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소요당집(逍遙堂集) / 逍遙碑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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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비명병서逍遙碑銘幷序
백헌 이경석
옛날 서쪽 총령蔥嶺으로 돌아가면서 신발 한 짝의 신령스러운 자취를 남겼고, 동쪽으로 약산藥山을 건너면서 한마디의 묘한 자취를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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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199_b_22L1)3)逍遙碑銘并序 [71]

008_0199_b_23L白軒李景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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粤昔西歸䓗嶺留隻履之靈蹤東涉藥

008_0199_c_01L그런데 더군다나 사리를 봉안하는 것은 바로 부도浮屠가 숭상하는 일이니, 어떻게 빠뜨릴 수가 있겠는가.”
선사의 속성은 오씨요, 법휘는 태능이니, 호남 담양 사람이다. 가정嘉靖 41년(1562, 명종 17)에 태어났으니, 이때는 바로 임술년 늦가을인 9월이었다. 모친이 작은 글자의 대승경을 받는 태몽을 꾸었는데, 그의 상호相好가 수려하여 기이한 징조에 부합하였다.
백양산에서 진사眞師에 의탁하여 13세에 머리를 깎고 나서, 황벽黃蘗의 현지玄旨를 터득하여 억조億兆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법호는 타고난 성품에 맡겨 소요逍遙한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고, 자취는 인연 따라 함께 어울리며 거리낌 없이 돌아다녔다.
남국南國을 차례로 참알하다가 부휴에게 대장경을 수업받았으며, 서산을 재차 방문하여 본원本源이 청정함을 깨달았다. 금강산에 거한 몇 년 동안 그 고봉孤峯은 오를 수가 없었고, 옥게玉偈를 일생 동안 풀어내면서 명경明鏡처럼 환히 비추었다.
신흥사의 정사精舍를 복된 구역에 새로 제정하고, 연곡사의 총림叢林을 승경勝境에 다시 복구하였다. 원숭이(獼猴)가 메아리처럼 응하며 설법을 듣고, 용상龍象이 강물처럼 치달리며 모여들어, 성대하게 그 문을 메우면서 문도가 성황을 이루었다.
처음의 뜻대로 영예를 사양하여 은총을 받아도 거하지 않았으며, 일을 주관하는 우수한 재능을 발휘하여 큰 공을 이루었어도 자처하지 않았다. 깊이 각원覺源을 탐색하면서 미진迷津에 보배로운 뗏목을 띄웠고, 성대히 진전眞筌을 퍼뜨리면서 고해苦海에 자비로운 배를 띄웠다. 입적할 즈음에 열반을 논하고 석장을 우뚝 세워 게송을 남기고는, 완연히 보통 일처럼 여기며 홀연히 세상을 하직하였다. 이때가 바로 기축년(1649, 인조 27) 11월 21일로서 행년行年은 88세요, 선랍禪臘은 73세였다.
방 안에 향기가 짙게 감돌고 처마에 서광이 비치는 가운데, 수많은 납의가 각처에서 모여들고 법우가 삼천세계를 널리 적셨다. 신주神珠가 축원에 응하여 다비할 적에 튀어나와 둘을 이루고, 선골仙骨이 공중에 뛰어올라 고표高標를 지향하며 하나를 얻었다.

008_0199_c_01L傳一聲之妙蹟況當舍利之攸奉
008_0199_c_02L可闕浮屠之是崇師俗姓曰吳法諱太
008_0199_c_03L湖南潭陽人也生於嘉靖之四十一
008_0199_c_04L時乃壬戌之高秋九月阿孃夢而大
008_0199_c_05L乘小字厥相秀而異徵同符依眞師於
008_0199_c_06L白羊十三祝髮服玄旨於黃蘗億兆
008_0199_c_07L知名號因任性而逍遙跡混隨緣而放
008_0199_c_08L歷叅南國受大藏於浮休再訪西
008_0199_c_09L悟本源之淸淨棲金剛者數載
008_0199_c_10L峯絶攀演玉偈於一生明鏡揭照
008_0199_c_11L興祗樹剏新制於福區燕谷叢林
008_0199_c_12L舊觀於勝境坐聽4) [72] 猴之山應立致
008_0199_c_13L龍象之川奔爛其盈門盛矣入室
008_0199_c_14L榮夙志被殊錫而罔居辦事宏才成
008_0199_c_15L鉅功而弗處深探覺源浮寶筏於迷津
008_0199_c_16L茂闡眞筌泛慈航於苦海論涅槃於臨
008_0199_c_17L卓錫杖於垂辭宛然其常倐尒而
008_0199_c_18L寔惟己丑十一月二十一日也行年
008_0199_c_19L九旬小二5) [73] 七袠加三房櫳馥而
008_0199_c_20L香氣濃簷宇晃而祥光拂衲衣坌集
008_0199_c_21L百其人法雨普沾三千之界神珠應祝
008_0199_c_22L躍闍毗而成雙仙骨騰空指高標而得
008_0199_c_23L「李」下有「公」{甲}「燕」作「鷰」{甲}此碑銘
008_0199_c_24L及像賛文底本在卷頭編者移置於此
「獮」
008_0199_c_25L作「獼」{甲}{乙}
「臈」作「臘」{乙}

008_0200_a_01L진대珍臺와 정토淨土에 탑을 세우는 것이 온당하겠기에 보개산과 금산사에 나누어 봉안하기로 하고, 사원의 성지聖地에 각각 건립하였다.
그 제자 등이 이 늦은 가을날에 천 리 길을 달려와 슬픈 심정을 더욱 깊이 토로하면서 나의 한마디 말을 간절히 청하였는데,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으니 어떻게 길게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다음과 같이 명銘한다.

無本無無      무에 본래 무가 없는데
有何有有      유에 어찌 유가 있겠는가
滅不爲滅      멸한다고 멸함이 아니요
偶然有偶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일 뿐
非壽於前      앞에 수壽하기보다는
而壽於後      뒤에 수壽함이 낫지 않겠는가
壽孰加焉      이보다 더한 수壽가 어디에 있으리오
其存者久      보존되는 것이 영구하리니

008_0200_a_01L珎臺淨土宜鴈塔之分藏寶盖金
008_0200_a_02L即鷄園而各建其弟子等三霜奄及
008_0200_a_03L千里委來挹餘悲而愈深求拙語之誠
008_0200_a_04L如聞大笑曷稱長言銘曰

008_0200_a_05L無本無無有何有有滅不爲滅

008_0200_a_06L偶然有偶非壽於前而壽於後

008_0200_a_07L壽孰加焉其存者久
    1. 1)「李」下有「公」{甲}。
    2. 2)「燕」作「鷰」{甲}。
    3. 3)此碑銘及像賛文。底本在卷頭。編者移置於此
    4. 4)「獮」作「獼」{甲}{乙}。
    5. 5)「臈」作「臘」{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