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240_a_01L불설수신세경(佛說受新歲經)
020_1240_a_01L佛說受新歲經


서진(西晋) 월지국삼장(月氏國三藏) 축법호(竺法護)한역
020_1240_a_02L西晉月氏國三藏竺法護譯



이와 같이 들었다.
020_1240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동쪽 동산 녹자모(鹿子母) 강당에서 5백 명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는 7월 15일로서 부처님께서는 노지에 자리를 펴고 앉으셨고, 비구들이 앞뒤로 에워싼 가운데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노지에서 건추(揵槌)를 쳐라. 왜냐 하면 오늘은 7월 15일, 바로 새해[新歲]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020_1240_a_04L一時佛在舍衛國東苑鹿母園中與大比丘衆五百人俱是時世七月十五日於露地敷坐比丘僧前後圍繞佛告阿難曰汝今於露地速擊揵槌所以然者今七月十五日是受新歲之日
그때 존자 아난은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020_1240_a_09L是時尊者阿難右膝著地長跪叉手便說此偈

깨끗한 눈은 짝할이 없고
어떤 일이나 모두 익숙했으며
지혜롭고 집착이 없는 이시여
어떤 것을 해를 받음[受歲]이라고 이름합니까?
020_1240_a_10L淨眼無與等
無事而不練
智慧無染著
何等名受歲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아난에게 대답하셨다.
020_1240_a_12L爾時世尊復說此偈報阿難曰

해를 받음이란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세 가지 업을 깨끗이 하는 것
비구들이 쌍쌍이 서로 마주해
제가 잘못한 것을 다 털어 놓고
다시 스스로 제 이름 부르는 것이다.
020_1240_a_13L受歲三業淨
身口意所作
兩兩比丘對
自陳所作短
還自稱名字

오늘은 대중들이 해를 받는 날
깨끗한 마음으로 나도 받을 것이니
부디 그 허물을 따져 보아라.
020_1240_a_15L今日衆受歲
我亦淨意受
唯願原其過

그러자 아난은 다시 게송으로 그 법을 여쭈었다.
020_1240_a_16L爾時阿難復以此偈問其儀曰

항하의 모래 같은 과거 부처님과
벽지불과 모든 성문들은
모든 부처님 법을 다하였는데
이것은 오직 석가모니의 법입니까.
020_1240_a_17L過去恒沙佛
辟支及聲聞
盡是諸佛法
獨是釋迦文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답하셨다.
020_1240_a_19L爾時世尊復更以偈報阿難曰

항하의 모래 같은 과거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깨끗한 마음은
한결같이 모든 부처님의 법이요
지금의 석가모니 법만은 아니다.
020_1240_a_20L恒沙過去佛
弟子淸淨心
皆是諸佛法
非今釋迦文

벽지불은 이 법이 없어
해를 받음도 없으며 제자도 없이
혼자 살면서 그 동료도 없고
남을 위하여 설법도 하지 않는다.
020_1240_a_22L辟支無此法
無歲無弟子
獨逝無伴侶
不與他說法
020_1240_b_02L
미래 세상의 여러 불세존들도
항하의 모래처럼 헤아릴 수 없고
지금의 고오타마 법처럼
이 해를 받음의 법을 받을 것이다.
020_1240_b_02L當來佛世尊
恒沙不可計
彼亦受此歲
如今瞿曇法

그때 존자 아난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환희심이 차올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곧 강당에 올라가 손에 건추를 들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부처님의 신고(信鼓)를 치니,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은 전부 이곳으로 모이시오.”
그리고 아난은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020_1240_b_03L是時尊者阿難聞此語已歡喜踊躍不能自勝卽昇講堂手執揵槌竝作是說我今擊此如來信鼓諸有如來弟子衆者盡當普集爾時阿難復說此偈

힘센 악마의 원수를 항복받고
온갖 번뇌 남김없이 버린 이
나는 노지에서 이 건추를 치니
이 소리 듣는 비구 모두 모이시오.
020_1240_b_08L降伏魔力怨
除結無有餘
露地擊揵槌
比丘聞當集

부처님의 거룩한 법을 듣고서
생사의 바다를 건너고자 하는 이
이 묘한 건추 소리 듣거든
모두 다 서둘러 이곳으로 모이시오.
020_1240_b_10L諸欲聞法人
度流生死海
聞此妙響音
盡當速集此

그때 존자 아난은 건추를 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이제 세존께서는 무엇을 시키시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차례대로 앉아라. 여래가 스스로 때를 알아 할 것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풀 자리에 앉아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모두 풀자리에 앉아라.”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모두 풀 자리에 앉았다.
020_1240_b_11L爾時尊者阿難已擊揵槌至世尊所頭面禮足在一面住白世尊言今正是時唯願世尊何所勅使是時世尊告阿難曰汝隨次第坐如來自當知是時世尊坐于草坐告諸比丘等盡當坐于草坐諸比丘對曰如是世尊時諸比丘各坐草坐
그때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여러 비구들을 관찰하신 뒤에 곧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새해를 받고자 한다. 나는 대중들에게 허물이 없었는가, 또 몸과 입과 뜻으로 죄를 범한 일은 없었는가?”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세 번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새해를 받고자 한다. 그런데 나는 대중들에게 허물이 없었는가?”
020_1240_b_18L是時世尊默然觀諸比丘已便勅諸比丘我今欲受新歲我無過咎於衆人乎又不犯身口意耶如來說此語已諸比丘默然不對如來是時復三告諸比丘我今欲受新歲然我無過於衆人乎
020_1240_c_02L그때 존자 사리불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지금 비구들이 부처님을 관찰해 보니 부처님께서는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지금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시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셨으며, 열반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시고, 구호받지 못한 이를 구호하셨습니다.
장님을 위해서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자를 위해서는 의사가 되어 주셨으며, 삼계에서 홀로 높아 아무도 따를 이가 없으니, 가장 거룩하고 가장 훌륭하십니다.
도의 뜻을 내지 못한 이에게는 도의 뜻을 내게 하시고, 깨닫지 못한 사람들을 깨닫게 하셨으며, 법을 듣지 못한 이는 법을 듣게 하시고, 헤매는 이를 위해서는 길이 되어 바른 법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허물이 없으시며, 또 몸과 입과 뜻의 허물이 없으신 것입니다.”
020_1240_b_23L是時尊者舍利弗卽從坐起長跪叉白世尊言諸比丘衆觀察如來身口意過所以然者世尊今日不度者度不脫者脫不涅槃者令得涅槃無救護者爲作救護爲盲者作眼目爲病者作醫王三界獨尊無能及者最尊最上未起道意者令發道意人未悟尊令悟之未聞法者使令聞爲迷者作徑路導以正法以此事如來無咎於衆人也亦無身口意過
그리고 나서 사리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도 지금 부처님께 여쭙겠습니다. 저는 부처님과 비구 대중들에게 허물이 없었습니까?”
020_1240_c_10L是時舍利弗白世尊言我今亦向如來自陳然無過咎於如來及比丘僧
020_1241_a_02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그대 사리불은 그 몸이나 입이나 뜻으로 지은 허물이 전혀 없다. 왜냐 하면 지금 지혜로써 그대를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대는 갖가지의 지혜, 한량없는 지혜, 끝없는 지혜, 짝할 이 없는 지혜, 빠른 지혜, 날쌘 지혜, 매우 깊은 지혜, 평등한 지혜가 있으며,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아 즐거워하는 곳이 있고, 온갖 방편이 많으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아 모두 기억하고 삼매에 들어 근본을 두루 갖추었다.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를 성취하였으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였으며, 해탈지견을 성취하였고, 용맹스럽고 날래며 말을 참을 줄 알고, 악이 그른 법임을 알며, 심성은 조용하고 찬찬하여 사납지 않다.
마치 전륜성왕의 제일 큰 태자가 마땅히 왕위를 이어받아 보배 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지금 사리불도 그와 같아서 어떤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용ㆍ귀신ㆍ악마나 악마 하늘도 굴리지 못하던 위없는 청정한 법 바퀴를 굴리며, 그대가 하는 말은 언제나 법의 이론에 맞아 이치에 어긋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020_1240_c_13L世尊告曰汝今舍利弗都無身口意所作非行所以然者汝今智慧無能及者種種智慧無量智慧無邊之無與等智疾智捷智甚深之智等之智少欲知足樂之處多諸方便念不錯亂摠持三昧根原具足戒就三昧成就智慧成就解脫成就解脫知見成就勇悍能忍所說知惡之爲非法心性庠序不行卒暴猶如轉輪聖王最大太子當紹王位轉於寶舍利弗亦復如是轉於無上淸淨法輪諸天世人及龍鬼神魔若魔天本所不轉汝今所說常如法議未曾違理
그러자 사리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5백 명의 비구들도 모두 해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도 여래에게 허물이 없겠습니까.”
020_1241_a_03L是時舍利弗白佛言此五百比丘盡當受歲此五百人盡無過咎於如來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 5백 명의 비구들의 몸과 입과 뜻의 행도 나무라지 않는다. 왜냐 하면 사리불이여, 이 대중들은 모두 아주 청정하여 어떤 티끌이나 더러움이 없다. 이 대중 가운데서 가장 작은 아래 자리의 사람도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어 반드시 더 높은 경지인 물러나지 않는 법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대중들을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는 것이다.”
020_1241_a_06L世尊告曰我亦不責此五百比丘身口意行所以然者此舍利弗大衆之中極爲淸淨無諸瑕穢今此衆中最小下座得須陁洹道必當上及不退轉法以是之故我不怨責此衆
그때 붕기사(朋耆奢)가 그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바로 하여라.”
020_1241_a_10L爾時朋耆奢在此衆中卽從坐起至世尊所頭面禮足白世尊言我今堪任欲有所論世尊告曰欲有所說今正是時
붕기사는 곧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과 비구 대중을 찬탄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020_1241_a_14L朋耆奢卽於佛前歎佛及比丘僧而說此偈

청정한 이 보름날에
5백 비구들 모두 모였네.
온갖 결박이 모두 풀렸고
애욕 없어 다시 나지 않으리.
020_1241_a_15L十五淸淨日
五百比丘集
諸縛結悉解
無愛更不生

거룩한 큰 전륜왕
뭇 신하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하늘 위나 이 세간의
모든 세계를 두루했나니.
020_1241_a_17L轉輪大聖王
群臣所圍繞
普遍諸世界
天上及世閒

일체 중생을 모두 거느리고
그들의 길잡이 되며
제자들 즐거이 모시고 따르나니
세 가지 밝음과 여섯 신통 갖추었네.
020_1241_a_18L大將人衆導
爲人作導師
弟子樂侍從
三達六通徹

그들은 모두 부처님 참제자로
그 어떤 티끌이나 때가 없으며
애욕의 가시를 다 뽑았으니
나는 지금 스스로 귀의하네.
020_1241_a_19L皆是眞佛子
無有塵垢者
能斷欲愛刺
今日自歸命

그때 부처님께서는 붕기사의 말을 옳다 하셨다.
그러자 붕기사는 ‘부처님께서 지금 내 말을 옳다 하셨다’고 생각하고, 기쁨에 마음이 뛰놀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제자리로 돌아갔다.
020_1241_a_21L爾時世尊可朋耆奢所說是時朋耆奢作是念如來今日可我所說歡喜踊躍不能自勝卽從坐起禮佛卻退還就本位
020_1241_b_02L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들 중에서 게송을 제일 잘 짓는 제자는 바로 이 붕기사 비구며, 하는 말에 의심이 생겨나지 않는 이도 바로 이 붕기사 비구이다.”
020_1241_b_02L爾時世尊告諸比丘我聲聞中第一造偈弟子所謂朋耆奢比丘是所說無疑難亦是朋耆奢比丘是也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20_1241_b_05L爾時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佛說受新歲經

축법호(竺法護)의 번역인 이 『수신세경(受新歲經)』을 살펴보면 국본(國本)ㆍ송본(宋本) 모두 용함(容函) 가운데 편집되어 있다.
거란장경은 용함 중에 『수세경(受歲經)』이란 것이 있는데, 이 경과는 크게 다르다.
지금 『개원록(開元錄)』에서 조사한 것에 의거한다면 거란장의 경이 바로 용함의 『수세경』이다. 이 송장경(宋藏經)은 경함(竟函)의 『신세경(新歲經)』과 글은 다르나 의미는 같으니, 아마 본(本)은 같으나 번역이 다른 것 같다.
『개원록』 중에서 『신세경』을 단역(單譯)이라고 여긴 것은 그 뜻이 분명하지 않다. 지금 우선 같은 부류끼리 모아서 현철(賢哲)을 기다리고자 하므로 이 경을 옮겨 경함(竟函)에 편집하였다.
020_1241_b_06L按此『受新歲經』竺法護譯者國本本皆編於容函中丹藏則容函中有名受歲經者而與此經大別今依『開元錄』撿之則丹藏之經正是容函『受歲經』耳此宋藏經與此竟函『新歲經』文異義同似是同本異譯耳則『開元錄』中以『新歲經』爲單譯者厥義未詳今且欲類聚以待賢哲故以此經移編于竟函焉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