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락(欲樂)의 맛은 지극히 적고 근심ㆍ괴로움ㆍ병통은 지극히 많으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반드시 방편(方便)을 닦아 신속히 여러 가지 욕심을 멀리 여의고 부지런히 청정한 행을 행한다. 나는 지난날 일찍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천복왕(千福王)의 아들인 우타연(優陀延)은 부왕(父王)의 지위를 계승하여 구사미성(拘舍彌城)에 주재하였다. 그 성은 특별히 오묘하여 넓고 깨끗하게 장엄되었고 궁전의 경관이 휘황찬란하였으며, 비추는 장식이 곱고 아름다웠고 창문이 잘 소통하였으며 구슬이 서로 교차되게 매어진 그물로 장식되었다. 누각[樓]에서 바라보면 천만(千萬)의 촌락을 헤아릴 정도였으며 길거리와 서로 맞닿아 있었다.
논밭길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시장에는 늘어놓은 것들이 가득했으며 진귀한 보배들이 많았다. 그 성을 빙 둘러 싼 훌륭한 숲과 정원이 있었는데, 수목이 청록색으로 울창하고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으며, 샘에서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나와 여러 종류의 연꽃을 자라게 해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의 색상과 문채가 서로 비추고 있었다. 기러기ㆍ원앙ㆍ공작ㆍ앵무ㆍ가릉빈가(迦陵頻伽) 등 갖가지 이름의 새들은 그 소리가 서로 조화되어 마치 즐거운 음악과 같았다. 장려(壯麗)하기가 성대하여 마치 기라사산왕(奇羅娑山王)처럼 숭엄한 바위와 험준한 멧부리들이 저절로 장엄되어 있었으니, 또한 제석(帝釋)이 거주하는 희견성(喜見城)과 같았다.
우타연왕은 모습이 단정하였고 위의(威儀)를 갖추었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또한 더없이 용감무쌍하였고 재주와 기예를 겸비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코끼리에게 주술을 행사하여 여러 산에 있는 코끼리들이 다 모여들게 할 수 있었으며, 그것들을 잘 통솔하였고 잘 길들여 따르게 했다.
030_0665_c_01L또한 거문고를 잘 연주하여 음이 조화롭고 고왔으며 절도에 맞아 궁(宮)과 상(商)의 음이 상응하여 새나 짐승들이 따라 춤을 추었다. 온갖 향기 나는 환(丸)을 잘 조제하여 원수나 적을 항복시키는 데 사용했으니, 향기가 미치면 다들 귀의하여 수순했다. 그림을 잘 새겨 판각하였으니 곡선이 제 모습을 얻었고, 그 도상(圖上)은 진짜 모습과 차이가 없었다. 왕은 이렇듯 예순두 가지의 기예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의복은 언제나 사치하지 않았고 음식도 늘 풍성히 하지 않았다. 정중함을 다하여 노인들을 공경하였고 서민들을 불쌍히 여겼으며, 정법(正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권태로움을 잊었다.
예의와 법률은 한결같이 옛 법전을 의지하였으니, 마치 지난날의 총명했던 왕[哲王] 습사(什奢) 등과 같았다. 복덕 있는 사람들이 그 나라에 태어났으며 왕의 풍화를 받아들였고 모두 다 선(善)을 닦았다. 왕은 널리 경학(經學)에 통달하였고 온갖 논서를 잘 이해했으며, 세간의 전적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익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한 용맹하고 건장하여 무술에 능하였으니, 마치 나마연아순(蘿藦延阿純)의 무리와 같았다.
그 때 재상[輔相]의 아들이었던 빈두로돌라사(頻頭盧突羅闍)는 자태와 용모가 아름답고 넉넉하여 세상에서 보기 드물었으며, 총명하고 지혜로워 학문과 식견이 넓었고 인자하고 박애하여 그 뜻을 고통을 구제하고 국민들을 잘 이끌고 교화하는 데 두고 십선(十善)을 다 닦았다. 삼보(三寶) 믿기를 좋아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그 과(果)를 얻어 갖추고 널리 돌아다니며 교화하다가 다시 구사미성에 돌아와 친족들을 제도하고자 하였다. 두루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고 걸식을 마친 후에는 숲 속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한 채 사유하고 선정[定]에 들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빈두로임을 알아보고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난날 재상의 아들이었던 빈두로가 지금 이 근처에 있는 숲 속 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왕은 듣고 기뻐하였고 마음속으로 공경하고 숭앙하는 마음을 품었다. 이윽고 수레를 준비하도록 시킨 다음 여러 궁인들ㆍ권속ㆍ종복들을 거느리고 존자가 있는 곳을 방문하였다
030_0666_a_01L문안인사를 마치자 왕에게 자리에 앉도록 하였다. 왕은 곧 생각에 잠긴 다음 의심나는 일들에 관해 곧 그에게 물었다. “빈두로여, 지금 저는 당신과 옛날부터 조금 알고 있으며 당신의 선조들은 세상의 재상으로서 총명하고 지혜가 통달하여 항상 국사(國師)가 되었습니다. 지금 찾아 뵌 김에 의심나는 일을 묻고자 한데 괴로움을 끼쳐 저촉되지 않는다면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당신이 묻는 바에 따라 제가 마땅히 왕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일체의 세상 사람들은 오욕(五欲)을 탐착하고 정(情)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방일하여 스스로 즐거움에 빠집니다.
030_0666_a_04L一切世人, 貪著五欲, 縱情放逸,
以自娛樂。
그런데 지금 당신께서는 홀로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은애(恩愛)를 버리시니 어떤 영광과 즐거움이 있습니까?”
030_0666_a_06L如汝今者, 獨處空閑,
捨離恩愛, 有何榮樂?
존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인연법을 관찰해보니 모두가 다 무상(無常)하였습니다. 그래서 출가하여 정과 애착을 버리고 마치 야생의 사슴처럼 숲 속을 좋아했으며,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여 부지런히 닦아 영원히 번뇌를 끊었습니다. 지혜의 도끼로 애착의 나뭇가지를 끊어 마음에 미련이나 애착이 없고 독 있는 열배가 소멸되었습니다. 온갖 번뇌[結]가 치달려 흐르는 생사의 사나운 강물을 저는 이미 건넜으니 다시는 걱정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나는 새가 그물에서 빠져나와 저 허공 위로 날아올라 멀리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해탈(解脫)이라고 합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빈두로에게 말했다. “지금 저의 세력은 능히 여러 나라를 조복시킬 수 있고 위덕이 밝게 빛나 마치 한낮과 같습니다. 머리에는 천관(天冠)을 쓰고 영락을 달아 옷을 치장하였으며 채녀(婇女)들이 시중을 드니, 마치 천제석(天帝釋)과 같습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홀로 계신데 제가 부럽지 않습니까?”
존자가 답하였다. “저에게는 부러운 마음이 없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왜 저에게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으십니까?”
030_0666_a_17L尊者答言:“我無羡心。”王復問言:“何故於我而不願羡?”
030_0666_b_01L존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금일 탐욕의 진흙이 이미 말라서 온갖 번뇌[結縛]에서 이미 해탈하였으니 제석(帝釋)이 온갖 멋진 천녀들을 거느려도 부러운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데, 하물며 당신같이 남루하고 더러운 인간들을 부러워하겠습니까? 지혜로운 사람이면 누구라도 마[魔]의 결박을 여의고 생사의 언덕을 건너 청정한 혜안(慧眼)을 얻어 무명(無明)의 어둠을 무너뜨릴 수 있는데 왕을 부러워하겠습니까? 어찌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 맹인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강건한 사람이 병환을 앓는 사람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죄 없는 사람이 죄수를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막대한 재산을 지닌 사람이 빈궁한 사람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고귀한 사람이 노비나 종복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부러워하겠으며, 어찌 용맹하고 건장한 사람이 겁약한 사람을 부러워하겠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들은 후에 마음속에 걱정이 생겨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께서는 방금 비유를 하나 드셨는데, 어떤 지독한 고통이 나의 편안함을 곤란하게 할 수 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혜안이 없으셔서 번뇌에 시달려 네 가지의 신속한 흐름을 취하여[四取駛流] 침몰되니, 용기를 잃어 정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젖먹이가 어리석은 것처럼 진제(眞諦)를 알지 못하고 고해(苦海)에 빠져 있으니, 이것이 왕의 분상(分上)입니다. 5욕(欲) 가운데서 그것들이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며 이와 같은 생각 때문에 참으로 행에 위배되게 됩니다.”
존자가 대답하였다. “이 오욕은 온갖 괴로움의 근본으로 중생이 지닌 선근(善根)을 해치니, 마치 우박이 어린 싹[苗]을 해치는 것과 같으며 중생을 괴롭히는 것이 독사보다도 심합니다. 또한 치연하게 타오르는 불과 같아 공덕을 불태웁니다. 또한 아지랑이와 같아 범부를 미쳐 미혹되게 하며, 또한 허깨비와 같아 미혹되고 산란한 이들이 선한 이들을 가까이하여 속이려는 것과 같으니 원수보다 더합니다. 탐욕은 마치 늙은 소가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과 같고, 탐욕은 마치 큰 그물이 삼계(三界)를 얽어매는 것과 같으며, 탐욕은 마치 칼이 놓인 길을 밟고 지나가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탐욕은 중생을 얽어매어 가두고 살해합니다. 모든 허물과 근심은 모두 탐욕으로부터 비롯됩니다.
030_0666_c_01L예를 들면 옛날에 바수천(婆須天)이 있었는데, 탐욕으로 말미암아 바리아수라(婆利阿修羅)에 의해 묶여 끓는 탕 속에 던져졌습니다. 바륵천(婆勒天)은 아수라의 성곽을 무너뜨리고 그 백성들을 소멸시켰으며, 바라왕(婆羅王)종족의 팔순제왕(八純提王)을 괴롭히고 그 백명의 자식들을 모두 주살하였습니다. 비다라아수라(鼻多羅阿修羅)는 천 개의 눈을 지닌 라마(羅摩)를 해치고 머리가 열 개인 나찰과 수천 억의 나찰 무리들을 해쳤습니다. 나만(羅漫)은 인다라(因陀羅)의 단익차왕(旦翼叉王)과 마라지왕(摩羅支王)을 해치고 다마라질(多摩羅質) 종족을 멸망시켰습니다. 가제비왕(迦帝毘王)은 염마니바라문(閻摩尼婆羅門)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비나실나(毘那悉那)는 제두뢰타(提頭賴吒)의 권속을 해쳤습니다. 반세(班細)의 다섯 아들은 십팔억의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필닉안독다라층가왕(弼匿安毒多羅蹭伽王)의 종족과 구라왕(俱羅王)의 종족과 미희라단특가왕(彌稀羅檀特伽王)의 종족 등, 이들 인왕(人王)들은 모두 탐욕 때문에 서로 잔혹하게 멸하였습니다.”
왕위(王位)는 비록 존엄하다지만 대를 이어 물려줌이 잠시도 그치지 않으며 그 빠르기가 번갯불과 같아 잠깐의 시간이 경과하면 마멸되어 없어지네.
030_0666_c_07L王位雖尊嚴, 代謝不暫停, 輕疾如電光,
須臾歸磨滅。
왕위가 지극히 부귀하고 편안하다고 여겨 어리석은 이들은 마음[情]으로 애락(愛樂)하지만 쇠멸하여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괴로움이 격렬하여 하천한 사람의 고통을 벗어나네.
030_0666_c_09L王位極富逸, 愚者情愛樂,
衰滅死時至, 苦劇過下賤。
왕은 높은 자리에 머물면서 그 이름을 사방에 두루 펼치고 단정하게 보이는 것을 지극히 좋아하여 갖가지로 자신의 몸을 장엄하네.
030_0666_c_10L王者居高位,
名聞滿四方, 端正甚可愛, 種種自嚴身。
비유하면 마치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꽃을 꽂고 영락을 다는 것과 같으니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왕위도 이와 마찬가지라네.
030_0666_c_11L譬如臨死者, 著花鬘瓔珞, 餘命未幾時,
王位亦如是。
왕은 비유하면 마치 새가 항상 온갖 두려운 생각을 품듯이 걸어다니든 머물러 있든 앉거나 누워 있든 나아가 모든 때에
030_0666_c_13L王者譬如烏, 常懷諸恐怖,
行住及坐臥, 乃至一切時,
친근하거나 소원(疎遠)한 사람들 가운데서 항상 의심과 두려운 마음을 내네. 신하ㆍ백성ㆍ왕비ㆍ후궁과 코끼리ㆍ말과 진귀한 보배와
030_0666_c_14L於其親疏中,
恒有疑懼心。 臣民宮妃后, 象馬及珍寶,
국토 등 모든 것이 다 왕의 소유물이지만 왕들이 목숨을 버릴 때는 모두들 버리고 따르는 자가 없네.
030_0666_c_15L國土諸所有, 一切是王物, 諸王捨命時,
皆棄無隨者。
인왕(人王)ㆍ천왕(天王)과 아수라왕 등이 위력으로 백성들을 핍박하고 도끼로 서로 잔혹하게 해치네.
030_0666_c_17L人王及天王, 阿修羅王等,
威力逼人民, 斧鉞相殘害,
무상(無常)함이 고(苦)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멋대로 탐욕과 질투 등의 번뇌를 늘리니 비유하면 마치 오묘한 꽃수풀에 금사(金蛇)가 잠들어 있는데
030_0666_c_18L不識無常苦,
撗增貪嫉惱。 譬如妙華林, 金蛇睡在中,
어리석은 사람이 진귀한 보배라고 여겨 몸에 품고 집에 돌아오니 뱀이 깨어나서 독의 불길을 풀어 놓아 그 가옥을 불태우는 것과 같네.
030_0666_c_19L愚人謂珍寶, 盛裹齎歸家, 蛇覺縱毒火,
焚燒其屋宅。
왕위는 꽃수풀과 같고 재난은 금사와 같으니 어리석은 사람들은 귀하게 여기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좋아하지 않네.
030_0666_c_21L王位如花林, 災患如金蛇,
愚人以爲貴, 智者所不樂。
030_0667_a_01L 비유하면 고기를 가져다가 네거리에 놓아두면 여우ㆍ이리ㆍ까마귀ㆍ독수리 등이
경쟁적으로 다가와 그것을 먹으려고 다투는 것과 같네.
030_0666_c_22L譬如以揣肉,
置四衢道頭, 狐狼烏鷲等, 競來諍食之,
왕위(王位)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쟁취하려고 하네. 새나 짐승이 부리나 발톱으로 쪼고 할퀴며 함께 다투듯이
030_0666_c_23L王位亦如是, 衆共諍取之。 鳥獸以嘴爪,
抓攫共鬪諍,
왕은 칼이나 창으로 서로를 해쳐 영광의 자리를 쟁취하려 하니 저 새나 짐승처럼 어리석어 차이가 없네.
030_0667_a_02L王者以刀矛, 相害諍榮位。
亦如彼鳥獸, 愚癡等無異,
나는 차라리 재나 흙을 먹고 풀이나 채소로 몸을 유지하리. 이 몸은 종기나 부스럼과 같이 마침내 썩어 문드러지네.
030_0667_a_03L我寧食灰土,
草菜以自存。 此身如癰瘡, 會歸當潰爛,
무엇 때문에 이를 위하여 온갖 악업을 짓겠는가? 마치 흠바과(欽婆果)를 먹어보면 향이나 맛을 다 갖추고 있지만
030_0667_a_04L云何爲此故, 造作衆惡業。 如食欽婆果,
香味悉具足,
그 과일이 썩을 때에는 몸체가 다하여 문드러져 내리는 것과 같네. 왕위도 그 과일과 같아 잃어 없어질 때에는 괴로움을 낳네.
030_0667_a_06L及其果消時, 身體盡爛壞,
王位如彼果, 失滅生苦惱。
비유하면 마치 나라[方土]에 재난과 역병이 발생하고 질병이 횡행하면 지혜롭고 수승한 사람들은 마땅히 신속하게 멀리 떠나는 것과 같네.
030_0667_a_07L譬如有方土,
災疫行疾病, 有智諸勝人, 宜應速遠離。
만약 멀리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마치 역풍(逆風)이 부는데 횃불을 들고 있는 것과 같아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자신을 태우게 되며 갈증이 났을 때 짠물을 마시는 것과 같네.
030_0667_a_08L若不遠離者, 如逆風執炬, 不捨必自燒,
如渴飮鹹水,
만족하지 못했을 때에는 예를 들면 머리가 열 개인 나찰은 성곽과 권속을 탐욕의 인연 때문에 멸하고 무너뜨려 남은 것이 없게 했네.
030_0667_a_10L無有飽足時。 如十頭羅剎,
城郭及眷屬, 爲欲因緣故, 滅壞無有餘。
또한 예를 들면 기월왕(奇越王)은 형제가 백 명이었는데 탐욕의 인연 때문에 모두 다 패멸(敗滅)했네.
030_0667_a_11L又如寄越王, 兄弟有百人, 爲欲因緣故,
亦皆盡敗滅。
태양의 종족[日種]인 반조왕(槃趙王)과 제두뢰타(提頭賴吒) 등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모두 욕심에 의해 멸망했네.
030_0667_a_13L日種槃趙王, 及提頭賴咤,
如是諸王等, 盡爲欲所滅。
“국토는 그물과 같으며, 또한 올가미와 같으며, 깊은 진흙 수렁과 같으며, 또한 빙 돌아 흐르는 물살과 같으며, 또한 바다의 물결과 같으며, 수풀이 타는 것과 같으며, 또한 위태로운 절벽과 같으며, 마치 지옥과 같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이와 같은 큰 고통을 즐겨 탐착하겠습니까?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 이와 같은 대왕의 지위에 즐거운 생각을 내겠습니까? 오호, 참으로 괴이하구나. 그것에 의해 기만당하고 그것에 의해 속임을 당하다니 마치 빈손으로 어린 아이를 속이는 것과 같염, 재빨라서 그치게 할 수 없으니 마치 마술로 지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030_0667_b_01L또한 야간(夜干)이 견숙가수(甄叔迦樹)에서 과일을 고기로 보아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다가가 먹으려고 하지만, 그것이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고기가 아니지만 저 나무 위에 있는 것은 고기가 틀림없을 것이다.’
또한 어린 아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동그란 사탕에 맛을 들여 탐착하여 좋아하게 되면, 사람들이 진흙 덩어리를 가지고 와서 그들을 속여 진짜라고 하면 쫓아 달려가 피곤함을 무릅쓰고 진흙 덩어리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마치 여러 사람들 앞에 마술 말뚝을 세워 놓고 능숙하게 부릴 때 대중들이 갖가지 현상을 볼 수 있으나, 만약 마술 말뚝을 뽑아 버리면 모습이 곧바로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마치 화가나 인형조각가와도 같으며, 마치 개가 우물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을 부릅뜨고 털을 세워 우물 바닥에 비친 그림자와 함께 싸우겠다는 마음을 내 제멋대로 분노하여 우물에 뛰어 들어 죽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잘 관찰해야 합니다. 어찌 오옥이 항상할 수 있으며, 어찌 왕위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겠습니까? 존귀함과 위세는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국토와 세계가 변하여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진귀한 보배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욕락(欲樂)이 항상하여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괴로움을 봉(封)하면 반드시 쇠멸하게 됩니다. 어찌 만나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체 오욕(五欲)은 체성(體性)이 진실로 괴로움인데 모두가 망상으로부터 즐거움을 내는 것입니다. 어찌 모든 행(行)이 파초(芭蕉)나 건달바성(乾闥婆城)과 유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030_0667_c_01L대왕이여, 어찌하여 생ㆍ노ㆍ병ㆍ사의 쇠멸과 재난ㆍ공포ㆍ핍박 가운데 처하려고 합니까? 어찌하여 국토라는 적은 즐거움을 위해 애락(愛樂)하는 생각을 냅니까? 이는 마치 숲 속에 사슴이 있는데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과 같으며, 새장에 갇힌 새와 같으며,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으며, 갈고리를 삼킨 거북이와 같으며, 독화살을 심장에 맞은 사자와 같으며, 주술의 마당[呪場]에 처한 용과 같으며, 사람이 집 안에 있는데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는 것과 같으며, 목재가 썩어 결혼식장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는 위기에 처하는 것과 같으며, 호화로운 연못에 물이 있는데 나찰이 사람을 거두어 먹는 것과 같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코끼리가 수풀 속에 있는데 사방에서 큰 불길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이곳에 처하면 다급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어찌 기뻐할 수 있으리오.
030_0667_c_06L如象處林中, 四邊大火起, 處此急難處,
云何有歡喜?
대왕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영광된 자리는 잠시 동안이라는 것을 지혜로운 이라면 깊이 관찰하여 이런 일에 응하지 않네.
030_0667_c_08L大王應當知, 榮位須臾閒,
智者深觀察, 不應於此事,
그런데 희유(稀有)하다는 생각을 내니 당신은 무엇 때문에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까? 이는 정말로 애착의 노복(奴僕)이 되어 스스로 고귀하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네.
030_0667_c_09L而生希有想,
汝何故錯解? 實是愛奴僕, 而生高貴想,
최상의 오묘한 재산과 보배를 버리고 크게 부자 될 생각을 내는 것이며 잘 이해하는 방편(方便)은 없으면서도 제멋대로 지혜롭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고
030_0667_c_10L捨上妙財寶, 而生大富想, 不善解方便,
撗生智慧想。
온갖 번뇌의 병통에 시달리면서도 제멋대로 병통이 없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며 생사의 태(胎)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제멋대로 두려움이 없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고
030_0667_c_12L爲衆煩惱患, 撗生無病想,
未脫生死胎, 撗生無畏想。
열두 가지 가시덤불에 처해 있으면서도 제멋대로 가시가 없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며 탐욕의 적이 모든 감관[根]을 강탈해도 제멋대로 적이 없다는 생각을 내는 것이네.
030_0667_c_13L處十二刺林,
撗生無刺想, 欲賊劫諸根, 撗生無賊想。
“대왕이여, 이 몸뚱이는 반드시 무너져 내리게 되어 있고, 존귀하고 부유하고 영화로움도 반드시 쇠멸하게 되어 있으며, 창고에 있는 재산과 보배도 반드시 흩어져 없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030_0667_c_14L“大王!而此身者必歸敗壞,尊豪榮貴必有衰滅,財寶庫藏必有散失。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영광된 자리는 꿈과 같고 은애(恩愛)도 잠시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5욕(欲)에 대하여 희유하여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해 어진 덕을 여기에 쏟으니, 어찌 잘 관찰한다고 알 수 있겠습니까? 왜냐 하면 영광된 자리나 은애는 반드시 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온갖 새들이 밤에 한 나무에 깃들였다가 새벽이 되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030_0668_a_01L 또한 객사(客舍)에 저녁이 되면 손님이 모여 들었다가 날이 밝으면 각기 다른 길로 떠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탔다가 저쪽 언덕에 닿으면 각기 제 갈 길로 가는 것과 같으며, 또한 세차게 흐르는 물에 많은 목재를 한꺼번에 떠내려 보내면 잠깐 사이에 물의 흐름을 따라 분산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뜬구름이 잠깐 사이에 흩어져 없어지는 것과 같으며, 또한 음악을 연주하는 곳에 남녀가 함께 모여 들었다가 음악이 다 끝난 후에는 각기 흩어져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궁인이나 채녀(婇女)가 단정하고 아름다워도 무상하다는 이치를 알면 모여 들었다가 다시 버리게 되는 것과 같으니, 비유하면 꽃이 핀 나무에 벌이 그 위에 모여들다가 꽃이 시들어 떨어지면 벌들이 멀리 떠나는 것과 같으며, 꽃이 핀 연못이 마르게 되면 암코끼리가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큰 연못의 물에서 백조가 즐겁게 노닐다가도 그 연못의 물이 마르면 다시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복이 다한 집안에는 영화나 이로움이 가까이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빽빽한 구름이 모여 들면 번갯불이 잠시 나타났다가 바람이 구름을 불어 날리면 번갯불은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당신을 버리지 않아도 당신은 반드시 그것을 버리게 될 것이니, 마치 여름이 다하면 공작의 깃털이 모두 저절로 빠지는 것과 같으며, 추위가 오면 기러기나 백조가 연못을 멀리하는 것과 같으며, 아수가수(阿輸伽樹)의 꽃과 잎이 무성할 때는 사람들이 좋아하다가 그것들이 말라 시들고 꽃과 잎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바라보지도 않는 것과 같으며, 꽃 깃발[花幢]을 귀한 사람들이 애착하여 소중히 여기다가도 꽃이 시들고 실이 끊어지면 곧 그것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무상(無常)하여 견고하지 못하기가 마치 파초나 물거품과 같고 또한 뜬구름이 흩어지는 것과 같으니 천왕(天王)의 존귀하고 수승한 지위도
030_0668_a_14L無常不堅固, 如芭蕉水沫, 亦如浮雲散,
天王尊勝位。
위태롭기가 이와 같네. 인간의 제왕(帝王)은 마땅히 알아야만 하리. 탐욕의 이로움은 지극히 빨리 지나가니 마치 물이 깊은 계곡을 흘러내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030_0668_a_16L危脆亦如是, 人帝應當知,
貪利極速駛, 如水澍深谷。
좋아하고 탐함은 지극히 경솔하고 신속하여 그 움직임이 마치 새끼줄을 흔드는 것과 같으며 어리석음으로 탐욕에 물들면 타락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네.
030_0668_a_17L嗜欲極輕疾,
動轉如掉索, 愚癡染爲欲, 不覺致墮落。
존자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왕을 위하여 간략하게 비유를 들어 생사 가운데서 (오욕의) 맛에 탐착하는 온갖 허물에 관해 말하려고 하니, 왕은 지극한 마음으로 잘 들으십시오. 지난날 어떤 사람이 넓은 길을 가다가 크고 험악한 코끼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끼리에 쫓기는 두려움 때문에 미친 듯이 내달렸으나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언덕에 있는 한 우물을 보고 곧 나무뿌리를 잡고 따라 내려가 우물 안의 숨을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030_0668_b_01L그 때 흰 쥐와 검은 쥐가 이빨로 나무의 뿌리를 갉고 있었고, 이 우물의 사면[四邊]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있어 그를 물려고 하였으며, 이 우물의 아래에는 독을 지닌 큰 용이 있었습니다. 곁에 있는 네 마리의 독사가 무섭고 아래에 있는 독을 지닌 용이 두려운데다 그가 잡고 있는 나무의 뿌리가 흔들리자 나뭇가지를 타고 꿀이 세 방울 그의 입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왕은 근심ㆍ걱정으로 싫은 마음이 나서 말하였다. “그 사람에게는 즐거움의 맛은 지극히 적고 고통은 지극히 많았습니다. 맛보는 것이 소 발자국에 괸 물 정도라면, 겪는 고통은 큰 바다의 물과 같습니다. 맛보는 것이 겨자씨 정도라면, 고통은 수미산과 같습니다. 맛보는 것이 반딧불 정도라면, 고통은 해나 달과 같습니다. 도한 연뿌리에 난 구멍을 태허(太虛)에 빗대는 것과 같으며, 모기를 금시조에 빗대는 것과 같습니다. 그 즐거움을 맛보는 것과 고통의 실상이 이와 같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광야는 생사를 비유한 것이고, 그 남자는 범부를 비유한 것이며, 코끼리는 무상함을 비유한 것이고, 언덕의 우물은 사람의 몸을 비유한 것이며, 나무뿌리는 사람의 목숨을 비유한 것이고, 흰 쥐와 검은 쥐는 밤과 낮을 비유한 것이며, 나무뿌리를 갉는다는 것은 시시각각으로 멸한다[念念滅]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네 마리의 독사는 사대(四大)를 비유한 것이며, 꿀은 오욕(五欲)을 비유한 것이고, 벌 떼는 악한 각관(覺觀)1)을 비유한 것이며, 들불이 태운다는 것은 늙음을 비유한 것이고, 아래의 독룡은 죽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욕의 맛은 지극히 적고 고통은 지극히 크다는 것을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생로병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거리낄 것이 없으니 세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매우 고통스럽게 되며, 귀의할 곳이 없고 온갖 고통이 핍박함이 아주 재빠르게 다가와 마치 번개와 같아 이는 근심 걱정할 만합니다. 그러므로 응당 오욕에 애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대왕에게 하는 말은 그 말이 비록 거칠고 험악하더라도 진실로 이익될 것입니다.”
030_0668_c_01L왕은 이 말을 듣고 두려워 털이 곤두서고 기쁨과 슬픔이 엇갈려 눈물을 흘리면서 곧 일어나 합장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한 다음 존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철없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었습니다. 저같이 하천한 사람이 그런 경망한 말을 지어 이와 같이 허망한 말을 한 것이니, 부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저는 지금 인욕[忍]으로 출가한 몸이라서 참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제 마음은 청정하기가 마치 가을 달이 깨끗하여 구름이 끼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왕도 지금 참회하였으니 부디 대왕도 마치 천제(天帝)가 도의 자취를 보는 것과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 권속들과 함께 예를 올려 하직하고 궁전으로 돌아갔다.
1)신역(新譯)에서는 심사(尋伺)로 번역되었다. 각(覺)은 추구하여 헤아린다는 의미로 사물과 이치에 대해 대략적으로 사고(四考)하는 것이며, 관(觀)은 제법(諸法)의 명칭과 의미 등에 대해 세심하게 사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제이선(第二禪) 이상의 정심(定心)을 장애한다. 만약 이것들이 지속되면 심신이 피로하고 정념(正念)이 힘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