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 / 眞空妙有辨

ABC_BJ_H0248_T_006

010_0829_c_05L
제4장 진공묘유변眞空妙有辨
1. 백파의 설
일심의 본체에 본디 불변不變과 수연隨緣73)이라는 두 가지 이치가 갖추어져 있다. 일심의 변하지 않는 측면(不變)은 묘사할 이름도 전혀 없고 드러낼 차별상도 사라져 남김없이 쓸어 없앤 격이므로 ‘진공眞空’이라 한다. 일심의 인연에 따라 움직이는 측면(隨緣)은 만법을 건립하며 무수하게 변화하므로 ‘묘유妙有’라 한다. 또한 이름과 차별상이 일제히 나타나기 때문에 무수한 이름과 수많은 차별상을 지니며, 8만의 번뇌(塵勞)74)와 삼계에 존재하는 아홉 부류의 중생75)과 허다한 이름·차별상에 이르기까지 서로 의존하여 천차만별의 변화를 발휘하므로 묘유라 한다.
2. 초의의 비판
1) 영가 현각永嘉玄覺의 설 인증
영가 현각이 말했다. “깊은 종지를 미묘하게 알아차리려면 반드시 먼저 어리석음과 지혜의 차이점을 살펴야 하고, 만일 어리석음과 지혜의 차이점을 살피려면 진심과 망념의 본질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진심과 망념의 본질을 분명히 밝히려면 또한 이름과 그것이 지시하는 본체를 궁구해야 한다. 이름과 본체가 구분되면 진심과 망념도 저절로 뚜렷이 갈라질 것이다.”76)
진공眞空과 묘유妙有의 도리는 여기에 드러난다. 허망한 법은 이름은 있지만 본체는 없으니 거북의 털에 비유하고, 진실한 법은 이름도 있고 본체도 있기 때문에 거울 속의 영상에 비유한다. 이름과 본체를 궁구하여 헤아리면 허망과 진실이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인연을 따를 뿐 원래 자신의 독립적인 본체(自體)는 없다. 따라서 인연이 모여서 성립된 유有는 유이지만 유가 아니고, 본성이 공空인 이치로서의 무無는 무이지만 무가 아니다.”77)라고 한 뜻을 알 수 있다.
2) 장사 경잠長沙景岑의 설 인증
또한 장사 경잠 화상은 “가유假有는 원래 유가 아니고, 가무假無는 원래 무가 아니다.”78)라고 하였으며, 달마는 “유루有漏의 인과는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아서 비록 있어도 실체가 아니다.”79)라고 하였다.
부처님은 “인연으로 발생한 법을 나는 공空이라 한다.”80)라고 하였고, 논에서는 “삼계 전체는 허위虛僞이며,규산圭山81)은 말한다. “이 마음이 훈습되는 대상에 따라 그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허虛’라 하고, 그 허의 본질(體)을 숨기고

010_0829_c_05L眞空妙有辨

010_0829_c_06L
六隱老之言曰一心體上本具不變
010_0829_c_07L隨緣二義心不變則離名絕相掃蕩
010_0829_c_08L無餘故名曰眞空心隨緣則建立萬
010_0829_c_09L千變萬化故名曰妙有又名相
010_0829_c_10L齊現故有千名萬相乃至八萬塵勞
010_0829_c_11L三綱 [50] 九類許多名相互相發揮
010_0829_c_12L變萬化故名妙有

010_0829_c_13L
永嘉曰夫欲妙識玄宗必先審其愚智
010_0829_c_14L若欲審其愚智善須明其眞妄若欲明
010_0829_c_15L其眞妄復當究其名體名體若分眞妄
010_0829_c_16L自辨眞空妙有之義於是乎顯矣夫妄
010_0829_c_17L法有名而無體況之龜毛眞法有名而
010_0829_c_18L有體故喩之鏡像究名軆而推之
010_0829_c_19L實自明故知萬法從緣元無自體
010_0829_c_20L1) [3] 會之有有而非有性空之無
010_0829_c_21L而非無又長沙岑和尙云假有元非有
010_0829_c_22L假無元非無達摩云有漏因果如影
010_0829_c_23L隨形雖有非實佛云因緣所生法
010_0829_c_24L說即是空論云三界虛僞圭山曰此心
熏現似曰虛
010_0829_c_25L「綠」疑「緣」{編}

010_0830_a_01L실상을 거짓으로 나타내는 것을 ‘위僞’라 한다. 허위虛僞로 드러나는 상相에는 비록 갖가지 차별이 있지만, 인연을 버리면 자신의 힘으로 서지 못한다.”82)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니, 마음을 떠나면 육진六塵83)의 경계는 없다. 모든 법은 거울에 비친 영상과 같아서 얻을 수 있는 실체가 없고 오로지 허망한 현상일 뿐이다.”84)라고 하였다.
3)『기신론起信論』의 설 인증
최근에 육은 노인(백파)이라는 분이 인연을 따라(隨緣) 존재하는 허위의 이름과 차별상들을 독단적으로 ‘묘유’라고 판별하였다. 아,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예전에 이미 ‘진공은 공 자체가 아니고, 묘유는 유 자체가 아니다’85)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유와 떨어지지 않는(卽) 공이라야 진공이요, 공과 떨어지지 않는 유라야 묘유라는 뜻이다.
『기신론』86)에 따르면, “진여란 무엇인가? 언설에 의지하여 그 특징을 분별하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진실 그대로의 공(如實空)’진실 그대로의 경계 안에는 거짓과 오염이 전혀 없다.87)이니, 결국에는 진실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아래 나오는 ‘번뇌 없는(無漏) 본성의 공덕’과 같다.”라고 한다. 이것은 ‘유와 떨어지지 않는 공이 아니라면 진공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공은 공 자체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기신론』에) “둘째는 ‘진실 그대로의 불공(如實不空)’이니, 자신의 본체위에서 말한 여실공如實空이다.에 번뇌 없는 본성의 공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공과 떨어지지 않는 유가 아니라면 묘유라 할 수 있는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묘유는 유 자체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4) 진심眞心과 망심妄心으로 본 진공묘유의 참뜻
『화엄기』88)에 “자성 그대로 청정한 마음(自性淸淨心)이 망상과 합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켜 진공이라 하고, 본성에 무수한 덕이 갖추어져 있는 것은 묘유라 한다.”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진심을 기준으로 삼아 공과 유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므로 ‘진공·묘유’라 한다. 망심을 기준으로 삼아 공과 유에 대하여 말하자면 반드시 ‘단공斷空89)·가유假有’라 하고, ‘진공·묘유’라 하지 않는다. 무슨 근거로 그렇다는 사실을 아는가?
영명 연수永明延壽는 이렇게 말한다. “진심과 망심은 각각 성性과 상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진심은 밝은 앎(靈知)과 고요하게 비추는 작용을 마음으로 삼고, 텅 비지 않고 머무름도 없는 것을 본체로 삼으며, 실상實相을 상으로 삼는다.이는 공이 묘유의 공이기 때문에 유도 진공의 유라는 뜻이다. 망심은 육진六塵이라는 대상의 그림자를 마음으로 삼고,90) 자성이 없는 것을 본체로 삼으며, 대상에 올라타고 일으키는 사유분별을 상으로 삼는다.이는 유가 허위의 유이기 때문에 공 또한 단공의 공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대상에 대한 분별에 의해 깨우치거나 아는 망심에는 원래 그 자신의 본체는 없고 다만 눈앞의 대상(塵)이 경계를 따라 있거나 없을 뿐이다. 경계가 다가오면 (대상도) 발생하고

010_0830_a_01L其虛體詐現實相曰僞虛僞
之相雖有種種捨緣不自立
唯心所作
010_0830_a_02L心即無六塵境界以一切法如鏡中像
010_0830_a_03L無體可得唯是虛妄近有六隱老人
010_0830_a_04L以隨緣所有虛僞名相獨辦之爲妙有
010_0830_a_05L烏乎可哉甞聞眞空不空妙有不有
010_0830_a_06L即有之空方是眞空即空之有方是
010_0830_a_07L妙有如起信論云眞如者依言說分
010_0830_a_08L別相 [51] 有二種義一者如實空此如實之中
空无妄染

010_0830_a_09L [52] 能究竟現實故即下無漏
[53] 功德
此非即有之
010_0830_a_10L爲眞空乎故曰眞空不空二者
010_0830_a_11L實不空以有自體即上如
實空
具足無漏聖 [54]
010_0830_a_12L德故此非即空之有爲妙有乎故曰
010_0830_a_13L妙有不有華嚴記云自性淸淨心
010_0830_a_14L與妄合即名眞 [55] 性具萬德即名妙
010_0830_a_15L [56] 然此但約眞心而論空有故曰
010_0830_a_16L空妙有約妄心而言空有則必曰斷空
010_0830_a_17L假有不曰眞空妙有何以知其然也
010_0830_a_18L永明云眞心妄心各有性相且眞心
010_0830_a_19L以靈知寂照爲心不空無住爲體實相
010_0830_a_20L爲相此則空是妙有之空
有是眞空之有也
妄心以六塵緣影
010_0830_a_21L爲心無性爲軆攀緣思慮爲相此則有是
虛僞之有
010_0830_a_22L空亦斷
空之空
[57] 此緣慮覺了能知之妄心 [58]
010_0830_a_23L無自軆但是前塵隨境有無境來則生

010_0830_b_01L경계가 물러나면 소멸하여 대상마다 마음마다 각각 자신의 독립된 본성(自性)은 없고 오로지 (오거나 가고 생성하거나 소멸하는) 인연의 작용일 따름이다.”91)
이와 같이 대상의 그림자에는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거늘 어떻게 묘유라 할 수 있겠는가!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니, 그들이 이름과 본체를 바르게 궁구하지 않은 채 우리를 진심과 망심으로 이끌어 진심과 망심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하나같이 침침하도록 만들고, 공과 유 어느 편에 대해서도 모두 어둡도록 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외도들은 본래 불법의 영향 속에 있다가 공과 유 두 가지 뜻을 잘못 이해하여 점차로 변한 결과 62가지 견해에 이르고 96종류로 나뉘게 되었다.92)
백장 회해百丈懷海를 만나기 이전93)에 인과因果에 대하여 잘못 대답한 죄로 여우의 몸에 떨어진 노인의 일화가 있다.94) 이 이야기는 이치를 푸는 자들이 가장 상세하게 갖추어 분명하게 알아야 할 과제이다.95) 일찍이 듣자 하니, “법에 의존하고 사람에 의존하지 말며, 요의경了義經에 의지하고 불료의경不了義經에 의지하지 마라.”96)라고 하였다. 앞에서 이미 법에 의지하여 간략하게 공과 유의 뜻을 밝혔으니, 여기서는 요의경에 의지하여 진심과 망심의 뜻을 증명해 보겠다.
『화엄경』에 이렇게 전한다. 「수미정상게찬품」의 게송97)

諸法無眞實  모든 법에 진실 없거늘,
妄取眞實相  진실하다는 상에 헛되이 집착하니,
是故諸凡夫  이 때문에 모든 범부들,
輪廻生死獄  생과 사의 감옥을 번갈아 돈다네.98)
觀察於諸法  모든 법 관찰해 보자면,
自性無所有  자성이라곤 전혀 지니지 않았으니,
如其生滅相  혹 생멸하는 상 있다면,
但是假名說  다만 가명으로 말한 것일 뿐이라.99)
言語所說法  언어로 전한 이 법들을,
衆生妄分別  중생들 부질없이 분별하고 있으니,100)
卽壞淸淨眼  맑고 깨끗한 눈 더럽혀,
愚癡邪見增  어리석고 사특한 견해만 늘어나네.101)
此中無少物  여기 그 무엇도 없지만,
但有假名字  잠시 설정한 이름으로 나타낼 뿐,102)
若逐假名字  그 이름 뒤쫓아다니면,
不知聖妙道  성스럽고 미묘한 도 알지 못하리.103)
此之無慧眼  이처럼 지혜의 눈 없어,
流轉生死獄  생과 사의 감옥 반복하여 떠돈다.104)

010_0830_b_01L境去則滅境境心心各自無性唯是
010_0830_b_02L因緣而已如此緣影之有名無軆者
010_0830_b_03L得謂之妙有哉此非他由其不究名軆
010_0830_b_04L而率你于眞妄眞妄一昧空有遂暗
010_0830_b_05L西天外道本在佛法中錯解空有二義
010_0830_b_06L轉變至於六十二見分成九十六種
010_0830_b_07L百丈錯答因果隨墮野狐此解義者之
010_0830_b_08L最宜詳細而明辨者也甞聞依法不依
010_0830_b_09L依了義經不依不了義經前已依
010_0830_b_10L略明空有之義今依了義經證正
010_0830_b_11L眞妄之義華嚴經云 須彌頂上偈賛品

010_0830_b_12L
諸法無眞實妄取眞實相

010_0830_b_13L是故諸凡夫輪廻生死獄

010_0830_b_14L觀察於諸法自性無所有

010_0830_b_15L如其生滅相但是假名說

010_0830_b_16L言語所說法 [59] 衆生妄分別

010_0830_b_17L即壞淸淨眼愚癡邪見增

010_0830_b_18L此中無少物但有假名字

010_0830_b_19L若逐假名字不知聖妙道

010_0830_b_20L此之無慧眼流轉生死獄
  1. 73)불변수연不變隨緣 : 『大乘起信論』의 기반이 되는 사유구조이다. 불변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여문眞如門이고 수연은 생성과 소멸이 발생하는 생멸문生滅門인데 이것을 일심이문一心二門이라 한다.
  2. 74)팔만진로八萬塵勞 : 번뇌를 총괄하는 말. 보통은 팔만사천八萬四千이라 한다.
  3. 75)삼계구류三界九類 :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등 삼계에 사는 모든 중생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 『金剛經』(T8, 749a6) 등에 나오는 설이다. 삼계에 공통되는 네 가지 중생은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이고, 색계의 중생은 유색有色, 무색계의 중생은 무색無色이다. 그 나머지 세 부류는 다음과 같다. 유상有想은 무색계 중 무상천無想天을 제외한 다른 모든 천天의 중생, 무상無想은 색계 제4선천第四禪天에 속하는 무상천의 중생,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은 무색계 제4선천인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의 중생이다.
  4. 76)『禪宗永嘉集』(T48, 393b20).
  5. 77)위의 책, 393c21 이하의 인용. 글자의 출입이 있다.
  6. 78)『景德傳燈錄』 권3 「慧可傳」(T51, 221a19)의 세주細註. 가유와 가무는 모두 인연의 화합으로 성립되는 ‘유有’와 인연의 흩어짐으로 사라지는 ‘무無’를 나타낸다. 자신의 독립적 실체가 없이 유와 무로 성립되므로 임시 설정이라는 뜻에서 ‘가假’라 한다. ‘가’는 임시의 화합·무자성無自性 등의 뜻을 내포하며, 실체를 지닌 실유實有·정유定有 등의 상대어이다.
  7. 79)양무제가 달마에게 자신이 절을 짓고 경전을 베끼고 출가를 허용하는 등의 일을 하였는데 그 결과로 무슨 공덕이 따르겠느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달마의 대답이다. 『景德傳燈錄』 권3 「達磨傳」(T51, 219a24).
  8. 80)『中論』 「觀四諦品」(T30, 33b15).
  9. 81)규산圭山 : 규봉 종밀圭峯宗密(780~841)의 호. 아래 인용은 규봉이 아니라 법장法藏(643~712)의 말이므로 착오로 보인다.
  10. 82)법장法藏의 『大乘起信論義記』 권중본(T44, 265b27). 인용문 끝부분의 “인연을 버리면 자신의 힘으로 서지 못한다.”라는 구절은 원문에는 없으며, 그 대신 “그 인연을 궁구해 보면 마음이 지어낸 것일 뿐이다.(然窮其因緣, 唯心作也.)”라고 되어 있다.
  11. 83)육진六塵 :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라는 여섯 가지 인식기관(六根)의 대상이 되는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 등 여섯 가지 경계.
  12. 84)『大乘起信論』(T32, 577b16). 중간에 생략한 구절이 있다.
  13. 85)굉지 정각宏智正覺의 말. 『宏智廣錄』 권4(T48, 38c24). 이어서 “이는 만상이 발생하는 뿌리요 이의二儀(陰과 陽)를 조화시키는 어미이다.(是萬象生成之根, 卽二儀造化之母.)”라고 한다.
  14. 86)이하는 『大乘起信論』(T32, 576a24)을 인용하고 각 구절에 대하여 간명한 해설을 달았다.
  15. 87)『大乘起信論義記』 권중본(T44, 253c2).
  16. 88)인용문은 청량 징관淸凉澄觀의 『華嚴經疏鈔』 권24(T36, 185c16) 이하의 단락이다. 진공과 묘유라는 주제에 맞추기 위하여 인용한 원전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뜯어고쳤다.
  17. 89)단공斷空 : 공은 색色의 이치일 뿐 색을 벗어나 별도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색과 단절된 공(斷空)은 진공眞空이 아니다. 『註華嚴法界觀門』(T45, 685a13), “단공이란 텅 비어 모든 색이 다 소멸한 것이니 진실한 마음이 아니다. 어떤 분별도 없고 아무런 작용도 없어서 만법 그 어디에도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색을 떠나서 밝혀지는 공(離色空)과 색을 완전히 소멸한 뒤 나타나는 공(斷滅空)이 그것이다. 이색공離色空이란 공이 색을 벗어나 있는 것이니 마치 담장 안은 비지 않았지만 담장 밖은 비었다는 것과 같다. 단멸공斷滅空이란 색을 소멸시키고 공을 밝히는 것이니 마치 우물을 팔 때 흙을 제거하고 생기는 공간과 같다.(斷空者, 虛豁斷滅, 非眞實心. 無知無用, 不能現於萬法. 此有二種, 謂離色明空, 及斷滅空. 離色空者, 空在色外, 如牆處不空, 牆外是空. 斷滅空者, 滅色明空, 如穿井除土出空.)”
  18. 90)『圓覺經』(T17, 913b24).
  19. 91)영명 연수永明延壽의 『心賦注』 권1(X63, 105b23). 마지막 구절에는 인용에 생략이 있다.
  20. 92)인도 외도들의 견해와 종류를 총괄한다. 『正法華經』 권5(T9, 95c29), 『賢劫經』 권1(T14, 6c17) 등 참조.
  21. 93)보통 ‘전백장前百丈’이라 하지만 여기에는 ‘고백장古百丈’으로 되어 있다. 백장을 만나 인과에 대한 바른 대답을 듣기 이전에 생과 사를 반복하며 오백 번 윤회했던 오백생五百生을 가리킨다.
  22. 94)『禪門拈頌說話』 184則 참조.
  23. 95)백파 등이 착각하고 있는 선론禪論이 여우의 몸에 떨어지게 된 노인의 잘못된 대답과 같이 윤회의 과보를 받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백파에 대한 비판에 골몰하여 다소 분에 넘친다는 느낌을 준다.
  24. 96)수행자가 의지하여야 할 네 가지 바른 법(正法) 중 두 가지. 40권본 『大般涅槃經』 권6(T12, 401b27)에 나온다. 나머지 두 가지는 “뜻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말며, 지혜에 의지하고 식識에 의지하지 말라(依義不依語, 依智不依識)”는 것이다. 요의경이란 궁극적인 도리를 남김없이 설한 경전, 불료의경은 근본적인 진리의 관점에서 볼 때는 미진한 경전을 말한다.
  25. 97)이하는 연속된 인용이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네 구절이나 두 구절씩 게송을 절단한 뒤 전후의 순서도 모조리 무시하고 멋대로 경전을 재구성하는 파격을 보이고 있다.
  26. 98)80권본 『華嚴經』 권16(T10, 82a22).
  27. 99)위의 책, 81c11.
  28. 100)위의 책, 82b21.
  29. 101)위의 책, 82b15.
  30. 102)위의 책, 83a3.
  31. 103)위의 책, 83a11. 이 두 구절은 그 사이에 두 구절을 생략하고 연결했다.
  32. 104)위의 책, 83a7. 이 두 구절도 앞과 마찬가지로 두 구절을 생략하고 연결한 것이다.
  1. 1)「綠」疑「緣」{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