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사경지험기(四經持驗紀) / [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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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내가 『정토보서淨土寶書』라는 책 하나를 판각하고 나서 이어 다시 이 책을 간행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금강경』은 상相을 씻어 버리고 공空을 밝혀 대승법문을 처음으로 열어젖힌 것이고, 더욱이 명부의 관리들이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법화경』과 『화엄경』 두 경은 세존의 설법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서 제일가는 승乘이다. 관음대사觀音大士로 말하자면 널리 세간을 제도하고 나타나지 않는 세계가 없는 분이다. 실로 이 모두는 화택火宅에 내리는 단비이며 법문法門을 방어하는 성이므로 그 말씀을 지니고 널리 통용하기를 급히 서둘러야지 늦춰선 안 된다.
이에 역대 왕조의 명사와 현사들이 이를 지송하며 경험했던 일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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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旣刻淨土一書嗣復刊行此書者以金
008_0526_b_22L剛蕩相明空剏啓大乘法門尤爲冥官
008_0526_b_23L之敬重法華華嚴二經世尊說法之最上
008_0526_b_24L第一乘也至於觀音大士普度世間
008_0526_b_25L刹不現實皆火宅之甘澍法門之干城
008_0526_b_26L持說弘通可亟而不可緩故爰取累朝名

008_0526_c_01L실로 증명하고 믿기에 충분한 것들만 모아 드디어 한 부로 편집하게 되었으니, 보고 나서는 부지런히 닦고 지송하여 말세에 멸려차蔑戾車55)의 땅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찬집한 차례와 조항의 법식에 있어서는 공문空門의 제자라면 천축의 전적을 숭상하고 믿어야 하기에 분류를 정확히 그에 상응하게 하였다. 다만 가정을 가지면서 도를 배운 자들은 진실로 푸른 연꽃이 진흙에서 자라면서 물들지 않는 것처럼 매우 희유한 일이기에 채집하고 채택하기를 유독 많이 하였다. 혹 뜻이 있는 자가 이 기록을 깊이 믿어 서로서로 널리 권하고 네 가지 경을 열심히 수지하여 지혜의 광명을 단절하지 않고 진사겁塵沙劫토록 유통한다면 그 복은 시방의 허공처럼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아둔하고 보잘것없는 내 뜻은 오직 여기에 있을 뿐이다.
병인년(1686) 천중절天中節(단오)에 백암栢庵 사문 성총性聰이 삼가 발문을 쓰다.

008_0526_c_01L賢持驗事實足可徴信者遂輯爲一部
008_0526_c_02L庶幾見聞之下精進脩持使不墜於叔季
008_0526_c_03L蔑戾車之地也若其撰次條例空門弟子
008_0526_c_04L崇信竺典分固應爾唯在家學道眞若
008_0526_c_05L靑蓮出淤泥而不染甚爲希有故採取偏
008_0526_c_06L多焉倘或有志者深信此錄遆相激勸
008_0526_c_07L懋持四經不斷慧光流通塵劫則其福
008_0526_c_08L不可思議如十方虗空不慧區區之心
008_0526_c_09L惟在此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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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寅天中節日栢庵沙門性聦謹跋
  1. 55)멸려차蔑戾車 : 범어 mleccha의 음역으로 멸례차蔑隷車ㆍ미리차彌離車ㆍ미려차彌戾車ㆍ밀리차蜜利車라고도 하며, 변지邊地로 의역하기도 한다. 비천한 직업을 좋아하고 예의를 알지 못하며, 불법을 믿지 않는 하천한 사람, 즉 야만인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