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 / [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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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옛날 고승들은 선禪의 이치를 깨우치기만 하면 문장을 짓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어도 문장이 역시 더할 수 없이 맑고 뛰어났다. 일반적으로 시는 성정性情에 뿌리를 둔 것이니 마음이 이미 맑아지면

008_0307_b_22L[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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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之高僧旣已悟禪則雖不從事於文
008_0307_b_24L文辭亦淸絶盖詩本性情心境旣

008_0307_c_01L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육조대사 혜능慧能은 서역 인도에서 온 불법佛法을 전하신 분이니, 어찌 시를 열심히 익히느라 온 정신을 다 쏟았겠는가? 그러나 명경보리明鏡菩提 같은 작품은 대단히 성당盛唐13)의 시풍이 있었으니, 나는 선을 깨우친 자는 문장에도 뛰어났음을 알았다. 이런 까닭에 지금 백곡 처능 대사 문집의 서문을 요구하기에 내가 대사의 시와 문을 보니, 모두가 삼매를 얻은 후에 지은 글이라 구승九僧14)도 대사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처능 대사가 선을 깨닫기를 혜능 대사만큼 하였다면 처능 대사의 시문은 이 정도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능 대사는 아시는가?
갑오년(1654, 효종 5) 청화淸和(4월) 16일에 동명 거사東溟居士 정두경鄭斗卿 씀.

008_0307_c_01L發於言者自不得不爾六祖傳西
008_0307_c_02L來衣鉢者也曷嘗從事於詩勞其肺肝
008_0307_c_03L者哉然明鏡菩提之作大有盛唐音律
008_0307_c_04L余知悟禪者之能文以此今白谷禪師
008_0307_c_05L能公求其集序余見其詩若文皆得
008_0307_c_06L三昧九僧不足多也然使能師悟禪
008_0307_c_07L盧行者則能師之詩文不但止此而已
008_0307_c_08L能師會麽
008_0307_c_09L峕甲午淸和旣望東溟居士書

008_0307_c_10L{底}康熈二十二年刊本(高麗大學校所藏)
  1. 13)성당盛唐 : 당唐나라 시대에 시가 가장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를 말한다. 이백ㆍ두보ㆍ왕유 등의 시인이 활동하였다. 일반적으로 당대唐代를 초당初唐ㆍ성당盛唐ㆍ중당中唐ㆍ만당晩唐의 4기로 구분하는 것은 남송南宋 엄우嚴羽에서 시작되었다.
  2. 14)구승九僧 : 시로 유명한 아홉 명의 스님을 가리킨다.
  1. 1){底}康熈二十二年刊本(高麗大學校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