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석문가례초(釋門家禮抄) / 釋門家禮抄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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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가례초 발문(釋門家禮抄跋)
슬프다! 석씨釋氏의 학문이 비록 적멸寂滅을 근원으로 하고 있으나 이미 태어남이 있으면 사라짐이 있게 마련이다. 살아 있을 적에는 법도가 있지만 죽고 나면 한결같이 의식이 없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맹자는 “살아 있는 사람을 부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데 유감이 없게 해야 한다.”28)고 하였으니, 지금 부모와 스승이 있는 사람으로서 살아 계셨을 적에는 따라서 봉양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다음에도 따라서 슬퍼하지 아니한다면 그건 아마도 새나 짐승에 가까우리라. 그러니 어찌 도道가 있는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내가 동방 나라의 승려들에게 오래도록 상례喪禮가 없는 것을 애석하게 여겨 그윽이 스스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혹 그런 책을 지은 적은 있는데 윤몰淪沒되어 전해지지 않은 것인지 알지 못할 일이며, 아니면 내가 보고 들은 것이 해박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알지 못하겠다.
이에 당나라 승려가 지은 『오삼집五杉集』과 『선원청규禪院淸規』 등의 책을 구해서 읽었는데, 그 가운데 상례에 대하여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으므로 그 책을 펼쳐 놓고 연구하기에 싫증을 느끼지 않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아울러 주문공朱文公29)이 편집한 세속의 예법에 관련된 것까지 취하여 곁들여 빠진 부분을 보완하였으며, 그 절목節目을 취하여 스스로 기록하였다.
애써 한때 도가와 속가(道俗)의 사람들이 빛나고 기개 있는(耿介) 절개에 항거하여 몽매蒙昧한 고을에 함께 내려가서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다는 놀림을 당하는 경계(譏境)에 함께 빠져들었으며, 또한 스승도 없다는 꾸짖음을 면치 못하였던 것이다.
쯧쯧, 스스로 빠져든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마침 우리 대사 벽암碧巖 화상께서 이미 『오삼집』과 『선원청규』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모아 놓은 것이 있어 그 중에 조금 뽑아다가 책 한 권을 억지로 이루어서 그 이름을 『석문가례釋門家禮』라 하였다. 이로써 만학晩學과 후진後進들로 하여금 상례의 차례와 진퇴곡절進退曲節을 자세히 알게 하여 은혜를 저버리고 덕을 저버렸다는 비방을 다 면하게 하였으니 위대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로다.
어느 날 문인門人 제자 섭허 인규攝虗印圭에게 명하여 한 번 본을 뜨고 한 번 붙여 넣어 판목에 각인刻印해서 널리 전하게 하였다. 이에 그가 명을 따라서 판목에 새겨 후손들에게 알게 하였으니 정말로 독실하다고 말할 만하다. 문인 제자 매곡 경일梅谷敬一이 이미 명을 받들어 문득 한 마디 말을 펼쳐서 발문을 썼으니, 영원토록 기리는 일이 끝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순치順治 16년(1659) 기해己亥 늦은 봄 상완上浣에 매곡 경일은 삼가 발문을 쓰다.

선주지禪住持 삼보三補는 첫째 감원監院, 둘째 지사持寺, 셋째 직세直歲이다.

008_0288_b_01L釋門家禮抄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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釋氏之學雖原於寂滅旣有生則有滅
008_0288_b_03L其生也有度其死也一向無儀如之何
008_0288_b_04L其可也孟子曰養生葬死無憾今其有父
008_0288_b_05L母師尊者生從而不養死從而不哀則是
008_0288_b_06L幾乎禽獸矣豈有道者之所可忍也余惜
008_0288_b_07L其無東僧之古喪禮者深自窃異恐未知
008_0288_b_08L有所作而淪沒不傳耶抑未知余見聞之
008_0288_b_09L未所愽耶於是就求其唐僧之所述五杉
008_0288_b_10L集及禪苑淸䂓等文而讀之其中喪禮甚
008_0288_b_11L披究亡斁卷不釋手兼取朱文公所編
008_0288_b_12L俗禮者旁准其所闕處取其節而自識
008_0288_b_13L俛一時之道俗者徒抗耿介之節同墜蒙
008_0288_b_14L昧之鄕胥入於無父無君之譏境又未免
008_0288_b_15L無師之誚咄咄自缺者有年矣適會我
008_0288_b_16L大師碧巖和尙已撮其所謂五杉及禪苑
008_0288_b_17L䂓中採畧者勒成一卷名曰釋門家禮
008_0288_b_18L晩學後進細知其喪次進退曲節儘免乎
008_0288_b_19L孤恩負德之謗偉矣幸哉一日命門人弟
008_0288_b_20L攝虗印圭一摸一貼而入榟以廣其傳
008_0288_b_21L於是從而鋟榟以會末葉可謂篤矣門人
008_0288_b_22L弟子梅谷敬一旣已承命輙伸一言而爲
008_0288_b_23L永賛無窮云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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順治十六年己亥季春上浣梅谷敬
008_0288_b_25L一謹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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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288_b_27L
禪住持三補者一監院二持寺三直

008_0288_c_01L율주지律住持 삼보는 첫째 사주寺主, 둘째 유나維那, 셋째 지사持寺이다.
『비바사론毘婆沙論』에 이르기를 “또 산중에 머물러 있으면서 법을 보호해 지키는 일은 설법하는 사람이나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부처님의 법을 지녀서 계속 이어지게 하고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법을 오래도록 이 세간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므로 주지住持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도경成道經』에 이르기를 “유나維那는 이곳 말로는 열중悅衆이라고 하는데 수승首僧으로서 바로 삼강三剛의 하나이다. 또한 삼보三補라고도 하며 주지의 처소에 머무는데, 주지 한 사람으로는 종강宗剛을 보補하는 일에 다 열람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삼강을 두어 주지를 돕게 하였으므로 이를 삼보라고 말한다.”라고 하였다.
세속 사람의 문서를 살펴보면 그 가운데 모두 ‘보寶’ 자를 쓰고 있다. 이는 아마도 ‘보寶’와 ‘보補’를 분별하지 못한데다가 그 음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잘못 쓴 것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지식이 있는 사람은 채택하여 자세히 알았으면 한다.


008_0288_c_01L律住持三補者一寺主二維那
008_0288_c_02L持寺毘婆舍論云復次住山持法
008_0288_c_03L者行者能持佛法相續不斷能令佛
008_0288_c_04L久住於世故曰住持成道經云
008_0288_c_05L此云悅衆首僧是三剛亦是三補
008_0288_c_06L有住持處住持一人以補宗剛未能盡
008_0288_c_07L覽故以三綱者補之謂三補也按世
008_0288_c_08L人文書中皆寫寶字盖不辨寶與補
008_0288_c_09L相似故誤書必然有識者採擇詳知
  1. 28)『孟子』 「梁惠王章句 上」에 “살아 있는 사람을 부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왕도 정치의 시초이다.(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라 하였다.
  2. 29)주문공朱文公(1130~1200) : 이름은 희喜, 호는 회암晦庵 또는 자양紫陽. 송학宋學을 집대성하고 성리학의 체계를 이룩하여 주자학의 시조가 된 현인으로 저술이 무려 700여 권이나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