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20_1242_a_01L불설신세경(佛說新歲經)
020_1242_a_01L佛說新歲經

동진(東晋) 천축삼장(天竺三藏) 담무란(曇無蘭)한역
020_1242_a_02L東晉天竺三藏曇無蘭譯



이와 같이 들었다.
020_1242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8만 4천 명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는데, 사리불과 목련 등은 부처님을 앞뒤로 둘러싸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모임에 계시는 모습이 마치 여러 산의 왕인 수미산이 홀로 높아 우뚝 솟은 것 같고, 또 둥근 달이 뭇 별을 비추는 것처럼 위엄스런 광명만이 빛나고 있으며, 자금(紫金)이 한 곳을 비추면 그곳에 있는 것이 모두 금빛이 되는 것처럼 우뚝하여 특별하고 높고 높아 짝할 이가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는데, 그 모습이 한량없이 청정하여 해와 같고 구름과 같으셨다. 석 달을 마치고 새해가 되었기 때문에 비구들은 고요하고 담박하게 오직 한마음으로 스스로 도를 생각하면서 다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020_1242_a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八萬四千人俱利弗目連等前後圍遶聽佛說經處大會猶如須彌衆山之王獨峻高如月盛滿照于群星威光唯景紫金耀於是場地皆作金色卓然特巍巍無侶於時世尊與比丘衆俱淸淨無量如日如雲終竟三月以至新歲諸比丘衆寂然憺怕一心自思念於道定無有異想
이에 현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20_1242_a_13L於是賢者阿難卽從座起偏袒右臂右膝著地長跪叉手前自歸佛足以偈歎曰

일체 중생을 건지고 보호하려
부처님께서 여기 와 노니시니
석 달 동안을 바로 이곳
기수급고독원에서 지내셨네.
020_1242_a_15L佛尊所以來
遊此以濟護
三月處於斯
祇樹孤獨園

소원을 이미 두루 갖추었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짝할 이 없는 길잡이 스승이시여.
지금 새해를 선포하소서.
020_1242_a_17L所願以具足
今正是其時
導師無等倫
應宣布新歲
020_1242_b_02L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이 게송으로 찬탄하는 것을 들으시고 한쪽에 고요히 앉아 있는 현자 대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삼천대천세계의 깊숙한 산골이나 높은 산 꼭대기나 돌 집으로 가서 여러 비구들이 들을 수 있도록 널리 소리를 내어라. 그리하여 갓 출가하였거나 오랫동안 공부하였으나 아직 깨닫지 못한 이는 모두 이 기수 동산에 모이게 하라. 왜냐 하면, 여래는 이제 새해를 세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020_1242_a_18L於時世尊聞阿難說偈歎誦至眞寂坐一面告賢者大目犍連汝往詣三千大千世界幽閑山谷峻頂石室遍聲告諸比丘衆始進舊學逮諸未悉使來會於斯祇樹所以者何來以到欲立新歲
그러자 대목건련이 부처님 뜻을 받들어서 허공에 솟아올라 큰 소리를 내어 삼천대천세계에 알렸다. 그 큰 메아리 속에는 저절로 게송이 읊어졌는데, 그 게송은 다음과 같았다.
020_1242_b_03L時大目揵連踊在虛承佛聖旨而發洪音告于三千大千世界其大響中自然演偈而說頌曰

그대들의 사는 곳
숲이나 산이나 바위 사이에
새해가 이미 이르렀으니
마음속 소원을 이룰지어다.
020_1242_b_05L仁等所以處
林藪山石閒
新歲時已到
心所願當成

그때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비구들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 이 게송을 듣고 제각기 신통과 여러 가지 방편으로 그 몸을 나타내어 기수 동산으로 왔다.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새해를 받으려고 부처님 곁에 모였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제자들이 한꺼번에 모여 오니, 무릇 80만 4천억 해(★)로서 모두 새해를 받고자 하였다.
020_1242_b_07L諸比丘所在遊居三千大千世界聞斯偈告各各以神足若干方便變現其身到祇樹園行詣佛所受立新歲在佛邊合集弟子各從異方他土來一時都會凡八十萬四千億姟受新歲
그때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건추를 쳐라. 이제 때가 되었다.”
아난이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건추를 치니, 그 소리는 온 불국토에 두루 퍼졌다. 그러자 한 불국토의 지옥ㆍ아귀ㆍ축생들은 건추 소리를 듣고 모두 부처님의 위신을 입었으며, 온갖 병과 지독한 고통들이 사라져 모두 편안하게 되었다.
020_1242_b_13L彼時世尊告賢者阿難汝往擊于犍搥時今已到阿難受教卽從座起而撾揵搥聲遍佛土一佛大國地獄餓鬼畜生聞揵搥音承佛威神一切諸病苦毒悉除皆得安隱
그때 부처님께서는 깨끗한 범음으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일어나 사라주(舍羅籌)1)를 돌리고, 서로 마주하여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꾸짖고, 많은 잘못과 각자가 저지른 법답지 못한 행위를 서로 사과하되, 각각 참아 화합하고 몸과 입과 뜻을 깨끗이 하여 더러움이 남김없게 하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서로 사과하고 잘못을 참회한 뒤에 각기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020_1242_b_17L於時世尊以淨梵音告諸比丘汝等宜起行舍羅籌各各相對悔過自責相謝衆失所犯非法各忍和同淨身口心令無餘穢時諸比丘卽受佛教各從坐起在世尊前各各相謝懺悔所失還復坐在其本位
020_1242_c_02L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각각 제자리에 돌아가 앉은 것을 보시고 그들을 가엾이 여겨 스스로 합장하고 비구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부디 화합하는 마음[和心]으로 서로 대하라. 나는 너희들을 향해 허물을 뉘우친다. 왜냐 하면 나는 비록 위없이 거룩한 여래ㆍ지진(至眞)으로서 어떤 실수나 빠뜨린 업이 없고, 마음이 방일하지 않아 지혜를 잃지 않으며, 탐내고 사모하는 것이 없어 금계를 헐지 않으며, 여러 성문과 연각 중에서 덕이 높으며,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들에서 뛰어나며, 삼계의 제일 어른으로 짝할 이가 없지만 그래도 혹 내 몸과 입과 뜻에 잘못이 있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020_1242_b_23L佛時見衆各還位坐佛垂慈愍因從座起而自叉手向諸比丘言諸比丘衆當和心相向向汝悔過所以者何身口意儻相違失雖無上尊如來至眞無有誤失闕漏之業心不放逸失智慧無所貪慕不毀禁戒於諸聲聞緣覺中尊德超諸天世閒人民界最長而無等侶
또 여러 비구들은 여러 종성에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사문의 행을 닦으므로 심성이 각각 다르고 뜻이 같지 않다. 그러므로 이 부처의 업에 있어서는 서로 조심하여 그 교훈을 받들어 거스르거나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왜냐 하면 만일 어떤 비구가 성스러운 대중과 함께 있으면서 새해를 세울 때에 몸의 행이 각각 다르고 마음의 생각이 같지 않으면 곧 아첨하는 마음으로 ‘저 비구는 진실로 받지 않으므로 계율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020_1242_c_08L又諸比丘若種姓出家學道修沙門法心性各異操不同在斯佛業當可施行宜奉訓不得違犯所以者何若有比丘於聖衆建立新歲身行各異心念不而懷諛諂計彼比丘不受眞正應具戒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하여 착하고 진실하고 바르면 부처의 구족계를 받고는 공경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상ㆍ중ㆍ하에 순종하여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고 부끄러워할 줄 알고 마음을 낮추어야 법의 계율에 맞겠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이와 같이 행하는 자는 원망하거나 미워함이 없고 원한을 맺지 않으며, 고금의 법을 관찰하여 어지러움이 없고 새해를 세우되, 성내거나 잘난 체하는 마음이 없다. 왜냐 하면 금계는 청정하기 때문이다.
020_1242_c_14L所以者何身口意淨乃善眞受佛具戒心抱恭恪順上中下爲慢恣慚愧下意乃應法戒所以者如是行者無有怨憎不爲結恨古今法無有憒亂建立新歲亦無瞋恚自大之心所以者何戒禁淸淨
020_1243_a_02L새해를 만들어 세우고 가장 큰 계율을 마련하더라도 청정하지 않으면 그는 부처의 제자가 아니니, 그것은 시체가 땅에 있거나 무덤 사이에 버려져 있을 때, 천상과 세간의 모든 이들이 각기 좋은 약을 가지고 오고, 신비한 주문과 좋은 기술로 그를 가엾이 여겨 고치려 해도 죽은 이를 다시 살아나게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비구로서 금계를 범하거나 헐면, 아무리 그가 대중 속에 들어가 여러 가지로 회개하고 새해를 만들더라도 그는 스스로 구제하지 못한다. 왜냐 하면 그는 계율을 깨뜨림으로써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가 이내 지옥ㆍ아귀ㆍ축생의 과보를 받아 그 고통과 쓰라림은 한량없을 것이니, 너희들은 부디 삼가야 한다.”
020_1242_c_19L立新歲建立最大戒不淸淨非佛弟猶如死人屍形在地棄捐塚閒上世閒諸天人民各齎良藥神呪好愍念療之不能使活如是比丘犯禁戒正使入衆若干新歲不能自建成新歲所以者何是人毀戒歸自然因還獲報地獄餓鬼畜生苦酸楚無量汝勤愼之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풀 자리를 떠나셨다. 그러자 이내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번 진동하고 공후(箜篌)의 풍류들은 치지 않아도 스스로 울리며, 하늘은 허공에서 온갖 이름난 향과 갖가지 꽃을 뿌렸다.
020_1243_a_04L佛說是法已卽從座起離于草蓐尋時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箜篌伎樂不鼓自鳴天於虛空雨衆名香而散雜花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이 계법을 말씀하실 때, 비구들은 각각 제자리에서 부처님의 거룩한 뜻과 위엄 있고 신비스런 교훈과 공덕의 광명이 두루 비치자, 각기 제자리에서 일어섰으나 마음은 즐겁지 않고 항상 앉았던 산의 바위 틈이나 나무 밑을 그리워하였다.
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법은 다 부처님에게서 받았습니다. 성현께서는 도의 근본이시고 일체의 보호자가 되시며,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눈으로서 가장 높고 뛰어나십니다. 거룩한 덕은 위없이 뛰어나 그 짝이 없으며, 높고 의젓하여 도의 교화를 널리 펴십니다.”
020_1243_a_07L佛說是戒法品時告比丘衆時諸比丘在本坐以佛聖旨威神之誨功勳光皆以普周各自起立心不復樂於常坐山巖樹下唯是爲欲各從座起稽首佛足口自白言一切諸法皆從佛受聖則道本爲一切護慈愍之目最尊殊特聖德無上超絕無侶巍巍堂堂宣布道化
그때 부처님께서는 높은 자리로 옮기시고 제자들에게 참회하고 사과하신 뒤 천하를 가엾이 여겨 풀 자리로 돌아가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앉으시자 제자들도 각각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법답게 앉았다.
020_1243_a_15L於時如來遷延尊位懺謝聖衆矜愍天下還就草蓐佛適復坐聖衆亦然各就故位復坐如法
020_1243_b_02L이때 부처님께서는 때가 된 것을 보시고 그 대중을 가엾이 여겨 비구들 앞에서 세 번 명령하여 세울 바를 마치게 하셨다. 그러자 다섯 비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새해를 세웠는데, 새해를 세우자 1만 명의 비구들은 도의 자취[跡]를 얻었고, 8천 비구들은 아라한이 되었으며, 8만 4천의 허공의 하늘들은 그 교화를 입었고, 모두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경법을 강설하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의 부류들은 3승(乘)을 세웠으며, 부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그 지극히 높으신 몸을 굽히시매, 그 계시는 자리마다 위험과 재액을 벗어나게 하며, 시방(十方)을 모두 구제하셨다.
020_1243_a_18L爾時世尊見歲時到愍念諸會在比丘前三自令竟所立畢訖五比丘從座起建立新歲適立新歲一萬比丘得成道迹八千比丘得阿羅漢虛空諸天八萬四千咸見開化皆發無上正眞道意講說經法不可計數衆生之類建立三乘今佛慈哀抂屈至尊處在衆座度脫危厄十方蒙濟
그때 난두화난(難頭和難)용왕들은 각기 제자리를 버리고, 모두 물 향과 전단향을 비롯한 온갖 향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새해 장소에 이르러 부처님과 비구 대중에게 귀의하고, 그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린 뒤에 전단향과 온갖 향을 부처님과 비구 대중에게 공양하였다. 그리고 다음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20_1243_b_03L於時難頭和難龍王各捨本居皆持澤香栴檀雜香往詣佛所至新歲場歸命於佛及與聖衆稽首足下以栴檀雜供養佛及比丘僧便以斯偈而歎頌曰

높은 산 바위 틈에 있거나
그늘진 나무 밑에 앉았거나
혹은 큰 바다에 놀 때에
언제나 굶주림의 원한 품다가
020_1243_b_08L其在於山巖
坐於陰樹下
若遊於大海
而懷飢瞋恨

여기 와 앉아 새해를 세우니
한량없는 중생들 모두 모여 와
부처님 받들고 공양올리며,
단 이슬 문을 이루게 되었네
020_1243_b_10L來坐立新歲
億載衆生集
供養悉奉佛
得成甘露門

그때 바다의 용왕이 붉은 진주를 가져다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교로각(交露閣)의 휘장을 만드니 너비와 길이가 4백 리에 달하였으며, 자감색(紫紺色) 유리와 서로 섞여 이루어졌다. 그것을 손에 바쳐 들고 허공을 날아 용궁 위를 나왔다. 교로각에서 여덟 가지 맛을 가진 맑은 못물이 흘러나와 땅을 깨끗이 씻었고, 그것으로 부처님과 비구 대중을 공양하였다. 교로각을 받들어 부처님과 비구대중에게 올리고, 구슬 영락을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뿌리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20_1243_b_11L於時海龍王齎赤眞珠化作上妙交露閣帳廣長四百里紫紺瑠璃而共合成手執擎持行虛空中出龍宮上從交露閣八味水池流淸灑地供養如來及比丘衆以交露閣貢上大聖及比丘僧以珠瓔珞散佛聖衆卽說偈言

맑고 깨끗하기 허공과 같고
하나로 평등하여 자연히 없네.
금계는 가장 청정하나니
진귀하고 아름다운 밝은 구슬을 뛰어넘네.
020_1243_b_18L淸淨如虛空
等一自然無
禁戒最淸淨
踰珍妙明珠

한량없는 수의 많은 무리들
이 대회에 앉아 있으며
모두 다 모든 성문들에게
공양하고는 편안히 머무르네.
020_1243_b_20L無央數衆輩
坐在於大會
悉供養安住
及諸聲聞衆
020_1243_c_02L
이때 시방의 여러 보살들과 천인과 용과 귀신의 왕들도 각각 시방에서 모여 와 여러 가지 기묘한 공양 거리를 만들어 내어서 부처님과 비구대중에게 공양한 뒤에 머리를 조아려 귀의하면서 경전을 한결같이 물어 받들었다.
그들은 모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었다. 이에 천인들은 모두 마음을 내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공양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20_1243_b_21L爾時十方諸菩薩天龍神王各從十方面而來合會化作若干奇妙供具供養世尊及比丘衆稽首歸命諮受經典各復如是等無有異咸來稽首皆發無上正眞道意於是天人各各發心供養世尊及諸聖衆以偈歎曰

그 마음이 제일 맑고 깨끗하여
으뜸 가고 불가사의하시며
거룩한 무리 중에 가장 높은 어르신
그 모임 중에 앉아 계시네.
020_1243_c_04L其心以淸淨
第一無思議
聖衆最尊長
在於會中坐

일체의 생각을 버리고 떠나
온갖 티끌의 더러움 잘 없앴나니
오늘 받들어 공양하고
공경하는 것 이루 말할 수 없네.
020_1243_c_06L去離一切想
善除衆垢穢
今日奉供養
所敬不可議

언제나 중생들의 어려운 일과
일체의 번뇌에서 교화하면서
그 금계는 맑고도 깨끗하니
마치 보배로운 명월주 같네.
020_1243_c_07L開化常衆難
一切諸塵勞
其戒禁淸淨
猶寶明月珠

언제나 마음의 생각 바르고
온갖 맺음과 원한을 끊었나니
오늘 번뇌 떠난 거룩한 분들
한곳에 모여 새해 세운다.
020_1243_c_08L常心思惟正
斷衆結瞋恨
今日離垢尊
合會立新歲

다루기 어려운 마음을 일깨우고
그 따라 행하기는 태산 같나니
장애를 없애고 떳떳이 행하는 법
부처님께서는 새해를 든든히 세웠네.
020_1243_c_10L誨心難調化
遵行猶太山
消礙常行法
佛安立新歲

그때 여러 천인들은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린 뒤에 갑자기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기 제 궁전으로 돌아가 모두 기뻐하면서 법을 즐겼다.
020_1243_c_11L時諸天人說是偈已稽首佛足忽然不現各歸本宮而各欣悅以法自娛
그때 부처님께서는 크고 시원한 그늘과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교로대를 나타내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020_1243_c_13L於時世尊顯大陰涼衆寶交露以布聖衆便說此偈

그 계율은 가장 맑고 깨끗해
행하는 바를 따르기 참 어렵다.
오늘 즐거움을 베풀어 주면서
두루 덮어 새해를 마련하노라.
020_1243_c_15L其戒最淸淨
所行甚難逮
今日以樂施
覆遍立新歲

편안히 머무르는 제자에게 바치노니
계율 지켜 매우 청정하여라.
갈새[鶡]가 그 깃을 사랑하듯이
부처는 위엄으로 새해를 보호한다.
020_1243_c_17L貢上安住子
護戒甚淸淨
如鶡愛其毛
佛威護新歲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불세존은 비록 새해 1년에 한 번 모이지만 법칙을 수행하여 청정한 도를 보호하고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를 단속하여 더러움이 없고, 열 가지 선과 4무량심과 6바라밀을 받들어 행하며, 6정(情:六根)2)과, 3독(毒)과 5개(蓋)와 12견련(牽連:十二綠起)을 버리니, 깨끗하기가 마치 해가 떠서 천하를 비추면 밝은 광명이 빛나고 온갖 어둠이 사라지는 것과 같아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밝음에 들어가고 일체가 화동하여 괴로움과 즐거움이 둘이 없으며, 그리하여 도법에 알맞게 된다.”
020_1243_c_18L佛告諸比丘今佛世尊雖新歲一年一會修行法則淸淨道護嚴身口意三事無穢奉行十善四等六度蠲除六情三毒五蓋十二牽連淨如日出照於天下明暉照耀衆冥消索入于道明無上正眞一切和同苦樂無二乃應道法
이에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佛於是卽說頌曰
020_1244_a_02L
모든 부처의 나오심도 유쾌하고
경법의 연설하심 또한 유쾌하며
성스러운 대중의 화합도 유쾌하니
화합하면 언제나 안락을 얻는다.
020_1244_a_02L諸佛興出快
說經法亦快
聖衆和同快
和常得安樂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여러 천인과 용ㆍ귀신ㆍ아수라와 세상 백성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여 절을 올린 뒤에 떠나갔다.3)
020_1244_a_04L佛說如是諸比丘衆諸天鬼神須倫世閒人民聞佛所說莫不歡喜作禮而去

세존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제자들을 위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 기수 동산에 모이게 하여
이제 이 발화란(鉢和蘭)4)을 지으니 상례가 되네.
020_1244_a_07L最尊行爲在舍衛
爲衆弟子說如是
一切爲在祇樹會
今鉢和蘭造爲常

사리불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발화란을 보고 듣고자 원합니다.
삼계에 널리 알려진 분이시여, 실로 설하실 때이니
어떤 것이 비구들의 자정법(自淨法)입니까?
020_1244_a_09L舍利弗叉手白佛
願聞等見鉢和蘭
三界有名誠說時
比丘自淨法云何

사리불이여, 나는 풀을 깔고 앉아
나무 밑에서 악마를 항복 받았나니
너희들도 그와 같이 풀을 깔아라.
이제 너의 나는 곳은 저절로 깨끗하리.
020_1244_a_11L舍利弗羅我布草
爲於樹下降魔力
若曹布草亦如是
今汝所生當自淨

어진 이 앉는 자리 그런 자리 앉으면
거기는 아무런 두려움 없고
앉아서는 즐겁고 욕심 없나니
삼계에 있으면서 안온하리라.
020_1244_a_13L如應賢者坐
是爲無所畏
已坐樂無欲
在三界安隱

이제 여름 수행을 이미 마쳤으니
그들이 바로 부처의 제자네.
부디 제각기 스스로 분별하여
세상에 있는 것 가엾이 여겨라.
020_1244_a_15L夏行今已竟
爲是佛弟子
當各自分別
愍傷在世閒

지금은 이 해[歲]의 큰 달[大月]이라.
으뜸 가는 지혜를 깨닫게 되고
능히 스스로 몸을 버려 행하면
여러 가지 괴로움 끊게 되리라.
020_1244_a_16L今是歲大月
爲覺第一智
能自捨身行
見斷若干苦

너희들 위해 죄와 번뇌 말하니
무수한 괴로움을 깨달아 알라.
그렇게 하면 도의 자취 얻으리니
이제 그를 위해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a_17L爲說諸罪惱
覺知無數苦
是已得道迹
今爲鉢和蘭

탐욕과 성냄도 엷어졌나니
본래의 어리석음 또한 없앴네.
그 때문에 능히 생사를 끊고
생각의 뿌리에도 괴로워하지 않네.
020_1244_a_19L貪欲瞋恚薄
亦能除本癡
爲能斷生死
亦不惱想根

스스로 천상에 날 수도 있고
또 인간 세상에 와서 나나니
그것은 이미 두 가지 길 얻었네.
그래서 지금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a_20L自致得天上
亦來生人閒
是已得二道
今爲鉢和蘭

이미 천상에 나게 되었기에
천상에서 내려와 나지 못하며
천상에 나서 있는 동안에
모든 애욕은 이미 사라졌나니
020_1244_a_21L已致得天上
亦不得下生
爲在所生天
諸愛爲已滅

세상에서 가장 으뜸 가는 법
거룩한 행도 이미 얻었네.
그것은 이미 두 가지 길 얻었나니
그래서 지금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a_23L世閒第一法
尊行爲已得
是已得二道
今爲鉢和蘭

일체의 모든 나쁜 번뇌들
그것이 다해 해탈을 얻고
이미 네 가지 단 이슬 얻었나니
거기에는 아무 두려움 없네.
020_1244_a_24L一切諸惡惱
爲盡得解脫
已得四甘露
是爲無所畏
020_1244_b_02L
가는 곳마다 온갖 어두움과
일체의 괴로움 사라지나니
그것은 스물넷의 으뜸 길이라
그래서 지금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a_25L諸冥爲已壞
所向一切苦
是二四最道
今爲鉢和蘭

한 달이 이미 끝나니 한 가지 지혜 얻고
두 달이 오면 두 가지 지혜 얻고
세 번째 달에는 한꺼번에 세 가지 지혜 얻으니
즐거운 세 지혜여,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03L一月已竟卽得一智
二月已到便得二智
一時三月便得三智
噲樂三智今爲鉢和蘭

네 가지 고름[瘡]을 뽑아 남김이 없으면
언덕을 건너서 안온을 얻고
넉 달을 이미 마쳐 할 일 없으면
공덕을 이뤘나니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05L已拔四瘡無有餘者
已度岸住爲得安隱
已竟四月爲無所者
已成功德今爲鉢和蘭

용의 우두머리 난두화라를 항복 받고
수미산과 바닷물을 아울러 진동시켜
하늘들도 그 때문에 모두 진동하나니
목건련들은 지금 발화란을 하네.
020_1244_b_07L能伏龍頭難頭和羅
須彌山動亦幷海水
所致天處皆爲其動
目犍連輩今爲鉢和蘭

스스로 깨달아 가장 어진 이
그가 날 곳은 이미 다하였고,
이 세상의 복이 되는 이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020_1244_b_09L自覺最賢者
爲諸處已盡
爲世閒祐者
佛自說是語

언제나 홀로 나무 사이로 다니지만
무리를 이룬 것 같다고 비유를 받는
그 벽지불을 위하여
지금에 이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11L常獨行樹閒
爲譬喩如群
爲最辟支佛
今爲鉢和蘭

세 가지 곳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대중은 그 뜻이 맑고 깨끗하나니
세 가지 신(神)이 이미 정(定)하였기에
온갖 교만을 떠났느니라.
020_1244_b_12L三處不復著
衆爲意淸淨
三神爲已定
爲己離憍慢

삼계에 있으면서 욕심이 없고
고요한 뜻을 움직이지 않아서
든든하기는 수미산 같나니
그래서 지금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13L在三界無欲
亦不動靜意
安譬如須彌
今爲鉢和蘭

이미 위의 네 가지를 행하였고
네 가지 길이 정해졌으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런 어진 이
온갖 공덕을 제일 많이 쌓는다고.
020_1244_b_15L已行在右四
四道爲已定
佛說是賢者
最爲衆增德

발화란은 편안함을 보시하나니
마침내 그것은 무너지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온갖 지혜의 더미를 얻으셨나니
그래서 이제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16L所祠施最安
終無有能敗
佛得衆聚慧
今爲鉢和蘭

계율을 가져 자기 도구 삼으면
어떠한 힘도 움직이지 못하네.
법의 음식과 누더기 옷을 입고
언제나 즐겁게 산 속에 사네.
020_1244_b_17L持戒爲已具
衆力不能動
法食衣被服
常樂在山間

이것은 이미 견고한 행이라
두루 갖추어 더러움 없고
청정한 행은 땅과 같나니
그러므로 이제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19L是爲已堅行
具足無瑕穢
淸淨行者地
今爲鉢和蘭

계율을 가져 온갖 악 끊고
대중이 합장하고 법을 받들면
그들이 향하는 어떤 곳에도
뭇 악마를 항복받나니
020_1244_b_20L持戒斷諸惡
衆叉手受法
爲一切所向
衆魔皆爲伏

모든 하늘과 착한 사람들
계율 갖춘 이 기려서 칭찬하고
뭇 악마를 엿보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이제 발화란을 하노라.
020_1244_b_21L諸天常善人
稱譽戒具足
不復睹衆魔
今爲鉢和蘭
佛說新歲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사라(舍羅)는 󰇄śalākā의 음역이고, 주(籌)는 사라의 한역(漢譯)이다. 투표를 하기 위한 나뭇가지[算木]이다.
  2. 2)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의지의 6근을 말하며, 또는 기쁨ㆍ분노ㆍ슬픔ㆍ즐거움ㆍ애정ㆍ증오의 여섯 가지 감정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3. 3)이 다음에 나오는 게송은 원본(元本)과 명본(明本)에는 모두 실려 있지 않다.
  4. 4)자자(自恣)의 음시어. 우안거(雨安居) 수료식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