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32_a_01L불설사원경(佛說四願經)


오(吳) 월지국(月支國) 지겸(支謙) 한역
김성구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언젠가 부처님께서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1)에 계실 때,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니연(尼延)2)나무 밑에 앉아서 수천만의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때에 성안에 부유한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재물이 셀 수 없었으며, 이름은 춘다[純陀]였다. 춘다에게 아들이 있었으나 그의 나이 열네 살에 중병이 들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이내 죽으니, 부모ㆍ형제ㆍ안팎의 친척이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므로 슬피 울고 근심하였던 일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에 춘다는 부처님께서 오셔서 교화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대단히 기뻐하면서 곧 그의 처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여기에 계시니 마땅히 가서 뵙시다. 부처님께서 경과 법을 설하시는 것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음이 없어서 근심과 걱정이 없어지리다.”
곧 그의 부인과 친족과 부리는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장자 춘다가 합장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람이 세간에 있으면서 돈과 재물을 모으기에 생각을 고달프게 하여 입거나 먹지도 못하고, 보시를 하거나 경과 계를 받들어 지님을 알지 못함은 높고 낮음이 없나이다. 소원대로 되었더라도, 어떤 때에 목숨이 마치면 부모ㆍ형제ㆍ처자ㆍ친척이 슬피 울고, 그를 위해 관(棺)과 염(歛)을 마련하며, 재산과 보물과 옷가지와 음식으로 보내니, 죽은 이에게 어떠한 이익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춘다와 모여 있던 모든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말을 듣고, 잘 생각하여라.”
춘다와 권속들과 모든 제자들이 다 합장하고, 일심으로 가르침을 받아 들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네 가지 소원이 있으나 항상 보존할 수는 없으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 소원이란, 사람으로서 목욕하고 치레하고 밥 먹고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을 받을 때는 항상 먼저 하기를 바라거니와, 질병이 갑자기 이르면 막지 못하고, 목숨이 다하면 몸이 굳어서 땅에 누워 사람의 혼신(魂神)을 따라가지 못하니, 공연히 사랑한들 다시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두 번째 소원이란, 재산과 벼슬과 봉록(俸祿)이니, 얻은 이는 기뻐하고, 얻지 못한 이는 근심하다가 질병이 나서 죽음이 이르러 목숨이 다하면, 가지고 있던 재물과 벼슬과 봉록은 그대로 세간에 남아 있어 사람의 혼신을 따라가지 못하거늘, 공연히 근심하고 괴로워하느니라.
세 번째 소원이란, 부모ㆍ형제ㆍ처자ㆍ안팎의 친척ㆍ벗과 선지식의 은혜와 애정이 즐겁고 성대하나 질병이 들어 죽음이 이르러 목숨이 다하면 아무도 나를 구제하지 못하며, 또한 나의 혼신을 따라가지 못하건만, 공연히 울면서 나를 성 밖이나 깊은 무덤까지 전송하여 나를 버리고는 각각 빨리 돌아가느니라. 비록 나를 생각하고 슬퍼하나 불과 10일이요, 집안의 친척 남녀가 모여서 마주 보고 노래와 춤을 추며, 즐겁게 함께 음식을 먹고, 서로 웃고 지껄이기에 죽은 사람은 잊어버리느니라. 비록 부모ㆍ형제ㆍ처자ㆍ안팎의 친척ㆍ벗과 선지식이라도 나의 목숨을 따라 함께 가지 못하거늘, 공연히 슬퍼하니,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네 번째 소원이란, 바로 사람의 뜻[意]이니, 천하의 사람들이 능히 그 뜻을 잘 수호하는 이가 거의 없어서 모두가 방심(放心)하고, 뜻을 멋대로 하며, 다섯 가지 즐거움에 음탕하고, 이익을 탐내어 질투하고, 성내어 싸움을 일으키고, 도덕을 믿지 않다가 몸이 죽고 목숨이 다하여 혼신이 떠나는 데 이르느니라. 세 가지가 서로 따르고 좇아서 서로 여의지 않음이 마치 참새가 나는데 뜻이 두 날개를 따르는 것과 같으니라. 뜻은 몸과 정신[神]이요, 두 날개는 혼(婚)과 백(魄)이니, 사람이 그 뜻을 수호하지 못하면 모두 나쁜 생각이 시키는 바를 좇아서 살생ㆍ도둑질ㆍ탐욕ㆍ음행을 하리라. 살았을 때에 지은 죄로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 굶주린 아귀가 되고, 죄를 마치면 나와서 축생이 되어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니, 사람이 방심하고 쾌락한 까닭에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드느니라.”
부처님께서 춘다와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반드시 너희들의 마음을 단정히 하고 너희들의 뜻을 수호하라. 자세히 스스로 생각하면 몸은 나의 몸이 아니며, 내가 가진 물건도 나의 것이 아님을 알리라.
마땅히 가진 것을 자세히 계교하라. 부모ㆍ형제ㆍ처자ㆍ다섯 가지 친척ㆍ벗ㆍ선지식ㆍ벼슬ㆍ봉록을 생각하여 얻으려고 하지만 만족함이 없으며, 이른바 내 몸에 이익이 있다는 것도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오면 모두 내 몸을 이익되게 할 수 없으며, 또한 나를 위해 물리쳐 주지도 못하느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뽑아 가려서 도를 닦지 못하는 것은, 마치 앵무새[鸚鵡]가 그의 꼬리를 사랑하다가 사냥꾼에게 잡히는 것과 같으니, 밝은 사람은 자세히 생각하라. 이 네 가지 소원은 사람의 혼신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공연히 그것 때문에 고달프고 괴로워하느니라.
은애(恩愛)의 뿌리를 뽑음으로 인하여 세 가지 나쁜 길을 끊고 세 가지 좋은 길을 얻으리니, 첫째는 다시 늙지 않고, 둘째는 다시 병들지 않으며, 셋째는 다시 죽지 않는 것이니라. 굳게 뜻을 수호하라. 그러면 해탈을 얻으리라.”
모든 제자들이 경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020_1132_a_01L佛說四願經吳月支國居士支謙譯聞如是一時佛在拘夷那竭國與五百比丘僧坐於尼延樹下爲數千萬人說法於是城中有豪長者財富無名曰純陁純陁有子厥年十四重病不免所疾遂便喪亡父母兄弟宗親中外莫不愛重啼哭憂愁安可言乎爾時純陁聞佛來化心大歡喜便告其妻言今佛在此宜當往見聞佛說經法者莫不解悅忘憂除患與其妻親族僕使俱到佛所爲佛作卻坐一面長者純陁長跪叉手白佛言人在世閒積聚錢財思慮勤不敢衣食不知布施奉持經戒尊無卑獲得如願者或時命盡父母兄弟妻子親屬啼哭愁毒爲其棺殮遣送財寶衣被飮食寧有益於死者佛告純陁及諸會弟子聽我所說善思念之純陁眷屬諸會弟子皆各叉手一心受教而聽佛言人有四願不可常保何等爲四第一願者是人身沐浴莊飾飯食五常先與之疾病卒至不能止之盡軀强在地不隨人魂神去空愛重復何益也第二願者謂有財產官爵俸祿得之者喜不得愁憂疾病死至命盡所有財物官爵俸祿故在世閒不隨人魂神去空爲愁苦第三願者謂有父母兄弟妻子中外親屬朋友知識恩愛榮樂疾病至死命盡復不能救我命亦不能隨我魂神去空啼哭送我到城外深塚閒棄我去各疾還歸雖追念我愁苦憂不過十日諸家宗族男女聚會向歌儛快共飮食相對談笑捐忘死雖有父母兄弟妻子中外親屬知識不能共追我命空悲之復何益也第四願者是人意天下人少有能守護其意者皆放心恣意婬於五樂利疾妒忿怒鬪諍不信道德至於身死壽盡魂神去矣三者相追逐不得相離譬如雀飛意隨其兩翅意爲身兩翅爲魂魄人不能守護其意皆從惡念所爲婬以生時所爲罪死入太山地獄中爲飢餓鬼罪竟乃出爲畜生當爲人所屠割作人放心快意故入三惡道佛告純陁及諸弟子當端汝心守護汝意諦自思惟知身非我身所有財亦非我許當諦計挍所有父母妻子五種親屬朋友知識官爵祿念欲得之無有厭足謂有益於我死來皆不能益於我身亦不能爲我卻之人不能自拔爲道如鸚鵡鳥愛其毛尾爲射獵者所得賢者諦知是四願不隨人魂神去空爲之困苦因拔恩愛之根絕三惡之道三善道一者不復老二者不復病者不復死堅守護其意乃可得度弟子聞經歡喜爲佛作禮佛說四願經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쿠시나가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곳이다.
  2. 2)열반(涅槃)과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