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에 살라(薩羅)라는 큰 나라가 있었는데, 그 국토는 넓고 청정하였고, 인민은 많았으며 풍요로움과 즐거움이 가득하였다. 기술은 고도로 발달되어 있었고, 그 문화는 우아하고 화려하였다. 진기한 보배가 많이 나와 오색이 울긋불긋했으며, 성곽ㆍ누각(樓閣)ㆍ거리ㆍ방문(房門)에는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둥글고 모난 장식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성 주위의 연못엔 연꽃이 피어 있었다. 오리ㆍ기러기ㆍ원앙ㆍ구이라조(鳩夷羅鳥)ㆍ공작ㆍ앵무ㆍ상양새[翔隨]ㆍ가마우지새[鸕鶿] 들은 날아와 밤낮으로 깃들며 서로 지저귀며 화답하였다. 남자와 여자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놀되 마냥 즐기기만 하고 싫증을 낼 줄 몰랐으며, 스스로 으스대고 교만하며 불법(佛法)을 알지 못하고 각자 쾌락에 빠져 있기가 천하에 비할 바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사위(舍衛)의 기수원(祇樹園)에 계시다가 이 나라에서 쾌락에 빠져 흥청대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무상(無常)이나 생사(生死)의 괴로움은 생각하지 않았고 색욕(色慾)에 탐착(貪着)하여 그칠 줄을 몰랐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시되, ‘저 나라에 생사(生死)의 미혹이 점점 불어나니 방편과 지혜를 행하지 아니하면 누가 능히 이들을 제도(濟度)하겠는가? 곧 방편을 써서 그들의 마음을 열어 온갖 존재와 경계[色相]는 공(空)과 응하고 일체의 기쁨과 즐거움은 괴로움[苦]과 응함을 알리며, 권도(權道)를 그 뜻에 맞게 행하여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의식과 사념을 여의게 해야겠다’라 하시고는, 곧 신통으로 여의삼매(如意三昧)를 나타내시고 큰 광명을 놓으시매 비치지 않는 데가 없었으며, 팔방으로 사람과 비인(非人)과 모든 하늘ㆍ용ㆍ귀신 들이 감동하여 뒤따르며 모셨고,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은 진기한 7보(寶) 일산을 들어 부처님께 바쳤으며, 미륵(彌勒)ㆍ문수(文殊)ㆍ목련(目連)ㆍ라운(羅雲:라후라)ㆍ아난(阿難)ㆍ이월(離越)ㆍ사리불(舍利弗) 등 모든 제자 보살들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두 따랐으므로 이에 이 모두가 함께 그 나라에 이르렀다. 온갖 새와 짐승들은 서로 화답하며 지저귀고 울었으며, 창기와 풍악은 울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소리를 내었으며, 말랐던 모든 나무들은 저절로 살아났고, 개울ㆍ시내ㆍ강ㆍ바다에는 거북ㆍ자라ㆍ메기[鮀] 등 온갖 수중의 생물은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리고 3천 국토가 크게 진동하더니, 땅에서 큰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나왔는데 진기한 보배와 유리가 섞여 있었으며 그 빛깔이 매우 묘하여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방출하신 광명이 두루 비추어 후미지고 컴컴하고 험한 곳이 모두 활짝 열리고 밝아짐에 빠짐이 없었다. 이에 국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 그리고 궁에 있는 태자와 궁녀와 미인 등 나라 안의 모든 남녀노소가 모두 두려워하였다. “오늘 어찌 이러한 현상이 이곳에 나타나는가? 궁 안에 있는 모든 악기[五樂]가 절로 소리를 내고 기녀들은 절로 춤을 추며 기뻐하니,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은 세상에 드문 일이로다.” 그때 지신(地神)이 땅에서 솟아나와 궁전 앞에 나타나더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세상의 번뇌[垢] 이미 털고 나고 죽는 미혹 벗어나셨네. 부처님 뵈오면 죄악이 사라지고 부처님께 공양하면 그 복이 한량없네.
덕의 근본 심으면 나중에 천상에 나고 한 지혜 발하면 공덕이 한량없네.
가서 부처님 뵙고 법 말씀 여쭤 보세.
왕은 그때서야 비로소 뜻이 열리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하강하셔서 나의 나라에 계시니 중생들이 제도를 받겠구나. 나뿐만 아니라 모든 신하들 및 모든 백성들이 다 성을 나가 뛸 듯이 기뻐하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이 이 나라를 끝없이 환히 밝혀 주시리라.” 왕과 인민들은 모두 가서 부처님을 알현하자, 복의 뿌리[福根]가 상쾌해져서 선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들이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보매 금빛이 빛나고 위엄이 드러나 떨쳤으며 상서로움이 서려 있었다. 그 호상(好相)은 맑고 밝았으며, 뜻은 적연(寂然)하고 담연(淡然)히 안정하셨다. 왕과 인민들은 모두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머리를 숙여 절하고 세 바퀴 돈 뒤에 아뢰었다. “오랫동안 탐욕과 혼탁함에 빠지고 소리와 빛깔에 미혹하여 여래께 공양하고 법을 묻지 못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왕과 신하와 백성과 궁의 태자는 모두 평안합니까?”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모두 화목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선 색욕에 탐착(貪着)하였고 방자한 마음은 그칠 줄 몰랐으며, 재보(財寶)와 맛난 음식을 거둬들이고 동산과 연못에서 놀고 희롱하기를 한없이 하였으며, 무상(無常)은 생각하지 않았으니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사람이 애욕에 묶여 훗날을 생각하지 아니하면 바로 지옥ㆍ축생의 무리가 되나니, 다만 지나친 방일(放逸)로 인하여 태워지고 구워져 형체만 남으며,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고 목말라도 마실 것이 없으며, 두려움과 근심이 번갈아 일어나나니, 이는 모두 먼 생각 없이 마음을 거슬러 악을 범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있을 때 비록 부귀하고 깊은 궁궐에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는 모두 무상(無常)하여 꿈과 같은 것이어서, 깨어나 목숨을 생각하면 홀로 살 뿐 어느 하나 따르는 것 없습니다.” 왕은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방편으로써 이 죄를 면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법왕이시라 일체가 귀의할 데며, 부처님은 높으신 이라 중생들이 받드는 분입니다. 원컨대 저희를 구원하시어 이 괴로움을 면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습니다. 왕께서 신심(信心)을 굳게 일으켜 네 가지 일을 행하시면 죄를 여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가진 것을 보시하여 주되 아까워하지 않음이요, 둘째는 성냄을 적게 하고 탐욕을 줄임이요, 셋째는 부처님의 경과 계율을 듣고 믿고 받아 범하지 아니함이요, 넷째는 법사(法師)를 공경하고 선지식을 후히 대접함이니, 이 네 가지면 청정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왕은 큰 보시를 베풀 생각으로 앞에 나아가 세존께 절하고 손을 합장하고 아뢰었다. “원하오니 빛난 위의를 낮추시고 궁에 드시어 진지를 드소서.” 부처님께선 묵묵히 청을 승낙하셨다. 왕은 궁에 돌아와 신하와 관속들에게 명하였다.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기가 우담바라꽃과 같은데, 이제 뵙게 되었으니 잘 공양해야 한다. 모든 꽃과 향과 당번(幢幡)과 기악을 내어 궁실을 장엄하고 깨끗이 청소하며, 성안의 거리마다 깃발과 일산(日傘)을 설치하라.” 이에 궁중의 부인들과 나라 안의 온 인민들은 모두 왕의 명을 받들어 평상과 좌석을 정돈하였다. 왕은 곧 태관(太官:궁중의 음식을 담당하던 관청)에게 명하여 온갖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게 하여 향기로운 것과 감미로운 것을 조화롭게 하고서 가서 부처님을 맞아오게 하였다. “공양이 이미 준비되었으니 수고로우시지만 왕림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때맞게 오시었는데 곧 부처님의 위신력이 대중들을 감동케 하였다. 4부 제자와 백천(百千) 하늘ㆍ인간 및 모든 용ㆍ귀신ㆍ건달바[犍畓和] 등이 모여들어 둘러싸서 부처님을 따랐으며, 사천왕(四天王)은 앞에서 인도하고, 제석과 범천왕은 호위하였으며, 보살마하살[菩薩大士]들은 부처님을 모시고 성에 들어왔는데, 부처님께서 문턱을 밟으시자 경계가 진동하면서 장님ㆍ귀머거리ㆍ벙어리ㆍ중독자ㆍ병자(病者) 등이 모두다 완전히 나아서 평시와 같게 되었으며, 공후(箜篌)와 악기는 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울렸다. 부처님께서 방출하신 광명이 궁실을 비추매 성곽과 사택은 다 유리로 변하여 안팎이 투명하였으므로 부처님을 보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오르시자 왕ㆍ태자ㆍ신하ㆍ인민들은 곧 내려와서 밥을 차려 먹었으며, 먹기가 끝나자 곧 손 씻을 물을 돌렸다. 모든 대중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으며, 왕은 작은 걸상을 가져다 앞에 앉아 경을 들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법륜(法輪)을 굴려 불퇴전(不退轉)을 설하셨으며, 왕은 곧 환희하여 부처님께 옷을 바쳤는데, 그 값어치는 천만금으로서 세상에서 드문 것이었다. 그 옷 이내 흩어져 허공에 떠 있더니 곧 부처님 위에서 화계(華蓋)1)으로 변하였으며, 교로(交露) 장막과 7보 장막에는 다 구슬이 달렸는데, 그 달린 구슬에서는 광명이 나와서 시방의 무수한 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왕과 신하ㆍ인민ㆍ후궁ㆍ태자ㆍ부인ㆍ미녀 등 도합 1만여 사람들은 이 변화를 보고 다들 뛸 듯이 기뻐하며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뜻을 일으켰고, 8백 천신들은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었으며, 5천 보살들은 불퇴전의 자리에 섰고, 무수한 천(千) 사람은 다 덕의 근본을 일으켰으며, 수명을 마친 뒤에는 다들 천상에 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왕은 5백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재보를 보시하며 평등하게 자애(慈愛)를 행하고 법을 높이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여 다음 겁(劫)에 부처가 되리니, 이름은 혜광(慧光) 여래ㆍ지진(至眞)ㆍ평등정각(平等正覺)이라 할 것이다. 또한 나라 안의 인민들과 모든 부인들은 그 복을 받들어 부처를 이루리라.” 왕은 수결(授決:授記)하2)심을 듣고 뛰어 허공으로 140길[丈]을 솟았는데, 그는 위로부터 내려와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다.
부처님 높기도 하셔라. 중생 위해 근본 지으시니 그 덕은 하늘과 같아서 덮지 않음이 없어라.
나라 사람들 8천 명은 왕에게 수결하심을 듣고 깨끗한 마음을 일으켜 보살이 되기를 서원하였다. 부처님께서 경을 설해 마치시자 일체 대중과 인(人)ㆍ비인(非人)들로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세존께서 방편으로 교화하심이 이와 같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