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보살계본소(菩薩戒本疏) / 跋

ABC_BJ_H0036_T_005

002_0300_b_12L
발문(跋)
나는 일찍이 스승께서 “세상에 『범망경』의 소와 초는 많지만 의적 스님이 지은 것이 가장 빼어난 글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이때부터 이 책을 구하기 위해 보각존자寶覺尊者1)가 『수능엄경』을 구했던 것처럼2)하였지만 시간만 흘러갔다. 근래에 성城의 북쪽에 있는 밀엄암密嚴菴에 묵었는데 마침 책방을 운영하는 아무개(某氏)가 한 권의 고서古書를 들고 찾아와 “이것은 의적 법사의 『범망경소』이다.”라고 하였다. 나는 놀라고 감탄하여 머리에 이고 경의를 나타내며 받아서 향을 태워 예배하고 열람하였다. 전해 내려오면서 베껴 쓰기를 되풀이하여 비슷한 글자를 잘못 적어 놓은 것이 적다고 할 수 없었다. 좁은 식견이지만 능력이 닿는 대로 삼가 교열하여 바로잡고 마침내 아무개에게 일러 간행함으로써 세상에 유행하게 되었다. 스스로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전해져 이익을 얻게 되길 바란다.
그런데 이 소에서 앞에 제시한 경3)은 유포되는 경과 종종 다른 부분이 있다. 동액東掖4)이 지의의 『보살계의소』를 해석하면서 “대장경 목록을 서술한 책(藏錄) 가운데 궐본闕本(예전의 대장경 목록에는 그 명칭이 실려 있지만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 책)의 목록에 실려 있다.”5)라고 하였는데 아마도 이것을 가리키는 것 같다.6) 그러므로 천태 지의의 주석서에 실린 경본을 가지고 의적의 소에 잘못 들어간 것을 살펴서 일치하게 하였다. 또한 옆에 화자和字(일본어)를 집어넣은 것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교정하지 못한 것은 다시 후대의 현명한 이가 살펴서 바로잡기를 기다릴 뿐이다.
정향貞享 원년元年(1684) 용집龍集7) 갑자년 승단에서 자자自恣를 행하는 날8)에 만학비구晩學比丘 묘변妙辨이 삼가 적다.

002_0300_b_12L

002_0300_b_13L
余曾聞之師世多梵網疏鈔而義寂師所
002_0300_b_14L最爲妙詮也爾來求之髣髴乎寶覺尊
002_0300_b_15L者之於首楞嚴者有稔于期矣頃寓城北
002_0300_b_16L密嚴菴偶書林某氏携來一古書曰此是
002_0300_b_17L寂法師之梵網疏也余驚歎頂受而燒薌
002_0300_b_18L拜閱傳寫展轉悞魯魚者不爲不多管識
002_0300_b_19L之所及謹校隨正遂諭某氏繡梓行世
002_0300_b_20L自利延及他焉然此疏所牒與流布經
002_0300_b_21L往往有異東掖註疏言藏中有闕本蓋指
002_0300_b_22L之乎是故且執天台經本駁入疏中以便
002_0300_b_23L合稽又旁添和字者欲令嬰學易解也
002_0300_b_24L其猶未正者更俟後賢之參訂而已

002_0300_b_25L

002_0300_b_26L
貞亨元年龍集甲子僧自恣之日晩學比丘
002_0300_b_27L妙辨謹書焉
  1. 1)보각존자寶覺尊者 : 후주後周 세종世宗(재위 954~958)이 천태종 지자대사智者大師(智顗)에게 내린 시호이다.
  2. 2)『林間錄』 권하(X87, 264a)에서 “지의가 인도 출신의 스님에게 용승보살龍勝菩薩이 『大佛頂首楞嚴經』 10권을 송출한 것이 인도에 유포되고 있는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이치가 담겨 있다는 말을 듣고 밤낮으로 서쪽을 향해 예배하며 중국에 유입될 것을 소원하였지만 끝내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입적하였다. 당나라 신룡神龍 초 이 경이 비로소 이르러서 광주에서 번역하였다.”라고 하였다.
  3. 3)앞에 제시한 경 : 현재 본서에서 의적의 해석 앞에 해당 『梵網經』 본문을 집어넣은 것을 가리킨다.
  4. 4)동액東掖 : 남송南宋 때 스님 여함與咸(?~1163)을 가리키는 것 같다. 천태 지의의 『菩薩戒義疏』에 대한 주석서인 『梵網經菩薩戒經疏註』 3권(X38, No.678)을 찬술하였다.
  5. 5)『梵網經菩薩戒經疏註』 권상(X38, 52b)에서 “수나라 인수仁壽(601~604) 연간에 편찬된 목록(언종彦琮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衆經目錄』을 가리킴)에서 『梵網經』 2권이 있는데 구마라집 법사가 번역한 것이라고 하고 또 『菩薩戒本』 1권이 있는데 역시 구마라집이 번역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仁壽目綠』에서 궐본의 목록에 실려 있다.(隋仁壽目錄。有梵網經二卷。什師所譯。又有菩薩戒本一卷。亦云什譯。在闕本目中。)”라고 하였다. 『衆經目錄』 권5 「闕本」(T55, 177a)을 참조할 것.
  6. 6)의적의 『菩薩戒本疏』에 회편된 경본이 『인수목록』에서 말한 구마라집이 별도로 번역한 『菩薩戒本』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7. 7)용집龍集 : 세차歲次라고도 한다. 간지干支를 따라서 정한 해의 순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8. 8)자자自恣를 행하는 날 : 하안거夏安居의 기한이 만료되어 해제하는 날에 자자를 행하니, 곧 음력 7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