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148_b_01L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020_1148_b_01L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서진(西晋) 축법호(竺法護) 한역
이상하 번역
020_1148_b_02L西晉三藏竺法護譯



아뇩달용왕(阿耨達龍王)[진(晋)나라 말로는 무분(無焚)]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보살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서, 신통과 용맹한 덕성을 지니고 곤륜산에 살고 있었다. 이 용왕은 보배 궁전에 살면서 다섯 강[五河]의 근원을 맡아 다스리고 있었다. 이 근원에는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물의 연못이 있고, 일곱 가지 색깔의 연꽃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곧 자신의 전생(前生) 일을 알 수 있었다.
020_1148_b_03L蓋阿耨達龍王者晉名無焚佛在世時受別菩薩也有神猛之德據于崑崙之墟斯龍所居宮館寶殿五河之源則典覽焉有八味水池華殖七色服此水者卽識宿命
이때 용왕은 부처님과 오백 상수(上首) 제자에게 이 물을 마시고 연꽃 위에 앉아 저마다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을 말해 줄 것을 청하였다. 그랬더니 모두 미세한 일로 인하여 보응(報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륵(彌勒)의 경우는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행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세상을 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각자 노래를 지어 읊었다.
020_1148_b_09L於時龍王請佛世尊及五百上首弟子進膳畢訖坐蓮華上追講本起所造罪福皆由纖微轉受報應彌劫歷紀莫能自濟値正覺乃得度世各自撰歌而達頌曰

1. 대가섭품(大迦葉品)[열아홉 수의 게송]
020_1148_b_13L大迦葉品第一 十九偈

부처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법을 펼치시어
번뇌의 속박 끊고 사위국에 거니시네.
육근(六根)이 적정하고 덕이 높고 높은
여래께서 비구들께 이렇게 말씀하셨네.
020_1148_b_14L佛人中上爲法御
斷除結獄遊舍衛
諸根爲寂德巍巍
如來自告其比丘

귀신들이 모두들 즐거워하는 저 곳엔
갖가지 온갖 꽃들 한량없이 많네.
네 물줄기 용솟음쳐 사방으로 흐르고
저 강물들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돌아가네.
020_1148_b_16L有諸鬼神所娛樂
種種衆華無央數
四瀆涌出向四方
彼諸流河歸江海

사두나제백사자(私頭那提伯師子)란 저 곳엔
사람들은 갈 수 없고 신족통으로만 이르나니
빠르게 날아서 훌쩍 뛰어넘어
우리 다 함께 저 연못의 근원으로 가세나.
020_1148_b_18L私頭那提伯師子
人不能至神足到
飛行疾矣乃越耳
疾共詣彼淵流池

비구들이 대답하기를, 예 알겠습니다 하고
큰 신통 얻은 상수 제자들은
부처님의 분부 받고 신족통을 부리니
마치 기러기 왕이 기러기떼를 인도하듯 하도다.
020_1148_b_20L比丘曰善唯從命
大通安住上弟子
聞尊教勅乘神足
譬如鴈王導衆鴈

강물 위로 다 함께 날아가면서
서로 쳐다보며 희희낙락 즐거워하니
천중천(天中天)이신 부처님도 이와 같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허공을 날아가시네.
020_1148_b_22L行詣進遊于江河
悅觀輩類相娛樂
佛天中天亦如是
與弟子俱而飛騰
020_1148_c_02L
부처님께서 제자들께 말씀하시기를
전생에 지난 일을 정녕 안다면
저마다 무슨 일을 하였길래
한량없는 복 얻었는지 내게 말하라.
020_1148_c_02L佛至告諸弟子曰
寧識前世所更歷
爲我各說誰行步
而獲其福不可量

가섭은 어진 부처님의 제자이니
비유하자면 사자가 깊은 숲속을 다니듯
내가 가는 곳엔 누구도 막지 못하지만
전생에 한 일을 말해 본다면
020_1148_c_04L彼迦葉仁佛弟子
譬如師子歷深山
設有所歷無敢當
則說前世所作行

들판에 난 귀리를 베어다가
벽지불께 조금 보시하여
번뇌 없이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고
두타행을 닦아 마음이 고요하길 바란 것뿐
020_1148_c_06L採取于野燕麥耳
少所施與辟支佛
解脫心樂無有漏
奉于空行意寂寞

당시 마음속에 이러한 소원을 두었다가
점차 훌륭한 진리를 생각하여
이러한 사람들과 모여 살다가
마침내 울단월(鬱單越)에 태어났다네.
020_1148_c_08L彼時心念有此願
尋卽思惟於上法
與如是人俱合會
於此終生鬱單曰

이러한 인연으로 복을 받아
다시 천 번이나 울단월에 태어나고
그런 뒤에 승명천(勝明天)에 태어났나니
그곳에서 우뚝하여 비길 이가 없었네.
020_1148_c_10L用彼因緣福所致
更歷千反鬱單曰
然後生于勝命天
於中最特無有雙

나는 당시에 닦은 복덕으로
다시 천 번을 도리천에 태어나니
갖가지 꽃과 향, 보배를 걸치고
몸은 매우 아름답고 자재로웠네.
020_1148_c_12L吾用彼福所造德
亦復千反生忉利
著種種華香寶瓔
身微妙好而自在

천상에서 수명을 마치고서는
이윽고 다시 울단월에 태어나
전생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니
당시 복덕을 쌓은 인연 덕택이라.
020_1148_c_14L旣於天上壽終已
便復則生鬱單曰
用彼前世願所致
以作是福因緣故

부유한 범지의 집안에 태어나니
재산과 가업이 헤아릴 수 없이 많건만
세상 즐거움에는 탐욕 두지 않았는데
부처님 뵈오니 비길 데 없이 훌륭하셨네.
020_1148_c_16L生于富家梵志種
財產衆業無央數
在五樂中而不貪
其於是佛無等倫

큰 자비심으로 법을 말씀해 주시니
나는 일심으로 육근을 고요히 하여
칠각의(七覺意:七覺支)에다 팔정도를 닦아
드디어 불법의 이치 얻게 되었네.
020_1148_c_18L大哀所可講說法
諸力一心定衆根
七覺之意八道行
以爲獲致於此法

번뇌를 끊고 손에는 등불 들고
이 대중 속에 가장 늦게 참여하여
함께 모여 정도를 행하고 사도를 멀리 하니
여래이신 부처님의 말씀 착한 법이라.
020_1148_c_20L便盡諸漏手執燈
與此衆等最後俱
合會行正直離邪
佛者如來所說善

금하신 계율 지키는 이 받들어 뜻한 바 얻고
그 뜻과 생각처럼 바라는 바를 구했네.
최후의 나의 몸이 구족함으로써
생사를 다하고 그 근본을 뽑아버렸네.
020_1148_c_22L奉禁戒人所志得
如其意念所欲求
最後我身以具滿
爲盡生死拔根株
020_1149_a_02L
나는 애착의 결박을 모두 끊어 없앴으니
불법에 있어 왕자라 할 만하네.
첫째 만족할 줄 알고 늘 도를 생각하여
마음을 청정히 비우고 집착하지 않으니
나의 뜻 굳건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마치 움직일 수 없는 큰 산과 같네.
020_1148_c_24L我皆絕除諸愛結
則爲是佛法王子
第一止足常思道
心空淸淨無所著
其志堅固無能轉
譬如大山不可動

이와 같이 가섭은
비구 스님들 가운데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전생에 지은 복과 인연을 스스로 말하옵니다.
020_1149_a_04L如是迦葉尊
在諸比丘僧
阿耨達大池
自說本福緣

2. 사리불품(舍利弗品)[열 수의 게송]
020_1149_a_06L舍利弗品第二 十偈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그곳에서 사문(沙門)을 보았는데
벽지불이신 그 분께서는
몸에 붉은 옷을 걸치고 계셨네.
020_1149_a_07L吾爲仙閑居
於彼見沙門
辟支佛之尊
身著絳衣被

그 분 뵙고 환희심 내어
그 분 위해 옷을 빨아드리고
그리고 가사도 기워드리고서
자주자주 그 분께 예배 올렸었네.
020_1149_a_09L睹之心歡喜
爲之浣衣服
復爲縫袈娑
數數爲作禮

그 분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곧 허공으로 훌쩍 날아 올라
아래 위로 물과 불을 뿜더니
잠깐 사이에 홀연히 보이지 않으셨네.
020_1149_a_10L彼則愍念我
便飛虛空中
上下出水火
須臾忽不見

나는 즉시 두 손을 모으고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원력을 세웠네.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총명과 큰 지혜를 얻어지이다.
020_1149_a_11L我卽時叉手
自心作是願
令我得如是
聰明大智慧

부잣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늘 평범한 집에 태어나서
사문이 될 뜻을 품게 하소서.
020_1149_a_13L莫令生豪家
亦勿生賤種
常生于中家
志多作沙門

이때 쌓은 이러한 공덕 덕택에
나는 오백 생(生) 동안에 걸쳐
늘 사람의 몸을 얻고
세세생생 사문이 되었었네.
020_1149_a_14L用是功德故
吾以五百世
常獲致人身
世世作沙門

이에 최후의 생(生)인 지금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020_1149_a_15L於是最後世
復還得人種
以値見正覺
導師無有上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020_1149_a_17L則辦爲沙門
於釋師子所
成就阿羅漢
淸涼而滅度

이제 세존께서는, 지금 여기 있는
비구 대중들 가운데에서
나의 지혜 가장 높으니
바른 진리 펴리라고 말씀하시네.
020_1149_a_18L今世尊目前
於比丘僧衆
論我智慧上
轉于正法輪

지혜 제일 사리불은
비구 스님들 앞에서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49_a_19L舍利弗智慧
於比丘衆前
阿耨達大池
自說本宿行

3. 마하목건련품(摩訶目犍連品)[열다섯 수의 게송]
020_1149_a_21L摩訶目揵連品第三 十五偈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깊은 숲속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는
사문이 되게 해 달라고 내게 요청하였네.
020_1149_a_22L吾爲仙閑居
處于林樹閒
於彼有人來
求我作沙門

내가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그의 의복을 빨아준 다음
옷을 깁고 물들이는데
마음속에 저절로 환희가 넘쳤네.
020_1149_a_24L吾除其鬚髮
爲浣其衣服
縫之而染之
心中自歡喜
020_1149_b_02L
그는 한쪽으로 물러나서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더니만
곧 벽지불이 되어서는
훌쩍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020_1149_b_02L彼退在一面
而結跏趺坐
則得辟支佛
便飛于虛空

나는 이때 원력을 세웠나니
이 몸이 신족통을 얻어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큰 신통력을 얻어지이다.
020_1149_b_03L我時卽興願
令身得神足
使吾得如是
大力大神足

이때 쌓은 복덕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이건 인간 세상이건
내가 지은 복덕을 받았네.
020_1149_b_05L用是福德故
在在所生處
天上及人中
照燿所造福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사람의 몸을 얻고서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020_1149_b_06L於時最後世
以逮得人身
如値見正覺
導師無有上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020_1149_b_07L以爲作沙門
於釋師子所
則成阿羅漢
淸涼而滅度

내가 지은 선행은 매우 적건만
한량없는 편안함을 누렸었네.
나는 또 나쁜 짓을 하였는데
이제 말할테니 들어보소서.
020_1149_b_09L所作善甚少
得安隱無量
我復作不善
今說且聽之

동쪽 나열지(羅閱祗)로 가서
존귀한 이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집을 나가 밖으로 돌아다니며
남의 집에 음식을 구걸하였네.
020_1149_b_10L東出羅閱祇
生爲尊者子
出舍外遊戲
人家求飮食

그러다 돌아와 부모를 뵈었더니
두 사람은 서로 즐거워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만 매질을 해대며
욕설을 하고 내쫓았다네.
020_1149_b_11L卽見其父母
二人共相娛
見之卽撾我
罵詈而逐我

나는 단지 올바르게 처신만 할 뿐
몸으로는 보시행을 하지 않다가
흑승지옥(黑繩地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네.
020_1149_b_13L但以王命耳
其身不施行
墮于黑繩獄
受苦不可計

그 때의 남은 재앙 때문에
최후의 이 생(生)에 와서도
삿된 외도(外道)에 빠져
몸을 학대하여 갈대처럼 여위었네.
020_1149_b_14L其彼餘殃故
於是最後世
諸外異道學
撾碎身如葦

나는 응당 이 질병을 앓다가
수명이 다하면 열반을 얻게 되리니
전생에 지은 나머지 재앙도
이때에 다 소멸하게 되리.
020_1149_b_15L吾當以是疾
壽終而滅度
彼所作餘殃
爾乃滅盡耳

이에 마땅히 즐거운 마음으로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기나니
환희심을 가지기만 하면
인간이 천상보다 나을 수 있다네.
020_1149_b_17L是故當悅心
至孝事父母
用歡悅心故
人得勝天上

이와 같이 구율존(拘律尊)은
비구 대중들이 계신 곳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49_b_18L如是拘律尊
在于比丘衆
阿耨達大池
自說本因緣

4. 윤제타품(輪提陀品:淨除)[열일곱 수의 게송]
020_1149_b_19L輪提陁品第四 淨除十七偈

나는 옛날에 가는 절마다
깨끗하지 못한 곳을 보기만 하면
즉시 빗자루를 가지고서
그 절을 깨끗이 청소하였네.
020_1149_b_20L我昔往詣寺
見地不淨處
卽取其掃帚
便掃彼寺舍

마침내 절이 깨끗한 걸 보고서는
마음에 뛸 듯이 기쁨이 넘쳐
나도 깨끗하고 티끌조차 없게 되어
이 절처럼 청정하기를 기원하였네.
020_1149_b_22L竟睹寺淸淨
心中甚忻踊
令我無垢塵
如此寺舍淨

이때 쌓은 공덕 덕택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치고
비길 데 없이 단정하였네.
020_1149_b_23L用是功德故
在在所生處
面色和悅姝
端正難可比
020_1149_c_02L
그리고도 복덕이 남아
이 최후의 생(生)에 와서는
부모가 나의 이름을
정제(淨除)라고 지어 불렀네.
020_1149_b_24L其餘之福祚
於是最後世
父母則名吾
號曰爲淨除

나는 친족들 가운데에서
태어날 때도 가장 맑고 깨끗하여
누구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
보는 이마다 매우 좋아하였네.
020_1149_c_03L我於親族中
生時亦淸淨
一切所愛敬
見者無厭極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나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020_1149_c_04L値得見正覺
導師而無上
已成阿羅漢
淸涼而滅度

내가 바라는 바는
내가 때 묻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 때 묻지 않은 아라한이 되어
번뇌를 모두 끊어버렸네.
020_1149_c_05L我之所志願
使吾無垢塵
今無垢羅漢
無漏所作辦

가령 청소를 하여
온천하를 깨끗이 한다 하여도
욕심을 모두 여읜 이를 위하여
그가 다니는 곳을 청소함만 못하리.
020_1149_c_07L假令掃除是
普天下使淨
不如爲離欲
除掃所經行

가령 도인이 다니는 곳
천하를 다 청소한다 하더라도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020_1149_c_08L假掃除天下
道人經行處
不如四方僧
掃除一步地

설사 또 청소하여
온천하의 절을 깨끗이 한다 하여도
부처님께서 계시는 절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020_1149_c_09L設復掃除是
滿天下精舍
不如於佛寺
掃除一步地

나 자신이 지은 복덕은
이 때문에 남보다 나았던 것이니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청소할 때면
그 마음은 뛸 듯이 기뻤었다네.
020_1149_c_11L我身所造福
以是知差特
當掃除佛寺
其心懷欣踊

이로써 환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도덕이 높고 높은 줄을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섬기면
매우 큰 복덕을 얻게 되리라.
020_1149_c_12L以此曉知之
等覺道德高
當供事佛寺
獲其祚甚大

나는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여
그 옛날 선행을 지어 왔나니
이로써 그러한 결과를 얻어
마음에 평온과 안락을 얻게 되었네.
020_1149_c_13L唯君吾識念
昔曾所作善
以致彼果實
可意安隱樂

이 때문에 부처님의 절을 위하여
깨끗이 하길 좋아하며 일심으로 섬기나니
인자(仁者)들이여, 이것이 제일 공덕이니
이보다 나은 복전(福田)은 없다네.
020_1149_c_15L是故爲佛寺
好淨心供事
唯仁此第一
福田無有上

이에 부처님을 모시고 섬기면
한량없는 안락을 얻게 되나니
일체의 음란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모두 부수어 없애버린다네.
020_1149_c_16L於是能供事
得安而無量
皆爲破壞除
一切婬怒癡

마음 비우는 기쁨 가볍지 않으니
얻어지는 그 복덕 어찌 적으리요.
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모든 불제자께 회향합니다.
020_1149_c_17L不輕空心悅
得福薄少乎
向如來正覺
及諸佛弟子

이와 같이 윤제타는
비구 대중들이 모인 곳
아뇩달지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49_c_19L如是輪提陁
在諸比丘前
阿耨達大池
自說本所因

5. 수만품(須蔓品:善窓)[열네 수의 게송]
020_1149_c_20L須蔓品第五 善念 十四偈

옛날 집의 나가 유람할 적에
당시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머리엔 부식(傅飾)을 쓰고
귀에는 수만화(須鬘花)를 달았었네.
020_1149_c_21L昔者出遊觀
時與親友俱
頭上戴傅飾
耳著須蔓花

유위불(惟衛佛:毘婆尸佛)께서
그곳에 큰 절을 세우셨는데
멀리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물며 부처님을 섬겼네.
020_1149_c_23L惟衛神通佛
於彼立大寺
遙見衆庶人
共住而奉事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가
저마다 좋은 꽃을 가져와서는
모두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 계신 절에 뿌렸다네.
020_1149_c_24L親友俱發家
各共齎好華
悉以淸淨心
供散彼佛寺
020_1150_a_02L
나는 그때에 보시하는 것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믿음을 일으켜
숲속의 꽃들을 가져다가
부처님의 절에 올렸던 것이라네.
020_1150_a_02L我時見廣施
亦復初發意
便取林中華
以用上佛寺

태어나는 곳마다 다른 곳에는 나지 않고
천상 아니면 인간에 태어났으니
이러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작은 선행의 보답을 받은 것이었네.
020_1150_a_04L所生不墮餘
昇天下爲人
因是德本故
所作善照見

최후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위없는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나서
아라한의 지위에 올라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020_1150_a_05L後値等正覺
無上之導師
果證阿羅漢
淸涼得滅度

보시한 것은 꽃 한 송이뿐인데
백년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천상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고
남은 복덕으로 열반을 얻었네.
020_1150_a_06L唯施一華耳
更得百千歲
天上自娛樂
餘福得泥洹

가령 내가 평소에
부처님의 공덕이 한량없음을 알고서
탑과 절을 세웠다면
그 복덕은 어찌 다함이 있으랴.
020_1150_a_08L假令我素知
佛功德無量
便卽起塔寺
其福無有極

반드시 환희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복덕이 오히려 적어진다네.
등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그리고 모든 불제자들이시여,
020_1150_a_09L未必心歡喜
其福猶爲少
如來等正覺
及諸佛弟子

나는 오직 이 분들만 생각하여
몸소 공덕을 지어 왔는데
이제 그 보답을 받아
마음에 즐거움과 평안 얻었네.
020_1150_a_10L唯我憶念此
身所作功德
今已得實報
可意快安隱

이와 같이 했던 일의 인연 때문에
모두 다 단멸하여 태어나지도 않으리니
번뇌가 다하고 집착이 없어
청량한 열반을 얻었다네.
020_1150_a_12L緣是所作行
終始斷不生
無漏無所著
淸涼得滅度

오취(五趣:五道)가 이미 사라져
다시는 모태에 태어나지 않으리니
이것이 최후의 생(生)으로서
따라서 다시는 생을 받지 않네.
020_1150_a_13L五道爲已盡
不復更胞胎
是爲最後世
然則不復起

생사의 근본을 해탈하여
생사의 바다를 이미 건넜나니
이제 나는 이러한 인연 때문에
수만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네.
020_1150_a_14L解脫生死本
已度所有海
今我以是緣
得號曰須蔓

지금 장로 수만은
대중 스님들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0_a_16L時長者須蔓
會在衆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6. 윤론품(輪論品:明聽)[열한 수의 게송]
020_1150_a_17L輪論品第六 明聽 十一偈

유위불(惟衛佛)께서 세상에 계실 때
반두마국(槃頭摩國) 땅에
본래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내가 방 한 칸을 지었다네.
020_1150_a_18L惟衛佛世時
槃頭摩國土
本爲四方僧
興立一房室

이부자리와 침상 따위도
모두 기꺼이 보시하였네.
이에 환희심이 일어
당시 이렇게 발원했다네.
020_1150_a_20L加以牀臥具
皆用持布施
旣與心歡喜
應時發是願

나는 정각을 이룬 부처님 만나
출가하여 사문이 되겠나이다.
위없는 무위(無爲)에 이르러
청량한 열반을 얻어지이다.
020_1150_a_21L我見等正覺
令得作沙門
逮無上無爲
淸涼正滅度

이러한 인연 공덕 근본이 되어
구십일 겁 동안 안락 누리고
이미 자연견(自然見)1)을 얻어
천상과 인간에 태어났다네.
020_1150_a_22L是因功德本
九十一劫安
旣得自然見
在天上世閒

그 나머지 공덕으로는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세력 있는 장자의 집에 태어나니
교만하고 귀한 데다 외아들이었네.
020_1150_a_24L其餘功德福
於今最後世
生豪長者家
憍貴無兄弟
020_1150_b_02L
태어나 부친의 사랑을 받으니
아버지가 전하는 말씀을 들었네.
내가 너에게 주려고 하는
보배 창고가 수없이 많도다.
020_1150_b_02L生爲父所敬
卽聞垂言教
吾以子施與
寶藏億種種

발바닥에 기이한 털이 나서는
자연히 네 치[四寸]까지 자라났다네.
신체는 부드럽고 잘 생겼으니
편안하여 해치는 이 아무도 없네.
020_1150_b_03L足底生異毛
自然長四寸
身體柔軟好
穩安得無害

과거의 구십 겁도 그러하였고
그 나머지도 또한 마찬가지네.
발을 들어 땅을 밟은 때를
나의 몸은 기억하지 못하네.
020_1150_b_05L過去九十劫
其餘復如一
我身不識念
擧足蹈地時

지금 최후의 생에 와서도
다시 사람의 몸을 얻고서
집착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열반에 이르렀다네.
020_1150_b_06L於今最後世
已還得人身
成就無所著
淸涼爲滅度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정진(精進)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해탈을 얻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부동의 진리를 얻었네.
020_1150_b_07L佛普見說我
精進尊第一
解脫盡無漏
已得不動句

이와 같은 구리종(拘梨種)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0_b_09L如是拘梨種
在衆僧中央
於阿耨達池
自說本功德

7. 범기품(凡耆品:取善)[여덟 수의 게송]
020_1150_b_10L凡耆品第七 取善 八偈

나는 복덕이 무엇인지 모르고
근본 인연의 뜻 또한 몰랐는데
유위불(惟衛佛)께서 계신 절에
공양하며 받들어 모시는 광경 보았네.
020_1150_b_11L我不了福德
本亦不識義
見惟衛佛寺
供飬而奉侍

자금빛 번쩍이는 절에서
깃발과 일산에다 향과 꽃을 갖추고
탑과 절을 공양하는 것을 본 덕분에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었네.
020_1150_b_13L金寺紫磨色
幡繖以香華
見供飬塔寺
而得生善處

늘 천상과 인간 세계에 태어나
지은 공덕 보답 받아
구십일 겁 동안이나
한 번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았네.
020_1150_b_14L常在天人閒
所作得照見
過九十一劫
未曾歸惡道

조그만 공덕을 지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안락을 누리고
이미 집착 없는 경지를 얻어
청량한 열반에 이르게 되었네.
020_1150_b_15L作少功德已
獲安甚衆多
已得無所著
滅度淸且涼

만약 내가 본래부터
부처님 공덕이 이러한 줄 알아
늘 탑과 절을 공양했다면
얻은 복덕 이보다 훨씬 많았으리라.
020_1150_b_17L假使我本知
佛功德如是
常當供塔寺
所得福踰此

이런 까닭에 분명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덕은 넓고도 커서
탑과 절을 공양한다면
그 복덕이 한량없다는 것을.
020_1150_b_18L是故用知明
正覺德弘泰
當供飬塔寺
其福無終極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경락(經樂)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여러 가지 설법들을 많이 들어
변재에다 지극히 참된 덕을 갖추었다네.
020_1150_b_19L佛普見說我
經樂爲第一
多聞若干種
辯才德至眞

이에 장로 범기는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0_b_21L時長者凡耆
曾在衆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8. 빈두로품(賓頭盧品:乞閉門)[열한 수의 게송]
020_1150_b_22L賓頭盧品第八 乞閉門十 一偈

나는 본래 부모의 몸을 거쳐
자식들 가운데 존귀하게 태어났다네.
삼가 공경히 아버님을 섬기고
어머님께도 효성이 극진했었네.
020_1150_b_23L我本經父母
生爲子中尊
謹敬事其父
亦孝飬於母
020_1150_c_02L
부모님과 누이와 동생들이
남녀 종들을 부릴 적에는
나는 부모님께 말씀드렸네,
때 맞춰 종들에게 음식을 주라고.
020_1150_c_02L二親及妹弟
奴客僮僕使
吾爲父母說
飮食以時節

그러다가 탐욕과 질투심을 일으켜
부당하게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고
화를 내며 비방하는 말을 하였으며
음식과 재물을 모을 수 있었네.
020_1150_c_03L時起貪嫉意
不當食父母
瞋恚謗於語
能得飯食財

이때 지은 죄업 때문에
대산지옥(大山地獄) 속에 떨어졌었고
흑승지옥 속에서 불타고 구워지니
겪은 그 고통 헤아릴 수 없었네.
020_1150_c_04L緣是所作罪
墮大山地獄
燒炙黑繩中
更苦不可計

겨우 지옥에서 빠져 나와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심한 기갈에 시달리다가
고생하며 굶주림으로 죽어갔었네.
020_1150_c_06L從地獄中出
世世所生處
常患大餓渴
勤苦而飢死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서
등정각을 얻으신 부처님을 만나 뵈니
위없는 우리의 스승이시네.
020_1150_c_07L於今最後世
已還得人身
値見等正覺
導師無有上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미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집착 없는 도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020_1150_c_08L於釋師子所
已得作寂志
成爲無著道
淸涼而滅度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신족통으로 능히 허공을 날아
다시 굴 속으로 돌아와
이에 음식을 먹을 수 있었네.
020_1150_c_10L唯仁我於是
神足能飛行
還入坎窟中
爾乃得食耳

이런 까닭에 마땅히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을 잘 받들어 모실지니
일심으로 머리 조아려 예배함에
한량없는 복덕을 지니게 된다네.
020_1150_c_11L是故當歡喜
供事於父母
一心稽首禮
保祚無有量

인자들이여, 나는 오직
지은 악행을 없애길 생각했나니
심은 대로 결과를 거두게 마련
죄와 복은 거역할 수 없다네.
020_1150_c_12L唯仁我識念
削所作惡行
皆受所種實
罪福不可離

빈두로(賓頭盧) 폐문(閉門)이
이 자리에 모인 대중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0_c_14L賓頭盧閉門
時會在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9. 화갈품(貨竭品:善來)[스물한 수의 게송]
020_1150_c_15L貨竭品第九 善來 二十一偈

일찍이 존귀한 집 아들이 되어
반두마국(般頭摩國)에 살 적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친척과
권속들에 둘러싸여 살았었네.
020_1150_c_16L曾爲尊者子
在般頭摩國
族姓多財寶
眷屬所圍繞

늘 왕의 주변에 살면서
누리는 쾌락이 한량없었고
단정한 외모는 보는 이마다 좋아하니
그 얼굴빛 비길 바 없이 아름다웠네.
020_1150_c_18L周帀在王邊
快樂無有極
端正見者喜
顏色難爲比

내가 수레를 타고 나갈 적에는
많은 사람이 앞뒤로 인도하였고
두루 유람하러 가려고 하면
아름다운 여인들이 함께 따랐네.
020_1150_c_19L時我嚴駕出
諸衆導前後
欲行遍遊觀
幷從衆婇女

그러다 한 곳을 유람할 적에
고요한 모습의 사문(沙門)을 보았나니
안정된 자태를 갖추고서
몸엔 진홍빛 가사를 걸쳤네.
020_1150_c_20L於彼遊觀時
見相寂沙門
奉行安定儀
身服赤絳衣

당시 나는 그 사문을 보고
악독한 마음을 일으키고 말았으니
그 모습이 너무도 미워
분노를 느끼며 불쾌해 하였네.
020_1150_c_22L時我見沙門
興發起惡意
憎惡其形像
瞋恚不歡喜

어찌하여 수염과 머리털은 길고
얼굴은 온통 검고 더러우며
몸은 종기와 부스럼으로 뒤덮여
몸과 마음이 모두 여위고 지쳤는가.
020_1150_c_23L爲何下鬚髮
顏姿黑醜陋
癰疽疥身體
羸疲身意俱
020_1151_a_02L
이러한 생각으로 죄를 지었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였던 탓에
그곳에서 수명을 다 마치고는
바로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네.
020_1150_c_24L用是所造罪
口說惡語故
於彼壽終後
便墮地獄中

지옥에서 벗어나서도
얼굴은 검고 추악하였고
부스럼과 종기가 온몸에 나고
몸과 마음 모두 여위고 지쳤었네.
020_1151_a_03L從獄得脫出
容色黑醜惡
癰疽疥身體
羸疲身意俱

질그릇을 들고 구걸하면서
버려진 시체가 입던 옷을 걸치니
옷은 낡고 거칠고 더러웠으며
편안히 머물 거처도 없었다네.
020_1151_a_04L捉瓦器乞丐
著棄死人衣
衣弊服麤穢
所住無安處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며 이리저리
입에 풀칠이나 하러 구걸할 때면
몽둥이질에 갖은 욕설을 당하며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네.
020_1151_a_05L所欲往至詣
乞欲係餬口
執杖見驅叱
爲人所嫉辱

이러기를 오백 생(生)에
태어나는 곳이면 태어나는 곳마다
곤궁하여 항상 배고픔을 겪다가
고생 끝에 굶주림에 죽어갔었네.
020_1151_a_07L如是五百世
在在所生處
窮困常飢餒
勤苦而餓死

그러다가 마침 부처님께서
비구승에 둘러싸여 계시는 채로
모여 있는 여러 대중들에게
감로 같은 법을 말씀하심 뵈었네.
020_1151_a_08L時見等正覺
比丘僧圍繞
與大衆會俱
講說甘露句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곧장 분주히 달려갔으니
마음속으로 그곳에 가면
음식을 얻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었네.
020_1151_a_09L適見大衆會
卽疾奔走趣
意欲於彼中
希望飮食具

많은 사람 모인 그곳 당도해 보니
모두 앉아 법문을 들으려고만 하여
본래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가
아무도 음식을 베푸는 이 없었네.
020_1151_a_11L到見大衆會
皆坐欲聽法
不獲副本願
未有餼施者

그때에 저 대자비심을 지니신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네.
그대는 이곳에 잘 왔다.
어서 이곳에 와 앉도록 해라.
020_1151_a_12L時彼大慈哀
如來告之言
仁者善來此
便來坐此座

나는 즉시 뛸 듯이 기뻐
일심으로 두 손을 모으고서는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와 한쪽에 앉아 있었네.
020_1151_a_13L我應時喜踊
則一心叉手
稽首世尊足
卻在一面坐

이에 크게 불쌍히 여긴 나머지
구담(瞿曇)께서 자비를 한껏 베푸시어
차례로 분별하여 설명하시며
나를 위해 사성제(四聖諦)를 말씀하셨네.
020_1151_a_15L於是尊大哀
瞿曇極慈悲
次第分別說
爲我講四諦

부처님께서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주시니
이로 인해 도의 자취를 보게 되었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마음을 고요히 하여
이에 신통(神通)을 얻게 되었네.
020_1151_a_16L能仁除鬚髮
因是見道迹
佛令作寂志
於彼得神通

이런 까닭에 나의 이름을
다갈(茶竭)이라 불렀나니
이로 인하여 부처님께서는 나를 두고
정수(正受:禪定) 제일이라 하셨네.
020_1151_a_17L用是故號字
名曰爲茶竭
緣此佛說我
正受爲第一

부처님께서는 용맹하신 대존(大尊)
세상에서 가장 우뚝 뛰어나신 분으로
한량없는 신통과 자비심을 갖추어
우리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주셨네.
020_1151_a_19L佛勇猛大尊
世雄爲最勝
神通無極哀
度脫我衆苦

선래존(先來尊)이 이와 같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1_a_20L善來尊如是
在於衆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0. 난타품(難陀品:欣樂)[열두 수의 게송]
020_1151_a_21L難陁品第十 欣樂 十二偈

왕사국(王舍國) 성 동쪽에서
옛날 존귀한 이가 되었을 적에
마침 세상에 기근이 들었는데
한 도사(道士)가 그곳에 왔었네.
020_1151_a_22L王舍國城東
曾爲富尊者
時世穀飢貴
有道士遊彼

당시 나는 홀로 앉아 음식을 먹는데
그 훌륭한 도사가 왔다네.
그는 연각(緣覺)의 지위에 이르러
번뇌를 끊고 자재로웠네.
020_1151_a_24L時我坐獨食
有好道士來
壞破緣一覺
自在得無漏
020_1151_b_02L
나는 탐욕과 질투가 일어
그만 악한 마음을 품고서
지금 이 비구가 왔는데
어찌 악당과 함께 할 수 있으리.
020_1151_b_02L興起貪嫉意
其心志于惡
今此比丘來
焉得同太歲

이렇게 생각한 다음
말먹이를 음식에 섞어 주었네.
도인은 그것을 먹고 나더니
즉시 숨이 넘어가 버렸네.
020_1151_b_03L於是念飮食
雜糅以馬通
道人食之已
應時卽命過

나의 육신은 수명을 마치고 나서
매우 오랜 세월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통 한 몸에 받아 비명을 지르고
세세생생 살을 저미고 불에 굽혔네.
020_1151_b_05L我身壽終已
墮地獄甚久
合會及叫喚
世世見脯煮

지옥에서 나와서는
다시 인간의 몸을 얻었지만
몸에는 항상 질병이 많고
고뇌에 시달리다 목숨이 다하였네.
020_1151_b_06L從地獄得出
便還得人身
身常多疾病
懊惱而命盡

이와 같이 하기를 오백 세 동안
태어나는 곳곳마다
질병을 앓고 늘 곤궁에 시달리다
고뇌 속에서 죽어갔었네.
020_1151_b_07L如是五百世
在在所生處
抱病常窮厄
懊惱乃命過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위없는 도사를 뵙게 되었네.
020_1151_b_09L於是最後世
已得生人中
還見等正覺
導師無有上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의 법을 받고서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어
청량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네.
020_1151_b_10L出家爲沙門
受釋師子法
已得羅漢道
淸涼取滅度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이 때에
신족통을 얻고 번뇌가 다하였으나
몸에는 항상 질병이 많고
거처하는 곳마다 편안치 않았네.
020_1151_b_11L吾於是仁者
神足無有漏
身體多疾病
所在不安隱

이에 나는 돌이켜
본래 지은 악행을 생각했나니
모두 그 과보를 얻은 것
죄와 복은 거역할 수 없다네.
020_1151_b_13L於是悉識念
我本所作行
皆獲其果實
罪福不可離

이와 같이 난타존이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1_b_14L如是難陁尊
在比丘衆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1. 야야품(夜耶品:名聞)[스물여섯 수의 게송]
020_1151_b_15L夜耶品第十一 名聞 二十六偈

옛날 한 도인이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죽은 여인의 시체를 보았네.
020_1151_b_16L昔有一道人
入聚落乞丐
見死亡女人
靑胮甚臭惡

이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무상의 변화를 관찰하고서
부정한 것임을 알아차려
한 마음으로 선정을 닦았네.
020_1151_b_18L結跏趺而坐
觀視無常變
省察敗不淨
一志學定心

그렇게 앉아 있던 중에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기에
소리를 듣고 두려워
일심의 선정에서 깨어났네.
020_1151_b_19L便於彼坐上
有微細音響
聞聲用恐怖
則從一心起

바라보니, 시체의 배가 썩어
더러운 것들이 온통 드러나고
구멍마다 더러운 액체가 흘러나와
악취를 차마 맡을 수조차 없으며
020_1151_b_20L見死腹潰壞
惡露而不淨
衆孔自流出
臭處難可當

창자와 위 같은 오장이 밖으로 나오고
심장과 간도 모두 문드러져서
무수한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다시금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혔네.
020_1151_b_22L腸胃五臟見
心肝皆散絕
若干無數虫
觀已還靜心

밖으로 시체를 보고
안으로 자기 몸을 관찰해 보니
저 시체나 나나 모두 마찬가지라
생각하니 본래 모두 허무한 것이네.
020_1151_b_23L察于外死身
內省自己軀
彼爾我如是
計本皆虛無
020_1151_c_02L
선정 삼매에서 깨어난 뒤로는
수행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
걸식을 하러 나가지 않고
음식을 생각하지도 않았네.
020_1151_b_24L自從三昧起
修行不懈怠
亦不出分衛
亦不思飮食

설사 내가 마을에 들어가
이리저리 걸식하러 다니며
아무리 단정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더러운 것으로 보아야 하리.
020_1151_c_03L設我入聚落
而行求飮食
雖見端正色
當作惡露觀

갖가지 좋은 모습들을 보나
흡사 시체와 다를 바 없어
뭇 썩어가는 근본으로 관찰함에
모든 것에 즐길 것 없었네.
020_1151_c_04L瞻彼諸形色
如死人無異
察衆壞敗本
一切無所樂

나는 이와 같이 수행하여
애욕을 여의리라 생각하고서
사범행(四梵行)2)을 받들어 실행하여
깊이 사유하고 경거망동하지 않았네.
020_1151_c_05L我思行如是
而得離愛欲
奉遵四梵行
深惟不輕戲

그곳에서 수명을 마친 후에는
곧 범천에 올라갈 수 있었고
범천에서 수명이 다하고서는
바라나국(波羅奈國)에 태어났네.
020_1151_c_07L於彼壽終後
便得昇梵天
於梵壽命盡
下生波羅奈

권세 있고 존귀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
뭇 사람들의 공경을 받고
더없이 지극한 선정을 닦았네.
020_1151_c_08L爲勢貴長者
生其家作子
爲衆所見敬
正受度無極

낮에는 항상 수행하였고
밤에도 잠자지 않고 정진하며
아무리 많은 여인들을 보아도
썩은 시체더미처럼 보았네.
020_1151_c_09L晝日常修行
於夜不睡眠
見女人衆多
等觀如腐積

북을 베고 누워 잠자는 여인
공후(空篌)를 잡고 있는 여인
악기일랑 바닥에 흩어 놓고
꿈을 꾸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네.
020_1151_c_11L枕鼓臥眠者
執箜篌伎人
伎樂器散地
夢想爲寱語

이에 그곳에서 물러나서는
속세에 쌓은 공덕을 생각해 보니
온갖 부정한 곳들이 모두
전생에 지나온 것들이었네.
020_1151_c_12L於彼退思念
宿本功德行
想識不淨處
前世所更歷

마침 이렇게 관찰하고 나서
애욕을 버릴 뜻을 품었나니
나는 당시 이러한 생각이 절실하여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집을 떠났네.
020_1151_c_13L適觀睹此已
志求無欲意
我時逼迫是
仁者我捨去

곧장 침상에서 일어나서는
큰 집에서 내려와 몰래 떠났는데
천신들이 나를 불쌍히 여겼기에
대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네.
020_1151_c_15L卽從牀上起
下殿避之逝
諸天愍念我
其門自然開

그때에 나라의 성(城)을 벗어나서는
흐르는 시냇물가로 가서
멀리 저편 언덕을 보았더니
사문 적근(寂根)이 보였네.
020_1151_c_16L時出于國城
往詣流水側
遙視見彼岸
見沙門寂根

또 사문 대적지(大寂志)를 보고
소리 높여 크게 부르짖었네.
나는 곤궁한 처지에 빠졌으니
신통력으로 애욕을 버리게 해 달라고.
020_1151_c_17L又見大寂志
擧聲而大叫
告之我窮厄
神通我捨欲

세존께서는 더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의 고통 아시고 말씀하셨네.
동자여, 두려워 말고 이곳으로 오라.
여기에는 고통도 재앙도 없다.
020_1151_c_19L世尊深軟音
用我辛苦言
童子來莫懼
於此無窮厄

마음에 온갖 고뇌를 버리고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서
대자비하신 부처님께로 나아갔더니
세존은 비길 데 없이 훌륭하셨네.
020_1151_c_20L心捨衆苦惱
轉度於彼岸
往詣大哀所
世尊無比人

너무나 뛰어나 짝할 이 없었으니
나는 마치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처럼
거꾸로 설명해도 그 뜻을 알았고
곧바로 설명해도 그 뜻을 알았네.
020_1151_c_21L絕妙無等倫
譬如飢渴者
倒解識其義
卽解識其義

그곳에서 도제(道諦)를 알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길 바랐더니
구담께서는 대자비로써
나의 청을 들어 사문이 되게 하셨네.
020_1151_c_23L於彼見道諦
從佛求捨家
瞿曇大慈哀
聽我作沙門

나는 즉시 그 첫날밤에
하늘에 먼동이 틀 무렵
일체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020_1151_c_24L應時一夜中
天時將向曉
一切諸漏盡
淸涼得滅度
020_1152_a_02L
이것이 내가 전생에
지어 왔던 선행이니
이에 나는 최후 생(生)인 지금
감로와 같은 진리를 얻을 수 있었네.
020_1152_a_02L是我前世時
所更作善行
是我最後世
逮得甘露迹

이와 같이 현자인 야야
존자가 신통을 발휘하여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2_a_04L如是賢夜邪
尊者子神通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2. 시리라품(尸利羅品)[스무 수의 게송]
020_1152_a_05L尸利羅品第十二 二十偈

옛날 바라나성(波羅奈城)
가섭불께서 열반에 드시자
기유왕(機惟王)이 탑을 세우니
칠보로 만들어서 매우 웅장하였네.
020_1152_a_06L昔波羅奈城
迦葉佛泥洹
機惟王起塔
七寶造甚大

이때 왕의 소생으로
최대태자(崔大太子)가 있었는데
나는 당시 부처님을 위하여
첫 번째로 절의 기둥을 세웠네.
020_1152_a_08L爾時王所作
有最大太子
我時爲佛尊
第一建剎柱

이러한 공덕을 쌓은 덕분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 태어나
그 복덕이 자연히 나타났었네.
020_1152_a_09L以是功德故
世世所生處
在天上人閒
其福自然見

태어나는 곳곳마다
나라에서 가장 부유하였네.
한량없이 많은 재물로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였네.
020_1152_a_10L在在所生處
於國甚殷富
財數不可計
常喜大布施

나는 오백 생(生) 동안
남에게 베풀기를 아까워하지 않아
백성들과 적지(寂志) 및 범지들에게
아낌없이 모두 보시하였네.
020_1152_a_12L我於五百世
惠施無所惜
給贍衆庶人
寂志及梵志

연각의 수행을 닦아
애욕을 여의고 번뇌가 없어
청정한 환희심으로
오백 대중에게 공양을 올렸네.
020_1152_a_13L緣一覺之行
離愛欲無漏
淸淨歡喜心
供飬五百衆

이러한 공덕 덕분에
최후 생인 지금에 와서
권세 있고 부귀한 석가족에 태어나자
즉시 입으로 이렇게 말하였네.
020_1152_a_14L由是功德故
在此最後世
生勢貴釋種
應時口說言

집안에 정녕 보배와 돈과
재물이 많이 쌓여 있다면
나는 응당 이를 보시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리라.
020_1152_a_16L家中寧有寶
錢財及於物
我當以施與
救足諸貧窮

나는 지치지도 게으르지도 않고
뭇 하열한 중생들을 구제하리니
선행이 쌓여 보답을 받을지언정
어찌 은혜를 베풀었다는 마음을 가지리.
020_1152_a_17L我與無厭憊
救濟衆下劣
孚善見答報
豈能有所惠

집안에서는 나의 말을 듣고
근심하는 한편 두려워한 나머지
팔방으로 모두 흩어져 달아나고
유모들도 모두 도망쳐 버렸네.
020_1152_a_18L家中聞吾言
愁憂用惶懅
馳散赴八方
乳母悉避去

어머님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네.
너는 천인이냐 귀신이냐?
어찌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느냐?
020_1152_a_20L母以恩愛故
便卽告我言
爲天人鬼神
何以言大疾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하였네.
나는 사람이지 귀신이 아닙니다.
전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020_1152_a_21L我時卽啓曰
我是人非鬼
追識宿命施
好欲見惠人

그때에 어머님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두려움이 사라져
나를 권장하고 도와
마음대로 보시하도록 해 주셨네.
020_1152_a_22L時母聞其言
踊躍無所畏
然許勸助之
恣意所布施

집안에는 식솔들이 많았는데
어머님께서 나를 돌보도록 당부하시어
많은 사람들의 공경과 사랑을 받아
보는 이마다 모두 나를 좋아하였네.
020_1152_a_24L家中眷屬多
母勅供飬我
爲衆所敬愛
見者莫不喜
020_1152_b_02L
내가 당시 그곳에 태어났더니
그 집안이 곧 흥성하였네.
이 때문에 적지(寂志)들께선
나의 이름을 시리라(尸利羅)라 하셨네.
020_1152_b_02L我爾時適生
其家卽興熾
緣是諸寂志
名我尸利羅

그곳에서 보시를 하여
빈궁한 사람들을 구제하다가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집을 떠나 도를 닦았네.
020_1152_b_03L於彼便布施
給足諸貧陋
得値等正覺
便捨家爲道

처음 태어나자 집안이 흥성하고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였으니
이 때문에 시리라라 불리었는데
그 이름이 저절로 세상에 알려졌네.
020_1152_b_05L初生家興熾
墮地能語言
是故號尸利
其名自然流

태어난 집에서 탐욕을 부리지 않고
또한 두려워하지도 않고서
신심을 내어 출가하여 도를 닦아
일체의 신통을 갖추었네.
020_1152_b_06L生家無所貪
亦不用恐懼
緣信出家學
神通一切具

나라의 임금께서 공경하였고
대신과 모든 백성들에게서
의복과 음식으로 많은 공양 받았으며
침상과 이부자리까지 모두 안락하였네.
020_1152_b_07L爲國主所欽
大臣衆人民
多獲衣食供
牀臥諸所安

이와 같이 시리라가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2_b_09L如是尸利羅
在比丘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3. 박구로품(薄拘盧品:賈姓)[열두 수의 게송]
020_1152_b_10L薄拘盧品第十三 賈姓十 二偈

나는 옛적 반담마국(槃曇摩國)에서
약을 파는 몸이었다네.
유위불(惟衛佛)께서 세상에 계셨으니
사람들은 비구승들을 공경하였네.
020_1152_b_11L我昔曾賣藥
於槃曇摩國
在惟衛佛世
敬諸比丘僧

병들어 수척한 사람이 있으면
약을 써서 병을 고쳐주는 등
온갖 약을 공급하여서
비구승들을 보살폈으며
020_1152_b_13L時有病瘦者
行藥療其疾
供給諸根藥
以惠諸比丘

한 해 동안 대중 스님들이
아무런 부족함이 없게 했는데
당시 나는 사문(沙門)들에게
하리륵(呵梨勒) 하나씩을 보시하였네.
020_1152_b_14L一歲諸衆僧
令無所乏少
時施諸沙門
與一呵梨勒

그 덕분에 구십일 겁 동안
한 번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았고
현상과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그 복덕이 저절로 나타났네.
020_1152_b_15L於九十一劫
未曾歸惡道
在天上人閒
其福自然見

내가 지은 은덕은 적은 것이나
받은 복덕은 한량없으니
하리륵 하나를 보시하고서
길이 좋은 곳에 태어났다네.
020_1152_b_17L所作德少耳
受福不可量
施一呵梨勒
長久生善處

그리고도 남은 복덕이 있어
금생에 다시 인간의 몸을 얻고
평등각(平等覺) 부처님을 만나 뵈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이시네.
020_1152_b_18L其餘所有福
今還得人身
値見平等覺
導師無有一

마을에서 혜택을 누리던 곳을
한 번이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이틀 밤 만에
삼달지(三達智)3)를 통달하였네.
020_1152_b_19L未曾自識念
郡縣受施處
唯仁我二夜
證通三達智

항상 몸에는 다 떨어진
오납의(五納衣)4)를 걸치고서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며
한적한 곳에 있기를 좋아하였네.
020_1152_b_21L常衣麤惡服
五納之震越
棄家行學道
願樂在閑居

그리하여 나이 백육십이 되도록
아무런 더러운 때가 묻지 않고
한 번도 질병을 앓은 적 없어
사는 곳마다 늘 편안하였네.
020_1152_b_22L其年百六十
於此無垢濁
未曾有疾病
所生處常安

부처님께서 널리 보시고 설법하시기를
욕심을 줄이고 잠에 빠지지 말라 하셨나니
약을 보시한 나의 경우를 보면
그 복덕이 이다지도 크다네.
020_1152_b_23L佛普見說法
少欲無睡眠
觀布施藥者
其福廣如是
020_1152_c_02L
이제 내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본래는 적은 공덕을 심었는데
그 열매를 남김 없이 거두어
마음에 흡족하고 편안하다네.
020_1152_c_02L今我悉識念
本殖少功德
悉獲其果實
可意而安隱

지금 현자 박구로는
비구 대중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2_c_03L時賢薄拘盧
在衆比丘僧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4. 마가추품(摩呵䣯品:大長)[열두 수의 게송]
020_1152_c_04L摩呵䣯品第十四 大長 十二偈

옛날에 나는 가죽장이가 되어
생활 또한 편안하였네.
당시 나라에는 곡식이 매우 귀했는데
나는 가죽을 부드럽게 손질하고 있었네.
020_1152_c_05L昔作韋皮師
本生亦安隱
時國大穀貴
柔皮以爲韋

당시 나는 크고 좋은 가죽을 얻어
아름답게 되도록 삶고 있었는데
마침 한 사문이 찾아와서
음식을 달라고 구걸하였네.
020_1152_c_07L時得好殷皮
煮熟令大美
時有沙門來
乞丐欲求食

그를 보니 환희심이 일어나
곧 삶던 가죽을 나누어 보시하였네.
그 적지(寂志)는 먹고 나더니
허공으로 훌쩍 날아올랐네.
020_1152_c_08L見之卽歡喜
則分用布施
其寂志食已
尋飛在虛空

도인을 뵙고는 뛸 듯이 기뻐
당장 두 손 모아 예배드리고
두루 계신 곳마다 공경하면서
다니시는 곳마다 따라다녔네.
020_1152_c_09L見道人踊躍
應時叉手向
恭敬普所在
所遊輒追隨

환희에 찬 광대한 마음으로
저절로 이렇게 발원(發願)하였네.
나는 이와 같이 따라다녀서
언제나 존자와 함께 있으리.
020_1152_c_11L欣喜廣大心
便自發願言
令我逮如是
常與尊者俱

이 도인과 같은 경지에
이르러 법신(法身)을 얻게 하소서.
나의 몸도 이와 같아서
속히 바른 소원 이루어지이다.
020_1152_c_12L如此道人法
所逮得法身
令我身如是
疾成正願義

보시한 것은 모양이 하찮고
기운 또한 매우 더러우며
아무런 향기도 맛도 없었으니
내가 보시한 것은 이 같을 뿐이었네.
020_1152_c_13L所施無形色
其氣亦穢惡
無香亦無味
我所施如是

지은 공덕은 적을 뿐인데
받은 복덕은 어찌 한량이 없는가.
천상에 있거나 인간에 있거나
그 복덕이 자연히 드러났었네.
020_1152_c_15L所作德少耳
獲福安無極
在天上人閒
其福自然見

최후 생(生)인 지금에 와서
다시 사람의 몸을 얻고서
등정각(等正覺)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위대하신 스승이시네.
020_1152_c_16L於是最後世
還得于人身
値見等正覺
道師無有上

내가 본래 발원한 것을
부처님 세존을 만나 뵙고는
이에 모두 뜻대로 이루어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2_c_17L我本所求願
見世尊上人
於是悉如意
淸涼得滅度

이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본래 지은 공덕은
남김 없이 열매를 거두었나니
마음은 흡족하고 환희롭다네.
020_1152_c_19L於是悉識知
本所作功德
悉獲其果實
可意歡喜受

이와 같이 큰 현자인
초라대통(䣯羅大通)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2_c_20L如是彼大尊
名䣯羅大通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5. 우위가섭품(優爲迦葉品)[여덟 수의 게송]
020_1152_c_21L優爲迦葉品第十五 八偈

두 사람의 도사(導師)가 있었는데
서로 비슷한 데다 형제였다네.
가섭불(迦葉佛)의 탑이
부딪쳐 허물어진 것을 보고
020_1152_c_22L導師有二人
同類悉兄弟
見迦葉佛塔
搪揬崩壞落

많은 장사꾼들을 모아
다시 보수하여 탑을 세웠는데
이때 형제 두 사람은
함께 탑의 기둥을 견고히 떠받쳤네.
020_1152_c_24L合集衆賈人
更補治起塔
時兄弟二人
俱扶豎剎柱
020_1153_a_02L
이러한 공덕을 쌓은 덕분에
매우 오래도록 천상에 태어나고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와서도
권세 있는 종족에 태어났다네.
020_1153_a_02L緣是功德本
生天上甚久
來還生人閒
在於勢族種

그러나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고
집을 떠나 이단의 도를 배웠었나니
니련수(泥蓮水) 기슭에 있으면서
오래도록 편발지(編髮志)5)를 익혔네.
020_1153_a_03L未見等正覺
捨家學異道
在泥蓮水邊
久習編髮志

세존께서는 평등한 자비심을 지니시어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셨으니
항하수(恒河水) 가에서
신통력으로 변화를 보여주셨네.
020_1153_a_05L世尊無等倫
愍念哀我等
在於恒水側
感動見變化

우리들은 신통 변화를 보고
부처님께 머리를 깎아 달라 청하니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우리에게 출가를 허락하셨네.
020_1153_a_06L我等見變化
從佛求下髮
大尊念愍傷
聽我等出家

우리들은 탑과 절에 공양 올리고
머리 조아리며 예배 올렸네.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3_a_07L供飬佛塔寺
前稽首作禮
用是衆庶等
淸涼而滅度

우위가섭존(優爲迦葉尊)과
강하가섭(江河迦葉)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3_a_09L優爲迦葉尊
及江河迦葉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6. 가야품(迦耶品:提取)[열다섯 수의 게송]
020_1153_a_10L迦耶品第十六 捉取 十五偈

나는 옛날 향을 파는 사람이었는데
이미 향을 얻어 팔고 난 뒤에
한 어린 여자 아이가
향 파는 가게로 왔네.
020_1153_a_11L昔爲賣香者
旣獲香賣之
有一童女人
來到香肆上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답기에
그 아이가 나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붙잡고서 장난을 걸며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었네.
020_1153_a_13L容貌端正好
見彼趣我所
適捉與調戲
欲意察著之

몸을 만지지도 않았고
성교를 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그저 팔을 잡고서
그녀를 희롱했을 뿐이었네.
020_1153_a_14L身亦不犯觸
亦不與合會
唯但執其臂
爲嬈他女人

그러나 이러한 잘못 때문에
수명을 마치고는 지옥에 떨어졌고
다시 인간의 몸을 얻었으나
오른팔이 저절로 말라버렸네.
020_1153_a_15L用是過惡故
壽終墮地獄
來還得人身
右臂自然枯

이렇게 하기를 오백 생 동안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 이러하여
오른팔은 항상 말라버리니
고통스럽고 매우 불편하였네.
020_1153_a_17L如是五百世
所生處皆然
右臂常枯槁
苦痛甚不便

인자(仁者)들이여, 이를 생각하시오.
지은 죄는 매우 하찮은 것이라도
받는 재앙은 매우 많았으니
선악의 과보는 어길 수 없네.
020_1153_a_18L仁者識念是
作罪薄少耳
獲殃甚衆多
善惡不可離

그러다 부처님을 만나 뵙고서
집을 떠나 사문(沙門)이 되어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얻어
창량한 해탈에 도달하였네.
020_1153_a_19L値見等正覺
捨家爲沙門
已得阿羅漢
淸涼入滅度

인자들이여, 나는 이에
자재한 신족통을 얻었으나
지금에 와서도 오른팔이
왼팔만큼 편리하지 못하네.
020_1153_a_21L仁者吾於是
有神足自在
於今一右臂
不如左臂便

가령 어떤 남자가
다른 여인을 범하길 좋아하면
수명이 다하고는 지옥에 떨어져
매우 혹독한 고통을 받게 되네.
020_1153_a_22L假使有男子
喜犯他人者
壽終墮地獄
苦痛甚酷毒

마땅히 여색을 범하지 않기를
타오르는 불을 버리듯 할지니
진리를 깨달은 지혜로운 사람은
매양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네.
020_1153_a_23L不當外犯色
如捐棄盛火
智者覺了人
已每知止足
020_1153_b_02L
설사 다른 아녀자를 보더라도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지니
나는 다시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겪었다네.
020_1153_b_02L設見他婦女
當作不淨觀
我更泥犂中
受苦不可計

내가 이러한 죄를 범하였을 때
스스로 작은 것이라 여겼었는데
이 과보를 남김 없이 받고 보니
죄와 복은 어길 수 없는 것이네.
020_1153_b_03L我犯是罪時
自謂不足言
悉獲是果實
罪福不可離

그러다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이시니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으셨네.
020_1153_b_04L値見等正覺
導師無有上
已得無所著
淸涼得滅度

이것이 최후의 생인데
감로 같은 법문을 들을 수 있어
이미 일체의 고통을 여의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3_b_06L是爲最後生
逮得甘露句
已解一切苦
淸涼得滅度

가야존(迦耶尊)이 이와 같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3_b_07L迦耶尊如是
在比丘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7. 수제구품(樹提衢品)[서른 수의 게송]
020_1153_b_08L樹提衢品第十七 三十偈

유위불(惟衛佛) 세존께서
반두마국(槃頭摩國) 성에 계실 적에
당시 부유한 장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아능건나(阿能乾那)였네.
020_1153_b_09L惟衛佛世尊
槃頭摩國城
時有富長者
名阿能乾那

당시 부처님의 권속들은
육만 이천여 명이었는데
유위불 세존과 대중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봉양하였네.
020_1153_b_11L時佛之眷屬
六十二百千
請惟衛佛尊
及衆供三月

나는 반두마국 주인으로서
위대하신 부처님을 봉양하였네.
날마다 진귀한 음식을 올려
부처님과 제자들을 봉양하였네.
020_1153_b_12L我主槃頭摩
我供人中尊
飯食日珍異
供飬佛弟子

이와 같이 반두마국에서
부처님께 음식을 올렸더니
당시 마지막 보시할 때에
반두마국 왕이 신심이 일었네.
020_1153_b_13L飯食佛如是
在槃頭摩國
彼時最後施
槃頭王欲興

그리하여 좋은 음식과 함께
의복과 침상 등으로 공양 드렸고
미묘한 제단을 지었으니
이것은 왕이 세운 것이었네.
020_1153_b_15L供飬好飯食
衣被及牀臥
作微妙祠壇
是王之所起

편안히 쉴 온갖 도구들을 바쳐
침상과 걸상이 수천 개였으니
비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마음에 들도록 보시를 베풀었네.
020_1153_b_16L奉上諸所安
牀座衆百千
於一一比丘
惠施令可意

저 국왕은 최후에
이와 같이 온갖 것을 바쳐
더없이 위대하며 신통을 갖추신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모셨네.
020_1153_b_17L彼國王最後
所供飬如是
奉事無極雄
神通尊導師

나는 당시 저들이 침상이며
와구 등 편안히 쉴 도구와
의복 음식 등으로 공양하여
온갖 것이 갖추어짐을 보았네.
020_1153_b_19L我時見彼供
牀臥諸所安
衣被飮食施
牀座悉具足

당시 천신들 가운데 존귀한
제석천이 나에게 와서는
제석천이 나에게 말하였네.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고.
020_1153_b_20L時諸天中尊
帝釋來詣我
彼天帝謂我
我當爲汝伴

그리고는 즉시 제단으로 변하니
천신처럼 엄숙하여 마음에 들었네.
천상의 자리를 설치하고서
천상의 음식을 부처님께 바쳤네.
020_1153_b_21L卽時化祠壇
可意嚴如天
施設天上座
供以天飮食

당시 유위불 세존께서는
위대하시어 짝할 이가 없으시니
부처님과 제자들을 청하여
한 달 동안 봉양하였네.
020_1153_b_23L彼時佛世尊
惟衛無等人
請供滿一月
尊人及弟子

나는 천상의 음식으로
부처님께 공양 올렸고
천상의 의복을 가지고
부처님과 제자들께 바쳤네.
020_1153_b_24L我以天飮食
供飬於導師
奉以天衣被
大人幷弟子
020_1153_c_02L
이러한 공덕 덕분에
한량없는 은덕을 받아
구십일 겁 동안이나
한 번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020_1153_c_02L用是功德故
受恩不可量
從九十一劫
未曾歸惡道

지은 복덕의 과보를 받았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나는 큰 성인이시며
더없이 존귀하신 유위불을 모셨네.
020_1153_c_04L所作福照見
天上及世閒
我奉侍大聖
惟衛無極尊

그리하여 지금 최후의 생에
나열기성(羅閱祗城)에 태어나
평사왕(萍沙王)의 궁전에 살며
한량없는 부귀영화를 누렸네.
020_1153_c_05L於今最後世
生羅閱祇城
蓱沙王之宮
富家無量寶

평사국의 왕이 되니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여서
신하와 백성 등
모든 사람의 공경을 받았네.
020_1153_c_06L爲蓱沙國王
一切所愛敬
衆人見供奉
諸臣及人民

나는 천상에서 악기를 연주했기에
이 생(生)에도 스스로 거리낌 없이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서도
하늘의 기악으로 스스로 즐겼네.
020_1153_c_08L我在天伎樂
於是世自恣
生世得人身
天伎樂自娛

이에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
더없이 위대하신 스승님께서
나열기국에 오셔서
대자비심을 베푸시었네.
020_1153_c_09L於是佛大智
導師無有上
來詣羅閱祇
導師加愍傷

나는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오셨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
자비하신 세존께로 찾아갔네.
020_1153_c_10L我聞大智慧
佛詣王舍城
心歡喜踊躍
往詣仁世尊

멀리서 바라보니 세존께서 빛을 뿜어
그 광명이 두루 비추기에
나는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네.
020_1153_c_12L遙見世光㷿
光明出普照
卽從車乘下
步行往詣佛

기뻐하며 내가 그 앞에 다가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여래께 예배하길 마친 다음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 있었네.
020_1153_c_13L欣然我前行
稽首最勝足
禮如來畢竟
卻在一面坐

나는 오래도록 부처님을 생각해 오다
지금에야 이러한 대인을 뵈오니
사람들 가운데 빼어난 스승이시라
마군의 그물을 항복 받으셨네.
020_1153_c_14L我久思正雄
今乃見大人
導師人中明
降伏魔羅網

더없이 훌륭하신 세존께서는
당장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사성제(四聖諦)를 설명하시되
나에게 맞게 말씀해 주셨네.
020_1153_c_16L世尊無有上
應時愍傷我
解說四諦事
如應爲講本

그것은 한량없는 자비심이었으니
세존께서 이와 같이 설명하심에
나는 크게 깨닫고 출가하고자
큰 계율을 받기를 원하였다네.
020_1153_c_17L彼曰無極哀
世尊說如是
大通欲出家
願得受大戒

이에 큰 지혜를 갖추신
위없이 훌륭하신 부처님께서는
비구여, 오라고 말씀하시어
구족계를 내려 사문이 되게 하셨네.
020_1153_c_18L卽時大智慧
佛者無等倫
說言比丘來
具足成沙門

이로부터 나는 방일하지 않고
굳건히 정진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감로 같은 법문을 만난 곳에서
아무런 사념도 일으키지 않았네.
020_1153_c_20L以是無放逸
堅精進定意
遭遇甘露處
無爲興無動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니
더없이 훌륭한 스승님이라
나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러
드디어 청량한 해탈을 얻었네.
020_1153_c_21L逮見等正覺
導師無有上
以成阿羅漢
淸涼而滅度

인자들이여, 내가 돌이켜 생각하니
몸이 본래 지은 악업은
모두 그 열매를 거두어야
마음에 편안하고 안락하다네.
020_1153_c_22L唯仁我追念
身本所作惡
悉受是果實
可意樂安隱

온갖 선행을 두루 닦아
생로병사의 고통을 벗어나고
일체의 고뇌와 근심 걱정
슬픔을 모두 여의었네.
020_1153_c_24L廣行有周旋
離生老病死
脫於一切惱
愁憂及啼哭
020_1154_a_02L
이와 같이 수제존(樹提尊)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4_a_02L如是樹提尊
在比丘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8. 뇌타화라품(賴吒惒羅品)[스물여섯 수의 게송]
020_1154_a_03L賴咤和羅品第十八 二十 六偈

수유니(修惟尼)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에게 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뇌타발단(賴吒拔檀)으로
왕의 가장 어린 아들이었네.
020_1154_a_04L有王修惟尼
其王有一子
名賴咤拔檀
是王最小子

가섭불(迦葉佛) 부처님 시대에
크게 탑과 사찰을 일으켰는데
부왕은 불법을 옹호하려는 마음으로
사찰에 찰주(刹柱:刹竿)를 세웠네.
020_1154_a_06L迦葉佛吉祥
興起大塔寺
欲護父王意
爲作剎柱頭

이에 나는 뛸 듯이 기뻐
승로반(承露盤)6)을 건립하고서
나는 장차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만나리라 서원을 세웠네.
020_1154_a_07L心歡喜踊躍
建立承露槃
願我作沙門
等正覺共會

이러한 공덕을 심었기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에 있건 인간에 있건
그 복덕이 자연히 나타났었네.
020_1154_a_08L用是功德故
世世所生處
於天上人閒
其德自然見

이제 최후의 생인 지금
투루타국(投樓吒國)에서
존귀한 집안에 태어나니
누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네.
020_1154_a_10L是爲最後生
在投樓咤國
生於尊者家
獨有一女耳

나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니
구렵왕(狗獵王)에게도 사랑을 받고
나의 모든 친족들과
온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네.
020_1154_a_11L一切所愛敬
如是狗獦王
是我親里家
國土亦如是

단정하고도 잘 생긴데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쳤으며
사람들 가운데서 항상 즐겁고
모든 욕망을 마음대로 즐겼네.
020_1154_a_12L端正甚姝好
顏貌如敷踰
在人中娛樂
一切欲自恣

좋아하고 공경하던 세존께서
투루타국에 이르셨기에
내가 뵙고는 환희심이 일어
곧 사문이 되겠다고 간청하였네.
020_1154_a_14L可意敬世尊
來詣投樓咤
我見心歡喜
便求作沙門

전생에 심은 공덕 덕분에
일어난 변화는 너무도 좋았나니
부처님께서는 나를 불쌍히 여겨
자비심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네.
020_1154_a_15L本功德所致
化變難比倫
慈哀愍傷我
口便發是言

모든 부처님의 정법에 의하면
부모가 허락하지 않을 경우엔
사문이 될 수가 없는 법이니
훌륭한 자제여, 직접 말씀드려라.
020_1154_a_16L諸佛之正教
父母不樂者
不得爲沙門
族姓子自報

나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네.
부모님이시여, 제가 출가하여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020_1154_a_18L卽時還歸家
前白父母言
父母願聽我
出家爲沙門

부모님께서는 나의 말을 듣고
근심을 이기지 못하신 나머지
차라리 지금 당장 죽을지언정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겠다 하셨네.
020_1154_a_19L父母聞我言
愁憂不可勝
子雖命時終
不欲相遠離

나는 이에 음식을 먹지도 않고
마음은 온통 우울한 채로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020_1154_a_20L我時不飮食
一心無所樂
志於淸白法
欲求爲沙門

나는 당시 음식을 먹지 않고
빈 터에 여읜 몸으로 누워
나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장 이곳에서 죽으리라 결심했네.
020_1154_a_22L我時不飮食
萎臥於空地
假令不聽我
便當死於是

엿새 동안이나 음식을 많지 않고
한 마음으로 시름에 잠긴 채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020_1154_a_23L六日不飮食
一心無所樂
志於淸白法
欲求爲沙門
020_1154_b_02L
이때 나의 친지들이
부모님께 찾아와 이렇게 말했네.
장한 일이니 청을 들어 주십시오.
사람이 죽으면 어쩌시렵니까.
020_1154_a_24L時親厚知識
往謂父母言
善哉聽之去
用死人身爲

아들을 즐겁게 만나려 한다면
사문이 되어 살아 있어서
목숨을 보존해야 자주 만날 수 있지
죽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겠습니까.
020_1154_b_03L假令能樂者
爲沙門續在
命存可數見
死者當奈何

이에 부모님은 깨달으시고
비통한 음성으로 함께 말씀하셨네.
설사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020_1154_b_04L時父母知識
共出悲好音
設使作沙門
來見我當聽

이때 나의 친지들은
곧장 와서는 말하였네.
부모님이 그대의 청을 들어 주셨으니
그대는 사문이 되도록 하라.
020_1154_b_05L時親厚知識
便往謂之言
父母已聽汝
明者爲沙門

부모님께서는 조건을 제시하시기를
그대가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자주 찾아와 만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출가를 허락하겠다 했네.
020_1154_b_07L父母共結約
假使爲沙門
數來相見者
子聽汝出家

너무도 훌륭한 소식을 듣고
절로 온몸에 힘이 솟아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네.
020_1154_b_08L彼聞善哉言
自飬有勢力
往詣世尊所
便前白佛言

부모님께서 청을 들어 주셨기에
부처님의 존귀하신 가르침을 받고
세존께서는 나의 머리카락을 깎아
나를 사문이 되게 하셨네.
020_1154_b_09L唯然已聽我
便受佛尊教
世尊下我髮
令我作沙門

승로반을 보시한 덕분에
너무도 많은 안락을 누리고
천상에 있으나 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020_1154_b_11L施承露槃故
受安甚衆多
於天上世閒
功德自然見

부처님께서는 널리 보시고 내게 말씀하셨네.
한적한 생활 좋아함이 제일이라고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얻어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020_1154_b_12L佛普見說我
樂閑居第一
已得阿羅漢
淸涼而滅度

이런 까닭에 환희에 차서
기쁜 마음에 큰 자비심 생기나니
탑과 절을 공양하여야
크나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
020_1154_b_13L是故當歡喜
悅心向大哀
當供飬塔寺
得脫大恐懼

뇌타화(賴吒惒) 대존자가
누더기를 입고 한적하게 지내다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4_b_15L賴咤和大尊
閑居五納衣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19. 화제품(貨提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020_1154_b_16L貨提品第十九 二十七偈

내가 옛날 왕사성에서
부유한 존자로 살고 있을 적에
오백 명이나 되는 도사들이
나의 집에 일년 동안 머물렀었네.
020_1154_b_17L曾在王舍城
爲富大尊者
有五百道士
住我家一年

오백 명의 장자들이
모두 나의 집에 찾아오니
그 때야 도인들은
저마다 한 집씩 가서 머물렀네.
020_1154_b_19L五百諸長者
一切皆往詣
彼時諸道人
各就一家食

마치 우리 자신이
집안에서 짓는 음식을 먹듯
한 명 한 명의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공양하였네.
020_1154_b_20L譬如我等故
家中所炊食
一一諸比丘
供飬亦如是

나이 많은 도사들은
자신들의 몫을 장자들에게 주었나니
더없이 존귀한 도인들은
그 마음이 이와 같았네.
020_1154_b_21L聽年長道士
彼分與長者
無上尊道人
其心念如是

오백 명에게 음식을 대접함에
콩국을 끓여 바쳤나니
나는 공양거리를 장만하여
비구들께 이와 같이 대접하였네.
020_1154_b_23L飯食五百人
豆羹以灌上
我所作供具
飼比丘如是

이렇게 하기를 이틀,
비구들에게 보시하다가
나는 문득 탐욕과 질투의
나쁜 생각이 마음에 일어났네.
020_1154_b_24L如是連二日
布施彼比丘
我時輒興意
貪嫉惡心意
020_1154_c_02L
나의 처자식과 자매들
형제 친족들에게도
이와 같은 음식을
먹이지 못하는 형편인데
020_1154_c_02L尚難飼我子
婦女及姊妹
兄弟諸親屬
是飯食供飬

그럼에도 이 비구들은
석 달 동안이나 공양을 받았으니
오백 명을 대접하느라
우리 집 재물이 크게 줄었구나.
020_1154_c_04L何況此比丘
當供飬三月
供飬五百人
大減損我家

나는 나쁜 방법을 써서
비구들을 죽여야겠다.
비구들이 죽어 버리면
우리 집 재물을 축내지 않겠지.
020_1154_c_05L我欲令比丘
作方便令死
假使命過者
不損用我物

악독한 생각을 하고 나서는
말똥을 음식에 섞어 넣어서
그 음식을 비구들에게 주어
고통 없이 죽이리라 생각했네.
020_1154_c_06L心自念惡已
馬通糅飯中
持用飯食之
謂殺無所苦

이 음식을 먹은 다음에
병이 나서 매우 시달리더니
창자와 위장이 모두 갈라지고
오장이 끊어져 죽고 말았네.
020_1154_c_08L噉此飯食已
得病甚困厄
結刮其腸胃
傷絕於五臟

진리를 좋아하고 깨달은 도인이
목숨이 다하여 죽고 마니
모든 천신과 귀신들이
다 함께 소리쳐 이렇게 말했네.
020_1154_c_09L樂法得道人
則爲已命過
諸天及鬼神
俱共發聲言

이 장자는 매우 악랄하여
도인을 무참히 해쳐 죽였네.
연각에 이르러 존귀하시며
맑고도 번뇌가 없으신 분을.
020_1154_c_10L是長者大惡
傷害殺道人
緣一覺之尊
淸涼無所漏

나는 이 말을 듣고
고뇌와 근심에 빠져 생각하였네.
우리는 선량한 도인을 죽였으니
한량없는 죄에 빠지고 말았구나.
020_1154_c_12L我聞知所語
思念苦惱愁
我等罪無量
坐害善道人

친족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며 이렇게 생각했네.
도인들을 모두 모아 놓고서
그들에게 참회하고 자수하자.
020_1154_c_13L親屬聞是言
悉共愁憂念
皆會諸道人
對悔過自首

이에 도인들게 귀의하여
참회하며 자수한 다음
오백 명의 도인들을 청하여
음식으로 공양 올렸네.
020_1154_c_14L歸命諸道人
悔過自首已
請五百道人
供飬以飯食

거듭 죄를 참회하고 자수하여
도인들에게 귀의하고
음식 공양을 마치고 난 뒤
마음에 스스로 서원을 세웠네.
020_1154_c_16L重悔過自首
歸命衆道人
供飬飯食已
心自發願言

나는 여기에 계신
여러 존자들과 함께 모여
이 분들이 득도(得度)한 것처럼
내 마음도 이와 같이 해탈하여지이다.
020_1154_c_17L令我與是等
諸尊者合會
如是等得度
我心脫如是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빈궁한 곳에 태어나지 말고
탐욕과 질투 등 악한 마음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게 하소서.
020_1154_c_18L世世所生處
勿令在貧窮
莫令我興起
貪嫉惡心意

벽지불(辟支佛)을 이미 살해하여
악독한 죄를 저질렀기에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고 나자
태산지옥(太山地獄)에 떨어졌다네.
020_1154_c_20L害辟支佛已
犯是惡罪殃
於彼壽終已
墮太山地獄

한량없는 고통을 받고
말할 수 없는 고뇌를 겪은 뒤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았으나
수명이 짧아 빨리 죽고 말았네.
020_1154_c_21L苦痛無數千
懊惱不可言
來還得人身
短命速疾過

권세 있고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뭇 사람들의 공경을 받았지만
내장이 매양 타는 듯하니
그런 후에는 이내 죽고 말았네.
020_1154_c_22L所在得勢富
衆人所供飬
腸胃每燋爛
然後乃命過

출가하여 사문이 되니
사문은 그 무엇도 바랄 것 없어
정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아
일체의 욕망을 끊어 버렸네.
020_1154_c_24L棄捐家居去
沙門無所慕
精進修佛教
斷除一切欲
020_1155_a_02L
내가 육신을 버리고
열반에 들려 할 즈음엔
창자와 위 모든 오장이
갈갈이 찢어지고 끊어지리니,
020_1155_a_02L假令我捨身
向般泥洹時
諸腸胃五臟
各各崩壞爛

내가 지었던 과거의 죄악
악한 마음으로 비구를 해쳤던
아직도 남아 있는 죄의 재앙을
최후에는 모두 마치게 되리라.
020_1155_a_03L我所作過惡
惡意害比丘
所作餘罪殃
最後當畢了

내 자신이 지었던 악과
베풀었던 모든 선행들의
과보를 남김 없이 받아
선악의 댓가를 이미 얻었네.
020_1155_a_05L我身所起惡
及所行善行
悉還受果實
善惡俱前獲

사위성에 태어난
신족통을 갖춘 화제(貨提)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5_a_06L舍衛城里生
茶提大神足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0. 선승가섭품(禪承迦葉品)[열한 수의 게송]
020_1155_a_07L禪承迦葉品第二十 十一偈

많은 비구 스님들 목숨이
칠 년을 넘기지 못하였으니
당시 나라에는 기근이 들어
굶주림의 공포가 크게 번졌네.
020_1155_a_08L有諸比丘僧
終竟于七歲
時國穀米貴
飢餓大恐懼

나는 한 사람을 공양했으니
마갈타의 훌륭한 도인으로서
연각의 경지에 이르러
청량하여 번뇌가 없는 이였네.
020_1155_a_10L我分得一人
摩竭妙道人
緣一覺之尊
淸涼無有漏

당시 나는 그만 마음이 변해
악독한 짓을 할 뜻을 품고서
내가 이 비구를 공양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했네.
020_1155_a_11L彼時我興發
起意之爲惡
我當持何用
施飼是比丘

이에 음식을 그대로 두어
벌레와 악취가 생기게 하여
모든 할 일을 돌보고 나서
그 후에 그것을 먹게 하였네.
020_1155_a_12L時停置飯食
令生虫臭惡
往觀諸作使
然後供飬之

이렇게 지은 죄악 때문에
수명이 다하자 지옥에 떨어져
사지를 저미고 불에 구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네.
020_1155_a_14L以是所作罪
壽終墮地獄
合會燒炙之
苦痛不可言

지옥에서 벗어난 뒤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온갖 수단을 다 써보아도
음식을 구하기가 늘 어려웠네.
020_1155_a_15L從地獄得出
世世所生處
作若干方便
求飯食難得

그러다 지금 최후의 생에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
등정각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님이시네.
020_1155_a_16L是爲最後世
來還生人閒
逮見等正覺
無上之導師

신심이 일어 출가하여
재난을 없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서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5_a_18L以信故出家
除害諸漏盡
已得無所著
淸涼而滅度

인자들이여, 나는 이에
신족통을 얻어 항상 자재하건만
음식을 구하여 방편을 써도
약간이라도 얻을 수 없네.
020_1155_a_19L仁者吾於是
神足常自在
求食設方便
若干不能得

큰 길을 벗어나 멀리까지 다니며
말할 수 없는 피로에 시달려도
가나마 요행 운수가 좋아야
음식 공양을 받을 수 있다네.
020_1155_a_20L遠行避道路
疲勞不可言
旣乃得所僥
飯食諸供具

승가가섭존(承伽迦葉尊)인
대통명소작(大通名所作)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5_a_22L承伽迦葉尊
大通名所作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1. 주리반특품(朱利般特品)[여덟 수의 게송]
020_1155_a_23L朱利般特品第二十一 八偈
020_1155_b_02L
옛날 내가 전생에
돼지를 기르는 사람일 적에
강가에 있으면서
돼지들의 입을 묶은 뒤에
020_1155_a_24L昔我先世時
曾爲飬猪者
在於江水傍
繫𢴲衆猪口

강을 건너다가 절반쯤 이르러
나 자신만 혼자 무사히 건너오고는
돼지들은 숨도 헐떡이지 못하고
중간에 휩쓸려 모두 빠져 죽었네.
020_1155_b_03L欲濟至江半
身獨由得渡
猪不得喘息
中流皆溺死

이때 나는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고 의지할 데 없던 차에
온몸에 자비심이 가득 찬
한 선인(仙人)이 그곳에 왔네.
020_1155_b_04L爾時我治生
亡遺無所依
仙人來至彼
從頂有慈哀

곧 나를 인도하여 교화시켜서
내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주고는
착한 계율을 가르쳐 깨우치고
무상삼매(無相三昧)를 행하게 하셨네.
020_1155_b_05L便勸教化我
剃除吾鬚髮
解喩誨善律
行無相三昧

그곳에서 수명을 마친 뒤에는
곧 천상에 태어났으며
천상에서 수명을 다하고서는
다시 태어나 도인이 되었네.
020_1155_b_07L於彼壽終後
便得生天上
天壽復竟盡
卽還爲道人

등정각이신 부처님을 뵙게 되어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으나
어디서나 정신이 흐릿하여
경전을 배우면 곧 잊어버렸네.
020_1155_b_08L逮見等正覺
捨家爲寂志
所在意曚暝
受經尋輒忘

나는 게송 한 수를 배우는데
석 달이 걸려서야 외었으나
네 구절 게송을 익히고 외어
모든 애욕을 끊어버렸네.
020_1155_b_09L我諷學一偈
三月乃諳知
習讀誦四句
斷絕諸愛欲

세존께서 마침 물으시기에
주리반특이 아뢰옵니다.
지금까지 지었던 선행과 악행을
이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말하옵니다.
020_1155_b_11L世尊時問之
朱利般特說
從來善惡事
於阿耨達池

22. 제호시품(醍醐施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020_1155_b_12L醍醐施品第二十二 二十七偈

가섭불께서 열반하시니
나는 뒤를 잇는 제자가 되어
널리 듣고 삼세(三世)의 일을 알고도
늘 경법(經法) 감추고 아꼈네.
020_1155_b_13L迦葉佛滅度
我爲後弟子
博聞知三世
常秘惜經法

비구들에게 일러주지도
남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으려 하고
혹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와 같게 된다고 생각하였네.
020_1155_b_15L不爲比丘說
不肯示與人
儻餘乞本知
便當與我等

설사 어떤 비구가 와서
나에게 경법을 물을지라도
내가 거짓으로 그를 속이니
뜻을 알 수 없어 원망하였네.
020_1155_b_16L設有比丘來
至我所問事
吾則欺詐之
不解意結恨

도인들은 화가 나 돌아가면서
근심과 분노에 차 욕을 하였네.
무엇을 꺼려서 법을 말하지 않는가.
그대의 행동은 결코 옳지 못하다네.
020_1155_b_17L衆道人恚還
憂恚罵詈言
何嫉不說法
仁者豈爲往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에야.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자책하였네.
예전에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한 행위였구나.
020_1155_b_19L臨欲壽終時
心卽自悔責
未曾講論法
是爲大不善

수명이 다해 가고 있어
남은 기한이 칠일뿐임을 알고
대중 스님들을 모아 놓고
당장 법을 설명해 주었네.
020_1155_b_20L自知壽向盡
餘過有七日
聚會衆僧類
應時爲說法

밤낮으로 중요한 법을 가르쳐
탐욕과 질투를 없애게 하였는데
설법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의 수명이 다하고 말았네.
020_1155_b_21L晝夜講諸要
蠲除貪嫉妒
說法未竟畢
於彼便命過

나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지극히 미묘한 기쁨에 잠겨
가르침을 받아 지녀 뜻을 생각하고
점차 서로 권하여 교화시켰네.
020_1155_b_23L如我所分別
聞者極妙快
受教思惟義
展轉相勸化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칠일 동안
내가 한 설법은 아주 적었지만
이 덕분에 천상에 태어나서
하늘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네.
020_1155_b_24L所說法尟少
聚會人七日
用是得生天
天伎以自娛
020_1155_c_02L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고는
하생하여 다시 사람이 되어
가유라국(迦惟羅國)의
석가국(釋迦國) 왕가에 태어났네.
020_1155_c_02L天上壽終下
來還受人身
在迦惟羅衛
生釋國王家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공경하여
뭇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였고
재물이 많아 보배가 한량없으니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었네.
020_1155_c_04L端正見者敬
爲衆所愛樂
大財無極寶
普以度無極

그런데 종족의 남자들 중
젊은이들이 모두 출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승려가 되는 것이 부러워
집안에 아끼던 재물을 모두 버렸네.
020_1155_c_05L見諸族姓子
來者皆棄家
我羡爲寂志
捐家愛欲財

세존께서는 더없이 훌륭하신 분이라
자비심으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누차 나를 타이르고 격려하여
출가하도록 권하시고 이끄셨네.
020_1155_c_06L世尊無等人
慈念愍哀我
屢數率勵我
勸導令出家

나는 부처님의 더없이 높은
기쁜 가르침을 공경히 따랐으니
인자들이여, 나는 몸소
칠년 동안 보시를 행하였네.
020_1155_c_08L吾便敬遵佛
無上之喜教
唯仁者我身
七年行布施

이렇게 칠년 동안
보시하기를 마친 다음
그제야 승려가 되어
뛰어난 지혜의 가르침 받았네.
020_1155_c_09L於是惠與已
終竟于七歲
然後作寂志
受勝智慧誨

칠년은 실로 오랜 기간이요.
사람의 수명은 매우 짧으니
오늘 보시를 한 뒤에
뉘라서 삶을 장담할 수 있으리.
020_1155_c_10L七年爲長久
人命爲甚短
今日便布施
誰能保身命

나는 세존의 분부를 따라
즉시 사문(沙門)이 되었고
인자들이여, 그리고 칠일 만에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았네.
020_1155_c_12L用尊是往故
卽時作寂志
唯仁我七日
出家除鬚髮

신심이 있었기에 사문이 되어
불법을 수행하는 몸이 되어서
이십오년 세월 동안
고요한 물같이 마음을 가라 앉혔네.
020_1155_c_13L信故爲沙門
修行佛法身
二十五歲中
寂定心如水

그런데 그만 악도(惡道)에 빠져
집안 일에 대한 애착이 일어나
닦고 있던 수행을 모두 버리고
감로 같은 법문도 소용 없었네.
020_1155_c_14L於是弊惡道
起念著家事
奉行捐損業
亦不用甘露

그러다 매우 부끄러워 뉘우치고
열반을 얻기를 발원하였네.
친척들에게 비방을 받아
모두를 나를 원수처럼 보리니
020_1155_c_16L於彼甚慚愧
發求無極利
毀辱于親屬
悉當見仇憎

이러한 행동은 옳지 못하여
또한 바랄 바가 아닌 것이니
이미 출가하여 적멸을 지향했으니
어찌 다시 속세의 집을 생각하리요.
020_1155_c_17L作是爲不可
亦不所僥恨
已出志守寂
豈復返懷居

자식을 낳아 기를 생각과
재물에 대한 욕심 등을
모두 남김없이 끊어버리고
끝끝내 계율을 버리지 않으리라.
020_1155_c_18L興家種姓意
財利之所欲
當能斷斯著
終不捨離戒

차라리 나 자신이 죽을지언정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하리라.
나는 마땅히 큰 칼을 잡으리니
이 목숨을 어찌 아랑곳하랴.
020_1155_c_20L寧令我身沒
其壽所憎惡
我當捉大刀
安用此命爲

그리고 예리한 칼로 끊듯이
지난 인연들을 끊어버려서
더러운 때가 모두 제거되니
그제야 마음에 해탈을 얻었네.
020_1155_c_21L便執利刀劍
除割所因緣
刈截垢濁已
然後心解脫

일심으로 해탈을 얻고 난 뒤
차츰 남에게도 적멸 얻게 하였더니
나는 자비를 베푼 대가로
진리의 광명을 빨리 만났네.
020_1155_c_22L一心便解度
稍數令人寂
我於慈果實
速値法光明

나의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
존귀하고 미묘한 법을 강설했는데
이 법이 참으로 행할 만했기 때문에
마음을 고요히 하여 해탈을 얻었네.
020_1155_c_24L我壽向終時
講說尊妙法
緣是所可行
定意度無極
020_1156_a_02L
큰 신족통을 갖춘 석가족의
근기가 약한 살바달(薩波達)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6_a_02L釋子大神足
弱根薩波達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3. 아나율품(阿那律品:無獵)[아홉 수의 게송]
020_1156_a_03L阿那律品第二十三 無獵 九偈

옛날 나는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었는데
우연히 한 사문(沙門)을 만나니
대통화리타(大通和莅吒)였네.
020_1156_a_04L昔我曾不食
彼世時施與
遭遇見沙門
大通和莅咤

이런 인연으로 석가족에 태어나
이름을 아나율이라 하였으며
공덕을 쌓은 덕분에 나는
온갖 기악들을 즐길 수 있었네.
020_1156_a_06L以故生釋種
號曰阿那律
功德自娛樂
俳伎之所娛

그때에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뵈옵고
곧 기쁜 마음으로 세존을 흠모했나니
그 분을 바라보고는 뛸 듯이 기뻐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네.
020_1156_a_07L時見等正覺
卽喜慕世尊
睹之心踊躍
捨家爲寂志

숙세(宿世)에 쌓아온 정진 덕분에
수행의 방편이 늘 견고하고
이미 삼달지(三達智)를 뛰어넘어
부처님과 같은 가르침을 갖추었다네.
020_1156_a_08L宿世行精進
方便常堅彊
已脫三達智
具足如佛教

스스로 전생에 지어 온
인연들을 돌이켜 아노니
천상의 도리천에서
칠세(七世) 동안 지냈네.
020_1156_a_10L自識本宿命
造行所更歷
於忉利天上
積七世在彼

칠세가 지난 뒤 세상에 돌아와
인간으로 존귀한 집에 태어나니
부귀한 군자(君子)의 집안으로서
금은보화가 자연히 갖추어졌네.
020_1156_a_11L七返還人閒
人閒轉勢尊
富貴君子家
金珠寶自然

천상에서 칠세, 인간에서 칠세
열네 차례 생사를 거듭했는데
전생에 지은 근본 인연을
모두 자세히 알았었네.
020_1156_a_12L於是七彼七
生死凡十四
本悉識知之
前世之所行

이러한 인연의 결과로
인색하거나 질투한 적이 전혀 없고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생사를 벗어나기만 구하였네.
020_1156_a_14L如是所與果
曾無慳嫉意
世世所生處
常求不生死

이때에 존자 아나율이
대중 스님들 가운데 있다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6_a_15L時尊阿那律
處于衆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4. 미가불품(彌迦弗品:鹿子)[열네 수의 게송]
020_1156_a_16L彌迦弗品第二十四 鹿子 十四偈

옛날 나는 사냥개를 쫓다가
어느 약품 가게에 이르렀는데
몸이 불편한
연각(緣覺)이신 한 존자를 만났네.
020_1156_a_17L昔我逐勇狗
往詣藥肆上
緣一覺之尊
身體得不豫

나는 그에게 의약품을 주고
칠일 동안이나 보살폈는데
존자는 칠일이 지나고 나자
그만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020_1156_a_19L給之以醫藥
瞻飬至七日
尊人過七日
便飛昇虛空

나는 그때 집안에 있던
하인들과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네.
복전(福田)인 존자가 우리 집에 왔으니
출가의 공부란 이와 같도다.
020_1156_a_20L我時見告語
家之僕童客
衆祐已來臻
如是出家學

그러던 중 나는 하인이 전하는
벽지불이 날아갔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
한 마음으로 허공을 향해 합장하였네.
020_1156_a_21L我聞僕所說
辟支佛飛行
其志踊躍喜
一意叉手向

이때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인연 때문에
천상에 있으나 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020_1156_a_23L緣是喜悅意
布施醫藥故
在天上人閒
功德自然見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
다시 인간의 몸을 얻어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신
등정각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뵈었네.
020_1156_a_24L於今最後世
復還得人身
値見等正覺
導師無有上
020_1156_b_02L
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이미 모든 집착을 끊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네.
020_1156_b_02L於釋師子所
出家爲寂志
已得無所著
淸涼而滅度

지금 나는 이곳에서
의복과 음식뿐만 아니라
침상 와구 등 안락한 도구들을
매우 많이 공양 받고 있네.
020_1156_b_04L於昔吾於是
得供甚衆多
衣被及飮食
牀臥所安具

벽지불에게 의복을 기워주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덕분에
사방에서 온갖 약들을 주며
편안하여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었네.
020_1156_b_05L爲其縫衣服
從施醫藥故
四方給諸藥
所安無所乏

이때 천인이 내려와
평사국(萍沙國) 왕에게 말하였네.
그대는 마땅히 의약품을 가지고
미가불(彌迦弗)에게 보시하도록 하라.
020_1156_b_06L天人往告語
蓱沙之國王
卿當以醫藥
施與彌迦弗

그렇게 하면 그대 나라가 흥성하고
온갖 약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에 유기성(遺耆城)의 의왕(醫王)이
약을 가지고 와 녹자(鹿子)에게 바쳤네.
020_1156_b_08L仁國當興利
衆藥大熾盛
遣耆域醫王
擎藥與鹿子

그러자 사방에서 온갖 의약품들이
모두 나에게로 쏟아져 왔네.
당시 평사국의 왕은 약품을
대신통이 있는 이에게 보시하였네.
020_1156_b_09L四面醫藥來
皆悉歸趣我
彼時王蓱沙
施遣大神通

이에 나에게 약품을 주게 되어
유연당(柔軟堂)을 갖추고서
천이백 오십 명 비구들에게
두루 약품을 나누어 주었네.
020_1156_b_10L於是來授我
具足柔耎堂
悉遍比丘僧
千二百五十

육통(六通)의 큰 신통력을 갖춘
녹자(鹿子) 비구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6_b_12L其鹿子比丘
六通大神足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5. 나운품(羅雲品)[열 수의 게송]
020_1156_b_13L羅雲品第二十五 十偈

나는 옛날 왕이 되어
마갈타국을 다스렸는데
백성들이 매우 많았지만
사리에 맞게 나랏일을 처리했네.
020_1156_b_14L我昔曾爲王
典主摩竭國
人民甚衆多
決事以義理

당시 한 선인이 있었는데
시내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네.
020_1156_b_16L爾時有仙人
飮他溝中水
卽來詣我所
前語我如是

대왕이시여, 저는 도적질을 했습니다.
주지도 않은 물을 마셨으니
마땅히 저를 처벌하시어
도둑놈을 매질하듯 하여 주소서.
020_1156_b_17L大王我爲賊
乏飮不與水
便當謫罰我
如拷盜竊者

이에 나는 대답하였네.
선인은 법약(法藥)을 지녔으니
나는 그대를 내버려 두겠다.
가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다.
020_1156_b_18L我時卽報言
仙人持法藥
我恣聽仁者
便去隨其欲

대왕이시여, 저는 납득할 수 없으니
죄과를 없애지 못하겠나이다.
당연히 저를 처벌하셔야만
그래야 저의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020_1156_b_20L大王我狐疑
咎結不得除
便當謫罰我
今乃消殃罪

이에 뒷동산에 버려 두라 분부하고는
엿새 동안이나 그를 잊고 지냈으며
엿새가 지난 뒤에도
음식을 얻지 못하도록 했네.
020_1156_b_21L卽勅著後園
忘之至六日
過六日已後
亦不得飮食

이러한 인연 때문에
악한 마음을 품었던 것이 아닌데도
불에 타고 구워지는 흑승(黑繩)지옥에 떨어져
육만 년이란 오랜 세월을 지내고
020_1156_b_22L坐是因緣故
未曾有惡意
墮燒炙黑繩
更歷六萬歲

그리고도 재앙이 아직 남아
최후의 생인 지금에도
어머니 뱃속에 들어 있은 지
육 년 만에야 출생할 수 있었네.
020_1156_b_24L畢是有餘殃
於今最後生
處在母腹中
六年乃得生
020_1156_c_02L
나쁜 마음을 일으킨 적 없고
몸과 입으로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이와 같은 과보를 받았으니
죄와 복은 참으로 어길 수 없는 것.
020_1156_c_02L未曾起亂意
身口不犯罪
乃値得果實
罪福不可離

이와 같이 나운존이
비구 스님들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6_c_03L如是羅雲尊
在於比丘僧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6. 난제품(難提品)[열네 수의 게송]
020_1156_c_05L難提品第二十六 十四偈

옛날 유위불(惟衛佛) 세상에서
나는 따뜻한 욕실을 보시하여
비구 스님을 한 번 목욕하게 해주고
스스로 이렇게 발원했네.
020_1156_c_06L昔惟衛佛世
我施煖浴室
一洗比丘僧
便自發願言

나도 이 스님과 같은
존귀한 대중들과 함께 모여서
세세생생 청량함을 얻고
욕망을 떠나 티 없이 살며
020_1156_c_08L令我與是等
尊衆共集會
世世得淸涼
離欲無垢塵

단정하며 항상 침착하고
미묘한 꽃같이 청정하게 되기를.
그곳에서 수명이 다하자
곧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네.
020_1156_c_09L端正常徐好
淸淨若妙花
於彼壽終後
便得生天上

천상에 있으나 인간 세상에 있으나
얼굴은 아름답고 단정한 데다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매우 존구한 집에 살게 되었네.
020_1156_c_10L在天上人閒
顏色好端正
世世所生處
所住大勢尊

천상에서 수명이 다한 후에는
다시 인간 세상에 내려오자
천인과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면 좋아하였네.
020_1156_c_12L於彼壽終後
來還生人閒
諸天及人民
見我無厭足

벽지불의 탑을 보고
잘 수리하고 단장하여
성인의 표식은 선명하게 하고
그 위에는 깃발과 덮개를 달았네.
020_1156_c_13L見辟支佛塔
繕治泥整頓
聖飾令鮮白
於上懸幡蓋

나는 그때에 이렇게 발원했네.
나의 모습이 훌륭하여
몸에는 자금색 빛이 나고
단정하기 비길 데 없이 되어지이다.
020_1156_c_14L我時自發願
欲求得相好
金體紫磨色
端嚴無有比

이때 지은 복으로 인해
바라나국(婆羅奈國)에 태어났네.
지유니(脂惟尼:sīvi)로 태어나
아들이 되어 미워하거나 해침이 없었네.
020_1156_c_16L因是所作福
生波羅柰國
於脂惟尼生
作子無恚害

가섭불의 탑을 보고
환희심이 일어나
곧 그 절로 가서
승로반(承露盤)7)을 세웠네.
020_1156_c_17L見迦葉佛塔
其心爲歡喜
輒詣其寺中
豎立承露槃

이렇게 탑을 보시하고
탑의 성인 표식을 수리하고
승로반을 세웠던 인연으로
한량없이 많은 복을 받았네.
020_1156_c_18L用是施塔故
及治聖飾塔
興建剎柱槃
受福不可量

그러고도 남은 복이 있어
최후의 생인 지금
석가족 왕가에 태어나
부처님의 아우가 되었네.
020_1156_c_20L從彼有餘福
於是最後世
生釋氏王家
便爲佛之弟

나의 몸은 자연히
대인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장엄하게 나찬(羅羼)을 이루고
평등하게 삼사(三士)께 보시하였네.
020_1156_c_21L我身自然有
大人之相好
莊嚴成羅羼
平等布三十

부처님께서 두루 보시고는 나를 두고
단정하기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이미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감로같은 진리의 법을 얻었네.
020_1156_c_22L佛普見說我
端正最第一
已除盡諸漏
逮得甘露句

난제 부모자(父母子)가
비구 스님들 가운데서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6_c_24L難提父母子
於比丘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020_1157_a_02L
27. 발제품(颰提品)[열아홉 수의 게송]
020_1157_a_02L颰提品第二十七 十九偈

옛날 세상에는 곡식이 귀하여
지근으로 큰 공포에 휩싸였을 때
오백 명의 비구들이 있었는데
걸식하면 사람들이 음식을 주었네.
020_1157_a_03L昔世穀米貴
飢餓大恐懼
比丘有五百
求食則施與

일체의 모든 장자들은
도를 지닌 이들에게 보시하여
걸식하면 음식을 얻을 수 있었나니
음식을 가져와 나에게 주었네.
020_1157_a_05L一切諸長者
惠施衆道術
分衛得飯食
便持來授我

아무리 거친 음식이라 할지라도
항상 나누어 나에게 주었으며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서
매양 나의 말을 따랐네.
020_1157_a_06L雖得粗細食
常分以與身
亦不能知我
每隨用我語

한 번은 사람들이 찾아와
나에게 음식을 구걸하였는데
나는 이때 힘을 다하여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네.
020_1157_a_07L諸人民來趣
行求飯食具
我爾時自力
從彼便出去

이에 사람들은 모두 뛰어
멀리서 저를 찾으면서
힘을 다해 뒤를 쫓았지만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네.
020_1157_a_09L是時各馳走
孚遠相求索
盡力從後追
不能及逮我

흐르는 하천을 건너서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사방을 두루 돌아보았더니
고요하여 따라오는 사람 없었네.
020_1157_a_10L卽渡於流河
便卻坐一面
周帀四向視
得靜無來人

그날 나 혼자서 음식을 먹노라니
부드럽고 맛있고 또한 향기로워
마음에 흡족하게 실컷 먹고서
날이 저물도록 편안히 쉬었네.
020_1157_a_11L我今日獨食
柔軟美且香
飽滿意盈足
終慕獲安隱

그곳에 한 비구가 있었으니
곧 연각(緣覺) 세존으로서
위신(威神)이 매우 우뚝하여
생사를 남김 없이 제거하셨네.
020_1157_a_13L於是有比丘
則緣覺世尊
威神大巍巍
生死除無餘

마음속으로 근심하며 생각하기를
가난하고 미천함은 매우 고통스러우니
본래 공덕을 닦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가난하게 된 것이다.
020_1157_a_14L意慮常念言
窮賤甚苦劇
本不修功德
是故令我貧

이에 곧 청정한 마음이 일어나
뛸 듯이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마땅히 비구에게 보시해야지
비구는 모든 복의 근본이라네.
020_1157_a_15L卽興淸淨心
歡踊意念言
當施與比丘
是本衆祐者

이때 세존께서는 음식을 받아
그곳에서 잡수시고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며
허공으로 훌쩍 날아 오르셨네.
020_1157_a_17L時世尊便受
則於彼飯食
用憐愍傷我
便飛在虛空

나는 이에 발원하였네.
다시는 내가 가난하지 않으며
내생에는 권세 있고 부유한 집에 태어나
미묘한 꽃처럼 용모가 단정하고
020_1157_a_18L我時卽發願
莫復令我貧
後生勢富家
端正如妙華

이러한 존귀한 분들과
세세생생 함께 모여 지내며
나도 이러한 법을 받아
저 존자처럼 되어지이다.
020_1157_a_19L與如是等尊
世世共會遇
使我承此法
如仁者所得

이때 지은 복덕 때문에
오랫동안 안락을 누렸고
천상에서건 인간 세상에서건
지은 복덕이 절로 나타났네.
020_1157_a_21L緣是所作德
受安長且久
於天上人閒
所作德自見

때로는 국왕이 되기도 했고
천상과 인간을 무수히 오가며
한 번도 악도에 떨어진 적 없고
별다른 재앙도 있지 않았네.
020_1157_a_22L亦得爲國王
天人無數反
未曾墮惡道
亦無有罪殃

그리고도 남은 복이 있어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는
권세 있고 부유한 가문에 태어나니
큰 성씨인 석가족에 태어났네.
020_1157_a_23L從彼有餘福
於是最後世
來生勢富家
釋種大姓生
020_1157_b_02L
한 번은 부처님이신 세존께서
태어나신 본국으로 오셨기에
나는 곧 사문(沙門)이 되어
여러 친족들과 함께 지냈네.
020_1157_b_02L爾時佛世尊
來詣所生地
我卽爲寂志
幷與親屬俱

내가 전생에 세운 발원이
모두 뜻대로 이루어지고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7_b_03L我本所立願
輒如意具足
已得無所著
淸涼且滅度

권세를 버리고 사문이 된
발제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7_b_04L捨勢爲沙門
颰提受佛教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8. 나반발제품(羅槃颰提品)[열네 수의 게송]
020_1157_b_06L羅槃颰提品第二十八 十四偈

옛날 구루진불(拘樓秦佛) 시대에
탑을 세운 사람이 있었다네.
나도 당시 그곳에 살았는데
그 절은 매우 높고 컸었네.
020_1157_b_07L拘樓秦佛時
昔有起塔者
我時在彼住
其寺甚高大

이 탑과 절을 세울 때
나는 입으로 비방하였네.
이 탑은 매우 크고 높은데
어느 때나 완성할 수 있으리.
020_1157_b_09L興造此塔寺
我口呵譴之
是塔甚太大
何日當成就

조그만 공덕을 지으면 되니
이렇게 스스로 힘을 쓴다면
그다지 많이 수고하지 않고
탑과 절도 속히 완공될 것을.
020_1157_b_10L可稍作功德
如是自立辦
旣不多勞煩
塔寺亦速訖

입으로 비방하는 말을 하여
망어(忘語)죄를 범한 탓에
수명이 다하고 난 뒤
그만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네.
020_1157_b_11L用口說寠言
坐犯語罪報
命盡壽終後
便墮地獄中

지옥에서 나온 뒤로도
몸은 왜소하고 추악했으며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였네.
020_1157_b_13L從地獄得出
短小身玄醜
世世所生處
爲衆所輕邈

가섭불(迦葉佛) 시대에는
부리가 붉은 까마귀가 되어서
바라나국(波羅奈國)에 살며
우거진 숲 사이를 날아다니다
020_1157_b_14L迦葉佛世時
爲烏鳥赤嘴
波羅柰中道
翺翔叢樹閒

부처님께서 광명을 뿜으며
비구들에게 둘러싸인 광명을 보고
곧 부처님께 순종하여 예배 올리고
입으로 슬픈 소리를 내었네.
020_1157_b_15L瞻見世光曜
比丘所圍繞
卽順佛爲禮
口出悲音聲

부처님 세존께서 다니시다가
바라나국에 계실 적에는
늘 어디고 따라다니면서
항상 주위를 맴돌며 슬피 울었네.
020_1157_b_17L佛世尊所遊
波羅柰國時
每隨行出入
常繞向悲鳴

이때 지은 공덕 때문에
다시 사람의 몸을 얻었고
더없이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네.
020_1157_b_18L緣是所作德
來還得人身
逮見等正覺
無上之導師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이미 모든 집착을 버리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7_b_19L得出爲寂志
於釋師子所
已爲無所著
淸涼而滅度

자재한 아라한의 지위를 얻고
여섯 가지 신통과 대신족통을 가졌네.
이름을 지법(持法)이라 하니
바르고 참되며 변재를 갖추었네.
020_1157_b_21L羅漢得自在
六通大神足
名曰爲持法
正眞有辯才

모든 대중의 모임에서도
나의 음성을 듣게 되면
친척들과 사람들이
다들 환희심을 일으킨다네.
020_1157_b_22L一切衆聚會
聽聞我音聲
諸天及人民
一切皆歡喜

내가 지은 죄는 적은 것이나
지은 복도 역시 많지는 않네.
모두가 그 과보를 얻게 되나니
죄와 복 둘다 지은 대로네.
020_1157_b_23L我作罪少耳
作福亦不多
皆獲其果實
所爲二罪福
020_1157_c_02L
나반발제 존자가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7_c_02L羅槃颰提尊
在於比丘僧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29. 마두화율치품(摩頭惒律致品)[스물한 수의 게송]
020_1157_c_03L摩頭和律致品第二十九 二十一偈

옛날 유야리국(惟耶離國)에서
큰 원숭이가 되었을 적에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가다가
비구들이 꾸중을 들었네.
020_1157_c_04L昔於惟耶離
身爲大獼猴
趣往取佛鉢
比丘見被呵

발우를 깨뜨리지는 않았기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네.
비구들이여, 꾸짖지 말라.
끝내 발우를 깨뜨리지 않았단다.
020_1157_c_06L得無壞佛鉢
世尊告比丘
比丘勿得呵
是終不壞鉢

나는 부처님의 발우를 가지고
천천히 나무 위로 올라가
발우에 벌꿀을 가득 채워서
다시 나무에서 내려왔네.
020_1157_c_07L我時取佛鉢
徐徐持上樹
盛以滿鉢蜜
便則從樹下

벌꿀이 가득찬 발우를 받들어
두 손으로 세존께 공손히 바쳤는데
벌꿀 가운데 더러운 벌레가 있어
부처님께서는 받으려 하지 않으셨네.
020_1157_c_08L手擎滿鉢蜜
以奉上世尊
蜜中有虫穢
正覺不肯受

부처님께서는 발우 가운데
죽은 벌과 꿀이 섞여 있음을 보셨네.
나는 좋은 부분만 가려낸 다음
다시 들어서 부처님께 바쳤네.
020_1157_c_10L佛見其鉢中
死蜂與蜜雜
尋好擇出之
復擎重上佛

이때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광명을 비추시고
여전히 받으려 하지 않으셨기에
나는 물로 발우를 깨끗이 씻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바쳤네.
020_1157_c_11L時佛世光㷿
復更不聽受
我以水淨洗
仍前稽首上

물로 윗부분을 깨끗이 씻고
다시 다른 발우에 담아
세존께 공양을 올리고 나자
마음은 뛸 듯이 환희에 찼네.
020_1157_c_12L以水灑其上
更盛異鉢中
供飬佛尊已
心踊躍歡喜

세존께서 비길 데 없이 훌륭하시어
이때 죽은 벌을 제도하시고
내가 올린 한 발우의 벌꿀을 받아
여러 제자들과 함께 드셨네.
020_1157_c_14L世尊無等人
彼時度死蜂
受此一鉢蜜
服食及弟子

나는 이에 너무도 기뻐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는
오로지 법왕(法王) 앞에 머물며
항상 정진할 마음을 가졌네.
020_1157_c_15L我時甚踊悅
叉手而向佛
專住法王前
其心常精進

나는 그곳에서 이렇게 발원했네.
내가 사람의 몸을 얻고
내세에는 세존의 세상을 만나
최상의 진리를 얻어지이다.
020_1157_c_16L在彼發願言
令我得人身
來値世尊世
使得最上義

이때 지은 복덕 때문에
사람의 몸을 얻게 되었고
더없이 위대한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날 수 있었네.
020_1157_c_18L緣是所作德
因用得人身
逮得等正覺
無上之導師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곁에 모시면서
이미 모든 집착을 버리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020_1157_c_19L得出爲沙門
給侍釋師子
已爲無所著
淸涼而滅度

대신족통 및 여섯 신통을 갖춘
자재한 아라한이 되어
이름을 출밀(出蜜)8)이라 하니
비구들도 이 사실을 알았네.
020_1157_c_20L得自在羅漢
六通大神足
名曰爲出蜜
諸比丘亦知

전생에 지은 복덕으로
지금 사람들의 공경을 받아
수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사방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020_1157_c_22L知前所作福
於今得恭敬
與數百比丘
共遊行周旋

도중에 궁핍한 상태에 빠져
비구 스님들이 굶주리고 목마를 때면
내 마음속으로 발원하길
벌꿀과 음료수를 얻고 싶다 하였네.
020_1157_c_23L設在窮乏路
比丘僧飢渴
心適自發願
我欲得蜜漿
020_1158_a_02L
그러면 내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사람들이 먼 곳에서 와서
벌꿀과 좋은 음식을 가지고
공손히 나에게 바쳤네.
020_1157_c_24L知我心所念
衆人卽遠來
齎持蜜美食
以用奉上我

나는 곧 이 음식들을 받았고
자연히 좋은 음식이 매우 풍족해져서
이를 비구 스님들께 보시하여
모두들 마음껏 실컷 먹게 했네.
020_1158_a_03L我尋便受之
自然極羙多
以施比丘僧
可意甚飽滿

나는 태어나서 그 즉시
원숭이였을 때 지었던 복덕 때문에
생사의 길을 모두 벗어나고
감로 같은 법문을 얻을 수 있었네.
020_1158_a_04L我應時生已
獼猴所作行
度脫無徑路
便得甘露句

이에 내가 전생에 바라던 바를
뜻대로 모두 이루게 되었나니
세존이신 부처님을 공양하면
바라는 바가 모두 갖추어진다네.
020_1158_a_05L如我本所願
輒得如其意
供飬佛世尊
所求則具足

인자(人者)들이여, 나는 매양 생각했네.
내가 지은 공덕은
모두 그 보답을 받아
마음이 언제나 평안하다고.
020_1158_a_07L唯仁每悉念
我所作功德
悉獲其果實
可意安隱吉

이와 같이 출밀존(出蜜尊)이
비구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020_1158_a_08L如是出蜜尊
在比丘僧中
於阿耨達池
自說本所作

30. 세존품(世尊品)[오십 수의 게송]
020_1158_a_09L世尊品第三十 五十偈

온 누리를 가장 널리 밝히시고
모든 세간에서 가장 뛰어나시며
모든 번뇌의 때를 말끔히 제거하시고
일체의 대중을 항복 받으셨네.
020_1158_a_10L一切勝普明
一切世閒最
得除盡諸垢
降一切衆會

모든 신통과 지혜로 두루 살피시는
온갖 것에 통달하신 대인이시니
모든 원한과 공포에서 중생을 구하고
진리의 배로 저 언덕에 이르게 하네.
020_1158_a_12L諸通慧普見
大人一切暢
度諸怨恐懼
法船濟彼岸

모든 중생 깨우쳐 교화하시고
언제나 기꺼이 세상을 걱정하여
중생을 불쌍히 여겨 해탈케 하고
진리로 일체 중생 구원하셨네.
020_1158_a_13L曉了衆所化
欣然愍世閒
矜傷脫衆生
以義一切救

모든 중생들을 묶고 있는
온갖 속박을 제거하시니
일체의 사람 중 가장 뛰어나시며
설법하여 중생의 눈이 되시네.
020_1158_a_14L除去一切人
悉解諸繫縛
一切人中最
說法爲衆眼

대인(大人)이신 부처님 끝없는 지혜
대웅(大雄)이신 부처님 지극한 명망
대광명(大光明)이신 부처님 끝없는 설법
최상의 진리로 중생을 건지시네.
020_1158_a_16L大人無極慧
大雄極名聞
大光無極法
以度於最法

대력(大力)으로 교화하여 간교함이 없고
크고 밝은 지혜로 중생을 깨우치시며
기쁜 마음으로 중생들을 권면하시니
큰 의왕(醫王)께서는 온갖 능력 갖추셨네.
020_1158_a_17L大力化無黠
開化大明慧
歡勸大衆人
大醫多所兼

세존이신 부처님 중생의 두려움 없애주시고
위없으신 부처님 모든 근심 제거해주시며
부처님의 인자하신 마음은
대지옥에 묶인 결박 풀어주셨네.
020_1158_a_18L世尊壞衆恐
無上除諸憂
佛仁爲度脫
大牢獄閉繫

큰 용왕이시고 큰 사자이시며
집착이 없는 큰 비구이시고
큰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번뇌에서 건져주셨네.
020_1158_a_20L大龍大師子
無著大比丘
大智慧世尊
救濟衆塵勞

정진하여 큰 힘을 갖추시고
교화의 방편이 크게 견고하시어
천상과 인간을 모두 항복 받으시고
큰 진리 속에 고요하고 평안하시네.
020_1158_a_21L精進有大力
方便大堅彊
降伏衆天民
大道寂靜安

부처님께서는 천중천(天中天)9)이시라
모든 귀신들까지도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세상을 불쌍히 여기시네.
020_1158_a_22L佛大天中天
一切諸鬼神
悉禮智慧足
佛出哀世閒

항상 큰 생사(生死) 가운데 있으면서
생사의 그물을 끊어버리시고
신통력과 끝없는 자비로
큰 지옥에서 중생을 건지셨네.
020_1158_a_24L恒在大生死
壞決羂羅網
神通無極哀
度脫大牢獄
020_1158_b_02L
큰 용왕이시며 큰 천인이시라
뭇 대중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시며
한량없는 보시를 널리 베푸시고
이미 고요한 해탈에 이르렀네.
020_1158_b_02L大龍大天人
於衆會最先
廣施無極施
已逮弘寂迹

모든 선인들의 존장이 되고
이미 모든 존귀한 진리를 얻어
큰 제자들을 성취시키시니
스승의 덕은 지극히 높도다.
020_1158_b_03L尊長士仙人
已度諸尊法
成就大弟子
導師德極尊

모든 복덕 가운데 가장 으뜸이신
위없으신 부처님 근심 걱정 없애시고
모든 이들을 해탈케 하시며
일체의 상호(相好)가 존귀하도다.
020_1158_b_05L衆祐中最上
無上除愁憂
諸所度脫勝
一切相好尊

모든 색욕(色慾)을 끊어버리시고
모든 애욕도 뽑아버리시고
지금 용왕이 있는
아뇩달지 큰 연못에 노닐고 계시네.
020_1158_b_06L斷絕諸色欲
拔濟諸恩愛
時遊在龍王
阿耨達大池

일체의 행위를 이루시고
허공 가운데 뛰어 올라 계시는데
제자의 무리들이 에워싸니
오백 제자 조용히 있다네.
020_1158_b_07L一切所作辦
踊在虛空中
弟子衆圍繞
寂然有五百

불쌍히 여기시고 지극히 애달파하여
모든 사람들을 자비롭게 보살피시니
비구 대중을 관찰하시고는
스스로 이렇게 말씀하셨네.
020_1158_b_09L愍傷有極哀
慈護一切人
觀察比丘衆
便自說是言

내 말을 분명히 들어라.
전생에 지은 것에 따라
몸에 비로소 행위가 있고
지금 그 남은 재앙을 받는다.
020_1158_b_10L明聽我所語
前世之所造
身始有所作
今所獲餘殃

내가 옛날 전생에
문라(文羅)라는 이름의 사람이었을 때
착하고 훌륭하며 허물이 없는
벽지불을 헐뜯은 적이 있다.
020_1158_b_11L吾昔宿命時
作人名文羅
誹謗無瑕穢
善妙辟支佛

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이 훌륭한 벽지불을 잡아다가
수갑을 채우고 온몸을 결박해
사형수처럼 대하려 하였네.
020_1158_b_13L衆人大來會
縛束善妙士
著杻械閉繫
須出如死囚

나는 그제야 이 사문이
결박당하여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서
마음에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를 구해서 풀어주었네.
020_1158_b_14L吾時見沙門
得縛束苦惱
其心發慈哀
身則爲救解

이때 지은 죄업 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지옥에 떨어졌고
그런 다음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났으나
항상 사람들의 비방을 받았네.
020_1158_b_15L用是罪殃故
墮地獄甚久
後來生人閒
常爲人所謗

그러고도 재앙이 남아 있어서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도
수다리(須陀利) 외도들이
함께 모의하여 나를 비방하네.
020_1158_b_17L用是有餘殃
於此最後世
須陁利異道
共議誣謗我

한번은 바라문이 되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도술을 지녀
오백 명의 학지(學志)10)들을 거느리고
우거진 숲속에서 강론하였네.
020_1158_b_18L曾爲婆羅門
博聞持道術
有五百學志
講術叢樹閒

이때에 큰 신력(神力)에다
오신통을 지닌 비구가 왔네.
나는 도인이 오는 것을 보고
비방하며 그의 잘못을 들추었네.
020_1158_b_19L時有大神力
五通比丘來
我見道人至
誹謗楊其惡

선인은 애욕을 가라앉힌 채
숲속에 고아하게 자리 잡았는데
마납(摩納)11)들도 그 말을 듣고
나를 따라 함께 비방하였네.
020_1158_b_21L仙人深愛欲
自高處樹閒
諸摩納聞之
便共效我宣

이에 모든 학지(學志)들이
집집마다 걸식하러 다니며 떠드니
사람들 중에서도 비방하였네.
선인은 더러운 욕심이 있다고.
020_1158_b_22L時一切學志
家家行乞丐
大衆中誹謗
仙人有垢欲

이렇게 저지른 죄업 때문에
수다리(須陀利)의 여인과
부처님의 오백 제자들이
모두 비방을 당하게 되었네.
020_1158_b_23L緣是所犯罪
須陁利女人
佛五百弟子
悉共被誹謗
020_1158_c_02L
부처님께서는 모든 이치에 밝으시어
허망한 비방을 받게 되자
이는 세타(世吒)의 제자 짓이지
사문이 그렇지 않았음을 잘 아셨네.
020_1158_c_02L佛爲一切明
有虛妄之謗
知世咤弟子
是爲沙門耶

이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곧장 악도 가운데 떨어져
태산(太山)지옥에 태어나
매우 혹독한 괴로움을 겪었네.
020_1158_c_03L犯是罪殃已
便墮惡道中
生在太山獄
勤苦甚酷毒

그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전차마니녀(旃遮摩尼女)가
대중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허망하게도 부처님을 습격해 죽였네.
020_1158_c_04L以此有餘殃
旃遮摩尼女
在大衆會中
虛妄掩殺佛

옛날에 삼형제가 되었을 때는
재산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
형제들을 깊은 골짜기에 떠밀어 놓고
돌로 쳐서 죽이고 말았네.
020_1158_c_06L曾爲三兄弟
而共諍錢財
推撲墜深谷
石擡以殺之

이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태산 지옥에 떨어져
쇠사슬에 묶여 불에 타고 굽히니
그 혹독한 고통 말할 수 없네.
020_1158_c_07L以是所犯罪
墮太山地獄
燒炙在黑繩
毒痛甚酷苦

그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조달(調達)12)이 바위를 굴리니
이에 바위가 떨어져 내려
부처님의 발가락이 다치고 말았네.
020_1158_c_08L以此有餘殃
調達石所擡
於是石墮落
中傷佛足指

사람들이 깊은 물을 건너려고
배를 타고 강과 바다에 들어갔을 때
함께 배 위에 타고 있다가
칼을 빼어 상인들을 해치고 말았네.
020_1158_c_10L乘船入江海
俱欲渡深水
時共載船上
拔刀殺賈人

이러한 죄악을 저질렀기에
몸이 지옥 속에 떨어졌고
그리고도 오히려 재앙이 남아
철자(鐵刺)13)가 부처님 앞에 나타났네.
020_1158_c_11L用犯此罪故
身墮地獄中
以是餘殃故
鐵刺見佛前

한번은 물고기 잡는 가게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물고기를 잡아 죽이는 것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일었네.
020_1158_c_12L曾在捕魚肆
生爲漁者子
有捕殺魚者
我爾時生心

이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태산지옥 속에 떨어져
쇠사슬에 묶여 불에 타고 굽히니
그 혹독한 고통 말할 수 없네.
020_1158_c_14L從是所犯罪
墮太山地獄
燒炙在黑繩
勤苦甚毒痛

누륵국(樓勒國)의 왕을 따라
스님을 죽였는데
이때 지은 재앙이 나아
지금도 두통에 시달린다네.
020_1158_c_15L隨樓勒國王
傷殺釋子時
以是有餘殃
於今得頭痛

유위불(惟衛佛) 세존의 시대에
그 제자들을 마구 욕하였네.
흰 쌀밥을 먹게 하지 말고
항상 날보리를 먹여야 한다고.
020_1158_c_16L惟衛世尊時
罵詈其弟子
不應食粳米
當令噉生麥

이때 입으로 나쁜 말을 한
죄업을 저질렀기 때문에
흑승(黑繩)지옥14)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았네.
020_1158_c_18L用是所犯罪
坐口出惡言
墮於黑繩獄
受苦不可計

그리고도 오히려 재앙이 남아
바라문들과 원한을 맺어
한번은 나를 청해다가
석 달 동안 보리를 먹게 했네.
020_1158_c_19L以此有餘殃
怨結婆羅門
請我終一時
三月中噉麥

옛날에 의원이 되었을 적에는
존귀한 이의 자식을 치료하다가
그만 약을 잘못 쓴 탓에
병이 더욱 악화되게 만들었네.
020_1158_c_20L曾爲治病醫
時療尊者子
合藥分倒錯
令疾轉增劇

이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고통이 심했는데
그러고도 남은 재앙이 있어
지금도 설사병을 앓는다네.
020_1158_c_22L用犯此罪故
墮地獄甚苦
以此有餘殃
是故得下利

내가 옛날 전생에
격투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
역사(力士)와 서로 겨루다가
불자(佛子)를 그만 살해하였네.
020_1158_c_23L吾昔前世時
曾爲手搏師
與力士相撲
害殺有佛子
020_1159_a_02L
이때 저지른 죄업 때문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그리고도 재앙이 남아
어깨와 옆구리가 항상 아프다네.
020_1158_c_24L用犯此罪故
受苦難訾量
以此餘殃故
脅肋爲之痛

난제화라(難提和羅)에게 이르시기를
가섭불을 경멸하며 헐뜯었으니
이 사문을 보면
불도를 얻지 못한다 말하네.
020_1159_a_03L謂難提和羅
輕毀迦葉佛
用見此沙門
言不得佛道
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모든 법은 인위적인 조작이 없이 자연스런 것이라는 견해.
  2. 2)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4무량심(無量心)을 말함. 이 네 마음을 닦으면 범천에 태어나므로 범행이라 함.
  3. 3)아라한이 가지는 과거ㆍ미래를 환히 아는 지혜. 삼명(三明)이라고도 함.
  4. 4)여러 가지 옷 조각들을 꿰매어 만든 누더기로, 다섯 가지 색깔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름.
  5. 5)편발은 머리를 땋아 상투를 트는 것을 말함. 편발지는 이러한 차림의 수행자가 익히는 공부를 뜻함.
  6. 6)탑 위에 층층이 쌓여 있는 상륜(相輪)을 말함.
  7. 7)노반(露盤)이라고도 한다. 탑의 옥개(屋蓋)에 설치하는 구륜(九輪)을 말한다.
  8. 8)벌꿀을 바쳤다는 의미다.
  9. 9)하늘 중에서도 하늘이라는 뜻으로 가장 존귀함을 뜻한다.
  10. 10)바라문 또는 바라문의 가르침을 배우는 학생인 듯하다.
  11. 11)바라문의 학생이나 연소자.
  12. 12)제바달다(提婆達多). 부처님의 사촌으로 항상 부처님을 해치려 하다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13. 13)쇠바늘 숲[鐵刺林]지옥을 말함. 사음(邪淫)을 범한 사람이 떨어지는 곳이다.
  14. 14)팔열지옥(八熱地獄)의 하나. 쇠사슬로 묶인 채 불에 굽히고 태워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