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인악집(仁嶽集) / [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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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跋)
옛날 자양紫陽 주부자朱夫子106)께서 ‘하늘에 근본하고 마음에 근본한다’107)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는 성인聖人의 학문과 석씨釋氏의 학문의 구분을 말한 것이다. 만약 고요히 마음을 다스리는 곳에서 감통感通하는 살아있는 이치를 가지고 한 번 변화하여 공부하면 하늘의 덕(天德)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님이 이러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티끌 같은 세상을 받들었다. 그러므로 참청參請하고 지관止觀하는 공부는 또한 우리 유가의 이른바 치지致知와 극기克己에 가깝다. 천진교天津橋 위에서 대이삼장大耳三藏108) 엿보이는 바가 되지 않았으며 반백 년을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어 절하며(擎跽曲拳)109) 손에는 염주를 들고 면벽을 하며 학문은 서암瑞巖 화상이 항상 주인옹主人翁이라고 물은 것110)을 얻었으니 정법안장正法眼藏은 심상尋常한 것이 아니다. 저 부도浮圖를 우러러 바라보는 이들은 저 연화봉蓮花峯 위의 뭇 보살에 비교한다. 진실로 난새가 끄는 수레에 선장仙仗으로 속히 그를 맞이하는 것이 마땅하다. 스님의 약간의 시와 글이 세상에 유행하는데 그것은 천인성명天人性命의 논을 갖추고 있고 시방의 간척竿尺에 통하며 자가自家의 보장寶藏을 깨닫게 하니 왕왕 깊고 희미하게 우리 도에 계합하는 것이 많다. 내가 그제야 일어나 탄식하였다. “나와 스님은 평소 친분이 있었는데 창려昌黎가 문창文暢에게 말한 것을 일찍 스님에 말하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 만약 윤회와 응보의 이치가 있다면 스님은 아마도 인과因果를 따라 돌아갔을 것이다.”
단양丹陽 우재악禹載岳은 발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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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紫陽朱夫子有本天本心之說蓋言聖
010_0423_c_05L釋之分也若於寂然治心處須將感通底
010_0423_c_06L活理一轉下功夫便可語天德矣師之將
010_0423_c_07L此身心奉塵刹所以叅請止觀之工亦庶
010_0423_c_08L乎吾道所謂致知而克己者天津橋上
010_0423_c_09L不爲大耳三藏所覷見半百䄵擎跽曲
010_0423_c_10L手珠面壁學得瑞巖和尙常問主人翁
010_0423_c_11L正法眼藏非尋常他仰首注視於浮圖者
010_0423_c_12L比彼蓮花峯上衆菩薩固冝以鸞驂仙仗
010_0423_c_13L迎之之速也師之詩與文若干篇行于世
010_0423_c_14L其辨天人性命之論透十方之竿尺悟自
010_0423_c_15L家之寶藏往往有沕然契合於吾道者多
010_0423_c_16L余乃作而歎曰余與師有素惜不以昌黎
010_0423_c_17L告文暢者早爲師誦之也如有輪應之理
010_0423_c_18L師其因果而歸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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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陽禹載岳
  1. 106)주부자朱夫子 : 주희朱熹의 아버지 주송朱松이 자양산紫陽山에서 독서한 적이 있었다. 주희가 후에 복건福建 숭안崇安에 살면서 그 집에 자양서실紫陽書室이라고 써서 잊지 않음을 나타내었다. 그래서 후인들이 자양을 주희의 별칭으로 삼았다.
  2. 107)『이정유서二程遺書』 권21 「부사설후附師說後」에 “성인은 하늘에 근본을 두고 석씨는 마음에 근본을 둔다.(聖人本天, 釋氏本心)”라고 하였다. 이것은 주희가 한 말이 아니라 정이천의 말이다.
  3. 108)대이삼장大耳三藏 : 서역西域의 대이삼장大耳三藏이 낙양에 와서 스스로 타심통他心通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황제가 혜충惠忠 국사에게 시험을 하게 하였다. 혜충 국사의 마음이 첫 번째는 천진교 위에서 원숭이 새끼가 장난하는 것을 보자 대이 삼장이 맞추었고 두 번째는 서천西川에서 경도競渡를 보자 그것도 맞추었으나 세 번째로 깊은 선정에 들어가자 맞추지 못한 것을 말한다.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제14권에 나온다.에게
  4. 109)경기곡권擎跽曲拳 :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어 절하는 것은 신하의 예이다.(擎跽曲拳, 人臣之禮也.)”라고 하였다. 이 구절은 인악이 평생 신하의 예를 갖추었음을 말한다.
  5. 110)서암瑞巖 화상이~물은 것 : 상문주인옹常問主人翁 : 서암瑞巖 화상은 매일 스스로 “주인공아!”라고 부르고 스스로 “예”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또렷또렷 하거라! 예.”라고 하였다. 『무문관無門關』 제12칙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