그러다가 그 가운데 도와 덕이 있고 청정하며 순박하고 맑으며 어질고 온화하며 인자하고 은혜로운 전륜성왕이 바로 천축(天竺)에 사는 것을 보게 된다.
011_0614_b_01L그는 산에 들어가 패다나무 밑에 앉아 골똘히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깎고, 증사(證師) 없이 자기 서원에 의하여 스스로 비구가 된다. 그는 과거의 불법을 닦아 그 법으로 스승을 삼고 정거천자를 증명으로 삼아 하룻밤에 3달(達:明)을 얻고 마군 권속들을 항복받으며,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두루 갖추게 된다.
그리하여 우담바라나무가 두루 나면 항하의 모래알과 같은 부처 세계의 모든 부처와 그 세계의 8부 대중은 패다나무 밑에 앉은 보살의 공덕을 찬탄한다. 그리고 네가 조금 전에 본 바와 같이 그 부처들이 각기 자기 세계의 보살들을 보내어 꽃을 바쳐 경의를 표하고, 그 대승법을 찬양하는 것이다.
현유여, 이와 같이 시방의 현재 부처가 이런 것을 다 알고 있으며, 중생들은 기뻐하면서 모두 이 도량에 모인 것이다.
011_0614_b_06L如此,賢儒!十方現在諸佛皆共知之,善慶衆生普會道場。
이것이 그 셋째 인연이다.
是三因緣。
여기에 오는 보살들은 부처와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서 이 설법으로 인해 모두 무생법인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동진(童眞)으로 향하고, 어떤 이는 요생(了生)으로 향하며, 어떤 이는 불퇴전으로 향해 갈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가 이들에게 낱낱이 수기하되, 분명하고 빠짐없이 두루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70억 나유타 보살은 모두 동진의 지위를 얻었고, 60억 나유타 보살은 모두 요생의 지위를 얻었으며, 30억 나유타 보살은 불퇴전의 지위를 얻었고, 백천 비구는 아라한을 얻었으며, 90억 나유타 사람들은 도의 자취를 밟게 되었고, 삼계의 하늘들은 모두 법안을 얻게 되었다.
감응이란, 정거천자와 범천왕이 초자연적인 힘으로 제석천에게 분부하여 늙음ㆍ병ㆍ죽음의 4비상(非常)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한다. 이것으로 인해 출가자는 깨닫게 되고 욕심의 고난을 떠나고 청정한 도를 생각하여 산이나 늪에 살면서 부지런히 선정을 닦게 된다. 이런 감응이 일어나면, 사천왕이 몸소 내려와 그를 시봉한다.
그는 패다나무 밑으로 가서 과거 부처들의 출가법을 생각하고, 그 법을 스승으로 삼고 범천을 증사(證師)로 삼아 마음 속에 신심이 견고해진다. 그리고 전생에 익힌 6바라밀과 37조도품(助道品) 등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두루 갖추어 홀연히 깨달으면 제석천이 곧 그에게 삭도(削刀)를 내려 준다. 이에 보살은 왼손으로 머리털을 쥐고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마음 속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그 보처(補處)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한다. ‘과거의 부처는 출가하여 머리를 깎은 뒤에는 반드시 가사의 법복이 있었는데…….’
011_0614_c_19L補處菩薩心念:‘先佛出家去髮,應有袈裟法服撿心。’
마음을 거두어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정거천자가 곧 깨끗하고 흰 하늘 비단으로 저절로 만들어진 가사를 건네준다. 보살이 곧 그것을 받아 입으면 몸에 법복이 가지런하고 바르게 된다.
011_0614_c_20L方興此念,淨居天子卽授淨素天繒自然袈裟。菩薩受已,被之於體法服齊正。
011_0615_a_01L이에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무량한 세계의 모든 부처가 모두 이것을 환히 보고, 각기 가사를 보내어 보살에게 주면 보살은 그것들을 받는다. 그리하여 이곳저곳의 부처들이 두루 위신을 나타내어 부처들이 보낸 가사를 모두 합하여 한 개의 가사로 만든다. 이것을 살피불두진월(薩披佛頭震越)이라고 하는데, 이 가사는 지금 범천에 있다.
그리고서 그 보살은 6년 동안 단정히 앉아 과거의 인연을 마침으로써 6년째인 새벽에 계증(戒證)이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011_0615_a_03L所以端坐六年以畢宿緣,六年後夜戒證方現。
계증이란 무엇인가?
何謂戒證?
보살은 한적한 산이나 늪에 살기로 뜻을 세우고, 법을 받아서는 참된 마음과 고상한 지조로 계율을 지니고, 도를 행할 때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까지 버리면서 만물과 평등하여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공을 지키고 고요함을 닦으면서 언제나 깨끗한 법을 관한다. 그리고 자ㆍ비ㆍ희ㆍ사의 깨끗한 4무량심과, 사랑을 베풀고 남과 이익을 같이하고 끝이 없는 자비를 갖추어 4은(恩)7), 그리고 어떤 더러움도 영리한 생각도 없이 하여 4선(禪)을 환히 알게 되면, 남의 법을 따르지 않고 부처님의 법 안에서 열반의 도를 얻게 된다. 이것을 진실한 계율을 지니는 사문이라고 한다.”
“계율은 형상도 없고 삼계에 집착함도 없으므로, 이렇게 하여 의식작용[識]도 없고, 실재의 나도 없고, 축생 등과 다른 인간도 없고, 5온의 집합체로서의 우리도 없고, 일정 기간의 목숨도 없으며, 뜻도 없고 이름도 없고 종성도 없으며, 교화도 없고 세는 것도 없고 작위도 없으며,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볼 수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 형체도 없고 멸함도 없으며, 몸도 없고 범함도 없으며, 입도 없고 말도 없으며,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세상일도 없고 헤아림도 없으며, 작용도 없고 머무르는 것도 없으며, 계율도 없고 미혹도 없으며, 생각도 없고 무너짐도 없다. 이것을 계율[禁戒]이라고 한다.
부처의 계율은 더러운 때[瑕穢]가 없다. 또한 계율에 집착하지도 않는 이는 분노와 성냄이 없어 안정되고 청정하여 세상을 건너는 도에 나아가게 된다. 이것을 지계(持戒)라고 한다.
011_0615_a_17L佛禁戒無瑕穢亦無著戒者,無瞋無恚安定淸淨,就度世道如是爲持戒。
육신도 받지 않고 목숨도 받지 않고 또 5탁악세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부처의 법 안에서 사람들을 모두 깨우치는 것, 이것을 지계라고 한다.
011_0615_a_19L不受身形不受壽命亦不樂五道,悉曉人於佛法中,是爲持戒。
또 중간에도 있지 않고 끝에도 있지 않으며 집착하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아 마치 허공의 바람과 같은 것, 이것을 지계라고 한다.
011_0615_a_21L亦不在中亦不在邊,亦不著亦不轉,譬如虛空中風,是爲持戒。
011_0615_b_01L보살 정사는 처음으로 나무 밑에 앉아 계증을 깨끗하게 하기 시작하자, 괴로움의 근본인 욕심을 버리고 산란한 뜻을 없앤다. 그리하여 뜻에 일어난다는 생각도 없고 움직인다는 생각도 없고 오만한 생각도 없으며, 나라는 생각도 없고 그라는 생각도 없으며, 중간이라는 생각도 없고 이곳저곳이라는 생각도 없고 안과 밖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도라는 생각도 없고 세속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멸한다는 생각도 없고 없다는 생각도 멸하고 없다는 생각이 없다는 생각도 없으며, 없음이 없다는 생각도 없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없어진다.
정사여, 이와 같이 나무 밑에 앉은 보살은 깨끗한 1,800가지 근본 계율을 증득한다. 이 1,800가지 수를 처음으로 다 마치면 갑자기 땅이 찢어지면서 금강좌(金剛座)가 솟아난다. 그리하여 마군의 여섯 번째 궁전이 크게 흔들려 기울어지고, 삼계의 여러 하늘들은 본래의 자리가 불안하자 모두 함께 내려와 패다나무로 가서 대접받아 마땅하신 이에게 공양하고 모신다.
‘나무 밑에 앉은 보살은 오늘 밤에 도를 깨쳤으니, 중생들은 각각 모두 듣고 모두 보아라.’
011_0615_b_09L‘坐樹菩薩是夜啓證。衆生各各皆聞皆見’
정사여, 이것이 바로 보살이 계증을 두루 갖추어 일체종지를 이룬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보살이 3달(達)ㆍ6신통[通]ㆍ37조도품ㆍ18불공법ㆍ10력ㆍ4무외 등을 두루 갖추면, 삼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공덕으로 마군을 항복받는다. 그리고 그 광명이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를 두루 비추니, 중생들은 이 자비의 광명을 입고 일시에 편안하게 되어 모두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에 뜻을 낸다.”
011_0615_c_01L이에 부처님께서 현유(賢儒)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느 때 나는 구담미국에서 노닐었다. 그때 하늘 마군 무리들이 갑자기 그 권속들과 함께 대중 속으로 들어와, 이상한 옷을 입고 대중과 같이 앉아 서로 다투고 또 비방하면서 머리싸움을 하였다. 생사법 안에 있던 비구들은 마음[道體]이 편치 않아 모두 성을 내고 괴로워하면서 각기 무리를 떠나 흩어졌으나, 아라한들만은 각기 산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 내가 출가할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었고, 패다나무로 갈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었으니, 지금 내가 과세할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어 주려무나. 그러면 나는 염부제와 삼천세계를 두루 돌아 무수한 세계의 여래로서 일체종지를 이루고, 그리고 범부로부터 부처가 되어 열반에 이르는 것까지, 그대가 세 번의 증인이 되니, 나는 그 증명하는 법도를 완전히 갖추게 되겠구나.
‘어떤 말세 중생이 부처의 훌륭한 법[淸白]에 뜻을 두고 도를 향한 마음은 곧고 밝으며, 속세를 좋아하지 않아 한적한 산림에 숨어살면서 진실로 출가할 견고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만일 그에게 법을 본받을 만한 스승이 없다고 하면, 그는 저 가섭의 출가법을 본받아야 한다.
가섭은 욕심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욕심을 버려서 증명하였고, 세속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세속을 버려서 증명하였고, 명예를 멀리해야 할 때에는 명예를 버려서 증명하였고, 외형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외형을 잊어서 증명하였고, 마음과 경계[內外]를 구함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구함을 버려서 증명하였다.
011_0616_a_01L이와 같이 3증명이 분명하자, 가섭은 곧 비구가 되어 12두타행을 오직 한 곬으로 행하였다. 그는 12두타행 하나하나가 견고하면서도 증득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때에 가섭은 그 나무 밑에서 5신통을 갖추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뵙고는 6신통을 갖추었다.
이 가르침은 모든 비구승으로서 스승 삼을 만한 사람이 전혀 없을 때에 이 가르침을 사모하여 행하라는 것이니, 만일 그런 스님이 있으면 그 스님을 찾아 증사로 삼아야 한다. 이 불ㆍ법ㆍ승 3보는 여래와 동일한 것이니, 그러므로 여래를 계율에 밝은 비구라고 하여 비구들의 우두머리로 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