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선학입문(禪學入門) / 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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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옛 사람 가운데 한 마디 반 구절만 듣고도 몰록 초월한 상근기가 있었던 것은 대개 숙세의 연이 촉발시킨 것이다. 이제 계산桂山에 우거하던 김병룡 군이 월창 거사가 간추린 천태선의 종지를 얻고는 마음에 깊이 계합하여 여러 인쇄인들에게 부탁해 세상에 널리 배포함으로써 바다를 건너는 자비의 배로 삼으니 참으로 큰 지혜라 하겠다.
그 옛날 양자운楊子雲62)이 『태현경太玄經』과 『법언法言』을 기초하여 천년 뒤의 자운을 기다렸듯이63) 병룡秉龍이 바로 천년 뒤의 자운이라, 월창月窓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람을 만난 게 아니겠는가. 이 책을 보는 이가 병룡의 마음으로 자기 마음을 삼는다면 그도 장차 차례로 똑같이 한량없는 삼매에 들리라. 나는 선지禪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병룡의 마음은 알 듯하다. 그저 선문에 이름을 올린다는 기쁨에 이렇게 한마디 적는다.
무오년(1918) 오월(中夏)에 최남선崔南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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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之人得一言半句有頓超上機者盖夙
010_0927_b_07L緣所觸發也今桂山僑居金君秉龍得月
010_0927_b_08L窓居士删定天台禪旨深契于心付諸剞
010_0927_b_09L劂氏公施天下以爲渡海之慈航儘大
010_0927_b_10L智慧也昔楊子雲草太玄法言以待子雲
010_0927_b_11L於千載之後秉龍乃千載之子雲也月窓
010_0927_b_12L其有契於冥冥之中乎覽此書者以秉龍
010_0927_b_13L之心爲心則其將次第同入於無量三昧
010_0927_b_14L余於禪旨雖無所知而秉龍之心
010_0927_b_15L有以知之矣聊喜托名於禪門遂爲之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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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戊午仲夏崔南善識
  1. 62)양자운楊子雲 : 자운子雲은 한나라 양웅楊雄(서기전 53~서기 18)의 자이다.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 출신으로 동향 선배인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작품을 통해 배운 문장력을 인정받아 성제成帝 때 궁정 문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성제의 여행을 수행하며 쓴 ≺甘泉賦≻·≺河東賦≻·≺羽獵賦≻·≺長楊賦≻ 등 화려한 문장을 남겼다. 또한 전한前漢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각 지방의 언어를 집성한 『方言』, 『周易』의 음양이원론陰陽二元論 대신 시始·중中·종終 삼원三元으로 우주 만물의 근원을 논한 『太玄經』, 『論語』의 문체를 모방한 수상록 『法言』 등을 저술하였다.
  2. 63)천년 뒤의 자운을 기다렸듯이 : 후대 송나라 사마광司馬光(1019~1086) 등이 『태현경』과 『법언』을 주석했던 일을 일컬은 것으로 추측된다.