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4_0042_a_01L불설보살투신이아호기탑인연경(佛說菩薩投身飴餓虎起塔因緣經)
014_0042_a_01L佛說菩薩投身飴餓虎起塔因緣經


북량(北涼) 고창국(高昌國) 사문 법성(法盛) 한역
014_0042_a_02L北涼高昌國沙門法盛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4_0042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건타월국(乾陀越國) 비사문바라(毘沙門波羅) 큰 성에 머물러 계셨다.
성의 북쪽 산 바위 그늘 밑에서 국왕과 신민과 천룡팔부(天龍八部)의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어 사람을 교화하고 제도함을 수없이 하시었다.
014_0042_a_04L一時佛遊乾陁越國毘沙門波羅大城於城北山巖蔭下爲國王臣民及天龍八部非人等說法教化度人無數
교화의 설법을 마치시고 부처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니 입에서 향기로운 광명이 나왔는데, 광명이 아홉 가지 색이 있어서 두루 모든 나라를 비추었으며 향기로운 훈기도 또한 그러하였다.
이 때 모든 대중이 광명을 보고 향기를 맡고는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자 광명이 돌아와 부처님을 일곱 겹으로 두르고 다시 입으로 들어갔다.
014_0042_a_07L教化垂畢時佛微笑口出香光光有九色遍照諸國香薰亦爾諸大衆睹光聞香皆大歡喜明還遶佛七帀復從口入
아난이 의복을 정제하고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제 세존께서 기특한 상서 모양을 나타내시는 데는 반드시 인연이 있으시어 이로운 바가 많고 중생이 복을 입는 것입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천존(天尊)께서는 그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014_0042_a_10L爾時阿難整衣服長跪叉手白佛言今者世尊現奇瑞相必有因緣多所饒益衆生蒙祐唯願天尊說其因緣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입[密口]에서 나타나는 상서에는 큰 인연(因緣)이 있나니 네가 듣고자 하느냐?”
014_0042_a_13L佛告阿難如汝所言諸佛密口凡所現相有大因緣汝欲聞乎
아난이 아뢰었다.
“정녕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014_0042_a_15L阿難曰唯天中天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겁 때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었다. 한 큰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건타마제(乾陀摩提)였으며, 왕의 이름은 건타시리(乾陀尸利)였고 부인의 이름은 차마목가(差摩目佉)였으며 태자의 이름은 전단마제(栴檀摩提)였다.
그 나라는 넓고 풍요하며 안락하여 사람을 요족케 하였으며 사람의 수명은 1천5백 세였다.
014_0042_a_16L佛告阿難過去九劫時世無佛有一大國名乾陁摩提王名乾陁尸利夫人名曰差摩目佉太子名曰栴檀摩提其國廣博豐樂饒人壽千五百歲
014_0042_b_01L태자의 복과 덕으로 천하가 태평하여 도적질하고 겁탈하는 도적이 없었으며, 백성이 화순(和順)하여 서로 이기려고 싸우지 아니하였다.
태자는 자비하고 총명(聰明)하며 지혜로워서 모든 서적(書籍)과 아흔여섯 가지 도술(道術)과 위신을 뚫어지게 연마하여 통달하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몸과 목숨과 재물을 남기고 아끼는 바가 없고 중생을 어여삐 여기기를 갓난아이보다 더하였으며, 큰 자비가 널리 덮여 평등하기가 둘이 없었으며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여 예의를 모두 갖추었다.
014_0042_a_20L太子福德天下太平偸劫賊人民和順不相剋伐太子慈仁聰明智慧貫練群籍及九十六種道術威儀靡不通達少小已來常好布施於身命財無所遺惜慈育衆生甚於赤子大悲普覆平等無二孝養父母禮儀備擧
이 때 부왕이 태자를 위하여 성에서 멀지 않는 데다가 동산을 지었는데, 그 동산의 길이와 너비가 8유순이었고 꽃과 과실을 줄지어 심었으며 기이하고 별스런 새가 청정하고 장엄하며 좋았다.
곳곳마다 흐르는 샘물과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못 가운데에는 항상 우발라(優鉢羅)꽃과 발두마(鉢頭摩)꽃과 구물두(拘物頭)꽃과 분타리(分陀利)꽃과 다른 여러 가지 붉고 흰 연꽃이 있어서 공작(孔雀)과 기러기와 푸른 백로와 원앙이 그 가운데 노닐어 희롱하였으며, 맑고 서늘하고 향기롭고 깨끗하여 미묘하기 제일이었다.
014_0042_b_04L爾時父王爲太子去城不遠造立園其園縱廣面八由旬列種華果禽異鳥淸淨嚴好處處皆有流泉浴池中常有優鉢羅華鉢頭摩華拘物頭華分陁利華及餘雜種赤白蓮華孔雀鴻鴈鵁鶄鴛鴦遊戲其中淸涼香潔微妙第一
이 때 태자는 모든 신하와 백관과 후비(后妃)와 채녀가 앞뒤로 따르는 가운데 동산에 나아가 노닐고 희롱하다가 7일을 지내고서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014_0042_b_11L爾時太子與群百官及后妃婇女導從前後詣園遊戲經一七日迴駕還宮
이 때 나라의 경계 지방에 가난하고 궁하고 고독(孤獨)하고 늙고 온갖 병든 이들이 태자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와서 길 가에 있으면서 손을 펴 태자에게로 향하였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서 곧 몸의 영락과 옷과 금전(金錢)과 은전과 수레와 코끼리와 말을 모두 보시해 버리고, 성문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남은 물건이 없는데도 가난한 이는 오히려 많으므로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을 한하였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와서 모든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며 근심되어 제대로 먹지를 못하였다.
014_0042_b_13L爾時國界有貧窮孤獨老病百疾聞太子還來在道側張手向太子太子見已以身瓔珞服飾及金錢銀錢車乘象悉用布施及至城門無復餘物者猶多恨不周足太子還宮念諸貧憂不能食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무슨 걱정되는 것이 있느냐?’
014_0042_b_19L王問太子爲何恨也
태자가 대답하였다.
‘근래에 나가서 노닐며 구경하다가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가까이 길 가에 있으면서 구걸하는 것을 보고 곧 몸에 지닌 것들로 보시하였지만 오히려 두루 만족하지 못한 까닭에 스스로 수심하옵나니, 이제 대왕께 곳간 속의 재물을 빌어 두루 천하에 지급하고자 하는데 대왕께서 원하는 바를 주실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014_0042_b_20L太子荅曰近出遊觀見諸貧人夾在路側求索所乏卽以身所有施之猶不周足故自愁今欲從大王乞中藏財物周給天不審大王賜所願不
014_0042_c_01L왕은 말하였다.
‘국가의 창고에 저장한 것은 위급한 때를 방비(防備)하려는 것이므로 마땅히 사사로이 쓰지 못하는 것이다.’
014_0042_c_01L王言國家庫防備緩急不宜私用
이에 태자는 원하던 바를 하지 못하여 수심이 전보다 갑절 더하였다.
태자를 가까이 모시는 신하의 이름은 사야(闍耶)인데 태자가 먹지 아니하고 슬피 느껴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꿇어앉아 손을 모으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신에게 금전 천 근이 있는데 대천(大天)께 받들어 올리겠사오니 뜻대로 쓰십시오. 원하옵건대 가난한 이를 근심치 마시고 자시기를 먼저와 같이 하옵소서. 돈이 만일 만족하지 못하다면 마땅히 몸을 팔아서라도 대천께 공양하겠나이다.’
014_0042_c_02L於是太子所願不果愁倍於前太子傍臣名曰闍見太子不食悲感懊惱長跪叉手白太子言臣有金錢十千奉上大天隨意所用願莫憂貧飮食如先錢若不足臣當賣身供奉大天
그리고 또다시 사야는 곧 금전 십천 근을 태자에게 받들어 올렸다.
태자는 사람을 시켜 돈을 가져다 성에 내어 놓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라고 하였는데, 십천의 수량이 다하였지만 아직도 두루하지 못하여 돌아와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금전(金錢)은 이미 다하였는데 가난한 이는 여전히 많나이다.’
014_0042_c_07L於是闍耶卽以金錢十千奉上太子太子使人持錢出城布施貧人盡十千數猶不周遍還白太子金錢已盡貧者尚多
이에 태자는 곧 가까운 신하를 시켜 사장(私藏)을 뒤져 다시 금전 십천을 얻어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였으나 여전히 만족치 못하였다.
014_0042_c_10L於是太子卽使傍臣料撿私藏復得金錢十千施諸貧人猶不充足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체 사람의 괴로움은 모두 가난하고 궁하며 구하여도 얻지 못함으로 말미암은 괴로움이니 이제 마땅히 스스로 애지중지하는 몸을 팔아서 저 사람들의 괴로움을 구제하여 그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리라.’
014_0042_c_12L太子自念夫人之苦皆由貧窮求不得苦今當自賣所愛之身救彼人苦令得安樂
이렇게 생각한 뒤에 보배로운 옷을 벗고 보통 입던 옷을 입고 묵묵히 궁성을 나가서 배제사(裴提舍)라고 하는 나라로 들어갔다.
자신의 몸을 한 바라문에게 팔아 금전 천을 얻어서 이 금전으로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였다.
014_0042_c_15L思惟是已卻珍寶衣著凡故服默出宮城投適他國名裵提舍自賣身與一婆羅門得千金錢以此金錢施諸貧人
이 때 바라문은 태자를 종으로 부리어 수레를 끌고 산에 들어가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팔라고 하였다.
많은 때를 지낸 뒤에 또한 나무를 취하다가 산 속에서 우두전단(牛頭栴檀)을 얻었는데 한 조각의 무게가 1백 근이었다.
014_0042_c_18L婆羅門使奴將車入山斫樵於市賣之經於多時後復取薪乃於山中得牛頭栴檀一段重一百斤
이 때 그 나라 왕이 본래 나병(癩病)이 있는데 의약의 방문과 주문의 술법으로 능히 낫지 못하였다.
왕은 곧 성내어 말하였다.
‘의사가 무엇하는 것이냐. 대개 사람의 백 가지 병이 모두 다스리는 약이 있는데 나의 이 병은 어찌 유독 치료할 것이 없느냐?’
그리고는 모든 의사를 잡아다가 저자거리에서 베어버리라고 명령하였다.
014_0042_c_21L彼國王本有癩病醫方呪術不能令差王便怒曰用醫何爲人百病皆有對治之藥而我此病何獨不蒙令收諸醫於市斬刑
014_0043_a_01L이 때 한 의사가 머리를 조아려 왕께 사뢰었다.
‘이제 왕의 이 병에 다스리는 약이 세간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 비록 그 이름은 있지만 일찍이 보지는 못하였나이다.’
014_0043_a_01L時有一醫叩頭白王言今王此病對治之藥世閒難有雖有其名未曾見之
왕은 말하였다.
‘약의 이름이 무엇이냐?’
대답하였다.
‘우두전단이라 합니다.’
014_0043_a_03L王曰名何等荅曰名牛頭栴檀
왕은 말하였다.
‘대체 사람의 죄와 복의 업행(業行)이 한가지로 같지 아니하니 스스로 복이 있는 사람이면 행여 이 약이 있을 듯하다.’
그리고 곧 천하에 영을 내리기를 ‘누구든지 이 약이 있으면 마땅히 나라를 반으로 나누어 그것을 사겠노라’고 하였다.
014_0043_a_04L王曰夫人罪福業行不同自有福人脫有此藥卽教宣令天下誰有此藥當分半國從其市之
이 때 바라문은 종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종래 땔감을 팔아서 비록 적은 값을 얻었지만 이제 부하고 귀한 이익만 같지 못할 것이다. 국왕이 병이 있는데 이제 나라의 반으로 우두전단을 사겠다고 하니, 네가 이제 이 전단을 싸가지고 가서 대왕께 받들면 반드시 뜻과 같이 얻을 것이다. 나도 마땅히 너와 이 즐거움을 한가지로 하자.’
014_0043_a_07L婆羅門喚奴語曰你從來賣薪雖獲微直不如今者富貴之國王有病今以半國市牛頭栴檀汝今可齎此栴檀往奉大王必得如吾當與汝同此樂也
이 때 종은 곧 우두전단을 가지고 국왕께 받들어 올렸다. 왕은 얻은 뒤에 갈아서 몸에 발랐더니 나병(癩病)이 곧 나았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온 나라 신민(臣民)으로 이 경사로움을 누리게 하여 여러 신하를 불러 크게 시회(施會)를 베풀고 감옥에 갇힌 이를 놓아 주고 가난하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여 위 아래가 화락(和樂)하였다.
014_0043_a_11L奴卽持牛頭栴檀奉上國王王得之已磨用塗身癩病卽愈王大歡喜擧國臣民各蒙慶賴卽召群臣大設施會放赦囚徒布施貧乏上下和樂
왕은 대신으로 하여금 궁전을 반으로 쪼개고 거느린 국민과 금과 은과 보배와 돈과 재물과 곡식과 비단과 종과 수레와 코끼리와 말과 소와 염소를 모두 반으로 나누어 보배 수레와 말 천 필(匹)을 장엄하고 기생과 기악과 향과 꽃과 휘장과 깃발과 백 가지 맛난 음식을 지어 종을 맞아 나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왕은 곧 청하여 함께 보배 평상에 앉아 기생과 기악과 음식을 지어 즐거워 하였다.
014_0043_a_16L王使大臣破半宮殿及所領國金銀珍寶錢財穀帛奴婢車乘牛羊悉皆分半莊嚴寶車百乘騎千疋作倡伎樂香華幢幡百味飮食迎奴還國王便請之共坐寶牀倡伎樂飮食娛樂
그리고 종에게 물었다.
‘그대의 복덕과 위의의 모양을 보니 세상에서 수승한데 무슨 인연으로 천한 데에 처하였는가? 그 사연을 듣기 원하노라.’
014_0043_a_21L王問奴曰見卿福德威相有殊於世何緣處賤願聞其
014_0043_b_01L종은 말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왕께서 듣고자 하신다면 이제 마땅히 말하겠습니다. 왕께서 의심한 바와 같이 저는 본래 종이 아닙니다. 왕께서는 일찍이 건타마제 국왕에게 태자가 있으니 이름은 전단마제인데 보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들었습니까?’
014_0043_a_23L奴曰甚善卿欲聞者今當說之卿所疑吾本非奴卿頗曾聞乾陁摩提國王有太子名栴檀摩提好布施
대답하였다.
‘자주 들었으나 보지는 못하였노라.’
말하였다.
‘제가 곧 그입니다.’
答曰數聞但未見耳吾便是也
그 왕은 들은 뒤에 갑절 더 공경하고 중히 여기면서 말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이에 이르렀는가?’
014_0043_b_03L其王聞已倍更敬重何緣致是
태자는 말하였다.
‘제가 보시를 좋아하여 나라의 재물을 다하였어도 두루 만족히 쓰지 못하고 궁한 이가 오히려 많아 본원(本願)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나라를 버리고 스스로 몸을 팔았습니다.’
014_0043_b_04L子曰吾好布施盡國財物不足周用窮者猶多本願不遂是以捨國自賣身耳
왕은 말하였다.
‘사람은 숙세의 행으로 업을 따라 보(報)를 받나니 선을 닦으면 즐겁고 악을 행하면 괴로운 것이지만 그대 할 바도 아니요, 부모가 준 것도 아닌데 어찌 나라의 큰 희망을 이그러뜨리어 험한 데 처하고 어려움을 건넜는가. 이와 같은 일은 천하에 드문 일이며 반드시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원하건대 그 뜻을 말하시오.’
014_0043_b_07L王曰夫人宿行隨業受報修善則樂行惡受苦非卿所爲非父母與何乃虧國大望處險涉難如此之事天下少有必有異見願說其意
태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본래 뜻을 발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모든 바라밀을 행하여 뜻으로 보리를 구함을 서원하였습니다.’
014_0043_b_10L太子答曰吾本發意誓度群生行諸波羅志求菩提
왕은 말하였다.
‘훌륭하오. 너무도 커서 따라 기뻐할 만하오.’
王曰善哉甚大隨喜
태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나라를 왕께 돌려드리겠으며, 다만 한 가지 청이 있는데 혹시 거절하지는 않으실는지요?’
대답하였다.
‘원하는 바가 무엇이오?’
014_0043_b_12L子語王今以國還卿唯求一願儻不見違答曰所願何等
태자는 말하였다.
‘창고 속의 돈과 재물을 얻어서 온 천하의 가난하고 궁하고 외롭고 늙고 파리하고 여위고 온갖 병든 이에게 주되, 뜻대로 보시하기를 꼭 50일만 하고자 하는데, 그 가운데 공덕은 왕과 같이 하겠습니다.’
014_0043_b_14L太子曰欲得中藏錢財之物以周給天下貧窮孤老尫羸百病肆意布施滿五十日其中功德與卿共之
왕은 말하였다.
‘매우 좋소. 돈과 재물과 물건은 그대를 따라 베풀어 쓰겠지만 상으로 준 반절의 나라는 그대의 공의 분수니, 내가 감히 받지 못하겠구려.’
014_0043_b_17L王曰甚善錢財之物隨卿施用所賞半國是卿功分吾不敢受
태자는 말하였다.
‘좋습니다. 왕께서는 재물로 나에게 보시하고 나는 나라로 왕께 받들어 돌리겠습니다. 나는 보시를 좋아하고 왕께서는 나라를 좋아하니 사람의 수승한 성질은 뜻이 같지 아니한 것입니다.’
014_0043_b_19L太子曰卿以財施我我以國奉卿我好布施卿之樂國人物殊姓志欲不同
왕은 말하였다.
‘이 행은 크고 깊어서 나의 미칠 바 아니니 그대가 도를 얻을 때, 원하건대 제도해 주길 바랍니다.’
014_0043_b_21L王曰此行弘深非吾所及卿得道時願見濟度
014_0043_c_01L태자는 곧 사신을 보내어 모든 나라에 선전하여 고하기를, ‘만일 가난하고 궁하고 외롭고 파리하고 여윈 이가 있거든 모두 와서 모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태자는 사람을 시켜 모든 창고를 열고 재물을 평탄(平坦)한 땅에 운반하여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기를 50일 동안 하니 가난한 이가 부(富)를 얻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4_0043_b_22L太子卽遣使宣告諸國若有貧窮尫羸之者悉令來會爾時太子使人開諸庫藏運輦財物於平坦地施貧人滿五十日貧者得富莫不歡
한편 태자가 나라를 버리고 떠난 뒤에 모든 신하가 놀라고 두려워서 울부짖으며 왕에게 고하였다.
‘지난 밤에 갑자기 태자가 없어졌는데 있는 바를 알지 못하나이다.’
014_0043_c_04L爾時太子委國去後群臣驚怖啼白王昨夜忽亡太子不知所在
왕은 이 말을 듣고 평상에서 떨어져서 정신이 흐리어 사람을 알지 못하였으며, 부인과 궁중의 후비와 채녀와 신하와 관리와 백성이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는 이가 없어 슬픔이 북받치고 근심되고 괴로워서 소리를 내어 부르짖으며 달려나가서 사방으로 태자를 찾았다.
014_0043_c_05L聞是語從牀而落迷不識人夫人宮中后妃婇女及臣佐吏民莫不驚怪悲感懊惱擧聲號叫奔出四向追覓太子
왕의 부인은 태자를 잃을까 두려워서 조급하게 발을 구르며 미친 이같이 곧 후비와 더불어 치마를 걷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달려서 성을 나가 동과 서로 달리면서 태자를 찾았다.
왕은 부인이 아들을 생각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하여 혹 능히 목숨을 버릴까 두려워 곧 여러 신하와 수레를 엄식(嚴飾)하고 성을 나가 부인과 아울러 태자의 소식을 찾다가 나라에서 십 리쯤 떨어진 빈 못의 수풀 가운데에서 부인이 궁녀 몇 명을 데리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어 머리는 어지럽고 눈은 부어가지고 온갖 풀더미를 헤치며 태자를 찾는 것을 보았다.
014_0043_c_09L王夫人懼失太子忽忽如狂卽與妃后褰裳被髮奔走出城東西馳逐尋覓太子王恐夫人念子懊惱或能致命卽與群臣嚴駕出城追覓夫人幷太子消息去國十里於空澤草中乃見夫人從數宮女搥胸啼哭頭亂目腫披百草叢求覓太子
왕은 그것을 본 뒤에 다시 더욱 슬픔이 맺혀 앞으로 나아가 부인의 손을 붙잡고 울부짖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인에게 간하였다.
‘우리 아들이 복덕이 있고 인자하며 효성스럽고 보시하여 물건을 주고도 원망함이 없어서 온 재물로 천하를 보시하고도 오히려 만족치 못하여 항상 보시할 물건 없음을 한(恨)하더니, 아들이 이제 아무도 모르게 떠난 것은 반드시 다른 나라에 가서 재물을 구하여 보시하거나 혹은 스스로 몸을 팔아 가난하고 궁핍한 이를 구제하려는 것이니 우선 함께 궁으로 돌아가고 크게 근심하고 수심치 마시오. 내가 이제 마땅히 사신을 시켜 모든 나라 가운데 이르러 소식을 방문(訪問)하면 반드시 아들이 돌아올 것이오.’
014_0043_c_15L其王見已更增悲結前捉夫人手涕淚交諫夫人曰吾子福德慈孝布施物無怨盡以財物布施天下猶不周常懷悔恨無物施用子今密去投他國求財布施或自賣身賙給貧且共還宮勿大憂愁吾今當遣使到諸國中訪問消息必得子還
부인은 꾸짖어 말하였다.
‘왕께서 인색하고 탐하여 돈과 재물만 아끼고 아들을 애념치 아니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이제 어떻게 가히 돈과 재물로 아들을 찾겠나이까?’
014_0043_c_22L夫人罵曰由王慳貪護惜錢財不愛念子今寧可以錢財爲子身不
014_0044_a_01L왕은 말하였다.
‘나의 실수가 먼저 있었으니 이제 후회한들 어떻게 미치겠는가. 우선 함께 궁으로 돌아가면 아들을 잃지 않도록 보장하여 이제 반드시 몸소 사방으로 찾아서 아들을 데리고 돌아오겠노라.’
014_0044_a_01L王曰吾失在先今悔何及且共還宮保不失子今當躬身四出求索要得子還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이제 나의 아들을 잃었으니 살아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여기서 죽더라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겠습니다. 제가 아들의 몸만 본다면 주리고 목마름도 알지 못하겠으며 비록 병들고 괴로움을 만나더라도 근심되지 아니하겠사오니, 이제 돌아가 빈 곳을 지켜 무엇을 의지하겠습니까?’
014_0044_a_03L夫人垂淚曰今失我子用生何爲寧死於不空還也我觀子身不知飢渴遭病苦不以爲患今還守空何所恃怙
이에 태자의 후비도 머리를 풀어 헤쳐 어지러운 머리로 하늘을 보며 부르짖고 땅을 두드리며 사방을 바라보나 태자는 보이지 아니하니 하늘에 부르짖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마시면서 말하였다.
‘하늘과 땅과 해와 달과 부모와 신령이시여, 만일 저에게 죄가 있거든 이제 모두 참회하오니, 원하옵건대 저의 남편과 빨리 만날 수 있게 하소서.’
014_0044_a_07L於是太子后妃被髮亂頭號天叩地四望顧視不見太子號天叩頭飮淚而言天地日月父母靈神若我有罪今悉懺悔願與我大夫早得相見
이에 국왕이 억지로 부인과 태자의 후비를 이끌어 수레에 싣고 궁으로 돌아왔다.
014_0044_a_11L是國王强牽夫人及太子后妃載車還宮
태자는 이 때 멀리 다른 나라에 있었는데 두 눈과 손과 발이 세 번 돌이켜 꿈쩍거리고 움직이므로 마음 속으로 근심되고 두려워 망실(忘失)한 것이 있는 것 같아서 곧 저 왕을 하직하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014_0044_a_13L太子爾時遙在他國兩目手足三反瞤動心中愁怖似有忘失卽辭彼王還歸本國
왕은 옆에 선 신하에게 명령하여 보배 수레 백 대와 말 천 필에 금전 십천 냥과 은전 십만 냥을 장엄하였으며, 왕에게 5백 대신이 있는데 금전 십천 냥과 은전 십만 냥을 주어 태자를 보내었다.
왕은 모든 신하 십천만 사람과 더불어 태자를 전송하는데 나라 경계의 끝에 이르러 큰 모임을 베풀고 기뻐하여 서로 인사하고 이별하였다.
014_0044_a_15L王令傍臣莊嚴寶車百乘馬騎千疋金錢十千銀錢十萬王有五百大臣人以金錢十千銀錢十萬以贈送太子王與群臣十千萬送太子到國界頭施設大會歡喜相謝於是別去
이에 태자는 생각하였다.
‘어려서부터 자라매 발을 망령되게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며 눈을 망령되게 흘겨보지 아니하였는데, 내가 먼저 나라를 나오면서 부모께 하직을 아니하였으니 반드시 이 부모와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까닭에 근심하고 고뇌할 것이다. 이제 마땅히 속히 가서 소식을 알게 하리라.’
014_0044_a_20L太子惟曰從小已來足不妄動目不妄瞤吾前出國不辭父母必是父母及國臣民恐失我故憂愁苦惱今當速去令知消息
014_0044_b_01L또한 다시 생각하였다.
‘길이 멀어서 가히 빨리 이르지 못하겠으니 우리 부모가 애념하고 정이 중하여 혹시나 몸과 목숨을 상할까 두려우니 마땅히 무슨 방법을 써야 소식을 빨리 전달할 것인가.’
014_0044_a_23L又復惟曰道途曠遠不可卒到恐我父母哀念情重或喪身命當作何方令消息速達
이 때 능히 사람의 말을 잘하는 까마귀가 있어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태자님의 덕이 지극히 중하시고 은혜의 혜택이 널리 미치시온데 무엇을 변통하지 못할까 근심하시나이까? 무엇을 하고자 하십니까? 제가 마땅히 도와드리겠습니다.’
014_0044_b_03L有烏鳥善能人語白太子仁德至重恩潤普及何憂不辦何所爲吾當助之
태자는 대답하였다.
‘한 가지 일을 부탁하고자 하는데, 원하건대 어기지 말아라.’
까마귀는 말하였다.
‘명령대로 받들겠나이다.’
014_0044_b_05L太子答曰欲託一願見不違烏曰奉命
태자는 말하였다.
‘네 편에 글을 보내어 부왕께 드리려 하노라.’
까마귀는 말하였다.
‘마땅히 급히 하소서.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014_0044_b_06L太子曰煩卿送書與我父王烏曰宜急今正是時
태자는 글을 써서 까마귀에게 주었다. 까마귀는 입으로 글을 물고 날아서 본국에 이르러 왕의 앞에 글을 놓았다.
왕은 글을 펴 읽고 태자의 소식을 알아 크게 기뻐하여 바로 일어나 궁(宮)으로 들어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부인에게 말함과 같이 아들을 잃지 않았음을 알았으니 몇 날이 지나지 아니하여 반드시 아들을 볼 것이오.’
014_0044_b_07L太子作書以授與烏烏口銜書飛到本以書置王前王披書讀知太子消甚大歡喜卽起入宮語夫人曰我語卿知不失子不過數日必得見
부인은 듣고서 마치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손뼉을 치며 찬탄하여 말하였다.
‘일체 천하로 하여금 안은하고 쾌락하고 원하는 바를 모두 얻으며 수명이 한량없게 하소서.’
014_0044_b_12L夫人聞已如死還蘇拍手稱善曰令一切天下安隱快樂所願皆得命無量
이 때 나라 안의 모든 신하와 호족(豪族)의 남자와 여자의 크고 작은 이가 태자가 돌아온다는 것을 듣고 모두 만세(萬歲)를 불렀다.
왕은 곧 모든 신하 수천만 사람과 더불어 수레를 엄식하고 도종(導從)과 나가서 태자를 맞는데 길에서 서로 만났다.
014_0044_b_14L爾時國中群臣豪族男女大小聞太子還皆稱萬歲王卽與群臣數千萬嚴駕導從出迎太子道路相逢
태자는 아버지를 보고 곧 보배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부왕께 사뢰었다.
‘자식의 도리에 효도치 못하고 높으신 위신을 굽혀 굴하시게 하였으며 나라 안을 놀라게 하였사오니 부디 용서하소서.’
014_0044_b_17L子見父卽下寶車前接足禮啓父王子道不孝枉屈尊神驚動國界蒙原恕
왕은 ‘매우 좋다’ 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보게 되니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왔다.
014_0044_b_20L王曰甚善父子相見悲喜交迴駕還宮擧國民庶莫不歡喜
014_0044_c_01L온 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아니한 이가 없었으며, 먼 데 모든 나라의 가난하고 궁한 이와 거지가 태자와 돌아왔으니 많은 돈과 재물을 얻으리리란 것을 듣고 모두 먼 곳으로부터 와서 태자에게 나아가 빌었다.
태자는 사람들을 시켜 돈과 재물을 큰길 머리 평탄한 빈 땅에 져다가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보시하여 1년 동안을 날마다 끊어지지 아니하니 사방에서 온 이들이 모두 뜻대로 얻었다.
014_0044_b_21L方諸國貧窮乞人聞太子還多得錢皆從遠來詣太子乞太子使人擔輦錢物於大路頭平坦空地施諸貧一年之中日日不絕四方來者皆得如意
이 때 부왕은 모든 대신(大臣)과 더불어 태자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나라 곳간 집의 보배를 소용할 바를 따라 쓰되 스스로 의심하거나 어렵게 여기지 말라. 보시의 덕은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이나 중히 여기는 바이므로 원수와 적과 악한 사람이 태자의 공덕을 듣는다면 저절로 선을 닦을 것이다.’
014_0044_c_03L爾時父王與諸大臣語太子曰從今已往國藏珍寶隨所須用莫自疑難夫施之德遠近所重冤敵惡人聞太子功德者自然修善
이 때 5통 신선(神仙) 도사(道士)가 있으니 이름은 용맹(勇猛)인데, 5백 제자와 더불어 이 산의 큰 바위굴 속에 있으면서 선(禪)을 닦고 도를 행하여 보리를 구하며 모든 괴로움을 제도하여 천하를 교화하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닦게 하고자 하였다.
이 때 태자 전단마제는 가지가지 백 가지 맛 좋은 음식을 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모든 신선과 도인을 공양하였다.
014_0044_c_07L爾時有五通神仙道士名曰勇猛與五百弟子此山上大巖窟中修禪行道志求菩欲度衆苦教化天下皆令修善太子栴檀摩提齎持種種百味飮上山供養諸仙道人
이 때 선사(仙師)는 태자를 주원(呪願)하고 법을 말하였다.
태자는 마음이 기쁘고 뜻으로 함없음을 즐기어 나라로 돌아오고자 아니하고 돌이켜 생각하였다.
‘궁실(宮室)에는 지옥이란 생각을 내고 처자와 권속에는 매여 묶였다는 생각을 내고 5욕락(欲樂)을 보기를 지옥이 된다는 생각을 하였다.’
014_0044_c_12L於時仙師呪願太子因爲說法太子心喜志樂無爲不欲還國顧惟宮室生地獄想妻子眷屬生杻械想觀五欲樂爲地獄想
이를 생각한 뒤에 곧 영락과 몸을 장엄한 의복을 벗어버리고 수레와 말과 사람들을 모두 옆에 신하에게 맡겨 나라로 돌려 보냈다.
이에 태자는 사슴가죽 옷을 입고 산 속에 머물러 스승을 따라 도를 배우며 도술(道術)을 뚫고 찾았다.
014_0044_c_16L思惟是已卽解瓔珞嚴身上服及車馬人從悉付傍臣遣令還國於是太子披鹿皮衣留住山從師學道攢尋道術
이 때 태자의 옆에 신하는 나라에 돌아가서 왕에게 고하였다.
‘태자께서 산에 올라가서 선인을 공양하고 거기에 머물러 도를 배우며 궁으로 돌아오지 아니하고서 경서(經書)와 주술(呪術)을 모두 통달(通達)하려고 스스로 돌아오지 않나이다.’
014_0044_c_19L太子傍臣還國白王太子上山供養仙人留彼學道不肯還宮經書呪術悉令通達自要不還
014_0045_a_01L왕은 말하였다.
‘한결같이 어찌 괴롭게만 하느냐. 세상 사람이 아들을 얻어 기뻐하는 것은 늙은 때를 의지하며 나라를 이롭게 하고 환난을 제하는 데 있거늘 나는 이 아들을 얻고서는 항상 근심되고 괴로움만 품게 하니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부하고 귀하려고도 아니하고 권속을 친하려고도 아니하니 이런 한스런 자식이 무슨 도가 있을 것이냐?’
014_0044_c_22L王曰一何苦世人得子以致歡樂憑賴老時益國除患吾得此子常懷憂苦不欲富不親眷屬此之惱子何道之有
그러고는 바로 모든 신하를 불러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다.
모든 신하들은 말하였다.
‘태자께서 도를 좋아하여 세상의 영화를 탐하지 아니하고 함없음을 즐기어 이미 나라로 돌아오지 아니하였으니 가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사신을 보내어 그의 뜻을 정한 것을 살피시어 꼭 돌아오지 아니할진댄 그 마땅한 대로 하라고 하소서.’
014_0045_a_02L召群臣共論此事諸臣曰太子好道不貪世榮志樂無爲旣不還國非可如何王宜遣使審定其意必不還者當量其宜
왕은 곧 사신을 보내어 태자에게 가서 물었다.
‘내가 이제 아들을 기다리기를 목마른 이가 물 마시기를 생각하듯이 하는데 산 속에 머물러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제 어머니와 후비가 눈물을 뿌리며 마냥 길을 쳐다보며 슬피 부르짖어 근심하고 고뇌하여 어떻게 할 줄 모르니 대저 아들의 도리로 어버이를 편안케 할 것이요, 마땅히 괴롭게 하고 거스르지 못할 것이니, 사신을 따라 반드시 돌아오라.’
014_0045_a_06L王卽遣使往問太子吾今待子如渴思飮停留山中不還何意今夫人后妃揮淚望途悲號懊惱不自任處夫子道安親不宜苦逆隨使必還
사신은 명령을 받들어 이와 같이 말하였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만물이 덧없어서 형체를 오래 보존치 못하는 것이니, 집의 기쁘고 즐거움은 이별하면 괴로운 것이다. 성정과 목숨은 하늘에 말미암은 것이므로 자재(自在)를 얻지 못하는 것이니 덧없는 대상이 이르면 비록 아버지와 아들이 있을지라도 능히 서로 구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함없음을 구하여 모든 괴로움을 제도코자 하니 도를 얻는 날에는 부모님을 제도할 것이며, 이제 이곳에서 멀지 아니하니, 또한 방금이라도 가서 받들어 뵈옴이 손쉬운 일이다. 이 뜻을 이미 정하였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계획을 고쳐 나라의 대를 이을 이를 세우시라고 하여라.’
014_0045_a_10L使者受命旨曰如是太子答曰萬物無常形不久存室家歡娛離別則苦姓命由天不得自在無常對至雖有父子不能相救今求無爲欲度衆苦得道之日先度父母今此處不亦當時往奉覲目下此志已定宜更計續立國嗣
돌아온 사신은 왕께 앞의 일을 갖추어 말하였다.
왕은 곧 모든 신하를 불러 모아서 다시 태자를 세웠다.
014_0045_a_16L還信白王具說上事王卽召集群臣更立太子
이 때 왕의 부인과 태자의 후비와 채녀와 영종(營從)은 태자의 의복과 몸을 장엄하는 도구와 가지가지 단 과실과 음식과 향과 꽃과 기악을 싸가지고 길잡이를 앞뒤로 하여 산에 올라 태자의 처소에 이르렀다. 모든 선인의 무리를 밥 먹이고 인하여 태자를 맞아서 부인은 말하였다.
‘곡식을 심는 것은 주림을 방지하는 것이요, 샘을 파는 것은 목마름을 기다리는 것이며 성을 세우는 것은 도적을 방지하는 것이고, 아들을 기름은 늙어 봉양을 받고자 하는 것인데 네가 이제 나라로 돌아가지 아니한다면 내 목숨을 보전치 못하겠노라.’
014_0045_a_17L王夫人與太子后妃婇女營從齎持太子衣服嚴身之具及種種甘果飮食香華伎樂導從前後上山到太子處飯諸仙衆因迎太子夫人曰夫種穀防飢掘井待渴立郭防賊養子侍老汝今不還國者吾命不全
014_0045_b_01L태자는 꿇어앉아 부인에게 아뢰었다.
‘집을 버리고 산에 들어와 모습을 고치고 옷을 바꾸었으니 입에서 나온 침은 식용(食用)으로 맞지 않듯이 한가한 데 처하는 도사가 나라에 베풀 것이 없나니 의리와 분수가 이미 정하였으므로 가히 고쳐 옮기지 못하겠나이다. 원하옵건대 어머니는 돌아가시어 제가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살펴주소서.’
014_0045_a_23L太子長跪白夫人曰捨家處山改形易服如唾出口不中食用閑居道士於國無施理分已定非可改移寧碎身於此終不還願母時還尋爾修覲
이에 부인과 태자의 후비는 태자가 지극한 뜻이 견고하여 돌아갈 뜻이 없음을 보고 슬피 울며 고뇌하고 근심하면서 길을 따라 돌아갔다.
이 때 국왕은 오직 부인이 태자를 데리고 돌아오기를 원하여 모든 신하와 더불어 성을 나와 기다리다가 부인이 태자의 후비와 더불어 머리를 풀어 헤쳐 어지러운 머리로 가슴을 치고 부르짖으며 길을 따라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왕은 더욱 실망하고 모든 신하의 무리는 울고 눈물을 흘리지 아니한 이가 없이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갔다.
014_0045_b_04L於是夫人及太子后妃見太子至意堅固無有還意悲哭懊惱隨路而歸於時國王唯望夫人得太子還與諸群臣出城迎待唯見夫人與太子后被髮亂頭搥胸號叫隨路空歸益不樂群臣萬衆莫不啼淚迴駕還
이에 국왕이 부인과 태자의 후비를 위로하여 말하였다.
‘우리 아들이 도를 좋아하는 것이 세간에 있기 어려워서 자비로 기르고 널리 제도하여 은혜를 입지 아니한 것이 없으니 이 나라의 보배요, 보통 근기가 아니다. 이제 산에 살면서 그 뜻을 닦기를 즐겨하니 다만 안은케 하면 때로 또한 서로 볼 것이며, 이제 또한 아들과의 거리가 멀지 아니하니 음식을 보내고 소식을 왕래(往來)하면 가히 스스로 위안될 것이다.’
014_0045_b_11L於是國王諌謝夫人及太子妻子好道世閒難有慈育普濟莫不蒙恩此國之寶非凡器也今樂居山以修其志但令安隱時復相見今且與子相去不遠餉致飮食消息往來可以自慰
이때 부인이 왕의 간함을 받은 뒤에 근심하는 정이 조금 쉬어서 때때로 사람을 보내어 음식과 단 과실과 가지가지 맛난 반찬을 싸가지고 가서 산 속에 이르러 태자를 공양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향을 보시하였으며 태자도 또한 때때로 내려와서 부모께 문안드리고 인하여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도를 닦았다.
014_0045_b_16L於是夫人得王諌已憂情小歇時時遣人齎持飮食及諸甘果種種美膳往到山中供養太子如是多年太子亦時時下來問訊父母仍復還山修道
014_0045_c_01L그 산 아래 낭떠러지인 언덕의 깊은 골짜기 밑에 어미 범 한 마리가 있었는데 새끼 일곱 마리를 낳았다.
이 때 하늘에서 큰 눈이 내리어 어미 범은 새끼를 안고 이미 많은 날을 지내도록 먹을 것을 얻지 못하였다.
새끼가 얼어 죽을까 두려워서 지키느라고 주리면서도 새끼를 수호하였는데 눈은 쉬지 않고 내려 어미와 새끼가 주리고 곤하여 곧 죽게 되었다.
어미 범은 이미 굶주림의 불길에 핍박되어 도리어 새끼를 먹고자 하였다.
014_0045_b_21L其山下有絕崖深谷底有一虎母新產七子天降大雪虎母抱子已經多日不得求食懼子凍死守餓護子雪落不息母子飢困喪命不久虎母旣爲飢火所逼還欲噉子
이 때 산 위의 모든 신선 도사는 이 일을 본 뒤에 번갈아 서로 권하였다.
‘누가 능히 몸을 여의어 중생을 구제하려느냐. 이제 정히 이때이다.’
태자는 들은 뒤에 외쳤다.
‘좋다. 원하건대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
014_0045_c_02L上諸仙道士見是事已更相勸曰能捨身救濟衆生今正是時太子聞已唱曰善哉吾願果矣
그리고는 가서 낭떠러지의 끝에 이르러 아래를 바라보았다. 어미 범이 새끼를 안고 눈에 덮여 있음을 보고 크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산꼭대기에 서서 머물러 적연(寂然)히 정에 드니 곧 청정무생법인(淸淨無生法忍)을 얻어 과거 수없는 겁의 일과 미래도 또한 그러한 것을 보고 바로 와 스승과 5백의 함께 배우는 이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몸을 버리겠으니, 원하건대 각각 따라 기뻐하소서.’
014_0045_c_05L往到崖頭向望視見虎母抱子爲雪所覆生大悲心立住山頭寂然入定卽得淸淨無生法忍觀見過去無數劫事未來亦爾卽還白師及五百同學吾今捨願各隨喜
스승은 말하였다.
‘도를 배운 날이 얼마 되지 않아서 알고 본 것이 넓지 못한데 어찌 갑자기 스스로 죽어 사랑스런 몸을 버리려 하는가.’
014_0045_c_10L師曰學道日淺知見未何忽自夭捨所愛身
태자는 대답하였다.
‘제가 지난 세상에 서원하기를 〈1천 몸을 버리겠다〉고 하였는데, 먼저 이미 9백99번의 몸을 버리었으니 오늘 여기서 버리면 꼭 1천 번의 몸을 채우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버리겠사오니, 원하옵건대 스승께서는 따라서 기뻐하소서.’
014_0045_c_11L太子答曰昔有願應捨千身前已曾捨九百九十九身今日所捨足滿千身是故捨願師隨喜
스승은 말하였다.
‘그대의 뜻과 원이 높고 묘하여 능히 미칠 이가 없어서 반드시 먼저 도를 얻을 것이니 다시 잃지 말라.’
태자는 스승과 하직하고 돌아섰다.
014_0045_c_14L師曰卿志願高妙無能及者必先得道勿復見遺太子辭師而去
이에 대사는 5백의 신선 도사와 더불어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태자를 전송하러 산 언덕 끝에 이르렀다.
이 때 부란(富蘭)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남녀 5백 사람을 데리고 음식을 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공양하려다가 태자가 몸을 버리려는 것을 보고 슬피 느껴 울부짖으면서 또한 태자를 따라 산 언덕 끝에 이르렀다.
014_0045_c_16L於是大師與五百神仙道士涕淚滿送太子到山崖頭有富蘭長者將從男女五百人齎持食飮上山供養見太子捨身悲感啼哭亦隨太子至山崖頭
014_0046_a_01L이에 태자는 모든 사람의 앞에서 큰 서원을 발하였다.
‘내가 이제 몸을 버리어 중생의 목숨을 구제하오니 이 공덕으로 빨리 보리를 이루고 금강의 몸인 상(常)ㆍ낙(樂)ㆍ아(我)ㆍ정(淨)의 함없는 법신(法身)을 얻어서 제도치 못한 이를 제도하며 해탈치 못한 이를 해탈케 하며 편안치 못한 이를 편안케 하소서.
014_0045_c_21L於是太子在衆人前發大誓願我今捨身救衆生命所有功德速成菩提得金剛身常樂我淨無爲法身未度者令度未解者令解未安者令安
나의 이제 이 몸은 덧없는 것이며 번뇌의 모든 독이 모인 것이며,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아홉 구멍이 차서 흐르고 4대(大)의 독뱀이 쏘는 바며, 다섯의 칼 뺀 도적이 쫓아서 상해(傷害)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몸은 돌이킴이 없도다. 맛나고 감미로운 음식과 5욕락(欲樂)으로 이 몸을 공양할지라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선한 은혜를 갚음이 없고 도리어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몸이라는 것은 오직 괴롭게 하는 것이요, 즐거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014_0046_a_02L今此身無常苦惱衆毒所集此身不九孔盈流四大毒蛇之所蜇螫拔刀賊追遂傷害如此身者爲無反甘膳美味及五欲樂供養此身終之後無善報恩反墮地獄受無量夫人身者唯應令苦不得與樂
태자는 가지가지로 그 몸의 허물을 꾸짖은 뒤에 또한 서원을 발하였다.
‘이제 내가 살과 피로 저 주린 범을 구제하오니 남은 사리(舍利)와 뼈로 우리 부모가 후일에 꼭 탑을 세워서 일체 중생의 몸에 모든 병으로 인한 괴로움이 숙세 죄의 인연으로 생겨 탕약(湯藥)과 침구(鍼灸)로는 낫지 못하는 이로 하여금 내 탑에 이르러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면 병의 가볍고 중함에 따라 백 일이 지나지 아니하여 반드시 낫게 하소서. 만일 진실하고 허망하지 아니할진댄 모든 하늘은 향기로운 꽃을 비내리소서.’
모든 하늘은 소리에 응하여 만타라(曼陀羅)꽃을 비처럼 내리고 땅은 모두 진동하였다.
014_0046_a_08L太子種種呵責其身諸過咎已又發誓言今我以肉血救彼餓虎餘舍利我父母後時必爲起塔令一切衆生身諸病苦宿罪因緣湯藥鍼炙不得差者來我塔處至心供養隨病輕重不過百日必得除愈若實不虛者諸天降雨香華諸天應聲雨曼陁羅地皆振動
태자는 곧 사슴 가죽 옷을 벗어서 머리와 눈 위에 묶고 손을 모으고는 몸을 범의 앞으로 던졌다.
이에 어미 범은 보살의 살을 먹어서 어미와 새끼가 다 살아나게 되었다.
014_0046_a_16L太子卽解鹿皮之衣以纏頭目合手投身虎前於是虎母得食菩薩肉子俱活
이 때 언덕 머리의 모든 사람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태자가 범의 먹이가 되어 뼈와 살이 이리저리 흩어졌음을 보고 슬피 부르짖어 크게 외치는 소리가 산 속에 진동하였다.
어떤 이는 가슴을 치며 스스로 뒹굴어 땅에 엎드리는 이도 있으며, 어떤 이는 고요히 생각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이는 머리를 조아리며 태자에게 참회하는 이도 있었다.
014_0046_a_19L崖頭諸人下向望視見太子爲虎所噉骨肉狼藉悲號大叫聲動山中或有搥胸自撲夗轉臥地有禪思或有叩頭懺悔太子
014_0046_b_01L이 때 수타회(首陀會)의 모든 하늘과 천제석(天帝釋)과 4천왕(天王)들과 해와 달과 모든 하늘의 천만 대중이 모두 위없는 보리(菩提)의 마음을 발하여 노래와 기예와 기악을 울리고 향을 태우며 꽃을 뿌리는데 만타라꽃으로 태자를 공양하면서 이 말을 외쳤다.
‘훌륭합니다. 마하살타(摩訶薩埵)여, 이로부터 오래지 않아 마땅히 도량에 앉을 것입니다.’
014_0046_a_22L爾時陁會諸天及天帝釋四天王等日月諸天數千萬衆皆發無上菩提之心作倡伎樂燒香散華曼陁羅華供養太子而唱是言善哉摩訶薩埵從是不久當坐道場
이와 같이 세 번을 외치고는 각각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5백 선인은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뜻을 발하였으며 신선의 큰 스승은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014_0046_b_04L如是三唱已各還天五百仙人皆發無上正眞道意仙大師得無生忍
왕과 부인은 이튿날 심부름꾼을 보내어 음식을 싸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태자를 먹이려고 하였는데, 항상 머무는 돌 집에 이르니 오직 침구와 사슴가죽 옷과 일산과 발우와 석장(錫杖)과 물병과 세면기만 집 가운데 있고 태자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두루 사람에게 물었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고 오직 선인들이 열씩 다섯씩 서로 보면서 눈물을 훔칠 뿐이었다.
014_0046_b_06L王及夫人明日遣使齎持飮食上山餉太子到常住石室唯見臥具鹿皮衣傘蓋鉢盂錫杖水甁澡罐悉在室中不見太子周遍問人無有應者唯見仙人十十五五相向啼泣
큰 스승의 처소에 이르니 오직 선사가 손으로 뺨을 감싸고 눈물이 눈에 가득하여 신음(呻吟)하며 앉아 있는 것만 보이었다.
두루 캐어 물었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으므로 심부름꾼은 두려워서 곧 음식을 모든 선사에게 보시하고 달려 돌아와 부인에게 위의 일을 갖추어 말하였다.
부인은 말하였다.
‘우리 아들이 보이지 아니하면 다른 여러 선인들은 보이더냐?’
014_0046_b_11L到大師所唯見仙師以手拄頰涕淚滿目呻吟而坐周帀推問無有應對使者怖懼卽以飮食施諸仙士走還白夫人具說上事夫人曰不見我子見諸仙不
대답하였다.
‘다만 선사가 열씩 다섯씩 서로 보고 우는 것만 보았나이다.’
부인은 말하였다.
‘재앙이 났다. 우리 아들이 죽었구나.’
014_0046_b_15L答曰但見仙士十十五五相向泣涕夫人曰禍哉吾子死矣
그러면서 가슴을 치며 크게 부르짖으면서 달려서 왕에게 나아갔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는 평상에서 떨어져서 정신이 흐리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모든 신하와 1만 대중이 와서 왕의 곁에 모여 머리를 조아리며 간하였다.
‘태자께서 산에 있으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는데 어찌 애통(哀慟)해 하시나이까? 원하옵건대 왕께서는 그만 진정하시옵소서.’
014_0046_b_17L搥胸大叫走詣王王聞是已從牀而落迷不知群臣萬衆來集王側叩頭諌曰子在山未審虛實何爲哀慟願王小息
이에 왕과 부인과 후비와 채녀와 신하와 백성이 옷을 걷고 맨발로 걸어서 달려 산에 올라갔다.
014_0046_b_21L於是王及夫人后妃婇女臣佐吏民褰裳徒跣奔走上山
014_0046_c_01L이 때 장자 부란이 또한 맞아서 왕께 사뢰었다.
‘태자께서는 어제 몸을 바위 아래 던져 살은 범의 먹이로 모두 먹이고 이제 오직 뼈만 남아 이리저리 흩어져 땅에 있나이다.’
014_0046_b_23L爾時長者富蘭亦逆來告王曰太子昨日投身巖下以肉飴虎今唯餘骨狼藉在地
장자는 곧 왕을 인도하여 태자의 시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왕과 부인과 후비와 채녀와 모든 신하와 관원과 백성이 소리를 내어 슬피 통곡하니 산골짜기가 진동하였으며, 왕과 부인은 태자의 시체에 엎드려 심장과 간장이 끊어진 듯 기절하여 사람을 알지 못하였다.
014_0046_c_03L於是長者卽引導王到太子屍處及夫人后妃婇女群臣吏民擧聲悲振動山谷王與夫人伏大子屍上肝斷絕悶不識人
비는 앞으로 머리를 찧으며 태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심장과 간장이 끊어질 듯 울고 통곡하며 목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어찌 이다지도 운명이 박하게 살아서 나의 높은 이를 여의게 되느냐. 오늘 영원히 헤어지면 다시 뵈옵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나의 몸으로 하여금 부서져서 티끌 가루와 같이 하고, 나의 하늘로 하여금 졸지에 이와 같지 아니하게 하소서. 태자께서 이미 죽으셨으니 내가 살 필요가 있겠느냐.’
014_0046_c_07L妃前抶頭理太子心肝摧碎啼哭聲%(言*害)一何薄命生亡我尊今日永絕不復得見寧使我身碎如塵粉不令我天奄忽如今太子已死我用活爲
이 때 모든 신하는 왕께 여쭈었다.
‘태자께서는 보시하면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서원하였는데, 덧없는 귀신의 침범한 바 되었사오니 아직 썩지 않아서 마땅히 공양을 베풀어야 하나이다.’
014_0046_c_11L群臣白王子布施誓度群生無常殺鬼所侵奪也及未臭爛宜設供養
그리고 곧 뼈를 거두어서 산골짜기를 나와서 평탄(平坦)한 땅에 전단향의 섶과 가지가지 향 나무를 쌓고 모든 향과 타락과 기름과 비단 일산과 휘장과 깃발로 태자를 다비[闍維]하여 사리(舍利)를 거두어 보배 그릇에 담고 곧 그 가운데 7보탑(寶塔)을 세우고 가지가지 보배로운 물건으로 장엄하였다. 그 탑 4면(面)의 길이와 너비는 10리(里)였는데, 가지가지 꽃과 과실을 벌여 놓았으며 흐르는 샘과 못이 단엄(端嚴)하고 정결하였다.
왕은 항상 4부(部) 기악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낮과 밤으로 이 탑에 공양하고 즐겁게 하였다.”
014_0046_c_13L卽收骸骨出山谷口於平坦地積栴檀香薪及種種香木諸香蘇油繒蓋幢幡以用闍維太子收取舍利以寶器盛之於其中起七寶塔種種寶物而莊挍其塔四面縱廣十里列種種華果流泉浴池端嚴淨潔王常令四部伎晝夜供養娛樂此塔
014_0047_a_01L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태자는 나의 몸이요, 이 때 부왕은 곧 지금의 나의 아버지 열두단(閱頭檀)이요, 이 때 부인은 어머니 마야(摩耶)요, 이 때 후비는 지금의 구이(瞿夷)요, 이 때 대신 사야는 아난이요, 이 때 산 위의 신선의 큰 스승은 미륵(彌勒)이요, 배제사(裴提舍)왕은 난타(難陀)요, 이 때 바라문은 라운(羅雲)이니라.
014_0046_c_20L佛告阿難時太子者我身是時父王卽今我父閱頭檀是時夫人者母摩耶是爾時后妃者今瞿夷是時大臣闍耶者阿難是爾時山上神仙大師彌勒是也裵提舍王者難陁是也時婆羅門者羅雲是也
미륵보살은 옛적부터 항상 나의 스승이었는데 내가 보시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중생을 구제한 까닭에 스승보다 앞서 훌쩍 9겁(劫)을 초월하였으니 지금의 부처를 얻음에 이르기까지 제도함이 끝이 없었느니라.”
014_0047_a_03L彌勒菩薩從昔已來常是我師以吾布施不惜身命救衆生故超越師前懸挍九劫致得佛濟度無極
부처님께서 이를 말씀하실 때 하늘과 용과 사람 8만 4천이 모두 위없는 평등도(平等道)의 뜻을 발하였고, 8천 비구가 샘이 다하고[漏盡] 맺음이 풀리어[結解] 응진도(應眞道)를 얻었으며, 왕과 모든 신하와 하늘과 용과 귀신(鬼神)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갔다.
014_0047_a_06L佛說是時天龍及人八萬四千皆發無上平等道意八千比丘漏盡結解得應眞道王與群臣鬼神聞佛所說皆大歡喜禮佛而去
[단향(丹鄕)본에는 이하의 글이 이어져 있다.]
014_0047_a_10L丹鄕本續有
이 때 국왕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뒤에 곧 이곳에 큰 탑을 세웠으니, 이름은 보살투신아호탑(菩薩投身餓虎塔)이라고 하였는데, 현재 탑의 동쪽 방면 산 아래 승방(僧房)과 강당(講堂)과 정사(精舍)가 있는데 항상 5천 무리의 승려가 있으면서 4사(事)로 공양 받으며 법이 성하였다.
014_0047_a_11L爾時國王聞佛說已卽於是處起立大塔名爲菩薩投身餓虎塔現在塔東面山下有僧房講堂精舍常有五千衆僧四事供養法盛
이 때 모든 나라 안의 사람으로 나병(癩病)과 미친 이와 귀머거리와 장님과 팔과 다리가 절룩거리는 이와 가지가지 병든 이가 있어서 모두 와서 이 탑에 나아가 향을 태우고 등불을 켜며 향으로 이겨 땅에 바르고 닦고 다스리며 쓸며 씻고 아울러 머리를 조아려 참회하면 온갖 백 병이 모두 나았다.
014_0047_a_14L爾時見諸國中有人癩病及顚狂聾盲腳躄跛及種種疾病悉來就此塔然燈香埿塗地修治埽灑幷叩頭懺悔百病皆愈
앞에 와서 나은 이는 문득 가고 뒤에 온 이가 또한 그래서 항상 백이 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귀하고 천한 이를 물을 것 없이 모두 그렇게 하여 내내 끊어지는 때가 없었다.
014_0047_a_18L前來差者便去後來輒爾常有百餘人不問貴賤皆爾無絕時
佛說菩薩投身飴餓虎起塔因緣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