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여인(善女人)1)의 이름은 아무개이며, 어느 곳에서 더럽고 나쁜 몸을 받았습니다. 인간으로 나는 흐름[人流]을 결단코 막아 아래로 가도록 맡기지 않으며[不堪下行], 자신을 극복하고 스스로 뉘우치오니[剋己自悔], 원컨대 제자를 위하여 바른 계를 수지하게 하시어 몸이 다하도록 받들어 행하게 하소서. 어떻게 하여 사미니[沙彌離]가 됩니까?” “부처님께 귀명하고 법에 귀명하고 비구승에게 귀명하기 때문이며,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기 때문이니라.” “사미니에게 몇 가지 계가 있습니까?” “열 가지 계가 있느니라.
첫째, 목숨이 다하도록 살생하지 말고 다른 이가 살생하도록 가르치지 말라. 둘째, 목숨이 다하도록 도둑질하지 말고, 다른 이가 도둑질 하도록 가르치지 말라. 셋째, 목숨이 다하도록 음행하지 말고, 다른 이가 음행하도록 가르치지 말라. 넷째, 목숨이 다하도록 시집가지 말고, 다른 이가 시집가도록 가르치지 말라. 다섯째, 목숨이 다하도록 거짓말하지 말고, 다른 이가 거짓말하도록 가르치지 말라.
023_0805_b_02L여섯째, 목숨이 다하도록 노래 부르거나 춤추지 말고, 다른 이가 노래 부르거나 춤추도록 가르치지 말며, 거문고를 뜯거나 피리를 불지 말라. 일곱째, 목숨이 다하도록 향이나 꽃을 지니거나 분을 바르지 말며, 다른 이가 지니거나 분을 바르도록 가르치지 말라. 여덟째, 목숨이 다하도록 높고 호화롭게 꾸민 상에 앉거나 눕지 말며, 다른 이에게 좋은 상을 만들어 누우라고 가르치지 말라. 아홉째, 목숨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말고, 다른 이가 술을 마시도록 가르치지 말라. 열째, 목숨이 다하도록 정오가 지나면 먹지 말며, 다른 이가 먹도록 가르치지 말라.”
위의(威儀)에 일흔 가지 일이 있다.
빛깔이 화려한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지 말라. 비단으로 만든 옷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라. 거친 말로 서로 조롱하지 말라. 좋지 않은 말을 하라고 다른 이를 가르치지 말라. 우바이와 함께 몸을 서로 바라보며 크게 웃지 말라. 으슥한 곳에서 벗은 몸으로 신체를 스스로 만지작거리지 말라. 거울을 비추며 얼굴을 닦고 문지르거나 눈썹을 그리지 말라. 성내고 한을 품지 말며 성내는 말을 부끄러워하라. 남자와 더불어 서로 사귈 것을 생각하거나, 우바이는 어떠냐고 묻지 말라. 털이나 비단으로 만든 자리 위에 앉지 말라.
가죽 신발을 신지 말라. 신발을 만들지 말라. 돈이나 재물을 탐내어 사람을 애써 찾지 말라. 다른 부녀의 침상 위에 앉지 말고, 그릇을 열거나 옷을 살펴보고 좋다 나쁘다고 말하지 말라. 열여섯 살 이상이면 마땅히 사미니가 되나니, 본바탕에 티끌이나 더러움이 없고 정숙하고 어짐[貞良]이 온전히 갖추어져 훼욕(毁辱)됨이 없고,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만 이에 도(道)를 위할 수가 있다. 본바탕이 정숙하거나 어질지 않으면 도를 위할 수가 없다. 석인(石人)2)이거나 질병을 숨기고 있는 이는 도를 위할 수가 없다.
비구승과 더불어 함께 같은 방에서 묵으면 안 된다. 비구승과 함께 앉으면 안 되고, 함께 웃으면서 말하면 안 되며, 사미니의 옷 속에 누우면 안 된다. 법의를 기물과 함께 섞거나 스님들의 옷을 잘못 입으면 안 된다. 남자에게 손으로 물건을 건네주면 안 된다. 혹시 물건을 건네 줄 때는 땅에 놓아 두어 그것을 집어 가게 해야 한다. 우바이와 함께 드러내놓고 목욕을 하면 안 된다. 혼자서 비구승의 방에 문의하러 가면 안 된다. 세속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우스개로 경전의 말씀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023_0805_c_02L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보면 안 된다. 책상 위에 손을 고이고 앉으면 안 된다.
경전을 받을 때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마땅히 장로니(長老尼)와 함께 가야 한다. 둘째, 여섯 자 정도 떨어져 앉아야 한다. 셋째,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한다. 넷째, 의취는 물을 수 있다. 다섯째, 글귀만 알려고 하는 일은 피하여야 한다.
스승의 병을 간호해 드리는 데 네 가지 일이 있다. 첫째, 친분이 있으면 마땅히 보살펴 줄 수 있다. 둘째, 세 사람이 함께 가야 한다. 셋째, 침상에서 여섯 자 정도 떨어져야 한다. 넷째, 무릎을 꿇고 앉아 상태를 묻고, 말씀이 끝나면 바로 물러나고 잡다한 일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밤에 누울 때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마땅히 머리를 부처님 쪽으로 두어야 한다. 둘째, 다리를 구부리고 누워야 하며, 다리를 펴서는 안 된다. 셋째, 반듯이 펴고 누우면 안 된다. 넷째, 벌거벗어 다 드러내고 누우면 안 된다. 다섯째, 손을 부정한 곳에 가까이하면 안 된다.
단월3)의 집에 다다랐을 때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먼저 정사(精舍)에 가서 부처님께 예경을 올려야 한다. 둘째, 이어서 스승[師僧]에게 절해야 한다. 셋째, 우바이에게 들어오라고 청한다. 넷째, 스승에게 알려 드릴 때는 여섯 자 정도에서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다섯째, 자리[床]에 혼자서 앉아야 한다.
단월의 집에 머물 때 법에 맞지 않는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부녀의 방에 가서 희롱하는 말을 하지 말라. 둘째, 부엌 아래에 앉아서 음식을 먹지 말라. 셋째, 노비와 함께 사사로운 말을 하지 말라. 넷째, 혼자서 집 뒤쪽에 가지 말라. 다섯째, 사람들과 함께 쓰는 변소나 남자가 쓰는 변소에 가지 말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데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먼저 몸을 청정히 하고 나서 법의를 입어야 한다. 둘째, 먼저 경이나 불상에 예경을 올려야 한다. 셋째, 스승에게 예경을 드려야 한다. 넷째, 여섯 자 쯤 떨어져서 문안인사를 드린다. 다섯째, 물러나서 문을 나와야 한다.
023_0806_a_02L스승과 함께 말씀을 나눌 때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첫째, 경이나 계의 뜻을 물을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마땅히 다시 여쭈어야 한다. 둘째, 만약 보고 책망하는 것이 있으면 곧 스스로 참회하고 뉘우쳐야 한다. 셋째, 잘못을 덮어두면 안 된다. 넷째,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나쁜 눈으로 스승을 보면 안 된다.
옷을 세탁하는 데 네 가지 일이 있다. 첫째, 가려진 곳[屛處]에서 해야 한다. 둘째,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한다. 셋째, 더러운 물은 가려진 곳에 버려야 하며,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버려서는 안 된다. 넷째, 말리는 곳을 지키고 있다가 다 마르면 바로 거두어서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스승이 말하였다. “여인의 품성을 받아서 크게 잡스러운 자태의 방자함을 나타내는 것은 곧 음일을 좋아하고 예도가 없음이니 이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깨달아서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널리 삼계의 도지(道地)를 열어 보여 법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한 스스로의 본행을 아는 이는 있어도 부처님께 귀명하는 이는 적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인간과 위로 스물여덟 하늘[天]과 아래로 열여덟 지옥에 이르기까지 모두 괴로울 뿐 즐거움이란 없다. 그래서 계를 결성하여 후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도를 일삼기는 지극히 어렵다. 능히 집을 나와서 6정(情)을 단절하는 이 적고, 부처님의 소중한 계를 받아 애욕을 버리는 이 적다.”
023_0806_b_02L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삼가하여 함부로 사미니를 득도시키지 말라. 여인의 자태란 오래도록 열의(悅意)를 지키기 어려워서 잠시 동안 있다가 다시 악의(惡意)를 내는 것이 마치 물거품이 한 번 일어나고 한 번 사라지는 것처럼 일정하지 않다. 그러므로 능히 사람의 근기와 그 실행하는 능력을 잘 살펴보고, 그의 숙세의 죄업을 보아, 이제 득도시킴으로써 곧 도를 얻을 수 있는 이라면 서둘러 득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보살이나 아라한이 아니면 사미니를 제도할 수 없다.”
제근(除覲:比丘)이 계를 설하는 절도(節度) 유나(維那)4)는 먼저 사라(舍羅)의 산가지와 향화(香火)와 계문(戒文) 등을 갖추고 정사를 깨끗이 청소한 뒤 건추(腱槌)5)를 치고 향을 사르어 부처님께 예경을 올린 뒤 범패로 발원을 올린다. 귀자모(鬼子母)6)를 위해서도 축원을 하고 나면 각기 앉아서 법복을 정돈하고 두 손을 모으며 정묵(靜默)하면 유나가 곧 향화인(香火人)에게 가서 한 게송을 설한다.
유나가 문 안에서 세 번 외우면 속인은 밖으로 나가고 제근(除覲)이 포살을 마칠 때까지 세 번 탄지(彈指)하여 속인은 멀리 떨어지게 하여서 계를 설하는 것을 듣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게송을 외우는 소리가 끝나면 문을 열고 유나가 말한다. “조용히 앉으십시오. 제근녀는 지금부터 포살을 합니다.” 이렇게 세 번 말한 뒤 곧 유나는 산가지를 잡고 상좌니(上座尼)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포살하는 사람에게 한 개의 산가지를 나누어 주어 스스로 다 잡고 난 뒤 곧 산가지를 거두어 한 곳에 둔다.
나누어 주고 남은 산가지는 손으로 잡고 상좌니 앞에서 묻는다. “누가 산가지를 받지 못했습니까? 얻지 못한 이는 얻지 못했다고 말하고, 이미 얻은 이는 잠잠히 계십시오.” 유나는 산가지를 세어 몇 사람이 있는지, 많은지 적은지 숫자를 알아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제근 등이 약간인(若干人)입니다.” 연월을 말할 때 15일이면 보름이라고 하고, 달이 다하였으면 그믐이라 말한다. “아무개 주(州) 아무개 군(郡) 아무개 현(縣) 아무개 단월의 정사에서 계를 설하노니, 원컨대 계를 설한 공덕으로 큰 단월의 권속이 모두 안온하고 목숨이 다한 이는 하늘에 나며 사람들 가운데서 공덕이 더욱 늘어나고 시방의 액난에서 널리 해탈하게 하소서.”
023_0806_c_02L각기 축원을 하고 난 뒤 유나는 상좌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계를 설하는 사람에게 계를 설할 것을 청하여야 한다. 다시 한 사람을 청하여 세 번 독경을 하고, 독경을 마치면 범패를 하고, 범패를 마치면 상좌가 널리 축원을 하며, 아랫자리의 사미니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앉아 합장하여 축원을 받는다. 유나가 “모두 함께 부처님께 절하고, 반(般若)에 예경하십시오”라고 말한다. 마치고 나면 아랫자리의 사미니는 모두 큰 비구니에게 절한다. 마치면 곧 유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 “몸을 편히 하십시오”라고 말한다. 청설계인(請說戒人)과 독경인(讀經人)은 한 자리에 각각 앉는다.
이 계명(戒名)을 상고해보니 국본(國本)과 송본(宋本)과 『개원록(開元錄)』에 모두 『사미니이계문(沙彌尼離戒文)』이라고 되어 있고 단본(丹本)에는 『사미니이잡계문(沙彌尼離雜戒文)』이라고 되어 있다. 이제 정문(正文)을 살펴보건대 모든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다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한역한 이(離)자와 다른 한역본에서의 니(尼)자는 다만 범음(梵音)을 초하(楚夏)의 말로 음역한 것일 뿐이다. 일찍이 사미니(沙彌尼)의 이계문(離戒文)이라고 한 것도 옳지 않고, 또한 사미니의 잡계문(雜戒文)이라 한 것도 옳지 않으니 모두가 정문(正文)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직설적으로 말하여 『사미이계문(沙彌離戒文)』이라고 함이 옳은 듯하여 이에 바로 잡을 뿐이나, 근거할 데가 없어서 감히 바로 고치지는 않고 다만 그 뜻을 기록하니, 옛것을 좋아하는 품위 있고 바른 군자를 기다린다.
1)범어로는 kula-putrī. ‘훌륭한 가문의 여자’를 의미한다. 선남자(善男子, kula- putra)와 함께 대승불교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바른 믿음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며, 통상 보살에 대한 호칭으로 쓰인다.
2)범어로는 vandhy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를 말한다. 석녀(石女)라고도 한다.
3)범어로는 dāna-pati. 베푸는 이[施主]를 말한다.
4)범어로는 karmadāna. 사원에서 일을 보는 사람을 말한다.
5)범어로는 chaṇṭā. 사람을 모으기 위해 두들겨 소리를 내는 기구이다.
6)범어로는 Hāraiti. 본래 남의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야차녀로서, 뒤에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불법과 어린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